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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 학생과 문화
피에르 부르디외.장클로드 파스롱 지음, 이상길 옮김 / 후마니타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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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무엇을 상속할 것인지 택하고 결정하는 건 상속자들의 몫이 아니다. 그들은 물려받은 그 유무형의 것들로 사슬보다는 날개로써, 하지만 명명하는 건 마치 사슬인 것마냥 우쭐대며 부끄러워하며 겉멋을 부리기 마련이다. 시대가 바뀌고 장소가 바뀐다고 해도 변한 건 없다. 욕망이 그러할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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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라는 걸 어디에 둘 수 있느냐, 이런 건 없다고 보지만 살아가다보면 그걸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계기들이 생긴다. 누구를 만나느냐, 누구와 사느냐, 누구와 이야기를 하느냐, 어느 곳에서 일을 하느냐, 무엇을 읽느냐, 어느 지점에 분노하느냐 등등. 그러니까 다와다 요코가 말한대로 '우리는 바다를 항해하게 되는데' 바다를 항해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고 함께 하는 이들과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를 선택하고 결정하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을 하는지 아니면 내가 착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존중을 받는 위치에 있다보면 누구나 남녀노소 차별하지 않고 마주하는 이들 모두를 존중할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그렇게 배웠지만 그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노망과 야망의 차이가 단지 한 글자는 아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젠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그저 젠더' 따위에 신경을 쓰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거 아니냐고 나보다 정확히 열 살 많은 선배들이 이야기를 하던데 너희들에게는 '그저 젠더'잖아. 나한테는 '그저 젠더' 따위가 아니고. 그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거야? 따질 수는 없었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갱년기에 다다른 더 이상 젊지 않은 유색인 여성으로서 다시 정체성의 개념에 다다른 오늘 오후. 커피가 어느때보다 더 달고 더 쓰더라. 









사실은 언어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것, 명명되지 않은 것, 어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타락했음‘이 점점 분명해지죠. 하지만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하는 이 언어 바깥에는 다른 언어가 존재하지 않아요. 따라서 더 깨끗한 언어의 존재를 믿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더 나은 언어를 발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는 이 단 하나의 ‘타락한‘ 언어로만 말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러한 언어를 미화하지 않고서 말이죠. 그래서 이러한 언어 자체를 말하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시위가 됩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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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10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업으로 어떤 사람을 묶어두는 게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그게 유효한 세상이구요. ‘당신이 어디 사는지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는 기막힌 아파트 광고인데 실제로 사람들은 그걸 실천하고 살고요. 저 역시 완벽하게 자유롭다... 그렇게 말할 수 없을테고요.
젠더는 워낙 두텁게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으니깐.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은 그렇게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2-11 15:13   좋아요 1 | URL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기에 더 많이 더 자주 말씀하시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경계와 무관하게 언제나 성실하게 탐구하는 단발님 모습을 보면 경탄스럽기 그지 없어요. 넌 많은 것들을 하염없이 누리면서도 언제나 불평불만이구나, 라고 말한 엑스가 떠오르네요. 뜬금없어 엄청 웃기만 했어요.

그나저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군요. 🥰
 





흥미로운 구절들, 오랜만에 읽는 다와다 요코. 언제나 읽어도 즐겁다. 

안네 듀든 메모. 고양이가 혀를 날림거리면서 손바닥을 핥는다. 

더할나위 없이 취약성이 묻어나는 여린 몸짓들. 

그 와중에 선과 악이 동시에 피어난다. 


가야 할 방향을 이미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계속 그 길을 가던 이는 한밤중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 방향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쪽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걸어온 길이 너무 멀고 깊어 다른 길로 방향을 틀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겨우 반백을 살아왔으면서 누가 누구의 삶을 재단하고 평할 수 있을까.

어떤 방향성도 무관하다 여기면서 실은 어떤 방향만을 옳다고 여기는 아집이고.

꼭 당해야 아냐? 라는 말을 나에게 조언으로 해준 사람에게 하고픈 말은 

응, 난 당하고난 후에야 아는 사람, 그러니 어리석게 언제나 뒤늦게 알고 

그걸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왜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 같은 줄 알까? 


