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고전의세계 리커버
마르퀴 드 콩도르세 지음, 장세룡 옮김 / 책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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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도르세는 단지 열광주의적 몽상가였을까? 교육과 계몽을 통한 인간 정신의 진보를 누구보다 굳게 믿었던 이 철학자의 시대를 앞서나간 생각을 좇다 보면 인간의 진보란 이토록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역사가 흐른다고 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보는 어렵고 추락은 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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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1-10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일반적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간 정신의 진보에, 남녀 두 성별 사이에 권리의 불평등이 싹트게 한 편견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는 불평등 덕분에 유리한 성별에게는 해로운 일이 될 것이다— 도 끼워 넣어야 한다. 사람들은 남녀 신체 조직의 차이와, 지성과 도덕적 감수성에서 찾아내고 싶어 하는 차이로 이 불평등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헛된 일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힘의 남용 외에 다른 기원은 갖고 있지 않으며, 이후 사람들은 궤변으로 그것을 변호하려고 애써왔으나 헛된 일이다.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마르퀴 드 콩도르세
 
브뤼셀의 한 가족 제안들 29
샹탈 아케르만 저자, 이혜인 역자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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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구성원 개개인의 삶, 그들이 살아온 시대, 역사적 상흔까지 가늠할 수 있다. 짧은 이야기인데도 삶과 노화,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 독특한 화자 시점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 함께 실린 (감독이자) 작가의 인터뷰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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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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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셰리Cheri’- 마흔아홉의 레아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남자, 스물다섯 그의 애칭은 셰리- 이 작품에서는 ‘소중한 아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애지중지하는 사람’,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더 잘 어울린다. 레아가 셰리를 셰리라고 달콤하게 부를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다른 셰리가 떠오른다. 내 머릿속의 그는 바로 ‘셰리Sherry’ 어처구니없게도 식전주의 대명사 셰리이다.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술, 셰리- 그런데 묘하게도 그 셰리와 이 셰리가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레아의 소중한 아이 셰리Cheri는 그녀에게 한때는 식전주 셰리Sherry 같은 존재였다. 상쾌하면서도 가벼운,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그런 존재- 그런데 가볍게 입을 댄 그 술에 그렇게 독하게 취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레아도 셰리도 몰랐으리라.

셰리에게도 레아를 부르는 애칭이 있다. ‘누누nounou’- 셰리는 레아를 누누, 그러니까 유모라고 부른다. 유모?! 동공지진해지는 순간이다.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차이도 그렇지만, 어린 녀석이 제가 사랑에 빠지는 마흔아홉의 여자를 유모라고 부른다면 그것이 과연 애칭인지, 조롱인지 아리송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불리는 당사자 레아가 불쾌해하지 않으니,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서로의 애칭이라 인정하기로 하자. 그러니까 유모와 소중한 아이의 이 파격적인 사랑을 콜레트는 대담하게 그려나간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남자 나이 마흔아홉에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라고 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기보다 욕 처먹기 딱 좋은데 그 반대의 조합이니 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유모가 아이를 키워서 잡아먹는 이야기인가 오해하기도 딱 좋다.

여기서 잠깐 고개를 돌려보자. 내 마음에 드는 여자로 길러서 잡아먹고 마는 이야기들이 일찍부터 존재했다. 저 먼 서구가 아니라 동양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 그러니까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인의 사랑>(또는 <미친 사랑>)이 그러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영감을 준 것이 틀림없는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의 ‘히카리 겐지’와 ‘무라사키노 우에’의 관계가 그러하다. <치인의 사랑>에서 ‘조지’는 열다섯 살 소녀 ‘나오미’를 데려다가 키워서(아니 다 키우기도 전에) 잡아먹고, <겐지 이야기>의 ‘히카리 겐지’는 열 살 소녀 ‘무라사키노 우에’를 데려다가 역시 자기 취향대로 키워서(아니 다 키우기도 전에) 잡아먹는다. 그렇다면 유모 ‘레아’도 자신의 소중한 아이, 그러니까 셰리를 미성년 시절부터 제 취향대로 키워서 낼름 잡아먹는가?! 싶어지는데 그나마 그건 아니라서 다행스럽다. 게다가 저 ‘조지’나 ‘겐지’처럼 미성년자인 소녀들을 상대의 동의 없이(동의고 뭐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나이에) 낼름 잡아먹는 게 아니라, 레아는 셰리를 어릴 때부터 죽 지켜보긴 했지만 그가 열아홉 살이던 그 어느 밤, 처음으로 키스, 식전주 같은 키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그 짧은 키스가 두 사람의 가슴속에 서로를 향한 고깃덩어리 같은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말았으니, 둘은 식전주는 이제 제하고 본 코스로 들어가 그 이후 6년 동안 서로를 탐하는 사이가 된다.

