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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은 2억 5,100만 년 전에 있었던 페름기 말기, 달리 표현하면 페름기 - 트라이아스(PTr)의 멸종으로, 5대 멸종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학자들은 페름기 말의 대대적인 동물상과 식물상의 전환을 오래전부터 인식했으며, 고생대와 중생대의 경계 표시로 삼았다. 페름기 말기에 멸종이 일어나는 동안, 고생대 바다를 우점했던 대부분의 동물군들, 곧 산호, 유관절 완족동물, 이끼벌레, 자루가 있는 극피동물, 삼엽충, 암모나이트가 사라졌거나 크게 위축되었다. 식물, 곤충, 양서류, 파충류에서 광범위한 멸종이 있었고, 그들을 대체하는 우점군들이 나타나기까지 끔찍하게도 오랜 변화의 세월이 필요했다. _ 마이클 J. 벤턴, <대멸종>, p187


 마이클 J. 벤턴(Micheal J. Benton)의 <대멸종 When Life Nearly Died: The Greatest Mass Extinction of All Time>은 사상 최대의 멸종이 일어났던 페름기(Permian, 약 2억 9000만 년 전 ~ 2억 4500만 년 전)의 마지막을 주제로 한다. 책의 영문 제목과 같이 거의 모든 생명체가 멸절한 이 사태를 불러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2억 5,100만 년 전 페름기 말기, 시베리아에서 엄청난 화산활동이 일어났다. 약 200만~300만 세제곱킬로미터의 현무암질 용암이 쏟아져 나와 러시아 동부 390만 제곱킬로미터를 400~3,000미터 깊이로 뒤덮어 버렸다. 시베리아 트랩으로 알려진 이 직역은 넓이가 유럽공동체와 맞먹는다. 요즘은 이런 대규모 화산활동 - 지속기간은 전체적으로 100만 년 이하로 보고 있다 - 이 페름기 말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_ 마이클 J. 벤턴, <대멸종>, p368


 화산이 방출하는 주요 기체는 두 가지이다. 이산화황과 이산화탄소가 그것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황은 처음에는 온난화를 초래하다가, 곧 대기 중의 물과 반응해서 황산염 에어로졸을 만들어내 후방산란을 통해 태양복사를 흡수하여, 결국에는 온난화를 초래하다가, 곧 대기 중의 물과 반응해서 황산염 에어로졸을 만들어내 후방산란을 통해 태양복사를 흡수하여, 결국에는 냉각화를 유발한다. 또 다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지각 근처에서 태양열을 가둬 대기를 따뜻하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_ 마이클 J. 벤턴, <대멸종>, p372


 

페름기의 대멸종을 설명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백악기 -팔레오기 멸종(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과 마찬가지로 소행성/운석 충돌, 해수면의 변동 등 여러 학설이 제기되지만, <대멸종>에서는 '화산활동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현무암질 용암과 함께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황산염, 염소는 지구온난화와 무산소화를 만들어 생물생산성을 파괴시켰고, 이와 함께 산성비는 토지를 파괴시켰다. 이러한 대기의 파괴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페름기의 육지 판게아(Pangaa) 초대륙에 대해 짚고 가야한다. 현재 6대륙이 하나로 연결된 판게아 초대륙은 동식물이 빠르게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과 함께 빠르게 절멸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을 함께 제공했다.


[그림] 판게아 초대륙 (출처 : 위키백과)


 판게아 초대륙의 엄청난 크기는 세계 기후와 동물 군과 식물 군의 확산에 매우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저위도 지역에서는 중앙판게아산맥이 동서방향으로 뻗어 있어 대기의 흐름과 이로 인한 기후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석탄기 후기 동안 이 산맥지대는 열대지역을 가로지르며 놓여 있어서 습한 열대기후에서 자라는 푸르게 우거진 열대우림이 석탄퇴적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판게아의 대부분은 적도 남쪽으로 뻗어 있었고 과거 곤드와나 대륙괴를 포함했다. 거대한 대륙괴 덕분에 일부 동물군은 광활한 지역에 널리 퍼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판게아 북쪽의 시베리아에는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그마 분출이 일어나 현무암으로 광대한 지역을 뒤덮었고 이어서 화산재와 화산가스, 특히 이산화황과 수증기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사건이 페름기 대량멸종시기와 일치하는데 당시 해양은 산소가 고갈되어 대부분의 해양생물 종이 멸종했다. _ 더글라스 파머 외, <선사시대>, p172


