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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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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이야기해줄게. 제목만 봤을 때 제목 속에 ‘저주’라는 단어가 있어서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밝고 유쾌한 로드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로스 넬리 스필먼이라는 미국 작가가 쓴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이라는 소설이란다. Jiny가 이 책을 보면서 둘째 딸이 아니라 둘째 딸들이라고 해서 주인공이 쌍둥이냐고 물어봤잖아. 그건 아니고 토스카나의 어떤 가문의 둘째 딸들을 의미하는 거란다. 그
집안의 대대로 내려온 세대의 모든 둘째 딸들이라고 할 수 있지.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의 지역이라서, 소설 속에 우리의 좋은 추억이 깃든 피렌체도 나오고, 우피치 미술관도
나와서 반갑더구나. 어떤 내용일지 바로 이야기를 해줄게.
1.
200여 년 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트레비피아노 마을이라는 곳에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동생 마리아를 좋아하게 되면서 화를 내면서
폰타나 집안의 둘째 딸들에 저주를 내린다고 이야기를 했어. 우연인지 몰라도 그 이후 200년 가깝게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은 진정한 사랑도 만나지 못하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그런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
에밀리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뉴욕에서 외할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빵집을 운영하고 있었어. 둘째 딸의 저주를 알고 있지만 단지 미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에밀리아. 어느덧 29살이 되어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자, 저주가
마음에 걸리는 것도 사실이야. 에밀리아의 엄마는 2살 때
돌아가셨고, 에밀리아의 언니는 첫째 딸답게 벌써 결혼하여 아이가 둘이나 있었단다.
…
어느 날 인연을 끊고 지내던
이모 할머니 파올리나로부터 편지가 왔단다. 파올리나의 고향 이탈리아에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어. 파올리나는 에밀리아의 외할머니 로사의 여동생으로 폰타나 집안의 둘째 딸로 평생을 독신으로 사셨단다. 하지만 젊었을 때 로사의 딸을 훔쳐서 달아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로사는 파올리나와 인연을 끊고 살았다고
했어. 그래서 에밀리아도 파올리나 할머니와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단다. 어떤 내막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몰랐어. 이모 할머니의 이런 제안을
이야기하자 외할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안 된다고 했어. 그래서 에밀리아도 이모 할머니에게 어렵다고
편지를 보냈단다. 하지만 이모 할머니는 계속 설득을 하고, 경비도
모두 대준다고 했고, 그곳에 가서 둘째 딸의 저주를 풀자고 이야기를 했단다. 결국 에밀리아는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어. 이모 할머니는 이번 여행에
에밀리아의 사촌인 루시아나(역시 둘째 딸)도 함께 간다고
했단다. 루시아나는 21살로 괴팍한 성격의 아가씨이고, 둘째 딸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자유연애를 하는 그런 아가씨였어. 에밀리아와도
그리 친하지 않았지. 결국 셋은 외할머니 로사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모 할머니의 여든 살 생일
기념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단다.
2.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베니스를
거쳐 피렌체에 갔고, 그리고 토스카나에 있는 파올리나 할머니가 자랐던 옛집도 방문했단다. 이모 할머니는 1980년대 애플 주식을 샀었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경제적으로는 아주 넉넉했단다. 자신의 고향집도 사들여 정비를 했고, 지금은
가브리엘이라는 사람이 여관으로 꾸며 사업을 하고 있었어.
…
파올리나는 틈틈이 자신의 옛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어렸을 때는 언니 로사와 무척 사이가 좋았어. 1959년
로사는 알베르토라는 남자와 약혼한 상태였는데 알베르토가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자고 했단다. 알베르토는
자리 잡기 위해 먼저 미국에 갔어. 먼 이국 땅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로사는 무척 두려웠어. 어떻게든 동생 파올리나를 데리고 가려고 했어. 미국에 있는 알베르토의
삼촌인가 하는 사람과 결혼을 주선했고, 파올리나의 아버지는 허락을 하여 파올리나도 강제로 결혼하게 되어
미국에 가는 신세가 되었어.
파올리나의 애칭이 포피거든, 지금부터는 그냥 포피라고 할게. 포피는 그런 애정 없는 결혼은 싫다고
했는데, 로사가 설득하여 일단 미국에 가서 결혼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포리도 미국에 가기로 했단다. 미국에 가기 전에 우피치
미술관에서 일하였는데, 그때 그곳에서 만난 동독 청년 리코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집에서 반대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몰래 사랑을 했지만 들키고 말았어. 그래서
포피는 리코와 함께 도망을 갔어. 이탈리아 남쪽 나폴리 인근의 라벨로라는 곳까지 가서 둘은 비밀 결혼을
했단다. 행복한 삶을 이어가나 싶었는데, 운명은 그들의 행복을
시기했어.
