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동창회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모교와의 연락을 하기 위하여 조직한 모임’이라고 한다. 동창의 뜻은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 사이’ 또는 ‘같은 학교를 같은 해에 나온 사람’이라고 한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인간은 가까워질 수 있는 존재인가? 같은 학교를 다닌 사이라서 수 년 수십 년이 흘러도 다시 만나면 즐거운 걸까? 즐겁다고? 왜 만나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엄마는 종종 동창회를 가던데 한번은 내가 너무 궁금해서 물었다. “엄마, 거기 가면 재밌어? 무슨 이야기해?” 엄마는 반갑고 즐겁다는데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로 자기들 사는 자랑, 자식 자랑 그런 것들이나 하겠지. 울 언니도 종종 동창회를 가던데 그러고 나면 (무려 가족 단톡방에!) 중개를 한다. 그때 걔가 어떻고 저렇고…. 어릴 때부터 미주알고주알 말이 많던 이 인간은 여전하군. 동창생끼리 다시 만나 불륜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그 시절 알고 지내던 사람이 새로운 존재로 다가오는 게 가능하다고? 이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은 정말 정에 굶주린 존재인가, 타인이 없으면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인가....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인간관계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그것 참 이해하기 어렵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집사2는 “너는 한 번도 사람한테 결핍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래”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보다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하는 소리가 따분하다. 재미가 없다. 그래서 굳이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친구가 생겨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친구라서 재미가 없는 걸까? 재미가 없기 때문에 친구가 된 걸까? 지금까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연인이자 친구였고, 대부분은 그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고 살아왔기 때문에 ‘친구’라는 존재가 별도로 꼭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나마 있던 친구마저 다 정리했다. 나는 이제 정말로, 진심으로 친구가 없다(이렇게 말하면 다락방이 섭섭해 할 것도 같은데, 여기서 말하는 친구란 오프라인에서 오래 죽 알고 지내온 이들을 말한다). 그들과 점점 거리를 두다가 다 끊어버렸다. 그들 대부분은 그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할 텐데, 인간이 엮이며 만든 관계에서 빚어지는 이런저런 일들-감정소모들이 피곤하다. 서른 이후 친구라고 만났던 존재들은 대부분 전 애인인 X의 친구들이었는데 X와 헤어진 이후로도 이 친구들과 내내 가깝게 지낸다는 게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치 않아도 X의 소식이 들려온다거나 또 때로는 나와 집사2의 소식이 그쪽에 전해질 수도 있다는 것들… 참 싫다. 마침내 드디어 끊어버린 것이다. 십여 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다니..... 후련하다.
친구가 없다는 것, 인간관계가 협소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 사회는 친구가 없으면 어딘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설령 내가 성격파탄자라서 곁에 사람이 없다고 쳐도 뭐 그러려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뭘 그렇게 남들이 어떻게 볼지 신경 쓰는 걸까. 만나서 즐겁지 않은 사람들과 헛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한심한 일 아닌가. 그 시간에 홀로 충실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외롭지 않으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이 무리에 속해 있으면 외롭지 않은가? 오히려 소통이 잘 안 되는 무리에 속해 있을 때 더 고독해지지 않는가? 게다가 인간은 본디 태어나길 고독하게 태어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 아닌 타자가 그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관혼상제 같은 때 사람이 많기를 바라는 심리에서 인간관계를 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이 죽을 때 혼자 죽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도 같다. 한데 죽을 땐 원래 혼자 아닌가. 장례 때 찾아오는 사람들 숫자로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고독하게 장례를 치르면 그는 인생을 잘못 산 것인가? 글쎄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이제는 어릴 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꽃놀이처럼 한순간 터지고 마는 기쁨이나 슬픔보다, 오래오래 인생과 함께 살아가는 편이 재미있어.” (사노 요코, <친구는 쓸모없다>)
갑자기 웬 친구 이야기인가 싶은데 최근 연달아 읽은 책 두 권이 공교롭게도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사노 요코의 <친구는 쓸모없다>는 사실 <친구는 필요 없다>로 오해해서 읽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쓸모없음의 한때를 함께 보내는 친구라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여서 좀 실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그럭저럭 재미나게 읽었다. 친구를 끊임없이 사귀고 있는 요코에 비해 같이 이야기를 나눈 슌타로는 친구 없이도 잘 살 수 있다주의자라서 그쪽에 나는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노 요코와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부부로 살다 이혼한 사이인데 그 후로도 예술적 동반자로 담담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 책은 슌타로가 요코의 남편이 되기 전, 친구 사이로 나눈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친구 없이 잘만 살아왔다는 슌타로도 요코를 연인이자 아내이자 친구로 삼았던 셈인가 싶기도.
