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기와 그 이후 마오주의는 1949년 이전의 중국과 매우 흡사한 탄자니아, 네팔, 인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저개발국이나 식민지국 또는 이제 막 식민지에서 벗어난 나라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섰다. 1920년대와 30년대에 소련이 후원한 코민테른 Comintern이 지출한 예산과 비교한다면 그다지 많지 않은 자원만으로도 중화인민공화국은 그들을 매료시켰다. 또한 마오쩌둥의 사상과 발언은 진정한 게릴라 스타일로 선진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_ 줄리아 로벨, <마오주의>, p30

대약진운동이 가져온 기근과 문화대혁명이 가져온 파괴와 단절. 이상이 마오쩌둥 시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세계적으로 마오쩌둥의 사상이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수많은 병력을 잃고 옌안으로 패퇴했던 무리가 대륙을 석권했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 신화가 되었다. 이 신화는 외부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내고자 했던 이들에게 또다른 별이 되었고, 제3세계는 소련제 AK47로 무장하고 중국식 게릴라 전술로 혁명을 추진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돈과 실력이 부족했지만 정다운 혁명 동지였던 중국이 2001년 WTO 가입 이후 G2로 또다른 신화를 써내려가는 지금 이 시기 마오주의는 이미 일대일로라는 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한 장건과 반초의 개척로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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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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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질서는 뉴딜 질서의 폐허에서 출현했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p35


 1930년대 대공황의 미국경제를 살려낸 것으로 알려진 뉴딜(New Deal)정책과 대척점에 있는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이들 사이의 대립을 서술하지 않는다. 분명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들 정책은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상만큼의 차이를 갖기에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표를 얻어 집권하려는 정치적인 목표를 가진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의 측면에서도 그럴까. 


 이 책은 여기에서 '정치 질서'의 개념을 도입하여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좁은 차원의 '음모'가 아니라 고전적 자유주의를 계승하여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미국에서 뉴딜 질서의 위기가 본격화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공세를 취하게 된 한 가지 '지적/도덕적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옮긴이의 말, p548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바라본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최소비용, 효용 극대화 등의 경제이론의 공리들이 어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 시기마다 한 표라도 더 얻어 집권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이를 위해 19세기 노예제도를 찬성하던 정당이 세계시민주의를 표방하며 반(反)인종주의를 내세우거나, 19세기 자유무역을 외치던 정당이 보호주의를 외치며 외국제품에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미국 좌파와 우파의 정치적인 합작품이라는 것을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잘 보여준다.

 

  신자유주의는 일부 지배 집단의 수탈과 특권이라는 협소하고 '치사스러운' 특수이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성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익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담론은 보수적인 우파 버전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좌파 버전도 얼마든지 생성시킬 수 있는 힘과 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옮긴이의 말, p548


  뉴딜 정책이 무너진 자리에서 신자유주의가 피어났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사주의 몰락이라는 사건과 배경을 통해 지지된다. 1930년대 대공황을 통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산주의와 수정자본주의라는 두 갈래의 노력은 공산세계의 붕괴를 계기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공산세계라는 외부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빚어지는 신빅토리아적 관점과 세계시민주의적 관점. 어쩌면 신자유주의는 실체가 없는 서로 다른 이익집단들의 서로 다른 슬로건은 아닐까를 생각하는 독서였다...


  신자유주의 질서에서의 모순 하나는, 신자유주의를 엘리트의 지배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는 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모순이다. 또 다른 모순은 좋은 삶을 이루는 법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다른 두 가지 도덕적 관점이 신자유주의 질서 내부에 불편하게 공존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내가 신빅토리아적이라고 부르는 관점으로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가족을 탄탄하게 유지하며, 노동, 성, 소비 등에 기율을 갖는 것을 찬양하는 태도다(p30)... 또 다른 도덕적 관점은 내가 세계시민주의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이러한 관점은 개인들이 전통, 유산, 이미 결정된 사회적역할 등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아 혹은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야말로 시장 자유의 핵심이라고 본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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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프레임 -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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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더 효율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심오한 가치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진보주의자는 자신들 고유의 가치가 보편적 가치라고 가정하며, 나아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사실을 제시하고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뿐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가치는 보편적이지 않다. _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홀링, <이기는 프레임>, p86

