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뒤의 작가 소개를 보니 들뢰즈의 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는 봄알람.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봄알람. 『김지은입니다』의 봄알람이다.

 


오랫동안 철학은 남자만의 것이었고, 생각하는 여성은 미쳤거나 사회부적응자 또는 남성을 유혹하는 악녀로 취급받았기에(7), 철학사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책은 시작한다. 남성보다 훨씬 더 자연에 가까운 존재로 여성을 규정했던 플라톤에서부터 시작해, 서양 철학에서 타자로 인식되었던 여성철학을 말할 때, 가장 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여성의 철학적 사유는 보편적일 수 있는가? 남성의 철학은 인간 전체에 대한 보편적 사고이지만, 여성의 철학은 여성들만의, 반쪽의, 혹은 여성 주관에 의한 사고라는 주장이다. 판단의 주체는 남성 혹은 남성 철학자들이고, 이는 객관적이고, 정당한 판단이라고 여겨졌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 가야트리 스피박, 주디스 버틀러, 도나J. 해러웨이, 시몬 베유, 쥘리아 크리스테바 여섯 명의 여성 사상가이자 철학자의 주요 사상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들의 개인적인 삶도 살펴본다. 애정을 가진 철학자가 있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이고, 처음 듣는 철학자에 대해서는 애정을 갖게 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젊은 작가 김은주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주디스 버틀러의 저작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여러 번 도전했으나 끝내 버틀러 읽기에 실패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다. 버틀러는 철학계의 슈퍼스타다(69). 미디어에 비친 우아하고 지적인 태도, 멋진 이탈리아 청년같은 수려한 외모(69)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난해하고 독창적인 그의 학문적 업적은 대중적인 인기와 더해져 현재의 명성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한 의문 제기, 안정된 젠더 개념에 대한 그의 질문은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다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장 은밀한 장소인 화장실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서는, 오히려 그의 제안대로 새로운 종류의 페미니즘 정치학을 등장시키고, 이름 붙이고, 정의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주디스 버틀러는 같은 대학 정치학 교수이자 파트너인 웬디 브라운과 살고 있는데, 버틀러가 전 남편과 낳은 아이를 함께 키웠다고 한다. 나는 버틀러가 어머니인 줄 몰랐다. 주디스 버틀러가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 어머니인 줄 꿈에도 몰랐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 버틀러가 아들 이삭에게 물었다고 한다. 여자 둘이 부부인 우리 가족이 이상하지 않느냐. 이삭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건 저에게 이상하거나 어려운 게 아니고요. 진짜 어려운 건 집안에 두 명의 학자가 있다는 거예요.” (89)   


 

나는 이 부분에서 엄청 웃었다. 집안에 학자가 두 명. 교수가 두 명. 직업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두 명. 완벽한 학습 환경. 공부의 압박. 공부의 생활화. 공부, 공부, 공부.

 


 

예전에 친절한 알라딘 이웃 잠자냥님이 알려주셔서, 두 명의 시몬 베유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었다.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의 시몬 베유(Simone Veil)베유 법이라는 불리는 자발적 임신중단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유럽의회 최초의 선출직 의장을 역임했던 정치가 시몬 베유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몬 베유는 철학자 시몬 베유(Simone Weil)이다. 그녀는 실천을 강조한 철학자 에밀 샤르티에(알랭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27년 친구들과 사회 교육 모임을 만들고, 노동자 교육을 시작했으며, 1931년 르퓌 국립 여자고등학교에 철학 교사로 발령을 받은 뒤에도 한 주에 한 번씩 노동자들을 만나고, 월급을 받으면 책을 사서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광부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선술집에서 노동자들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129) 체질적으로 병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가난하고 권력이 적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25세가 되어서는 직접 노동자의 삶을 살기 위해 전기 공장, 르노 자동차 공장에 금속 절단공으로 일했다. <시몬 베유 노동 일지>에서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자신을 소진하는 현실을 뿌리 뽑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37 4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고, 아시시의 산타마리아 대성당에서 조토가 그린 프레스코화를 관람하면서 그녀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고, 이듬해에도 비슷한 영감을 얻게 된다. 공포와 절망 앞에서 삶을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그녀의 깨달음은 인간의 영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였고, 새로운 신학적 비전의 제시였다. (143)

 


34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몬 베유의 저서들을 모아본다. 앎에 그치지 않고 실천의 삶을 살되 온전히 자신을 불살랐던 시몬 베유에게 불꽃의 여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몬 베유, 불꽃의 사람.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0-09-2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죠? 저도 갖춰놓고 아는 철학자가 생기면, 틈틈히 꺼내보는 책이예요. 무엇보다 제목이 정말 ... ㅠㅅ ㅠ 요즘 좋은 책 참 많이 나와 좋아요, 뭘 읽든 만족스러운 2020년의 가을 아니겠나요...?

