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퀴어하다 -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라딘 북펀드에 투자한 책입니다. 







성소수자를 뜻하는 약어 LGBTQ+ Q는 

Queer 또는 Questioning의 머리글자.




퀴어(Queer)는 과거에 퀴퀴한 단어였다Queer의 원뜻은 기묘하고 괴상한이다성소수자를 기괴한 존재로 여긴 사람들이 퀴어를 쓰기 시작했다. 퀴어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싸잡아 멸시할 때 쓰는 단어로 변질되었다남성도여성도 아닌 성소수자들은 음란한 죄인으로 취급받았고퀴어는 그들의 가슴에 박힌 주홍 멸칭이 되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성소수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주홍 멸칭 위에 칠했다무지개색 무늬가 아롱진 퀴어는 아기자기한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지닌 가지각색 성소수자들의 명칭으로 변신했다










퀘스처닝(Questioning)스스로 물음표를 만드는 성소수자.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성 정체성을 확정 짓는 마침표가 없다. 계속해서 스스로 묻는다. 비성소수자(non-sexual minority, non-queer) 태어나면서 병원에서 지정받은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한 시스젠더(cisgender)다. 시스젠더는 퀘스처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스젠더는 퀘스처닝의 삶에서 연달아 나오는 물음표 신호를 ‘404 Not Found’로 읽는다. HTTP의 오류 코드 404 Not Found서버에 파일을 찾지 못했을 때 나온다. 404는 오류(error)를 뜻하는 숫자다. 하지만 퀘스처닝은 오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의 성 정체성 탐구는 멈추지 않는다. 퀘스처닝의 물음표와 404는 새로운 성 정체성에 눈뜨게 해주는 즐거운 오류(The Gay Error)’.


균류와 버섯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Patricia Ononiwu Kaishian)은 퀘스처닝이다. /그녀는 20대에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인식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모르겠다고 말한다케이시언은 성 정체성을 탐구하러 숲에 간다. /그녀에게 숲은 푸르고 울창한 실험실이 아니다. 숲은 인간-자연, 수컷-암컷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이 없는 편안한 보금자리퀴어한 숲(queer-forest)에 사는 균류와 버섯은 케이시언을 닮은 연인이다. 곰팡이에 가까운 균류는 식물이 아니다. 균류는 광합성을 하지 못해서 다른 식물이나 동물 사체에서 나온 영양분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균류는 동물에 근접한 생물로 분류되지만, 암수 구분이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균류인 버섯을 먹고 자라는 달팽이와 민달팽이는 자웅동체 (Hermaphrodite).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 모두 가지고 있다. 성염색체와 성호르몬의 변이는 인간의 신체 발달에 영향을 준다남성과 여성 생식기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태어난다.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몸속에 자궁과 난소가 있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사람을 간성(間性, intersex)’이라고 한다.


시스젠더의 눈빛은 단조롭다. 고정된 눈빛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 있는 존재를 만나면 성별 이분법에 무조건 맞추려고 한다. 시스젠더는 마침표를 만나면 편하다. 마침표 없이 물음표만 가득한 성소수자와 대화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케이시언의 자연은 퀴어하다 오랫동안 굳어버린 시스젠더의 눈빛을 분해해서 말랑말랑한 무지개색 퀴어로 만드는 프리즘(prism)과 같은 책이다퀴어함은 불확실하고, 여러 가지가 한데 섞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 된 존재 방식이다. 이러니 퀴어함에 물음표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고, 확실성을 선호하는 시스젠더는 퀴어함의 모호성을 괴탄한다


물음표가 익숙한 퀴어는 상식에 어긋난 존재 방식에 호기심을 느낀다. 자신들처럼 모호하고, 간단명료하지 않은 존재를 만나면 친구나 동지가 된다. 케이시언은 잘 알려지지 않은 퀴어한 생명체들의 다중 매력에 감탄한다/그녀는 퀴어한 숲에서 느낌표를 발견한다또한 그들을 마구 대하는 연구 대상이 아닌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스승으로 여긴다.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려는 강박에 벗어나면 여러 개의 질문을 엮는 물음표들이 익숙해진다. 물음표를 만드는 삶은 호기심을 돋운다. 명확하지 않고, 모순적인 존재 방식을 만나면 거부하기보다는 감탄한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이 평범한 상식이 되면 마침표를 찍는다. 더 이상 물음표와 느낌표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섞인 인터러뱅(interrobang)은 비표준 문장 부호다. 표준에 벗어난 퀴어, 특히 간성(intersex)과 아주 잘 어울리는 부호다. 퀴어는 명료하지 않거나 모호한 존재에 절대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물음표를 달아서 모호성의 매력을 찾는다. 모호성에 친숙한 매력을 발견하면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하지만 퀴어의 탐구는 계속 된다. 느낌표는 다시 물음표로 바뀐다. 퀴어는 올바르고 정상적인 상식임을 인정하는 확신의 마침표를 떼어낸다



