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미술 순례 1 -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들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연립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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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땅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서경식 교수,일본 땅의 예술 작품들을 찾아 순례 하며 작품들 속에 투영 되었던 어떤 표정의 일그러짐, 어떤 호소, 어떤 눈물, 어떤 미친듯한 웃음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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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선이 거친 손처럼 얼굴 위에 놓인다... 우리 모두에게는 타인의 마음과 배후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바람으로 타인의 시선을 구기는 이 같은 손동작이 있다.]

-1977년 밀란 쿤데라

1984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프랑스어로 출간 되자 마자 프랑스 내에서 사회주의를 신봉 했던 좌파 지식인들은 밀란 쿤데라의 이름이 찍힌 작품들에 대해 무서운 속도로 평론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유럽 문학 계를 뒤흔들어 놓은 작품<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예술이 뿜어내는 모든 빛을 흡수 시켜 버리며 이 작품을 쓴 작가 밀란 쿤데라를 취재 하기 위해 열띤경쟁을 벌인다.

작가 밀란 쿤데라 집 앞에는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열성 팬들, 예찬자들로 북새통을 일으켰고 이제 밀란 쿤데라는 집 앞 가게를 갈 때도 사람들에 둘러 쌓인 채 사진 기자들이 들이내는 카메라 빛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게 된다.

1984년 밀란 쿤데라는 딱 한 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은둔의 삶을 살아간다.

'더는 나 자신을 감당 할 수 없다.'


1985년 6월, 밀란 쿤데라는 두 번 다시 공개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기자들에게 못을 박아 버리며 자신의 저작권이 명기 되지 않은 모든 사진과 말은 전부 가짜라고 말한 후 거주 하는 아파트의 명패의 이름까지 바꿔버린다.

그를 취재 하기 위해서는 아내 베라 쿤데라를 거쳐야 했고 그와 직접 통화 하기 위해서는 아내 베라가 발급해주는 특정 코드를 인터폰에 눌러야 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1980년대 초반에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에게 불어 닥쳤던 마르크스주의의 피로감은 곧장 동구권에서 망명한 작가 쿤데라의 작품으로 불이 붙어서 정치적 해방이 아닌 공산 정권의 문학적 해방에서 불어 닥치게 될  자유의 물결, 문학의 평등에 관해 논하기 시작 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샤르트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 이데올로기적인 샤르트르 말입니다.'


1980년대 유럽 문학의 상징적인 인물로 우뚝 섰던 밀란 쿤데라는 불과 4-5년 전 만해도 무국적자 신세 였다.

작품을 발표 할 때 마다 서구권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 공산 정권에서는 눈에 가시로 당국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밀착 감시 하면서 언제라도 추방 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


-1973년 12월 17일 '엘리트 II(밀란 쿤데라의 아내 베라의 코드명)가 여배우 VF와 함께 사는 배우 ZK를 만나러 민속 박물관 카페를 방문함. 미리 약속된 만남임. 그들이 차례로 약속 장소에 도착함. 30분 가량 대화를 나눈 뒤 엘리트 II가 카페 종업원에게 A4용지를 달라고 해서 거기에 뭔가를 적는 것을 우리 정보원이 보았음


-1974년 6월 1일 작가 밀란 쿤데라, 일명 '엘리트I'(밀란 쿤데라 코드명)이 모자를 쓰지 않고 검은 구두에 어두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섬 부인을 동반함. 자택 앞에 잠시 기다림, 10시 5분, 차량 번호 ABJ 6797 자동차가 엘리트 I 의 집 앞에 멈춤. 그와 아내가 차에 탑승하자, 차가 역이 있는 리체나 가 방향으로 출발함


1969년 부터 1979년 까지 약 10년 동안 작가 밀란 쿤데라의 삶은 이렇게 낱낱이 추적 당하고 도청 당하며 2천 374페이지 분량에 기록되고 타자 되고 분류 되었다.

그의 삶은 '일급 기밀'이라는 검인을 찍힌 채 비밀 경찰 총책에게 철저하게 감시 당했다.

당국은 쿤데라 부부의 주변 인물들을 밀착 감시 하며 이들 부부와 나눈 대화 녹취는 물론 긴밀한 순간까지 촬영 하고 우편물 까지 가로채게 만들었고 험담을 꾸며 내게 했다.

밀란 쿤데라가 가장 두려워 했던 건 자신도 모르는 이들이 자신에 관해 말하는 것, 즉, 밀고자들의 거짓 된 증언들로 비밀 경찰국 요원들의 협박과 가족을 볼모로 삼아버린 공포심에 사로 잡힌 이들이 살아 남기 위해 쿤데라 부부에 대해 어떤 험담을 내뱉을지 모른다는 사실였다.


[1948년 2월, 공산당 당수 클레멘트 고트발트는 프라하의 옛 도심 광장에 모여든 수십만 군중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바로크 양식 궁전 발코니에 섰다. 보헤미아 역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숙명적인 순간이었다.

