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좋아하는 외국어를 하나 익혀 내 나라 말이 아닌 낯선 외국어로 소통을 하고 의사 표현을 하는 걸 로망으로 삼는 건 어떠한가?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은 어느 누구도 쉬이 판단내릴 수 없는 일이고. 인생은 롤러 코스터를 타는 일과 같다. 위로 올라갈 때가 있고 아래로 추락할 때가 있다. 한없이 추락하는가 싶은데 또 위로 치솟는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매일 사용하는 삶이란 어떠할까? 내 나라에서 살면서 모국어로 생활을 해도 외국어를 매일 익히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외국어와 함께 하는 인생이다. 반대로 외국에서 살면서 그 나라의 말로 영상을 시청하고 라디오를 듣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동료들과 일을 한다고 해도 퍼뜩 떠오르는 나의 생각과 느낌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건 모국어이고. 여기 모국어와 외국어로 나날들을 이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곽미성의 [언어의 위로]의 부제는 다음과 같다.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프랑스 영화에 반해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를 시작한 한 소녀는 어느덧 나이를 먹어 프랑스 파리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프랑스인 남자와 함께 살아가며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그 프랑스어는 아직도 그 소녀(이제는 나이를 먹었지만)를 가끔 쩔쩔매게 만든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나는 프랑스어 앞에서 쩔쩔매게 될듯 하다고 글쓴이는 이야기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프랑스어가 '삶에 스며드는 과정에 대한 고찰'을 담았고 2부는 프랑스어를 만나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 프랑스어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동안 글쓴이의 '가치관을 흔들고 시야를 확장시킨 순간들에 관한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읽는 동안 에세이스트 전혜린이 떠올랐다. 전혜린의 외국어에 대한 강한 애정은 익히 유명하다. 소녀 시절부터 지적인 호기심으로 외국어를 익히기 시작한 전혜린이 겹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낯선 세계에 대한 열망과 모르는 것에 대한 앎의 욕망은 언제나 소녀 시절에 찾아오는 것이기에. 더 알고 싶다, 그 낯선 말을 내 것으로 삼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 또한 소녀 시절에 시작된다. 그 소녀 시절이 중년의 나이에도 불쑥 겹쳐지기도 하고. 글쓴이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양이를 찾아 탐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 어느 곳에도 성공과 실패의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고 우리는 각자의 다양한 생김새 그대로 자신만의 고양이를 찾아 길을 떠날 뿐이다. 배움은 끝이 없고 그 배움의 활자들이 한국어일 수도 있고 외국어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둘 모두일 수도 있고. 외국어에 관심이 있는 그대라면 시간을 내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가볍게 차려입고 보다 더 경쾌하게 내 고양이를 찾아 길을 떠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 아가들 대상으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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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2-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국어에 정말로 관심이 없어서.... ㅠ..ㅠ (이런 것도 성향일까요?) 수이님의 이런 외국어 사랑과 듀오링고 점수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런 수이님을 친구로 가까이 두었으니, 저도 외국어가 열어주는 세상과 해방감을 곁눈질해볼 수 있어 좋아요. 좋다요.
 
