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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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사적 비극을 써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적 비극은 과거의 일이다. '역사적'은 수많은 과거의 일 중에 후대에 의해서 의미 지워진 일이다. 쓴다는 것은 어떤 용도로 글로 남긴다는 말이다. 그 용도는 사실적 기록이든 재구성한 소설이든 함축적 운문이든 의미를 부여한 후대에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것이다.

그 무엇은 후대가 가졌던 의미를 강조한 것일 수도 있고, 그 의미가 잘못되었다고 폭로할 수도 있고, 무색에 가깝게 다른 써냄을 위한 참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무엇은 후대 행동의 밑거름이나 동인이 될 수 있다. 행동을 야기할 수도 있고, 사유에 침잠하거나 감정에 휩싸일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적 비극을 써낸다"를 해체해보았다. 이제 주체를 생각해볼 시간이다.

역사적 일 중에서도 비극을 쓸 때는 '쓰는 이'에 따라 그 쓴 것이 같은 의도라도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쓰는 이'를 나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사건과 쓰는 이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본다. 사건의 주역이냐 공모자이냐 피해자이냐 그들과 관계된 사람이냐 동시대의 사람이냐 그들의 후손이냐 그들의 후손과 동시대인이냐로 사건을 기점으로 X축의 반직선을 그어 '관계'의 Y축을 수직으로 질러 놓을 수 있다. 시간을 X축으로 하고 관계를 Y축으로 잡았다. 그 좌표평면에 작가 한강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시간은 70여 년이 지났다. 별도의 자료 조사를 해보지 않았지만, 한강 작가와 제주 4.3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비극적 부조리를 가지고 있는 이 나라의 한 국민이라는 교집합 안에 한강 작가도 우리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관계의 좌표평면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없으니 그 좌표계에 '작가' 임을 발휘할 수 있는 특수성이라는 Z축을 더해볼 수 있다. 특수성은 직업과 밀접하다. 작가, 기자, 학자, 사상가 등을 관계 지어보는 것이다. 그 특수성이라는 Z축은 시간의 X축도 관계의 Y축도 모두 초월할 수 있다. 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 특수성은 "역사적 비극을 써낸다"에서 전하려고 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증폭할 수 있는지와도 관계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영향력'이라고도 일컫는다.

작가 한강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작가이다. 그래서 한강 작가는 특수성의 Z축의 그 끝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말이다. 전하려는 그 무엇을 - 우리는 의도라고도 말한다 - 마치 신처럼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범위만큼 전달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고 전 세계적인 범위로 그 '전달'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쓰는 이' 중 한 명이다는 말이다.

결국.

작가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써낸 '의도'가 어느 한 작가로서, 어느 독자들로 쉬이 다루기에는 작가의 '펜'의 필압이 굉장히 무겁다. 어디에든 각인시킬 수 있다는 말이고, 그 각인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가진 많은 사람이 해석하고 이해하고 또 논 할 수 있기에 중차대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인지, 흰 천이 바다에 내려앉는 책의 표지를 만지고 바라보고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진지했고, 신중했다. 긴장마저도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재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인류사에 남을 만큼 반인륜적인 학살의 비극적 역사인 제주 4.3 사건이기 때문에 책을 대하는 공기마저 무거웠다. 내 눈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긴장하며 활자를 쫓았다. <소년이 온다> 를 읽었을 때처럼 어떤 의도를 파악할 기력마저도 모조리 잃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까 봐 몹시 두려워 걱정하면서 쫓았다.

흰 눈이 계속 왔다.

친구 인선이 나왔고, 인선의 어머니로부터 소환되는 제주 4.3 사건의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나왔고, 앵무새 아마와 아미가 나왔다. 그리고 흰 눈이 폭설처럼 어둠과 함께 내리는 숲에서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인선의 친구인 화자가 나왔다.


어머니처럼 사건을 복기하며 자료를 모집하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인선이 주인공이고 그 인선과 작별하고 싶지 않은 화자의 감정을 전하려는 것일까?

인선과 같은 무거움이 가득한 이들로부터 작별하려 했다 - 화자는 인선에게 동참하자고 했던 나무 프로젝트를 중단하려고 했다 - 인선의 사고와 그 사고의 여파로 죽음에 이른 아마로 인해 각성하고 다시 작별하지 않으려고 한 것일까?

