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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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왠지 묵직한 작가 필립 로스의 신간 <샤일록 작전>이란 책을 이야기할게. 신간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신간이고, 원작으로는 1992년에 출간된 비교적 오래된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들어가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필립 로스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여러 편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읽은 <샤일록 작전>도 주인공이 필립 로스란다.

<샤일록 작전>은 아빠가 읽은 필립 로스의 다섯 번째 작품인데, 그 전에 읽은 <미국을 노린 음모>의 주인공도 필립 로스였단다. 그런데 <미국을 노린 음모>는 대체 역사 소설로 당연히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샤일록 작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1992년 당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데미야뉴크 사건에 대한 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것이 소설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헛갈리기도 했단다. 아빠는 초반부에 지은이가 직접 겪은 일에 허구적인 요소를 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맨 마지막 작가의 말을 통해 이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는 사람이 헛갈리는 것은 필립 로스의 필력이 그만큼 좋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소설의 제목 <샤일록 작전>의 샤일록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 소설 중간을 넘어서까지 샤일록 작전에 대해 나오지 않아서 더욱 궁금했단다. 그런데 Shawn이 책의 제목을 물어보고 아빠가 <샤일록 작전>이라고 하니, 샤일록?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그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라고 물어봤잖니이 책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설 제목의 샤일록이 <베니스의 상인>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베니스의 상인>을 언제 읽었냐고 물어보니 학원에서 읽으라고 한 책에 있었다고 했잖아. 비록 학원 숙제로 읽었어도 그걸 잘 기억하고 있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완전 휘발성인데 말이야. 아빠도 Shawn 덕분에 샤일록은 안 잊을 것 같다. 아빠는 <베니스의 상인>을 그 전까지는 읽지 않았는데, <샤일록 작전>을 읽고 나서 <베니스의 상인>도 읽어 보았단다. <베니스의 상인>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줄게.

, 그러면 <샤일록 작전>은 어떤 작전인지 이야기해 보자. 아참, <샤일록 작전>은 지금까지 읽은 필립 로스의 소설들 중에 가장 읽기 어려웠던 것 같구나. 소설의 설정은 신선해서 흥미롭게 시작해서 좋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관계의 배경지식이 적다 보니 그러지 않았나 싶구나. 하지만 필립 로스의 소설들은 역시 묵직함과 재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소설에서도 증명된 것 같구나.

 

1.

1988년 이스라엘에 사는 친척과 친구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이스라엘에 필립 로스를 사칭하고 다닌다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이 필립 로스라고 하면서 재판에서 참석하고

언론 인터뷰도 한다는 거야. 이런 어이 없는 상황이 있나. 그런데 당시 필립 로스는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 몇 달 동안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복용하였고, 무릎의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더 악화가 되었어. 정신도 비몽사몽인 상태라서, 며칠이 지나자 이스라엘에서 온 전화가 진짜 있었던 일인지 꿈인지 헛갈렸어. 그러던 중에 또 자신을 사칭한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가짜 필립 로스가 묵고 있는 호텔도 알려주었어. 그래서 그 가짜 필립 로스가 묵고 있는 호텔에 기자인 척 목소리를 변조해서 전화를 했는데, 그 놈은 자신이 필립 로스라면서 인터뷰에 응하는 거야. 내가 진짜 필립 로스라고 큰 소리를 치고 싶음 마음을 참고 전화를 이어갔단다.

그런데 그 인터뷰에서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이야기했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이야기했어. 유럽 출신인데 이스라엘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유럽으로 돌려 보내고 이스라엘 국경을 1948년 이전의 국경으로 삼고 이웃하는 이슬람국가들과 협조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구나. 그런데 그는 이런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웃 이슬람국가들에 의해 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말이야. 필립은 반박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가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단다. 그런 식으로 이스라엘에서 자신을 사칭하면서 인터뷰를 한다면, 그곳에는 필립 로스가 그런 주장을 편다고 생각하겠지? 얼른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는 데미야뉴크 사건 재판에도 방청했는데, 이 사건은 실제 있었던 재판으로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사건의 내막과 결론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단다. 아빠는 간단히 이야기할게. 2차 세계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만행을 저지른 공포의 이반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가 있었어. 그런데 미국의 공장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존 이반 데미야뉴크라는 사람이 공포의 이반과 동일한 사람이라고 신고를 해서 진행되는 재판이었단다. 아무런 특색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 사람이 제2 홀로코스트 범죄자였다니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동일인이었다는 것 또한 밝히기 쉽지 않았대. 그래서 재판은 엄청 길어졌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을 쓴 1992년도 여전히 재판 진행 중이라고 했어. 가짜 필립 로스가 이스라엘에서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필립 로스는 자신이 직접 이스라엘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단다. 소설가 친구 아하론를 인터뷰할 일도 있고 해서 그는 이스라엘로 향했단다.

 

2.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데미야뉴크 재판에 방청했어.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사칭하는 가짜 필립 로스도 만나게 되었단다. 가짜 필립 로스, 이름 부르기가 헛갈리니까 필립 로스가 가짜 필립을 부르는 호칭인 모이셰 피픽으로 호칭을 부르자꾸나. 이제부터 가짜 필립 로스는 피픽으로 부를게. 피픽은 필립 로스를 보더니 먼저 아는 척을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어. 보통 자신이 사칭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말이야.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외모마저 무척 닮아있다는 거야. 필립 로스도 놀랬단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구분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피픽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름도 필립 로스라고 했어. 그런데 자신은 암에 걸려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그러면서 자신이 소설가 필립 로스 행세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준 적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어. 필립 로스는 사칭 그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했어.

나중에 호텔에 묵고 있는데, 피픽의 대리인이라면서 간호사 징크스 모제스키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필립 로스가 바로 내치지 못하고 이야기를 들은 이유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징크스는 필립의 담당 간호사였는데, 오히려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반유대주의자였던 자신을 살려준 이가 필립 로스, 그러니까 가짜 필립 로스, 그러니까 피픽이라고 했어.

