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선왕조실록을 만화책으로 엮어서 히트를 친 박시백 님이 일제 강점기를 만화로 엮은 <35년>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하려고 해. 너희들이 학교에서도 한국사를 공부를 해서, 함께 보려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35년> 시리즈를 구입했었는데, 박시백 님의 만화 스타일이 너희들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더구나. 그래서 아빠만 읽게 생겼구나.^^

<35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강점기 3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모두 7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권은 35 나누기 7 해서 5년 동안의 일들이 담겨 있단다. 일제강점기의 이야기이다 보니 읽다 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열 받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지만, 또 독립운동가들의 통쾌한 성과들도 기대가 되는구나. 오늘 이야기할 <35년> 1권의 이야기는 1910년부터 1915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책의 부제는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한 저항>으로 되어 있단다.

 

1.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짧은 역사를 뒤로 하고 일본에 강제로 병합되었어. 조선총독부가 설치되어 우리나라를 통치했단다. 초대 조선총독으로 데라우치 마사카케가 선임되었고, 그리고 데라우치의 측근 아카시 모토지로라는 사람이 초대헌병사령관이 되었어. 그들의 통치철학은 동화주의와 무단통치였단다. 동화주의라고 하면 말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그것은 조선인 차별을 전제로 한 동화주의이고 그보다 무단통치가 핵심이라고 보면 되겠구나. 사상, 언론, 종교, 교육을 통제함으로써 신문사들이 폐지되었고, 종교는 탄압하였고, 교육은 일본어로 가르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교육 내용도 산업계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실업교육을 중심으로 변했어. 그리고 고등교육은 억제를 했단다. 한반도 내에 토지조사사업, 임업령, 광업령을 내려서 조선인들의 땅, 산림, 탄광을 조선총독부가 약탈해 갔어. 일제는 문명화라는 이유로 철도와 전기 등 기관사업도 진행을 했단다. 그리고 이것들을 홍보하기 위해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하기도 했어.

…

식민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고위관리직과 지주들을 빠르게 친일파가 되었고, 일본으로부터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라는 직위를 받았어. 심지어 을사조약 때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았던 장지연도 친일 신문 <매일신보>의 주필이 되어 일본을 찬양했단다. 친일파로 변신한 지주들은 일본의 빽을 믿고 소작인들의 땅을 탈취하고 부와 땅을 쌓기 시작했어. 그리고 많은 쌀들이 일본으로 빼돌렸어. 그렇다 보니 일반 백성들은 점점 굶주리는 생활을 하게 되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고 도시 외곽에 빈민촌이 생겨났어. 그것도 힘들어서 아예 국외로 탈출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때 가장 많이 간 곳이 간도로 이곳을 개척하여 많은 조선 사람들이 간도에 정착을 했단다. 그 외에 연해주, 하와이, 일본으로도 떠났어.

…

그리고 국내에서 의병 활동에 대한 제약사항이 많아지다 보니 의병장들 중심으로 해외로 망명하기 시작했어. 유인석, 홍범도 등이 이때 해외로 망명을 했단다. 그리고 이상설, 이동녕, 정순만 등은 간도로 망명해서 서전서숙, 명동서숙 등 교육시절을 세우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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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의 독립운동은 신민회를 통해서 이루어졌단다. 안창호, 양기탁, 이동녕 등이 주도로 출범한 신민회는 당시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서 만든 독립운동단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구나. 너희들도 이미 알고 있다고?^^ 신민회는 학교를 설립해서 계몽 운동도 하였고, 무력독립투쟁도 준비했단다. 신민회의 존재를 알게 된 일제는 1911년 105인 사건이라고도 부르는 신민회 사건을 조작하여 105명 신민회 회원을 체포하였단다. 1심에서 모두 유죄가 되자 여론의 반발이 심했는데 그러자 2심에서는 6명만 유죄가 되었단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신민회는 해체되었고, 회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단다. 계속해서 독립 운동에 투신한 사람들도 있지만, 윤치호처럼 친일로 변절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

신규식이라는 분은 상하이로 망명을 갔는데, 육군무관학교 출신으로 박은식, 김규식, 정인보, 여운형 등과 상하이에서 활동했어. 신규식은 아빠가 재작년에 자세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기억나는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연해주, 만주, 하와이 등에서도 독립단체들이 생겨서 활동하였단다.

…

이 시절의 종교는 독립운동과 연계가 되었는데, 특히 대종교는 독립운동을 위해 만든 종교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참여를 했다고 하는구나.

…

신민회가 해체된 이후에는 여러 비밀 조직들이 만들어져서 활동을 했단다. 그 중에 하나만 짧게 소개하자면 박상진 님의 대한광복회가 있었어. 이 조직은 친일파와 지주들을 처단하는 일을 주로 했어. 그러나 대한광복회 회원 중 한 명이 체포되면서 이 단체가 발각이 되어, 박상진도 1918년 체포된 뒤 1921년 교수대에서 순국하셨다고 하는구나. 향년 36세였어.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덜 알려지신 분인데 우리라도 잘 기억하자꾸나.