고트발트는 동지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바로 곁에는 클레멘티스가 서 있었다. 눈이 내리고 추웠는데 고트발트는 모자도 쓰지 않았다. 클레멘티스가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털모자를 벗어 고트발트의 머리 위에 얹어 주었다.

선전부는 털모자를 쓰고 동지들에 둘러싸인 채 군중에게 말을 하는 고트발트의 사진을 수십만 장 찍어 냈다. 바로 이 발코니에서 보헤미아 공산당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사 년 뒤, 클레멘티스는 반역죄로 단죄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선전부는 그를 즉각 역사에서 지웠으며 물론 사진에서도 그를 모조리 지워 버렸다. 그 후로 고트발트는 그 발코니에 혼자 서 있었다. 클레멘티스가 있었던 자리에는 궁전의 빈 벽 뿐이었다. 클레멘티스로 부터 남은 것은 고트발트 머리 위에 얹힌 털모자 뿐이었다.]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1953년 밀란 쿤데라는 프라하의 명문 영화 학교 FAMU에서 '세계 문학사'를 강의 하기 시작한다.

당시 그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은 수 년 뒤 체코 영화의 누벨 바그 시대를 이끈 이쥐 멘젤, 밀로시 포르만이 수강 하고 있었다.

1959년 12월 체코슬로바키아의 비밀 경찰국은 FAMU영화 학교에서 명 강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작곡가 쿤데라의 아들 밀란 쿤데라를 감시하기 위해 비밀 코드명을 할당한다.

1963년에 발표한 단편집 <우스운 사랑들>이 출간 되자 마자 프랑스 문단의 중심 인물이였던 샤르트르의 극찬이 쏟아지면서 처음으로 프랑스어로 번역 된다.

2년전에 완성한 작품 <농담>이 프랑스 공산당 중앙 위원장 루이 아라공에 손에 넘어가 1967년 4월 출간 하게 되자 그해 6월 체코 슬로바키아 공산 문화 예술 총책의 붉은 휘장 아래서 밀란 쿤데라는 앞으로 출간 되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검열' 해도 좋다는 사인을 한다.

1968년 프라하 혁명이 움트기 직전 1월 9일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체코 전역에서 무려 12만부 가량 팔려 나갔고 프랑스 전역 서점 매대까지 온통 작품<농담>으로 뒤덮혀 버린다.

곧장 비밀 경찰국은 밀란 쿤데라를 밀착 감시 하기 위한 신상 파일' 바스니크'(일명 시인)가 개설 된다.


1968년 8월 20일 자정 무렵 소련군 전차들이 수도 프라하로 진격 한다.

다음날 이른 새벽 프랑스 공산당 중앙 위원장 아라공은 라디오를 통해 프라하로 진격한 소련군의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농담>서문에 소련 전차에 무참하게 짓밟히게 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자유를 향한 투쟁을 독려하는 글'스탈린 시대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한 증언'이라는 글을 싣는다.

[때는 1971년, 미레크는 말한다. 인간의 권력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고...그는 일기를 꼼꼼히 쓰고, 서한을 간직하고, 친구들과 상황을 어떻게 이어 나갈지 의논하는 모든 회의를 낱낱이 기록함으로써 친구들이 경솔하다고 말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애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헌법에 위배될 건 전혀 없다고 그는 친구들에게 설명한다. 숨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패배의 시작일 거라고 말한다.]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1973년 쿤데라의 작품을 읽고 그의 팬이 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가 프라하를 방문해서 직접 만난 후 쿤데라 부부를 미국으로 초청한다.

필립 로스는 동구권에서 작품 출간을 금지 당한 소설가를 돕기 위해 영미권 번역 출간 총서를 기획 한다. 1975년 필립 로스는 밀란 쿤데라의 단편집 <우스운 사랑들>의 서문을 직접 쓴다.

프랑스의 진보 지식인들 공산 당원들은 적극적으로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널리 번역 시키며 홍보를 하는데 열을 올리고 쿤데라의 모든 삶은 비밀 경찰국의 도청기기와 망원경 속에 더 밀착 되어 버린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찾아 왔을 때 국경이 열렸으며 바흐의 위대한 악보로부터 음들이 달아나 제각기 제 방식대로 노래를 불러 댔다. 온 지구를 위해 위대한 푸가를 쓰던 러시아는 음들이 흩어지는 것을 참아내지 못했다. 1968년 8월 21일 러시아는 보헤미아에 50만 군대를 보냈다. 얼마 후 2만 체코인이 나라를 떠났으며 남은 사람들 가운데 50만쯤이 일자리를 포기하고 오지의 갱속 작업장으로, 먼 공장으로 트럭 운전대를 잡으로 다시 말해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장소로 떠나야만 했다.]


1974년 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국은 밀란 쿤데라 부부에게 약 보름 동안 머물 수 있는 프랑스 방문 비자를 발급해준다.

쿤데라 부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랭스-아미앵-오를레앙-트루아를 거치면서 도망치듯 조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며 보름 후 다시 프라하로 돌아온다.

1978년 1월 프랑스 렌 대학은 밀란 쿤데라에게 방문 교수 자격 방문증을 발급 한다.


