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인공 위탁모

배아에 여느 세포덩어리 이상의 가치가 없다거나 반대로 배아가 신성하다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연구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은 간단해질 것이다. 하지만 생명의 시작 시점에 대한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배아 연구에 대한 규제는 아마 우리가 만드는 법과지침에 감정이 반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일지 모른다. 여러분이라면 사람들의 관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을 어떻게 규제하겠는가? (나를 포함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세포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임신 초기에 나는 메스껍고 피곤한증상을 느꼈지만, 내 안의 배아가 아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이 증상에 의미를 부여했다. 배아가처음부터 내 몸이 아닌 배양접시 위에 있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용도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그저 연구용이라면 이에 다른생각을 덧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세포 조직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신을 시도하려고 기르는 착상용 배아라면 강한 애착을 느꼈을 수도 있다. 불임 때문에어려움을 겪고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부모가 되기 위해 상당한신체적·정서적 난관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아주 중요하다. 실험실에서 배아를 배양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세포들을 - P63

연구하는 일이 불임에 대해 더 잘 알고 향후 유산과 선천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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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forget about beer. And forget about the sun. Forget about the wind. Forget about the article I have to write. Just focus on moving my feet forward, one afterthe other. That‘s the only thing that matters. - P64

This was my first-ever experience running (nearly) twenty-six miles. And, happily, it was the last time I everhad to run twenty-six miles in such grueling conditions. In December of the same year I ran the HonoluluMarathon in a fairly decent time. Hawaii was hot, butnothing compared to Athens. So Honolulu was my firstofficial full marathon. Ever since then it‘s been my prac-tice to run one full marathon a year.
Rereading the article I wrote at the time of this run inGreece, I‘ve discovered that after twenty-some years, and as many marathons later, the feelings I have when Irun twenty-six miles are the same as back then. Evennow, whenever I run a marathon my mind goes throughthe same exact process. Up to nineteen miles I‘m sure Ican run a good time, but past twenty-two miles I run outof fuel and start to get upset at everything. And at the - P67

end I feel like a car that‘s run out of gas. But after I finishand some time has passed, I forget all the pain and mis-ery and am already planning how I can run an even bet-ter time in the next race. The funny thing is, no matterhow much experience I have under my belt, no matterhow old I get, it‘s all just a repeat of what came before.
I think certain types of processes don‘t allow for anyvariation. If you have to be part of that process, all youcan do is transform-or perhaps distort-yourselfthrough that persistent repetition, and make that pro-cess a part of your own personality.
Whew!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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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장 온실, 화초, 인공자궁

이를테면 일부 변호사와 법학자들은 이 기술이 개발되면 필연적으로 재생산권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수십 년간 주장해왔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한 변호사는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서 태아를 추출하여 체외발생 방식으로계속해서 키우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될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며말했다.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하려는 사람에게서 강제로 태아를 적출하고 기계를 통해 세상에 나오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인데, 그야말로 잔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반페미니즘적발상이다. 2017년 최초로 부분 인공자궁이 동물실험에서 성공했다는 발표 이후 법학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다시 내놓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이런 주장을 먼 과거의 유물이라고 치부했을지도모른다. 2018년 나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학술집담회에 앉아 이전도유망한 혁신으로 인해 머지않아 임신중지를 금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떤 생명윤리학자의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런주장이 염려되는 이유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기본적인 임신중지 서비스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책의 최종 원고를 완성하고 불과 몇 개월 후였던 2022년 4월, 미국 대법원은 1973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옹호해 - P26

온 로우 대 웨이드Roev. Wade 판결을 뒤집었다. 이 판결은 임신중지를반대하는 주에서는 임신한 사람들이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이어가야하거나, 부당한 법을 무릅쓰고 임신을 종결함으로써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임신을 지속할지 아니면종료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세상에서 인공자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재생산권 전경을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수십 년 동안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와 접근성이 모두 침해당한끝에 뒤따른 결과였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방심하거나 진보의방향이 언제나 앞으로 향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냉혹하게 일깨워준다. 퇴행적인 정치인들은 신기술을 이용하여 인권을 침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도 재생산에관련된 자기 삶을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는세상 대신, 임신중지가 보편적으로 금지되고 사람들이 자기 의지에 반해 유전적 자녀를 임신하도록 강요받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할까? - P27

바이오백 연구자들이 받은 질문에서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자궁이라고 하면 <멋진 신세계>를 떠올린다. 그런데 공상과학 판타지 장르에서 체외발생의 미래를 다루고 있는 다소 덜 알려진 작품이 있다. 바로 마지 피어시MargePiercy가 1976년 발표한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 on the Edgeof Time>인데, 여기서 인공자궁은 권한을 부여하는 도구이다. 즉 이기술은 어머니가 임신의 시련과 출산의 고통을 혼자 짊어져야 하고, 이후에도 한평생 자녀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부 책임져야 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이다. 피어가 상상한 계급과성별이 없는 사회에서는 아기를 체외발생으로 임신하고 온 공동체의 도움을 받으며 책임 있게 ‘보살펴 줄‘ 세 명의 부모를 성별과 무관하게 배정한다. 임신 책임이 오직 한 사람에게 있지 않으므로 누구에게나 태어난 아기를 돌볼 책임이 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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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보행을 위한 모임들, 통행을 위한 투쟁들

