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교회 식당에서 H 집사님을 만났다. H 집사님은 내가 구역장일 때, 우리 구역원이었는데 나는 집사님을, 집사님은 나를 좋아하는, 그렇고 그런 사이다. 카톡 프로필에 그 집 막둥이 사진과 읽고 있는 책 사진이 자주 올라오는데, 그날은 그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에도 독서 모임, 잘하고 계시죠?" 집사님은 그렇다고 했다. 6명이 같이 하는 모임인데, 한 달에 2번 모임을 갖고, 그 달의 리더가 책을 선정하고 발제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했다. 너무 재미있겠어요! 했더니 진짜 그렇다고 하신다.

그래서, 이번 달 책은 뭐예요? 물었더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하시는 거다. 아, 그 책 좋죠~라고 답하는데, 조금 거시기하다. 그러니깐 "요즘에 무슨 책을 읽어요."라고 말했는데, 대답이 "아, 그 책 좋죠!"라고 답하는 건, 뭐랄까 거만한 느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다고 해서, 읽은 책을 안 읽었다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쿤데라, 저도 좋아해요. 저는 그 책도 좋지만, 『농담』도 되게 좋았거든요. 이건 더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별수 없이 "아, 그 책 좋죠~"라고 얌전하게 답했다.

본인은 편독하는 편인데, 이 모임에 나가면서 여러 종류의 책, 이를테면 시집도 읽게 되면서 책 읽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이야기하셨다. 『당근밭 걷기』요? 최근에 그분의 프로필에서 봤던 시집을 이야기했더니 맞다고 그러셨다. 그러면서, 전에 구역장님이 선물해 주셨던 책도 다시 꺼내서 살펴보게 되고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아... 제가요? (내가 책 사드렸구나). 그랬어요? 하는데 당최 무슨 책을 선물해 드렸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거다. 아~~ (무슨 책이었을까) 나는 그분께 무슨 책을 선물해 드렸을까.











최근에 자주 선물하는 책은 이 책이다. 아직 내 책은 안 샀다. 나는 어차피 살 테니까, 내껀 좀 더 미루고,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이 책으로 한다.










그전에 자주 선물했던 책은 이 책. 이 책은 100권 판매(?)하는게 내 목표인데, 아직도 많이 멀었다. 많이, 많이 멀었다.

새로 출근하게 된 학교의 도서관은 최근에 리모델링이 되어서 깨끗하고 단정하고 말끔하다. 입구 쪽에 교사와 학부모용 책을 돌아보는데, 아...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어떤 책을 보고 나는 감동하는 걸까. 내가 아는 책이 좋은 책이다. 다시 말해, 내가 '아는' 책이 좋은 책이다. 내가 좋은 책을 찾아 읽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고른 책을, 내가 이미 읽은 그 책을 '좋은' 책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중립적이라는 편견 속에 살고 있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과거에 내가 선택했던 그것은 현재에는 내가 선호하는 그 무엇이다.









이름과 직책을 등록하고 처음 대출한 책은 『한낮의 우울』이다. 『통증 연대기』와 더불어 나의 '고통' 카테고리에 저장된 책인데, 찬찬히 공들여 읽었던 책이다. 잠깐 절판되었다가 현재는 개정판이 나왔다. 매우 두껍고 흥미롭고 '말 그대로' 지적인 자극으로 충만한 책이다. 아, 사서쌤~ 『한낮의 우울』을, 초등학교 도서실에 배치하시는 분.

