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에보르크 글라히아우프 글 읽는 동안 발견한 철학자 몇몇 있다. 그중에 제일 궁금한 인물 사라 코프만(Sarah Kofman, 1934-1994). 인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페미니즘 총서를 기획해서 번역 작업중이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아직 1권도 출간되지 않았으나 만일 거기 언급되는 수많은 여성 사상가들 책이 번역되어 나올 경우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사라 코프만 책도 출간 예정이라고 해서 기대중이다. 이 자그마한 책의 마지막 여성 철학자로 언급되는 인물은 마사 누스바움이다. 사라 코프만 나오고 바로 마사 누스바움. 딸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만일 아이가 눈여겨 보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접했을지 모르겠다. 아이가 농담처럼 엄마 철학 섹션에 있는 책은 다 새 책이야. 물론 이 책 역시 한 번도 펼쳐진 적 없는 새 책으로 내 손에 오늘 와닿았다. 우리동네 도서관에는 철학 관련서만 따로 모아놓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거기 있는 책도 다 새 책이다. 가능하면 소설은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읽고 싶고 자주 펼치고 싶은 책은 구입하도록 하자 하고 사고싶은 책의 구매자평을 슬쩍 보면 거의 50대 남성들이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나 편파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듯 하다. 이 작은 책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하는 이가 한나 아렌트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언급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철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철학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고 전문가들만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4)


이 문장을 접하고 나니 떠올랐다. 어떤 책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나 아렌트 박사 논문이었던가 아니면 그의 3대 저작 중 하나일 텐데 아주 옛날 이 문장을 접한 기억 났다. 모든 이들이 철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_ 그때 역시 그 문장을 수첩에 옮겨 적었던 기억도 또렷하게. 철학서를 조금씩 읽기 시작하면서 이걸 철학을 한다고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도 얼마나 몽매한 편견에 사로잡혀서 두려워했던가 싶어 실소. 이 역시 생의 갈망에 다름 아닌데. 며칠 전 칼 야스퍼스 방송 듣는데 두철수에서 또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 듣고 순간 기분 나빠서 잠깐 멈추었다. 다이렉트로 여성을 비하하지는 않았지만 돌려 까는 게 너무 다이렉트로 와닿아서 불방망이로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좀 과장해서 마녀라고 지명된 여성들이 고문 의자에 앉아 불방망이로 얻어맞을 때 기분이 이러했겠구나 일단 신체적인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수치심과 모욕감에 정신이 아찔했겠구나 분명 불방망이를 손에 들고 있었던 힘센 남성들은 웃으면서 낄낄거리면서 내려칠 준비를 했을 테니까. 두철수 좋아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문제 있는데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알려줘야 하나 후원도 하고 돈 내고 방송도 들으니까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렇게 여성을 깐답니까 대체 해야 하나. 너희만 철학서 읽고 너희만 철학하는 거 아니잖아 라고 알려줘야 하나. 애정하니까. 사라 코프만 책 읽으려면 불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다 늙어서 맨날 공부한다는 소리만 하네. 살림할 생각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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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5-25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ita님, 저는 야심차게 <시적 정의> 온라인 읽기 모임, 올 초 꾸렸다가 3월을 넘기고 6월이 다 가도록 조용 조용히 구렁이 담 넘고 있는데

세상에나 따님께서 마사 누스바움 책을 빌려오다니, 배움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그 따님이시네요.^^ 부럽부럽하고 갑니다

2022-05-25 0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에이스 씹으면서 리딩_ 추상 부분은 알튀세르가 말한 입문 철학에서 말한 단락(296)과 연관 있다.

헤타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창녀를 뜻하는 단어, 몸을 팔았지만 당시 여성들이 대부분 교육을 받지 못하던 환경과 달리 대부분 높은 교육을 받았다. 살롱 문화의 선구자들이라고도. 마사 누스바움 책에도 나오지만 학위를 받은 여성이 거의 없던 시절에 그는 학위를 받았고 따라서 라틴어로 명명을 해야하는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중구난방할 때 누군가가 헤타이라 라고 하면 되지 않겠는가, 여성을 뜻하는 a를 붙여- 라고 말한다. 마사는 오 맙소사 한다. 이봐 헤타이라는 지적인 여성을 뜻하지만 근원은 창녀라고.

