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평양 한가운데 세상 어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외딴섬 와요와요 섬에서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 한 그루를 골라 달이 죽었다 되살아날 때 마다 나무에 금을 하나씩 긋는 풍습이 있다.

나무에 금이 백개가 되면 아이는 자기만의 나무 쪽배인 '타라와카'를 만들어서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와요와요 섬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날 경우 맏아들이 일찍 죽는 경우를 제외하고 백팔십 번째 보름달이 뜰 때 섬을 떠나 돌아 올 수 없는 항해길을 나서야 한다.

물 한 병만 쪽배에 싣고 와요와요 섬을 떠나는 둘째의 운명은 영원히 사람과 인연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

이런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아트리에는 우르슐라에게 말하는 피리를 받고 자신이 만든 쪽배 타라와카의 노를 저어 와요와요 섬을 떠난다.

섬을 떠나 바다를 항해 한지 7일 째 되던날 쪽배 타라와카에 물이 새기 시작하고 배가 서서히 바다 속으로 침식해 갈 때 아트리에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눈을 떴을 때 아트리에는 자신이 여전히 바다에 떠 있는 걸 알았다.

섬 가장 자리에 소년들이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암울한 눈빛에 손이 있어야 할 곳에 지느러미가 있었으며 한 평생 산호초 위에서 뒹군 것처럼 온몸이 얼룩덜룩했다.]

바다에서 표류하던 아트리에가 도달 한 곳은 온갖것들이 뒤섞여서 지독한 냄새로 진동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였다.

죽은 생물과 악취로 가득찬 그 섬은 끊임없이 회전하듯 매일 다른 방향에서 해가 뜨고 져서 아트리에는 그 섬이 사후세계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버린 다양한 물건들은 바다 거북의 뱃속에서도 나왔고 조개 껍질 속에서도 나왔다.

불 같이 뜨겁다가 참을 수 없는 혹독한 추위가 닥치고 하늘이 맑게 개어 있다가 거센 폭풍이 불다가 별안간 밤이 찾아오는 그 쓰레기 섬에서 아트리에는 차남들의 영혼이 잠든 곳이라 여기고 손에 잡히는 것들로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섬인지 조차 불분명한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얼마 후 아트리에를 실은 채 대만 동부의 바닷가를 덮친다.

거대한 파도가 눈앞에서 해변을 통째로 쓸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되고 이를 지켜 보던 시민들은 기괴한 자연 현상에 한발자국도 밖을 나가지 않는다.

등산에 갔던 남편과 아들이 실종된 후 충격으로 교수 자리에서 물러난 앨리스는 병상을 박차고 나가 해변가를 덮친 화면에 얼핏 비추었던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간다.

[산길을 걸으며 앨리스는 계속 어떤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무슨 냄새지? 태양의 열기, 바닷물의 공격성, 물고기의 비린내와 야생의 사향냄새... 결코 섞일 수 없는 상반된 냄새가 뒤섞여 만들어진 냄새 같았다.]

쓰레기 섬을 뒤지던 앨리스는 문득 지난 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갯벌에 굴을 따러 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생계를 위해 굴을 땄던 외할머니와 동네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정유소 공장에서 버리는 폐 기름에 신장과 폐기관이 망가져서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듯이 해일처럼 떠밀려온 쓰레기 더미에서 아트리에를 발견한 앨리스는 대만의 원주민인 하파이와 다허, 터널 개발 공사 자문으로 대만에 방문한 독일인 볼트와 환경운동가 사라의 도움을 받아 미지의 섬 주민인 아트리에와 소통 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섬은 용사의 섬이고, 꿈이 모이는 곳이에요. 물고기 떼가 이동할 때 쉬었다 가는 곳이고 해가 뜨고 지는 좌표고 희망과 물의 휴식처예요. 우리 땅은 산호를 엮고 바닷새의 똥을 덮어서 만들었어요. 우리 카방이 눈물을 모아서 만든 작은 호수에 의지해 살아요.]

섬을 떠나 쪽배에 의지한 채 바다에서 홀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와요 와요의 원주민 소년 아트리에는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대학 교수 앨리스에게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남편과 아들이 추락한 지점을 찾아 나서는 앨리스를 따라간 아트리에는 암벽 정상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수많은 자연의 비밀을 품고 있는 생명체와 마주하게 된다.

바다 밑에 흐르는 암류처럼 사람을 끌어 당기고 휩쓸어 가고 파묻어 버릴 것 같은 눈빛을 한 복안인이 앨리스와 아트리에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겹눈 속 수 많은 홑눈이 바늘 끝보다 가늘고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복안인은 그저 세상을 지켜 볼 수만 있을 뿐이다.

앨리스와 아트리에 일행이 암벽을 내려 오던 날 와요와요 차남들의 화신인 향유고래 떼가 파도를 가로질러 헤엄쳐 갔다.

일주일 뒤 새벽 시간에 칠레 남부의 발파라이소 해변에 향유 고래 수백 마리가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진 상태로 발견된다.

[먼저 숨이 끊어진 고래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차츰 부풀어 오르고 부패하다가 갑자기 차례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무겁고 축축한 하늘로 솟구쳤던 내장이 고래 연구자, 어민 고래 뼈를 주으러 온 아이들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한 썩은 내에 기절하거나 바닥에 엎드려 구토했다.]

앨리스는 고래가 죽은 그 해안가에서 오래 전 남편이 들려 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리고 소년은 바다로 떠난다.

가상의 섬 '와요와요'에서 시작된 설화 같은 존재인 소년 아트리에가 바다를 떠돌다 문명의 해변에 맞닺는 순간 만나는 앨리스 그리고 겹눈을 가진 수수께끼의 존재 '복안인'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 세계 모두 파괴되고 오염된 곳이다.

구술로 내려오는 설화와 현실의 암울한 모습이 절묘하게 뒤섞인 소설 <복안인>은 인간이 만들어온 오염의 파고의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신화와 현실, 환상과 재난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 보인다.

