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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평점 :
루프이론의 핵심 예측은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것, 무한히 나눌 수 없다는 것, '공간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p78)... '시간'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시간이 세상의 근본적인 기술의 한 부분이 아니라면, '시간의 흐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열 시간'이라는 아이디어로 대답을 얻으려는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p121/140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보여주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은 간결하다. 모든 것은 보이지 않은 양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마저도 공간 양자들의 스핀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시간은 이러한 스핀 네트워크의 동적인 진화로 바라보기에, 수많은 가정 - 여분의 차원, 초대칭 등 - 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가 과학사의 전반에 걸친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다면, 저자의 다른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이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책이다. 핵심 요약본과 원문과 같은 느낌을 주는 책 어느 것을 먼저 읽더라도 나름의 장점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루프양자이론과 초끈이론.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 중 보다 단순한 가정을 사용하는 가설을 채택한다는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에 따르면 루프양자이론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플랑크 스케일에서의 실험적 한계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는 사실은 섣부르게 결론내리기 어렵게 한다. 지금은 다수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이 시간이 흘러 소수설로 전락하거나, 폐기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루프양자이론 역시 같은 길을 갈지도 모르겠다.
과학의 답은 확정적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답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답인 까닭은, 우리가 그 답을 확정적이라고 여기지 않고, 언제나 개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무지에 대한 의식이 과학에 특별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_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p126/140
본문에서 저자는 본문의 마지막을 과학의 확신성이 아닌 신뢰성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종교와 과학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이 문장은 과학 그리고 다양화된 우리 삶의 특성이기도 하다. 한계를 인정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과학임을 보여주는 문장을 통해 만약 루프양자이론이 폐기되더라도, 이 책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읽힐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