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트리 하우스 읽자 했는데 매직 트리 하우스가 재미가 없는건지 아직 실력이 없는건지 그건 모르겠지만 역시 고양이에 약한 민이는 이 책 읽어보고 싶어! 소리를 질러서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 했지만 읽어보고싶다 해서 첫 영어책 읽기 도전하기로. 아직 영문법 기본도 떼지 않은 상태이지만 사랑하는 고양이 이야기여서 그런지 눈을 반짝거리면서 모르는 단어를 마구 사전에서 찾는 모습이 귀엽다. 그럼 넌 이 책을 읽고 나는 이 책을 읽자! 하고 둘이서 사이좋게 삼십분 동안 읽고 이제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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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억이란 상금을 받은 소설, 내 기억으로는 고등학교 다닐 때 읽었다. 도서관에 미친듯 다닐 때였으니 도서관에서 빌려서. 사서 언니(그때는 언니라고 불렀다)가 음 네가 읽기에는 아직 무리인데 하고 빌려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끈질기게 설득해서 빌려 읽었다. 언니오빠들의 세계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밤을 지새워 읽던 기억. 그런데 내용은... 가물가물 기억이 거의 안 나네요. 하고 절망해하고 있다가 나귀 등에 올라 길을 가는데 나귀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어기영차 기운차게 낑낑거리며 내 뜻과는 전혀 다른 길로 나를 이끈다, 이것이 바로 인생_ 운운하는 이 문장을 읽는데 퍼뜩 그건 또 기억이 난다. 오 신기해 기억력이란. 시대가 시대였던 탓도 있지만 그때 정말 김형경 좋아서 미친듯 읽었던듯. 언젠가부터 심리 에세이만 쓰셔서 그것도 다 찾아 읽고 그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아지기는 했지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는 다른 손짓, 그래서 거부감도 가지면서. 이십대 후반에 우연히 소설가와 직접 마주할 일이 있었는데 너무 우아하고 너무 젊게 보여서 놀라워했던 기억만 난다. 가서 선생님, 저 팬이에요_라고 말도 못했다. 당시 만나던 친구가 김형경 광팬이었던지라 막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거 보고 어랏 하고 질투했던 기억만. 그리고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남자가 이 책 나 사줘_해서 오 누나가 고딩 때 읽었던 소설이로구나 하고 잠깐 아는 체를 하고 주문. 그리고 남자가 읽기 전에 내가 먼저 읽는다. 김형경 겁나 좋아_라고 소년 같은 표정을 짓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나는 김형경 소설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남자들과 엮일 운명인 건가 으흠 하고 라떼를 마시다 말고 명상하듯 먼 산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국문학과 졸업한 옛날 애인도 김형경 좋아하나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지만 참는다. 이별한지 넘 오래 전이라 이런 걸로 전화를 한다면 날 대체 뭘로 보겠어. 하지만 궁금하긴 하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이유경 독서 에세이에 실린 글을 읽다 말고 궁금하고 궁금해서_ 동네 도서관 검색해보니 있어서 날렵하게 다녀왔다. 휘리리리릭 하고 도서관 옆에 와플 가게에서 와플 사먹는 것도 깜박 하고. 동네 도서관 다녀오는데 문득 종로도서관도 정독도서관도 다 가고 싶어져서 몸이 근질근질거리는 걸 꾸욱 눌러 참았다. 목적지는 항상 도서관이나 집이었지만 그토록 무수하게 헤매이고 헤매였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또 아련하고 아프고 쿡쿡 통증도 느껴지고 그래서 일부러 도서관에서 나와 과일을 사러 갔다. 과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 죽겠다. 

   


  

























  


인생이란 나를 등에 태운 나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는 거지. 운형은 다짐하듯 다시 한 번 그렇게 생각해본다. 고집 센 나귀는 결코 등에 태운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더구나 요즈음은 그 고집 센 나귀가 눈마저 멀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 P37

"단순하게 생각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너무나 오랫동안 자신을 억눌러왔어요.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다른 데 있는데 지금, 이곳에만 매달려 있었어요. 이제부터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만 하세요. 자신의 내부에 있는 악의나 파행성을 인정하세요. 정신적인 수행과 병행되지 않은 금욕은 본성을 갉아먹고 기어이 광기로 폭발하고 맙니다. 우선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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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정말 좋아하실거에요, 수연님.
:)

수연 2020-10-22 15:11   좋아요 0 | URL
독서 공감 다 읽고 읽으려구요 :)

stella.K 2020-10-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형경 언니닷! 형경 언니 소설 좋죠?
저도 전작하고 싶은 작간데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이 있어요.ㅠ
이 언니 요즘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한때 열심히 쓰는 것 같은데 지금도 쓰고 있나?

