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다는 것은 고통을 의미한다. 즉 불가능한 선택이 주는 고통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아만다에게 굶주린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슬픔이다.(p14)... 필리핀의 어느 농가에 도착해서 우리가 처음 들은 말은 집이 누추해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굶주린다는 것은 또한 굴욕적인 삶을 의미한다... 굶주림의 네번째 차원은 공포이다. 고통, 슬픔, 굴욕, 그리고 공포.(p15)' <굶주리는 세계> 中


 굶주린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끼니를 거르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지속적인 굶주림으로 인해자신과 주의의 사람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과 이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참함 또는 굶주림으로부터의 탈출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기본 과제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가령 세계에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역설적인 현 상황은 굶주림에 대한 문제에 복잡함을 더한다.


  '식량이 풍부한데도 굶주림이 존재하는 것은 제3세계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로 식량생산 증가분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고등과학진흥희(AAAS)의 1997년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 중 78%가 식량이 남아도는 나라에 살고 있다.(p25)' <굶주리는 세계> 中


 식량이 풍부함에도 굶주림이 존재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Jeffrey Sachs에게 빈곤의 근본적 원인은 "지리적"이다. 그의 책 <빈곤의 종식 The End of Poverty>(2005b)에서 삭스는 "지리는 숙명이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느 한 나라가 만약 접근하기 어려운 입지와 질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 극단적인 기후 그리고 파괴되기 쉬운 토양을 갖고 있다면, 가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발전의 사다리에 심지어 그들의 첫 발조차 올려놓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올바른 요소들 - 훌륭한 항구, 부유한 세계와의 긴밀한 접촉, 양호한 기후, 적절한 에너지원 그리고 전염병으로부터의 자유-을 갖춘 대부분의 사회는 극단적인 빈곤으로부터 해방되어 왔다.(Sachs,2005c:47)"(p33)' <현대 경제지리학 강의> 中


 제프리 삭스에게 있어 빈곤의 원인은 '지리적 문제(Geographical problem)'에서 비롯된다. '지리적 숙명'에 의해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는 제프리 삭스의 주장에 따르면'굶주림'과 '빈곤'은 가난한 국가 내의 문제로 한정된다. 이러한 빈곤의 내재(內在)적 원인론과는 반대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장 지글러(Jean Ziegler,1934 ~)는 빈곤의 구조적 문제를 굶주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구조적 기아"를 정의하기는 더 어려워. 굶주린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끝도 없이 헤매거나, 뼈와 거죽만 남은 여자들이 불쌍한 아이를 안고 난민 캠프 앞에 길게 줄을 서는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십만병의 아이들이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잃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구조적 기아"에 있어.(p60)'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中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에서는 빈곤퇴치를 위한 내재적 노력이 외부의 압력(다국적 기업, 외국 정부)에 의해 좌절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제3세계의 굶주림 문제가 이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뒷받침하고 있다.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문제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p1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中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의한 구조적인 빈곤의 문제를 제기되며 <굶주리는 세계>에서도 세계화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국적 기업임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이들 다국적 기업들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NAFTA 같은 무역 조약, 그리고 세계은행, IMF, WTO 같은 기구들이 새로운 지구 경제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서 진짜로 이득을 보는 것은 국가들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나 본사를 두고 다른 나라의 사무실과 공장을 관리할 수 있는 거대 다국적/초국적기업들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많은 나라의 GNP를 능가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세계경제에서 거대한 주체로 군림하고 있다.(p271)' <굶주리는 세계> 中


 세계 경제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추구하는 바는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 ~ 1929)에 따르면 결국 '수익 창출 능력의 극대화'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수익 창출 능력은 구체적으로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Present Value of Future Cash Flow)'를 통해 기업 가치로 환원되고,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주가의 형태로 거래된다면, 무상 분유 공급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것과 같은 미래 현금 흐름을 감소시킬 어떠한 유인(誘因)도 다국적 기업을 지배하는 대주주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저지시키려는 일련의 노력들이 세계 곳곳에서 행히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계의 빈곤을 감소시키기 위해 어떤 해결 방안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자본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협상을 벌이는 자가 자본을 구매하는 것은 장래에 이윤을 얻기 위해서이다. 즉 내용상으로 보자면 그는 나중에 또 다시 팔기 위해서 자본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그렇게 미리 사두고자 하는 그의 계획은 그가 협상하는 자본이 앞으로 가져올 수익의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일정한 덩어리의 자본의 가치란 그것의 수익 창출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즉, 수학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자본의 가치란 그 수익 창출 능력의 함수이다. (p113)... 따라서 자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란 결국 매매되고 있는 유가 증권들이 대표하는 소유 재산이 어떠한 수익 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어림짐작으로 추측하여 그것을 자본화한 것이 된다.(p115)'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中 


 '빈곤/굶주림'을 세계화 시대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로 정리했을 때 이에 대한 여러 해결 방안이 존재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 )과 가라타니 고진(Karatani Kojin, 1941 ~ )은 세계 기구를 통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고진이 제시한 방법은 보다 급진적인데, 빈곤이라는 문제를 국내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해결 방안을 마지막으로 제시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나는 전 지구적인 해결을 요하는 문제가 점점 더 늘어날수록, 어떤 나라가 독립적으로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논증했다. 따라서 우리는 전 지구적인 결정을 하는 기구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구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그 기구들이 더욱더 책임감을 느끼게끔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직접 선거로 구성된 입법부를 갖춘 지구 공동체에 대한 구상에 다다르게 된다.(p254)' <세계화의 윤리> 中


