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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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이다. 그중에서도 SF 소설이다. Sience Fiction이다.

Wikipedia에서 Sience Fiction을 찾아보면, SF는 일반적으로 창의적이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다루는 공상의 장르 소설이다. 특히 발전한 과학이나 기술, 우주여행, 시간 여행, 평행 우주, 외계 생명체와 같은 먼 미래에 가능한 일들이 소재가 된다.

Science fiction (sometimes shortened to sci-fi or SF) is a genre of speculative fiction that typically deals with imaginative and futuristic concepts such as advanced science and technology, space exploration, time travel, parallel universes, and extraterrestrial life

https://en.wikipedia.org/wiki/Science_fiction




SF를 마냥 생각하면,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하늘을 날아야 할 것 같고, 과거로 가서 부모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해야 할 것 같고, 외계인은 정겨운 친구로 등장해야 할 것 같고, 사람들은 우주 공간을 떠도는 도시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또는 정반대로 마지막 전쟁 이후, 원시 상태로 돌아가 서로를 잡아먹으며 치열하게 아귀다툼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인공지능이 대세이니 인공지능 컴퓨터에 지배당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은 치열하게 로봇과 싸우거나 그 자신도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것으로 자각하는 결말쯤은 나와야 할 것 같다. 이론 물리학에 기반했다면 이 세상은 몇백 번째의 시뮬레이션일 뿐일 수도 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는 그런 것들을 조금 비웃어준다. SF이니 배경이 현재나 과거는 아니고 어느 가까운 또는 먼 미래임은 틀림없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이하 우빛속 - 은 창의적 미래의 공상이긴 했지만, 몇 십 년 동안 우려먹어서 진부해져버린 그린 공상과학의 소설을 소재나 주제로 삼지 않는다.

김초엽은 포항공대 생화학 석사이다.

그래서인지 김초엽의 과학소설은 조금 더 과학적이다. 당연히 SF 소설 작가들은 소재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쓸 것이지만, 그녀의 학력 때문인지 논문을 좀 더 본 것 같고, 개연성이 적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있을법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빛속은 김초엽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빛속의 타이틀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의 과학적 상상이 과학적으로 기발하면서도 현재의 우리 모습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표작이다.

워프 버블 기술로 먼 우주를 빨리 갈 수 있었던 시대의 주인공 할머니의 남편과 자식은 어떤 먼 행성으로 이주했다. 인간 냉동과 해동 연구의 주요 연구원이었던 할머니는 지구에서 해동 기술을 완성하고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이주할 계획을 가졌다. 연구에 몰두했던 할머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안전한 해동 기술이 완성될 즈음에 웜홀이 발견되었다. 먼 우주를 워프 버블로 공간을 왜곡해서 아주 빨리 갈 수 있던 우주여행 시대는 웜홀의 발견으로 저물었다. 우주와 우주를 잇는 웜홀이라는 통로로 그저 가기만 하면 온 우주를 아주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강 냉동 기술은 우주여행을 위해 각광받던 기술에서 의료 분야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연구비가 줄어서 할머니의 - 그 연구 당시에는 젊었을 - 연구는 지연되었다. 조금 늦추어졌지만, 할머니는 해동 기술을 완성시켜 인간 냉동 기술을 전 세계에 발표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날 긴급한 연락이 왔다. 할머니의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이 연구 발표하는 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운항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왜 운항을 중단할까? 생이별을 한 가족들이 많은데 말이다.

웜홀을 이용해서 온 은하의 우주를 다닐 수 있으니, 워프 버블로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 시간도 돈도 더 많이 들어서 우주 연방은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웜홀은 모든 우주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가족이 사는 행성은 웜홀이 근처에 없었고, 자족할 수 있을 만큼 지구인이 이주해서 지구에서 그 행성으로의 운항을 영구히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의 연구 성과 발표를 다급히 마치고 우주선을 타러 달려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할머니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생이별한 가족들이 있는 행성으로 우주선을 띄워달라고 요청도 하고 데모도 했지만, 어렵게 우주선이 마련되어도 할머니의 차례가 오기에는 이산가족이 너무 많았다.

170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 미래에도 인간은 100년 내외로 살 수 있었는데, 할머니는 냉동과 해동을 계속 반복했던 것이다. 자신이 완성 시킨 그 기술을 이용해서 말이다.

더 이상 운행하는 우주선이 없는 우주 정거장에서 할머니는 홀로 그렇게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혹시나 출발할지도 모르는 우주선을 기다렸다.