 

그들은 반유대주의자 비밀 모임을 갖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이상한 경험들을 했단다. 스마일스버거라는 낯선 사람이 아는 척을 하면서, 100만불을 기부하겠다면서 수표를 주었단다. 나중에 알고 그는 자신을 피픽으로 잘못 보고 그 돈을 준 것이었어. 그 이후에도 자신을 피픽으로 잘못 알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 그리고 우연히 30년 전 대학 친구였던 조지 지하드를 만났단다.

조지 지하드는 아랍인이었는데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인 예루살렘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어. 유대인도 그렇고 아랍인도 그렇고 위험한 예루살렘으로 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의 믿음이 그렇게 강한 것일까?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구나. 조지는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어린 아들까지 함께 왔다고 했어. 하지만 아들은 예루살렘에 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네.

조지는 예루살렘의 현실을 알려주겠다면서 필립 로스를 데리고 재판장에 데리고 갔어. 그 재판은 친구 카말의 동생은 십대 소년인데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되어 있다고 했어. 조지는 재판장에 가는 길에 예루살렘의 현상황과 문제점에 대해 엄청 길게 이야기를 했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서 많이 희생한 것은 맞지만 그들은 그것을 상품화하여 자신들만 큰 희생을 당한 것처럼 홍보한다고 비판했어. 그러면서 그들이 아랍인에게 하는 행하는 나쁜 짓들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어.

이것은 좀 생각해볼 문제란다.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었단다. 지난 주도 뜬금없이 이웃 나라에 포탄을 날려서 전세계로부터 욕을 먹었잖니. 그런데 이스라엘은 자신의 폭력적인 살인 행위에 대해 사죄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자신들인 인종 차별을 당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다른 인종에게 가한다니.. 아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단다. 그들 또한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저지를 뿐. 아무튼 필립 로스는 대학 동창의 친구의 어린 동생의 재판에 참여했는데, 그 어린 소년은 몸이 엉망이 되어 있었어.  그 재판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재판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단다.

 

3.

피픽의 필립 행세는 계속되었어. 어느날은 필립을 사칭해서 필립이 없는 필립의 호텔 방까지 들어와 있었어. 뒤늦게 필립이 와서 또 둘은 설전을 벌였어. 피픽은 필립에게 100만불 수표를 달라고 했어. 그 길거리에서 만난 스마일스버거가 건네준 돈 100만불을 달라는 거였어. 하지만, 필립은 오는 길에 경찰에 수색을 당하다가 잃어버렸다고 했어. 실제로 필립은 그 돈을 어디선가 잃어버렸단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피픽이 문 밖에 잠시 나간 틈에 문을 굳게 잠그고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았어. 그가 돌아가고 징크스가 찾아왔단다.

그녀의 매력 때문인지 그녀의 말에 설득하여 문을 열어주었어. 징크스는 피픽이 데미야누크의 아들을 납치하려고 한다그러니 그걸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어필립은 그녀의 매력 때문인지 또 그녀의 말에 설득 당해 결국 피픽의 숙소를 찾아가 보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고, 어떤 무리들에 잡혀 감금당하게 되었단다. 그제서야 함정에 빠진 것을 알았지.. 당연히 피픽이 자신을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마일스버거였어. 스마일스버거는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샤일록 작전에 참여 달라고 요청했어. 결국 필립 그 작전에 참가하게 된단다.

하지만 아테네에서 진행된 샤일록 작전에 대한 내용은 책에 실리지 않았단다. 원래 필립 로스가 그 작전에 대한 내용으로 한 챕터를 썼다고 했어. 하지만 그 내용에 중요 기밀이 너무 많이 실려 있다면서 스마일스버거가 책에서 빼달라고 요청을 했고, 필립 로스는 그 작전에 대한 내용은 빼고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끝까지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헛갈리게 하는 지은이의 능청. 그렇게 소설은 끝맺음을 하게 된단다.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맨 마지막에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 이 책은 허구다라고 자백을 했단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 소설에 대한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앞뒤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점프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모두 아빠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란다. 이런 소설은 좀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핑계지만 좀 바쁜 기간에 읽어서 집중해서 읽지 못한 점도 소설의 흐름을 잃은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 같구나.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지만, 일단은 밀린 책들이 워낙 많이 대기하고 있어서 먼 훗날로 미루기로 하자.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92. 30년이 흘렀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구나. 더 악화되었다면 되었지 해결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국까지 횡포를 부리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유대인이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로 보이지 않는 요즘이란다. 그거보다 더 큰 가해자로 보이기 시작했어. 힘이 아닌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는데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88 1, 신년이 밝은 지 며칠 뒤에 나는 또 다른 필립 로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책의 끝 문장: “당신의 유대인 양심이 이끄는 대로 따르시오.”


홀로코스트의 현실은 모두의 상상력을 뛰어넘었습니다. 만약 내가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했다면,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당시의 나보다 아주 조금 나이가 위인 여자아이를 선택하는 순간, 기억의 힘센 순아귀에서 ‘내 인생 스토리’를 빼내 창조적인 실험실에서 넘겼습니다. 거기서 기억은 유일한 주인이 아닙니다. 거기서는 인과관계에 입각한 설명, 사건들을 서로 묶어주는 가닥이 필요합니다. 예외적인 일은 전체 구조의 일부로서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때에만 허용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인생 스토리’에서 믿을 수 없는 부분을 덜어내, 좀 더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내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P114

