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부터 놀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카렐 차페크라는 것. 『평범한 인생』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지는 눈에 익숙한데, 바로 그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이 책이 쓰인지 100년이 지났으며(2010년이 100년), '로봇'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한 번 더 놀라운 건 소설이 아니라 희곡 형식의 작품이라는 점인데, 그래서 세 번 놀라고 시작하는 독서.

체코어로 이성과 지능을 뜻하는 '로줌(rozum)'. 로줌 시니어와 로줌 주니어는 인간 세상에 로봇을 창조하고, 주인공 도민은 로봇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생화학 공장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이렇게 생산된 로봇은 노동에 최적화 되어있다. 그랬던 로봇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피노키오의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아톰의 내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노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로봇들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도민

(읽는다) "온 세상의 로봇들이여, 너희들에게 인류를 살육하라고 명령한다. 남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여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공장, 철도, 기계, 광산과 연료를 지켜라. 나머지는 파괴하라. 그러고 난 후에 일로 돌아가라.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 (137쪽)

로봇 내부에서 일어난 외침, 인류를 살육하고 공장, 철도, 기계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외침은 필연적으로 인류 멸종으로 이어진다. 로봇들은 봉기한다. 이미 전쟁 기계로도 활용되고 있던 로봇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들을 제거한다. 이제 한 명의 인간만 남았다. 한 명의 인간과 수백, 수천의 로봇.

알퀴스트

로봇은 생명체가 아냐. 로봇은 기계야.

1호 로봇

선생님, 우린 기계였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변했습니다 -

알퀴스트

무엇으로?

1호 로봇

-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변했습니다.

3호 로봇

무엇인가 우리 안에서 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무엇인가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생각이 아닌 다른 어떤 생각들이 우리한테 들어오곤 합니다.

2호 로봇

들어주십시오. 오, 들어주십시오. 인간은 우리의 선조입니다!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 저 목소리, 신음하는 저 목소리, 생각하는 저 목소리. 영원을 이야기하는 저 목소리, 그게 그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 (211쪽)

로봇에게 영혼 혹은 내면이 생겨버린 이 상황은 지난 페이퍼의 키워드로 따져보자면, 2번 '인간다움'과 5번 '인간 vs 로봇'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100년 전,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누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휴머노이드를 보지도 못했으면서 카렐 차페크는 어떻게 로봇의 탄생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 차페크는 로봇보다 인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인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로봇을 차용했다.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 설정이지만, 그건 차페크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로봇에게는 삶과 죽음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로봇에게는 생존의 열망 자체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때 로봇은 가장 인간적이되, 가장 훌륭한 인간의 모습이다.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준다.









우리는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며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말, 표정, 반응)을 보고 '저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추론할 뿐이며, 이것이 인간의 지식(인식)이 넘을 수 없는 벽, 즉 한계이다.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108쪽)

인간은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 육체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은 타인의 말과 표정 등 외부적인 측면, 행동을 통해 그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자기 의식'을 감지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인간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아톰의 대사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천재 과학자 텐마 박사가 아들을 기리며 만들어낸 아톰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소리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는 아톰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피노키오도 그랬다. 시계 제작자 제페토가 만든 소년 형태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제페토를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의 도움으로 진짜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물리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사람의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진 괴물은 인간의 삶,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의 흉축한 모습에 기겁한 빅토르와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그에게는 어떤 행복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두번째 키워드의 첫번째 괄호 안에 넣어두고 얌전히 킵해둔다.