중세 시대는 암흑의 시대, 기독교가 힘을 얻으면서 철학 역시 신학의 하녀로 전락하여 신학에 포함된다. 여성의 힘은 더 약해진다. 대부분의 지적인 여성들은 스스로 수녀원에 들어가 수녀 생활을 하며 지혜로운 정신적 삶을 이어간다. 동시에 신비주의로도. 하여 이단으로 찍혀 화형당한 이들도 적지 않다.

BC 400년경 아테네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발전했던 그리스의 도시 국가 스파르타에는 핀티스라는 여성 철학자가 살았다. 장군의 딸이었다는 것 말고 그녀의 일생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피타고라스학파 이론을 따랐던 그녀는 여성이 지녀야 할 도덕적 태도에 대한 글을 썼다. 그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스스로와의 조화 속에서 살며 모든 일에 과도하지 않고 절제를 지키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미 위에서본 테아노의 입장이기도 하다. 핀티스는 절제를 남성에게 우선적 - P22

으로 기대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철학한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민중 앞에서 연설하는 일과 철학이 여자에게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떤 일은 여성과남성에게 따로따로 적합하지만 또 어떤 일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용기와 정의,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핀티스는 주로 올바른 행동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는 무엇을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주로 윤리학에서 묻는 질문이다. 윤리학은 철학의 한 갈래다. ‘윤리학(ethics)‘ 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에토스(ethos)‘ 에서 유래했는데, 관습으로 번역할 수 있다.
윤리학이 세상에 맨 처음 알려진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다. 핀티스에게도 윤리학은 철학의 중심 주제였다. 그러나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즉, 여성 철학자에게도 인간의 올바른행동에 대한 문제가 철학의 중심 내용이기는 했지만, 여성 철학자들이 단지 현실적인 면만 중시하고 현실에 직접적으로 도움이되는 이론만을 다룬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 역시 추상적인 이론에도 관심이 많았다. - P23

히파티아와 동시대인이며 학자였던 소크라테스 스콜라스티쿠스는 이 여성 철학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히파티아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그녀는철학자 테온의 딸로 매우 탁월한 교육을 받아 다른 어떤 철학자도 능가할 정도다. 학식이 높은 그녀는 플로틴이 이끄는 플라톤학파 학교에서도 최고의 지위에 올랐고, 어떤 분야에서든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가르침을 전한다."
히파티아는 교육 수준이 높고 명석하여 명망 있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또한 스스럼없이 남성들과 교류했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그녀는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상적인 삶을 사는 한편 평생 동안 결혼하지 않았다. 히파티아는 무자이온의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 P26

가르치고 천문학과 수학도 강의했다. 믿을 만한 자료에 따르면그녀는 모든 분야에서 많은 글을 썼지만 안타깝게도 뒷날 모두파기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히파티아는 공적인 장소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했고 지식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명예를 누렸다.
플라톤학파 철학에 대해 히파티아가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진리가 있는 진정한 곳으로서의 이데아 이론에긍정적이었을 것임은 틀림없다. 그녀는 하늘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로서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감각을 초월한 학문인 수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본질적인 세계는 눈으로 인식되는 세계가아니라 ‘그 뒤에 있는 세계였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은 사슬에 묶여 살고 있는 것과 같다. 그 사슬을 풀고 자유로워진다면 비로소 진실을 보게 된다. 육체는 하나의 굴레이며 인간은 그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질 수 있다. 플라톤은 자신의 철학을 정치에도적용하려 했다. 그는 철학자를 국가의 최고 지배자로 세울 것을요구했다. 철학자만이 현명하고 정의롭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기때문이라는 것이다.
히파티아 역시 국가에 대해 플라톤과 매우 비슷한 생각을 했을것이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이집트의 국수주의자들은 그녀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기독교인이 아니었기에 주위에 강력한 적을 만들었다. 소크라테스 스콜라스티 - P27