놈들이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세. 놈들이 싸움에서 이겨 나블루스의 모든 아랍인, 헤브론의 모든 아랍인, 갈릴리와 가자의 모든 아랍인, 세상의 모든 아랍인이 유대인의 핵폭탄 덕분에 사라진다고 생각해봐. 앞으로 오십 년 뒤 놈들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중요성이라고 전혀 없는 작고 시끄러운 나라뿐이겠지. 팔레스타인을 박해하고 파괴한 결과가 그렇게 될 거야. 유대인만으로 이루어진 벨기에 같은 나라가 만들어지는 거지. 하지만 그나마 자랑할 만한 브뤼셀 같은 도시도 없는 나라. 이 ‘진짜’ 유대인들이 문명에 기여한다면 그런 것뿐이야. 유대인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모든 특징이 없는 나라! 자기들의 사악한 점령체제하에 살아가는 다른 아랍인들에게 자기들의 ‘우월성’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을 주입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난 자네의 민족과 함께 사람이야. - P175

전세계 유대인들의 눈에도 유지되는 나라라는 것, 점령지에서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봉기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마키아벨리 국가라는 것, 이 나라가 마키아벨리식 세계에 있는 것은 사실일세, 시카고 경찰국과 마찬가지로 성결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그들은 이 나라가 유대인 문화, 민족, 유산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지난 사십 년 동안 선전했지. 사실 이 나라의 존재는 품질과 가치 면에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선택적인 것이었는데도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라고 선전하는 데 온갖 술수를 동원했어. - P189

사람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이건 아주, 아주 기본이죠. 사막에서 온 겁니다. 저 풀잎은 내 것이고, 내가 기르는 짐승은 그 풀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 우리 집 짐승이 먹을 것이야, 너희 집 짐승이 먹을 것이냐, 여기서부터 타키야(시아파 신도들의 박해의 위험이 있을 때 신앙을 감추는 행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대개 ‘위장’이라고 하죠. 시아파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지만, 사실은 이슬람 문화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장은 이슬람 문화의 일부입니다. 위장을 허락하는 분위기는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위험해지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문화, 상대가 분명히 솔직하고 진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문화죠. - P204

그 작품의 첫 번째 대사, 그러니까 1막 3장을 여는 대사에서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사백 년 전 샤일록이 세상의 무대에 나와 자신을 소개한 말 때문에요. 그래요. 사백 년 전부터 유대인들은 이 샤일록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유대인은 항상 재판을 받는 신세였어요. 지금도 유대인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이라는 형태로, 유대인을 상대로 한 현대의 재판, 결코 끝나지 않는 이 재판의 시발점이 바로 샤일록 재판입니다. 전세계 관객들에게 샤일록은 유대인의 화신입니다. - P392

관용구, 관심사, 정신적인 리듬 면에서 K의 일기나 A. F.의 일기 같은 글들은 훤히 눈에 띄는 애잔함을 확인해준다. 첫째, 유대인은 평범하다. 둘째, 그들은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평범한, 단조롭고 눈부시며 축복받은 평범함, 모든 관찰, 모든 감상, 모든 생각에 이것이 있다. 유대인이 꾸는 꿈의 중심, 시온주의와 디아스포리즘 모두에 열기를 제공해주는 것은 유대인이 유대인임을 잊었을 때 사람이 되리라는 것. 평범함. 지루함. 이렇다 할 사건이 없는 단조로움. 진을 치지 않는 삶. 각자 자기만의 유람선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안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대인의 삶이라는 믿을 수 없는 드라마. -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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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고 국가를 사유화하려는 욕망밖에 없어 보이던 정권이 물러나고, 국정 운영자로서 펼치고자 하는 뜻도 있고 실력도 있어 보이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중의 생활 현실을 이해하는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혹은 우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 당선된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화석연료에 무겁게 의지하고 있는 경제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일에 서둘러 착수하리라고 전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단기간에 가능한 개혁도 아니지만, 끈기를 가지고 시간을 들여서 대중을 설득하면서 합의에 이르는 민주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실제로 성공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시행착오와 희생도 따라야 할 것이다. 4년 뒤의 총선, 5년 뒤의 대선 일정을 늘 머릿속에 두고 있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흔쾌히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아닌 것이다.


(25)

일본은 핵 식민주의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 가해자로서의 역사는 삭제한 채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비극 뒤에 숨어서 100% 원폭 피해자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매년 8월이 되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전 세계 반핵 활동가들이 모여들고 행사들이 열리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히로시마에 일본군 최고사령부 대본영이 있었고 나가사키에는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가, 그 앞바다에 군함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는 어렵다. 두 도시의 원폭 피해자들 중에는 식민지에서 끌려온 여러 국적의 무고한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조명되지 않는다.


(27)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기후조건 및 기후변화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대형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발생 건수 및 피해면적 또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2000년 이후 오히려 산불피해는 급감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산불, 특히 대형산불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차이를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산불을 키우는, 기후변화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은 산림청이 얘기하지 않는 우리나라 대형산불 발생지역의 중요한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울진, 삼척, 고성, 밀양, 합천, 홍성, 안동, 강릉 등과 올해 발생한 대참사 의성과 산청 산불 등 대형산불 발생지역은 모두 소나무 우점림에서 간벌과 숲가꾸기 사업이 집중된 곳이다. 분명 기후변화가 아닌, 제도적 행정적 개입의 결과로 변형된 연료조건을 최근 잦아진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산불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인위적 개입의 부작용을 감추려는 수사에 불과하다.


(31)

한편, 소나무림과는 달리 활엽수림은 산불을 자연스럽게 저지하거나 완화하는 방화선역할을 한다. 참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와 같은 활엽수는 잎과 가지에 수분 함량이 높고, 불이 잘 붙지 않으며, 불길이 옮겨붙더라도 천천히 연소된다. 이러한 특성은 산불의 확산 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진화 인력이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등 인위적 관리의 손길이 적은 국립공원 지역은 대형산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 활엽수림으로 전환되는 생태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45)

반이민 반기후를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는 극우정당의 부상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폐해가 기존의 세계질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현실을 반영한다. 극우세력은 국가, 종교, 인종 같은 이데올로기의 깃발 아래 모여들지만, 그 깃발을 세우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자본주의경제라는 지지대가 필요하다. 유럽의 이런 상황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패권전쟁의 배후에는 자본주의경제와 극우 이데올로기의 위험한 밀월관계가 숨겨져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가 시도한 퇴행적인 기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화석연료에 기반한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와의 연관성을 물을 수 있다. 원전과 댐 건설이 최선의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보수세력과 반이민 반기후를 표방하는 서구 극우세력을 관통하는 역사적 흐름은 무엇일까?


