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무니없는 위험을 또다시 ‘경제성‘ 때문에 감내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핵산업이나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가들은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할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경제성이라는 주문(呪文) 앞에서는 어떤 논리도, 어떤 가치도 힘을 잃는 것이다. - P3

그런데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타락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보 모슬리에 따르면,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선거대의제 ‘민주주의‘는 200년 전에 그 출발부터 민중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아니었다. ‘민중의 이름으로‘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중산계급 엘리트들은 정치적·시민적·법적 권리를 확대, 허용함으로써 민주주의라는 외양을 갖추면서 실제로는 정치엘리트와 금권세력이 지배하는 과두적 체제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민중이 직접 통치한다‘는 단순 명료한 정의를 비틀어서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야말로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그릇된 인식을 확산, 고착시키면서 거침없이 자본축적(자연과 민중에 대한 약탈)의 장애물들을 걷어내왔다. 그러므로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의 이름으로 정치엘리트들이 솔선해서 국민국가의경계와 기능을 무너뜨리고 99%의 희생으로 1%가 천문학적 부를 쌓도록 주선해온 것을 실책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선출된 대표자들에게부여된 본연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 P5

물론 끝없는 확장과 축적은 유한한 세계에서 본디부터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인도와 중국의 폭주를 고려에 넣는다면 이번 세기 안에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어떤 것이 됐든 이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는 자본주의(끝없는 확장)는 아닐 것이다. 다만 지금보다 나은 것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 인류사회는두 가지 차원의 난제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라이벌이 없다고 느끼는 자본주의체제가 더이상 민주주의로 가장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탐욕을극한까지 밀어붙일 때 거기에 수반될 인간적, 사회적 고통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그리고 생태문명의 기초가 될 사상적, 심리적, 물리적 토대를 너무 늦지 않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 P7

마침 올해는 이런 일들이 있은 지 딱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사이 국제협약은 개정되어 지금은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오염수 사태에서 드러나듯 이것으로 완벽하지 않다.
런던협약과 그 개정 의정서에서 핵폐기물의 투기(dumping)는 금지되어 있지만, 배출(discharge)은 허용되어 있다. 런던협약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부터 주요 쟁점은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석유시추선 같은 해양인공구조물에서 폐기물을 바다로 버리는 행위를 막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핵폐기물 드럼통을 바다에 던지는 행위이다. 현재 오염수 방류는 육상시설에서 터널을 통해 바다에 방류하고 있어서 이는 ‘배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논리이다. - P15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오염물질로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있다. 19세기 중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현재는 세계 곳곳에서 쓰레기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mm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의미하는데, 덩치가 큰 플라스틱도 자연에서잘게 쪼개지기도 하고, 화장품의 스크럽이나 치약의 연마제처럼 애초에 매우 작은 크기로 제작되는 플라스틱도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 분해되지 않고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매우 크기가 작아서 호흡기나 소화기를 통해 인체 내부에 들어오게 된다. 최근 몇몇 연구에서 심뇌혈관, 내분비계, 생식계에서 독성 영향이 관찰되고 있다. 또 플라스틱을 만들 때 사용한 다양한 화학물질이 인체에서 발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독성 연구는 더딘 상황에서 이미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주위에 널리 퍼져 있다. 세계자연기금이 2019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그 양이 신용카드 한장 분량인5g 정도라고 한다.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칫솔 한개 무게인 21g으로늘어난다. 음용수와 갑각류, 소금 등을 통해 우리는 매일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최근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는 ‘개인의 자발적 실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정책도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것이지만, 사회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개인 실천이 갖는 한계도 너무나 명확하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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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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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시리즈 중 1권만 읽지 않아 다시 빌려왔다. 인내, 인내, 인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것, 그럼에도 자신을 믿는 것. 경찰의 덕목 일순위는 끈기임을. 올해 나온 9권도 빌려왔다. 완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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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혼한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
저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서 유독 ‘몸‘이라는 단어에 귀가 커졌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딸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그때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뒤이혼을 감행했습니다.
-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 P65

-영석 언니, 사람들은 섹스를 마음껏 즐기는게 건강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나처럼 섹스가 싫 - P113

은 사람도 존재해,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말은 폭력으로 느껴져. 섹스에 내 몸을 사용하고 싶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깊은 잠을 자는 것엔 내 몸을 실컷 사용하고 싶지만 섹스엔 사용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런 사람이야. 만일 내가 섹스를 한다면, 나하고만 하고 싶어. 내 몸에 상처 입히지 않고, 내 마음을 깊이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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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책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한 플롯이나 범죄의 해결에 관해 누설할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만 짚어두겠다. 아마도 『로재나』는 범죄소설에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야기로는 최초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자주 길게 이어진다. 로재나라는 여성을 살해하여 예타운하에 던진 범인에 대한 수사가 답답하게 답보하는 시기다. 그러다가 불과 몇 센티미터쯤 진척이 있는가 싶더니, 또 덜컥 멈춰 선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에게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절망의 근원인 동시에 필요악이다. 참을성이 없는 수사관이란 중요한 도구 하나가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설에서는 반 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범죄가 해결된다. 그때쯤에는 우리 독자들도 안 - P16

다. 수사에 오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래도 경찰들은 포기하지 않았으리란 것을 [로재나』는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 즉 참을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 헨닝 망켈 - P17

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 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 P88

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왠지 그는 집에서 쉴 맘이 내키지 않았다.
"몸도 안 좋으면서 왜 이러고 있나?"
콜베리가 물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아."
"그렇게 골똘히 사건을 파고들지 말라니까. 우리가 실패한 게 이게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야. 자네도 나 못지않게 잘 알면서 그러나 사건 하나 때문에 우리가 더 좋아질 것도, 더 못나질 것도 없어."
"꼭 그 사건 때문만은 아니야."
"사색에 빠지지 마. 그러면 사기가 꺾여."
"사기가 꺾여?"
"그래, 생각해봐. 시간이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잔뜩 몽상해내는지. 지나친 사색은 비능률의 어머니야."
그 말을 남기고 콜베리는 나갔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지루한 하루였다. 기침과 침 뱉기와 지겨운 일과로 점철된 하루였다. 마르틴 베크는 알베리의 기운을 돋우려는 의도에서 모탈라에 두 번 전화를 걸었다. - P97

사실이었다. 마르틴 베크는 듣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십분 동안 콜베리의 목소리는 그의 뇌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전혀다른 두 가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나는 일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냉큼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손에 잡히지 않는 상념으로 흩어져버렸다. 반면에 다른 하나는 더 구체적인 생각이었다. 잘하면 괜찮은 성과를 낼 법한 새로운 수사 계획이었다.
"그녀는 틀림없이 선상에서 그를 만났을 거야."
마르틴 베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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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my mother..."
She stopped and looked at me. Then she began to read again. Papa stood outside thescreen door, listening.
"When my mother, Sarah, came, she came by train. I didn‘t know I‘d love her, but Caleb did. Papa didn‘t know, either, but he does love her. I have seen them kiss."" Sarah smiled at me. "And I have seen the way he looks at her and the way he touches her hair. My mother, Sarah, doesn‘t love the prairie. She tries, but she can‘t help remembering what she knew first.""
Sarah stopped and closed the book, holding it close to her.
"You like it," I said.
"I like it," said Sarah softly.
She put her arms around me, and I saw Papa watching us.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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