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양자 공부 - 완전히 새로운 현대 물리학 입문
김상욱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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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과학의 한 분야인 양자역학. 아주 가끔씩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을 읽었어. 어려웠단다. 그러다가 작년에 김상욱님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를 읽고 어렴풋하게 양자역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책을 읽고 나서 김상욱님의 책을 검색하다가 <김상욱의 양자 공부>란 책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 공부>란 책만 읽으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상욱님이 늘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들면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이야기 하시지만 말이야.

그렇게 김상욱님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김상욱님께서 <알쓸신잡 시즌3>에 나오시더구나.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반갑더구나. 올해는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을 좀더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첫 번째로 김상욱님의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읽었단다. 알찼어.  그리고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과학 분야인데, 김상욱님은 인문학적인 비유도 많이 하시고, 소설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하셨어.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 같았어. 그래서 그렇게 말을 깔끔하게 잘 정리해서 이야기 하나보다.

1.

요즘 너희들이 무쩍 자주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원자잖아. 밥도 원자로 이루어졌어? 나도 원자로 이루어졌어? 그럼 원자가 원자를 먹는 거야? 등등그래,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단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들, 그리고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얼마나 텅 빈 공간이냐면, 수소 원자 한 개를 서울시만큼 크게 확대를 해 놓으면 원자핵은 농구공만 하고, 전자는 서울의 외곽 부분에서 돌아다니고,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모양이 원자야. 그런데 그 크기는 너무 작아서 눈이 보이질 않아.

그럼 양자역학은 무엇이냐그 원자의 운동, 특히 원자의 외곽을 돌고 있는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란다. 양자 역학이 등장하기 전에, 전자를 고전 역학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했어. 그러다가 이중 슬릿 시험을 통해서 전자가 파동의 성질인 중첩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어. 그 전까지는 당연히 전자는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중 슬릿 실험은 전자가 파동성을 가진다는 결과가 나온 거야. 그러니까 과학자들은 멘붕이 올 수 밖에 없었어. 그 전까지는 입자성질과 파동성질을 모두 가진 물질은 없었거든.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전자 하나하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즉 측정을 하면 전자는 입자의 성질만 보이고 파동의 성질은 사라진다는 거야.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에서는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이란 것이란다. 코펜하겐에 보어라는 과학자가 이끄는 연구소에서 연구한 내용이라서 그렇게 불러. 이런 이중성은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에서 발견된다고 했어. 전자와 같이 작은 입자들의 세계인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래서 거시세계에는 뉴턴의 고전역학이, 미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에 의해 입자는 움직인다고 했어. 그러면 어느 크기까지 미시세계에 포함되는 것일까? 어디까지 양자역학으로 움직이고 어디부터 고전역학으로 움직이냐 말이지그래서 시험을 해봤대. 전자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입자로 이중 슬릿 실험을 해보았대. 아주 간혹 중첩의 현상이 나왔다는 거야. 그러면 왜 파동의 성질이 적어진 것일까? 입자가 커지면 누군가에 의해 측정이 될 확률이 높았던 것이야. 측정의 주체는 인간이 아닌 이 세상의 모든 물질에 해당되는 것이거든. 이런 걸 결어긋남이라고 이야기하더구나. 그러니까 슈뢰딩거가 고양이를 예를 들어 양자역학을 비판하려고 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해졌어. 고양이가 너무 커서 완벽하게 결어긋남이 일어나서 파동의 성질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야. (아빠가 중간중간 설명을 뛰어 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 편지를 읽기 전에 작년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를 읽고 쓴 독서편지를 한번 다시 읽고 읽어주길 바란다. 그걸 감안하고 이번 독서 편지를 쓰고 있는 거야.)

2.

전자처럼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 또 있었어. 바로 빛이란다. 막스 플랑크라는 사람이 빛 에너지가 띄엄띄엄 불연속적이라는 발견하여 입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아인슈타인이 빛이 입자라는 것을 발견하여 광양자설을 내놓고 그것으로 노벨상까지 탔단다. 처음에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모두 인정하게 되었단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었어.

