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스 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지음, 김나연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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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부터인가 뉴스에서 자주 엡스타인 사건이 등장하였고, 유명 인사들이 엮여 있는 엄청난 스캔들이라고만 대충 알고 있다가 몇 달 전에 유튜브 방송에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단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대통령과 빌 게이츠, 영구 앤드루 왕자 등이 연루되어 있는 십대소녀들을 상대로 한 불법 성매매 사건이었어. 한창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 즈음, 이란과 전쟁을 일으켜서 자신의 엡스타인 사건의 연루설을 덮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문도 있었단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이혼한 이유도 빌 게이츠가 엡스타인 사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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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CBS 게일 킹과의 인터뷰에서, 27년간 함께한 남편 빌 게이츠와 이혼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엡스타인과 남편의 관계였다고 밝혔다. 멜린다는 킹에게 빌이 제프리 엡스타인과 만나는 것이 싫었고, 그 점을 분명히 말했습니다라고 전하며, 본인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엡스타인을 딱 한 번만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느낀 소감은 이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후회했습니다. 그는 혐오스러운 자였어요. 악의 화신 그 자체였죠. 피해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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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주범인 엡스타인은 감옥에서 자살을 했는데 그 자살 또한 여러 가지 일어날 수 없는 우연들이 겹쳐서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었어. 무엇보다 그들에게 희생당한 피해자 중에는 십대 소녀들도 있었어. 그 중에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라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은 <노바디스 걸>이라는 책을 앞서 이야기했던 유튜브 방송에서 소개해주어 알게 되었단다.  그 책을 구입하면 그 피해자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이 무지막지한 사건에 대해서 더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보기로 했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책의 지은이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는 이 책이 출간되기 얼마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더구나. 이것도 음모론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맞는 것 같더구나. 그건 차차 이야기해줄게.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은 피해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어 감정적으로 힘들었단다. 이렇게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직접 경험을 한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구나. 그럼 버지니아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1.

버지니아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단다. 버지니아의 아빠는 스카이라는 사람이고, 버지니아의 엄마 린에게 스카이가 두 번째 남편이란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했는데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대니가 있었고. 린과 스카이 사이에서 첫째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버지니아이고, 둘째가 스카이디라는 아들이란다. 버지니아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 주신 말도 탔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단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어. 특히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 아버지가 은밀히 버지니아를 애무하고 성추행을 하기 시작하다가 성폭행까지 한 거야. 아버지가 완전 변태였구나. 그뿐 아니라 아버지는 자신의 친구에게 버지니아를 맡겠는데 그 놈도 변태였어. 둘은 자신의 딸을 바꾸어 성폭행을 한 거야. 이제 고작 11살인 딸을 말이야. 짐승만도 못한 놈들. 엄마라도 딸을 보호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버지니아의 엄마는 버지니아를 멀리하고 딸이 성폭행 당하는 것을 외면했어. 완전 콩가루 집안이구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서 요도가 감염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처녀막이 손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엄마는 그때도 진실을 숨기고 승마 때문에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집이 아니라 지옥이었을 것 같구나. 얼마 뒤에 버지니아는 초경을 겪었는데, 버지니아의 엄마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구나. 엄마의 무책임도 버지니아를 지옥으로 몰아넣어 원인 중 하나였단다. 아무도 버지니아의 편이 없었어. 친척들과 함께 캠핑장을 갔는데, 아버지가 버지니아를 때리는 일이 있었는데, 버지니아는 친척들 모두 들으라고 큰 소리로 아버지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대.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버지니아는 집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불운한 경험을 겪었단다. 엄마는 버지니아를 그로잉 투게더라는 시설에 보내서 그곳에서 지냈는데, 그곳은 탄압과 강압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었어. 버지니아는 그곳에서 도망가다가 낯선 사람의 차를 얻어 탔는데 하필 그 사람이 또 다른 악마이었어. 모텔로 데리고 가서 성폭행하려고 했어. 그가 방심한 틈에 무작정 도망가다가 어떤 할아버지가 리무진에 태워줬는데 그의 집으로 끌고 갔어. 그곳에 자신과 비슷한 어린 소녀들이 있었어. 그 또한 착한 얼굴을 한 악마였단다. 그때 버지니아의 나이가 고작 15살이었단다. 행복하게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나야 할 시절에 버지니아는 악마들 사이에 휩싸여서 자라났던 거야.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말았는데, 당시 아버지가 일하던 마러라고 리조트의 헬스 클럽 라커룸 보조원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가 주인으로 있는 리조트인데, 아버지의 소개로 트럼프를 만나게 되었고, 트럼프의 소개로 부잣집 베이비 시터로 일하기도 했대. 지금까지의 삶도 지옥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 헬스 클럽에서 그보다 더 지옥 같은 삶을 살게 하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데, 그가 바로 제프리 엡스타인의 단짝인 길레인 맥스웰이란다. 길레인 맥스웰은 마러라고 클럽에 손님으로 왔다가 버지니아에게 마사지를 제안했단다. 버지니아도 생각하기를 마사지 기술을 배우면 생계 유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좋다고 했어. 그렇게 길레인이 버지니아를 어떤 저택에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서 마사지를 가르친다면서 어떤 남자를 마사지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제프리 엡스타인이었단다. 마사지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제프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단다. 그때 버지니아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단다. 어린 시절 성폭행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돌고 돌아 다시 이런 곳에 오게 되었구나. 그 이후 2년 동안 제프리 엡스타인와 길레인 맥스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단다.

 

2.

이후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면서 성접대, 마사지에 대한 기술을 배웠어. 누군가는 그곳에서 왜 도망가지 못하냐고 물어보지만, 어린 버지니아에게 그렇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가끔씩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버지니아는 늘 성폭행 속에 살았기 때문에 그나마 부잣집에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제프리 엡스타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엡스타인은 대학에서 과학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대. 이런 전공과 경력으로 나중에 과학계 저명 인사들과도 교류를 하게 되었대. 버지니아는 엡스타인의 저택에 머물면서 마사지를 배우고 어느 정도 마사지 실력이 늘어나자 엡스타인은 버지니아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기 시작했대. 그들은 대부분 재벌 또는 유력인사로 뉴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

엡스타인과 길레인이 타겟으로 하는 소녀들은 생리를 막 시작한 앳되고, 약점이 있는 소녀들이었어. 버지니아는 그들의 강요에 의해서 자신도 다른 소녀들을 저택으로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이 일로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했다는구나. 엡스타인은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 소유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라는 섬을 가지고 있었어. 그곳에도 엡스타인 소유의 저택이 있는데 그곳에서 주로 성접대를 했단다. 버지니아도 그곳에서 성학대를 당했는데 이 때쯤에는 버지니아는 포기 반 순종 반 상태였던 것 같아.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그들이 가라는 대로 갔어. 그러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은 버지니아를 믿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 버지니아에게 고급 사교 교육을 시키기도 했어. 외국에 다닐 때 버지니아를 데리고 가서는 그곳의 유력 인사에게 버지니아를 떠넘기기도 했어. 그렇게 그들과 함께 다니다가 영국의 앤드루 왕자를 만나게 된 거야. 그리고 그에게 성적 착취를 여러 번 당하게 된단다. 이 일이 나중에 드러난 이후 앤드루 왕자는 영국 왕족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단다.

엡스타인이 버지니아를 점점 믿는 것 같아서 버지니아는 서서히 탈출 계획을 세웠단다. 태국에서 마사지 전문 교육을 받고 싶다고 했어. 그러자 아무 의심 없이 엡스타인은 태국의 8주 교육 코스를 신청하고 숙박도 예약해 주었단다. 그래서 처음으로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태국에 왔단다. 그때가 2002 19살 때였어.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배우러 온 호주 사람 로비를 만나게 되어 둘은 첫눈에 반했단다.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버지니아는 자신이 살아왔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해주었어. 로비는 그런 버지니아를 이해해주었고, 둘은 만난 지 10일만에 결혼했단다. 엡스타인이 사람을 보낼까 봐 걱정했는데 버지니아는 정면돌파를 선택했어. 버지니아는 엡스타인에게 전화해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엡스타인은 잘 살아라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했어. 그것으로 이후 5년 동안 엡스타인과 연락하지 않고 살았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로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어.

 

3.