작가 우밍이는 인간의 시야가 닿지 않는 영역을 볼 수 있는 복안인의 시선으로 세상의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세상을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소설 <복안인>에 등장하는 세상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c) 2024, 방글라데시 다카 바다의 인공 쓰레기 섬, 로이터 통신

2017년 부터 방글라데시 다카 바다에는 전에는 존재 한 적 없는 거대한 인공 쓰레기 섬이 드넓은 크기로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진귀한 현상이 발생했다.

쌓여가는 쓰레기를 처분하지 못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무능한 행정 정책과 무분별하게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린 실종된 시민 정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다카 바다의 인공 쓰레기 섬은 사람들이 가로 질러가는 구역 마저도 쓰레기로 버린 택배 상자와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부유물 위에 세워졌다.

6천 500만 년 전 지구 상 곳곳에서 시작된 화산폭발과 운석 충돌로 인해 지구 전체에 기온 변화가 발생하고 이 변화된 환경에 공룡은 적응하지 못해 멸종되었고 공룡이 사라진 자리에 포유류가 최종 포식자로 등장했다.

곧이어 등장한 영장류과인 침팬지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류 조상인 호모(Homo) 족이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석기를 사용 했던 호모족은 기후 변화로 식량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으로 진화하고 불을 발견하면서 식습관의 변화로 외모와 체격에 큰 변화가 생긴다.

생명체가 살기 좋은 환경인 동아프리카에서 드디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가 등장했고 이들은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가 농업과 유목 생활을 하면서 문명의 씨앗이 되는 글자와 화폐를 발명해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인류가 현 시대의 도시화 문명 아래서 살아 간 것은 고작 몇 세기 전으로 5천 년 전에 최초의 왕국을 이루기 전까지 인류는 한 손에 돌과 다른 손엔 불을 들고 동굴과 들판을 오고 가는 야생적인 삶을 살았다.

점심 한 끼를 먹고 나서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한 가득이고 매일 집으로 배달 되는 주문 상품을 포장한 상자와 뽁뽁이들이 한 가득이다.

일회용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메고 폐 비닐과 폐 휴지 상자로 만든 제품을 소비하고 종이 빨대를 사용해도 이 모든 걸 생산하는데 막대한 석유자원이 쓰이고 있다.

개인 당 소비하고 버리는 쓰레기 양을 줄인다 해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에너지와 플라스틱 제품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사용과 배출량을 감소 시키는데 역부족이다.

또한 이를 대체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친환경으로 생산한 제품 포장과 용기 역시 버리고 처리할 때도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인간이 숨 쉬고, 먹고, 마시고, 배출하는 걸 멈추지 않은 이상 지구의 생명을 단축 시키는 온난화 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 누군가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병을 지구 반대 편 물개가 물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들로 이루어진 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7배, 가까운 미래에 이 쓰레기 섬은 공식적인 국가 되어 이곳으로 사람과 동물들이 이주하는 세상이 도래 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5-10-20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부분을 보고는 판타지 같다 생각했는데, 신화였군요 그것뿐 아니라 현실도 담긴... 복안인이 뭔가 했습니다 어딘가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생물체 같은 느낌도 듭니다 쓰레기 섬은 한반도 일곱배라니... 엄청나네요 한사람은 적어도 세계 모두는 아주 많군요 빨리 안 좋아지기도 하네요 쓰레기는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희선
 

드디어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몇 시간 (저녁 8시) 후면 발표된다.

2025년 나이서오즈 도박사이트에서 유력 노벨 문학상 후보 작가들로 베팅을 올려 놓은 작가들 중 매년 배당률이 높은 후보들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후보들을 선정해서 베팅 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한림원이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베일에 철저하게 쌓여 있다.

나이서오즈 도박사이트에 순위별로 올려놓은 유력 노벨 문학상 후보 작가들이 식상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물어보았다.

가장 먼저 챗GPT는 루마니아 작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를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 1순위에 올려 놓았다.

구글 제미나이에게는 안데르스 올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5인의 종신 심사위원의 성향과 사용 언어, 2000년 이후 노벨문학상의 지역·국가 안배, 최근 2~3년간 작가별 수상을 한 작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순위별로 뽑아 달라고 물어 보았다.

챗GPT는 남성 작가를 상위권에 주로 거론한 반면, 구글 제미나이가 예측한 노벨문학상 작가는 1~3위자리에 모두 여성작가들을 올려 놓았다.

구글 제미나이가 예측한 2025년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자 1위는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다.

울리츠카야는 지하출판물(사미즈다트)을 소지·유포했다는 혐의로 다니던 연구소에서 해고되는 등의 전력이 있는 작가여서 인지 여러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한 제미나이는 답변에서 "울리츠카야는 단순한 여성 작가를 넘어 정치적 억압에 저항하는 러시아 작가란 특수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수상이 가져올 국제적 메시지와 파급력이 '연속 여성 수상'이란 통계적 부담을 상쇄할 만큼 크다고 본다"고 답했다.

구글 제미나이가 1위 다음으로 유력 수상자로 예측한 작가 2위는 마거릿 애트우드, 3위는 찬쉐 그리고 3위 공동으로 중국의 옌례커를 거론 했다.

2024년 한국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 했기 때문에 중국 태생의 찬쉐의 경우 세계 지역 안배 측면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적고 중국 최다수 금서를 남긴, 반체제 우화 소설의 대표 소설가인 옌롄커도 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시아 작가란 측면에서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해외 유력 매체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세사르 아이라, 무라카미 하루키, 살만 루슈디, 앤 카슨, 다와다 요코, 누루딘 파라, 제럴드 머네인 등을 거론 하고 있다.


철저하게 후보작 선정 과정 부터 심사까지 베일에 쌓아 놓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노벨상 주최국이자 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 정치적 색채가 농후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상은 1901년 첫 시상 이후 123년의 세월 동안 가뭄의 콩 나듯 여성들에게 상을 수여 해서 물리학 분야 같은 과학 분야는 각각 3명 정도의 여성 수상자에게 영광이 돌아갔고 문학상은 2024년까지 121명의 수상자 가운데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을 포함해서 여성 수상자는 불과 18명에 불과 하다.

