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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논제는 광기와 패닉의 순환이, 경기순환 파동과 함께 오르내리는 신용 공급의 변동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즉, 호경기 시절에는 신용공급이 상대적으로 빨리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할 때는 신용 공급의 증가율이 종종 급격하게 떨어진다. 광기는 현재 및 가까운 미래 시점의 부동산가격, 주가, 상품가격, 혹은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가 먼 미래 시점에서의 동일한 부동산가격이나 주가, 상품가격, 통화가치와 일관되지 않을 정도로 상승하는 현상을 동반한다. _ 찰스 P. 킨들버거 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9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oor Kindleberger, 1910~2003)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is>에서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개인이 소박한 기대가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열망으로, 개인의 열망이 대중의 군중심리로 변모되어 결국에는 극심한 공포와 절망 속에 무너져 내려가는 금융공황의 역사를 그려낸다. 


 광기 현상들의 특징은 전부 똑같지는 않지만, 한 가지 유사한 유형을 갖는다. 경제적 풍요감에 동반해 부동산과 주식, 상품가격의 상승이 나타난다. 가계의 부가 증가하고, 따라서 지출도 늘어난다.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는다. 그러는 사이 자산가격이 그 정점으로 치솟고, 곧 이어 하락이 시작된다. 거품의 파열은 부동산가격, 주가, 상품가격의 하락과 동반해 나타났으며, 이런 가격 하락은 종종 붕괴나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_ 찰스 P. 킨들버거 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8


 저명한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Irving Fisher, 1867~1947)마저 대공황 2주 전 "주가가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원에 다다랐다. Stock prices have reached what looks like a permanently high plateau" 고 예측했을 정도로 예단하기 힘든 갑작스러운 붕괴는  순식간에 금융시장을 흔들고 전세계로 전파되며 공황상태로 이끌게 된다. 이러한 흐름에서 시장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그것은 차입으로 인한 과다한 신용 공급 때문이다. 


 이상적인 교과서의 세계에서는, 금의 유입에 따라 금화의 유통 물량이 한 나라에서 증가하면 다른 나라에서 이에 상응하는 금의 공급 감소가 발생하고, 첫 번째 나라의 통화 공급량 증가와 신용 팽창은 두 번째 나라의 통화 공급량 감소와 신용 위축에 의해 상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두 번째 나라의 투자자들이 해외의 물가 상승과 이에 동반하는 이익 증가에 대응해 자국의 자산과 유가증권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이 자산들을 매수하기 위해 신용 수요를 확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첫 번째 나라의 신용 팽창이 두 번째 나라의 신용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_ 찰스 P. 킨들버거 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67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자의 과도한 기대 또는 투기는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차입거래를 일으킨다. 이러한 차입거래가 개인을 넘어 시장 전체로 확산되었을 때 시장에서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 순간 뱅크런(bank run)을 우려한 금융기관과 현금을 확보하려는 개인들도 시장의 유동성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시장 유동성의 다수를 차지하는 신용(credit)이 한 순간에 사라지면서 거품은 꺼진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단은 없는가?


 붕괴란 자산가격의 폭락이며, 중요한 기업이나 은행의 파산을 의미할 수도 있다. 패닉, 즉 "이유 없이 엄습하는 공포"가 자산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유동성이 낮은 유가증권에서 빠져나와 현금이나 정부채권으로 달려가는 쇄도 사태를 동반할 수 있다. 금융위기는 붕괴와 패닉 중 어느 하나 혹은 둘 다를 포함할 수 있고, 붕괴가 패닉을 뒤따를 수도 있고 반대 순서로 진행될 수도 있다. _ 찰스 P. 킨들버거 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187

 

 저자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에 이르는 금융불안의 흐름 속에서 궁극적 대여자(the lender of last resort)의 역할을 강조한다. 궁극적 대여자는 국내 차원에서는 유동성 부족이라는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한 신용공여자로, 국제 차원에서는 유동성 공급이 가져오는 환율, 국제수지 등으로의 파생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킨들버거의 다른 책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World Economic Primacy: 1950 to 1990>에서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궁극적 대여자가 헤게모니(Hegemony)국가임을 말한다. 