숲에서 돌아가기에는 초로부터 얻을 빛이 부족한 그 자리에서 혼과 같은 인선과 함께하다 - 양자역학적 묘사에 잠시 놀랐다 - 혼이 사라지고 마치 이 세상을 떠나려다 다시 돌아온 것처럼 인선의 회복을 암시하는 것은 이제는 죽음을 통해 작별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작별하지 않는다> 인선이 사고로 서울 병원에 있는 동안 물과 모이를 주지 않으면 죽게 될 앵무새 아마를 살리기 위해 제주로 날아간다. 화자는 폭설이 내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길을 헤쳐나갔지만, 앵무새 아마는 죽고 그 혼과 만난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인선의 혼을 만나며 인선 어머니의 오빠와 동생을 제주 4.3 사건으로 잃은 이야기며 오빠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피해자인 인선의 아버지인 남편을 만난 이야기며 그 어머니가 모질고 처절하게 긴 세월 동안 사건의 진상과 유해를 찾으려는 노력을 듣는다.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의 화자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듣는 '청자'로 그려질 뿐이다. 그래서 '청자'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찾기 힘들다.

그 '작별하지 않는다'는 주체를 인선이나 4.3 사건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 후손으로 보기에는 연관성이 책 내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눈으로 훑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단단한 책 표지를 진땀 흘러 넘기며 한 장 한 장 무겁게 나아가던 나는 어느새 눈으로 활자를 흘려보내며 훑어 읽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한 장의 '작가의 말'에서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p329


을 바라보며 나는 더 혼란스러워하며 처음과는 다르게 책장을 덮는다. 애써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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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7 14: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는건 쉽지 않은것 같아요 🤔 초딩님 글보니 어떤 느낌이셨는지 알거 같아요~!

초딩 2021-10-17 17:03   좋아요 3 | URL
네 읽으면서 🧐🤔이러고 읽었어요 ㅎㅎㅎ
시간과 인물이 경계 없이 서시되는건 탁월했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1-10-17 14: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은 참 발빠르십니다.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 완독을 하지 못했어요. 벌써 리뷰를 쓰시다니...
제 책의 리뷰도 제일 빨리 쓰셔서 첫 리뷰를 남겨 주시더니... 그래서 제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왜 이런 건 잊혀지지 않는 건지...ㅋㅋ

초딩 2021-10-17 17:04   좋아요 4 | URL
앗 발빠름에 대한 칭찬에 감사합니다. 볼 포스트들이 많아 마음이 좀 무거우면서도 안달하기도 합니다 ㅎㅎ
좋은 저녁 되세요~
한강 갔다 왔는데 손가락 사려워서 장갑을 다시 사야겠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10-17 17: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 한강 작가의 책이네요. 출간 소식 들었을 때부터 괜찮을 것 같긴 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초딩님, 좋은주말 보내세요.^^

scott 2021-10-18 0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고
한강님 과 작별 하게 되능 ㅎㅎ

초딩님의 예리한 분석에
한강 작가님에 애정이 느껴집니다. ^^

희선 2021-10-18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 있었던 일을 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걸 쓰기도 해야겠지요 많은 사람이 죽은 건 더 힘들 듯합니다 그걸 읽는 것도... 제목처럼 작별하기 어려울 책 같네요


희선

오늘도 맑음 2021-10-18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인지 단단한 책 표지를 진땀 흘러 넘기며 한 장 한 장 무겁게 나아가던 나는 어느새 눈으로 활자를 흘려보내며 훑어 읽었는지 모른다.‘ 이부분이랑
‘나는 더 혼란스러워하며 처음과는 다르게 책장을 덮는다. 애써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며. ‘이 부분이 너무 좋네요^^ 음 역시 깔끔하고 예쁘네요~
좀 집중해서 읽고 싶어서, 시간이 흐른뒤에 찾아왔습니다.
초딩님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의 폭도 깊고 넓단 말이죠~ㅎㅎㅎㅎ
한강 작품은 저는 소년이 온다. 한 작품만 봤는데, 글은 좋은데, 저랑 좀 안맞았는다고나 할까요. 암튼 이책은 그냥 걸러야 겠네요~
혹평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날 춥습니다.
창피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복 껴 입으세요~
초딩은 감기 잘 걸립니다......
참, 넷플릭스 보시나요? <마이네임>이라는 드라마 있는데, 거기 촬영지가 부산이여서 엄청 많이 나와요^^ 반가워 하실까봐 남깁니다. 무척 재밌어요~ 물론 여주가 예쁩니다.(후자에 구미가 더 당기실 것같은 예감이..........)

서니데이 2021-10-19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엔 조금 덜 차가웠는데, 해가 지니 다시 차가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0-1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하자마자 일단 리스트에 올렸는데 초딩님 서평 보고나니 얼른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2021.10.13 09:15

친환경 에너지를 모두가 말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정작 세계는 여전히 석유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굉장한 전문가의 시선으로 하지만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2021.10.14 08:51

부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석유 기업 출신이라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와 인근 지역은 1920년 러시아 볼셰비키 군이 점령한 후 소련 석유 산업의 주요 지역인데, 이 지역을 나치 독일이 점령하지 못한 것을 2차 세계 대전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고 한다. 냉정 이후 미국이 밖으로 눈을 돌려 세계화의 기치 아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할 때도 석유의 장악이 그 근원 중의 하나라고 한다.