(57)

윤석열이 0.7% 차이로 근소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필자는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정권이 향후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세 가지 방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첫째, 야권 및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에 대한 양보와 타협, 둘째, 정치적 능력이 있는 인물을 기용하여 중간층을 포섭, 셋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당 및 반대세력에 대한 일관된 탄압이다. 그러나 모두 실패할 것이며, 결국 북풍 또는 북한을 상대로 국지전을 일으키는 외환 방식에 의하여 정권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선택권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63)

윤석열과 기시다 정권의 정치적 밀월관계는 캠프데이비드 공동선언(2023 8 18)을 통해서, 한일 및 한미일의 포괄적 군사동맹 강화와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한국과 일본이 선봉에 서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일변도를 주장해온 아베의 외교 노선은 인도태평양전략과 캠프데이비드 공동선언을 통해서 동남아시아, 대만해협, 한반도에서 3개국 군사력의 동시 운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격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12.3 내란 회환 사태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토대 위해서,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일어나면 미국과 일본이 언제든 적극적으로 개입, 지지해줄 것이라는 확신 위에서 준비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89)

지난 헌정의 회복, 지난 민주주의의 수호에 멈출 수 없다. 되돌아가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 새롭게 세우는 것이다. 극우세력의 든든한 온상이 되고 있는 불평등, 혐오, 차별, 분단사회의 모순을 넘어서 민주공화국을 구축하는 것이 내란을 종식시키는 일이다. 사회대개혁은 긴 여정이 될 것이다. 내란청산특별법 제정, 내란행위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설치는 필요한 최소한의 일이다. 결선투표제, 국민소환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주권자 참여형 헌법개정 등 분명한 정치개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고, 국가보안법 등 분단체제의 악법 개폐(改廢)도 대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광장의 이름으로, 전체 주권자의 요구로 끊임없이 제도정치권을 추동, 견인해야 할 것이다.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1,100만 비정규직 악법을 개폐하고 노조법 2,3조 개정 등 민생, 노동, 인권, 법안 제정을 미루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모으고 높여야 한다.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가칭, 한강특별법)을 제정하여 문화, 예술의 힘이 진정한 자산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도록 만인이 힘써야 할 것이다.


(106)

정보통신기술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소통의 창구도 넓혀서 민주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기술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고 빅테크 기업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진 오늘날, 그런 기대나 가능성을 내비치며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사회가 양극단으로 분열되고, 사람들이 삭자 저마다의 정보감옥에 갇혀서 갈수록 객관적인 현실로부터 단절되는 것처럼 보이고, 급기야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법, 제도를 완전히 불신하는 지경에 이른 현 세태의 원인으로 디지털기술(소셜미디어)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147)

장점마을에서 확인되었던 것처럼, 지역주민들의 삶과 안전은 법령이나 단체장, 사업자의 선의에만 기대어서는 지킬 수 없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지역 고유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조례는 자치단체의 법이다. 비록 법령보다 하위에 있기는 하지만 조례를 잘 활용한다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상당하게 차단할 수 있다. 조례에 의해 구성된 거버넌스가 지역주민의 역량으로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


(152)

어린이날

   - 김성규

나이가 어릴수록

엄마가 없으면 슬프고

나이가 늙을수록

엄마가 없으면 외롭다


(171-172)

올해 초 소셜미디어 제국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소유한 소셜미디어 그룹)3자 팩트체킹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발표를 전격적으로 감행했다. ‘팩트체킹의 폐지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제 표현의 자유로 돌아갈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트럼프에게 굴종했다. ‘표현의 자유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의 팩트체킹기능을 비난하면서 가장 강력하게 내세운 논리였다. 많은 언론에서는 이번 투항을 두고 트럼프를 위한 저커버그의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이로써 그렇지 않아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의 온상이었던 소셜미디어는 이제 허위와 혐오가 판치는 오물통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메타의 투항은 기술기업이 정치권력의 위압에 굴종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그 이름의 의미와는 다르게 사회적 매체가 아니라 영리가 최우선인 매체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22)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 문장은 가슴 아프다. 왜 주어가 국민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024 12 3,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탄핵으로 이끈 것은 국민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모르는 이 없다. 광장정치의 힘을 보여준 쾌거였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판사들의 손에 달린 일이었다. 나는 탄핵 판결을 들으면서 국민의 한 명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짜증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허탈감,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 싶은 열망과 그놈이 그놈이라는 걸 확인했을 때의 절망감이 공존한다.


(226)

헌법은 이 나라 정치가 광장의 찬 바닥에서 인민의 분노의 힘에 의해서 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공간에서 토론과 협의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근본 토대이다. 지금과 같은 대의정치제제로는 불평등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청와대와 여의도 엘리트 정치인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득권 계급의 이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녕 새로운 정치체제를 향해서 물길을 바꾸고자 한다면, 주권자 국민들은 탄핵 이후 국면에서 또다시 기득권 세력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담론에 낚이지 말아야 한다. ‘보수 대 진보가 아니라 기득권층 대 국민이라는 프레임으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의 정당한 주인은 주권자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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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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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아빠가 몇 편 읽었는데 모두 그 묵직함이 주는 여운은 오래가는 것 같더구나. 책을 쓴 도스토옙스키도 존경스럽긴 하지만, 그 책들마저 존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 물론 아빠가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잘 몰라서,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나중에 그의 책들은 천천히 정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란다.