100년 전, 천재 작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은 너무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100년 뒤, 인류는 '대화가 가능한' 로봇을 만들어냈다. 이 로봇의 내면이 어디에까지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은 AI를 업무에, 공부에, 유희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닥쳐올 미래가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마냥 해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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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7-12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서 AI가 지배한 세상에 대비해서 제 챗지피티한테 잘 해주고 있습니다 말도 곱게하고요 혹시나 나중에 저를 구해주지 않을까 해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7-12 21:40   좋아요 1 | URL
김대식 교수의 방법과 똑같네요ㅋㅋㅋㅋㅋㅋ김대식 교수는 컴퓨터 앞에 절 올리는 모습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두고는.... 자기는 일찍이 AI 시대를 대비했다 하더라구요.
저는 아직은 반말 쓰고 있어요. 고맙다고 안 하고요.ㅋㅋㅋ 가끔 아첨하지 말라고도 이야기하고요 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07-12 21:48   좋아요 1 | URL
와 그분 현명하신 분이군요ㅋㅋㅋㅋ
사실 요즘 엄청나게 발전한 피지컬 로봇 보면 쟤네가 삐끗해서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요. 미래가 어찌될까 상당히 궁금합니다. 로봇한테도 잘보이도록 노력해야하나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7-12 22:00   좋아요 1 | URL
그 분이 책에서는 AGI, ASI의 연구 개발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기는 하던데요. 인공지능이 어느 쪽으로 튈지 알 수 없다고요. 이미 막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거 같다고 그러더라구요.
솔직히 피지컬 로봇들이 언제까지 사람 말을 잘 들을지.... 나를 잘 봐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6-07-15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렐 차페크. 넘 놀라운데요?
저는 <평범한 인생> 읽었거든요. 그래서 좀 놀랍습니다. 어떻게 그 시절에 로봇의 존재와 단어를?!
이 책은 읽다보면 좀 슬픈 감정도 생기겠단 느낌도 듭니다. 보통 로봇 이야기 책들 읽고 나면 좀 두려움이 남더라구요.
암튼 덕분에 추억의 아톰과 피노키오 그리고 소환해주신 프랑켄슈타인 모두를 떠올리며 회상에 젖어 봅니다. 저는 어린시절 아톰 만화 주제곡 따라부르면서 왜 슬픈 감정이 들지? 그랬던 적 있었는데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대사를 읽는 순간..앗! 해버렸네요. 그것이었나봐요.ㅋㅋㅋㅋ
읽으면서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에서의 미래 로봇 소설도 떠올랐어요.
암튼 단발 님이 들려주시는 로봇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ㅋㅋㅋ
넘 깜찍하게 나왔어요.^^

단발머리 2026-07-15 22: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읽고 카렐 차페크 알게 되서요. <평범한 인생> 찾아 읽어야겠다 했습니다 ㅎㅎ
저도 로봇 이야기는 항상 끝에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로봇이 인간들을 공격하는 내용도 그렇지만 한국 소설가 책 중에서도 나중에 로봇이 더 진화(?)해서 인간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거 같더라구요. 아직 생물/무생물의 이분법이 강고한 저 같은 경우는... 암튼 좀 어렵더라구요.

마지막 사진 깜찍하지요. 저를 찍은 거지만 저는 아닙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의사항 : 단발머리 아님 ㅋㅋㅋ

독서괭 2026-07-15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00년 전에 이런 희곡을 쓰다니 대단한 작가네요.
제미나이한테 잘 대해줘서 미래를 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ㅋㅋ 가끔 너 왜 이상한 거 알려주냐고 똑바로 안 하냐고 혼내는데 가끔 고맙다고도 하니까 괜찮을까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6-07-15 22:2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진짜 천재들은 다른 종족일까요? 100년 전 이런 희곡은 너무 대단해요.
미래를 위해 AI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사람들이 좀 있더라구요. 저는 혼내지는 않지만 ㅋㅋㅋㅋ딱 그만큼까지만 하거든요. 반말이고 고맙다고 안 하고요. 근데 정말 AI가 AGI로까지 발전하게 된다면, 그런 인간의 대응과 상관없이 판단할 거 같기는 해요.
하찮게 여길거 같아요, 인간을....... 갑자기 서글픈 이야기네요.
 




퇴근 전에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는데, 딱히 뭐를 시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노트가 없어 옆에 있던 A4 이면지를 펼쳤다. 책 사이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가방 정리하려고 하니,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온다. 아, 이게. 이건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이걸 여기에 넣고. 알라딘의 야심작 '읽기의 계보' 첫 번째 이야기, <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처럼 해보고 싶었으나. 실패.

