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랑방탕한 왈짜 이춘풍이를, 그의 아내가 남장까지 하며 혼구멍을 내주는 이야기. 딸이 읽고 있길래 저도 읽었습니다. 조선 후기 여성의 권리에 대한 각성과 자본에 물들어가는 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아내의 원동력인 강력한 생활력은 중요합니다. 딸의 참고서엔 춘풍의 처는 바느질을 비롯한 각종 노동으로 근면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모은 걸로 되어 있지만 그 이야기 왜 안 해줍니까 그렇게 만든 돈을 시드머니 삼아 사채 해서 큰 돈 모은 디테일 말입니다..


*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발간한 고전소설들은 뒷편에 수록된 작품 해설도 훌륭하지만 화려한 일러스트와 중간중간 소설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꼭지가 재미있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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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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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포소설집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초자연적 현상에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조리한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고 공포의 대상은 비유의 보조관념과 원관념을 동시에 겸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소설 <흉가>가 그러합니다. <흉가>에서 만나게 되는 공포의 대상은 희미하게 나타나는 다른 세계의 그림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대상들입니다. 다만 이것을 범죄소설이 아니라 공포소설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 때문이지요.

나쁜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존재를 가진 공포는 실체가 없는 모종의 상황들이기에 인물들은 대적할 수 없습니다. 이런 꿈은 깨고 나서도 한참을 두통에 시달리게 하지요. 여성이란 특수한 성별이 겪는 일상의 고통을 몇백 배 확대해서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사진은 사진이지만 이상한 사진입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 같습니다. 그의 작품 <99센트>는 거대한 마트 내부를 찍은 듯한 평범한 사진 같지만 모든 곳에 또렷하게 초점이 맞춰지게 인위적으로 보정한 사진이기 때문에, 즉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낯익은 공간의 사진임에도 거북함과 이상함이 느껴집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들이 그러합니다. 소비로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현대인의 공포, 여성이기 때문에 느껴야 하는 공포, 개인의 개성이라는 것이 미디어와 자본에서 정해주는 것 따위임을 알았을 때의 공포, 직업적 소명이라는 것이 일에 소외된 채 부품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가는 공포, 그 공포가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집의 매력은 전복입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그들은 불균등한 세상에서 우위를 점하며 어떤 착취를 하는 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상식적이고 순진한 존재들이지만 그 순진함의 대가는 참혹합니다. “지금은 문명이 저무는 시간이었다. 조코가 여러 번 주장했듯 “가해자가 있는 경우에는 신이 벌을 내려 주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_<가해자>







*아래 이미지는 안드레아스 거스키, <99센트>입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블라이 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은 헨리 제임스의 <나사못 회전>을 차용한 작품입니다. 그에 대한 평은 작가 듀나가 적은 것이 있습니다.

http://news.bookdb.co.kr/bdb/Column.do?_method=ColumnDetailM&sc.webzNo=3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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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x대구시 독서마라톤. ‘팔공산 코스 완주(독후감 2편 쓰는 것)’하고, 직원분께 검사(?) 받고, 2,000원 상품권도 얻었습니다. 저렇게 사진 찍고는 독후감 노트만 홀라당 들고 집으로 와서 상품권을 잃어버렸지만, 누군가가 주워서 유용하게 쓰시기를 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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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한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그런데 잃어버린 상품권 정말 아까운데요... ㅠㅠ

조그만 메모수첩 2020-03-19 11:54   좋아요 0 | URL
100등(?) 안에 들어야 주지만 아직 널널해보였어요. 들르실 일이 조만간 있으시길.. // 딱 2,000원이 모자라 사고 싶은 책을 못 사던 분이 주워서 책 사셨길 빕니다 ㅠㅠㅠ
 

교보문고에서 독서 마라톤 일지 받아왔습니다.
격. 려. 금. 이 세 글자에 가슴이 뛰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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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 2,000년 유럽의 모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존 허스트 지음, 김종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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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Shortest History of Europe”입니다. 좀더 정확히는 서유럽의 역사지요. 우리가 속해 있는 문명이 서유럽 문명의 많은 부분들을 토대로 두고 있긴 하지만 언제부터 서유럽사가 세계사가 되었을까요. 서유럽 문명은 다른 대륙의 문명 유입없이 혼자서도 잘했답니까.

이상 번역제목에 대한 불만이었고 책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자가 역알못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열이 받으셨음인지, 숫자와 복잡한 음절의 인명의 공격이 거의 없이 서유럽사의 요체를 간결하고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앞 내용을 계속 복습할 수 있게 중간 중간 간단한 도해가 있어 더욱 이해하기 쉽지요. 역알못 제 수준에 딱이었습니다.

구성도 좋습니다. 1부에서 서유럽사 전체를 짧게 샥 훑어 독자들에게 약 2,000년에 걸친 역사 맥락을 마련해주고 나서, 다음 챕터에서 저간의 자세한 사항을 언급합니다. 사건 위주의 줄거리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이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이 가져온 결과가 다시 다음 시대의 미래가 되는, 의미를 파고들어가며 서유럽인이 채워나간 시간-진보와 번영으로 요약할 수 있는-에 체계를 잡아줍니다.

역사서를 평가할 능력이 제겐 없고 다만 재미있었기에 별 다섯 개 줍니다.







* 전제군주와 절대군주는 다른 존재였군요. 그거 왜 이때까지 아무도 안 가르쳐줬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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