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정치학 도란스 기획 총서 4
정희진 외 지음 / 교양인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안희정의 징역형을 진심으로 두팔벌려 환영하며, 다시한번 정독. 조만간 책이 싣지 못한 김지은씨의 글도 꼭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IMF 키즈의 생애 - 안은별 인터뷰집
안은별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석 이후부터 출근러가 되었다. 고작 8개월만에 나의 멘탈이 프리랜서 생활을 견디기엔 아직 나약하단 걸 깨달았다. 도저히 불안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없을 때는 굶어죽을까봐 걱정되었고, 일이 있을 때는 일이 너무 많이 밀려와서 해치울 걱정하느라 바빴다. 시간이 많기는 한데, 도저히 내 일상이 조절 안되더라...

사무실 그만두면 자유롭고 시간이 넘칠 줄 알았는 데, 복세편살 빈둥대고 게으르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시간을 불안해 하는 데에 다 쓴 듯.. 하아.. 내 멘탈무엇.. 😿

모르겠다, 모아둔 돈이 좀 있었으면 그 시간들이 덜 불안했으려나?

*

어쨌든 일이 있는 날엔 일을 하면서 다음 일 수배하느라 불안하고, 그렇게 일 스케줄이 겹치면 무리하게 되니까 내 몸이 버텨줄까 불안하며, 일이 없을 때는 없으니까 또 불안했다. 한참 일없던 어느 날은 정말로 이대로 일이 없으면 나는 앞으로 어떡하나..... 걱정으로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 날을 샌 적도 있었다.😨

농노에서 노동자가 되는 것은 착취당할 자유라고... ㅋㅋㅋ 그런데 imf이후의 한국 자본주의 산물인 나는 사회가 착취를 안해주니ㅋㅋㅋ 농노도 노동자도 아닌 상태가 외롭고 버거워 불안해하느라 심리적 에너지를 다 사용하고 있더란다.
물론 여러가지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책을 읽으며 멘탈을 잡아보려 초반엔 노력했다. 그러나 뭔가 읽을 수록 내가 아무 대책이 없이 때려쳤구나ㅠ싶어서 (하긴 대책 보다는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역시 도망치기는 잘했다고 생각..후회는 없지만 당장 월세가 넘나 걱정ㅠㅠㅠㅠ) 결국 열심히 잡코리아만 뒤지는 신세... 뒤질 수록 더 불안해졌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냥 나는 ‘불안’을 동력으로 인생을 굴리는 자였던 거다. 막판에는 그냥 계속 이렇게 불안하기만 할까봐 그게 더 불안할 정도 였으니...

*

여튼 도저히 프리랜서 못하겠어!!!! 아무데나 받아주세요!!!회사에 뼈를 묻고 일하겠습니다!!! 모드로 구직. 요즘엔 새 직장, 새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다. 다크서클이 더욱더 진해지고 있음.. 그래도 따박따박 월급 들어올 생각하니 지난달 대비 불안의 총량이 50%는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실존적으로는 불안하며...(이 일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 몸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일이란 무엇이든 힘을 들여야 하는 거니깐(그래야 고용주가 돈을 주니깐..) 집에오면 녹초가 되어 잠든다... 내 인생 너무 어려워...

출퇴근 오명가명 길바닥에 하루 두시간 반씩 버리기 아까워, 이북 읽기 중인데 (이전 사무실은 출퇴근 버스가 널럴했는 데, 요즘다니는 코스는 신도림역 거치는 마의 코스라... 도저히 종이책을 펼칠 수 없다..)ㅡ 하필 출근 첫주에 읽은 책이 IMF키즈의 생애였다. 나 역시 아이엠에프 키드이고, 사는 게 참 생존 같고, 피곤하고, 나만 힘든가 다들 어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 데.... ㅠㅠㅠㅠㅠㅠ 고작 일곱명 인터뷰인데도 .. 그냥 토닥토닥.. 다들 힘드셨쥬... 10대때는 아엠에프땜에 힘들고, 20대 내내 이명박그네랑 함께 보내느라 힘들고, 30대 됐는데 이룬게 아무것도 없는 데 일은 하기 싫죠... 힝... 어쩜좋니... 우리 존재 홧팅이어요....ㅠㅠㅠ 쥬륵...