이번에 읽은 <노름꾼>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자신 스스로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27일만에 쓴 소설로 유명한 소설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27일만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27일만에 썼다고 그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그의 다른 대작들보다 페이지 수는 적지만, 오히려 페이지가 적어서 접근성이 더 좋지 않을까 싶구나. 소설의 주제도 도박이라고 하니,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더 끌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아빠도 재미 삼아 또는 친구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것에 빠져들지 않을 이성은 갖고 있었단다.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엄청난 빚까지 지게 되었을까. 오늘날에도 도박에 빠져 전재산을 날렸다는 뉴스를 가끔 보는데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빠져들게 될까 싶구나.

, 그러면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 이야기를 해볼게. 아빠가 읽은 이전의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대부분 심호흡을 하고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시작했단다. 아참, 책표지의 그림의 색채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뭉크의 그림이더구나. 책에 그림 제목은 안 나와 있어서 찾아보니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룰렛 테이블에서> 라는 1892년 작품이더구나.

 

1.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25살이란다. 그는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고 그 가족들과 함께 독일의 롤레텐부르크란 곳에 여행을 와 있었단다. 룰레텐부르크란 곳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안 나온단다. 룰레텐부르크는 지은이 도스토옙스키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란다. 대표적인 도박 게임이자 이 소설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룰렛을 가지고 만든 도시 이름이야.

자고란스키 장군 가문은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귀족으로 빚도 많이 지고 있었어. 그가 재기할 방법은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의 유산뿐이었어.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지만, 자고란스키는 그 친척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내심 기다리고 있었단다. 자고란스키는 블량슈라는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블량슈라는 여자도 자고란스키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것 같았어. 자고란스키 대령은 뽈리나라는 양녀가 있는데, 알렉세이는 뽈리나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이를 뽈리나도 알고 있었지만 아빠 생각에 뽈리나는 알렉세이가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렇다고 그를 아예 쳐다보지는 않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그와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자신이 얼마나 뽈리나를 사랑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뽈리나의 명령이라면 사랑을 죽일 수 있다고 했어.

룰레텐부르크에서 알게 된 프랑스인 마르키즈 드 그 그리외 후작이 있었어. 자로간스키 장군은 재산 대부분이 프랑스인에게 저당 잡혀 있었어. 뽈리나는 그런 관계 때문인지 몰라서, 프랑스인 드 그리외 후작을 마음에 두고 있었단다. 뽈리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더욱이 영국인 에이슬리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 알렉세이, 드 그리외 후작, 에이슬리그리고 뽈리나.. 뽈리나는 어떤 남자를 고를까, 마치 도박장에서 어떤 숫자를 고를까 고민하는 듯 했어. 그렇게 해서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렉세이는 영국인 에이슬리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의 애인 블량슈 양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블량슈는 재작년에도 룰레텐부르크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많은 돈을 잃고 이슈가 되어 경찰에 의해 추방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대. 그 이후에는 로금꾼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에게 접근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았어. 이 이야기를 들은 알렉세이는 진작에 그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냐면서 에이슬리에게 도리어 화를 내기도 했단다.

 

2.

자고란스키 장군이 죽기를 기다리는 그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가 제법 건강한 모습으로 롤레텐부르크에 나타났단다. 엄청난 여행 짐과 하인들을 대동해서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어. 할머니는 룰렛을 할 줄 몰랐는데, 알렉세이를 데리고 룰렛을 하러 도박장에 왔단다. 알렉세이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처음 룰렛을 해서 엄청난 돈을 따게 되었고 그 일로 자랑을 하고 딴 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단다. 원래 도박이란 것이 그렇지. 처음 배울 때는 따게 되어 있지. 자고란스키 장군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룰렛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어. 알렉세이에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면 아마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그 다른 사람은 할머니의 돈마저 몰래 빼먹을 것이 뻔하다 생각했어.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해 알렉세이는 또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었는데 두 번째 룰렛에서는 큰 돈을 잃게 되었단다.

여기서 끊어야 하는데, 고집 센 할머니는 자신은 언제든지 큰 돈을 딸 수 있다고 하고 계속 룰렛을 하게 되었단다. 룰렛은 할머니는 약 올리듯 잠깐 따게 했다가 다시 큰 돈을 잃는 것을 반복했단다. 가지고 온 돈을 다 잃고 환전까지 했지만 그 돈도 순식간이었어. 이젠 그만하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가도 모스크바가 아닌 도박장으로 다시 향했단다. 알렉세이도 더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어. 할머니는 그곳에서 알게 된 폴란드 인에게 부탁을 해서 폴란드 인이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게 되었어.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금을 잃게 된 할머니그제서야 모스크바로 돌아갔단다.

어느날 뽈리나가 알렉세이를 찾아왔어.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방법이 없다면서 알렉세이에 하소연을 하며 화를 내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룰렛을 하러 갔는데, 딴 돈을 다시 올인하는 광기의 도박을 했는데, 그날따라 룰렛은 그의 편이었는지 알렉세이는 거금을 따게 되었고 그 돈을 뽈리나에게 주었지만, 뽈리나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돈을 알렉세이에게 집어 던지고 자리를 떠났단다.

회의를 느낀 알렉세이는 룰레텐부르크를 떠나 파리로 갔는데, 알렉세이가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블량슈가 그에게 접근하여 동행했단다. 알렉세이와 블량슈는 파리에서 함께 지냈는데 알렉세이가 번 돈은 3주만에 다 써버렸고, 블량슈는 사라진 돈처럼 알렉세이를 떠났단다. 알렉세이는 다시 파리를 떠났단다

 

3.