소설은 그 낡은 우주정거장이 골칫거리가 되어 우주 연방으로부터 벌금만 내게 되자 철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할머니 때문에 실패했던 회사에서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보낸 직원이 할머니와 만나면서 시도한다. 할머니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그 직원이 우주 정거장의 블랙박스를 가지러 간 사이에 할머니는 행성 사이를 오가는 셔틀 우주선을 타고 무모하게 가족이 있는 - 가족이 묻혀 있는 - 행성으로 떠난다. 결코 도착할 수 없는 곳으로 출발한 것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등장하는 우주여행의 이론들과 그 이론들이 시간 순으로 발전하면서 생기는 사회 현상에 대한 예측은 김초엽의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 과학이 발현되는 사회에 대한 통찰 있는 관찰력을 잘 보여준다.

김초엽은 청각장애인이다.

김초엽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사이보그가 되다>이다. 청각장애가 있어 보청기를 한 김초엽과 지체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탄 김원영 변호사가 컬래버레이션으로 집필한 <사이보그가 되다>는 인간의 몸에 기술의 발달로 보조 기구들이 장착되어 가는 모습과 그런 기술의 발달에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극복할 대상으로 봄으로써 생기는 현실의 그림자를 드러내주는 책이다.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청각장애는 아예 듣지 못하거나 보청기를 착용하면 잘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어리석게 생각한 나의 장애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넓혀주었고 올바르게 잡아주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초엽의 공감 능력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감성의 물성> 곳곳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느끼기 힘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보통 사람이 아닌 사람들로 간주되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엿볼 수 있다.

<스펙트럼>에서 할머니가 젊었을 때 난파된 행성에서 인간의 가시 영역을 벗어난 색으로 그림을 그리며 현재를 전승하는 원시의 외계인들을 보면, 우리 인간이 오감으로 느끼는 세계라는 것이 결국 우리 인간의 오감이 느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한정적으로 그려진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웜홀 통과를 위해 통과 과정의 열악한 환경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우주인으로 선발된 사람들의 신체의 5%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기계로 대체되는 사이보그 그라인딩을 다룬다.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어 웜홀을 통해 웜홀 너머의 우주로 나아간 것은 인류가 한계를 뛰어넘은 것일까? 인류가 아닌 사이보그라는 초인류가 당연한 능력으로 해낸 것일까? 웜홀을 최초로 통과하게 될 우주인으로 선택되어 사이보그가 된 우주인은 웜홀로 출발하는 우주선에 타지 않고, 그 전날 심해로 다이빙해서 사라져 버린다. 이쪽 우주나 저 건너의 우주나 똑같을 것인데, 굳이 내가 왜 거기에 가느냐는 말을 딸에게 남긴 채 사라진다.

그리고 김초엽은 여자다.

그래서 <관내분실>에서 죽은 엄마의 뇌가 스캔 되어 디지털화된 영혼의 엄마를 만난 딸의 이야기는 아이를 가져서 김은하씨에서 지민 엄마로 이름을 잃어버린 자기의 일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여자의 이야기를 한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분명 SF 소설임은 맞지만, 그 사실감과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미래가 현재가 되어 지금의 이야기를 증폭해서 우리에게 가정문을 평서문으로 써서 전해준다.

그리고 오디오북도 같이 들었는데, 세 성우 님의 명낭독 또한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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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20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베스트셀러 작가이시죠. 인기 있는 책이 한두 권도 아니고...
청각 얘기는 저도 어디서 봤어요. 김초엽 작가를, 이렇게 긴 글을 잘 쓰신 초딩 님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디오북을 찾아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0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 책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어요!^^ 흥미진진하더라구요. 낭독도 좋고~

scott 2021-12-24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행복한책읽기 2021-12-25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메리 크리스마스. 간만에 들른 느낌이어요. 추억 소환 페이퍼에 초딩님 댓글이 달려 있어, 냉큼 달려왔어요.^^ 마지막 문장 짱이에요. 김초엽 소설의 특징을 너무도 잘 표현해 주셨는 걸요. <미래가 현재가 되어 지금의 이야기를 증폭해서 우리에게 가정문을 평서문을 써서 전해준다> 도장 쾅쾅!!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도 축하드리구요. 2021년 즐겁게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도 더불어 즐독해요~~~^^

얄라알라 2021-12-27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오랜만에 서재 들렀나봐요.