*

제일 와닿는 인터뷰이는 홍스시씨였다. 그냥 다 내 얘기 같았다. 그녀의 불안에 대한 문장이 참, 너무 내 마음 같았다. 안불안해 본적이 없어서 만약 불안하지 않는 상태면 그 상태가 끝날까봐 불안해할거라는 말... 일이 잘되서 대박이 나도 내 몸이 안 받쳐줄 것이 걱정된다는 말.... ㅠㅠㅠㅠ .....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던 몇달동안 마음에 불안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나갈 생각을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항상 친구처럼 지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안재울 정도로 커진 모습을 보니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잡아먹힐지도 모르겠어. 아니 이미 잡아먹혀 살아왔나.. 일단은 내 안의 이 어마무시하게 큰 불안을 알아챈 것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다만 좀 많이 무서웠으니까, 해결을 좀 해봐야겠다... 앞으로는 요놈을 잘 탐구해볼 요량이다.

근데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핸드폰으로 막 쓰다 보니 벌써 한시반... ㅠㅠ 퀭...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란가방 2019-10-14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되는 심리네요.
하던 일 그만두고 작은 일 하나 직접 시작했더니 그렇게 힘들지 몰랐다는..
새 직장생활 화이팅입니다

공쟝쟝 2019-10-14 07:45   좋아요 0 | URL
회사안은 전쟁터, 회사밖은 지옥이라는 말이생각나네요! 월요일 힘찬 하루 보내셔욥^.^

반유행열반인 2019-10-14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아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잠을 설치곤 합니다.
12년 a 공교육과정이 우리한테 체화한 게 뭐겠어요. 정해진 시간 요일에 특정 장소에 투신해야 보상 받고 아니면 박탈과 낙오라는 불안을 심어 그대로 이용하기 좋은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었겠죠.
그래도 과감하게 프리랜서 도전도 해 보시고 다시 일자리도 구하셔서 자기 힘으로 사시는 일에 조금은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휴직 중이지만) 지금 일을 그만두면 대체 절 받아줄 일자리가 있기나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에겐 구원과 위안의 독서와 글쓰기가 있잖아요. 일터가 그 바탕(경제적으로든 스트레스의 반동으로 부추기든)이 되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건강 해치시지 않게, 받는 만큼만 쉬엄쉬엄(?)하셔요. 나중 걱정은 나중에. 화이팅.

공쟝쟝 2019-10-14 19: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우리에겐 위안의 독서와 글쓰기와 다정한 알라딘 서재 마을이 있네요! 이번생이 아예 망하지 않은 포인트 ^^ 나중걱정은 나중에할게요,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일하는 마음 -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잘하는 것 한 가지만 있으면 대학간다’던 시절을 살았었다. 대학은 다들 잘가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변해서 ‘n잡러’ 라는 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하나가지고 먹고 살기는 어려워진 그런 오늘이 되었다.

어떤 간판도, 전문성도, 자격증도 원천적으로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뚝뚝 잘려나가는 경력(단절)처럼, 삶도 툭툭 끊어져 버리는 것만 같다. 일은 어렵고, 잘해봤자 사장만 좋을 일 같고, 잠깐 정신 줄을 놓으면 내가 일인지 일이 난지 분간이 안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삶의 고삐를 일이 채어가게 내버려 두지 않으면서도, 막상 하는 일에서 무능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읽었다. 

“(10)경쟁이나 승자독식같은 말이 당연한 규칙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나의 치열함이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 저자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단하게 일에 대해 여러 조언들을 해주었다. 대체로 끄덕끄덕 끄덕끄끄덕덕 하면서 읽었다. 