버지니아와 로비는 태국 주변 나라로 신혼 여행을 다녀온 후, 호주로 가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단다. 로비의 부모님은 이탈리아 계였는데, 아들이 갑작스러운 결혼에 당황하셨을 법한데, 그래도 잘 대해주셨단다. 로비의 부모님 댁에서 잠시 지내다가 그들은 독립을 했단다. 여느 젊은 부부처럼 둘이 티격태격 할 때도 있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 2006년 첫 아들 알렉스가 태어났고, 2007년에는 둘째 타일러를 낳았단다. 그런데 둘째 타일러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 5년만에 엡스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소름이 돋았다고 하는구나. 엡스타인과 길레인이 고발당한 상태라면서 검찰에서 연락이 갈 거라고 했어. 버지니아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고발당했던 엡스타인은 가벼운 형량에 보석금으로 금방 풀려났단다. 그를 조사했던 경찰은 엡스타인이 그렇게 보석으로 풀려나자 화가 나서 그가 십대 소녀들을 성착취하고 성매매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서 연방수사관을 찾아가 재고발을 했지만, 이번에도 엡스타인은 13개월이라는 가벼운 형을 받았어. 그것마저도 대부분 외부에서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았다는구나.

2010년 버지니아는 셋째 엘리를 출산했어. 얼마 후 영국 데일리 메일의 처처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어. 에드워즈 변호사가 도와준다면서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지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어. 영국 기자답게 앤드루 왕자의 성접대 이야기도 해달라고 했단다. 망설이던 버지니아는 텔레비전과 신문 등에서 앤드루와 엡스타인이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버지니아는 실명으로 그들의 만행을 밝히기로 결심했단다. 데일리메일과 인터뷰가 세상에 다시 내딛는 첫 번째 인터뷰였단다. 버지니아는 인터뷰 및 증거 등 자료를 제공하면서 기사 제보에 대한 일정 금액 보수를 받았단다. 언론사가 다 그렇게 진행되는 것인 줄 알았어. 이 일로 인해 돈 받고 인터뷰를 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어. 사람들 참 못났구나. 자신의 딸이 그런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까. 이후 버니지아는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면 돈은 따로 받지 않았어.

다시 세상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미국에 살고 있는 식구들이 생각났어. 특히 아버지와 화해하려고 노력했단다. 하지만 아빠는 그 점에 있어 버지니아를 이해할 수 없더구나. 자신을 낳아주긴 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하고 자신의 친구에게도 성폭행하게 하는 아버지가 무슨 아버지란 말인가. 그냥 짐승새끼지.. 하지만 버지니아는 가족이 필요했나 봐.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호주로 두 차례 초대를 했단다. 하지만 그 짐승새끼는 여전히 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버지니아에게 고의로 음란 사진을 보여주곤 했어. 그 일을 남편 로비가 알게 되어 로비는 버지니아의 아버지가 크게 싸우고 아버지는 일찍 미국으로 돌아갔단다.

아버지 말고도 오빠 대니와 동생 스카이디도 보고 싶고 고향이 무척 그리웠어. 결국 버지니아와 로비는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했단다. 아빠는 버지니아의 이 선택도 이해가 가질 않았단다. 악몽 같은 기억만 있는 고향으로 가면 아픈 옛기억만 다시 떠오를 텐데 말이야. 미국에 도착해서도 에드워즈 변호사, 시그리드 변호사와 함께 제프로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의 만행을 계속 폭로했단다. 오빠 대니와 남동생 스카이디는 모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도 있었어. 그들은 여전히 아버지와 만나면서 지냈는데, 아버지가 그들의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대니와 스카이디는 버지니아가 어린 시절 아빠한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어. 그제서야 버지니아는 아버지의 손주들이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니와 스카이디에게 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한 짓을 이야기했단다. 대니와 스카이디가 놀란 것은 당연했어. 대니는 그 이후 아버지와 의절을 하고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 버지니아가 엡스타인으로부터 성착취를 당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엡스타인으로부터 모른 척 해달라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거야. 아빠가 버지니아의 아버지를 짐승새끼라고 했는데, 짐승도 그런 짓은 안 할 것 같구나.

버지니아는 더 이상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플로리다를 떠나 콜로라도로 이사갔단다. 콜로라도에는 엄마가 새아버지와 살고 있었어. 버지니아의 어린 시절 엄마도 잘 한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버지니아에게는 살가운 가족의 품이 그리웠나 봐. 콜로라도에서 버지니아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냈단다.

 

4.

에드워즈 변호사와 시그리드 변호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ABC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고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했으나 끝내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단다. 엡스타인의 로비로 ABC 방송국 같은 거대한 방송국의 방송까지 막은 거야.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구나. 한편 로비의 아버지 프랭크가 암 투병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그리고 미국 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 그래서 다시 호주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호주로 돌아오긴 했지만 버지니아는 소송으로 미국에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단다. 엡스타인은 여러 차례 재판에 섰지만, 파트너인 길레인 맥스웰은 지난 6년 동안 교묘히 빠져나가 재판을 안 받다가 2015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단다. 길레인은 재판에서도 요리조리 피해 다녀서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했어. 버지니아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고발을 하게 되자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고 세상에 모습을 보이고 재판에 참석했단다.

….

어느 날 마이애미 해럴드 소속 탐사저널리스트 줄리 K. 브라운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엡스타인 탐사 기획 보도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어. 이 탐사 보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엡스타인의 만행을 알게 되었어. 그런 여론에 힘입어 엡스타인은 2019 7월 다시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체포되었어. 이 때 즈음 버지니아는 미국연방수사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버지니아의 생명을 노리는 징후를 포착했다면서 조심하라고 했어. 그래서 버지니아는 자신은 절대 자살하지 않겠다는 글을 게시했단다. 혹시 자살로 의문사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글을 쓴 것이야. 그런데 2019 8월 엡스타인이 감옥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간수들이 감사하는 교도소에서 어찌 자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타살 논란이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그의 죽음은 자살로 일단락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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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543)

실제로 엡스타인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었음에도 자살 감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한때는 수감실 동료가 있었지만, 사망 당일 밤에는 혼자 수감실을 쓰고 있었다. 엡스타인의 수감실에서 불과 15피트( 5미터) 떨어진 책상에 앉아 있던 간수 두 명은 밤 10 30분부터 아침 6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순찰하며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간수들은 잠을 자거나 인터넷 서핑을 했고, 나중에 순찰을 마친 것처럼 기록지를 조작했다. 엡스타인의 자해 행위나,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엡스타인을 살해한 누군가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보안 카메라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작동 중이었던 다른 카메라들을 확인해보니 엡스타인이 사망한 밤에 해당 구역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로써 자객이 몰래 침입했을 가능성은 배제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엡스타인의 동생이 고용한 법의학 전문의의 공식 부검 보고서로 상황은 반전됐다. 그는 엡스타인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골절과 연골 파손 흔적이 타살을 가리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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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었지만 길레인을 비롯한 공범들은 아직 있었어. 그리고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언론 매체들에서도 더 많은 취재를 하기 했단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어. 버지니아도 더 많은 매체에 나가서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의 만행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단다. 아픈 과거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버지니아에게도 힘든 일이었어. 결국 숨어 지내던 길레인 맥스웰도 체포되었어. 버지니아는 미국과 호주를 오가는 강행군 때문인지 수막염에 심하게 걸렸고 그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목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어. 수술을 했지만 목에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반적인 생활도 쉽지 않았어. 그러면서도 재판 등 공적인 일도 계속 했단다. 그런 와중에 2020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때문에 활동도 쉽지 않았어.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가해자였던 앤드루 왕자로부터 결국 사과를 받아내고 합의금을 받아냈단다. 앤드루는 왕족 자격 박탈을 당하는 수모도 당했어. 그리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만 하던 길레인 맥스웰은 결국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형을 받았단다. 그간 노력이 어느 정도 보상이 된 기분이었지만, 버지니아는 일상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았어. 재판을 진행하면서 잊혀졌던 일들이 다시 또렷이 기억되면서 트라우마가 생겨났고, 목뼈 골절 후유증으로 고통은 날로 심해졌단다. 그러다 보니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고 진통제를 한꺼번에 240개를 먹기도 했어. 다행히 가족들이 발견하여 살아났어. 버지니아는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삶의 의지를 찾기도 했단다. 그런데 하늘은 버지니아를 그냥 두지 않는구나. 이번에는 섬유조직염이라는 병에 걸려 전신에 극심한 통증과 압통을 겪어야 했단다.

비록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실명으로 밝히지 못하는 가해자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버지니아는 희망을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범죄예방을 집중하는 단체를 지원하고 하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는 계획도 세웠단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찾는 일상을 살아가겠다면서 책은 끝이 났단다.

그래서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았다고 하면 좋았겠지만 결말은 그렇지가 않았단다. 책의 앞부분에 이 책의 편집자 에이미 월러스의 말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남편 로비 덕분에 버지니아가 일상을 찾긴 했지만, 그들의 사이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었단다. 나중에는 남편 로비가 버지니아에게 폭행을 했었던 것 같아. 버지니아는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것 같고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었대. 거기에 2025 3월 버지니아는 교통사고로 더 다쳐 몸은 더 안 좋아졌대. 이 책을 준비하면서 출판사 편집자와 메일을 주고 받는 일이 받았는데, 죽음을 암시하는 글들이 있었고 자신이 죽어도 책은 꼭 출간해 달라는 메일을 남긴 채 2025 4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구나.

