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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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N. 스턴스는 『세계사 공부의 기초』에서 역사를 공부할 때 주의할 점을 여럿 당부했는데, 각 나라의 입장과 트렌드 중심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나는 특히 유념한다. 일본 인터뷰어와 유발 하라리 외 세계 석학들의 대담 『초예측』 시리즈가 일본의 향후 전망 위주로 기술되어 있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오늘부터의 세계』는 2020년 5월 7일부터 총 8회 <경향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보강한 글인데, 《초예측》 과 중복되는 인터뷰이도 있어 코로나19 관련해 우후죽순 나온 이슈 쟁탈 책이 아닌지 반신반의 했다. 코로나19라는 세계 공통 관심사로 엮여 있어서 그런지 지금 한국에만 국한된 대담이 아니었고, 향후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가볍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중국이 원흉이라고 혐오와 배척하는 시각이 많은데, 리프킨은 핵심을 명확히 지적한다. 이 팬데믹은 기후 변화와 세계화의 결과라고 콕 집는다. 1) 물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2) 지구의 마지막 야생터까지 침범하는 인간, 3)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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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 생태계가 변화하는 물순환을 따라잡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어서예요.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전체의 14퍼센트 정도였어요. 지금은 77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야생은 23퍼센트만 남았어요. 인간은 야생을 개발해 단일 경작지로 사용하고, 숲을 밀어버리고,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합니다. 이것도 기후변화를 유발합니다. 셋째,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기후 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어요.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이동했죠. 최근 몇 년 동안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세계은행 등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지구의 공중 보건이 위기임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산다면 바이러스가 붙어 있는 야생동물을 사는 거죠.

안희경 :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의 중간 매개체가 된 것인데, 미개한 문화가 바이러스를 끌어들였다는 혐오가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고 있군요.

 

리프킨 : 앞으로 더 많은 감염병이 창궐할 겁니다. 이제는 팬데믹이 올 때마다 1년 반 정도 봉쇄될 것을 예상해야 해요. 초기 단계에서 봉쇄를 해도 약 6개월 뒤에는 두 번째 파고가 찾아옵니다. 초반에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 두 번째 파고는 훨씬 심각합니다. 그다음에 백신이나 항체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지요. 대략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립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 안에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까지 또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경제를 새로 조직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생활 그리고 통치 방식까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희경 : 사스나 메르스, 에볼라는 세계 경제를 멈추는 단계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왜 다를까요?

 

리프킨 : 이는 세계화에 답이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국가적인 시장이라는 개념을 심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세계화를 가져왔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과 같은 중개 조직들이 이때 나타났지요. 이 인프라는 적시 생산 방식JIT으로 재고를 남기지 않습니다. 탄력성보다는 오로지 효율성에만 의존하죠.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는 단기 이익만 추구합니다. 주식시장에서 분기별 보고서로 이익 현황을 보여줘야 하죠. 이익을 못 내면 주주의 주식이 평가절하되니 경영자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분기마다 수익을 내려면 장기 투자, 장기 계획,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중복 장치를 구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팬데믹이 오면 전체가 타격받고 세계화된 인프라가 붕괴합니다. 감염병이 발생하는 순간 전 세계 인프라가 무너졌습니다. 마스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인공호흡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의 음식을 실은 배는요?

 

- 1장 집중과 분산 [제러미 리프킨, 화석연료 없는 문명이 가능한가]

 

빅 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섰다고 자찬하지만, 리프킨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2차 산업혁명(에너지 기반 대량 생산) 인프라를 가져와 3차 산업혁명(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혁명)에 심으려 하기 때문에 그들이 10년도 못 버틸 거라고 전망한다. 농업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아웃소싱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온쇼어링(onshoring)으로 바뀔 거라고 분석한다. 팬데믹, 테러, 기후 재난이 벌어질 때 대처하려면 국가적인 전력망과 지역 중심의 소규모 전력망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에 대한 한국의 대처에서도 잘 나타났고, 리프킨 대담의 소제목처럼 ‘집중과 분산’의 구조를 짜는 게 관건이다. 공공 인프라가 민영화되는 걸 저지해야 하고,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수평적인 통치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각자 도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리프킨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식인 원톄쥔도 코로나19는 서구 문화, 서구적 행동을 답습하며 자연에 분리된 채 살아가는 인류가 자초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는 글로컬라이제이션(지역 중심 세계화)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거라고 전망하는데, 미국이 선도하는 북아메리카 글로컬 체계, 러시아와 협력할 유럽 연합, 아시아가 삼각형 구조로 세계 경제의 축을 이룰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준도 단기적 효율성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바이러스 사태에 흔들리게 됐다는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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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위기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 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75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지요?

