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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면역학 교과서 - 내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싶을 때 찾아보는 인체 면역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스즈키 류지 지음, 장은정 옮김, 김홍배 감수 / 보누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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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는 자기(自己)와 비(非)자기를 엄격하게 인식하여, 면역 기능을 통해 비자기를 제거하고 자기의 존재를 확립한다. 비자기로서 인식되는 세균 등의 항원에 대해서는, 특이적으로 대응하는 림프구(B세포)를 증식시켜 항체를 만들고, 항원을 몸에서 제거하여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또, 자기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자기라는 사실을 인식, 감시한다. 이때 조금이라도 변화된 자기가 발견되면 비자기로 파악하여 즉시 공격한다. _ 스즈키 류지, <인체 면역학 교과서> , p21

<인체 면역학 교과서>에서 정리하는 면역 활동의 본질은 '자기와 비자기를 식별하여 비자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자기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는 자기만 비자기로 인식되었을 때 생겨나는 '자기 면역 질환', 이와 반대로 실제로는 비자기지만, 자기로 인식하기 위해 일어나는 '모체-태아 간의 면역 관용'은 이러한 물음의 실례일 것이다.

자연 면역과 적응 면역은 림프구(T세포, B세포)의 관여 방식에 따라 구별하는데 각각은 독립된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작동한다. 자연 면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큰 포식세포는 림프구에 항원을 제시해주는 능력(항원 제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 항원 제시 기능을 가진 세포는 항원과 대적할 때 활성화되어 자연 면역과 적응 면역의 성립에 중요한 생리 활성 물질을 생산하고,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_ 스즈키 류지, <인체 면역학 교과서> , p24

그런 면에서 면역 체계의 활동은 존재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라 생각된다. 그리고, 적지 않은 면역 관련 질환이 이러한 인식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체 면역학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다. 물론, 암(癌)과 같이 면역 능력의 감퇴로부터 빚어지는 병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기능의 감소는 필멸(必滅)의 인간이 받아들어야 하는 숙명이라 하더라도, '자기-비자기'와 관련된 인식의 문제로부터 건강한 습관에 대한 배움을 받는다.

청결한 위생 관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로 포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기준은 자연적으로 외부와 접촉, 백신을 통해 세워지고 강화된다면 건강한 면역체계의 수립을 위해서는 무조건 차단이 아닌 자연스러운 외부와의 접촉이 더 유용한 것은 아닐런지. 그리고, 그러한 유용함은 건강한 몸 뿐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면역 체계는 침입한 유해 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을 자기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여 공격, 제거한다. 자가 면역 질환은 이 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원래 공격하지 말아야 할 자기 유래 단백질(세포 표면의 막 단백질 등)을 공격하여 염증과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_ 스즈키 류지, <인체 면역학 교과서>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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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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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은 언제라도 의미가 있지만, 나름대로 적절한 시기가 있다. 우선 언제나 좋은 까닭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오류가 매우 뿌리 깊고 음험하며, 우리들이 공유하는 본성의 최악의 현시(顯示)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환원주의, 물화(物化, reification), 이분법(二分法, dichotomization), 계층화(hierarchy) 등 일반적인 오류를 범하는 경향과 흔히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라고 불리는 사회정치적 실재를 결합하면, 생물학적 결정론이 사회적 무기로서 갖는 잠재적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24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1941 ~ 2002)의 <인간에 대한 오해 The Mismeasure of Man>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통계학적 오류를 짚은 책이다. 뇌의 용량은 지능과 비례하는가? 남성의 뇌 용량은 여성의 뇌보다 크고, 백인의 뇌는 유색인종의 뇌보다 크며, 현대인들이 선사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에 비해 더 크다면, 이로부터 우열(優劣)을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역사에 얽힌 많은 자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책은 지능이 단일하고, 선형적이며, 서열화할 수 있고, 선천적이며, 최소한의 변화가능성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의 기원과 그 이론에 대한 옹호의 역사 속에 들어 있는 뿌리 깊고 교훈적인 오류의 연대기(年代記)이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22


 저자인 굴드가 비판 지점으로 삼는 것은 바로 정량분석(Quatitative Analysis)이며, 그 중에서도 요인분석(Factor Analysis)에 집중된다. 추상적인 개념의 실체화,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실체로부터 자연의 법칙(law)을 얻어내는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의 과정 중에는 수많은 오류가 존재한다.