 '인류는 지금 긴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쟁, 환경파괴, 경제적 격차이며, 이들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p224)... 이것들은 일국(一國) 단위로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각국에서 군사적 주권을 서서히 국제연합에게 양도하도록 하여, 그것을 통해 국제연합을 강화, 재편성하는 것입니다... 각국에서 이와 같이 주권의 방기가 이루어지는 것 외에 국가를 지양하는 방법은 없습니다.(p225)' <세계공화국으로> 中

 

글을 마치기 전 결을 달리하지만, 조세와 관련한 국제적 협력을 주장한 토마 피게티(Thmas Piketty, 1971 ~ )의 내용도 옮겨본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20세기에 창안되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만 할 사회적 국가와 누진적 소득세라는 두 가지 기본 제도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현 세기의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통제하려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이상적인 수단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적 금융 투명성과 결부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가 될 것이다.(p617)' <21세기 자본> 中


PS.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굶주린 세계>는 주로 절대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으나, 체감 빈곤은 '상대적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2017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사업이 어렵다고 하는 사업주들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2018년에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관련 기사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7397


 '일본, 타이완, 한국은 식량 수입과 외국인 직접투자 금지, 진정한 토지 재분배, 대규모 정부 보조, 자국 생산자들에 대한 관세 보호 등의 정책들 때문에 전후 주목할 만한 성장과 생활수준 개선을 이루어냈다. 핵심은 빈민들 -농민과 노동자-의 소득과 구매력을 증대시킴으로써, 이들이 물건을 구매하여 지역산업을 지탱하고 따라서 강력한 국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버블업(bubble-up) 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생활수준 개선의 혜택이 바닥에서부터 경제 전반으로 침투해 상승함으로써 진정한 발전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는 부유층의 순이득이 결국 빈민들에게로 "떨어질 것"(trickle down)이라는 기존의 이론-현실 속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가 힘든-과는 반대되는 것이다.(p212)'<굶주리는 세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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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1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1-11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통기간이 정해져 있는 식료품인 경우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40% 정도가 그냥 폐기된다고 하더군요. 이비에스 다큐에서 본 기억이... 참.. 지랄 같죠. 키겔 같은 대형 곡물 회사도 곡물 가격 떨어질까봐서 곡물을 바다에 버린다고 하죠 ? 기아에 죽어가는 인구가 엄청난다데 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1-11 14:15   좋아요 2 | URL
식량 뿐 아니라 의류 회사도 제품의 가격유지를 위해 팔리지 않는 많은 제품을 불태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제품의 가격에는 팔린 제품뿐 아니라 팔리지 않는 제품의 가격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덕분에 제품의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구매하지 못하고,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그런 면에서 합리적인 소비 역시 중요하게 됨을 말씀을 통해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1-11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넘 좋고 훌륭한 페이퍼 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8-01-11 22:47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추운 날 건강하게 하루 마무리하세요.
 

 장준하(張俊河, 1918 ~ 1975)의 항일(抗日) 투쟁 자서전 <돌베개>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만주군인(滿州軍人)이었던 박정희(朴正熙, 1917 ~ 1979)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나게 된다. 군인 박정희는 어떻게 탄생했고, 그의 만주군 복무시절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번 페이퍼는 이에 대해 살펴보되, 군인으로서 광복군과 만주군이라는 서로 대척점(對蹠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서로 대비되는 두 인물을 직접 비교하는 방법의 효과에 대해는 이미 <영웅전>을 통해 입증된 바 있어 부족하나마 플루타르코스의 방식을 따라가 본다. 


'우리에게는 <영웅전>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비교 열전>은 23쌍의 그리스 영웅과 로마 영웅의 일생을 기술한다. 그중 19쌍은 두 사람의 성격과 업적을 비판적으로 비교하고 있다.(p6)...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 AD 50(?) ~ 120)는 <비교 열전>에서 그리스와 로마 영웅들의 위대한 업적들을 그리되 역사가의 시각에서 정치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 영웅들의 내면세계와 성격(ethos)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의 특징을 밝혀내고 있다.(p7)'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中 


1. 군(軍)입대 동기


가. <돌베개> : 집안의 불행을 대신한 지원


<돌베개>에서 저자는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일본의 요시찰인물이 된 부친을 대신하여 일본군에 자원했음을 밝히고 있다. 원치않은 일본군으로의 입대 후 저자는 광복군을 찾아 탈주하게 되며 <돌베개>를 통해 고난의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일인들이 가장 주목하고 또 미워하던 목사 가운데 한 분이 나의 아버님이었다. 신사참배를 반대하였다는 죄목으로 선천 宣川 신성 神聖 중학교 교직에서 축출당한 뒤에 더 계속 요시찰 인물로 늘 형사들이 뒤를 따르던 형편의 집안이었다. 나는 장남이다. 거기다 일본에서 피해 와 있다. 다른 신학교와 달리 정규대학 과정의 일본신학교 재학생이다. 학도병 지원의 자격이 부여되어 있는 처지다. 그리하여 나는 우리 집안의 불행을 내 한 몸으로 대신하고자 이른바 그 지원에 나를 맡겨버린 것이었다.(p13)' <돌베개> 中

나. <군인 박정희> : 긴 칼 차고 싶어 갔지


 반면, <군인 박정희>에서 그려내고 있는 박정희의 입대(入隊)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대구사범학교 졸업 후 안정된 교편생활을 하던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주군(滿州軍)에 자원하게 된다.