퀴어는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모순과 모호함을 사랑한다

모호한 존재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물음표), 

흥미로운 매력을 발견하면 경탄한다(느낌표).

 


¿ 인터러뱅은 퀴어하다 ¡







서평의 원칙에 벗어난 잡문을 쓰는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114







 두 탐사선은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목성의 위성 에 화산이 있음을 밝혀냈고[주1]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질량과 복잡한 대기를 측정했다.




[원문]


 As the two probes began their journeys, they revealed volcanoes on one of Jupiter’s moons, Io, and measured the mass and complex atmosphere on one of Saturn’s, Titan.



[1] 목성의 위성 명칭이 잘못 적혀 있다. 가 아니라 이오(Io)’. 이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발견한 네 개의 위성 중 하나다. 현재까지 발견된 태양계의 모든 위성 중에서 화산이 있는 위성은 이오와 트리톤(Triton, 해왕성의 위성)이다.






* 미주, 258






Eli Clare, Exile and Pride: Disability, Queerness, and Liberation [2]







[2] 한국어판: 일라이 클레어, 전혜은 · 제이 함께 옮김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현실문화, 2020년).



[서평]

<내 몸을 노리는 도둑들에 저항하기>

202059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170556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승영 2026-04-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지적 고맙습니다. 알려주신 부분은 정오표에 반영했으며 재쇄 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socoop.net/ForestEuphoria/corrections/
 
자연은 퀴어하다 -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퀴어는 세상과 나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 문학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라스트 울프

알마

2021

 



2026년 3월 27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장소: 인더가든









3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북 큐레이터(도서 추천)]

정현정, 김성현, 조약돌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최해성



[사진]

김성현, 최해성










[곁두리(간식과 음료)]

(버터떡을 만든 수제 디저트 카페) 인더가든

(모임이 있는 날이면 차, 커피 드립백을 넉넉히 챙겨오는) 김성현



[<세계 문학> 독자]

정현정, 조약돌, 김성현, 향기, 히시마, 최해성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를 쓰는 사람

독자들의 대화를 그러모으고 메꾸는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327 금요일은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1월의 세계 문학]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2025년 12월의 책]

퍼시벌 에버렛송혜리 옮김 제임스》 (문학동네, 2025)




202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s) 소설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은 전해에 영어로 출간된 책 중 최우수 도서에 수여하는 미국의 문학상입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1월의 세계 문학 지정 도서였던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제임스작년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이었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에버렛의 소설 <Dr. No>는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지만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제임스는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상을 받지 못했지만, 2024년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소설 부문), 2025년 퓰리처상(소설 부문)을 받았습니다.









27일에 ‘DMZ 세계문학 페스타가 파주에서 개막했습니다.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는 문학 축제입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개정판 1001번째 책]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김하은 옮김 붉은 인간의 최후: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이야기장수, 2024)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 2015)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를 포함한 해외 작가들이 참석합니다.

 


















* 캐시 애커, 장한길 옮김 무의미의 제국(문학과지성사, 2025)




<서점 극장 라블레>서울에 있는 세계 문학 전문 서점입니다. 27일 저녁, 그곳에서 캐시 애커(Kathy Acker)의 소설 무의미의 제국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무의미의 제국을 우리말로 옮긴 장한길 번역가와 이 책을 추천한 박솔뫼 작가가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세계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고르고 싶을 때 <서점 극장 라블레>에 자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독자들이 모르는 작가들이 쓴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도 않고, 소수의 문학 애호가만 찾아서 읽죠. 저는 비주류 작가들의 책, 특히 ‘19세 미만 구독 불가판정을 받은 문학 작품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지정 도서로 읽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혼자 음지에 숨어서 읽은 책을 양지의 독자들에게 권장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워크룸프레스, 2014, 사드 전집 1)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50번째 책]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워크룸프레스, 2018, 사드 전집 2)

