“(p.96)여자들을 완전한 시민으로 포함하는 진정으로 민주주의적인 사회를 창조하기 위해 정치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과업은 공과 사의 가부장적 분리를 분해하는 것에서부터 여성 존재와 남성 존재로서 우리의 개인성과 성적정체성을 변형시키는 것에까지 확장된다.” 전제의 전제에 대한 인사이트. 우리의 답없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힌트. 남은 몫은 페미니즘이 더 대담하게 전유해버릴 것.
에세이는 휘발시키는 맛으로 읽는데, 읽고 다시 읽고 드문드문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을 것 같은 책을 오랫만에 만나 기뻤다. 책에 연필로 밑줄긋기를 저어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책은 긋기 꺼려졌다. 다른 문장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릴까봐. 아무튼 그만큼 좋았단다. 책 전체에 흐르는 미묘한 멜랑꼴리가 딱 내 스타일. 아아, 좋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