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른의 갈등

 

 어린이와 어른의 갈등은 전 인류의 역사에 걸쳐 끝없이 이어졌왔다... 어른들의 가장 분명한 죄악은 -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신경질적이고 정신적인 장애 - 어린이에게 반영되어 어린이의 삶 속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첫 징후로 나타났다... 죄 없는 어린이들은 오랜 세월 어른들의 실수로 인해 숙명적으로 일탈된 상태에서 발달을 진행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p181)

 

 20세기 초 지식인들이 사회 문제 원인을 어린이 교육에서 찾으면서 가정과 학교 문제가 공론화되기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 1870 ~ 1952)는 <어린이의 비밀 Il segreto dell'infanzia>를 통해 아동 발달, 교육적 지원의 가능성과 어려움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들의 관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몬테소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부모의 임무와  어린이의 권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어린이의 보호자다. 그러나 어린이의 창조주는 아니다. 부모는 마음을 열고 준비된 마음으로 매우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모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p193)... 우리는 운명적으로 우리 미래의 삶을 위해 어린이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p192)

 

 오랜 시간 동안 어른들의 법칙에 의해 문화가 상당히 발전해왔음에도, 어린이는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어린이는 자신의 가정에서 물질적이고 도덕적인 자원만 제공받았다. 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p194)... 이러한 사회에서 부모의 임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모만이 자신의 자녀를 구원할 수 있고 또 구원해야 한다.(p195)

 

 20세기 초 당시 아동에 대한 체벌이 일반화된 상황 속에서 몬테소리는 아동의 권리와 보호를 주장했고, 몬테소리 교육법을 보급시켰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지금 어린이들을 둘러싼 환경문제는 얼마만큼 개선되었을까? 경제적인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어린이집에서 값비싼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게 하더라도 어린이들은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과 가치 있는 것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장난감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장난감이 어린이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어린이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자기 발달을 돕는 모든 것에 매혹되지만 한가한 활동에는 민감하지 않다.(p129)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돕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값비싼 장난감보다 낫다는 몬테소리의 조언 속에서 부모들의 길을 찾게 된다. 좋은 장난감이나 옷을 사주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부모들 스스로 위안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와 함께 요리를 하거나 - <아빠와 아들> -, 아빠와 역할을 바꿔보거나 - <내가 아빠고 아빠가 나라면> - , 함께 놀이를 하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 -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 - 을 어린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닐까.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해서,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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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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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5-05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와 함께 피자놀이를‘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아이들 어릴때 아빠랑 많이 했었거든요. 책 따라서

겨울호랑이 2018-05-05 09:58   좋아요 1 | URL
^^:) 그러셨군요. 저 역시 아빠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할 지 잘 모르는데, 그 방법을 잘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2018-05-05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5-05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어제보다 기온이 많이 올라간 날씨같아요.
겨울호랑이님,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5-05 16: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날이 어제보다 더 좋네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연휴 되세요!^^:)

데미안 2018-05-16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어린이날,어린이는 왜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할까? 특별한 날에 부모들이나 보호자들이 생색내며 사주는 것들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선물받고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뿐이고 어른들은 특별한 날에는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추측되는 것을 사주는것이 결국 아이와 어른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전제로 못한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저희 아이들은 연어알초밥과 쑥된장을 좋아하니까 어린이날 그런 걸 선물해줄 걸 그랬어요. ㅋㅋ

겨울호랑이 2018-05-16 22:40   좋아요 0 | URL
^^:)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의 선물을 마지못해 ‘기쁘게‘받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모에게 아이가 옆에 있는 것 자체로 기쁠 수 있다라면, 아이들에게 부모 역시 그렇지 않을까하는 질문도 하게 됩니다.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데미안님께서 말씀하신 소통의 출발이라는 면에서도 의미있다 여겨집니다^^:)

데미안 2018-05-16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맥락인 것같아 적어 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여러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유, 균등, 안정이 실현된 것입니다. 우리가 무한히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지속시킬 수 있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수백만의 일란성 쌍생아를 생산할 수 있다. 대량생산의 원칙이 마침내 생물학에 응용된 것이다.(p13) <멋진 신세계> 中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는 올더스 헉슬리(A.L.Huxley, 1894 ~ 1963)가 그린 디스토피아(dystopia) 이야기다. 공유, 균등, 안정이 실현된 미래사회는 우리의 생각만큼 밝지만은 않다.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이 <법률 Nomoi>에서 그려낸 이상사회의 모습과 과학기술이 결합된 미래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멋진 신세계> 속의 공유, 균등, 안정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희망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1. 공유