 그리고, 시베리아의 마그마 분출로 시작된 거대한 변화에 판게아 생태계는 마치 연환계(連環計)로 불타는 함대처럼 빠르게 절멸하게 되버렸다. 전체 생명체의 95퍼센트 이상이 멸절한 페름기 대멸종. 이로 인해 지구 생명체의 진화(進化 evolution)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주로 열대의 바다나리류, 완족류, 태형동물이 장악하고 있었던 페름기 후반부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 과정은 약 1천만 년 넘게 일어났다. 모든 대륙이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 판게아로 합쳐지면서 기후와 해류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이로 인해 멸종사건을 일으킨 주요 요인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비활동적 중앙해령이 가라낮으면서 해수면의 높이를 280m까지 떨어뜨림으로써 상당수의 해양서식지가 사라졌고 퇴적작용도 거의 일어나지 않아 따뜻하고 얕은 바다는 지구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_ 더글라스 파머 외, <선사시대>, p178


 이러한 페름기의 대멸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멸종>을 읽다보면 페름기를 살았던 생명체들이 처한 위기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환경 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 적지 않게 놀라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생명체들은 화산 폭발과 대기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반면, 오늘날 우리는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아닐까. 페름기 때의 판게아 초대륙은 오늘날 세계화( globalization)로 대체되어 세계를 연결시키고, 산성화로 파괴되는 하부구조 -토양과 식물 - 는 극심화 양극화로 파괴되는 하부계층로 바뀌었으며,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결과적으로 페름기 대멸종의 환경으로 만드는 상황이 우리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먼 훗날 우리 후대가 아니면 다른 생명체의 역사가가 이 시기를 '인류세 대멸종'이라고 이름짓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맥닐 교수는 지난 세기 동안 인구는 겨우 4배 증가한 데 비해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각각 17배와 13배가 증가했고 수자원 사용량 역시 9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서 단순히 인구 증가로만 20세기의 환경 변화를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구 증가가 환경오염을 심화시켰던 것에 못지않게 때로는 토양침식을 완화시키기도 했고, 또 20세기 후반에 심화된 열대 지방의 삼림 파괴는 인구 증가와 거의 상관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_ J.R. 맥닐, <20세기 환경의 역사>, p15 해제 中


 페이퍼를 마무리하다 보니 주일학교 교사 시절 '환경'을 주제로 여름캠프를 준비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캠프 주제가가 <내일은 늦으리>였는데... 언젠가 연의가 자라서 하늘을 바라볼 때 그 하늘에 얼만큼의 별들이 빛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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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17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 신간 중에도 지구 환경 위기를 경고하고 지구의 역사, 고생물 등을 다룬 책들이 많았어요. 다시 정리해 보아야겠어요.
겨울호랑이 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우리가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생존 문제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겨울호랑이 2021-09-17 14:04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오거서님 말씀처럼 이제는 어느 분야든 환경문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버렸네요. 작은 실천이 중요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9-17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1-09-17 23: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
 