 


* D. A. F. 사드, 성귀수 옮김 알린과 발쿠르 혹은 철학 소설(워크룸프레스, 2025, 사드 전집 3)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53번째 책]

* D. A. F. 사드, 이형식 옮김 미덕의 불운(열린책들, 2011)

 

* D. A. F. 사드, 이충훈 옮김 규방철학(도서출판b, 2018)

 

* [절판] D. A. F. 사드, 정해수 옮김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민음사, 2011)

















* D. A. F. 사드, 김문운 옮김 소돔의 120(동서문화사, 2012)

 

* D. A. F. 사드, 김문운 옮김 악덕의 번영(동서문화사, 2011)


















* [절판] D. A. F. 사드, 역자 미상 소돔 120(고도, 2000)

 

* [절판] D. A. F. 사드, 오영주 옮김 사랑의 범죄(열림원, 2006)

 

* [절판, No Image] D. A. F. 사드, 이형식 옮김 사랑의 죄악(장원, 1993)




‘19세 미만 구독 불가문학 작품들에 ()과 폭력, 암울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 내용이 많고, 정상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나옵니다이들은 안정적인 사회 질서와 도덕에 반기를 들고, 더 나아가 파괴하려고 시도합니다그래서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찬사보다 많은 비난을 받고 있어요. 


















‘19세 미만 구독 불가문학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수의 독자는 저주받은 명작으로 치켜세우지만, 대다수 독자는 쓰레기 작품이라면서 비난을 퍼붓습니다. 독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문학 작품의 최고봉은 단언 사드 후작(Marquis de Sade)의 작품일 것입니다.









성과 폭력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캐시 애커의 무의미의 제국》도 출간 당시 독자와 비평가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독자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문학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목이 뛰어난 독자와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도 비주류 문학 작품들은 여전히 독서 모임 지정 도서로 주목받기가 어렵습니다. 고상한 책끼리 모여서 멋을 부리는 고전 목록에 제외되고, 읽으면 위험할 것 같은 불온 도서로 취급받으니까요그렇기 때문에, 저는 <서점 극장 라블레>무의미의 제국》 북토크가 세계 문학 애호가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327일이 특별한 날인 이유는 세계 연극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연극이 극장 무대 위에서 자라는 나무라면 희곡은 씨앗입니다연출가, 드라마투르기, 배우, 무대 제작자들은 다 같이 희곡을 읽으면서 어떻게 희곡을 무대에 표현할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극인들은 관객들을 사로잡는 싱그러운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입니다. 


독서 모임 후기의 첫머리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번 달에 만난 작가의 이름도 길어요. 헝가리의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입니다


올해 1월 모임 때 정현정 님이 제일 먼저 라슬로를 언급했어요. 라슬로의 책 중 가장 얇은 라스트 울프를 읽었다고 했어요그런데 도통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읽기 힘든 라스트 울프를 다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했어요사실 저도 여러 번 읽어봤는데, 줄거리를 파악하기 힘들뿐더러 요약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라고 느낄 정도로 머리 위로 물음표들만 쏙쏙 솟아올랐지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조원규 옮김 사탄탱고》 (알마, 2018)


* 조원규, 정성일, 정은수, 금정연, 고영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읽기(알마, 2026)




『라스트 울프(The Last Wolf)는 2009년에 발표된 중편 소설입니다. 번역본에 작가의 초기작인 두 편의 단편소설 헤르먼사냥터 관리인(Herman: The Game Warden)과 기교의 죽음(The Death of a Craft)이 실려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198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1985년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세작인 사탄탱고가 나온 해이기도 합니다.









라슬로의 소설들을 읽다가 머리가 막힌다면 최근에 출간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읽기를 읽어보시면 좋습니다라슬로의 글을 만난 사탄탱고의 번역자 조원규 시인, 영화평론가 정성일, 서평가 금정연, 극작가 고영범, ‘읽기 중독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의 감상문을 모은 책입니다. 다섯 편의 감상문을 읽으면 라슬로 문학 세계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요.