  "요즈음에 와서 나는 그렇게 바람둥이 노릇이 싫어졌어,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야."... "우리는 모두 유희의 규칙을 지켜야 해. 결국 만인(萬人)은 만인의 소유물이니까." "옳아. 만인은 만인의 소유물이야."(p57)  <멋진 신세계> 中


 가정, 가정 - 한 남자와 주기적으로 잉태하는 한 명의 여자와 여러 가지 연령층의 소란한 아이들로 인해 시끄럽고 질식할 것같이 비좁은 몇 개의 방. 공기도 공간도 없다.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감옥이다. 어둠과 질병과 악취...(p49)  <멋진 신세계> 中


 '아버지'라는 말은 어린애를 낳는다는 행위의 징그러움이나 불륜스러운 어떤 것을 연상시킬 뿐 음탕하지는 않으며 단순히 천하고 춘화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똥 냄새가 나는 더러운 것이었는데(p192)... 사람을 보고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농담치곤 지나친 말이었다. 그것은 음담패설이었다.(p193)  <멋진 신세계> 中 


 <멋진 신세계> 속 미래에는 가정은 해체되고,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은 언어(言語) 상에만 존재하는 개념에 불과하다. 미래사회 속에서 우리는 플라톤이 말한 '공동 식사', '공동 양육'의 모습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가정'의 역할일 것이다. 플라톤의 이상사회에서 '가정'은 번식을 위한 필요악(必要惡)이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한 <멋진 신세계> 속의 미래에서는 더이상 가정은 필요치 않게 되었다.

 

 우리의 신랑들이 혼인 이전의 시절에 비해 조금도 다르지 않게 또는 덜하지 않게 공동 식사로 식생활을 해야만 한다고 우리가 말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어떤 전쟁이나 그 밖의 다른 것으로서 똑같은 영향력을 갖는 것이 인구 부족 상태에 처한 사람들의 어려움으로 해서 법제화된 것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를 겪어 보고 공동 식사를 이용하도록 강요당한 사람들에게는 이 관습이 안전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이와 같은 식으로 해서 여러분의 공동 식사 관행이 제도화되었습니다.(780b) <법률> 6권 中


 2. 균등


  <멋진 신세계> 속에서 균등(均等)의 개념은 '만인은 다른 만인의 소유물'이라는 말 속에 잘 나타난다. 그렇지만, 인도 카스트 제도와 같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 내에서 이들이 만한 균등은 평등(平等)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러한 신분제는 사회권력에 의해 유지되며,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 ~ 1679)가 <리바이어던 Leviathan>에서 그린 자연 상태는 엄격한 사회 권력에 의해 극복되었다.


 "만인은 다른 만인을 위해 일합니다. 그 누구라도 없어진다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엡실론 계급조차도 유용한 것입니다. 엡실론 계급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만인은 다른 인간들을 위해 일합니다. 그 누구라도 없어지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p92)... 우리는 습성이 다르게 길러졌기 때문이야. 또한 우리는 처음부터 유전인자가 달라."(p93)  <멋진 신세계> 中

 

 인간의 본성이 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경쟁(competition)이며, 둘재는 자기 확신의 결여(diffidence)이며, 셋째는 공명심(glory)이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즉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p171) <리바이어던 1> 中


3. 안정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번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의 미래에서는 알약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누구나 성인(聖人), 군자(君子)의 경지에 쉽게 오를 수 있게 된다. 누구나 격정적인 감정 대신 중용(中庸)에 이를 수 있는 미래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진다.


 억제된 충동은 넘쳐흐른다. 범람하는 것은 감정이며 격정이다. 심지어 그것은 광증이다. 그 물살의 힘과 제방의 높이와 견고성에 좌우된다. 가로막지 않은 강물은 지정한 수로를 평온하게 흘러가서 평온한 행복에 당도한다... 감정이란 욕망과 그것의 충족 사이에 게재된 시간 속에서 고개를 드는 법이다. 그 시간 간격을 단축하면 과거의 필요없는 장애는 모두 제거된다.(p57)  <멋진 신세계> 中


 분노를 진정시키고 적과 화해시키고, 인내하고 수난을 참도록 하는 소마가 있다 이말이야. 옛날에는 대단히 어려운 노력을 거치고 오랜 수양을 쌓아야 겨우 도달되는 미덕이었지, 그러나 이제 반 그램짜리 두세 알만 삼키면 그러한 수양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말일세. 이제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네.(p302)  <멋진 신세계> 中