 '박정희는 당시 군국주의 하에서 최고의 권력집단이었던 군인을 어릴 때부터 동경했고, 그래서 군인이 되기 위해 만주로 갔다는 얘기다. 그와 '긴 칼'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이 있다. '"박 선생님이 만주로 떠난 지 3~4년이 지난 어느 여름방학 때 박 선생님이 긴 칼 차고 문경에 오셔서 십자거리에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달려갔지요. 누런색 군복에 빨간 견장, 붉은 군모, 그리고 에리(목 칼라)에는 별이 하나 그려져 있더군요. 그리고 칼을 하나 차고 있었는데 칼끌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었습니다. 하숙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박 선생님께서는 방에 들어가지마자 문턱에 그 긴 칼을 꽂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군수, 서장, 교장을 불러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세 사람 모두 박 선생님 앞에 와서 머리 숙여 '용서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마 박 선생님을 교사시절 괴롭혔던 걸 사과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제자 이순희 증언)(p78)' <군인 박정희> 中


  '한편 박정희의 만주행 배경에 대해 이견을 펴는 사람도 있다. 만주 봉천군관학교 5기 출신이자 해방 후 육사에서는 2기생으로 같이 졸업한 송석하는 97년 필자에게 "박정희가 만주로 간 것은, 교사를 하다가 일본 육사를 가려고 했는데 그때 이미 나이가 많아 만주 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사로 갈 계획을 하고 만주로 왔다"고 주장했다. 즉 박정희는 일본 육사 입학을 위해 만주 군관학교를 징검다리로 삼았다는 얘기다.(p81)'<군인 박정희> 中


 이러한 증언을 보면 결국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지원은 개인의 출세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는 듯하다. 물론, 다음과 같이 만주(滿州)라는 곳이 당시 조선 청년에게 주었던 황금이 넘쳐나는 엘도라도(El Dorado)의 이미지 역시 청년 박정희의 만주행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역시 개인의 영달을 넘는 수준은 아닐 듯 하다.


 '박정희의 만주행에는 시대상황도 한 몫을 했다. 당시 일제는 만주 침략을 계기로 대륙 병참기지화 정책을 전개했다. 반면 조선에 대해서는 영구통치를 위해 조선인을 완전한 일본인으로 만드려는 이른바 황국신민화 정책을 폈다... 이런 사정으로 조선의 젊은이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그 탈출구로 만주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만주는 "동양의 서부"로 일컬어질 만큼 희망과 기회의 땅이었다.(p80)' <군인 박정희> 中


2. 군인으로서의 활동


가. <돌베개> : OSS 훈련과 국내 진입 작전


  일본군에서 탈출하여 광복군으로 합류한 장준하는 시안 西安에서 OSS 훈련을 받으며 서울지역 침투 공작을 준비한다. 비록 이 작전은 1945년 8월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으로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돌베개> 속에서 죽음을 앞 둔 결연한 저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5월의 태양 아래 우리는 "OSS"대원이 되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Office of Strategic Service"의 약자인 "OSS"는 미국의 전략첩보대를 의미한다. 중국에서의 OSS 활동은 앞으로 있을 미군의 일본 상륙작전을 위해 눈부신 예비공작 단계에 있었다.(p281)... 한반도에 대한 연합군의 공략은 일본의 본토 사수의 결의를 꺾자는 데 있는 것이다. 이 공략을 돕기 위해 경무기로 무장된 우리가 잠수함이나 낙하산으로 투입되어 우선은 첩보활동, 다음 단계로 정보 송신, 그리고 최종으로 유격대 조직 및 군사시설 파괴공작을 수행하도록 미리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3단계 활동이 성공할 경우, 국민군을 조직하여 미군 상륙과 때를 맞추어 후방 교란을 지휘하는 책임까지 졌으며, 국내 교란에 필요한 무기와 탄약의 공중지원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면밀한 작전의 초안자가 바로 이 장군이었으므로 그 위험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지대장으로서는 나를 죽음의 골짜기에 집어 넣기에 고민이 컸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작전 계획은 1944년 겨울에 이미 연합군 중국 전구 사령부를 거쳐 미 국방성 펜타곤의 찬성을 얻었으며, 전황의 추이와 병행시켜 1945년 초기에 연합군 사령부에서 검토되고 있었던 것이다.(p289)' <돌베개> 中


나. <군인 박정희> : 독립군 토벌설과 비밀광복군 설


 일본육사를 졸업한 박정희는 1944년 7월 만주에서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당시 만주군으로 복무한 그에 대해 크게 2가지 설을 <군인 박정희>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박정희는 독립군을 토벌할 정도로 용맹한 만주군이나, 비밀광복군으로 활약할 정도의 인물이 되지 못한다. <군인 박정희>에 따르면 그는 그저 평범한 행정장교로서 1년 1개월을 복무한 후 쓸쓸히 귀국한 패잔병이었으며, 자신이 광복군임을 부인한 평생을 '일본군인'으로 살아간 인물이었다. 


