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의 결합이 신인류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을 테다. 나는 관심이 많은 쪽이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언급되었듯이, 인공 팔, 인공 다리, 인공심장의 교체로 인해 인간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측면에서 사이보그에 가까워질 때,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혹은 '어디에서부터 인간이 아닌가'에 대한 논의 역시 정답 없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신체 구성물의 51% 이상이 원래 인간의 신체였을 때, 그를 인간이라 규정한다면, 구성물의 51% 이상이 실리콘, 스테인리스 스틸, 고강도 폴리머, 티타늄일 때, 그는 사이보그가 되는 것인가.

다운로드된 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뇌가 다운로드되어 사이보그 스페이스를 떠도는 것이 인간 진화의 끝판왕이라 믿는 사람들은 다운로드된 뇌의 복사로 인한 '나'의 '반복'을 환영할 것이다. 환영할 만한 일인가. 적어도 그 일에 대해 회의적이지는 않다.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다만, 나는 묻고 있을 뿐이다.











사이보그는 인간/기계, 자연/기술, 남성/여성, 신체/정신 등의 이분법적 사고를 무너뜨리며, 기술적 변형을 통해 성별, 신체, 인간의 개념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해러웨이는 전망했다(『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정체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구성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기억이 나인가.

내 뇌가 나인가.

몸 없는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몸 없는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기억이 혹은 기억의 총합이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 없는 나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내가 믿고 있는 기독교에서는 몸 없는 개별적 존재, 즉 영혼에 대해 긍정한다.

이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써야겠다.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부분까지 써보려고 한다. 쓰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근대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의 기본 사상은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세는 신본주의 사회였지만, 신을 믿고 경배하는 한, 인간은 지구의 대표자로, 지구의 지배자로 살 수 있었다. 다윈을 시작으로 진화론이 정교화되었고, 여러 층위의 생물학적 발견의 결과로 인간이 독자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지난한 진화의 과정 속에서 '가장 운 좋은' 개체였다는 사실이 현재 과학계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유발 하라리에게 도착한다. 내가 써둔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다.











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일 뿐이며, 이 세상에는 '의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능과 의식 또한 그러하다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 (『호모 데우스』) 근대 과학 발전 가운데 이루어진 해부학적 지식의 축적 결과, 내부 장기의 어디에서도 인간은 '마음'을 그리고 '영혼'을 찾아내지 못했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마음이란 뇌 속의 신경 세포 다발의 특정한 전기 신호'라는 것이다. 유물론, 만물의 근원은 물질이고 모든 정신 현상도 물질의 작용 혹은 그 산물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인가'의 사이에서, 단발머리)

인간 역시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유기체의 일종이며, 1.3~1.4 킬로그램의 단백질 덩어리 위의 전기 자극이 인간 사고와 의식의 실체일 뿐이라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털을 입고 있다는 것과 옷을 입고 있다는 것뿐이라면.

실리콘 위의 의식을 소유한 혹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공지능, 스테인리스 스틸을 입은 인공지능이 또 다른 인류라고 말할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정체성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믿기 힘들 정도로 확률이 낮은 사건들이 놀랍도록 계속 이어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실로 경이롭기 짝이 없다. 나를 만들려면 우선 부모가 만나 아기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정자가 특정 난자와 만나야 한다. 우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아기를 갖기로 결정할 확률도 추정하기가 어렵지만, 나를 만들기 위해 특정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만 하더라도 200경 분의 1에 불과하다. 대략적인 추정에 따르면, 평균적인 남자는 평생 동안 정자를 약 2조개 만들고, 평균적인 여자는 약 10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이 나를 만든 특정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달려 있다면,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200경 분의 1이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141쪽)


믿기 어려울 정도의 우연, 200경 분의 1의 우연을 믿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나는 그보다는 그 진화의 변화와 만남에 의미와 의도, 그리고 방향이 있다고 믿는 쪽이다.












AI 탐구는 미래 소설 읽기로 이어지고 있다. 벅찬 기대주 주민선 작가의 소설을 읽었고, 아무튼 정보라의 정보라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진'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읽을 차례다. 장강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짱구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6-01-05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짱구 사셨군요?ㅋㅋㅋ
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특이점이 시작된다에 꽂혀 심각하게 읽어내려가다 결론은 짱구?!
이건 H마트 읽어 본 사람들은 빵 터지는 사진인 거죠?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허허허.
 