가치를 제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정책을 제시하는 진보주의자. <이기는 프레임>에서 저자들은 보수주의자의 언어로 말하는 진보주의자의 문제를 지적한다. 사용하는 언어에 담긴 서로 다른 가치는 결코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치가 담긴 언어를 사용하면서 결국 프레임 싸움에서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비롯한 '프레임'관련 책들의공통된 내용이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스펙트럼만큼의 색깔과 다른 결들이 존재한다. 검은 색과 흰 색 사이에 놓여진 서로 다른 명암의 회색들을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은 사회 이슈에 따라 또다른 색을 갖는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공론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끌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대 민주주의는 공론장에서의 담론 대신 각자 자신의 귀를 막고 각자의 언어로 목소리를 높이며 표대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도르노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오뒷세우스와 세이렌' 신화를 통해 말한 '인간소외'는 경제학에 한정된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귀를 막고 노를 저어야 하는 오뒷세우스의 부하들이 자본의 명령을 받으며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되었듯, 오늘날 우리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명령에 충실하면서 선거라는 정치적 행위의 결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기는 프레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보다 보편적으로 관철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이전에 공론화된 장에서 싸우지 않고 합의를 통해 파레토 최적점에 이르는 길은 없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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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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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미국을 진보적 이상의 길로 되돌리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담고 있으며, 우리의 정치 활동 방식을 변화시키고, 미국이 진보적인 서민들과 교감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우리는 이 책이 새롭게 재충전한 자유주의의 언어를 창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_ 죠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p10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와 로크리지 연구소의 <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Thinking Points: Communicationg Our American Values and Visions>은 제목 그대로 프레임(Frame)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이 실재를 이해하고 실재라고 여기는 것을 창조하게 해주는 심적 구조, 창(窓)인 프레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메세지를 상대의 구조에 무의식적으로 반영시키고, 거부감없이 자신의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표층 프레임은 심층 프레임을 활성화하고 또한 심층 프레임에 크게 의존하는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어구와 연관된다. 이것들은 도덕적 세계관이나 정치 철학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들이다. 심층 프레임은 사람의 전반적인 '상식'을 정의한다. 심층 프레임이 없다면, 표층 프레임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적절한 심층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슬로건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_ 죠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p50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0일도 안 남은 현 시점에서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이중개념주의자들인 유권자의 무의식에 자신의 정치적 메세지를 심고, 자신의 의도가 아닌 유권자의 선택임을 강조하는 유세현장의 분위기가 뜨거운 요즘. 저자의 말처럼 무의식이 아닌 의식에 직접 소구하고, 가치가 아닌 이슈를 더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선거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정치는 가치의 문제이고, 의사소통의 문제이며, 후보자가 옳은 일을 수행할 것으로 믿는 유권자들의 문제인 동시에 후보자의 세계관에 대한 믿음의 문제이며, 그 세계관과의 동화의 문제이다. 또한 정치는 상징성의 문제이다. 이슈는 이차적이다. 이슈에 대한 견해는 당연히 사람의 가치에서 나오며, 이슈와 정책의 선택은 그러한 가치를 상징한다. _ 죠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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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다원적 정치철학을 모색한다면 ‘빨갱이‘  또는 ‘친북 좌파‘와 같은 무지막지한 낙인을 우리사회의 공론장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극심한 이념 대결의 와중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던 비극의 현대사를 체험한 나라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은 다른 수단에 의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야만적 폭력이다. 이런빨갱이 담론이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다원주의자들에 의해 차단되고 비난되는지의 여부가 바로 한국 사회에서 다원적 공공 정치성이 최소한이라도 지켜지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실험이라고 나는 믿는다. 같은 차원은 아니지만 유사한 논리로, 우파에 대해 퍼부어지곤 하는 ‘꼴통 보수‘ 같은 언사 역시 다원적 공공 정치의 이름으로 공론장에서 배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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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4-01-02 00: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은 것을 성취하는 한 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