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스포츠의 본질 -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28
앨런 거트만 지음, 송형석 옮김 / 나남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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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스포츠의 독자적인 특징 일곱 가지는 대비를 통해 그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 일곱 가지 특징이 각기 함축하고 있는 바와 서로 중복되는 내용, 그리고 상호간의 영향 정도 등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층 세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근대 스포츠의 일곱 가지 특성들은 1) 세속성, 2) 평등, 3) 전문화, 4) 합리화, 5) 관료화, 6) 계량화, 7) 기록 추구 등이다._ 앨런 거트만, <근대스포츠의 본질>, p42

 

 앨런 거트만(Allen Guttmann)는 <근대스포츠의 본질 From Ritual to Record: The Nature of Modern Sports>에서 자본주의, 종교(신교)와 결합한 근대스포츠가 갖는 특징을 위와 같이 7가지로 정리한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근대스포츠의 특징을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 재벌들의 지배구조와 같이 서로 얽혀있듯 이들은 서로를 유지시키고, 발달시키며 근대스포츠를 자체가 되어왔다.


 이 일곱 가지 특징들은 논리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근대의 기록추구는 계량화를 토대로 하며, 계량화는 합리화에 크게 의존한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못한 신체조건으로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전문화는 합리화된 훈련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전문화와 합리화는 재차 관료조직을 필요로 한다. 그와 같은 조직 없이 세계선수권대회의 개최나 기록의 인준, 또는 용구와 규칙을 세계적으로 표준화시키는 작업은 불가능하다. 기록추구는 그 이외에도 평등을 전제로 한다._ 앨런 거트만, <근대스포츠의 본질>, p99 


 거트만은 본문에서 이러한 특징을 갖는 근대스포츠가 수학적, 경험적, 합리주의적 세계관의 토대 위에서 세워졌음을 말한다. 근대의 산물을 종교, 과학, 자본주의, 제국주의라고 한다면 스포츠의 전통적 성격인 제례의식은 근대스포츠 자체가 되었고, 과학은 정량화에 기여하면서 기록추구를 가능케 했고,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조직화가 가능했다. 제국주의는 아래 본문에서 직접 인용하자. 결국, 근대스포츠는 근대화의 전형임을 확인하게 된다.


 근대의 수학적, 경험적, 합리주의적 세계관의 이면이 낭만주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낭만주의의 스포츠 적대성은 이미 근대스포츠의 발생에서 근대적 세계관이 담당한 역할에서 언급했다. 근대스포츠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산업혁명, 자본주의, 신교 같은 추상들로부터 더욱 추상적인 일반화로, 즉 수학적, 경험적, 합리적 세계관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p144)... 스포츠는 원시적인 것이며 동시에 고도로 근대적인 것이다._ 앨런 거트만, <근대스포츠의 본질>, p145


 스포츠의 상업화만이 유일한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지배계층이 민족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도움을 받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화수단이 되었다.._ 앨런 거트만, <근대스포츠의 본질>, p109   


 우리나라 스포츠팬을 제외한 일반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얼마 전 유러피안 슈퍼 리그( ESL (European Super League) 의 출범이 큰 화제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재정이 악화된 유럽 명문 구단들과 미국 대자본 J.P 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의 공통된 이해가 모여 만들려 했던 리그가 유럽 슈퍼 리그다. 그렇지만, 아래 기사에서 보듯 결국 없던 일이 될 모양새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2101.html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6826470


 위의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 이러한 해프닝은 미국 대자본들과 유럽인들간의 스포츠(특히 클럽)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축구 클럽(club)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는 미국 대자본들은 클럽으로 연결된 유럽 스포츠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다. 중세 봉건제의 유산이 지금도 남아있는 유럽에게 클럽이 갖는 의미는 상상 이상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J.P 모건의 사과로 이어졌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유럽 명문 구단

이 지탄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공정하지 못한 룰(rule)'의 수용 때문일 것이다. 