<더 컴업펀스>는 동창회를 그린다. 고교 졸업 후 20년 만에 만나는 다섯 사람. 이제는 마흔을 넘긴 그들이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재회한다. 동창회에 가기 전, 가깝게 지내던 다섯 명이 먼저 만나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이런저런 병에 시달리며 은둔하는 친구도 있고, 결혼 후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 다섯 명 중에는 한때 연인으로 지낸 이들도 있다. 정글 주스(Jungle Juice)를 마시고 대마초를 나눠 피우며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면서 즐겁던 분위기는 차츰 균열이 생기면서 조롱과 비방 폭로 험담이 이어지고 갈등은 고조에 이르는데…. 상대의 불행을 확인하고 나의 우월함을 확인하고 과시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등 인간의 저열하지만 솔직한 감정의 민낯이 거침없이 까발려진다. 그런 중에도 컬럼바인, 9.11, 전쟁, 트럼프, 코로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등등 미국 현대사를 간간이 훑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백미는 ‘죽음’이 화자로 등장해 이 모임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죽음’은 다섯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왜 아니겠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죽음을 생각하거나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이 동창들의 모임에서 누가 죽나? 죽음이 왜 참여한 것일까?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2막에 이르러 그 죽음의 그림자가 누군가에게 드리워질지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울컥하게 된다. 하필이면 그 주인공이 연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다가 그 연인이 떠남으로써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쓸쓸한 생이 눈에 그려지는 듯해 울컥하게 된다.
집사2는 종종 내게 먼저 죽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나도 내가 먼저 죽고 난 후 혼자 남을 집사2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내가 먼저 죽으면 다른 사람 만날 거라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나는 심드렁하게 그러라고 하는데.... 그럼 또 섭섭해 한다. 아니 내가 다른 사람 만나도 아무렇지 않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나도 없는데 너 혼자 있는 건 바라지 않는다니까. 반면 집사2는 자기가 먼저 죽으면 나는 혼자서도 잘만 살 거 같단다. 다른 사람 만나서 잘만 살 거 같다나......... (아니 그 나이에...???) 아무튼 나는 또 심드렁하게 “응” 한다. 사실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 혼자 남았다고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면서 곳통받을 거 같지는 않다. 그래서 집사2는 내가 자기보다는 하루 뒤라도 좋으니 꼭 나중에 죽어야 한다고 당부&협박한다......... 그러다가도 정말 섭섭하다, 나 없이도 잘 지낸다니!!?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그럴 때 나는 말한다. 인간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고. 너 없으면 나 죽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하는 인간들이 스토커가 되는 거라고. 하긴 그건 그래... 또 끄덕끄덕하는 집사2...ㅋㅋㅋㅋㅋ 아무튼 집사2가 나보다 나중에 죽어서 이 막막한 세상에 혼자 남는 걸 (저세상에서) 볼 자신은 없어서 나는 얘보다는 오래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술 줄여야 하는데......

지난주에 나 혼자 <사탄탱고> 보러 갔을 때 집에 홀로 남아 있던 집사2. 인터미션 때마다 집사2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고새 이런 메시지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고 싶다는 거야? 벗고 싶다는 거야? 둘 다인가? (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년을 만나도 이런 인간이 있어서 내가 인간관계에서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가 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락방의 플러팅 현장. 사실 이날(10월 7일)은 내가 지난주 연휴의 첫날이었던 터라 아침에 북플 확인 후 핸드폰을 거의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중에 이런 댓글이 다다다다다...... 나중에 확인하고는 이건 다락방이 만나자는 소리 같은데.... 싶었지만 모른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요즘 사람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는데 보다 못한 망고가 저런 댓글을 남기고 나는 역시 모호한 웃음으로 마무리....
근데 보다 못한 폴스타프 님이 수육은 됐고 애호박찌개나 먹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빵 터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인간....... 포기하지 않는 이 인간, 다락방은 수육을 팽개치고는 빨랑 만나서 책 이야기하자면서 잠자냥에게 플러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은 김승섭 교수의 책과 관련한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여 곧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육보다는 책. 아니 사실 두 번이나 외면하기는 뭐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불요불굴의 다락방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내가 인간관계에서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가 봅니다22222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