...

시험 공부하듯 연대별로 꼼꼼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면 좋을 텐데, 아빠가 그 정도의 부지런함은 갖추지 못했구나. 그래도 이 책의 뒤편에 연대별로 중요 사건들을 정리해 주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구나. 이 책이 만화이다 보니 책에서 소개한 인물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못하고 넘어갔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책 뒤편에 인명사전으로 자세히 기술되어 있단다.

<35년> 시리즈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곱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번에 쭉 읽어도 좋겠지만, 아빠는 이 시리즈를 올해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또 바뀔 수도 있단다.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메이지유신 후 일본 정계의 주도 세력은 조슈번과 사쓰마번 출신들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 영향을 받으며 물밑에서 꿈틀대던 민중들의 분노에 찬 민족의식이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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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번에 나 가고 나면 아들 혼자 잘 곳 찾으러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아 헤매고 있잖아. 그러다 만만 그곳의 전문보호사라는 사람, 난색을 표하며 하는 말이 가관이야. 딱한 사정이라 조언 주는 건데, 자폐장애라는 말은 숨기고 상담하래. 정 부득이하면 발달에 다소 장애가 있다고만 하래. 지적장애 뒤에 숨으라는 거지. 행동매뉴얼? 천만에. 현실은 금지매뉴얼인 거지. 사람들이 이 지경이야. 유일 보호자인 자신이 떠나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왜 마지막 선택이 동반자살로 몰리는지 짐작이나 되니? 요즘은 언론에서는 그런 기사 싣지도 않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세상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우리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73)

아니…… 꼭 그런 게 아니라, 따지고 보면 그닥 즐겁지도 않은 소식 전하는 꼴인지라 뭔가 송구하기도 하고, ‘나 몇 달 안 남았대’ 이런 얘기를 생글생글 해맑은 표정으로 하면 ‘이놈 진짜 갈 때가 됐구나. 정신적 문제인가?’ 할 것 같고. 무엇보다 한 사람 두 사람 만날 때마다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거든. 내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내 입으로 설명해야 하는 그 구차함. 딱 싫더라고. ‘말기암’ 이런 단어는 꺼내기조차 싫고, 듣는 사람은 또 뭔 죄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한테 그런 이야기나 듣고 있는 게 얼마나 재미없을까. 그러니 그런 대화는 미리 글로 대신하고 우린 즐거웠던 인연의 기억이나 회고하면 좋겠다 싶었어.


(85)

내가 집에 있는 걸 보더니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좋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 없는 며칠 동안의 집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다 어디 산속에 데려다놓고는 이제 여기서 살라는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 어디로 도망갔는지 자기 혼자 내버려둔 채 보이지도 않는 아빠를 얼마나 원망했겠어. 그 새벽에 그놈 좋아하는 스팸과 우리집 김치 잔뜩 넣어 부대찌개 만들고 라면도 끓여주니 단숨에 두 끼 이상을 먹더라. 그리곤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잠들었지.


(127-128)

사람 인생의 황금기라는 40대가 되며 전 일찌감치 독거노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나홀로 자폐아들을 키우며, 세상과는 담을 쌓은 채. 그러자 세상은 이제 아예 저를 빼놓고 돌아가더군요. 보란듯이. 대한민국에서 살인을 저질러도 복역기간 20년이 넘는 사례가 거의 없다던데, 제 형벌이 20년을 훨쩍 넘어가는 걸 보고 전 생각을 바꿨죠. ‘이건 현생의 업이 아니다. 전생에 정말 엄청난 죄를 지은 거다. 남들은 전생 최고의 중죄가 나라를 팔아먹는 거라는데, 난 최소한 삼국을 팔아먹은 게 분명하다. 고구려, 신라, 백제가 망한 건 모두 내가 한 짓이다.’ 그랬다가 엄니마저 치매와 뇌경색을 앓게 되시고, 한 지붕 세 가족 중 이제 둘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됐을 때 또 생각을 바꿨죠. ‘삼국이 아니다. 난 지구를 팔아먹은 게 확실하다.’


(212)

‘대한민국헌법’을 시작으로 ‘장애인인권헌장’ ‘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에관한조례’를 거쳐 ‘장애인복지법’까지 샅샅이 훑었어요.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바이블이자 실무지침서라는 600쪽짜리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곳에 길이 있었습니다. 비록 글이지만 말입니다. ‘글이 현실이 될 수 있으려나? 법과 지침이 현실이 되는 나라던가?’ 싶었지만 해야죠. 허구와 가상현실인 영화 속 시나리오는 아니니까요.


(230)

하지만 저를 기다리고 있는 하늘은, 청산의 맑은 블루가 아니었어요. 청산은 보이지도 않는 곳의 밤이었죠. 아들 없는 집에 남은 건 지독한 정적이었고, 27년간 짊어졌던 숙제를 내려놓자 찾아온 공허함이었죠. 아들이 정착한 청산은 비바람 없는 평화의 숲이고, 행복이 넘치는 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저는 제 청산을 찾아야 합니다. 아들을 위해 비워둔 내 삶의 자리가, 이토록 짙은 어둠의 심연인 줄 몰랐으니까요. 아들을 보내고서야 실감한 짙푸른 상실, 새벽녘 찬바람이 불어온다 싶더니, 시리게 서늘한 짙은 쪽빛의 신새벽 하늘이 열렸습니다. 블루의 또다른 얼굴, 미드나잇 블루.