 1) 박정희의 '독립군 토벌설'


 '8단 본부에서 그와 가장 가까이서 근무했던 중국인 동기생 고경인 씨의 증언을 다시 들어보자. "44년 7월 하순경부터 8월 초순경까지 보름간에 걸쳐 일본군과 합동으로 팔로군대토벌 작전이 있었는데, 8단에서는 2개 대대가 참가했습니다. 박정희는 부관이 되기 전 2~3개월간 제2중대(?) 소속 소대장으로 있으면서 이 작전에 참가했지요. 그러나 박정희가 토벌작전에 참가한 적은 있으나 그의 부대가 팔로군과 교전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p100)... "나는 소규모 전투를 포함, 10여 차례 (팔로군 토벌) 전투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정희는 연대 을종부관으로 있어서 전투 경험이 전연 없다.... 박정희는 (내근을 하다보니) 그럴 기회가 없어서 중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8단 시절 박정희는 놀고 술먹을 기회가 많았다. 그는 비교적 편히 지냈다.(방원철 증언)(p101)' <군인 박정희> 中


 2) '비밀광복군 박정희'의 진상


 '1967년 박영만은 <광복군> 상/하권 두 권짜리로 된 논픽션 소설을 출간했다. 하권의 골자는 박정희가 이미 해방 전부터 광복군과 비밀리에 내통하면서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하권에는 당시 박정희와 같이 만주군 8단에 근무했던 신현준(봉천 5기)까지 가담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신씨는 "해방 전엔 광복군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증언하고 있다.(p119)... 이 책이 나온 후 청와대로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더니 박 대통령이 내용을 훑어보고는 "내가 어디 광복군이냐, 누가  이 따위 책을 쓰라고 했느냐"며 노발대발했다. (p120)' <군인 박정희> 中


3. 광복 후 귀국


 <돌베개>의 주인공 장준하와 <군인 박정희>의 주인공 박정희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시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역사의 흐름에 실려 귀국한다. 다만, 장준하는 백범 김 구(金九, 1876 ~ 1949)를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반면, 박정희는 패잔병의 신분으로 배를 타고 돌아오게 된다.


가. <돌베개>


 '"아, 조국의 땅이 우리를 맞으러 온다. 우리를 마중하러!" 나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눈에 띄지 않던 솜구름이 버섯처럼 돋아나 시야에 들어오고 그 밑에는 서해안의 섬들이 바다에서 솟아나는 듯이 옹기종기 떠올랐다... 겨울 날씨 같지 않게 기창 밖으로 보이는 조국은 아름다웠다. 옥색 하늘이 엷게 풀어지고 남색 바다가 치마처럼 퍼졌으며 섬들이 크고 작게 벌어졌다... 그렇다. 우리의 갈망이 버섯처럼 조국을 환상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눈을 비비고 또 비비었으나 섬들은 돌덩이로 솟아올라 움직이는 듯한 착각 속에 제자리에 주저않고 있었다. 저 위에 나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처자가 있을 것이다. 저 위헤 하늘을 우러러 울고 땅을 치며 발을 굴러 울던 나의 조국이 있고 나의 동포가 목이 아프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p343)'<돌베개> 中


나. <군인 박정희>

 '1946년 5월 초순. 중국 천진항에서 미군 상륙용 함정인 LST 한 척이 뱃고동을 울리며 동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 날 "귀국선" 갑판 위에서 한 젊은이가 무거운 시선으로 중국 땅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일제의 패망으로 패잔병 신세가 되어 귀국하는 "박정희 중위"였다.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꿈에도 그리던 군인이 되어 당당하기만 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몰골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p96)' <군인 박정희> 中


 <돌베개>에서 장준하는 집안의 불행을 막고자 일본군에 자원했으나, 자신의 뜻이 있었기에 일본군에서 벗어나 광복군으로 합류한 후 국내진입작전을 통해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군인 박정희>에서는 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주로 건너가 원하는 큰 칼을 찼으나, 이 시기에 그가 무엇을 추구했는가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이러한 기록을 통해 바라볼 때, '군인(軍人)'으로서 장준하는 '제가'의 수준에서 입대하여 '치국'을 생각하며 그의 광복군 생활을 마친 반면, 박정희는 '수신'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만주군 생활을 마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후 삶은 그들의 뜻과는 다르게 풀려갔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다소 거친 논리의 비약일 수 이겠지만, 한국 현대사의 비극(悲劇)은 '수신'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 의한 '치국'의 수준에 이른 이들에 대한 탄압으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돌아보면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태백산맥>의 주인공 김범우 모습에서 살짝 장준하 선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두 인물에 공통되는 OSS 대원으로서의 경력 때문이겠지만, 두 인물이 over lap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1930년대와 40년대 만주가 우리 할아버지들에게 미국 서부와 같은 이미지였다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배경이 만주로 설정된 것도 전혀 뜬금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박정희는 어디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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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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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8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8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8-01-08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장준하 선생의 비극적인 죽음은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돌베개보다 김준엽 선생의 <장정>을 먼저 읽었는데 <장정>이 역사학도로서 사실기록에 충실했다면 <돌베개>는 문학적 감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록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1-08 15:05   좋아요 2 | URL
장준하 선생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 생각됩니다. 청산되지 못한 이들에 의한 비극적인 죽음과 감춰진 진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현대사의 문제점이 응축된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조그만메모수첩님 감사합니다.^^

2018-01-18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 / Anna Mary Robertson Moses(1860 ~ 1961)가 자신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림과 함께 풀어간 책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19세기 중후반의 미국 시골의 풍경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 그녀의 그림을 보면 도시에 살던 이들도 아련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마치 동요 <노을>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림에서 주는 이런 여유와 아름다움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머니의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p275)'



[그림] country Fair(1950) (출처 : http://www.all-art.org/art_20th_century/moses3.html)