 촉매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아무렇게나 하지 않고 규칙성을 띠기 때문에 생명 탄생의 이전 단계에서 중요하다. 촉매와 그들의 촉진 반응에 의해 더욱 많은 종류의 화합물들이 점차 생겨났다... "하이퍼사이클 hypercycle"이라는 강력한 촉매 작용을 통해 분자들은 화학적 보전 chemical survival을 위한 투쟁에서 서로 서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조직할 수 있는 있는 화합물들이 서로 보완 작용하여 마치 생명체 같은, 궁극적으로 복제 가능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이클의 진행은 최초의 세포를 탄생시키는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뒤를 이어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발전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하이퍼사이클 과정은 생물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65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 ~ 2011)와 아들 도리언 세이건(Dorion Sagan, 1959 ~ )의 <마이크로코스모스 Microcosmos: Four Billion Years of Microbial Evolution>는 지구 역사에서 오랜 기간 주인공이었던 미생물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마치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요약본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입문서(入門書)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는 협동보다는 경쟁을 크게 강조했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매우 연약해 보이는 생물이 집합체의 한 부분으로서 오랜 기간 생존했던 반면, 소위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생물이 협동 기술을 익히지 않은 나머지 결국은 멸망한 사례를 우리는 진화 역사에서 꽤 자주 보아왔다. 만약 공생이 생물 역사에서 그렇게 보편적이며 주요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생물학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165


 진화 과정을 거쳤던 모든 종이 결국 공진화를 한 것이라는 논리는 추론적이기는 하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이 논리는 미생물우주뿐만 아니라 거대생물우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곰팡이는 식물 질병의 주 원인이면서도 식물체 생장에 필수적이다.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험악한 관계는 때떄로 좀 더 대규모 공생관계의 한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263


 <마이크로 코스모스>에서 생명의 출현으로부터 현생 인류에 이르기까지 수십 억년에 걸친 지구 역사에서 진화(進化, evolution)은 결국 '공생(symbiosis)'의 문제임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 ~ 1903)에 의해 왜곡된 '사회적 진화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진화의 의미를 되찾자는 것이 이 책의 한 주제라 여겨진다.


 생물의 역사에서 80퍼센트는 미생물의 역사이다. 우리는 약 20억 년 전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될 때 출현했던, 산소를 사용해서 물질대사를 할 수 있었던 박테리아와 기타 여러 박테리아들로 구성된 재조합에 불과하다.(p271)... 우리는 진화의 사다리에서 가장 윗계단을 차지하는, 모든 생물의 지배자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생물계의 지혜를 받은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가 유전공학을 창조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인간은 자신을 박테리아 생활사에 은근히 맡겨서 오랫동안 그들의 방법으로 유전자를 교환하고 복사하게 했다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272


 저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토인비(Arnold Toynbee·1889~1975)에 의해 문명(文明)에 주어진 '도전과 응전'이라는 과정도 새롭게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도전에 성공적인 응전이 문명을 이끈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실현된다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고대 그리스에서 도리아인의 침입, 고대 인도에서 아리안 족의 침입도 문명의 파괴가 아닌 새로운 문명의 탄생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진화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닌 어울림이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조금 누그러지는 느낌을 받는다.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는 분명, 현대의 포식성 박테리아 중에서 특히 델로비브리오 Bdelovibrio나 답토박터 Daptobacter와 비슷한 종류였을 것이다(p174)... 우리 몸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도 맹렬한 공격자였는데, 주위에 산소가 풍부해지면 산소를 호흡하고 또 필요한 경우에는 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그런 박테리아였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는 우리 몸의 다른 박테리아 조상에게 침입해 그 속에서 번식했다. 그들에게 침입당한 숙주세포는 처음에는 거의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숙주세포가 사멸하면 침입자들도 역시 죽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결국에는 협력자들만 살아남았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175


 이와 함께 <마이크로 모스모스>는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 겸손할 필요가 있음도 말한다. 이런 겸손함을 잃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는 살아남을 수 없음이 이 책의 또다른 주제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직설적으로 말하는 저자의 화법에서 저자의 전(前) 남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 ~ 1996)의 <코스모스 Cosmos>와는 같은 메세지, 다른 어조를 느끼게 된다. 두 책에서 다루는 코스모스는 <10의 제곱수>에서 보여주는 세계만큼 크기에서 차이가 있지만, 메세지의 크기는 결코 다르지 않다.