 

장하준 : 서구 중심적인 발언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쟁과 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베트남전쟁 300만 명, 6·25전쟁 3~400만 명,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콩고내전 때도 3~400만 명이 죽었죠. 1960년대 초 중국이 대약진운동을 할 때는 기근으로 1000만 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재앙적인 상황은 예외로 치더라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화장실과 하수 시설 부족, 영양실조로 매년 몇천만 명이 죽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집계는 안 되지만 기후변화로 증가한 재해 때문에 1년에 수십만 명이 희생당하고 있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느닷없는 충격으로 왔기 때문에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지극히 유럽과 미국 입장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중략)

관광이나 스포츠, 극장처럼 사람들이 모여야 운영되는 곳도 어려워지고, 의류나 음식을 가공하는 노동집약적산업도 취약해졌죠. 게다가 지난 3, 40년 동안 세계화를 하다 보니 전 세계가 공급망으로 얽혔어요.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마비됐을 때 한국과 독일에 있는 자동차 공장들은 영업을 못했잖아요. 중국에서 부품이 오지 않으니까요. 경제 시스템이 안전이나 유연성보다는 효율성, 특히 단기적인 효율성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약점이 노출된 거예요. 비행기나 전기 공급망, 유조선처럼 한 번의 사고가 큰 재앙으로 번지는 부문은 그에 대한 대비책이 많아요. 백업이 두세 개씩 있고,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되면 격리시켜 나머지 부분을 살리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중국 시골에 있는 공장에서 시작해서 일고여덟 단계를 거쳐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흘러가야 가능한 경제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더 취약할 수밖에요.

 

안희경 :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전체 산업 체계가 변화할 경향이 보이나요?

 

장하준 : 같은 산업이라 해도 어떤 식으로 재조직되느냐에 따라 생산방식이 바뀌는 분야가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지나고 나면 패턴이 보일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깨달은 게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에센셜임플로이essential-employees, 영국에서는 키워커key-work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두가 생존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한다는 점요. 의료진, 음식 파는 가게 직원, 배달 노동자,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봉쇄 상황에서 이런 말들이 나와요. ‘이제 보니 투자 은행가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이들 없으면 못 살겠구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해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고 이들 분야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 3장 성장과 분배 [장하준,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이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 문명의 누적된 모순과 갈등, 부실 시공된 세계화, 저임금 노동자와 취약한 사회계층의 문제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불안을 해소할 구조 조정과 공동 안전망은 전 세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브리핑했는데, 그것은 댐 짓고 길 닦는 1930년대 1차 미국 뉴딜의 제시가 아니다. 그것은 와그너법을 실행해 노조 권한을 강화하고, 사회보장법을 제정해 사회 보장 제도를 실행한 2차 뉴딜(제도 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 장하준의 지적은 여러 가지로 속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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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 빚내서 돈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면 대학 가려고 학자금 융자를 받아선 안 되고, 빚내서 사업하면 안 되죠. 빚을 내더라도 나중에 소득이 더 늘어나면 빚을 내는 게 더 잘하는 일 아닌가요? 정부가 돈을 빌려 단기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고, 급여액을 올려 수요를 유지하면, 기업들도 그 속에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수요가 완전히 붕괴하면 기업들은 더 망합니다. 정부가 돈을 빌려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더 커지죠. 지금 돈을 빌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기업들도 부채 하나 없이 장사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해요.

더구나 한국은 재정이 엄청나게 건전한 나라입니다. 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퍼센트 정도 되는데, 세계 최저 수준이죠.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 35~40퍼센트 사이로 가장 낮고, 한국이 그다음으로 낮아요. 한국은 2008년 금융 위기 났을 때 빼고 정부 재정이 매년 흑자입니다. 오죽하면 OECD같이 보수적인 기관에서 한국은 돈을 더 써도 된다고 그러겠어요. 저는 우리 경제를 ‘자린고비 경제’라고 부릅니다.