쿠스는 그녀가 일생을 비극적으로 마쳤다고 말하고 있다.
"흥분한 수많은 사람들이 페트루스를 중심으로 교회 수장들과모의를 했다. 그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녀를 등 뒤에서 공격했다. 타고 가던 가마에서 그녀를 끌어내려 카이자리온 교회로끌고갔다. 그들은 거기에서 그녀의 옷을 벗기고 유리조각으로 그녀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녀의 사지를 토막 내고 나서 키카론이라는 곳으로 끌고가 불태웠다."
그녀가 처참하게 죽자 곧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직도 전해지고 있지만 그녀의 철학은 잊혀졌다. - P28

메히트힐트 역시 열두 살 때부터 그녀가 본 환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그 경험을 매우 진지하게 기록했다. "나는 침묵하고 있는 동안은 신이 두려웠다. 그러나 글을 쓸 때면 어리석은 인간들이 두려웠다." 라는 내용을 신의 흐르는 빛이라는 책에 싣기도 했다.
메히트힐트는 스스로를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어쨌든 그녀는 남매였던 발두인과 활발하게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발두인은 할레에있던 도미니카 수도원의 부원장으로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사람이었다. 메히트힐트는 1250년쯤 자신의 사상과 경험을 글로 쓰기시작했다.
메히트힐트는 두 세계 즉, 시간적으로 유한한 속세와 영원한신의 세계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녀는 얼마나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삶을 추구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춤‘ 이라는 비유를 사용했다. 춤을 출 때 발은 바닥과 완전히 꼭 닿는 것이 아니라 닿음과 동시에 발을 뗀다. 메히트힐트는 정신은 항상 활동해야 하고 멈추지않는 춤을 추며 한계를 넘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P41

마르그리트 포레트의 자유 철학은 무엇보다도 신의 사랑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 인식이 불현듯 일어나는 순간, 의지나 이성은 침묵하게 된다. 포레트는 이런 상태를 땅 위의 천국‘ 이라고 불렀다.
신비주의자 마르그리트 포레트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는 중세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좁은 시야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그들 중어느 누구도 감히 주체적인 자신만의 생각을 발표할 수 없었다.
주체적인 생각 그 자체도 그렇지만 더군다나 철학이나 신학 분야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표명한다는 것은 곧 생명이 위태로워짐을뜻했다. 그러나 포레트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당당히 주장했다.

영혼이 무엇을, 왜 두려워한단 말인가? 영혼은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물러서야 할 이유도 없다. 세계와 육체, 마귀가 네 가지 원소와 결합하고 새와 짐승, 가축이 다 함께 영혼을 밀고, 뜯고, 때리는 세계에 처하더라도 신이 그 영혼을 사랑한다면 그 영혼은 잃을 게 없다. 신은어디에나 존재하며 전지전능하고 진리이며 선이기 때문이다.
마르그리트 포레트, 단순한 영혼의 거울, - P45

1664년, 그녀는 멕시코 부왕의 왕비를 위해 일하는 궁녀가 되었다. 거기서 그녀는 더 많은 교육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667년 후아나는 카르멜수녀원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특별히 수녀원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조용한 생활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학, 논리학, 웅변술, 산수, 음악, 천문학 등의 학문을 공부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녀원의 규칙이 매우 엄격하여 그녀는 수습 기간이 지나자 그곳을 다시 떠나고 말았다. 1669년에 그녀는 성 히에로니무스의 수녀원에 다시 들어갔는데 이곳이 그녀에게는 더 적합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이 수녀원에 머물렀다.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학문은 철학이었다. 드 라 크루즈는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가 쓴 책을 읽었다. 그녀는 철학을 깊은 신앙심과 결합시켰다. 후아나 드라크루즈는 철학적 시와 단편을 썼다. 드 라 크루즈는 이성과 감성을 나누는 것을 반대했다. 그녀는위계질서를 갖춘 사고를 거부했다. 그런 그녀가 남자와 여자를같은 권리를 가진 파트너로 보았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녀는 학문을 진지하게 생각했으므로 자신에게 단연코 학문에 전념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교육은 그녀에게 있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녀는 여성 지식인들이 여자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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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5-2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데리다 안 읽어요. 들뢰즈 안 읽을 거구요. 글고 알튀세르도 꼬실 생각 마세요.
오늘 저녁에 맛난 거 먹어요. 바이!!

