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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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주말마다 한 권씩 보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지난번까지 해서 NOON 세트를 마감하고 오늘부터는 MIDNIGHT 세트 시작이란다.

MIDNIGHT 세트 1권은 체코의 작가 프라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책이란다. 아빠의 독서기록을 찾아보니 이 책은 아빠가 17년 전에 읽은 적이 있더구나. 벌레로 변한 주인공나중에는 주인공이 꿈에서 깨어날 것이라 예상하면서 읽었는데 그것이 꿈이 아니고 그냥 그것이 현실로 끝나는 것에 약간은 당황했던 기억이 있구나. 17년 전에 읽은 책에는 <변신>을 포함하여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줄거리가 생각나는 것은 <변신> 하나뿐인 것을 보니, <변신>이 명작이긴 명작인가 보구나.

하지만 <변신>이라는 소설에서 풍기는 우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때문인지 아빠는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의 다른 책을 마구 읽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더라.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가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사 둔 책은 두어 권 있었는데 아직 펼쳐보지는 않았어. 아무래도 <변신>이라는 소설의 분위기 때문에 다른 책들도 쉽게 못 펼치는 것 같음.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는 신경 쇠약 등 건강이 좋지 않아서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였다고 하는구나. 불쌍하구나.

 

1.

소설 <변신>은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어. 이번 책에는 <변신> <시골의사> 이렇게 두 작품이 실려 있단다. <변신>에 대한 이야기만 간단히 해줄게.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 아직 이십 대 초반의 총각인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단다. 아버지는 5년 전에 사업이 망하고 집에서 백수로 지내고, 엄마는 전업 주부이고 여동생 그레테는 열일곱 학생이었어.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것이 즐거운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었어. 그러던 어느날 그레고르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자신이 커다란 벌레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돼. 목소리도 이상하게 변하고 움직이는 것도 제 맘대로 안되고 그랬어. 당황하여 어떻게 할지 모르고 출근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방에서 나갈 수가 없었어.

출근 시간이 지나자 회사 지배인까지 방문했어. 밖에서 식구들과 지배인의 계속된 독촉으로, 그레고르는 결국 문을 열고 흉측한 벌레로 변한 자신을 보여주었어. 다들 깜짝 놀랬어. 당연하겠지. 비록 벌레로 변했지만, 희망을 가졌어. 다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변할 거라는 희망.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놀래면 안되니까 방에서 혼자 지냈단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그의 모습을 돌아오지 않는 거야.

회사를 못 나가니 돈을 못 벌고, 집에 사정이 점점 안 좋아졌어. 식구들도 처음에는 그런 그레고르를 동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레고르를 외면했어.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 아버지는 경비로 일하게 되었고, 엄마도 소일거리를 찾고, 동생도 가계에서 일하게 되고, 집에 빈 방에 하숙생들도 들였어. 진작에들 그레고르의 어깨의 짐 좀 덜어주지그가 회사의 그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벌레로 변해 버리기 전에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식구들은 그레고르를 그레고르로 보지 않고 벌레로 보기 시작했어. 먹는 것도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닌 벌레가 먹는 것을 주고, 아버지는 그를 보면 공격하기도 했어. 더 시간이 지날수록 식구들은 그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았어. 조그마한 방 안에서 몸도 움직일 수 없는 그는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결국 죽고 말았단다.

무엇이 그레고르를 벌레로 만들었을까. 아빠가 생각하기에 집안에서 가장 역할의 부담감,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를 벌레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구나. 소설 속 벌레는 현실에서는 불치병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구나. 불치병에 걸린 이를 외면하는 가족이 적긴 하겠지만, 그 병이 계속 길어진다면고칠 수 없이 죽음만 기다리는 것이라면그런 측면에서는 그동안 식구들을 위해 그레고르가 애써 온 것을 생각하면 식구들이 무척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라면 곤충이 아니라 더 흉측한 모습을 바뀌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함께 아파했을 텐데 말이야. 아마 대부분의 식구들이 그렇겠지? 소설 속 식구들이 비정상이겠지? 명작이라고 하지만 공감이 안가는 그런 소설이었음.