, 그럼 전자도 빛 에너지처럼 띄엄띄엄 존재하는가? 그렇단다. 전자는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면 궤도를 이동하는데,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궤도로 바꿔버려.. 보어는 이 현상을 보고 점프한다고 했고, “양자도약이라는 말로 사용했어. 전자가 사라졌다가 다른 궤도에서 나타난다고? 이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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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정상 상태는 불연속적이다. 쉽게 말해서 전자의 원운동 궤도가 공간적으로 띄엄띄엄하게 존재한다. 양자 역학이 원래 띄엄띄엄함의 학문이라 그 자체는 그래 놀랍지 않다. 문제는 띄엄띄엄한 궤도들 사이를 전자가 이동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오직 정상 상태의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웃한 두 궤도를 넘나들 때, 그 사이에 공간에 존재하지 않으면서 지나가야 한다는 말이야. 태양계로 예를 들자면 지구 궤도에 있던 전자가 사라져서 화성 궤도에 짠 하고 나타나야 한다. 이런 운동은 기존의 물리학에서는 불가능하므로 역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양자 도약이라 부른다. 빛의 입자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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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말이 안되지... 그것은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거야. 파동이면서 입자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인간의 고정관념 때문이지, 왜 그것이 문제인가 말이야. 파동이면서 입자인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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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파동이면서 입자다. 하나의 정상 상태에서 다른 정상 상태로 전자가 도약한다. 여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표현이 등장한다.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도 직관과 맞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입자가 파동의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양자 도약 하는 전자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 역학은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문제는 원자가 아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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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에서 중요한 사람 중에 한 명인 닐스 보어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단다. 문제는 우리가 가진 언어에 있다고 말이야. 우리의 언어는 입자와 파동을 분리된 상태로 이야기하고 있어 그렇다고 말이야.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진 언어가 없다고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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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보어는 더 나아가 문제는 우리가 가진 언어에 있다고 지적했다. 상보적인 두 개념은 일상에서는 분리되어 보인다. 우리의 언어는 입자파동과 같이 이들을 분리된 상태로 기술할 뿐이다. 문제는 전자가 이중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에게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상보적으로 가지는 상태에 대한 언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어휘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개념 부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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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25 6월 양자역학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단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라는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단다.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에 대한 이론을 내놓았고, 그것을 수학적으로 처음 기술한 사람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였어. 이것은 갈릴레이의 이론을 뉴턴이 수학적으로 기술한 것도 비슷한 것이라고 했어.

하이젠베르크는 1901 125일에 독일에서 태어났어. 엄친아라고 생각하면 돼. 어렸을 때부터 모든 면에서 뛰어났어. 1922년 괴팅겐에서 보어를 처음 만난 이후, 하이젠베르크는 보어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코펜하겐에 자주 갔고, 나중에는 보어의 연구소에 합류했어. 그런데 건초열이라는 병이 걸려서 어떤 섬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는데, 요양 중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란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였어. 그는 오직 관측 가능한 물리량만으로 양자역학을 기술을 했는데, 행렬을 이용했기 때문에 행렬역학이라고 부르기도 했어.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었어. 행렬 역학이라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같은 과학자들도 어렵게 생각했대.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슈뢰딩거라고 하는 평범한 과학자가 전자의 움직임을 파동으로 표현을 했다는 거야. (여담인데 슈뢰딩거가 여성편력이 무척 심했다고 하는구나. 파동방정식으로 유명해지고 나서는 이것을 여자들을 꼬시는데도 이용을 했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도 양자 역학에 딱 들어맞는다고 했어. 거기에 과학자들에게 있어 파동방정식은 행렬 역학에 비해 무척 쉬운 것이어서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더 선호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나 파동방정식은 한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전자의 양자도약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어. 즉 전자의 입자성을 설명하기 어려웠어.. 하지만,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양자역학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단다.

, 그럼 앞부분에서 이야기했던 전자를 측정하게 되면 파동의 성질이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해보자꾸나. 전자를 측정하려면 빛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  물론 빛이 아니고 전자 등 다른 물질로 관측을 할 수도 있단다. 그런데 전자를 튕겨 보내서 전자를 측정하게 되면 두 전자가 튕겨나가 제대로 측정할 수가 없게 돼. 그러니까 빛으로 측정하는 것으로 해보자꾸나. 빛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란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물체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빛 에너지는 너무 작아서 물체를 움직일 수는 없어. 하지만 전자처럼 아주 작은 입자는 어떻게 될까. 전자는 질량도 아주 작기 때문에 빛의 아주 작은 에너지로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거야. 관측을 하려고 빛을 보내면 그 빛 에너지로 인해 전자의 위치는 흩어지게 되는 것이야. 그래서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게 된다는 하는구나,. 아하,, 그래서 측정을 하게 되면 파동성이 사라지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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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이 왜 불가능할까? 고양이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보아야 한다.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양자 역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당연한 것을 수도 없이 다시 되짚어야 한다. 본다는 것은 빛이 고양이에 충돌해서 튕겨 나와 그 일부가 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양자 역학적으로 빛은 입자이기도 하다. 빛에 맞으면 충격을 받는다는 말이다. 당신이나 고양이같이 큰 물체는 빛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지만, 전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전자같이 작은 입자는 빛에 맞으면 휘청거린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싶으면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전자가 받는 충격량이 커진다. 충격은 운동량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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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 원리라고 했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겠니. 확률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어. 전자가 여기에 있을 확률 얼마저기에 있을 확률 얼마이렇게 말이야. 고전 역학에서는 결정론이 대세였어. 지금의 위치와 운동상태를 알고 있으면 과거의 상태를 알 수 있고, 미래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었지.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어. 그래서 양자역학은 비결정론이라고 했어.