“(162)... 한 가지 일에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직종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쌓는 방식은 하나의 자격 획득으로 경력 전체를 보장받을 수 있던 시대에나 유효한 것이다. ...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통적인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파편적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름을 붙이고말하는 것. 어쩌면 이런 조언들은 유동성이 불가피한 현실에 맞춰 진화한 자기계발의 복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삶의 방식이 이틀에 걸쳐 논의되는 가운데, 기본소득을 주제로다루는 세션을 마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몇가지 관통하는 단어가 있었는 데 이를테면 #디딤돌 이라거나 #탁월성 의외로 (짧게)등장하는 #기본소득 그리고 #이야기 (서사성)등등 이었다. 일하기 싫어~~~만 너무 생각하지 말고 (하지만 싫다고 해놓고 소처럼 일하는 나의 모순..) 나의 언어로 나의 ‘일’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갖춰야겠다는 나름 교훈(?)을 얻었다.


2.

자꾸자꾸 흩어지기만 하는 세상 속에서, 악착 같이 삶의 조각을 끌어 모아 ‘나의 서사’를 구축해 나갈 것. 
요즘 내가 관심있게 생각해보고 있는 부분이어서 인지, 책이 다루고 있는 많은 분야들 중에서 그쪽 조언이 가장 눈길이 많이 갔다. 세상은 자꾸 짧아지고 분절되고 잘려나가니까, 거기서 어떻게든 끊어지지 않아보려 하는 안간힘. 내 딴에는 그 안간힘이 나름의 투쟁(?)방식이다.

“(81)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의 이야기는 미래를 담는 그릇을 품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의 이야기는 스스로 바라는 남은 삶의 방식을 지시한다.”

인생이란거 계획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문득 떠오르는 기생충의 송강호..), 일이 일어난 후에라도 더듬어 이야기의 형태로 이어붙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려면 오늘을 잘 기록해야하는 데... 일못러인 본인은 맨날 일에 치여 겨우 살기 바쁨...답답쓰.... (일 잘하고 싶다.. 엉엉)


3.

요즘 인생이 힘든 건지(아니다. 나는 원래 그랬던 것 같다... 울보..) 끄덕만 하면 코끝이 찡해지는 데, 이 책 읽다가 진짜 코끝 갑자기 와사비 먹은 사람처럼 방심했으면 울뻔 했던 부분 적어둔다. 196페이지 용달기사님 일화. 거칠게 줄이면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뭐 그런 미담(?)이었는 데. 갑자기 삶의 고단한 무게감이 확 끼쳐옴.

힘든 상황에서도 저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미련한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좋아한다. 난 왜 이렇게 호구 같을까. 왜 오지랖을 부려서 손해보고 후회할까. 남 걱정하기 전에 나부터 걱정하자, 나부터 지키자 수시로 되뇌이는 데 잘안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열심히 자라서 나‘만’ 아는 으른이 될거다!!! 탕탕!) 천성인가 싶었는 데, 이번 명절에 확실이 알게 되었다. 이게 다 엄마, 아빠 때문이다. 오로지 착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방식. 꼼수나 머리 따위 굴리지 않고, 누가 손해봐야하는 상황에 닥치면 그저 본인들이 그냥 손해보고 마는 태도!!! (그게 본인 딸들한테는 폐가 되기도 한다.. 흐어..아부지...어무이..) 난 대체로 선량한 나의 부모님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약지 못함이 지금도 마음이 쓰리다.