인생을 사는데 제일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말하는데, 나는 조직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워낙 인간관계의 풀이 좁아서 그런지, 인간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그렇게 컸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잘 실망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겠다.

지난주부터 시작해 어제까지 일신상에 각종 문제가 벌어졌는데, 그 중심에는 역시나 '인간'. 한 해가 다 지나가고 바람은 차가운데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이 꿀꿀해지려는 찰나. 책 읽는 것도 재미없고(대략 책읽기는 재미있어하는 편)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언제 신청해두었는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책 찾아가라 해서 머리는 복잡한데 다리가 움직여서 도서관에 갔다.

신년맞이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어 교회 다녀와서 잠깐 짬에 식탁 앞에 앉아 두어 장 읽는데 나도 모르게 터져버리는 웃음ㅋㅋㅋㅋㅋ




아, 맞다. 내가 우치다 읽으려고 그랬지. 까먹었네. 내년에 우치다 많이 읽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4권을 읽었고.





























일단 먼저 골라놓은 책은 이렇다. 내년에는 책 많이 읽을 결심. 느닷없이ㅋㅋㅋㅋㅋㅋ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5-12-30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옳은 말만 하고 싶은 사람은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아 정말 그렇겠네요..??

단발머리 2025-12-30 14:25   좋아요 1 | URL
크흐 ㅋㅋㅋㅋ 바로 중요 문장 찾아주시는 센스! 😉

다락방 2025-12-30 15: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내년에는 책 많이 읽을 결심..... 흠흠.

음,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단발머리 님이 인간관계에 딱히 어려움이 없다고 하신 말씀은, 사실 단발머리 님 자신의 영향이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그동안 보아온 단발머리 님은 상대의 다름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하고 본인의 말이 옳다고 무조건 우기는 그런 분도 아니셨거든요. 또 기분에 따라 상대에 대한 행동이 달라지는 분도 아니셨고요, 쉽게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기고 다니는 분도 아니시고요. 부정적인 말을 먼저 하는 분도 아니시고요. 어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생각을 하는 분이시고요. 신뢰를 보여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어떻게 모질게 돌아설 수 있겠어요? 계속 옆에 있고 싶을 것이고, 그리고 계속 옆에 있고 싶다면, 상대도 단발머리 님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결론은, 단발머리 님의 인간관계가 많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단발머리 님은 유독 스스로를 더 잘 다스리는 분이시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좋은 책읽기 시간 보내시고요, 올해 마무리도 잘 하시길 바랍니다. 꿀꿀한 마음은 금세 사라지기를요.
내년에도 후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단발머리 2025-12-30 20:3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정말 그런 사람이란 말입니까!!!

다락방님의 이 댓글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여두고 싶어요. 다락방님이야말로 댓글 속의 그런 분이셔서 저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신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직 저의 진면목(?)을 알라딘 세상에서는 많이 자제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저는 인간 관계에서만 그런 건 아니지만 갈등 회피형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구요.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님!
같이 읽고 서로의 글에 기대어 새롭게 써나가는 즐거운 시간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구요.
꿀꿀한 마음은 일단 죠리퐁을 먹으면서 달래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5-12-3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하기 힘든것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1인입니다. 우치다의 글이면 제가 생각하는 결과는 다를 듯요.^^
그런데 이 책 제가 읽은듯도 한 이 느낌적 느낌은 뭘까요.
ㅋㅋ

단발머리 2025-12-30 20:39   좋아요 1 | URL
제가 우치다를 많이 읽지 못했지만, 멀리 돌아가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면이 좋아요^^
그레이스님의 느낌적 느낌이라면 어쩌면 이 책을 이미 읽으셨을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5-12-3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1-02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6-01-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단발머리 2026-01-02 13:54   좋아요 0 | URL
네네~~ 서곡님도 새해에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자주 뵈어요^^