(306)

“그 원초적 기본인권을 위해 다른 인권이 어느 정도 침범받을 수 있느냐를, 최소한 직계 피붙이인 부모가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정상 아닙니까?” 늘 들어온 말이라는 듯, 별로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하네요.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못 합니다.” 딱 거기까지. 그리고 요지부동. 생존권 사수 투쟁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게 안 되면 당장 체험 입소를 아예 못 하잖아요. “피 몇 cc만 뽑으면 됩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결국 10명이 오면 3명 정도는, 무려 국립재활원의 무려 장애인 전담 건강검진센터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네요. 그게 현실이랍니다.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에 이어, 이번엔 깊은 산속 ‘장애인 전담 건강검진센터’에서 또 쓸쓸히 퇴장해야 했죠. ‘전문’ ‘전담’ 이 단어는 국가고시를 거쳐 사용면허를 받은 사람들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답지 않게 참 ‘박복한’ 병원을 만들었더군요.


(345-346)

이제 꿈을 포기하고 사람과 세상을 원망할 순서입니다. 그러기 싫어서, 그러면 원망 다음 순서는 끔찍하고 모진 그 결정을 이번엔 정말 실행해야 하기에 또 생각해보려 합니다. ‘아직 아닐 수도?’ 아, 돈 없어서 요즘은 항암주사도 못 맞고 있었지.’ 잊을 뻔했네요. 제 교수도 ‘이제는 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뭐가 남았을까?’하고 있다는 걸. 그 의사도 아들 살 곳 찾을 때까지만 살려달라는 제 말이 “그러세요” 한 책임감에 힘겨워하고 있단 걸. 이미 그가 말해준 의학적 통계적 평균 여명을 넘긴 아빠입니다. 아들 살길 찾아야 하는 제 삶의 마지막 소명, 그 간절한 소망이 저를 붙들었기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는 제게 허락된 시간이 없습니다. 남겨진 방법이 안 보여서요.


(357)

글이 점잖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미 느끼고 계셨다고요? 이제는 지금까지처럼 하소연하기도 비굴해지기도 싫습니다. 제가 말 바꾸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으면 가차없이 원망할 겁니다. 어쩌면 욕을 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향해서 크게 소리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 립니다. 네, 지금 저는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올 겨울 이상하게 덜 춥다 싶더니 더럽게 춥네요. 속았습니다. 겨울이 끝난 줄 알았지 뭡니까? 아들이 시설에서 외롭게 버티던 날들. 그사이 년도가 바뀌어 황송하게도 아빠의 나이가 +1 되더니, 마지막 병원 입원중 시설로부터 지금까지와 다른 이상한 소식을 처음 듣고 퇴원하던 2026년 1월 8일, 갑자기 지독하게 추워졌죠. ‘왜 이리 춥지?’ 하며 옷도 벗지 못하고 무려 만 하루를 잠만 잤으니까요. 덜덜 떨면서, 염병을 떱니다. 그 무렵보다 지금이 더 춥구먼요. 계속 그러든가. 빌어먹을. 춥거나 말거나, 저는 지금 막 ‘쉼표’를 찍었습니다.


(400-401)

하지만 그럴 일이 없었어요. 바로 다음날 아침, 기숙사라면 사감쯤 돼 보이는 선생님이 일찌감치 전화를 걸어와 그러시더군요. “아시다시피 아드님의 ‘도전행동’이 우려돼서 함께하기는 힘들겠네요.” 그놈의 ‘도전행동’. 이 단어 말이죠. 자폐 치료교육 현장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복지 지원 분야에서는 늘 단골멘트죠. 주로 시설 관계자나 운영자들이 애용하는. ‘도전행동 때문에 단체생활 어려움’, 그러니 ‘입소 불가’, 혹은 ‘퇴소 처분’ 누구를 위한 단어랍니까? 누구를 배려하는 거죠? 누구의 시선이죠?