저도 클스마스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문 소설, 다 읽고 찾아보니 김초엽 작가님이 극추천하였더라고요.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려주신 사진, 따스한 아이보리색 한파에 넘 잘어울려요

초딩 2021-12-28 23:58   좋아요 2 | URL
ㅜㅜ 아 잘 지내시죠? 요즘 좀 정신 없어서 글만 이렇게 겨우 올리고 있네요.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1-12-27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관내분실˝을 읽고, 김초엽 작가가 본인의 어머니와 (한국에서는 ‘이모‘라고 많이 부르는) 어머니의 친구분들과 친분이 깊거나 윗세대 여성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 들었답니다^^

러블리땡 2022-01-01 04: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1 0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빛의 속도,
한해가 가고 한해가 오는 시간의 흐름이 빛과 관련있다는 걸 생각하니...
시기적절한 제목의 책이네요
우리는 우주공간 태양계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만들어진 빛의 순환 안에 갇혀서 날을 헤아리는 작은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 좋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2-01-03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읽고 저 책을 주문하기로 했답니다. 늘 이렇게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딩 2022-01-03 06:06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힘을 내 봅니다~

2022-02-05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22-04-2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예요~
 
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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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오디오북으로 새로 등록되어서 들었고, 종이책으로도 구매해서 읽었다.



현대지성의 이솝 우화 전집이다. 지은이 이솝 Aesop (B.C. 620 - 564 년 경) 이다. 우리가 아는 그 이솝이다.



우리가 아는 이솝의 이솝 우화인데, 책날개의 그린이가 아서 래컴 Arthur Rackhan (1867 - 1939)이다. 기원전의 이솝보다는 최근이지만, 우리에게는 한참 옛날 사람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아서 래컴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하며 에드몽 뒤락, 카이닐센과 함게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렸다고 한다. 또 우리가 아는 그림 형제의 동화 삽화를 그리면서 주목받게 되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피터팬> 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358편의 우화 원작을 보며, 아서 래컴이 그린 88장의 클래식 일러스트를 보는 것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준다.



컬러 일러스트도 있다. 이 일러스트는 '독수리와 쇠똥구리'의 삽화다. 기원전 620년 경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에서 태어나 주인을 변호해 준 공로로 자유민이 되었고, 그 후 그리스의 일곱 현인과 어울렸다가 사모스 사람의 외교사절도 되었던 이솝이 델포이로 가서 협상하다 '독수리와 쇠똥구리' 우하를 전하다 델포이 사람들을 격노하게 만들어 낭떠러지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다는 그 우화의 일러스트이다. 쇠똥구리는 독수리에게 쫓기고 있는 토끼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독수리를 그 쇠똥구리를 업신여기고 토끼를 잡아먹었다. 그 후 쇠똥구리는 독수리가 알을 낳기만 하면 둥지로 가서 알을 밖으로 굴러 뜰어뜨려 깨서 먹어버렸다. 독수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변신할 때의 모습이기도 하고, 제우스의 명령을 전달하는 사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수리는 제우스에게로 도망가 간청해서 제우스의 무릎에 알을 낳았다. 하지만, 쇠똥구리는 쇠똥을 제우스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고, 놀란 제우스는 쇠똥을 털어내려고 일어서다 독수리의 알이 또 깨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각 우화에서 나오는 인물이나 동물 등에 대해서는 이솝의 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래서 기원전의 우화를 지금의 시대에서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각 우화에는 교훈 lession learned가 붙어 있는데, 이 교훈은 이솝이 직접 말하거나 쓴 것은 아니고 이솝 우화를 수집한 사람이 덧붙인 것들이라고 한다. 특히 "이 이야기는 ... 를 보여준다"로 되어있는 교훈은 이솝 우화를 수집했던 대중 연설거나 수사학자들이 실제 연설이나 웅변에서 사용하기 좋게 주제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솝이 직접 쓴 우화 책은 없고, 구전으로 전해 내려왔다. 우리가 또 잘 아는 아리스토텔레스 (기원전 384-322년)는 수수께끼나 격언, 민담을 수집했는데, 그가 이솝 우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솝 우화는 구전이다 보니 많이 각색되었을 것이고, 특히 영어로 번역된 이솝 우화는 특히 많이 각색되고 분칠되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을 대변하는 대중 고전으로 인정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용한 1927년 에밀 샹브리가 간행한 이솝 우화 (Paris, 1927)는 그리스 원문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라서 원문에 가까운데, 그 내용을 보면, 이솝 우화의 그 시대는 야만적이고 거칠며 잔인하고 자비나 동정이 없다. 또한 폭군이 다스리는 체제 이외에는 다른 정치 체제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화를 보면 각주와 교훈이 애써 도움을 주려 하지만, 현대에는 이해하기 힘들고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 종종 보인다.

특히, 동화책 이솝 우화로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는 거북살스러운 내용도 왕왕 나온다.

'족제비와 쇠줄'에서 족제비가 쇠줄을 핥아 먹다가 쇠줄에 묻어나는 피가 다른 맛있는 무엇인 줄 착각하고 계속 핥아 먹다가 혀를 완전히 잃는다든지, 두 마리의 수탉이 암탉 몇 마리를 차지하려고 싸운다는 내용은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기가 난감하고, 자세히 물어보면 둘러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화를 기억해가며 적합하지 않은 우화는 걸러서 읽어줘야 한다.