어제는 나만의 그녀, 페란테 피버의 <페란테 시리즈>를 발견했고, 오른쪽에 한국 소설가들의 신작도 확인했다. 다시 한번 밀려드는 감동의 물결. 어려운 책, 심오한 책, 위대한 책, 훌륭한 책들은 내게 멀리, 아주 멀리 있다. 나는 그중의 일부를 내 것으로, 영원히 내 것으로 삼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조바심을, 위대한 책들에 대한 조바심을 오랜 시간을 들여 찬찬히, 나는 내려놓았다. 가닿을 수 없는 어떤 곳에 가지 않겠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내가 거기에 갈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추천을 받고, 리뷰를 읽고, 책의 내용에 흥미가 생겨 책을 대출하고, 책을 구입하고, 그리고 시간을 들여 책을 읽어가는 이 모든 과정들은 나의 취향, 나의 선호를 반영한다. 그 책들이야말로 내가 알고자 하는 세상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내가 닿을 수 있는 세계의 경계 같은 것이다. 더 넓고 싶고, 더 깊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걸, 나는 안다. 나는, 내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간다. 내 손이 닿는데까지 손을 뻗는다. 제자리에서 2미터 점프는 불가능하니까.

대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했다. 학교 밖의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았고, 공강 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3층 간행물실에서 일했는데, 학회지에서 나온 논문집 정리와 서가 정리를 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서에 대해 약간의 환상과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쪽에 책이 가득한 북트럭을 세워두고 하루 종일 컴퓨터만 쳐다보며 책 정보를 등록하시던 사서 선생님들의 옆모습을 오랜 시간 보았더니, 사서에 대한 마음이 조금 흐릿해지기는 했다.

이 학교의 사서쌤은 좀 더 여유가 있으신듯하다. 처음 대출하는 날, 시간이 없어 빨리 대출해야 해서 이전에 알고 있던 책들을 골라 대출하게 됐는데, 『신기한 독』과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의 바코드를 스캔하시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시는 거다. "아, 이 책 진짜 재미있는 책인데... 이 책도..."


이번 주에도 아이들 책 9권과 내 책 1권을 대출했다. 다음에 사서쌤을 만나면 이야기를 좀 더 나누어봐야겠다. 나의 심미안을 알아보시는 분. 선생님! 저도 선생님의 컬렉션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아니, 어떻게.... 이런 책을 알고 계셨던 거예요? 제가 지난주에 빌린 책, 이 책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말이에요. 어디에서 책 정보를 얻으세요? 혹시.... 혹시 알라디너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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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18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덕분에 당근밭 걷기, 시집을 찾았어요. 사 놓고 보지 않았던 건데
그래도 제가 제목은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ㅋㅋ

단발머리 2025-05-18 17:33   좋아요 1 | URL
<당근밭 걷기> 저는 표지가 예뻐서(분홍색) 기억하고 있었는데, 페크님은 이미 구매하셨군요.
다시 꺼내신 김에 시집 읽는~~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길요!

망고 2025-05-18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재명책 아빠가 주문하라고 하도 닦달해서 투덜거리며 얼마전에 샀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지지한다해도 정치인 책까지 사진 않았는데(순전히 재미없을 거 같다는 이유로🤣) 지금 책장에 주르륵 꽂혀 있어요 이게 무슨일인지ㅋㅋㅋㅋㅋ
그 책 좋죠~가 거만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하시는 단발머리님의 사려깊음. 너무 좋은 분이십니다😍

다락방 2025-05-18 20:36   좋아요 1 | URL
저도 아빠가 이재명책 주문해달라시면 좋겠어요. 저희 아빠는 김문수 ㅜㅜ

망고 2025-05-18 21:22   좋아요 1 | URL
아.....ㅠㅠ

단발머리 2025-05-18 23:19   좋아요 1 | URL
망고님 / 아무리 지지한다해도....... 그 다음이 ㅋㅋㅋ책장에 주르륵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많지는 않지만 몇 권 있고요. 대법원 판결 직후에 이재명 책이 베셀 10위권에 8권 들었다고 그러대요 ㅋㅋㅋㅋㅋ 저는 한풀 꺾이고 나서 구매하려고요.
저의 망설임이 망고님 거울에 비취고 나니 사려깊음으로 변신했네요.
너무 좋으신 분, 망고님! 😘😍🥰

다락방님 / 저희집에는 무투표 작정하신 분, 한 분 계세요. 아... 어쩔...