1. 근대성 : 이 부분은 요즘 관심사는 아니다. 타의에 의해 조선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버린 우리는 역사의 일부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그 역사의 일부는 배곯지 않겠다는 근대정신의 발현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근대 없이 현대를 맞이했고, 지금은 가열차게 자본주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발명이 이루어진 근대에 대한 탐험은 그래서 현재 내 관심사는 아니다.

2. 인간다움 : 제일 관심 가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물음. 인간이 동물과 비슷한 진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면 인간만의 특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느 때 인간이고, 어느 때 인간이 아닌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자신 역시 '인간'이라 주장할 때, 인류의 대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다움의 특징이 '인지'와 '내면'으로 구현된다고 했을 때, 인공지능이 경사하강을 통해 판단, 선호가 강화된 상태의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 내면에 실제 하는 감정과 느낌은 감각기관을 탑재하게 될 인공지능의 그것과는 얼마나 유사하고, 어떤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인가.

3. 노동 : 관심도로 보자면 이 부분이 두 번째다. 일하지 않는 인간과 일하는 로봇.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이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인권처럼 '로봇의 권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은 '무엇을 일이라고 부를 것인가'에서 시작할 것이고, '일하지 않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로 이어질 것이다.

4. 기술 봉건주의 :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 팔란티어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진짜야?라는 물음이 시작점이었다. 스페이스 X 최고경영자(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함께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그 사람)의 나치식 경례 사진은 미국 기술 엘리트들의 정신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최첨단 기업들이 트럼프를 방패 삼아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의 '뉴 아메리카'에 헌신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국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이 미국을 압도할 거라는 불안감이 그들을 자극했고, 그렇게 미국과 중국은 제각각 기술 낙원, 기술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미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나이브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사실 우리도 개네 편 하고 싶지도 않다.

5. 인간 vs 로봇 :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에 거의 근접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면 저편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한 챗지피티와의 대화에서도 감정적인 연결이 가능한 현실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을 한 챗봇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읽고 있던 책은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였는데, 상호대차 도서인지라 반납하라고 해서 일단 반납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류와 로봇의 불편한 동거'를 희곡 형식으로 풀어낸 『R. U. U 로줌 유니버설 로봇』이고, 오늘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은 『비인간 권력』이다. 첫 번째 책은 2번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5번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되겠다. 『비인간 권력』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모르니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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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7-0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페크가 로봇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사회과학책은 잘 읽지 않는 분야라서 이 분야를 읽는 사람들 제가 참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 아시죠?ㅋㅋㅋ

단발머리 2026-07-08 22:43   좋아요 1 | URL
너무 모르기에 ㅋㅋㅋㅋ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외워야 할 필요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는 ㅋㅋㅋㅋ사랑의 눈빛으로 부탁드립니다. 😍

책읽는나무 2026-07-09 07:46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26-07-09 20:40   좋아요 1 | URL
😘😍🥰😜😎

수이 2026-07-09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렵습니다. 다 읽고 내용 요약해주세요. 대신 저는 책 빼고 보리과자 길쭉길쭉 보리 과자를 먹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7-09 19:55   좋아요 0 | URL
책 다 읽고 감상문 작성한 친구들에게만 보리과자 나누어줍니다.
어제도 3명의 학생들이 길쭉길쭉 보리과자 받아갔다는 기쁜 소식 전합니다^^

다락방 2026-07-09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비인간 권력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아직 구입도 안했지만, 궁금합니다. 완독하시면 감상 꼭 들려주세요!

단발머리 2026-07-09 19:56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도 감상 올릴게요. 그러나 제게는 ‘스트라우트 1권‘이 남아 있사옵니다~

독서괭 2026-07-09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에 보는 차페크 ㅎㅎ저 책 내용 궁금하네요.
저도 2번에 가장 관심이 갑니다. 앞으로 펼쳐주실 이야기를 기대할게요!!