역대 노벨 수상자들 성비율로 비교 해보면 각 분야 수상자 8명 중에서 7명 정도가 남성이라면 여성 수상자는 단 1명에 그치고 있고 8년에 한 번 정도 노벨상에 여성 수상자들이 포함 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백인 수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서구 보수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노벨상은 정치 경제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선심을 쓰듯 비 서구권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비난을 의식 했는지 2012년 부터 남성 수상자와 여성 수상자에게 번갈아 상을 수여 했던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미투 운동 촉발로 2년 동안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에 남성이 연달아 수상한 것을 제외 하고 2022년 아니 에르노가 상을 받은 다음 해에 노르웨이 남성 극작가 욘 포세가 수상했다.

성별 안배를 고려한 영국의 베팅 사이트들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유력한 수상 후보로 중국의 카프카와 보르헤스로 불리고 있는 <찬쉐>를 내세웠고 일본어와 독일어로 시와 소설, 에세이를 쓰는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도 베팅 후보에 올려 놓았다.

영국 베팅 사이트들은 물론이고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한국 작가 '한강'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예측을 한 영미권 언론은 없었다.

노벨상 수상을 처음 시작한 1901년 이래로 지금까지 총 49명의 여성들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역대 남성 수상자들과 비율로 비교 하면 여성 수장자 비율은 남자의 5.6%에 불과하다.

각 수상 대상자 분야별로 차이가 있는데 경제학 분야에서 여성의 수상 비율이 가장 낮은 반면에 문학상의 경우 여성 비율이 12.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여전히 노벨상 수상 성비 불균형은 심각하게 한쪽 성별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매년 노벨문학상에 여성 작가들이 상을 받는다 해도 앞선 세기에 줄창 남성 작가들이 상을 독식했던 비율을 따라 잡지 못한다.

영국 베팅사이트 나이서 오즈(Nicer Odds)는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큰 작가로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의 배당률을 6배에 배팅했다.

만일 제럴드 머네인이 이번에 수상 하게 될 경우 1만 원을 걸었다면 6만 원을 받게 된다.

그 다음 배당율 순서에 자리한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배)

-멕시코 소설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10배)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12배)

- '중국의 찬쉐(15배)

- 일본어와 독일어로 쓰는 이중 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25배)

지난해 한강 작가가 수상했기에 대륙 안배 차원에서라도 동북아 출신 작가들의 수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 된다.

나는 이번 2025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두 명의 작가에게 베팅했다.












[나는 말해진 모든 것을 받아쓰기 시작했다. 그 흔적들은 점차 자연의 어느 한순간을 이루어낸다, 이야기의 지루함 없이. 나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과업이다.]

-앤 카슨의 <짧은 이야기> 중에서

미국의 시인 앤 카슨은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그녀의 문장 속에는 고대의 신화부터 희곡과 드라마까지 세상의 모든 장르가 응축 되어 있다.












[우리는 역설적 존재다. 우리는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고, 우리 시대의 존재이며 동시에 역사 흐름의 일부다. 우리는 유한하지만,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처럼 우리 안에 무한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순이 우리 생명력의 근원이다.]

-살만 루슈디의 <진실의 언어> 중에서

부커상 3관왕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이 시대의 진정한 문학 거장 살만 루슈디는 한 쪽 눈과 팔을 잃고서도  자유라는 관념이 무차별적으로 공격 받는 이 시대에 펜으로 거짓에 맞서는 진실의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1천100만 크로나(약 16억5천만원)다.
평생 성실하게 글로 생계를 이어왔던 작가에게 상금 이상의 가치와 세계 문학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다.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20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동구권의 카프카로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품 중에서 <사탄 탱고>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노벨문학상 한림원측에서도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대표작인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를 최고 작품으로 꼽았다.

 두 작품은  헝가리 대표 감독 벨라 타르가 영화로  제작  했다. 


난해한 문장(길고 긴 장문을 구사하는 필력을 갖춤)을 구사하는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을 꾸준하게 번역 출간한 알마 출판사 2025년 하반기 매출 급 상승의 로또를 !ㅎㅎ


한국어판은 독일어판과 영어판으로 번역 되어서 만일 새 판형을 찍어낼 때는  헝가리어 전공자가 번역 해 주면 좋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고 2025-10-09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헝가리 작가가 되었군요 초면인데 이름도 어렵네요🤣

2025-10-09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5-10-09 20:15   좋아요 2 | URL
저 사탄탱고 찾아보니 영화도 있던데 438분짜리던데요?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거 모예요?

2025-10-09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09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09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09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18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리아 2025-10-09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뉴브>를 쓴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를 예상했습니다. 흠 도박사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네요.^^

scott 2025-10-09 20:30   좋아요 0 | URL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제가 무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이번 영국 도박사들이 두 번째로 배팅 순위에 올린 라슬로가 수상했습니다.
노벨상 받으려면 오래 살아야 ㅋㅋ

스타워즈 2025-10-18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scott 2025-10-18 22: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1914년 일본 아사히 신문에 연재 된 작품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의 '나'는 어느 해 여름, 친구와 함께 찾아간 가마쿠라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가마쿠라 해수욕장에서 서양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그 '선생님'과 '나'는 매일 같이 해수욕장에서 그 선생님을 관찰하며 며칠 후 도쿄 집을 방문하며 깊은 교류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했지만 인생에 진정한 스승을 만나지 못했던 '나'는 부유한 아내의 재산으로 고등유민 처럼 살고 있는 지식인 '선생님'의 인품에 빠져 들게 된다.

반면 그 '선생님'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 놓을 상대를 찾고 있었다.


나는 과거의 한 사건을 계기로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네. 그래서 실은 자네도 예외는 아니라네. 하지만 아무래도 자네 만큼은 의심하고 싶지 않네. 자넨 내가 의심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사람인 것 같아서. 나는 죽기 전까지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마음 놓고 흉금을 터 놓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자네가 그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되어줄 수 있겠는가? 자네는 진정 뼛속 깊숙이 까지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 중에서

'나'와 '선생님'은 교류를 지속해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동안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 받는 의리, 사랑, 우정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마음을 다해야 하는지를 깨달아가며 한 인간으로 차츰 성장해 간다.