그 어려운 시절을 다 견뎌냈는데, 하늘은 계속해서 버지니아를 시험대에 올려 놓았고, 결국 계속되는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것 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프더구나. 하지만 몇 년 전 버지니아가 자신은 절대로 자살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어서 버지니아의 자살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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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누군가 미국 연방수사국이 초부유층과 권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라는 추측성 글을 올렸고, 나는 이에 응답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누구도 사고사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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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버지니아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기 쉽지 않았지만, 한 개인이 거대 세력을 맞서 싸운 기록이고, 책 띠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세상을 바꾸려고 한 인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피해가 없길 바란다.

오늘은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삶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책의 끝 문장: 고로 이 책이 우리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현실로 단 한 걸음이나마 더 다가서게 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단 하나의 삶이라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나는 나의 소명을 다한 셈이다.

 


나는 괴물을 잘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친족 성폭력, 부모의 방임, 심각한 폭행과 추행, 강간까지 온갖 종류의 폭력으로 고통받았다. 10대가 되어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을 만나기 전부터 나는 다른 소아성애자들에게 성착취를 당했고, 두 사람은 내 고통을 배가시켰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들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빌려주었다. 나는 반복적으로 이용당하고 모욕당했으며, 목이 졸리거나 구타를 당해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성노예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막 넘긴 무렵,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2002년에 탈출했다. - P29

알레시는 지시대로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린 맥스웰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또다시 포식자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이번 포식자는 이전에 만났던 누구와도 달랐다. 아버지와 포리스트, 론 에핑거, 혹은 에핑거가 떠넘긴 남자와도 달랐다. 맥스웰은 ‘최상위 포식자’였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침착하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지만, 속은 그만큼 탐욕스럽고 욕심도 많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맥스웰의 매혹스러운 외면을 꿰뚫어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말처럼 본능적으로, 내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인지 알아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맥스웰에 대한 첫인상은 마러라고에서 만났던 다른 부유한 손님들을 처음 맞이할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도 나중에 그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138

마음속에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 일곱 살 때와 마찬가지로, 열일곱 살이 된 나도 윗사람들한테 칭찬받고 싶어 했고 실제로 칭찬도 자주 들었다. 다른 남자들을 상대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면 돈만 건네받는 게 아니었다. 당시 내게 돈보다 간절했던 말도 함께 들었다. 엡스타인은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수치심과 창피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도 나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만족이라고 여겼다. 이처럼 서로 어긋나는 감정이 한곳에 엉켜 새긴 매듭을 풀어내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 P224

평범한 여자 한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하지만 요세프버그 부녀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남편과도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 앞에 나서는 일을 진지하게 상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딸들이 어떤 일을 견뎌야만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우리가 그 비극 앞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멘토였던 루스 메노어가 말 한 마리로 비영리 단체 빈세례모 센터를 일구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나 같은 이들을 위해 그런 터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잠든 뒤, 로비와 나는 잠들 때까지 서로의 두려움과 희망을 속삭이듯 주고받았다. 나를 짓밟은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이제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확신이 뚜렷해졌다. - P400

삶은 언제나처럼 흘러갔다. 이따금 뉴스나 텔레비전에서 낯익은 이름이나 얼굴을 마주칠 때가 있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이 성적인 행위를 하라고 강요했던 수많은 유명 남성이 그곳에 불쑥 나타났다. 나를 직접 학대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만났던 저명인사의 사진을 신문에서 볼 때도 그에 못지않게 혼란스러웠다. 가령 빌 클린턴이 조지 W. 부시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의 복구 작업을 지원하러 갔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득히 전생 같은 과거에 미국의 국군통수권자였던 이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아 아찔해졌다. - P403

나는 정말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불과 13년 전만 해도, 나는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마수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 채 낯선 타국으로 끌려다니던 처지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스스로 자유를 쟁취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 단단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그저 세상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랐던 겁 많은 소녀는, 아제 가해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신념의 상징으로 대중 앞에 선 강인한 여성이 되었다. 비방 세력이 부모의 자질을 운운하며 내 아이들까지 공격의 과녁으로 삼았을 때, 내 안의 분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맹렬함으로 타올랐다. - P469

가슴 아픈 고백이지만,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세상이 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훨씬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엡스타인 사건을 그저 운 나쁘게 불거진 유례없는 일로 치부하려 든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가 사냥한 피해자의 수가 워낙 막대해 독보적인 괴물처럼 보일 뿐, 그는 결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여성을 소모품처럼 여기고 함부로 다루는 그 오만한 시각은, 법망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하게 발견되는 현실이다. 그들 중 다수는 지금도 아무런 제약 없이 일상을 영위하며, 견고한 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평온을 누리고 있다. - P635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합의금이 지급됨에 따라, 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나의 재단 ‘소어’를 전문적인 조직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길고 신중한 과정을 시작했다. ‘소어’의 목표는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그리고 범죄 예방에 집중하는 단체들을 지원함으로써 인신매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나아가 대중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의 징후를 더 쉽게 포착할 수 있도록 돕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뒷받침하는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왕실에서 나온 그 돈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데 쓰일 날을 간절히 고대한다. - P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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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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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정보라 님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책인데, 이 책 표지가 독특해서 그런지 아빠 눈에 많이 띠었던 책이란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긴 한데, 아빠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계속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단다. 정보라 님은 부커상 후보까지 오른 <저주 토끼>라는 작품으로 유명하신 작가인데, 아빠는 이번에 읽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가 처음이란다.

책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책은 SF 소설이란다. 그런데 좀 독특한 SF 소설이란다. 노동 문제 등 사회 문제를 접목한 독특한 소재의 SF 소설이란다. 그리고 소설의 대부분의 내용이 실화란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그래서 책소개를 보면 자전적 SF 소설이라고도 소개를 했단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각 작품의 제목이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등 해양 동물들로 되어 있단다. 이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지은이가 서울을 떠나 포항에 정착해서 생활했기 때문이래. 제목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내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외계 생물체가 지구에 와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는가 보구나.

 

1.

첫 번째 작품은 <문어>. 소설 속 화자 는 대학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천막 농성을 하고 있었어. 천막은 보통 노조위원장이 천막에서 밤새워 지켰어. 술을 먹고 취해서 자는 게 대부분이었지만그런데 어느 날, 그 노조위원장이 술을 먹고 취해서 잠을 청하는데 문어 두 마리가 다가오길래 잡아서 먹은 일이 있었어. 대학 강단에 문어들이 나타났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노조위원장은 술에 취한 상태라서 그저 안주로 보였을 거야. 그 일이 있고 나서 검정색 양복을 입은 이들이 와서 노조위원장을 데리고 가서 취조했어. 왜 먹었냐? 문어라서 먹었다. 이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 취조였어. 문어 몸 속에 단단한 것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있었다고 했고, 어디에 두었냐고 하자, 천막 안 냄비 안에 두었다고 했어.

요원들 일부가 그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출동했어. ‘도 참조인으로 참석을 했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단다. 노조위원장도 주인 없는 문어를 잡아 먹은 것으로 계속 잡아둘 수 없어서 풀려나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며칠 뒤 의 앞에 문어가 또 나타났어. 이번에는 말도 했어. 문어가 말하기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말을 반복했어. 너희들도 예상했겠지만 그 문어는 외계생명체였던 거야. 그런데 노조위원장이 문어 뒤에서 공격해서 잡았어. 다시 문어를 삶아 먹으려고 해체를 했는데 문어 먹물 속에서 빛나는 물체를 발견했단다. 그것 때문에 또 검은색 요원들이 와서 노조위원장은 또 연행되어 취조를 받았어. 이후 노조위원장은 한참 동안 여러 정부 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단다. 그런데 핵심은 이거였어. 노조위원장이 문어 몇 마리를 잡은 것이 외계생명체 불법 거래를 막는데 도움을 준 것이라고 했어. 그로 인해 지구를 지켜낼 수 있다고 했지. 그저 문어를 잡아 먹은 것뿐인데

1년이 지나고 는 노조위원장과 우연히 다시 만나고 그 이후 둘이 사귀게 되었다는구나. 첫 번째 작품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두 단어는 블랙 코미디란다. 지은이 정보라식 블랙 코미디가 소설 내내 깔려 있으면서 대학 강사 처우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면서, 문어 같이 생긴 외계생명체의 등장까지스케일이 어마어마하구나.