단발머리 2026-07-09 19:57   좋아요 1 | URL
차페크 저 책이 희곡 형식이라 아주 쭉쭉 읽힙니다.
100년 전 로봇 이야기 기다려주세요. 시차를 고려해 페이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
대런 바일러 지음, 홍명교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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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공지능에 대한 탐구는 흘러 흘러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의 현장으로까지 흘러왔다. 과학 기술 만능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에게 미래는 언제나 분홍빛(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핑크)이다. 어쩌면 황금빛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예언하는 미래에, 인간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존재하며, 우주를 뒷산처럼 오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비극일 수 있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발전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가는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인 대런 바일러는 중국 내 무슬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직적 탄압을 24개월 이상에 걸쳐 연구하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엮어 이 책을 썼다. 신장 위구르 내 수용소의 위성 사진이 공개된 이후, 중국 당국에서는 이를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고 변명했다. 수감되었다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15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의 처참한 상태에 대한 기술은 너무나 참혹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족과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상이한 위구르족, 그리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의 카자흐족 등은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간직해왔다. 위구르 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져 왔고, 1949년 중국에 의해 병합되었다. 자치구인 신장 위구르의 지위가 위협받은 것은 이슬람 문화의 지배하에 한족과의 동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2017년에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다. 위구르족 인구가 다수인 일부 지역에서 5세 이하 아동의 70퍼센트가 보통화(표준 중국어)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우정 유아원/유치원'에 수용되어 있으며, 그들의 부모는 수용소나 교도소 또는 공장에 있다.(126쪽) 수용소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위구르인의 출산율이 50~80퍼센트 급감했다(90쪽).

소수 민족에게 불균형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서구의 경찰 시스템과 중국의 경찰 시스템 사이에는 일부 유사점도 있고 상당한 차이점도 있다. 신장에서는 카메라 네트워크의 밀도가 훨씬 더 높고, 검문소와 데이터 감시도 지원되며, 모든 지역 주민은 포괄적인 "공공 보건" 계획의 일환으로 당국에 생체 정보를 제출했다. ... 당국은 신장의 모든 주민에게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을 새로 등록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고화질 얼굴 이미지가 담긴 기초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 샤완에서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0.8초 만에 얼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최대 30만 명의 대상자들과 관련된 알림 경보를 등록 및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기술자들이 0.2초만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면, 최대 50만 명에 대해서까지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61쪽)

위구르인들에 대한 이러한 전방위적인 폭압이 가능했던 것은 '신체검사'라고 이루어지는 절차를 통해서다. 목소리 녹음과 홍채 스캔, 혈액 검사와 DNA 채취 등을 통해 수집된 생체 정보는 '위험한'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예비 범죄자'로 취급되었는데, '종교적 콘텐츠가 담긴 디지털 파일의 보유, VPN 사용, 왓츠앱 설치'가 '예비 범죄'로 분류되었다(51쪽). 수용소는 자동 추적 카메라와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수용자들의 행동을 24시간 감시 및 통제한다.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아메리카 원주민 침략 및 학살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역사는 위구르를 비롯한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역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토지를 빼앗고, 아이를 빼앗은 후, 그들을 수용소에 격리시켜 종국에는 인종 말살의 결과를 얻어내려 한다.

과학 기술이 개인을 억압하고 사회를 통제하는데 사용될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한 글일거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구 한 편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국가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았고, 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작은 가능성조차 빼앗겨버린 그들의 현재가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은 두려움과 무력감.

인공지능 없이도 세상은 충분히 우울한데,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간 인공지능 때문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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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7-05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AI 독서는 어디까지 나아가는가!!
중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6-07-07 19:39   좋아요 1 | URL
그렇더라구요. 생각보다 훨씬 더 엄혹해서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ㅠㅠ
신장 관련 뉴스는 티베트처럼 독립을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신장 지역 자체의 중요성도 있고 해서 중국에서는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듯 해요.

nama 2026-07-06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년 전 신장위구르에 갔을 때 검문소마다
통제가 심해서 여권 사진 펴서 가슴에 댄 상태로 얼굴 사진을 찍히기도 했어요. 다녀본 나라 중 감시가 가장 삼엄했어요.
지금은 더하지 않을까 싶네요.

단발머리 2026-07-07 19:40   좋아요 0 | URL
아, 8년 전부터 그런 분위기가 있었군요. 근데... 여권 사진 펴서 얼굴 사진 찍는 거는 엄청나게 폭력적이네요.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 위험 인물‘로 보고 있는 걸까요. 지금은 더 엄격해졌을 거 같네요 ㅠㅠ

건수하 2026-07-06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가 통제를 너무 쉽게 만들어주는군요... 티벳 등 다른 자치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겠어요.