 매번 대재난이 있을 때마다 생물권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두 발짝 앞으로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의 두 발짝은 본래의 문제 영역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진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그 도전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생물권이 특출한 불굴의 능력이 있어서 대재난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 준다. 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330


 우주에서 벌어졌던 진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이해하노라면, 거대한 [수소 산업]의 최종 산물로서 태어난 생물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확실히 알게 된다.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우리와 같이 놀랄 만한 돌연변이를 이룩한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 먼 곳 어디에선가 우리에게 들려줄 그들의 흥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_ 칼 세이건, <코스모스>, p674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 중 높아지는 이산화탄소의 농도(PPM)에 의해 유발되는 지구온난화문제, 핵발전 문제 등은 분명 우리의 위기다. 그렇지만, 그것을 지구의 위기라 볼 수 있을까?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지구 역사 속에서 이미 여러 차례의 위기와 종(種)의 대멸종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대멸종 후에도 '바이러스'라는 뿌리가 존재하는 한 생물은 다시 번성할 수 밖에 없음도 함께 보여준다. 다소 냉정하지만 문제는 인류의 미래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일 뿐이다. 저자(린 마굴리스)가 좋아하는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생물이 자신을 변화시킨다면 그것은 공간, 탄소, 에너지, 물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며, 이는 다시 새로운 부산물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새로운 부산물 축적이 점차 증가하면 부산물을 생산했던 바로 그 생물이 부산물 때문에 시험에 놓이게 된다._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마이크로 코스모스>, p339


 이것은 또한 환경 문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 코스모스<안의 문장 안에 묘사된 새로운 부산물 축적이 생물을 번성하게 하는 한편, 위기에 놓이게 하는 상황을 통해 19세기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를 떠올리게 된다. 그가 눈 앞에서 지켜봤던 자본주의에 내재한 역설이 표면화 되는 상황 속에서 혁명을 통한 변화를 주장했다면, 우리는 자본주의가 거의 정점에 이른 지금 시점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지만, 차근히 답을 찾아가도록 하자.

 

 내가 '모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설'입니다. 앞서 이율배반, 즉 '대립하는 두 개의 주장이 모두 옳은' 상황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주장이 상반된 옳음을 동시에 의미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역설(paradox)'입니다. 하나의 견해(doxa)에서 반대 방향 내지 다른 방향(para -)이 생겨나는 것이죠. 모순적 대립, 즉 논변과 항변의 대립 속에서는 한쪽 힘이 커지면 다른 쪽 힘은 작아집니다. 대립이라는 말이 그런 뜻이니까요. 그런데 역설의 상황에서는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도 커집니다. 나는 마르크스에게 모순의 변증법 이상으로 역설의 변증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_ 고병권, <다시 자본을 읽자>, p168/220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오랜 지구의 역사를 요약하면서 바이러스(virus)로부터 시작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 인간도 결국은 '변이화합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생명의 역사의 핵심을 알기 쉽지만 분명하게 알려주고 저자들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좋은 생명과학 입문서라 생각된다. 그리고, 다른 여러 분야와도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에세이이기도 하다.