두 번째 작품은 <대게>. 문득 대게 라면이 생각나면서 출출해지는구나. 이제는 와 노조위원장은 결혼해서 포항에 살고 있었어. 남편은 여전히 사회 운동을 하고 있어. ‘는 대게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러시아 말로 살려달라는 대게를 보았어. ‘는 러시아어를 전공해서 다행히 그 말을 알아들었어. 그 말을 듣고 그냥 둘 수 없어 그 대게를 사서 집으로 데리고 왔단다. 그리고 대게에게 먹을 것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주었어. 그 대게는 예브게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외계생명체였어. 그는 동해가스관 공사에 투입되어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고 했어. 공사가 끝나고 나서 동료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이상해서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가 그만 잡히고 말았다는 거야.

남편과 예브게니는 술을 대작하면서 취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어. 남편은 예브게니에게 노동 운동에 대한 진지한 조언해 해주었단다. 물론 술 취한 상태이긴 했지만알고 보니 예브게니의 다리에 위치 추적용 칩이 박혀 있었어. 그로 인해 예브게니는 위치 추적을 당했는데, 노조위원장은 그에게 한쪽 다리를 잃는 대신 자유롭게 살라고 설득했어. 예브게니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칩이 달린 한쪽 다리를 떼어내고, 자유를 되찾고 바다로 떠났단다.

세 번째 작품은 <상어>. 집에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어. ‘의 시어머니가 다리를 다쳐서 수술을 하신다고 입원을 하셨는데, 남편이 젊었을 때 완치되었던 암이 재발하여 수술한다고 입원을 했어. ‘는 시어머니의 병원과 남편의 병원을 오가며 간병해야 했어.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의 입원실에 어떤 사람이 와서 명함을 주면서 신약이 필요하면 오라고 했단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와 환자 가족은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그런 걸 노리고 이런 신약을 팔려는 사람들이 있단다.

남편은 수술을 마치고 집에 왔어.

는 입원실에서 받은 그 명함이 생각나서 자세히 보니, 주소가 시장 안에 2층짜리 건물이었어. 주소부터가 사기꾼 냄새가 풀풀 나는구나. ‘는 그곳에 가보니 많은 수조 안에 온갖 해양동물들이 갇혀 있었어. 상어, 문어, 대게 등등문어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고 중얼거리고 대게는 러시아 말로 살려주시오라고 중얼거렸어. 살펴보니 그 대게는 예브게니는 아니었어. 그 곳의 주인은 상어에서 추출한 신약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이번에도 검은색 양복을 입은 요원들이 들이닥쳤고 사기꾼들은 도망갔어. 그런데 가 그곳에 간 것을 알게 된 시어머니께서 친구들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그곳에 나타나셨어. 그곳은 이미 그 전부터 사기꾼들이 약을 파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어. 시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친구들과 스쿠터를 타고 오신 거야. 시어머니와 친구분들의 도움으로 검은색 요원들이 사기꾼을 잡을 수 있었단다. 소설마다 예상을 깨는 코믹한 장면으로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구나.

네 번째 작품은 <개복치>. 개복치가 어떤 동물인지 잘 몰라서 찾아봤는데 마주치고 싶지 않은 모양의 큰 물고기로구나. 선우는 11살로 아빠와 잠수함으로 해저 탐험을 하기로 했어. 검정색 요원들이 나타나 선우는 실제로 바닷속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구린 내 나는 개복치도 만났어. 그 개복치는 외계 생명체로 낯선 지구라는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어. 그리고 말 많은 대게도 만났는데, 그 대게가 러시아말로만 말해서 선우는 알아듣지 못했어. 알고 보니 그 예브게니였고 그가 한 말은 작은 엄마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내용이었단다. 선우는 의 조카였나 보구나. 선우는 개복치와 대게를 통해 동질감과 위로를 받은 것으로 이해했단다.

다섯 번째 작품은 <해파리>. ‘와 남편은 구리에 노동자 시위에 참석했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는데 는 왼쪽 발목이 부어 있는 것이 마치 해파리에 물린 상처 같았어. 그런데 바다에 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해파리에 물릴 수 있단 말인가. 발목이 계속 부어서 응급실에 갔는데 그곳에 검정색 요원들이 있었어. 그리고 여기서 치료를 못한다면서 따라오라고 해서 또 검정색 요원을 따라 정부 기관을 따라 갔어. 그들이 조사하니 언제 IC443이라는 해파리와 접촉했냐고 물어보았어. 하지만 그런 적 없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단다. 그들이 말하길 그 발목의 상처는 우주해파리에게 쏘인 것이라고 했어.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들과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와 남편은 밤하늘에서 해파리 성운을 보았단다.

마지막 여섯 번째 작품은 <고래>.  ‘와 남편은 포항 영일만 근처의 리조트에서 열리는 간담회에 참석했어. 그 간담회는 일본 방사능 폐수를 바다에 버린 것을 비판하기 위한 간담회였어. 그런데 그곳에 검정 덩어리들이 나타났어.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밝혔어. 90%가 바다인 외계 행성에서 지구에 잠입하려 자신의 행성과 비슷한 환경인 바닷속에서 활동을 주로 했다고 했어. 그런데 바다가 오염되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지구에서 임무를 마치고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며 바다로 들어가 고래로 변하고는 다시 우주로 날아가 버렸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소설집의 제목으로 뽑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와 해양 동물들의 각 작품의 제목들로 인해 소설이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가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순점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구나.

지은이 정보라 님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앞서 이야기했던 <저주토끼> 이외에도 낯익은 제목들이 많이 보이더구나. 그 중에 최근에 출간된 <붉은 칼>이라는 한 권을 주문했는데, 이 책도 조만간 읽고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걸 대체 왜 먹었습니까?”

책의 끝 문장: 남편과 나는 손을 잡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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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스터리 캐드펠 수사 시리즈 1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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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아빠가 주기적으로 읽고 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11<위대한 미스터리>를 할 차례란다. 10권까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한 권씩 샀는데, 알고 보니 세트로 사면 좀 더 싼 가격을 살 수 있더구나. 첫 번째 세트가 1권부터 10권까지 모았고, 두 번째 세트는 11권부터 21권까지 모았단다. 어차피 21권까지 다 읽기로 마음 먹었으니 11 21권까지는 거금이 나가긴 하지만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세트로 샀단다. 세트로 사니 보관 박스도 있더구나. 그 박스에서 새 책 냄새 풀풀 나는 11 <위대한 미스터리>를 꺼내 들었단다.

11권은 1141 8월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지난 10권의 이야기가 1141 5월의 이야기였으니 그로부터 약 세 달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잉글랜드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진영 간 내전이 계속되고 있단다. 윈체스터를 점령하고 스티븐 왕을 인질로 잡은 모드 황후가 승기를 잡은 상태였지만, 모드 황후의 거만함 때문에 급격하게 윈체스터의 민심을 잃고 말았단다. 이를 눈치챈 윈체스트 헨리 주교는 모드 황후의 진영을 떠나 민심을 이용하여 모드 황후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참고로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헨리 주교는 스티븐 왕의 동생이란다. 그리고 스피븐 왕의 아내 마틸다 왕비는 군대를 이끌고 모드 황후 진영으로 향하고 있었어.

….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은 여전했단다. 캐드펠 수사는 구호소에 필요한 약들을 제조했단다. 어느날 베네딕트 회 하이드 수도원 소속의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가 찾아왔어. 그들이 찾아온 이유는 모드 황후와 헨리 주교의 싸움으로 그들이 머물고 있던 하이드 수도원에 화재가 발생하여 폐허가 되어서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에 오게 되었어. 그 중에 휴밀리스 수사는 40대 후반이었는데 수사가 되기 전에 십자군에서 큰 공을 세워 유명해진 고드프리드 메이스콧이라는 사람이었어. 휴밀리스 수사는 십자군 원정 당시 다신 부상으로 배에서 다리까지 이어지는 큰 상처를 있고 계속 고름이 나오고 있어서 걷는 것도 쉽지 않았어. 그에 반해 피데일리스 수사는 젊은 수사로 몸이 불편한 휴밀리스 수사를 계속 간호를 해주었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휴밀리스 수사는 말을 하지 못한 벙어리였단다.

휴밀리스 수사가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쓰러지고 말았단다. 캐드펠 수사가 그를 진료해주었는데, 캐드펠 수사가 봤을 때 휴밀리스 수사의 부상을 손쓰기에는 너무 상처가 깊었단다. 피데일리스 수사는 나이가 비슷한 흐륀 견습수사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어. 흐륀 수사는 지난 10권에서도 나왔는데, 성 위니프리드 은총을 받아 다리를 치유한 그 사람인데 기억나니?

 

1.