렌 대학의 강의실에 선 쿤데라, 그리고 1년 후  부교수 지위를 얻게 된 그는 더 이상 망명자가 아닌 이민자 신분이 된다.

프랑스 문학계에서 쿤데라의 작품이 발표 될 때 마다 프랑스 문학계는 찬사를 보냈던 반면에 그의 조국 체코슬로바키아 서점과 도서관에서는 쿤데라라는 이름이 찍힌 책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역사가 아직은 느리게 나아가던 시절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 사건들이 쉽게 기억속에 새겨졌고 누구나 아는 배경을 이루었으며 그 배경 앞에는 개인사가 모험들로 가득한 매혹적인 공연을 펼쳤다. 오늘날, 시간은 성큼 성큼 나아간다. 역사적 사건은 하룻밤이면 잊히고 말아 다음 날이면 이미 새로운 날의 이슬로 반짝인다.]

체코 공산 당국 소속 비밀 경찰들은 여전히 쿤데라 부부를 밀착 감시했고 그의 주변 프랑스 친구들은 이미 쿤데라 부부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해버렸다.


'체코 비밀 경찰은 이들에게 쿤데라가 제국주의자 요원들과 함께 첩보 활동을 벌였다고 말하며 그들을 윽박 질렀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에 당국의 재판을 피하기 힘들 거라고 협박했죠.'


쿤데라 부부는 자신들이 영원히 고향 프라하로 돌아 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쿤데라는 대학 강의실에서 서서히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작아지며 모든 이들과 대화 할 때 조차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기게 된다.

그는 세미나에 참석한 학생들의 이름 조차 묻지 않았고 어느 순간 부터 학생들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 보지 않게 되자 그를 찾는 학생들이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마지막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세상에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를 통해서 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쿤데라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자 쿤데라라는 이름은 문학 세계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조국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마자 중부 유럽의 문화의 수도가 되어 그의 책을 읽은 이들은 프라하의 거리를 걸으며 참을 수 없는 존재 속에서 살아 숨 쉬었던 토마시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1990년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토마시를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했고 <불멸>은 자신의 삶의 단면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란 쿤데라에게 프랑스 시민권을 수여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죽음과 불멸은 헤어질 수 없는 연인 관계라고 생각 합니다. 죽은 사람의 얼굴과 혼동되는 사람의 얼굴을 현실 속에서 발견 하는 순간, 지난날의 사랑들은 불멸이 되지 않을 까요.'


[아마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떤 점에서 우리가 타인들의 신경에 거슬리는지, 우리의 어떤 점이 그들에게 호감을 주며, 어떤 점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이미지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인 것이다.]

                                                                                                  -<불멸> 중에서

미테랑 대통령에게 직접 시민권을 받은 밀란 쿤데라, 이제 붉은 깃발을 휘날렸던 공산 정권도 사라져 버렸고 비밀 경찰에게 미행 당하지 않는다.


그는 앞서 출간 한 자신의 작품들의 오역을 찾아 내서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하기 시작한다.

밀란 쿤데라가 체코어로 글을 발표 할 때 프랑스 문학계는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 되는 그의 모든 작품을 숭배 했고 찬향 하는 말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1990년 쿤데라가 자신이 직접 프랑스어로 처음 쓴 <정체성>작품이 발표 되자 마자 그를 향해 비아냥을 퍼 붇기 시작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프랑스에서 쿤데라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존경하는 작가 였지만 장벽이 사라지고 난 후 그가 내뱉는 모든 프랑스어는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밀란의 실패작... 십자말 풀이의 바둑 무늬 판 같은 건조한 문체...'

10년 후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어로 쓴 작품 <향수>를 스페인에서 먼저 출간해버리고 이후에 출간 되는 모든 작품들은 각기 다른 유럽권에 출판권을 줘버린다.

2010년 쿤데라 부부는 프라하를 방문 한 날 거리에서 농담 처럼 시민들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바츨라프 하벨은 감옥에 들어갔기에 대통령이 되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떠났기에 작가가 되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체코 국민들 중 대다수는 밀란 쿤데라가 프랑스 작가로 알고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그의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지 않았다.


체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밀란 쿤데라는 1968년 소련에 점령 당한 프라하를 위해 싸웠던 지식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자유를 찾아 떠난 이방인이라고 생각한다.

조국에서 밀란 쿤데라는 투옥을 당하고 고문과 감시를 당하면서도 전체주의 시대에 자유의 억압과 검열에 맞서 싸운 지식인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명성을 쌓는데 급급한 인물로 각인 되어 버렸다.

2008년 가을 <리스펙트>에 이런 기사가 실린다.


[1950년 3월 14일 당시 20세 였던 밀란 쿤데라는 드보라체크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 청년은 당국에 의해 22년의 징역을 선고 받았다.]


어느 고발자의 편지에 새겨진 밀고자의 이름 밀란 쿤데라


쿤데라는 지난 37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미디어 앞에 섰다.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일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제 까지도 나는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그런 일 자체가 없었습니다.'