(403)

이 나라는 우리에게 늘 ‘밖으로 물러나라’고 가르쳐왔습니다. 우리는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배제의 위협에 너무 길들여져 왔습니다. 벗어나야 합니다. 지하철의 경고방송에서도, 거주시절의 거절규정에서도, 열차도 시설의 안전이란 건 존재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시설을 향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을 뿐, 시설의 안녕을 위협하려고 도전한 적 없습니다. 그곳은 권력이 아닙니다. 강압적 경고를 할 자격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시설에 위험이 있다면 걷어내시고, 안전이 위협된다면 먼저 고치세요. 우리는 잘 준비된 시설의 ‘안전성 안으로’ 초대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배제가 아니라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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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ㅣ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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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얼마 전에 신간 코너에 본 책이란다. 홍선주 님의 <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라는 책인데, 제목만 보고도 회사 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거기에 자신 있게 들어간 ‘복수’라는 말이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회사원이다 보니, 이런 회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눈이 가더구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책 표지도 마음에 들더구나. 읽기도 전에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는 듯하고, 읽고 나니 도파민이 넘쳐 흐르는구나. 지은이 홍선주 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이미 여러 권의 책들을 내신 분이더구나.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대동물산 6년차 대리 안성웅이라는 30대 초반의 MZ 세대 회사원이 있었어. 그는 효율성을 인생의 모토로 삼는 사람이란다. MBTI로 보자면 TJ 성향이 강할 것 같구나. 안성웅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한 일이 오히려 크고 작은 실수가 되기도 했어. 한 번은 중요한 비딩을 누락하는 일까지 일어났어. 다행히 최혜주 과장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간신히 비딩에 참여할 수 있었어. 이 일로 팀장은 안성웅 대리를 심하게 질책했지만, 안성웅 대리는 실수는 했지만 결과는 잘 되었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면서 대들었단다. 팀장은 더 열 받았어. 안성웅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지? 한마디로 하자면 사무실 빌런.

안성웅은 구직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을 올려 두었는데, 다른 스타트업으로부터 구직 메일을 받게 되어 지원하였고 1차 서류와 면접까지 보고 최종 합격하게 되었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우쭐하게 되었지. 안성웅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스타트업 회사로 첫 출근했어. 그 회사에서 알려준 건물에 갔더니 안내데스크에서 이야기하기를 그런 회사가 없다는 거야. 다시 확인해 보니 홈페이지 주소와 이메일 주소가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스타트업 회사의 스펠링이 조금씩 달랐던 거야.  인적 정보를 빼가려는 신종 사기가 있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어. 안전 망했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최혜주 과장이 꾸민 일이었어. 회사에서 하는 짓이 괘씸한 안성웅 대리를 보고, 재미가 인생의 모토인 최혜주 과장이 미국에 있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벌인 일이었던 거야.

…

최혜주 과장이 대동물산에 다니기 전에 신라문구라는 문구회사에서 7년 간 일했단다. 당시 탕비실의 커피믹스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는데, 총무팀장이 최혜주에게 그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래서 최혜주는 몰래 그 일을 맡게 되었는데, 탕비실에서 일하는 청소부가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 정성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최혜주는 좀 의아해했어. 왜냐하면 정성연은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맡고 전교 일등을 도맡아 하고 졸업 후에는 미국 유학을 갔던 친구인데 청소부로 일하고 있어서 말이야. 뭔가 반전이 일어날 것 같은 설정이라고 생각이 들더구나.

정성연과는 거의 십 년 만에 만난 것이고, 청소부로 일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보는 것은 좀 실례라고 생각했어. 혜주는 커피믹스가 사라지는 것을 조사한다고 하니까 성연은 자신도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했어. 탕비실의 경비 내역서를 확인해 보니 4월부터 없어졌어. 4월이면 신입사원들이 배치를 받은 시점이니까, 아무래도 범인은 신입사원들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어. 신입 사원 중에 별명이 대가리꽃밭, 줄여서 ‘대꽃’이라고 부르는 김민아라는 사람이 있었어. 김민아는 아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생각 없이 말하는 약간 푼수 스타일이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단다. 그 김민아가 혜주와 성연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와서 꼬치꼬치 물어봐서 커피믹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 혜주가 생각하기에 김민아는 그럴 범행을 할 두뇌의 소유자는 아닐 거라 생각해서 민아에게는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았거든. 민아는 재미있겠다면서 자신도 도와주겠다고 했어.

커피믹스를 다량 훔쳐갔다면 그걸 다시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근 같은 중고 거래 앱에서 커피믹스를 판매하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어. 그 중에 회사 주변에서 거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현장에 나가보았는데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단다. 그리고 계정도 곧 삭제되었어. 그렇다 보니 그 사람이 더욱 의심이 되었어. 단서를 잃어버렸다 싶었는데, 성연이 판매자의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어. 보통 사람들은 아이디를 하나로 사용한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그 아이디로 임직원 조회를 해보았어. 있었어.. 강진한이라는 사람인데 알고 보니 김민아의 썸남이었던 거야. 거래 장소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도 김민아가 알려주었기 때문이야. 이 일로 강진한과 김민아 모두 징계를 받았단다. 얼마 후 성연은 그만둔다고 했어. 사실 자신이 다닐 회사들을 몇몇 알아보고 있었는데, 회사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서 청소부로 먼저 취직해서 일했던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이번에 다른 회사에 입사가 정해져서 그만 둔다고 했단다.