양자역학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찬반론이 거셌단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그 논쟁은 정점이 되었단다. 솔베이 회의는 벨기에의 기업가인 솔베이가 만든 정기적인 학회였어. 1927년에 열린 제 5회 솔베이 회의는 당대 유명한 과학자들이 모두 모였고, 그 중에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였다고 하는구나. 당시 찍은 기념 사진에 포토샵으로 자신을 포함시키는 것은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놀이라고 하더구나.

아무튼 191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양자 역학, 특히 불확정성 원리를 맹렬히 공격했대. 아인슈타인은 결정론을 신뢰했고,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확률로 나타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어. 보어는 그런 아인슈타인의 공격을 모두 방어해냈어. 그렇게 코펜하겐해석의 승리로 끝이 났고,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는구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이라는 진일보한 업적을 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너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 조금 아쉽구나.

4.

이 책의 2부에서는 양자역학과 다른 학문과 관계, 우리 일상과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결론은 우리는 양자 역학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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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 이른 아침이라면 형광등부터 켜야 한다.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화학 섬유 옷을 입고, 유전 공학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으며 거리로 나선다. GPS를 이용한 네비게이터가 길을 안내한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집어 내밀자 점원이 레이저로 바코드를 읽는다. 자성을 이용한 신용 카드로 결제를 하고, 동작 감지 자동문을 지나 회사로 들어선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여 세계 각지에서 온 이메일을 훑어본다. 이렇게 또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양자 역학이 없다면 이 글의 내용 중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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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 뿐만 아니라 약간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생물 분야도 모두 양자 역학으로 설명된다고 하는구나. 그 중에 한가지 예를 들면 호흡을 통해 우리 몸 속에 들어온 산소의 에너지 대사 과정도 모두 양자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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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물은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반응성이 강한 산소를 이용하여 이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을 호흡이라 한다. 원자력이 위험하지만 덕분에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 단세포 생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분자들은 대개 혈액에 섞여 그냥 이동되지만, 산소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에 실어 이동시킨다. 위험물 특별 호송이라 할 만하다. 실수로 산소가 빠져나가 몸속을 돌아다니면 치명적인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 산소의 에너지 대사 과정 모두가 양자 역학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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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이라는 것은 최근에 컴퓨터에 접목하여 양자컴퓨터라는 것을 만들었어. 이 양자컴퓨터는 계산은 빠르지만 아직 범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범용컴퓨터까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어.

이 책의 끝부분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많이 추천해 주었단다.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은 아빠에게 참 도움이 될 것 같구나. 김상욱님이 추천한 모든 책들을 읽을 수 없겠지만, 몇몇 책은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추가를 했어. 급하지 않게 천천히, 틈틈이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좀더 커서 같이 양자역학을 공부했으면 좋겠구나.

우리가 작년에 즐겨 본 <어벤져스> 시리즈 중에 <앤트맨>이 있었잖아. 거기 주인공들이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랬지? 과연 올해 개봉하는 <어벤져스 4> 예고편을 보면 양자의 세계에서 길을 잃었던 앤트맨이 되돌아왔잖아. 그래서 양자 역학이 <어벤져스 4>에서 어떤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더구나. , 기다려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가 잘 나타나 있다.

책의 끝 문장 : 무슨 책을 읽을지 당신이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생각을 만들어 내는 당신 모의 모든 원자들은 양자 역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15)
아직 세수도 못 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해야 한다. 원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양자 역학이다. 이쯤 되면 양자 역학이 궁금해질 법도 한데.

(31)

결국 원자를 이해하려면 전자의 운동을 이해해야 한다. 무거운 원자핵은 가만히 있고, 전자가 그 주위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시 서울시만한 원자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부산에서부터 원자를 향해 접근한다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전자다. 농구공 크기의 원자핵은 사대문 안까지 들어가야 볼 수 있다. 전자가 당신을 싫어해서 밀어낸다면 원자핵을 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 원자들끼리 만났을 때에도 먼저 마주치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의 전자다. 전자들끼리는 서로 미워한다. 밀어낸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자핵끼리 만나기는 힘들다. 나중에 보겠지만, 언제나 서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함께하기도 하다. 원자가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다.

(37)

이것으로 양자 역학의 핵심은 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를 분들이 대부분이리라.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물리학자들도 처음에 어리둥절해 했으니까. 사실 이제부터 질문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확률이라는 개념이 나와야 하는 것일까? 전자가 정말로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가나? 하나의 전자가 둘로 쪼개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인가? 모두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앞으로 하나하나 짚어 볼 것이다. 일단 여기서는 전자라 확률의 파동이라는 것이 원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만 이야기하자. 이 모든 것은 원자를 이해하려고 시작한 것이니까.

(65)

유일한 근거는 우리의 경험뿐이다. 과학의 역사가 우리에게 일관되게 들려주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으니, 바로 경험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돌고, 우주는 팽창하며, 생명은 진화한다. 빛의 이중성은 경험과 직관의 빈약한 근거를 다시 한번 보여 준다.