(중략)

우리는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돼 있어요. 돈 있는 사람들한테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주는 걸로 생각해요. 그런데 북유럽식 복지는 사회보험을 공동 구매하는 겁니다. 의료보험, 교육보험, 연금보험 등을 국민이 공동 구매하는 거예요. 미국이 복지 지출을 적게 한다고 말하지만 복지 지출이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부분이 개인 지출이죠. 공공 지출만 보면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국민소득의 30퍼센트를, 미국은 20퍼센트만 지출하니까 미국이 복지 지출을 안 하는 거 같죠? 하지만 개인이 쓰는 복지 지출까지 합하면 핀란드 다음으로 많아요. 그럼에도 의료보험 체계가 잘못돼 다른 나라의 두 배를 쓰고도 선진국 중에 최하위 건강 지표를 보이죠.

(중략)

한국도 이제 선진국에 포함시켜야죠. 선진국들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성장을 안 하는 게 좋고요. 문제는 성장의 질입니다. 성장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느냐에 있죠. 온 국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라면 성장은 그 목표를 이룰 여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성장을 하면 덩치가 늘어나 나누기도 쉽고 목표를 이루기 수월하죠.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상류층에게만 집중되는 데 있어요. 보통 사람한테는 별 의미를 못 줘요. 성장 수치를 셈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죠. 브라질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소를 키워 소고기 수출로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 해도 그 일로 가뭄이 들어 농사가 망하는데요.

(중략)

이번에 한국 참 자랑스럽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제일 잘 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창피한 세계 최고 기록이 너무 많아요. 자살률 1위, 간단히 볼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사람 죽는 건 안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죽는 건 괜찮은가요? 출생률은 거의 세계 최저에, OECD에서 남녀 임금 격차는 최고예요.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이민 가고 싶다는 나라입니다. 잘한 거는 자화자찬이라도 해야 하지만 잘한 걸로 못한 것을 덮을 수는 없어요. 잘 해낸 경험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모으면 큰일도 할 수 있구나 깨달았을 때 큰 개혁을 해야죠.

복지 제도도 제대로 도입하고, 교육 제도도 최대한 공정하게 개선하고, 세제도 최대한 공평하게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연대도 조성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할 일이 많죠. 코로나19 잘 대처했다고 자축하면서 계속 건전 재정 외치고 예전처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아무것도 안 하면 이 위기가 끝나고 5년이 지난 후에도 자살률 1위, 출생률 최저, 남녀 임금 격차 최고, 그런 한심한 나라가 될 거예요. 하지 않으면 안 바뀝니다.

 

- 3장 성장과 분배 [장하준,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장하준이 성장이라는 양(量)이 아니라 질(質)을 고민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듯이,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도 삶의 질, 인간의 품격을 갖춘 삶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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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 당신 말처럼 혐오는 숨겨져 있다고 하기엔 너무 일상적으로 포착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강렬한 감정이 왜 이토록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는지 골몰하게 합니다. 당신이 언급한 2002년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벌어진 대학살은 성지순례를 다녀오던 힌두교도들이 열차 화재로숨지며 일어났습니다.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도가 불을 낸 것이라고 선동했고, 이들은 3개월 동안 1000명이 넘는 이슬람교도를 살해하는 무차별 보복을 자행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분노를 특정 집단 탓으로 돌리는 정치 방식은 대중 정치에서 점점 더 교묘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왜 민주주의마저 왜곡하는 집단 혐오가 대중의 마음속에서 위력을 발휘할까요?

 

누스바움 : 두 가지 차원의 혐오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는 몸에서 배출되는 분비물, 노폐물에 대해 느끼는 혐오입니다. 대소변, 피, 콧물 등 우리의 동물성에 대한 거부 표현으로 모든 사회에서 작동하죠. 시체는 확실히 혐오스럽습니다. 이 혐오에는 일종의 원시적인 두려움이 있어요. ‘나는 동물과 다르다’라는 차별 의식을 가지고 동물적 본성을 혐오하는 겁니다. 이런 사고 속에 또 다른 종류의 혐오가 파고듭니다. 문화 차원의 혐오로 저는 이를 ‘투사 혐오projective disgust’라고 불러요.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부패, 냄새, 분비물 같은 역겨운 특성을 우리 사회의 특정 집단에 투사해 그들을 종속시킬 전략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혐오는 대체로 약한 집단을 향합니다. 그들을 동물적이라고 묘사하죠. ‘동물적인 성적 취향은 그들에게나 있지 나한테는 없다. 고약한 냄새는 그들에게서만 난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죠. 미국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동물로 취급했지만 사실 모든 인간은 다 비슷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이렇게 타인을 종속시키려는 전략으로 작동하는 혐오는 흑인, 여성, 성소수자 등을 동물적인 존재로 만들면서 모든 인간이 갖는 동물성을 부정해왔습니다.

