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와이엇에서 니콜로 변해가는(니콜은 본인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니콜은 이미 2살 때 아빠에게 나는 내 고추가 싫다고 울던 아이였으니) 과정에서 가족과 주변인들의 지지와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한 트랜스젠더를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 엄마인 켈리와 달리, 아빠인 웨인은 자식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적극적인 반대를 하진 않지만, 거부하고 외면하며 자신의 남성적인 취미에 몰두하지만, 점차 니콜을 딸로 받아들이고 종국에는 딸을 지지하는 공개적인 발언과 행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물론, 남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동안에도 인내하며 기다리고, 니콜이 니콜로 살 수 있도록 가장 큰 헌신을 한 사람은 엄마인 켈리다. 남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혼자 그 큰 짐을 떠 앉고 조용하게 투쟁해왔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2가지에 대해 생각이 많이 들었다.

 

외모로 패싱 된다는 것

MTF 트랜스젠더인 니콜은 예쁜 외모를 가졌다(책 앞쪽에 가족 사진이 여러 장 있는데 니콜은 어릴 때부터 무척 예쁘다). 그렇기에 여자아이 옷을 입으면 여자아이로 쉽게 패싱될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이 트랜스젠더로서 학교 내 여자화장실 이용 관련 재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변호사들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키나 덩치가 크거나 얼굴이 우락부락하고 구레나룻이 많은 등 소위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면 과연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 주변사람들에게 니콜처럼 쉽게(!) 받아들여졌을까? 자신의 젠더정체성에 맞는 외모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게이나 레즈비언 아니, 시스젠더라고 하더라도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에서 외모로 패싱된다는 것의 유불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의 그룹수업에는 가끔 남성이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 또 남성적인 외모를 가졌으나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호한 성별(!)의 사람도 다닌다. 그런 사람을 보며 외모로 성별을 판단하려는 기재가 작동한다.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려 한다. 이런 사고를 벗어날 수 있을까?

 

화장실 문제

시스젠더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트랜스젠더에게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화장실 이용이다. 성중립 화장실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자신의 젠더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이용이 가능한가? 니콜은 학교에서 여자친구들과 함께 여자화장실을 이용하였다. 그러다가 한 학부모(남학생의 할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남학생의 행동으로 인해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다른 학교였다면? 한국이었다면? 내가 그 학교의 학부모였다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니콜의 엄마 켈리의 세심한 노력으로 니콜은 그 남학생이 출현하기 전까지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그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의 학부모라면 어땠을까? 외모로 패싱되는 니콜이 문제가 아니라 남자(!)인 니콜도 가니 나도 여자화장실을 이용하겠다는 문제의 남학생이나 나도 니콜처럼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지만 젠더정체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남학생(!)이 여자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하는 경우라면? 이런 의심 자체가 트랜스포비아인가? 우리는 여전히 성소수자의 화장실 이용 문제는 공적/사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데(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안전하고 편안한 화장실 이용은 어떤 성별, 젠더를 막론하고 너무 중요한데.

 

이 책이 나온 후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LGBT에 대한 인식은 확장되었지만 전세계적으로 타자에 대한 혐오 또한 짙어진 세상, 특히, 역행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니콜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책의 내용적인 매력에 비해 이 책의 편집에 대해서는 불만이다. 오타와 오류가 많다. 특히, 초반부에.

쌍둥이 남매인 니콜과 조너스는 사실 켈리와 웨인 부부의 친자식이 아니다. 켈리의 친족으로부터 입양한 아이들이다. 첫 부분에는 니콜의 10대 사촌 여동생이 낳은 아이들이라고 언급되었다가 몇 페이지 뒤에는 켈리의 사촌의 딸, 즉 오촌 조카가 낳은 아이들이라고 언급된다. 원작자의 오류인지 모르겠지만 번역 과정에서 확인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외 초반부에 소소한 오타가 있어 책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트랜스젠더인 박한희 변호사의 책이 알라딘에서 북펀딩 중인 것을 알게 되어 펀딩에 참여했다. 나의 인식을 넓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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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해 생식기와 젠더정체성은 똑같지 않을 수 있다.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은 별개의 두 과정에 따른 결과로, 우리가 세상에 채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저마다 다양한 시기와 신경 경로를 통해 생겨난다. 두 과정 모두 호르몬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데, 보통은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한다. 반면 갖가지 생물학적 사건이 젠더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쳐 둘 사이의 불일치를 야기할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 뇌와 몸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아주상이한 관점에서 보여주는데, 특히 성과 젠더라는 측면에서두드러진다. 우리가 누구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판단하는것은 뇌의 작용이지만, 우리가 태어날 때 어떤 외모를 갖는지, 사춘기에 어떻게 발달하는지, 누구에게 끌리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남성인지 여성인지, 혹은 그 사이에 있는 무엇인지)은 다양한 성장 및 활동 패턴을 가진 뇌세포군에 내재돼 있다. 젠더정체성이란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이자 성호르몬과 두뇌 발달의 상호 영향에 따른 작용이다. 이는 자궁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과정이기에 갖가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P147