12년 후 2020년 6월 얀 노박이 밀란 쿤데라의 과거 행적이 담긴 책< 체코 시절의 그의 삶>을 발간 한다.


[소문의 제국에서 침묵은 무례로 여겨진다. 베일을 벗지 않으려 하는 자. 작품 외에 내야 하는 이 공적 기여를 내지 않으려 하는 자는 불편한 인물이 되고 최고의 표적이 된다.]


100세를 앞 둔 밀란 쿤데라, 이전의 삶 무고한 청년을 밀고 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회귀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청춘이 뭔지 모른 채 유년기에서 벗어나고 결혼이 뭔지 모른 채 결혼하고, 노년기에 들어서서도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대지는 무경험의 세계다.'


2019년 11월 28일 체코 공화국은 밀란 쿤데라에게 시민권을 수여 하고 국적을 회복 시킨다.


쿤데라 씨, 당신은 공산주의자입니까?

-아뇨, 나는 소설가 입니다.

당신은 반 체제파인가요?

-아니오, 나는 소설가입니다.

당신은 좌파입니까?우파입니까?

-어느 쪽도 아닙니다. 나는 소설가입니다.

'프랑스는 내 책들의 조국이 되었고, 나는 내 책들의 길을 따라 왔다.'

-2019년 9월 프랑스 파리, '밀란 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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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2-05-23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전 밀란 쿤데라 소설을 두권 읽고는 정작 가장 유명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안 읽고 언젠간 읽어야지 하다가 요근래 다시 생각나서 읽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이런 보물같은 페이퍼를 읽게 되네요😄 작품외에 다른 무엇으로 정의되길 바라지 않는 작가와 그런 작가를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는 세상...필립 로스와의 일화도 새롭고 너무 잘 읽었습니다 스콧님👍

scott 2022-05-23 23:09   좋아요 2 | URL
망고님 쿤데라의 참!존!가 강추 합니다
저에게 그 책은 인생 책 중의 한 권!
주기적으로 읽고 있는데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감동(생각)이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쿤데라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썼던 초기작 위주로 읽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쓰고 나서 그의 글과 사고가 간결 응축 되어서
이전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1929년 생 쿤데라의 생애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이토록 긴 페이퍼를 ㅎㅎ
망고님 읽어 주셔서 캄솨!

오월의 더위!
건강하게 ^^

새파랑 2022-05-23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박해(?)를 해놓고 뒤늦게 국적 회복이라니 좀 그렇네요 😅 쿤데라의 역사가 잘 정리된 멋진 페이퍼입니다 👍 👍

scott 2022-05-24 22:46   좋아요 1 | URL
그쵸! 비밀 경찰들 저렇게 인생을 뒤흔들어 놓고는
어떤 책임이나 처벌도 받지 않음!

쿤데라의 역사를 정리 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쿤데라 작품을 읽고 제 나름대로 써봤습니다
몇날 몇일 쿤데라 작품들만 뒤적, 뒤적 ㅎㅎㅎ

Persona 2022-05-24 0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간의 문서를 보니 산지 십 년도 넘은 거 같은데 여전히 안 읽은 S.가 떠오르네요. 스파이였던 작가를 따라가는 소설이다보니… 저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기 전까지는 프랑스 사람의 프랑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내가 표현 한 것에 대해 방어기제, 심리적 현상 운운하면서 해석하려 드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사상을 의심받고 검증받아야 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고 사찰이 종종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그런 시절이 그다지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새삼 믿어지지가 않아요. 정말 파란만장한 삶이었을 것 같아요.

scott 2022-05-24 22:51   좋아요 1 | URL
S 라면 혹쉬? <느림>???

쿤데라는 태생적으로 예술가적 기질이 넘쳐서
사회의 변혁이나 체제 이런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관련된 것들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포스팅을 ㅎㅎㅎ

쿤데라의 찐!팬으로
객관적으로 평가 해 보면
오로지 프랑스어로 쓴 작품들은 이전의 작품에 비해 역량이 떨어집니다
스토리 구성 전개 등등이,,,

하지만 그의 이전(체코어로 썼던) 작품들은 유럽 문학계를 뒤흔들정도로 엄청났죠.


영화 <타인의 삶> 속에 인물들 처럼 공산 체제 하에서 모든 예술가들 저런 압박을 받았다고 하네요.