 교육 전체가 그와 같은 것들과 관련해서 알맞은 법률을 갖추고 있으며, 이에 더해 관리들의 시선은 다른 데를 응시하지 않고, 언제나 바로 젋은이들을 지켜보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하고많은 인간적인 다른 욕망들에 대해 적도(適度)를 지키는지를 말입니다...누가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겠으며, 무슨 처방을 써서 이들 각자에게 이와 같은 위험을 피할 길을 찾아 주게 되겠습니까? 도무지 쉽지가 않습니다.(836a) <법률> 8권 中


  플라톤은 <법률> 속에서 교육은 '혼(魂)'을 최선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역할과 함께 사회화(社會化)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묘사하지만, <멋진 신세계> 속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교육의 역할은 사회화로 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6월의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벌거벗은 6,7백 명의 어린 소년들이 금속성의 소리를 지르며 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공놀이도 하고 두서넛씩 짝을 지어 꽃밭 속에서 조용히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p40)... 그러나 그들의 미소에는 어딘가 아랫사람을 봐주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견습생들 역시 이러한 어린이들의 유희를 졸업한 지가 얼마되지 않았으므로 다소의 경멸감 없이 그들을 바라보기란 불가능했다.(p41) <멋진 신세계> 中


  세 살과 네 살, 다섯 살 그리고 더 나아가 여섯 살까지도 아이들의 혼의 성향에는 놀이들이 필요하게 할 것입니다.(793e)... 이 나이 또래의, 곧 세 살에서 여섯 살까지의 아이들은 마을마다의 신전들에 모여야 합니다. 각 마을 사람들의 아이들이 같은 곳에 함께 모이는 겁니다.(794a) <법률 제7권> 中


 진지해야할 일을 위해서는 놀이(paidia)까지도 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소년 소녀들이 합창가무를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규칙(logos)에 따라 그리고 그럼직한 구실들을 갖는 때에, 저마다 건전한 상태의 부끄러움을 갖는 한도 내에서, 이들 남녀가 알몸 상태를 서로 보기도 하고 보여 주게도 하는 겁니다.(771e ~ 772a)  <법률 제6권> 中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낸 공유, 균등, 안정의 사회는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작품 전반에 깔린 짙은 어두움은 미래의 사회가 전체주의(全體主의)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한 과학기술과 전체가 강조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더이상의 희망과 긍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디스토피아에서 길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 역시<멋진 신세계>를 통해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늙음'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 사회에서 '노인'은 기피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노인의 눈은 움푹 패인 눈자위 속에서 아직도 특이할 정도로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노인의 눈은 한참 동안 레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거기에 있지 않은 것처럼 표정도 놀람도 없는 눈초리였다. 그러고는 굽은 등을 한 채, 노인은 그들 옆을 엉금엉금 지나쳐서 사라져버렸다. "무서워요." 레니나가 속삭였다. "끔찍해요. 이런 곳엔 오지 말았어야 되는 건데."(p139)  <멋진 신세계> 中  


 그렇지만, 우리는 같은 상황에서 '늙음'을 똑바로 바라본 결과 깨달음을 얻게 된 이를 알고 있다. 석가모니(釋迦牟尼, BC 624 ? ~ BC 544 ?)다. 석가모니는 노인을 보면서 생노병사(生老病死)에 대해 고민하고 출가(出家)하여 훗날 해탈(解脫)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신들은 왕의 계획을 방해하여 싯다르타로 하여금 인간의 고통을 목격하게 만든다. 처음 싯다르타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늙은이를 만나고, 다음 날에는 "깡마르고 창백한 열에 들뜬 병자"를 만나며, 세 번째로는 묘지에 실려가는 시체를 본다. 한 시종은 왕자에게 누구든지 늙음과 병듦 그리고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자는 평온하고 고요한 걸식 수행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모습에서 종교가 인간의 비참한 조건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큰 위로를 얻는다.(p104)... 그리고 그 장소까지 그를 이끌어주었던 신들과도 작별을 고했다. 그 이후부터 붓다의 신화적 생애 안에서 신들은 더 이상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는 초자연적 존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세계종교사상사 2> 中