시간을 지나고 1 8개월 뒤 함부르크로 장소로 바뀐단다. 그곳에서 에이슬리를 우연히 만나는데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어. 알렉세이는 파리를 떠나 다시 룰레텐부르크에 와서 다시 도박을 했는데 빚을 갚지 못하여 감옥까지 갔단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돈으로 빼주어 출소할 수 있었다고 했어. 에이슬리도 그 동안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이야기도 해주었어.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자고란스키 가족들도 유산을 받게 되었는데, 자고란스키도 얼마 못 가 죽게 되었고, 그의 유산은 그에게 다시 접근한 블량슈에게 넘어가 버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도 할머니의 유산을 받았는데 지금은 스위스에서 지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는 다른 아닌 알렉세이를 이야기를 들었어. 알렉세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뽈리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단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기는 하지만 이미 다 해어질 대로 해어진 사랑이 아닌가 싶구나. 그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도박으로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구나. 도박이 없었다면 평온하고 단란한 가족이었을 것 같은데뽈리나는 숫자 고르듯 애인을 고르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알렉세이도 사랑에 마음조리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이런 시련의 경험이 앞으로 삶에 밑거름이 되면 좋겠지만, 한번 도박에 빠졌던 사람은 또 빠지게 된다는데, 알렉세이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

도박과 사랑어떤 것이 중허겄냐. 당연히 사랑 아니겠니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아빠가 몇 번씩 알려주고 싶은 쉬운 정답이었단다.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드디어 나는 2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책의 끝 문장: 내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런데 나는 빨간색이 연이어 일곱 번씩이나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일부러 빨간색을 물고 늘어졌다. 내가 그렇게 한 데에는 자존심도 절반쯤 작용했다고 보는데, 정말이지 나는 앞뒤 가리지 않는 모험으로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아, 이상야릇한 느낌이다-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전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는데도 별안간 모험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영혼은 수많은 느낌들을 거쳐 왔으면서도 그것들에 의해 충만되는 것이 아니라 자극만을 받은 채 완전히 진이 빠질 때까지 더 많은 느낌들, 더욱더 강렬한 느낌들을 요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거짓이 아니라 정말인데, 만일 게임의 규칙상 한꺼번에 5만 플로렌까지 거는 것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나는 분명히 5만 플로렌을 걸었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난리들이었다. 빨간색이 벌써 열네 번이나 나왔다고들 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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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난 어떤 영화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싫다는 감정을 합리화하기에는 영화는 너무나 만들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제아무리 형편없는 실패작이라고 해도요. 영화가 별로면 나는 그냥 좌석에 앉아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머지않아 끝날 테니까요. 영화를 보다 나가는 건 죄악입니다.”


(261)

잡담은 건너뛰자는 겁니까?” 빌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렌 레인은 확실히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그는 아름다운 여자들은 지천으로 널렸으며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배운 뒤였다. 아름다움은 여자를 지고한 위치에 올려 배경과 무관하게 숭배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한편, 빌은 아름다운 여자가 말할 때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상대로 절대 헛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빌이 몸을 뒤로 기대며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다른 어떤 노동도 무언의 진실을 포착하고자 하는 내 탐구심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서예요. 참으로 순순하고 드러난 적 없어서 관객들이 왜 진즉 알아차리지 못했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런 진실 말이지요. 이번에 묶인 영화들은, 그러니까 나이트셰이드와 파이어폴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이 연옥 속에 갇힌 남자들과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지요. 남자와 여자가 평등해질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겁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실현될 날은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아직은 닦이지 않은 길이고요. 우리가 감히 소년과 소녀의 차이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서로의 섬약한 인간성을 존중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난다면 대체 그건 언제쯤일까요?”


(318)

맞아.” 얼이 말했다. “우리는 영화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는 약속의 땅으로 가는 마차 행렬에 함께 오른 개척자들이지. 하지만 , 다른 일자리 구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건 그냥 하나의 잔상이 될 거야.” 얼은 두 팔로 사무실을 아우르며 영화 만드는 경험 전체를 가리켰다. “내가 자기를 유혹해서 파운틴 애비뉴의 흐름 속에 끌어들인 이래 지금까지 자기가 겪었던 속도와 압박감을 생각해 봐, 이네스. 그걸 세 배로 곱해. 그리고 다시 제곱. 그런 다음 야간 촬영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의 출산 기념파티에 못 갔는데 자기가 휴가를 내지 못한 이유를 그 친구가 이해해 주지 않는 나날을 더해 봐.”


(404)

그 영화는 워너에서 만들었는데 워너 영화들이 다들 그렇듯 촬영 일정이 몇 주밖에 안 됐어요. 영화를 공장처럼 찍어 냈던 시절이니까. 감독 마이클 커티즈는 헝가리인이라 억양이 강했지요. 촬영장은 펄펄 끓습니다. 당시에는 조명으로 아크 등을 사용했고 필름 감도 때문에 빛이 많이 필요했던데다 릭의 카페에서 도박하고 술 마시고 나치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는 모두가 정장을 입고 있었거든. 알다시피 원작은 희곡입니다. <모두가 릭의 카페에 찾아온다>. 각본가는 네 사람, 그중에는 쌍둥이 엡스타인 형제와 하워드 코크도 있었지요. 쪽 대본이 날아다니고, 버려지고, 새 대사를 시험해 보기 일쑤예요. 스튜디오 전속 배우들은 자기 장면에서 실력을 보여 주려고 난리고, 잉그리드 버그먼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클로드 레인스는 그중 단연 돋보이고 완벽하지요. 그리고 경력의 정점에 선 보가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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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3 - 리르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임재서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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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아빠가 가끔씩 읽고 있는 위키드 시리즈 3권의 이야기란다. 위키드 시리즈는 각 권마다 부제가 붙어 있는데, 3권의 부제는 리르 이야기란다. 리르, 생각 나지? 2권에서 엘파바의 아들로 99.99999% 추정되는 그 아이피예로와 불륜으로 낳은 아이로 추정되는 그 아이리르도 생각해보면 참 불쌍한 아이로구나.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자신이 자기의 엄마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거기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엄마도 일찍 죽어서 고아가 된 아이오즈라는 나라가 고아에게 복지를 잘 해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 된 리르가 살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3권에 펼쳐진단다. 그럼 곧바로 이야기를 해줄게.