 이 논의는 하나의 오류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물화(物化, refication)' 즉 추상적인 개념을 실체(reality)로 변환시키려는 경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삶의 정신적인(mentality)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특징으로 삼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 놀랄 만큼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간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능(intelligence)'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이 축약된 선호가 물화되고, 지능은 단일한 실체(unitary thing)라는 의심스러운 지위를 얻게 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71


 모델링(modeling)과정에서 빚어지는 투입 변수와 이상치(Outlier)의 보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입되는 연구자의 자의성은 언뜻 객관적으로 보이는 연구과정의 가설(Hypothesis)이 이미 기각될 수 없는 연구자의 선험적 판단의 결과물이며, 모든 연구결과는 이러한 판단의 백데이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비판이다.


 나는 브로카가 보정을 이용한 점을 비난하지 않지만, 자신의 입장이 위협받을 때에만 보정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그의 탁월한 기술에 주목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173


 요인분석은 차원을 감소시켜 보다 적은 차원에서 정돈된 구조를 인식하기 위해 부분적인 정보 손실이라는 비용을 치르고 데이터의 큰 집합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다. 단순화의 도구로서, 요인분석은 여러 학문분야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많은 요인분석가들은 단순화를 넘어 요인을 인과적 실체로 정의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물화의 오류가 탄생 이래 계속 이 방법을 괴롭혀왔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411


 농구선수 하승진은 키가 크다. 그의 발사이즈도 클 것이며, 상체도 클 것이다. 상체가 큰만큼 큰 사이즈의 셔츠를 입을 것이다. 마약 하승진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신체 사이즈를 기초 데이터로 상관분석을 실시한다면, 그의 신발 사이즈와 셔츠 사이즈의 상관관계는 거의 틀림없이 (+)의 상관관계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신발 사이즈와 셔츠 사이즈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승진의 신체는 크다는)하지만, 이들 결과로부터 인과관계를 도출한다면 이는 논리적 오류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인분석 수행을 통해 숨겨진 속성을 찾아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더 주관적인 작업이 될 것이지만, 피어슨 상관계수(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 ) 등으로 은폐된 주관성 안에 여러 종류의 차별을 포함되고, 이들이 과학의 방식으로 법칙화되어 사회화 되었을 때 우리 삶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오해>를 본다면 자칫 어렵게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정량분석이라는 숫자에 질려 과학탈을 쓴 또다른 종교의 위험성을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예리하지만 따뜻하게 분석하고 있다. 칼 세이건과는 조금은 다른 따뜻한 과학자의 시선을 느끼고 싶다면 일독(一讀)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예외가 있지만, 한 종류의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다른 테스트에서도 점수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요인분석은 수학적 의미에서, 테스트 사이의 이러한 변량집합(變量集合) 속에 있는 공통요인을 포락하는 일반축을 검출할 수 있다... 나는 요인분석의 주성분이 수학적 추상개념으로 경험적 실재(實在)가 아니라는 사실, 나아가 요인 분석의 대상이 되는 모든 매트릭스는 다른 의미를 갖는 다른 성분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낼 수 있으며, 특이한 사례에 적용된 요인분석의 방식에 의존한다는 것도 알았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지는 주로 연구자의 선호 문제이기 때문에, 주성분이 경험적 실재를 가진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48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이 책의 주제는 길고 복잡하게 뒤얽힌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추상적이고 학문적인 논쟁의 와중에서 자칫 길을 잃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주장에 의해 위축된 생명으로서의 인간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엉뚱한 사회적 목적으로 오용된 과학의 오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결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 P58

많은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 크기가 그룹마다 차이가 있다는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한 것은 애당초 해답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답을 얻기가 지극히 힘들고, 선험적인 신념이 너무도 분명하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 P198

물화에 대한 유혹은 참으로 강하다. 큰 집합의 상관계수의 존재라는 외부성(externality)에 ‘내재하는‘ 무언가, 아마도 표면적인 측정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생각은 충분히 매혹적일 것이다. 그것은 플라톤이 말하는 본질이고, 표층적 외관의 근저에 깔려 있는 추상적이고, 영원한 실체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저항해야 할 유혹이다 - P408

요인분석의 역사는 물화를 향한 잘못된 시도의 파편들로 점철되어 있다. 나는 인과율의 패턴에 식별가능하고, 근본적이고, 물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 불만의 대상은 단지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인과적 추측의 면허장이라도 얻은 양 가정하는 관행이다. 요인분석가들은 일관되게 이러한 가정에 경고해왔지만, 근본적인 본질을 발견하려는 우리의 플라톤적 충동은 계속 그 적절한 경고를 압도해왔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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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영양학 교과서 -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의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인체 영양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장은정 옮김, 가와시마 유키코 외 감수 / 보누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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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영양소)을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고 소화하여 흡수한다. 흡수된 영양소는 몸의 구성 성분이 됨과 동시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불필요해진 성분은 체외로 배출된다. 이 일련의 흐름인 소화, 흡수, 대사, 배설을 반복하는 행위를 영양(nutrition)이라고 한다. _ 가와시마 유키코, <인체 영양학 교과서> , p62