내 삶이 국가 비밀문서 기록 보관함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하면
소름이 끼칠 것 같습니다 ㅜ.ㅜ

Persona 2022-05-24 22:59   좋아요 1 | URL
j.j. Abrams와 Doug Dorst가 쓴 책이에요. 독특한 구성이죠.
젠과 에릭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같은 책에 꽂혀서 그 책을 읽으며 에릭이 낙서한 도서관 책에 젠이 응답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돼요. 실제 책은 S.라는 책 껍데기안에 ‘테세우스의 배’라는 책이 들어있고 그 책엔 도서관 라벨과 대출카드가 붙어있고요. 오래되고 바랜 장정이에요. 그 책에 온갖 색펜읊 젠과 에릭이 쓴 편지글/필담이 있고 실제 읽을 땐 책 테세우스의 배를 먼저 읽고 그다음엔 색 순서대로 낙서를 따라 읽으면서 젠과 에릭이 페이지마다 끼워놓은 지도 냅킨 엽서 카드 나침반 사진 기밀문서를 함께 읽어보게 되어있어서 증거물에 페이지 번호를 써두지 않으면 나중에 책이 빠지거나 떨어질 때 멘붕오는 그런 책이었어요. ㅎㅎㅎ
그 책 안의 스트라카라는 작가가 스파이로 나오거든요. 이나라 저나라 떠돌며 망명했고 그래서 책도 암호문일 수 있고 책 내용이랑 주인공들의 이야기랑 주인공들이 모은 자료 보면서 테세우스 배 이야기와 스트라카 작가 이야기, 젠과 에릭의 이야기 세가지를 액자 소설처럼 경험하는 건데 특이하게도 등장인물의 대화와 증거물들 사이의 서술이 없는 방식인 거죠. 그 책 속 책을 쓴 작가 스트라카에 대한 문서 같은 것이 떠올랐어요. 컨피덴셜 적혀있고 그런. ㅎㅎㅎ
소름 끼치죠. 누가 미행하고 도촬하고 제가 버린 쓰레기 뒤지고 하면요.

scott 2022-05-24 23:08   좋아요 1 | URL
j.j. Abrams라면 혹쉬? 영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스토리 넘 ㅎ 흥미 로울 것 같습니다

쿤데라의 삶이,,
영화 타인의 삶 속 작가와 많이 닮았지만

알려져 있는 것이 많지 않아

팬으로 흩어져 있는 모래알 긁어 모으고 있습니다 ^^


Persona 2022-05-24 23:16   좋아요 1 | URL
Scott님 포스트 보니깐 그 책도 밀란 쿤데라의 삶에 힌트를 얻었던거 아닐까 싶습니다. 맞아요. 저는 스타트렉이랑 미션임파서블 안 봐서 잘 모르는데 유명한 분인 거 같더라고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2-05-24 0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의 삶에 대한 이 페이퍼 넘 좋아요. 대충은 알았지만 오늘 더 자세하게 쿤데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쿤데라 팬으로서 여러가지 상황이 안타까워요.
이제 100세가 가까이 된 그가 보낸 세월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의 소설이 다 말해주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scott 2022-05-24 22:53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도 쿤데라 팬!ㅎㅎ

29년생 쿤데라
그저 자신이 남긴 작품으로 평가 받는
소설가 이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5-24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쿤데라의 일대기가 담겨있군요. 정작 조국에서는 반겨주지 않았다니... 오래도록 노출을 꺼렸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쓰는 글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왜곡되고 편향되게 보이는 효과도 있는 듯하구요.
어느덧 100세를 바라보고 있군요. 남은 생은 그에게 조금이나마 편안한 세상이기를 바라봅니다.

scott 2022-05-24 22:55   좋아요 0 | URL
체코 문학계에서 언급을 아예 하지 않고 있고 국민들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벨벳 혁명이후의 세대들은 더더욱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죠

수년 동안 감시 받는 동안 밀고자들이 자신들이 살아 남기 위해 거짓 증언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29년생 쿤데라는
그저 자신의 작품으로만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유니와책친구들 2022-05-24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글이에요. 최근에 무의미의 축제 읽고 좀 어려웠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읽어야 할 타이밍을 당겨주셨네요.^^

scott 2022-05-24 22:57   좋아요 0 | URL
무의미의 축제
어렵습니다
스토리가 중도 툭툭 끊어져 버리는 것 같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유니님 참기 힘들정도로 가벼운 시간에 즐독 ^^

coolcat329 2022-05-24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쿤데라 책은 어렵지만 그럴수록 더 알고 싶더라구요.
가끔 건강은 하신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그에 대한 책이 나왔군요.
평탄치 않은 그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scott 2022-05-24 22:58   좋아요 0 | URL
매년 노벨상 후보로 오르고 있는데...
내년쯤 줬으면 ㅎㅎㅎ

쿨켓님 좋은 밤! 굿!밤 ^^
 

1962년에 개봉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가 파리에서 처음 개봉 됐을 당시 감독 고다르는 직접 이런 문구를 작성한 광고를 개제 했다.

< Vivre Sa Vie>

젊고                                가능한

예쁜                                모든

파리의                             심오한

여 점원이                          인간적

몸은                                감정을

팔았으되                          체험하게

어떻게                             해주는 영화

자신의                             장-뤽

영혼을                             고다르가

지키면서                          만들고

허울의                             안나 카리나가

세계를                             연기한

살았는가를                       연속

이야기하는                       일화,

한 편의                            그녀의 생을

영화                                 살다.