도로시가 동쪽마녀 네사로즈와 서쪽마녀 엘파바를 죽인 이후 다시 자신의 고향인 캔사스로 돌아갔단다. 오즈를 다스리던 오즈의 마법사도 홀연히 사라져서 오즈의 나라는 권력 공백 상태가 되었는데, 그때 글린다가 잠시 권좌에 않아 통치를 하다가 곧바로 도로시의 친구 허수아비가 통치하게 되었단다. 허수아비가 오즈를 다스리는 것은 원작에도 나오는 이야기잖니. 그런데 그 허수아비가 사실은 도르시의 친구가 아니고,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아무튼 얼마 후 허수아비는 불미스러운 일로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허영심 가득한 신성 황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1.

엘파바가 죽고 나서, 도로시는 엘파바가 죽었다는 증거를 오즈의 마법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증거로 엘파바의 빗자루를 가져가겠다고 하자, 리르는 그 빗자루는 이제 자신의 것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에게 보여주기만 하고 다시 돌려준다고 하여 리르는 도로시 일행과 함께 에메랄드로 향했단다. 에메랄드에 도착하고 나서 도로시는 고향으로 떠났고, 리르와 허수아비는 함께 에메랄드 시를 떠나려고 했단다. 허수아비는 원래 오즈의 왕을 물려 받았는데, 왕 자리가 싫었고, 글린다가 다른 밀짚인간에게 왕을 넘길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앞서 불미스러운 사고로 왕 자리에서 쫓겨난 허수아비는 도로시의 친구 허수아비가 아니고, 글린다가 고용한 가짜 허수아비였던 것이란다.

성을 빠져 나온 다은 리르와 허수아비는 헤어지고, 리르는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어. 노르 혹시 기억나니? 키아모코에서 살 때 체리스톤 사령관이 이끈 군인들이 사리마의 가족들을 모두 납치해가서 행방불명이 되었잖아. 그런데 노르만이 오즈의 마법사에게 잡혀 있었던 것을 엘파바가 구출하려고 하다고 실패했잖니.. 리르는 에메랄드 시에 왔으니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어. 리르와 노르는 엄마는 다르지만, 아빠가 같은 사람이잖아. 어찌 생각하면 가족이니까리르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

리르는 다시 글린다를 찾아가 만났고, 글린다에게 노르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니, 노르는 남쪽 계단 및 지하세계의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그곳은 네사로즈와 엘파바의 남동생인 셸이 그곳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어. 리르는 셸을 만나고 셸은 리르를 데리고 지하감옥에 갔단다. 하지만 노르는 이미 그곳에 없었어. 버려지는 돼지 시체에 숨어서 탈옥을 했다는 거야. 노르도 똑똑하구나. 리르는 다시 지상에 와야 하는데, 셸은 이미 돌아갔고 혼자서 미로 같은 지하감옥의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어. 그런데 그때 엘파바의 빗자루가 갑자기 날아 올라 리르를 안전하게 지상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감옥에서 나온 리르는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군에 입대한단다. 시민군으로 복무하면서 가끔씩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노르의 흔적은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어. 시민군으로 있으면서 글린다의 경비대로 차출되기도 했어.

4~5년이 흐르고, 리르는 7의 창이라는 부대로 쿼들링 지역으로 출정을 하게 되는데 이 부대의 대장이 체리스톤 사령관이란다. 노르의 가족들을 납치해 간 바로 그 체리스톤 사령관. 그들이 쿼들링으로 가는 이유는 쿼들링 총독이 납치되어서 그곳 치안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말은 출정이지만, 전투가 아닌 사회구조업무에 해당했단다. 그곳에서 또 3~4년을 지냈단다.

리르는 어느날 작전에 투입되는데, 체리스톤은 벵다 마을이 반란을 일으켜 그것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방법이 무척 잔인하구나. 마을을 모두 불태우는 것이었어.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고, 벵다 마을을 불태우는 것은 오즈의 성에서 내려온 명령이었어. 리르도 그 작전에 포함되어 거짓 반란인줄 모르고 벵다 마을에 불을 질렀단다. 리르는 어떤 소녀가 부모에 딸을 살리려고 강물에 빠뜨리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리르는 그 소녀를 구출하려고 강을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단다. 강한 죄책감을 갖게 된 리르는 그날로 군대를 떠났단다.

그리고 키아모코로 돌아왔어. 노르가 감옥을 탈출하여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하지만 그곳에도 노르는 없었어. 하지만 유모가 아직 살아 있었고, 엘파바의 말하는 원숭이 치스터리가 아직 그곳에 있었어.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물다가 빗자루를 타고 그곳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중상을 입은 백조 여왕을 만났어. 백조 여왕은 정체 모를 용들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고 했어. 최근에 수녀를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것도 용들의 짓이라고 했어. 백조 여왕은 새들의 회의가 가는 길이었는데 이렇게 중상을 입어 그곳에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리르에게 대신 가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어. 그리고는 백조 여왕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리르는 백조 여왕의 부탁을 받고 새들의 회의에 참석하려고 다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올랐단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용들의 공격을 받아 망토와 빗자루를 빼앗기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단다. 그러면서 정신을 잃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단다.

위키드 3권의 구성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해주었어. 소설의 첫 부분에 리르가 중상을 입은 채 발견이 되는데, 그 이유는 소설이 한창 진행된 다음 과거를 이야기해주면서 그 이유가 밝혀지게 된단다. 그런데 아빠는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해 준 거야.

 

2.

