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남성성> 25년 1월 여성주의책 같이 읽기 책. 설혜심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로 읽어 본 작가다.

<녹색평론 2024년 겨울호> 목차를 보니 이번 달 여성주의책으로 읽은 마리아 미즈의 <마을과 세계> 서평이 실려 있다.

<소년이 온다> 지난 주말 제주에 가서 제주4.3평화공원을 들렀다. 전시해설을 듣고(들어보길 추천한다) 기념품샵에 한강 작가의 책과 현기영 작가의 책이 있어서 언니에게 <작별하지 않는다>를 선물하고,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소년이 온다>를 구매했다. 동백꽃 배지도 함께.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도 몇 년 전 제주 서점에서 구매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내년엔 꼭 읽어야지.

마지막 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엔 세월호제주기억관에 들렀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무료나눔하는 리본과 팔찌도 받고 머그컵 세트를 사서 가족들과 나눠 가졌다.

왜 비극은 반복되는지. 슬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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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천국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2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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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빛이구나, 천국은.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끝나는. 끔찍한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밝은 천국에 이르는 여정에 익숙해져서인가. 거부감이 적어서인가. 천국은 금방 읽었다. 아무튼 주석이 뒤에 있어서 읽기 겁나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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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은 앞으로 축복을 받으리라는 것을
확고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이 미리 쌓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 P217

"그러니 축복을 받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보는 행위에 따른다는 것이
보이겠지요. 사랑은 그 뒤를 잇습니다.

본다는 것은 이러한 가치가 있으니
선을 향한 의지와 은총으로 생겨나지요.
그렇게 단계를 이루며 나아간다오. - P248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 - P207

작품 해설

『코메디아』는 문학의 본령을 세우는 문학 텍스트로 제 얼굴을 더 확연히 드러낸다. 그동안 코메디아」에 대한 신학적접근은 단테 학자들에게 정통의 길이었다. 그것은 구원이라는 개념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지 못했던 탓이었으리라. 신학적 차원에서 구원은 이루어지는 무엇이며 받는 무엇이다. 그런 피동의 개념은 자연스레 구원의 주체를 따로 두는 사고를형성한다. 그래서 구원의 주체는 절대자로 상정되며 구원은완성으로 이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원을 추구하는 주체, 즉 필멸의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구원이란 늘 미완의 과제로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문학 텍스트로서 『코메디아는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구원의 길에 동참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이때 문학은 『코메디아』를 끝없이 새로운얼굴로 나타나게 만들고 독자로서 우리는 구원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유한한 삶의 의미를 확장시켜 나간다. - P350

단테는 1300년 부활절 주간에 죽음 이후의 세계로 순례를 떠난다. 그의 순례는 금요일에 시작하여 지옥에서 사흘, 연옥에서 사흘, 천국에서 하루를 머문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사이클에 맞춰 단테 자신이 구원의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지옥편」과 「연옥편」, 「천국편」의 첫머리에서 시간을 제시한다. 정확히 단테는 1300년 3월 25일 부활절 목요일 밤에 여행을 시작하여 4월 1일 목요일 아침에 마친다. 1300년은 보니파키우스 8세가 선포한 성년(聖年)이다. 또한한 해에서 이 시기는 태양이 양자리에 위치하고 그리스도의잉태와 부활이 이루어진 때이며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한 때다. 구원을 향한 순례자의 소망이 가장 큰 화답을 얻는 때인것이다. - P355

지옥이 형벌의 영원성을 상징하듯 깔때기 모양으로 땅속에 내리꽂힌 모양임에 비해, 연옥은 바다 위로 솟아오른 하나의 산이다.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르면 마침내 구원을 얻을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장소다. 연옥에 배치된 망령들은 저들이 받는 벌이 유한한 것을 알기에 그 끝에 올 달콤한 구원의순간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연옥의 망령들이 형벌을 받는 기간을 단축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현실 세계에서 그들을 위해 진정으로 빌어 주는 기도다. 그렇기때문에 연옥도 죽음 이후의 세계이지만, 지옥과 천국에 비해현실 세계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단테는 연옥의 정상에서 베아트리체를 새로운 길잡이로삼고 베르길리우스를 떠나보낸다. 베아트리체는 레테 강과에우노에 강에서 몸을 씻은 단테를 데리고 천국으로 날아오른다. 천국의 순수한 기쁨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단테는 오직 은총과 의지를 통해 천국의 여러 하늘들을 거쳐 최고의 하늘에 이른다. 천국에서 단테는 신학과철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그 자신과 그 밖에 역사와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수행한다. 궁극에서 단테는 하느님의 빛으로 해체되는데, 그 자체가 바로 절대적 구원의 경지다. - P356