미성년일 때 시작한 사이도 아니고, 서로의 동의 아래 이뤄진 키스&육체관계이니 둘 사이에 무엇이 문제일까 싶은데,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차이는 동서양 막론하고, 특히 여자가 남자보다 연상일 때는 문제가 되기 쉬운 모양이다. 레아의 친구이자 셰리의 엄마는 자기의 잘난 아들을 그 또래의 귀엽고 발랄한 젊은 여성에게 장가보내고 싶다. 문제는 셰리 이놈인데, 이 철딱서니 없는 망나니 같은 녀석도 엄마의 뜻을 받들어 자기 또래의 젊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6년 동안 이어진 유모와 못된 아기의 사랑은 우쭈쭈쭈 내 소중한 아기 셰리의 결혼과 함께 끝을 봐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차피 서로 쾌락을 위해 맺어졌던 관계였으므로 짐짓 가벼운 척, 별것 아닌 척, 쉽게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쉬운 이별이 어디 존재할까? 심지어 무려 6년이나 이어진 관계이다. 게다가, 못된 아기 셰리 못지않게 레아 또한 못된 유모가 아닌가. 이 둘의 관계를 지켜보면 서로 좋아 죽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두 사람만 그걸 모른다), 서로의 앞에서는 질투도 나지 않는 척 못 보면 못 봐서 힘들지 않은 척, 그립지도 않은 척,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사는 척 등등 온갖 척을 다한다. 이 두 사람을 지켜보노라면 서로 누가 안 사랑하는 척, 덜 사랑하는 척 내기라도 하는 듯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다 보인다. 둘 다 서로 없이 못 살 거라는 거. 쿨내 진동하지만 전혀 쿨하지 못한 두 사람.



“하지만 혼자가 아니잖아! 그 여자애도 있잖아....”
“물론, 그 여자도 있지,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있긴 있지.”
“그리고 이제 더는 내가 없고.”
셰리는 대답을 말 대신 얼굴로 내비쳤다. 어쩔 줄 모르며 흔들리는 동공, 순식간에 핏기가 빠져나간 입술, 일그러진 표정, 그는 그녀가 숨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한 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늘 있을 거야, 누누.” (p.73)


그들은 저토록 가볍게(?) 헤어진다. 헤어지는 그 순간 레아는 너무도 능숙하게 자신의 본심을 숨기면서 잘 다스린 것, 한순간 복받친 이별의 격한 감정을 숨긴 것, 절대 해선 안 될 말을 삼킨 것, 진심을 털어놓으며 애원하고 우기고 매달리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 이후 둘은 저마다 고통 속을 헤맨다. 레아는 레아대로 이 남자 저 남자 찾으며 가벼운 관계를 지속하지만 공허하다. 자신의 늙어가는 육체가, 시들어가는 육체가 짐짓 야속하기만 하다. 셰리는 셰리대로 젊은 아내와의 생활에 잘 적응하는 척하지만 얼마 못가 집을 나오고 호텔에 살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돈을 주고 사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그는 레아 이야기를 실컷 하고 싶다.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레아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못한다. 흉을 보는 척, 비판하는 척하면서도 그 본질은 결국 레아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계속해서 떠들면서 박해받은 연인의 고충을 암시하는 너절한 말들 뒤에 숨어, 위험없이 레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은밀한 행복을’ 누리고 ‘조금 더 레아의 평판을 해치면서 속으로는 고이 간직한 그녀와의 추억을’ 기린다. ‘여섯 달 동안 불러보지 못했던 그 다정하고 쉬운 이름을 마음껏 발음하면서 레아의 모든 자애로운 모습을’ 떠올린다. 레아는 없지만 지독히도 그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pp.121~122)