마이클 코언이 뮤어에 관해서 쓴 책 『나지 않은 길: 존 뮤어와 미국의 황무지 (The Pathless Way:John Muir and the American Wilderness)』에도 그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오지 취향은 문화적으로 결정되는 특권, 곧 미국인 중에서 안락한 계급의부모를 가진 사람들이라야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사실을 직접 깨닫게된 일이 우리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런저런 야외 활동들을 통해 유토피아적 공동체 감각을 기를 수 있으려면, 이미 어떤 기본 가치들에 동의하는긴밀한 집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시에라 클럽과 기타 단체들은 그런유의 경험을 매개하는 데 더 유리한 ‘도심 원정‘을 후원해왔다.) 우리 셋은 산등성이를 내려오는 길에 등산로에서 벗어나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했다. 검은절벽 아래 숨어 있는 탓에 더 깊어 보이는 작은 호수 근처를 거닐기도 하고, 녹색 달래가 촘촘히 자라고 진홍색 인디언 붓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는 질척질척한 습지를 조심스럽게 지나서 블러디 캐니언을 굽어보는 바람 부는 비탈까지 가보기도 했다. - P253

귀족들의 정원에서 시작된 취향의 일종이 사유재산이라는 절대적권리 내지 특권에 대한 공격으로 끝난다는 것은 시골 땅을 걸은 역사의위대한 아이러니(혹은 권선징악)이다. 보행 문화가 시작된 장소였던 정원과사유지 공원은 폐쇄된 공간(많은 경우 담장이 세워져 있거나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 극소수의 특권층에게만 개방되어 있는 공간, 경우에 따라 인클로저로 점유된토지에 조성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원이 만들어진 과정에는민주주의의 원리가 내재해 있다. 첫째, 나무들과 물과 땅이 기하학적 형태를 강요받는 대신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펼칠 수 있고, 둘째, 담장이 없어지는 등 공간의 격식이 점점 사라졌고, 셋째, 공간의 격식이사라짐에 따라 점점 자유로운 보행 경험이 가능해졌다. 자연 속을 걷고싶어 하는 취향이 확산되면서, 정원을 거닐던 귀족의 후손들은 이런 정원에 내재된 원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영국 땅 전체가보행자들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 P272

보행을 위해 단체를 조직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는 이상하다. 실제로 보행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자주 언급하는 독립, 고독, 자유는 조직과통솔이 없는 데서 온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즐거움을 얻으려면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자유로운 시간, 자유롭게 걸을 장소, 질병이나 사회적 속박에서 자유로운 육체가 그것이다. 이 기본적 자유는 무수한 투쟁의 목적이 되어왔다. 힘든 투쟁을 통해서 자유로운 시간(8시간, 또는 10시간 노동, 그리고 이어서 주 5일 노동)을 쟁취해낸 노동자 단체들이, 그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유롭게 걸을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이 장에서는 오직 자연과 시골 공간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주로 다루었지만,
도심의 공원 조성과 관련해서도 풍요로운 역사가 있다. 예컨대 센트럴 파크는 뉴욕을 떠날 만한 여유가 없는 도심 주민에게 전원의 미덕을 선사한다는 민주적·낭만적 기획이었다. 한편 자유로운 육체는 자유로운 시간이나 자유롭게 걸을 장소에 비해서 미묘한 주제다. 초창기 시에라 클럽에서 샤프롱을 동반하지 않은 여자들이 반바지를 입고 등산을 하거나 솔가지를 모아 침대로 삼았듯, 캘리포니아에서는 육체의 자유를 위해 걸었다기보다 걸음으로써 육체가 자유로워졌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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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역사가 산으로 간다: 등산 문학

산 정상에 오르는 등반의 매력도 언어적 비유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영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들은 높은 것 또는 높이 올라가는 것을 권세 또는 미덕과연결시킨다. 행복의 절정(on top of the world), 능력의 최고조(at the height ofone‘s ability), 상승가도(on the way up), 영혼 고양 체험(peak experience), 경력의 절정기(peak of a career), 출세(rising and moving up in the world), 출세주의자(social climber), 신분 상승(upward mobility), 고결한 성자와 저열한 악당(high-minded saints and lowly rascals), 상류층과 하류층 (the upper and the lowerclasses)이 그런 예다. 기독교적 우주관에서 천국은 위에 있고 지옥은 밑에있으며, 단테가 그리는 연옥은 원뿔 모양의 산이다 - P224

소로도 그 점에 주목했다.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은 그 모습을 바꾼다. 산의 형태는 오직 하나뿐이지만, 산의 모습은 무한히 많다." 산의 형태를 포착하려면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일본의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北)의 유명한 판화 연작 「후가쿠 36경(三十六景)」을 보면, 서른여섯 장 중 서른다섯 장에는 후지 산이 가까이에 크게 나오든 멀리 작게나오든 완벽한 원뿔형으로 나온다. 후지 산의 익숙한 형태가 도시와 길과 땅과 바다에 방향성과 연속성을 부여하면서 장면에 통일성을 주는 그림들이다. 나머지 한 장은 참배자들이 후지 산을 올라가는 그림인데, 여기서는 그 통일성을 부여하던 형상이 사라진다. 좋아보이면 가까이 가게되지만 가까이 가면 좋아보였던 모습이 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을 맞추려고 얼굴을 가까이 대면 그 사람의 얼굴이 한눈에 보이지 않게된다. 호쿠사이의 후지 산 참배자들 판화에서도 매끄러운 원뿔형이던 후지산은 발에 밟히는 험한 바위가 되어 하늘을 가려버린다. 산의 객관적형태가 주관적 경험 속으로 흩어지면서 산에 올라간다는 것의 의미도 함께 흩어지는 것 같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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