 

PS:

책의 첫 문장: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책의 끝 문장: 잘못 울린 야간 비상벨 소리에 덜컥 응했다가-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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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6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나잇 세트 시작하셨군요. 17년전에 이미 읽으셨다니 대단하십니다~!! 갑충(?)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

보물선 2022-05-2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는 어쨌든 징글 ㅋㅋ그레고리 불쌍~
 














(6-7)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소통 능력을 키워 주기도 합니다. 철학이 정립된 사람은 말과 글에 모호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에서도 그 뜻과 의도를 재빨리 파악합니다. 그런 면에서 철학이야말로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실용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20)

그러나 이성적 존재인 사람은 모든 가격을 뛰어넘기 때문에 가격으로 따질 수 없는 존엄성을 지닌다. 따라서 인간은 그 무엇과도 교환할 수 없으며, 그 존재만으로 존엄성을 지닌다는 게 칸트의 생각이다. 자신의 자녀가 아무리 못났더라도 남의 자식과 교환하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지 않은가. 다만 칸트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에 대해 한가지 조건을 달았다. 도덕적 자율성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만이 존엄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맹목적인 욕망에 따르지 않고 자율적 판단에 따라 도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성을 지녀야만 존엄성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24-25)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칸트가 말한 자율성을 추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즉 본인의 도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 인간을 수단으로만 삼아도 될 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존엄성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자본주의도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기술 발달과 자본 축적을 도모해야 한다. 인간을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사례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철학의 쓸모도 여전할 것이다.


(39)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화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술에 취하고 욕정으로 가득 차고 고마운 줄 모르고 욕심 많은 야망의 노예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나는 매일 만나야 한다.”

세네카가 약 2,000년 전에 지목한 사람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이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면 가끔 술 취한 사람들이 악취를 풍기고 주정을 한다. 일터에는 배려심 없는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친절과 배려를 베풀어도 고마움을 모르고, 오히려 제 욕심을 채우느라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학교에 가면 팀 활동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채 얌체처럼 무임승차하는 친구가 있다. 앞에서는 친한 척하면서 뒤에서는 흉을 보는 친구도 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세네카가 살았던 시대에 비교하면 안락하고 풍요롭지만, 복잡한 사회 속에서 날마다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스트레스와 화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43)

세네카는 인간이 화를 내는 주된 이유는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오만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를 내는 이유가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오만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를 내서 상대를 제압한다고 해도 결국 화를 낸 사람은 지는 것이다. 세네카는 화가 났을 때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거울 속 화난 모습과 평소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65)

쇼펜하우어는 독서를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을 다른 사람이 대신 깨우쳐 주는 것으로 단언했다. 독서에 대한 지독한 악평이다. 그러니까 독서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과정을 무턱대고 뒤따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미리 그려 놓은 점선을 따라 펜으로 덧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을 깊이 하다가 책을 읽으면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쇼펜하우어는 단언한다. 결국 독서를 하는 동안의 머릿속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노니는 놀이터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독서에 대해 이보다 더 가혹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또 있을까?


(109)

노자의 <도덕경>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무위자연설(無爲自然設)에 관한 것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허무하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방관하라는 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이란 모든 억압과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자연의 흐름과 함께하면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110)

<도덕경> 40장에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대로 가는 것이 도()의 운동성이라는 뜻이다. 노자는 모든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기 마련이며,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은 결국 위험할 길일 수 있다고 설파한다. 많은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역발상이야말로 노자의 전체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남들이 모두 가려고 하는 길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 길은 외로운 길이며, 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은 더더욱 선택하기가 어렵다.


(125-126)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유로운 풍요 속에서 느끼는 행복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은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가 행복이라 여기는 물질적인 풍요,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 온갖 종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일 뿐이지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理想)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스승 플라톤과는 달리 현실적이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육체적 쾌락의 욕구, 명예욕, 물질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7)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종교는 왜 이토록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까? 그것은 여전히 과학 지식으로 풀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달한 시대라고 해서,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의 공포가 완전히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도로 과학이 발달한 초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더더욱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 상징적인 예로, 첨단과학이 집결해 있는 자동차를 세워 두고 안전 운전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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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5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5-25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10대를 위한 철학 읽기 수업이라...
그냥 윤리 교과서를 읽는 게 훨씬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고교 철학 교과서...좋은데...

bookholic 2022-05-25 23:47   좋아요 0 | URL
나중에 저희 애들이 고딩이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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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2년 아빠가 즐겨 보던 녹색평론이 이런 저런 이유를 1년을 쉬기로 한 해란다. 녹색평론을 통해 지구의 환경 문제, 기후 문제에 대한 글을 많이 읽었단다. 그러다 보니 지구 문제, 기후 문제에도 관심이 가게 되고 그와 관련된 책들에도 눈이 가곤 한단다. 이 책도 책 제목을 보고 어떤 책인가 싶어서 자세히 보다가 지은이를 보고 살짝 놀랬단다.