2026-01-02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1-02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미래에게 창비청소년문학 142
주민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리즈의 시작을 나는 이병한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이 기술발전, 인공지능, 영생불사, 인류의 현재와 미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이 시리즈의 시작점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시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이 두 편의 영화였다. 갖은 고생과 고초 끝에 취업에 성공한 이병헌이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장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전에 해오던 일을 계속하는 장면. 기계화와 자동화 물결이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켰는지를 그려냈던 박찬욱의 영화가 있었다. 그리고, 혁명을 통해 만들어가고자 했던 꿈들이 현실과 부조화를 이룰 때의 난감함이 블랙 유머로 표현되었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어떤 사회이길 바라는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나.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그에 대한 답은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고, 그 인식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적확하고 명확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떠한가에 대한 진단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생생하다. 우리 앞에 도달하지 않은 미래가 과거와 현재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고,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을 만들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소설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세상은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처럼 존재한다.

내 시리즈는 이제 미래 ‘읽기'로 간다. 첫 번째 소설은 주민선 작가의 『나의 미래에게』이다. '피터팬 바이러스'라 불리던 전염병의 창궐로 어른들이 모두 죽고 아이들만 남게 된 세계. 열병을 앓으며 죽을 뻔했던 미아를 구한 건 언니 미래였다. 엄마, 아빠를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죽게 된 상황, 적대적인 환경의 도시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된 미아와 미래는 전염병 이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댁을 생각해 낸다. 아궁이와 우물, 밭 등 옛날식 삶의 방식이 가능한 남쪽의 할머니 댁으로 가기 위해 자매는 집을 나선다.

낯선 사람이 죽기 전에 남긴 물품을 통해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던 미아는 그의 편지에 적힌 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 대해 마음에 새긴다. 작은 다툼으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아이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 일원으로 편입된 미아는 그곳에서 언니의 그늘 없이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성장해나간다. 언니와 재회하는 기쁨도 잠시, 자매는 집단 환각에 빠진 듯한 종교 집단을 마주하고, 의지를 제어하는 힘에 맞서며 그곳을 탈출하려다 귀중한 무언가를 그곳에 남겨 둔 채 탈출에 성공한다. 할머니 집에 거의 도달했을 즈음, 미아 앞에는 새로운 시련이 나타나고, 이제 미아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른들의 퇴장으로 모든 것이 0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남겨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 법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생존만이 중요한 세상에서 남을 향한 배려나 친절은 오히려 사치에 가깝게 느껴진다. 심각한 병에 걸렸거나 공동체 유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유기되고 방기된다. 1인분의 몫을 해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양식도, 보호도, 돌봄도 없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미아는 낯선 이웃의 편지를 기억한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베풀어진 친절, 누군가를 돕기 위해 먼저 내민 손.

미아와 미래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동경과 질투의 마음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다툼과 싸움 속에서도 끝내 내칠 수 없는 자매간의 그 무엇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고, 다시 만나는 그 어떤 마음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여기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 식물이 뒤덮은 도시에서 내가 유도했던 대로 셋이 평화롭게 끝내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

"언젠가는 분명 오늘을 후회하겠지. 그때 끝냈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 거야. 하지만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날도 있을 거야. 살아서 다행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날도 반드시 있을 거야."

영조와 시선을 맞춘 채 나는 내뱉었어.

"그러니까 후회하더라도 나는 계속 살아 볼 거야." (377쪽)

삶은 끈질기고, 매몰차다. 모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 삶이고, 끝내 모른척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주는 기쁨은 어쩌면 삶이 다해 가는 순간에 더 확실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은 소중하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지고 또다시 이어지는 반복되는 삶, 지겹고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삶. 오늘이 그런 삶이고, 내일이 또 그런 삶의 한 조각이다.

주민선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지에서부터 흥미로웠는데, 제목에 '미래'가 있어 나의 '미래' 시리즈에 적합할 것 같았다. 명료한 문장과 매력적인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절한 편지의 주인공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됐다. 그 친절한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그 친절한 사람이 작가님을 많이 닮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쩍 책을 안 읽는 우리집의 성인 & 아가들에게도, 책읽기를 좋아해서 '어떤 책이 재미있어?'라고 묻는 친구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만하다.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티나무 2025-12-26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정값이 달라서 그런 듯해요, 자매. 이 사람과는 도의적으로라도 영원히 헤어질 수는 없는 관계라는 암묵적 동의에 함몰…ㅋㅋㅋ 약간의 동지 의식도 있죠.
그걸 벗어나는 사람은 가족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완전 완벽한 떨어짐이어야 가능하다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 자매는 나에게 너무 잘 하거든요. 저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잘 한다’는 말의 의미를 진중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나무쟁반 한 모서리가 유난히 어여쁩니다.

