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군은 4월 28일 체리뇰라에서 만났다. 먼저 도착한 곤살로는콜론나의 조언에 따라 지친 병사들을 독려하여 경계선을 따라 호를 깊게 판 뒤 퍼올린 흙을 이용해 한쪽 면에 둑을 쌓아올렸다. 그는이 둑 뒤에 군대를 배치했는데, 중앙에 란츠크네히트 부대를 배치하고 화승총arquebuse 으로 무장한 소총수 부대로 엄호하게 했다. 좌익에는 중기병 300명을 배치하고 역시 화승총부대로 엄호했다. 그는 또다른 화승총부대를 포병대와 함께 배치한 뒤 우익에 800명의 경기병부대를 배치했다. 그리고 자신은 후미에 배치한 400명의 중기병과함께 대기했다. 저녁이 시작될 무렵 도착한 프랑스군은 즉시 공격할것인지를 두고 지휘관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달레그르는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스위스 용병부대의 지휘관 상듀 영주도 부하들이싸우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느무르는 숙고 끝에 마지못해 진격을 명령했다. - P145

오르시니 가문은 공히 중기병 500명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곤살로가 얻은 가장 중요한 지휘관은 기백이 넘치는 바르톨로메오 달비아노였다. 그는 곤살로에게 스페인군도 부교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직접 감독하여 프랑스 부교보다몇 마일 상류에 스페인군 부교를 설치했다. 12월 28일, 3,500명의 스페인 보병 선발대와 전마 몇 기를 이끌고 강을 건넌 것도 달비아노였다. 그 뒤를 독일 창보병 2,000명을 이끄는 곤살로와 경기병 200명을지휘하는 프로스페로 콜론나가 따랐다. 후위에서는 중기병 300명과디에고 데 멘도사가 지휘하는 5,000~6,000명 규모의 또 다른 보병부대가 프랑스의 교두보를 봉쇄할 계획이었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프 - P154

랑스군은 무질서한 상태로 밀렸다. 산산이 흩어지고 사기가 저하된나머지 보병들이 병목 상태의 좁은 다리를 통해 퇴각하는 것을 엄호하던 몇몇 중기병부대의 방어 대열을 제외하면, 프랑스군은 제대로된 역습을 시도조차 못했다. 선박에 적재된 다수의 화포들도 폭풍으로 가라앉았다. 스페인군은 이틀 만에 가에타에 도착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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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들이 십자군 원정을주도하겠다는 샤를 8세의 생각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는, 중세 말에 십자군 원정이라는 생각이 실효적인 지지를 불러일으킬 만큼 지속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그들의 평가에 어느정도 달려 있다. 또한 나폴리 왕국이 정말로 강력한 튀르크 정벌군의출발지로 최상의 기지였느냐에 대한 평가에 달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를 이탈리아로오게 한 것은 나폴리 왕위에 대한 관심이었지 십자군 원정을 떠난다거나 샤를마뉴를 모방하겠다는 환상은 아니었다.
또한 샤를 8세는 자신의 군대와 귀족들을 이끌고 적극적인 군사작전에 나설 기회를 무척이나 열망했다. 그는 군사 문제와 전쟁의 - P40

조직 및 수행에 관해 상당한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이탈리아 원정이 야기할 문제들을 과소평가했으며, 보고받은 여러 상반된 의견들을 고루 검토했을 리 없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탈리아 문제에 대한 샤를의 관심을 부추긴 조언자들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본인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에반해 다수의 대신들은 나폴리 왕국 침공을 위한 어떠한 군사 원정도, - P41

특히 왕이 직접 통솔하는 원정에 대해서는 더더욱 반대했다. 오랜 준비와 논쟁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는 샤를 8세의 결단으로 원정이 단행되었다. - P42

전투는 중기병의 주도로 치러졌고, 이탈리아군은 수적 우위를 이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프란체스코 곤차가는 프랑스군을 거의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의 명성은 적극적인 자기 미화로 점철된 이야기를 통해 크게 강화되었다." 이탈리아인들은 공식적으로는 포르노보전투를 승리-프랑스인들이 보기에는 어처구니없게도로 기념했지만, 사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확신하지 못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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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마가 시작된 것인가... 대기가 습해졌고 그만큼 더워졌다.

어찌되었든 정권은 바뀌어서 한시름 놓았으나 앞으로의 과정을 잘 지켜볼 일이다. 추후 역사는 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궁금하다.
세계는 더욱 어두운 소식들로 그야말로 혼돈이다.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선동을 조장하는 미국이나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격돌은 눈을 부릅 뜨게 만든다.
이런 때일수록 눈과 귀를 열어두되 정보들을 바탕으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갈수록 뉴스 하나도 맹신할 수 없는 세상이다보니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오히려 예전보다 발품팔이가 더욱 중요해졌다 여긴다.

