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이유가 궁금하여 도서관 예약 후 몇 달 만에 읽었다. 읽었지만 여전히 왜 역주행 중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차라리 작가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라면 이해가 될지도.인생을 주체적인 마인드로 살고자하는 안진진이지만 그래봤자 이 남자 아니면 저 남자,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가 선택의 후보이며 다른 선택의 여지를 고려하지도 못하는데 요즘 사람들에게 먹힌단 말인가. 아니면 예전 사람들이 다시 읽는 것인가. 왜지? 인생에 대한 아포리즘적 문장들 때문인가?극단적으로 대립적인 두 인물들 - 이모와 엄마, 이모부와 아버지, 사촌들과 남동생, 나영규와 김장우 - 의 상황과 성격 간의 간극을 통해 안진진이 처한 현실과 선택을 보여준다. 나는 안진진의 선택이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 지극한 현실주의자로서 솔직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 아닌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 버전으로 말한다면 결혼은 A와 연애는 B와.책을 읽으며 나의 엄마와 이모들의 삶도 오버랩되었다. 서열에 따라 순번대로 던져진 무작위적인 주사위의 결과로 인해 달라지는 그 이후 인생의 경로들. 이것이 모순인가. 이것이 슬프게도 현실이겠지.
홍석환인위적 숲가꾸기 정책은 식생뿐 아니라 토양수분 보존력, 미기후 조절 기능, 동식물 서식환경 등 숲의 다양한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결국우리가 선택한 정책으로 인해, 활엽수림으로 바뀌었어야 할 산림이 오히려 ‘불쏘시개‘로 가득한 소나무 단순림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매년 마주하고 있는 대형산불의 핵심 원인이며, 이것은 자연을 ‘관리‘라는 이름으로 황폐화한 대표적 그린워싱 사례이다. - P30
조은미여의도샛강생태공원의 반전1997년에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여의도역, 샛강역, 신길역, 대방역에서만도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한강의 물줄기가 사이로 흘러 샛강이라는 이름을 가진이곳은 23만 평의 습지공원이고 거대 공유지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다른 한강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시설과 기초환경을 관리하는 곳이기도 하다.한강조합이 샛강에서 보낸 6년여는 반전의 시간이었다. 샛강을 가꾸고 즐기는 일을 하는 동안, 강에는 멸종위기종 1급 수달과 됭경모치 같은보호종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숲은 원시자연이 살아있는 숲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샛강을 찾은 시민들은 한결같이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거나, 여의도 주민조차 "우범지대 같아서 안 왔는데 와보고 놀랐다"는 말을 한다. 샛강의 깊고 아름다운 숲길을 매일같이 걷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어느새 샛강을 집이자 고향으로 삼고 살아간다. 한강조합은 샛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대하려고 해왔다. 겨울에는 큰 들통에 보리차를 끓여 오가는 분들이 편하게드시게 한다. 맨발걷기를 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직접 세족장을 만들었다. 음식이 생기면 누구라도 같이 나눈다. 프로그램, 교육, 자원봉사를하러 오는 분들에게는 항상 미소 어린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 P39
전강수19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한 사회개혁가이자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1839-1897)는 불후의 명저 <진보와 빈곤>에서 "국민에 의한 정부가 최악·최저질의 전제정부로 변화하는 현상은 부의 불평등 분배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533쪽)라고 했다. 그는 또 "국민에 의한 정부는 자유라는 실질이 가장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형식" (531쪽)이라며 형식적 민주주의는 간단히 전제체제로 변할 수있다고도 했다. "전제체제가 국민의 이름으로 그리고 국민의 힘에 의해진전되기 때문이다"(531쪽). 불평등이 심해지면 민주주의의 형식적 틀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때보다도 민주주의는 오히려 더쉽게 전제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 P69
어릴 때부터 나는 힘든 일이 생기면 책을 읽고 알아보고 공부하고 문헌을 찾아보라고 배웠다. 정보가 통제력이라고. 비애는 사람이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보편적인데도, 비애를 다루는 글은 놀라울 정도로적은 듯했다. 일단 C. S. 루이스가 아내를 잃고 쓴 일기형식의 글인 헤아려 본 슬픔이 있다. 소설에서도 이따금 관련 구절을 맞닥뜨리곤 했다. 예를 들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헤르만 카스토르프가 아내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묘사되어 있다. ‘그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내면으로 침잠했다.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사업상의 실수를 저질렀고, 그래서 카스토르프 집안이 대를 이어 경영해 오던 회사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떠안았다. 그러다 이듬해 봄, 그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부둣가에서 창고를점검하다가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심장은 고열을 견디지 못했으며, 하이데킨트 박사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닷새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 P60
아직 다시 집중해서 일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집을 정리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해치우고 읽지 않은 우편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이제야 비로소 애도의 과정을 시작하게 된 거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그전까지는 슬퍼하기만 했을 뿐 애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중해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마땅히 주의를 기 - P192
울여야 할 것에 관심을 끊거나 생각을 몰아내고 하루하루의 위기를 버텨낼 아드레날린을 새로 끌어 올려야만 할 시급한 이유가 있었다. 한 계절 동안 내가 제대로 들은 유일한 말은 녹음된 음성이었다. "U-C-L-A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