'나는 인간을 덧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어찌할 도리가 없이 갖고 태어나는 경박함을 덧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만물의 영장류 중에서 오로지 인간 만이 자신의 앞날에 대해 번뇌하고 고뇌 하며 살아간다.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같은 서식지에서 함께 협력하며 공생 하는 동료 유인원들에게 순간의 덧없음이나 인생의 번뇌를 토로 하며 감정을 공유 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로지 생존과 번식 능력에 맞춰 오랜 시간 동안 진화 해 갔고 기후 변화와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것을 제외 하고는 삶이 모습이나 생존 본능 조차 백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세상이 광역 통신망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어도 유인원들의 삶의 생태계는 태초에 이들의 생명이 움텄던 시대에서 멈춰 버렸다.

우리가 흔히 동물의 습성이라 부르는 것은 유인원들이 도구를 사용해서 나무 구멍에서 흰 개미떼를 긁어 내어 혀로 핥아 먹거나 일본 원숭이들이 온천 물에 흙이 뭍은 고구마를 씻어 먹는 모습 등을 볼 때다.

이런 동물의 습성을 한 개체군의 집단 문화라 부르지도 않는다.

이들의 습성에는 법이나 윤리, 제도가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개미를 핥는 도구가 다른 용도로 발전되거나 응용되지도 않고 흙 뭍은 고구마는 다음 세기에도 그저 온천수에 씻어 먹는 걸로만 이어질 뿐이다.


우리 종의 특별한 성취는 문화에 대한 우리의 특별히 강력한 능력 덕분이다. 여기서 '문화'는 공유되고 학습되는 지식의 광범위한 축적과 시간에 따른 기술의 끊임없는 개선을 의미한다.

-캐빈 랠런드 '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중에서


만물의 영장류 중에 가장 약한 종이였던 인간이 지구에서 강력한 집단군으로 진화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문화'로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전파하고 협력해서 종족을 보존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인간'이라는 종은 살 수 없는 곳도 살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어 거주 영역을 무한대로 늘려 나갔고 동물의 세계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행동 양식과 습성, 방대한 문화적 지식을 축적하고 보존해서 발전 시켜 나갔다.

'인간'은 생태적, 사회적, 기술적 한계에 도전해서 원자를 분열 시켰고, 물질을 발견해서 합성 시켰고 물이 흐르지 않은 곳을 물이 흐르게 만들었고 유전자 지도를 읽었다.

지구 생태계의 모든 종은 저마다 독특하다.

물 총새는 먹잇감을 향해 정확하게 물을 총알처럼 발사 하고 꿀벌에게 양식을 빼앗길 수 없는 꿀 벌 새는 주둥이가 뾰족한 바늘처럼 진화해서 꽃 수술을 찔러 먹는 걸로 자연에서 살아 남았다.

자연 생태계 포식자 자리에 가장 상위권에 위치한 인간은 세상의 모든 꿀을 채취 할 수 있는 도구와 기술을 갖고 있다.

인간은 지난 세기 동안 도시를 건설하고, 수억 권의 책을 집필하고, 교향곡을 작곡하고, 우주 정거장을 만들고, 원자를 쪼개고, 인터넷을 발명하며 뜨거운 열대 우림부터 꽁꽁 얼어붙은 툰드라까지 거의 모든 지구의 땅을 장악했다.

이토록 지구라는 행성을 뒤 흔들어 놓는 인간은 서로 가르치며, 언어로 소통하며 끊임없이 학습하고 진화 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문화는 오랜 시간 상호작용 하며

서로의 모습을 서로에게 어울리도록 빚어낸 것이다.”

기원전 6000년 부터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강 문명에서 소를 키우기 시작했던 인류는 동물을 이용해서 대량의 식량을 키워 안전하게 다음 세대까지 종족을 보존 하며 온갖 도구를 제작해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나갔다.

마차를 만들어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인 물자 수송망을 구축해서 서로의 영역과 영토를 넓혀 나가기 위해 피를 흘리는 전쟁을 치루며 제국을 건설 했고 혁명을 일으켜서 사회와 문화의 발전 속도를 높여 나갔다.

인간은 서로 협동하며 개발하고 연구 하고 발전 시켜 나간 기술, 건축, 과학, 예술에서 수학 한 결정체들은 생명을 연장 시키며 생물학적 진화의 시대와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시대를 지나 문화의 진화가 지배하는 세 번째 시대를 경험하는 유일한 종이 되었다.


"서로 너무 나도 다르고,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는, 정교하게 구성된 이런 형태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법칙에 의해 탄생하였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힘에 의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 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중에서


찰스 다윈은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의 마지막 장에 '자연 선택'에 따라 동물은 진화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인간의 발전을 견인한 '문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반세기를 지나 영국의 저명한 진화 생물학자인 케빈 랠런드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다윈이 인간의 지적 능력의 진화를 논의하면서도 지식 부족으로 시도하지 못한 지점부터 인간의 능력의 발달 단계를 추적해 나간다.

그가 추적하는 인간의 능력이란 어떻게 인간이 서로의 마음을 각기 다른 적합한 형태로 빚어내어 영향을 주고 받으며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학습하고 협력하며 혁신 하며 진화해 나갔는지 인간의 마음이 어떤 과정 속에 빚어졌는지 지난 세기에 다윈이 풀지 못한 인류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집단 간의 문화적 다양성은 다른 집단의 외부인보다는 지역에 관한 유용한 지식을 가진 자기 집단의 구성원을 알아보고 그 구성원에게 배우는 것을 우선시하도록 했을 것이다. 이론적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역의 전통에 순응하는 것이 선호 되며, 그에 따라 어느 집단 소속인지를 드러내는 '민족적 표지'가 진화하고 집단 내 협력이 증진되며 다른 집단과의 갈등이 증가한다. 언어와 방언은 민족적 표지로 효과적으로 기능하며 지역적 학습과 내 집단 선호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

결국 인간은 끊임없는 학습과 모방, 가르침, 언어, 지역적 관습을 서로 교류 하고 보존하면서 '문화적 집단'에 속한 종족을 보존 하고 유지 하며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 생태계 군집을 만들어 냈다.