12장으로 구성된 나나의 삶의 단편들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두 요소를 교차 시키면서 1960년대 파리 시내를 오고 갔던 자동차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12명의 인물들이 각자 나나의 삶을 증언 하는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배우를 꿈꾸고 있다는 나나는 레코드 가게 점원으로 살아가지만 여기서 받는 급여로 집세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이 빠듯하자 결국 친구 소개로 만난 포주 '라울'(사디 르보)을 만난다. 성매매 일을 하면서 나나는 돈을 떼이고,연락 조차 없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시달리면서 서서히 자신이 그토록 갈망 했던 배우의 꿈 마저 희미해져 버린다.

휴일조차 포주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나나는 자유롭게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도 없다. 포주인 라울은 나나가 손님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갱단에 팔아넘기려 한다.

나나는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려도 절대로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비관 하지 않는다.

남편의 배신으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는 친구 이베트의 얘기를 들은 나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행동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어. 우린 자유로워."

나나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월세를 내지 못해서 자신의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나나는 거리의 여자가 되어도 내일의 희망을 꿈꿨다.

'나 한테 책임이 있는 거야 고개를 돌리는 것도 내 책임, 손을 드는 것도 내 책임이야.'

나나가 생각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의 삶에 무엇을 책임져야 했을까?

나나는 행인이 흘린 1천 프랑을 몰래 숨기고 있다가 들키고 만다. 행인은 1천 프랑을 돌려받고 나나를 고소한다.

나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했을까?

물질적인 행복을 위해 돈으로 쾌락을 사는 이들에게 몸을 팔게 된 나나, 그녀가 선택한 삶은 누구의 책임인가>

'접시는 접시, 남자는 남자, 인생은.....인생이야.'

속고 속이는 사람들 속에 가장 순수한 여인 '나나'

 

영화 속 화면이 끊어짐 없이 길게 이어진다.

 

기나긴 속임수 속의 세계로 나나가 걷고 있다.

불완전하고 모순으로 가득 찬 화면 속 사람들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고 떨린다.

 

나나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가?

 

우리가 그녀를 쫓아가고 있는가?

 

-불완전해도 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나나.. 그녀의 삶을 살다.

'우리는 자신을 타인에게 빌려주며, 자신을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몽테뉴 '에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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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2 1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나 라고 하니까 에밀 졸라의 <나나> 가 생각나네요. 이 영화의 나나 인생은 더 안타깝네요..그녀의 삶을 살았길 바래봅니다~!!

scott 2022-05-23 22:36   좋아요 1 | URL
졸라 옹의 나나의 삶도 불행 ㅜ.ㅜ

고다르의 나나의 삶은 더 불행 ㅠ.ㅠ

새파랑님 삶은 행복 !^ㅎ^

그레이스 2022-05-22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방이 막힌 답답함! ㅠ

scott 2022-05-23 22:37   좋아요 1 | URL
고구마 백만개 🥔🥔🥔🥔
ㅜ.ㅜ

거리의화가 2022-05-2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 부르짖게 됩니다ㅜㅜ

scott 2022-05-23 22:37   좋아요 1 | URL
맞습니돠!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 전부 찌질이들!


페넬로페 2022-05-23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의 나나와 조금 비슷한듯 합니다.
어떻게하면 영혼을 지키면서 살 수 있을까요?
한번씩 남성감독의 시각이 불편할때도 있어요 ㅎㅎ

scott 2022-05-23 22:39   좋아요 2 | URL
고다르, 트뤼포가 그렸던 누벨바그 속의 여성의 모습이 많이 왜곡 되었고

이후 레오 카락스 감독 작품도 마찬가지

상업성을 추구 했던 뤽벡송에서
그나마 ^^
 


[요즘에는 모든 것을 즉각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가장 편리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담은 은 판 사진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옛날만 해도 부유하거나 정신적으로 귀족인 사람만이 믿을 만한 초상화를 그려 간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뛰어난 인물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 초상화를 그렸지만 오늘날에는 사진 덕택에 멍청이들마저도 날이 갈수록 자기 모습을 많이 만들어낸다. 더군다나 모든 이들이 자기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된 오늘날에는 오히려 사진을 전혀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당신을 돋보이게 해준다.]

                                                                                            -허먼 멜빌 <피에르>

1839년 폭스 탤벗에 의해 발명 된 사진기가 1888년 대중을 위한 상업용 사진기로 등장 하면서 주로 상류층의 소유 품 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가족 사진첩, 엽서, 예술 작품, 각종 물품 분류 작업 자료 용, 인류학적 기록(식 민지역의 착취 수단으로 )범죄 기록을 위한 경찰 수사를 비롯해 군대의 정찰과 전쟁 기록 그리고 뉴스 보도등으로 널리 활용 되었다.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세상을 뒤 흔들 만큼의 파급력을 갖추게 된 것은 두 차례 발발 했던 세계 대전 시기로 참혹한 전쟁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사진은 증거가 되었고 역사의 증언이 되었다.