오랜만에 책과 커피를 샀다.
커피 쿠폰을 쓰려는데 막상 사려는 것은 품절이어서 그냥 여름용 드립백으로 샀다. 이번에는 무난하게 가지뭐^^
책은 굵직한 책들로 두 권 골랐다.
‘이탈리아 전쟁‘은 중요한 역사일 수 있는데 이제 국내에 소개된다니 호기심이 안 갈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시기상으로 보면 르네상스 시기를 관통하는지라 중세의 역사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시기이기에 관련 책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상의 좌반구‘는 일단 사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렀고 아주 천천히 읽을 생각이다.
두 권 다 생소한 주제의 내용이라 읽는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이미 읽고 계시거나 이미 읽으신 분들이 있을거라 여기며 도움을 얻으면 완독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겠지.
아! 그리고 간만에 굿즈를 샀다. 독서대를 그리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동중에 써보니 마땅한 것이 없더라.
가벼워서 좋은 것은 부피가 컸고 어떤 것은 무겁고...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요 녀석을 샀는데 부피도 작고 괜찮은 것 같다. 유용하게 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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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2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독서대 궁금하네요!!
사상의 좌반구 왜 다들 사시는거죠? 저도 사야할까요? ㅋㅋ

거리의화가 2025-06-21 16:28   좋아요 0 | URL
사상의 좌반구 이미 사신 줄 알았습니다ㅎㅎ 독서대는 가벼운 것도 가벼운 건데 철제 소재라 잘 지지해줄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희선 2025-06-24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상의 좌반구》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입니다 보니 21세기 최고의 책에서 한권이군요 이탈리아 전쟁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온 거군요 마음에 드는 독서대 사셔서 잘됐네요

거리의화가 님 여름철 건강 조심하세요


희선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 위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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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일은 무엇보다도 침묵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일이다. 첫째로 나의 언어가 아니라서 들리지 않던 침묵하는 말이 들리게 한다. 번역가는 에코처럼 숲속 깊이 숨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고 나르키소스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말을 하지 못하지만, 나르키소스의 혼잣말을 멀리,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전한다. 또 번역가는 원저자의 언어만 번역하는 게 아니라 침묵까지 번역한다. 번역은 언어의 빈틈을 다룬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를 읽고, 그 의미를 번역된 글의 여백에 눈에 보이지 않게 다시 침묵으로 담는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자신의 길을 밟아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는 편이다. 작가는 번역가의 길에 들어선 후 20여 년 넘게 꾸준히 그 일을 해왔다. 그 열정과 노력만으로 이미 대단한데 그 일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코 계속 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어떻게 해서 번역가의 일을 하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물론 자신이 선택한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주변에 영향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부딪쳤을 때 잡혀갈 뻔한 위기에서 자초지종을 영어로 설명하여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일로 아버지는 오히려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그 시절 아버지의 안목과 혜안이 탁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자구적으로 찾아 나가셨던 것이니까. 아무튼 놀라웠다.

번역가는 유독 호평보다는 혹평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번역이 무난하거나 좋을 때는 별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반대라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번역서에는 번역에 관련된 평이 상당수를 차지하니 번역가들은 다른 번역가나 독자의 의견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번역가는 늘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고민하며 선택의 기로에 선다. 발터 벤야민 같은 경우는 원문에 대한 직역을 해야 한다는 쪽이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원문이 어떤 장르에 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문학 같은 경우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독자의 이해에 맞춰 의역 쪽에 가깝게 번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문학(특히 시)은 직역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제국주의 시기를 거치면서 근대화를 경험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문화를 수용하는 입장에서 번역의 원문 충실성을 중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대로 온라인 서점이 성장하면서부터는 독자 리뷰나 블로그 등을 통해 오역 논쟁이 벌어지니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AI번역까지 등장했다. 물론 AI 번역에 대해서는 작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계 번역은 방대햔 양의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난한 번역은 가능할지 몰라도 특별하고 유일한 번역이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시대에 따라 문화가 변하는 것처럼 언어도 멈춰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번역서도 시대의 요구사항에 따라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여긴다.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은 지금까지의 번역 연구가 서로 다른 언어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대한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식민화 과정에서 번역이 지배자의 세계관이나 통치 체계를 강제하고 식민지의 언어와 문화를 왜곡하거나 삭제하는 등의 역할을 했음에도 번역 연구는 그 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문화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예전처럼 위계에 따른 묘사를 답습한다면 그 번역서는 낡은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어 책이 외국에 번역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가 논쟁에 휘말린 것처럼 과거의 이론이나 가부장적인 사고를 담고 있는 책을 번역할 때는 오늘날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언어의 본질은 변화다. 언어는 고정되지 않는다.