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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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뻔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빠져나오기로 결심하면서 만일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선택 이후에 내 나날들은 어떻게 될까, 자문한 적이 있다. 나는 그를 믿지 않고 그러기로 선택한 나를 믿기로 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어떻게 이민을 가기로 결정한 건지 물었더니 오늘 처음 본 친구가 말했다. 저는 저대로 길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유한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안락한 생활을 해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어쩐지 제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민을 결정하고 부모님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시는데 그 집에서 편히 살아가는 게 죄스러워서 집을 나온지 이제 6개월이 넘었는데 그래도 굶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게 스스로도 좀 신기하긴 해요. 같이 담배를 태우는 동안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두가 아는 뻔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빠져나오기로 결심했던 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다가 알았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곽미성의 짧은 이야기를 훑고난 후 이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할 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말을 하기 전에 문득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_는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거 같았다. 나는 나의 낯선 고양이를 찾아 나서기로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구나, 라는 걸 늦은 저녁 귀가하는 동안 알았고. 우리가 서로에게 침묵으로 말을 건네는 동안 주고받는 것들이 무엇일까, 그것이 단순히 의미가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무의미해보이는 제스처가 왜 우리에게는 하나의 의미로 새겨지는 걸까. 광목천으로 엉성하게 만들어진 커튼 아래에서 과연 무얼 말하고자 하는 걸까. 수업 시간에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는 보헤미안 스타일을 좋아해요, 말하니 선생님은 물었다. 하지만 수연씨는 항상 단아하게 입고 다니잖아요? 라고. 이건 제 스타일이 아니예요, 여기에는 눈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무난하게 입고 다니는 거예요. 제가 보헤미안이라는 걸 제 사람들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운명 같은 거죠. 라고 말하는 동안 운명을 거스르는 나날들을 너무 오래 보냈다는 자각도 일어났다. 정교하게 문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낯선 문자들로 그득한 그곳으로 아이와 나를 이끌고 갈 것이다. 실패해도 무관해, 라고 말하는 대상이 비단 아이뿐만은 아니다. 그 대상은 동시에 나이기도 하다. 실패하고 돌아온다면 또 어떠하단 말인가. 그저 말 많은 이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잠깐 자유로운 시간 속으로 탐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 시간을 만끽하고 그 시간에 대해서 수놓기로 했으니까. 모두가 아는 뻔한 이야기 속으로 들아갔다가 다시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그 일련의 과정이 나로 하여금 Oui, c'est la vie. Pourquoi pas? 라고 하게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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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라플랑슈와 장 베르트랑 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 프랑스어 원서보다 한글번역본이 더 예쁜데!!!!!! 하고 디자이너 찾아보니 박봉식, 그대 이름을 기억하겠어요. 디자인 잘 뽑았음. 사악하면서도 섹시하게 나와서 그냥 물자체만으로도 기분이 해피해지는. 내 새끼가 내 생일날 나 버리고 자기 친구들이랑 저녁 약속을 잡아버려서 아침을 먹으면서 투덜거렸다. 이 에미 생일도 까먹다니, 훌쩍, 하니 아이참, 내가 일부러 그랬나, 나 요즘 스케줄 빡빡해서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기분 풀어라, 생일선물 근사한 거 사줄게, 해서 기분을 풀기로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세 권 고르고 2025년 다이어리를 고르고 하니 미안미안, 해서 저녁도 사줄래? 했더니 내가 갑부가?! 버럭 하길래 그럼 저녁은 엄마가 사줄게 헷 했다. 인터넷 기사님 곧 오신다고 하니 잡소리 그만 하고 청소기를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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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2-0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아.. 진짜 책 너무 간지 나서..... 정신분석에 대한 욕망이 뻐렁치기 시작한다... (책 가지려고 공부하는 사람)

수이 2024-12-02 09:54   좋아요 0 | URL
난리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0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시면서 책나눔 극하게 하셨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어요. 빈 자리 채우는 그 열정에, 빨간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짝짝 짝짝짝!

단발머리 2024-12-02 10:45   좋아요 1 | URL
미리보기에 서문만 잔뜩 있더라구요. 읽는 종종 내부 좀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02 10:49   좋아요 0 | URL
에헴, 12월에는 안 살 겁니다! 💋
 





12월의 시작이다. 시작은 상콤하게 새로 산 책으로 시작을 하고 싶었으나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읽던 책을 다시 펼쳤다. 삶은 계란 다 먹고도 배가 고파 호두 가득 들어간 단팥빵을 조금씩 뜯어먹는다. 요거트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정리할 게 태산인지라 장을 보지 못했다. 오늘은 하여 장 보는 날. 냉장고를 열면 단백질 관련 음료와 계란만 두 판이니 냉장고가 과연 냉장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건지. 그렇다고 내 새끼를 굶기는 건 아님.

어제는 잠들기 전에 생각 하나에 사로잡혀 그 일에 대해 생각을 조금 하다가 결론을 맺을까 하다가 결론을 확 맺지는 못하고 일단 잤다. 일어나니 다시 그 생각에 사로잡히긴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싶어 책을 펼친 건. 계란을 삶으면서.