PS. <마이크로 코스모스>안의 자세한 내용은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리뷰를 통해 살펴보는 것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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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브리아기는 진화의 역사에서 다양한 해양무척추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다. 그중 일부는 눈과 강력한 턱 덕분에 최초의 적극적인 포식자가 되었다. 또한 삼엽충과 같은 다른 캄브리아기 진화동물군도 번성했다가 오르도비스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p70)... 디토모피게(Ditomopyge)를 포함한 마지막 삼엽충은 오래도록 쇠퇴기를 겪다가 페름기 말에 멸종했다._ 더글라스 파머 외, <선사시대>, p181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4번 째 주제는 삼엽충(三葉蟲, trilobite)이다. 삼엽충들이 살았던 시대는 약 3억 년이지만 이전 시대인 원생대(Proterozoic Eon)와는 달리 생명체들의 변화가 극심했던 시기였다. 삼엽충이 살았던 시대는 동물의 다양성이 극적으로 증가한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 약 5억 4,200만 년 전~약 4억 8,830만 년 전), 해양동물군의 속성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 약 4억 8,830만 년 전~약 4억 4,370만 년 전), 해양무척추 동물이 자리를 잡고 오르도비스기 말의 멸망으로부터 벗어난 '실루리아기'(Silurian period, 약4억 4,370만 년 전~약 4억 1,600만 년 전), '어류의 시대'이자 세계 최초로 숲이 형성된 '데본기'(Devonian Period, 약 3억 9,500만 년 전~약 3억 4,500만 년 전), 거대한 석탄 퇴적지를 만들었던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약 3억 5,920만 년 전~약 2억 9,900만 년 전), 마지막 5억년 동안 최소 90%이상의 생물이 사라진 대멸종의 시대인 '페름기'(Permian period, 약 2억 8,600만 년 전 ~ 약  2억 4,800만 년 전)에 이른다. 고생대의 대부분 기간 동안 삼엽충이 존재했기에, 많은 이들이 고생대를 '삼엽충의 시대'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삼엽충에 관한 사소한 진리들을 확장시키면 세계 전체와 연관지을 수 있다. 삼엽충에 관한 사소한 진리들을 확장시키면 세계 전체와 연관지을 수 있다. 에드워드 윌슨 Edward Wilson은 최근에 문화와 과학의 상호의존성을 주장하면서 지식의 통합사계를 제시했다. 그는 그것을 '통섭(consilience)'이라고 했다. 여기에 상술한 삼엽충 이야기는 더 작은 형태의 통섭을 보여준다. 종목록조차도 지자기, 판구조론과 결합되면 사라진 지구의 초상화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51 


 고생대의 랜드마크인 이 생물에 대해 <삼엽충 Trilobite!: Eyewitness To Evolution>의 저자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는 화석을 기반으로 삼엽충에 대한 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오랜 기간 후손을 이어온 최초의 절지동물은 '눈'을 발달시키면서 캄브리아기에 등장한 후 빠르게 오르도비스기를 자신들의 전성기로 만들었다. 이 시기 다른 환경의 서식지에서 각각 살아왔던 삼엽충의 역사는 '눈(目)'의 역사이며, 이후 생명체 진화(evolution)의 방향을 '시각'으로 결정짓게 되었음을 <삼엽충>은 소개한다.. 


 삼엽충의 눈은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에서 그들은 동물계에서 독특한 존재다.(p115)... 방주석 결정을 살펴보면 삼엽충 시각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삼엽충은 맑은 방해석 결정을 눈의 수정체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그들은 특이했다. 다른 절지동물에게서는 대개 몸의 나머지 부위를 구성하는 물질과 비슷한 큐티클로 이루어진 수정체, 곧 '부드러운' 눈이 발달했다. 삼엽충은 이런 한계 안에서 대단히 다양한 눈을 발전시켰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116


 포식자, 뻘벌레, 여과섭식자는 한 군집을 이루어 함께 생활했다. 이제 물에 잠긴 대륙이라는 중심부에서 그 주변의 심해에 이르기까지, 이런 동물들이 일련의 서로 다른 군집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수심이 점점 깊어지면서 서식지가 달라지고, 각 서식지를 차지한 삼엽충들은 사냥하고 청소하고 침전물을 파고 뒤졌으며, 개흙이 부드러운 곳에서는 휘저어서 현탄액을 만들었다. 산소농도가 낮은 더 깊은 곳은 트리아르트루스 같은 전문가들이 차지했다. 그들은 풍요와 질식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서식지에서 다른 삼엽충들보다 유리했다. 해저 바로 위에서는 작은 아그노스티드가 움직이는 렌즈콩처럼 헤엄을 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눈은 쓸모가 없어졌다. 그곳은 눈먼 자들의 세상이었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49


 오르도비스기 절정에 달한 삼엽충의 번성은 오르도비스-실루리아기 사이에 닥친 빙하기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빙하기가 삼엽충들을 멸종에 이르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오르도비스기와 같이 생태계의 주도권을 두 번 다시 잡지 못하고 결국 페름기 말 디토모피게(Ditomopyge)를 비롯한 마지막 삼엽충들은 지구에서 사라지게 된다. 