전쟁 이후 사진은 글과 말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 시선을 사로 잡으며 여론을 형성 하기도 했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선동과 조작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을 활용해 해당 사건을 복제함으로써 그 사건의 독특한 혹은 순간적 특성을 부정하려는 경향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공간적 혹은 인간적으로 사물들을 '좀 더 가깝게' 가져오려는 요구는 거의 강박관념에 가깝다. 근접 사진을 찍음으로써 그 대상을 복제하려고 하는 욕망이 전례 없이 증가 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통해 인간은 특정 이미지를 보여주는 세상과 연결 되어 현상을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사진을 찍은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데로 세상의 모습을 축소 하거나 확대 시킬 수 있고 과장 시키거나 진실을 왜곡 시킬 수 있다.


[사진은 우리가 현대적이라고 여기는 환경을 구성하고 더욱 강화하는 대상들 중 가장 신비한 대상일 것이다. 사진은 진정 포착된 경험이라 해야 할 것이며, 사진기는 무언가를 얻으려 하는 의식에게는 이상적인 무기가 된다]

                                                                                         -수전 손택

필름을 교체하는 카메라기기 시대에는 '사진'이 하나의 도구 였다면 디지털 기기 시대에 '사진'은 개개인의 일상과 추억의 흔적을 남기는 수단이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고 소비 할 수 있는 이미지 시대가 되었다.

가상의 이미지를 통해 상품을 소비 하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사물과 사람의 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 한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의 이미지들이 주는 정보들은 간접적인 체험으로 이어져서 이전 시대와 달리 이제 사진은 자신이 곧 이미지가 되어 이미지를 통해 보여 지는 자신의 존재가 더 현실적인 모습 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이 기록한 것들은 현재와 미래를 과거와 만나게 해준다. 하지만 사진은 과거의 기록 뿐만 아니라 현재를 이해 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에 사진은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왜곡된 이미지로 소유 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통해 보여 지는 이미지들 폭력 사건,대형 폭발 사건, 범죄 현장 그리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는 마치 망원경에 부착 된 줌 렌즈 처럼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마치 영화관에 앉아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겪고 있는 결핍과 실패, 불행,고통,불치병에 걸린 이들을 보며 저곳이 아닌 이곳에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카메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삶을 재생하는 기계는 사실 삶을 저버리고 있다. 우리는 악마를 받아들이며 선에 숨 막혀 한다.]

                                                                                                -월리스 스티븐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지는 자극적이고 소비 지향을 추구하며 계급 간의 차별과 인종, 성 의 갈등을 통해 무한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생산성을 증가 시켜서 소비를 촉진 한 것으로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지는 정치적 경제적 통제 수단으로 어떤 도구로도 대체 할 수 없다.

각종 SNS에 넘쳐 나는 이미지들은 욕망과 호기심을 분출 시키는 일종의 감정 표현의 수단이 되어서 아무리 넘쳐 나도 절대로 고갈 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세상은 사물보다 형상을 원본보다 복제를 현실보다 표상을 본질보다 가상을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사진기가 신의 시선을 대체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고도의 자본주의 기술이 신을 사진 속에 넣을 수 있는 기술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될까?

인간은 기억을 보존 하기 위해 손으로 그림을 그렸고 문자를 발명 해서 다음 세대를 위한 기록을 통해 역사를 이어나갔다.

기억은 결코 도구가 될 수 없다. 개개인의 기억은 마치 땅바닥에 남겨진 발자국이 남긴 흔적처럼 실제에 대한 하나의 해석, 머릿속에서 선별적으로 추려져 있는 또 다른 이미지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사진은 인간의 기억과 달리 그 기억에 담긴 해석이나 의미를 보존 하지 못한다.

시간 안에서 일어 난 것, 시간 안에서 설명된 서사를 지닌 것만이 비로소 사진의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 존재 하는 어떤 시간의 틈새는 잊혀져 버리는 것, 즉 인간이 겪은 길고 긴 고통 스러운 순간이나 경험을 잊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

이렇게 사라져 버린 기억을 되살려 내고 싶을 때 우리는 사진기에 찍혀진 이미지를 꺼내 본다.

어쩌면 사진기가 신처럼 인간의 삶을 두루 살펴서 기록하고 기억해내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이전에는 오직 유명 인사들만 찍던 사진을, 은 판 사진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모두가 정확하게 같게 보이도록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한 장의 사진 만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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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20 0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의 글은 전쟁, 기아, 질병, 재난 등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저의 무의식적인 눈을 부끄럽게 했구요, 그것을 자본으로 재생산하고 유통하는 매스컴에 대해 분노하게 했어요.

scott 2022-05-22 12:3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인터넷 시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서
타인의 아픔과 죽음조차 하찮게 되버렸습니다 ㅜ.ㅜ

희선 2022-05-20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여러 가지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것도 있네요 여러 가지 기록하고 기억하게 하지만, 전쟁은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다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예전에도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전쟁을 보고 전쟁을 영화처럼 본다고 말한 사람 있네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개인 생활까지 드러내려고도 하네요 그런 건 좀 안 하면 좋을 텐데...