 <멋진 신세계> 속에서 그려진 미래사회는 과학기술이 발달된 계급사회, 전체주의 사회다. 현대 과학의 발전과 최근 극우(極右)성향 정치인의 등장을 보면서 불길한 예언의 실현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그렇지만, '늙음'을 온전히 받아들여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게 된 석가모니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인류의 도덕과 행복이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내다보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자만에 빠져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류의 도덕과 행복은 자연과학의 발전으로부터 도움을 얻을 것이며, 또한 역으로 인류의 도덕과 행복이 과학의 성공에 일익을 담당하리라는 확신에 찬 희망을 품어도 좋을 것이다.'(p550) <호모 데우스> 中


 <멋진 신세계> 속에서 <호모 데우스>에서 말한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것이 <멋진 신세계>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가 아닌가 생각해보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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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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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5-04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젝의 ‘기독교적 유물론‘이 제게 또 다른 난제인데요.
지젝은 불교적 명상은 ˝윤리적으로 중립적인 수단이어서, 가장 평화적인 것부터 가장 파괴적인 것까지 다양한 사회정치적 쓰임을 가질 수 있음˝(그의 책 <꼭두각시, 난장이, 기독교의 도착적 핵심>)으로 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이용만 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말하죠. 차라리 그에 대립되는 기독교적 사랑의 ˝비관용˝이 존재 질서 내부의 차이와 간극을 받아 들여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폭력적이지만 혁명적인 힘이 된다 하는데.....제가 뭉텅그려 표현하고 있어 오도될까 걱정되는데요.
겨울호랑이님이 <세계종교사상사2>에서 인용하신 거(˝그는 초자연적 존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때문에 이 말을 꺼내 본 거였습니다.
지젝도 ˝기독교적 유물론˝ 견지에서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거든요.
˝내가 나 자신을 신성한 축복과 동일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오로지 신으로부터 분리라는 무한한 고통을 경험할 때에야 나는, 신 그 자신(십자가 위의 예수)과 경험을 공유한다.˝

겨울호랑이 2018-05-04 13:23   좋아요 1 | URL
제가 지젝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전제로 AgalmA님께서 말씀한 부분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지젝이 말한 ‘불교적 명상‘이라는 것은 수행자의 수준에 따라 깨달음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기독교적 사랑‘을 말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마치 우리가 낯선 곳에서 가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 것은 그것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최저한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이용하듯이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그리고, 기독교의 ‘선-악‘의 이분법적인 대립 속에서, 내재적으로 혁명에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응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아래에서 지젝이 말한 부분은 예수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 부분 중에서 자신은 ‘인성‘에 대해서 공감을 한다는 내용으로 이해가 됩니다...

AgalmA 2018-05-04 13:33   좋아요 2 | URL
지젝은 불교의 관용과 포용을 좀 비겁? 소극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젝이 표방하는 공산주의, 프롤리타리아의 단결 등에서도 볼 수 있듯 외부적인 혁명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사람이니 불교의 니르바나 같은 건 개인에서 그친다고 보는 거겠죠. 마르크스가 못 이룬 프롤레타리아 단결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니 만족스럽지 못할 만도 하지요.

겨울호랑이 2018-05-04 14:26   좋아요 1 | URL
AgalmA님 말씀처럼 지젝은 해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처럼 개인의 변화로부터 사회적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에, 지젝의 말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p32) 이상(李箱, 1910 ~ 1937) <거울>中


 이상의 시(詩) 속에서 '거울'은 분열된 자아로서 표현된다. '거울 속의 나'는 자신과 닮았지만,소리가 없는 세상이기에 자신과 교감할 수 없는 대상이다. 때문에, 대칭(對稱)적 위치에 있는 '거울 속의 나'를 통해 자기 발견을 할 수는 있지만 분명 거리감있는 다른 존재임이 작품속에서 드러난다. 


 '거울'은 빛의 반사에 의하여 사물의 영상을 만들어낸다. 시적 화자는 거울 속의 영상을 대상으로 현실적 존재로서의 '나'와 '거울 속의 나'를 대립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나'의 이중성은 자아의 분열 또는 대립의 의미로 해석된다.(p35) 

 

 사실, '거울'의 자기발견으로서의 역할이 이상의 작품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시간을 올라가 동양 고전인 <대학 大學>에서도 거울의 자기 성찰도구로서 기능이 표현되고 있다.


