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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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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공기와 토양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킨 일이었다. 이런 피해를 입은 자연은 원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한데, 그 오염으로 인한 해악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외부세계뿐 아니라 생물들의 세포와 조직들에도 스며들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온다... 핵폭발을 통해 공기 중으로 유출되는 스트론튬 90은 빗물에 섞이거나 낙진 형태로 토양에 스며들어 밭에서 자라는 건초나 옥수수, 밀 등에 침투한다. 그 뒤 그것을 먹은 인간의 뼈 속에 축적되어 그가 죽을 때까지 체내에 남아 있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농경지와 숲, 정원에 뿌려진 화학약품들은 토양 속에 머물다가 생체기관 속으로 흡수되면서 각각의 생명체를 독극물 중독과 죽음의 사슬로 연결시킨다. _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p37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 ~ 1964)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은 살충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디엘드린, 알드린 등이 해충(害蟲) 뿐 아니라, 해충의 천적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을 파괴하는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고발한다. 이와 함께 생물체와 토양에 축적되어 생기는 피해 등에 대해 함께 말하면서, 농산물 생산량의 극대화를 위한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이 빚는 재앙을 지적하면서 1960년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 우리는 레이첼 카슨 덕분에 우리가 더 이상 '침묵의 봄'을 맞이하지 않았다는 서문을 접하게 된다. 아마 살충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몬산토(Monsanto), 듀폰(DuPont), 신젠타(Syngenta)등 세계적인 종자회사들이 종자를 사서 파종한 그해에만 수확할 수 있고 다음해에는 종자가 싹트지 않게 유전자를 조작한 터미네이터(terminator)기술, 자사의 특정 농약이 살포되어야 싹이 트고 성장하도록 하는 트레이터(traitor) 기술 등을 통해 번식이 불가능한 종자를 공급하고 이들에 최적화된 농약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면서 독과점 체제를 굳히는 현실에서 레이첼 카슨이 직면했던 1960년대 살충제 살포 문제가 오히려 덜 심각해 보이는 요즘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과연 '침묵의 봄'이 오지 않았다고 자화자찰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개천 위에 떠다니던 쓰레기,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으로 하루만에 지저분해지는 옷 등은 집진장치 설치 등으로 더이상 볼 수 없지만,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위협은 예전보다 더 심각한다. 이러한 현실은 '침묵의 봄'이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뿐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검은 연기는 눈에 띄기 쉽기에 규제가 가능하지만, 무색무취의 오염물질은 규제하기 어렵고 그만큼 우리에게 더 치명적이지만, 이윤극대화를 위해 기업은 파멸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레이첼 카슨의 시대 살충제 문제는 사용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우리가 직면한 종자 문제 등은 지속적이며 누적적으로 피해가 나타나는 '보이지 않은 침묵의 봄' 문제이기에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서 <침묵의 봄>은 우리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문제를 지적하는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논리로 레이첼 카슨이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면, 환경오염과 관련한 자신의 이론이 인상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에 이미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고 슬퍼했을 것이다. 레이첼 카슨이 진정으로 자신의 걱정이 기우(杞憂)였음을 알고 안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 이 책이 던져주는 과제를 마지막으로 리뷰를 갈무리한다... 

만일 다윈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적자생존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인상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놀랄 것이다. 화학방제가 대세인 상황에서 약한 공충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곤충을 제거하려는 인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많은 지역에서 가장 강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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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22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몇 안 되는 과학서적입니다^^; 글을 잘 써서 생각보다 잘 읽혔어요. 지금에 와서도 시사점이 많은 책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9-22 16:50   좋아요 1 | URL
말씀대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제를 차분하고도 체계적으로 잘 설득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의 고전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초딩 2021-09-22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과학 그책을 고전이라고 말한다에서
잘 소개해서 보고 싶은 책인데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9-22 16:51   좋아요 0 | URL
정말 고전이라할 책이라 여겨집니다. 초딩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막시무스 2021-09-23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처음 읽기 전에는 살충제 이야기로 이 두꺼운 분량을 채워 갈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소재로 이렇게 아름다운 글쓰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저 책을 읽으면서 살충제의 위험성도 인식하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끝을 알수 없는 탐욕과 그 탐욕이 눈덩이처럼 커지도록 레일을 깔아주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던 좋은 기억이 나네요..ㅎㅎ...오늘도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1-09-23 11:54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말씀처럼 저자는 하나의 주제를 알기 쉽게 여러 각도에서 잘 조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환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책의 매력이라 여겨지네요.. 막시무스님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살충제를 뿌리는 과정은 끝없는 나선형처럼 이어지게 마련이다. DDT의 보편적인 사용이 허용된 이래 독성이 더욱 심한 화학물질을만들어내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다윈이 제창한 적자생존론을 증명하듯, 곤충은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놀라운 종으로 진화해갔고 그러다 보니 이런 곤충에 사용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살충제가 나오고 그 다음엔 이보다 독성이 더 강한 살충제가 등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해충은 살충제 살포 후 생존능력이 더욱 강해져서 이전보다 오히려 그 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인간은 이 화학전에서 결코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그저 격렬한 포화 속에 계속 휩싸일 뿐이다. - P39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마구 없애버리는 식물들은 사실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흔히 ‘잡초‘ 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런 자연적 식물 군락은 토양 상태를 나타내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화학제초제를 사용하면 이런 유용한 기능이 상실되게 마련이다.
- P112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은 살충제의 대규모살포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소규모이지만 매일 혹은 매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 P210