희선

scott 2022-05-22 12:38   좋아요 1 | URL
누구나 찍고 업로드 해서 개개인인들의 플랫폼이 되어버린 sns시대에
전쟁 재난 같은 일들이 마치 실시간 방영되는 영화나 드라마 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사생활 공개로 부를 축적하는 걸 부축이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런 폐해가 있다는 것,,,

새파랑 2022-05-20 0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남는건 사진 뿐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사진이 순간만을 포착하기 때문에 왜곡될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진을 보면 그 때가 떠올라서 좋더라구요. 악용될 수도 있지만😅

scott 2022-05-22 12:39   좋아요 2 | URL
필름 카메라와 달리 디지털로 찍다보니
수천, 수만장 파일로 쟁여 놓고 는 정작 꺼내 보지 않게 되네요

사진 수정 앱으로 무엇이든지 멋지게 근사하게 포샵 할 수 있는 시대에
사진이란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5-20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망각과 기억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사진의 역할일 수 있겠다 생각드네요. 불과 며칠 전 기억도 나지 않으니 사진으로서 과거의 단면을 되짚어보는 것이겠지요.
다만 말씀하신대로 사진이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의도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 사진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되는 피해가 생기기도 하지요. 여행을 갔을 때도 사람에게 사진기를 들이미는 것이 굉장히 폭력적이고 실례가 된다 느껴지더라구요.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필요한 듯합니다.

scott 2022-05-22 12:4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화가님!
폐북에 업로드한 사진속에 얼굴들이 노출 되었을때 폐북 계정있는 이들의 주소가 좌르륵 떠버리는 것도 개인 사생활 침혜,,,

지하철에서 조차 타인의 얼굴 배경으로 찍는 이들이 넘 많습니다


미미 2022-05-20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손택과 스티븐스,키에르케고르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별 생각없이 감상하고 소비하던 이미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됩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찾아보니 1813년 출생한 사람인데
시대를 뛰어넘는 사진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줬군요?!!

scott 2022-05-22 12:42   좋아요 1 | URL
키에르케고르 100년 전의 사람인데도
현재까지 곱 씹어볼 명언들이 가득!ㅎㅎㅎ


미미님의 사진 파일 속에도 보물이 있을지 모릅니다 ^ㅅ^

페넬로페 2022-05-20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격세지감이 느껴지면서도 예리하게 현대의 모습들이 표현된 문장들입니다.
여러가지 병폐도 있고 남용도 있지만 사진만큼 또 그 역할을 잘해주는 것도 없는듯요.
어릴때 캐논 필름 카메라로 우리들 사진 찍어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scott 2022-05-22 12:43   좋아요 2 | URL
케논!
필름 카메라의 매력이 넘 ㅎ 많은데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놓은건 현상 하지 않은채 쌓여가기만 하네요!
페넬로페님 막둥이여서 아버님이
사진 가장 많이 찍으셨을 것 같습니다 ^ㅅ^

서니데이 2022-05-20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일상적인 순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아요.
아주 사소한 것들도 찍을 수 있고,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전보다 인물 사진은 덜 찍는 것 같고요, 그리고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는 사진들도 전보다 적어졌습니다. 기억하는 것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사진 많이 찍어야겠어요.
scott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scott 2022-05-22 12:45   좋아요 1 | URL
스맛폰 카메라 시대에
뭐든지 손으로 기록 하지 않고 터치 터치 하는 편리함도 있죠! ㅎㅎ
서니데이님 오월 화창한 순간
사진으로 많이 많이 찍으셨을 것 같습니다
주말, 행복하게 ^^

mini74 2022-05-20 2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곡과 변질, 연출된 보도사진들, 음식앞에서 기도나 감사대신 찍어대는 인증샷 등 의 현대의 모습에 대해, 뭔가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리뷰입니다. 스콧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많은 책들을!!
수전손택의 책에 흥미가 갑니다 ~~

scott 2022-05-22 12:46   좋아요 1 | URL
이많은 책을 ㅎㅎㅎㅎ

책탑이 좀처럼 줄어 들지 않습니돠 !ㅎㅎ

미니님 사진첩에는 똘망이 사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ฅ•ω•ฅ)♡
 
폭격기의 달이 뜨면 - 1940 런던 공습, 전격하는 히틀러와 처칠의 도전
에릭 라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1940년 5월 부터 1941년 5월까지 1년 동안 영국과 독일, 그리고 미국 지도자의 관점과 전략에 따라 전세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처칠 주변의 인물들과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추적하며 생과 사의 순간을 세밀하고 생동감 넘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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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7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긴 리뷰도 좋았고 100자평도 좋아요 *^^*

scott 2022-05-19 23:11   좋아요 1 | URL
이 책 정말 좋아 합니다 ㅎㅎ
소설 보다 더 흥미진진^^

그레이스 2022-05-20 0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쟁 관련 책들에 집중하시나봐요.
책 정보의 홍수속에서 한가지 주제에 천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듯요^^
스콧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scott 2022-05-22 12:57   좋아요 1 | URL
역사물을 좋아 합니다
전쟁이 없었던 역사가 없어서 ㅎㅎㅎ
그레이스님 주말 행복 가득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