(78-79)

플랑크가 씨 뿌리고 아인슈타인이 키운 이중성은 드 브로이에 이르러 꽃을 피우고 슈뢰딩거가 수확한다. 콤프턴 실험으로 빛의 입자성이라는 미친 생각이 갑자기 상식이 된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이제 루이 드 브로이(192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재)는 거침없이 질문한다. “전자는 입자인가?” 슈뢰딩거는 아예 전자의 파동 방정식을 만든다. 보어가 발견한 정상 상태와 양자 도약의 광맥은 하이젠베르크가 개발한다. 하이젠베르크가 만든 행렬 역학은 정상 상태를 구하는 수학적 방법을 제공한다. 그 이론에는 양자 도약이 자동 내장되어 있다.

(106)

왜 빛으로 측정하는가? 좋은 질문이다. 빛이 아닌 다른 물체, 예를 들어 전자를 이용해서 전자의 위치를 측정할 수도 있다. 전자 현미경이 그 예다. 이 경우도 똑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전자도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운동량과 파장이 드 브로이의 공식으로 기술된다. 전자 현미경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전자의 파장을 작게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전자의 운동량이 커야 한다. 운동량이 큰 전자는 충돌 시 큰 충격을 주어 측정당하는 전자의 운동량을 크게 교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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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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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작년에 신간 소개를 통해서 알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 안재성님이 반갑더구나. 아빠가 그 분의 책은 딱 한 권 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괜찮게 읽어서 이 책에 대한 관심도도 높이 올라갔었어. 안재성님은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금기시하는 하는 공산주의자들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단다. 다른 작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인물들을 쓴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안재성님의 책들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을 거야.

안재성님의 책을 읽었던 것이 2007년이었는데, 좋게 읽었음에도 그 동안 그의 책들을 찾아 읽지 못한 것 같구나. 앞으로 그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는 어떤 가슴 뜨거운 사람의 이야기란다. 소설의 제목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 우연히 지은이의 손에 들어온 어떤 이의 수기. 수기를 쓴 이도 이미 오래 전에 죽었고, 원고지에 쓰여진 수기 또한 50년 세월에 낡았다고 하더구나. 그 수기를 지은이가 소설로 각색한 것이 바로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 그럼 그의 이야기를 전달해줄게.

1.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10여일 지났을 때, 평양의 한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정찬우는 긴급 명령을 받게 되었단다. 정찬우는 김일성 대학을 나온 수재였어. 자신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영남지방의 교육 의원으로 발령을 받았어. 남쪽에 내려가서 남쪽 인민들을 교화하라는 임무를 받았어. 정찬우에게 주어진 준비 시간은 두어 시간 뿐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하고 곧바로 출발했어. 하마터면 약혼녀인 허인숙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갈 뻔했단다. 그런데 그 만남이 마지막이었음을 그때는 알았을까. 정찬우는 그렇게 짐을 간단히 싸고 다른 문화예술 의원들과 함께 남으로 갔단다. 인민군이 점령을 했다고 하지만, 미군기의 예고치 않은 공습은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길거리에도 많은 시신들이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단다.

서울에 도착한 정찬우는 이옥련이라는 비서가 함께 하기 시작했어. 그들은 대전을 거쳐 진주까지 도착을 했단다. 당시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낙동강 전선이었는데, 진주라고 하면 그 낙동강 전선이 코 앞인 지역이었단다. 인민군은 낙동강 전선에서만 이기면 전쟁이 끝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싸웠단다. 그런데 9 25일 갑자기 퇴각 명령이 내려왔어. 조금만 더 하면 끝인데 말이야.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이 함락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서울도 곧 함락된다고 했어. 그러면 남쪽에 있는 인민군들은 잘못하면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것이었어.

퇴각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어서, 오합지졸에 각자도생이었단다. 정찬우는 비서 이옥련을 비롯하여 일행들과 함께 산을 타고 북상을 했어. 가는 길에 인민군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도 했단다. 과연 북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문득 바라본 가을 하늘은 자신의 신세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어.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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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맥없이 누워 있으려니 가을 새벽의 새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하얀 양들이 푸른 들판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한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영화처럼 어른거렸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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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는 산으로는 북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남으로 해서 바다를 통해 밀항선을 타고 북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찬우 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단다. 도피길이 길어지면서 일행들 중에 죽는 이들도 많았고, 수는 점점 줄어들었단다. 그리고 비서 이옥련과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나기도 했어.

….

남쪽으로 향하던 그들은 지리산 자락 하동 지방에서 빨치산 부대인 이영회 부대를 만났단다. 원하지 않았지만, 이영회 부대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빨치산 부대에서 있으면서, 사소한 잘못으로 즉결심으로 처형을 당할 뻔한 인민군들을 교육의원의 권한과 설득으로 살려주기도 했어. 나중에 포로 수용소에서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정찬우를 도와주기도 했단다.

