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농업,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일까_송원규

기후·먹거리 · 지역이 모두 위기에 빠진 복합위기의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대부분이 불안함, 무력감, 우울 그리고 인류의욕심이 지구적 위기를 불러왔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기후우울증‘을겪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세계 인구 증가, (농업) 투입재 및 에너지비용 증가, 토양 및 수질 악화라는 악재들까지 더해지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과 안정적 식량공급까지 보장하는 첨단 기술이 있다는 선전은 큰 기대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관련 정책들이 앞다투어 수립되고 시행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P150

기술을 개발한 기업과 이를 이용하는 농민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가생겨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바로 미국 기업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이다. 존디어는 트랙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디지털 지식재산권을 그들이 소유하고 있다는사실을 근거로 삼아서, 농민들이 트랙터를 직접 수리하거나 혹은 다른 - P152

농기계 수리점에서 수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만들었다. 농민은 트랙터 사용을 위한 일종의 ‘라이선스‘를 구입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불편이 있더라도 존디어 회사의 서비스를 맹목적으로 기다려야 하며, 회사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농기계를 원격으로 비활성화하거나 사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

첨단 기술은 글로벌 농식품체계의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는가
위의 이야기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이 가져올 기업-농민 간, 농민-농민 간의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상상해보기 위한 단편적 사례에 불과하다. 지구적 위기 시대에 첨단 기술이 인류와 농민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지에 집중해 홍보하는 산업계의 서사에 대항해서, 실제로 영농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기업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이면의 이야기를 시사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에 대한 관심과 적용이 증대하면서 그에 따라서 농장 데이터의 부당한 수집과 활용,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한 이윤추구, 특정 기업의 서비스 및 투입재에 의존하는 영농방식의 강화, 관련 시장의 선점 등 다양한 문제 역시 구체적인사례들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 P153

무엇을 위한 ‘친환경농업’인가_유병덕

어느새 ‘환경농업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농약이 검출되지않는‘ 친환경농산물은 화학물질의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심이라는 가치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그 시절 우리 사회는 ‘소비자는 왕‘이라는 마케팅용 속담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먹을거리에 불안한 소비자는 안심을 구입하고 싶었고, 친환경농업은 ‘안전한 농산물‘의브랜드로서 소비자 왕을 만족시킴으로써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농업환경을 보전하겠다는 본래 목적보다 소비자가 희망하는 ‘케미컬프리(chemical free)‘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그렇게 ‘친환경농업‘이 육성되었다. - P161

유기농업을 핍박하는 친환경 인증제도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은 6%이다. 혹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검출되냐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74% 검출되 - P164

는 관행 농산물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과다. 평가는 상대적이어야 한다.
유기농업의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연합의 유기농산물 잔류농약검출 비율도 14%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유기농산물은 23%로우리의 거의 4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이 세계 1등 수준으로 낮으니, 좋은 일일까? ‘불검출‘을 추구하는 정부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합리적 제도 운용으로 얻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농부들의 눈물 없이는 불가능하다. - P165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빈도가 관행 농산물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말했는데,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검출된잔류농약 성분의 농도이다. 친환경농산물이 완벽하게 잔류농약 ‘불검출‘이 되기는 어렵다. 즉 평균 검출 농도가 0.000ppm보다는 크다. 하지만 관행농산물의 평균 농도 0.134ppm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작다. 생명체가 변화의 충격에 대항하여 항상성을 갖기 위한 생체질서의 복원체계인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잔류농약 농도는 비정상적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대단히 낮다. 다시 상기하자. 이 정도 성과는 농민의 눈물이 없이 불가능하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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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ucky Baseball Bat: 50th Anniversary Commemorative Edition (Paperback, 50, Anniversary)
Matt Christopher / Little Brown & Co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결론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Bat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건 네 실력이야.
가볍게 야구용어 익히기 좋다. 이참에 집에 있는 야구 관련 영어책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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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

그러나 결혼으로의 입장도, 이로부터의 퇴장도, 사회학자들의 관련 연구도 결혼이라는 제도와 그 기능, 그 존재 여부를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결혼은 분명 제도다. 그렇다면 이혼도 그러하다. 이 제도는 규칙을 따르며, 법전화되었고, 사회적인 규범과 형법상의 통제 대상이다. 그리고 이혼은결혼이라는 제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미국 영화‘를 보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나라에서 주된 이혼 동기가 무엇이 - P99

냐고 묻는 여자 주인공에게 변호사는 ‘결혼‘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혼의 필수적인 조건(그리고 영화 속 농담에 따르면 충분조건)그 이상인 결혼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혼과 반대되지 않는다. - P100