세계사의 수많은 전쟁과 이권 다툼의 그 핵심에 있는 석유와 중동의 이야기는 편향된 관점이라기 보다는 코어를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작별하지 않는다>

2021.10.14 08:58

어느새 나는 눈으로 훑어 읽고 있다. 죽은 아마가 모이를 먹고 있고, 병원에 있을 인선이 혼이 된 듯 눈앞에 등장한다.

한강 작가가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해서 써 내려 간다지만, 아직은 내가 공감할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보이는 경제 세계사>

2021.10.03 19:45

잠실 알라딘에서 검색했는데, <보이는 경제 세계사>가 이었다. 행운. 책도 너무 깨끗했다. 요약 발췌본으로 오디오북을 읽고 나머지 내용이 궁금해서 샀다. 경제사의 35가지 결정적인 순간을 소개해준다.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는 시대"

"눈을 밝히는 데는 비타민A보다 역사 지식이 필수다" p6

라는 말이 이 책을 필독 해야 하는 당위성을 더해준다.

또한 저자가

"이번에도 독자에게 드리는 것보다 저자가 얻어가는 게 더 많은 것 같아 부끄럽고 송구한 마음이다" p9

라고 말하는 것에 그의 겸손함과 그만큼 독자에게도 유익함을 전해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 미소짓게 된다.



<크래프튼 웨이>

2021.10.04 21:36

개발 수장이 끝났다. 그들도 결국은 여느 회사와 같았던 것일까?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는 것은 애초에 이룰 수 없던 꿈이었을까? 아니면 잘 못 생각한 것일까?


<스토어 수업>

2021.10.06 18:07

스토아 철학에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안 된다. 제논부터 시작되는 스토어 철학자들의 삶을 그릴 뿐이다. 그들의 삶을 그리며 중간 중간에 토막 난 스토어 철학이 간간이 들어있을 뿐이다. 그 토막들은 굉장히 단편적이어서 그게 스토어 철학인지 뭔지 알 수 없다.



<아라비안 나이트>

2021.10.12 01:01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 오디오북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종이책을 곧 주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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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4 10: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안 나이트 평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스토어 수업에 쓰신 평은 날카롭습니다 ^^
오늘 북로그도 책의 범위가 경제 철학 문학 까지 다양하군요~👍

초딩 2021-10-14 11:59   좋아요 3 | URL
^^ ㅎㅎ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대책 없이 이것저것 조금씩 봐서
북로그라도 안 하면 뭘 읽고 있는지 까먹을 정도여서 어수선하지만 정리해봤습니다. ^^

중동에 대해서는 정말 점점 흥미가 많이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막시무스 2021-10-14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스토아수업은 패싱해야 겠군요! 제가 생각한 내용은 아닌것 같아요!ㅎ 맛점하셔요!

초딩 2021-10-14 18:29   좋아요 2 | URL
ㅎㅎㅎ 넵
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보고 스토아 철학 관심가서 봤는데.. 패스의 대상입니다. :-)
좋은 저녁 되세요~

오늘도 맑음 2021-10-14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겹치는 책이 한 권도 없었네요~
이러면 은근히 저 자신을 책망하곤 합니다.
수중에 돈은 없어도, 책이 없으면 분리불안을 느끼는 것에 대한 변태성을 다시금 곱씹어보는 거죠~ 죄송합니다. 오늘 상태가 좀 많이 안 좋습니다. 집에가고 싶어요ㅠㅠ
그건 그거고.........
석유랑 보이는 경제사가 재밌어 보입니다.
이번에도 지면을 빌려 이상한 소리만 하다가는군요.

초딩 2021-10-14 18:30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저도 회의 막판에 집 가고 싶다 혼자 난리를 쳤습니다.
회의 끝나도 집에도 못 가면서 ㅎㅎㅎ
분리불안. 오랜만에 듣네요 ^^
앗 바카스라도 하나 보내드리고 싶네요 ㅜㅜ 힘내세욧!!!!

레삭매냐 2021-10-14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주식 방송을 들으니
크래프톤을 메타버스로 분류
하더군요. 그것 참 신기한 분
류가 아닐 수 없더라구요.

크래프톤이 게임 회사 아니었
나요?

개발과 경영이 나뉘어야 하는
데 회사가 여전히 공돌이 마
인드로 가려다 보니 엉거주춤
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
었습니다.

