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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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들. 마지막 단편 이외에는 스토리가 없는? 중요하지 않는? 이야기들.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이라고 다를 리가. 이 책을 읽는 내 머리 속과 같달까. 이제 댈러웨이 부인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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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외주가 앗아가는 것들

이 변화는 단순히 AI라는 도구를 써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도구라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도구가 대신 지나가버린 ‘인간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AI에게 번거로운 ‘일‘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이 자라나야 할 가장 고통스럽고도 귀중한 구간을 조금씩 밖으로 넘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료를 찾는 수고, 상충하는 정보를 비교하는 지루함,
숫자를 직접 계산하며 느껴보는 불편함, 문장을 수차례 고치며 논리를 다듬는 고독한 시간. 겉으로 보면 비효율적이고 버려지는 시간 같지만 인간을 자라게 하는 거의 모든 것은 대개 이런 비효율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 P17

직접 통과한 경험에서 오는 감각, 틀린 뒤에 다시 고쳐 세우는 복원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내 이름으로내놓는 내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내적 확신입니다.
그때 AI는 누구에게는 성장의 폭발력을 더해주는 ‘근육‘이 되지만 누구에게는 평생 스스로 걷지 못하게 만드는‘목발‘이 되고 맙니다. 진짜 격차는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않는 사람 사이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차이는 AI를 통해자기 사유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과 AI에게 사유의 주도권을 조금씩 양도하는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 P22

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 때 우리의 ‘안쪽‘은 비로소 단단하게 확장됩니다. 기술이 인간의 바깥을 확장하며 효율을 극대화할 때 철학과 인문학은 ‘왜 확장해야 하는가‘와 ‘어디로가야 하는가‘라는 내부의 엔진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보수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 무엇을 원하는지(욕망), 그리고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윤리)를 끊임없이 묻고 언어화할 때우리는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로 설 수 있습니다.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없다면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손에 쥐고 있어도 우리는 기술이 설계한 세계를 관성적으로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기술이 바깥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내면의 깊이를 응시하며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찾는 일입니다. - P67

AI 시대에 판단의 장치를 만드는 것은 속도를 늦추는연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미 답이 너무 빨리 도출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면 몇 초만에 구조화된 결론이 돌아옵니다. 흠 없이 정렬되어 있으며, 반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판단은 그 매끄러움 위에서 곧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멈춤은 고도의 인지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멈춤의 시간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 네거티브 케이퍼빌리티 Negative Capability, 부정적 수용 능력입니다. 영국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가 말한 네거티브 케이퍼빌리티는확실한 근거나 이유를 찾으려 서두르지 않고, 불확실성, 미스터리, 의심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며,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변수는 없는가, 지금의 선택이 어떤 파장을 만들 것인가. 이 짧은 멈춤의 시간이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 P69

판단의 장치를 구축하는 두 번째 단계는 선택의 이유를 언어로 설명하는 훈련입니다.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진결정은 쉽게 흐려집니다. 그러나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는순간, 비어 있던 전제가 드러나고 감정과 욕망이 섞여 있던부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이 선택에 끌렸는가,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했는가. 이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나는무엇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짧게라도 정리해보는 과정이 판단의 회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은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설명을 통과한 선택은 비로소 나의 기준을 형성합니다.
세 번째는 결과를 감당하는 경험을 피하지 않는 일입니다. 판단은 이론 속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제 결과와만나야 비로소 정교해집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을 때 그 실패를 구조적으로 복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 P70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불편함을 견디는 힘입니다. 우리는 흔히 빠르게 답을 찾는 능력을 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잠시 유지할 수 있는능력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아직 모르겠다‘는 상태를견디지 못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제시된 그럴듯한 답에 기대게 됩니다. 그러나 판단은 확실성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AI는 이 불확실성의 시간을 압축합니다. 그래서 판단의 장치를 유지하려면 의도적으로 여지를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즉각적인 결론을 유보하고,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보고, 반대 근거를 일부러 탐색하는 태도 말입니다. - P71

반대로 경험이 제한된 사람은 상상할 수 있는 재료 자체가 적습니다. 뇌가 재조합할 기억과 감정의 조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미 주어진 틀 밖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이때 AI가 제시하는 결과는 매우 그럴듯한 미래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어디까지나 AI가 학습한 과거의 평균값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은 있습니다. 뇌가 불편해지는 경험, 예측이 어긋나는 경험,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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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드레스