단발머리 2020-09-26 19:45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 책들 사실 물결처럼 밀려 나오잖아요. 다 읽을 수 없으니까 골라서 읽는데, 이 책은 미뤄뒀던 책이거든요. 읽어보니 너무 좋네요. 여성 철학자와 사상가에 대한 이야기도 참 좋았지만, <들어가며>랑 <닫는 글>이 특히 좋더라구요.
뭘 읽든 만족스러운 2020년이지만, 나는 장강명을 읽는 쟝쟝님이 부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9-26 20: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거 지하철에서 읽으면 쪽팔리고 좋아요 ㅋㅋㅋㅋ ㅋㅋㅋㅋ 제목도 책 이게뭐라고 여가지고 ㅋㅋㅋㅋ 사람들이 흘끔흘끔 ㅋㅋㅋㅋㅋ 근데 또 막상 장강명이 글을 잘쓰잖아요?? 그래서 또 재밌어서 표정이 흐뭇하게 읽고 있어서 더 창피해짐 ㅋㅋㅋ

단발머리 2020-09-26 20:34   좋아요 1 | URL
그럴 것 같기는 하네요. 제목이랑 표지랑 너무 좀 그렇기는 해요! 미리보기에서 그런 대목 있잖아요.

셀럽을 내세운 현재의 출판 문화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그러는 한편 알쓸신잡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글은 솔직하게 써야돼요. 그래야 감동이 있어요, 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9-26 20:38   좋아요 0 | URL
봄알람 책들 리뷰에서 장강명 책 이야기를 하고있는 우리다 ㅋㅋㅋ 제가 한마디 더덧붙이자면 세상과 불화하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면서 한국이 싫어서를 쓰는 모순 ㅋㅋㅋㅋㅋ?? 장작가님 제가 싫어하는데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0-09-26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철학자 시몬 베유에 대해 읽을 수 있었고 스피박을 검색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스피박 읽고싶다, 생각하게 되었고요. 아..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뭔가 같은 책 읽고 이런 글들 읽으며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다는 거 너무 좋으네요. 여러분 사랑해요 ㅠㅠ

저는 사상적으로 버틀러랑은 어긋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모르고 싶은 건 아니고요. 한번쯤 봐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어요. 어차피 우리 함께 볼 거지만요. 그리고 저도 저 일화 너무 좋아해요. 집에 두명의 학자가 있다는 자식의 대답이요 ㅋㅋㅋ 저도 그 부분 너무 좋았어요. 너무 짜릿했어요! >.<

공쟝쟝 2020-09-26 20:21   좋아요 0 | URL
저두 ㅋㅋㅋ ㅋㅋㅋ 신기함 ㅋㅋ 비슷한 독서의 자장에 있다는 건 알았디만 추천한 것도 아닌 데 다 읽고 있었던 책이라니 ㅋㅋㅋ (물론 저는 해러웨이 부터 모르는 사람이어서 중단했지만 ㅋㅋ😖 나중에 페미니즘 책 읽다 해러웨이님 만나면 다시 읽을 거에요 ㅋㅋ)

단발머리 2020-09-26 20:51   좋아요 0 | URL
저는 버틀러의 외모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그 난해함에 대해서는 절로 반대하게 되네요ㅠㅠ 자신과 친구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썼던 <젠더 트러블>이 폭발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었던 상황이 무척 인상깊더라구요. 집에 두 명의 학자가 있다는 대답은, 정말 좋죠. 아들의 애로사항은 우리의 알 바 아니지 않습니까. 한 집에 학자가 두 명이라니요! 하트뿅뿅!

해러웨이는, 저도 <해러웨이 선언문> 읽다가 끝까지 못 읽어서 쟝쟝님과 한편임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읽게 될 때, 연락 바래요. 010-0000-0000.

2020-09-28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9 0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9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서관 인문학 강좌의 아홉번째 책이자 마지막 책을 어제 마쳤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라 끝나고 나니 좀 홀가분한 심정이다. 비대면 수업이라 해서 신청했는데, 줌으로 진행되다 보니 언뜻 대면과 비슷했고, 수업만 들으려고 했는데 수업과 토론 비중이 1:1이었다.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어린애마냥 다시 배웠다.


다음주는 추석이고, 그 다음주가 마지막 시간인데, 선생님은 내 인생의 책을 한 권씩 골라서 서로에게 추천하는 시간을 갖자고 하셨다. , 내 인생의 책이라. 내 인생의 책, 내 인생의 책. 내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서 내 인생의 책을 한 권만 고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짜파구리를 그릇에 담는 아이에게 물었다. 다음주에는 내 인생의 책을 서로 소개하기로 했어. 나 뭐할까? 내 인생의 책이 뭐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가 대답한다. 제인 에어, 제인 에어야. , 글쿠나. 내 인생의 책은 제인 에어구나. 내가 그렇게 말했구나. 내 인생의 책은 제인 에어라고, 내가 여러 번 말했구나. 어느 출판사였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불타오르는 빨간색 표지의 제인 에어. 그 때부터 오늘까지, 내 인생의 책.   


