니컬러스 하니지라는 사람이 수도원에 휴밀리스 수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어. 니컬러스는 휴밀리스 수사가 고드프리드였던 시절 십자군을 함께 갔던 사람으로 고드프리드의 부하였던 사람이란다. 니컬러스가 고드프리스를 찾아온 이유는 이렇단다. 고드프리드에게는 정혼자가 있었어. 그런데 십자군 원정에서 하반신을 크게 다치고 나서 수사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자신이 갈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니, 부하 니컬러스에게 시켜서 결혼 약속을 파기하자는 내용을 신부 가족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단다. 그것이 3년 전이었어. 그런데 니컬러스는 고드프리드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줄리언 크루스를 보고 첫눈에 반했단다.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에서 그녀가 떠나지 않았어. 그래서 니컬러스는 이번에 고드프리드를 찾아와 자신이 줄리언에게 청혼해도 되는지 허락 받으려고 온 것이란다. 고드프리드, 그러니까 휴밀리스 수사는 흔쾌히 허락했단다. 자신이 결혼을 파기하여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는데, 니컬러스처럼 성실한 남자와 결혼한다면 줄리언의 가족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니컬러스는 고드프리드의 허락을 받고 줄리언의 집을 찾아갔단다. 하지만 줄리언은 3년 전에 이미 수녀가 되어 웨어웰 수녀원에서 지낸다고 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니컬러스는 크게 좌절했단다. 니컬러스는 다시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에 와서 휴밀리스 수사를 만나 줄리언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단다.

다음날 휴 베링어는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왔단다. 모드 황후의 군대가 공격해서 웨어웰 수녀원이 불타고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거야.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니컬러스는 웨어웰 수녀원으로 떠났단다. 그곳에 줄리언이 있다고 했으니 걱정이 되어 간 것이란다. 니컬러스는 수소문 끝에 웨어웰 수녀원의 원장님을 만났으나, 원장님이 말씀하시기를, 웨어웰 수녀원에서는 줄리언 크로스라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 어떻게 된 거지? 니컬러스는 다시 줄리언의 집에 가서 줄리언의 오빠를 만났는데 줄리언의 오빠도 그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

3년 전 줄리언이 수녀원에 갈 때 호위했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때 호위한 네 명 중에 한 명인 애덤 헤리엇은 군대에 차출되어 만나지 못했고, 나머지 세 명은 만나보았어. 그들이 이야기하기를, 수녀원 근처까지 갔는데, 마지막 6km를 남기고 그들은 다시 돌아왔다는 거야. 거기부터는 줄리언의 지시로 애덤 혼자 줄리언을 호위하고 갔다는 거야. 6km면 길어야 두 시간이면 갈 거리인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3년 전이긴 하지만 줄리언 크로스가 사라졌으니 이는 실종 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더욱이 당시 줄리언은 수녀원에 기증할 은화 300냥과 귀금속을 지니고 있었거든. 그 돈과 귀금속을 노리고 누군가 줄리언을 공격했을 수도 있잖니. 어쩌면 그 누군가가 애덤 헤리엇일 수도 있고 말이지.

니컬러스는 휴 베링어에게 줄리언의 실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신고를 했단다. 휴 베링어는 실종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애덤의 여동생 부부의 집을 찾아갔는데 애덤 헤리엇이 휴가를 나와서 그곳에 머물고 있었어. 휴 베링어는 애덤에게 3년 전 있었던 일을 물어보니, 애덤도 줄리언의 소식을 듣고 싶다고 했어. 알고 보니 애덤은 줄리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주던 충직한 하인이었어. 그날 수녀원까지 6km부터 애덤과 줄리언이 함께 간 것은 맞다고 했어. 그런데 1km 정도 남았을 때 줄리언은 혼자서 수녀원에 가겠다고 했대. 충직한 애덤은 줄리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대. 1km 밖에 남지 않았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일단 휴 베링어는 애덤을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애덤의 말들이 아직 진실임이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감옥에 가두기로 했단다. 애덤이 줄리언이 실종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기도 하고애덤도 순순히 휴 베링어의 말을 따랐단다.

             

2.

수도원에 진료소에 새로 온 수사인 유리언 수사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런데 이 사람은 좀 음흉한 사람인 것 같았어. 휴밀리스 수사를 보살펴주고 있는 벙어리 수사인 피데일리스 수사에게 집적댔어. 어느 날은 은밀히 피데일리스 수사를 만나 협박까지 했단다. 줄리언이 잃어버린 목걸이로 추정되는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과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모든 사람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겠다면서 말이야. 그렇게 협박하는 장면을 흐륀 수사가 우연히 보았단다. 흐륀 수사는 고자질까지는 못하고, 유리언 수사를 따로 만나서 고해성사를 하도록 설득했단다.

한편 휴밀리스 수사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단다. 밤에 자다가 깼는데 옆에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는 피데일리스 수사가 줄리언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보았단다. 그리고는 휴밀리스 수사는 무엇인가 깨닫게 되었어. 입 밖으로는 내뱉지는 않았지만이쯤 읽었을 때 아빠도 피데일리스 수사가 줄리언인 것 같았어. 줄리언이 남장을 하고 휴밀리스 수사를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 어렸을 때 정혼한 상대에 대한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이런 예측이 맞는지 계속 살펴보자꾸나.

휴밀리스 수사는 죽기 전에 자신의 고향인 솔턴에 가보고 싶다면서 캐드펠 수사에게 도와달라고 했단다. 캐드펠은 수도원장을 만나 휴밀리스 수사의 의사를 전달하고 허락을 받았단다. 그리고 캐드펠 수사가 잘 알고 있는 뱃사공 마독에게 그 일을 부탁했단다. 한편, 니컬러스는 줄리언의 행방을 찾는데 동분서주하고 있었어. 윈체스터까지 가서 3년 전 사라진 줄리언의 귀금속 중 반지를 찾게 되었어. 어떤 은세공업자의 아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3년 전에 50대 정도 되는, 거친 남자한테서 구입했다고 했어.

외모를 설명한 것을 듣는 순간 그 남자는 애덤 헤리엇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어. 그 반지를 판 사람이 이야기하기를 반지의 주인은 죽었다고 했대. 그런데 그가 이야기한 것이 의심스러워 반지를 구입하고 나서도 그 낯선 사내의 뒤를 쫓아갔대. 그 사내는 어떤 젊은 남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고 했어. 니컬러스는 애덤 헤리엇이 그 젊은 남자와 짜고 줄리언을 죽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어. 니컬러스는 그 은세공업자의 아내에게 반지를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반지를 가지고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돌아왔단다.

휴밀리스 수사는 피데일리스 수사는 뱃사공 마독의 배를 타고 솔턴에 갔단다. 휴밀리스 수사는 솔턴에 도착해서 고향을 보고 감격을 했단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 휴밀리스 수사는 마독에게 다시 돌아가자고 했어. 그런데 다시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폭풍우를 만났어. 강가에 있던 나무가 번개에 맞아 부러졌는데, 그 나뭇가지가 마독의 배로 떨어져서 배가 부서지고 말았어. 그리고 배에 타고 있던 휴밀리스 수사, 피데일리스 수사, 마독은 모두 물에 빠지고 말았어. 중상을 입고 있던 휴밀리스 수사는 혼자 힘으로 뭍으로 올 수 없었어. 피데일리스 수사가 휴밀리스 수사를 데리고 뭍으로 간신히 올라왔지만 힘에 부쳐서 쓰러지고 말았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휴밀리스 수사는 이미 죽고 말았단다.

마독은 캐드펠 수사를 찾아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두 수사가 쓰러졌다고 이야기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캐드펠 수사는 휴 베링어의 집으로 갔어. 휴 베링어의 아내 얼라인을 만나서 도와달라면서 어디로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어. 얼라인도 캐드펠 수사을 존경하였기 때문에 이유도 묻지 않고 함께 갔단다.

윈체스터를 떠난 니컬러스는 수도원에 도착해서 휴 베링어를 만났어. 그리고 윈체스터에서 알게 된 일들을 이야기하고 애덤 헤리엇을 범인이라고 이야기했단다. 휴 베링어와 니컬러스는 감옥에 갇혀 있는 애덤을 만나러 갔어. 증인도 있고 반지라는 증거도 내밀면서 애덤에게 자백하라고 했어. 그러나 애덤은 자신이 반지를 판 적이 없다면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어. 휴 베링어는 자백하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애덤은 같은 말만 반복했어. 그런데 그곳에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가 익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그 소식을 들은 애덤은 갑자기 좌절의 눈빛을 보였어. 이젠 피데일리스 수사가 줄리언이라는 것이 확실시 되는구나.

….