아빠가 좋아하는 분이셨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그 동안 정치를 그만두시고 무슨 일을 하시나 싶었는데, 엄청 좋은 일을 하고 계시고 있었더구나. 정치권에서 물러나신 것이 2008년이었고, 그 이후 다시 원래 자리인 법조계로 돌아오셨대. 그리고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문명과 생태 공부를 하셔서 지구 환경과 생태에 관한 공부를 계속 하셨다고 하는구나. 2015년에는 지식공동체 지구와사람을 창립해서 활동하고 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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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지구와사람은 학교를 목표로 한다. 만나서 배우고 가르치고 교류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구와사람은 처음부터 학술 교육 문화의 세 영역을 미션으로 설정했다. 문화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작업을 통해 학습과정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규모의 모임에서 이런 목표를 추구하며 운영해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자주 한계에 부닥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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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있을 때고 그랬지만, 그 분야를 떠나서도 계속 멋지시구나. 이렇게 지구 환경과 생태를 공부하셔서 몇 년 전에 강금실 장관님이 녹색당 회원이 되고, 녹색당을 지지하셨던 거구나. 지구와 생태에 대해서 공부하신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내력도 만만치 않으실 것 같고, 이런 분들이 탄소중립 시대에 꼭 필요한 분인데 현실은 강금실 장관님과 가장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 권력을 잡게 되었으니 안타깝구나.


1.

산업혁명 이후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황폐화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간의 서식지를 위해 너무 많은 자연이 사라졌다는 데 있단다. 산업문명 초기 지구에서 인간의 서식지는 14%였는데, 지금은 77%라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예전에는 14%의 땅에서 지구를 망가뜨리고, 나머지 84%의 땅이 자정 능력으로 지구 환경을 살려냈는데, 지금은 77%의 땅에서 지구를 망가뜨리고, 나머지 23%의 땅이 자정 능력으로 지구를 살리려고 하니, 그게 역량 부족이 되어버려서 결국 지구가 점점 황폐화되고 있는 거지.

기후 변화도 다 이런 원인으로 일어나는 거야. 지구의 평균 기존이 산업화 시작 대비 1.5℃가 넘어가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다고 하는데, 1.5℃ 넘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언제 넘느냐가 관건이 되고 말았단다. 현재 1.09℃ 까지 높아졌다고 하는데, 그 정도만 해도 온갖 기상 이변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남극과 북극의 빙하들이 녹아 내리고 있으니 말이야. 1.5℃가 넘어가면 얼마나 많이 기상이변과 우리가 모르는 전염병들이 생겨날까. 그리고 1.5℃를 넘기면 땅 속에서 저장되어 있는 온실가스가 방출되게 되어 그 이후 기온 상승은 더 가파르게 진행된다고 하는구나. 무서운 이야기들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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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지구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비선형적으로 작용한다. 환경의 비선형 변화가 갖는 위험은 현재 물리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범위 밖으로 나갈수록 증가한다. 어느 부분에서 언제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재앙이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가령 기온이 1.5도를 넘을 경우, 빙하가 녹아서 전 지구적으로 해수면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산악지대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매장되어 있던 온실가스가 방출될 수 있다. 결정적인 위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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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장관님이 법조계에 있다 보니, 환경과 생태 문제에 접근할 때에도, 법과 함께 생각하셔서 지구법학이라는 것도 이야기해 주었단다. 지구와 자연에도 권리를 인정하자는 것이란다. 사람에게는 인권이라는 것이 있고, 동물들의 권리를 생각해야 하는 동물권이라는 것도 있고, 그렇다면 자연과 식물의 권리는? 2008년 에콰도르에서는 국민투표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지구법학이 중요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관심들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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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지구법학은 생태위기에 답하기 위해 창안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학이다. 지구법학은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지구와 인간의 상호 증진적 관계를 지향하는 지구 중심적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면서 다듬어졌다. 산업문명과 근대법이 생명과 자연을 취급하는 생각과 방식에 근본적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새로운 세계관과 법 제도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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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에게 시간이 없단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너무나 낙관적인 믿음이 있어 그 사태를 더 키워온 것 같구나. 기후 변화? 뭐 누군가 해결책을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겠지? 이렇게 말이야. 하지만 기후 변화는 누구 한두 명이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모두가 노력을 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쉽지 않은 것 같구나. 앞으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해야 할 것들은 점점 뒤로 미루고시험 벼락치기처럼 탄소중립이라는 것을 될 수 없을 텐데, 다가올 미래가 좀 두렵기도 하구나.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조심씩 노력하자꾸나. 그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불편한 일이 있더라고 감수하자꾸나. 그것이 지구를 살리고 미래를 살리는 법 아니겠니.