예전에 알라딘에서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가지고 갈 책 3권을 골라보라는 책의 날이벤트가 있었는데(요즘에는 안 물어보는 겁니까, 알라딘?),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제인 에어, 그리고 유령퇴장을 골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4년 전이라면 내 인생의 책은, 영원한 나의 등불 성경과 내 인생의 동반자 제인 에어를 베이스로 깐 상태에서, 필립 로스의 『유령퇴장』이라 하겠다. 지금이라면 어떨까.
















내 인생의 책이요? 어떻게 한 권만 고른다는 말입니까. 이 잔인한 나의 숙제여. 인생만큼 추천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면, 정희진 선생님 책을 고르고 싶다. 선생님 책은 모두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한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공동 저작인 도란스 기획총서 1양성평등에 반대한다』를 꼽고 싶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도 좋지만, <들어가는 말 : 여성주의는 양성평등일까?>도 좋다. 나는 아직도 이 책에는 밑줄을 긋지 못 하고 있어서, 이 책은 새 책처럼 여전히 깨끗하다. 줄을 그을 수가 없다. 밑줄을 그어야 한다면,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모두 그어야 한다.


















페미니즘 책 가운데서 고를 수 있다면, 거다 러너의가부장제의 창조』와 마리아 미즈의가부장제와 자본주의』도 좋겠다. 하지만 처음 페미니즘을 읽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엄마는 페미니스트』, 이 책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세 권짜리도 괜찮다면 마거릿 애트우드의 미친 아담 3부작을 말하고 싶다. 마거릿 애트우드는시녀 이야기』로만 회자되기엔 너무나 크고, 너무나 높고, 너무나 넓은 작가가 아닌가 말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고전이라 추천에 어울릴만한 책이기는 한데, 올해의 한국 작가에 빛나는 『사람, 장소, 환대』도 꼭 말하고 싶은 책이기는 하다. 올해의 발견 마야 안젤루의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올해의 설렘 포인트 백점에 빛나는나의 사촌 레이첼』도 빼놓을 수 없겠다. 책을 읽는 모든 순간, 레이첼 발 앞에 모든 것을 던져 놓아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나는 완전한 필립으로서, 레이첼을 못내 사랑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정희진처럼 읽기』. 2014년에 나왔고 2015년에 읽었다. 추천한 책들이 너무 어려워서 몇 개의 책들만 골라서 읽었는데, 내가 나름 발견이라고 생각했던 책들은 모두 이 책 안에 있었던책들이라, 재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읽고 쓰는 것, 책 읽고 공부하는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그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말하는 프롤로그 <나에게 책은>이 참 좋다. 정희진처럼은 못 읽지만,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나저나 진짜 내 인생의 책은 뭐지?











댓글(17) 먼댓글(1)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내 인생의 책
    from 마지막 키스 2020-09-25 22:40 
    요즘 가장 나를 흥분시키는 건 뭐니뭐니해도 책이다. 얼마전에도 기다리던 책의 복간 소식에 흥분하면서 아아, 나는 역시 책으로 흥분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는데, 그런 일이 오늘도 있었다.그러니까 나는 퇴근전에 알라딘 서재에서 친애하는 ㅁ 님의 글을 읽게 된다. ㅁ님의 페이퍼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이름 옆에 나란히 '메리 맥카시'란 이름이 등장해 있었다. 어쩐지 익숙한 이름인데 아무것도 작품이 떠오르질 않는걸 보면, 그저 들어본 이름일뿐 내가 읽었던 책들의 작
 
 
2020-09-25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5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9-25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오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는 금요일날의 특별한 이벤트네요! 이런 페이퍼는 정말이지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흥미로운 페이퍼가 아닌가요. 저도 읽으면서 오오, 내 인생의 책은 무엇이지? 하고 떠올려 보았지만 딱 한권을 골라낼 수도 없고 망설임 없이 골라낼 수도 없어요!

그나저나 제가 그동안 봐온 단발머리님의 인생책은 제인 에어라고 생각했는데요. 단발머리님 알라딘 서재에서 제인 에어 정말 많이 언급하셨거든요! 그리고 페미니즘책들중에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가 없는 것도 제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희진 쌤 좋아하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베티 프리단의 책 역시 단발머리님께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가 보다고 그간의 글들로 짐작했었거든요. 아아, 저 역시 단발머리님을 잘 몰랐네요. 하긴 내가 나를 모르는데 심지어 타인을 알겠습니까.

좋은 페이퍼 고마워요. 덕분에 이 금요일 밤에 잠대신 페이퍼 쓰기를 택했습니다. 이 페이퍼에 먼 댓글로 저도 제 인생 책에 대해 써봐야겠어요.
꺅 >.<

단발머리 2020-09-25 22:32   좋아요 0 | URL
아오 다락방님!!!! 금요일밤의 특별 댓글 감사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그랬군요. 제가 제인에어 이야기를 그렇게나 많이 했군요. 제인 에어는 제 인생의 책이고, 또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제가 아직까지도 안 읽은 이유가 있거든요. 다락방의 버사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면, 제인에어에 대해 다르게 보게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쪼금 있어요. 여전히 제인에어는 나만의 제인에어이긴 하지만요. 제인에어는 하트죠. 하트와 하트^^

베티 프리단 책도 제 인생책이기는 한데, 그런 면이 있더라구요. 제가 베티 프리단의 타켓 독자잖아요. 전업주부요.... 그래서 너무 이해가 잘 되고 좋기는 한데, 제가 딱 그런 삶, 그런 삶의 전형 속에 들어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게 좀 싫을 때가 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락방님은 이해하실 거예요. 그래도 저의 슬픔과 공허함을 설명해줬으니까 <여성성의 신화>도 내 인생의 책이 맞기는 하네요.

