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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턴은 그런 격변이 일어나기보다는 오늘날 작용하는 과정과 자연법칙이 과거에도 동일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동일과정의 원리principle of uniformitarianism라고 불리곤 하는데, 지질학자 아치볼드 게이키의 말을 빌리면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에 따르면 허턴은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지질학에 대한 인간의 사고에서 가장 뚜렷하고 급진적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대단히 긴 지질학적 시간을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허턴은 이 지질학적 과정만으로 현재 세상에 있는 모든 지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으며 성경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구 역사에서는 침식, 운반, 퇴적, 산맥의 융기라는 과정이 주기적으로 여러 번 반복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화산은 미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경건한 신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화산은 용광로의 화구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허턴의 생각은 용암이 관입하여 구워진 탄층을 통해서 추가로 확인되었다. 허턴은 이 열기관 때문에 만들어지고 솟아오른 산맥이 훗날 퇴적물이 되어 바다로 운반된다고 믿었다. 이는 융기, 침식, 퇴적, 다시 융기 순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이 모든 생각은 역동적인 지구라는 전체적인 골자의 일부분이다. 이런 역동적인 지구는 아주 오래되었으며 끊임없이 재생되고 재활용되었다.

라이엘의 걸작 『지질학 원리Principles of Geology』가 1830년부터 1833년까지 세 권의 책으로 발표되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법적 의견서legal brief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변호사라면 다 알겠지만, 사실 절대로 ‘간단한brief’ 글이 아니다). 그는 답사에서 관찰한 결과와 책으로 얻은 지식을 총동원하고 변론 기술을 활용하여 지구에 대한 동일과정론적 시각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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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제 도구는 농경 마을이라는 정주생활 방식과도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우선 금속은 공동체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찾아야 하는 자원과 익혀야 하는 기술이 더 많았다. 돌은 어디에서나 쉽게 주울 수 있지만, 금속 가공은 가공 기술자가 있는 큰 공동체와 금속을 얻을 수 있는 무역망이 발달해야만 가능한 특별한 기술이다.

1813년, 프랑스의 선구적인 지질학자 알렉상드르 브롱냐르는 알프스 산맥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암석을 묘사하기 위해서 ‘오피올라이트’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오피올라이트는 뱀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피스ophis’에서 유래했다.

더 놀라운 건 각각의 블랙스모커가 저마다 온전히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는 점이었다. 이는 과학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었다. 블랙스모커 주위에는 길이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조개, 기다란 관벌레tubeworm, 특이한 형태의 흰색 게를 포함하여 이전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러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고대 세계에서 주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금속이었다. 주석을 구리에 섞으면(주석 5~20퍼센트, 나머지는 구리) 당시 알려진 다른 어떤 금속보다도 단단하면서 구리나 주석에 비해 모양을 만들기가 훨씬 더 쉬운, 청동이라는 합금이 되기 때문이었다.

주석이 가장 많이 쓰인 부분은 통조림 용기로 사용하는 ‘주석 깡통’이나 ‘주석 포일’의 제조였다. 사실 주석으로 인해 현대전의 양상이 바뀌고 1700년대와 1800년대에 대제국의 형성이 가능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를 청동기시대로 안내하고, 산업혁명의 동력이 되고, 대규모 군대에 통조림을 식량으로 보급하게 해주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자제품에서 중요한 금속 중 하나로 오랜 역사를 이어온 한 금속이 최후의 단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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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델핀 파팽 지음, 권지현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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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막강했던 소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러시아는 지도상으로도 줄어들었고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인구 위기로도 세력이 약해졌다. 그러나 힘의 역학 관계에서는 여전히 가공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댜가 러시아는 새로운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상호의존적인 세계 경제에 꼭 필요한 원자재인 에너지다. _ 델핀 파팽,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 p6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는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다른 의미에서 세계의 중심이 된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책이다. 러시아에 대한 상세한 인포그래픽 자료가 담긴 객관적인 책이면서, 동시에 프랑스인 저자의 서구중심주의적인 관점이 드러난 주관적인 책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신뢰성을 높여주지만, 주관적인 해석은 냉전 이후 러시아푸틴의 '옛 소련 제국의 부활'이라는 야망이 현재의 위기를 부추겼으나, 서구 세력의 견제와 기후 위기 등의 변화된 환경이 그의 야망을 저지시키고 있다는 쪽으로 흐른다. 그렇지만, 과연 러시아의 행보를 그렇게만 해석해야 할 것인가?