동독에 계신 리코의 아버지가
쓰러지셨고, 그로 인해 집안 사정이 무척 어려워졌다고 했어. 리코의
아버지는 정비소를 했는데,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은 리코밖에 없었어. 동독이라는
나라를 혹시 들어봤니? 세계 2차 대전이 이후 독일은 전쟁
책임을 이유로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졌고, 동독은 소련연방에 속한 공산국가였단다. 그래도 당시에는 어느 정도 오고 갈 수 있었어. 리코는 집에 가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에 다시 오겠다고 했단다. 그러나 리코의 집안 사정도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아
쉽게 돌아올 수 없었어. 거기다가 국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더 심해졌고, 독일 내에서도 베를린에 장벽이 세워지기까지 했어. 동독 내에서 서방
국가로 나오기가 쉽지 않았단다. 리코는 편지를 통해 이런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59년 뒤 여든 번째 생일에 그들이 비밀 결혼식을 올린 라벨로의 성당에서 만나자고 했단다. 아… 59년 뒤면 너무 뒤로 잡은 것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그 당시 59년 뒤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를 텐데 말이야. 아무튼 그런 약속이 있어서 포피는 여든 살 생일에 맞춰 라벨로에 오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그것보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다음에 리코를 찾아볼 수는
없었을까? 낭만 없는 아빠는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
3.
포피와 에밀리아, 루시아나는 베니스, 피렌체, 토스카나, 나폴리를 거쳐 포피와 리코가 결혼을 하고 짧지만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냈던 라벨로에 도착했단다. 이 여행을 하면서 에밀리아와 루시아나도 우여곡절을 겪게 되었고, 그로
한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들도 보여주었지. 특히 루시아나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서, 둘째 딸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불안함을 완전히 떨쳐낼 수도 있었어. 역시
여행은 자신을 알게 모르게 성장시키는 좋은 선생님이지. 그리고 에밀리아와 루시아나는 우연히 포피 할머니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여행을 하면서 포피 할머니와 정을 쌓았는데, 포피 할머니의 불치병은 그들을 더욱 찐한 관계로 만들었단다.
….
그리고 50여 년 전 리코와 했던 약속. 포피와 리코가 비밀 결혼식을 올렸던
라벨로의 성당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그 약속. 포피와 에밀리아, 루시아나는
포피의 여든 번째 생일날, 라벨로의 성당에서 기다렸단다. 에밀리아는
리코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기대를 했단다. 리코가 올 수도 있다는 기대… 포피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그를 만났으면 하는 기대… 하지만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리코는 오지 않았어. 마지막 희망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인지….
다음날 비행기 타기 전에 포피
할머니가 신혼생활을 했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그 집의 주인이…. 리코의 손자였던 거야. 리코의 손자가 말하길, 몇 년 전에 리코 할아버지가 그 집을 사셨다는 거야. 그런데 리코에게
손자가 있었다면 동독에 가서 결혼을 했는가 보구나. 동독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리코도 어쩔 수 없었겠지. 리코의 아내는 몇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 이후에 리코는 이탈리아로
오셨다고 했단다.
음… 그런데, 돈 많았던 포피는 자신의 고향집은 사들였으면서, 더 좋은 추억이 깃든 자신의 신혼집을 살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면
너무 낭만적이시라 리코와 약속했던 여든 살이 될 때까지는 라벨로에 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가. 일찍
그 신혼집을 사려고 했다면 리코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그 집에 리코는 없고, 리코의 손자가 있어서 혹시 리코가 죽었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내
리코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했어. 나이를 들면 병원이 일상이 되는 것이 서글프구나. 포피 일행은 리코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서 리코를 만났단다.
드디어… 60년 만에…. 리코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서 포피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리코는 눈을 떴고, 포피를 만난
이후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셨단다. 이게 다 사랑의 힘 아니겠니… 포피
할머니는 진정한 사랑을 만남으로써, 토스카나의 둘째 딸들의 저주도 싹 날려버리셨단다. 포피는 리코와 라벨로에서 지내시기로 하고, 에밀리아와 루시나아는
집으로 돌아왔단다. 에밀리아는 그동안 포피 할머니가 이야기 준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포피 할머니가 자신의 외할머니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래서
다시 이탈리아로 가서 포피 할머니를 만났단다. 포피 할머니는 리코가 동독으로 떠난 이후의 뒷이야기를
해주었단다.
….