결론을 내리자면, 이러한 노동의 무가치성은 결혼 관계로 인해 제도적으로 발생하며, 결혼 계약은 곧 노동 계약이다. 더구체적으로는 가장인 남편이 가정 내에서일어나는 노동 전체를 전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남편은 가내공업이나 상업의경우처럼 모든 노동을 마치 자신의 소유인양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된다. 이와 반대로 아내의 노동은 시장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노동력이 남편에 의해서 전유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혼 여성 가운데 삼분의 일가량은 가정 밖에서도 일을 한다. 이는 산업 생산과 이에 따른 임금노동이 - P104

확대되고 가정 내 생산, 가내공업, 상업 활동이 줄어드는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 시장에서의)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이 가정 바깥에서 임금노동의 양태로 이루어지게 되고남성이 가내에서 생산한 상품이 아닌 자신의 노동력을 팔게 되면, 여성의 무료 노동은더는 상품 생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경우여성의 노동은 자가소비를 위한 생산, 즉 가정내 서비스와 아동 양육에 활용된다. - P105

아내가 밖에서 일을 할 때 남편의 허가를 내아야 하는 법이 1965년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들은 남편의 동의가있을 때 그리고 남편이 아내를 계속해서 필요로 하지 않을 때만 일을 한다. 남편의 허가가 필수라는 형태로 법률상에 규정되어 있었다가 사라진 노동력 완전 전유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가사노동 ‘의무‘는 법조문 어디에도 그 자체로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집안일‘에 대한 여성의 기여는 일종의 현물 지급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만약 지참금도 수입도 없는 여성이 이 의무를 위반한다면 결혼이라는 계약에서 부정적으로-이 - P107

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기재되고 제재를받을 수 있다. 이혼은 그 제재 중 하나다. - P108

결혼이 여성 착취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여성들이 결혼해야 한다는압박을 받는다는 사실 역시 사유해보아야 한다. 이 압박은 물론 문화적, 관계-정동적, 물질-경제적 측면의 다양한 방면에서 작용한다. 이중 마지막 측면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관적으로물질-경제적 압박을 가장 중요하게 느끼지않는다 해도, 이러한 압력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독신 상태일 때와 혼인 상태일 때 여성이 도달할 수 있는 생활 수준의 간극을 비교함으로써 측정이 가능하다. 이때 우리는 - P109

모순을 맞닥뜨리게 된다. 한편으로 결혼은 제도적인 여성 착취의 공간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착취 때문에, 그들의 잠재적인 상황(기혼 여성뿐 아닌 모든 여성의 상황에 해당한다)이 너무나 열악한 나머지 여성들에게 결혼이 경제적으로 그나마 가장 나은 경력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상황이나 잠재적인 상황이 열악하여 뒤이은 혼인 상태는 이를 더욱 악화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결혼의 필요성이 강화된다. 경제적 압력, 달리 말해 잠재적인 독신의 삶과 결혼한 삶의 생활 수준 사이에 존재하는격차는 계속해서 커질 뿐이다. - P140

이를 통해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다. 결혼한 동안에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동 양육은 여성의 ‘무상‘ 노동으로 이루어지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결혼 기간에는 남편이 단독으로 혹은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졌던 재정적 부양이 이혼하면서는 전부 (혹은 대부분) 여성의몫으로 돌아간다. - P121

이 같은 관점에서, 결혼과 이혼 간의관계는 처음에 말했던 바와 약간 달라진다. 사실상 남편에 의한 여성 노동력의 전유는 결혼이 끝날 때-남편이 아동과 그 부양의 - P128

수혜자로 남는지 아닌지에 따라 부분적으로혹은 완전히 끝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혼 안에는 결혼이 지속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동 양육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이혼 상황은 여성들에게 재혼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동기로 작동한다. - P129

이 글이 보여주는 혹은 보여주고자 시도하는 것은, 부부뿐 아니라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서 전사회적이고 비정치적이며 ‘생물학적‘이고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여겨지는 어머니-자식 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착취를 기반으로 하며 또 이를 실현하는관계라는 점이다. 이 이데올로기가 은폐하는 정치적 현실을 폭로하고 따라서 그 목적을 밝히는 분석은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필요 - P134

성을 이해하고, ‘어머니와 아이‘의 이미지가번성하고 외적으로 혹은 내재화를 통해 어디든 존재하게 되는 동력을 설명할 수 있도록한다. 이러한 분석은 이 이데올로기를 짜깁기하고 채색하려는 모든 시도를 드러내고, 함정-이 함정은 외부의 프로파간다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의무를 내재화함으로써발생하는 죄책감과 향수에서 비롯한다-을 비켜갈 가능성을 만들어낼 것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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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5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도화된 수렁들 읽고 있는데 크리스틴 델피 이번에 네 권중 이 책이 가장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4-04-25 19:43   좋아요 0 | URL
저는 3권요!! 4권은 앞 부분 사회학적 분석에 살짝 어려웠고요.
 