못된 아기 셰리의 이 모습에서는 바보 같은 녀석! 하면서도 쓸쓸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더는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나 사이가 된 후라면 그런데도 그저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은, 그 사람이 눈앞에 나타난 듯한 느낌인 그 기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셰리가 돈을 주고서라도 레아 이야기를 마음껏 하고 싶어 하는 저 감정에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레아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와의 시간을 되찾은 듯 행복한 셰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레아 앞에서 절규한다. 이제는 덜 사랑하는 척, 당신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척, 위악적인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여자 때문에 고통스러운 게 뭔지 않다고, 당신 이후에 나를 기다리는 관계는 다 하잘것없어졌다고, 당신 때문에 난 망했다고 외치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당신이 어디에도 없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늘, 그 6년 전의 첫 입맞춤 이후로 그를, 그녀를 지배해 온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숨긴다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진실. 잃어버린 후에나 터져버린 진실 앞에서 셰리와 레아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 두 사람 앞에는 이제 행복이 펼쳐질까? ‘건물 꼭대기 층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추락 중에 느낄 수 있는 어리석은 희망이 그들 사이에 반짝’(p.199)인다. 그러나 그 이후 ‘사라졌다’는 구절이 서늘하게 더 와 닿는 것은 사랑의 속성이 대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가엾은 셰리... 생각하면 재미있어. 너는 쇠락한 늙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나는 스캔들 급의 젊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했던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것을 잃었으니 말이야....’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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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ㄷㄹㅂ 님과의 취향 차이를 다시한번 확인한 그 책 아닙니까? ㅋㅋㅋ 이따 다시 와서 읽어야징~~

다락방 2025-01-09 08: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ㄷㄹㅂ 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1-08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아~~ 식전주는 제하고 본 코스로 들어가.. ㅋㅋㅋㅋㅋ 이 찰진 표현 뭡니까! ㅋㅋ
ㄷㄹㅂ 님이 이 책 읽으면서 아이고 답답 외치셨을 이유를 알겠네요 ㅎㅎ 그래도 잠자냥님 리뷰로는 아주 매력적인 소설 같은데, 흠...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나 봅니다.
잠자냥 은근 낭만파야...

잠자냥 2025-01-09 09: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노렸어. 역시 잘 아는 괭 ㅋㅋㅋㅋㅋㅋ
ㄷㄹㅂ 은 일 안 하는/ 돈 안 버는 어린 남자가 사랑 타령만 하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초반에 좀 안 읽힌다는 평들이 있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그랬고요(문장이 좀 매끄럽지 않아서 더 그렇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재미납니다.

독서괭 2025-01-09 09:54   좋아요 1 | URL
저 간밤 꿈에 무슨 놀이동산 같은 델 간 것 같은데 거기 잠자냥님이 있었거든요. 제가 은오는요? 하니 저기 왔다고 하기에 봤더니.. 사람 사이에 판다가..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1-09 09:56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25-01-09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읽고 싶네요. 플러스 마이너스 25는 마크롱 부부인데....
완독 불가라는 소문이 횡행하는 가운데.... 잠자냥님 글 읽고 나니.... 아, 읽고 싶네요.

잠자냥 2025-01-09 14:21   좋아요 2 | URL
음 근데 셰리가 마크롱보다는 훨씬 잘생겼을걸요? ㅋㅋㅋㅋ
이 작품 완독 불가는 아니고 초중반에 좀 고비가 있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5-01-09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ㅋ 표지가 좀 그래서(?) 북커버하고 읽었습니다 ㅋㅋ 나이차이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전 적응이 좀 안되더라는~~~

잠자냥 2025-01-09 17:50   좋아요 1 | URL
셰리 새파랑!! 누누를 찾아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5-01-09 17:59   좋아요 1 | URL
24살 차이면 거의 칠순이십니다.....

잠자냥 2025-01-10 08:00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5-01-10 08:07   좋아요 1 | URL
칠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5-01-10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왜 때문에 😜 난 이 리뷰가 넘 관능적이져? ㅎㅎㅎㅎㅎㅎ 읽고 싶은디? ㅋㅋㅋ (검은 속내)

잠자냥 2025-01-10 12:04   좋아요 1 | URL
쟝이 기대하는 야함은 부족한 줄 아뢰오.........

공쟝쟝 2025-01-10 17:35   좋아요 0 | URL
아니 저를 멀로보고 홍홍홍
 

2025년 새해 첫 월요일- 병원 침대에 누워 검사를 받다 보면 그때만큼 비장하게 술을 마시지 말자!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 또 없다.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러 가는 병원에서 초음파 검진을 받고 있으려니 역시나, 또 한 번 의사선생님의 손길이 어딘가에 오래 머문다 싶어지면 침을 꼴깍 삼키면서 왜 왜 왜 뭐?! 머릿속에 물음표를 동동 띄우면서 아, 내가 올해부턴 주중에 술 안 마실 거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의사 쌤의 이상 없습니다! 6개월 뒤에 또 만나요, 소리와 함께 안도하며 병원을 나오고, 퇴근 무렵에는 아니나 다를까 술 생각이...... 주중에는 금주! 선언을 외치는 것은 올해부터는 책 안 사(엥?!) 올해부터는 책탑 사진 안 찍어!(에에엥?)하는 결심과 같은 것일지도....