작가는 그 책임감 강한 용달아저씨 때문에 결국 엉엉 울었다고 한다. 내 와사비 포인트도 거기에 있다. 
아니까. 아저씨의 방식으로 잘되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이 세계는 착실한 사람들이 착실해서 손해 보는 구조라는 걸. 물론 그 분들의 행복과 삶에서 느끼는 충만함은 매우 주관적이고 본인들만이 아는 것 일테다. 쉽게 안타까워하기도 무안한 부분이다. 결국 그들을 통해 나를 보는 거니까, 이 울고 싶은 마음은 그냥 내 마음인 거겠지. 난 아직 '손해 보면서도 착실하게 행복한 삶의 기술'은 터득하지 못했다. 조금은 약삭빠르게 나를 먼저 챙겨서 덜 억울하고 싶다.

그러니까. 세상은 더 좋아져야 한다.
용달아저씨 같은 분들을 앞에 세우지는 않더라도 뒤에 놓고 가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 나도 마음 놓고 두다리 뻗고 이리저리 재지 않고 착해질 수 있을 텐데... 아아 착하고 싶어..
뭔가 방법이 없을까. 답답쓰...


그리하여 다르게 살려면 유능해져야 한다.
- P10

-기본소득청소년 네트워크 BIYN, Basic Income Youth Network-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기특하거나 불쌍한 청년이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입니다. 그건 곧 자기 자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지 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굳이 ‘기특’이나 ‘불쌍’같은 우회로를 선택할 이유는 없지요.˝
- P98

회사 밖이 지옥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을 때만 회사 안도 전쟁터가 아닌 것이 된다. 그때야 비로소 모두가 불안을 무릅쓰지 않고도 ‘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P144

우리는 서로 달라도 이해할 수 있다. 관계의 밑바탕에 동질감이 있을 때보다 가치 판단 없는 지적 이해가 있을 때, 나는 훨씬 더 안정감을 느낀다. 동질감은 대체로 착각이거나, 진실이라 해도 쉬이 흩어질 수 있는 것인 반면, 지적인 이해는 시간과 함께 축적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 당신이 나와 같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일러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처럼, 나는 시간을 들여 공부함으로써 당신을 이해한다. 그런 이해를 통해 나는 당신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P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는 모른다. 그 시절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아주 천천히 스며들어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_
그 모든 일들을 아직 해석할 능력이 없던 나날들. 이미 벌어지고 있는 데도 현실감이 없었던 남의 기억같은 기억들. 아팠는 데 이게 아픈게 맞는지 누구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었던.
_
또렷한 기억은 없는데, 몸에는 그 시절의 감정들이 안 빠진채로 남아 있었나보다. 이 섬세한 영화가 가져다주는 어떤 분위기로 인해, 깊은 수영장에 멋도 모르게 빠져 텀벙대며 코로 귀로 물을 먹는 사람처럼 엄청 다양한 감정들이 마구마구 밀려들어 힘들었다.
_
시간이 흘러 이론이, 경험이, 언어가, 관계가, 그러니까 이게 무슨일인지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꽤나 쌓였는 데도 여전히 나는 삶에 당한다. 나는 이렇게나 자랐는 데도, 세상 똑똑한 척은 다하는 데도,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현실은 불가해하다. 이해하려 하면 할 수록 이해할 수 없음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어떤 일은 청맹과니처럼 멍하게 지나가게 두다가 잠깐 울 것 같은 순간이 오면 아, 왜 이러지? 돌아보고 겨우 수습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해석해 보거나. 이것도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어찌어찌 생겨난 삶의 기술일 뿐, 대체적으로는 해석이 되지도 않거니와 이해해낸 것 같다 하더라도 후련한 건 아니다. 그래도 사건에 말과 글을 입히고 나면, 그 순간 만큼은 견딜만해진다.
_
은희를 보면서 20년 전, 소녀시절의 무력감이 많이 생각났다. 함께 영화를 본 동생은 그때 너무 힘들었다고 지금이 더 낫긴 한 것 같다고, 그런데 지금은 지금 대로 또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고 했다. 나 역시, 실감한다. 내가 커진 만큼 세상도 무거워졌다는 걸. 2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기억할 때도 오늘 처럼 슬퍼서 눈물이 나면 어떡하지? 아 인생은 원래 이렇게 슬픈건가요, 아니면 내가 우울증인가요...쿨쩍😿왤케 만날 눈물이...
_
매일 관계가 무너지고, 어느 날은 다리가 무너지고,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그럼에도 계속 견디고 사랑하려는 은희를 꼭 안아주고 싶었고, 영지샘 손도 꼭 잡아주고 싶었다. 적고보니 내가 나한테 해주고 싶은 거란걸 알겠다. 무기력한 소녀였던 나를 안아 일으켜주고 싶고, 잃어가면서도 남은게 많아 방향몰라하는 지금 나의 무력한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다. 위로와 안녕이 필요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10-1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0-10 21:06   좋아요 0 | URL
좋아용❤️ 가대기대
 