음식을 섭취하고 얻어진 에너지를 통해 생명유지 활동을 하는 것. 모든 생명체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생명체는 에너지로의 변환(소화), 세포로의 에너지 공급(흡수), 에너지 소비 활동(대사), 찌꺼기 방출(배설)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당질과 지질, 단백질 등 소화, 흡수되어 몸속으로 들어간 영양소에서 에너지는 어떻게 생산되는 것일까? 생체에서는 연소가 일어나는데, 이는 그저 '태우는' 것이 아니라 각 영양소가 분해되어 산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러한 분해와 산화는 모든 세포 안에서 일어난다. 발생한 화학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면 체온 유지에 쓰이고,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면 근육 수축에 쓰인다. _ 가와시마 유키코, <인체 영양학 교과서> , p62

결과적으로 생명체의 활동은 수많은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발현을 목적으로 한다. 단백질 합성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지만, 이는 적절한 중용(中庸)을 요하는 미묘한 조정 작용이기도 하다. 과잉도 결핍도 모두 문제가 되는 몸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닌 과유불급(過猶不級)의 교훈을 배우게 된다.

유전자 발현은 필요한 세포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조절이 된다. 그리고 영양이라는 소화, 흡수, 대사 등 일련의 체내 현상에는 유전자 DNA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_ 가와시마 유키코, <인체 영양학 교과서> , p25

영양소와 에너지는 과잉 섭취해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몸 구성 성분으로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단백질조차 과잉 섭취하면 간과 콩팥에 큰 부담을 준다. 일부 비타민과 미네랄의 경우 과잉증이 잘 알려져 있다. _ 가와시마 유키코, <인체 영양학 교과서> , p16

현대인들은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영양이 부족한 결핍이 아닌 과잉이 질병이 되는 시대를 살면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안으로 안으로 밀어넣는다. 과잉으로 생긴 병이라면, 정도를 낮추면 증상이 완화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특효약과 슈퍼푸드를 섭취하면서 성인병을 치료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끊임없이 먹는다는 것은 흡수할 수 없는 공간에 음식을 버린다는 다른 표현임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소화기 계통은 소화관과 간, 쓸개, 이자 등으로 구성된다. 소화관은 입안에서 시작되어 식도, 위, 작은창자,큰창자를 거쳐 항문까지 하나로 이어진 길이 8~10m의 관이다... 소화관 안쪾을 표현할 때 '관광 내' '구강 내'라는 표현을 쓴다. '강(腔)'이란 '공간'이란 뜻이다. 즉 소화관 안쪽은 비어 있는 굴이며 음식물을 창자벽을 통해 흡수되어 비로소 인체 '속'으로 들어간다. _ 가와시마 유키코, <인체 영양학 교과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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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 구조 교과서 - 아픈 부위를 해부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뇌·신경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노가미 하루오 지음, 장은정 옮김, 이문영 감수 / 보누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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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파에 이상이 있으면 목에 통증이 발생하고, 간 부위에 질환이 생기면 어깨가 아프다. 이러한 현상은 복잡하게 얽힌 신경계 구도 때문이다. _ 노가미 하루오, <뇌.신경 구조 교과서> 중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알기 쉽게 담은 책이지만 일반인에게도 여러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생명 유지를 위한 여러 기관들의 활동과 이들을 관장하는 뇌 영역 그리고 이들을 연결시커 주는 신경계의 분포와 작용은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기혈과 경락의 다른 표현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연결, 순환계 속에서 해당 부위에 대한 직접치료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겠지만, 일반인들도 일상생활에서 건강 유지와 관리를 위한 간단한 체조, 마사지 등의 활동으로 질환을 예방하는 동기부여와 구조이해가 책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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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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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너는 도널드와 비슷한 행동 패턴이란 맥락에서 최초로 사용한 "자폐적"이란 말에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이 어린이들이 아주 이른 유아기부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능력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 건강 상태와 "타고난 지적능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44/537

결정적인 두 가지 특징을 파악한 사람이 바로 카너였다. 어린이들은 극단적으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극단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동일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는 두 가지 극단적 성향이 새로운 증후군의 핵심이며, 그때까지 차이점에 주목한 탓에 공통점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48/537

존 돈반 (John Donvan), 캐런 저커 (Caren Zucker)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In a Different Key: The Story of Autism>는 '자폐'라는 용어가 1930년대 처음으로 '극단적으로 자신의 내부를 지향하며', '동일성을 추구하는' 특성을 사용된 이후 오늘날까지 '자폐'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에서 '자폐(自閉)'를 둘러싼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만나게 된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주변인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접촉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자폐증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부여한 질서를 유지하며 영원(永遠)의 시간을 살아가는 반면, 그와 관계를 맺는 가족, 친구들은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응시하며 살아간다. 영원을 살아가는 이들과 순간(瞬間)을 살아가는 이들. 영원과 순간. 자폐의 문제는 여기로부터 시작된다.