빨치산의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어. 토벌대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거든다시 도망 시작뿔뿔이 흩어지고 하루가 지나면 동료들이 몇 명씩 죽어나갔어. 그 중에는 비서에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이옥련도 있었어. 그렇게 이옥련도 지리산 자락에서 죽고 말았단다. 이옥련이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 근처의 숲 속에서 몰래 숨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고서울에 집에 있던 이옥련은 자신이 몰래 먹을 것을 가지고 오면 된다고 했었어. 정찬우는 그럴 수 없다고 하고 이옥련은 그런 그를 따라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다니정찬우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졌단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이란 말인가. 추운 한겨울 지리산 동굴에서 숨어 지냈지만, 결국 그는 잡히고 말았단다.

2.

진주 임시 수용소에 갇혔다가 광주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2년을 지낸 후 재판을 받았어. 그리고 판결은 10. 청춘을 전쟁과 감옥에서 다 날려야 했어. 대구 교도소를 거쳐 목포 교도소로 이동했어. 당시 교도소의 삶은 고난의 삶이었어. 차마 죽지 못해 지내는 시간들그는 전향서도 쓰지 않았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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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젊은 배식담당의 살기 어린 고함에 감방은 조용해져버렸다. 정찬우는 문득 운전수 윤성남이 떠올랐다. 북이 옳은 건지, 남이 옳은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진 채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발광하며 굴 밖으로 뛰어나가 죽은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젊은 배식담당과 운전수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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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도대체 이남이나 이북이나 뭐가 서로 다르단 말인가?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같아서, 돈과 권력을 차지한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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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고향은 사실 남쪽이었어. 전라도 정읍이었지. 일제 시대에 가족들과 함께 만주로 이주해서 십대 중반의 나이에 조선의용군으로 항일 무장투쟁을 하기도 했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줄 아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나이였지. 해방 후에 그는 고향이 아닌 평양에 정착하게 되었던 거야. 교도소에서 그는 혹시나 하고 옛 고향집으로 편지를 보냈어. 그리고 한참 만에 온 누이의 답장…. 가족들도 모두 고향으로 내려와 있었던 거야 그렇게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정찬우…. 아버지가 면회를 와서 눈물의 재회를 하기도 했단다.

십 년 세월. 교도서의 삶을 그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정찬우는 십 년 꼭 채우고 교도소 문을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단다. 그의 약력을 보니, 1929년 출생 1970년 사망으로 나온단다. 교도소의 후유증 때문인지 그는 교도소에 출감한지 얼마 안되어 40년 삶을 뒤로 하고 세상을 등졌더구나.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그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가 시대를 잘 만났다면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인류 발전에 기여를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선택의 자유도 없이 명령에 의해 내려와서 한 것이라고는 도망 다닌 것뿐인데 말이야. 그렇다고 누가 그를 기억이나 하겠니안재성 같은 분이 그의 삶을 복원해내어 우리가 그를 기억하게 되는구나.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어떤 청춘을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정찬우는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허가이의 전화였다.

책의 끝 문장 : 중얼거리던 정찬우는 팔정자를 향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흙 위에 엎어져 길고 긴 오열을 시작했다.


(82)

맥없이 누워 있으려니 가을 새벽의 새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하얀 양들이 푸른 들판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한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영화처럼 어른거렸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103)

‘하루아침에 민심이 바뀌다니. 우리가 서울에서 보았던 민중들의 표정은 전부 거짓이었을까? 서울역 광장에 모여 있던 의용군은 모두 강제로 끌려나온 이들이었을까? 인민군이 다시 오면 이번에는 또 인민군 만세를 부를 것인가? 내가 도시마다 돌아다니며 떠들어댄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게 아닐까? 모두들 내 등 뒤의 다발총 앞에 굴복했던 것뿐이었을까?’

(227)

젊은 배식담당의 살기 어린 고함에 감방은 조용해져버렸다. 정찬우는 문득 운전수 윤성남이 떠올랐다. 북이 옳은 건지, 남이 옳은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진 채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발광하며 굴 밖으로 뛰어나가 죽은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젊은 배식담당과 운전수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286)

‘도대체 이남이나 이북이나 뭐가 서로 다르단 말인가?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같아서, 돈과 권력을 차지한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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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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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황현산님의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이란 책을 읽었단다. <밤이 선생이다> 이후 황현산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였어. 아빠가 황현산님을 알게 된 것은 노회찬님 덕분이란다. 노회찬님이 청와대를 방문하면서 김정숙 영부인께 책 선물을 한 권 하셨는데, 그 책이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었거든. 그래서 그 당시 아빠도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읽었어.  

2018년 여름 황현산님의 신간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되어 아빠가 존경하는 노회찬님이 세상을 떠나셨고, 그리고 얼마 안 되어 황현산님도 지병으로 돌아가셨어. , 가슴이 아프구나.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두 분다 생존해 계셨었고, 그들의 좋은 글들과 말씀을 오랫동안 만나길 기대했었는데….,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읽을 때는 두 분 모두 이 세상에 안 계시다니그렇게 생각하니 슬프고도,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지는구나. 두 분이 지금쯤 어딘가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계셨으면 좋겠구나.