고영범 극작가는 고정된 회오리의 세계_마지막 늑대라는 글에 라스트 울프』의 줄거리를 요약했습니다. 라스트 울프전직 철학 교수인 ’, 와 대화를 나누는 바텐더가 등장합니다는 바텐더에게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라는 곳에 마지막 늑대를 사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숨 쉴 틈이 없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읽은 고영범 극작가는 각자 자기 말만 하고,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흘러가는 대화를 나선형으로 부는 회오리로 비유했습니다.








 










* 이상, 권영민 책임 편집 이상 시 전집(민음사, 2022)

 

* 이상, 권영민 책임 편집 이상 소설 전집(민음사, 2012)




현정 님은 라슬로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상의 시와 소설이 떠올렸다고 했어요이상이 쓴 시 중에 가장 난해하기로 유명한 오감도시제 2운동(運動)구두점과 단락 없이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져 있어요









이상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희망 없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갑니다. 암울한 식민지 조선을 벗어나지 못한 지식인들의 불안과 절망감이 스며들어 있어요. 라슬로의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라슬로가 만든 인물들은 종말이 임박한 세계 안에서 저항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 바츨라프 스밀, 강주헌 옮김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김영사, 2023)




성현 님도 라슬로의 문체에 적응하지 못해서, 이번 달에 읽기 시작한 과학책이 더 쉽게 읽혔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갑자기 가방에 있던 과학책 한 권을 불쑥 꺼내서 소개했어요! 에너지 연구 전문가이자 환경 과학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이 쓴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나타나면서 대화가 잠깐 옆길로 샜어요. 사실 우리 모임은 문학 외에도 정치나 사회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대화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저는 독서 모임 지정 도서와 전혀 관련이 없어도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불쑥 큐레이팅을 좋아해요.








 











* 클레어 키건, 홍한별 옮김 이처럼 사소한 것들(다산책방, 2023)


 

[대구 책방 <일글책> ‘북 앤 필름’ 2026년 3월 도서]

* 시그리드 누네즈, 정소영 옮김 어떻게 지내세요(엘리, 2021)




우리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분들은 저처럼 다른 독서 모임 활동도 병행합니다. 그래서 성현 님처럼 여러 권의 책을 다독하고, 각자 읽었던 다른 책들을 소개합니다. 조약돌 님라스트 울프』에 나온 일부 장면을 본인이 읽은 두 권의 소설,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시그리드 누네즈(Sigrid Nunez)어떻게 지내세요와 엮어서 설명했어요. 작가와 내용이 서로 다른 두 권의 책을 엮어서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일은 정말 멋지고, 흥미롭습니다저는 이런 형식의 큐레이팅을 최대한 정확하게 쓰고 싶은데, 문제는 제가 안 읽은 책을 접하면 그 책의 줄거리나 핵심 내용을 못 써요. AI가 한 권의 책을 아주 빠르게 요약해 주지만, 저는 아직도 손으로 종이책을 툭 건드리고 두 눈으로 문장을 만지는 일이 익숙해요이처럼 사소한 것들어떻게 지내세요》는 제가 읽지 않은 책이라서 약돌 님의 큐레이팅을 기록하지 못했어요.


다른 독자들이 추천한 책은 제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당장 만나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로 독서 모임 활동을 한 지 15년 되었어요. 취향과 관심사가 제각각 다른 애서가들을 만나면서 아주 잠깐 스치듯이 마주친 책들도 많았는데요, 그 책 중 몇 권은 시간이 지나서 독서 모임 지정 도서로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독서 모임 후기를 쓸 때 다른 독자가 추천한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을 기억해두고, 기록합니다.


라슬로가 묘사한 인물들은 결국 소멸에 이르게 됩니다. 현정 님은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생생하게 드러낸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화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노화는 차분하게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힘(헤르먼: 사냥터 관리인, 103)’입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이상 시 전집의 얼굴(앞표지) 그림오감도시제 4입니다. 0부터 9까지 숫자가 나열된 입니다. 오감도시제 4호는 오감도에 맞먹을 정도로 난해한 이상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일부인 진단 0:1’을 개작한 것입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진단 0:1’을 분석한 어느 수학자의 견해에 따르면, 숫자판은 위에서 아래로 한 줄씩 내려갈 때마다 1/10씩 곱해지는 등비수열입니다. 결국 이 수열은 0으로 수렴됩니다. 수학자는 이상이 만든 숫자판이 소멸하는 세상을 상징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라슬로의 소설은 모든 존재가 소멸하여 ‘0으로 향하는 이야기입니다.

