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흥취는 갈수록 용솟음쳐 누군가 나를 두고미쳤다고 말해도 굳이 변명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 기댈곳을 찾았는데 남들에게 어리석다 일컬어진들 무슨거리낌이 있었으리오? 예(禮)를 숭상하는 군자들은 나를두고 껄껄 소리내어 웃으면서 조소할지도 모를 일이다. - P11

한번은 자량이 그대는 인과를 믿지 않는다는데, 그렇다면 세상에 어떻게 부귀가 있겠는가? 빈천은 또 어떻게 생겨난단 말인가?"라고 묻자, 그는 "인생은 비유컨대 한나무에서 피어난 꽃과 같습니다. 똑같은 가지에서 동시에 꽃망울이 맺혔지만 바람에 날리다 보면 휘장이 드리워진 비단보료 위로 떨어지는 것도 있고 울타리 근처 변소 옆으로 떨어지는 것도 있게 마련입니다. 보료 위로 떨어진 것은 전하라 하겠고, 변소로 떨어진 것은 저 같은 놈이겠지요. 귀하고 천한 것이야 각자 가는 길이 달라서 그런 것인데 인과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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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리코더 - 못하는데 어째서 이리도 즐거울까 아무튼 시리즈 76
황선우 지음 / 코난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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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둘톡 정주행 중 이 책이 나온 작년 이맘때 에피소드 듣고 읽었다. 여둘톡에서 익히 들은 리코더 이야기와 리코더 연주. 무음감인 나로서는 너무 부러운 황선우 작가의 상대음감. 악기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거라면 뭔들 어설픔을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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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 여행 갑니다
김비.박조건형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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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작은 도시와 마을의 성당과 골목길과 공원을 걷고 싶게 만드는 여행 이야기. 두 사람의 배려와 협업이 만든 여행 에세이. 글도 좋지만 수채화 느낌의 소박한 여행 그림이 좋다. 김비 작가의 소설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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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 茶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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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이어 등장하는 다양하고도 평범한 인간 군상과 특별할 것 없는 유태찻집이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격변을 겪으며 절망에 빠지는 모습이 참으로 서글프다. 중국 희곡은 처음이다. 이 방대한 스케일을 연극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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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그때 우리는 여행으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서로를 보살피고 다독여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신랑도 나도 그리 강한사람이 아니었다. 여행 중이라면 더욱더 일상을 지키려는 의지가 필요했는데 우리는 여행이란 설렘에 눈이 멀어 무방비 상태였다. 이해할 수없는 말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더라도, 주저앉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또 새로운 하루를 살아내는 다짐을 서로에게 건네야 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처음부터 여행이란 일상의 또 다른 이름일 뿐 어차피 그 둘은 닮아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다.
지친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 무기력해지는 스스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때 처음 우리가 ‘여행‘이 아니라 ‘유목‘을 하고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멈추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또 새로운 하루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알아들을수 없는 낯선 언어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어차피 모두의 일상은 끼니를채우고 스스로를 지키고 서로를 지키는 똑같은 하루였다. - P135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Ljubljana, 이곳의 명소라는 ‘용의 다리ZmajskiMost‘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강이 크지 않다보니 다리 자체도 길지 않았고 다리 양쪽에 세워진 용의 동상은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도시 곳곳에 세워진 조각들과 비교해보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실망하는 일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기대하고, 무너지고, 다시 또 발아래 뒹구는 희망을 툭툭 털어 주머니에 넣는 것이 여행하는 자의 일이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용의 동상을 등지고서 류블랴나 시장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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