좋아하는 선생님 보러 잠깐 요가원에 갔다가 간만에 특훈 받고 이사하고 필러 맞느라 못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했지만 비틀기 행하고 90분 몸 이리저리 비틀고 쥐어짜고 펼쳐내고 하면서 알았다. 이 고통을 내 몸이 원했구나 라는 걸. 쇠질하는 곳에서 행하는 할머니들, 아줌마들 한그득한 말랑말랑 요가와는 다른 고통. 고요 속에서 차원이 다른 고통을 억지로 몸 안에 불러들이다보면 온몸의 내장이 펄떡펄떡거리는 게 느껴진다. 환희에 차서. 오르가즘에 비할 바 아니나 몸 이곳과 저곳에서 동시에 행해지는 기쁨이 세포를 달군다는 것. 무리하고 싶었으나 무리하면 큰일난다 라는 자각이 일었고 순간 기우뚱 해서 탁 무너져 엎어졌는데 이건 요가 바로 전에 급하게 아이스라떼와 담배를 요가원 앞에서 흡입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고 운동 전에는 흡연은 불가다 하고 정했다. 오래 운동을 쉬었다가 쇠질 조금 하고 요가 조금 했다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근육통이 사지에 한그득이어서 안되겠다 뜨끈한 물에 몸 담궈야겠구나 싶은.

훈이가 눈은 괜찮냐 물었을 때 내 두 눈은 지극히 멀쩡하기만 한데 갑자기 왜 눈을 물어볼까 싶어서 응, 괜찮은데, 했더니 훈이가 웃으며 말했다. 책을 안 읽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 하고. 책 조금만 읽어도 눈물 주룩주룩 난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듣고난 후에야 깨달았다. 책을 진짜 안 읽었구나 올해. 한 시간 이상만 읽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아 글렀다 이제 내 두 눈은, 노화의 극치에 다다르는구나 깨닫고 절망했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그러하다, 이제 읽는 인간이라고 말하기 참 창피하구먼 싶은.

