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5년 전 일로 나오니까 그렇다면 극중에서 현재의 엘리자베스 헌터의 나이는 85세 정도로 추정. 이 언니 현침살이 일고여덟 개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좋게 쓰면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이고 안 좋게 쓰이면 사람을 말로 죽인다는 현침살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소설에서 아주 잘 보여주심. 놀랍군 놀라워 이러면서 계속 감탄하고 있다. 시간이 휙휙 지나가 수련 시간 놓칠뻔. 날이 좋으니 오후에는 오랜만에 야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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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7-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색감이 너무 좋네요~~ 저 분홍색은 살구색일까요? 주황색은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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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 집착하는 것만큼 흉한 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어제 진희와 나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코지마 아오의 만화를 읽다가 물질에 집착하는 그만큼 정신에 집착하는 모습 역시 광증의 단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해탈하겠다. 선을 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원하는 것을 기필코 얻으려 하는 인간의 마음이 원래 그러한 것처럼 기필코 도를 깨우치리니, 하는 마음 역시 어쩐지 집착의 일부인 거 같아 보이긴 한다. 물론 스승에게도 이런 속마음을 내비친 적은 없지만 이 생각은 요가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우주의 흐름대로 돌아가겠지 싶은 해이하고 게으른 속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 광증이 믿음의 부분이나 중심일 수도 있다_라는 생각은 스무살에 우연히 마주한 모습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이다. 언제부터인가 알 수는 없지만 책은 든든한 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고 그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온지 어언 몇 년이 흐르기도 흘렀다. 책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물욕이 좀 사그라졌나 싶지만 그것도 아닌듯 싶다. 복숭아를 깍둑 썰어 요거트 안에 넣어 냠냠 디저트로 먹으면서 친구가 선물해준 코지마 아오의 만화를 휘리릭 읽다가 오랜만에 책에 대한 찐한 애정을 느끼고 아악 하고 심장을 잠깐 움켜쥐었다. 고구려와 당나라 붙은 이야기를 딸아이가 분노에 차서 쌍욕을 섞어가며 이야기 하는 걸 흘려 듣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아 이따가 잠 안 오면 맥주 마시면서 [안시성]이나 다시 볼까 싶어진다. 에피소드마다 특징이 있었고 그 특징은 일관되게 연기설에 기반되어 있더라는. 나쓰메 소세키를 다시 읽어야겠구나 라는 생각과 더불어 "만인에게 아부하지 않고 운명의 주인과의 만남을 기다리는"에 연필로 살짝 밑줄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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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7-17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요즘 만화책에 좀 빠져 있는 시기라…이 책 너무 재밌겠군요.^^

단발머리 2026-07-1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진짜 완전 비로소.... 물욕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거 같아요. 거실에 물건 쌓이기 시작했음요.
그러나 내가 내다 버려야 할 것 중에 책은 없어서.... 아.... 쓸쓸하게 옷장 정리해야겠어요. 미니멀리즘 언제 완성 돼 ㅠㅠㅠㅠㅠㅠㅠㅠ
 

대략 80대 언저리를 오고갈듯한 여성들 넷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아이스바닐라라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39금 이야기와 자식 자랑과 자식 한탄과 남편 자랑과 남편 한탄과 그 외 주변인들 이야기를 뜨겁게 하고 있다. ‘부질없는 짓을 한평생 내내 하는 인간들’이란 한 어머니의 통찰 어린 말이 귓속에 쏙 들어왔다. 요코야마 코이츠의 책을 완독하고난 후에 잠깐 머리를 식히러 멍 때리고 있던 와중에. 흥미로우면서도 틀린 말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야마 코이츠가 내내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역시 건강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이야기로 수렴이 되어간다.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버텨보도록 하자_고 한 어머님이 말씀하시고 있다.