초딩 2021-10-15 13:43   좋아요 1 | URL
정말 좀 ... 가식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것자체에도 부정적인데.. (아이들이 게임만 하니깐)

책을 대필 수준으로 무관한 사람이 썼다하니
더 싫어 보입니다 :-)

희선 2021-10-16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안 나이트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더 재미있게 느껴지겠습니다 본래 책이 많지 않던가 싶네요 읽어본 적 없지만... 거기 나온 걸로 만든 만화만 조금 아는 것 같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0-16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안나이트를 ebs에서 들은 적 있는데 재밌더라고요. 저도 그때 책으로 사 봐야겠단 생각했었어요.
시리즈로 꽤 분량이 많겠죠. 그래도 종이책으로 읽으면 재밌어서 읽는 속도가 빠를 것 같아요. ^^
 

한 노인은 물고기와의 싸움을 넘어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도전하는 자만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간이 자연을 넘어섰다.

다른 한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백인에게 새끼를 잃고 분노하는 암살쾡이를 독재자 읍장의 명령으로 쫓아가 싸워 죽였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몸부림이 아니었다. 노인은 밀림 속에서 삶과 죽음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어떤 누구에게도 다르게 채색될 수 없는 그 자체라는 본질적인 삶의 근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서구에 의해, 그 서구에 굴종하는 인디오에 의해 질서가 깨어지고 유린당하는 밀림을 우리 앞에 그대로 보여 준다.

노인은 젊은 시절 아내와 함게 정부가 말한 <약속의 땅> 엘 이딜리오에 도착했지만, 척박한 밀림에서 처음 맞은 우기에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그때 수아르 족이 그들에게 밀림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밀림을 개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밀림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아내는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 노인은 밀림 생활 중 독사에게 물려 죽을 뻔했지만, 수아르 족의 각별한 치료에 살았고 그 이후 수아르족과 함께 살았다. 밀렵꾼에게 수아르족 친구를 잃을 때까지 말이다. 친구를 죽인 이를 산 채로 부족에게 데려오지 못하고 백인의 방식인 총으로 죽였기 때문에 그는 부족과 작별을 고해야 했다.

밀림을 개간하려던 노인은 밀림의 품에 살게 되었지만, 밀림을 훼손하려는 자 때문에 다시 밀림 밖에서 살아야 했다.

누구보다도 밀림과 그 속의 인디오와 동식물을 이해하고 존경하는 노인이 인간이 벌여놓은 사태를 '수습' 한다.

발이 물에 젖지 않게 신은 뚱보 읍장의 고무장화는 걸리적거릴 뿐이었고, 밀림 속의 어둠에서 보려는 의지를 충족할 전등은 야수의 공격을 받기 좋은 위험한 물건이었고, 나약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총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뿐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총을 난사한 읍장은 밀림에서 가장 순한 곰을 죽이기까지 한다. 

노인은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새끼를 잃고 복수심에 사람을 사냥하고 있는 암살쾡이를 홀로 쫓는다. 암살쾡이가 처음 한 것은 노인을 유인해서 죽어가는 수컷에게 데려다 놓은 것이다.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수컷을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 p149


뒤집힌 카누 아래에 노인이 있었고 그 위에 암살쾡이가 있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났다. 마지막 결전에서 노인은 이겼지만,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에서 어느 쪽도 승리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운 눈물을 흘렸고, 그 시체가 전리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게 훼손되지 않게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그 짐승의 시체가 우기에 불어난 하천을 따라 다시는 백인들의 더러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거대한 아마존 강이 합류하는 저 깊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라면서, 그리하여 영예롭지 못한 해충이나 짐승의 눈에 띠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지길 기원하면서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p156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은 인간에 의해 새끼를 잃은 암살쾡이의 인간에 대한 복수와 밀림에게 배운 지혜로 암살쾡이를 사냥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 두 명예롭지 못한 행동은 모두 인간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한 노인이 이제는 궁색한 집에서 빛바랜 신문으로 잘나가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자신을 보살피는 아이에게 커서 그 신문의 야구선수처럼 그 노인의 젊은 시절처럼 크게 성공하라고 말하며 억센 손으로 대양을 나아가 억척스럽게 청새치를 잡고, 그 청새치에게 달려드는 상어에게 항거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거대했던 청새치의 앙상한 뼈만을 가지고 항구로 돌아온다. 그 거대했지만 이제는 앙상하게 남은 뼈로 노인의 아직 삶아 있음을 아직 도전할 수 있음을 증거해야 할까?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을 읽고 <노인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청새치의 뼈는 인간의 어리석은 도전으로 초래한 '파괴' 일뿐이다. 1952년 출간된 <노인과 바다>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엄청난 부를 얻게 된 미국을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해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다는 것을 찬양하고 상어 떼로부터 살점은 모두 빼앗겼지만 자신들은 그 뼈만으로도 상징적 보상을 받았다고 겸양을 떠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989년 세풀베다는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발표했다. p2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과 그 나라들의 기업들로부터 유린당한 모든 인간과 자연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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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0-12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인 되면 연애소설 읽으며 회상에 잠길까봐요. 세풀바다는 잘 안 읽혀서 꽂아두고만 있는데 다시 도전해볼까요. ㅋ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도 양극화 부조리 선입견들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있다는 걸 저도 요즘 아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초딩 2021-10-12 00:43   좋아요 1 | URL
저는 세풀베다는 처음인데 작가 설명도 그랬지만, 이 한권의 책으로 완전히 빠졌어요.
마술적 리얼리즘을 벗어나 리얼리즘으로 남미를 제대로 바로보며 서사하는 그에게 그리고 행동하는 지식인에 완전 매료요 ㅎㅎ
그리고 길지 않고요 ㅎ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10-12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어서 중고로 샀는데,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어요~ 초딩님이 읽으셨으니 저도 곧 읽어야겠어요!! 이 작가 코로나로 타계하셨다고.. 어흑...ㅠㅠ