수이 2025-05-19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중립적이라는 편견, 좋은걸요. 그걸 편견이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지적인 이들의 특징이래요. 근데 지적인 이들이 제일 잘 하는 실수가 또 그거래요, 내 말이 맞아 내 말이 옳아 그러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이렇게 인간이 편견이 강하다는.

내 손이 닿는 그곳까지 손 뻗기, 요가의 기본 자세라고 합니다. 거기에서 1mm 더 나아가면 더 좋은 거고. 단발님의 저 말을 듣고 있노라니 요가 유투버의 그 말과 겹쳐짐. 2미터 점프도 가능할 분! 제가 아는 이들 중에 제일 똑똑이 💋
 















M3는 학원.

M1은 출근.
M2는 모임.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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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5-17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잭리처 읽는 시간!^^

단발머리 2025-05-17 17:31   좋아요 1 | URL
지금 그 놈이 리처가 잡으려던 바로 그 놈인지 밝혀질려고 그래요 ㅋㅋㅋ 개봉박두!🤪
 



























읽고 있는 책들 중에 제일 자주 펼치는 책들이 이렇게 두 권이다. 스트라우트의 다른 책, 이미 읽었지만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어볼까 해서 『오, 윌리엄!』을 펼쳤는데, 사건, 사고가 다종다양하고 화해했던 윌리엄에 대한 원망이 생길 듯해서 안 되겠다, 얼른 후퇴했다.

맨날 소설 속 사람들 생각만 한다. 올리브와 애덤, 루시와 윌리엄. 하다하다 어제는 애덤과 윌리엄, 올리브와 루시 스펙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1. 여주와의 나이 차이 : 애덤(34세)과 올리브(26세) 8살 차이. 루시와 윌리엄 7살 차이.

  2.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박사과정 지원자인 올리브와 교수인 애덤. 학부생 2학년 루시와 티칭 조교 윌리엄.

  3. 여주의 가정 배경: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혼자 남겨진 올리브. 집을 떠나 먼 도시로 유학 와서 부모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루시.

흘러 흘러 나의 고민은 어디까지 가게 되었냐면.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애덤은 윌리엄이 될 것인가. 윌리엄처럼 될 것인가... 까지 이르렀다. 그렇지 않겠지. 애덤은 윌리엄이 아니니깐, 윌리엄은...

윌리엄이 누나 로이스 부바와 재회한 이후에 루시와의 재결합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은 인상 깊다. 물론, 그 밤에 루시에게 공황장애가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 추측에는 그렇다. 윌리엄과 루시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이 살아있을 때, 윌리엄에게 루시는 아내였다. 윌리엄은 꼭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알아봤는데, 지독한 가난과 불행한 가정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자신의 어머니와 꼭 닮은 루시와 결혼했다.











그리고 윌리엄이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그리고 조앤과 만나기 시작한 건 그의 어머니가 죽은 뒤부터였다 -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 윌리엄!』, 123쪽)


캐서린의 죽음 이후, 윌리엄은 바람을 피우며 여러 여자들을 동시에 만난다. 이제 윌리엄에게 루시는 아내라기보다는 어머니의 위치에 자리매김된다. 윌리엄은 어머니(루시)를 그 자리에 고정시키고 다른 여자, 아내가 될만한 다른 사람을 찾아다닌다. 루시(어머니)와 다른 사람, 모든 면에서 루시와 대조적인 사람, 조앤이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된다. 그리고 그 결혼은 파행으로 끝나고 만다.