패트릭 화이트를 읽다가 폭소가 터져나왔다. 자기애와 자괴감 사이에서 왔다갔다 시소 타기 놀이를 하면서도 엘리자베스는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과 젊은 시절을 객관적으로 상기하고자 애쓴다. 강철 실로 단단히 침대에 꿰매어져 있단 표현이 사실적이어서 놀랍다. 온몸에 힘이 없어 스스로의 팔다리를 놀리는 일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고 항문에 힘을 주지 못해 수시로 똥오줌을 침대 위 방수패드에 지리는 늙은 여인, 다른 이들의 간호 덕분에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부유하고 나이든 여인의 혀는 젊었던 그 시절과 여전히 다를 바 없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절세 미녀 엘리자베스 헌터의 죽음을 앞두고 딸 도로시와 아들 바질이 그녀 곁으로 찾아온다. 이야기가 슬슬 시작된다. 이럴 때 보면 붓다가 진짜 '몸'에 대한 통찰을 제대로 하긴 했어, 라고 감탄하면서. 어머님들은 지금 목주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성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존재인가 싶은 생각도. 엄마가 얼마 전에 한 이야기 떠오른다. 젊음을 갖고 있던 시절에 그 젊음과 건강이 내내 지속될 거라고 여겼던 그 오만에 대해서. 고로 어미 된 입장에서 딸인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명쾌했다. 스스로의 욕망과 생명력을 함부로 탕진하지 말 것. 생명줄이 아슬아슬 꺼지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가능하면 많이 해볼 것. 하지만 엄마 안에도 불안은 은은하게 빛을 발해서 아니야, 그냥 다른 여자들 사는 것처럼 사는 게 행복이려니 하면 돼, 했다가 또 정반대 소리를 하고. 엄마, 그냥 내가 알아서 살게, 쫌. 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고 말았고. 싹바가지 없는 년 되겠다. 남도 아니고 어미니까 하는 말인데, 그걸 다 알면서도. 기어코 할 말 다 하시는 우리 박여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내가 언제 너 하고싶은 거 못하게 했어?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면서 말이야! 싹바가지 없는 년! 하고 대분노!

아, 이런 건 다 아무 소용 없어, 그냥 안 아프게 죽고 싶어, 라고 제일 말씀을 많이 하신 어머님이 독백을 외치는 연극배우처럼 강하게 외치셨다. 우리 엄마가 매일 하는 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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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이즈음을 떠올려보니 그때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헤아려야 하는지를 생각하느라 유독 더 혼자 시간을 많이 가졌다. 굳이 책을 읽고 싶지도 않았다. 책을 읽는 척 폼을 재지도 않았다. 가만히 커피잔을 들여다보면서 커피를 홀짝이면서 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홀로 재단했다. 재작년 일기를 다시 펼쳐보니 아 그랬군 진짜로. 성인이 된 이래로 최저 몸무게를 찍었고 가벼우면서도 숨쉬기가 많이 힘들어서 헉헉거리기 일쑤였다.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확고하게 다져졌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살과 더불어 근육이 조금 많이 붙었다. 싫어서 거리낌이 있는 경우에는 거절의 뜻을 혐오감 없이 잘 표현하게 되었다. 좋아하면 미친듯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드러내는 애정 표현은 조금 덜해졌다. 덜해졌다고 믿지만 아닌가 보다. 좋으면 좋아서 애기처럼 얼굴에 몸짓에 다 드러나는데 무슨 그런 망발을, 이란 말을 들었다. 조금 더 숨쉬기가 수월해졌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시간이 홀로 있는 시간보다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니 2년 전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덩달아 인간관계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직간접으로 체험하며 느끼며 인간 존재에 대해서 더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니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문요한의 [관계를 읽는 시간]을 읽다. 결국 인간은 이 지상계에서 살아가기 마련인지라 천상계나 지하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한 이들을 만나면 숨이 저절로 컥컥 막혀올 때 있기 마련이고 최근에 이런 경험 몇 번 하고나니 내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란 그게 그 사람의 카르마려니 혹은 내 카르마려니 이 말이나 우리는 천상계에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지상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하계도 아니고. 우주의 흐름을 믿고 흐르는대로 몸을 맡기고 있다. 싫어하는 사람들 왜 그토록 싫은지 좋아하는 이들은 왜 좋아하는지 까닭을 헤아릴 수 있어서 좋은 읽기였다. 읽고난 후 방어형과 회피형 사이에서 더 수많은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어 이게 최고의 수확이 아닌가 싶다. 지상계에 존재하는 인간들이라고 했으나 인간 안에 신과 인간 안에 짐승이 존재함을 다시 알 수 있는 기회들. 고로 천사 같은 사람도 어떤 관계에서는 짐승이 되고 짐승 같은 사람도 어떤 관계에서는 천상의 존재가 된다는 이 신비한 인간(관계)세계 되시겠다. 인간의 몸을 하고 인간의 마음을 하고 짐승이 되었다가 인간이 되었다가 천상의 존재가 되는 그런 삼종변신을 허락하신 까닭이 있지 않겠는가 싶은 이해심이 지금은 그래도 아주 조금 생겼다. 분노와 욕설과 혐오감으로 팽팽하게 날을 세우던 2년 전에 비하면. 여기에서 말하는 바 그 바운더리와 또다른 의미의 바운더리의 증요성을 다시 체감할 수 있는 읽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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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7-15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심이 가는 주제예요, 바운더리라니~~~
바운더리는 중요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수이 2026-07-16 21:01   좋아요 1 | URL
바운더리 못 지켜서 인생 나락 가는 이들이 여기저기 많은듯 보이긴 합니다. 근데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 즐거운 연휴 보내십쇼. 빨간 날에는 많이 많이 놀아야 ^^
 