다락방님이 ‘내 인생의 책‘ 페이퍼 쓰신다니 저는 잠을 자지 않고 다락방님 페이퍼를 기다려야겠어요. 마침 금요일이네요.
금요일의 책 이벤트에요. 우아, 씬나라!!!!!!

다락방 2020-09-26 20:3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과 같은 이유로 저는 [육식의 성정치]를 멀리해왔죠. 저거까지 읽으면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할것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고요. 제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고기 좋아하는 거 너무 티내면서 다녀가지고 ㅠㅠ 육식의성정치 .. 그야말로 제가 타겟독자 아닌가 싶어요.

음, 제 경우에는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으시는 건 단발머리님의 마음과 의지로 결정하실 일이지만, 제 경우엔 그 책을 읽었다고 제인 에어가 싫어지거나 하진 않았어요. 저는 로체스터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지금 만약 처음 읽는다면 다르게 볼지 모르지만, 저는 제인에어 읽을 당시에(언젠가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집이 불타고 자신이 이전과 달리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음에도 제인 에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이런 부족한 나..쭈구리..이런게 아니라 나는 어쨌든 너를 사랑해! 하는게 좋았어요. 만약 지금 다시 읽는다면 뭐여, 제인 에어 고생 시킬라고 작정한겨? 했겠지만 그 때 읽으면서 로체스터 사랑 앞에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다고 생각했던 거, 기억해요.

공쟝쟝 2020-09-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제 인생의 책을 읽고 계시네요! 정희진처럼 읽기가 제겐 인생의 책이예요..! 그러고 보면 그 책 읽고 쓴 글에 다락방님이 댓글을 첨으로 다셨더라고욬ㅋㅋㅋㅋ 이렇게 연결되어있다..!

단발머리 2020-09-25 23:30   좋아요 1 | URL
정희진쌤 책이 진짜 인생책 되기에 1도 부족함 없지만 다락방님과의 첫 댓글 주인공이라면 진정한 인생책입니다그려!!!!

공쟝쟝 2020-09-26 19: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기하도다!!!! 🥳 짝!! 😣

단발머리 2020-09-26 19:48   좋아요 1 | URL
짝짝 짝짝짝!!! 🎉

다락방 2020-09-26 20:31   좋아요 1 | URL
보면 내가 진짜 참... 뭐랄까..... 잘해.....

=3=3=3=3=3=3=3=3=3=3=3=3=3=3=3=3=3=3=3

공쟝쟝 2020-09-26 20: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나타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9-26 20:40   좋아요 0 | URL
아 여기다 잘난척하고 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9-26 20:41   좋아요 0 | URL
잘하는 거 인정!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에 최초이자 최후로 댓글 단 사람이 다락방님이었다는 우연과 인연이 교차하는 감동 서사!

다락방 2020-09-2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단발머리님 [사람,장소,환대] 이미 읽으신 책인거에요? @.@

단발머리 2020-09-29 10:32   좋아요 0 | URL
네~~~ 🤗

다락방 2020-09-29 10:39   좋아요 1 | URL
아니 이 책은 또 언제 읽으신거에요. 너무 부지런하신거 아닌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0-09-29 10:45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아니어요 아니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여자 아이가 어렸을 때 일이다. 목욕을 하다가 오빠와 남동생이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머! 저건 뭐야? 배꼽 아래 저거 뭐야? 나한테 없는 저건 도대체 뭐야? 나도 갖고 싶어! 나도 저걸 갖고 싶어! 엄마는 나처럼 그게 없는데, 아빠는 그걸 갖고 있네. 나도 갖고 싶어. 나도 아빠랑 오빠가 갖고 있는 저걸 갖고 싶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여자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순수하게 어이가 없었다.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를 부러워하는 시점은 배꼽 아래 그 무엇을 발견했을 때가 아니라, 남자들은 생리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을 때다. 생리하지 않음을, 한 달에 5일 이상 붙잡혀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다. 여자 아이라면 그걸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꿈의 해석을 읽다』의 양자오는 프로이트를 부정하는 것은 프로이트를 긍정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짓을 해 버려도, 그가 지닌 역사적 사실의 중요성은 부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이트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여자 아이가 두 번 좌절한다는 해석에는 왠지 모르게 수긍이 된다. 어머니를 차지하려던 남자 아이가 좌절하고, 아버지에 대해 적의를 품게 되지만 거세 공포로 어머니를 포기하고, 아버지와의 동일시로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는 것과는 달리, 어머니를 욕망하던 여자 아이는 남근을 가지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실망과 남근 선망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사랑의 대상을 다른 남자로 바꾸어야 한다. 프로이트는 어머니로 시작해 어머니를 대체할 다른 여성을 찾아야 하는 남성보다, 어머니로 시작해 아버지를 거쳐 다른 남성에게로 욕망의 대상을 바꾸어야 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 성취가 훨씬 더 어렵다고 주장했다(274-5).

