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가 영어 공부 하자, 하셔서 영어 콘텐츠 좀 둘러보고 있다. 그냥 독일어 하자, 영어 다 하잖아, 하니까 아니 나는 영어! 영어 좀 하면서 하나 더 해야겠다 하면 그때는 불어. 독일어는 놉! 완고하시다. 달리기 조금 하고 와서 책상 정리 좀 하고 배고파 죽을 지경.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단백질 쉐이크 하나 마시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러 엉덩이를 일으킨다.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신 똥을 싸줄 수도 없고 대신 밥을 먹어줄 수도 없고 대신 사랑을 해줄 수도 없고 대신 이혼을 해줄 수도 없고 대신 이별을 해줄 수도 없다. 내 심장이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뛰는 것처럼. 그러니 각자의 삶을, 그 선택을 존중하는 거다. 진짜 울었어? 물어보니 진짜 눈물이 주르르르륵 흘렀어, 라고 친구는 답했다. 이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선택을 누가 대신 해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대신 해줄 수가 없어서 미친듯 걷고 걷고 걸었다, 땡볕 아래에서 두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그리고 결정을 내릴 무렵에 10키로가 빠져있었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삶은 없다. 그러니 그 선택을 존중하고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살아가는 거다.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하고 또 배신을 당하고 후회를 살짝 하고 다시 강하게 고개를 휘젓고 어떤 선택을 다시 하는 것처럼. 죽기 전까지 이어질 거다. 그 선택의 순간들은. 아쉽고 눈물도 흐르지만 자아의 감옥에서 내내 살아갈 인간은 없다. 어제 친구와 같이 광화문 거리 걷는 내내 미친듯 쏟아지는 봄눈을 응시하면서 자꾸 웃음이 흘러나왔다. 봄이 시작되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