원형질에서부터 진화를 시작하여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난 20억 년 동안 유전형질은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왔고 다음 세대에 전해줄 때까지만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유전형질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진정 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전형질 보전을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법률에 따라 화학물질 제조업자들은 제조물의 독성 때부를 검사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유전자에 어떤 명함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런 검사를 요구한다고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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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 ‘좌파‘ 정부의 재분배 정책은 천연자원 개발에 달렸다. 그는 "그들이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수정, 혹은 완화할 수 있다고 변명하며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구디나스는 "이는 실패할 것이 뻔한 도박"이라고 덧붙였다.
신자유주의적 행보를 보이는 좌파는 채굴주의를 시류에 맞게 재구성했고, ‘신채굴주의‘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이제 채굴주의는 남미의 진보 성향 정부를 비판할 때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됐다. 사회 운동가와 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우파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정적을 누를 수만 있다면 환경보호에 대한 신념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볼리비아의 카폴리 극우파 수장이자, 농업계 엘리트를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산타 크루즈 시민 위원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조는 갑작스레 지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역의 고목들을 "구하려고 모인 군중들 앞에서 카마초는 환경을 보호하고 삼림을 복구할것"을 약속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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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내재된 위험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이산화탄소와 메탄, 질산의 배출량은 매년 가차 없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85년의 345ppm에서 2005년의 381ppm 으로 10퍼센트 이상 늘어났다. 2005년에는 2.6ppm이 늘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길고 어려운 국제적 협상을 통해 만들어 낸 감축 목표라는 것이 고작해야 세계의 1년 배출량 정도를 상쇄하는 것이었다. 이 역시 목표가 달성되었을때의 이야기이며, 실제로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학자들이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기에는 지난 200년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해 온 경제적•사회적 세력들의 힘이 너무나 강하다. - P591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사회가 진화해 온 방식,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200년 동안 일어난 중대한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의산업화, 도시화된 고소비, 고(高)에너지 소비사회는 놀라운 성취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고 해결책을 생각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좀 더 넓은 역사적인 시각에서 보면 현대 산업사회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것이 분명하다.
- P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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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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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 급진주의 radicalism of the centre'라는 개념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면 '중도 급진주의'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급진적인 조치를 위한 대중의 지지를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후변화 대응에 긴요한 조건인 혁신과 장기적인 사고의 결합을 위해서 그런 지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국가의 개혁을 수반하기도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는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p168)... 기후변화 문제는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69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1938 ~ )가 <기후변화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Climate Change>에서 주장하는 바는 사실 간단하다. '기후변화'라는 인류의 장기 과제에서 지속적인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시민으로부터 국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일상생활의 문제와 기후변화의 문제가 분리된 것으로 바라보기에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연계시킬 필요가 있음도 함께 강조한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이란 내가 주장하는 이른바 '기든스의 역설 Gidden's paradox'에 빠져 있다고 해도 좋다. 그 역설이란,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중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위기가 눈앞에 닥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1


 이러한 그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녹색 NGO 활동과 그렇게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본문에서 그는 기존의 녹색운동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일반적인 것으로 호도하고 이를 광고하면서 일종의 '공포팔이'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활동을 '선(善)'에 위치시키고, 동참하지 않는 이들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극단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에 결코 대중의 공감을 오랜 기간 받을 수 없음을 비판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 자신과 자연 세계를 가르는 경계를  무너뜨렸다.  우리가 진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그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녹색운동의 핵심주장 가운데 하나인 사전예방  원칙, 즉 '자연에 관여하지 말라'는 구호를 거부한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를 막아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제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짖더라도 우리는 결코 '지구를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우리가 어찌하든 간에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구에서 인류가 질 높은 삶을 유지하는 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6


 최악의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리스크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없다. 설령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해도 말이다. 그런 정책은 자칫 과잉 대응으로 이어져, 정책 추진을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책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55