PS:

책의 첫 문장: 존 레논의 <이매진>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근무할 당시 틈틈이 즐겨 듣던 노래다.

책의 끝 문장: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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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23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구법학회라는게 있었네요
저자는 강금실 변호사구요^^

bookholic 2022-05-24 23:58   좋아요 1 | URL
책 읽을 때는 인지를 못했는데
그레이스 님께서 말씀해주시니, 지구법학과 강금실 변호사님이 그렇게 이어지는군요..^^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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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주 독특한 제목과 강렬한 표지로 눈을 끄는 책이 하나 있었어. 아빠가 이번에 읽은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이라는 책이야. 어때? 책 제목이 무서우면서도 거창하지 않니? 거기에 피가 책 위로 줄줄 흐르는 책표지. 이런 출판사는 이런 책표지로 아빠의 눈을 끌어내는데 성공을 했단다. 아빠는 책에 대한 소개와 리뷰 평점을 보니, 더욱 호기심이 가는 책이어서 바로 읽어보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그래디 헨드릭스라는 미국 사람으로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사람이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눈여겨 봐야겠구나. , 오늘도 밀린 독서 편지를 따라잡기 위해서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1.

때는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올드 빌리지라는 곳에 퍼트리샤라는 전업 주부가 있었어. 결혼 전에는 간호사로 일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주부로 엄마로 아내로 열심히 살았단다. 코리, 블루라는 두 아이가 있었는데 모두 십대였단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서 십대 청소년 둘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어. 거기에 노망난 시어머니 메리도 모시게 되었어. 그린 부인이라는 간호사가 시어머니를 시중들기는 하지만, 퍼트리샤에게도 부담이 많았지. 이런 집안 사정이다 보니 퍼트리샤는 힘들었어. 동년배의 어른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아 북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 북클럽의 리더가 선택한 책들이 너무 어려운 책이라서 제대로 읽지 못하고 북클럽 모임에 참석을 했어. 리더한테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 소리 들었지. 그런데 그 리더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도 모두 퍼트리샤와 마찬가지였던 거야. 모두들 책을 읽지 않고 모임에 참가한 거야. 그래서 그들은 리더를 빼고 따로 모여서 스릴 넘치고 잔인하지만 재미있는 범죄실화소설을 읽었단다. 처음에는 한번 그렇게 읽으려고 했는데, 그 범죄실화소설들이 재미있고 서로 이야기들도 잘 맞아서 계속 이어갔단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북클럽은 딱히 북클럽 아닌 북클럽이라고 했어. 북클럽이라고 하기에는 읽는 책들이 좀 그래서 말이야. 자신들도 자신있게 북클럽이라고 하지 못했던 거지 ㅎㅎ

이 책에는 곳곳에 유머 코드가 담겨 있는데, 이걸 너희들에게 잘 전달하기가 쉽지 않구나. 아무튼 그들의 멤버는 퍼트리샤, 그레이스, 키티, 메리 엘런, 슬리크 이렇게 다섯 명의 아줌마들이었어.