민이 오랜만에 늦잠 자는 날이다. 30분 정도 남았으니 30분이라도 간만에 책을 읽어보겠다. 켁. 사진은 모두 어제 기록. 교보에서 입 벌리고 주무시는 따님을 발견하고 사진 한컷 남기고 손에 들고 있는 건 뭐냐 물어보니 그냥 자고 있으면 민망하니 책 읽다 피곤한 중딩 컨셉이다 라는 대답을 듣고 웃겨서 쿡, 아침점심저녁 한끼로 해결해서 폭식, 샴페인 과하게 마셔서 순간 핑 돌아서 아이구마 했다가 커피 마시고 술 깼다. 요가원 냐옹이 오랜만에 만났더니 엄청 성장했고 나의 요가 실력은 하락했다. 요가원 가는 길에 맛난 샌드위치집 발견해서 사진 찍다가 한켠에 거울 커다란 거 있어서 거기서 셀피 찍고 나의 뚱뚱하고 건강하고 튼튼한 하체를 새삼 실감했다. 나 몰래 언제 모자 샀냐 파스타 흡입하면서 민이가 닦달하는데 그냥 씨익 웃고말았다. 내 아가가 나를 위해 철필로 긁어 새긴 조명을 또 선물받고 아이의 꿈과 내 꿈이 중첩되어있음을 또 알았다. 더 여자가 되어버린 내 새끼 몸매에 감탄하면서 이 에미에게 감사하거라,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말하니 내 브레인은 아빠 브레인인데, 해서 허허허허허허허 너털웃음 짓고 괜찮다, 니 애비 아이큐가 이 에미보다 더 훌륭한 건 인정한다. 안되겠다 남자새끼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터이니 너는 이 에미랑 찰싹 달라붙어서 도서관이랑 장만 보러 다니자꾸나 딸아 했더니 막 웃는데 천하의 딸바보가 또 여기 있구만 하고 알았다. 친구들 잔뜩 사귀고 남자친구 생기면 나랑 놀 시간은 뭐 거의 없겠구먼 싶어서 그럼 또 운동 하나를 새로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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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애인이 페이스북에 한대수와 같이 사진을 찍고 자랑질해놓은 걸 보았다. 아 물론 옛날 애인 사진 막 찾아보고 그러지 않음, 친구의 친구인지라 아직까지 온라인으로 보기는 보지만. 이게 더 구차한 변명처럼 들리겠는걸. 노상 한대수 틀어놓고 그의 침대 위에서 일이 끝나고 나면 같이 책 읽던 때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십년 전이다. 수십년 전 일이라고 하니 무슨 70대 할머니 같구먼 느낌이. 동굴에서 사람들이 그 벽에 벽화를 그리며 서로 낄낄거렸던 일처럼 아주 옛날 같아 기억에서도 흐릿한.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 라는 그의 말이 뭘 뜻하는지 어렴풋 알 것도 같다 싶다. 어제는 마치 아주 옛날 일인 것만 같아 그게 작년이지? 벌써 1년도 지났지? 라고 친구에게 말해놓고 보니 무슨 1년 전인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건 불과 1년 동안이었고 2024년은 질곡의 시간 속에서 갑자기 여러 번개를 맞아 뜻하지 않게 한꺼풀씩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나온 한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12월이 다 되어 앗차차 너무 놀았구나 라고 반성도 하고는 있지만. 이건 언제나 알라딘 새해 다이어리를 받을 적마다 느끼는 거다. 앗차차 너무 놀았구나 어느덧 한 해의 마무리라니, 라는 심정으로. 하여 사람들이 제일 많이 새해 다짐을 세우는 건 12월이다. 피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제일 등록을 많이 하는 시기는 바로 한 해의 끝, 12월. 12월부터 슬슬 모터를 가동하여 새해에는 진짜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겠다 라고 회원님들은 이야기하심, 이라고. 한 셋트 끝내고난 후에 그럼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퍼센트는 어느 정도? 물어보니 머리를 굴리더니 음 글쎄, 한 5프로? 라고 그래서 좋아, 이 몸이 그 5프로 안에 들어가도록 하지요, 했다. 어제 친구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좋아하는 이들 얼굴의 표정에서 마음을 앗기는 때가 각기 다르구나 라는 걸 알았다. 이 사람에게는 이 표정, 저 사람에게는 저 표정, 그 사람에게는 그 표정. 저녁을 먹고난 후 같이 귤을 까먹는 동안 민이가 너와 나의 경계, 나보다 너를 생각하는 것과 너보다 나를 헤아리는 것, 그 경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축제 준비를 하는 동안 한 아이가 무단으로 결석해서 팀 플레이에 차질이 간 이야기를 하면서. 집단과 룰에 대한 강직함이 이 아이에게는 있구나, 그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여러 번 느끼곤 했다. 십대 후반이 된 아이는 그 강직함을 확연하게 드러내곤 한다. 진이 같구나, 싶었다. 내 첫째동생 진이와 내 아이 민이의 그 꼬장꼬장함, 그 꼿꼿함, 그 강직함, 그런 것들이 겹쳐지면서 진이 같구나 아이에게도 이야기했다. 무단으로 결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있었겠지, 팀 플레이에 차질이 생긴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 친구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했더니 딸아이는 코로나 걸려 아픈 거 아니고서는 당연히 나와야지, 축제인데. 라고 답했고 그 답을 들으면서 아이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렇지, 내 동생도 어렸을 때 그렇게 답하곤 했지. 열이 40도가 아니면 당연히 학교 가야지, 뭐 그런 식의 대답. 월요일에 만나면 물어봐봐, 왜 결석했는지. 말하고 모든 게 확연할 수 없단다, 아가, 살다보면 그런 경우들을 더 많이 겪을 테고, 네 강직함이 언젠가 거대한 벽에 부딪힐 때가 있을 텐데 그때 너무 아파하고 무너지고 그러지 마, 아가, 하고 속으로만 말했다. 오전 내내 아이를 데리고 병원과 헤어샵을 다녀오고나면 늦은 점심을 먹을 테고 일정이 다 끝나 집에 돌아올 무렵이면 어둠이 세상을 덮을 시간이고 허둥지둥 또 버릴 것들이 뭐가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기나긴 하루가 될듯 혹은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휙 지나갈 테고. 한해 마무리를 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올해 알게 된 건 내가 몸을 쓰는 걸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 몸이 나로구나, 라는 걸 알게 해준 이들, 요가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죽기 전까지 이 몸의 틀어짐을 내내 지니고 가야한다고 여겼는데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나날이 애쓰는 동안 매일 1000kcal 소모한지 이제 3주째. 엄마와 진이가 매일 아프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여기가 아프고 오늘은 저기가 쑤시고. 다리 찢기를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다리를 찢어봐, 두 팔을 늘리고 목도 왔다갔다 움직이고 너무 안 움직이는 거 아니야? 잔소리를 매일 해대고. 새로 운동 하나를 더 시작하면서부터 느낀 건 움직이지 못해 환장한 년 같구먼, 이다. 어쩌면 팩트일지도. 간만에 핀란드 있는 친구에게 전화 넣어야겠군. 생일이라는 걸 깜박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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