수연 2020-10-22 21:57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좋아했는데 지금은 다시 읽고난 후 봐야할 거 같아요 ㅎㅎ 지금은 소설 안 쓰시지 않나요? 모르겠어요;;;

바람돌이 2020-10-2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 책을 분명히 읽었던거 같은데 왜 기억이 안나지???? 나이들어 슬퍼지는건 읽었던 책들이 기억이 안난다는겁니다. ㅠㅠ

수연 2020-10-22 21:5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만 그러시는 거 아니잖아요 ㅋㅋ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 어차피 계속 읽을 텐데요 뭐 ^^
 
환상 해결사 - 제2회 No.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강민정 지음, 김래현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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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깨비 인간과 늑대 인간의 우정, 인간사에 환상이 없다면 이 또한 아니될 말이라고 프로이트 옹이 그러셨던가. 그들은 환상의 짝꿍이 되어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딸아이가 어느 맥락에서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알았다. 역시 우리는 동물에 약한 인간들. 늑대 인간 친구 나두 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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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이 좋아하는 [환상 해결사]를 읽는다. 제발 읽어줘, 엄마_라고 하니 별 수 있나, 벌써 일주일 동안 기다리게 했다. 그래서 어제 아무 기대 없이 휘리릭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빠져들어서 재우는 것도 깜박 하고 80쪽까지 읽었다. 딸아이는 신나서 잼나? 재미있어? 짱이지? 라고 계속 물어보았다. 응, 내일까지 읽어볼게, 그리고 함께 이야기하자 했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꽤 근사하지.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친구의 여친과 함께 처음 만난 자리, 어색해서 서로 맥주잔만 비우고 그랬는데 우연히 지금 읽는 책 이야기를 꺼냈고 친구의 여친 눈동자가 커다래지면서 저도 그 책 읽어요! 그래서 서로 소설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 쿵짝이 잘 맞아서 언니동생 하자 했던. 지금은 그 친구도 그 친구의 여친도 모두 연락이 끊겼지만 환상 해결사 읽다가 민이 반응 보다가 아침 문득 그 장면이 떠올라서. 날이 서서히 추워지기 시작한다. 새벽 일찍 알람이 울렸는데도 그냥 자고싶어서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다.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뜨끈한 코코아가 담긴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우리는 모두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하고 중학생 때 캠핑 가서 나 혼자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모두 다른 길을 제각각 걸어가겠지만 모두 다정한 사람이 된다면 좋겠다, 그래서 우연히 다시 마주해도 서로의 어린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아 이런 사람이 되었구나 미소지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니 서로 다른 친구들을 사귀며 살아가겠지만 모두 다 건강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 모닥불 앞에서.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잘 지내는가? 물었더니 그렇다고_ 그리고 그가 한 말, 언니, 우리 15년 만에 이야기하는 거야. 라고 알려줘서 깜짝 놀랐다. 시간이란 뭔가. 15년의 공백이 있으니 어떻게 그가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게 그는 아직도 15년 전의 머리카락 찰랑찰랑하고 똑똑하고 유머러스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웃음소리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 나란히 서서 겨울 하늘 아래 담배를 태우던 사진이 내게는 아직 남아있다. 그걸 누가 찍어주었지? 기억 안남. 오늘은 사람 장소 환대 좀 읽어야지. 





 



 



















  "순간, 겨울이는 집 안이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빼고 아무도 없는 집.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쓸쓸한 집. 저번 주까지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 함께 있었다. 잠시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와도 '우리 강아지 다녀왔니?' 하고 반겨 주었다. 그렇게 늘 온기와 말소리가 가득했던 집이었다. 그러나 이젠 달랐다. 할머니의 입원 뒤로, 겨울이의 집은 빠르게 조용해졌다. 

 지금 이 순간, 왜인지 겨울이는 이 조용한 분위기가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고 슬펐다. 왜 이렇게 쓸쓸해져 버렸나. 그 이유는 명확했다. 괴물개가 할머니를 공격해서. 겨울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처럼 괴로운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랐다. 그런 생각에 이르렀다가 문득 조금 전 골목에서 보았던 어린 자매의 모습이 떠올랐다. 겨울이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아까 전에 왜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을까? 그냥 산책로에 가지 말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됐는데. 아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혹시 산책로에 있는 건 아니겠지? 