  19세기 초 근대스포츠는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진보적인 힘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통제를 벗어난 자본주의의 지속적 발달은 중세사회보다 더 비인간적인 노동계급 착취로 귀결되었다. 초기자본주의에서 스포츠는 점점 더 보수적이 되었으며, 그에 따라 종종 반동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을 다른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스포츠의 강력한 상업화 경향에서 찾을 수 있다.(p108)... 축구공이나 스키, 요트와 같은 스포츠용구 생산자와 스포츠시설 시공업자들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 유럽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대기업과 백만장자들은 임의로 프로팀을 사거나 판다. 팀들은 미국이라는 큰 놀이판 위에서 움직이는 장기 말인 셈이다._ 앨런 거트만, <근대스포츠의 본질>, p95  


 미국의 스포츠는 주로 학교와 대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일의 스포츠를 특징짓는 클럽 및 협회체계가 결여되었다. 물론 둥구권국가들에 있는 직장스포츠도 없다... 이런 맥락에서 400만 명이 넘는 독일 축구클럽 회원들은 미국의 성인들에 비해 조직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_ 앨런 거트만, <근대스포츠의 본질>, p215  


  유럽 슈퍼 리그 에는 20개 팀이 참가한다. 그 중 창립 구단 15개 팀과 매년 5개 구단이 새로 선정되어 경기를 치루는데, 창립 구단은 성적과 관계없이 매년 참가를 보장받게 된다. 이러한 슈퍼 리그 방식은 유엔(UN) 하의 국제 질서를 떠올리게 한다. 상임이사국 5개국은 체제 내에서 지속적으로 그 자리를 유지하고 비상임 이사국들은 돌아가며 선정되는 UN의 방식을 기존 팬들은 납득하지 못했고, 대회가 무산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능력에 따라 유럽 하부 리그의 팀도 언젠가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도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는 리그. 이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라리가 등에 소속되지 않은 무명 선수들도 미래의 메시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땀을 흘릴 수 있었는데, 슈퍼 리그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유럽 팬들은 이러한 리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맨체스터 시티의 명장 과르디올라감독의 인터뷰 "It's not a sport if success is already guaranteed"라 생각된다.



 전형적인 근대스포츠인 축구와 현대 자본주의가 철저하게 작용되는 유럽 축구 리그.  '유럽 슈퍼 리그' 사건은 근대 스포츠 특징인 '평등'과 '관료화'가 충돌한 사건이자, 이들이 지태하던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대신할 포스트 코로나 체제의 서막을 알린 사건이라 여겨진다. 거대 자본의 힘으로 바뀌어질 새로운 신세계.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공정함'을 이유로 거부한 유럽 축구팬들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동시에, 자본화되고 있는 스포츠의 본질이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으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PS. 미국에서 인기있는 스포츠인 야구, 미식축구의 본질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밑줄긋기로 넘긴다...   

야구와 직선으로만 운동하는 다른 단체스포츠 사이에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야구에서 주자는 공을 성공적으로 때린 후에 다시 홈으로 돌아올 때까지 루에서 루로 달린다. 그는 달리면서 한 바퀴의 원을 그린다. 직선과 원은 역사와 신화의 가장 오래딘 상징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토대로 야구는 영원한 회귀를 재현하는 반면, 다른 구기경기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시간적 일회성이 반영된다. - P174

미식축구가 신체적 폭력의 표현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이 경기는 의도적 충돌과 격한 공격형식 속에서 규칙에 부합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p181)... "접촉"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그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았건 받지 않았던 불문하고, 이 경기의 본질이며, 추측건대 환상이기까지 한 요소인 것이다. 미식축구에서는 통제되고, 규율된 폭력이 나타난다.(Nitschke,Wells,1973,253)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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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스포츠의 본질 -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28
앨런 거트만 지음, 송형석 옮김 / 나남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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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개인주의에 대한 두 가지 관점들 사이에 일어나는 교환 또는 교역(trade-off)을 스포츠에서도 볼 수 있다. 예컨대 개인 경기 중심의 그리스 스포츠는 개인주의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근대스포츠는 본질적으로 협동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때에 달리지 못한다. 단지 출발신호를 알리는 사람이 신호를 보내야만 달릴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그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결코 그렇게까지 빠르게 달릴 수 없었던 원시인들보다는 그들의 개인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자유롭다. 그 성취는 높이 평가받고 있는 개인성의 결과지만 동시에 일반적으로 망각되는 협동의 결과이기도 하다.(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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