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편 - 소통하는 한국사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최태성 지음 / 들녘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학창 시절 국사를 잘 못했는데, 크고 나서 역사책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이후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가끔씩 읽곤 했단다. 그런데 최근에 한동안 역사 관련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 하나 꺼내 들었단다. 요즘에는 텔레비전 등 매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최태성 님이 쓰신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이라는 책이란다.

이 시리즈는 전근대 편과 근현대 편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 읽은 것은 전근대 편이란다. 아빠가 우리나라 통사 관련된 역사책들을 여럿 읽어서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단다. 아빠가 책을 읽고 머릿속에 잘 기억하지 못해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는 없지만, 다시 읽다 보면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들이 떠오르게 되더구나. 그러니 반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반복을 해도 기억이 오래가지 않으니 안타깝기도 하구나.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은 우리나라의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해서 나라를 세운 고조선,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 시대, 조선 시대 후기까지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이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각 시대의 중요한 사건과 경제 문화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교과서 읽는 기분도 좀 들었단다. 아빠의 학창 시절 때 국사 교과서보다는 재미있게 말이야.

 

1.

이미 우리나라 역사의 대해서 너희들도 배웠고, 아빠가 예전에 읽은 역사책을 읽고 쓴 독서편지의 내용들과 많이 겹쳐서 오늘은 간단히 아빠가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하련다.

아빠가 예전에 늘 이상하게 생각한 것국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청동기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시작되었다고 하고, 고조선은 그보다 앞선 기원전 2333년에 세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거든..이게 늘 이상하게 생각했어. 그런 이유를 설명해 주었단다. 기록에 의해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은 확실한데, 고고학적 발견에서 우리나라 청동기는 2000년에서 1500년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것도 예전에는 기원전 1000년이었대. 고고학적 연구가 더 진행되면 우리나라 청동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하는구나.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두다 보니 그런 차이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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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단군왕검은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건국합니다. 고조선의 건국 시기는 조선시대 역사서인 <동국통감>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원전 2333년으로 잡고 있는데요. 앞서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가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고조선이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되었다고 했으니 이러면 시기가 맞지 않지요. 이유를 볼게요. 예전에는 한반도에서 기원전 1000년경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원전 2000년까지 올라갔는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어쩌면 이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원전 2000년까지 올라갔는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어떠면 이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지도 모릅니다. 기록과 고고학적 성과가 맞닿게 되는 시점도 곧 올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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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시대의 각국의 전성기 시대를 보면 모두 한강 유역을 차지했잖니. 신라의 전성기의 왕은 진흥왕인 것은 너무 유명하잖니. 그런데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한 것은 그의 배신도 한몫 했다는구나. 전략이라면 전략이지만 배신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열 받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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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도읍을 사비로 옮겼지만, 백제의 본거지는 어디까지나 한강 유역이에요. 백제가 명실상부하게 강국의 위치에 오르려면 자신의 근거지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중심인 한강 유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성왕은 백제의 근거지인 한강을 되찾기 위해 신라의 진흥왕과 손을 잡아요. 아직까지는 혼자 힘으로 고구려를 상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동맹을 통해 백제는 한강 하류를 되찾지만 진흥왕의 배신으로 한강을 도로 빼앗기게 됩니다. 이에 격분한 성왕이 진흥왕과 일전을 벌였다가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백제는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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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는 당파싸움으로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단다. 아빠도 조선의 당파싸움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했어. 하지만 당파싸움을 할 수 있던 것은 조선이 선진 정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최태성 님의 의견을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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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45)

일제는 자신들의 국권 탈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사관을 내세웁니다. 특히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두고 이른바 당파성론을 만들어냈는데요. 한국인은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기를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져 망국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논점이에요. 하지만 이 붕당정치는 일본인은 해보지 못한 선진정치였습니다. 같은 시기의 일본은 꿈도 꾸지 못할 정당정치가 조선 중대에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붕당정치는 일종의 정치 투쟁인데요. 주로 상소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한 세력이 독재하지 못하도록 소수파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인데요. 이는 분명 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도 있습니다. 붕당정치는 공존이 바탕이 되는 정치 시스템이었어요. 이랬던 붕당정치가 왜곡으로 치달은 것은 일당전제화가 되면서부터입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 환국정쟁으로 변질되면서 폐해가 불거지는데요. 일제의 식민사학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바로 이 시기의 모습입니다. 이걸 전체로 확대 해석하여 마치 붕당정치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 한국인의 국민성까지 들먹였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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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전기에서 중기까지 사상의 기반이 되었던 성리학과 조선 후기 부각된 양명학과 실학의 차이점을 예시로 들어주었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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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학문에서는 양명학과 실학이 나옵니다. 관념을 앞세우는 성리학과 달리 양명학은 실천을 중시해요. 예컨대 사과를 하나 가져와서 이 사과의 맛을 평가하시오리고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성리학은 이 사과의 는 무엇일까. ‘는 무엇일까, 이 사과가 맛있다고 하면 그것은 일까, ‘일까 하고 자꾸만 관념적으로 해석하려 들어요. 반면에 양명학은 사과를 덥석 깨뭅니다. 먹어봐야 맛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거죠. 실학은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합니다. 이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자는 학문으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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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까지만 할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분들에게 저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책의 끝 문장: 근대는 또 어떠한 시대정신을 우리에게 요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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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5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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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문학지성사에서 계절마다 출간하는 <소설 보다 : 겨울 2025>를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이번에 두 번째란다. 전에 겉표지가 예뻐서 책 소개를 보다가 싼 책값에 장바구니에 넣어 처음 읽었었는데, 이번 <소설 보다 : 겨울 2025>도 비슷한 경로로 읽게 되었단다. 먹음직스러운  귤 그림으로 아빠를 쏘셨고, 장바구니에 넣기 좋은 책가격으로 주문 버튼까지 눌렀단다. 지난 늦겨울에 읽었는데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이번에도 3편의 소설과 작가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단다. 이번 호의 소설들의 작가는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의 작품들이 실렸는데, 미안하게도 아빠는 그들의 이름을 모두 처음 들어보았단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반갑구나. 이 책에 실린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 작가님들도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그런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들을 짧게 이야기해줄게.

 

1.

첫 번째 작품은 박민경 님의 <별개의 문제> 성향이 정반대인 와 병주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친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는 소심한 현실주의자였고, 병주는 자신감 넘치는 낙관주의자였거든. 병주는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넉넉한 생활을 했어. 하지만 최근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되어 보통의 생활을 해야 했지.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인 씀씀이가 여전했단다. ‘는 디자인 프리랜서였는데 최근에는 AI와 경쟁을 해야 해서 돈벌이가 쉽지 않았어.