 

1.

뒤늦게나마 황현산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황현산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지난 번에 읽은 책보다 이번이 더 좋았단다. <밤이 선생이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여러 매체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었어.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황현산님은 그렇게 변하시지 않고, 우리 사회를 냉철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래 시대를 걱정을 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인 것 같았어.

이 책을 읽는데, 계속 떠오른 단어가정갈하다라는 말이었단다. 글이 정갈하다라는 뜻도 정확히 모르면서 그 단어가 계속 떠올랐단다. 정갈하다 : 깨끗하고 말쑥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뜻이 정의되어 있더구나. 그러면 아빠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제대로 느낀 것 같았어. 깨끗하고 말쑥한 글들이었어. 그리고 이 책은 이 시대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단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그의 글들이 실려 있단다. 역사라 이야기하기에는 5년은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어났던 기간이고, 암흑의 시대에서 빛의 시대로 대반전이 일어난 시기가 아니더냐. 아빠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도 이 시절은 평생 잊지 못할 시기 중에 하나이니까 말이야.

이 책을 읽다 보면, 암흑의 시대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에 대한 날 선 비판들이었어. 그 암흑의 시대를 지나서 나서 그 글들을 읽으니, 분개가 덜 했던 것 같았어. 만약 암흑의 한 가운데서 언제 빛의 시대가 올 지 모르는 그 시절에 황현산님의 글들을 읽었다면 절대 공감을 하면서도 더욱 분개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었단다. 2013, 2014, 2015, 2016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들로 가슴 아프고, 억울해했었니.. 다시는 그런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더욱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단다. 빛의 시대에 오래 살다 보면 빛의 고마움을 모르게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많은 언론과 거짓 정치인의 입 발림에 속을 수도 있거든. 그들은 예전에도 그런 작전이 성공해서 암흑의 시대로 만든 기억을 아직 가지고 있고 말이지.

문득 황현산님을 비롯하여 나이를 먹음에도 보수적으로 변하지 않고 진보의 가치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어. 그들의 공통점은 꾸준히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고 계시는 것 같았단다. 아빠도 그들처럼 나이 먹고 변하지 않고,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더욱 열심히 읽고 더욱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

게으름은 어떨까? 게으름과 진보의 관계는? 아빠가 게으름을 좀 고쳐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거든 말이야.  이 책을 읽은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니 말이야. 앞으로는 독서편지가 밀리지 않게 노력을 조금은 해볼게. 기억이 좀더 온전할 때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야.

.

아참, 오늘은 책에 대한 내용은 많이 못해주었구나. 이 책에서 아빠가 인상적인 구절을 잔뜩 발췌해 놓은 글이 있으니 책에 대한 내용은 그 글로 대신하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박새를 민간에서는 흔히 머슴새라고 부른다. 저녁 어스름이나 해가 뜰 무렵에 이랴낄낄! 이랴낄낄! 소를 몰아 밭 가는 소리로 크게 울어대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책의 끝 문장 : 장석남은 새해에 쉰셋이 된다.


(22-23)

긴말이 필요 없이 우리에게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뜻한다. 남북의 삶이 뿌리까지 파괴되고 민족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빠지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부를 쌓은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젊은 두뇌들이 학문을 연마하고 재주 많은 사람들이 문예의 꽃을 피운들 그게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민족의 한쪽이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우리다. 남북은 가장 가까운 핏줄로 연결되어 있고, 수천 년 동안 같은 운명 앞에 거 있었고, 또다시 긴박한 위험을 목전에 두고 같은 운명을 고뇌하고 있다. 함께 번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실천하는 지혜가 진정한 앎이며, 한쪽의 동포가 비극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힘이 진정한 국력이다. 거기에서가 아니라면 한 국가의 자존심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2013.4.13)

(44)

‘곤반불레’라는 풀이 있다. 눈이 녹고 밭고랑의 보리 순이 생기를 얻기 시작할 때, 우리네 들판 어디서나 파랗게 돋아나는 풀이다. 전라도 남쪽 지역에서는 초봄에 그 어린 풀을 보리 순과 섞어 된장국을 끓인다. 깊은 향취가 있다. 홍어 내장을 조금 넣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46)

문학의 언어는 고백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토론의 언어다. 이를테면 시의 여러 기능 가운데는 방언을 떠나서는 표현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은밀한 구석에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그것을 공공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방언을 버리고 시를 써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 사람에게 진실인 것은 어느 날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이 되듯이, 지극히 은밀한 방언의 정서도 공공성의 빛 속으로 개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74)

악마는 용의주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게 아우성을 쳤고 여전히 아우성을 치건만, 저 위험한 배를 비정규직들이 몰아도 그것을 예삿일로 여기도록 끝내 세상을 훈련시켰다. 악마는 제 시선을 벗어난 사람들이 그 몰상식을 고발하더라도 그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도록 프로그램된 사람들을 높은 자리, 낮은 자리에 뿌려놓았다. 악마의 친화성도 한몫을 했다. 기우뚱거리는 배에 수많은 사람을 태워 바라도 내보내는 회사에 그것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상을 주었다. 감시해야 할 사람들과 또 그것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을 악마가 차례차례 포섭한 것이다.