 뒤늦은 걱정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서둘러 튼튼한 운동화를 신고, 난장으로 풀어놓은 머리를 하나로 단단히 묶으면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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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0-2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사람이 아무래도 최고죠??
그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처한 상황에 무관하게 시종일관 다정하기...

수연 2020-10-22 09:25   좋아요 0 | URL
다정하면서도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사람 ㅋㅋㅋ 이상형이자 이상향_ 어차피 인생은 고되니까 고된 와중에도 그런 이들이랑 같이 지내면 그것도 행복한 삶 ^^
 





 이사를 가기 전에 항상 책장 사진을 찍어놓곤 했는데 올해에는 그런 것들 없다. 이건 옛날 사진. [행복의 조건]을 추천받아서 곧 읽어볼 계획이다. 인스타그램을 못해서 그런가 알라딘 엄청 들어오는듯. 켁.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매년 같은 날짜에 찍은 사진이 있으면 5년 전 이 날 당신은 이런 사진을 찍었지요_ 하고 알람을 해준다. 4년 전 어제 찍은 사진이라고 인스타그램에서 알려주어 응? 하고 가서 확인하고 마상 입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품었던 때. 스스럼없이 좋아한다고 서로 그랬던 친구랑 나란히 사진을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친구는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을 빼앗으려고 차근차근 준비작업을 하던 때였다. 그 모든 고통을 겪고난 이후에 타인에 대한 환멸이 어느 정도 크기였는지는 아직까지 묘사가 불가능하다. 웃고 있는 사람의 아름다운 얼굴이 하나의 가면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마상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여겼지만 어제 알람을 받은 순간 내 손에 칼이 쥐어져있다면 난 이성이란 걸 놓을 수도 있겠구나 깨닫고 마상이 회복되기는 커녕 전혀 되지 않았구나 알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잔인한 말은 그때 모두 내뱉었던 것도 같다. 퓨즈가 나간 인간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갈 수 있는지. 해남 땅끝마을에 자그마한 오두막을 지어놓고 여생을 보내자_는 말을 들었다. 나는 시티걸이지만 오두막 주변을 중심으로 하나의 시티를 만들어보는 것도 근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늙어서 파파할머니가 되어서도 왜 무언가 일을 벌리려고 난리란 말인가? 는 말도 들었다. 왜 그런가. 혹여 그것은 행복의 조건들 중 하나가 아닐까.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공부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면 좋은 사회가 좋은 것이다. 늙고 병든 인간을 고물 취급 하며 폐품 취급 하며 골방에 가둬놓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는 건 인간이 할 노릇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경우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돈이 많이 있건 돈이 하나도 없건 그런 거랑 무관하게. 인간들은 홀로 살아가건 집단으로 살아가건 결국 원 안에 있구나 그걸 알게 된 건 꽤 어린 시절부터였는데 고통을 겪고 실패를 겪고 환멸을 겪고난 후에도 다시 그 문장으로 돌아가곤 했다. 인간은 결국 인간들로, 그 원 안으로. 원과 원 사이마다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문들이 있는데 그 원과 원이 맞닿을 적마다 숨어있던 문들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점은 그 문을 열고 옆에 있는 원으로 들어간다. 서로 방문을 하다가 우정을 쌓고 사랑을 쌓고 가족이 되고 연인이 되고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물론 그러다가 마상을 제대로 입히는 경우는 허다하기 마련인지라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일 수도. 그 문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점의 마음도 이해해줘야 한다. 그 시멘트가 자살이 될 수도 있고 영원한 고립이 될 수도 있지만. 시멘트로도 덧가려져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문을 또 누군가는 끈질기게 찾아내서 시멘트를 깨부수고 자물쇠를 열고 열리지 않는 문을 기어코 열려고도 한다. 그런 게 또 인간의 모습인지라. 언니에게서 [행복의 조건]을 추천받았다. 뭔가 주절거리고 싶어져서 맥락없이 주절주절. 원 하나를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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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의 조건 읽으면서 수시로 페이퍼 작성해주세요, 수연님. 괜찮으면 저도 읽어보려고요. 행복해야지.
행복합시다, 수연님. 행복하자요, 우리.

수연 2020-10-21 08:47   좋아요 0 | URL
언니랑 만나면 책 준다고 해서 언니 만날 날 기다리고 있어요. 읽고 페이퍼 쓸게요, 약속, 다락방님. 응, 더 행복해지자,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봐요 우리.

2020-10-2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1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