 금융 불안의 본질은 신뢰의 상실이다. 불안 국면이 시작되면 그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올 것인가? 다시 말해 경제의 여러 측면들이 교정되면서 신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인가,  아니면 가격이 폭락하고 패닉이 발생하면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인파와 함께 비유동성 자산을 처분하고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쇄도가 벌어질 것인가? _ 찰스 P. 킨들버거 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169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는 금융위기 속에서 경제적 헤게모니를 갖는 유동성 공급자, 궁극적 대여자에 대해 말한다. 그렇지만, 실물과 화폐의 직접적인 가치 연계 수단이 닉슨 독트린 이후 사라진 오늘날, 무제한적인 신용공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연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백마를 탄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유동성공급책이나 금리 인하를 기다리기보다 근본적인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궁극적 대여자는 대중들이 실물자산과 비유동성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쇄도 사태를 중지시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통화를 공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이 개념은 패닉이 발생할 때 화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려주는 '탄력적인 통화 공급'이라는 개념이다. _ 찰스 P. 킨들버거 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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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29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독을 유혹하는 리뷰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3-11-29 20: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그는 어떤 어부보다도 낚싯줄을 똑바로 드리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어두운 해류의 층마다 정확히 그가 바라는 수심에다 미끼를 놓고 그곳을 헤엄쳐 가는 고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난 정확하게 미끼를 드리울 수 있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단지 내게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_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p38/228 


 주가 Price = 주당순이익 EPS * 주가수익비율 PER.


 주당순이익이 기업이 갖고 있는 실력이라면, 주가수익비율은 이러한 실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말한다. 전자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점수라면, 이 점수에 등급(degree)을 부여하는 것이 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유명한 가치투자들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1976)과 필립 피셔(Philip Fisher, 1907~2004). 그레이엄이 <증권분석 Security Analysis>을 통해 정량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피셔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를 통해 정성적 가치에 주목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어떤 업종이나 산업에 대해 현재 증권가에서 내리고 있는 평가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이런 평가가 해당 산업의 펀더멘털이 보장하는 것에 비해 더 긍정적인지, 혹은 더 부정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사해야 한다. _ 필립 피셔,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p76


  거칠게 요약하면, 그레이엄은 주당순이익에, 필립 피셔는 주가수익비율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레이엄이 기업의 절대가치를 파악해서 잔여자산의 유무를 파악해서 지지 않는 투자를 추구한다면, 피셔는 기업의 상대가치를 끊임없이 높일 수 있는 활동에 주목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차이는 절대성과 상대성의 차이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투자의 첫 번째 영역을 간단히 말하자면 생산과 마케팅, 연구개발, 재무 관리라는 기본적인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탁월한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첫 번째 영역은 결국 결과의 문제다. 반면 두 번째 영역은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이런 결과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인 필요한가에 관한 것이다. _ 필립 피셔,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p24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수치를 해석하는 지성(知性)과 기업에 열광하는 감성(感性)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자신의 지향점을 찾아가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할 이성(理性)을 파악하는 문제는 바로 자신의 투자철학이 될 것이다. 필립 피셔의 장기투자라는 철학은 끊임없이 PER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기에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주당순이익은 저평가될 것이고, 주당순이익 없이 과열된 주가수익비율은 광기에 빠지기 십상이기에 이들 모두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겠지만.


 

리스크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장기적인 투자가 훨씬 유리하다. 종합하면 단순히 수학적으로 생각하더라도 확률은 물론 리스크 대비 보상을 고려햘 때 보유하는 편이 더 낫다. 위대한 기업의 주식이라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틀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 _ 필립 피셔,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p149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에서 노인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바다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바다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고기를 잡지 못하는 것을 운(運)이라 여기지만, 반드시 그럴까. 어쩌면 그는 자신이 가진 미끼를 물고기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마케팅 활동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실력(EPS)는 우수했을지 모르지만, 고기와의 교감(PER)에는 부족함이 그의 실적(Price)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감 넘친 노인에게 피셔 3부작을 추천한다...