리코가 동독에 돌아가고 얼마
후, 포피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 혼자 출산을
할 수 없으니, 언니 로사에서 도움을 청했고, 로사는 라벨로에
와서 포피를 보살펴 주었단다. 포피는 딸을 낳았고 이름을 요하나라고 했어.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사생아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대. 그래서 로사는
포피에게 미국으로 가자고 했어. 하지만 사생아는 미국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일단 로사의 아이인 척
하고 미국행 배를 탔단다. 그 당시 로사도 임신을 했었는데 그만 안타깝게도 유산을 하고 말았어..
로사는 유산 소식을 알베르토가
알게 되면 자신을 버릴까 두려워했어. 그래서 로사는 미국에서 가서 알베르토를 만난 이후에도 계속 포피의
딸 요하나를 자신의 딸인 것처럼 행동했어. 포피는 억울하고 화가 났지.
언니가 계속 자신의 딸처럼 행동하고 딸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자, 포피는 어느날 딸을 데리고
언니를 떠났단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워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단다. 그때부터 로사는 포피와 연을 끊고 지낸 거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를 훔쳐 달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알베르토가 진실을 알면 자신을 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지만, 그것으로 동생과 인연을 끊다니… 너무 무리한 선택인 것 같구나.
포피 할머니에게 들은 진실은
어느 정도 추측은 하고 있었듯이 그 전에 알고 있던 내용은 진실과 전혀 다른 것이었어. 포피가 언니의
딸을 훔쳤던 것이 아니고, 포피는 자신의 딸을 언니에게 빼앗겼던 거야.
진짜 외할머니를 만나게 된 에밀리아는 이탈리아에서 포피 할머니와 리코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단다.
포피 할머니는 11개월 후에 돌아가셨는데, 남편과 손녀와 지낸 그 11개월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구나. 에밀리아는
그 이후에는 이탈리아에서 리코 할아버지, 그러니까 자신의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포피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했고, 자신 또한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해피 엔딩으로 소설은 끝을 맺었단다.
….
한 편의 로드무비를 본 것 같았단다. 이탈리아의 곳곳을 여행하는 포피 할머니와 두 손녀의 장면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는구나. 누군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고 할 때 이미 소설이 시놉시스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소설의 지은이 로리 넬슨 스필먼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평점들이 좋지는 않구나. 귀가 얇은 아빠가 읽을 책도 잔뜩 밀려 있는 와중에 평점 낮은 책 읽기는 좀
망설여지는구나…^^ 앞으로 나올 신간에 기대를 해봐야겠구나. 그러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옛날 옛적에 이탈리아 트레스피아노 마을에 얼굴도 심성도
별로인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소녀가 살았다.
책의 끝 문장: “나는 당신을 선택할게요.”
"지도는 넣어두렴." 포피가 제안한다. "베니스는 미로 같은 곳이야. 방향을 절대 못 찾을 거야. 내가 늘 말하듯이, 길을 잃은 것 같거나 혼란스러우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돼. 마음이야말로 가장 믿음직스러운 길잡이란다." - P153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루시는 나에게 동정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쥐고 흔드는 캐럴 숙모와 할머니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딱 매트가 말한 대로, 할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어서 내 간절한 바람을 다 억누르고 할머니 뜻대로 가는 나를 생각한다. 루시의 말이 맞을까? 루시나 나나 우리가 누군가의 애정을, 그 사랑을 완전히 믿지 못하면서도 언젠가 얻게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해왔던 것일까? - P180
"그래." 포피가 대답한다. 하지만 반대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포피의 시선을 따라가니 리코가 연주하던 장소인 넵투누스 분수가 있다. 팔각형 분수대 중앙에 대리석으로 만든 넵투누스 조각상이 우뚝 서 있고, 그 주위를 웃고 있는 사티로스들과 청동으로 된 강의 신들과 물에서 솟구친 대리석 해마들이 둘러싸고 있다. 긴 세월 동안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은 도시로 돌아온 기분이 얼마나 묘할까. 이곳은 16세기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고, 포피가 리코와 손을 잡고 광장을 거닐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도시의 모든 조각상과 모든 분수가 포피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상기시킬 것이다. - P269
나는 카프레스 샌드위치-껍질이 바싹한 빵에 신선한 모차렐라, 즙이 많은 토마토, 바질을 올린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은 후에 조심스럽게 포피에게 낮잠을 권한다. 포피는 낮잠이라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는 듯 불끈한다. "공원에 앉아 있을 수 있는데 왜 침대에 누워 있겠니?" 포피의 목소리는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쉬어 있다. "자연이 최고의 치료제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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