소멸의 공포를 그린 라슬로의 소설이 거북하다면 읽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라슬로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진실은 언젠가는 만납니다.



(0). (One, 1). 한 것은 없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26-03-30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 큐레이터라...명칭이 좋네요. 사이러스님은 꾸준히 독서토론 참여하시는 거 같습니다. 저는 귀찮아서 한동안 하지 않다가 다른 모임에 참가하면서 모임사람들의 부탁으로 3개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역할이 여기 정확히 나와 있네요..ㅎㅎ 북 큐레이터...제가 책을 선택하고 발제하고 진행하고 보충설명하고..ㅎㅎ 첨에는 몰랐는데 되게 부담이 되더라구요. 공지하면 1시간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마감됩니다. 이런 독토는 처음이라 제가 좀 당황스러운데...참여자들 만족도가 아주 높아 계속하게 되는 동인이 되는 듯합니다.ㅎㅎ

cyrus 2026-04-07 06:40   좋아요 0 | URL
대부분 독서 모임 진행자들은 독서 모임 선정 도서를 공지할 때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고 날짜, 장소를 공지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내가 왜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함께 읽으면 좋은지 주절주절 설명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분량이 길어지면, 공지 글이 (제 눈에는) 서평과 북 큐레이팅 글처럼 돼요. 그래서 공지 글 한 편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이번 달 독서 모임 지정 도서에 관한 공지 글을 써야 하는데 시작도 못 했어요.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를 부를 땐 입술과 혀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 부르면 발음이 아스러진다. 성(姓)을 떼고 이름만 부르자. . . .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3월의 세계 문학]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라스트 울프(알마, 2021)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조원규 옮김 사탄탱고(알마, 2018)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839번째 책]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저항의 멜랑콜리(알마, 2019)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승영 옮김 벵크하임 남작의 귀환(알마, 2024)




라슬로가 태어난 헝가리 문학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헝가리 문학의 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라슬로의 소설을 선택했다간 책 읽는 뇌가 헝클어진다.



















*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옮김 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열린책들, 2022)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미국 소설이라는 에세이에서 외국 문학으로의 소풍은 해외여행과 닮았다고 했다









여행지에 사는 주민은 주변 풍경이 편하다. 그러나 이곳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자는 풍경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 기분이 들뜬 여행자는 여행지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을 찾아다닌다.










라슬로의 소설은 헝가리 문학을 즐기기 위한 첫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다라슬로가 안내하는 헝가리 문학 여행을 한다면, 불길한 종소리가 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농장 마을(사탄탱고)에 가보고 싶으신가? 사냥꾼과 도보 여행자들이 피할 정도로 위험한 원시림, 레메테 숲(Remete wood, 라스트 울프에 수록된 단편 헤르먼-사냥터 관리인)은 여행금지 구역이나 다름없다황량한 분위기가 가득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라슬로의 장황한 이야기에 친숙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그렇다면 헝가리 문학을 여행하려면 독자는 어떤 여행지에서 시작해야 할까

















* [절판] 한경민 헝가리 문학사(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04)




우리말로 번역된 헝가리 작가들의 작품 수가 적다. 여행지가 많지 않다한참 오래전에 나온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헝가리 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은 한 권뿐인데, 12년 전에 출간되었다. 









헝가리 문학사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어를 가르치는 한경민 교수가 썼다이 책이 나왔을 때, 한 교수의 직위는 강사였다저자가 소속된 대학교 출판사가 만든 책이라서 공공도서관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절판] 한경민 엮음 《가난한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1999)




한 교수가 처음으로 번역한 헝가리 문학 작품은 헝가리 작가들의 단편 선집 가난한 사람들이다. 9명의 작가, 그들이 쓴 단편 소설 17편이 수록되었다한 교수가 처음으로 번역한 헝가리 문학 작품은 헝가리 작가들의 단편 선집 가난한 사람들이다. 9명의 작가, 그들이 쓴 단편 소설 17편이 수록되었다. 이 중에 모리츠 지그몬드(Moricz Zsigmond)의 단편 소설은 총 5편으로 제일 많다단편 선집의 이름으로 정해진 가난한 사람들은 모리츠의 작품이다. 코스톨라니 데죄(Kosztolányi Dezső)의 단편 소설은 4편으로 지그몬드 다음으로 많다