vita 2022-05-24 17:42   좋아요 0 | URL
안 꼬실게요. 읽다보면 언젠가 나도 읽을래!!! 하실 거 같아서 그냥 홀로 읽고 있을게요. 엄마랑 아가 데리고 갈비 뜯고 올게요~ 🥰
 
인간성 수업 - 새로운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14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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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어떤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아가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 말 그대로 사람이 사람 구실하고 살아가려면 이렇게 저렇게 배워봐야 하지 않을까. 먼지가 한가득 쌓인 말과 문장들이라고 여긴 무식함에 고개를 숙인다. 공부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인간이고 싶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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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가 놀자

여성의 삶에 대한 무지가 학계에서의 여성 배제에 의해 지탱되었다는
밀의 주장은 정확하다. 여성학을 요구하는 밀의 글이 나오고100년이 지난 1969년, 하버드 대학에는 종신재직권을 보장받은 여성 교수가 두 명 있었는데, 그나마 한 명은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통해 여성에게 할당된 자리였다. 이는 젊은 학자들을 훈련하는엘리트 대학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여자들은 교수회관에서도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만 식사할 수 있었다. 1967년까지는 학부강좌의 지정도서를 보관하는 러몬트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자료를 동일한 수준으로 갖추어놓지도 않은) 여성 전용 시설은 대부분의 강의실로부터 2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러몬트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진행되는 대형 강의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된 한 여성 조교는 도서관이 여성 출입 금지 장소로 지정되어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런 답을 들었다. "옆문으로 출입하고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마시오." 1923년부터 대학 내 인종통합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하버드도 여성의동등한 시설 이용을 거부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여성은 대학원생 장학금 수여 문제에서도 공평하게 대우받지못했다. 여성 대학원생은 연구에 도움이 되는 명예로운 여행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다. 1971년까지도 젊은 학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의 통합 학문적 연구를 지원하던 3년짜리 주니어 펠로십도 받을 수 없었다. 기혼 여성은 장학금 신청시 지출 항목에 남편의 소득을 적어야 했지만, 기혼 남성은 부인의 소득을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 - P288

분별력 있는 교육자라면 강간, 아동 성폭력,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태도를 논의할 때 특별히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형법의 많은 기초 강좌들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강간이라는 주제를 다루지 않으며, 다루는 강좌들도 신중한 강의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최초로 강간에 한 장 전체를 할애한 기본적인 형법 판례집을 펴낸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슐호퍼는 이 주제를 다루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고 강의실 안에 해당 범죄의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강의실에 긴장이 팽팽하게 유지될 때, 광범한 논의가 촉진되며 실제로 다양한 견해들이 많이 제시된다.
그러나 모든 강의실에서 이런 긴장을 이렇게 잘 다루는 것은 아니다. 내가 조사한 몇 개 대학에서 학생들은 일부 강좌가 엄격함이 결여된 치료 상담과 비슷해 보인다고 불평한다. 물론 보통 이런 강좌들은 누구나 점차 피해갈 수 있는 예외로 꼽히지만. 흔히 제기되는 또다른 불만은 어떤 강좌에서는 남학생들이 불편을느끼고, 심지어 때로는 수업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우리는 아프리카계 미국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런 관행에강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하며, 이런 사례가 점차 드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갈채를 보내야 한다. 브라운 대학에서 1994~95학년도에 진행된 ‘페미니즘 철학‘ 강좌는 수강생의 50퍼센트 정도가 남학생이었다. 이것은 굉장한 성과였다. 이 강좌에서 공부하는 쟁점들-개발도상국 내 여성의 상황, 가족 내 정의 이론, 포르노그래피, 가정폭력은 남성도 최소한 여성만큼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 P306

