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워런 버핏이 한 말이 옳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치 투자를 실천해 온  35년 동안 나는 그것의 어떤 트렌드도 보지 못했다. 고집스러운 인간의 특성은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들길 좋아하는 듯하다." 정말로 성공적인 장기 투자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성장의 함정을 피하고 신뢰할 만한 기업을 고수하는 것이 과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이 미래 투자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373


 제러미 시겔 (Jeremy J. Siegel, 1945 ~ )은 <투자의 미래 The Future for Investors>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성장주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할 것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피터 린치(Peter Lynch, 1944 ~ )의 투자 방식을, 꾸준한 성장 동력을 가진 종목을 추천하는 측면에서는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1930 ~ `)의 투자 방식을 연상시키지만, 저자는 앞 선 두 인물보다 시장의 거시지표를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는 가치투자의 또다른 전형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투자의 미래>에서 성장주를 피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자들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할 수 있는 성장의 측면, 일병 성장의 함정을 이해해야 한다. 성장의 함정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혁신을 주도하고 경제 확장을 선도하는 기업과 산업에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든다. 인기 주식의 매수, 새로운 기술의 추구,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는 등의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추구는 투자자들에게 결국 저수익을 가져다주게 되어 있다. 실제로 최고의 투자 성과를 기록한 많은 투자는 규모가 축소되는 산업과 저성장 국가에서 나타났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18


 이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에서 성장주는 'Star' 단계에 놓인다. 아직 시장이 성장기에 있기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은 사회적 기여는 높일 수 있겠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 반면,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영역인 'Cash Cow' 단계에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영역에 위치한 기업으로의 투자를 권유한다. 자세한 내용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1931 ~ )의  <마케팅 관리론 Marketing Management>을 참고하도록 하자. 


 성장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산을 이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혹하는 올가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조차도 투자자들에게 거의 최선의 투자처는 되지 못한다. 시장 수익률보다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맹목적으로 좇는 기술적 혁신은 그들에게 반복적으로 실망감을 안겨 주는 동시에 경제 성장을 촉발시키는 양날의 칼로 이해할 수 있다.(p20)... 성장의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혁신가, 설립자, 프로젝트를 지원한 벤처 자본가, 해당 주식을 파는 투자 은행, 저가에 주식을 매입한 소비자 등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21


 우리를 놀라게 하는 점은 잘 알려진 소비자 브랜드 산업과 제약 회사가 1957년 초창기 S&P 500 인덱스에 편입된 이래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20개 기업 목록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폭넓은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과거 반세기 동안 엄청난 정치, 경제적 환경 변화에서 생존과 번영을 이룩해 왔으며, 국제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는 이들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도전과 쟁취'라고 부르고 싶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62

 

 기업투자에 있어서(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이 되는 분석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에 근거한 NPV(순현재가치 Net Present Value)라고 본다면 높은 성장률은 현재 할인률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많은 투자 권유자들은 이 점을 강조하여 성장가치를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의 이익이 손상받을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CORONA 19로 실물시장은 얼어붙었지만, 금융시장은 뜨거운 상황 속에서 특히 제약 주식과 2차 전지 주식, 5G 관련주식들이 성장주로 각광받고 있는 시점이다. 마치 2000년대 초반 IT 호황을 연상시키는 현재 분위기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당시에는 IT기업에 투자 하지 않았던 워렌 버핏도 최근까지 중국 전기자동차회사 BYD에 투자했던 것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것도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제나 경기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이번엔과거와 다르다'는 말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판단 내리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내린 투자 판단의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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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Bond) 자료를 찾을 일이 있어 도서관에서 관련 몇 권의 책을 빌려왔다. 채권에 대한 개인 경험은 <재무관리> 과목에서 채권에 대해 배운 것이 거의 전부이기에 관련 도서를 찾아 봤으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채권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거래되는 돈의 규모가 크기에 개인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채권의 특성상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 관련 책은 상대적으로 찾기 어려웠다.  그 중 몇 권의 책을 골랐는데, 이들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이들 책에서 공통적인 내용을 찾는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1. 채권의 가격 = 미래현금의 현재 가치 = 이자의 현재가치 + 만기 시 원금의 현재 가치. 채권을 통한 수익은 처분과 보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처분 시에는 채권의 가격과 현 시세를 비교해서 차익 거래(arbitrage trading)를 할 경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채권은 정기적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주식의 배당수익보다 높다.  때문에 채권은 보유 시에도 안정적으로 정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채권의 매력이다.


2. 현재가치는 이자율(interest rate)에 의해 결정되며, 채권의 위험요소는 이자에 반영된다. 즉, 채권에서 이자율은 현재가치할인율인 동시에 위험 프리미엄(premium)이기도 하다. 채권 투자에서는 이자율과 듀레이션(duration)의 개념 정도만 알아도 채권 투자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3. 현재 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침체기이며, 침체기에는 채권 투자가 안정적이다. 특히, 신흥국의 국채 투자는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한다.여기에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채권왕 빌 그로스와 같이 채권에서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4. 채권을 알고, 투자하려는 채권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투자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활용하자.


 책마다 조금의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큰 줄기는 위와 같다. 요약하면, 채권은 주식보다 안정적이기에 요즘과 같은 경제침체기에는 채권 투자, 특히 해외 채권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 이러한 채권 투자 권유 책들에 대해 두서 없지만 떠오르는 몇몇 반론을 옮겨본다.


1. 채권 투자가 정말 안정적일까?


 국채의 경우 나라에서 발행하기에 다른 투자 수단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국채의 성격상 국가 재정정책 수단이나 금융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이런 경우 발행 가격이 과연 시장 가격을 충분히 발행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거 러시아나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moratorium) 선언의 경우를 보더라도 국채 투자 역시 절대적으로 안정적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2. 채권 투자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채권 발행 당시 이자율 외에도 할인율로 사용되는 시장 금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지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사, 지금 당장 현지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채권 투자가 본업이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채권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들이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력을 가진 세계자본이고,  MIT와 같은 명문대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자금을 운영하며, 이들은 채권뿐 아니라 파생상품(선물, 옵션 등)도 자유롭게 결합하여 운용하기에 더 많은 수익 기회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별로 투자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3. 그렇다면 펀드는 답이 될까?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책에서는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fund)를 활용을 권유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은 운용 수익의 1~2%를 항상 차감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손실 발생 시 수수료 문제다. 펀드 매니저들은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수수료를 차감하기 때문에 일종의 대리인 비용(agent problem)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펀드 수익을 낮게 만들고, 손실을 가중시키는 수수료 문제는 비단 채권 펀드만의 문제는 아니라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이들 책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채권 투자가 절대적인 재테크 수단인 것으로 광고하고, 일반인들에게 조금만 노력하면 채권왕 빌 그로스처럼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모습을 책의 내용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채권 투자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채권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해외 채권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어린 청년들에게 총 쏘는 방법만 가르쳐주고 나서 적의 철조망을 뚫고, 기관총을 피해 적의 참호 앞으로 돌격할 것을 명령하는 무책임한 지휘관의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림] Why was the First World War so bloody? (출처 : http://thesnufkin.blogspot.com/2016/06/why-was-first-world-war-so-bloody.html)


채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다른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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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1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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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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