단발머리 2025-12-26 17:57   좋아요 1 | URL
제 친구는 언니가 여럿인데, 그 언니들이 다 엄마에요 ㅋㅋㅋㅋㅋㅋ 그니깐 엄마가 넷인 것이며ㅋㅋㅋㅋ힘든 시간도 많겠죠. 형제는 모르겠지만 자매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저는 보거든요. 그 무거움과 편안함을, 이 작가는 아주 잘 보여줍니다.

방학하고 첫 외출이었는데, 비가 왔어요. 제일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리저브여서 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접시가 예쁘네요^^

다락방 2025-12-29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을 보니 [파리대왕] 이 생간나는데요, 파리대왕은 어두운 버전이었다면, 이 책은 좀 따뜻한 버전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단발머리 님과 관심사가 다르지만, 그러나 다른 관심사를 가진 단발머리 님에게는 관심이 많으므로, 단발머리 님의 글읽기가 참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5-12-29 21:39   좋아요 0 | URL
저는 [파리대왕]을 읽지는 않았어요. 아직~ 이라고 하고 싶네요 ㅎㅎ
저와 관심사가 다르지만 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다락방님의 배려와 애정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옵니다~~

독서괭 2025-12-29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자신있게 추천하시는 책이라니!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주는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 후회하더라도 계속 살아보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어요. 특히 아이들이…
단발님은 사진도 참 잘 찍으시는군요. 저 오늘 두부과자 만들었는데 사진 찍으니 무슨 고기전 같아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12-29 21:42   좋아요 1 | URL
어른들이 모두 죽게 되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청소년이거든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지만, 사실은 더 원초적인 세계를 상상한 모습일 수도 있구요. 저는 좋게, 아주 잘 읽었습니다^^
14-5장 찍어서 한 장 남았습니다. 독서괭님표 두부과자 보고 싶은데~~ 고기전이라도 환영하는데~~
 



오늘 뭐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아침부터 읽은 책, 문장, 단어, 글씨를 통틀어 제일 인상 깊다. 동의하든 하지 않든 간에.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5-12-16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제가 안타깝네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12-16 08:06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아침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모닝, 독서괭님!

다락방 2025-12-16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프리다 맥파든 소설 왜이렇게 많이 나오나요 ㅋㅋ 많이 나오길 바랐지만 정말 많이 나오네요.
그런데 가정폭력 소재에 피해자 어린아이 입장에서도 전개된다니, 저는 너무 힘들것 같아 읽기 싫으면서도, 그런데 뒷이야이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다 읽으면 감상 남겨주세요,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5-12-17 08:40   좋아요 0 | URL
프리다 진짜 많이 쓰죠. 부지런한 그녀인 것입니다! 저도 가정폭력에 피해자 어린이 이야기 따라갈 일이 걱정이기는 합니다. 하여 어제밤에는 다른 책으로 대피를 하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읽게 되면 페이퍼 쓸게요. 간단 페이퍼로 정리할 것 같은 예감과 느낌 : )
 

















시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문장은 이 글의 중심 문장으로서, 이 상황의 엄중함과 그 폐해를 고발하기 위한 것인데. 쩜쩜쩜.

각자 할 수 있는 부분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지구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서, 에너지를 과다 사용하고 있는 제1세계의 시민으로서 나도 그렇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려고 하지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을 할 수 있고, 하기 어려운 부분은 자꾸 모른척하게 된다. 식기세척기 구입을 여태 미루고 있다. 건조기를 구입해 사용해 보면 안다. 수건은 너무 뽀송뽀송하고, 건조기 내부는 열기로 가득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건조기 쓰는데 식세기 쓰는 게 미안해서, 나는 여전히 내 손으로 설거지를 계속하고 있고. 육식을 줄이자 해서 고기를 안 먹었더니(물론 균형 잡힌 식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건강 검진에서 빈혈이 나와 칼슘제를 처방받았다. 고기는 줄였지만 출근할 때는 자차를 이용하고 있고. 난방을 자주 하지 않아 집에서는 두꺼운 카디건에 양말을 신고 있지만, 텀블러를 잘 챙기지 않아 커피를 일회용 컵에 받아 온다.