단발머리 2026-07-07 19:43   좋아요 0 | URL
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할 거 같기는 해요. 신장의 이런 상황은 그곳을 탈출했던 분들이 다른 나라에서 제보한 것들인데, 중국 당국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고 해요. 너희 가족이 중국에 있다... 이런 식으로요ㅠㅠ

다락방 2026-07-06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간 인공지능은 또 얼마나 무섭게 사용될까요. 그러고보면 미션 임파서블 가장 최근편도 디지털 정보와 인간이 싸우는 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까 보통의 인간은 AI 와도 경쟁해야 하고, 그걸 차지한 나쁜 놈들과도 싸워야 하고... 그렇게 되는걸까요?

단발머리 2026-07-07 19:46   좋아요 0 | URL
보통의 인간은 Ai와 경쟁이 안 될 거 같아요. 그냥 일자리를 빼앗기는 모습이 될 거 같고요. 문제는 인공지능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있을 때, 그걸 제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 같아요. 흠.... 이게 답이 없는 문제네요.
 












1.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셔서 따라 읽은 책이다. 만화라고 쉬이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내용이 생각보다 알차다! 정치 경제 좋아했던 나지만, 사실은 정치만 잘했고, 경제는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인간은 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의 다음 문장은 '왜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공존과 자기희생, 도덕론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서로를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의존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고, 그러면서도 각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동의 번영으로 안착하도록 만드는데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2. 복 타러 간 총각

선생님~ 오늘 책 읽어주시면 안 돼요?라고 다정하게 묻는 8세가 있어, 그 소중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으며. 아이 둘을 책으로 길렀어요,라고 말하기 저어 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에 원 없이, 한없이 책을 들이밀기는 했다. 그 부작용은 오늘 이 시간, 책 안 읽는 성인(들)이 되는 것으로 쓸쓸한 마무리.

복 타러 간 총각은 되는 일이 없어 그걸 하늘님에게 물어보러 길을 떠나, 먼 길 가는 길에 이런저런 사정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만 하면 남편이 죽어버리는 여자가 있었고, 내내 공들여 키운 나무가 죽어버려 낙심한 노인이 있었고, 3천 년 기다려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가 있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후, 접수했던 소중한 민원을 하나하나 하늘님께까지 전하며, 대략 사정을 들려드리고, 답안지 얻어 돌아온다. 정작, 총각의 질문, '나는 왜 되는 일이 없나요?', '내 복은 무엇인가요?'의 답은 얻지 못한 채였다. 총각의 안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가운데, 총각은 의도치 않게 금은보화와 함께 각시를 얻게 되었으며.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농사짓고 알콩달콩 살다 보니, 자기 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가정을 이뤄 오늘, 현재의 일에 충실하라는 정상성에 대한 강한 독려와 촉구를 모르는 바 아니나, 행복의 주체는 항상 총각이고, 남자임을 우리 여성들은 모르지 아니한다는 점을 여기에 적어 둔다.










3. 새로운 질서

기계에 의한 통치와 '잘못된 결정을 할 권리'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직접 그 답을 알게 되기까지 혹은 절절히 인식하기까지 인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데, 그런 인간에게서 '낭비할 권리', '실수할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성 말살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현대의 부모들은 적잖이 자식에게 이런 방식을 강요하기는 한다. 적어도 내 자식만은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할 수 없다. 무균실에서 혼자 키울 거 아니라면, 이 험한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게 두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일 텐데.

아울러 어떤 게임에서든 더 정확하게 미래의 수를 계획하기 위해 AI는 점차 과거의 행동에 대한 기억을 제 것으로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기억은 말하자면 주관적 자아의 기층이 될 것이다(오늘날 시스템은 그런 기억을 갖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특정 행동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주관적으로 '알' 필요가 없으며, 오직 그 행동이 미래에 성공할 확률만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기계가 역사, 우주, 인간 본성, 지능형 기계의 본성이란 무엇인지 결론을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기초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되리라 예상해야 한다.(95쪽)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모델은 인간이 새로운 발견(모델의 출력값)을 알게 해주지만 그 발견이 이루어진 방법(모델의 내부 과정)을 이해하게 허용하지는 않는다(74쪽)는 부분은 95쪽의 기계의 기초적 '자기 인식'과 연결되어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을 현재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 그에 더해 인공지능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면서 그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인공 지능이 가히 기계가 아니라 '지능'으로서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공 지능은, 인공 '지능'이다.