 

3.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의 장례식이 있었어. 장례식을 하고 있을 때 고드릭 포드의 매그덜린 수녀가 방문을 하고 어떤 편지를 휴 베링어에게 전달해 주었단다. 휴 베링어는 그 편지를 보고 깜짝 놀라고, 그 편지를 장례식장에서 낭독했단다. 그 편지는 줄리언 크루스가 쓴 편지였어. 자신이 죽었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 특히 애덤이 피해를 본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해명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고 했어. 자신은 수녀는 아니지만 수녀원에서 지내면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했어. 자신은 죽지 않았으니 애덤은 죄가 없다는 내용이었어. 그리고 자신이 슈롭서에 방문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방문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어. 이로 인해 줄리언의 오빠 래지널드와 충직한 하인 애덤이 함께 고드릭 포드에 가서 줄리언을 데리고 왔단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지? 이것은 캐드펠 수사가 꾸민 것이란다. 이미 한참 전에 캐드펠 수사는 피데일리스 수사를 만난 이후 그와 함께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정리해 보고 피데일리스 수사가 줄리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피데일리스 수사가 줄리언이라고 그냥 이야기하면 남장을 하고 수사가 되어 수도원에서 지낸 줄리언은 큰 죄를 지은 것이 되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무도 피해입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단다. 피데일리스 수사는 사라지고 줄리언이 나타나게 하는 방법 말이야. 그러던 중 폭풍우로 두 수사가 물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거야. 순간적으로 이것이 캐드펠 수사가 고민하던 것을 해결해줄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얼라인을 데리고 휴밀리스 수사와 피데일리스 수사가 있는 것으로 갔어. 피데일리스 수사, 아니 줄리언은 휴밀리스 수사를 붙잡고 실신해 있었어. 줄리언이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손을 대는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얼라인을 데리고 가서 도움을 청했던 거야. 얼라인의 도움을 받아 줄리언을 말에 태워 고드린 포드에 가서 매그덜린 수녀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매그덜린 수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5권과 9권에서도 등장했던 사람은 수녀가 된지 얼마 안된 수녀로 캐드펠과 친분이 있고, 무엇보다 융통성 레벨이 높은 사람이었단다. 캐드펠의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한 거야. 휴 베링어가 장례식장에서 읽은 편지도 매그덜린 수녀가 쓴 거야.

줄리언이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을 하고 슈루즈베리 성 바오로 수도원에 왔단다. 니컬러스는 줄리언이 피데일리스 수사인 걸 알아보았지만, 눈치채고 모른 척 했단다. 줄리언은 앞으로 자신이 머무를 레이 장원으로 니컬러스를 초대했단다. 그들의 사랑이 싹틀 것 같구나. 한편, 흐륀 수사와 유리언 수사는 피데일리스 수사의 죽음이 자신들 책임 같아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줄리언을 보고 깨닫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들도 비밀을 지키기로 했어. 그래서 캐드펠의 계획대로 피데일리스 수사는 강물에 떠내려가 시신을 찾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었고, 줄리언 크루스는 고드릭 포드의 수녀원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었단다.

그렇다면 줄리언은 왜 남장을 하고 수사가 된 것일까? 줄리언은 결혼이라는 약속을 쉽게 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장애를 갖고 중상을 입은 휴밀리스 수사를 옆에서 봉사하는 것이 부부의 연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휴밀리스 수사도 피데일리스 수사의 목걸이를 보고 그가 줄리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끝내 줄리언에게도 말하지 않고 모른 척 하면서 줄리언의 비밀을 지켜주었단다.

이번 <위대한 미스터리> 편은 소중한 비밀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구나. 너희들도 고의든 우연이든 어떤 사람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잘 지켜주는 것도 사람의 도리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휴밀리스가 줄리언 당사자에게도 모른 척 한 것처럼, 비밀의 당사자에게도 모른 척해주는 그런 성품을 지녔으면 좋겠네. 누구나 비밀이 있으니까그런데 너희들 비밀은 무엇일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41년 여름, 8월이 되었다.

책의 끝 문장: 이 위대한 신비로 부부의 결합을 거룩하게 하신 하느님, 당신의 종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소서. – 가톨릭 기도서 중 <혼인 예식의 축복>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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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6-30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구판 20권 같고 있는데 중세추리소설의 정점인거 같더군요.

bookholic 2026-07-01 18:45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유명했던 시리즈군요~~^^ 저는 최근에 알게 되어 읽고 있는데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 강순희 말하고 유시민 듣다
유시민.김세라 지음 / 은빛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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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두어 달 전에 유튜브 <매불쇼>를 보다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 유시민 작가님의 신간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라는 책을 알게 되고, 인터넷 서점으로 가서 주문해서 읽었단다. 누군가는 유시민 작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빠에게 유시민 작가는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스승님과 같은 분이란다. 그래서 그의 신간이 나오게 되면 꼭 읽곤 한단다. 이번에 나온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라는 책의 부제는 강순희 말하고 유시민 듣다로 되어 있단다. 강순희라는 분을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강순희라는 분은 어떤 분일까? <매불쇼>에서 유시민 작가가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대충 해주셔서 강순희 님이 인혁당 사건의 유가족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인혁당 사건은 인민혁명당 사건의 줄인 말로, 1964년 첫 번째 인혁당 사건이 있었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두 번째 인혁당 사건이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두 번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인데,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고문을 가해서 자백을 받는 식으로 누명을 씌우고 속전속결로 재판을 진행하여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내린 지 하루도 안되어 사형을 집행하는 만행을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렀단다. 전세계에도 유례가 없는 사법살인의 사례로 알려졌단다. 암울한 독재 시대의 잊지 못할 잔상이구나. 그들뿐만 아니라 연좌제로 그들의 가족도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했는데,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의 강순희 님은 인혁당 사건의 사법살인의 희생자 우홍선 님의 아내 되시는 분이란다.

1998년 인혁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운동이 시작되었고, 2005년에 다시 재판이 시작되어 2007년에 사형 선고를 받은 8명에 대해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단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다행이라고 하기도 뭣 하구나.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이라도 달래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우홍선 님의 아내 강순희 님은 직접 유시민 님께 연락을 하셔서 자신의 자서전 작업을 부탁하셨다고 하더구나. 이 책은 강순희 님이 2011 4.9통일평화재단과 진행한 인터뷰한 내용과 최근에 유시민 님과 진행한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란다.


1.

강순희 님은 1933년 함경북도 박천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어. 아버지가 하얼빈에서 와이셔츠 사업을 하셔서 어렸을 때는 하얼빈에서 자랐대. 세 살 때 하얼빈으로 이사를 가서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4학년까지 지냈다고 했어. 그리고 광복 2년 전에 다시 박천으로 돌아와서 해방을 맞았다고 하는구나. 북한에서는 해방 후 대대적으로 토지개혁이 이루어졌는데, 이 때 강순희 님의 아버지의 땅도 나라에 몰수 당했다고 했어. 그리고 사업을 위해 아버지는 남한에도 오가곤 했다는구나.

강순희 님은 평양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전쟁이 일어나서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는구나. 대전에서 옷가게를 하다가 아버지의 의견으로 다시 부산까지 내려왔대. 강순희 님은 부산에서 남강고아원이라는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일을 했어. 그러다가 지인 소개로 한국은행에 취직시험을 보고 합격을 했다는구나. 그렇게 한국은행에 취직했지만, 강순희 님의 꿈은 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대학교를 다녔대. 그러다가 결혼을 하면서 그 꿈을 잠시 중단했다는구나. 당시에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이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교를 다니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결혼까지 했으니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구나.

강순희 님이 우홍선 님을 만나 결혼한 사랑이야기도 해주셨어. 강순희 님의 친구의 남편이 전쟁 중에 죽어서 그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우홍선 중위가 찾아왔는데 강순희 님도 한자리에 있어서 같이 만나게 되었고, 둘은 첫눈에 반해서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단다. 그때가 1956년이었는데, 당시 한국사회에서 결혼 후에 여자가 회사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 하지만 양가 부모님 모두 개방적이시고 좋은 분이시라 결혼 후에도 한국은행을 계속 다니셨대. 아이들도 낳고 하면서 결혼한 후에도 10년을 더 다니시다가 퇴직금이 사라진다는 해서 그 전에 그만 두셨다고 하더구나. 딸 셋 아들 하나를 낳고 애처가 남편과 함께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생활을 했어.

=========================

(88)

(강순희) 그 사람이 맨날 그랬어요.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배우자를 잘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나를 잘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어요. 무시했으면 내가 가만있지도 않았겠지만, 남편 떠난 다음에 지인이 해준 이야기인데, 한번은 얘기를 하다 말고 일어서더래요. 무슨 약속 있냐고 하니까 아내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휙 가버렸대요. 그때는 어이없었다 하더라고. 그 사람하고 이웃에 산 적이 있어요. 갈현동 살 때였는데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온 거예요. 그 집에 놀러 갔을 때 남편이 과일을 포크로 찍어서 나한테 줬어요. 그걸 보고 다른 집 여자들이 남편한테 자가지 긁었나 봐. 남편들이 안 되겠다고, 우리더러 빨리 이사 가라고 우스개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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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64년 통일운동 모임이 있어 참석을 했을 뿐인데, 이 모임을 인혁당 사건으로 조작하여 수배령이 내려졌단다. 1년 동안 도피하다가 잡혀서 구치소에 들어갔고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받고 풀려났다고 하는구나. 억울했지만 그래서 집행유예라서 다행이었구나. 출소한 후에도 사업을 하며 평범한 생활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 사건이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혀질 즈음인 1974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일어났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사건은 완전히 조작된 사건이었어. 그래서 무죄로 판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무죄를 호소하는 편지를 정부 관련자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편지를 쓰셨다고 하는구나. 박정희와 육영수에게도 편지를 썼다고 했어.