이솝 우화는 아이들을 위한 우화라기보다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들이 싫지만 끄덕이게 되는 현실을 풍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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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10 1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화를 쓰고 거기에 교훈을 단다는 발상이 씁쓸하네요. 어떤 도덕을 일률적으로 강요할때 많이 쓰는 수법이죠. ㅎㅎ

잘잘라 2021-12-10 11: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88장의 일러스트를 보고 싶어서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12-10 13: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역본이라 좋네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

Persona 2021-12-11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폴론 신전 비리를 고발하려고 들려준 독수리와 쇠똥구리 이야기를 다행히 누구나 알아듣고 켕겼을까요? 거기 사람들이 분노해 죽임을 당한 거라면요. 그런데 그림은 왜 이리 멋진가요.
우화에 빗대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그의 능력이 전쟁포로-노예에서 자유민으로도 하고 죽게도 한 걸 보면 새삼,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이었겠다 싶네요.
그림이 멋지네요. 아서 래컴이라는 이름, 자신없지만 기억해두어야겠어요. ^^

독서괭 2021-12-11 0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딱 읽기 시작하면서 어 아이들 읽어줄까? 싶었는데, 난감한 내용들이 있군요^^;
재밌어 보입니다. 초딩님 오디오북 목록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scott 2021-12-16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2021년 서달인 추카 해유 ^ㅅ^

이하라 2021-12-16 15: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쎄인트saint 2021-12-16 16: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1-12-16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2-16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강나루 2021-12-16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2021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12-16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내년에도 멋진 글 기대하겠습니다 ^^

mini74 2021-12-16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 저도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2-16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1-12-16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러블리땡 2021-12-17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좋은 밤 되세요 ^^

희선 2021-12-17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군요 새해가 오면 시간이 조금 천천히 가는데 한달 한달 가면 빨리 가네요 2021년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독서괭 2021-12-17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3년 연속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thkang1001 2021-12-20 0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scott 2022-01-07 17: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2022년 새해 건강!^^

mini74 2022-01-07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2-01-07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당선 축하드려요. 22년에도 멋진 글 많이 보여주세요~!!

이하라 2022-01-07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새해 기쁜 시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1-07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2-01-07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thkang1001 2022-01-08 0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초란공 2022-01-07 2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있나 싶을 정도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2-01-08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하나의책장 2022-01-10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eBook] 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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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해설은 안타깝다. 열 편의 소설을 묶은 이 책을 왜 중언부언으로 지난하게 요약해서 그것을 해설이라고 제목 했는지 모르겠다.
부러움인지 깍아내림인지 모를 감정이 건조한 감상에 식은 콜라겐 덩어리처럼 섞여 있다.
정작 작가는 목에 기름칠을 하고 느끼한 말을 뱉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불균질한 사람들의 불균질한 이야기라고 한다. 해설이.
균질하지 않음에 대한 것이다. 균질은 표준이라는 잣대의 범위 안에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해설은 말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한다.
주택가 거리에서 엄마는 칼에 찔려 죽었고, 그 칼에 찔려 죽은 엄마의 딸과 스물두 살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어 후 줄 곧 혼자 살았으며 ‘안간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게 살아온 여자가 트랙을 도는 운동장에서 만난다. 칼에 찔려 죽은 엄마는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었고, 딸은 그렇게 자주 바뀌는 엄마의 남자 친구가 ‘아빠’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신혼이 그대로 박제된 것 같은 집에서 전처를 결코 잊지 못한 것 같은 남자와 6년을 사귀었지만, 자신이 전처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보여준 이후 어느 날 남자는 헤어지자고 한다. 그 여자는 그 전처의 레스토랑을 아빠와 간다.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는데, 엄마는 아빠의 근황이나 건강을 끊임없이 보고하라고 한다.
b는 5년 해외근무를 하면 전임 교수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갓 사귀기 시작했을 때이고, 말이 안 통하는 것이 무서워 해외여행도 가지 않는 아내가 눈에 밟혀 해외 근무를 하지 않았다. 