PS.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의 초판이 1958년이고, <노인과 바다>가 1952년 출판되었으니, 노인이 마음먹을 수 있다면 읽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듯하다..


 주가의 결정적인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은 매우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다 : 어떤 개별 종목의 주가가 전체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비교해 현저할 정도로 변동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주식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p59)... 증권사의 "재평가" 문제는 주가수익 비율의 변덕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그러나 재평가가 결코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재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지금 기업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 것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_ 필립 피셔,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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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11-13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가 주식 투자를 했으면 무척 잘했을 거 같습니다. ㅋ 그의 꼼꼼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봐서는요. ^^
헤밍웨이가 주식투자를 해 본적이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ㅋ

겨울호랑이 2023-11-13 20:41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지금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같은 궁금증이 드네요. 그렇지만, 만약 제가 헤밍웨이의 지인이라면 그와 주식에 관래서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식이 폭락하기라도 하면 라이플 세례를 받지 않을까 생각만해도 좀 무섭네요...ㅋㅋㅋ
 

 베이징은 첨단 기술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전자 산업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두 나라는 반도체 제조에서 사실상 대만에 의존한다(p214)... 대만은 미국과 중국 모두의 군대가 미래를 걸고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지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실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래의 전장이기도 하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215/294


 미국은 경쟁국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의 자국 경제안보를 확립하기 위하여 자국 내 반도체나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즉,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하여 한국이나 일본 등 기존 안보동맹국 간의 결속을 활용하는 전략을 보인 반면, EU의 움직임은 미국처럼 원료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만을 향한 목표 설정보다는 전세계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중,일 아시아 3국에 맞설 수 있는 유럽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전략에 더욱 가깝다. _ 정경윤 외 2인,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 p91/141


 칩 워(Chip War)와 배터리 워(Battery War). 첨단기술과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배터리)가 자리한다. 그리고, 이 두 산업은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현재와 미래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위기이자 기회가 된다. 둘 다 첨단 산업이지만, 산업에서의 공수(攻守)는 서로 다르다. 트랜지스터의 집적화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는 오랜 설계 역사 갖고 있는 미국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우위를 점한 반면, 에너지의 효율과 안전성이 우선인 배터리 산업에서는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주요 광물을 선점한 중국이 한 걸음 앞서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반도체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일부에서, 배터리에서는 양극재와 배터리 분야에서의 기술과 양산능력에 있다.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놓고 볼 때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 장비, 제조, 기타 다른 단계 등을 종합해보면 중국 기업은 6퍼센트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조지타운대학교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39퍼센트, 한국은 16퍼센트, 대만은 1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칩은 다른 어디에서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첨단 로직 칩, 메모리 칩, 아날로그 칩의 경우 중국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설계,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기계장치, 한국과 대만의 제조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189/294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엮인 반도체 공급망에서 TSMC가 주목된다. 오직 파운드리 제조에만 초점을 맞추며 고객사를 경쟁사로 만들지 않는 전략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회사로 살아남은 TSMC. 이에 반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등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끊임없이 어려분야로 확장하는 삼성의 전략은 사뭇 대조된다. 경쟁사와 협업을 해야하는 삼성과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 TSMC. 현재는 TSMC의 시가총액이 삼성에 앞서 있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향성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과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인텔 등이 걸었던 한순간의 오판으로 순식간에 도태된 반도체의 역사를 떠올려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TSMC의 출범은 모든 칩 설계자들에게 의존할 만한 파트너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TSMC는 절대 칩을 설계하지 않고 그저 만들기만 하겠노라고 모리스 창은 약속했다.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터였다... TSMC의 사업은 1990년대 내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제조 공정은 쉼 없이 개선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구텐베르크가 되고자 했던 모리스 창의 계획은 그에게 훨씬 더 큰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에는 이 사실을 깨달은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리스 창과 TSMC 그리고 대만은 세계 최신 반도체 생산을 독점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137/294


  반도체 전쟁에서는 인공지능, 5G 등 최근 급증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생산능력이 이슈다. 그리고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만의 TSMC를 둘러싼 양안 관계(兩岸 關係)가 지정학적 위험이라면,  배터리 전쟁에서는 광물 확보를 둘러싼 자원민족주의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남아메리카 지역의 염호(鹽湖)에 집중된 리튬과 콩고에서 집중생산되는 코발트 등은 과거 석유를 무기로 세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 중동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를 국유화 하기전 이미 상당부분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이다.


