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틸리나,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 인내를 남용할 것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의 광기가 우리를 조롱할 것인가? 어디까지 당신의 고삐 풀린 만용이 날뛰도록 놓아 둘 것인가? 필라티움 언덕의 야간 경비, 도시의 보초병, 인민의 공포, 모든 선량한 시민의 화합, 빈틈없는 경호 아래 개최된 오늘의 원로원, 이곳에 참석한 위원들의 표정을 보면서 당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가? 당신 계획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을 느끼지 못하는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짐으로써 당신의 음모가 이미 좌절된 걸 보지 못하는가? 어젯밤에, 그저께 밤에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불러 모았는지, 어떤 계획을 꾸몄는지, 당신은 우리 가운데 누가 모를 것으로 생각하는가? _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설득의 정치>, p62/225

 

  정치인으로 키케로가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는 BC63년 카틸리나 역모 사건을 진압하면서다. 자신은 로마에서 그외 무리들은 로마 외곽에서 시내로 진입하려던 그의 계획은 집정관 키케로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그의 반란 계획은 꺽이고 만다. 이를 계기로 키케로는 '로마의 국부(國父)'라는 칭호를 안겨주었던 '카틸리나 역모 사건'.


 어두운 밤이 당신의 범죄 회합을 감추지 못하고, 사저(社邸)의 담이 음모를 꾸미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들추어내고 모든 것을 폭로하는 이 마당에, 카틸리나, 당신이 도대체 이제 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단 말인가? _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설득의 정치>, p63/225


  불과 여섯 시간만에 막을 내린 윤석열 내란 사건은 여러 면에서 카틸리나 역모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키케로의 유명한 <카틸리나 탄핵문>이 오늘처럼 가슴에 와 닿는 날이 있을까 싶다. 카탤리나를 윤석열(또는 김건희)로 대신해도 별 무리없이 이해되는 문장 속에서 시공을 초월한 명문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카틸리나, 국가는 당신을 향해 침묵으로 이렇게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벌어진 악행 가운데 너로 인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추문 가운데 너로 인하지 않은 것이 없다. 수많은 시민의 살해가, 동맹시의 착취와 약탈이 멋대로 처벌도 없이 너 하나에 의해 저질러졌다. 너는 법률과 재판 제도를 업신여겼을 뿐만 아니라 침해하고 훼손까지 했다." _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설득의 정치>, p6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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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가냘픈 목소리에 그녀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메가폰을 쥔 여자의 목소리가 차츰 가까워졌다. 선주 언니는 아니었다.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풍선 같은 침묵이 병실의 모서리들을 향해 부풀어오르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트럭이 병원 앞길을 지나가며 목소리가 크고 선명해졌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멀어진 지 십분이 채 되지 않아 군인들의 소리가 들렸다... 한 강, <소년이 온다>中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가 기습적으로 이뤄지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국회로 모여달라는 이재명 대표의 방송을 들으며, 전남 도청의 마지막 밤에 울려퍼졌던 외침을 떠올렸다. 계엄군이 도청으로 진입하기 직전 도청으로 와 달라는 간절한 외침.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1980년도 전남도청과 2024년 국회.

  계엄령이면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계엄상태에서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

  택시는 잡을 수 있을까.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크고 작은 여러 생각들은 짐이 되어 내 자신을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결국 뉴스를 보며 새벽 4시에 상황 종료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국회에 모인 여러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1980년 당시 죽은 자에 대한 산자의 부채의식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아직 잔불과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지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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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세금,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열역학 제2법칙은 우리 모두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적용된다. 마찰로 무질서한 열이 생성되는 것과 비슷하게, 흩어놓는 힘들은 끊임없이, 가차없이 작용하면서 모든 계를 붕괴시킨다. _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p30

<스케일>은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이 자연계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그 안의 상관관계가 선형이 아닌 비선형 지수함수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망델브로가 탁월하게 공헌한 부분은 리처드슨이 발견한 것을 확고한 수학적 토대 위에 올려놓고, 수학자들이 만지작거렸던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 기이한 기하학이 사실상 모든 면에서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아본 것이었다... 주식시장의 행동은 모든 시간 규모에 걸쳐서 지수나 그와 동등한 프랙털 차원을 통해 정량화할 수 있는, 거듭제곱 법칙을 따라서 반복되는 자기 유사적 프랙털 패턴이다. _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p205

관찰자 입장에서는 임계점을 지나서 발생하는 변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음을 말하는 본문의 내용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잘 설명한다. 동시에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예외없이 평형상태로 가는 전단계임을 생각한다면, 우울한 인류의 미래가 떠오르는 것 또한 피하기 어렵다. 한 가지 위안이 된다면 지수법칙의 적용을 피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속하는 계의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계수와 승수의 변화를 통해 생명의 순간을 이어갈 수 있지않을까...