어느날 저녁에 퍼트리샤는 쓰레기를 버리러 집밖에 나갔다가 동네에 노망나서 실성한 새비지 부인이 갑자기 퍼트리샤를 공격했어. 퍼트리샤는 귀를 물려 귀가 잘리는 사고가 나고 말았어. 다행히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세비지 부인은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며칠 못 가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퍼트리샤는 귀에 남편이 선물한, 아끼는 귀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새비지 부인은 귀를 물어뜯으면서 같이 먹고 말았어. 그래서 그걸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걱정 말라며 그거 공짜로 얻은 것이라고 하는 남편… (ㄱㅌxwzzzㄴㅎ 뭐냐 이 남편.. 분위기 파악 못하고 ㅎㅎ)

퍼트리샤는 착한 스타일의 아줌마인데 비록 자신을 공격한 새비지 부인이었지만, 장례식에 가지 못해서 미안함에 새비지 부인의 집에 찾아갔단다. 새비지 부인의 조카가 그 집에 있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려고. 노크해도 아무런 소리가 없어서 문을 열었더니 문이 열리고 어두컴컴한 집 안에는 조카가 침대에 누워 죽어 있는 거야죽은 지 얼마 안된 것 같아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했어. 그래도 전직 간호사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는 단지 잠들어 있던 것이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퍼트리샤에게 화를 냈단다. 이런퍼트리샤는 당황했어. 인공호흡이지만 모르는 남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창피함과 당황함을 들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단다.


2.

며칠 뒤 퍼트리샤의 집으로 찾아온 새비지 부인의 조카(그의 이름은 제임스 해리스)가 며칠 전 화를 낸 일을 사과하겠다고 했고, 퍼트리샤도 같이 사과를 하면서 그와 친해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는 이상한 병이 있었어. 어렸을 때 늑대에 물리고 나서부터 햇볕을 보지 못하는 체질이 되었대. , 이쯤 되면 제임스가 소설 제목 속의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겠지? 물론 퍼트리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그가 도움을 청할 때 이일 저일 도와주었어. 그와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북클럽 이야기가 나왔고, 제임스도 그 북클럽에 들고 싶다고 해서 좋다고 했어.

북클럽 모임을 퍼트리샤의 집에서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퍼트리샤의 시어머니 메리가 제임스를 보고 난동에 가까운 발작을 하셨어. 제임스를 보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라고 소리를 질렀단다. 그래서 그날 북클럽은 흐지부지되었고, 퍼트리샤는 시어머니의 일로 나중에 제임스에 정중한 사과를 하게 되었어.

어느 날 밤에 집 주변에 낯선 남자가 서성거리는 거야. 그날따라 남편 커터는 아직 퇴근전인데 말이야. 그때 제임스가 찾아와 안심을 시키고 커터가 오기 전까지 같이 있어 주었어. 이렇게 제임스는 이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을 사게 되었어. 북클럽의 남편들과도 친해져서 부동산 투자도 같이 하자고 제안해서 그 부동산이 값이 오르면서 돈도 벌게 되었단다.

한편 시어머니 메리 부인은 틈만 나면 제임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호이트라고 계속 이야기했어. 사진도 가지고 있다고 했어. 어느날 파티 때문에 외출하고 집에는 메리 할머니와 메리를 돌보는 그린 부인만 있었어. 그런데 알 수 없는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의 쥐떼의 공격을 받아 메리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린 부인은 중상을 입는 일이 일어났단다. (이 일도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제임스의 짓이었던 거야.)

퍼트리샤는 키티와 함께 그린 부인이 살고 있는 마을로 찾아갔어. 그린 부인의 부상이 어떤지도 보고 미안함에 사례금도 주고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그 마음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거야. 최근 들어 아이들이 자살해서 죽거나, 약에 취해 아픈 것 같거나 이유 없이 사라지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거야.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사고가 날 때면 여지없이 낯선 흰색 밴이 있었대. 그린 부인은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차번호까지 적어 두었어. 퍼트리샤는 흰색 밴을 갖고 있는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지. 바로 제임스그래서 그의 집에 가서 차 번호판을 봤는데, 일부분이긴 하지만 차 번호도 일치했어.