오킨은 저서 『정의, 젠더, 가족』에서 보여주듯이 칸트 전통에선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이런 자료에 접근하며, 여성의 정치적평등과 경제적 평등 모두에 깊이 파고든다. 동시에 이 책은 아동의 행복과 도덕교육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서 가족을 강력하게옹호한다. 오킨의 기획은 큰 피해와 불평등을 비호해온 이 제도가실제로는 정의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정의가 그 구성원이사랑을 나누고 덕을 베푸는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킨의 강의에서 읽는 자료는 대체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홉스, 로크, 루소, 밀 등 서양정치사상의 고전에서가져오며, 이와 더불어 관련 이차 문헌을 아우른다. 강의 설명이보여주듯이, 이 강의는 ‘젠더 프리즘‘을 통해 이런 저자들에게 집중하며, 그들 각각이 젠더 관계와 가족의 내적인 작동 방식에 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묻는다. 이 강의에서는 가족과 그 내부의 권리와 자원 분배가 정치이론의 중요한 주제라고 가정한다. 이에따라 당연히 주요 이론가들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묻는다.
오킨은 밀의 안내에 따라 ‘본성‘ 개념을 해부하면서 이 용어가 철학적 주장에서 얼마나 다양한 것을 의미하는지, 사상가들이얼마나 쉽게 의미를 움직이면서 자신의 주장을 무효로 만드는지보여준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것이 관습적이라는 사실로부터 그 - P318

것이 적합하고 적절하다며 마땅히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을도출한다. 그러나 관습적일 뿐만 아니라 타고났다고 해도, 그런이유만으로 ‘적합하고 적절할 수는 없다. 오킨이 되풀이하여 강조하다시피, 사람이 태어나면서 세상에 가져오는 많은 것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아, 우리는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밀이 우리에게 일깨우듯이 우리는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에 관해 도대체 아는 것이 있기는 한지 물어야 한다. 밀은 우리가알지 못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을 오직 불평등한 조건에서만 보았기 때문이다. 만일 타고난 차이가 있다고 말할 만한타당한 논거가 있다 해도, 그 차이에 어떤 정치적 무게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여전히 더 많은 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오킨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정치학의 합리적 주장을 죄다의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선생의 안내에 따라 플라톤과 밀을공부하는 학생들은 정의를 지키려면 이성의 가치를 강력하게 옹호해야 한다고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합리성을행세하거나 강변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게될 것이며, 논리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단순히 습관이나 편견에 기초한 것인지 물음으로써 어떤 주장을 해부하는 능력은 더 길러질 것이다. - P319

캘리포니아 주 퍼모나,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 퍼모나캠퍼스의 철학 교수 로리 슈레이지는 직업 지향이라는 목표에 점점 강하게 지배받고 있는 교육기관, 철학이 기본적인 자유교육의일부를 이룬다는 생각에 점점 무관심해지는 교육기관에서 철학을 지키려는 투쟁에 관해 이야기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체제는 교수진에게 굉장히 무거운 수업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철학과 여성학 양쪽에서 가르치는 슈레이지는 대부분의 다른 교수들보다 직무가 훨씬 많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매매와 여성 평등의 영역에서 법적·도덕적 쟁점에 관한 글을,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미 부여 면에서 종교적 또는 민족적 정체성이 맡은 역할에 관한 글을 써서 널리 존경을 받고 있다. 40대의 자그마한 이 여성의 에너지와 유머는 전파력이 느껴질 정도다.
슈레이지의 말에 따르면 퍼모나 캠퍼스의 학생들은 공학, 경영, 컴퓨터공학, 중고등학교 및 초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진출한다. (철학 전공자를 특별히 탐낸다고 알려진 분야인 의학이나 법학 쪽으로는 그리 많이 가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은어떤 선행 경험도 없이 그저 자기에게 너무 어려울 것이라는 생 - P437