그 와중에 병주는 회사를 그만 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어. 특별한 사업을 하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쪽박 찰 확률이 너무 높은 피자 가게를 한다는 거야. 그래도 병주는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시작은 생각보다 괜찮았어. ‘도 전공을 살려서 피자박스에 그림을 정성껏 그려 넣었어. 좋은 리뷰가 올라오면서 소문이 났고 가게 매상은 점점 올라갔어.

그러던 어느 날 별 한 개를 단 리뷰가 올라왔어. 그 리뷰 때문에 전체 평점이 훅 떨어지고 말았지. 병주는 이것에 너무 신경을 쓰고 민감하게 반응했단다. 그러면서 피자 만들기와 위생 등 작은 것까지 더 신경을 썼단다. 하지만 동일인물이 주기적으로 별 한 개 평점을 주었어. 병주는 직접 만나서 그의 불만을 들어보겠다면서 직접 배달을 하겠다면서 그를 찾아갔어. 그리고 얼마 후 전화가 왔는데, 맛있게 먹었으면서도 그 사람이 장난으로 별 한 개를 주었다는 거야. 그러면서 병주는 잔뜩 화가 나 있고 다급한 목소리였어. 병주가 무슨 안 좋은 일을 벌인 것 같은 목소리였어. 당황하면서 걱정되어 도 가게 문을 닫고 그 집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 소설은 마치 장편 소설을 위한 프리퀄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그렇게 끝날 수는 없어장편으로 재탄생한 작품을 기다려본다. 역시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로구나. 이 소설의 평점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신중해야겠구나.

 

2.

두 번째 작품은 서장원 님의 <뱀이 있는 곳>이란 작품이란다. 아빠가 정말 싫어하는 동물 뱀이 등장하는 소설인가 하고 긴장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단다. 정인과 하진은 사촌이면서 동갑내기 친구란다. 정인은 서울에 살고, 하진은 사천에 살고 있어서 어렸을 때는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재수를 할 때 둘이 함께 양평에 있는 재수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친해졌어. 정인은 학창시절에 초고도비만이라서 친구가 거의 없어서 하진이 유일한 친구나 마찬가지였어.

하진은 두 달 전 회사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고소를 했으나 오히려 그 무고조로 맞고소를 당했어. 그 상사라는 놈은 대형 로펌에 의뢰하여 증거들을 조작해서 결국 무죄를 받아냈어. 그런 일을 겪고 나서 하진은 회사를 그만 두고 부모님이 계신 사천으로 내려와서 펜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하진의 어머니는 집안에 우환이 있고 안 좋은 일들이 생겨서 점을 봤는데 집에 있는 뱀들 때문이라고 했어. 집에 있는 뱀?

생각해 보니 하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만들어 놓은 뱀술들이 있었어. 하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뱀술의 수가 만만치 많았어. 하진은 정인에서 그 뱀들을 처치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정인은 사천에 내려왔단다. 그들이 헤아려 보니 뱀이 무려 16마리였어. 그들도 혼자 하라고 하면 역겹고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야. 아빠도 상상만 해도 징그럽구나. 그들은 뱀들을 대야에 싣고 근처 호숫가에 갔어. 땅에 묻으려고 파는 사이 어떤 야생동물이 와서 뱀 한 마리를 물고 도망가 버렸단다.

…  그 야생동물은 술에 찌든 뱀을 먹고 어찌 되었으려나. 정인과 하진은 나머지 열다섯 마리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수고했으니 그날 저녁은 소고기를 먹기로비록 살아 있는 뱀은 아니었지만, 술병에 담긴 뱀들을 생각하니 아찔하더구나. 더 이상 뱀을 생각하기 싫어서 이 책에 대한 소감이 여기서 빠르게 종결.

 

3.

마지막 작품은 하가람 님의 <5월의 창가의 호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란다. 2002년 울산이 소설의 배경이란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와 함께 사는데 낮에는 엄마가 공장에서 일하셔서 11살 호수는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어. 그런데 윗집에 호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집사 준을 알게 되어 자주 놀러 갔단다. 준은 서울의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사람인데 그만 두고 울산에 내려와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었어.

준은 연극을 그만 두었지만, 연극대본과 희곡만 파는 서점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었어. 어느날 서울에서 함께 연극을 하던 소라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분위기를 봤을 때 준과 소라는 사귀거나 사귀었던 사이 같았어. 소라가 준을 설득한 것인지, 준과 소라는 집에 머물면서 연극 연습을 같이 하곤 했단다. 연극 연습뿐만 아니라 그 만큼 싸우기도 자주 싸웠지.

준이 외출하고 소라가 혼자 집에 있었는데, 소라가 열어 놓은 창문으로 호랑이가 뛰어 올라가더니 점프해서 가출했단다.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그 일로 준과 소라는 대판 싸우고 소라는 서울로 돌아갔단다. 준은 전단지를 붙이며 호랑이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사실 호수는 호랑이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랬어. 그래야 준이 호랑이를 찾는다고 울산을 안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그래서 실제로 호랑이가 사라졌을 때,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단다.

준은 결국 호랑이를 찾지 못했어. 준은 호수를 데리고 대관람차를 태워 주고, 얼마 후 결국 서울로 떠나고 말았단다. 준이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늘 연극무대에 있는 것 같았어. 결국 마음이 쫓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지준이 서울로 돌아간 후 호수는 며칠 동안 크게 앓았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지..

그런데 울산에 대관람차가 있었나? 아빠는 울산에 한번 결혼식 참석차 간 것 밖에 없어서 울산에 대해 잘 몰라서 검색을 해봤더니, 소설에서처럼 약간은 뜬금없이 백화점 옥상에 대관람차가 있더구나.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든 생각은 건물 옥상에 거대한 대관람차가 튼튼하게 잘 지탱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2001년에 개장되어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었더구나. 이 소설은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이번 <소설 보다 : 2025 겨울호>에 실린 세 작품 모두 재미 있어 좋았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 작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다른 작품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소설 보다> 시리즈도 좀더 관심을 가져봐야겠구나. 그러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병주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책의 끝 문장: 부디 좋은 마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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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강순희) 노무현 대통령 생각하면 유시민 작가 생각나고, 유시민 작가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요. 내가 구순 잔치에 노무현 대통령 초대하고 싶었어요. 돌아가셔서 못 하게 되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하고 유시민 작가 초대하려고 했어. 그랬는데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바람에 구순 잔치를 안 했어요.


(88)

(강순희) 그 사람이 맨날 그랬어요.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배우자를 잘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나를 잘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어요. 무시했으면 내가 가만있지도 않았겠지만, 남편 떠난 다음에 지인이 해준 이야기인데, 한번은 얘기를 하다 말고 일어서더래요. 무슨 약속 있냐고 하니까 아내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휙 가버렸대요. 그때는 어이없었다 하더라고. 그 사람하고 이웃에 산 적이 있어요. 갈현동 살 때였는데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온 거예요. 그 집에 놀러 갔을 때 남편이 과일을 포크로 찍어서 나한테 줬어요. 그걸 보고 다른 집 여자들이 남편한테 자가지 긁었나 봐. 남편들이 안 되겠다고, 우리더러 빨리 이사 가라고 우스개를 했지.