번역에 대한 역사(번역의 방법에 대한 차이), 번역가의 입장에 대한 이해 등을 충실히 담고 있다. 번역서를 많이 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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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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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오염수를 저장한 탱크 부지 사진을 보고 놀랐다. 규모가 그리 컸다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된지 어느덧 10년도 훌쩍 지났다. 심지어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한다고 했던 것도 몇 년이 훌쩍 지났지만 제대로 된 대응 및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책은 후쿠시마 제1원전 누출 사고를 규명하기 위해 장장 9년간 잠입 취재를 바탕으로 한 르포르타주다. 작가는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로 끈질기게 사고를 추적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수차례 만났다.
출간되고 얼마 안 되서 이 책을 구입했는데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니 좀 부끄럽지만 이렇게라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사고 후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참담한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폐선 등이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고 탱크 내부는 녹아내려 폐허와 다름 없었다고.

취재기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국에서 일어난 각종 재난 사고의 재현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대응 메뉴얼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원청, 그나마도 초반에는 억지일지 모르지만 사과라도 했다면 갈수록 철판을 깔고 자신의 살 길을 찾아가는 도쿄전력과 정부의 행태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피해를 본 건 결국 삶의 터전을 잃고 유리되어 흩어진 사람들과 도쿄전력 근로자, 하청 근로자들이다. 피해를 그나마도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과 근로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근로자들은 각종 사고에 노출되었고 가족들과도 떨어져 긴 세월을 지냈다. 개인적으로 특히 고향을 등지고 떠나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근로자의 삶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 일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정말이지 큰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오래 떨어져 지내다 가족들과도 소원하게 되어 결국 결단을 내려 원전 근로자를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
작업자들은 여러 모로 시달렸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방호복에 마스크에 두겹세겹 장갑을 끼고 각종 장비를 했더라도 그들의 체내외에 피폭이 누적되었다. 그들은 누적되는 피폭량에 민감했는데 피폭한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회사에서는 나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정작 쓸때는 급하게 쓰면서 버려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피폭에 노출되니 솔로는 결혼도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불면증에 우울증, 번아웃, 알코올 중독, 부상, 사고까지 이어졌다.

대규모 방사능이 누출된 상황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발벗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참여한 것일까 궁금했다. 특히 나는 한 인터뷰 참여자의 사연이 가장 공감되었다. ˝전기를 쓰면서도 원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공기 같은 거였죠. 나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달까?˝ 후쿠시마 지역은 수십 년전부터 원전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 중 일하는 근로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원전과 함께 살아나간다고 해도 무방한 지역이었기에 그들에게 원전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공간이었을 것이다.
사고 수습을 지휘한 사람 중 ‘요시다 소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는 2010년 제1원전 소장으로 취임해 사고가 터진 뒤에는 사고 현장을 선두지휘하며 독려했다. 사고 다음 날 원자로 노심 용융(녹아서 섞임)으로 통제 불능의 위기가 닥치자 그는 결단을 내려 냉각수 공급이 끊긴 원전 1호기에 해수 주입을 시작했다고 한다. 윗선의 지시가 내려오기까지 기다렸다가는 더 큰 사고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일부 비판도 받았으나 주변 사람들은 요시다 소장이 아니었으면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을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게다가 그는 현장 작업자들을 하나 하나 다 챙긴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사고 후 1~2년이 흐르기까지는 그나마도 언론에서 보도가 되고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있었지만 2013년 이후가 되면 관련 보도도 줄어든다. 작업자들이 사고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고 자신들도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정부는 도쿄, 후쿠시마의 일상화를 외치며 작업자들의 보상 규모를 줄여나간다. 작업 중 일어난 작은 사고나 부상은 언론에 보도조차 하지 않고 병원으로 호송되어야만 발표했다. 그나마 헬기 이착륙장이 생겨서 부상자 호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그전에는 러시아워를 뚫고 다른 지역의 헬기 이착륙장까지 이동해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만 했다).
도쿄전력 임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으나 최종 무죄를 선고받는 등 책임자들은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나서 다른 원전들도 모두 가동을 중단했었으나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 원전이 재가동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까지 30~40년을 잡고 있던데 세부 작업 기한이 하나 둘 늦어지고 있는 마당에 솔직히 현실 가능한 플랜인지 모르겠다.

사고 초반부터 시작해서 2019년에 이르기까지 피해 복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곳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앞부분에 제1원전 부감도와 조감도, 부지 내부 등을 비롯한 각종 사진들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머리를 울렸다. 나는 원전은 가급하면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탈원전의 입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생각하니 현실적으로 이를 위한 타개책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방향은 탈원전으로 가는 게 맞겠지만. 대한민국은 과연 원전의 안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이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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