성은 단일 요인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 차라리 성을 결정하는 것은 하나의 체계 자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여타의 체계에서처럼 미미한 변화나 개입만으로도 비이분법적인(non-binary) 결과, 즉 완전히 남성이지도 완전히 여성이지도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브라운대학교에서 젠더를 연구하는 앤 파우스토스털링에 따르면, 신생아 100명 중 한 명은 여성과 남성의 표준과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태어난다. 과거에는 이런 상태로 태어난 이를 헤르마프로디테(암수한몸, hermaphrodite)라고 칭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신생아약 200명 중 한 명이 매우 이례적인 생식기를 갖고 태어나며이로 인해 성분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다고 추정한다. - P149

몸과 정신의 불일치는 복잡한 육체적 소외의 근원이 된다. 시스젠더들도 제 몸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고, 몸에 - P155

변화를 주거나 더 나은 몸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몸이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는다. 이런 식의 앎은 무척 내밀한 것이어서 대체로 잠재의식에 남아 있다. 이 신체적 자아의 문제에 있어 트랜스젠더는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모든 의식적 호흡을 자신의 진면모에 대한 부정(否定)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몸은 자아 관념 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관념과 불화하는 것이다. 몸은 우리가 물질세계를 살아가도록 지탱해주지만, 트랜스젠더들은 바로 그런 몸과 필연적으로 소원한 관계에 있다. 심리상담이나 행동 조절로 이 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이런 소외에서 벗어날 유일한방법은 몸과 정신을 일치시키는 것뿐이다. - P156

젠더정체성이 생식기관이 아닌 뇌에 따라 결정된다는 증거를 더 찾고자 한다면, 음경암 때문에 생식기를 제거해야 했던 남성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남성의 60퍼센트는 생식기가 있던 부위에 사지를 잃은 이들과유사한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자의에 의해 남성 생식기를 제거하고 이를 질과 음핵으로 대체하는 성별확정수술을 받은이들 중에서 이른바 ‘환경‘증후군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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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까지도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권리를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았고, 트랜스젠ㄷ 권리에 대한 옹호도 주로 법률 문서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즈음미 국무부는 트랜스젠더에게 여권을 발급할 때 성별확정수술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를 요청하고 있었고, 마흔일곱 개 주에서는 트랜스젠더에게 출생증명서를 새로 발급할 때 성별확정수술 증명을 요건에 포함했다. 심지어 세 개 주(아이다호, 오하이오, 테네시)에서는 성별확정 근거가 있어도 출생증명서를일절 수정하지 못하게 했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에 관한 연구는 풍부했지만,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이들에 관한 연구는 미흡했다. 실은 아무리 익명을 보장해도아무도 트랜스젠더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연구는 불가능에가까웠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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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앞에는 거대한 적이 있고 뒤에는 무력한 임금이 있다. 앞에 적이 있어 임금은 나를 죽일 수 없고 뒤에 임금이 있어 나는 나를 살릴 수 없다. 죽음, 오로지 죽음 만을 선택할 수 있다. 죽을 자리와 시간을 가늠하며 승리가 아닌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칼의 울음.
2007년에 읽었단다. 전혀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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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E. B. 듀보이스 <흑인의 영혼>

모든 이가 존엄과 자존,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원한다. 하지만 듀보이스는 피부색(또는 성적 지향이나 젠더) 때문에 인류 공동체에서 소외된 이들이 가야 할 길이 훨씬 험난하다는 현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소외된 자, 차별받는 자, 사회부적응자들은 가장 정중한 사회 구성원마저 던지는 무언의질문 하나를 감내해야 한다.
"골칫거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요?" - P20

켈리가 읽은 바에 따르면, 젠더는 스스로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대한 믿음이다. 또 젠더는 선천적인 것으로, 사람들은 본인의 젠더를 딱히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젠더로 오인받는 게 아니라면 자기 젠더를 타인에게 밝힐 필요도 없다. 켈리는 자신이 어릴 적에 이렇게 자의식적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 P58

켈리도 내심 와이엇의 행동과 감정을 의학적으로 설명할방법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었다. 이 같은 기대는 너무나 뿌리깊고 단단했다. 그래서 켈리는 와이엇이 원하는 장난감을 마음껏 고를 수 있도록 방임함으로써 자신이 올바른 양육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때조차 이런 생각을 서둘러 떨쳐버리려 했다. 와이엇은 정신장애가 있지도, 아프지도, 기이하지도 않았고, 괴물도 아니었다. 와이엇이 남자아이로서 행복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므로 켈리가 할 일은 와이엇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도움이나 확신, 혹은 그 무엇이라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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