하지만 1974 7 11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곧이어 9 7 2심에서도 사형 선고를 받았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되었어. 그때부터 다른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가족들과 함께 본격적인 구명 운동을 했다고 하는구나. 조지 오글 목사,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하여 국내외 종교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어. 수많은 사람들의 탄원서도 받아냈단다. 이 때 명동성당에서 강순희 님이 호소문을 낭독했는데 그 글도 명문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글을 보고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없겠다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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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36)

(유시민) 그 호소문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봤어요.

우리들은 살고 싶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10년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작된 인혁당에 묶여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의 아내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혁당을 조작하여 북괴에 이롭게 하는 것은 무슨 법, 무슨 조에 해당하는지 만천하에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 부디 저희들의 남편을 정치 제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름 없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정치 제물로 삼는다면 그 제물 위에 피는 꽃은 무슨 꽃이 피더라도 향기 없는 꽃이요, 빛깔 없는 꽃이요, 생명력이 없는 꽃일 것입니다. 죽이고 난 다음에는 살릴 수가 없습니다. 이 절실한 호소를 모른 체 묵인함으로 저희들의 남편을 제물로 바치려 하는 자들과 같은 편에 서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정에서는 저희 남편들을 사형을 시켜 마땅한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저 무시무시한, 온 권력을 다 가진 정보원들과 아무 힘없는 저희들과 누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둘 다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 당연하고 옳은 자세일 줄 믿습니다. 그렇다면 다 못 믿겠으니 가만히 있자!’하는 것은 공정한 입장에 선 것이 아니라 정보원들과 같은 편에 서서 저희들이 남편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라고 하신다면 이는 저희들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다 못 믿겠으니 온 국민이 납득이 가는 공정한 재판을 하자 하는 가장 공정한 입장이며 국민의 권리며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시지 마십시오. 만약 포기하신다면 8인의 생명을 죽이는 데 도움을 준 결과가 될 것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살인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 결과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희들의 남편은 주교도 아니요, 변호사도 아니요, 시인도 아니요, 교수도 아니요, 목사도 아닙니다. 따라서 인혁당원도 결코 아닙니다. 이름 없고, 힘없고, 짓눌린, 선량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입니다. 더 이상 저희는 사형이라는 몸서리쳐지는 말을 들을 기력이 없습니다. 피를 토하는 아픔과 절망을 의식하며 여러분 앞에 호소 드리는 바입니다. 1974 12 5. 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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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청원하고 호소했지만, 대법원은 1975 4 8일 사형을 선고했단다. 좌절감을 느낀 가족들은 앞으로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았어. 사형 선고를 받은 다음날 면회를 위해 감옥을 찾아갔지만 이미 사형 집행을 하고 난 후였단다.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불과 50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란다. 이 사법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는 그럼 누구인가.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단다. 아빠도 이 사건에 대해서만 알지 이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악한들은 누군인지 몰랐단다. 아빠의 기억력이 나쁘지만 조금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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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민복기(1913~2007)는 이완용의 사돈이자 자신도 일제 귀족 작위를 받았던 민병석의 아들로 경성에서 태어나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하고 경성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다음 경성지방법원 판사가 되었다. 미군정청 법률심의국장을 거쳐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대통령 비서관,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으로 승승장구하다가 1968년부터 10년 넘게 대법원장 자리를 지켰다. 두 번째 임기에 인혁당재건위 사건 상고를 기각해 사형에서 징역 15년까지 모든 피고인의 형을 확정했던 그는 1978년 정년퇴임하면서 내 재임 시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의 국정자문회의 위원 위촉을 받아들였고 국정자문회의 위원직도 수행했던 민복기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부친과 나란히 올랐던 민복기의 이름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영원히 박정희가 자행한 사법살인의 하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당시 대법관은 민복기, 홍순엽, 이영섭, 주재황, 김영세, 민문기, 양병호, 이병호, 김윤행, 임항준, 한환진, 안병수, 이일규 등 13명이었으며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이일규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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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을 허망하게 잃었지만, 강순희 님에게는 아이들이 있었단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살아가야 했단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그리움 또한 잊지 않았어.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한 편지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모곡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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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저 구름 넘어 아득한 곳에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남은 여생을

가시밭길을 걸어서 걸어서

단 한번 만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나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멀다 하지 않고

외롭다 하지 않고 고달프다 하지 않고

힘껏 달리고 달려가련만

! 이처럼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니

,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이 서러움을 감당할 길이 없고나,

감당할 길이 없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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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희 님의 억울함을 속으로 삭이지만 않고, 밖으로도 쏟아 부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병이 나지 않으셨을까 싶구나. 억울하게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자에게 독재자도 무섭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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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강순희) 택시 기사들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이웃 사람들도 다 좋았어요. 그때 우리집 골목은 양쪽으로 집이 쭉 있었으니까, 한 집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 들렸는데도 내가 맨날 문 열어놓고 소리 질렀어. ‘박정희 살인마!’ ‘민복기 살인마!’ 하도 분해서 나도 잡아가라,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 쪽을 쳐다보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그냥 지나가라고 했지. 다들 우리 부부를 안타깝게 봤던 것 같아. 그 골목에서 우리 아들 친구네가 살았는데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우리 부부가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내다보곤 했었대. 가뭄이 심해서 동네에 물차가 온 적이 있어요. 물통을 갖다 놓고 물을 받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열불이 나서 한마디 했지. ‘, 이 개새끼야! , 박정희 새끼 잡아 먹고 싶은데 오늘 어느 놈이든지 박정희 대신 잡아먹어야 되겠다!’ 물차 운전사가 막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말라고 말리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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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강순희 님의 인터뷰의 내용을 읽다 보면 아빠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주는 글들이 참 많았단다. 구순을 넘긴 어르신의 인생에 대한 정의도 요즘 심리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아빠에게 위안을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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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강순희) 중학교 다닐 때였는데 공책에 인생이란?’하고 써놓은 적이 있어요. 담임 선생님이 그거 보고 놀렸어. ‘, 순희, 벌써 인생을 생각하냐?’ 인생이 뭘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 게 쌓여 인생이 된다. 애들한테 늘 그렇게 얘기했어요. 나도 그렇게 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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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힘껏 노력하는 사는 것, 쉽지 않은 삶의 철학인데 그것을 실천하면서 사셔서 남편을 억울하게 잃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것 같구나. 그리고 그런 삶의 자세로 한 평생을 살으셔서 인터뷰를 하신 유시민 님도 나도 아흔세 살까지 산다면 아흔세 살의 강순희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씀하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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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강순희) 사는 동안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요. 불행하지 않았어요. 행복하게 만났고, 행복하게 살았고, 행복하게 애들 키웠고, 일도 닥치는 대로 행복하게 했고, 남편 때문에 싸울 때도 있는 힘을 다했어요.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은 거예요.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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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읽은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한 분의 좋은 스승님을 만난 기분이란다. 아빠가 오늘 독서편지를 쓰면서 책의 내용을 많이 인용했는데, 그 외에 좋은 글들도 많아서 더 많이 따로 발췌를 했단다. 50년 전 같은 사법살인이 설마 우리나라에서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2024년에 그 근처까지 갈 뻔한 사건이 있었기에 방심할 수는 없단다.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그리고 당시 사법시스템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사법 카르텔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년여 동안 목격을 했단다. 이런 시스템을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개혁이 되었으면 좋겠으나 사법부가 잡고 있는 권력이 너무 막강하여 지지부진한 것 같더구나. 국민들의 공감대의 힘이 약해지기 전에 얼른 사법 개혁이 진행되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2025 5 21일 오후,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떴다.