 오르도스기 말에 생명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인 대멸종이 일어났다. 당시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규모 빙하가 오르도비스기 말의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렸고, 아마 그것이 동물군 위기의 주된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빙하기와 관련된 퇴적물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주위에는 삼엽충들도 있다.(p280)...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에 비해 데본기 초와 실루리아기의 삼엽충들은 훨씬 구분하기가 어렵다. 데본기는 파콥스와 그 친척들의 전성기였다. 잠시나마 집합복안이 지배한 시기였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81


 페름기 말이 되자 20여 속에 불과한 그리 많지 않은 삼엽충들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흔한 화석이 될 정도로 번성한 것들도 종종 있다. 가장 마지막 삼엽충은 페름기 말의 또 한 차례의 대멸종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사라진 듯하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20


 <삼엽충>에서는 크게 두 번의 대멸종이 나온다. 오르도비스기의 대멸종과 페름기의 대멸종이 바로 그것이다.  삼엽충의 크기는 불과 3~10cm 정도에 불과하지만 (물론 고생물학자들이 생태계에 일어난 큰 변화를 기준으로 시대 구분을 했겠지만), 이 작은 삼엽충들이 3억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 고생대의 6기와 2번의 대멸종의 시기 동안 남긴 자취를 보면서 우리 인류가 남긴 불과 600만년의 발자취는 보잘것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작은 <삼엽충>의 몸에 새겨졌을 지구의 역사를 떠올리면서 '(역사의) 기억 앞에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마침 글을 마무리 하는 시간대에 들은 어느 신박한 표현에 대한 오마주를 마지막으로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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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3-30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선사시대] 재밌어 보여서 중고로 구했습니다! 기대되네요~

겨울호랑이 2021-03-30 16:32   좋아요 1 | URL
^^:) 말 그대로 역사 이전의 시대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황금모자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bookholic 2021-03-30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 정가 마지막 반값세일 때 사두었다가 장식품이 되어버린 <선사시대>.. 이제 먼지를 털어낼 시간이 된 건가요..^^
즐거운 봄날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03-30 21:00   좋아요 1 | URL
bookholic님의 <선사시대>의 새역사가 시작되는 군요! 화창한 봄날 즐거운 독서 시간 가지세요 ^^:)
 

 캄브리아기 폭발은 전적으로 몸의 바깥부분에만 한정된다. 따라서 캄브리아기 폭발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그림 맞추기 퍼즐을 풀려면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동물 몸에서 내부설계에 얽힌 이야기는 멀리 선캄브리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3


 만약 지구의 역사를 눈 이전과 눈 이후로 나누고, 시각의 힘 - 일반적으로 현생 동물들에게 작용하는 가장 막강한 선택 압력 -을 생각한다면, 눈의 탄생이야말로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80


  앤드루 파커(Andrew Parker)가 <눈의 탄생 In the blink of an Eye>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구 생명체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으로 이루어진 캄브리아기 폭발의 추진력은 선캄브리아기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중심은 눈(目 eye)이다. 그렇다면, 갑자기 등장한 눈이 진화(進化 evolution)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눈의 탄생>에서 선캄브리아기 말에 일어난 급격한 환경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태양방사의 증가, 초신성 접근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여러 가설들을 통해 선캄브리아기 말기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일조량(日照量)은 초기 생명체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일부 기상학자에 따르면, 선캄브리아 시대에는 담요안개(이것의 원인은 화산활동을 비롯해 여러 자기였을 수 있다)가 지구를 뒤덮고 있어서, 거대한 우산처럼 햇빛을 상당량 차단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캄브리아 시대 말에 이 안개가 걷힌 것이 지표면의 빛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 안개가 어떻게 걷혔는가에 대한 설명은 임계치에 이르는 태양방사의 증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86


 초신성은 이산화질소를 형성함으로써 가시광선을 흡수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것이 지표면의 빛 수준을 감소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선형 팔을 지나는 동안 우리 태양계는 먼지와 얼음이 결집된 두꺼운 '오르트 구름'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태양계는 더욱 밝아지지만 동시에 지구 대기는 더욱 불투명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태양계가 초신성이나 오르트 구름에서 멀어질수록, 지구는 더 밝아지게 된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87