(97)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의 위세를 업고 이 사소한 부탁을 한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101)

인간의 깊이란 의식적인 말이건 무의식적인 말이건 결국 말의 깊이인데, 한 인간이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존재의 가장 내밀한 자리와 연결된 말에서만 그 깊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문이, 특히 인문학이 제 나라 말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떤 언어로 표현된 생각은, 그 생각이 어떤 것이건, 그 언어의 질을 바꾸고, 마침내는 그 언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세상을 바꾼다. 정의라는 말이 없다면 우리의 인간관계와 제도가 달라졌을 터인데, 정의를 ‘저스티스’라고 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의’를 세상에 실현하기 위해 쏟아 부은 온갖 역사적 노력과 그 말을 연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문에서 제 나라 말을 소외시킨다는 것은 제 삶과 역사를 소외시키는 것과 같다.(201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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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회찬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대를 느꼈으며 그들의 언어로 정치를 해석하고 그들의 소망을 정치에 투영하려 분투했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제일 이루기 어려운 그 일을,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했고요. – 유시민 <추도의 글> 중에서

(22)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는 곧 헌법개정의 역사이다. 그리고 헌법 개정의 역사는 대부분 헌법정신 유린의 역사이다. 자신의 재선과 3선을 위해 1952, 1954년 두 차례나 변칙적인 헌법개정을 감행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한 독재자 이승만이 헌법의 수호동상이 되어 제헌절 제56주년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27)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의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정당의 지지율은 정책, 노선, 인물에 대한 종합평가이다. 전체 유권자 중 3%, 100만 명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면 이 100만 명은 국회 내에 자신을 대변할 3%의 국회의원을 가져야 한다. 32%, 29%, 18%로 나타나는 최근의 지지율로 국회의석을 배정한다면 열린우리당 120, 한나라당 109, 민주노동당 68석 가량이 되어야 한다. 부산에서 열린우리당이 30%의 의석을 갖고 광주에서 한나라당이 최소 15%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포함하는 완전비례대표제만이 정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이기도 하다. 차선책으로나마 이런 효과를 보려면 16개 광역시도를 각각 하나씩의 선거구로 하는 대선거구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36)

숲은 미래다.

숲은 관념이 아니라 과학이다.

숲이 병들면 미래가 병드는 것이다.

숲에서 지낸 7시간.

2004년 들어서서 가장 좋은 하루를 보냈다.

(144)

그와 헤어진 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다음 날부터 목에서 가래가 사라졌고, 생방송 전화인터뷰 도중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보름쯤 지나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신라면 국물맛이 그렇게 깊은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을 마주칠 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그의 등에다 비난을 던질 생각은 없다. 내가 그를 버렸지, 그가 나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지난 30년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하나씩 이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64)

울산바위는 울산에 있어야 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만든다며 저 육중한 바위를 울산에서 올라오게 만든 것은 조물주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였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속에 포함되었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 무영의 봉우리로 전락했을 저 바위가 그나마 설악산 근처에 머물게 되어 약간이라도 빛을 발하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 잘생긴 바위가 본디 그대로 울산에 그냥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르는 국민이 없는 명물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또 전국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

(205)

오늘날 한국정치의 불안정성은 무엇보다도 낡은 정치구조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 한국정치의 비극은 정체성과 기본노선의 거의 비슷한 두 세력이 권력을 반분하고 대립하며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대한 두 개의 보수정당이 권력을 담당해 온 역사는 깁니다.

(246)

잃어버린 10이란 허구가 낳은 허위의식 중 대표적인 것은 대미관계와 대북관계에 관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들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또 북한에는 퍼주기만 하면서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낳은 첫 작품이 지난 4 18일 타결된 쇠고기수입협상이다. 향후 거래를 위해 원청회사에 한 턱 크게 써서 환심 사겠다는 사업가정신의 발로로밖에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바로 검역주권, 국민건강권을 포기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들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8.07.13)

(301)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3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다섯 분도 다 투명인간입니다. (2012.10.21)

(302)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집니다. 우리가 말하는 대중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313)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 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80)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382)

어려서는 공부시간 세계 1, 커서는 노동시간 세계 1, 늙어서는 정년퇴직 후 노동시간 세계 1, 한국남성은 퇴직하고도 11.2년 더 일해야 한답니다. 오늘은 회의 2시간 외에는 좀 쉬어야겠습니다.