 

여성의 타자성에 대한 프로이트의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들이 원하는 건 남근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남근 소유자들에게 부여하는 물적, 심리적 특권이라고 주장한다(413). (그녀의 말이 맞다). 또한, 남성이 자유로운 주체가 되는 순간, 타자 개념이 생겨났고, 이 세상에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타자로서 여성이 위치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역시 그녀의 말이 맞다). 세계 인구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이질적인 존재. 그대 이름은 여성. 남성의 상대가 아닌, 인간의 상대. 그대 이름은 여성.   

 


결혼은 노예제도의 형태라고 시몬 드 보부아르는 말했다. 그것은 여성(적어도 프랑스의 부르주아 여성)에게 야망과 열정이 결핍되어 있는 번지르르한 평범함, 무한히 반복되는 목적 없는 나날들, 삶의 목적을 한 번도 의문시하지 않으면서 죽음을 향해 유연하게 흘러가는 인생살이정도를 줄 뿐이다. 결혼은 여성에게 만족감, 평온함,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그것은 또한 여성에게서 위대해질 기회를 박탈한다. 여성은 자유를 상실하는 대가로 행복을 얻는다. 여성은 점차 더 적은 것을 위해서 정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415)

 
















결혼했고, 이혼할 생각이 없는 기혼여성으로서, 결혼에 대한 보부아르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결혼 생활에 대한 감상은 사노 요코의 에세이문제가 있습니다』를 읽은 후에 <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이라는 글에서 정리한 적이 있어 크게 더할 말은 없다.

 


말을 타고 나갔다 금방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가 읽기에는 불편한 글을 읽는다. 어디로 가는지, 가고 있는지 당최 모르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0-09-25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남자가 부러울 땐 우리가 ‘주기‘에 묶여있을 때 그들은 그들 자체로 일년 열두달 몸의 상태가 별 변화를 겪지 않는다는 거죠. 이 말은 제이디 스미스가 이번 엣세이 첫 꼭지에 쓴 말이기도 해요. 뭐가 달렸다고 그걸 부러워 한다고 여기는 건 남자들 상상일 뿐이지 않을까요. 뭘 그깟걸 그리 자랑스러워 하고 (돌 때 사진을 벗겨놓고 숭한 사진 찍던 옛 사람들) 뻐기는 걸까. 그딴 건 넣어두라고 합시다.

결혼은 노예제도...로 여기고 보는 사람이 많겠지요. 전 협동, 분업제도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제 남편을 사랑...하거든요. 이 사람이랑 같이 살고, 같이 늙어가고 싶어요. (너무 빨리 늙더라고요) 기혼자라 애매한 위치, ... 알지만 그래서 더 읽어야겠죠. 어렵습니다.

단발머리 2020-09-25 19:51   좋아요 0 | URL
주기를 갖지 않는 남자들을 많이 부러워했죠. 아니, 주기에 얽매이지 않는 남자들이 저도 많이 부러웠습니다.

결혼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여자들을 억압하는지를 이제 우리는 다음주에 몸소 체험하게 될텐데요. 자주 복잡한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이 사람이랑 같이 살고, 같이 늙어가고 싶어요,에 동감합니다. 저도 그래요.

다락방 2020-09-25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프로이트의 남근에 대한 얘기 나올 때마다 이 놈은 성에 미친놈이고 확실히 제대로 모르는 놈이라고-적어도 여성에 대해서는- 생각했는데, 여자가 남근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 부터가 그래요. 순수하게 육체적으로 남근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남근을 가지고 태어난 육체가 사회에서 누리는 것들을 갖고 싶은거죠. 너네 가진 만큼 나도 갖게 해다오. 으휴..
최근에는 프로이트를 좀 제대로 까기 위해서라도 프로이트를 좀 알아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는 이 페이퍼 링크하신 책들중 꿈의 해석을 읽다를 읽어봐야겠네요. 어휴, 읽을 책 너무 많아요!

단발머리 2020-09-25 20:02   좋아요 0 | URL
저도 프로이트 남근 이론과 관련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정희진쌤이 ‘프로이트 심리학은 혁명이었다‘ 이렇게 평하셨더라구요. 공부 좀 하고 나서 야무지게 까야겠어요.

양자오는 타이완대 교수인데 고전 관련 시리즈가 있어요. 자매품, 자본론을 읽다, 종의 기원을 읽다, 슬픈 열대를 읽다 등등.
읽을 책 많지요!! 헤헷!

