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의 힘 (천줄읽기) - 지만지 고전선집 314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314
안나 제거스 지음, 장희창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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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제거스가 보기에 이들 모두는 약자이면서도 또한 역사 발전의 주체다. 이 작품에서 아나 제거스는 말없이 행동하는 인간들에 대해서, 어떠한 역사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민중들의 소리없는 저항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 변혁을 예술의 본질적 기능으로 규정하는 사회주의의 리얼리즘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문자 그대로 ‘현실‘과 마주치게 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현실을 직시토록 한다.(p9) - 해설 중-

모든 것이 헛돠었다. 교회와 회교 성당에서의 기도는 헛돠었다. 오래전에 잊혀 이제 아무도 숭배하지 않는 신들에게 간청하고 애원해도 헛되었다. 칼과 분노의 마지막 저항도 또한 헛되었다... 미래가 없었으므로 과거는 헛된 것이 되어버렸다.(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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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 리쩌허우와의 담화록
리쩌허우 지음, 류쉬위안 엮음, 이유진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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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데거 이후 이제 중국 철학이 등장해서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비록, 하이데거가 노자 老子를 좋아하긴 했으나 노자를 억지로 갖다 붙여서 비교하며 논의해서는 안 됩니다. 공자, 그러니까 중국의 전통으로 하이데거를 소화해야 해요.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지 않나요?(p21)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리쩌허우(李澤厚, 1930 ~ )는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該中國哲學登場了>에서 기존의 서양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대신한 새로운 중국 철학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 본체 情 本體'가 자리한다.


 인성, 정감, 우연은, 내가 기대하는 철학의 운명이라는 주제다. 이것은 장차 21세기에 시적으로 전개될 것이다.(p112)... 어떻게 과거를 슬퍼하고 현재를 아낄 것인가, 어떻게 욕 慾을 정 情으로 이끌어 들여서 욕을 정으로 만들 것인가, 그건 바로 포스트모던에서 중국 철학으로 전환하여 운명을 선택하고 내일을 결단하는 최적의 경로에요. 그건 바로 제가 인류학 역사 본체론에서 말한 '정감 - 이성 구조(문화 - 심리 구조)' 이며 '정 본체'입니다.(p114)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저자는 도구의 사용을 통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류만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한다. 도구의 사용이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역사(歷史)가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자(文字)를 통해 역사의 교훈이 후대에 남게 된다. 이러한 역사 또는 경험의 결과로 철학이 만들어졌다고 바라보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중국 문자란 대체 어떤 개념일까요? 그건 바로 역사에요. 문자는 역사와 경험을 대표합니다. 문자는 역사 경험을 총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p141)... 하이데거가 강조했던 건데 바로 명명 命名이에요. 제 생각에 이름 있음과 명명은 일을 나타내는 겁니다. 그 근원을 찾자면, 매듭을 지어 일을 기록하던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최조의 역사이지요.(p142)... 명명은 중요합니다. 그건 역사의 근원이에요. 여기서 아주 중요한 중국식 사유를 총괄해낸다면 바로, 역사로 나아가고 경험을 중시하는 겁니다.(p143)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정본체 - 정감은 운명, 인성, 우연과 함께 제기한 것이지요. 일단 그 셋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p50)... 우연 - 역사는 우연으로 가득합니다... 각종 사건에 있어서 우연과 필연의 관계와 비중을 연구하는 것이 역사학의 중심점이라고 했답니다.(p51)... 인성 - 저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류가 '보편 필연'적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하는 데 관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역점을 두고 연구한 것은, 도구의 사용과 도구의 제작이 인류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도구의 사용과 제작으로 인해 형성된 문화-심리 구조, 즉 인성 문제이자 '누적 - 침전 沈澱'에 대한 연구에요. 누적 - 침전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해주는 심리 형식이지요.(p53)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철학이 경험의 결과라면, 중국의 철학은 다른 지역의 철학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중국 철학의 특징으로 반(反) 이분법(二分法) 요소가 그 안에 있음을 강조한다.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성을 구분한 서양 사유와는 달리 중국은 이(理)와 정(情)이 어울어져 도(道)와 예(禮)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서양 철학이 맞닥뜨린 철학의 위기 상황을 겪지 않을 수 있으며 때문에 철학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된다.


