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자료를 읽지 않아도 된다.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매일 지나치는 도로변 동산의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떨어지고 녹음 아래 그늘이 유난히 캄깜할 때, 거기 시체들이 썩어가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바람 부는 자정에 천변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산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써 내려갔는지 알아졌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그 시대의 죽은 자들을 위해 기어코 완성하였다.
이로써, 80년 5.18 광주의 역사는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도, 빼앗길 수도, 왜곡할 수도 없는 절대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