세 번째 아내와의 결혼 생활 중, 한밤중에 찾아오는 캐서린의 환상 때문에 윌리엄은 괴로워한다. 평생을 자신에게만 올인하며 지극한 사랑으로 돌봐줬던 어머니가 어둠 속에서 자신을 찾아올 때 그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잠들어 있는 (세 번째) 아내 옆에서 절망에 사로잡힌 그가 생각하는 대상은 바로 루시다. 환영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서의 존재. 그는 루시가 살아있다는 사실, 한밤중에라도 전화를 걸면 받을 거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세 번째 아내가 윌리엄을 떠난 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윌리엄이 루시를 코비드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한 바닷가의 외딴 마을로 데려간 것은 루시를 위한 것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루시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그곳에서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윌리엄을 따라나섰다. 예상치 못한 강제적 격리 상황, 뉴욕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하는 어떤 여자의 행동에 루시는 크게 상처받는다. 윌리엄은 그 일에 놀라지도, 루시를 위로하지도 않는다. 며칠이 지나, 루시는 다시 한번 그 상황에 대해 윌리엄에게 묻는다. 그 여자가 내게 소리를 지른 뒤에도 왜 자신에게 다정하지 않았느냐고. 윌리엄이 답한다.


"Lucy," he said. He said it with difficulty. "Lucy, yours is the life I wanted to save." He walked over toward me but he did not sit down. "My own life I care very little about these days, except I know the girls still depend on me, especially Bridget; she's still just a kid. But, Lucy, if you should die from this, it would" He shook his head with weariness. "I only wanted to save your life, and so what if some woman yelled at you." (『Lucy by the sea』, 56p)

나는 내 생명에 개의치 않는다고, 상관없다고.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당신의 생존뿐이라고 윌리엄이 말한다. 사실 그걸 원하는 윌리엄은 루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그걸 원한다. 자신의 평안한 마음을 위해 윌리엄은 루시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그의 바람은 이기적인 것일까. 자기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 나를 위해 그녀를 원하다는 것, 그건 이기적인 일일까. 이기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는 다른 면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평안은 그녀의 평안에 기인한다. 나의 안전은 그녀의 안전에 달려있다. 내 생존의 선결조건은 그녀의 생존이다. 나의 행복은 그녀가 행복한지에 달려있다.

어디까지가 나의 것인가. 어디까지가 나인가. 너의 평안이, 너의 안전이. 너의 생존과 너의 행복이 온전히 나의 것일 때,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너인가. 너와 나의 경계가 완벽하게 허물어지는 이 지점을, 이 순간을, 이 환상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의 사랑. 사랑은 그렇게 움직한다. 그렇게 작동한다. 너의 것이 모두 나의 것이 되는 일. 나의 것을 너에게 짐 지우지 않으면서, 너의 것을, 너의 모든 것을 내가 끌어안는 일. 아니, 내가 너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네 안에, 네 속에 포함되는 일. 혹 내가 사라져 버리더라도. 나 자신을 찾을 수 없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네게 속하는 일. 너를 '내 속에'가 아니라, 내가 '네 속에' 들어가는 일. 먼저, 스스로, 기꺼이. 내가 네게, 네게로 들어가는 일.

메인에서 윌리엄은 평생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냈던 이복누이 로이스와 마침내 재회한다. 윌리엄의 삶에 새롭게 등장한 누나는 그의 새로운 엄마가 된다. 누나 로이스가 엄마의 자리, 캐서린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루시는 다시 아내의 자리, 파트너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이제야 루시는, 다시 윌리엄의 그녀, 윌리엄의 그 사람이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쓰지 못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나의 일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부끄럽다. 내 밑줄, 내 분홍 밑줄을 발견한 사람이 아무도 없기를, 한 사람도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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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05-11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이 루시를 어머니의 자리로 본능적으로 위치시켰다는 단발머리님의 해석.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너무 좋습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저는 루시가 윌리엄을 사랑한건 자신이 가져보지 못한 자상하고 잘 돌봐주는 이상적인 오빠나 아빠의 역할을 윌리엄이 대신해 주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그러니까 저 둘은 결국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었던가...그래도 바람피는 윌리엄은 절래절래

단발머리 2025-05-12 12:21   좋아요 1 | URL
망고님 말씀에 저도 100% 동의합니다. 이상적인 오빠나 아빠의 역할을 윌리엄이 해 주죠. 20년 가까이 떨어져 살았는데도 사이즈를 기억하는 사람, 지나가면서 한 말을 기억하고 필요한 일을 해주는 사람....그런 사람 맞고요.
그래도 젊은 시절 윌리엄의 행동은 진짜 절래절래 하게 만드는, 징~한 면이 있지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딱 한 쪽으로만 윌리엄을 놓아두고 싶었거든요. 좋아하던가, 싫어하던가 ㅋㅋㅋㅋㅋ 근데 좋았다 싫었다, 미웠다 괜찮았다 막 이래서 그 때, <오, 윌리엄!> 읽을 때 힘들었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망고님과 윌리엄 이야기 나누니 너무 좋네요.