다와다 요코 문장들 읽다가 웃음 계속 나오니까 아이 왈, 그리 잼나나? 

다가와 책제목 보고 기겁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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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2-09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읽으셨다니 역시! 😍

수이 2026-02-10 09:16   좋아요 1 | URL
읽고 있습니다 ☺️ 일본 여행 잼나게 다녀오세요 건수하님

건수하 2026-02-10 09:40   좋아요 1 | URL
넵!

단발머리 2026-02-10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코는 안 읽어봤는데 올려주신 그림이.... 너무 흥미로운데요. 새이고, 말이고, 사자이고 그런거네요? ㅎㅎ

수이 2026-02-10 09:17   좋아요 1 | URL
표지 마음에 들어요. 내용은 더 좋구요. 오늘도 춥습니다 🥺
 






따지고 들자면 무언가를 상속받았을까 궁금해지기도. 또 병이 도졌구나, 라고 동생이 말했다. 푸훕,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늘의 끌리는 책을 집어들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쭉쭉 읽혀서 즐겁다. 결국 계급성의 차이인 건데 어느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지 그래서 정확히 어딘가에 있는지 헤아리는 수고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런 걸 매번 따지는 건 피곤한 일. 읽다가 눈길이 오래 가는 구절들 찍어 올린다. 아이는 내 무언가를 상속받게 될까? 교수인 사촌이 아이 교육을 위해서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이모에게서 들었다. 굳이? 물었더니 이렇게나 자식 교육에 관심이 없어서야, 라고 이모는 혀를 쯧쯧 찼다. 이럴 때는 내가 이모보다 더 옛날 사람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의 하루 스케줄은 빡빡하기 그지 없다. 안식년을 맞이해서 사촌은 바로 미국으로 갔고 조카는 꽤 수준 높은 사립학교에서 천국과 같은 생활을 누리고 귀국했다고 한다. 있는 자들이나 없는 자들이나 모두 자식 교육에 혈안이다. 나도 분발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긴 먹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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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0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 자식 교육에 혈안인거 이해하고, 그리고 그럴 수 있다 생각하는데, 왜 이부진 아들이 공부 잘 하냐며!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소리쳐 외쳤습니다.

빨간책, 저도 있어요^^

수이 2026-02-06 16:53   좋아요 1 | URL
아몬드 먹으면서 입시 지옥에서 탈피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부진 아들은 휴대폰을 3년 동안 안 쓰고 게임을 3년 동안 끊었다고 하더군요. 스마트폰을 없애십시오 단발님 하하하. 저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으나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지, 길찾기 제일 잘 이용하는데 싶어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안 읽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단발머리 2026-02-06 17: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제 말이요 ㅋㅋㅋㅋㅋ 제가 핸드폰 반납한 사람들 여럿 알고 있고요. 또 그게 효과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요. 그런 결심을 어떻게 이부진 아들이 했냐 하는 겁니다. 저는 ‘결핍‘이, 혹은 ‘결핍‘이야말로 변화의 가장 큰 동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결핍이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이 무슨.... 없는 경우입니까.

너무나 궁금한 것 말입니다. 진짜 궁금해요, 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2-06 17:15   좋아요 1 | URL
결핍은 음 글쎄요. 이게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핍보다는 동기부여인 거 같은데요. 이부진 아들이 한 이야기로는 3년 동안 그렇게 도파민을 끊고 이런 결과를 얻고난 후의 도파민도 꽤 가치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걸 어린 나이에 알다니 역시, 하고 감탄했습니다. 결핍 말고 동기 부여로 가보시지요.

단발머리 2026-02-06 17:18   좋아요 0 | URL
전…. 결핍으로 봅니다 ㅋㅋㅋ 아, 뭔가 밑줄 가져오고 싶은데 생각나는 책이 없네요ㅋㅋㅋㅋ메롱! 🤪☺️😎

수이 2026-02-06 17:37   좋아요 1 | URL
밑줄을 기다리겠습니다. 근데 결핍, 중년이 생각하기엔 좀 고달퍼요. 아니면 귀찮든가 아 이게 더 솔직한 거 같은.

