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그것이 어떤 공부든 타인인 고통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공부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는 무거운 질문으로 읽힌다

저자는 일하지 않으면 당장 다음주 생계가 막막한 일용직 노동자에게 의학 교과서에 적힌 대로 “다친 허리를 치료하려면 며칠은 조심하며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해야 할 때 허망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약으로 증상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돌아가야 하는 곳은 이전과 다름없이 폭력적인 공간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저자가 임상의사가 아니라 보건학자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어떤 고통은 치료아니 응답이 필요하다
존재마저 지워진 채 고통받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그것은 특권층이라는 뜻

한 사회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목숨이 계속 부당하게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목격자‘인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생존경쟁에서 이들을 취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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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기주 기자는 2022년 9월 미국 뉴욕 순방 동행 취재 중 비속어 논란 발언을 최초로 발견해 ‘바이든 날리면‘ 사태에 불을 붙였다. 또한 MBC가 대통령 해외 순방시 전용기 탑승 배제를 당한 이후의 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뭐가 악의적이에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비서관과 공개 설전을 벌여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끝장낸 장본인 이기도 하다

삼성 SDI에서 2차 전지 해외 영업을 담당하던 저자는 2008년 6월 광우병 시위 현장을 지나다 경찰 곤봉에 시민이 맞아 쓰러진 장면을 목격했다. 3년 차 직장인이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였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발생한 모든 논란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점이 있는데, 실수든 잘못이든 인정하면 안 된다는 기조가 깔린 것 같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받을 때 뭔가 하나라도 시인하면 그게 고리가 되서 기소가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하나도 인정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진 것 같다

이 책이 나에게 기자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며 손가락질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답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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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4-03-13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러한 자를 ‘자기애성 인격장애‘자로 부르죠. 자신의 전제성을 손상시키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부정하는 것인데, 자기애로 똘똘뭉친 성장하지 못한 자아 때문에 그런답니다. 이런 자에게 최고권력이 주어졌으니 이 아기 폐하는 독재자가 되는 것이지요, 아~ 수치스러워서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나와같다면 2024-03-12 20:54   좋아요 2 | URL
자기애성 인격장애 동의합니다

지도자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늘 전 정부 탓하고, 희생양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이 주체고 당사자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사과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다른 사람이 잘못했으니까요

악직적인 편가르기. 상대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대화 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고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고통스럽습니다

총선에 희망을 기대해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세월호 10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벌써 10년이나 지났구나...‘
그 뒤에 생략된 많은 말들,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모를 말들 속에는 아마 이런 말도 담겨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구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 제작이 일방적인 통보로 중단되자 해당 프로그램을 만들던 KBS 방송작가 이재연씨가 2월 27일 한겨레에 글을 기고합니다

˝새파란 생명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고, 끔직한 사고였음에도 슬퍼하는 데 눈치를 봐야 했다고, 심지어 10년이 지난후에도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입을 틀어막혔다고 기록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일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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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3-0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영방송 마저도 모든 걸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는
모습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시청료가 아깝네요 정말.

나와같다면 2024-03-09 21:38   좋아요 1 | URL
총선은 4월10일이고 방영은 4월 18일이다. 프로그램이 선거에 무슨 영향을 주느냐고 PD가 묻자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느라 잊게되는 공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다
KBS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잃었다
 

사적 복수와 단죄
죽어 마땅한 자를 죽였습니다
선악이 모호한 주인공들이 엮이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우연히 악인만 골라서 죽이게 된 이탕이 과연 심판을 받아야 할 죄인일지, 혹은 단죄가 마땅하지 않은 영웅인지에 대한 딜레마를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 웹툰이다

‘살인자ㅇ난감‘은 정의에 대한 딜레마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이탕이 우연히 죽이는 사람은 모두 흉악범으로 사회에서 어쩌면 죽어도 마땅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과연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라는 점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를 사법 당국이 아닌, 한 개인이 처단했을 때 이를 ‘정의‘라 부를 수 있을까
‘죽어 마땅한 사람‘은 누가 결정하고, 어떤 심판을 내려야 할까 ‘살인자ㅇ난감‘은 이러한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다크히어로가 각광을 받는 건 악랄한 범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법에는 구멍이 나 있다
이제 내가 그 그멍을 메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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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촌스럽기로 이만하기도 힘들다.
책 표지 이야기다.1992년 경 서울지방경찰청 화보용 사진 촬영 사진이라고 한다. 드라마 [시그널] 이 떠오른다

30여 년간 경찰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로서 살아온 시간을 되짚는다. 만삭 의사 부인 살해사건, 신창원 탈옥 사건, 유영철 연쇄 살인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온 오롯한 현장 경험이 담겨있다

나는 늘 이야기한다. 형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현장은 사람의 이야기였고, 그 자체가 철학이자 인류학, 거대한 인문학의 산실이었다. 사람들의 욕망과 슬픔이 바글거리는 그 현장에서 나는 결코 이기적일 수 없었다. 때론 기꺼이 이익 앞에 물러나고 불편함을 감수한 것은 그것이 곧 형사의 삶이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는 순간 마주하는 두려움이 있다. 형사는 두려움 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알고도 달려 들어야 하는 일이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잔혹하고 믿기 힘든 범죄 현장 너머엔 인간의 선이, 사람 사는 도리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상상해야만 했다. 그렇게 눈 앞의 절망을 보고도 끝내 희망하는 습관이 체질화되고 삶이 되어버린 것이, 형사 30년 세월의 동력이자 이유가 아니였을까

아, 지난 시간을 전생처럼 살 수도 있구나.
그래, 나도 이제 형사는 전생처럼 기억하고,
그 전생의 업을 지금 살아야 할 현생에서 또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한 시절을 치열하게 보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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