12세기 몽골제국, 14세기와 15세기에는 폴란드와 독일 기사단에 의해, 17세기에는 스웨덴에 의해 눌려 지내다가 17세기 이후에야 겨우 동부 유럽의 강호로 등장했고, 다시 18세기 나폴레옹, 20세기 초에는 히틀러에 의해 큰 희생을 당했던 러시아-소련의 과거를 생각해본다면, 강국과 직접적인 국경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외교정책을 단순히 팽창정책으로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에 앞서 90년대 냉전 종식 후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와 중동, 2010년대 이후 NATO의 세력 확대가 가상적국 러시아를 겨냥한 것임을 먼저 생각해본다면, 구 소련 해체 이후 조용하던 불곰을 자극한 것이 오히려 미-NATO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에 담긴 객관적인 자료는 분명 러시아와 그 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잘 알려준다. 이와 함께 본문의 해설에는 절반의 진실과 관점이 담겨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하고 읽는다면, 러시아 문제를 보다 폭넓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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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3-04-14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토도 나토지만 조용하던 불곰을 건드리면 화를 입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제가 읽어본 책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저런 늬앙스는 별루네요-

겨울호랑이 2023-04-15 10:40   좋아요 1 | URL
단적으로 저는 러시아, 중국을 악의 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90년대 체제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세방세계의 태도는 일단 차치해놓더라고 하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만으로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100도씨에서 물이 끓는다면 과연 러시아가 100도까지 온도를 다 올렸던 것인가.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봤을 때 저는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가 크림반도와 발트해를 통해 세력을 펼치려는 러시아 위협을 바라보는 서구의 관점과 사할린과 쿠릴열도에서 일본과 대립하는 러시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러시아의 단편을 보여주는 한계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악의 제국=러시아‘가 아닌 ‘러시아의 복합성‘과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가 그런 면에서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갱지 2023-04-15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악의 축을 한쪽으로 모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마따나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겨울호랑이 2023-04-15 12:55   좋아요 0 | URL
어느 한 쪽의 시각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관찰과 판단이 특히 분단체제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참 어렵네요. 갱지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2.6 2022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
세르주 알리미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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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곧 미국이 결정하고 독일이 과감하게 승인한 러시아 제재는, 결국 유럽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 재무 장관 재닛 옐런은 "유럽이 러시아 석유에 금수조치를 내려도 러시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 조치로 러시아 원유가는 상승할 것이고, 결국 러시아는 이득을 볼 것이다. 좀 더 넓게 보면, LNG를 중심으로 한 유럽 가스 시장 재편은 경제-안보-생태라는 3중의 문제를 야기한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에너지 전쟁,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p9

지난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4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러시아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예상외로 우크라이나가 잘 견디어내며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전망이 바뀌었다. 이와 함께, 러시아 경제 붕괴, 푸틴 치매설 등이 나오면서 러시아가 대위기가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후 러시아 경제는 루블화 강세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이 역시 틀리고 말았다. 러시아 대공황 대신 급등한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정작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에서 가장 눈에 가는 기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간 결산이 아닐까 싶다. 전쟁을 쉽게 끝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의 치열한 합종연횡 속에서 국제정치의 비정함과 함께 COVID-19로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유효수요의 창출과 무기재고처분을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이 사용되는 현실을 깊이 실감한다.

이렇게 속는 자와 속이는 자, 승자들이 있다. 러시아 침공이 시작되고 4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은 허세를 부리고 있고, 러시아는 곤경에 처해 있으며, 한쪽에서는 유럽이 다른 쪽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인플레와 산업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시급히 탄화수소 공급을 재조정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유럽 고객이 기피하는 러시아산 연료를 통해 연료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 에너지 전쟁,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 p13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파티 게이트'에서 비틀거리다가 겨우 당내 신임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며 정치적 위기를 벗어났지만, 브렉시트(Brexit)이후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이 새로운 쟁점이 되면서 시끄러운 상황이다. EU의 양 축인 독일과 프랑스 역시 상황은 만만치 않다. 선거에서 이기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교전에서 존재감을 잃었고, 독일은 친환경에너지 정책 추진 이후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구조 속에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5일에 시행된 북아일랜드 총선은 신페인당(Sinn Fein)의 2년에 걸친 승리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중도우파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과 아일랜드공화당(Fianna Fail)이 구축해왔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면서, 2020년 2월 선거에서 아일랜드의 다수당이 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은 이제 북아일랜드에서도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신페인당은 역사적 적수였던 민주연합당(DUP)을 물리쳤다.

친아일랜드 성향의 민족주의자들이 친영국 성향의 연합 주의자들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1921년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이 된 이래로 이번이 처음이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신페인당의 승리,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까지, p67

EU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점차 확대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27개 EU 회원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에 40% 이상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금지 조치에는 반대한다. 며칠 전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제안했듯, 우크라이나를 긴급히 EU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고립되는 프랑스, p6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치적으로 더 가까워진 러시아와 중국이지만, 원전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원자로 건설과 우라늄 광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들의 관계 속에서 정치 질서와 별개로 움직이는 경제 질서를 확인할 수 있다.