 할머니의 그림은 여러 면에서 독특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서양회화의 특징이 거의 완벽하게 무시되고 있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모지스 할머니의 독특한 그림 특징을 옮긴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전경은 물론 배경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냈습니다. 이러한 화풍 때문에 할머니의 그림은 네모난 조각들을 이어붙인 퀼트에 비유되기도 하지요. 색을 쓰는 방법은 자수를 닯았고요. 물감을 섞어 쓰지 않고, 마치 여러 색의 털실을 나란히 수놓은 것처럼 여러 물감을 나란히 칠합니다. 창밖 풍경을 관찰하고 또 관찰해 그림을 그린다는 그녀는 계절별로, 시간별로 바뀌는 자연의 색감을 종이로 생생하게 옮겨내지요.(p280)'


원근법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 ~ 1472)는 회화를 "가시세계의 한 단편을 볼 수 있는 투명한 창"에 비유했다. 같은 크기의 대상은 보는 사람에게서 멀어질수록 그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한계를 정하는 벽, 바닥, 천정,혹은 풍경의 여러 구성요소를 배치하는 지표는 원경을 향해 후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면에 직각을 이루었던 선(직교선)이 발전하여 중앙의 한 점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1340년 경(그때부터 약 39년 후에 북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그 중심은 이미 하나의 "소실점"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 점에서 "직교선"은 최소한 방해받지 않는 한 평면 내에서 수학적인 정확함으로 그 "소실점"에 수렴되었다. 그리고 1420 ~ 25년 경에 기울어진 입방체 건물의 지평선은 하나의 지평선 상에 대칭적으로 위치한 두 점을 향해 집중되는 것처럼 보인다.(Perspectiva cornuta)(p351)'


 르네상스 시기 발전하기 시작한 원근법의 표현형태는 소실점이라는 하나의 점(點, point)로 귀결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한 점(one point)으로 우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작가의 의도가 표현되는 것이 원근법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Matrix>에서 'the one'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근대 이후의 많은 그림들이 이러한 구도로 그려지는 반면, 할머니의 그림은 원급법을 사용하지 않기에 그림 내에서 위계가 표현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펼쳐진 그림 속에서 작가는 '그저 좋았다'는 관찰자의 입장에 있습니다.


[사진] 고속도로 사진(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eehaduk&logNo=220313698169&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우리 삶에서 원근법의 구도가 극명하게 나타날 때는 고속도로 운전을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의 끝에 목적지가 있기에 운전중 우리는 눈 앞의 길을 보고, 길의 끝을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로 좌우측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삶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와는 반대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고속도로에서 차를 멈추고 풍경을 바라본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그림의 편안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겨집니다.


[그림] So long till next year(1960) (출처 : http://www.all-art.org/art_20th_century/moses3.html)


 이제 2017년도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이웃분들께서 2018년 한 해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우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시겠지요. 내년 한 해 원하시는 바 많이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다만, 바라는 목표의 끝에만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가는 길 좌우에도 소중한 존재(사람, 삶 등등)가 있기에, 힘들 때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여유있는 삶 또한 가지시길 바라봅니다. 끝으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의 할머니 글을 옮기며 이번 페이퍼를 마칩니다. 지난 한 해 이웃분들 덕분에 많이 행복햇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지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p275)'


ps. 고속도로에서 갓길 정차는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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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호 님처럼 요렇게 반듯반듯한 정제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12-30 09:47   좋아요 0 | URL
^^: 곰곰발님께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글에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신다면 저는 100자평만 써야할 것 같습니다.ㅋㅋ 물론 잘 하시겠지만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해 주시지요. 감사합니다^^:

cyrus 2017-12-30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근법이 적용된 그림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원근법 때문에 화가가 담고 싶은 세상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생겨요. 그리고 감상자의 눈은 원근법의 소실점에 고정됩니다. 그림 전체 두루두루 감상하는 자유가 사라집니다. 삶의 목표가 원근법의 소실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살면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되죠. 연말에 잘 어울리는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17-12-30 12:12   좋아요 0 | URL
지난 한 해동안 cyrus님의 여러 좋은 글 보면서 보다 다양한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민(愚民)ngs01 2017-12-30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2017년 활동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8년도 기대 해 봅니다!
~^^

겨울호랑이 2017-12-30 12:38   좋아요 1 | URL
ngs01님 감사합니다^^: 2017년 큰 일 치루시느라 애쓰셨습니다. 2018년에는 보다 여유있는 독서생활 즐기시기를 바라며 저 역시 2018년 잘 부탁드립니다^^!

oren 2017-12-30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올해도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았네요. 어제는 낮12시부터 ‘송년 모임‘을 가졌는데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어요. 그 멤버들을 1년 내내 가장 자주 만나니까 능히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연말 모임‘ 치고는 너무 길게 끌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그저께 모임에서는 1년에 한두 번쯤 꼭 만나는 옛 직장 상사분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어느 분 말씀이 ‘요새는 일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는 억수로 친한 친구라 카이‘ 하시더군요.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알라딘 친구들은 도대체 얼마나 자주 보는 셈인지요. 비록 ‘글로만‘ 만나는 친구 사이일 뿐이지만요. 올 한 해도 겨울호랑이 님과 같은 마음씨 따뜻한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내내 즐거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30 12:51   좋아요 1 | URL
^^: 저 역시 2017년 oren님을 통해 세익스피어, 토마스 만, 제임스 조인스 조이스, 쇼펜하우어를 알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후에 깊게 공부가 필요하겠지만요.. 2018년에도 oren님의 깊이 있는 글 부탁드립니다. ore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별이랑 2017-12-30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올려주신 <노을> 볼륨을 올리고 들으면서 글을 읽으니 이거 참~ 기분이 또 새롭네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색채가 선명하네요. 요즘 한참 빠져들고 있는 타샤 할머니와는 분위기가 확 ~ 다르네요.
어찌되었든 정열적인 삶을 사셨던 분들이라 존경 스럽네요.