코로나19 위기는 몇 가지 혐오를 다시금 강화했어요. 당신이 언급했듯이 미국에 있는 동아시아계 사람들이 편견과 낙인의 대상이 되었죠.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두드러지지 않았던 혐오입니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았어요. 미국의 대통령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에 지금의 위기 속에서 어떤 편견은 오히려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편견과 혐오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대중들이 의문을 갖고 비판하도록 작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시카고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다른 인종들에 비해 매우 불균형적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요. 흑백 분리 거주가 뚜렷이 자리 잡은 시카고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더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불평등한 조건이 만들어내는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미국 전역에 걸쳐 매우 의미 있는 대화를 촉발시켰습니다. 주거지와 주거 상태, 건강보험 가입 여부, 그리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얼마나 건강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 의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말하자면 지금 시카고와 일리노이주에서 저는 혐오 정치의 이면을 봅니다. 이는 자기 비판 정치, 사랑의 정치를 위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자아 성찰 정치라고 할 수 있어요.

(중략)

우리가 구현해야 할 정의는 인간이 각자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도록 존중하는 것입니다. 정의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은 제가 주장하는 역량 순위에 있습니다. 인간의 역량을 창조하는 조건을 10대 핵심 역량으로 정리했지요. 평균수명을 누릴 수 있는 조건, 건강을 보호할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신체 보전, 자존감을 지키며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는 조건 등입니다. 모든 항목에서 최저 기준을 채운다면, 그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로 불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는 질 낮은 교육을 받아도 되고 일할 기회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동안, 평등을 추구하는 일은 어떤 분야에서건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인간의 역량을 개발하기란 참 복잡한 일이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품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자못 끔찍할 수 있거든요. 저는 노동계급의 삶이 반드시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엄청나게 성차별적이고 호모포비아적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들 겁니다. 두려움이 줄면 혐오도 줄어들죠. 우리 자신이 취약할 때 다른 집단에게 그 탓을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기거든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모두가 교육받을 기회를 누리는 안전망이 갖추어진다면 불안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요컨대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각 분야 활동가들을 뒷받침하는 용감한 지지자가 됩시다.

 

- 4장 혐오와 사랑 [마사 누스바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역학과 교수 케이트 피킷은 “미래에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사회 구성원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사회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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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킷 :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거죠. 우리의 말과 표정은 곧 우리의 노동조건이자 사회 환경이기도 하니까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낮은 임금으로 돌봄 영역에서 일해온 이들, 슈퍼마켓 선반을 채워온 이들, 생필품을 배달해온 이들, 청소를 해온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들 핵심 인력의 귀중한 역할을 계속 기억해야 해요.

 

- 5장 개별과 보편 [케이트 피킷, 우리는 질병과 죽음 앞에 평등한가]

 

 

철학과 교수이자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지구적인 조절 능력을 세워내자고 요청한다. 비접촉 관계 방식 언택트는 일시적일 뿐이며, 인간은 끊임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가 문명의 몰락을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국제적 협력 결핍’은 그가 발표한 「취약한 세계 가설」에서 거대한 위험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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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트롬 : 방역과 관련된 일부 제품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두려움을 이용해 가격을 상승시켰고, 이는 불행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과 같죠. 기업이 대중의 두려움을 통해 얻는 막대한 이윤을 막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 두려움을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책 결정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공급 부족이 일어난 이유죠. 대규모 비축물을 풀게 만드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정밀한 시나리오를 세워 기업이 따르도록 자극하는 정책을 폈어야 했습니다. 유인 구조(금전적 또는 비금전적인 혜택을 주어 특정한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여러 체계)에 있어 효용이 적은 부분을 특정하기는 쉽습니다. 지금은 행위자들(대중, 기업 등)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이는 조율하는 데 실패해서 그렇습니다. 심지어 우방으로 협력해오던 국가들조차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서로를 충분히 도왔는지 불분명합니다. 저는 이런 조정 실패가 이번 위기에만 해당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근원적인 악화 인자를 가지고 있어요. 바로 국제적 협력 결핍입니다.