 중국의 '무사 巫史 전통'으로 인해 중국 문화 속의 정감과 이성, 종교와 과학은 뚜렷이 나뉘지 않았던 겁니다. 중국에서는 공자든 맹자든, 한대 漢代의 천일합일이든, 송명이학 宋明理學의 심성 수양이든, 일종의 신앙이고 감성적인 거에요. 동시에 이성적 추리와 논증이기도 하고요. 신앙과 정감이 이성적 사변과 한데 섞여 있는 거죠.(p23)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중국 전통은 이 理와 욕 慾의 관계를 조정하고 구축하기 위한 것이지요. 즉 정이 욕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정을 욕과는 다르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정에는 이가 있긴 하지만 이와 같은 건 아니지요. 최대한으로 이를 정과 아울러서, 정으로 욕을 변화시켜 '도'와 '예'가 되도록 하는 거랍니다.(p56)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도 道'는 지극히 커다란 보편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도'가 바로 역사 본체론의 제1조 條랍니다. '도'는 인류의 생존과 관계가 있지요... '도'는 사실 '미 美'이기도 하답니다. '도'가 각종 형식감을 창조하거든요. 이런 '감 感'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의 활동 자체가 외재하는 천지자연과 하나로 일치되는 느낌, 체험, 파악, 인식이랍니다. 그 뒤에야 그것이 비로소 대상과 관계를 맺으면서 외부세계를 규범에 맞도록 만드는, 인간의 물질적 힘과 기예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생활의 각 방면으로 확장되는 거에요.(p146)... '도'는 경험의 척도이고, 경험은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것은 경험의 산물이죠. 역사의 긴 강을 지나면서 실천을 통해 세워진 겁니다.(p147)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가장 근본적인 광의의 형이상학이 아직 남아 있지요. 광의의 형이상학은 인류의 마음이 영원히 추구하는 것이자 인생의 의이, 삶의 가치, 우주의 근원에 대한 이해이며 질문이에요. 또한 정감의 추구이기도 하지요. 하이데거가 '철학의 종말'을 제기하면서 말한 것은 그리스 철학을 표본으로 삼은 거였어요. 저는 그것을 '협의'의 형이상학의 종결이라고 부르겠습니다.(p17)... 협의의 형이상학은 중국에 없어요. 하지만 중국에는 광의의 형이상학이 있답니다.(p24)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이와 같은 역사와 사상이 만들어지는 흐름과 함께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저자는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를 통해 푸코(Michel Foucault, 1926 ~ 1984)와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 ~ 2004)의 해체주의를 이을 새로운 철학이 바로 중국 철학임을 말한다. 본문에서 데리다가 중국에는 철학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언급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참으로 짓궂은 반론이라 생각된다.


 제가 지금 제기하는 정 본체, 다른 말로 인류학 역사 본체론은 세계의 시각이고 인류의 시각이라는 겁니다. 중국의 전통을 기초로 세계를 보는 것이지요. "인류의 시각, 중국의 관점."(p138)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그리움, 아낌, 감상 感傷, 깨달음으로 공허하고도 해결할 수 없는 '두려움'과 '번민'을 대체하고, 두려움과 번민에서 야기된 포스트모던의 '파편'과 '순간'을 대체하자는 거죠. 인간 자신의 실존이 우주와 협동하고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이 존재하는 곳이에요. 하이데거의 디자인 Dasein 은  '현존재'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해석학에 따른다면 바로 '살아감'이지요. 그리고 제가 말하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고요.(p22)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에서 저자가 그려내는 새로운 시대 철학의 모습은 중국 철학의 바탕 위에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이 결합된 모습이다. 이러한 분석도구를 사용하여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철학을 풍부히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새로운 시대의 중국 철학 모습이다.


 "심리가 본체가 된다." 나는 이것이 하이데거 철학의 주요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본체론'에서 두 개의 본체를 제기했는데, 앞의 본체(도구 본체)는 마르크스를 계승하고 뒤의 본체(심리 본체)는 하이데거를 계승했다. 그런데 이것 모두 수정과 '발전'을 더했다. 중국 전통과 결합하여(p164)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는 이처럼 중국 철학 대가인 리쩌허우의 사상을 정리하여 제시한다. 또한, 저자의 대표작인 <미의 역정><중국고대사상사론> <중국근대사상사론> <중국현대사상사론> 등에 담긴 자신의 의도와 생각도 다뤄지기에, 리쩌허우 저서의 입문서로서의 기능도 갖는 부분은 책이 가진 뚜렷한 장점이다.