(109)

(강순희) 갔더니 남편이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는지 말하라는 거예요. 난 남편이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집에 있었다고 했지. 그래야 숨겨준 사람한테 피해가 안 가니까. 그 사람들 지켜줘야 하잖아요. 집 어디에 있었냐고 묻기에 침대 밑하고 다락에 있었다고 했어. 자기들이 거기는 안 뒤진 걸 내가 알았거든. 그랬더니 왜 집에 없다고 했냐는 거야. 아니, 그럼 남편 여기 있다고 잡아가라고 하냐, 당신 같으면 그러겠냐고 했어. 그러니까 뭐라고 못 하지. 지난번에 꽥꽥 소리 질렀던 놈도 그땐 안 그러더라고. 그리고 내가 정보부 갈 때 선글라스만 낀 게 아니라 양장을 쫙 빼입고 갔어요. 내가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외출할 때 입을 만한 옷도 제법 있었고, 또 키가 커서 아무거나 입어도 옷이 태가 났어요. 구제품 사서 고쳐 입으면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막 온 것 같다고 사람들이 그랬어. 내가 나중에 옥바라지할 때도 옷 잘 입고 선글라스 끼고 다녔지. 이것들이 사람 무시하니까. 무슨, 못살아서 이북에서 왔다느니, 빨갱이라느니 어쩌니 하면서 얕잡아 보니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하려고 그렇게 한 거예요.


(134-136)

(유시민) 그 호소문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봤어요.

우리들은 살고 싶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10년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작된 인혁당에 묶여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의 아내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혁당을 조작하여 북괴에 이롭게 하는 것은 무슨 법, 무슨 조에 해당하는지 만천하에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 부디 저희들의 남편을 정치 제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름 없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정치 제물로 삼는다면 그 제물 위에 피는 꽃은 무슨 꽃이 피더라도 향기 없는 꽃이요, 빛깔 없는 꽃이요, 생명력이 없는 꽃일 것입니다. 죽이고 난 다음에는 살릴 수가 없습니다. 이 절실한 호소를 모른 체 묵인함으로 저희들의 남편을 제물로 바치려 하는 자들과 같은 편에 서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정에서는 저희 남편들을 사형을 시켜 마땅한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저 무시무시한, 온 권력을 다 가진 정보원들과 아무 힘없는 저희들과 누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둘 다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 당연하고 옳은 자세일 줄 믿습니다. 그렇다면 다 못 믿겠으니 가만히 있자!’하는 것은 공정한 입장에 선 것이 아니라 정보원들과 같은 편에 서서 저희들이 남편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라고 하신다면 이는 저희들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다 못 믿겠으니 온 국민이 납득이 가는 공정한 재판을 하자 하는 가장 공정한 입장이며 국민의 권리며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시지 마십시오. 만약 포기하신다면 8인의 생명을 죽이는 데 도움을 준 결과가 될 것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살인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 결과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희들의 남편은 주교도 아니요, 변호사도 아니요, 시인도 아니요, 교수도 아니요, 목사도 아닙니다. 따라서 인혁당원도 결코 아닙니다. 이름 없고, 힘없고, 짓눌린, 선량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입니다. 더 이상 저희는 사형이라는 몸서리쳐지는 말을 들을 기력이 없습니다. 피를 토하는 아픔과 절망을 의식하며 여러분 앞에 호소드리는 바입니다. 1974 12 5. 가족 일동.”


(160)

민복기(1913~2007)는 이완용의 사돈이자 자신도 일제 귀족 작위를 받았던 민병석의 아들로 경성에서 태어나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하고 경성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다음 경성지방법원 판사가 되었다. 미군정청 법률심의국장을 거쳐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대통령 비서관,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으로 승승장구하다가 1968년부터 10년 넘게 대법원장 자리를 지켰다. 두 번째 임기에 인혁당재건위 사건 상고를 기각해 사형에서 징역 15년까지 모든 피고인의 형을 확정했던 그는 1978년 정년퇴임하면서 내 재임 시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의 국정자문회의 위원 위촉을 받아들였고 국정자문회의 위원직도 수행했던 민복기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부친과 나란히 올랐던 민복기의 이름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영원히 박정희가 자행한 사법살인의 하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당시 대법관은 민복기, 홍순엽, 이영섭, 주재황, 김영세, 민문기, 양병호, 이병호, 김윤행, 임항준, 한환진, 안병수, 이일규 등 13명이었으며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이일규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여둔다.


(170)

나 이젠 어디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어디 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아침에 뒤돌아 보며 헤어져

해지면 만나던 당신을

그리워 보고싶어 기다리다 반기던 나.

, 이젠 어디 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지난 봄 무연이 끌려간 당신을

1년을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며

그래도 반갑게 만날 그 벅찬 행복을 꿈꾸며 기다려왔건만

, 이제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이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을 당신을

, 어찌 그리워 참을 수 있겠는가.

내가 숨쉬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모든 원동력은 오직 당신의 사랑이었는데

이제 당신이 없는 나에게 무슨 힘이 남아 있겠나.

! 여보! 놓지 않던 당신의 차디찬 여윈 손을

꼭 쥔채로 그 옆에 웃음 지으면 편히 눕고 싶소.

1975.4.18


(171)

저 구름 넘어 아득한 곳에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남은 여생을

가시밭길을 걸어서 걸어서

단 한번 만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나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멀다 하지 않고

외롭다 하지 않고 고달프다 하지 않고

힘껏 달리고 달려가련만

! 이처럼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니

,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이 서러움을 감당할 길이 없고나,

감당할 길이 없고나.


(199)

(강순희) 다시 볼 수 없다는 거,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디 가도 볼 수가 없다는 거, 그게 참 기가 막히더라고. <전쟁과 평화>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죽자, 여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이, ‘당신 어디 있느냐는 거였어요. 나는 그 사람 만나려고 산소에 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꼭 갔지. 택시 타고 다녔어. 누구 보기가 부끄럽더라고. 그래서 버스를 못 타는 거야.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고,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꼭 내가 잘못해서 남편이 죽은 것 같았어. 누가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나 혼자 그랬던 건데, 이거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다들 그랬대요.