(중략)

미래 어느 시점, 세상이 자동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발명이나 발견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있다는 가설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명은 엄청난 충격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데, 제가 반무정부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라고 부르는 지점에 우리가 계속 있다면 문명은 몰락할 수 있다는 거죠. 반무정부 상태는 지구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를 푸는 강력한 협력 능력이 부족한 우리의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는 많은 돈을 군대에 쓰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핵무기를 오직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적과 위협하는 수단으로 갖고 있죠. 이는 우리가 만든 치명적인 위기예요. 또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적인 강력한 대응도 부족합니다. 이 두 가지 위협으로도 취약한 세계 가설을 반추하게 만드는데요. 여기에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인류 차원에서 도저히 승인할 수 없는 파괴 행위를 도모한다고 했을 때, 이를 막을 영향력조차 부족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만약에 대규모 파멸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누군가가 수백만 명을 한꺼번에 죽이는 방법을 발견했고, 부엌 개수대에서 이것저것을 섞어서 도시로 흘려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우리에겐 이런 파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수많은 개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차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죠. 이런 조건 속에서 세상은 취약합니다.

 

- 6장 기술과 조정 [닉 보스트롬, 세계는 다음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농부로 풀뿌리 운동 지도자이자 과학철학 박사인 반다나 시바는 생태 중심의 삶을 권장한다. GMO(유전자변형생물) 콩으로 만들 가짜 고기를 위해 아마존 열대 우림을 훼손하고 식품 소비 구조를 유전자조작 산업으로 옮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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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 그래도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시바 : 소비자들은 고기를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어요. 고기 소비는 GMO 콩과 GMO 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카포CAFO라고 부르는,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 구조가 가져온 소비입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는 가짜 고기를 만들어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합니다. 특히 동물 사료 산업으로 엄청난 정부 보조금이 흘러갑니다. GMO 콩을 길러 사료로 팔면 보조금을 제일 많이 받죠. 이 시스템 속에서 공장식 축사가 운영됩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고기 소비는 자동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사람들에게 병을 유발하는, 항생제에 오염된 고기 소비도 줄겠죠. 공장형 축사를 지나갈 때 코를 싸잡게 되죠? 돼지, 닭, 소들이 너무 많이 있는 곳에서는 코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이 고약한 냄새가 메탄입니다.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여든 배 더 기후에 치명적이죠. 동물 해방도 필요해요. 마음대로 움직일 동물의 자유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죠.

 

안희경 : 코로나19 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시바 :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지정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는 겁니다. 작년에 박쥐와 관련된 정보를 나브다냐 회원들에게 들었는데, 중국과 미국 방위대가 인도 나갈랜드 지역에서 박쥐를 불법으로 채집했을 때입니다. 이는 생물자원 수탈bio-piracy이에요. 국제 규약은 아무 나라에나 몰래 들어가 생물자원을 훔치지 못하도록 허가를 받게 했습니다. 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채취해간 겁니다. 그렇게 채취해간 바이러스를 장기 매매 시장이나 공장형 축사 또는 실험실에서 증식했을지 모릅니다. 어떻든 저는 코로나19만을 분리해서 보는 접근 방식은 비과학적이라고 봐요. 지난 30년 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질병은 300개 가까이 됩니다. 그중 상당수는 숲에서 왔습니다. 지금 야생종들의 질병이 이동하고 있어요. 예전에 인도 키아사누르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습니다. 숲을 벌채하니까 원숭이들이 마을 가까이로 왔고, 원숭이 몸에서 나온 벼룩이 인간에게 오면서 출혈성 질환이 창궐했죠. 키아사누르 삼림병이라고 불립니다. 에볼라도 숲이 파괴되면서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숲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구에 대항하는 전쟁을 반드시 멈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멈춰야 해요. 바이러스가 생물은 아니라 할지라도 스스로를 복제합니다. 인류가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하여 전쟁을 선포할 때마다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안희경 : 2차 세계대전에 사용했던 독가스가 농업으로 옮겨와 살충제가 됐고, 폭약의 재료인 질소 역시 농산업의 비료가 되었습니다.

 

시바 : 그래요. 사용했던 독가스가 농산업으로 옮겨와 벌레와의 전쟁, 곤충과의 전쟁을 창조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요? 벌들의 실종입니다! 이 전쟁으로 80퍼센트의 곤충이 사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먹이사슬 속에 있어야 할 곤충의 자리를 파괴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요.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와 전쟁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수백만 명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봅니다. 벌써 굶주림의 팬데믹이 시작됐습니다. 계속된다면 인류의 50퍼센트가 삶터를 잃을지 몰라요. 정부는 경제냐 목숨이냐를 두고 논쟁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냥 경제 속에서 생계를 꾸려가요. 제가 작은 가게를 하거나 미용실에서 일하거나 작은 공장을 운영한다면, 혹은 소규모 농사를 짓는다면 제 목숨과 생계는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3000만 명의 굶주린 목숨을 저버린 채 확진자 숫자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인류가 생명의 그물망에 대항하여 전쟁을 선포한다면 이는 스스로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격이며, 그 순간 인류는 생명망에서 분리됩니다. 적어도 힘센 인간들이 나머지 인류를 향해 선포하는 전쟁이 됩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거예요.