초딩 2021-10-12 00:44   좋아요 1 | URL
아 ㅜㅜ 코로나로 ㅜㅜ 방금 알았습니다 ㅜㅜ

저는 중고를 기다릴까하다가 전자책으로 확 질러버렸어요. 근데 종이책 알라딘에서 검색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10-12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의 마지막 소설 역사의 끝까지를 읽었는데 쉽게 읽히지 않더라구요. 다 읽고 나서도 뭐라고 할까 좋아고 하기에는 뭔가 걸리고, 그렇다고 안좋다고 하기에는 생각할 것들이 많고.... 그래서 그냥 다음에 한번 더 읽자 하고 뒀는데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조금 읽기 쉬울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의 이 느낌은 맞을까요? ^^

초딩 2021-10-12 00:46   좋아요 1 | URL
아 전 세풀베다는 처음인데, 오디오도 전자도 아주 좋았습니다. 군더더기가 없고 짜임새도 좋았고 전 제목만보고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생각했다가 후반으로갈 수록 점점 생각을 많이하게되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보려고하는데 바람돌이님 말씀보니 좀 다르게 마음 먹고 들어가야할 것 같네요 ^^
좋은 밤 도세요~

새파랑 2021-10-12 0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의 지상 반전 버전이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군요. 얼마전에 읽은 암흑의 핵심도 떠오르는거 같아요. 전 제목만 보고 연애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ㅎㅎ

초딩 2021-10-14 09:11   좋아요 1 | URL
연애 소설을 읽으시기는 하는데, 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는데, 잘은 모르겠더라구요.
모든 것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그런 생각을했어요.
그게 밀림이 될 수도 있고, 책 속의 다른 세상이 될 수도 있고요.

mini74 2021-10-12 0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작가님을 이 책으로 처음 접했어요. 노인과 바다랑 비교하시는 부분 👍 동네초딩들이 갑자기 세풀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밥을 가르쳐주는 고양이를 단체로 ㅎㅎ 읽고 있어서 뭔 일이지 했더니 한동안 아이들 독후감 및 필독서얐더라고요. 고향으로 돌아가시지 못한체 작년에 코로나로 돌아가셔서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ㅠ

초딩 2021-10-14 09:11   좋아요 0 | URL
아항 그래서 더더욱 종이책을 구매해야겠어요. 결국 이번에도 3종 구매 ㅎㅎㅎㅎ
ㅜㅜ 그리고 돌아가신 줄 몰랐어요. 애도합니다. ㅜㅜ
좋은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21-10-12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의 책들은 고저 사랑입네다.

초딩 2021-10-14 09:12   좋아요 1 | URL
와 전 이제 알게되었네요 ㅜㅜ 고저 사랑입네다에 완전 동감입네다!!!
좋은 하루 되세요~

초란공 2021-10-12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곤 실레와 부인, 클림트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는데 세풀베다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네요 ㅜㅜ 어딘가에 읽지 않고 파묻혀 있을 책을 발굴할 때인 것 같습니다....

초딩 2021-10-14 18:25   좋아요 1 | URL
ㅜㅜ 네 고인이 되셨다니 ㅜㅜ 무척 슬픕니다.
북플의 작가 사진이 또 흑백이여서 슬펐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맑음 2021-10-12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자연을 이기려는 노인과 찾으려는 노인‘이네요^^
두 책의 접점부위(?)를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저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대단하신것 같아요.
역시 초딩님은 생각의 범주가 넓으시군요.
<연예소설을 읽는 노인>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애정하는 소설이었는데, 아주 야무지게 글을 꼭꼭 씹어먹은 것 같은 초딩님의 글을 보니 제가 읽었던, 그 당시가 새록새록하네요~
저는 이 작품 읽으면서, 멜깁슨의 <아포칼립토>란 영화를 떠올리며 그 영화에 대한 분노를 또 한번 느껴야만 했었답니다.ㅎㅎㅎㅎ
노인과 바다는 사실 두 번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초딩님과 같은 맥락에서 그랬던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저는 노인고 바다를 또 읽어야만 하는데, 앞이 깜깜합니다. 이분이 기자 출신이라 훌륭한 간결체를 구사한다고해서....... 요즘 간결체에 빠져서ㅠㅠ
오랜만에 뵈오니, 주저리주저리...........