바람돌이 2025-05-1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남녀들이 배우자에게서 자신의 부모의 모습과 동일시하거나 아니면 정반대의 모습을 찾죠. 양쪽 다 저는 바람직한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ㅎㅎ 거기서 벗어나는데서 우리가 정말로 어른이 되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요. 그나저나 우리 스트라우트 여사의 다음 책에서는 루시와 윌리엄이 다시 합치는걸까요? 언제 번역이 되려나 손꼽아 기다립니다. ^^

단발머리 2025-05-13 14:01   좋아요 1 | URL
네, 바람돌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배우자와 부모님을 동일시하는 것도 그 반대의 모습을 찾는 것도요. 그렇다면, 어떤 모습이 배우자와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까 했을 때, 그건 친구 사이에 가깝다고 생각하기는 하거든요. 낭만적 사랑이라는 요소가 생각보다는 작을 수 있구요.
지금 루시와 윌리엄은 그런 사이입니다. 어떻게 될지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ㅋㅋㅋㅋ 그 과정이 엄청 흥미롭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다락방 2025-05-12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년간 지속적으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어왔고 그 후로 그렇게 읽는 책이 없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단발머리 님이 윌리엄과 애덤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읽으시는지 이렇게 페이퍼에 적어주셔서, 이런 면을 제가 보게되는게 참 좋아요. 음, 누군가 한 책을 애정하고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읽는다는거요. 거듭 읽고 거듭 생각해보면 한 번 읽었던 사람이 미처 보지 못했던것을 보게 되기도 하는것 같아요. 단발머리 님이 윌리엄에 대해 써주시는 글을 보노라면, 아 이런 해석되 가능하구나 싶거든요. 위에 망고님이 적어주신 것처럼 ‘어머니의 위치에 놓기‘ 같은 거요. 그런 한편 어느 한 책에-혹은 등장인물에-애정을 갖는다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요! 독서를 정말 즐기시는 것 같아서 제가 행복하네요.

그리고 저기 저 예감이요, 볶은양파맛 드셔보셨어요? 전 그거 박스로 사놓고 먹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5-13 14:07   좋아요 0 | URL
윌리엄과 애덤을 반복해서 읽은 일이 즐겁고 행복하기는 한데, 뭐랄까.... 제가 이 책들을 읽으면서 예상하고 기대하는 목표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의 언어, 구조, 표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읽고 싶은데, 자꾸 윌리엄을 이해하고, 애덤이랑 따로 시간을 보내는 쪽으로 제가 읽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

고민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계속 읽어가고 있습니다. 독서를 즐기고 마음껏 누리는 이 기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저도 행복합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수긍하는 그 느낌 있잖아요. 역시 책이 짱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볶은양파맛 바로 검색 들어갑니다. 저희집에서는 치즈그라탕이 무조건 1순위인데 도전자 나섰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5-05-14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4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4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4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4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4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버이날 1차 행사는 지난 토요일. 도련님네랑 다같이 모여서 식사하는데 큰조카 잠깐 자리 비운 사이, 얼른 일어나 작은 조카쪽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지 않았는데도 벌써 내미는 손. 큰엄마가 봉투 많이 안 줬는데, 몸소 체득한 지혜로운 손길이여. **야, 올해가 마지막 어린이날이네. 어린이날 축하해, 이걸로 스벅 초코케익 사 먹어~ 네~~

어버이날 2차 행사는 이번 주 화요일. 엄마, 아빠랑 식사하는 시간. 먹느라 이야기하느라 너무 바쁘다. 많이 먹었는데도 금방 소화되는 신기한 순간.