 

- 7장 분리와 연결 [반다나 시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종합하면, 바이러스가 지금 우리의 적이 아니다. 시바의 말처럼 타인이 없으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는데, 가장 거대한 ‘두려움’ 바이러스로 우리는 서로를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모든 걸 산업화하고 세계화하며 이윤을 짜내려고 작동하는 글로벌 경제가 아닌 지역공동체 속에서 창조적으로 활동하는 ‘지역 경제’-‘순환 경제’ 시스템이다. 환원주의적인 기계학습에 점점 더 의존하는 지금 인류가 에고ego에서 벗어나 에코eco로 갈 수 있을까. 매일 터지는 비인간적 사건 사고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 존재라는 것을 잊고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누구도 혹사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

"소수의 부를 만드는 활동이 실제로 다수의 이익을 가져오기에 자본주의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석학들이 힘주어 이야기하는 건 실제로 우리의 경제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금융이 금융에 투자하거나 기업이 자기네 주식을 되사들임으로써 거대한 부를 증식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으며 시장은 홀로 다수의 이익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페레스는 “모든 혁명은 거대한 전환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황금시대로 가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때에만 그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과 사회가 함께 번성할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  [안희경, 혁신은 모두를 위한 이익에서 나온다] 마무리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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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13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누스바움의 혐오에 대한 정리 좋네요. <사람, 장소, 환대>와도 왠지 좀 통하는 거 같구 요즘 고민하던 문제와도 맞아들어가서 천천히 다시 읽어보려고요.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거죠. 우리의 말과 표정은 곧 우리의 노동조건이자 사회 환경이기도 하니까요.” - 이 부분 정확하게 제가 오늘 내일 쓰려던 포스트와 일치해서 소름.. (오늘도 감사드려요! 평안한 일요일 되세요 ^^)

초딩 2020-09-13 11:41   좋아요 1 | URL
시바가 모두를 포옹 하는 운동을 하겠데요. 코로나가 진정되면. :-)
소트라테스가 말한 인류의 모든 활동은 인류의 보존을 위함이고
인류의 보존은 사랑인 것 같습니다.

하나 2020-09-13 11:53   좋아요 1 | URL
초딩님과 아갈마님께서 읽으시는 걸 보고 저도 주문했어요! 저도 읽고 또 같이 얘기 나눌 수 있음 좋겠네요 :) 남은 주말도 잘 보내시고요!

초딩 2020-09-13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톄쥔 농촌 이야기, 마사 누스바움 교수의 혐오와 사랑, 반다나 시바의 자연과 인간이 평등한 민주주의를 보며, 그들이 제시한 ‘증거‘를 보면, 코로나 역시 오도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의 세상에서 커져가고 있던 온갖 문제들이 코로나로 분출했는데, 그것 마저 미국, 유럽 등의 열강에 의해 ‘의도‘ 되어져 그 문제들을 결국엔 신자본주의로 몰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이 세상은 이 큰 지구는 이렇게 다양한데, 내가 아는 뉴스는 고작 의도된 몇개 뿐인것처럼 획일화되어 살고 있구나였습니다.
건강하고 밝은 하루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9-1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성장 아니 역성장을 당연하고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Gdp -1퍼센트도 벌벌 떠는데 쉽지 않겠죠.

2020-09-21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롤랑 바르트 때문에 제가 고생이 많습니다💦

『롤랑 바르트의 편지들』(글항아리)

롤랑 바르트 패브릭 포스터, 연필 사은품이 뒤늦게 나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반품ㅠㅠ... 4,700원이나 하는 이 패브릭 포스터를 반품비까지 계산하면 1,0000원에 산 셈😔

롤랑 바르트 패브릭 포스터는 손수건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창가에 걸려고 했더니 액자 크기라 매우 아쉽고, 연필은 흰 칠이 금방 벗겨집니다. 그러나 롤랑 바르트 좋아하는 사람은 몹시 탐날 굿즈입니다.

멋진 양장본은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조르주 페렉이 바르트를 매우 좋아했는데 그들의 교류가 가장 궁금했지요.