수연 2020-09-25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을 타고 나갔다 금방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가 읽기에는 불편한 글을 읽는다._ 저는 그를 기다리는 여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도 제 말을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에게는 그의 말이 있고 나갔다가 돌아오지만 마냥 기다리는 일은 좀 많이 지루한 거 같아요. 과거를 봐도 그렇고 지금을 봐도 그렇고. 으음 사노 오코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0-09-25 20:05   좋아요 0 | URL
마냥 기다리는 일은 좀 많이 지루하죠. 기다리는 장소가 집이라는 것, 항상 집이고, 집이여야 한다는 것도 그렇구요.
문제는 마굿간에 남편 말 말고 제 말도 있냐는 거겠죠. 걸어갈 수는 없는데, 이미 내 말을 팔아 버렸다면..... 헉!!!
사노 요코가 보부아르 욕 조금 합니다. 아주 찰지게요 ㅎㅎㅎㅎㅎ

공쟝쟝 2020-09-2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너무 싫어하지마요 .... 징징~~~!!!!!!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9-26 19:47   좋아요 0 | URL
일단 10월의 책 <지그문트 프로이트 컴플렉스> 읽고 나서 평가하겠어요! 에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9-26 20: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고 제가 프로이트를 딱히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아까 장강명부터 다 안 좋아한다면서 옹호하는 요상한 스탠스!!) 그치만 그가 발견한 무의식에 크게 빚지고 있기에 ㅋㅋㅋ
 
운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0
임레 케르테스 지음, 유진일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레 케르테스는 운명 4부작’ 『운명』, 『좌절』,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청산』의 저자다. 『운명』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나이트』(엘리 위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프리모 레비)에 이어 네 번째로 읽는 홀로코스트 이야기다.

 


열네 살 소년 죄르지 쾨베시는 노동 봉사 명령에 따라 체펠 섬으로 일하러 가던 중, 유대인은 내리라는 명령에 따라 버스에서 내린다. 이 곳, 저 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큰 도로에서 만나게 되고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보내진다. 그들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를 지나 부헨발트 수용소로 보내졌다가 다시 차이츠 수용소로 보내져 노역을 하게 된다. 쾨베시는 그날의 노동 뒤 점호 전까지 잠깐의 휴식 시간을 온종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견뎌낸다. 독일 나치군의 패전으로 일 년 만에 부다페스트로 돌아오지만, 강제 동원된 아버지가 죽은 것 같다는 소문과 새어머니가 가게 일을 돌봐주던 쉬퇴 아저씨와 재혼했다는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쾨베시에게 비극이 찾아왔던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유대인이라는 공동체에게도 너무나 가혹했던 비극은 버스를 타고 출근할 때 일어난다. 일상적이고 평범했던 어느 날, 삶을 송두리채 휘몰아치는 거대한 비극이 시작된다.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생각났다. 엄마아빠가 따로 챙겨준 용돈을 지갑에 넣고 친구들과 셀카를 찍으며 즐겁게 떠났던 3 4일 제주도 수학 여행길에서 아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 했다. 어른보다 습도에 민감한 아기를 위해 일부러 구입한 가습기 살균제가 예쁜 아기의 폐를, 몸이 약해진 산모의 폐를 딱딱하게 만들었다. 다시는 눈 뜨지 못했다. 쾨베시에게도 비극은 그렇게 찾아온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 유대인들만 버스에서 잠깐 내리라는 경찰의 안내. 한없이 착해 보이는, 약간은 어리숙한 경찰관. 경찰관의 손짓에 그를 남겨두고 출발하는 버스. 그렇게 지옥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또 한 가지는 비극이 완성되어 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강제 노역에 처해지는 혹은 그대로 가스실로 끌려갔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비극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떻게 참아냈을까.

 


나는 그에게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고 깨끗하고 멋진 역에 도착하는 것이 정말 생소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이해된다. 하나의 단계를 거치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이해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처리하고 살아가고 행동하고 움직이고 새로운 단계마다 새로운 요구 사항을 완수해 나간다. (269)

 

 

유대인임을 확인하는 노란별을 외투에 달고, 통행 허가서를 발급받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자신 명의의 모든 재산을 몰수당한다. 강제 노역 동원령에 따라 집합 장소에 모이고, 기차를 타고 수용소에 도착한다. 화장터로 향하는 길에서도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신발끈을 묶어 신발이 따로 돌아다니지 않게 한다. 나중에 찾기 편하도록 옷을 걸어둔 옷걸이 번호를 입으로 소리 내어 외우고, 비누를 받아 샤워실로 들어간다. 그 곳은 샤워실 일수도 가스실 일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진다. 하나의 단계를 거치면 다음 단계가 이루어지고, 각 단계마다 해야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렇게 비극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 사람들은 최후까지 알아차리지 못 한다. 되돌이킬 수 없는 항구적인 정지 상태,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극은 완성된다.