 리튬 삼각지대에 속한 또 다른 나라인 아르헨티나는 리튬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묻혀 있는데, 그 양이 17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칠레보다 두 배가량 많은 것인데, 2019년 기준 리튬 생산량은 칠레의 약 3분의 1 정도였고83 중국 내 생산량보다도 적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칠레와 유사하게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시설 두 곳만 운영 중이다. 리튬 생산 업체 리벤트Livent와 오로코브레Orocobre가 각각 관리하는 옴브레무에르토Hombre Muerto염원과 올라로스Olaroz염원의 시설들이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170/424


 리튬은 분쟁 광물conflict mineral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도 리튬 채굴에서 나온 수익으로 무장 단체를 지원하는 곳은 없다. 재래식 채굴이나 아동노동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매장층의 위치와 복잡한 채굴 방식 때문에 이런 상황이 변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중 두 번째로 중요한 코발트는 좀 다르다. 시장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약 60퍼센트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국가 콩고에서 나온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212/424


  역할 분담이 거의 결정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안에서 첨단 부문에서 중국의 진입을 막으려는 칩 워. 이에 반해, 일대일로를 바탕으로 해외에 자원거점을 미리 확보하고 막대한 정부 지원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끌어올려 주도권을 장악한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그리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EU 등이 펼치는 배터리 워. 첨단 산업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발견한다. 주식 시장에서 보이는 삼성전자와 에코프로 주가의 (-) 상관관계는 이 같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창은 TSMC가 경쟁자들을 기술적으로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회사는 스스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반면에 TSMC는 중립적 입장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TSMC의 "연합군" 파트너십이라 불렀다. 반도체를 설계하고, 지식재산 사용권 판매로 돈을 벌고, 소재를 생산하고, 장비를 만드는 십여 개의 회사와 일종의 동맹 관계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회사 중 상당수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들 중 웨이퍼에 칩을 새겨 넣는 일을 하는 곳은 없으며, 설명 시도한다 해도 TSMC를 이길 곳은 없었다. _ 크리스 밀러,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 p170/294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중국은 국가 주도로 원료/소재/부품 등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전체적으로 장악해가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남미, 호주, 아프리카 대륙 일부 지역에 생산이 한정된 리튬, 코발트, 니켈 광산을 속속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 내 매장된 리튬 원광석의 양은 전 세계 매장량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1차 가공품인 리튬 화합물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배터리 소재 생산에 직접 필요한 1차 가공품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p81)...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소재인 흑연 역시 중국이 전 세계 흑연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싹쓸이하자 유럽과 미국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이것이 글로벌 공급망의 편재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_ 정경윤 외 2인,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 p8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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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배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 초격차 기술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56/236

 

 최근 증권 시장에서 반도체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2차 전지 산업.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2차 전지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붐을 일으킨 저자와 책은 단연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라 할 수 있다. 본문은 우리나라 2차 전지 산업이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 해자 또는 초격차를 양극재와 배터리 분야에서 갖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의 2차 전지 산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선을 살펴보자. 


 K-배터리의 전성기는 너무 짧았고,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했다. 2010년대 10년 동안 K-배터리는 너무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핵심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껴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덤덤했다. ESS에서 300건이 넘는 화재 사고가 났는데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하며 가볍게 넘겼다. Northvolt와 같은 젊고, 강하고, 빠른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K-배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0년대에 K-배터리가 지는 태양이 될지, 아니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이 될지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하권>, p234/420