 

 

 

 

 

 

 

 

 

 

 

 

 

 

 

 

 

 

 

인문서적 구매 tip : 한국 문학은 친필 사인본 등 한정품이 있어 권하기 그렇지만 인문 기타 분야는 나오자마자 사지 말고 2~3주 정도 추이를 보세요. 서점 사은품 상황이 매우 달라집니다.

『롤랑 바르트의 편지들』 경우도 자체 책 사은품이 없다가 1주일 지나 롤랑 바르트 패브릭 포스터와 연필이 등장했고, 둘 중 하나 선택이었는데 한 달 지나 제가 살 땐 둘 다 선택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온라인 서점 사은품 종류도 많아졌고요.

이런 거 말하면 알라딘이 싫어할까요, 좋아할까요-,.-)a

• 알라딘 굿즈 / 9월 알라딘 굿즈

책베개 ver1, 2가 조금씩 다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ver1은 솜을 빼서 세탁하기 매우 번거롭고 솜도 금방 꺼졌죠.

ver2는 메모리폼 베개인데 이것도 분리 세탁이 안되었죠.

그래서 ver3은 안 삼ㅎㅎ;;

이번 ver4는 크고 부드러운 촉감의 어린 왕자 디자인이라 참을 수 없었죠. 집에 책쿠션이 몇 개인가🤣🤣🤣😂😂

 

 

 

 

 

 

 

 

 

 

 

• 인문학 사은품

♧ 색색의 지식 교양_미니 노트(블루)

- 지난달엔 블랙 받았으니 이 달엔...

 

 

 

 

♧ 여름밤의 지식 교양 - 찰스 부코스키 맥주잔 & 가죽 코스터

"사랑은 명령이거나 믿음이거나 선언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저만의 신입니다. 우리는 교회, 국가, 교육 체계의 가르침을 잊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자 여기에 있습니다"

ㅡ Charles Bukowski

책쟁이에 알코올중독자까지 만들려는 음모ㅎㅎ;?

 

 

 

 

여하간 재미없는 생활에 책과 굿즈는 늘 활력소가 되어줍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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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3 0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5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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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알라딘 커피가 훨씬 맛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좋아하고 요즘 커피를 상당히 많이 마셔 원두가 똑떨어질 때가 잦아 통 크게 500g 구매. 고소 50%, 향긋 50% 적절한 배합입니다. 신맛은 많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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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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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일본 요괴 말고 한국 요괴는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생소한 요괴가 상당히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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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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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창조론을 바탕으로 진화론에 반박하는 ‘창조과학’(과학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도 부적절)을 포함해 우리는 여전히 종교, 신화,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의 첫 장도 우리의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

몇십 년 전 한 유명한 과학자(어떤 이들은 그가 버트런드 러셀이었다고 한다)가 천문학에 관한 대중 강연을 했다. 그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태양은 거대한 별들의 모임인 이른바 우리 은하계의 중심의 주위를 돈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키 작은 할머니가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의 이야기는 말도 안 돼요. 세계는 거대한 거북의 등 위에 얹혀 있는 평평한 판이라구요.” 그 과학자는 여유 있게 미소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 거북은 무엇의 위에 서 있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똑똑하군요, 젊은이, 아주 똑똑해”라고 비아냥거린 후 이렇게 대답했다. “그 아래로는 그렇게 끝없이 거북들이 있지요.”

-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관찰이 있었지만 신이 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믿음처럼 ‘지구평면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존재한다. 거북이 지구를 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는 힌두 신화부터 중국 등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서도 사방을 지키는 사신 중 현무는 대지를 상징한다. 각 문화는 자신만의 독특성을 내세우려고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문화는 서로 닮았다. 이를테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지옥문을 지키는 삼두견(三頭犬) 케르베로스(Cerberus)가 있는데, 한국에는 암흑대왕의 불개(《조선민담집》), 저승의 삼목대왕이 이승으로 와 개로 변신한 삼목구(눈이 세 개인 개) 이야기(《청장관전서》) 등은 현실에서 우리가 개를 가까이하며 사는 것과 같이 이계에서도 비슷한 형상을 그린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머리가 셋에 다리가 하나인 ‘삼두일족응(삼두매)’, 태양에 사는 다리가 셋인 까마귀 ‘삼족오’를 통해서도 숫자 ‘3’을 완벽한 숫자로 여기는 동서양의 문화가 동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고기에 대한 신성시도 종교와 민간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성배 『한국 요괴 도감』은 짐승 혹은 사람처럼 생긴 ‘괴물’,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의해 만들어진 ‘귀물’,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인 ‘사물’,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해온 한국의 ‘신’ 이렇게 네 분류로 소개하고 있다. 도깨비, 달걀귀, 손각시(처녀귀신), 몽달귀(총각귀신)처럼 익숙한 한국 요괴들부터 현대 도시괴담 속 자유로귀신, 콩콩콩귀신, 홍콩할매귀신, 한강괴물 등 신종 요괴들까지 두루 등장한다.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한국에는 요괴가 많지 않고,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귀신이 많다는 게 내 소감이다. 많은 요괴들의 출몰 시기가 조선 시대인 것도 흥미로운데 기록 때문에 요괴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역설도 된다. 관련된 인물이 유명인이면 더욱 그렇다. 괴이한 지네가 등장하는 김자점 탄생 설화(괴오공), 금돼지가 등장하는 최치원 탄생 설화(금돼지), 동명왕이 길렀다는 기린(기린), 박혁거세가 죽자 장사를 방해한 큰 뱀(대사), 선덕왕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침실에서 늙은 여우를 죽인 일화(매구-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천 년 묵은 늙은 여우), 나라가 망할 징조인 여우들이 의자왕의 궁에 들어오는 장면(백여우) 등.