원장님이 도넛은 몸에 좋지 않아, 선물로 받았으니 회원님들 드셔야지, 하며 안 드시길래 저는 먹을래요, 하고 냉큼 하나 입 속에 넣고 오물오물 맛나게 먹고 있다가 우리 딸도 이 도넛 좋아해요, 하니 오 그래? 그럼 이거 다 가져가서 민이 멕여, 하고 주셔서 민이 다 먹어버림. 





건강은 신이 내린 것_이란 몽테뉴 말에 끄덕끄덕. 이래저래 움직일 수 있을 때 바지런히 움직여서 더 나이들고난 후 덜 고생하려는 게 뭔가 꼼수를 쓰는 것처럼도 느껴졌지만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때 딱 다섯 번만 더, 라는 말.





해가 쨍하니 나지 않고 구름이 그득해서 수련 가기 전에 30분 뛰려고 했으나 15분 겨우 뛰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퍼질러서 책을 두 시간 넘게 읽음. 마음에 드는 요가복 있어 구입하고 싶었으나 위아래 겉옷까지 합치면 30이 넘어서 시각적인 만족감을 위하여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군 하며 입어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사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셀프 칭찬 그득 해줬다. 달리기 쥐똥만큼 하고 목 너무 마른데 손에 든 게 아무것도 없어서 단골떡볶이집 들려서 어머니, 저 목말라요, 물 한 잔만 주세요, 하니 물 주시면서 떡볶이도 먹고 갈래? 하셨다. 아뇨 괜찮아요, 다음에 먹을게요, 했는데 방금 해서 맛있어 딱 다섯 개만 먹어, 해서 다섯 개 먹었다. 천상의 맛이었다. 건강과 행복과 삶과 사랑에 있어서 다른 식으로 바라볼 여지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느껴보는 건 좋아, 라는 이 태도는 어쩐지 엘리자베스 헌터를 연상시키는군. 56쪽을 읽다가 이 생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았다. 요가원에서 선배가 읽고 있는데 빼앗아 잠깐 읽어보니 잼나서 나도 읽으려고 해방정국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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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7-14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강은 신이 내린 것~~ 너무 마음에 와닿네요.
저는 어렸을 때 많이 아팠어요. 정확히 어디가 딱 아팠다기 보다는 약했다(?)가 정확하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오히려 더 건강하거든요. 잘 가꾸겠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2,000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6-07-15 07:41   좋아요 0 | URL
지금 건강해지신 건 오랜시간의 육식으로 다져진 체력?!이 아니실까 혼자 심각하게 생각했네요.ㅋㅋㅋ
암튼 부럽단 말이옵니다.
2천 보 걸으시고도 건강 유지 잘하시는 분. 제가 많이 부러워합니다.^^

책읽는나무 2026-07-1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넛도 통째로 받으시고 떡볶이집 들러 물만 얻어먹고 가려는데 떡볶이도 공짜로 얻어 먹을 수 있는 삶. 수이 님은 사랑 많이 받고 사시는군요?ㅋㅋㅋ
요즘따라 그런 생각을 좀 하거든요.
나이 들수록 관계라는 게 자꾸 좁아져 가고 있을 때 이왕이면 나를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하지 않나, 그리고 그런 사람을 정했다면 나도 많이 사랑을 베풀고 관계를 지켜나가야 할 의무도 있겠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수이 님의 글을 읽다가 사랑을 받는만큼 수이 님 자신도 많이 베풀고 살아가고 있을 관계에 대해 좀 흐뭇하게 읽히네요.^^

수이 2026-07-16 21:03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나이들수록 더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더 깊고 넓게 사귀고 싶어지더라구요. 사랑에 있어서는 무한대 영역이라 가까이 있는 이들이나 멀리 있는 이들 모두에게 다 잘해줄 수 있을 거 같지만 또 인간의 사랑은 제한적인지라 그러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모순되게 들기도 해요. 베푸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받을 생각을 하지 않더라구요. 그러니까 보살이나 천사나 다 그 공통적인 속성이 있다는 걸 또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많이 베풀고 살아라, 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겠나이다 헤헤, 연휴 즐겁게 보내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