 선우 준의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 K 배터리의 전망을 다소 불투명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과 상반된 전망을 내린다.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 전망. 그렇지만 그 출발점은 같다. 2차 전지 산업 중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NCMA배터리의 양극재 부분이며, 음극재와 분리막 등의 소재 산업 경쟁력이 부족하며, 리튬 등 자원 확보 문제는 산업의 지속적인 과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주식은 양극재 주식만 보시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다. ② 양극재 기술의 진입장벽이 엄청나게 높다. ③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④ K 양극재 4대 업체의 90%급 하이니켈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40/236


 리튬 이온 전지는 일본, 한국, 중국의 동양 3국의 사업이다. 세 나라 중에서 흑연 음극 기술이 가장 뒤처져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흑연 산업 자체가 낙후되어 있어서 전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에서 천연흑연을 만드는 것이 한국에서 흑연 음극 사업의 전부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367/430


 결국, <K 배터리 레볼루션>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의 차이는 2차 전지의 주력 제품에 대한 전망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자는 NCM(니켈-크롬-망간) 배터리가 향후 주력이 될 것으로, 후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기에 하이니켈 배터리와 양극재에 경쟁력을 보이는 우리나라 2차 전지의 미래 전망이 여기에서 갈리게 된다. NCMA(하이니켈) 배터리와 LFP 배터리 이들의 장, 단점은 무엇일까. 


  NCMA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는 분자 혹은 분모를 동일하게 놓고 차이점을 파악하면 된다. 먼저 분모인 무게를 동일하게 놓았을 때 NCMA는 LFP 대비 85%의 에너지를 더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가 85%가 더 많으면, 이 에너지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더 늘릴 수도 있고, 가속력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으며, 짐을 더 많이 실을 수도, 실내 공간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NCMA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비교에서 보듯, 결국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세계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게 된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38/236


 다소 거칠게 요약하면, NCMA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화재 위험이 높다. 이에 반해, LFP는 에너지 효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철(Fe)을 사용하기에 보다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LFP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플라스틱 캔을 사용한 대용량의 LFP를 보면 LFP 전지가 얼마나 안전성이 우수한지 알 수 있다. 중국의 Winston, CALB, Sinopoly는 100Ah가 훨씬 넘는 용량의 LFP 전지를 만든다. 이렇게 용량을 높여도 발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LFP 전지의 장점이다. CATL과 BYD의 팩 설계 등으로 경쟁력이 향상되었지만, LFP 전지의 부활은 NCM 전지와 관련이 깊다. 2016년까지 NCM 전지는 성능과 안전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발화, 폭발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50/430


 다시 두 책의 주장을 LFP에 한정시켜 보자면, <K 배터리 레볼루션>에서는 LFP 배터리는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 비효율적인 배터리로 단정짓지만,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화재 위험이 없는 안전한 배터리로 소개한다. 비효율적인 싸구려 전지 vs 안전하고 저렴한 대중적인 배터리. LFP 배터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결국 한국 2차 전지 산업의 현실에 대한 동일한 가정에서 끌어낸 서로 다른 결론을 끌어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향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되고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되었을 때 LFP가 결국은 주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끊임없이 K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는 2010년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동차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다가 없앤다는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지만 전지 기술은 거의 한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2017년부터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사고는 전지 기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가 계속 내려가면서 새로운 길이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SK온과 같은 후발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몸이 무거워진 선발업체는 관성에 의하여 계속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386/430


 K 배터리의 화재 안전성 기술이 최고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화재 문제 때문에 대규모 리콜 사태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조 원을 물어준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게 불과 얼마 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계를 들여다보면 내부의 시각은 다르다. '배터리는 경험 산업'이라는 말이 화재안정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쉽게 말해 '화재도 겪고, 대규모 리콜 경험도 있어야, 그 취약점을 보완해 더욱 안전한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금 글로벌 넘버원의 화재안정성 기술을 갖게 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여러 번에 걸쳐 각종 화재 관련 리콜 비용을 부담하면서 조금씩 개선하고 발전해온 덕분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85/236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다. 즉,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인 HEV(Hybrid Electric Vehicle)에서 수소전기차로 바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은 다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은 전기차 산업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소 다른 전망과 관점을 알려준다. 이러한 내용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하게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자동차 시장은 엔진이 없는 전기차인 BEV와 엔진이 있는 전기차인 HEV의 경쟁이다. 201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BEV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2020년대로 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HEV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엔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하권>, p314/420