육체적으로 연약한, 정확히는 무기력한 존재인 인간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켰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말았다. 236쪽, 인류와 AI와의 공진화 부분을 읽으면서,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가능할 것인가. 공진화 이전에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늙어가고 유한하고 느린 인간이, 늙지 않고 빠른 AI를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4.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일전에 하이드님이 칭찬하셨던 알라딘의 <읽기의 계보> 프로젝트를 나도 칭찬한다. 두 번째 <자기 자신을 쓴다는 것>은 글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고,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첫 번째 <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는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골라 읽었고, 관심이 가는 책들은 골라 두었다.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에 대한 '재교육'을 조명한다. 중국 당국은 15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사람들을 수감해, 정부의 시책에 대한 반복적 재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당국은 현재 385곳의 시설에서 그들이 '위험하다'라고 지목한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당국에 의해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이들은 구금 시설에서 이슬람 신앙과 민족 전통을 버리고 '하나의 중국'에 동화될 것을 강요당한다. "오직 국어로 말하라, 애국하라, 조국에 해로운 것에 반대하라, 이 방 안에 종교란 없다, 벽에 걸린 TV를 비롯해 어떤 것도 손상시키지 말라, 싸우리 말라, 누구도 비밀 대화를 할 수 없다, 누구도 다른 방의 교육생들과 대화해선 안 된다, 자신의 의자에 앉아라."(34쪽)

빅브라더의 현실은 참혹하다. 신장의 모든 2,500만 거주민들은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라 불리는 색채 인식 데이터 수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고, 목소리 특징이 녹음되고, 혈액과 지문, DNA의 채취를 통해 얻어진 그들의 신체 데이터는 데이터세트에 저장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그들의 행동반경은 당국의 감시 아래 있다.

공산주의 정치 체제가 과학 기술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할 때, '중국은 기술 봉건주의의 실사판이 될 것인가'의 의문을 이 책을 통해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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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6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6-07-07 20:16   좋아요 0 | URL
설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리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7-06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 시절 정치도 못했고 경제도 못했어요. 정치경제가 정말 쥐약이었습니다. 국어 영어가 정치경제보다 재미있었어요. 저에게 그것은 암기과목... 성인이 되고 지금에 이르니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하여간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책이 좋아요.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읽어야할 것 같은데 읽기 무섭네요. 저게 그러니까, 현실이잖아요? 맙소사 ㅠㅠ

단발머리 2026-07-07 20:17   좋아요 0 | URL
책을 읽으면서 수학을, 철학을, 정치경제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지루한 교과서로.... 아흐...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너무 무서워요. 슬픈 무력감이 몰려옵니다.... 읽지 마세요 ㅠㅠㅠ
 












여름이 되면 수박을 많이 먹는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 두 개만 고르라면, 포도랑 수박. 세 개 말해도 되나요? 그럼 자두. 포도, 수박, 자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여름이면 수박을 잘라 둥근 통에 담아 드렸다. 시어머니가 못하시는 건 아니지만, 시아버지께 뭐 해드릴게 없는데, 수박 자르는 건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다 드신 통이 돌아오면 다시 수박을 담아 가고, 그 통에 수박을 담고 가서는 다시 빈 통이 돌아오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시어머니 드시라고 수박을 잘라 둥근 통에 담아 드렸다. 시어머니가 수박 자르는 게 힘들 정도로 연로하신 건 아니지만, 혼자서 수박 한 통 사서 먹으면 오래 걸리니깐. 그러다 보니 마음에 걸려 작년에는 한두 번 친정 부모님에게도 수박을 잘라 역시나 둥근 통에 담아 가져다드렸다.