 

 

 

 

 

 

 

 

 

 

 

 

 

 

 

 

 

 

 

한국 요괴들을 종합하면 몇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 영노, 장자마리, 주지 등 탈춤에만 소개되는 독특한 괴물이 있다. 불교가 민간신앙으로 오래 전해져 왔기에 불상과 관련된 요괴 이야기도 많다. 동식물 모습의 요괴들은 이 땅의 기후와 지역 특색에서 등장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듯 호랑이 귀물도 많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도 있고 금을 두꺼비 형상으로 만들 정도로 한국에서는 재물에 관련된 두꺼비가 많은데, 아닌 게 아니라 업신·조왕신·터주신으로 두꺼비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식물로 만들어진 병사인 녹두병, 죽엽군처럼 전쟁에서 도움을 주는 병사가 있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우렁각시나 선녀처럼 도와주는 여성 존재도 많고, 중국에서 불로장생약을 찾아온 곳이 한국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을 낫게 해주는 물이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한국의 요괴 이야기들은 생활과 관련된 게 많아 염원을 담은 실용, 교훈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탄생한 것 같다. 제주도에서만 출몰하는 요괴 소개는 섬 문화만의 특이한 문화 탄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은 오래전부터 어떤 것을 신성시했고 터부시했는지 그리고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런 자료들은 재미나 이야깃거리로만 소비할 게 아니다. 여기엔 지금의 나, 세계의 뿌리들이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역병 앞에 우리의 두려움은 많은 것들을 또 만들어낼지 모르는데, 우리의 두려움이 그것들의 힘을 키운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ps)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숙지할 수 있었다.

봉황은 특정 새가 아니라 수컷인 ‘종’과 암컷인 ‘황’을 합쳐 부르는 신령한 새로 고귀함의 상징이다.

기린도 수컷을 ‘기’, 암컷을 ‘린’이라 통틀어 기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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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1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어보여요! 저 요즘 우부메의 여름 읽고 있어서 우리나라 요괴도 조사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한 발 앞서가주시는 아갈마님!! :) 좋은 밤 보내세요!

2020-09-12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9-13 05:37   좋아요 0 | URL
심오할 것까진 없는데요^^;

『시간의 역사』 내용은 기존 지식에 편향돼 세상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과학적인 사실이 더 바뀔 수도 있겠지만 거북이가 지구를 받치고 있다는 생각은 이젠 폐기해야죠.

겨울호랑이 2020-09-12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요괴 도감>을 보니 요괴들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산해경>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귀신, 요괴를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무라야마 지준의 <조선의 귀신>과도 통하는 것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조선의 귀신>은 많은 귀신이 소개되었습니다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그림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한국 요괴 도감>은 이보다 편하게 다가오는 책으로 보입니다.^^:)

AgalmA 2020-09-13 06:17   좋아요 1 | URL
책에서도 산해경을 언급하며 중국 요괴와 비교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미세하게 다르더군요. 다른 문화와 섞이면 다양성이 나오듯이요.
『조선의 귀신』이란 책도 있었군요ㅎ 무속에도 관심이 많아서 서정범 교수님의 연구에 관심 많았는데 억울한 사건으로 그리 되셔서 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한국 요괴 도감』 보면서 책도 예쁘고 내용도 간단해서 아이들 키우는 분들은 그림 보며 같이 읽기 좋겠다 하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