그들 모두에겐 모험적인 사건도 없었고, 극적인 일도 없었다. 그들은 바닷가 휴양지에서 점잖게 점차 영락해 갔다. 어느 온천지에나있는 그녀의 이모 한 명은 지금도 거실 창문이 완전히 바다쪽으로 나 있지는 않은 어떤 하숙집에서 자고 있었다. 아주그들다웠다. 그들은 늘 곁눈질로 사물을 비스듬히 보았다. 그녀도 그랬다. 자기 이모들과 똑같았다. 헨리 로런스 경처럼 제국을 건설한 어떤 영웅과 결혼해서(지금도 터번을 두른 원주민을 보면 그녀의 마음은 모험심으로 차올랐지만) 인도에 살겠다는꿈을 꾼 적이 있지만 그녀는 완전히 실패했다. 법원에서 안전하고 영구적인 하급 직원으로 일하는 휴버트와 결혼했고 좀작은 집에서 괜찮은 하녀도 없이 그럭저럭 살아왔다. 혼자 있홀을 때는 해시나 버터 바른 빵만 먹었다. 그러나 이따금먼 부인은 그녀를 지금껏 보지 못한, 완전히 말라 버린 나뭇가지처럼 동정심이 없는 사람인 데다 옷도 우스꽝스럽게 입었다고 생각하며 가 버렸는데 모두에게 메이블의 기이한 차림새이따금 메이블 워링은 푸른 소파에 대해 말할 작정이었다에 혼자 앉아서 뭔가에 관심을 쏟고 있는 듯이 보이려고 쿠션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까치처럼 수다를 떨면서 어쩌면 난롯가에서 자신을 비웃고 있을 찰스 버트와 로즈 쇼에게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따금 실로 감미로운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가령 며칠 전 밤에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 또는 부활절에 바닷가 모래밭에서 햇빛을 쬘 때, 그때를 회상해 보자면흐릿한 모래 풀 더미가 하늘을 배경으로 세워 놓은 창들처럼 - P137

모두 뒤틀린 채 서 있고, 매끄러운 도자기 달걀처럼 푸른 하늘은 아주 견고하고 단단했으며, 파도의 멜로디는 ‘쉿, 쉿‘소리를 냈고, 아이들이 노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래, 그 순간은성스러웠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는 여신의 손안에, 바로 세계안에 누워 있다고 느꼈다. 다소 가슴이 단단하지만 아주 아름다운 여신이었고, 자신은 제단 위에 놓인 작은 양이었다. (이렇듯 허튼 생각을 하더라도 입 밖에 내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휴버트와 있을 때 이따금 전혀 예상치 않은 순간에 일요일 점심으로 양고기를 자르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편지를 뜯어 보거나 방에 들어설 때 성스러운 순간을 경험했다. 이런 순간에 그녀는 자신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말하지 않을 테니까.) 말했다. ‘이거야. 이것이 일어났어. 바로 이거야.‘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을 때 음악, 날씨, 휴일, 행복할 이유가 모두 갖춰져 있을 때 그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았다. 단조롭고, 단조로울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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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책 살 정신도 없었네 ㅋ
희진 샘 신간 사야지 했는데 아직 못샀다. 책을 많이 못읽고 있어서 책상에 쌓여있는 책을 보면 책 살 생각을 못함. 책탑 하나 정리하고 사야지 하다..ㅋ

9월엔 정기간행물 2권만 받았다.

요즘 퇴근 후나 토요일에 주 4일 이상 2시간씩 운동하느라 일요일엔 놀러다니느라 책 살 정신도 책 볼 시간도 없다. 살다살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할 줄은…

* 오늘은 운동 휴식일이라 퇴근 후 도서관에 들러서 책 좀 보고 밀린 리뷰도 썼다. 이제 집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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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10-03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4일 이상 2시간씩 운동이라니…! 운동인으로 거듭나신 햇살님 멋져요 :)

햇살과함께 2026-10-04 19:06   좋아요 1 | URL
운동에 재미 붙은 요즘입니다^^ 언제까지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한정된 시간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ㅠㅠ
 
나의 작은 철학 - 일상의 틈을 우아하게 건너는 법
장춘익 지음 / 곰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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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철학, 작은 고민을 다루지만 하나 하나의 주제가 깊게 생각해 볼 문제들이다. 에피타이저 같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메인요리를 배불리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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