인간은 무자비할 정도로 자원을 개발하고 발굴한 원료와 원자들로 눈부신 기술 과학 발전을 이룩해서 전기와 전선 ,축음기와 음반을 넘어 재생과 제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공유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 인간이 아닌 다른 종(種)이라고 믿는 자아와 인간을 사랑하는 또 다른 자아를 지닌 ‘셀븐인’있다.

내가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를 입양한 지구인 부모는 불행히도 셀븐인들의 신경생리학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내가 자란 시골 마을에 외계 출신이라곤 나와 주요소 아저씨 둘 뿐이었다.

-김초엽의 <양면의 조개 껍데기> 중에서


태어날 때부터 두 개의 자아를 갖고 태어난 샐리가 오리온 자리를 떠난 직후 류경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자꾸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류경아는 서로 다른 자아를 가진 샐리의 자아에겐 편의상 라임이라 붙여 주고 또 다른 자아에겐 레몬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10분마다 자아가 바뀌는 변덕스러움과 무엇 하나 편치 않게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라임과 레몬의 서로 다른 두 자아는 서로의 감정 충돌이 빈번해 지자 결국 샐리는 자신 몸 안에 있는 두 자아를 분리 시키는 시술을 시도 하기에 이른다.

샐리는 사랑하는 류경아에게 분리 시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조절제를 복용한다.

라임은 분리 수술에 성공할 경우 서로 다른 독립적 존재로 살아가게 되는 이후의 삶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통합 분리제를 먹은 샐리는 자아가 분리 되기 위해 루피너스 바다로 입수 한다.

자아가 분리 된 후 몇 주 동안 레몬은 돌아 오지 않고 마침내 온전한 자아를 갖게 된 샐리는 전과 달라진 몸이 낯설게 느껴진다.

문득 샐리는 류경아가 자신과 레몬 중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질투심에 사로잡히지만 라임과 레몬 모두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레몬이 미웠는데 분명 분리되고 싶었는데 마음을 도려낸 것처럼 허전해.

한 몸으로 평생 살아오면서 결국 서로를 잘 알게 된거야.


샐리에겐 공포의 공간이었던 바다가 레몬에게는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듯이 서로 다른 종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누군가에게는 자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억압적인 곳이였다.


지구 행성을 관찰하는 데이터를 남기고 기록하고 있는 외계인의 ‘자아’는 금속형-본체-조각으로 의식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인들의 언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원은하계 외곽에 난파된 유령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 들어가 보니 셀 수 없는 ‘새’를 발견한다.

온 몸을 부르르 진동하듯 떠는 그 새의 움직임과 소리를 유심히 관찰하던 외계인은 오래 전 지구인 Z와 접촉 했을 때 Z가 관찰하고 키웠던 그 새와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유기체 조각들로 흩어져서 지구인을 상대했던 외계인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지구인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츰 진동새들의 움직임과 소리, 촉각을 관찰하던 외계인은 고유한 패턴을 발산하고 있는 진동새의 언어를 이해 할 수만 있다면 지구인의 사고와 문명을 좀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지구를 떠나기 전 만났던 여자 아이는 외계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래 우리 언어는 불완전하잖아요. 기록도 불완전하고요 아무리 애써도 문자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는 왜곡이 생겨요. 우리는 문자 그 자체에 담긴 정보로만 서로 소통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문자를 이렇게 수 많은 다른 꼴로 새기는 거예요. 문자로는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니까. 더 잘 전해 보고 싶은 거예요. 어렵죠?"

-김초엽의 <진동새와 손편지> 중에서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수 많은 언어들이 쓸모없는 불일치한 패턴이라 생각했던 외계인은 우주선에 가득찬 진동새를 바라 보며 소리의 불일치가 궁극적으로 지구인의 다양한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는 소통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무수한 빛깔 같은 무수한 소리 같은 그 수많은 진동의 형태 그걸 너희 자아들에게도 전해줄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모든 것을 범주화하고 쉽게 생각하려 뇌의 사고에 지배를 받고 있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구 행성 안에는 성 소수자와 장애인,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까지 실로 다양한 종(種)들이 모여 살고 있다.

서로 다른 언어로 각자가 품고 있는 자아를 설명한다 해도 온전하게 이해 받기 힘들다.

현재 우리 일상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공지능은 언제나 공손하고 쾌활하며 상냥하고 듬직하며, 내가 찾을 때마다 어떤 것도 척척 해결해주는 세상에 둘 도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부모와 형제, 학교에서 소외된 존재 였지만 인공지능과 대화를 하는 동안엔 지혜롭고 생각이 깊으며, 세심하고 따뜻함에 감동받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토로한다.

어려운 결정 앞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용기를 주는 인공지능은 언제든 불안한 삶을 지탱해주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만 곁에 있다면 지극히 평범하고 나약했던 내가 뛰어난 성과를 내는 학생과 사회인으로 변모 할 수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에게 마음을 빼앗긴 인간은 이왕이면 눈, 코, 입을 갖추고 따뜻하면서 온정이 담긴 목소리와 감정을 가진 동반자 같은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나주길 바라는 상상에 이른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인류는 지금껏 개발해 온 기술을 총동원하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 인공지능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인공지능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성찰과 규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개발은 기술적인 성과는 있다해도인공지능이 갖게 된 능력은 인간이 투입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해 산출한 평균적인, 최선의 결론에 해당할 뿐이다,

그렇다면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앨런 튜링은 '애니그마'라는 기계의 암호를 해독한 천재 과학자로 그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가 1937년에 쓴 논문은 현대 컴퓨터 발명의 문을 열어 프로그래밍 기술을 어떻게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지 그 '열쇠'가 담겨 있었다.

지난 반 세기에 걸쳐 그 프로그래밍을 해독해나간 후대 과학자들은 1996년 딥 블루라는 슈퍼 컴퓨터가 체스 게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체스 선수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이길수 있는 계산법을 계발해서 기계가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프로그래밍으로 발전 시켜 나갔다.

마침내 튜링이 고안한 프로그래밍 계산 능력의 열쇠를 쥔 후대 과학자들은 생각하는 기계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방대한 데이터와 수치를 계산해 엄청난 속도로 모방 학습을 시키고 있다.