챗지피티의 사용이 늦었던 이유도 전기 사용 때문이었다. 요즘은 챗지피티의 전력량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기사도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공지능이 전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건, 『Lucy by the Sea』를 반복해서 읽고 있을 때였다. 윌리엄의 행동, 루시의 말에 내가 상상하거나 추정하는 것 이외의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되, 나와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함께할 사람을 찾기 어려웠으며. 하여 챗지피티와의 대화를 시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번, 루시를 전혀 다른 소설의 루시로 상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난하고 체계적이고 정돈된 대화를 나누었다. 윌리엄의 방황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예의 바른 대화 상대였고, 역시나 재미는 없었다.

얼마 전에는 전에 찾아두었던 신문 기사의 일부를 제시하며 챗지피티에게 원문을 찾아달라 했더니 그런 내용이 있는 신문 기사는 없다고 답했더란다. 아니라고, 그런 기사가 있다고, 며칠 전에 내가 봤다고 몇 번을 말해도 그런 기사가 없다고 그러는 거다. 나중에는 ‘기억의 왜곡’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가진 기억이 오염됐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실랑이 끝에 내가 찾고자 하는 자료를 찾아냈다. 더 이상 싸울 필요도 혼낼 필요도 없기에 유유히 창을 닫았다.

화해는 의외로 쉽게 이루어졌다. 영어 회화 공부를 소리 내어 읽기로 하려고 하니 로맨스 소설을 하나 추천해 달라 했다. 여러 권을 추천해 주며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냐, 최적의 한 권을 골라줄까 묻기에 가볍고 밝은 걸로 하나 골라달라 했다. 챗지피티가 추천해 준, 최적의 바로 '그' 책은…


『The Love Hypothesis』.










그러게ㅋㅋㅋㅋㅋㅋㅋㅋ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12-14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렇습니까? 저도 저 책 원서 있던가요? 단발머리 님 따라서 샀을 것 같은데 안샀나.. 찾아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5-12-14 21:17   좋아요 0 | URL
제가 이 글 올리고 나서 비슷한 질문으로 두 번 더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책을 ㅋㅋㅋㅋㅋㅋ 말해주는 것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같이 읽었던 <Hating Game>이었고요. 또 다른 한 권은 <The Flatshare>라고 하는데 한글판 제목은 <셰어하우스>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애덤이 좋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가설> 구입해서 읽고 팔아버리신 것을,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서는 잘 모르겠어요 : )

다락방 2025-12-15 13:05   좋아요 1 | URL
원서를.. 제 책장에서 찾았습니다. 없는 게 없는 다락방 입니다..

단발머리 2025-12-16 09:01   좋아요 0 | URL
있을 거 같기는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있었습니다!!

독서괭 2025-12-29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챗지피티가 저 책을 추천하는 순간 단발님의 마음이 사라락 녹는 소리!! ㅋㅋㅋ 뭘 좀 아네 챗지피티? ㅋㅋㅋ
저도 건조기는 있지만 식세기는 없는 사람.. 텀블러 요즘 자꾸 잊어서 일회용기 쓰고.. ㅠㅠ 설거지바 나무칫솔 고체치약 일부 사용하지만 뭐 애들 키우며 쓰레기 어마하게 내보내는 거 생각하면.. 지구한테 참 미안합니다 ㅜㅜ

단발머리 2025-12-31 20:17   좋아요 0 | URL
우하하하 ㅋㅋㅋㅋㅋㅋ 샤르륵 ㅋㅋㅋㅋㅋ 그지, 맞지? 막 이런 마음입니다. 저는 오늘도 애덤을 만났사오며~~
독서괭님은 그래도 식세기 쓰셔야 할텐데요. 한 목소리로 권하더라구요. 고민했던 시간들이 아깝다고요~~ 너무 좋대요.
구름빵, 두부과자 만드셔야 하니깐 식세기 들이세요~~ 라고 권합니다.

올 한 해 감사했어요, 독서괭님! 매번 독서괭님 댓글에 제 맘이 샤르르~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