어버이날 3차 행사는 오늘 오후.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바로 친정에 들러서 주차해 놓고, 엄마가 좋아하는 초코케익 사서 전달해 드리고. 엄마가 바로 저녁 준비하신다 하기에 시켜드린다 하니, 아빠가 다 싫다고 하신다. 교회 앞, 아빠가 좋아하는 중국집에서 시켜드린다 하니 그제야 오케이. 아빠, 엄마, 이모까지 식사 주문해 드리고 집으로 고고싱.

어버이날 4차 행사는 센베이 과자 사러 가기. 차 많이 막히는 날이라 오늘은 안 갔으면 했는데, M1이 기어코 오늘 가야 한다고 해서 따라나섰다. 아빠 2봉, 시어머니 2봉, 내 꺼 2봉. 시댁 찍고, 아빠한테도 전달 완료.

늦게 일어나는 대학생 아침 메뉴는 팟타이였다. 유튜브 동영상도 아니고 쇼츠 보면서 차리는 밥상. 숙주 씻으면서 2번, 아빠, 엄마한테 2번 불러드렸으니까, 오늘치 노래는 다 불렀다.


나 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오늘은 어버이날 우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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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5-09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목이 귀엽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도 당당히 불러봅시다!!

단발머리 2025-05-09 13:43   좋아요 1 | URL
전 진짜 목놓아 불렀는데 제가 부르는 거 맞나요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어버이날 축하드려요~~ 어버이은혜 기립박수 드립니다. 🌸🌷🌹🌼💐
 















그저께 아침 메뉴는 연어 스테이크였는데, 아롱이가 싫다고 했다. 요리 못하는데 나름 곤조 같은데 있어서 소금을 많이 뿌리지 않는다. 소금을 뿌리긴 했지만, 조금 뿌려서 그런지 맛이 없다고 했다. 내가 먹어보니 괜찮은데... 나를 통째로 샅샅이 닮은 내 아들은 입이 짧고, 양이 적고, 까다롭고. 까다롭고,는 나 닮은 것 아니다. 나는 안 그런다.

『Lucy by the sea』와 『Oh, William!』에 비슷한 부분이 나온다.

두 딸 모두 에스텔이 요리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듣기만 해도 지겨웠다. 나는 요리를 좋아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오, 윌리엄』, 85쪽)

"No offense taken," I assured him. I have never been interested in food. (『Lucy by the sea』, 39p)

나는 먹는 건 좋은데,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내 요리 실력은 신혼 때의 그 실력 그대로다.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한데,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고. 그래도 둘 다 나보다 더 크게 자랐으니, 여기서 뭘 바라나, 그런 마음도 있다. 소울 푸드, 영혼의 양식, 집밥이 유행하는 때가 되면 그래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는 한다. 나는 그런 엄마다. 맛있는 것을 해주지 않는 엄마, 먹고 싶은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지 않는 엄마.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그런 엄마.


친구들의 책 선물이 도착할 때면 한 권씩, 때로는 두세 권씩 줄을 세워 사진을 찍어둔다. 곧 읽어버리리, 하는 결심은 국민의힘 단일화 과정처럼 이리저리 세파에 흔들려 새 책이 새 책에 밀리는 무색한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나는, 새로 생긴 집 앞 스벅에서 모닝 세트 먹을 때 행복한 사람이고, 그럴 때 <바닷가의 루시> 읽는 사람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그만큼, 딱 그만큼 기대한다. 나 자신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나. 나는, 이런 나에 만족한다. 나는 한가로이 루시를, 윌리엄을, 루시와 윌리엄을 읽는 사람이다. 하지만, 책들 사이사이로 떠오르는 얼굴들을 생각하자면, 뭐랄까. 나에 대한 그들의 기대가 내 수준을 넘어설 때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니깐, 한 친구는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의 책을, 그것도 원서로 들이민다. 항상 안 어렵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한 친구는 여유로운 시간에 읽고픈 나의 최애 소설책을 들이민다. 급하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급박하게 읽고 리뷰를 꼭 쓰라는 말을 더해서 말이다. 한 친구는 그 소설가의 책을 3권이나 읽고도 이름 외우기에 실패한 나를 다독이며 그의 단편집을 살포시 쥐여준다. 김애란의 새하얀 신작과 함께 말이다.