기업이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를 한다는 사실은 기업이 혁신과 착상보다 규모의 경제로 승리하는 대표적인 사례임을 시사한다... 이와는 달리 도시는 혁신이 규모의 경제를 이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는 훨씬 더 분산된 양상으로 돌아가며, 권력이 시장과 시의회에서 기업과 시민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조직 구조들에 흩어져 있다. _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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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기와 그 이후 마오주의는 1949년 이전의 중국과 매우 흡사한 탄자니아, 네팔, 인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저개발국이나 식민지국 또는 이제 막 식민지에서 벗어난 나라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섰다. 1920년대와 30년대에 소련이 후원한 코민테른 Comintern이 지출한 예산과 비교한다면 그다지 많지 않은 자원만으로도 중화인민공화국은 그들을 매료시켰다. 또한 마오쩌둥의 사상과 발언은 진정한 게릴라 스타일로 선진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_ 줄리아 로벨, <마오주의>, p30

대약진운동이 가져온 기근과 문화대혁명이 가져온 파괴와 단절. 이상이 마오쩌둥 시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세계적으로 마오쩌둥의 사상이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수많은 병력을 잃고 옌안으로 패퇴했던 무리가 대륙을 석권했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 신화가 되었다. 이 신화는 외부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내고자 했던 이들에게 또다른 별이 되었고, 제3세계는 소련제 AK47로 무장하고 중국식 게릴라 전술로 혁명을 추진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돈과 실력이 부족했지만 정다운 혁명 동지였던 중국이 2001년 WTO 가입 이후 G2로 또다른 신화를 써내려가는 지금 이 시기 마오주의는 이미 일대일로라는 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한 장건과 반초의 개척로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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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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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질서는 뉴딜 질서의 폐허에서 출현했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p35


 1930년대 대공황의 미국경제를 살려낸 것으로 알려진 뉴딜(New Deal)정책과 대척점에 있는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이들 사이의 대립을 서술하지 않는다. 분명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들 정책은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상만큼의 차이를 갖기에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표를 얻어 집권하려는 정치적인 목표를 가진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의 측면에서도 그럴까. 


 이 책은 여기에서 '정치 질서'의 개념을 도입하여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좁은 차원의 '음모'가 아니라 고전적 자유주의를 계승하여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미국에서 뉴딜 질서의 위기가 본격화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공세를 취하게 된 한 가지 '지적/도덕적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옮긴이의 말, p548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바라본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최소비용, 효용 극대화 등의 경제이론의 공리들이 어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 시기마다 한 표라도 더 얻어 집권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이를 위해 19세기 노예제도를 찬성하던 정당이 세계시민주의를 표방하며 반(反)인종주의를 내세우거나, 19세기 자유무역을 외치던 정당이 보호주의를 외치며 외국제품에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미국 좌파와 우파의 정치적인 합작품이라는 것을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잘 보여준다.

 

  신자유주의는 일부 지배 집단의 수탈과 특권이라는 협소하고 '치사스러운' 특수이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성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익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담론은 보수적인 우파 버전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좌파 버전도 얼마든지 생성시킬 수 있는 힘과 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옮긴이의 말, p548


  뉴딜 정책이 무너진 자리에서 신자유주의가 피어났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사주의 몰락이라는 사건과 배경을 통해 지지된다. 1930년대 대공황을 통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산주의와 수정자본주의라는 두 갈래의 노력은 공산세계의 붕괴를 계기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공산세계라는 외부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빚어지는 신빅토리아적 관점과 세계시민주의적 관점. 어쩌면 신자유주의는 실체가 없는 서로 다른 이익집단들의 서로 다른 슬로건은 아닐까를 생각하는 독서였다...


  신자유주의 질서에서의 모순 하나는, 신자유주의를 엘리트의 지배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는 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모순이다. 또 다른 모순은 좋은 삶을 이루는 법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다른 두 가지 도덕적 관점이 신자유주의 질서 내부에 불편하게 공존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내가 신빅토리아적이라고 부르는 관점으로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가족을 탄탄하게 유지하며, 노동, 성, 소비 등에 기율을 갖는 것을 찬양하는 태도다(p30)... 또 다른 도덕적 관점은 내가 세계시민주의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이러한 관점은 개인들이 전통, 유산, 이미 결정된 사회적역할 등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아 혹은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야말로 시장 자유의 핵심이라고 본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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