​“자네가 정말 잘못 셈한 게 뭔지 아나? 두 패가 따로 논다고 생각한 거였네” p87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 p88

​말 그대로 잘 못 생각한 것이다. b는 번번이 임용 심사에서 떨어졌고, 해외 근무를 다녀온 제자가 b의 경쟁자가 합류했고, 친구의 도움으로 다들 간다는 어느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끝내 갔을 때도, 하필이면 조미료 파동이 일어나서 b는 몸빵처럼 뉴스에 나와서 희생양으로 짜집기 당한 채 뉴스에 나왔다.  아내는 안타까움은 이미 퇴화되었고, b의 전락의 과장 내내 긁었다. 그 뉴스가 나왔을 때도 모질게 긁었다. 그 긁음에는 b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모든 가족이 모여 아침을 먹던 그 식탁에서 음식이며 식기를 모조리 아내에게 던졌고, 식탁 주변은 깨진 그릇 조각으로 발을 디딜 수 없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을 정리한 것은 안타깝게도 b가 아니라 아내였다”

​균질하다 불균질해졌거나, 애당초 불균질했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불균질한 삶을 불균질하다는 것처럼 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해설처럼 말이다. 
엄마가 살인을 당했다. 바로 그 근처에 딸이 살고 있다. 그 딸의 집에 전세가 싸니 이사 가라고 소개받았다. 대부분 이혼했다. 착각으로 인생은 실패했다. 갑자기 버림받았다.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대들었다. 목 졸렸고, 오지게 맞았다. 박사 학위를 받는 데 16년이 걸린 아들은 아는 형의 제안으로 웹드라마 조명팀으로 합류했다. 그 아들은 행복하다는데 아비는 속이 타 죽는다. 허우대만 멀쩡했던 아빠는 동생이 대학에 들어가자 무일푼으로 엄마에게서 쫓겨났다. 그래서 딸의 집 거실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아빠는 엄마 명의의 차를 아직도 타고 다니고 보험료도 엄마가 낸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모든 것이 정신이 나간 것 같고, 정상에서 한참 벗어났고 이제는 정상과는 영영 이별인 것 같다. 낭패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 붙일 수도 없고, 모든 게 끝나버렸다는 말이 결론처럼 그리고 엔딩 커튼처럼 어울릴 뿐인 것 같다.

​“외로운 건 결론이지, 기분이 아니라고” p96

​고상한 감상을 가질 일 없는 우리 인생을 온통 기름이 튀고 먹는 이들을 번들번들하게 만드는 삼겹살이 아닌, 기름을 쫙 뺀 수육처럼 보여준다. 
수육에는 빠르게 한 잔 들이켜고 바닥에 탁하고 놓으며 소주를 마신다. 감정도 수육에서 빠진 기름처럼 하나 남지 않은 것 같지만, ‘탁’하는 여운은 그 어느 것보다 짧지만 길게 여운 된다.

​“외로운 건 결론이지, 기분이 아니라고.” p96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저자는 정말 추천사처럼 목에 기름칠 하나 하지 않고, 담백하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하고 투박하게 뱉어낸다.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문장도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이.
그래서 소설들은 서사되어 과거로부터 흘러와 현재에서 맴돌다 미래로 다시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독자를 그 소설의 한 가운데로 정확하게 내리꽂아준다. 소설 속 파라솔 대여 장사를 하는 할아버지가 신속하게 모래를 파고, 오전인지 오후인지 또는 바람이 부는지 날씨가 좋은지에 따라 요구되는 각에 맞춰 정확하게 파라솔을 꽂듯이, 우리를 소설 속 그 자리에 꽂아준다.
아주 정확해서 우리가 그 속의 어느 등장인물인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균질함이 우리 인생의 표준 잣대가 아니고 불균질함이 그 잣대여서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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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1-12-01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의 이번 글은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네요.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해야할까요. 표준화가 다발적으로 진행된 수많은 개인들의 삶이 그렇지 않은 다른 삶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상황이라고 봐야하겠죠. 시민의 삶이 하나같이 균질화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이롭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초딩님.

오늘도 맑음 2021-12-02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 작가도 이책을 언급하던데요,
사실, 제겐 책속 줄거리보다, 초딩님의 리뷰가 훨 좋은 듯 싶네요ㅎㅎ
아직 읽어보지 않고 속단하면 안되겠지만, 줄거리만 보면 좀 식상한지라......
초딩님의 - 독자를 한 가운데로 꽂아준다...란 표현이랑, 파라솔 할아버지를 비유한 부분이 너무 좋네요^^ ㅎㅎㅎ 역시 초딩님 다운 멋진 표현입니다.
간결체라고 하시니, 공부도 할겸, 여유될때 한 번 챙겨봐야겠어요~!
 