모리츠와 코스톨라니는 20세기 헝가리 문학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작가. 두 사람은 1910년대에 활동했다새로운 문학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은 헝가리 국경을 훌쩍 뛰어넘어 서유럽(영국, 프랑스 등) 문학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리츠와 코스톨라니는 서쪽을 뜻하는 <뉴거트>(Nyugat)라는 문학잡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때부터 헝가리 문학은 근대에서 현대로 한 걸음 발돋움했다외르케니 이스트반(Örkény István)1950년대에 활동한 극작가다그가 쓴 단편 중 가장 유명한 일 분짜리 소설이 수록되었다내가 이 세 사람만 콕 집어서 언급한 이유는 현재 그들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688번째 책]

* 임레 케르테스, 유진일 옮김 운명(민음사, 2016)

 

* [절판] 임레 케르테스, 박종대 · 모명숙 옮김 운명(다른우리, 2002)


















* 임레 케르테스, 이상동 옮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민음사, 2022)

 

* [절판] 임레 케르테스, 정진석 옮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다른우리, 2003)

 

















* 임레 케르테스, 한경민 옮김 좌절(민음사, 2018)

 

* [절판] 임레 케르테스, 한경민 옮김 좌절(다른우리, 2003)




한 교수는 200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케르테스 임레(Kertesz Imre)의 소설 좌절을 번역했다케르테스 임레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다헝가리에 정착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Holocaust)를 피하지 못했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운명 3부작을 쓰기 시작했다의 대표작이자 운명 3부작의 시작점 운명은 노벨상의 후광을 받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래 유지했다. 좌절은 운명 3부작의 마지막 소설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명 3부작은 절판되었고, 케르테스의 다른 소설 청산(정진석 옮김, 다른우리, 2005)을 제외한 운명 3부작 모두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으로 재출간되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409번째 책]


[서재를탐하다 읽다익다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102번째 지정 도서 (2022년 3월)]


* 산도르 마라이, 김인순 옮김 열정(솔출판사, 2016)




케르테스 임레가 노벨 문학상을 받기 일 년 전에, 마라이 샨도르(Márai Sándor)의 소설 열정 유언》(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01년)이 출간되었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샨도르는 독일어도 쓸 줄 알았다. 민주화와 창작의 자유를 갈망한 그는 헝가리의 사회주의 정권에 실망하여 유럽으로 망명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가 글을 쓰기 위해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모국어는 독일어가 아니라 헝가리어였다열정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로 샨도르의 장편 소설들이 출간되었으나 현재 살아남은 책은 열정 산문집 하늘과 땅》(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15년)이다.

 



















* 페퇴피 샨도르, 처코 프렌츠(그림), 한경민 옮김 용사 야노시(알마, 2024)

 

* 페퇴피 샨도르, 한경민 옮김 민족의 노래(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23)

 



이미 지나갔지만, 315일은 헝가리의 국경일이다. 1848년 헝가리 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19세기 초반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서유럽에서 불기 시작한 혁명의 바람은 독립을 염원하는 헝가리 사람들의 가슴에 불꽃을 피우게 했다. 헝가리 지식인과 작가들은 혁명의 필요성을 민중에게 호소했고, 함께 힘을 합쳐서 자유를 찾자고 외쳤다.

 

페퇴피 샨도르(Petőfi Sándor)315일 혁명 시위에 참여한 시인이다.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란 젊은 시인은 애국심을 고취하는 시 민족의 노래를 썼다. 315일에 처음으로 낭독된 민족의 노래는 민중 집회의 시위 구호가 되었고오늘날 헝가리 혁명의 독립선언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교수는 샨도르 탄생 200주년인 2003년에 샨도르의 시 선집 민족의 노래를 펴냈다. 이듬해에 서사시 용사 야노시를 번역 출간했다. ‘야노시(János)’는 서사시의 주인공인 양치기의 애칭이다. 야노시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모험에 뛰어든다. 용사 야노시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서사시다. 번역본의 삽화는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샌드아트(Sand art)의 거장이 만들었다.