퍼트리샤는 다시 그린 부인의 마을에 가서 최근에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 한 소녀의 집을 찾아갔어. 밤에 찾아갔었는데, 그 소녀는 자신의 방에 없었어. 그 소녀의 엄마는 깜짝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고, 퍼트랴사는 주변을 찾아보았어. 그리고 숲 속에 차가 한 대 있는 곳을 보았고, 차 안에는 그 소녀가 약에 취해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아니 먹고 있는 제임스가 있었단다. 깜짝 놀라 그 자리를 피해서 그 소녀의 집에 왔어. 얼마 뒤 경찰들이 그 소녀의 집에 왔을 때, 그 소녀는 침대에 자고 있었단다. 아니 어떻게?

이 일이 있고 나서 퍼트리샤는 제임스를 범죄자이자 뱀파이어로 의심했단다. 햇볕을 싫어한다는 등, 죽은 시어머니가 수십 년 전에 그를 봤다는 등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들이 생각났어. 북클럽 멤버들은 자신의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고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제임스가 뱀파이어라고 이야기했어. 처음에는 멤버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무시했단다. 하지만, 퍼트리샤가 강력히 주장하니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단다. 그런데 앞으로 무얼 해야 하지? 북클럽 멤버들이 제임스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된 남편들이 단체 행동을 했단다. 그들은 제임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거든. 그리고 제임스까지 데리고 와서 말도 안 되는 말을 소문 퍼뜨린다고 사과를 하라고 했어. 남편들은 아내의 말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제임스 편을 들었어. 이 세상 모두가 뭐라 해도 아내의 말을 끝까지 믿어줄 남편이 그러면 되나… (, 아빠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점에 대해서는 좀 반성 좀 해야겠구나.. 엄마의 말이 가끔 아빠의 상식선에서 생각할 때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엄마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니반성합시다.)

아무튼 남편들의 강압적인 기세에 하나둘 아줌마들이 제임스에게 사과를 했단다. 하지만 퍼트리샤는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어. 퍼트리샤는 화가 나서 자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면제를 과도 복용하여 정신을 잃고 병원신세까지 지고 말았단다.

….


3.

그 일이 있고, 3년이 지났어. 동네의 북클럽은 활성화되어 수십 명이 모이는 북클럽이 되었고, 퍼트리샤는 그 옛날 일은 잊고, 아니 잊으려고 했고, 제임스와도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는 척을 했단다. 하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제임스를 의심했어. 이젠 예의 북클럽 멤버들도 더 이상 퍼트리샤의 말을 믿지 않았어. 더 외로운 싸움의 시작.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아줌마가 아니지우리나라 아줌마들만 멋있는 줄 알았더니 미국의 아줌마들도 멋있구나. 더욱이 제임스의 손아귀가 건너 마을이 아니라 우리 마을까지 덮쳐 왔단다. 북클럽의 멤버도 그에게 당했고, 퍼트리샤의 딸 코리도 당했어. 하지만 이걸 남편 커터에게 이야기해봤자, 옛날 이력을 이야기하면서 퍼트리샤의 말은 믿지 않겠지.

퍼트리샤는 혼자 움직일 수밖에 없었지.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말이야. 나중에는 그린 부인이 도와주긴 하지만 말이야. 퍼트리샤는 몇 번의 위험을 무릅쓰고 제임스의 집에 잠입을 하고, 제임스의 다락방에서 시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이걸로 완전한 증거를 잡은 거야. 하지만 그걸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어. 남의 집 다락에 들어간 것이 범죄가 되니 말이야. 경찰이 정신 병원 이력이 있는 아줌마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 뻔하고 남편도 뭐, 말 할 것도 없고

퍼트리샤는 다시 북클럽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이는 우리 밖에 없다고제임스에게 당한 멤버가 한 명(누구였는지 기억이…)이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해결을 해? 경찰들 남편들 도움 없이? 답은 단순했어. 그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것이지. 그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벌레다, 그런 마음으로 말이야. 제임스의 집으로 출동하는 퍼트리샤의 아줌마들마지막은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유쾌한 소설이 잘 나가다 비극으로 끝날 수도 없고, 결론은 예상하듯 잘 정리되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단다.

그야말로 이 소설은 엄마 파워,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가장 유쾌한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었나 싶구나.