 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탕지반명왈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탕임금께서 쓰신 제기용의 성스러운 대야의 밑바닥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 "진실로 날로 새로워져라! 날로 날로 새로워져라! 또 날로 새로워져라!"(p289) <대학, 학기 한글역주> 中


 직접적으로 거울이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대야'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면서 돌아보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야=거울'이라고 본다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거울의 자기 대칭성은 공간적으로 여러 문화권에서도 공통적으로 자기 인식, 자기 발견,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入口)를 표현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Mirror 거울


 거울은 진리, 자기 인식, 지헤, 정신, '우주의 거울'로서의 영혼, 초자연적이고 신적(神的)인 지성의 반영, 신의 진리의 밝게 빛나는 표면, 태양과 달과 별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최고의 지知를 상징한다. 거울에 비친 영상은 현현(顯現) 세계(현세)이자, 인간의 자기 인식이다. 거울은 태양의 원반, 천공, 빛으로서 태양에 속하며, 동시에 밝은 빛을 내는 달빛이라는 의미에서 달에도 속한다. 거울은 마력을 가지며, 거꾸로 전도된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사원이나 묘지에 걸린 거울 표면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까닭은 '빛의 축'을 세워 영혼의 상승로로 삼기 위함이다.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中


   이처럼, 인류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거울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문학 작품 속에서 이러한 거울의 역할은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  1832 ~ 1898)의 <거울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에서 잘 표현되는 것 같다. 주인공 앨리스는 다음의 말을 던진 후 거울 저편의 세상으로 건너가게 된다.


 "거울 속의 집에서 살면 어떨 것 같아, 키티?... 우리 거실 문을 활짝 열어두면 거울 속 집의 복도가 살짝 보인단다. 우리 복도랑 무척 비슷하지. 하지만 저 너머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어. 아, 키티야, 우리가 거울 속 집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분명히 저 안에는 무척 아름다운 것들이 있을거야! 그래, 키티, 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유리가 아주 얇은 천처럼 부드러워서 우리가 통과할 수 있다고 상상을 하는 거야. 어머나, 거울이 안개 같은 것처럼 변하잖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아."(p208) <거울나라의 앨리스> 中


 <거울>에서 '나'는 거울 속의 자신을 통해 닮은 듯 다른 자아의 모습을 확인하고 섭섭함을 느꼈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거울 너머의 세상에 대해 꿈과 희망을 가지고 결국 그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넘어갈 수 없는 현실에 낙담하는 어른은 분열로서 끝나게되지만, 동심(童心)을 가지고 희망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는 뜻은 아닐런지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서 생각해본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 노동절이었습니다. 

 회사에 나가지 않아 집에서 쉬는 날이었지만, 선생님인 아내는 출근하는 날이었기에 아이를 데리고 둘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울렛 한 편에 설치된 한 기계를 통해 연의는 잠시 동안 '공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공주 옷을 입은 거울 안의 연의와 거울 밖의 연의는 분명 다르지만, 그 표정만큼은 하나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같은 거울을 보고 또 다른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거나, 불행한 자신을 발견하거나 그것은 관점의 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저는 거울 저편을 볼 수 없었습니다. 동전을 추가로 넣지 않아서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PS. 선생님은 근로자가 아니라 스승이라는 사실을 저와 아내는 매년 '근로자의 날'에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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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5-01 2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근로자가 아닌 스승으로 보는 것은 노동을 폄하하는 것 아닌지 은근히 우려됩니다. ㅠ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해 여지가 있어 덧붙이면, 노동을 신성 시 하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노동은 절대 신성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에선요...ㅎㅎ
하여튼, 근로자의 날 이란 명칭은 하루빨리 노동자의 날로 바꾸어야 합니다.ㅋㅋ
‘근로’... 근면하게 일하는 것이 당위인 듯 한 개념이 넘 맘에 들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날 하루 종일 출근하여 일한 게 분해서 이리 말이 길어진 듯 합니다. 죄송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8-05-01 21:54   좋아요 3 | URL
요즘 선생님 또는 교사들은 노동자 대접도, 스승 대접도 못 받는 ‘주변인‘이 된 듯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특정인으로 보는 시각을 우리 모두 경계해야 겠지요^^:)

겨울호랑이 2018-05-02 06:47   좋아요 3 | URL
에고... 북다이제스터님께서는 바쁜 하루를 보내셨군요...ㅜㅜ 하루빨리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고 국경일로 지정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8-05-0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1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5-02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언제 겨울호랑이님 뵈면 동전을 손에 꼭 쥐어드리겠습니다;ㅋ;)...거울 저편에서 뭘 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ㅋ