인생의 꿈이 있다면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던 또래의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다. 어머, 혹시 bts의 아미세요? 라고 놀리듯 맞장구 쳤지만 그 진심을 담은 이쁜 말이 마음에 남았나보다.
영향력, 그리고 선한.
_

영향력. 구체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바지런히 글을 읽고 또 쓰고, 어떤 이야기는 공개된 이런 곳(?)에 올리는 것을 보면 어쨌든 혼잣말만 계속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논쟁적인 부분은 피하고 싶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 - 요즘은 취향, 이라던가 취미, 라던가 일상- 물론 이러한 것들 역시 매우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누군가에 닿는 그부분이 어딘가를 찌르는 그부분이, 가벼운 류의 사색을 불러일으키거나 감응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 영향. 그러나 ‘력’의 형태는 아니었음 좋겠다. 영향은 있되 힘은 없었으면. 그저 흘렀으면.
_
선한. 믿지 않는다. (물론 나는 칸트를 좋아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선’하다는 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삶의 대부분기간동안 나는 선하다고 스스로를 포지셔닝해왔다. 누군가 못된 짓을 해도 그의 의도는 그렇지 않을거라 좋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따져보니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고약하게 굴었다면 그건 의도가 선하다는 강한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어떤 행위를 추동하는 강한 명분, 그 힘. ‘선’은 쉽게 왜곡되고 이용된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안타깝게도 많은 부정의는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이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현대의 법이 의도가 아니라 행위만을 처벌하고 심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음, 무엇이 선한가를 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선한 의도’를 변명삼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을 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는 말, 맘껏 미워하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거,, 비겁하잖아. 물론 누군가의 ‘선함’을 배배 꼬아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건 제쳐두고-
_
만약 나에게 #선한 영향력 이란 게 있다면 그건 ‘선’에 대한 조심스러움 인 것 같고 아주 ‘최소한’의 영향(력)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
_
그런데 말이다... 오늘 집에가면서 마시라고 동료에게서 4캔 만원 맥주 중 1캔을 받았는 데, 그게 그렇게 선한 영향력인 것 같은 거다.... 그리고, 만원버스에서 들고 있는 가방 이리달라는 아주머니의 세상 감사한 오지랖.. 뭐, 요런 아주 미미하고 작은 일상의 배려심... 이것이 선한 영향력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 덕분에 선한 의도 따위 훗- 하던 내가 문득 선해져버리고 싶어져버렸다는 것이다... 🥺ㅋㅋㅋ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와같다면 2019-10-0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한 영향력.. 이란 말이 왜 이리 뭉클하죠?
언젠가 중학생 조카에게 이모는 너가 공부를 잘 하는 사람보다 ‘선한 영향력‘ 을 지닌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저의 꿈도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이였습니다

공쟝쟝 2019-10-07 19:25   좋아요 1 | URL
뉘집 조카인지 선한 영향력을 듬뿍 받고 그렇게 자라겠네요🤗🤗 저도 무심코 지나쳤던 말인데 마음에 자꾸 밟혀서 글을 써 보았어요! 나와,,님의 꿈⭐️은 이루어집니다! 이미 이루시고 계신 걸 지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