초딩 2021-10-14 19:20   좋아요 1 | URL
앗 책의 해설에서도 언급을 해주어서 잘 연관 지을 수 있었습니다!
전 허밍웨이의 파리의 우울을 보면서 그에 대해서 아주 아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락 시켰어요. 그의 바닥으로 ㅎㅎ
그래서 좀 다 삐뚤하게 보이더라구요.
2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했더니 지금 엉덩이가 로켓처럼 날아갈 것 같아요 ㅎㅎㅎㅎ 배도 고프고
게다가 일본말이여서 알아듣지는 못하고, 슬랙 챗으로 번역해주는걸 읽으며 묻고 답하고 ㅎㅎㅎㅎㅎ
아 맑음님 일본어 잘 하시죠? :-)

하이 하이
그러길래 하이볼 마시고 싶다 이런 말을 나중에 정신이 몽롱해져서 주저리고 있었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1-10-13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를 읽은 지 오래되어 지금 읽으면 명작이라 할 만할까 궁금해져서 읽고 싶어졌어요.
시간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이는 경험을 했거든요.^^

초딩 2021-10-14 18:28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시간에 따라
그리고 쌓이는 지식과 지혜에 따라
책들은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

희선 2021-10-16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과 바다를 다르게 볼 수도 있군요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한테 바치는 소설이었다니 몰랐습니다 그런 걸 알고 책을 보면 더 낫겠습니다 알고 봐도 소설을 제대로 볼지...


희선
 
[eBook] 크래프톤 웨이 -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이기문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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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기업 스토리를 가장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p574


이 책은 기업 스토리이고 성공 신화이며 위인전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 같은데,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바꾸기 전 블루홀이 인수한 '지노 게임즈'의 공동 대표 두 사람 중 한 명인 김창한이 팀을 꾸려 침몰하고 있는 블로홀에서 지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배틀 그라운드를 만들어 냈고, 세계 무대에 퍼블리싱했으며, 2017년 상반기 출시해서 13주 만에 누적 매출 1억 달러,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고,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김창한은 대표이사가 되었다.

전자책 기준 570여 쪽의 450쪽이 넘는 분량은 김창한과 배그에 대한 내용이 아닌 장병규와 초기 설립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과녁을 빗맞힌 화살 이야기, 그 시위를 당기기 위해 투자를 받고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온 이야기, 내부의 갈등, 설립자들의 이탈에 대한 이야기이다.

블루홀이 잉태해서 산고의 고통을 느끼며 세상에 배틀그라운드를 내놓았다기 보다는, 후반부에 여러 게임 회사를 인수했고, 그중 한 회사에서 생소한 장르의 게임을 김창한이라는 제작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광적으로 만들었다고 보인다. 무관해 보인다.

블루홀이라는 그 어떤 비전도 유전자도 김창한의 지노 게임즈가 합병되면서 만들어진 블루홀 지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방해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회사는 울타리와 일터를 제공하고 급여를 주니, 그 구성원의 창대한 결과물에 큰 일조를 했다는 논리라면 모를까,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와 배그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이기문이다. 책이 재미있어야 독자들도 읽는다는 생각으로 창업자가 아닌 전문가가 썼다. 창업자들은 내외부에 오고 갔던 메일이며 회의록을 모두 파격적으로 공개했다. 그래서 입담이 있고,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대필 작가가 쓴 느낌을 지울 순 없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긴 메일들이 점점 더 많이 삽입된다. 끊임없이 강조하는 비전에 관한 메일이나 질책, 논쟁의 메일들을 그래도 읽다 보니 업무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이입이 되면서 내가 질책을 받거나 논쟁에 휘말려 있는 착각마저 든다.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지만, 결국 무관한 연대기를 읽고 있으니, 지친다.