(201)

(강순희) 택시 기사들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이웃 사람들도 다 좋았어요. 그때 우리집 골목은 양쪽으로 집이 쭉 있었으니까, 한 집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 들렸는데도 내가 맨날 문 열어놓고 소리 질렀어. ‘박정희 살인마!’ ‘민복기 살인마!’ 하도 분해서 나도 잡아가라,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 쪽을 쳐다보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그냥 지나가라고 했지. 다들 우리 부부를 안타깝게 봤던 것 같아. 그 골목에서 우리 아들 친구네가 살았는데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우리 부부가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내다보곤 했었대. 가뭄이 심해서 동네에 물차가 온 적이 있어요. 물통을 갖다 놓고 물을 받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열불이 나서 한마디 했지. ‘, 이 개새끼야! , 박정희 새끼 잡아 먹고 싶은데 오늘 어느 놈이든지 박정희 대신 잡아먹어야 되겠다!’ 물차 운전사가 막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말라고 말리고 그랬어요.


(203-204)

(강순희) 순전히 생떼였지, 생떼. 내가 그 사람들한테 다 이야기했어. 경찰들은 몰랐죠. 1차 때 어떻게 됐는지, 2차 때 재판을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재판정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조리 있게 좍 말하고, 이게 무슨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하니까 다들 한마디도 말을 안 하는 거야. 반박할 수가 없으니까 못 하는 거지. 자기들도 사람이니까 억울하겠구나했겠지. 그리고 박정희 사진이 걸려 있기에 욕을 막 했어요. ‘저 새끼! 쥐새끼 같은 놈! 조막만한 놈의 새끼! 네까짓 게 뭔데 사람을 죽여!’ 그러면서 소리 질렀지. ‘내 목에도 새끼줄 걸어! 너네 각하 모독죄로 걸어!’ 그랬더니 다들 슬슬 피하더라고, ‘아주머니, 가서 주무십시다하면서 끌어내기에 박정희 살인마!’ ‘인혁당 조작이다!’ 외치면서 나왔어요. 그랬더니 사람들 다 자는 시간이니까 그러지 말래. 지금 자는 게 문제냐고, 죄 없는 사람을 여덟 명이나 죽였는데 잠 좀 못 자면 어떠냐고 계속 박정희 욕을 하니까 집에 데려다주더라고요. 난 박정희가 살아있을 때도 그러고 다녔어요. 겁나는 게 없었어. 겁이 안 났어. 떳떳하니까! 누굴 만나도 다 그렇게 진실을 말하고 다녔지.


(232-234)

(강순희)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남편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느냐, 네깟 것들이 무슨 명예회복을 해주느냐, 이게 나라냐, 나도 힘 있으면 이놈의 세상 확 뒤집어엎고 싶다, 힘이 없어서 못 하는 거다, 이 세상 뒤집어엎으려고 한 게 내 남편의 명예인데, 이 명예가 어때서? 명예 회복 같은 거 신청 안 한다, 돈 몇 푼 보상받는 거 안 한다. 내 생각은 그런 거였어. 명예회복 신청해서 보상받으면 더 분하고 더 억울할 것 같았어. 사람이 죽고 없는데 뭐가 필요하단 말이야?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 같지가 않은 거야. 그래서 신청을 안 했어요. 재심 무죄 판결 나고 나서 한명숙 총리가 우리를 공관에 초대했어요. 2007 2월쯤이었지, 아마? 한 총리가 왜 여태 명예회복이 안 되었냐고 걱정하기에, 내가 안 한 거라고 이유를 싹 설명하고 재판으로 해결했으니까 이제는 할 거라고 했어요. 그 후에 신청해서 했고.


(239)

(강순희) 그렇죠, 죄 없이 산 사람을 그렇게 죽였구나, 죽으러 갈 때 마음이 어땠을까, 그 사형 자리에 갈 때 어땠을까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죄 판결 나기까지 찾아오고 편들어준 정치인 많았는데, 다 잊어버렸어요. 민사재판도 이겼어요, 어떤 기자가 오글 목사랑 마태진 목사를 아냐고, 연락이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보상금이 나오니까 오글 목사한테 얼마라도 보내야겠다 싶었어요. 우리 정말 힘들 때 도와준 사람들, 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때 내가 파주 살았는데, 동우엄마 민환엄마랑 우리집에서 오글 목사한테 전화했어요. 그 돈은 한국에 있는 분들이 써야 된다면서, 자기들은 사는 거 괜찮다고 딱 잘라 거절했어요. 내가 준 쌍가락지 하나, 그 반지 갖고 있다고, 절대로 안 팔 거라고 했고,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더라고요. 셋이 의논해서 오글 목사랑 마태진 목사한테 이불을 좋은 걸로 사 보냈어요. 나중에 이불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전화 왔지.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게, 피해자들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혼쭐내는 것도 꼭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용택은 국회의원까지 해먹었잖아요. 신직수도 변호사 했고요. 아우, 박정희 똘마니 노릇하던 것들이 말이야. 아니, 왜 피해자는 계속 당하고 가해자는 처벌 안 받아요? 우리 사회는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어휴, 그놈의 자식들


(259)

(강순희) 중학교 다닐 때였는데 공책에 인생이란?’하고 써놓은 적이 있어요. 담임 선생님이 그거 보고 놀렸어. ‘, 순희, 벌써 인생을 생각하냐?’ 인생이 뭘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 게 쌓여 인생이 된다. 애들한테 늘 그렇게 얘기했어요. 나도 그렇게 살았고.


(262)

(강순희) 아무 여한이 없어요. 오늘 밤에 죽는다 해도 괜찮아. 남편 일로 좀 힘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했으니까. 신랑도 잘 만났고, 사랑도 잘 했고, 남편 일로 싸울 때도 잘 싸웠어요. 자기한테 주어진 것을 극복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잖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남편 죽었을 때는 막 같이 죽고 싶었지. 그런 생각이 든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 그렇지만 아이들 위해 살아야겠다 싶어서 고비를 넘겼어요.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263)

(강순희) 사는 동안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요. 불행하지 않았어요. 행복하게 만났고, 행복하게 살았고, 행복하게 애들 키웠고, 일도 닥치는 대로 행복하게 했고, 남편 때문에 싸울 때도 있는 힘을 다했어요.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은 거예요.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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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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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할 책은 북유튜버들이 적극 추천하여 알게 된 이기호 님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라는 책이란다. 이기호 님 작가의 책은 오래 전에 <사과는 잘해요>라는 책 한 권 읽은 적이 있고, 당시 그 책이 아빠에게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그 이후에 크게 관심이 없던 작가였는데, 오늘 이야기할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역시 어떤 작가를 평가할 때 한 권으로 평가하는 것은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구나. 이번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책이 두꺼움에 불구하고 휙휙 넘어갔고, 왜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알겠더구나. 아빠 주변에 책 추천을 해 달라는 사람이 적긴 하지만 혹시 누군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추천할 책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구나. 물론 너희들에게도 추천을 하고 싶지만, 너희들은 너무 바쁘니…  

책 제목 속의 이시봉은 읽다 보면 바로 사람이 아니고, 강아지의 이름이란 것을 알게 될 거야. 우리는 반려견이 없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은이 이기호 님이 키우는 반려견의 이름도 이시봉이라고 하는구나. 시봉이라고 부르면 쳐다보지 않고 꼭 이시봉이라고 불러야 하는

….