 반면, 중국의 역사 경험에서 비롯된 중국 사상을 인류 보편적인 사상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쉽게 찬성하기 어렵다. 중국과 다른 문명권에 속하는 이들에게도 같은 역사 인식과 철학이 공유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유럽 문명에 속하는 이들은 중국 철학보다는 오히려 불교(佛敎) 사상에 더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실제로, E. F. 슈마허 (Ernst Friedrich Schumacher, 1911 ~ 1977)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을 통해 '불교 경제학'을 주장했으며, 이러한 사상은 환경 생태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 등으로 뒷받침된다. 또한,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이들은 저자의 사상에서 대국굴기(大國崛起)를 꿈꾸는 중국의 모습을 발견하기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여겨진다. 이런 면에서 저자의 사상은 인류 보편 사상이라기 보다 현대 중국 사회 사상이라 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엄밀하게는 중국 내부이 변화하는 정치 흐름은 담아내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은 다소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얇은 대담집을 통해 대학자의 사상 전반을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만이 가진 큰 장점이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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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대기
조지 존슨 지음, 김성훈 옮김 / 어마마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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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란, 한 세포가 통제를 벗어나 분열하기 시작하면서 유전적 손상을 축적하는 현상이다.(p35)... ˝선천적인 영향과 후천적인 영향은 각 개인의 암 발생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 중에 실제로 누가 암에 걸릴지를 결정하는 것은 운이다.(p179)

「암연대기」에 따르면 예전 암에 의한 사망률이 낮았던 것은 암에 걸리기 전 다른 요인에 의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져 암에 의해 죽을 때까지 살게 된 것이 암발병률이 높아진 원인이라는 것.

라마니치는 수녀들이 다른 여성들보다 유방암에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p233)... 평생 순결을 지키는 데 따르는 이득 또한 존재했다. 도메니코 리고니-스테른은 수녀들이 자궁경부암에 덜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성행위를 통해 전염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발견의 전조가 되었다.(p234)

우리의 생활이 모든 종류의 암 위협으로부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난다면, 암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조금은 편안해질지도 모르겠다...

ps. 노년에 많이 걸리는 질병인 치매(알츠하이머)와 암. 치매가 정신을 파괴한다면, 암은 육체를 파괴한다는 면에서 환자와 주위를 힘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치매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현재의 고통과 함께 과거 추억도 파괴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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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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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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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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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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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8: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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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0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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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5-23 0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설적이네요. 오래 살기 때문에 암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라. 차가 많이 있는 곳에 사니 교통사고율이 높고, 총기가 많은 미국 같은 데 살면 총기 사망이 많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인과가 되겠네요. 비행기를 많이 타면 비행기로 인한 사망 확률이 높을 순 있겠지만 마지막 핸들은 운이겠죠. 삶의 시작이 그렇듯 죽음에서도 운의 작용은 막강한 거 같네요^^;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의사들은 한결 같이 운동 좀 많이 하라고ㅋㅜ

겨울호랑이 2019-05-23 06:13   좋아요 3 | URL
그렇습니다. 인간이 필멸의 존재인 한 총, 균, 쇠의 변형된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편하게 죽음을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장기적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이니까요... AgalmA님께서는 운동을 많이 하셔도 워낙 바쁘게 사시는 분이니 휴식이 더 필요하시지 않을까... 이상 돌팔이 호랑이였습니다.ㅋ
 
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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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혁명은 인류의 오만함이 뿌리채 뽑혀 생명이란 예측불가능하고 방향이 없다는 진화론의 명백한 의미가 이해될 때, 그리고 다윈적 지질학 연구를 진지하게 고려하여 호모 사피엔스는 거대하고 풍성한 생명의 나무에 엊그제 돋아난 작은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그 나무가 다시 씨앗으로 뿌려진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숙지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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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철학사전 민음 생각 3
볼테르 지음, 사이에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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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테르(Voltaire, Francois-Marie Arouet,1694 ~ 1778)의 <불온한 철학사전 Dictionnaire philosophique portatif>은 백과사전처럼 구성된 책으로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을 통해 계몽주의자인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중 이전 시기와 비교해 특징적인 몇 개의 주제(자연, 인간, 사회, 신/종교)를 통해 볼테르의 생각을 들여다 보도록 하자.