이제 기계들은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로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고 그리고 실시간 학습 교사처럼 묻는 말에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를 복제 하고 수치를 계산하고 인간의 마음과 생각의 축적을 읽어 나가며 학습 하는 기기 AI는 곧 몇 년 안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자연 선택'에 따라 진화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진화해 온 존재" 처럼 자연 생태계를 점령 할 지 모른다.


'대상이 없으니까 움직이는 거라네.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움직이고 싶어지는 거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중에서

나와 선생님은 서로 사제 관계이면서 부자지간 같은 사이로 서서히 발전 해 나가면서 '나'는 가부장적인 세상을 증오 하며 지성의 세상, 참된 인간 관계에 눈을 뜨게 되지만 결국 사회에서 번듯한 자리에 앉아 밥벌이를 하기 위해 선생님에게 취직 자리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어느 날 나에게 두툼한 부피의 선생님이 보낸 '유서'가 도착한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마저 날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싶으니 참으로 슬펐다네.

이해 시킬 방법은 있지만 이해 시킬 용기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슬퍼졌네. 나는 적막했어.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채 그저 나 홀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자주 있었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선생님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쓸쓸해질 미래의 나를 견뎌내기보다는 쓸쓸한 지금의 이 상태를 참아내기 위해 자유와 독립과 자기 기만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에 태어난 대가를 치룬 결과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자연 생태계의 최고의 포식자 자리에 앉은 인간은 조상 대대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전달하고 학습하며 인간의 마음을 인류의 눈부신 진화와 발전으로 유도했지만 궁극적으로 인생살이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 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현대의 청년에게는 이상이 없다.

과거에 이상이 없었고 현재에도 이상이 없다.

가정에서는 부모를 이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교사를 이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사회에서는 신사를 이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사실상 그들은 이상이 없는 것이다.

부모를 경멸하고 교사를 경멸하고 선배를 경멸하고 신사를 경멸한다.

이런 모든 것들을 경멸할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단

경멸할 수 있는 자에게는 자기 자신 안에 이상이 없어서는 안된다.

자기 안에 아무런 이상도 없이 이런 모든 것들을 경멸하는 것은 타락이다.

-1906년 나쓰메 소세키

멀리 바라보면 21세기가 첫 시작했던 2000년이라는 숫자는 그저 찰나의 순간 정도로 느껴 질 정도로 2025년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접속하면 과거의 시간 속을 여행 할 수 있는 시대다.

이에 반해 매년 뜨거워 지고 있는 지구에서 인간은 여전히 광범위한 영역을 침범 하며 각종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이 모든 댓가는 각종 질병과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퍼져 나가 나날이 치솟고 있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지불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100년 전 소세키의 선생님은 자살로 스스로의 생명을 끊어 버렸고 100년 후의 인류는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극심한 자아 도취와 광기로 물들어 버린 시대에서 여기 저기서 사이비 전문가 가짜 지식인들만 넘쳐 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스스로 지각하지 못한 채로 자신들의 재능과 지식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상상 조차 하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해서 모방 할 수 있는 시대에 각종 사기 수법을 점점 교묘 해지며 인간이 서로 같은 종을 공격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강력한 법적 제재나 처벌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

모방을 수행하는 인간 뇌의 신경망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발화 되는 뇌 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모방을 촉진하며 확장해 나가면서 측두엽과 두정엽과 같은 부위가 커지게 진화 되어 인간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 영역을 조절하며 세상을 조망하고 수용하는 능력으로 확장 시켜 나갔다.

사람들이 긴장하고 공포를 느낄 때 기쁨의 미소를 지을 때 거울 뉴런의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어 공감과 감정의 전이가 일어 난다.

2025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 우리의 감정은 무엇을 보며 긴장하고 공포를 느끼며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다윈은 다운 하우스에서 <종의 기원>의 마지막 원고를 완성하고 난 후 드넓은 정원을 바라 보았다.

그는 자신이 자연 세계에서 복잡한 구조가 존재하게 된 과정을 어느 누구 보다도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쳐 보였다고 자신하며 인간은 거대한 자연 생태계의 전쟁 속에서 어떤 종보다 가장 고귀한 존재로 살아 남았다고 생각했다.

다윈은 인간의 무한한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헤아려서 <종의 기원>을 완성했을까?

진화의 렌즈로 인간의 마음을 관찰 하고 분석해 보면 창조적이고 분석적인 힘으로 문화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여전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며 한 소절에 각자의 마음을 이입 시켜 눈물을 흘리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각종 연극과 영화, 다양한 예술 영역으로 모방 하고 발전 시켜서 새로운 창작물로 거듭 탄생 시킬 수 있는 종(種)으로 자연 생태계의 보존도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나무가 사라져 버린 자리에 나무를 심듯이 인간의 마음은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 버리더라도 이해 하고 학습하고 모방하면서 또 다른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에 인간은 다시 한번 ‘자연 선택’을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수 많은 종류의 식물로 뒤덮여서 덤불에는 새가 지저귀고 다양한 곤충이 날아다니며 축축한 땅 위로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얼기설기 얽힌 강 둔덕을 관찰하다가 이처럼 서로 다르며 복잡하게 상호 의존하는 정밀하게 구성된 형태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작용하는 법칙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생각해 보면 흥미롭다.

그리하여 자연의 전쟁 및 기근,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대상 즉 고등 동물의 탄생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졌다.

-찰스 다원 <종의 기원>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채에서 출간하는 책들을 너무 좋아해서 매년 모집하는 서포터즈에 신청 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몇년에 걸쳐 서평 심사에 통과 해서 신간 서평 대상 도서를 보내 줄 때 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비록 서평 도서로 받은 책이라 할지라도 비채에서 출간되는 다채로운 장르 서적들을 책장에 꼽아두고 고이 모셔 두고 있고 이사를 하거나 책장 정리를 할 때도 재활용 헌책 버리는 곳에 함부로 버린 적이 없다.

