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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톺아보기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신현철 옮김 / 소명출판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사소하지만 다른 개체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을 지닌 개체들이 생존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의심할 수 있을까? 이와는 반대로, 아주 조금이라도 유해한 변이는 철저하게 제거되었다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도움이 되는 변이는 보존되고 유해한 변이는 제거되는 것을, 나는 자연선택이라고 부를 것이다. 유용하지도 유해하지도 않은 변이는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다형성 종이라고 부르는 종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변동하는 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 P118
<종의 기원>에서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 ~ 1882)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진화(進化, evolution)의 원인은 선택(選擇, selection)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기후와 지질환경을 통해 그 뜻을 표현하는 자연선택에 의해 각 종(種 species)은 생존에 적합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심판받게 된다. 만약, 살아남은 종들이 자신들의 형질을 다음 세대에 넘길 수 있다면, 그 종의 형질은 유전을 통해 계승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단종될 것이다. <종의 기원>을 다소 거칠게 요약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성선택. 특이성이 때로 생육 상태에서 한 성에게만 나타나고, 그 성에게만 유전되는데, 자연 상태에서도 아마 같은 현상이 실제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곤충의 사례에서 때로 나타나듯이, 자연선택은 다른 성과 비교해서 한 성의 기능과 관련해서 또는 두 성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전반적인 습성과 관련해서 한 성만 변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나로 하여금 성선택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몇 가지를 설명하도록 했다. 성선택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결정되지 않고 암컷을 소유하기 위해 벌어지는 수컷들사이의 싸움으로 결정된다. 결과는 이기지 못한 경쟁자들의 죽음이 아니라, 자손이 없거나 거의 없게 된다. 따라서 성선택은 자연선택에 비해 덜 혹독하다.- P127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의 주체를 자연(自然, nature)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들여다보면 이 안에 수많은 주체가 담겨있지 않을까. Species(종, 種), Genus(속, 屬), Family(과, 科), Order(목, 目), Class(강, 綱), Phylum(문, 門), Kingdom(계, 界)에 속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과 요구가 기후/지질 환경을 배경으로 표현된 것이 '자연선택'이 아닐까. 꽃가루를 더 잘 나르는 꿀벌이 식물들의 선택을 받고, 악어의 입을 잘 청소해 주는 새가 생존을 보장받는 모습 등을 통해 본다면, 자연 선택이란 단순한 우연적 사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요구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이타적 행동이 아닐까.
이렇게 바라본다면, 단순히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영혼없는 생명체들의 생활장소가 아닌, 생존을 위한 생명체들의 공동체로서의 자연이 새롭게 보여진다. 생존을 위한 요구와 이에 대한 보답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은 개체(個體)가 자신이 살았다는 사실을 후대에 남기고 싶어하는 본능(本能, instinct)이 성선택이라면, 서양철학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의지(自由意志, free will)를 비롯한 인간만의 고유 특징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종의 기원 The Origin of Species>가 당대에 던진 충격은 원숭이에게서 인간이 나왔다는 주장이 아닌, 인류가 '일신지하 만물지상(一神之下 萬物之上)'의 존재에서 그냥 '일물(一物)'이라는 사실에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