샹탈 아케르만, <브뤼셀의 한 가족>
이쪽 지역(프랑스-벨기에) 영화를 즐겨보는 입장에서 샹탈 아케르만 감독(이 더 익숙하다)의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일단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얼마 전 폴스타프 님이 이 책에 5별 주면서 내 취향이야! 외친 걸 보고 구매. 요즘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폴스타프 이 인간, 취향 참...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 취향이기도 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읽어보시면 알리라. 일단 문장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 얇은데도 진도 빨리 안 나간다. 내 취향이야 .>_<




주디스 버틀러, 프레데리크 보름스,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
새해 첫 구매. 읽고 5별 줬다. 새해에, 1월에 아니면 2월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살 만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인간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인간들에게 추천.




마이클 W. 애플, <이데올로기와 커리큘럼>
부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누구의 지식인가?” 부르디외 책 읽다가 궁금해져서 구매. 교육자는 아니지만 교육과 재생산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서 이런 책은 종종 사본다. 제목부터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1979년 초판 발행 이래 교육에서 문화적‧경제적 권력 관계를 다룬 획기적인 저술로 20세기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계적인 책 20권에 선정된 교육 명저”.




CJ 하우저, <두루미 아내-나를 만든 사랑과 이별의 궤적들>
이 책 너무 재밌을 거 같아서 급박하게 샀다. ‘나를 만든 사랑과 이별의 궤적들’이라는 부제도 흥미롭지 않은가?!  <파리 리뷰>에서 1백만 회 이상 조회되고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며 커다란 화제를 일으킨 기고문에서 출발한 에세이집. 파혼하고 열흘 뒤 소설 취재를 위해 두루미 탐구 답사를 떠난 저자가 외딴 바닷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사랑과 내면을 진솔하고도 섬세하게 돌아본다고.




케이티 켈러허,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이것도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미국의 예술, 디자인 분야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케이티 켈러허가 인류,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매혹시켰던 아름다운 물건들의 가장 깊숙한 곳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았다고. 거울, 꽃, 보석, 향수, 실크 등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근현대 소비주의 사회를 움직여온 아름다운 물건들의 어둡고, 추하고, 비밀스러운 역사를 파본다는데...




턱괴는여자들 외,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사회 구조가 만드는 외로움의 고리를 끊어내는 개인의 연대”- 외로움의 원인을 개인의 내면이 아닌 사회 구조에서 찾는 관점을 보편화하기 위한 시도로, 지은이가 여럿인데, 김원영(<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하미나(<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김규진(<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인정(<고통 구경하는 사회>) 등의 이름을 보면 대충 어떤 글들이 실려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듯.




함보름, <십 대를 위한 영화 속 인권 이야기>

부제는 "역사, 문화, 정치, 노동, 기후 위기까지, 인권을 알면 자연적으로 알게 되는 세상의 다양한 지식들"- 솔직히 이 책은 내 관심 영역 밖이긴 한데, 굿즈(고양이 담요 하나 더) 받을 욕심에 샀다. 영화를 통해 인권을 살펴보는 취지가 좋아 보인다. 후루룩 빨리 훑어보고 집사2에게 넘기기로.




심귀연,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의 생각>
아니 그런데 고양이 담요 주는 대상 도서는 아니었지만 청소년 도서 2만 원 이상 구매! 맞추려고 청소년 도서 살펴보다가 오잉?! 심봤따!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 등 대표적인 신유물론자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신유물론이 무엇인지 쉽게 안내하는 입문서. 아니 이건 청소년 철학 도서가 아니라 저를 위한 맞춤책이군요.




아무튼 이렇게 샀다.



그리고 그래서 그렇게 괭이 담요 또 받았다. 완성!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나서 나랑 집사2랑 둘 다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날 우리집은 고양이 8마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집사2랑 뒤집어쓰고 있으려니 회색냥이랑 노랑냥이가 아니라, 이건 완전 톰과 제리! ㅋㅋㅋㅋ

누가 톰인지는 안 알려줌.......


그리고.....