2026-02-06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06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월과 3월에 걸쳐서 자아란 무엇인가? 그 질문 하나로 가보기로. 찰스 테일러 책만 덜렁 놓고 가기가 그래서 오늘 산 책들을 함께 올려놓고 간다. 입춘이다. 봄에 들어선다. 암에 걸린 친구가 가슴 하나를 통으로 도려냈다. 한 시간이 넘도록 같이 수다를 떠는 동안 몇 번이고 숨이 넘어갈 뻔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 라면서 친구는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이 시대에 자아는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가보기로. 친구 하나가 나를 보며 맨날 하는 소리가 사랑이 넘쳐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전혜린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이 언니야말로 사랑이 너무 넘쳤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곧잘 한다. 그 표현 방식이 과격하고 감성적이어 주변인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했던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영혼을 어떤 식으로든 보다듬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 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싶기도 하다. 시대는 어떤 식으로든 그 모습을 바꾸면서 흘러갈 것이다. 이 지상에서 이 무너져내려가는 육체를 갖고 무슨 일을 하든. 이솔의 문장들을 친구에게 읽어주는데 친구가 잔뜩 들떠 이야기했다. 나 말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일을 해볼래. 애 셋 키우느라 그걸 깜박하고 살았어. 막내 스무살 되면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 그걸 시작해볼래, 라고. 친구 대답을 듣고 덩달아 나도 들떴다. 겨울이 끝났다. 봄이 시작된 거니 딱 옳은 타이밍이야, 라고 친구에게도 말했다. 욕망이 많아 그 드글거리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혼들도 있으니 그들에게도 이 봄을 허락하소서,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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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04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봐도 두꺼워 보이네요. 불안한 현대 사회,가 주식 때문에 더 불안해질지, 덜 불안해질지 궁금하기는 한데, 이 책이 몇 쪽일지 더 궁금하네요*^^*

수이 2026-02-04 21:11   좋아요 1 | URL
완독 못 하면 엉덩이 100대 맞기로 했습니다 단짝이랑. 엉덩이 100대 노노. 다들 주식으로 이렇게 돈을 펑펑 버시는데 저만 흑흑, 자본주의 타도를 위해서 앞장을 서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 흑흑.

책읽는나무 2026-02-04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입춘인 걸 저도 딸을 통해서 저녁에나 알게 되었어요. 입춘!
밖엔 아직 쌀쌀한 것 같던데 벌써 입춘이라니!
그동안 잘지냈나요?
여전해 보여 보기 좋네요.^^
입춘 날엔 싸워도 안 되고, 쓰레기도 버리면 안 된다고 딸이 그러던데…생전 처음 듣는 말이라 쟤는 어디 sns를 찾아보고 하는 말인 걸까? 싶다가도 실행하면 참 좋은 두 가지라 두 개다 실행했다죠.ㅋㅋㅋ
그리고 자아 찾기도 함께 곁들이면 더 좋을 것도 같군요.^^

수이 2026-02-05 10:24   좋아요 2 | URL
나무님 잘 지내고 계시죠? 안 그래도 댓글 쓰다 지웠다가 쓰다 지웠다가 책나무님 공간에서 그러다가 에잇 하고 안 썼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댓글 있어서 혼자 어머나 통했나 마음이, 했어요. 입춘에 싸움은 안 했는데 쓰레기는 엄청 내다버려서 아이쿠나 하고 있어요. 자아 찾기를 입춘에 시작하다, 이것도 좋네요. 물론 매일 살아가는 일 자체가 자아 찾기의 일종인 거 같기도 해요. 오늘 최고기온이 엄청 높더라구요. 그래서 좀 달려볼까 했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달리기는 포기하고 청소기 돌리고 댓글 쓰고 있어요. 오늘도 안온하게 하루 보내시기를요. 종종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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