 캐스 선스타인 Cass Sunstein은 강한 PP(Precautionary Principle) 정의가 스스로의 비일관성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극단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즉 오직 최악의 가능성에만 집중하다가 현 상태를 고착시키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반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어떤 리스크 상황에서든 사전예방 조치는 거의 항상 그 반대 결과를 낳곤 한다. 이 점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논지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91


 기든스는 이러한 추상적인 디스토피아(dystopia) 시나리오 대신 보다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현실적으로 최고의 정치기구인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는 대신 이를 활용하는 대안,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무성장의 논리 대신 현재 국가의 관심사안을 기후 문제와 연관시키는 방안이 그것이다. 결국, 기든스가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기후변화 억제'라는 목표를 세우고 '백캐스팅(Backcasting)' 방식을 통해 사회 주체들의 관심 사안을 기후변화와 연계시키는 안을 찾고 이를 실천하자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며, 구체적인 방법론은 '넛지(nudge)'가 될 것이다.


 이제 다시 국가 개입의 시대가 돌아왔다. 규제 철폐가 실패로 돌아간 탓이었다. 그런 실패는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와 공공기관의 무능, 그리고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리스크에 대한 통제력 결여 등이 겹쳐서 생긴 결과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제는 모험심과 기업가 정신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이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살아야만 적절한 기후변화 대응책도 만들어질 수 있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42


 경제적 통합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발전한 경제적, 기술적 혁신들이 기존의 기술들에 비해서 얼마나 경쟁우위를 가지느냐의 문제다... 경제적 통합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후변화 억제에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현재 정치적, 경제적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에너지 안보 문제를 잘 다루어야 기후변화 문제 역시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20


 전체적으로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기든스의 유명한 '제3의 길 Third Way'의 개념을  국제적으로 확대한 개념으로 이를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인 환경 문제와 연결한 책으로 여겨진다.  원자력에 대한 관점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크게 바뀌었지만, 2009년에 나온 이 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던 것처럼 책에서는 다른 여러 수치들이 인용되었지만, 리뷰 작성 시점은 2021년에는 이미 10년도 지난 수치이니만큼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원자력발전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꺼리는 편인데, 적어도 몇몇 선진산업국과 개발도상국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원자력을 대신할 만한 다른 대안은 전혀 없는 형편이며, 현재 사용 중인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한다고 할 때 그로부터 안게 되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_ 앤서니 기든스, <기후변화의 정치학>, p19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지 않고 접근하는 큰 틀에서의 접근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책이 나온 2009년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70 ppm수준에서 2019년 현재 420 ppm에 이르도록 (이상기후를 초래하지 않는 안전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50 ppm)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과 같은 애매모호한 슬로건 또는 '환경보존의 필요성' 대신 우리가 가야할 길(way) 중 하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천적인 환경운동 서적이라 여겨진다...


ps.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마침 어느 환경운동단체로부터 메일이 와서 그 사진을 첨부한다. 사진을 보고 느끼는 개인의 생각은 다를테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든스의 주장에 보다 깊게 공감한다...



[사진] 2030년의 인천국제공항을 시뮬레이션한 모습(출처 : 어느 환경보호단체에서 보내온 메일 中)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는 새로운 개념이 요구된다. 나는 이 책에서 그런 문제를 폭넓게 다루려 한다. 그런 아이디어의 하나가 바로 ‘책임국가 ensuring state‘다.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한 국가는 일을 촉진하는 자 faciliator이자 가능성을 열어주는 자 enabler로서 활동해야만 한다. 국가의 역할은 거기에 그쳐서도 안 된다. 분명한 성과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성과는 탄소 배출의 점진적 감축이다... 또 다른 기본 개념 두 가지는 ‘정치적, 경제적 통합 political and economic convergence‘이다. 정치적 통합은 기후변화 정책이 다른 가치나 정치적 목표들과 긍정적인 방향에서 얼마나 융화되느냐의 문제다. 이런 정치적 통합은 기후변화 정책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역동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일반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 P19

우리는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더 적극적인 미래 사회의 모델을 생각해내야 하는데, 동시에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이어져야 한다. 아직은 그런 모델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서서히 그런 모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모델이 반드시 녹색 비전으로 치장될 필요는 없지만,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과 현실의 결합이 필요하다. - P23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관점은 녹색사상의 기본 관심사의 하나인 ‘지속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이는 미래 세대의 이익에 관심을 두는 개념이다. 많은 녹색운동가들은 지나치게 자연에 위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을 거부하며 ‘성장 없는 사회‘를 염원한다. 가치는 스스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가치는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수단, 즉 ‘어떻게‘와 연결되어야만 한다.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녹색운동가들은 권력과 국가를 불신한다.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희구는 거의 모든 녹색당의 강령에서 발견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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