어제 폴스타프님이 올리신 인생네권 갑자기 뜬금없다 했는데 이벤트였군요 ㅋㅋㅋ

알라딘 이벤트 잘 확인하지 않아서...

오늘 생각나는 인생네권은 이거다.

인생이란 늘 변화하는 것이니. 내일의 인생네권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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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4 10: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해보고 싶은데 ㅋㅋ 저 박스는 어케 만드는지 모르겠으니 그냥 선정해볼까봐요 ㅋㅋ 그런데 두 권은 결정했는데 두 권은 결정을 못해가지고 ㅋㅋㅋㅋㅋ

라파엘 2024-04-24 10:44   좋아요 3 | URL
이벤트 주소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65210&idx=1#dw

햇살과함께 2024-04-24 10:53   좋아요 3 | URL
친절한 라파엘님이 링크해 주셨네요. ㅎㅎ
알라딘이 알아서 만들어 줍니다. 다락방님은 책만 고르시면 된다는!

다락방 2024-04-24 11:01   좋아요 2 | URL
라파엘 님의 도움에 힘입어 완성했습니다. 만세!

서곡 2024-04-24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가 있네요 힙합니다~~~

햇살과함께 2024-04-24 10:57   좋아요 3 | URL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저의 최애 문장입니다. 저의 10대 때 감성을 자극한 ㅋㅋㅋ
그러나 현실에서는 비누 냄새 맡지 못하는 후각 둔감한 사람입니다...

미미 2024-04-24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생책이 너무 많아서 네권을 고르지 못할 것 같은데 만약 꼭 골라야 한다면 <코스모스>는 넣겠습니다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4-24 12:42   좋아요 1 | URL
코스모스 반갑네요~
미미님 궁금합니다. 세 권 더 골라주세요!

망고 2024-04-24 1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 빼고 다 읽었어요 기쁘당😆 코스모스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햇살과함께님의 인생네권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4-24 12:46   좋아요 1 | URL
저는 망고님 인생네권 중 토지만 읽었어요(솔직히 4부까지 읽고 5부는 읽지 않아 언젠가 다시 읽어야 하지만^^).
코스모스 강추합니다. 저도 한 번 밖에 읽지 않아서 다시 읽어야 합니다. 원서로도 읽어야 하고요!(언제??)

Falstaff 2024-04-24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강신재가.... ^^

햇살과함께 2024-04-24 19: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10대 갬성 깨우는^^

새파랑 2024-04-2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한장르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있는 선택 이군요~!! 젊은 느티나무 너무 좋습니다 10대 감성이군요 ㅋ

햇살과함께 2024-04-24 22:43   좋아요 1 | URL
좋죠 너무 좋아요~ 또 읽고 싶네요~ 눈물나는 단편입니다 10대 때 읽은 책을 마주하면 10대가 됩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5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방에서는 강신재를 담아갑니다. 10대로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들었어요. 마법의 순간 드디어 찾아오나요?!? @@

햇살과함께 2024-04-25 07: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10대 때 읽었어야 마법에 걸려요 읽으셨죠??
 

대물림
신분과 계급의 구분의 모호성
능력주의와 교육
재산 상속과 지위의 대물림
고유한 지위 없음
비-소지자, 비계승자

유산 상속: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그러나 대물림이라는 행위 자체는 이상하리만치 어디서도 연구되지 않는다. 연구의 스펙트럼 가운데 한쪽 끝은 특정한 사회적 집단(특히 ‘원시‘ 사회)에서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매우 자세하게 다룬다. 친족 중 누가 상속권자인지나 친족 간 상속의결과, 양태, 의식 등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물림이 어느 정도까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지, 어떻게 해서 느슨해지거나 결국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지를 연구한다.
그러나 대물림이 ‘무엇‘이냐는 핵심 질문은 거의 건드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 P10

사회의 연속성이 곧 그 존재를 규정하고 그 존재가 추상적이라고 할 때,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개인이 점유한 위치가 해당위치를 점유한 개인을 앞선다. 사회는 따라서 개인의 총체이기 이전에 위치의 총체다.
구체적인 집단이기 이전에 하나의 구조다. 구조 내에는 구조보다 한정적인 집단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 위치 간의 관계, 따라서 개인간의 관계가 조직되어 있다. 구조의 실제적인 구성 요소는 매개가 되는 집단이지 개인의 위치가 아니다. 그리고 이 집단 내에서 개인의 위치가 실현된다. - P14

