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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최초의 30억 년 - 지구에 새겨진 진화의 발자취, 뿌리와이파리 ㅣ 오파비니아 1
앤드류 H. 놀 지음, 김명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3월
평점 :
진화사의 또 하나의 주제는 지구와 생물의 공진화다. 생물과 환경은 둘 다 시간이 흐르면서 극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따금씩은 손에 손을 잡고 변화했다. 기후변동, 지리적 조건, 대기와 바다의 조성변화는 진화의 진로에 영향을 주었고, 또 거꾸로 생물의 혁신들이 환경의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 사실 지구의 오랜 역사를 아우르는 큰 그림은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이다. 화석에 기록된 진화의 대서사는 무엇보다도 유전적 가능성과 생태적 기회 사이의 계속된 상호작용을 담고 있다._ 앤드류 H. 놀, <생명, 최초의 30억년>, p16
앤드류 H. 놀(Andrew H. Knoll)은 <생명, 최초의 30억년>에서 진화(進化, evolution)의 두 주역인 지구(earth)와 생명체들의 협력에 대해 말한다. 초기 지구 형성기에 무거운 물질이 가라않아 핵(核)을 형성하고, 중심부의 철(Fe)이 액체화되면서 대류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생기는 대기와 지각표면의 불안정은 화산폭발로 이어지면서 대기중에는 많은 이산화탄소(CO2)가 방출되었고, 시아노박테리아는 자연상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되었다.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조류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유기분자와 산소를 생산한다. 그리고 호흡을 하는 생물은 유기물과 산소를 반응시켜 다시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든다. 따라서 광합성과 호흡이 균형을 유지하는 한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유기물이 퇴적물 속에 파묻히면서 두 물질대사의 균형이 깨져 대기와 바다에 산소가 축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산소의 증가와 더불어 신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닷말과 프랑크톤성 조류는 대륙붕에서 다양하게 진화했다._ 앤드류 H. 놀, <생명, 최초의 30억년>, p311
반면, 시간이 흘러 퇴적물이 쌓이면서 발생한 산소(O2)는 이를 원료로 하는 다른 처리자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진핵생물을 비롯한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생물체가 등장하게 된 것은 필연일 것이다. 20세기 초반 오늘날 사우디 아리비아 지역에 대량 매장된 유전(油田)의 발견이 오늘날 석유를 기반으로 한 현대 문명의 동력이 된 것처럼, 오랜 지구 역사에서 대기에 포함된 성분의 변화는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다른 수단의 출현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가 말한 지구와 생명의 공진화라 여겨진다.
많은 경우 우리는 진화 문제에 있어 의지(意志), will)와 연결시킨다. 신의 의지, 생존을 위한 유전자의 의지 등. 그렇지만, 이러한 의지가 진화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의지'라 표현되는 행동의 주체도 중요하겠지만, 주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요인까지 포괄적으로 바라봤을 때 비로소 사건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생명의 진화 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우리는 캄브리아기에 급격하게 나타난 종의 다양성과 페름기의 대멸종의 원인을 올바르게 짚을 수 있지 않을까.
원핵생물의 다양성이 영양공급원과 에너지 경사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고세균의 특별한 능력을 반영한다면, 진핵생물은 세상에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서는 것으로 다양성을 얻었다. 진핵생물은 세포골격과 세포막계 덕분에 박테리아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세포와 입자를 삼키는 것이었다._ 앤드류 H. 놀, <생명, 최초의 30억년>, p225
<생명, 최초의 30억년>을 비롯한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책들은 진화를 생명체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환경의 조력자로서, 환경의 이용자로서 함께 호흡하며 지구를 살았던 생명의 역사를 자신의 몸에 새겨진 흔적과 함께 찾아가기에 깊이와 흥미를 함께 전달해준다고 생각된다. 기회가 되는 대로 오파비니아 시리즈도 정리해보도록 하자...
사실 이미 지금까지 해온 여행에서 우리는 캄브리아기 진화의 본질을 알아냈다. 그 본질이란, 생명은 선캄브리아 시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캄브리아기 동물의 복잡한 형태는 그다지 뿌리가 깊지 않다는 사실이다. 캄브리아기에 이르기 전에는 아무것도 캄브리아기 같지 않았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선캄브리아 시대의 진화를 매듭짓는 사건이면서 동시에 그것과 결별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_ 앤드류 H. 놀, <생명, 최초의 30억년>, p259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조류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유기분자와 산소를 생산한다. 그리고 호흡을 하는 생물은 유기물과 산소를 반응시켜 다시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든다. 따라서 광합성과 호흡이 균형을 유지하는 한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유기물이 퇴적물 속에 파묻히면서 두 물질대사의 균형이 깨져 대기와 바다에 산소가 축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산소의 증가와 더불어 신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닷말과 프랑크톤성 조류는 대륙붕에서 다양하게 진화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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