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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 간만에 간 내 동생 진이네 비행기 연착으로 아주 제대로 고생하고 있는듯. 무탈하게 잘 놀고 오기를.
엄마가 울었다. 엄마가 우는 동안 나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어릴 때 맨날 엄마가 울면 동생들이랑 같이 엄마 앞에서 울었다. 마치 짐승들처럼. 엄마 뺨이 금세 새파랗게 멍드는 걸 보고 아빠한테 처음으로 굵은 머리로 이 개새끼야 라고 소리내어 말했던 기억도 난다. 아파서 울고 못 먹어서 우는 엄마를 앞에 두고도 이제는 울지 않는다. 괜찮아, 잠깐만 고생하면 괜찮아, 등을 쓸어주었다. 불쌍한 노친네 모시고 가서 병원에서 수액 맞는 동안 친구들이랑 수다. 아픈 엄마 이야기를 했더니 엑스가 말했다. 신체적으로 병원에서 뭔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면 심리적인 문제야. 어머님이 지금 많이 힘드셔서 육체적으로 거부하는 거야. 어머님은 못 드시는 거라고 하지만. 그거 말곤 없어. 어머님이 못 드신다고 해서 너까지 안 먹고 그러지 마. 곁에서 잘 케어하려면. 조금씩 뭘 자꾸 드시게 해, 억지로라도. 아마 사랑받고 싶으신 거 아닐까. 그 말을 오래 생각. 아빠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면서 같이 창밖 노을을 바라볼 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너무 아파, 하고 중얼거리던 아빠 목소리도 더불어.
집착하지 않고 서로의 세상을 드넓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을 했다. 나는 집착하지 않을 거야_ 당신에게, 이런 말은 하나의 집착이 된다. 그러니까 집착으로서의 허울이 완성되어가는 거다. 그러니 함부로 그런 마음을 말로 소리내어 말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지난 여름, 가을, 겨울, 올해 봄 내내 깨달았다.
먹는 것보다 잠 20분 더 자는 게 좋은 내 아가는 토스트 하나 우겨넣고 보리차 꿀꺽꿀꺽 마시고 냅다 달려갔다. 빗길에 넘어지면 안돼! 뛰지 마! 소리 지르고 등교시킴. 등교시키자마자 등교 시간을 한 시간 늦추겠다는 학교 문자가 날아와서 당황스러웠다. 하하.
번뇌가 적으면 적을수록 사는 게 심플해진다는 걸 알았다. 사주를 보면 항상 쉬이 기쁨을 느끼는 아이 같은 존재라고 나오는데 별자리에서도 역시 그렇게 나왔다. 거울을 보고 씩 웃어보고 씩 웃어보고 하지만 아직도 덜 풀려서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어색하기만 하다. 이제는 아프지 않다. 으흠 3년 후에는 한 5년 정도 지속되는 약이 나오면 좋겠구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음. 켁. 번뇌가 적어진다고 해서 웃음이 많아지는 건 아니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번뇌는 최소화하고 웃음은 더 많이, 그런 뻔한 말을 서로.
아가는 친구가 빌려준 최진영 소설을 읽고 또 미친듯 울었다. 아 이제 좀 책에 빠져드는건가 했는데 금세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하하호호 하는 거 보고 아 아직 때가 아니군 알았다. 책에 빠져들면 바로 다른 책을 집어들게 된다. 글쎄, 내 경우는 그랬는데 우리 아가는 또 다를 수 있지.
아침에 스트레칭 한판 제대로 하고 딱 일주일만 버티고 요가에 미친 년이 되겠다 하고 또 끄적거린다. 겁내지 마, 하고. 나와 비슷한 인간들이 살기도 하는구나 알았다. 그러니까 거짓 없이 진실하고 솔직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지킬 건 지키면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거 자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들. 환대받고 환대하는 그 기쁨.
엄마 잠깐 들여다보고 학원 갔다가 오면 또 새앙쥐 꼴이겠다. 어제 옷 너무 가볍게 입고 나가서 에어컨 바람 직빵으로 맞으면서 책 한 시간 읽었더니 잘 무렵에는 목이 찢어질 거 같았다. 잘 때 추웠는데 자는 동안에 또 땀범벅되어서 새벽에 홀딱 벗고 잤다. 카페마다 다 미친듯 틀어댄다. 이거 너무 전력 소모 아닙니까, 솔직히;;;; 가을 자켓 가방에 쑤셔넣어갖고 나가야지. 감기 다 낫자마자 또 감기라니 아이구야. 비루하구나 중년의 체력이여. 아 맞다 이틀 전에 커피 테이크아웃하는데 멋진 바리스타 청년이 윙크해줬다. 윙크하는데 어우야 심장 두근거릴뻔, 차은우가 윙크하면 여자들이 모조리 다 으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는 그걸 좀 알 것도 같더라. 물론 차은우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미친듯이 땀 흘리고 싶다. 온몸의 근육이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이모들 연락 왔다. 오늘은 이모들이 케어할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일 보라고. 단호박 하나 쪄먹고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김. 이따 집에 오면서 잠깐 엄마한테 얼굴 보여주고 와야지.
방학 스케줄도 빡빡해서 너무 여름방학 짧아서 제대로 놀기도 힘들듯. 자라에서 본 예쁜 미니원피스 있어서 민이랑 그거 번갈아 입을까 생각중. 참아야 하나;;; 참아야겠지. 참는다. 이러고 자라 가서 입어서 딱 맞으면 살 거면서 하나마나 한 소리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역사를 만드는 일, 그 과정들에 대해서. 드디어 헤겔로 나아갈 수 있을듯.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 돼. 그냥 자연스럽게 묵묵히. 그럼 나아가고 있을 거야, 라는 뻔한 말에 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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