한마디 외치고 오늘 독서 편지는 마치련다. “아줌마 파이팅.“


PS:

책의 첫 문장: 이 이야기는 피로 끝난다.

책의 끝 문장: 진땀나게 만들고 불안감을 조성하면서도 처연한 범죄실화소설의 걸작을 원한다면 <내 곁의 이방인>보다 나은 작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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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장난이 아니라고. 개별 학생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 학생의 뛰어난 점이 보였을 뿐이고, 내가 모두에게 A를 준 것은 무슨 얼치기 평등주의를 실현한 것이 아니라 각 학생 고유의 두드러지는 점에 점수를 준 것이라고. 나는 어떤 학생이건 점수나 시험 성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느꼈다. 어떤 환자든 그렇게 할 수 없듯이. 그 학생의 다양한 면면을 접해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그들의 공감 능력과 배려심, 책임감과 판단력 같은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자질은 또 무엇으로 평가한단 말인가?


(236-237)

나는 글쓰기 행위를 통해서 글을 쓰는 동시에 생각을 발견하는 쪽인 듯하다. 어쩌다 깔끔하게 딱 완성되는 글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차례 다듬고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같은 생각을 여러 가지로 표현해보는 내 스타일 탓인 듯하다.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들이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와 문장 중간에서 글의 주제와 결합해 발전하곤 한다. 그런 경우에는 괄호 안에 넣거나 종속절로 덧붙여 때로는 문장 하나가 단락 하나 길이가 되기도 한다. 형용사 여섯 개가 쌓여 더 적확한 문장이 될 수 있는데 다 쳐내고 하나만 쓰는 것은 결코 내 방식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세계는 온통 촘촘하고 빽빽하기만 하다. 이것을 글에 다 담으려다 보니(클리퍼드 거츠(1926~2006, 미국의 인류학자)가 말하는) “두툼한 기술(thick description)”이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글의 짜임새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쇄도하는 생각들에 도취해 올바른 구성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글쓰기에서는 때때로 냉철한 머리와 평정심으로 돌아보는 시간이 넘쳐흐르는 창조의 샘만큼이나 중요하다.


(453)

이처럼 뇌의 여러 영역에서 두루 일어나는 신경세포 발화의 상호작용과 동기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뇌 지도들 간의 무수한 연결점(시냅스 synapse)이다. 양방향으로 신호를 전달하도록 연결된 시냅스는 수많은 신경섬유로 이루어지는데 많으면 수백만 가닥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의자를 손으로 만졌을 때 오는 자극이 한 세트의 지도에 작용한다면, 의자를 눈으로 보았을 때 오는 자극은 다른 세트에 작용한다. 한 의자의 지각 처리 과정에서 이들 지도 세트 사이에서 신호 재입력이 일어난다.


(475)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현재 1,000권에 육박한다.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형 일기장에서 큰 책만 한 것까지 모양도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나는 꿈속이나 밤중에 생각이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 항상 머리맡에 공책을 놔두고, 수영장이나 호숫가, 해변에도 웬만하면 한 권 놔둔다. 수영은 생각이 굉장히 활발해지는 활동이어서 특히 완성된 문장이다 단락으로 떠오르면 곧바로 나가서 써놔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글을 완성하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었다.


(476)

편지 역시 내 인생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편지는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다 좋아한다. 편지는 사람들, 중요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매개체다. 글쓰기가 잘 안 될 때도 편지 쓰기는 무리 없이 잘되는 경우가 많다. ‘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든지 간에 말이다. 나는 내가 받은 모든 편지를 보관할 뿐 아니라 내가 쓴 편지까지 사본으로 보관한다. 내 인생의 많은 부분(가령 처음 미국에 와서 많은 중대한 사건을 겪었던 1960년대)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위해 오래된 편지들을 다시 읽노라니, 이 편지들이 내 인생의 보물임을 새삼 깨닫는다. 잘못된 기억과 변덕스러운 기분으로 착각했던 온갖 오류를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477)

글쓰기는 잘될 때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잡념이나 근심걱정 다 잊고, 아니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오로지 글쓰기 행위에 몰입하는 곳으로, 좀처럼 얻기 힘든 그 황홀한 경지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쉼 없이 써내려간다. 그러다 종이가 바닥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날이 저물도록, 하루 온종일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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