각 때문에 철학을 두려워한다. 이 대학에는 ‘비판적 사고‘ 필수과정이 있어 여타 인문학 학과들은 그와 관련된 과목을 개설하지만대개 논리적 분석이나 논증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슈레이지와 동료들은 논리와 엄격성에 대한 철학적 관심이 특별한 기여를할 수 있다고 대학 당국을 설득하려 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슈레이지는 이것이 한 인간으로서, 또 궁극적으로 한 시민으로서 학생들에게 손해라고 느낀다. 학생들은 엄격성, 호기심, 상호 존중을 유지하면서 시사적 쟁점에 관해 토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경영과 공학 과정은 정규 과정중에 윤리학에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윤리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런 과정의 중심도 아니며 전면적으로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윤리적 논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철학이 따로 필요 없다는 학생들의 생각은 강화된다.
슈레이지와 동료들은 철학을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을 할까? 슈레이지는 미래의 공학자들과 고등학교 교사들을 자신의 과정들로 많이 끌어모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의욕에 넘쳐 정열적으로 말한다. 그는 이 분야를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미래의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예과 공부에그렇게 매달리지도 않고, 자유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가질 준비도 된 것 같다. 그래서 슈레이지는 그들을 위해 ‘아동문학으로 철학하기‘라는 강좌를 설계했는데, 이것은 L. 프랭크 바움을 비롯한 고전적인 아동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이용해 (공간과시간에 관한, 정신에 관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우정의 본질에 관한) 경이와 질문을 일깨우는 방법을 탐사하는 것이다. 모든 뻔한길이 막혔지만 슈레이지는 자신의 목표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는생각에 웃음을 짓는다. - P438

"곧 우리는 마지막 숨을 쉴 것이다." 세네카는 분노와 증오의 파괴적 힘을 다룬 논문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동안, 인간들과 함께하는 동안, 우리의 인간성을 계발하자." 미국 전역의 각급 대학들은 이 말에 담긴 도전에 응할 교육과정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을 지원하자.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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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2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사야겠어요. 불끈!

vita 2022-05-24 10:05   좋아요 0 | URL
저는 너무 좋아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다가 이런 대학교 가면 저절로 영어도 잘하고 책도 잘 읽고 토론도 잘 하고 쓰기도 잘 할 거 같지만 실상 안 그렇겠지? -_- 하고 자각하고 마사 누스바움 다른 책 펼쳐요. 그 전에 아점으로 샌드위치 좀 먹고 나가서 한 시간만 걷고 오려구요. 인공눈물 아침에 넣었는데도 저릿저릿. 먼 길거리 풍경 바라보며 쉬어줘야지 ^^ 락방님 불끈! 하면 락방님 표정 떠올라요 ㅎㅎ 점심 맛나게 먹어요!

다락방 2022-05-24 10:12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인공눈물 넣어야겠어요. 어휴 이거 습관으로 넣으라고 했는데 너무 안넣네요 저는 ㅠㅠ

vita 2022-05-24 10:16   좋아요 0 | URL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우리는 필수로 넣어야 해요. 아침에 까먹었으니까 점심 먹기 전에 얼른 넣어요!!

다락방 2022-05-24 10:33   좋아요 0 | URL
제가 간 안과 선생님은 저한테 두 번 가지고 택도 없다고 했어요. 다섯번 이상 넣으라고 그냥 계속 넣으라고 그랬어요. 후우-

vita 2022-05-24 10: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너무 자주 넣지 말아요. 하루 3번이 적당하더라구요 저는. 다회용 말고 일회용 쓰죠? 락방님 일회용 써요. 넣고 1분 동안 눈 감고 있어야 함!!!
 

성찰하기 - 교육

민주적 선택을 그저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충돌로만 생각하면 다른 통치 형태보다 민주주의를 선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힘을잃는다. 반대로 한층 더 소크라테스적인 방식으로, 민주적 선택을 전체의 선에 관한, 숙고에서 나온 판단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주장이 훨씬 탄탄해진다.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를 선호한것은 민주주의가 훌륭하기 때문이며, 민주주의가 훌륭하다고 생각한 것은 민주주의가 모든 시민이 함께하는 숙의와 선택의 힘을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그의 주장은민주적 선택에 관한 그의 생각, 그리고 이런 선택과 관련된 도덕적 능력에 대한 그의 존중과-당시의 그 능력의 발전 수준에 대한존중은 아니겠지만ㅡ쉽게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민주주의에서 교육이 그렇게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더없이 중요한 일을 맡겨놓기만 하고 그들을 교육하지는 못하는 것을 매우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느 저명한 시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일 자식이 망아지나 송아지라면 그야말로훌륭한 조련사를 반드시 찾아내려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자녀교육은 등한시하며, 그냥 말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에게 되는대로넘겨버리는가? 귀족정치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또 민주적 선택이 정말 그저 지식에 기초하지 않은 이해관계의 충돌에 불과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주정치에서도 이런 질문들은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요구를 마음에 새겨야 하는이유는 우리가 민주적 숙고라는 더 풍부한 개념-미국의 헌법 제정자들이 스스로 고대 그리스 자료를 읽어서 끌어낸 개념을 소크라테스와 공유하기 때문이다. - P57