 

1.

이시봉은 네 살 비숑 프리제이다. 비숑 프리제는 개의 품종의 하나란다. 아빠가 강아지의 족보들을 잘 몰라서 비숑 프리제라는 품종도 처음 들어본 말인데 검색해보니 SNS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아주 사랑스럽고 귀여운 강아지더구나. 이시봉의 견주 이시습이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이제 만 20살이 되었지. 피자 가게를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2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암투병을 하고 계셔서 간병하러 외가댁인 가평에 가 계시고 광주 집에는 시습과 착실하고 공부 잘하는 고3 동생 시현과, 네 살짜리 비숑 프리제 이시봉이 함께 지내고 있단다.

시습은 사람들이 없는 야밤이나 새벽에 이시봉과 산책을 하고, 시습은 산책을 하면서 술을 먹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였어. 그 덕분에 살도 찌고 어쩌면 알코올 중독일 수도 있었지. 그 마을에 길고양이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변태 같은 흉악범죄자가 있는데, 범인 스스로 자신을 형집행인이라 말했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잡지는 못했단다. 어느날 시습과 산책을 하고 내려오던 이시봉이 불이 나게 뛰어가서 뒤쫓아가 보니, 형집행인의 범행현장을 용감하게 급습한 거야. 이시봉이 형집행인을 향해 달려들자 형집행인은 고양이 목에 줄을 매단 채 도망갔단다. 이시봉은 고양이가 죽지 않도록 고양이 밑을 받치면서 달려갔어. 결국 형집행인은 고양이를 놔두고 도망을 가서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어. 이 장면을 동네 누나 리다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SNS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대박이 났단다.

그렇게 유명해지고 나서 얼마 후 서울에서 사람들이 찾아왔어. 앙시앙 하우스 소속의 브리더들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이시봉이 프랑스의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 프리제인 것 같다면서 DNA조사를 해보고 싶다는 거야.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후에스카르는 비숑의 명문 가문으로 이시봉이 비숑의 왕족일 수도 있다고 했어. 황당무계한 소리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간곡한 부탁에 이시봉의 DNA 조사를 하기로 했단다.

...

왕족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이 이시봉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주시 왕곡면에서 얻어온 것으로 아는데 프랑스 귀족 혈통이라니... 말도 안 돼. 아버지는 20년간 타이어 공장에서 일하시고 그만 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이성현 피자 가게를 내셨어. 나름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이시봉을 쫓아가다가 무단횡단을 하시게 되었고 그때 차에 치어 돌아가신 거야. 그래서 엄마는 이시봉을 별로 안 좋아하신단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

얼마 후 앙시앙 하우스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시봉의 DNA 검사 결과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이 맞다는 거야.. 이런..

이 책에는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의 역사(?)도 함께 실려 있는데 프랑스 혁명과 스페인 왕조 이야기 등 실제 있었던 일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후에스카르 비숑이 있는 줄 알고 검색을 해보기도 했단다. 물론 없었지 ㅎㅎ 고야의 유명한 그림 <알바 공작부인의 초상화>에 보면 강아지 한 마리 그려져 있는데 그 개가 바로 후에스카르 비숑이고 이시봉이 그 개의 후예라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란다. 고야의 <알바 공작부인의 초상화>을 검색해 보면 실제로 강아지 한 마리가 있더구나. 그 그림을 보고 이런 설정을 생각하다니, 작가님이 대단하구나.

아무튼, 앙시앙 하우스 정채민 대표가 그들을 초대했어. 물론 이시봉과 함께였지. 시습은 이시봉은 서울 지점에 갔다가 앙시앙 하우스 본사가 있는 용인시 양지면 대대리로 갔단다. 동네 이름이 너무 자세하게 나와서 대대리라는 동네가 있나 검색해봤더니 실제 있는 동네더구나. 극사실주의 소설이구나. 설마 그 동네에 가면 앙시앙 하우스가 진짜 있는 건 아니겠지? 정채민 대표는 50대 초반의 미혼이었어. 이시봉을 만나 엄청 기뻐하면서 시습에게는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해줬어. 나폴레옹 때부터 내려온 고귀한 가문의 멍멍이.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한 인증서도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정채민 대표는 어떻게 그런 고귀한 멍멍이 품종을 알게 되었을까.

 

2.

정채민은 1996년 프랑스에서 영화 유학을 하고 있었대. 당시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김상우, 박유정 커플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비숑 프리제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동안 카이와 루시라는 비숑 프리제 커플을 봐달라고 부탁했고, 정채민은 그들을 잠깐 봐주다가 정이 들었대. 그래서 정채민은 거금을 들여 카이와 루시를 분양 받았고 김상우, 박유정과 함께 지내면서 카이와 루시에게 푹 빠지게 되었대. 김상우가 카이와 루시를 데리고 먼저 귀국했대

그런데 한두달 지나고 김상우가 연락이 안되어 박유정을 찾아가 보니 박유정도 이미 몰래 귀국했다는구나. 정채민은 사기를 당한 것보다 카이와 루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더 괴로워했어. 귀국 후 전국 방방곡곡 카이와 루시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대. 그가 앙시앙 하우스를 차린 것도 카이와 루시를 찾기 위한 것이었어. 그리고 카이와 루시를 거의 포기했을 때 인스타에서 이시봉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단다. 시습은 이시봉의 출신지가 나주시 왕곡면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그들의 첫만남은 그렇게 끝났고 시습과 이시봉은 다시 광주로 내려왔단다. 얼마 후 그들은 시습에게 삼천만 원을 제시하며 이시봉을 분양해 달라고 했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습은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시봉과 헤어지는 것은 더 힘들었지.

...

시습은 엄마한테 이시봉을 데리고 온 정확한 곳을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면서 아버지와 이시봉이 처음 만난 날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어. 사진 배경에는 교회 사진이 하나 있었어. 시습은 로드뷰를 다 뒤지기 시작했단다.

...

잠시 후에스카르 브숑 프리제의 이야기를 더 해보자.. 앞서 이야기했던 알바 공작 부인은 스페인 왕비의 질투로 화재로 죽을 뻔했단다. 그 화재로 함께 있던 비숑 프리제들도 여럿 죽었단다. 스페인 왕비의 질투라고 해서 스페인 왕을 둔 질투는 아니야. 스페인 왕비는 정치인이자 군인인 마누엘 데 고도이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질투심이었단다. 고도이가 살아 남은 비숑 프리제들을 데리고 가서 보살펴 주었어. 이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했단다. 참고로 알바 공작, 마누엘 데 고도이는 실존 인물이란다.