[eBook]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 항바이러스제에서 신경안정제까지 | 인류에게 희망과 미래를 열어준 치료약의 역사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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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교양서를 읽을까? 왜 교양을 쌓아야 할까?
저자는 전공 서적은 전문 분야를 다루기에는 내용이 어려워 학생들이나 비전공자가 가렵게 읽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머리말에 밝힌다. 
재미와 실용성을 주는 교양서는 특히 중고등학교에서 꿈을 가지고 대학을 진학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비단 학생들이 꿈을 가지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 분야 또는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 또는 기관이나 회사에서는 꿈을 비전이라고도 명명할 것이다. 또는 소명 의식을 가지게 한다고도 할 것이다.
특히, 그런 역할을 할 교양서는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 더 나아가서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이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소개하는 첫 문장이
“역사를 좋아하는 약사” p2
로 시작한다. 그런 취지에서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를 썼고, 후속편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를 펴낸 것이다.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전편인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도 살까 했지만, 알라딘 평이 8점 대여서 우선 좀 미루어두었다.
어쨌든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는 내가 약사이며 저자인 정승규 님을 처음 만난 책이고, 그 첫인상은 무척 좋았다.
코로나 19로 무척 관심이 높아진 항바이러스제, 정신과 약, 구충제, 피임약, 탈모제, 위장약,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뇌 질환 치료제, 당뇨약, 유전자 치료제 등 정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필요하게 될 약 11가지를 저자의 약학 지식과 폭넓고 깊은 역사적 지식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각 약이 개발되기 전에 속수무책으로 고통받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거나 심해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건과 함께 자세히 다룸으로써 “인류 공헌”이라는 약 개발의 비전을 특히 청소년에게 심어준다.

미군 부대에서 처음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 전시 중여서 스페인 독감이 퍼진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국민들이 동요할까 봐 언론 통제를 한 것에 비해, 스페인은 중립국이어서 독감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고, 그로 인해 미국의 군부대에서 처음 발발한 독감이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지고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첫 장에 나와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도를 고취했다.

프로페시아와 같은 탈모제가 남성 전립선을 치료하는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되어있지만, 함량은 1/5밖에 되지 않지만, 가격이 훨씬 비싼 이유는 탈모에 적합한지 “임상시험”을 거쳐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임을 알려줌으로써,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의 고비용에 대해서도 다루어준다. 

1940년대 흙에서 발견한 결핵 치료제 스트랩토마이신으로 불치병이던 결핵균을 없앨 수 있었지만, 스트랩토마이신은 장기간 약을 주사로 투여해서 불편했다. 또한 난청이 생기고 내성균이 나타나서 이를 극복하고 주사제가 아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결핵약들이 개발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소니아지드라고 하고 이 약은 지금도 사용된단다. 1951년 미국에서 이소니아지드 분자를 약간 변형 시켜 이프로니아지드를 만들었는데, 임상시험 중 이 약을 먹은 환자들의 식욕이 왕성해지고,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우울증 치료제로 써보았는데, 우울증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약은 최초의 항우울제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프로니아지드를 복용하던 사람 중에 고혈압과 간독성이 나타났고, 결국 1961년 부작용으로 퇴출당했다고 한다. 우연히 약을 개발하는 경우와 아무리 훌륭한 약이라도 부작용이 심하면 있으면 제한하거나 금지된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또 한 번 개발 중의 임상 시험뿐만 아니라 시판 후 임상 시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또 한, 약 개발이라는 과정 자체가 우연과 발상의 전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아는 타미플루는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 부사장이었던 재일교포 한국인 김정은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굉장히 뿌듯했다. 1975년 신풍제약이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협력해서 얀센의 구충제 메벤다졸을 다른 제조법으로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 얀센은 자사 제품을 도용했다고 법적 제재를 가하려 했지만, 신풍제약의 구충제는 얀센의 것과는 합성법이 전혀 다르고 그때에는 물질 특허법이 도입되기 전이여서 얀센은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얀센의 구충제보다 훨씬 저렴하고 우수한 신풍제약의 구충제는 널리 보급되어 구충 사업에 큰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강이나 하천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회로 먹는 것을 즐겼는데, 이때 동물의 근육이나 내장에 흡충류 애벌레가 있었는데, 이 애벌레가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간, 폐, 창자에서 성충으로 자라서 병을 일으켰다. 그래서 낙동강 등에서 민물고기를 회로 자주 먹던 사람들은 40대가 되어 얼굴이 누렇게 붓고 앓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간흡충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우리나라 흡충 감염은 400만 명에 달했는데, 치료제인 바이엘사가 판매한 빌트리시드가 세계시장을 독점해서 약값이 비싸서 제대로 사 먹지 못했다. 이때 KIST 응용화학연구실장 김충섭 박사팀이 3년간 연구해서 1983년 새로운 방법으로 바이엘의 빌트리시드의 성분인 프라지콴텔 합성에 성공했다. 신풍제약은 이 합성법을 실용화해서 디스토시드를 만들었다. 게다가 바이엘의 제조법은 공장에서 만들 때 위험해서 대량생산을 할 수 없었는데, 신풍제약의 방법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독일 바이엘은 신풍제약에 특허권을 수십만 달러에 사려고 했지만, 신풍제약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국제적으로 연합해서 물질특허를 도입하게 압력을 가했고, 합성법이 아닌 화학적으로 제조되는 물질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물질특허제가 1987년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독일에서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약을 개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말 그대로 큰코다친 것이다.
타미플루 개발과 신풍제약의 구충제 개발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고, 초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만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2019년 11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 시판승인을 받았다. 기존에 나온 약을 1~3개 복용해도 치료가 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에게 엑스코프리를 투여했을 때 12주 동안 28%가 전혀 발작이 생기지 않았다.” p268