…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는 성연이 사실은 신라문구에 입사를 한 것이란다. 성연은 신라문구 커뮤니케이션 팀에 입사했어. 그리고 김민아는 징계를 받은 후 비서실로 전배를 갔단다. 김민아는 비서실에서 들은 소문을 들고 혜주와 성연을 찾아왔어. 새로 오는 CEO의 아들이 입사했다면서 혜주와 성연에게 찾아달라고 했어. 예전에 커피믹스 훔쳐간 범인을 찾아낸 것처럼 CEO의 아들로 찾아달라는 거야. 그리고 혜주가 속한 광고기획팀의 새로운 마케팅 본부장으로 윤태빈이라는 사람이 왔어. 소문에 이 사람은 부회장의 낙하산이라고 했어. 한의학과 철학을 전공한 화가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이었어. 그런데 윤태빈은 고리타분한 오십대 남자로 고집이 세고 공감능력 제로인 그런 사람이야. 그가 오자마자 ‘존펜’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를 했으나 고집 센 본부장의 뜻을 꺾기 쉽지 않았지. 그런데 시생산품부터 폐기하는 실패작이 되고 말았어. 그리고는 그 책임을 기획팀장인 한팀장에게 떠 넘겼어. 한팀장은 이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였단다.

혜주는 한팀장을 구명하기 위해 노력했단다. 새로 오는 CEO인 대니 리에게 연락해 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대니 리의 아들로 추정되는 신입사원 에드윈 리(한국이름 이지용)도 만나보았어. 김민아는 CEO 아들로 추정되는 에드윈에게 푹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에드윈은 CEO 아들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도 안하고 부정도 안 했어. 성연은 해킹으로 대니 리의 이메일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그래서 혜주는 한팀장을 구명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써서 성연에게 보냈어. 혜주는 성연에게 그 메일을 대니 리에게 재전송해달라고 부탁했단다.

며칠 뒤 이사회가 열렸어. 그 이사회의 중요 안건은 ‘존펜’의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와 원인과 담당자에 대한 해임 건이었어. 혜주는 자격이 안되었지만 한팀장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이사회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회의실 앞에서 작은 소동까지 벌어졌어. 그 때 중년의 한 여자가 왔는데 그가 다름 아닌 이번에 새로 온 CEO였어. 대니 리라는 이름 때문에 다들 남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자였단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대니 리가 성연의 엄마였다는 것. 그러니까 김민아가 들은 소문은 CEO의 아들이 아니라 CEO의 딸이었던 것이란다. 그 이사회를 통해서 한팀장이 아닌 윤태빈 본부장이 사임하는 것으로 결정했단다. 성연은 그제서야 혜주에게 내막을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

최혜주는 신라문구에서 7년 동안 일하고, 대동물산으로 이직을 해서 10년을 일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단다. 한 스타트업에서 팀장의 제안을 받고 이직을 하게 되었지. 그 스타트업의 대표는 진건이라는 사람으로 다들 앨렉스라고 불렀단다. 최혜주는 그 스타트업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대표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4차원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똘아이 기질이 있거나 오타투성이에, 단어도 잘못 사용하는 등 무능력자들이었어. 마치 다들 신라문구의 김민아 같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최혜주는 왕피곤해졌어. 그래도 최혜주가 실력 발휘를 해서 회사는 성장해 갔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혜주를 곤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있었어. 또 범인 찾기를 해야 하는가. 최혜주는 함정을 파서 범인을 찾아보니, 팀원들 중에 가장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종완이라는 사람이었단다. 알고 보니 최혜주가 이직하지 않았다면 종완이 팀장이 될 사람이었던 거야. 혜주 때문에 팀장이 되지 못해서 혜주를 곤란에 빠뜨린 거로구나. 혜주는 모른 척하고, 종완에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복수를 했단다.

…

마지막 이야기는 최혜주가 20대 초반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란다. 당시 혜주는 교통사고로 언니를 잃고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호주에 온 거야.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혜주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조혜주의 카페에서 일했어. 조혜주 사장이 2주 동안 한국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조혜주 사장의 조카 차대연을 도와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어. 그런데 차대연은 카페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아서 혜주가 대부분의 일을 전담해서 해야 했어. 그렇다 보니 혜주는 차대연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단다. 그런데 우연히 대연의 일기장 속 버킷리스트를 보게 되었단다.

버킷리스트를 보고 혜주는 대연이 죽을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가슴 아파했단다. 그래서 대연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어. 대연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대연이 이야기하기를 자신의 집안의 남자들은 유전병이 있어서 마흔이 되기 전에 모두 죽는다고 했어. 대연이 엄청 친하고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사촌형이 있었는데 그 사촌형도 일찍 죽었다고 했어. 그런데 그날 대연은 혜주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어. 대연은 입양아였다는 거야. 혜주가 본 버킷리스트는 사실 대연의 사촌형의 버킷리스트야. 사촌형이 유언으로 대연에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해 달라고 하면서 전해 준 거였지. 대연은 마흔이 넘은 7년 후, 자신이 당시 이야기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혜주에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안부도 전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소설을 읽는 내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가 만약 회사 생활을 이야기로 쓴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 내용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짧은 것은 둘째치고 그 이야기를 쓰다가 아빠가 다시 스트레스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괜히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지은이 홍선주 님의 다른 작품들도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 독서편지를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벽시계의 시침이 7을 향해가는 붉은 노을로 가득 찬 사무실.