책의 끝 문장: 나도 아흔세 살까지 산다면 아흔세 살의 강순희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강순희) 노무현 대통령 생각하면 유시민 작가 생각나고, 유시민 작가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요. 내가 구순 잔치에 노무현 대통령 초대하고 싶었어요. 돌아가셔서 못 하게 되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하고 유시민 작가 초대하려고 했어. 그랬는데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바람에 구순 잔치를 안 했어요. - P16

(199)
(강순희) 다시 볼 수 없다는 거,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디 가도 볼 수가 없다는 거, 그게 참 기가 막히더라고. <전쟁과 평화>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죽자, 여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이, ‘당신 어디 있느냐’는 거였어요. 나는 그 사람 만나려고 산소에 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꼭 갔지. 택시 타고 다녔어. 누구 보기가 부끄럽더라고. 그래서 버스를 못 타는 거야.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고,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꼭 내가 잘못해서 남편이 죽은 것 같았어. 누가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나 혼자 그랬던 건데, 이거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다들 그랬대요.
- P199

(강순희) 택시 기사들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이웃 사람들도 다 좋았어요. 그때 우리집 골목은 양쪽으로 집이 쭉 있었으니까, 한 집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 들렸는데도 내가 맨날 문 열어놓고 소리 질렀어. ‘박정희 살인마!’ ‘민복기 살인마!’ 하도 분해서 ‘나도 잡아가라,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 쪽을 쳐다보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그냥 지나가라고 했지. 다들 우리 부부를 안타깝게 봤던 것 같아. 그 골목에서 우리 아들 친구네가 살았는데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우리 부부가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내다보곤 했었대. 가뭄이 심해서 동네에 물차가 온 적이 있어요. 물통을 갖다 놓고 물을 받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열불이 나서 한마디 했지. ‘야, 이 개새끼야! 나, 박정희 새끼 잡아 먹고 싶은데 오늘 어느 놈이든지 박정희 대신 잡아먹어야 되겠다!’ 물차 운전사가 막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말라고 말리고 그랬어요. - P201

(강순희)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남편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느냐, 네깟 것들이 무슨 명예회복을 해주느냐, 이게 나라냐, 나도 힘 있으면 이놈의 세상 확 뒤집어엎고 싶다, 힘이 없어서 못 하는 거다, 이 세상 뒤집어엎으려고 한 게 내 남편의 명예인데, 이 명예가 어때서? 명예 회복 같은 거 신청 안 한다, 돈 몇 푼 보상받는 거 안 한다. 내 생각은 그런 거였어. 명예회복 신청해서 보상받으면 더 분하고 더 억울할 것 같았어. 사람이 죽고 없는데 뭐가 필요하단 말이야?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 같지가 않은 거야. 그래서 신청을 안 했어요. 재심 무죄 판결 나고 나서 한명숙 총리가 우리를 공관에 초대했어요. 2007년 2월쯤이었지, 아마? 한 총리가 왜 여태 명예회복이 안 되었냐고 걱정하기에, 내가 안 한 거라고 이유를 싹 설명하고 재판으로 해결했으니까 이제는 할 거라고 했어요. 그 후에 신청해서 했고. - P232

(262)
(강순희) 아무 여한이 없어요. 오늘 밤에 죽는다 해도 괜찮아. 남편 일로 좀 힘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했으니까. 신랑도 잘 만났고, 사랑도 잘 했고, 남편 일로 싸울 때도 잘 싸웠어요. 자기한테 주어진 것을 극복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잖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남편 죽었을 때는 막 같이 죽고 싶었지. 그런 생각이 든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 그렇지만 아이들 위해 살아야겠다 싶어서 고비를 넘겼어요.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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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그 노트에는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라 불렀던 궁극의 이른이 미완의 상태로 적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단 한 줄짜리 방정식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2)

*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27)

뉴턴이 발견한 운동 및 중력이론은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의 원리로 묶은 최초의 통일이론이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포프는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자연의 법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뉴턴이 있으라!”는 신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났다.


(39)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E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E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55)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질량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는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83)

양자의 개념은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제기한 간단한 질문에서 탄생했다. ‘뜨거운 물체는 왜 빛을 발하는가?’ 물체를 불에 달구면 특정한 색의 빛이 방출된다. 인류는 이 사실을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은 가마의 온도가 수천 도에 도달하면 그 안에 넣은 도기가 적색에서 황색을 거쳐 청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것은 성냥이나 촛불, 또는 라이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확인 가능하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아래쪽은 푸른색을 띠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면서 노란색-붉은색으로 변한다.)


(96)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두고 성공을 거둘수록 더욱 멍청한 이론처럼 보인다고 했고, 전자파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슈뢰딩거조차도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당신이 어떻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그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119-120)

지난 100년 사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색이 없는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조그만 회로소자는 장거리 통신 네트워크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혁명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일종의 밸브이다. 수도 파이프에서 장착된 밸브를 돌려서 수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전자들 중 극히 일부만 통과시키는 초미세 전자밸브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


(132)

약력은 다양한 원자의 핵을 단단하게 유지시킬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원자핵이 더 작은 입자로 붕괴되는 과정에 관여한다. 앞서 말한 대로 지구의 내부가 뜨거운 이유는 그곳에서 방사성붕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산폭발과 지진을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지의 원천은 약력인 셈이다. 중성자는 상태가 불안정하여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되는데(이것을 베타붕괴beta decay라 한다.), 붕괴 전과 붕괴 후의 물리량이 보전되려면 제3의 입자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유령입자로 알려진 뉴트리노이다.


(141-142)

둘째, 표준모형은 각기 다른 힘을 서술하는 여러 이론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 누더기 같은 인상을 준다(한 물리학자는 표준모형을 칭찬하는 것은 마치 오리너구리와 땅돼지, 고래를 하나로 묶어서 희한한 동물을 만들어놓고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을 예뻐할 생명체는 엄마밖에 없다고 말했다.)


(160)

블랙홀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호킹은 이것이 양자이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블랙홀이 완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완벽한 암흑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암흑조차도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호킹은 블랙홀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양자복사quantum radiation를 방출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79)

1920년대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대부분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얻은 해는 우주가 격렬하게 팽창하거나 수축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리처드 벤틀리가 제기한 질문의 해답이었다. 중력이 작용해도 우주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206)

* 대칭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들어낸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와 표준모형은 다양한 원소와 소립자로 매우 혼란스럽지만, 대칭을 도입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 대칭은 이론의 공백을 메워준다. 대칭을 도입하면 이론에 나타난 공백으로부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와 소립자를 예측할 수 있다.

* 대칭은 무관해 보이는 객체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대칭은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 전기와 자기, 그리고 페르미온과 보손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더 큰 항목으로 통일시킨다.

* 대칭은 의외의 자연현상을 알려준다. 대칭은 반물질과 스핀, 쿼크 등 새로운 입자와 물리량을 예측했으며, 결국 사실로 판명되었다.

* 대칭은 이론을 망칠 수도 있는 의외의 결과를 제거해준다. 양자보정에서 나타난 무한대와 변칙은 대칭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 대칭은 고전적인 이론을 업그레이드해준다. 끈이론의 양자보정은 매우 엄밀한 과정이어서, 원래 이론을 수정하여 시공간의 차원을 결정해준다.


(212-213)

홀로그램 원리hologram principle라는 기이한 이중성도 예상치 못한 발전을 이끌었다. 홀로그램이란 3차원 물체의 모든 정보를 2차원 플라스틱 평면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평평한 면에 레이저를 쪼이면 갑자기 허공에 3차원 입체 영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3차원 영상의 모든 정보가 2차원 평면스크린에 저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나 로봇 R2-D2를 실물처럼 볼 수 있고, 디즈니랜드에 있는 유령의 집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는 유령을 만들 수도 있다.


(216)

스티븐 와인버그는 끈이론을 북극점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비유했다. 고대에 작성된 모든 지도에는 북극점에 커다란 구멍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구 어디서나 나침반의 바늘은 그 신비한 장소를 가리켰지만, 북극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북극점이 존재한다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하나도 없었기에, 일부 사람들은 북극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09년에 미국에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가 마침내 북극을 정복했다.


(225)

초대형 가속기가 완성되면 끈이론에서 예측된 미니블랙홀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끈이론은 중력과 소립자를 모두 포함하는 만물의 이론이므로, 물리학자들은 가속기에서 미니블랙홀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미니블랙홀은 진짜 블랙홀과 달리 에너지가 입자 몇 개 분량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매순간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의 에너지가 미니블랙홀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도 지구는 멀쩡하니까, 미니블랙홀이 지구를 삼킬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233-234)

인류원리는 우리 우주와 관련된 이상한 실험적 사실을 설명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의 모든 상수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세팅된 것 같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미국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우주는 마치 우리가 등장할 것을 처음부터 예견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핵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약했다면 태양이 점화되지 않아서 태양계는 암흑천지가 되었을 것이고, 강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강했다면 태양은 이미 수십억 년 전에 연료가 고갈되어 죽은 별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핵력의 세기가 기적처럼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252)

그러나 이 세상을 이해할 때에는 증명 가능하고 재현가능하며 반증도 가능한과학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각양각색인데, 이 상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흐를수록 몇 개의 방정식으로 축약되면서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학을 넘어선 영역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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