....

시습은 나주시 왕곡면의 로드뷰를 다 뒤져서 사진 속의 송죽리 교회를 찾았단다. 그곳에 갔더니 불법 개 농장이 있었어. 몰래 지켜 봤는데 개들을 학대하고 그랬어. 다시 집에 와서 이번에는 친구들, 그러니까 정용, 수아, 리라와 함께 다시 개 농장으로 향했단다. 그런데 그곳에서 앙시앙 하우스 사람들을 봤어. 그들은 다 깨고 부수고 무엇을 찾는 것 같았어. 결국 시습의 친구들은 앙시앙 하우스의 폭력만 멀리서 보고 돌아왔어.

...

시습은 이시봉의 단서를 찾으려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단다. 이시봉을 데려오던 시기인 별 것 없었는데 그보다 1년 전인 2019년은 이시봉이라는 사람과 많은 통화를 한 것을 알아냈어. 뭐야? 이시봉이 아버지 지인의 이름이었던 거야??? 시습은 그 이시봉이라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봤더니 아버지가 전에 다니던 타이어 회사의 친한 후배였어. 노조를 함께 하다가 아버지는 퇴사를 하고 이시봉 아저씨는 계속 노조 활동을 하셨대. 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게 되자 시위를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3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는구나. 그래서 아버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하셨대. 이시봉은 이시봉 아저씨가 소개해주신 거래.

이시봉 아저씨가 감옥에 있을 때 23살 마약사범 김태형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대. 김태형은 이시봉 아저씨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담보로 개를 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이시봉 아저씨는 시습의 아버지한테 연락을 해서 아버지가 이시봉을 데리고 오게 된 거야. 그렇다면 김태형과 김상우, 박은영과는 어떤 관계이고 이시봉은 어쩌다 나주시 왕곡면 개 농장에 있었을까.

....

정채민괴 앙시앙 하우스에서 일하는 브리더들이 찾아와 이시봉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단다. 시습은 마지못했지만 이시봉을 데려왔어. 그날밤 앙시앙 하우스의 전담 수의사가 연락해서는 돈을 올려준다고 했지만 시습은 단호히 거절했단다. 그러자 그는 은근한 협박까지 했어.

...

한편, 마약사범 김태형은 모범수로 출소 후 당진에서 배관공으로 일했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단둘이 살았고 아버지는 연락도 안 되었어. 몇 년 전 엄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김태형의 엄마의 이름은 바로 박은영. 그래 박은영과 김상우의 아들이었던 거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은영은 세상을 떠났구나. 김태형은 출소 후 자신이 맡긴 비숑을 만나보려고 이시봉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김태형은 시습의 집에 찾아왔단다.

....

어느 날 양평에 계시는 시습의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어. 외할머니가 위중하시다고 했어. 시습은 동생 시현과 함께 양평으로 갔단다. 이시봉은 동네 누나 리다에게 맡겼어. 다행히 외할머니는 며칠 지나 안정을 되찾아 시습과 시현은 다시 광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시습이 자리를 비운 사이 리다가 앙시앙 하우스 사람들에게 설득 당해 오천만 원에 이시봉을 그들에 넘겼대. 그리고 리다는 뒤늦게 후회되어 시습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

시습은 수아, 정용, 그리고 김태형과 함께 앙시앙 하우스에 갔단다. 이시봉을 돌려달라고 하려고..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계속 거절당했어. 김태형은 앙시앙하우스 경비들에게 박유정의 아들이 정채민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 김태형이 혹시 정채민의 아들?

...

 

3.

김태형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노트를 보게 되었어. 박유정이 남긴 내용은 정채민이 시습에게 해준 이야기와 좀 달랐어. 프랑스 유학 시절, 정채민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들 사이는 안 좋아진 상태였어. 늘 돈도 부족하고 갈등이 지속되었지. 정채민이 카이와 루시를 먼저 김상우와 박유정에게 봐달라고 부탁을 했대. 김상우는 그걸 거절했는데 그것은 돈을 더 받으려고 그랬던 거래. 그리고 이것저것 속여서 정채민의 돈을 뜯어내려는 심사였어. 결국 김상우와 박유정은 카이와 루시를 보살피는 일을 시작했는데, 대부분 박유정이 그 일을 도맡아 했어. 그리고 김상우의 야비한 본모습을 보면서 박유정은 크게 실망했단다.

한편으로는 정채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대. 김상우와 박유정이 귀국을 준비하면서 잠깐 정채민의 집에서 함께 지냈다고 했어. 그리고 김상우는 카이와 루시가 먼저 귀국을 하고, 박유정은 혼자 정채민의 집에 있는 것이 어색해서 그곳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정채민은 가지 말라고 했단다.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 것 같구나.

….

갑작스럽겠지만 소설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다 보니 1808 3 17일 마드리드로 가야겠구나. 그날 마드리드에서는 민중 봉기가 일어났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고도이를 죽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어. 고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생략하자.. 스페인 역사 시간이 아니니까고도이는 별궁에서 늙은 비숑 베로와 함께 숨어 있었어. 자신과 내통했던 프랑스 뮈라 장군이 도와주러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 그런데 베로가 갑자기 멍멍 짖어서 그들의 위치가 발각되었단다. 베로는 민중에 의해 목이 베여 죽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고도이는 살 수 있었단다. 베로가 그런 짓을 한 것은 고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어.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하면서, 스페인의 왕은 물러나고 나폴레옹 조지프 보나파르트가 스페인 왕이 되었어. 고도이는 스페인에서 쫓겨나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어. 고도이는 살아남은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를 보살피면서 말년을 보냈단다. 고도이가 죽은 다음에는 그의 딸이 와서 남아 있는 비숑 프리제들을 데리고 갔고 후세들이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

한편 이시봉 일행은 김태형이 박유정의 아들이 찾아왔다는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앙시앙 하우스에 와서 정채민 대표를 만났단다. 이시봉도 함께 왔는데 이시봉은 놀라보게 새단장을 했고, 이름도 카이로 바꿨어. 시습이 불러도 아는 척도 안 했어. 정채민은 박유정의 아들 김태형을 보고는 격한 감정에 휩싸였어. 김태형은 정채민에게 자신의 엄마를 괴롭혔냐고 물었고, 정채민은 오히려 왜 자신의 비숑들을 빼돌렸다고 이야기를 했어. 카이와 루시의 후예들이 열다섯 마리다 되었는데 모두 개 농장에 맡겨서 모두 잔인하게 죽었다는 거야. 김태형과 정채민의 언쟁은 계속되었어.