책의 끝 문장: 7년 후 대런은 남극 여행 중, 혜주에게 안부와 함께 사실을 고백하는 카톡을 보냈다.

 

 


"저는 딱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정도가 회사에서 월급 받은 만큼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신경을 더 쓰면 돈을 더 받아야 맞는 계산인데, 아니, 최소한 복지라도 더 받아내야 정당한 거래인데, 과연 제가 더 신경 쓴다고 회사에서 뭘 더 해주겠어요?" - P23

"홈페이지에 올릴 프로모션 캠페인 시안을 가져갔더니 ‘여기는 1밀리 자르고 저기는 1밀리 더하고’라더라. 근데 그건 인쇄 광고가 아니고 온라인 시안이란 말이야. 그걸 픽셀도 아니고 밀리미터로 수정하라는 게 웬 말이니? 거기에 색감은 뭐라는 줄 알아? ‘냉랭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게’ 하래.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내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러면 원하시는 스타일의 레퍼런스라도 보여달라고 했더니 뭘 내밀었게? 패션잡지에 실린 나이키 화보였어. 아니, 캠페인 페이지 디자인을 패션 화보처럼 만들라는 거야? 메시지는? 설명은? 심지어 그 화보는 하얀 바탕에 모델들이 나란히 폴짝폴짝 뛰고만 있는 사진이었다고!" - P144

"대연아, 삶은 길이로 가치가 매겨지는 게 아니야. 네가 길거나 짧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지. 막말로, 우린 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어. 운이 없어서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거나 지나던 다리가 끊기거나. 정말 희귀한 확률로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벼락에 맞을 수도 있지. 희박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죽음이야. 그렇게 보면 평등하지 않아? 우린 그중 하나를 운 나쁘게 만났을 뿐이야. 하지만 또 운이 좋게도 시기는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하면 되는 거야. 내 마흔 해의 삶이 누군가의 여든 해보다 과연 가치가 없을까? 어쩌면 이미 난 그들보다 큰 행복을 누렸을지도 모르는데?"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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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근현대편 - 꿈을 찾는 한국사 ㅣ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최태성 지음 / 들녘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편>을 이야기했었는데, 이 시리즈는 총 두 권으로 오늘은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근현대편>을 이야기하려고 한단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이전에 다른 책들 이야기를 하면서 해 준 적이 있어서 오늘은 아빠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으면 알려주는 것으로 짧게 하려고 한단다. 그리고 너희들도 학교에서 한국사를 공부하게 되니 아빠보다 더 잘 알 수도 있겠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금방금방 까먹으니 말이야.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근현대편>는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시작해서 일제 시대와 해방 후 대한민국 건국을 거쳐 이 책이 출간된 2018년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후반부에 있는 이야기들은 역사이기도 하지만 아빠의 과거이기도 한 부분도 있어서 옛날 생각도 좀 나더구나.

 

1.

조선 후기의 위기는 조선의 마지막 성군 정조가 너무 일찍 승하한 것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구나. 아들 순조가 왕위 수업을 제대로 받고 성인이 되어 왕이 되었다면 조선의 운명으로 그렇게 허망하게 쓰러지지 않았을 것 같구나. 정조 이후 세도 정치로 엉망이 된 조선을 그나마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던 이가 흥선대원군이 아닐까 싶구나. 그가 권력욕이 많았다고 해도, 그는 무너지고 있는 조선을 개혁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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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정조 이후의 왕들은 하나같이 허수아비였습니다.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들이 어린 왕들을 앉혀놓고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하면 그냥 도장이나 찍어주는 존재였어요. 외척 가문의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왕권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흥선대원군은 자신의 아들 명복만큼은 그런 왕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아들의 파워를 키우고, 추락할 대로 추락한 왕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레 개혁의 핵심을 왕권 강화에 둡니다. 그리고 세도정치 아래 문란해질 대로 문란해진 민심을 바로잡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련의 경제 개혁을 단행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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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흥선대원군의 개혁은 마음처럼 안 되었어. 양반층까지 다 개혁하려다 보니, 양반층의 반발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흥선대원군은 역풍을 맞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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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