[그림] 볼테르(사진 출처 : 위키백과)


1. 자연 : 인간에게 본성을 준 존재


 볼테르에게 자연은 인간에게 본성(本性)을 부여한 존재다. <불온한 철학사전>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성격, 운명 등은 인간의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 자신에 의해 좌우될 수 없는 외재 요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 요인은 자연 또는 절대자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불변의 법칙(法則)에 의해 작동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법 Lois 자연이 인간을 만들 때 몇 가지 본성을 부여했다. 자신의 보존을 위한 자기애, 타인의 보존을 위한 자비심, 다른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랑, 그리고 어떤 동물보다도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재능이 그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우리 몫을 준 다음 이렇게 말했다. "알아서 해!"(p416) <불온한 철학사전> 中


 성격 Caractere 성격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으로 형성된다. 그런데 감정도 생각도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게 아님이 충분히 입증됐다. 따라서 우리의 성격은 우리에게 달린 것일 수 없다.(p156) <불온한 철학사전> 中


 운명 Destin 세계는 그 자체의 본성, 그 물리법칙에 따라 존속하는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절대자가 자신의 지고한 법칙에 의거해 창조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세계에 내재하는 법칙은 불변이다. 어느 경우이든 세계에 내재하는 법칙은 불변이다.(p212) <불온한 철학사전> 中


2. 인간 : 이성을 가진 피조물


 자연으로부터 본성을 부여받은 것은 인간만은 아니다. 다른 동식물 또한 자연으로부터 본성을 부여받아 만들어졌는데, 이들과 인간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볼테르는 그것을 스스로 완성해 가는 재능, 이성(理性)이라고 파악했다. 


 사랑 Amour 짝짓기를 할 때 동물은 대부분 오로지 한 가지 감각으로만 쾌락을 맛본다. 그리고 욕구가 충족되는 순간 모든 것이 사그라진다. 인간을 제외하면 그 어떤 동물도 포옹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이 허락한 것을 누리며 스스로 완성해 나갈 수 있는 재능을 부여받았다. 바로 그런 재능으로 인간은 사랑을 완성했다.(p44) <불온한 철학사전> 中


전쟁 Guerre 모든 동물은 끊임없이 전쟁 중이다. 모든 종이 저마다 다른 종의 포식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에게 이성을 주셨으니, 이 이성은 인간이 동물을 흉내 내는 수준으로 타락하지 말라고 경고해 주어야 마땅하다. 자연은 인간에게 동족을 죽일 무기도, 그들의 피를 빨려는 본능도 부여하지 않았으니 더욱 그러하다.(p331) <불온한 철학사전> 中

 

 이 땅을 혐오와 비열로 더럽힌 그 증오스러운 재앙을 보면 자연이 스스로 만든 작품을 경멸하고, 스스로의 계획을 부정하며, 스스로의 의도에 반대되는 일은 하지 않느냐고 비난하게 된다. 이것이 정말 가능한 최상의 세상일까?(p45) <불온한 철학사전> 中


  저자는 비록 다른 생물들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간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곳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정말 악인은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적은 수의 악인이 재앙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가장 큰 악은 동족간에 서로 죽이는 행위다. 인간이 자신의 권한을 넘는 행위인 동족을 죽이는 행위가 볼테르 관점에서는 가장 나쁜 행위다.


 악인 Mechant 결과적으로 세상에는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사악한 존재가 많지 않다. 물론 여전히 나쁜 사람이 많고, 여전히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끔찍한 범죄가 저질러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평하고 과장하면서 얻는 기쁨이 너무 큰 나머지 자그만 상처에도 세상에 피가 넘쳐흐른다고 비명을 지른다.(p427) <불온한 철학사전> 中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악(惡)은 인간이 서로를 죽이는 것이다. 우리가 죽은 이후에 살을 구워 먹든 양초를 만들든 그것은 큰 차이가 없다. 어차피 선량한 인간은 자기가 죽은 이후에 무언가에 유용하게 쓰인다는 사실에 화를 낼 리 없기 때문이다.(p59) <불온한 철학사전> 中


 <불온한 철학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내용 연결을 위해 몇몇 내용을 첨가해본다.  사회는 인간이 이러한 악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이들을 통치할 권력이 필요하며 그 결과로 여러 형태의 정체(政體 Etatas, Gouvernements)가 수립되었다는 내용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권한이 왕권신수설로 연결된다면 홉스(Thomas Hobbes, 1588 ~ 1679)의 이론을, 사회계약론으로 연결된다면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사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정리하도록 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


3. 사회


 볼테르는 <불온한 철학사전>의 여러 곳에서 정체에 대해 언급한다. 여러 체제의 정체가 있지만, 저자는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 이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처럼 최선의 정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처지에 따라 다른 정체를 원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또한, 권력자와 민중의 다툼은 항상 발생하지만, 결국은 민중의 복속으로 끝난다는 말을 통해 소수에 의한 다수 지배 현상을 설명한다.