 

 


옮긴이는 <해설>에서, 수용소 생활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묘사, 독일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후반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행복에 대한 고백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대신 화내게 하는 기법을 사용했다고 분석한다(295). 내 생각은 다르다. 임레 케르케스가 의도적으로 유대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온전한희생자가 되기를 원했다고 생각한다. 절대악에 희생당한 완벽하게 순수한 피해자. 스스로를 그렇게 이해한 유대인들에게 극악무도한 독일 나치군의 범죄와 행복이라는 단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어머니를, 아들과 딸을 화장터 굴뚝 아래에서 잃어야했던 유대인들이 엄혹한 수용소 시절에도 작은 행복을 느꼈다고 말하는 임레 케르케스에게 분노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남겨진 사람은 또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프고, 때가 되면 밥을 먹게 된다. 미안하게도, 너무 사치스럽게도 커피가 마시고 싶다. 그리고는 커피를 마시게 된다. 어떻게든 그 시간을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한다.

 

 

내가 나아갈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휴식 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내게 수용소에서의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나에게는 이러한 경험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로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리고 내가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284)

 


참혹한 과거를 잊으라는 사람들에게, 잊어야만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 임레 케르테스가 말한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경험한 일들, 나의 과거가 내 운명입니다. 우리 자신이 곧 운명입니다.

 

그의 말을 따라해본다. 내 과거가 바로 나에요. 내 인생이 내 운명이구요.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된 거에요. 나 자신이, 바로 나의 운명이에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09-2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는 숭고한 것이지만 과거를 잊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말에서 성숙한 영혼을 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0-09-25 20:09   좋아요 1 | URL
명백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있어야겠지요. 작가는 자신에게 다가온 절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다시 밤이 되었네요. 파이버님도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0-09-25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을 한 이십년 전에 읽은것 같거든요. 물론 다른 판형이었죠. 홀로코스트에 대해 다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응당 분노가 타올라야 할것 같은데, 덤덤한 분위기라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흐음, 뭘까, 뭘까 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 읽는다면 제가 어떤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어요.

단발머리 2020-09-25 20:14   좋아요 0 | URL
20년 전이라면!?! 정말 아주 예전이네요.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 먼저는 저자의 담담한 어조 때문인 것 같고요. 그런 구절도 있거든요. 독일인들은 유대인에 대해 적대적인것 빼고는 참 사람들이 깔끔하고 정직하고 괜찮다....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다락방님처럼 이거 뭐지? 라고 반응하거나 유대인처럼 아니, 이게 뭐야!! 하면서 분노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그때와는 다른 게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Falstaff 2020-09-2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르테스의 작품 중에서 읽기에 제일 수월했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썼든지간에 그냥 종이에 적혀 있는대로 읽었는데요, 세상에 하도 많은 사람이 있어서, 이런 소년도 있었구나, 뭐 그런 식으로요.
사실 당시, 1944년도에 10개월 동안 부헨발트에서 소년이 살아남았다는 거 하나만 가지고도 케르테스는 기적이었던 걸로 압니다. 당시 부헨발트의 코흐 소장의 아내 ‘일제 코흐‘는, 유대인의 가죽을 무두질해서 책의 장정을 하고, 전등 갓을 만들고 하는 엽기적 취미가 있던 여자로, 2차 대전 이후에 ‘아돌프‘란 남자와 함께 ‘일제‘라는 여자 이름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게 했을 정도니까요.
저는 그런 상처를 지닌 작가가 소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될 수 있는대로 딱 본 것, 느낀 것만 솔직하게 쓰지 않았을까, 했었나봅니다.

단발머리 2020-09-25 21:31   좋아요 0 | URL
Falstaff님은 케르테스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셨군요! 이 책이 비교적 쉽게 읽히는데 그 점이 사람들을 좀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좀 담담하고 무미건조하다고 할까요?
전 ‘일제 코흐‘에 대한 이야기는 언뜻 들었는데, 그녀가 부헨발트의 코흐 소장의 아내인줄은 몰랐어요. 케르테스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군요. 제가 읽었을 때는, 그래도 아우슈비츠보다는 나았구나, 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사람들이 내게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라는 작가의 말이 전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딱 본 것, 느낀 것만 솔직하게 쓴게 아닐까, 라는 Falstaff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Falstaff 2020-09-25 21:17   좋아요 0 | URL
오, 단발머리 님, 이왕 홀로코스트 소설 읽으신 목록에 아쉽게도 <소피의 선택>이 빠졌습니다. ^^;;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 읽고 난 다음에 괜히 읽었다, 라고 생각하시면 즉각 저한테 말씀하세요, 책값 물어드릴께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9-25 21:31   좋아요 0 | URL
오홋!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신대로 <소피의 선택>을 꼭 찾아 읽어볼께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은 <안네의 일기>와 비슷하네요.
괜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지만 혹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결단코, 반드시, 꼭 Falstaff님께 말씀드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9-25 22:5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책 읽는 작자들한테 책에 관해 농담은 없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정말? 이라고 묻지 마세요. ㅋㅋ

단발머리 2020-09-26 15:54   좋아요 0 | URL
<소피의 선택> 표지에서부터 아주 인상적이네요.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봤어요. 윌리엄 스타이런이 또 올해의 선택이 될까 기대됩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래요, Falstaff님!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비교적 순한 맛 정의인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성적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의 흑인 페미니스트 벨 훅스가 페미니즘은 이론이고, 레즈비어니즘은 실천이다라고 말했다(200)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저자 로즈마리 퍼트넘 통은 삶과 사랑에 대한 우머니스트의 견해는 모든 구분되는 범주를 초월하기 때문에, 우머니스트는 여성이 될 수 있는 페미니스트 중 가장 좋은 유형이라고 말한다.(226)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백소영의 살고 살리는우머니즘에 대한 설명과 비슷하다.