흥선대원군은 끄떡하지 않습니다. 잔뜩 독기를 품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이렇게 말해요. “공자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 뜻이 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나는 공자의 뜻을 받들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선언입니다. 성리학의 나라에서 공자의 뜻을 받들지 않겠다니요.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 정도로 흥선대원군은 서원 정리에 엄청난 힘을 쏟습니다. 물론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만동묘도 폐지합니다. 만동묘는 명의 신종을 모시는 사당입니다. 그런데 당시 명은 망하고 없는 나라입니다. 임진왜란 때 명이 조선을 도와준 은혜를 기리기 위해 당시 황제의 제사를 계속해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죠. 만동묘는 철저한 사대주의의 상징입니다. 흥선대원군은 기어이 만동묘를 폐지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납니다. 아직까지는 흥선대원군의 힘이 그 시대의 성리학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누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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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흥선대원군은 생각지도 못했던 며느리 명성황후와 권력 다툼의 휩싸이게 되면서, 궁궐에서 쫓겨나기도 여러 번, 심지어 말년에는 청나라까지 유배를 갔다고 오게 된단다. 명성황후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특히 외세 세력을 끌어들이는 일은 굴욕적인 처사가 아니었나 싶구나. 그렇게 한반도 외세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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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이 얼마나 굴욕적입니까? 명성황후 정권 하나 살리자고 나라의 국격, 나라의 자존심을 완전히 망가뜨리다니요. 외교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우호관계요? 혈맹이요? 그저 웃고 말지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단어들이 얼마나 겉바른 수사(修辭)들인지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인류의 외교사를 보세요. 절대 우방도 절대 혈맹도 없습니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 존재할 뿐입니다. 당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선은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을 통해 너무도 많은 것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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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정부는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대. 나라 꼴이 정말 말이 아니구나. 영국이 우리나라 땅인 거문도를 점령한 사실을 청나라에서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어쩌다 500년 왕조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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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1885년, 조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거문도를 영국이 점령해버려요. 그런데 조선 정부는 거문도가 영국에서 불법으로 점령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기가 막힌 일이지요. 도리어 청에서 연락이 와요.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해봐라”하고요. 조선은 청에 보고서를 올립니다. “그런 일 없는데요?” 또 다시 청이 연락해옵니다. “아냐, 분명 거문도가 점령되어 있을 거야. 가서 잘 알아봐.”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거문도에 영국 깃발이 떡하니 꽂혀 있는 거예요. 외세가 자국 땅에 들어와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정부라니요! 이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 정권 유지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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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항 이후 집권세력은 백성들의 아픔은 안중에 없고, 오직 정권 유지였다고 지은이는 비판했단다. 정권을 자신의 힘으로 하면 이해라고도 하지, 계속 외세를 이용해서 정권을 유지했으니 정말 치욕적인 역사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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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개항 이후 집권세력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정권 유지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외세의 힘을 빌립니다.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도시 빈민과 구식 구인들을 진압하기 위해 청에 SOS, 갑신정변이 벌어지자 급진개화파를 제압하기 위해 청에 SOS,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또 청에 SOS를 보낸 그들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기세가 등등해지자 이번에는 러시아의 품으로 뛰어들어요. 심지어 러시아 공사관으로 왕이 몸을 피합니다. 정말 일관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이렇게 고종 정부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외세는 힘을 빌려줍니다. 하지만 절대 공짜로 도와주지는 않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합니다. 아관파천의 비용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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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희망적인 모습은 우리 백성들에게서 볼 수 있었단다. 그런 정권에 반항하는 것은 우리 백성들이었어. 나중에 일제에 의해 국권을 상실했을 때도 일제에 저항했던 것은 조선 정부가 아니고 백성들이었단다. 이런 백성들의 모습은 외국인의 시선에도 좋게 보인 것 같더구나. 그런 기록이 남아 있어 이 책에서 소개를 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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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나는 솔직히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한국을 돌아본 결과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일본군은 양민을 무차별 학살하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비인도적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한국인은 비겁하지도 않고 자기 운명에 대해 무심하지도 않았다. 한국인들은 애국심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메킨지 <자유를 위한 한국의 투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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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시대 독립운동사를 공부하다 보면, ‘쓰리 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 세 분은 김원봉, 김두봉, 양세봉이니 상식으로 알아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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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의열단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은 김원봉입니다. 항일무쟁투쟁에서는 쓰리 봉, 세 명의 ‘봉’ 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첫 번째 봉이 김원봉, 두 번째 봉은 김두봉, 세 번째 봉은 양세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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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또 외세에 의해 우리나라의 운명이 맡겨지는 슬픈 역사가 이어졌단다.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손꼽히는 오보로 인해 여론이 확 바뀌어 나라의 운명까지 바뀌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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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그런데 모스크바 3상회의의 내용이 우리나라에 전해질 때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당시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과를 보도한 어떤 신문이 헤드라인으로 이런 문장을 뽑았어요.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 점령.’

이 신문은 임시정부의 수립이 모스크바 3상회의의 첫 번째 내용이었다는 것은 전하지도 않았어요. 이걸 받아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일제 강점기라는 길고 긴 터널을 뚫고 이제 막 광복을 맞이했어요. 그런데 다시 외국이 신탁통치를 하겠다니요. 거기에 미국은 신탁통치를 반대했는데 소련이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다니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당연히 소련은 나쁜 놈들이고, 미국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소련은 사회주의니까 그들을 추종하는 좌익 세력도 덩달아 나쁜 놈들이 되는 거고요. 결국 그 신문의 보도 하나 때문에 여론이 확 뒤집혀버립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오보였어요. 대한민국 언론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보였습니다. 이 오보로 인해 우익진영의 반탁반소운동이 거세어져 찬탁 입장을 밝혔다고 오해를 받은 송진우가 암살당하고 다른 인사들 역시 큰 위협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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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가 이어지고,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게 된 계기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듯이 1960년 4.19 혁명이었단다. 그때는 모든 연령층의 국민들이 참여했었단다. 요즘 우리나라 시위는 촛불 시위 등 평화롭게 진행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경찰의 강압적인 대응은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했어. 그 중에는 어린 중학생들도 있었단다. 이 책에는 당시 4.19 혁명에 참여했던 진영숙 학생의 편지가 담겨 있는데, 안타깝게도 경찰의 총에 희생되어 너무 안타깝더구나. 그런 분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완성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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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407)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어머님,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어머님,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을 이미 바치려고 결심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만 그치겠습니다.”