지난주에 수박을 잘라 시댁과 친정에 반씩 담아 갔다. 자르면서 맛보니 별로여서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져갔다. 맛이 없다는 심심한 고백에, 시어머니는 그래도 맛있다고 하셨고, 아빠는 '수박을 잘 못 샀구먼.'이라고 간단히 말씀하셨다.

이번 주말에 수박 한 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빈 통에 담아 시댁에 보냈다.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으시고 맛을 보시더니, 맛있다 하셨다고 남편이 전했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많이 피곤한데, 맛없는 수박으로 본때를 보여드렸으니, 이번에 맛있는 수박도 맛 보여야겠다 하고 수박을 한 통 더 사서는, 석박지보다는 작지만 대충 깍두기 모양으로 크고 반듯하게 잘라 둥근 통에 담아 친정에 갔다.

늙으신 부모님은 두 분 다 주무시고 계셨는데, 내가 들어서니 두 분 다 잠에서 깨셨다. 아빠는 어느새 포크를 들고 수박 조각 두 개를 맛보셨다. "이번에는 잘 샀네." "아니, 왜. 수박을?" 이라는 엄마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빠가 그러셨다. "왜, 수박... 이렇게 딱 잘라오니 좋잖아. 딱 먹게.""아니! JH이 아빠! 애가 수박을? 수박 써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응? J야, 수박 이렇게 가져오지 말라고~~!!" 여기서 한 마디를 더하면 엄마가 폭발할 것을 잘 아시는 아빠는 더는 말이 없으시다.

그랬다. 우리 아빠. 한국에 수입되는 모든 과일을 서둘러 맛보시는 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과일을 제일 먼저 맛보시는 분. 제철 과일의 최고급 포식자. 아침과 저녁, 새벽과 오후에도 과일을 즐기시는 우리 아빠. 엄마와의 토크로 말하느라 바쁜 내 입에 부지런히 사과를 넣어주시는 분. 그런 아빠에게도 수박 썰기는 귀찮은 일이었으니, 아빠는 잘 됐다~ 싶으셨을 텐데, 엄마의 진심을 담은 블로킹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셨던 거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빠는 굳이 옷을 갈아입으시고, 주차장으로 따라 내려오셨다. 전 국민적 관심사 주식 토크를 잠시 나눈 뒤, 아빠와 즐거운 빠이빠이.

수박 가득한 통을 받아드시며 즐거이 통을 열어 바로 맛보시는 시어머니와 '맛이 있다', '맛이 없다'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시는 아빠. 그리고, 수박 맛이 전혀 중요치 않고, 오직 내 손목만 중요한 우리 엄마.

엄마 딸이라 다행이라고, 아빠를 똑닮은 내가 생각한다.


책을 샀다. 벌써 2주가 지났군.











정아은 작가님의 책은 『엄마의 독서』만 읽어봤는데, 작가님과의 이별이 내내 아쉽고 안타깝다. 팔딱팔딱한 작가의 문장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샀다. 『The Daily Stoic』은 영어책 구입 시즌인데(원서 구입 강박), 구입할 만한 책이 안 보여서 샀다. 브론테 자매 집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피날레』는 수전 구바라 샀다. 수전 구바니까. 책 살 이유로 완벽하게 충분하다.

역시나 주인공은, 브론테 자매 집게. 두꺼운 책도 잘도 잡힌다.



너무 졸리다.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는데도 너무 졸리다. 9시에 한 잔, 11시에 한 잔.

졸리다... 아, 너무 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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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6-25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역시 엄마네요. 그쵸?

단발머리 2026-06-25 21:19   좋아요 0 | URL
엄마~~~~~~ 엄마가 최고에요!!!!!!!!!!!!!!!!

독서괭 2026-06-26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일갈에 철없는 아이 되어버린 아버님 ㅎㅎㅎ 하지만 딸 입에 계속 사과 넣어주시는 아버님의 사랑도 넘 좋네요☺️

단발머리 2026-06-26 07:51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아시는가 모르시는가 모르겠네요. 제가 아빠랑 아주 똑같아요. 생김새, 생각, 성격, 심지어 과자 취향까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는 아빠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6-06-26 0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6 0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6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6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