유사한 실리콘 밸리 회사들의 책과는 다르게 이 책은 지루하고 전달하려는 바를 갈피 잡기 힘들다. 왜일까? 책은 장으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연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고, 전달하려는 주제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주제들이 혼재되어 나열되어 있다. 시기별로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고, 각 창업자들의 메일 또한 각 상황에 따라 여러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니, 읽는 이는 곤욕스럽다. 도대체 어떡하라는 건지. 그저 그들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인격을 보라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 책의 흥미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이유는 이 책의 도메인이 게임 제작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자본을 댄 사람, 경영을 맞은 사람, 관리자들이 화자이다 보니, 도메인은 뭉뚱그러져있다. 블루홀의 초반 비전인 경영과 제작의 분리처럼 둘은 분리되었고 이 책은 경영의 영역에 있다. 

이 책의 독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 

배그를 즐기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게임의 창조 신화를 보려는 것이라면, 책을 읽음으로써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게임 제작을 하는 사람이, 장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읽는다고 해도 말리고 싶다. 회사라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중단되어야 하는 많은 프로젝트들과 생존 경쟁을 위해 언제든지 대체되거나 버려질 수 있는 제작 과정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직시한다는 것은 자신의 업에 대한 부조리만 키울 뿐인 것 같다.

그렇다면 경영자나 투자자가 읽어야 할까? 현재 눈부시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배그의 비중이 적고, 책의 많은 부분이 배그와 인과 관계가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가지는 냉혹한 눈과 냉정한 발톱을 동병상련하는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독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종이책은 살 계획이 없다.

책의 후반부에 김창한이 배그가 세계를 향한 바다에 거침없이 나아갈 때, 화장실에서 읽으며 울었다는 슈독을 봐야겠다.

김창한과 슈독이 이 첵에서 얻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두꺼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김창한은 유명하고 슈독 또한 호평의 멋진 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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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10-09 19: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여름에 이 회사 공모주
에 도전했다가 아주 피박쓸 뻔해서
이 회사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다행히 손해는 보지 않고 탈출하
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우회전략으로 상장 후 어마어
마한 주식 매매 이익을 거둔 대표
이사에 대해서는 정말...

초딩 2021-10-12 00:53   좋아요 1 | URL
ㅜㅜ 아 네
생각해보면 사악한 것 같아요. 그리고 좀 구린내도 나고요.
담백하지 않은 그들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ㅜㅜ 게임에 대해서는 전 유해하다고 생각해서요.
어케 지인분이 추천해주셔서 읽었는데, ㅜㅜ 읽고나서 마이너스가 되었습니다. ㅎㅎ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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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 독서 교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다 결국 마음이 말하는 '어린이'에 대해 썼다.

무엇을 쓰고, 왜 쓰는가의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는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가'를 정면으로 솔직하게 바라보면 조금은 쉽게 풀리는 것 같다. 오에 겐자부로가 이야기가 복잡해지면 진실을 말하면 된다고 한 것처럼, '쓰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자꾸 어린이 이야기가 나왔다." p5


저자는 아이가 없다. 아이가 없어 아이의 마음을 모른다고 아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생채기 나는 구박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일로써 아이와 만남으로써,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진솔하게 아이와 가까이 있다. 양육의 정점을 '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도 하지 않은가. 어쩌면 부모보다 더 유리한 위치로 저자는 아이와 친구와 선배와 후배가 되었다. 후배가 되는 경험은 저자가 집필 중 환기를 위해 피아노를 시작하면서 이미 진도가 나간 선배 어린이들과의 관계에서 얻었다.


저자가 우리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어린이도 어엿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이다. 온실 같은 곳에서 어른까지 성장해서 짜잔 하고 나타나 세상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고 날 때부터 이 세상에서 같은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웃고 아파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다른 문화와 환경을 가진 미국인을 보듯이, 어린이도 어른과 같은 동등한 위치에서 어른과 다른 특징과 문화를 가졌을 뿐이다. 저자는 이것을 우리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가치관이 성장한다"가 아니고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로 말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아는 것이 저의 큰 영광입니다." p9


라는 존중과 공경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말을 맺는 저자는 독서교실에서 바라보고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그 전하고 싶은 간절함과 감칠맛 나게 잘 버무려 우리에게 선물한다. 에피소드를 읽으며 작성한 반성문으로 나머지를 채워본다.



<반성문>


처음을 잊어버리고 다그쳐서 죄송합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나는 이미 익숙한데 그것을 처음 하는 모든 이들에게 답답해하고 그 답답함을 온 얼굴에 다 드러나게 꾹꾹 참으며 다그치고 모진 피드백을 준 것을 반성합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데, 나는 무심하게 결과와 표면적인 현상만 보고,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며 따뜻하게 위로와 긍정적인 격려도 하지 않고 몰아세우기만 했습니다.