겨울호랑이 님 덕분에 아주 많은 분야를 조금이나마 구경 했습니다. 연말 좋은시간 보내시고, 또 다시 멋진 한해 맞이 하셔야죠?

˝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


겨울호랑이 2017-12-30 13:5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저도 별이랑님 덕분에 타샤 할머니를 알게 되었네요. 여러 이웃분들 덕분에 저 역시 많이 얇지만 넓게 배우게 됩니다. 2017년 잘 마무리하시고 별이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unsun09 2017-12-30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즐친 감사드려요~~

겨울호랑이 2017-12-30 15: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unsun09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로 2017-12-30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알라딘으로 돌아와서 많이 낮설고 그랬는데
용기를 주시듯 늘 좋아요를 눌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018년은 제가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겨울호랑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으 생기길 바랄께요~~.^^

겨울호랑이 2017-12-30 16:2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라로님. 라로님의 글 속에서 일상 이야기와 해든이 이야기를 통해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라로님 2018년에도 하시는 일 잘 되시길 기원하며,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7-12-31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1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2-31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ps 넘 웃겨요ㅋㅋ 그게 겨울호랑이님 농담 스킬이기도 하지만ㅎ
원근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백상현 <라캉미술관의 유령들>에서 그리스 문명을 이어받은 르네상스 시대가 원근법으로 공간의 질서를 구하며 세계와 우주를 예측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 이미지들을 통제하는 강렬한 전제군주적 세계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지요. 실증주의적 세계에 대한 비판인 셈이죠. 그것들을 앎이라고 신봉하지만 우리 인식을 억압하는 기제이기도 하다는 것. 그래서 틀에 맞추지 않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우리에게 자유로운 느낌을 주죠.
백상현 교수 책 겨울호랑이님도 한 번 읽어보실 만한 책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겨울호랑이 2017-12-31 15:13   좋아요 2 | URL
^^: 제가 조금 많이 썰렁하지요. ㅋ 말씀하신 내용이 확 당깁니다. ^^: 감사히 새해 선물로 추천 받겠습니다.^^!

해피클라라 2018-01-01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맞아요~ 가는 길의 좌우도 살피며~! ㅎㅎㅎ 진짜...뜬금없는 ps ㅋㅋㅋㅋ ^^ 재밌네요 ㅋㅋㅋ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당~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겨울호랑이 2018-01-01 10:35   좋아요 1 | URL
^^: 해피클라라님 감사합니다. 해피클라라님 덕분에 연의 책 고르는데큰 도움 받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8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비로그인 2018-01-01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겨울호랑이님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가고 새해가 밝았네요 ㅎㅎ
올 해는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있길 기원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01-01 10:38   좋아요 1 | URL
^^: 언월님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언월님의 멋진 추리소설 리뷰를 기대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8-01-01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오늘부터 2018년 새해입니다.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예쁜 따님 연의 소식도 자주 듣고 싶습니다.
따뜻한 하루,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01-01 21:48   좋아요 2 | URL
^^: 서니데이님 2018년 힘차게 여셨는지요? 2018년에도 알라딘의 승정원 일기와 같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시는 서니데이님의 페이퍼를 기대하게 됩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2018년 맞이하세요!

키치 2018-01-01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새해 인사 먼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모지스 할머니 책 구입해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겨울호랑이 님 서재에서 모지스 할머니 그림을 보니 반갑네요!
앞으로도 좋은 전시회 다녀오면 서재 통해 소식 전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8-01-01 21: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키치님^^: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편한 밤 되세요^^:

2018-01-02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2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음악과 동화를 정리해 봅니다. 먼저 크리스마스 깊은 밤과 어울리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입니다.


1.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Weihnachts-Oratorium BWV248>


 '바흐가 라이프치히로 옮겨간 후, 꼭 11년째에 해당하는 1734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전곡(全曲)은 6부로 되어 있고, 64곡이 들어있다. 오라토리오란 이름으로 불리고는 있으나, 사실은 6개의 교회 칸타타를 한 묶음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일관된 줄거리도 갖고 있지 않다. 초연 때에는 1734년의 크리스마스의 날로부터 이듬해의 1월 6일에 걸쳐서, 6일에 나누어 연주되었다. 가사의 작가는 분명하지 않으나, 그 일부는 신약성서의 루가복음 제2장 1~21절 및 마태오 복음 제2장 1 ~12절에 의거하고 있다.