 

 시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더 먼 거리에서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보다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감각들보다 우수하다. 인류 전쟁사에서 냉병기(cold weapon)에서 열병기(hot weapon)으로 발전되어 왔듯이, 자극을 활용하는 기관 역시 발전하게 되었고, '눈'을 갖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감각은 동물이 자극을 일으키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따라서 동물이 그 자극을 만들지 않으면 그것은 감지될 수 없다... 그러나 시각에 적응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눈은 대개 환경 내에서 자극범위, 곧 스펙트럼의 대부분을 감지하기 때문이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78


 저자는 진화생물학자로서 <눈의 탄생>을 통해 '눈'이 등장한 캄브리아기의 폭발보다 '눈'이 등장할 수 있게한 내부 설계 쪽에 더 중심을 두고 설명하지만, 책을 통해서  생명의 진화라고 하는 것은 결국 환경과 생명체의 교환의 결과물임을 깨닫는다. 박테리아 또는 시아노 박테리아의 단순한 구조의 생물이 보다 복잡한 구조의 생물로 발전하는 것에는 이들의 유전자 변화 뿐 아니라 이들이 필요로 하는 황화수소, 수소 또는 부산물이 만든 환경 또한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진화사에서 한 획을 그은 '눈의 탄생'은 오랜 기간 준비되어 오다가 들어맞는 조건에서 활짝 핀 일대 사건으로 여겨진다.


 동물의 내부체제는 그 동물이 호흡을 하고 영양분을 얻고 번식하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제약한다.(p27)... 동물의 외부란 외피의 재료, 색, 모양을 가리킨다. 이것들은 내부구조보다는 사실 환경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환경에는 기온과 빛 조건 같은 물리적 요인과 동물 이웃들 같은 생물학적 용인이 포함된다... 내부구조는 이와 다르다. 내부구조는 훨씬 더 많은 유전자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새로운 내부 설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유전자가 동시에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한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28


 비록, 저자는 <눈의 탄생>에서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지구의 대기 변화에는 태양 방사선, 초신성등 외계(外界) 요인이외에 지구 내 요인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등장으로 인한 산소호흡의 보편화 또한 선캄브리아 시기에 일어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당연한 가정이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오파비니아의 다른 시리즈 <미토콘드리아> <산소> <진화의 키, 산소 농도>에서 다루도록 하자. 원래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다음 책은 페름기 멸종을 다룬 <대멸종>이지만, 이에 앞서 캄브리아기를 자신의 시대로 만든 위대한 생명 <삼엽충>을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자...

 

눈을 가진 최초의 동물은 삼엽충 - 최초의 삼엽충이었다. 최초의 진정한 삼엽충은 포식자이기도 했다. 팔로타스피스, 네오코볼디아, 시주디스쿠스 같은 눈을 가진 모든 삼엽충들은 캄브리아기 초, 캄브리아기 폭발이 시작될 무렵의 대표주자이기도 했다. 부속지 모양을 보면 이 삼엽충들은 영락없는 포식자였다. 그러나 가시가 돋은 방패는 이들이 먹이가 되는 일도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들은 아마 서로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벌어진 공격의 원형이었다.(p342)... 최초의 눈을 추적한 결과, 그 눈은 최초의 삼엽충, 또는 '최후의' 원시 삼엽충의 눈이었으며, 그 시기는 캄브리아기 폭발의 벽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50


만약 지구의 역사를 눈 이전과 눈 이후로 나누고, 시각의 힘 - 일반적으로 현생 동물들에게 작용하는 가장 막강한 선택 압력 -을 생각한다면, 눈의 탄생이야말로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_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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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3-18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기 전엔....눈깜박할 사이...아녀? 그렇게 오해를 ^^,,,,

겨울호랑이 2021-03-18 15:56   좋아요 1 | URL
ㅋㅋ 정말 빠르게 훑어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네요.ㅋㅋ 제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썼네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3-18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닙니다^^ 제 영어실력이.짧아서 그래용. 비스무레한 영어 표현이 있었던거같은데 요것도 검색하지 않고서는 기억도 안나는 ㅋ