기원전 4세기 초부터 중반까지 집필 활동을 했던 플라톤은 다른 문화, 특히 스파르타, 크레타, 이집트 문화에 관한 연구를자주 언급했다. 국가에서는 스파르타의 관행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 책에 쓴 이상적 도시에 대한 계획은 다른 지역의 관습들에대한 사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역사와 타 문화에 관한 사유가 비판적 사유를 일깨우는 방식을 보여주는 특히 매력적인 한 가지 사례는 『국가』제5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등장해 여성에게도 교육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장면인데, 이는 서양 전통에서 그러한 주장의첫번째 예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우선 여자가 남자와 똑같이 신체적·지적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아테네 사람들 대부분에게 매우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여겨지리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문화 비교에 관심이 있는 아테네 사람들은, 여성이 아테네에서처럼 속박당하지 않고 다방면의 체육 훈련을 받는 스파르타에서는 그런 생각이 별스러운 것이 아님을 알았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어 대화 상대인 글라우콘에게 여러 좋은 것들도 한때는 이와 마찬가지로 괴상해 보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아테네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남자다움의 규범으로 상찬하는공적인 나체 운동도 한때는 낯설게 여겨졌으며, 옷을 여러 겹 입는 관습도 지금은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한때는 자연스러워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동 경기에서 옷을 벗는 관행이 한동안 시행되자 그 장점들이 분명히 드러났으며 마침내 "부조리하게보이던 것이 최선에 대한 이성적 판단의 영향으로 쓸려나갔다"는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여성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지금당장은 부조리해 보이지만, 관습 그 자체에서 우리가 고수해야 할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지적·신체적능력을 계발할 기회를 여성에게 주지 말아야 할 그럴듯한 이유가 정말 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96

그러나 ‘세계시민’이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은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아니다. 그 사람은 키니코스학파의 디오게네스다. 디오게네스(기원전 404-323)는 관습과 지위를 이용하면 쉽게 받을수 있는 보호를 박탈당한 삶을 살았다. 그는 고향 도시에서 망명을 택했고, 자유를 잃을까 염려하여 부자와 권력자들의 보호를 대담하게 거부한 채 빈곤하게 살았으며, 관습과 안락에 대한 경멸을보여주기 위해 시장에 있는 통을 ‘집‘으로 삼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빈곤을 정신과 말의 독립과 연결시켰으며, 말할 자유가 "인간 삶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소문에 따르면 한번은 플라톤이 그가 상추를 씻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가 디오니소스의 비위를 맞췄다면 상추나 씻고 있진 않을 텐데."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대답했다. "당신이 상추를씻었다면 디오니소스의 비위를 맞추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는종속으로부터의 자유가 철학적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그를 망명자라고 비난하면 그는 바로 그것 덕분에 자신이 철학자가 될 수 있었다고 대꾸했다." - P98

‘문화의 만남’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제기한 논점들로 돌아가게 된다. 프로그램 설계자들은 ‘다문화주의’를 정체성 정치의 한 유형으로 생각하는 접근 방식을 단호히거부하는데, 그런 다문화주의에서는 학생들이 모두가 문화에 대해 제 주장만 하는 장터라는 인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상상력이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를 수 있다는 가르침, 그리고 문화를 가로지르는 이해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많은 지역적 차이 속에서도 어떤 공통의 인간적 요구와 목표를 인정해야 가능해진다는가르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헤로도토스에서 시작된 고대 그리스 전통의 많은 부분과 마찬가지로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다른문화와의 만남이 성찰하는 삶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한다. 이 철학자들은 그리스 전통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전 세계 인류의 삶에서선한 것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방식이 무조건 선하다는 믿음을의심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 P135