[제목에 붙인 cyrus의 주석]



제목을 ‘간략한 안내서(평)’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 내가 모르는 헝가리 작가와 작품들이 많다. 두 번째 이유, 여성 작가를 소개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헝가리 문학사를 많이 참고했는데, 이 책에 여성 작가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이 없다. 세 번째 이유, 두 명의 헝가리 시인 어디 엔드레(Ady Endre)어틸러 요제프(Attila József)를 언급하지 않았다. 두 시인의 작품은 우리말로 번역되었는데, 안 읽은 책은 소개하지 않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펭귄 클래식 독서 모임에서 시작된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since 2011










필립 K. 

남명성 옮김

높은 성의 사내

폴라북스

2011





2026년 3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4시

장소: 투썸플레이스 을지로입구역점











[진행]

삽하나



[큐레이터(도서 추천)]

마욤, 헤르메스



[발제]

마욤



[서평]

레삭매냐


<신들의 황혼에 대한 환상>

202495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723405103/15828942



[사진]

최해성












[간식]

(화이트데이의 사탕을 맡은) 시진

(파이 π 데이의 파이를 맡은) 최해성




[북클럽투르기윤색]

최해성



[<달궁> 독자]

삽하나, 레삭매냐, 마욤, 헤르메스, 시진,

숨, 습습, 자렛, 최해성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높은 성의 사내상상력과 생각의 확장을 동시에 넓혀주는 대체 역사소설(Alternate history fiction)입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필립 K. (Philip K. Dick)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로버트 A.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과 동시대에 활동한 SF 문학의 거장입니다.


높은 성의 사내1963년 휴고 상(Hugo Award) 최우수 장편 부문 수상작입니다. 휴고 상은 네뷸러 상(Nebula Award)과 더불어 매년 가장 잘 쓴 과학소설 작품들에 수여하는 문학상입니다. 도대체, 대체 역사소설이 권위 있는 SF 문학상을 받았을까요?


대체 역사소설은 SF소설의 하위 장르입니다. SF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역사소설이 역사적 고증을 거쳐서 만든 장르라면, 대체 역사소설은 역사적 고증과 허구가 버무려진 장르입니다. 역사소설과 SF소설의 교집합이 대체 역사소설입니다.

















[절판] 마크 트웨인, 김영선 옮김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시공사, 2010)




대체 역사소설의 시초를 어느 작품으로 봐야 하는지 연구자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높은 성의 사내는 최초의 대체 역사소설이 아닙니다. 1889년에 발표된 마크 트웨인(Mark Twain)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SF 요소가 강한 대체 역사소설입니다코네티컷에 사는 미국인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우연히 아서 왕(King Arthur)과 기사들이 누비는 중세 영국으로 시간여행을 합니다. 주인공은 거꾸로 돌아간 과거의 타국에서 과학 기술을 전파하여 중세 영국을 근대 문명 수준으로 발전시킵니다.


높은 성의 사내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의 역사를 뒤집은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에서 전쟁 승전국은 일본 제국, 독일 나치의 제3제국, 이탈리아입니다. 일본과 독일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지배합니다.


부실한 대체 역사소설은 역사를 파()하는 파격적인 이야기만 돋보이고, 역량이 부족한 작가는 역사적 고증과 문학성을 내다 버립니다부실한 대체 역사소설을 다 읽고 나면 얼빠지게 만드는 이야기만 남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독자는 대체 역사소설이 상상력의 비중이 제일 큰 역사소설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높은 성의 사내는 재미있게 잘 쓴 대체 역사소설이라서 유명해진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을 추천한 마욤 님은 이 작품의 매력이 단순히 기발한 설정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앞서 제가 언급했듯이 높은 성의 사내는 상상력과 생각의 확장을 동시에 넓혀주는 소설입니다. 생각의 확장이란 독자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높은 성의 사내는 독자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소설은 독자를 향해 질문을 연거푸 던집니다우리가 사는 현실을 견고한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기준은 누가 정의하는가? 마욤 님은 높은 성의 사내장르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가 밀도 높게 결합한 소설로 평가했습니다.


저는 작가가 독일 나치의 군인들을 꼼꼼하게 조사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승자가 된 이들의 행보가 재미있었습니다. 소설에 언급된 괴벨스(Joseph Goebbels), 괴링(Hermann Göring), 힘러(히믈러, Heinrich Himmler), 마르틴 보어만(보르만, Martin Bormann),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Heydrich), 발두어 폰 시라흐(Baldur von Schirach), 알베르트 슈페어(Albert Speer)히틀러(Adolf Hitler)에게 충성한 정치가들입니다.