한성여중 2학년 진영숙 학생의 편지입니다. 열다섯 살 소녀가 목숨을 바칠 생각으로 거리에 나가다니, 얼마나 절절한 마음입니까? 소녀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해요. 경찰이 쏜 총에 가녀린 몸이 풀썩 꺾였지요. 민주주의를 위해 어린 목숨을 버린 겁니다. 그러자 이젠 초등학생들까지 나옵니다. “우리 언니, 우리 오빠, 우리 형들을 잡아가지 마세요!”하고 당당하게 외치면서요.

====================

….

이 책은 참 읽기 편하게 써 있단다. 존칭을 사용하셔서 읽고 있다 보면 마치 강의를 듣는 것 같단다. 그래서 근현대편을 한번 쭉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 너희들이 바빠서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시간이 없겠지만, 그래도 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좀 지루하다면 이 책을 대신해서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더구나. 요즘 교과서도 재미있게 잘 나왔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근현대사는 기간이 짧습니다.

책의 끝 문장: 지금 우리가 꾸는 꿈이 다음 세대에게는 현실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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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6-09-23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사랑하는 아들, 딸과 행복하고 평안한 명절 되세요. ^^

bookholic 2026-09-25 12: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님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58-59)

이장은 예초기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가을이 와도 밤을 다 주울 때까지는 풀과의 전쟁이다. 가장 쓸모 없는 것들이 생명력은 오지게도 질겨 고춧대가 찬바람에 시들 때도 저 홀로 무성했다. 그가 풀을 베다 진저리칠 때면 너무 글지 마라, 죽이는 니가 흔들겄냐, 죽는 쩌것들이 힘들겄냐, 양촌댁은 아들 편이 아니라 잡초 편을 들었다. 어머니 말이 옳기야 했다. 잡초도 가만 놔두면 고추나 가지처럼 적당히 크다 멈출 테지.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싹둑 잘라내니 어떻게든 살려고 기를 쓰는 것일 터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게 잡초의 운명이고 자나 깨나 잡초를 베어야 하는 건 농부인 그의 운명이다.


(78)

긴 한숨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어릴 때는 다슬기 잡고 취나물 뜯느라 애달프고 나이 들어서는 막걸리 사다 나르느라 고달픈 인생이었다. 하기야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애달프고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으랴. 고생이라곤 깃털만큼도 안 해본 줄 알았던 찌니들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아니지, 찌니들이 고달픈 게 맞나? 스스로 선택한 것 아닌가? 아닌가? 타고나길 그런가? 그럼 애달픈 게 맞나? 이장의 머릿속이 오뉴월 논바닥의 개구리라도 가득 들어찬 양 시끄러웠다. 이럴 때는 윤 선생의 예언도 쓸모가 있다. 이장은 가뿐하게 고민을 멈췄다. 워치케든 되겄제. 이것이 사람 구실하기는 어려운 대가리의 결론이었다.


(163)

이리 멀쩡하게 이삐고 잘난 것들이 워쩌자고 이상헌디로 빠져가꼬 지 무덤을 지가 판다는디 내 속은 워쨌겄냐? 시방도 속이 쌔롬쌔롬허다. 넘이 안 간 질로 가본들 고생만 씨게 해야. 살아봉게 넘들 다 가는 질로 조심조심 감시로 넘들맹키로 사는 거이 젤이드라.


(169-170)

수평마을에서는 한발짝만 내디디면 햇빛이고 바람이고 비였다. 유리창이 덜컹거리고 벽의 어느 틈으론가 바람이 새들면 창밖 풍경을 보지 않아도 바람이 부는 걸 알 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창문도 비에 젖고 벽도 눅눅해져 비를 맞고 있지 않은데도 빗속에 있는 듯했다. 집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자연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잘 지어져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아파트에서와는 전혀 달랐다. 하기야 처음에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밤이 깊을수록 처연해지는 봄밤의 소쩍새 소리, 귀가 따갑도록 쉴 틈 없이 울어대는 오뉴월 개구리 소리, 머릿속을 두드리는 한여름 낮의 매미 소리, 가을밤 더욱 소슬해지는 고음의 귀뚜라미 소리, 때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듯한 깊은 밤 고라니의 험악한 울음소리가 어떤 벽도 없는 듯 여과 없이 귀에 닿았고, 하여 이 시공간을 무수한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시시각각 인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늦가을부터는 밤이 고요해졌다. 고요해지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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