만일 문학이 인간 가능성의 표현이라면, 우리가 선택한 문학작품은 필연적으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일 수 있다는 우리의 감각에 응답하는 한편 그런 감각을 더 발전시킬 것이다. - P167

이런 대립을 일으키는 쟁점에 대해 발언하는 필자라면 누구든 쟁점과 관련해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밝혀야 한다. 1960년대 초, 펜실베이니아 주 브린마에 살던 시절에 알고 지낸 흑인은 하인들밖에 없었다. 또래 친구였던 흑인 해티는 아주 부유한 이웃집 입주도우미의 딸이었다. 열 살 무렵이었을 텐데, 한번은 거리에서 함께 놀던 해티에게 우리 집에 가서 레모네이드를 마시자고 한 적이있다. 조지아 주에서 성장한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다시는 흑인을 집에 초대하지 말라고 했다. 학교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내가 다닌 사립학교에서 흑인은 주방 직원들뿐이었고, 공부를 할 때는 그들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였다.
역사 시간에는 노예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은 물론 나중에 웰슬리 칼리지와 뉴욕 대학을 다닐 때도 흑인 작가가 쓴 문학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 W. E. B. 듀보이스, 프레더릭 더글러스, 부커 T. 워싱턴, 리처드 라이트, 랠프 엘리슨, 조라 닐 허스턴 등 이 모든 이름을 알지 못했다. 어디에서도 이들을공부할 수 없었다. 아무도 이들을 절대 가르치지 않았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는 뉴스에 나오기 때문에 모를 수 없었지만, 아버지는 그를 공산주의 선동가라고 했고 선생들은 관련된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재즈는 20대가 되어서야 처음 접했다. 재즈야말로 어린 시절 연주하고 노래했던 (코플런드, 라벨, 번스타인, 풀랑크가 작곡한) 모든 현대 고전음악의 주요 원천이었음에도 피아노와 성악을 가르쳐준 그 많은 음악 선생 가운데 재즈를 언급한 사 - P230

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면서도 흑인과 격리된 학문 생활은 계속되었다. 20년 동안 철학과와 고전학과에서 가르친 흑인 대학원생은딱 두 명이었고 흑인 동료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 재직 중인 로스쿨에서도 흑인 동료는 두 명뿐이다. 그중 한 명인 객원교수는내가 가르쳤던 흑인 두 사람 중 하나다. 필수과목이 아니라면 철학 수업을 듣는 흑인 학생은 거의 없으며, 지금 로스쿨 수업에서도 흑인 학생은 보기 어렵다. 나는 주로 읽고 상상하며 상황을 파악한다. - P231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인간도 인종차별 때문에 심오한 문화적 소산에 접근하는 것이 차단되는 일이 없는 세계를 꿈꾸었던 W. E. B. 듀보이스의 비전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앉아 있고 그는 움찔하지 않는다. 나는 피부색의 장벽을 넘어 발자크며 뒤마와 팔짱을끼고 다니며, 그곳에는 미소짓는 남자들과 환영하는 여자들이 금박을 입힌 홀 안을 미끄러져 다닌다. 사지 튼튼한 지구로부터, 그리고 별들로 장식된 창 사이로 흔들리는 저녁의 동굴로부터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아우렐리우스, 또 누구든 내가 원하는 사람을 불러내며, 그들은 그어떤 경멸도 생색도 않고 아주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내게 다가온다. 나는 그렇게 진리와 결혼하여 베일 너머에 살고 있다. 이것이 네가 우리에게 주기를 아까워하는삶인가, 오, 기사 같은 아메리카여?37 - P267

여성이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차치하고 그냥 지금까지 그들이 존재해온 방식과 현재 존재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만 보더라도, 여성에 관해 남성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형편없을 정도로 불완전하고 피상적이며, 여성 자신이 직접 해야 할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는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주장해도 무리가 없을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여성의 예속』 (1869)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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