김태형 왈, 후에스카르 비숑 같은 것은 없었다면서, 정채민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했어. 정채민은 진짜라고 맞받아쳤단다. 김태영은 앙시앙 하우스의 미셸 브리더가 여러 번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어. 그렇게 논쟁이 이어지자, 정채민은 그들은 모두 내쫓았단다. 그렇게 내쫓기다가 김태형을 선두로 다시 정채민을 만나러 갔어. 도대체 지난 세월 박유정, 김상우, 정채민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7 9월 박유정은 귀국했단다. 김상우가 자리 잡은 파주시 조리읍이 아닌,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화곡동으로 했었어. 하지만 다시 마음을 바꾸어 김상우의 집으로 갔단다. 카이와 루시가 마음에 걸렸어. 그렇게 그곳에서 김상우와 카이와 루시와 함께 지냈어. 그리고 얼마 후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1998년 김태형을 낳고, 루시도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어. 1999년 김상우와 이혼을 했는데, 김상우도 김태형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을 눈치챈 것 같았지만, 끝까지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어.

이혼하고 나서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박유정은 동생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생활했단다. 이후 박유정은 김태형을 데리고 돈 벌 수 있는 곳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지냈어. 물론 카이와 루시,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과 함께 말이야. 그러다가 카이가 2012년에 죽고, 루시는 2015년에 죽었단다. 엄마 박유정이 죽고 김태형이 탈선하며 마약 사범으로 감옥에 들어가면서 카이와 루시의 아이들을 개 농장에 맡기게 된 거야.

…..

김태형과 시습 일행이 다시 정채민에게 갔을 때 정채민은 미셸 브리더를 때렸고, 미셸도 대들도 있었어. 미셸 브리더가 정채민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박유정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에 그들이 싸운 것이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셸 브리더리는 사람은 바로 김상우였더구나. 그런데 정채민과 미셸 브리더가 싸우다가 정채민이 홧김에 이시봉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단다. 시습은 달라가 다친 이시봉을 안아서 보살펴 주었고, 김태형과 다른 이들은 앙시앙 하우스의 브리더들과 한판 싸우게 되었어. 그러면서 스피커가 쓰러졌는데 그 안에서 수 많은 메모리얼 스톤이 쏟아졌단다. 그 메모리얼 스톤은 개뼛가루로 만든 것이었어. 정채민.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 많은 메모리얼 스톤은 어디서 났는가.

시습의 일행은 이시봉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어. 다리에 골절이 있었고 간 수치도 올라가서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금방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 며칠 후 앙시앙 하우스의 권성희 수의사로부터 전화가 왔어. 정채민 대표는 앙시앙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호텔의 대표와 지분 문제로 다투고 도망가다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는구나. 그리고 이시봉은 다시 시습이 키워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일단락되었단다.

아빠가 마지막 부분에 빨리 읽어서 그런지, 불명확한 부분도 좀 있는 것 같구나. 정채민이 동물학대범으로 이해했는데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아참, 소설 초반부에 나왔던 시습의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죽였던 형집행인의 정체도 뜻밖의 인물로 밝혀지게 된단다.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SNS상에서 비숑 프리제을 보게 되면 좀 달리 보일 것 같구나.  혹시 왕족의 후예일 수도? 소설에 푹 빠지면 이렇게 된단다ㅎㅎ 이번 소설로 통해 아빠가 생각했던 이기호 작가님의 이미지가 확 개선이 되었단다. 이기호 님의 다른 작품들도 한번 살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갑작스럽게 연락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이시봉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 말의 포인트는 이거야. 인간은 자꾸 동물을 인간화시키려고 해. 그것도 자기와 친한 동물들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동물화는 참지 못하는 게 또 인간이야. 그러니까 개만도 못한 인간, 돼지 같은 인간, 이런 말에 심한 모욕을 느끼잖아. 나는 말이야. 그게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무언가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수치심과 모욕을 느끼게 하는 거. 내 말 이해했어?" - P189

박유정은 루시를 집 앞마당 양지바른 텃밭에 묻었다. 루시를 묻고 있는 동안 루시의 자손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 옆에 서서 구경했다. 어린 강아지들은 까불거리며 서로 쫓고 쫓으면서 담벼락 근처에서 뛰어놀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버린 자두와 가을이, 보름이는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는 루시를 다 묻은 후, 그 옆에 작은 동백나무 하나를 심었다. 그 나무가 루시의 묘비가 되어주었다. 누군가의 묘비를 세워주는 일. 박유정은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기억하는 것이 사람의 책이라고. 그녀는 계속 그 일을 내나갔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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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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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작가란 무엇인가 1>이라는 책이란다. 작년에 아빠의 친구분께서 추천한 책이야. 이 책은 3권까지 나와 있고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첫 번째 책이란다. 뉴욕에서 출간되는 잡지 <파리 리뷰>라는 것이 있는데, 이 잡지에서 진행한 작가들의 인터뷰들 중 36명의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란다. 각 권당 12명의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단다.

<파리 리뷰> 1953년에 출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 많은 작가들 중에 36명을 고른 것이니, 소위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겠구나. 아빠가 읽은 <작가란 무엇인가 1>에 실린 12명의 작가들 역시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서,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작가일 거야. 아빠도 이 책에 실린 대부분 작가들의 책을 적어도 한 권은 읽었고, 아빠가 읽어보지 않은 책의 작가들도 읽어보겠다고 구입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단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M. 포스터. 이렇게 12명이 <작가란 무엇인가 1>에 실린 작가들인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는 그런 작가들이구나.

이 책에는 각 작가들만의 글쓰기 방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삶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단다. 훌륭한 작가들이라고 그런지 그들이 한 말들은 훌륭한 글이 되었단다. 그들의 한 인터뷰를 통해서 삶을 대하는 자세도 배우는 기회가 되고, 글쓰는 방법에 배우는 기회가 되었단다. 아빠가 오십 대에 들어서서 그런지, 오십 대에 들어섰을 때 인터뷰를 진행한 폴 오스터의 인터뷰가 많이 공감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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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78)

폴 오스터 : 잘 모르겠네요. 이제 저는 오십 대에 접어들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더라고요. 신간이 훌쩍훌쩍 흘러가 버리기 시작하고, 살아온 삶이 남은 삶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몸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고, 전에 통증을 느끼지 않던 부위에 통증과 고통을 느끼게 되고, 사랑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했어요. 나이가 오십 쯤되면, 우리 모두는 귀신에 씌인 것처럼 살게 되지요. 귀신이 우리 안에 살면서, 산 사람들에게 하는 것만큼 죽은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하지요.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스무 살 먹은 젊은이라고 해서 자신이 죽을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요. 자신에게 이런 상실이 계속해서 쌓이는 것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그런 일들이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너무도 연약하고 너무도 알 수 없지요. 결국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걸까요? 정말로 몇 사람뿐이겠지요. 몇 명 되지 않을 거예요. 이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나면 당신의 내적 세계의 지도는 변할 겁니다. 제 친구 조지 오펜은 늙는 것에 대해 제게 어린아이가 늙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기인한 일인가.”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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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책들을 좀 많이 <작가란 무엇인가 1>을 읽었다면 좀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구나. 아무래도 작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그들의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거든. 아예 한 권도 읽지 않은 작가들은 그들의 책을 읽어보고 이 책을 펼 걸이런 생각도 했단다. 나중에 너희들도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작가들의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오늘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하련다.