나는 한가하게, 여유롭게, 무상무념의 내가 되어, 루시를 따라다닌다. 챗지피티에게 윌리엄이 그렇게나 많이 바람피운 이유를 물어본다. 루시의 다른 이야기 중 뭐를 먼저 읽을까 고민한다. 하지만, 친구들이 보내준 예쁜 책들, 근사한 책들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린다. 읽어야 하느니. 읽어야 하느니....


엄마로서의 기대를 짐짓 모른체하는 내가, 친구들의 기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가능할 것인가, 이 일이. 나란한 책들 위를 깨끗한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는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잘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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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5-08 0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I have never been interested in food
이 표현 기억해 둬야겠어요. 저도 딱 그렇습니다!
요리는 그렇지만 책에 대해서는 저도 단발님께 기대합니다 으흐흐😘

단발머리 2025-05-09 08:37   좋아요 1 | URL
요리 기대 안 해주시고 ㅋㅋㅋㅋㅋㅋㅋ 책에 대해 기대해주시는 분, 독서괭님~~
좋으신 분, 고마우신 분~~~

다락방 2025-05-08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무드등은 언제나 어디에나 함께하네요?!

단발머리 2025-05-09 08:39   좋아요 0 | URL
알라딘 사은품 중에 저의 최애 탑3에 들어가는 무드등입니다. 고래가 똭~~~

책읽는나무 2025-05-08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버이날 선물을 가득 받으신 것 같아요.ㅋㅋㅋ
무드있는 독서 시간 되시겠군요?
근데 갑자기 무드등 켜놓고 윌리엄이 바람 핀 이유를 집요하게 묻고 계신 단발 님을 상상하니…ㅋㅋ
왜냐면 어제 전 호러물 조예은의 소설을 종일 들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런 쪽으로 상상이 되네요.ㅋㅋㅋ
그나저나 우리집에도 입 짧고 먹는 양도 적고 더군다나 자꾸 끼니를 거르려는 막내딸 때문에 먹이는 것 때문에 좀 고민이긴 합니다. 애들 성인이 되면 다 잘 먹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더군요.
그래도 단발 님네 애들은 다들 키가 크다니 부럽네요. 저희 집 애들은 다들 작고 말라서 적게 먹여서 그런가? 늘 찜찜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단발머리 2025-05-09 08:41   좋아요 1 | URL
무드등 켜놓고 채지피티에게 얼마나 집요하게 물었던지 ㅋㅋㅋㅋㅋㅋ 제가 로그인 안하고 이용해서 그런지 질문 3개 정도 받고 나면 이전 거를 다 잊어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질문해야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입 짧고 먹는 양도 적고 더군다나 자꾸 끼니를 거르려는 아가들은 정말......... 다 커서도 먹는 게 제일 걱정이죠. 저는 제가 워낙 솜씨가 없어서 저를 탓합니다만 책나무님댁은 맛있는 거 많던데.... 막내딸에게 제가 그러더라고 전하지는 말아 주시구요 ㅋㅋㅋㅋㅋ

수이 2025-05-09 0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기쟁이 :)

단발머리 2025-05-09 08:39   좋아요 2 | URL
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5-09 08:47   좋아요 2 | URL
인기쟁이라니요……… 겸손까지………… 💋

단발머리 2025-05-09 08:48   좋아요 2 | URL
헤헤헤! 인기쟁이에 겸손까지 ㅋㅋㅋㅋㅋ다 이루었다! 😘😍🥰

수이 2025-05-09 09:01   좋아요 2 | URL
선물받은 책을 다 읽어야 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5-05-09 09:20   좋아요 1 | URL
바쁘다 바뻨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