겨울호랑이 2018-05-02 13:33   좋아요 2 | URL
^^:) 이런... 저는 공주옷을 입고 싶지 않지만, AgalmA님께서 정 그러시면... 3,000원. 500원 동전 6개 감사합니다 ㅋㅋ

2018-05-03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18-05-04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뀐 프로필 사진 속 연의, 많이 자란 것 같아요. 처음 보았던 연의의 귀여운 이미지를 떠올리면 말이에요.
어린이날이 내일이네요. 온전하게 연의를 위한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5-04 11:24   좋아요 1 | URL
^^:) 자목련님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나무처럼 빨리 자란다는 것을 요즘 느낍니다. 아이들의 꿈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보는 요즘입니다. 자목련님께서도 즐거운 연휴 되세요!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사안은 종전(終戰)과 평화체제 구축이라 여겨진다. 물론, 우리나라는 휴전협정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최종논의는 북미 회담에서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번 페이퍼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전쟁(韓國戰爭, 1950 ~ 1953)을 주변국들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바라보고자 한다.


1. 미국 : 반공(매커시즘)을 통한 국내 여론 통합과 세계 패권 유지 기반 마련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은 추축국(독일, 일본, 이탈리아)을 적으로 국내 여론을 통일할 수 있었으나, 종전(終戰) 후에는 외부의 적이 사라지게 되었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미국은 외부의 강력한 적(敵)이 필요했고, 이는 한국전쟁 참전을 통해 실체화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을 통해 미국은 목적을 달성했을까?

 

 전후 10년 동안 미국은 냉전(冷戰)과 반공(反共) 정책을 둘러싸고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공화당과 민주당의 국민적 합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연합은 공격적인 대외정책으로 보수파의 지지를 얻고 자국에서의 복지 프로그램으로 자유주의자들을 매혹시키게 될 자유주의적인 민주당 대통령에 의해 가장 잘 형성될 수 있었다... 반공의 분위기가 충분히 강력해진다면, 자유주의자들은 평상시라면 관용이라는 자유주의 전통을 위반하는 것으로 비춰질 억압적인 국내 정책을 지지할 수 있었다. 1950년대, 트루먼이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채 벌인 한국 전쟁이 그것이었다.(p131) < 미국민중사 2> 中


 미국은 한국 전쟁을 통해 국내 여론을 통합시킬 수 있었고, 이러한 통합을 바탕으로 세계 패권국의 위치를 유지할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매카시즘'이 위치했다.


 한국 전쟁은 자유주의 여론을 전쟁과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시켰다. 한국 전쟁은 해외에서의 개입정책과 국내에서의 경제 군사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연합을 만들어 냈다.... 자유주의자들은 조지프 매카시 Joseph MaCarthy 상원의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한국 전쟁은 "매카시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다."(p132) < 미국민중사 2> 中


2. 중국 : 타이완 침공 저지에 대한 복수


 1949년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 정부를 타이완으로 쫓아낸 후, 티베트 침공을 통해 그 세(勢)를 확장시켰다. 그렇지만, 이어진 타이완 침공에서 실패를 맛보게 되었고, 미국의 개입으로 더 이상의 침공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미국에 대한 중국의 감정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결국, 중국은 미군이 북한군을 국경까지 밀어붙이는 순간에 이르자 참전을 결정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규정(애치슨 선언) 속에 타이완과 1945년 이후 38도선을 기준으로 소비에트가 점령한 북한과 분리되어 미국의 보호 아래 독립국으로 부상한 남한이 포함되지 안은 점을 주목했다. 만일 타이완을 점령한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은 이미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던 유엔에서 당당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p110)... 미 제7함대의 배치로 타이완에 대한 공격이 완전히 불가능해졌음을 확실히 인식한 중국의 지도자들은 푸젠 해안에서 훈련 중이던 제3군에서 3만여명 가량의 부대를 선양(瀋陽)으로 북상시켰다. 다른 군대들도 산둥반도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했다. <현대 중국을 찾아서2> 中


 한국전쟁의 결과 수십 만명의 중국군이 사망하였으며, 이로 인해 중국과 북한은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血盟)의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전쟁이 중국 내에 미친 영향을 굉장히 컸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혹독한 겨울에 철지난 의복, 부족한 식량, 최소한의 무기를 가지고 압도적으로 우월한 공군력과 화력을 지닌 적군과 싸워야 했던 수십만 명의 중국군이 당한 고통이었다. (p113)... 전쟁에서 경험한 사건들은 중국으로 하여금 서양 제국주의의 해악에 더욱 눈뜨게 해주었고, 특히 미국을 중국의 주된 적으로 규정하게 만들었다. (p114)  <현대 중국을 찾아서2> 中


3. 일본 : 한국전쟁을 통한 전후 경제불황 탈출


 한국전쟁의 최대 수혜국은 일본이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일본은 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2차세계대전의 피해를 한국전쟁 3년을 통해 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일본이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단지 그들의 근면과 성실로만 돌릴 수 있을까?