움베르토 에코. 아빠가 그의 <장미의 이름><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젊었을 때 읽고 이 작가는 아빠가 읽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다고 멀리한 작가란다. 몇 년 전에 <0>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 이건 좀 괜찮네, 라고 생각하고 예전에 읽다가 실패한 <푸코의 진자>를 읽으려고 사 두었단다. 언젠가는 꼭 읽고 말 테야. 시간만 있으면 <장미의 이름>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오르한 파묵.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음 읽어 본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책이 아빠가 읽은 읽은 유일한 그의 책이란다. <작가란 무엇인가 1>에서 소개된 <>이라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무라카미 하루키. 군대에 있을 때 그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솔직히 아빠의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멀리한 작가란다. 예전에 재미있게 들은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하루키의 소설들을 극찬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그의 초기작 3편을 구매했었단다. 그리고 한 편씩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한 편만 읽고 중단된 상태로구나.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아빠가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어쩔 수 없구나.

폴 오스터.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렸을 때는 책을 읽지 않고 이십 대 후반 책을 읽기 시작했거든. 폴 오스터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할 때 즈음 알게 된 작가로, <달의 궁전>, <환생의 책>, <우연의 음악>을 읽었단다. 그 이후 한 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얼마 전 그의 서거 소식을 들었단다. 아빠가 폴 오스터의 책들을 읽을 때 그의 소설이 젊은 감각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서거 소식에 좀 놀랐었단다. 작년에 그의 마지막 작품 <바움가트너>가 출간되었는데, <작가란 무엇인가 1>를 읽고 나서 읽었는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조만 간에 해줄게.

이언 매큐언. 이 분도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빠는 세 편만 읽었단다. <넛셀>, <바퀴벌레>, 그리고 최근에 읽은 <레슨>. 세 권 모두 독특하면서도 아빠의 취향에도 근접한 책들이라서 그의 다른 작품 두어 편이 읽지 않은 채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필립 로스. 다른 작가에 비해 그의 책은 좀 많이 읽은 것 같구나. <에브리맨>, <휴먼 스테인>, <네메시스>, <미국을 노린 음모>, <샤일록 작전> 아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필립 로스의 작품와 이언 매큐언의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 필립 로스가 좀더 읽기 편한 것만 빼고 말이야. 이건 단지 아빠의 생각이란다.

밀란 쿤데라. 그의 책들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한 권도 읽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아빠의 독서기록을 보니 2001년에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읽었더구나. 예전에 읽은 <나쁜 책>에서 알게 된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꼭 읽어볼 예정이다.

레이먼드 카버. 그의 책은 읽은 것이 없구나. 그의 대표작 <대성당>을 읽으려고 구매를 해두었지만,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구나. 언젠가는 읽겠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가 노년에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멋있게 나이 드셨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구나. 그래서 그의 책을 읽어보려고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을 사 두었으나, 어려울 것 같아서 아직 펼쳐보지 못하고 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젊었을 때 재미있게 본 영화 <세렌디피티>에 나왔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는 책도 꼭 읽고 말 테다. 리스트에 올려 놓은 책들은 많은데 이것을 모두 읽으려면 유튜브를 좀 줄어야 하는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너무 유명한 사람이고 예전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이야기했으니 패스

윌리엄 포크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설에 손꼽히는 <소리와 분노>를 읽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그의 다른 작품은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구나. 그는 아빠에게 그런 작가란다. <소리와 분노> 한 권으로 충분했던 작가.

E.M. 포스터.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에 포스터의 책들은 겉표지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되어 있어서 눈길이 갔고 그래서 읽어보고 싶어서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를 구입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구나. 둘 중에 하나는 올해 꼭 읽어보도록 할게.

….

오늘은 이렇게 작가들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해봤다. 헤밍웨이가 이야기하는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터뷰 속에 이 책의 주제가 담겨 있는 것 같았어. 그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독서편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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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어니스트 헤밍웨이 : 맞습니다. 만일 작가가 관찰하는 것을 멈춘다면 그는 끝장난 것이지요. 그러나 의식적으로 관찰할 필요는 없으며 관찰한 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거예요. 그러나 나중에는 그가 관찰하는 것 모두가 그가 알고 있거나 본 것들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자산이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은 전체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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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움베르토 에코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이탈리아의 아드리아 해 근처 우르비노에 있는 17세기 저택의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지속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폴 오스터 : 항상 손으로 글을 씁니다. 대개 만년필을 쓰지만 종종 연필도 씁니다. 고쳐 쓸 생각이 있을 때는 연필로 쓰지요. 타자기나 컴퓨터에 직접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자판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늘 방해합니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명징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펜은 훨씬 더 원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이 몸에서 흘러나오고, 그 말들을 종이에 새겨넣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늘 글쓰기는 촉각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경험이라고 해야겠지요. - P153

이언 매튜언 : 저는 종종 모든 문장이 그 자체의 과정에 희미한 해설을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느낌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당신이 이 느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지시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며, 언어가 한 사람의 정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생각과 느낌을 전달할 때 언어의 감각적이고 정신에 감응하는 능력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 P228

필립 로스 : 일반 독자에게요? 소설은 독자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지요. 기껏해야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는 방식을 바꿀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또한 충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깊고 독특한 기쁨이며, 성(性)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정치적 정당화를 요구하지 않고 흥미롭고 신비로운 인간 활동입니다. - P279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글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일은 모두 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글쓰기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란 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편입니다. 완벽할 때까지 글을 써야 하는 것 역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종종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서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또한 사회적 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숭앙하는 것은 아주 잘 마무리한 글입니다. 여행을 할 때 조종사가 작가로서의 제 수준보다 나은 수준의 조종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기쁩니다. - P375

레이몬드 카버 : 좋은 소설은 부분적으로는 한 세상의 소식을 다른 세상으로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그 목적 자체로 훌륭해요. 하지만 소설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거나 어떤 사람의 정치적인 입장을 바꾸거나 혹은 정치체제 자체를 바꾸거나 고래나 레드우드 나무를 구하거나 하는 것은 못합니다. 당신이 이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에요. 그리고 소설은 이런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 지속적이고 오래하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이런 불꽃을 쏘아 올리는 어떤 것이랍니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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