이렇게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우머니스트들은 말해요. “여성을 노새로 응시하는 강한 가부장제의 폭력 앞에서도 우리는 살아남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왕으로 응시하는 부드러운 가부장제는 아예 경험해 본적도 없다. 이 열악함에도 생존을 위한 창조적 전략을 상상하고 실천했던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의 힘이 우리를 지켜 내고 살려 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49)



우먼니스트가 페미니즘을 말하면서도 흑인 여성만이 아니라, ‘흑인 남성까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1974년 흑인 페미니스트 레즈비언들이 설립한 컴바히강집단은 여성의 재생산 권리 뿐 아니라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 인종에 따른 학교 분리,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들에 대한 경찰의 잔인성,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위한 건설 일자리 같은 일반 사회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였다(187).


역사적으로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 그리고 흑인 남성은 흑인 여성의 억압자였다. 흑인 여성들에게 유색인종으로서의 차별과 여성으로서의 억압은 교차되어 나타났다. 여성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지만 인종에서 확연히 구별되어 다른 사회적 지위에 있는 백인 여성들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는 가정 내 억압자인 흑인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동들에 대해 페미니즘 운동은 함께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은 그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동생이자 아들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외모의 단일 민족으로 이제껏 살아온 우리나라에서도 집집마다 문화가 다르다.  아버지와 식사 할 때는 채널 선택권이 아버지에게만 있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퇴근길 아버지에게 떡볶이, 순대, 커피, 화이트, 노트를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심부름 시키)는 가정도 있다. 가정마저 이처럼 문화와 환경, 상황이 제각각인데, 전 세계 인구의 반을 아우르는 여성의 경험이라는 것은 얼마나 넓고 다양할 것인가. 여성 공통의 경험 속에서 억압의 요소를 찾아내고, 이름 붙이고, 싸우자. 억압의 종식과 새로운 세상의 구현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 살리고 살려내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0-09-21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벨훅스 님니 순한 맛 같아도, 한번 맵짜면 아주 고추와사비 뺨치시더라고요. ㅋㅋㅋ 저는 흑인페미니즘이 굉장히 단단하고 넓게 느껴져요. 아주 크고 시원한 느티나무 같은? 그나저나 제가 이번달도 꼴등인듯 한데.. 조용히 속도 내야겠다..😫

단발머리 2020-09-25 20:2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느껴요. 흑인페미니즘이 굉장히 단단하고 넓죠. 자식 살리는 어머니 느낌이 강해요.
불금이니 조금 일찍 퇴근해서 완독의 경지에 이르시길..... 바래봅니다. 뽜야!!!

2020-09-21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9-25 20:23   좋아요 0 | URL
한주가 다갔어요. ㅠㅠ 이제 어두워졌으니, 나는 외쳐봅니다. 굿나잇!!

다락방 2020-09-2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인 페미니즘 부분 읽을 때 우리가 이미 읽었던 퍼트리샤 힐 콜린스 얘기 나오잖아요. 그 부분이 확 머리에 너무 잘 들어오더라고요. 크, 맞아, 그랬지, 그랬어, 아,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머릿속에 쏘옥 들어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더 잘 보이고 잘 이해가 되어서 우리가 기존에 읽어두길 잘했구나 싶어요. 앞으로 우리가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어가면서 이런 순간들은 더 빈번하게 찾아오겠죠? 읽을 당시에 잘 모르겠던 것들이 한참 지난 어느 순간 ‘아, 그 때 그 책이 말한게 이거였구나‘ 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이 맛에 독서하고 글쓰고 사유하는가 봅니다.

그나저나 오늘 단발머리 님도 수연님도 이 책을 맨 위에 올려 페이퍼 써주시는 바람에 알라딘 서재가 보라색 물결입니다.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9-25 20: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을 이 때쯤 읽기 참 잘한것 같아요.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한 번에 주욱 정리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 책 읽으면서 다시 느낀 거는... 저는 한 번으로는 안 될것 같아요. 좋은 책은 두 번은 읽어야겠다, 적어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첨 읽을 때는 아무래도 새로운 생각에 사로잡혀서 환호하다 읽다 보니, 감동은 충분하지만 이해가 좀 떨어지지 싶어요.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두 번 세 번 읽어야겠지요. 히잉 ㅠㅠ

보라색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