2001년부터 기초 연구를 했고, 임상 시험과 인허가 과정을 모두 거쳐 개발되었다고 한다. 후보 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이고 FDA에 제출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국내기업이 자력으로 FDA 신약승인을 받은 첫 사례이다.
하지만, 외국 경우, 훌륭한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도 주목받지만, 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노벨상을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SK바이오팜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경우는 신약 개발에는 항상 제약사나 CEO가 거론될 뿐 연구원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국내의 암울한 현실도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지만, 그 꿈을 이루었을 때 조명받지 못하는 현재의 한국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2015년 개똥쑥에서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은 투유유屠幼 幼라는 중국 여성 과학자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연구를 지시하고 국가 주도로 개발했다고 마오쩌둥이 노벨상을 받을 수는 없다.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개발 역사를 보면 제약회사보다는 실무를 담당한 인물을 중심으로 보도한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끈기를 갖춘 과학자가 없으면 신약을 만들 수 없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성과를 낸 과학자를 조명해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앞으로 언론의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기대한다. p270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는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사실들을 더해줌으로써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 청소년에게는 꿈을 관련 종사자에게는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며, 암울하고 답답한 국내 과학계의 현실을 비판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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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21-11-30 2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 정말 바쁘시죠?
이 시간에 글을 올리시는 것 보니, 정말 바쁘신것 같아요ㅎㅎ저도 요즘 그러고 있거든요ㅎㅎ
저 또한 정신없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달고 싶은데, 초딩님이 글을 올리고 시간 경과가 많이 되면 바쁘셔서, 댓글을 달아도 , 잘 못보시는 것 같아, 자꾸 대화를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반가운 마음에 후딱 인사만 남기고 갑니다.
후에 리뷰 다시 읽고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건강관리 잘 하셔야 해요~!!!

초딩 2021-12-01 00:32   좋아요 3 | URL
ㅜㅜ 에고 요즘 바쁘네요 정말 ㅜㅜ 잘 지내시죠? 저도 무척 반가워요~
맑음님도 건강관리 잘 하시고요!
저도 다시 읽겠습니다~
혼자 11월이라고 마감을 치고 있어요 북플에 흐.
굿나잌이요!

scott 2021-11-30 09: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개똥쑥 피부에 좋은^^

초딩 2021-12-01 00:33   좋아요 2 | URL
ㅎㅎ scott!님 피부^^
얼마전에 클래식이 너무 좋아서 scott님 포스트를 한 참 돌아다녔어요 ^^
평소에 좀 더 자주 저장해둘껄 ㅜㅜ 이러고요.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1-12-01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신풍제약 이야기에 눈이 반짝^^
스페인 독감 이라는 명명을 일부러 피해가시는 분들에게서 저 말씀 많이 들었는데 이 책에도 나오나봐요^^
 
[eBook] 세상을 바꾼 플랫폼 성공 비법 -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연결하는 플랫포머
김성겸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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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기타 제조 기업인 펜더(Fender)는 2008년에 미국에서 145대의 기타를 판매했지만, 10년 만에 109만 대로 줄었고, 118년 역사의 경쟁사 깁슨도 2018년에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타를 사지 않았다. 정확히는 기타를 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학창 시절 기타를 메고 다니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고 몹시 부러웠지만, 지금 기타를 메고 다니는 친구를 보면 예술 쪽 학교에 진학을 했느냐고 생각할 만큼, 취미보다는 특별함으로 느껴진다.

2015년 CEO가 된 앤디 무니는 나이키와 디즈니에서 베테랑 마케터로 일했었다. 그는 왜 기타가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지 조사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람들은 데이터를 분석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타는 그냥 한물간 아날로그 골동품이 되어가는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추억의 제품으로 여기고 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가 오네 어쩔 수업지'라고 쉽게 단정하고 포기하듯 말이다.

데이터 조사 결과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었다.

기타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겼는데, 신규 고객의 절반이 넘는 수치가 여성 고객이었다.

제조업 당시에 대부분의 고객은 뮤지션이었지만, 현재 고객 중 전문 기타리스트는 10%에 불과했다.

기타 구매 후 3개월 만에 연주를 포기하고 더 이상 기타를 쳐다보지도 않는 고객이 90%에 달했다.