 민주 정치 Democratie 민주 정치는 아주 작은 나라이면서 또한 지정학적 위치가 좋을 경우에만 적합한 정치체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공화정이 군주정보다 더 좋은 정치체제인가? 이것은 늘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이 논쟁의 끝은 매번 동일한데, 즉 인간을 통치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p210) <불온한 철학사전> 中


 조국, 고향 Patrie 당신의 조국이 왕정 국가인 것과 공화정 국가인 것 중 어느 쪽이 낫겠는가? 해법을 부자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은 모두 귀족 정치를 선호한다. 서민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은 민주 정치를 원한다. 왕정을 선호하는 것은 왕들뿐이다... 지상의 거의 모든 곳이 군주들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것은 인간이 자치를 할 만한 그릇인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p451) <불온한 철학사전> 中


 평등 Egalite 가난한 자들 모두가 절대적으로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상태로 태어나는데, 끊임없는 노동에 쫓기다 보면 자신들의 처지를 깊이 느낄 여유도 없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처지를 인식하는 순간 계층 간에 싸움이 일어난다... 이런 싸움들은 길든 짧든 결국 모두 민중의 복속으로 결말이 난다. 왜냐하면 강자들에게는 금전이 있고, 이 금전이야말로 한 나라 안에서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p227) ... 인간이라는 종은, 본래의 성향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상태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무한한 수효의 인간이 있지 않은 한 존속할 수 없다.(p228) <불온한 철학사전> 中


4. 신/종교


 <불온한 철학사전>에서 볼테르는 종교(宗敎)에 대해 매우 비판한다. 종교가 지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말,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내용, 이교도에 대한 기독교의 배타성을 지적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 종교(특히 기독교)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종교재판 Inquisition 종교재판은 교황과 성직자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위선의 왕국을 공고히하는, 매우 경이롭고 매우 기독교적인 발명품이다.(p383)... 종교재판은 우리시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박해를 견뎌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성함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괴물은 아직도 숨을 쉬고 있다.(p388) <불온한 철학사전> 中


 기도 Piere 한 마디로, 우리가 신에게 기도하는 이유는 오로지 우리가 우리 모습대로 신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신을 마치 도발하거나 달래거나 할 수 있는 무슨 파샤나 술탄인 양 취급한다. 요컨대, 모든 백성들은 신에게 기도한다. 현자들은 체념하고 신에게 복종한다.(p482) <불온한 철학사전> 中


 종교 Religion 한마디로 그리스도교 아닌 이교도의 종교는 거의 사람 피를 흘리지 않았는데 정작 우리의 종교는 세상을 피로 적시다시피 한 것이다. 우리 종교는 아마도 유일하게 훌륭한 종교이고 유일하게 진실한 종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종교의 방편을 쓰면서 너무도 많은 악을 저질렀기에 다른 종교에 대해 얘기할 때는 겸손해야 한다.(p497) <불온한 철학사전> 中


 이처럼 <불온한 철학사전>을 통해 우리는 종교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을 바라보고 새로운 자세로 인간을 탐구하려는 계몽주의(啓蒙主義  Lumieres) 지식인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과학(科學 science)라 부르는 방법을 활용해 인간과 자연을 알아가고자 노력한 계몽주의자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영혼 Ame 지적 능력을 갖춘 영혼은 정신일까, 물질일까?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창조되었을까, 아니면 무(無) 속에 있다가 우리가 태어날 때 같이 나올까?  이 땅에서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영혼은 우리가 사라진 이후에도 영원히 살아갈까? 전부 훌륭해 보이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은 모두 맹인이 다른 맹인에게 빛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p27) <불온한 철학사전> 中


 그렇지만, <불온한 철학사전>에서 이러한 계몽주의의 새로운 흐름과 동시에 우리는 한계도 확인할 수 있다. 영혼과 같이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아직은 종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18세기 당대 지식인의 인식과 한계를 느끼게 된다.


 당신이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영혼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초자연적인 계시의 도움 없이 당신 혼자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당신 안에 당신이 알지 못하는 능력이 있어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p36)... 그대의 미약한 이성만으로는 또 다른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 신이 우리에게 생각하는 능력을 주셨고, 나머지도 모두 마찬가지다. 신이 그 섭리를 통해 우리에게 비물질적인 영원한 영혼이 있음을 알게 하신다면 모를까, 우리 스스로 그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p37) <불온한 철학사전> 中


 <불온한 철학사전>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에세이(essay) 형식으로 쓴 글이다. 책 곳곳에 나타난 저자의 재치와 유머는 자칫 무겁게 나갈 수 있는 책의 무게를 덜어준다. 그러면서도,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인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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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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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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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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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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