 

 일본의 1945 ~ 1949년에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급등했다. 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한 미국인은 "인플레이션에 제동이 걸린 1949년까지 물가는 4년 만에 무려 150배나 뛰었다."고 술회했다.(p433)... 디플레이션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1년 뒤인 1950년 봄, 일본은 부흥은 커녕 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지기 직전인 것 같았다. 연합국 최고사령관(SCAP : 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의 처방이 일본을 고사시킬 것처럼 보이던 1950년 6월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대한해협 건너편의 비극이 일본에게는 엄청난 행운을 안겨주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일본의 산업계에는 군수품 조달을 위한 미국의 주문이 쇄도했다. 1951 ~ 1953년에 군수품 조달액수는 약 2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대략 일본 총수출액의 60%에 해당했다... 기업체들은 패전 이후 처음으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설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국민총생산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부흥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p434) <현대 일본의 역사> 中


4. 한국 : 그리고 바뀐 것은 없었다


 반면, 한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얻은 것이 없었다. 한국전쟁 이전 38선이 휴전선(休戰線)으로 바뀐 것 외에는 바뀐 것이 없었고,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은 70여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북한은 사실상의 대량학살이 그들의 나라를 황폐하게 하고 1945년의 힘찬 기대를 악몽으로 바꾸어 놓는 것을 목격했다. 기억할 점은 이 전쟁은 내전(內戰)이었으며, 한 영국 외교관이 언젠가 말했듯이 "모든 나라는 자신의 '장미전쟁'을 치를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비극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순전히 한국인들끼리의 내부충돌이라면 식민주의, 민족분단, 외국간섭 등으로 야기된 엄청난 긴장이 해소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이 전쟁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직 이전의 현상(現狀)으로 복구되었을 뿐이며, 오직 휴전만이 평화를 유지했을 뿐이다. 오늘날까지 긴장과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p418)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中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을 만들 수 있었고, 중국에게 한국전쟁은 타이완 합병을 저지한 미국에 대한 복수기회였으며, 일본에게 한국전쟁은 군수품 수출을 통해 새로운 경제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단지 아픔이었을 뿐이다.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세계 각국이 바라보는 입장은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입장만큼이나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한국전쟁은 상처이고 아픔뿐이었기에, 이번 회담이 이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을 희망하며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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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6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4-27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일로 쓰려고 했는데, 벌써 오늘의 일이네요.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인데,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어요.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4-27 00:17   좋아요 2 | URL
네 서니데이님 정말 기대가 많이 되네요. 오늘 저녁에는 기대보다 더 좋았던 하루로 기억되길 바라게 됩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하게 하루 마무리 하세요^^:)!

NamGiKim 2018-04-28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입장에서 본 한국전쟁이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회담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 흘렸고 기분이 너무나도 좋아서 부모님에게 제가 모은 월급으로 밥사줬습니다. 금강산이 열리고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4-28 17:49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저 역시 어제 눈물이 저절로 나더군요.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것을... 저 역시 부모님 댁에 와서 요즘 유행인 냉면을 먹을 예정입니다. ㅋ NamGiKim님께서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NamGiKim 2018-04-28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만 눈믈 흘린게 아니었군요. 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4-28 18:02   좋아요 1 | URL
^^:) 아마 많은 이들이 울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처받았던 많은 부분이 치유되었을 것 같네요^^:)

AgalmA 2018-04-29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처럼 전쟁팔이 나라도 없죠;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등. 사안에 따라 경중은 있겠으나 경제 이권, 여론 통합, 세계 경찰 훈장 등등의 효과를 매번 노렸던 거 같은데 앞으로는 그게 먹히지 않을 듯(과연). 반미 네거티브 패널티가 많이 쌓여서 더이상은 좋을 게 없죠. 911로 크게 겪어 봤죠.
더 큰 문제는...그 행태를 수수방관하며 용인하는 세계 정세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텐데... 전쟁 자체보다 그걸 제지하는 통제력 상실이 가장 뼈아픈 인간성의 후퇴 같달까요. 폭력과 이익심리도 인간의 큰 욕구(?), 작용(?)이니 인간성이니 퇴보 운운은 긍정성만 바라는 관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성과 인간성이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걸 가장 현저히 보여주는 게 전쟁 같은 사건이죠.