이 질문은 여태까지 대물림이 연구대상으로 사유되지 않았던 문제의 핵심이며, 더 나아가서는 세대 영입이라는 사회 문제를 둘러싼 사회학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의 감추어진 토대이기도 하다. ‘누가‘ ‘어떤‘
집단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 P29

이미 보았듯이 민주화의 정도에 대한이론적이고 정치적인 논의는 오직 세대 영입의 방식만을 언급한다. ‘기회의 평등‘은 출생 배경이 특정한 기능, 사회적 위치, 집단에접근하는 데 끼치는 영향을 배격한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대물림의 정당성은 그 행위 자체로가 아니라부분적으로만 문제가 된다. 즉, 대물림의 원칙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대물림이 관여하면 안 되는 영역 혹은 절차를 정함으로써 그행위를 한정하는 것이다. 이는 암묵적으로대물림이 정당하게 작동할 수 있는 영역을지정하는 역할을 한다. - P33

여기에서 대물림 외부의 체계란 바로 교육이다. 이 연구는 흔히 계급 체계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체계 자체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주장이 결국 어디로 수렴하겠는가? 이 주장은 출생 배경과 관련된요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즉, 이 능력주의적 체계 내부에서도 상류층 문화와 대학 문화의 수렴을 수단으로 하여 대물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 P34

그러나 문화와 재산이라는 두 영역이자 절차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오늘날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완전히 정당했던 관행을 경악과 공포를 담아 바라보곤 한다. 예를 들어서 행정직혹은 사법직을 매수하는 일이 그렇다. 이는 ‘돈의 힘‘이 사회 외적인 질서에 속하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오히려 각 시점과 각 시대에 경제력으로구입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의하는 건바로 사회다. 직위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물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아버지가 법관이었다는 이유로 아들이 법관이 되는 일은 불공정하다고 치부된다. 이 판단은 해당 직책에의 접근이 개인이 증명한 직책 수행능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 P41

그러나 이 철학은 정말로 우리 사회의 기능을 지탱하는 원칙이 맞는가? 먼 과거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장관직은 매수되고 대물림된다. - P42

구제도에서는 법관이 되고자 할 때 개인 재산을 필요로 했다. 직업이 어떤 접근 체계에 속하느냐는 직업의 성질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특정한 직업을 매수 가능한 영역과 대물림되는 영역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에 특정한 직업이 사실상 재산을 요하기 때문에 대물림된다고 보는 것 역시도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재산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사회가 그 대물림을 금지하지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와 상속이 결합한 많은 타협안이 등장하긴 했지만 말이다. 가령 전문직은 자본과 학위를 동시에 요구한다.) - P44

그러나 대물림을 연구한다면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일부만 취하거나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토록 자명한 과제는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살펴볼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물림의 어떤 측면 혹은 함의가 자체적인 맥락에서 임의적으로 추출되었는지, 어떻게 그 부분들이 대물림 전체에 해당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는지를 살필 것이다. - P55

우선, 대물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상을 그 계승자만으로 한정하고 비계승자를무시할 수는 없다. 계승자의 존재는 비계승자의 존재를 함축하고 있다. 대물림은 이상보적인 두 위치의 합으로, 하나는 다른 하나없이 존재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물림은이 두 위치를 만들고 그 차이를 만드는 움직임즉 차별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아이가 비계승자가 되는 건 아버지의 경작지 전체를 그들 중 한 명이 계승하기 위해 치르는 가장 구체적이고 경제적인 의미의 대가다. 상속의 평등 혹은 비-평등 여부는 아버지의 위치를 계승하지 못한 이들에게 분 - P71

명 매우 다른 상황을 초래하며, 이는 계승의일관성이라는 상수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아니라 바로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우리는 아버지가 점한 고유의 위치가 한 아들에게만 온전히 상속되고, 공동체에 남아있는 형제들은 ‘자영농‘이라는 명목상 농부의 지위를 가지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베아른 체계 공동체에서는 비계승자 개인들의 상황이 매우 달라진다. - P72

이 상태가 이들의 지위를 정의하고 구성하며, 그 지위는 바로 ‘고유한 지위 없음‘이라 말할 수 있다. - P78

대물림과 계급 내부의 구성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한 상황, 남편과 아내가 처한 상황을 일반 사회학에서는 ‘성의 범주‘라 부르고 가족사회학에서는 ‘역할‘이라 부른다. 그러나 명백히 보았듯 성의범주는 계급의 범주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계급 내 지위의 범주다. - P87

대물림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 효과의 총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위치의 대물림을 설명할 때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물림이라는 명칭을 그 두 - P91

효과 중 하나로 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물림은 계급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계급 간 개인들의 움직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계급 자체의 구성에 작용한다. 바로 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대립된 범주와 지위의 존재 및 그생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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