제1부 크리스마스 제1일 <자, 축하하라, 이 좋은 날을>


 모두 9곡으로 되어 있다. 이 오라토리오 중 가장 유명한 부분으로, 그야말로 크리스마스답게 화려하고 밝아서 일반인에게 매우 친근하다. 이야기는 요셉의 여행 시작부터 마리아가 아기를 낳는 데까지의 이야기다.(p416)


제2부 크리스마스 제2일 <이땅에 노숙(露宿)하여>


 일반적으로 파스토랄 심포니(Pastoral Symphony)의 이름으로 친근한 서주로 시작되는 이 제2부에서는 양치기들 앞에 천사가 나타나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모두 14곡으로 되어 있다.(p418)


제3부 크리스마스 제3일 <하늘의 통치자여, 이 노래 소리를 들으라>


 3일에 걸쳐 이야기하는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으로, 양치기가 베들레헴으로 가서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확인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데까지 이야기를 한다. 12곡으로 되어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 최초의 곡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전부 13곡이 된다.(p420)


제4부 예수라는 이름의 축일(祝日) <감동과 찬미에 엎드리도다>


 아기가 태어난 지 8일 후에 할례(割禮)를 받고, 예수라고 이름지어졌다고 되어 있다. (루가복음 제2장 21). 그것은 꼭 1월 1일에 해당하므로, 이 날은 예수라는 이름의 축일로서 축하한다. 이 오라토리오의 제4부는 이 축일을 위하여 씌여진 것이다. 모두 7곡으로 되어 있다.(p422)


제5부 신년 제1일요일 <하나님께 영광 있으라>


 오라토리오의 제5,6부는 구세주의 탄생을 알고 동방에서 찾아온 박사들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의 전반에 해당하는 제5부는 박사들이 헤롯왕을 찾아가 아기가 있는 곳을 묻는 장면을 이야기한다.(p424)


제6부 현현절(顯現節 : 주님공현대축일 <주여, 교만한 적(敵)이 다가올 때>


 1월 6일에 해당되는 현현절은 동방박사들이 마굿간에서 쉬는 아기를 찾아 그 탄생을 추가했다는 사건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구세주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데 알맞는 에피소드이며, 2주간에 걸쳐서 연주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도 이날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p426)'



2. <호두까기 인형 胡一人形 Nutcracker>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발레음악으로는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 1840~1893)의 <호두까기 인형>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2막 3장. 1891 ~ 92년 작곡, 1892년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와 쥐의 임금님>(1819)을 대본으로 하여 쓴것으로 소녀 클라라가 클스마스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 인형이 꿈 속에서 쥐의 대군을 퇴치하고 아름다운 왕자로 변하여 클라라를 과자의 나라로 안내한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되어 있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되어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 ~ 1875)은 여러 편의 동화를 썼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많은 예술 작품들이 기쁨과 새로움,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반해, 안데르센은 크리스마스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3. <전나무> 


 전나무는 숲을 떠난 나무들의 삶을 동경하며, 자신도 크리스마스에 숲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지내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토록 동경하던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을 때 전나무는 자신의 꿈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나무>는 크리스마스 축제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지금이 당장 크리스마스라면! 이제 나도 지난 해에 숲을 떠난 나무들처럼 멋지게 자랐어. 온갖 장식품으로 화려하게 꾸미고서 따뜻한 방에 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물론 더 좋은 일, 더 아름다운 일이 자꾸자꾸 생기겠지? 난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 지금 당장!" "네 싱싱한 젊음을 맘껏 누리렴. 우리와 함께 말이야." 바람과 햇빛이 정겹게 말을 붙여 왔다. 그러나 전나무는 젊다는 것이 도무기 기쁘지 않았다. 오직 한가지, 빨리 자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p258)'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이번에도 나무꾼들이 도끼를 들고 숲 속을 찾아왔다. 나무꾼들은 맨 먼저 키 작은 전나무에게 달려들어 도끼를 내리쳤다. 도끼가 급소를 찌르자 전나무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쓰러졌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무꾼들의 손에 베어지는 것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p259)... "다 지나갔구나, 지나갔어. 그때가 좋았는데. 바보같이 행복한 줄도 몰랐다니. 이젠 너무 늦었어." 늙은 전나무가 말했다.(p264)'


4. <성냥팔이 소녀>


 유명한 <성냥팔이 소녀> 속에서 소녀는 다른 이들의 크리스마스 축제에 함께 하지 못하고, 추위 속에서 쓸쓸하게 죽어갑니다. 할머니를 그리며 죽어가는 소녀의 모습을 읽는 것은 항상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소녀는 또 하나의 성냥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이제 소녀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앉아 있었다. 그것은 성탄절 전날 밤에 소녀가 부유한 상인 집 유리문을 통해 본 나무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푸른 가지에는 수천 개의 촛불이 타올랐고, 진열장에서 본 것과 같은 색색의 화려한 그림들이 그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소녀가 나무를 향해 손을 뻗자 성냥불이 꺼져 버렸다. 크리스마스 촛불들은 점점 더 높이 올라가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보였다. 그때 별 하나가 화려하게 긴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누가 죽어가나 봐!" 하고 소녀는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서 소녀를 사랑해 주었던 단 한사람인, 돌아가신 할머니가 소녀에게 이야기해 주었었다.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은 한 영혼이 하느님의 품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p347)'


5. <플랜다스의 개> : 네로의 죽음


 개인적으로 <성냥팔이 소녀>를 읽으면 항상 생각나는 것이 <플랜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죽는 장면입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켜면서 자신의 할머니를 찾았던 것처럼, <플랜다스의 개>에서는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 ~ 1640)의 그림을 보면서 네로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어린 소년, 소녀들이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는 장면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유래가 동지(冬至)라고 하니,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의 명절일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새로운 한해가 다가오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크리스마스의 음악이 밝고 경쾌하며 경건한 음색(音色)을 가지는 이유는 거기에 있겠지요.  하지만,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작품을 통해 크리스마스에 대한 다른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전나무>를 통해서 크리스마스 자체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지금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 깊어가는 만큼 희망을 잃어가는 누군가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밝음과 어두움 모두 크리스마스의 모습이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깊어가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 절망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일출(日出)의 희망을 향해 나아감의 의미로 다가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PS. <플랜다스의 계(契)>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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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5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6 1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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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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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2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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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9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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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9 1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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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7-12-29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란다스의 개...스크랩합니다.. 어릴 적 봤던 만화라서^^