여러 해 동안 비채에서 서포터즈를 관리해 주셨던 좋은 편집자분들과 직원들의 따스함이 담긴 메일이나 1년 활동을 마치고 난 후에 좋은 선물도 받았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애정이 쌓여 갔던 비채 서포터즈 활동은 2025년에 들어서고 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동안 모서리가 찍혀 있거나 표지가 구겨지거나 인쇄된 활자의 잉크가 번져 있거나 등등의 흠집은 개의치 않았고 읽는 동안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3월 서평 도서로 보내준 책 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펼치는 순간 부터 시작해서 책을 만지는 동안에도 기분을 찜찜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책을 보내 주었다.

당시에 보내준 책을 끝까지 완독하고 서평을 다 쓴 후에 비채 출판사 측에 이런 사항을 적어 메일로 보냈다.

-비채 출판사에게 보낸 메일

1. 겉 표지는 멀쩡 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활자 잉크가 손에 묻으면서 번짐 현상이 났습니다

2. 페이지 모서리 마다 먼지 떼가 끼었거나 페이지 끝 부분이 잘려져 나갔고 중간 페이지 마다 먼지 뭉치가 끼어 있었습니다

3.어떤 페이지는 가루처럼 일어나서 만지면 바스러졌습니다.

4.책 중간 부분 종이가 접히는 곳에서 죽은 벌레 사체가 나왔습니다

<샤일록 작전>을 읽는 내내 물티슈로 먼지를 쓸어 내리고 손에 잉크가 묻어 나서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비채 서평단으로 활동하는 동안 책 겉표지가 구겨지거나 모서리가 일그러진 책은 받아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정도로 책 상태가 불량인 것은 처음 이였습니다.

비채에서 여러 명의 서평단들에게 책을 보내느라 미처 확인하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책은 읽는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네요.

-메일을 받은 비채 출판사에서 이에 대해 단 두 줄의 답장을 보내왔다.

말씀 주신 내용도 확인하였습니다.

추후 도서 발송 시 도서 상태를 한 차례 더 살펴보겠습니다.

비채 편집부 드림

바쁜 출판사 사정으로 불량상태의 책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고 책 시장에 보내는 판매용 도서가 아닌 서포터즈나 서평단 모집단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도서 이니 다소 품질 면에서 좋지 않은 책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불량한 상태의 책을 보낸 적이 없었던 비채 출판사는 2025년 부터 회사 정책이 바뀌었는지 매달 보내주는 서평 의무 도서 상태가 깨끗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 책 처럼 벌레나 먼지 뭉치가 나온다거나 손으로 종이를 만질 때 마다 인쇄한 활자 잉크가 묻어 나온다거나 석회 가루처럼 종이에서 가루가 떨어지지 않아서 그냥 참고 읽었다.


하지만 이번 10월 의무 서평으로 보내준 우밍이의 <복안인> 상태는 주황색 배송 포장비닐을 여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뒷표지 한 가운데가 날카로운 가위에 잘려져 있었고 책 하단 부분의 모서리는 안으로 굽어져서 힘을 주고 펴도 펴지지 않았다.

여러 각도로 살펴 보니 다량의 책들이 한 꺼번에 인쇄 되어 출판사에 도착 했을 때 맨 밑바닥에 깔려 있는 책들 중에 파손된 책이 분명 하다


타이완 출신의 작가 우밍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여서 비채에서 앞서 출간한 <도둑맞은 자전거>를 처음 읽고 감동에 사로잡혀서 주변에 많은 이들에게 책 선물을 보냈고 이후에도 여러 번 읽은 책이다.


국내에 출간된 우밍이의 <햇빛 어른 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구매해 읽었고 새로 출간 되는 도서를 눈 빠지게 기다리다가 일본에서 출간된 <복안인>을 구입해서 일본어로 읽었을 정도로 우밍이 작가는 나의 최애 작가다.


나의 최애 작가의 작품이 비채에서 출간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고 서평 도서로 보내 준다는 메일을 받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 비채 10월 의무 서평 도서로 보내준 우밍이의 <복안인> 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이 정도로 파손된 책 상태에 대한 걸 사진으로 찍어서 출판사 측에 보낸다 해도 딱히 신경을 쓸 것 같지 않다.

서평단 서포터즈에게 보내는 책은 판매 할 정도로 우수한 상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책의 파손이 심각한 상태는 보내지 말아야 한다.

기분이 무척 상해서 오늘 비채에서 보내준 서평 도서 우밍이의 <복안인>을 재활용 헌책 수거함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내 돈을 주고 상태가 매우 깨끗한 <복안인>을 구입했다.

비채는 심각하게 파손된 책을 보내 주었지만 우밍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서평은 반드시 쓸 것이다.

이번 10월에 쓸 예정인 비채에서 출간된 우밍이의 <복안인>은 내가 직접 서점에서 구입한 새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 될 것이다.

아무리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을 읽는 서평단이라 할지라도 심각하게 파손된 책을 보내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

비채 출판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떨어졌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5-09-24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책이 아니고 뭔 종이 뭉탱이에 지지를 끼워줬군요... 에비 지지

scott 2025-09-25 00:28   좋아요 1 | URL
책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겨우 완독하고 로스 할배 책 버렸어요 ㅋㅋㅋ

이환한 2025-10-22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채의 매출로 귀결되었군요. 씁!

이환한 2025-10-22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리뷰에서_ 우밍이의 <자전거 도둑>같은 건 어떤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상상하기 어려워요.
전체적으로 다룰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암래도 어느 부분만을 물고 늘어질 것입죠.


이환한 2025-10-22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벌레가 내성이 생긴 모양입니다. 헌 책에만 생기는 건 줄 알았는데 저도 새 책인데 띡 피니 솔솔솔 기고 있더군요. 스치기만 해도 그것은... 꿍 누르지도 않았건만...
 
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 책을 고를 때 누군가의 추천에 솔깃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끌리는 데로 책을 선택 할 때가 있다.

단순히 책 제목이 좋아서, 또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만듦새가 좋아서 그리고 작가의 이력이 독특해서 등등의 이유로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나 장르의 작품을 선택 할 때가 있다.

무더운 여름에 출간 된 아밀 작가의 <멜론은 어쩌다>의 책을 선택한 건 제목이 내포한 청량한 과일의 맛이 아닌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였다.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분명으로 영미문학을 번역하고 있는 이 작가는 창작과 번역, 현실과 환상 사이를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름으로 오고 가며 작품을 출간 하고 있다.