새해 첫 월요일이니까 금주!!! 는 무슨.... 퇴근하면서 이 와인을 샀다. 12월에 다락방 만났을 때 2차로 간 집에서 함께 마신 와인. 이 와인 맛있어서 오잉? 했는데 찾아보니 투썩 점퍼(Tussock Jumper). 그때 그 와인은 황소(말벡)였는데 황소는 다 팔렸는지 돼지(메를로)랑 닭이랑 펭귄 등등 빨간 스웨터를 입은 동물들이 있었다. 일단 돼지로 가져 옴.




그러니까 12월에 다락방 만났을 때 마신 저 와인은 투썩 점퍼 카우 말벡!
저 손은 "이유경 에세이만큼 읽을 만한 에세이가 없다"를 외친 주인공의 손.


나 기억력 좋지 락방아! 이거 어디서 파는지 알려줄까? 이마트24 가면... 우리가 그 술집에서 한 병 먹은 가격으로 두 병 살 수 있어! 두 병 사고도 거스름돈 받을 수 있음 ㅋㅋㅋㅋㅋ


오늘은 다른 이마트24로 황소 사냥을 가야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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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7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여…
아니 왜 인조고양이들만 있고 진짜 고양이 사진은 없어요?? 이 페이퍼 무효닷 😭😭😭

잠자냥 2025-01-07 14:09   좋아요 1 | URL
육냥이들 집사측과 새해 간식협상 실패해서, 최저간식 인상 요구안 부결 되는 바람에 초상권 파업 무기한 들어갔어요.

독서괭 2025-01-07 15:53   좋아요 0 | URL
왜 부결시키신 거죠??

잠자냥 2025-01-07 16:35   좋아요 1 | URL
아니 녀석들 나이 들어가는데 간식을 많이 주면 어떡해요!
안 그래도 제가 간식 많이 주는 편이라 늘 혼나는데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1-07 19:05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럼 초상권 파업 어떻게 끝내요!! ㅠㅠ

잠자냥 2025-01-08 08:47   좋아요 1 | URL
😝

망고 2025-01-07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톰인 거죠 제리한테 맨날 당하는...ㅠㅠ

잠자냥 2025-01-07 14:1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가 주로 노랑고양이 담요 쓰고 있어요!!!

망고 2025-01-07 14:18   좋아요 1 | URL
인증샷 없으면 제 말이 맞음😛

독서괭 2025-01-07 15:53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이 당하실 리가 ㅎㅎㅎ

다락방 2025-01-07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지막에 와인 무슨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만 뽐뿌 당하는게 아니라 이제 와인까지 뽐뿌당하네요. 저희 회사 직원도 저거 저랑 마시고나서 보일 때마다 사서 쟁인다고 하더라고요. 맛있다고. 이마트24..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루미 아내]는 잠자냥 님이 이 페이퍼에 써준 짧은 소개가 아니라면 표지만 보고 완전 제꼈을 책이네요. 표지는 너무 지루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용은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도 제가 좀 제 장바구니에 담아가야겠군요.

-이상 2025년엔 책 안사려고 결심중인 다락방 씀-

잠자냥 2025-01-07 17: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잠자냥 책 팔다 팔다 주류 영업까지 손 뻗쳐…. 문어발식 영업” “문어발식 영업도 또 당하는 다락방 어짬 좋아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1-07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말, <두루미 아내> 표지가 너무... 너무.. 올드해 보이는데, 우리 옛날 민담책 같은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겠죠? 잠자냥님 리뷰 기대됩니다.
이유경 에세이만큼 읽을 만한 에세이가 없다!! 옳소!!

다락방 2025-01-07 19:32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제가 올해능 사랑한다는 말씀 아직 안드렸죠? 사랑합니다. 샤라라랑~

독서괭 2025-01-07 19:57   좋아요 1 | URL
❤️❤️❤️❤️❤️❤️❤️
 
스웨트 : 땀, 힘겨운 노동 GD 시리즈
린 노티지 지음, 고영범 옮김, 우연식 그래픽 / 알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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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하나 두고 노동자들끼리 아귀다툼하는 모습, 그와는 상관없이 유유히 흐르는 주식시장과 윗대가리들의 세계. 그곳이나 이곳이나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의 모습은 어쩌면 이다지도 똑같은가. 같은 노동자라도 흑인, 백인, 히스패닉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입장, 인종 갈등도 예리하게 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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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0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서재브리핑에서 제목만 보고 우리가 운동하고 땀 흘리는 그거 생각하면서 들어왔어요. 하아

잠자냥 2025-01-07 11:38   좋아요 0 | URL
ㅋㅋ 그거 아니야 노동하며 흘리는 땀이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