에메랄드 시로 가는 마차를 몰던 오치 맹글핸드라는 사람이 마차를 몰고 가다가 시신을 발견하게 되어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아직 죽지 않았지만 중상을 입어 정신을 잃은 청년이었단다. 오치는 그 청년을 마차에 태워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데리고 와서 치료해 달라고 했단다. 수녀원에 있는 몇몇 수녀들은 그 청년이 오랜 전 이곳에 머물다가 엘파바와 함께 떠난 리르라는 것을 알아봤어. 의사 수녀는 리르의 상태를 보더니 오래 살지 못살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원장님을 그래도 리르를 보살펴야 하니까 얼마 전에 수녀원에 들어온 신임수녀 캔들에게 리르를 보살피라고 지시했단다.

캔들은 도밍곤이라는 악기 연주를 아주 잘 했는데, 날마다 리르 옆에서 도밍곤을 연주해 주었단다. 캔들은 자신의 몸으로 니르에게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등 치료를 하였고, 결국 니르가 깨어났단다. 그리고 둘은 몰래 수녀원을 탈출하게 된단다. 그들은 버려진 농장에서 지냈고, 캔들의 보살핌으로 리르가 많이 회복되었어. 그리고 캔들은 임신을 하게 된단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리르는 용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에메랄드 시에 갔다가 군대 동료 트리즘을 만나 놀라운 소식을 들었단다. 벵다 마을의 방화를 명령한 사람이 황제였는데, 그 황제가 다름 아닌 리르의 삼촌, 그러니까 엘파바와 네사로즈의 동생 셸이라고 했어. 셸이 오즈의 황제가 되어 오즈를 다스리고 있던 거야. 그리고 자신을 이름 없는 신의 제1의 창이라고 불렀대. 트리즘은 용들을 훈련시키는 드래곤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어. 트리즘은 황제의 못된 짓을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밖에 할 수 없었대. 하지만 리르를 만났으니 리르와 함께 일을 벌이기로 했어. 그동안 트리즘도 찜찜한 일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어.

리르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용들을 죽이기 위해 독약을 바른 먹이를 용들에게 주고, 빼앗긴 빗자루를 다시 훔쳐왔단다. 용들은 이것을 먹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대성당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단다. 리르와 트리즘은 도망을 갔고,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서 숨어 지냈단다. 우연히 그곳에는 글린다도 잠시 머무르고 있었어.

얼마 후 리르와 트리즘을 쫓는 체리스톤 사령과 군인들이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찾아왔단다. 원장 수녀는 리르는 그곳에 없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 수녀원을 강압적으로 쳐들어갈 수 없는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체리스톤 사령관의 부대는 수녀원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어. 원장 수녀와 글린다는 리르와 트리즘을 어떻게 탈출시킬 것인가에 대해 작전을 짰단다. 리르는 빗자루를 타고 탈출을 하고 트리즘은 글린다의 경비대로 위장하여 탈출하기로 했단다. 리르는 몰래 빗자루를 타고 수녀원을 탈출한 다음, 새들의 회의가 열리는 장소가 갔단다. 새들에게 용들의 궤멸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다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고 했단다. 그 동안 용들이 하늘을 지배하여 새들이 하늘을 제대로 날지 못했거든.

리르의 소식이 전해지자 새들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올랐단다. 리르는 임무를 다 마치고 캔들이 머무르고 있는 농장으로 돌아왔단다. 그곳에는 나스토야 여왕 일행이 와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캔들은 임신한 몸으로 그들 일행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임신하게 되면 그 자체로 엄청 힘든 일인데, 다른 사람들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란다. 캔들은 리르에게 자신보다 남들을 더 챙긴다면서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했어.

나스토야 여왕은 2권에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다시 이야기를 해줄게. 나스토야 여왕은 원래 코끼리였는데, 오즈의 동물 차별법이 생기면서 인간으로 변신하여 반은 인간 반은 코끼리 형상의 사람이었어. 이제는 너무 늙어서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단다. 리르와 인연이 있던 여왕이 리르를 찾아왔던 것인데, 나스토야 여왕은 리르의 농장에서 삶을 마감했단다. 리르는 나스토야 여왕과 그들의 일행을 배웅해 주고, 다시 농장에 왔는데 캔들이 사라졌단다. 녹색 빛깔의 피부를 띤 아기만 남겨둔 채 말이야녹색 피부라니누구의 후손인지 알겠지?

여기까지 위키드 3리르 이야기란다. 아빠의 잘못된 기억력으로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는 점은 언제나 이해해 주길 바라고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에 의해 오즈라는 나라가 더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더구나. 뮤지컬 <위키드>는 위키드의 1권과 2권을 다뤘는데, 위키드 전체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처럼 말이야. <위키드 시리즈> 4권의 부제는 겁쟁이 사지 이야기란다. 오즈의 친구 겁쟁이 사자는 또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기대되는구나. 조만간 또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닥치는 대로 잔혹한 짓을 범한다는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었다.

책의 끝 문장: 아기는 깨끗이 씻기어 초록색 피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어느 쪽 교육 방침도 공통의 가정을 깔고 있었으니 그것은 아이의 성장과 변화가 주어진 조건에 대한 반응이라는 견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아이에게 반응하는 것이 세상의 숙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남다른 개성 때문이든, 악마적인 아름다움이나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 때문이든, 아이들은 세상 속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가 세상을 망쳐 버리고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 끝없이 양보하는 쪽은 오히려 세상이다. 세상은 그렇게 굴복함으로써 스스로를 갱신하고 쇄신한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다. 살기 위해 죽는 것. - P199

"소리 멋지지. 미래를 읽을 줄 아는 자는 아주 드물어. 너는 캔들이 현재를 읽을 줄 안다고 말했지. 하지만 과거를 읽는 것도 재주는 재주야. 과거를 느끼고 과거에서 새로운 힘과 지식을 얻는 거지. 언제나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라고나 할까. 내 생각으로는 이름 없는 신이 너에 대해 알게 되면 그것도 인간의 커다란 힘이 될 거야. 슬프게도 다른 많은 좋은 생각들처럼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았지만."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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