마음속에서는 분명 생각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지만, 그 톱니바퀴들은 사람들과 소통할 때마다 결정적인 대목에서 어긋나는 것 같았다. 그의 언어는 육각형과 국화들로 이루어졌다. 다른 사람이 의미를 알든 모르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분명해졌다. 그것은 '동일함'이었다. 완전하고도 순수한 일상의 반복이었다(p19)... 각각의 행동보다 더 이상한 것은 모든 행동이 다양한 결핍과 재능이 독특하게 결합된 형태로 한 사람 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행동의 총합이야말로 도널드라는 사람의 극적 인격을 포괄적으로 규정했지만, 거기에는 이름이 없었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20/537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은 어제보다 나은 현재, 현재보다 나은 미래로 발달해야 한다고 믿지만, 영원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런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성(城)에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다.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자아를 강제로 끌어낼 수는 없다. 이제 논의는 그들이 내부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가에 집중된다. 유전적인 원인 때문일까, 아니면 주변으로부터 받은 학대 때문일까. 이런 가정문제로부터 백신접종이나 감염증세가 있는 전염병이라는 사회적 원인까지 수많은 가정과 추측의 역사가 펼쳐진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연구진은 어린이들을 부상 입은 존재로 보았다. 그토록 큰 상처를 입힌 사람은 바로 엄마라고 믿었다. 연구자들끼리는 심리적 유발인자라는 용어를 썼다. 어떤 정서적 외상이 가해져 자폐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정서적 외상의 근원을 밝혀내고 손상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91/537

내면에 갇힌 아이. 자폐인의 가족들은 그 개념만 떠올리면 언제나 애가 탔다. 자폐증이란 가면 뒤에 "진정한" 아들이나 딸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용어를 직접 사용한 적은 없지만, 레오 카너는 처음 치료했던 열한 명의 아이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언급함으로써 그런 생각에 불을 붙였다. 마치 더 이상 자폐증이란 속박을 받지 않거나, 자폐 상태에 머물리 않는다면 드러날 참모습은 무엇일까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291/537

자폐증이 마침내 미국에서 진정 "유명해진" 것은 대중이 공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자폐증은 드물고도 매혹적인 현상에서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지는 위협으로 돌변했다. 자녀를 키우는 사람은 물론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는 사람조차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342/537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자폐에 관련된 역사를 다루지만, 엄밀하게 말해 절반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자폐를 가지고 있는 영원한 시간 속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불멸(不滅)에 가까운 영원 속에서 역사(歷史)란 의미가 없겠지만. 대신, 우리는 자폐를 둘러싼 사회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자폐의 원인이 무엇인가와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과 다름없는 '정상적'으로 될 수 있을까.

"고기능"이란 말은 자폐성향이 뚜렷하지만 최소한 평균 수준의(종종 그 이상의) IQ와 말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결국 "고기능 자폐증"이란 아스퍼거 증후군과 매우 비슷하게 들렸다. 결국 "고기능 자폐증"이란 아스퍼거 증후군과 매우 비슷하게 들렸다. 고기능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가 있느냐는 주제를 두고 한때 자폐공동체 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진단명은 삶이라는 퍼즐에서 평생 찾았던 조각 한 개를 끼워넣는 것 같았다. 가족들 역시 그렇게 느꼈다. _ 존 돈반, 캐런 저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p410/537

요약하면,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자폐를 가지고 있는 이'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인식'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그 역사 안에는 진선미(眞善美)를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보편 역사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자폐의 원인이나 치료법 등을 찾으려는 진(眞)을 추구하는 모습, 다른 이들과 차이 없는 상태를 '선(善)'으로 규정하고, '다름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선악 구조, 가족들에게 힘든 자폐 문제도, 뛰어난 재능을 의미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일종의 '아름다움(美)'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보편역사로서 자폐의 역사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 주체(主體)와 객체(客體) 그리고 인식(認識)의 구도 안에서 문제는 인식이고, 인식의 변화가 역사의 변화임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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