 PS. <K 배터리 레볼루션>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으로 나오는 리튬, 코발트 등 자원과 관련해서는 <배터리 전쟁>을 통해 자원민족주의 등의 현실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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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한 가지 데이터만 추적해야 한다면, 이익을 추적하라. 그 회사에 이익이 있다면 말이다. 이 책에서 보겠지만, 나는 이익이 조만간 주식투자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오늘, 내일, 다음 주에 주가를 자꾸 들여다보아도 정신만 산란해질 뿐이다. _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p28/510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터 린치(Peter Lynch, 1946 ~ ) 그리고 그보다 조금은 덜 알려져있지만 웨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1930 ~ )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 ~ 1976). 시장을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 대신 기업을 분석한다는 면에서 이들을 가치투자자로 분류하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피터 린치는 주당 이익(EPS)을 기초로 PER(Price Earning Ratio)과 성장률을 기초로 투자 적정 기업을 판단하지만,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성장을 한다는 낙관적 기대 대신 지금 당장 기업이 청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 금액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가 벤저민에게는 우량회사다.


 

 그레이엄은 평균 이익과 이익 추세는 증권분석에서 미래 이익을 예측하기 위한 투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익 성장이 가속화되는 기업은 아직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레이엄은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임박했을 때 오히려 이익곡선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_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1>, p328/530


 이러한 이들의 관점 차이는 고성장주를 보는 관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High Risk, High Return. 고성장주는 성공한다면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대신 높은 위험을 갖는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린치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투자금 이상의 손실은 보지 않지만, 성공적인 종목 1개가 가져다 주는 수익은 무제한적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위험 최소화가 그의 주된 투자 전략이 된다.


 고성장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군으로서, 연 20~25% 성장하는 작고 적극적인 신생기업이다. 현명하게 선택하면 고성장주는 10~40루타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200루타가 되는 예도 있다. 포트폴리오 규모가 작을 때는 고성장주 한두 개만 성공해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_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p199/510


  반면, 그레이엄은 포트폴리오 구성 대신 개별 기업에 보다 집중한다. 개별 기업에서  숨겨진 자산가치로 인해 장부가액(BV) 이상의 시장가치(FV)를 발견할 수 있고, 이러한 숨겨진 가치가 미처 주식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기업들만 골라서 투자한다면 주식투자는 성공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주'란,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과거에도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장래에도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가리킨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만 않다면, 이런 종목은 당연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다. 성장주는 오래전부터 PER이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최근에도 여전히 높다. 그러므로 성장주에는 투기 요소가 많아서, 일반인이 단순하게 투자할 만한 대상이 절대 아니다. _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1>, p114/530


 내가 사용한 기법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차익거래 Arbitrages: 기업 개편, 합병 등의 계획에 따라 교환 예정인 증권들 중에서 한 종목을 매수하는 동시에 다른 종목을 매도하는 거래. 2) 청산Liquidation: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여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 예정인 주식을 매수. 위 두 가지 거래는 (1) 추정 수익률이 연 20% 이상이면서, (2) 성공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판단될 때 실행한다. _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1>, p326/530


  이들이 서로 다른 투자철학을 갖게 된 배경은 그들이 주로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각자 다른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 결과 피터 린치는 IS(Income statement) 중심의 동태적 기업분석을. 벤저민 그레이엄은 BS(Balance Sheet) 중심의 정태걱 기업분석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유념해야할 점은 투자의 대가들이 썼던 과거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를 잠시 생각해본다...


PS.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가보다는 훌륭한 사업가라는 생각한다. 투자기업에 대규모 지분을 가지고 투자기업에 사외이사로 출석하여 배당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과 소수 지분 투자자는 분명 결이 다를 것이다. 워렌 버핏은 경영자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였는데, 그의 평전인 <스노볼>은 1998년 전세계를 강타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사태의 뒷정리를 묵묵하게 해낸 워렌 버핏의 경영자로서의 면을 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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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04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깔끔한 비교분석입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23-08-04 09: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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