겨울호랑이 2018-04-29 08:33   좋아요 1 | URL
AgalmA님 말씀처럼 역사 속에서 미국의 패권은 전쟁을 통해 이어져 온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전 역사 속에서 세계대전의 배경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 그 배경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생각 역시 하게 됩니다. 자본을 축적하려는 욕구가 우리 모두에게 있는 한 아마 우리는 끊임없이 전쟁의 위협에 놓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깨어난다면,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AgalmA 2018-04-29 09:22   좋아요 1 | URL
오래전부터 전쟁이 인간의 먹고살이에서 중요한 역할이긴 했죠. 근데 이 전술을 활용하는데 미국이 참으로 적극적인... 폭력의 역사로 최근 건국된 영향도 있는 것일까요-_-?

1846년 멕시코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징수된 세금 납부를 거절해 감옥살이한 소로 같은 기개를 가져야겠지요!
공부하는 연의야, 너희들이 희망이얌~ 겨울호랑이님 같은 부모들이 있어서 맘이 조금 든든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4-29 11:08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면 미국이 종교의 자유를 찾고자하는 청교도들에 의해 건국되었다는 이야기는 미화된 신화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미국이 걸어온 길이 달라졌어야 했겠지요... 빛바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우리만의 꿈을 이뤄가야겠지요.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우리 아이들의 두 눈속에 담기도록이요. 물론 제가 한 말은 아닙니다만 ㅋㅋ

2018-04-30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30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에 스무 명도 넘게 아픈 아이를 만나 온 지 10여년째. 진료실 문을 조심스레 밀치고 아이와 함께 들어오는 엄마와 눈을 마주칠 때면 늘 가슴 한쪽이 아파 온다. 며칠 못 잔 듯 피곤에 찌들어 생기를 잃고 퀭한 눈. 거기에는 아이를 걱정하는 불안감과 함께 그 엄마가 겪어 온 좌절의 고통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 엄마는 또 그 동안 얼마나 전쟁 같은 일상을 견뎌 왔던 걸까. 그 견딤 속에서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몰아세웠을까. (p55)「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중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라 학부모 중 많은 분들이 아토피 자녀를 두고 계십니다. 잠을 못 이루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가 지쳐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저절로 들지만, 아픈 자녀를 둔 부모의 고통은 주변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일 것입니다.

최근 이코노미 인사이트 4월호 기사에서는 ‘예민한 부모가 아토피를 키운다‘는 제목으로 아토피 어린이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리플러의 이론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산만함,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과민 반응이 질병의 형태로 터져 나올 위험이 커진다. 리플러는 이것이 바로 심각한 아토피성 질환의 증가로 생각한다.(p32)... 리플러의 주장은 최근 활기를 띠는 ‘정신적 측면과 면역체계의 연관성‘ 연구 분야에서 발견된 사실과 일치한다... 오늘날 우리는 심한 스트레스와 피부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를 치료에 반영한다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p32)... 임신 기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천식•아토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p33) 「이코노미 인사이트 4월호」- 예민한 부모가 아토피를 키운다 -중

기사에 따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체 유아 중 최대 15%가 아토피를 앓는다고 하니, 아토피는 대표적인 선진국 질병 중 하나입니다. 산업화, 공업화로 인한 환경 오염과 더불어 스트레스 또한 아토피, 천식 발병의 주요한 요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토피•천식 치료에 사회도 책임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라는 이유로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부모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개인이 살기 어려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한 시작은 개인에게 주어진 짐을 덜어주어야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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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26 0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이 어렸을 때 아토피 피부 질환에 걸려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은 증상이 거의 사라져서 무난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동생의 아토피였어요. 아토피 자녀를 둔 부모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자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어 해요.

겨울호랑이 2018-04-26 08:15   좋아요 3 | URL
그러셨군요...아픈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보다 속상한 경우는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토피 등 아이가 아픈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cyrus님 동생분께서는 지금은 완쾌되셨다니 다행이네요. 다른 아이들도 사회의 보살핌 속에서 쾌유되기를 바라 봅니다.^^:)

2018-04-26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