‘코메디아 (comedia)‘는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단어다. ‘코메디아‘는 현대 이탈리아어로 ‘콤메디아(commedia)‘로변했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희극‘을 의미한다. 그러나 ‘희극‘이라는 단어가 단테 시절에 지녔던 뜻을 그대로 함유하고있지는 않은 듯하다. 단테가 ‘코메디아‘ 라고 부른 것은 그가칸 그란데 델라 스칼라에게 보낸 서신에서 밝혔듯, 『코메디아는 슬픈 시작에서 시작하여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는 그렇다 치고, 그 밖에 ‘코메디아‘의 의미를 유추해 보는 방향은 여럿이다. 「지옥편」과 「연옥편」, 「천국편」은 완성되는 즉시 유포되었다. 그들을 읽으면서 당시독자들은 한판 잔치를 벌이는 기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도그럴 것이 지옥에서 그 끔찍한 형벌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도덕적 긴장을 맛보고 연옥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도전 의식을키우며 천국의 완전성을 희구하며 희망을 갖는 동안 독자들은 그 세계들이 더 이상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니며, 이 모든것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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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거기서 하느님의 숭고한 피조물들은
영원한 힘이신 하느님의 자취를 봅니다. 그것이 바로 - P12

우주가 지향하는 목표랍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
저들의 원천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저들의 위치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피조물들은 존재의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다양한 항구들로 퍼져 가고, 그러면서도
제각기 자기의 본능을 지키고 있어요.

이 본능은 달을 향해 불을 가져가고
피조물의 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니지 않는 피조물뿐 아니라
지성과 사랑을 지닌 피조물들도
그 본능의 활의 당겨진 힘을 체험하지요.

그처럼 이 모든 질서를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원동천을 감싸고 있는 하늘을
그 빛으로 언제까지라도 고요하게 만듭니다.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 P13

그러나 흔히 형상이 예술가의 진정한
의도를 반영하지 않고
질료가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피조물도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날아갈지라도 때로는 빗나가는 힘을 받아서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하늘로 올라야 할 빛이 땅으로 떨어지듯이,
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
사람을 몰락시킵니다. 그대는 이제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대가
날아오르는 것은 산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대가 중력에서 벗어났는데 아래에 머문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불빛이 세상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지요."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 P14

"형제여! 하늘의 사랑으로 우리는 의지를 가라앉히고
오직 우리가 가진 것만을 바랄 뿐,
다른 것은 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높이 오르고자 원한다면,
그런 우리의 소망은 우리를 이곳에 배치해 두신
그분의 의지와 맞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러한 부조화는 이 천국의 하늘들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거예요.

이곳에 있다는 것은 사랑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축복받은 상태의 본질은
하느님의 의지 안에 거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의지 외에는 어떤 의지도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이곳의 전역에 걸쳐
층층이 존재하는 것은 그분의 의지를 따른 것입니다.

우리의 평화는 그분의 의지 안에 있어요.
그분이 창조하시고 자연이 만드는
그 모두가 모여드는 바다와도 같습니다." - P28

"그대는 두 가지 소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군요. 너무 어려워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군요.

그대의 생각은 이런 거지요. ‘선을 향한 나의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자의 폭력이
나의 정당한 공적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는가?‘

또 다른 의문은 이런 것이겠지요.
‘플라톤이 주장하듯이, 죽음 이후에 모든 영혼은
제각기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그대의 알고자 하는 의지에
똑같은 무게로 실려 있겠지요. 두 번째 의문이
더 해로울 텐데, 그것부터 다뤄 보지요. - P33

내가 밝히는 것을 마음을 열고
간직하세요. 지식이란 이해했어도
간직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법이에요. - P42

내 말을 이런 의미로 받아 주시면 당신이
우리의 첫 아버지와 우리의 환희이신 그분을
믿는 믿음과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분별력으로 부디 ‘네‘와 ‘아니요‘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는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 P114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 버린다. - P134

도시들도 시간에 따라 소멸하듯이
가문도 끊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달의 하늘의 회전이 해안을 쉴 새 없이
덮다가 벗기다가 하듯이, 운명도
피렌체와 더불어 그렇게 하는구나.

그러니, 시간에 감추어지고 시간 뒤로 사라진
저 고귀한 피렌체 사람들의
명성을 말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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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마을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마을로 열려있는, ’삶’ 자체가 목적인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통합적이고 실천적이며 열정적인 자급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돈’과 ‘이윤’을 추구하며 소외된 노동을 하는 자본주의 노동자로서, ’좋은 삶이란 노동이 소외되지 않는 것‘이란 말이 주는 여운을 잊지 않아야겠다.

하지만, 여전히, ’대안은 없다’ 증후군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이 삶이 아닌 다른 삶은 가능한가?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는 가능한가? 아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내가 다른 삶, 다른 세계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바꿀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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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26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정말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마리아 미즈 개인의 삶이며 동시에 전 세계의 문제이기도 한 자본주의와 자급, 여성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서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는 근사한 인간을 이 책을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12-26 08:45   좋아요 1 | URL
저도 12월 마지막 여성주의책 즐겁게 읽었어요. 마리아 미즈는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살아간 정말 멋진 인간입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4-12-26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12월의 이 책이, 우리 읽기 모임의 참 좋은 마무리다 생각하면서 읽고 있어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축하 받기 위해 고고씽! 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12-26 13:43   좋아요 1 | URL
미리 축하드릴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