겨울호랑이 2017-12-29 19:55   좋아요 1 | URL
^^: 네 깐도리님. 제게도 추억의 만화지요. 제가 만든 만화나 영상은 아니지만 즐거운 시간되세요

2017-12-30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선물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무엇이 필요해서라거나 선물을 기뻐해서가 아니라, 그저 잘 보이려고 선물을 한다. 선물이 서로에게 의무가 되었다. 서로 자기 선물로 다른 사람을 압도하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 선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p135)‘

안셀름 그륀 신부는 「50가지 성탄 축제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 속에서 변질된 선물의 의미를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현대 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있는선물의 의미를 깨우쳐 줍니다.

‘우리 자신이 선물받은 자라는 것을 우리는 선물함으로써 표현한다. ˝선물하다˝에 해당하는 독일어 ˝schenken˝은 원래 ˝누군가에게 마실 것을 주다˝의 뜻이다. 선물한다는 것은 목마른 사람에게 갈증을 잠재울 뭔가를 따라 주는 것이다... 과자나 포도주, 옷이나 가재도구 같은 선물에 목마른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사랑과 관심과 존중에는 우리 모두가 목마르다.(p136)‘

책에서는 사랑이 담긴 선물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마음이 담긴 손편지에 평소 못다한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참 의미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들은 이것보다는 장난감을 원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줄어들줄 모르는 연의의 장난감을 보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공리주의 이론의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일단 냉정한 현실을 아빠에게 알려준 연의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철들기 이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에서손편지는 부록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물을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막 산타가 되어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선물을 정위치해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내일은 연의 외가집에 가야하기에 저희 집에서는 산타방문일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졌네요. 연의에게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산타아버지가 먼저 다녀간다고 알려줄 예정입니다.(선행학습의 중요성도 알게 되겠군요..)

이렇게 저희의 크리스마스 연휴는 시작되었습니다.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휴 되세요^^: 마지막으로 이웃분께서 연의에게 주신 크리스마스 책 선물의 한구절을 담으며 이번 페이퍼를 마칩니다.「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의 저자 모지스 할머니가 어린시절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는 부분이지요.

‘그러다보면 겨울이 옵니다. 매서운 날씨가 찾아오는 계절이고, 머리에 혹이 나고 코피가 터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 계절이지요...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공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또 얼마나 설레였는지요.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p97)‘

글을 마치며 생각해 봅니다. 먼 훗날 연의가 모지스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 저와 아내와 함께 했던 순간을 어떻게 추억할까. 그때 만일 연의가 위의 글 마지막 구절처럼 추억해준다면 아빠로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

ps. 아마도 리처드 도킨스는 위 장면을 보고 개별 개체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고 하겠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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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2-23 2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박수 짝짝짝!!!

겨울호랑이 2017-12-24 01:07   좋아요 5 | URL
pek0501님 감사합니다. 작년에 현대무용을 시작하신다는 글을 접하고 연말에 유연성에 대한 글로 이어지는 내용속에서 꾸준함을 배우게 됩니다. 내년에도 pek0501님께서 몸으로 하는 독서말씀하신의 길을 보여주시길 희망합니다^^:

2017-12-2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2-24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아버지ㅋㅋㅋ
겨울호랑이 님 내년에도 서재 아빠 잘 부탁드립니다ㅋㅋ

2017-12-24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0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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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4 1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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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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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0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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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0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7-12-24 1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_ 겨울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17-12-24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나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비가 와서 조금은 아쉽네요. ㅋ

책한엄마 2017-12-24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열심히 쓰신 리뷰 보며 도움도 받았어요.
내년에도 열심히 읽고 댓글로 인사도 자주 나누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24 13:1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꿀꿀이님 2017년 서재 달인 축하드리며 내년에도 좋은 동화와 육아 리뷰 기대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하라 2017-12-24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흠씬 묻어나는 사진이네요. 부러워요.

겨울호랑이 2017-12-24 13:1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비가 와서 아쉽지만 이하라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휴 되세요!^^:

별이랑 2017-12-24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리다녀가는 산타라니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님 가족 모두 좋은 시간 되시길~
.
2016에 연이은 2017년 열심히 달리신 훈장이 달렸군요. 축하드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24 14:3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별이랑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시고, 2018년에는 별이랑님의 꽃이야기를 기대해봅니다.

서니데이 2017-12-24 1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크리스마스 트리 예뻐요.
산타의 사정으로 하루 먼저 연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되었네요.
저녁이 되니 조금 차가운 느낌이 듭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 일요일, 크리스마스 이브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겨울호랑이 2017-12-24 19:27   좋아요 3 | URL
^^: 네 따뜻해서 비가 내렸지만, 겨울이라 밤이 되니 날이 추워지네요
서니데이님 행복한 성탄 되세요!^^

[그장소] 2017-12-31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말 잘 마무리하시고 , 새해는 선물 같은 가벼운( 응?) 맘으로 시작하시길!! 복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7-12-31 18:0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그장소님께서도 기쁜 2018년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