급부상한 중국과 러시아는 우라늄 광산 개발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러시아에는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지형의 특성상 추출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발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자체 소비와 수출에 필요한 우라늄 광석의 10분의 1만을 생산한다. 중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자국 생산량을 늘리고 해외 채굴 역량을 높이면서 세계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는 '삼중 구조 전략'을 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후쿠시마 참사 이후 매우 낮아진 우라늄 가격을 이용해 다른 국가의 광산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긴장 모드의 세계 원전 시장, p44

우라늄 외에도 연료 생산 부문에서 양국의 긴장이 고조됐다. 원전에는 다양한 원자로 기술이 적용되며 제 각각 특정한 유형의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압경수로(PWR)는 전 세계 원자로의 83%에서 사용된다. 새로운 모델이 개발되더라도 원전 시장에서 가압경수로의 패권은 중기적으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긴장 모드의 세계 원전 시장, p45

당초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지적된 원자력은 '방사선 폐기물의 처리'가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렇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원전에 대한 경쟁에 대해 걱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우라늄 핵분열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의 방사능 감쇠는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해롭거나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이온화 방사선(물질을 통과할 때 이온화를 일으키는 방사선. 생물조직의 구성성분을 이온화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미생물을 죽인다-역주)이 수천 년 동안 방출된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모든 국가에서는 방사성 폐기물들을 냉각수조에 보관 중이고, 고준위 폐기물들은 대부분 프랑스 라아그의 공장 등에서 재처리 후 분리보관된다. 이런 저장방법은 100년 동안은 원상복구가 가능한데, 더욱 확실한 폐기물 처리 방법을 발견할 경우에 대비해 폐기물들을 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원자력 재도약에 가려진 방사성 폐기물, p48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식량 위기는 식량 안보 문제와 녹색 혁명의 실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근 급증한 아프리카의 농업생산성은 수치상으로 희망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결국 몬산토(Monsanto)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돈잔치였음을 깨닫게 된다.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 내부 기준으로만 봐도 실패한 것이 명백하다. 핵심 목표였던 생산성 향상은 18%에 그쳤다. 가장 성과가 나았던 동아프리카 사례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밀 생산의 경우 2006~2018년 에티오피아에서 71%, 르완다에서 66%, 우간다에서 64%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양실조는 30% 증가했다.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25%가 영양실조 상태였는데, '녹색 혁명' 이후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사실 이 '녹색 혁명'은 집약적·단작 영농에 기반한 것으로 다양한 곡물을 제공하기보다 칼로리 공급량만 늘리는 식이다. 유엔 식량 정상회의 특임 대사이자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 회장인 아녜스 칼리바타의 말을 빌리면, "식량 다양화는 사치"로 치부된다.일례로, 르완다에서는 옥수수밭과 벼밭이 영양가 높고 기후변화에 강한 수수밭과 조밭으로 바뀌고 있다. _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2022.6>, 빌게이츠 재단의 수상한 농사법, p36

이제 4개월에 들어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경제적 이익과 정지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은 단순히 미국-EU를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러시아-중국-인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세계의 대결 구도 안에서도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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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6-20 08: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리스 총리 보면 .. 진짜 내각제 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지네들끼리 권력 먹기네요!!

겨울호랑이 2022-06-20 09:02   좋아요 2 | URL
네 그렇습니다. 굳이 영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옆나라 아베만 보더라도 내각제의 폐해가 얼마나 심한가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내각제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듯한데, 다당제 정당제도 정착이라는 전제가 우선 충족되지 않는 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여겨집니다.... 기업의집님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

붉은돼지 2022-06-20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보리스 존슨이 지은 런던 위인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햐~~ 더박머리 아쟈씨가 이렇게나 재미나게 쓰다니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호랑이 2022-06-20 09:27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붉은돼지님 말씀을 듣고 보리스 총리가 지은 <런던 위인전>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네요. 정치인으로서 보리스 총리는 그다지 신뢰받지 못한 인물인데, 작가로서 그의 면모가 궁금해 집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붉은돼지님 좋은 하루 되세요! ^^:)
 

공간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공간‘은 엄청나게 복잡한 세부사항과 믿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성으로부터, 상호 맞물린 또는 풀린 관계로부터, 로컬에서 글로벌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케일에서의 관계의 네트워크로부터 생성된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특별히 공간적이라고 보게 만드는 것은 그것의 동시성이다.  동시성은 연장되기도 하고 배열되기도 한다. 절대적으로 정지상태가 아니다. 공간을 (절대적 차원이라기보다) 배열된 사회관계의 교차에서의 한 순간으로 보는 것은  그것을 정적으로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흐름(시간)과 동시적인 관계의 평평한 표면(공간) 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공간은 평평한 표면이 아니다. 왜냐하면 공간을 창조한 사회적 관계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역동적이기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사유의 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사유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시간을  관통하는 슬라이스‘가 아니라 역동적이지 않은 것으로는 개념화될 수 없는 사회적 관계의 동시적 공존이다. 공간은 사회적 관계로부터 생성된다는 개념화의 결과, 공간은 본질적으로 힘과 상징으로 가득한, 지배와 복종, 연대와 협력관계의 복잡한 연결망이 된다.  나는 다른 글에서 공간의 이러한 측면을 일종의 ‘권력의 기하학‘으로 명명했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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