"엄마, 이거 왼쪽은 내가 묶은 거야" p20


순수함으로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을, 세상의 모든 입장과 사연을 아는 듯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올곧고 정직하게 나아가고 있는데, 저 혼자 있지도 않은 여러 입장이며 일어나지도 않을 무의미한 일들을 앞세우며 그 나아감을 또 답답하게 보았습니다. 항상 마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제가 큰 마찰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태도가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볼 낯이 없습니다. 더 신뢰하고 그 올곧음을 알아볼 안목을 키우겠습니다.


품위를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리아 몬테소리의 <어린이의 비밀>에서 '코 풀기 수업'을 하고 나서 아이들이 너무너무 고마워하며 환호했다고 합니다. 항상 코를 잘 풀지 못해 꾸중을 들었던 아이들이 이제 코를 제대로 풀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서 무척 좋아한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익숙하지 않은 모든 분들의 '품위'를 손상시켰습니다. 상대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은 결국 저 자신에게 돌아오고 제 인격과 품위는 몇 곱절로 더 떨어지는 것을 어리석은 제가 몰랐습니다. 다시 한번 품위를 지키지 못하게 해드린 점 크게 사과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처럼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전념해서 열심히 재미있게 노는 데는 10분 또는 15분이어도 넘칠 수 있는데, 그 노는 것에 항상 저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일각의 여유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한 달을 돌이켜볼 때 단 1분의 이야기도 면담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제가 얼마나 그 핑계에 익숙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수영을 하면 25m 레인을 20분 동안 볼 때, 수모가 벗겨지려 해서 중간에 잠시 서서 수모만 바로잡아도 피로도가 다른 것을 알면서도, 저는 참 어리석게 행동했습니다.


끝으로 추천의 글에 있는 것처럼, 저는 어린이와 모든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몰라보아서 죄송합니다.


"어린이라는 세계가 정중하고 사려 깊고 현명함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p258


이외에도 각 이야기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고백을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어린이의 세계가 "어린 세계가 아니고 다른 세계"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손이 잘 닿는 책장에 정중하게 이 책을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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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2021-10-04 2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영화의 내용도 이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초딩 2021-10-04 23:39   좋아요 2 | URL
아 평도 너무너무 좋네요~ 좋은 영화 소개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깊은 밤 되세요~ ☺️☺️☺️

scott 2021-10-05 01:00   좋아요 1 | URL
저도 .🖐 추천합니다 ^^

바람돌이 2021-10-04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세계가 아니고 다른 세계라는 말이 공감이 가네요. ^^

초딩 2021-10-05 00:18   좋아요 0 | URL
정말 공경해야 할 것 같아 반성 많이 했어요
넷플릭스의 직원을 어른처럼 대하랑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같아요 :-)
좋은 밤 되세요~

2021-10-05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5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뎌 초딩님도 어린이라는 세계에 빠지셨군요. 그 다른 세계에 저희도 몸 담근 적이 있었다죠. 그 기억들을 꺼내주었어요.^^

초딩 2021-10-14 12:05   좋아요 0 | URL
^^ 아주 푹 빠졌습니다. 너무너무 좋아요.
전 세대에 걸쳐 볼만한 책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희선 2021-10-05 0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세계가 다른 세계다, 다 그 세계를 지나왔지만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지... 잘 생각이 안 나요 지금도 별로 어른이다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린이도 한 사람으로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람은 다 살면서 하나하나 알아가잖아요 어린이가 아니어도 처음 하는 건 다 어려워요


희선

초딩 2021-10-15 13:47   좋아요 0 | URL
어느 시절이든 어린이 같은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또한 축복 같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맑음 2021-10-05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른세계, 다름을 인정 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그 너그러움이 따뜻함으로 전해져 역시 초딩님은 나름 순수한 분이시구나를 또 한번 깨닫고 갑니다ㅎㅎ
그나저나..... 초딩님을 보면 왜 자꾸 초딩으로 보이는지..... 꼭 신입사원 보는 듯한 이 안쓰러움은 무엇인지ㅋㅋㅋㅋㅋ 이 거친 세상 어찌 헤쳐가려나 걱정되는 건 무슨 심정인지요~
타인인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본인 마음 다치는 선까진 가지 않으셨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가져봅니다.
늘 응원하고 있는 1인이..... 오늘도 파이팅!!!

초딩 2021-10-15 13:48   좋아요 1 | URL
ㅎㅎㅎ 이 말로 이미 챙겨주시는 것 같아서 무척 감사합니다. ㅎㅎ
이 거칠고 야박한 세상에 :-)
자신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
몹시 유념하겠습니다.

감정은 부메랑 같은 것 같아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 좋은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10-07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처럼 성찰적이신 분, 얼굴이 화끈거리셨다니
저는 아직 읽기 전인데 두그두그..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 항상 고민하지만, 항상 제로인 것 같습니다. 놓고 산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초딩 2021-10-15 13:49   좋아요 0 | URL
앗 이렇게 좋게 말씀해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