겨울호랑이 2021-03-18 16:39   좋아요 1 | URL
^^:) 겸손의 말씀을... 얄라얄라북사랑님 덕분에 활짝 웃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1-04-09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 전 삼엽충만 읽었는데 겨울 호랑이님의 페이퍼에 담긴 눈에 탄생, 대 멸종 꼭 읽기로 ~
장바구니로 담아갑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해요 ^.^

겨울호랑이 2021-04-09 17:11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scott 님께서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 봅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세 가지 방식 중의 하나로 - 자연발생적으로 부모 중 한쪽으로부터, 부모 양쪽으로부터 - 가능하다. 그가 자연발생을 믿었다는 것은 그의 수중에 있었던 관찰 방식들로 보건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부모 중 한쪽에 의한 무성생식은 식물들에서, 그리고 식물들처럼 고착된 동물들에서 발생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방식이 부모 중 수컷의 기여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암컷이 제공한 물질에 일정한 형상을 각인하는 것이라는 결론 쪽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_ W.D. 로스, <아리스토텔레스>, p160


 자연발생설은 고대는 물론 중세 말기까지도 널리 신봉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건조를 시켜도 습해지는 것이나 습하게 해도 건조해지는 것은 모두 동물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잘못된 학설은 16 ~ 17세기에 유럽을 풍미한 탐구 정신에 밀려 그다지 오래 버티지 못했다. _ 파스퇴르, <자연발생설 비판>, p15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 ~ 1895)는 실험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5 ~ BC 322)의 자연발생설을 비판한다. 근대 과학의 합리주의 영향으로 실험조건을 통제하고, 조건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실험은 논리적으로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파스퇴르의 실험 또한 과학적 합리성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랜 이론을 폐기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지구상의 어떤 장소에서 채취하든 소량의 공기는 임의의 침출액 속에서 미생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우선 완전히 투명한 유기물의 침출액을 선택합니다. 이 침출액은 온도가 15 ~ 25도로 유지되면 그 다음날에 완전히 흐려질 만큼 변질되기 쉬운 것입니다. 이 대단히 변질되기 쉬운 침출액을 플라스크에 일정량 담고 플라스크의 목을 길게 늘여뜨린 다음 액체를 끓입니다.... 지금 이 플라스크의 목을 깨뜨립니다. '슈'하는 소리를 들으셨겠지요. 공기가 세차게 들어가고 있는 소리입니다. 플라스크 안이 진공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 플라스크를 봉합니다. _ 파스퇴르, <자연발생설 비판>, p168


 만약 자연발생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액체는 변질할 것이고, 변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변질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결과를 말씀드리면 이 플라스크들 가운데 몇 개에서는 미세동물이나 곰팡이가 결코 발생하지 않았으며, 완전히 본래 상태를 유지하였습니다. 따라서 여러분, 자연발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_ 파스퇴르, <자연발생설 비판>, p169


 도대체 어떤 경우에 변질하지 않은 플라스크가 제일 많이 나옵니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먼지가 많은 플라스크가 제일 많이 나옵니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먼지가 많은 거주지역이나 습기가 많은 저지대를 떠나 산으로 올라가든지, 또는 지하 깊숙이 내려가는 경우 입니다._ 파스퇴르, <자연발생설 비판>, p170


 그렇지만, 단순히 과학적 합리성 또는 실험이라는 방법만으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당대 학자들의 기준에서는 누구보다도 관찰과 사례를 중시했던 학자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를 과학적 합리주의라는 사상의 성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파스퇴르에게 프라스크와 가열시킬 수 있는 도구,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는 현미경 등이 없었다면, 그는 자연발생설을 과연 그처럼 비판할 수 있었을까? 반면, 같은 도구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주어졌더라도 그는 같은 주장을 했을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역사의 발전 단계에서 강조되어온 사상의 변화 만큼 도구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도구의 발전이 가져온 적절한 때(時)와 사상이 만났을 때 비로소 역사가 이루어짐을 파스퇴르의 <자연발생설 비판>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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