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Bond) 자료를 찾을 일이 있어 도서관에서 관련 몇 권의 책을 빌려왔다. 채권에 대한 개인 경험은 <재무관리> 과목에서 채권에 대해 배운 것이 거의 전부이기에 관련 도서를 찾아 봤으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채권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거래되는 돈의 규모가 크기에 개인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채권의 특성상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 관련 책은 상대적으로 찾기 어려웠다.  그 중 몇 권의 책을 골랐는데, 이들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이들 책에서 공통적인 내용을 찾는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1. 채권의 가격 = 미래현금의 현재 가치 = 이자의 현재가치 + 만기 시 원금의 현재 가치. 채권을 통한 수익은 처분과 보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처분 시에는 채권의 가격과 현 시세를 비교해서 차익 거래(arbitrage trading)를 할 경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채권은 정기적으로 이자수익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주식의 배당수익보다 높다.  때문에 채권은 보유 시에도 안정적으로 정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채권의 매력이다.


2. 현재가치는 이자율(interest rate)에 의해 결정되며, 채권의 위험요소는 이자에 반영된다. 즉, 채권에서 이자율은 현재가치할인율인 동시에 위험 프리미엄(premium)이기도 하다. 채권 투자에서는 이자율과 듀레이션(duration)의 개념 정도만 알아도 채권 투자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3. 현재 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침체기이며, 침체기에는 채권 투자가 안정적이다. 특히, 신흥국의 국채 투자는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한다.여기에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채권왕 빌 그로스와 같이 채권에서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4. 채권을 알고, 투자하려는 채권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투자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활용하자.


 책마다 조금의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큰 줄기는 위와 같다. 요약하면, 채권은 주식보다 안정적이기에 요즘과 같은 경제침체기에는 채권 투자, 특히 해외 채권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 이러한 채권 투자 권유 책들에 대해 두서 없지만 떠오르는 몇몇 반론을 옮겨본다.


1. 채권 투자가 정말 안정적일까?


 국채의 경우 나라에서 발행하기에 다른 투자 수단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국채의 성격상 국가 재정정책 수단이나 금융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이런 경우 발행 가격이 과연 시장 가격을 충분히 발행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거 러시아나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moratorium) 선언의 경우를 보더라도 국채 투자 역시 절대적으로 안정적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2. 채권 투자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채권 발행 당시 이자율 외에도 할인율로 사용되는 시장 금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지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사, 지금 당장 현지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채권 투자가 본업이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채권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들이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력을 가진 세계자본이고,  MIT와 같은 명문대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자금을 운영하며, 이들은 채권뿐 아니라 파생상품(선물, 옵션 등)도 자유롭게 결합하여 운용하기에 더 많은 수익 기회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별로 투자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3. 그렇다면 펀드는 답이 될까?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책에서는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fund)를 활용을 권유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은 운용 수익의 1~2%를 항상 차감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손실 발생 시 수수료 문제다. 펀드 매니저들은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수수료를 차감하기 때문에 일종의 대리인 비용(agent problem)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펀드 수익을 낮게 만들고, 손실을 가중시키는 수수료 문제는 비단 채권 펀드만의 문제는 아니라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이들 책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채권 투자가 절대적인 재테크 수단인 것으로 광고하고, 일반인들에게 조금만 노력하면 채권왕 빌 그로스처럼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모습을 책의 내용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채권 투자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채권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해외 채권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어린 청년들에게 총 쏘는 방법만 가르쳐주고 나서 적의 철조망을 뚫고, 기관총을 피해 적의 참호 앞으로 돌격할 것을 명령하는 무책임한 지휘관의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림] Why was the First World War so bloody? (출처 : http://thesnufkin.blogspot.com/2016/06/why-was-first-world-war-so-bloody.html)


채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다른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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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1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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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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