(388)

순간순간을 보면 역사가 후퇴할 때도 물론 있지요. 그러나 지그재그로 발전하는 것이 역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낙관주의! 저는 늘 이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야 어려운 조건도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물방울이 끝내 바위를 뚫는 자연의 섭리를 되새깁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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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불과 몇 인치이지만 그것 없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흙(토양)이 지금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전세계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는 흙의 대량 소실이라는 이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깊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흙이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다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의 대응은 가능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11)

시골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도시인들 탓으로 돌리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골과 도시의 대립이라는 오래된 도식은 물론 여전히 진실이며, 시골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도시의 식민지가 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더욱 진실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단순하다. 실제로 시골사람들도 갈수록 도시인들처럼 살고 있고, 따라서 도시인들과 공범이 되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시골사람들은 도시인들처럼 텔레비전과 세일즈맨, 외부 전문가들이 설정한 경제적, 사회적 기준을 자기들의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의 쓰레기는 시골 매립장에서 뉴저지의 쓰레기들과 뒤섞여 있고,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13)

저 옛사람들의 후손들은 지금 대부분 멀리로 떠나버렸다. 그 원인은 부분적으로 내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문화적 경제적 실패에 있다. 어쨌든 그들은 더 이상 저녁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잠잘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매 수간을 광고를 듣는 데 쓰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광고의 메시지는, 시청자가 다른 사람들처럼 되어야 하고 그러자면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36)

농사를 살리는 것은 당면 위기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난제 중의 난제, 즉 수도권 과밀현상과 지역균형발전 문제의 해결에도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중앙의 주요 기관 지방 이전이라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경제가 우선 살아나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의 핵심이 농사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농사를 살리면 지역의 토착 소상공업이 살아나고, 지역사회와 마을문화가 활기를 찾고, 거기에 뿌리를 박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53~54)

분단체제는 다른 체제로 체제전환(system transformation)됨으로써 사라진다. 분단체제 안에서 성장해온 힘이 이 체제의 작동을 정지시키면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가는 것이다. ‘촛불혁명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체제전환의 계기,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분단체제가 체제전환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면, 그 환골탈태한 새 체제란 과연 무엇일까? 남북의 적대가 해소되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체제 아니겠는가? 그래야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마의 순환고리가 이윽고 끊기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국과 조선이 서로를 인정하여 수교하는 양국체제, 즉 양국 평화체제, 양국 공존체제 아닌가? 그것이 분단체제에서 양국체제로의 체제전환인 것이고, 이것이 촛불을 진정 혁명으로 만드는 징표가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과연 분단체제론은 어떻게 생각할까?

(81)

1999 8현대의료를 생각하는 모임회원 아홉 명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바르바샤의 게토 유적, 그리고 독일 베를린으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일본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독일 또한 전쟁 당시 나치에 의해 의학범죄가 행해졌던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 중의 의학적 범죄에 대해서 조금도 반성하거나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데 비해서, 독일의 경우에는 나치 의학이 저지른 범죄들에 대해 반성하고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가치 - 1918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 의학>은 나치 당시의 독일 의학을 반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일의사회가 발행한 보고서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나치 독일 치하에서의 의학범죄 사실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의사회를 비롯해서 아무 데서도 이러한 노력이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28)

대학은 과학에 대해서 무엇을 해왔는가? 대학은 대학의 경비 염출을 위해서 과학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희생시켰다. 대학은 과학을 싸구려로 만들고,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통속적으로 만들었다. 대학에 의해서 과학은 홍보용 속임수 수단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교육에 의해서 나온 산물이 그래도 좋은 물건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젊은이들의 정신이 아직 건강한 탄력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손상을 입고 있다.

(129)

오늘의 과학은 공적 지원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보조금을 받지 않고는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과학자들의 연구비 신청이 거부된다면, 가장 젊고 원기 넘치는 조교수들조차도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 이와 같이 연구비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다 보면, 그것은 일종의 파블로프형 조건반사 작용을 낳고, 과학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키는 일반 신경쇠약 증상을 초래한다. 그러고 보면 너무 가난해지기 전에 너무 부유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법하다. 왜냐하면 그사이에 실현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길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혹을 받고 끌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229)

따라서 자본주의시스템에서 모든 개인은 중독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세포이다. 이 세포의 성장은 중독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를 확대재생산한다. 아니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이 세포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 결국 세포, 그들이 속한 다양한 조직인 학교, 가족, 노조, 기업, 정부 그리고 이것들을 품에 안고 작동하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중독시스템으로 완성된다. 잘 짜인 연결망으로 서로를 얽매어 중독이라는 단일한 작동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체,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독 과정을 영속화하는 병든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인 것이다.

(233)

중독시스템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가? 물론 그 출발은 나 자신이 (동반) 중독자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유보다 존재를 지향하는, 결과보다 과정을 지향하는, 그리고 외면보다 내면을 지향하는 삶으로서의 방향전환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을 토대로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시스템을 상상해볼 수 있다. 저자들은 기계의 원리인 자동성, 획일성, 무한성이 지배하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파괴를 특성으로 하는 근대성 패러다임의 극복을 말하는데, 야생성, 다양성, 순환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자연의 원리와 계획성, 창의성, 윤리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인위적 원리의 중간 어디쯤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기본 원리를 찾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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