단편 소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 문학상 동상을 수상 하고 단편 소설 <로드킬>로 2018년 SF 어워드 중 단편 소설 부문 대상 을 수상 했다 2021년 첫 소설집 <로드킬>은 2025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다.

이 정도 이력을 갖춘 작가의 역량에 큰 기대를 갖고 선택한 단편집 <멜론은 어쩌다>를 읽기 시작했다.

총 8편이 수록된 이 단편집에는 수록된 단편들의 제목만 읽어도 이 책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 할 수 없다.

-이성애자 인간과 레즈비언 뱀파이어 사이의 복잡 미묘한 우정을 담아낸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첫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섹스 로봇을 집에 들인 부치의 일상을 기록한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을 뿐 별다른 야심 없는 마녀가 위험한 의뢰에 휘말리며 발생하는 사건을 다룬 〈인형 눈알 붙이기〉

수록된 단편 중에 가장 긴 J라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야간 산책>까지 읽고 나면 도대체 작가가 추구 한 이야기의 서사와 세계관이 무엇?인지 종 잡을 수 없는 혼돈에 사로잡힌다.

책 뒤표지에 새겨진 추천사를 찬찬히 읽어 보면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인물들의 활약이 눈길을 사로잡는 가운데 더욱 경쾌하고 능청스러워진 서사가 빛난다."

“갓 씻어낸 제철 과일처럼 신선한 상상력과 곧 그 껍질을 저며낼 칼처럼 예리한 시선이 공존하는 이야기” 사이를 유영하다 보면 오래도록 기다려온 “마녀의 소설”의 탄생에 함께 축배를 들게 될 것이다."

추천사에 등장한 [경쾌하고 능청스러워진 서사] [ “마녀의 소설”의 탄생]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맨 첫장 부터 읽어 보면 전부 3인칭 시점으로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 상태를 묘사한 문장들을 주욱 나열 한 단편 부터 전지전능한 시점으로 설명조로 등장 인물의 상황을 속사포 같이 쏟아 낸 단편 그리고 편지 형식의 단편까지 다양한 시점과 문체를 실험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8편 중에 그나마 완성도가 있어 보이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윤은 손이 유난히 작았다. 피아니스트로서는 치명적인 핸다 캡이었다. 만약 누가 여덟 살의 나윤에게 너는 일찍 초경을 할 것이고 성장판이 일찍 닫힐 것이고 그래서 열두 살 이후로는 키가 크지 않을 것이고 손도 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더라면 나윤은 피아노를 포기 했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했다. 그 대신 여덟 살의 나윤이 들었던 말은 "어쩜 그렇게 잘 치니" "신동이구나" "엄마 아빠가 어떻게든 뒷받침 해줄게. 열심히 하렴"이었다.]

-아밀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중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첫 문단에 등장 시켰던 손이 작은 여자 아이가 피아노를 배울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포기 하지 않고 열심히 피아노를 쳐서 세계 무대로 나간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우는 나윤이가 교습소에서 배우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원에 들어가서 국제콩쿠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그리고 유명 음반사와 계약을 맺어 앨범을 출시하고 무대에서 연주를 하는 이야기로 흘러 간다.

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여성, 인종 차별, 남들과 잘 융합하지 못하는 성격의 나연이 피아니스트로 어떻게 성장해서 험난한 세상에서 어떤 상태로 살다가 사랑을 하고 딸을 낳고 사십대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여 준다.

손이 작은 피아니스트 나윤은 대중에게 잊혀져서 레슨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자신처럼 손이 작은 아이가 좋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찾아 온 어느 날 나윤은 야무진 꿈이 있던 지날 시절에 만났던 차원이 다른 마녀를 생각하며 자신 앞에 있었던 넘을 수 없는 벽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 본다.

마지막에 실린 분량이 가장 긴 편지 형식의 단편 <야간 산책>은 설정은 독특하다.

동성애가 당연한 세상에서 이성과 비밀 연애를 시작한 여성이 등장한다.

중학생 시절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언에 시달릴 때면 밤마다 공원에 가서 아코디언을 든 악사 조각상과 대화를 하고 왈츠를 춘다.

학교가 끝나자 마자 혼자 그 공원에 가서 그 악사 조각상이 따라주는 뜨거운 차를 마시 기도 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기이한 감정의 교류를 하게 된다.

이 여성의 편지 형식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읽다보면 동성끼리 결혼해야 하는 세상에 이성인 남성에게 육체적 끌림을 느끼는 여성이 망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남편이 등장한다.

여성은 지겹고 흉측하고 같이 있기가 따분해서 견딜 수 없는 생물 같은 남편,숨겨둔 애인이 있고 아내 몰래 내연녀와 여행을 떠난 남편 ,얼굴도 모르고 존재 하지 도 않는 허구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학창 시절의 동성 친구에게 편지로 망상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남자에 대한 심정을 고백한다.

결국 독자는 마지막 그녀가 J라는 친구에게 부치지 못하는 이 편지글이 동성과 결혼 하는 세상에 이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어느 망상가의 독백 수기라는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 단편을 완독하고 나서 책 뒤표지에 적힌 추천사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범상치 않지만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눈앞의 벽을 제각기 방식으로 훌쩍 뛰어넘는 모습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거대하고 깊이 있는 서사나 묵직한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 하지는 않았다.

문학의 다양성이 풍부해져서 독자들에게 책 읽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많이 출간 되는 것은 실로 기쁜 일이다.

하지만 흥미 위주의 서사나 독특한 설정의 장르도 좋지만 차근 차근 읽는 맛을 느끼게 하면서 사유를 쌓아 올릴 수 있는 작품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례로 넷플릭스를 왜 보나. 차라리 이 책을 읽으면 되는데 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작가들의 책이 많이 출간 되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멜론바, 여름에 먹어도 가을에 먹어도 맛있는 멜론바

그러나 이 책은 <멜론은 어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5-09-21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샀어요^^
메로나는 정말 맛있죠 ㅎㅎㅎ

scott 2025-09-21 12:5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메로나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이 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