기타를 재구매하는 고객 패턴을 활용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했지만, 기타를 처음 사는 사람이 전체 구매 고객의 45%나 되었다. 한 번 기타를 사며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기타는 더 이상 치지 않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이다.


"초보자들이 기타에 그렇게 많이 도전하고, 그렇게 빨리 포기하는지 몰랐다. 5년간 팔린 기타의 절반을 여성이 구매했다는 사실에 회사의 모든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p97


통계 분석을 하고, 온라인 학습 대세를 고려해 미디어 강의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고객의 속도에 맞춰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은 특별히 여성 고객에게 적중했고, 코드를 모두 외우고 난 뒤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 하나를 외우면 그 코드로 최신곡을 짧게 칠 수 있게 했고, 영상 길이도 2분 내외로 정했다.

그렇게 출시한 앱이 펜더 플레이 Fender Play - Learn Guitar 이다.


Fender Play - Learn Guitar

매달 9.99달러를 내면 기타 강의를 무제한 구독 할 수 있다. 오프라인 학원이 20 ~ 30만 원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다. 무제한으로. 거기에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집에 머물며 악기를 배울  여건이 더 만들어졌다.

2017년 앱 출시 때 5억 달러였던 매출이 2019년에는 6억 달러로 늘었다.


그리고 202년 3월과 4월에 공장을 닫았어야 했지만, 펜더 앱의 활약으로 2020년 매출은 2019년보다 17% 증가한 7억 달러다.


Despite having to close factories in March and April 2020, Fender finished the year on a high of $700 million. Nearly 17% more than what was achieved in 2019. This success can be partially attributed to the new Fender Play App, through which the company ran special promotions in 2020.

Guitar Sales Statistics (2021) – Most Recent Guitar Industry Data!


펜더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기타를 배우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약진했다.


<사진은 오래전 서울역에서 찍은 것이다>


그래도 플랫폼 Platform 이란 무엇일까? 원래 뜻은 기차역의 승강장을 뜻한다. 플랫폼은 자신이 원하는 기차를 기다렸다 탈 수 있는 곳이다. 이 의미가 비즈니스 산업으로 확대되어 수요자인 고객 (승객)과 공급자인 제품 (기차)를 연결해주는 환경을 가리키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음식점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좋은 예이다. 산업의 인프라처럼 플랫폼은 수요자나 공급자를 위한 기반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또한 공유된다. 배달을 위해 식당마다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배민이나 요기요의 잘 갖추어진 주문 시스템을 이용한다.

배민이나 요기요처럼 다른 업체들을 담는 경우도 있지만, 카톡처럼 자사의 여러 서비스를 담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처럼 여러 소매상 retail을 담는 것과 같은 이 플랫폼은 무작정 만들면 될까? 팩데믹이 모든 것을 가속화시키니 그 파도를 타고 파고의 정점에 올라탈 수 있을까?

펜더처럼 정확한 시장 데이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가구거리처럼 가구 업체들이 모두 모여있을 것을 원할 수도 있지만, 인테리어 업체와 각종 가구점이 모두 총 집합되어있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답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것이고, 기존에 없는 형태여서 분석할 데이터가 없다면 시뮬레이션을 해보거나 MVP (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어 타깃 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A minimum viable product (MVP) is a version of a product with just enough features to be usable by early customers who can then provide feedback for future product development.

Wikipedia - Minimum viable product


<세상을 바꾼 플랫폼 성공 비법>은 실리콘 밸리의 경영서처럼 많은 사례들을 다루고, 저자의 각 플랫폼에 대한 통찰력 (insight)를 즐겨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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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1-11-2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십대 때 베이스 배우고 싶은데 베이스 부터 안하고 사루비아 통기타부터 하다가 아 난 음악 영 아니구나 싶어서 치웠거든요? 그 기타 줄을 안 풀러놓고 새까맣게 몇년을 방치했더니 뒤틀리고 휘어져 버렸어요.;; 지금도 책장과 책상 사이에 파묻혀 있는데 사루비아에게 참 미안하게도 펜더 플레이 앱이 멋지게 느껴지는데 만약 다시 배우면 이 사루비아를 처분하게 되겠죠? 관리 소홀로 뒤틀리게 만들어서 넘 미안하네요. ㅠㅠ

희선 2021-11-26 0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타를 산 사람에 여성이 많고 샀다가 그만둔 사람도 많군요 혼자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그렇겠습니다 그걸 알아보고 기타를 배우게 해주다니, 그런 거 좋아할 사람 많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1-11-26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 보니 기타를 다시 배워보고 싶어지네요 ㅋ 초보자중에 저도 포함되어 있는것 같아요 😅
역시 기본은 데이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