 













* 알베르트 슈페어, 김기영 옮김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마티, 2016)





알베르트 슈페어의 직업은 건축가였습니다. 나치당에 가입하여 히틀러의 최측근이 된 그는 나치의 영광을 기념하고, 정권 숭배를 유도하는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슈페어는 히틀러와 함께 유럽을 지배하는 나치의 청사진을 구상했는데, 베를린을 게르만 제국의 수도, ‘거대 도시 게르마니아(Welthauptstadt Germania)’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슈페어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패전 이후 그 역시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 넘겨져 2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슈페어는 감옥에서 자신이 남긴 메모와 일기를 토대로 회고록 <Erinnerungen>(기억)을 씁니다. 이 회고록은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슈페어의 회고록은 그가 감옥에 풀려난 196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높은 성의 사내가 출간된 지 4년 후에 나온 책입니다. 딕은 슈페어의 회고록을 참고하면서 소설을 쓰지 않았어요. 그래도 독일 나치 정치인들의 면모를 꽤 자세하게 쓴 책이라서 소설에 언급된 독일 나치의 권력자들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참고문헌입니다.









제 바로 옆에 앉은 헤르메스 님은 딕의 모든 소설에 누구나 한번 살면서 생각해 볼만한 철학적 질문들이 녹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방 안에 있던 책 한 권을 불쑥 꺼냈습니다! 헤르메스 님이 가져온 책은 절판된 SF 단편 소설 선집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이었습니다.

















* [절판] 정영목 · 홍인기 편역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도솔, 2002)

 

* [절판] 정영목 · 정태원 편역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도솔, 2002)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은 단편 추리소설 선집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과 함께 나온 책입니다. 지금만큼 장르문학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나온,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었습니다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에 딕의 단편 소설 두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두 번째 변종(Second Variety)사기꾼 로봇(Impostor)입니다. 두 번째 변종 누가 인간이며, 누가 인간인 척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사기꾼 로봇 나는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이라고 믿도록 프로그램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두 편의 작품 모두 작가가 평생 스스로 되물었고, 독자들에게 던진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 필립 K. , 조호근 옮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폴라북스, 2012)

 

* 필립 K. , 조호근 옮김 마이너리티 리포트(폴라북스, 2015)

 

* 필립 K. , 조호근 옮김 진흙발의 오르페우스(폴라북스, 2017)




현재 출간된 딕의 단편 소설만 모은 단편집은 총 3입니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진흙발의 오르페우스입니다헤르메스님이 추천한 두 편의 작품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 실린 사칭자사기꾼 로봇과 동일한 내용의 소설입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곽복록 옮김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 2014)

 



삽하나 님은 높은 성의 사내와 같이 읽은 책을 언급했어요. 삽하나 님이 읽은 책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회고록 어제의 세계입니다. 이 책에 츠바이크가 실제로 만난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삽하나 님은 소설과 비소설을 번갈아 읽을 때마다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유대인 출신 츠바이크는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망명 생활을 합니다. 처음은 영국 런던에 갔지만, 히틀러가 유럽을 장악하자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츠바이크는 전쟁으로 인해 지성과 인류애가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고, 불길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브라질로 이주합니다. 결국 츠바이크는 아내와 함께 자살합니다. 그가 죽은 후에 나온 책이 바로 어제의 세계입니다. 전체주의 국가가 미국을 지배하는 세계관을 그린 높은 성의 사내츠바이크가 망명 생활을 하면서 두려워했던 암울한 미래상일 수 있겠어요.











 마크 트웨인을 언급한 김에 쓴 

cyrus의 주석









퍼시벌 에버렛(Percival Everett)제임스작년 12<달의 궁전> 지정 도서,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올해 1월의 문학 작품이다. 작년 모임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1월의 세계 문학]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2025년 12월의 책]

퍼시벌 에버렛송혜리 옮김 제임스》 (문학동네, 2025)



 

제임스93쪽에 허클베리 핀과 제임스가 월터 스콧(Walter Scott)’이라는 이름의 부서진 배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월터 스콧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로,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남겼다
















* 마크 트웨인, 김건아 옮김 미시시피강의 삶(휴먼컬처아리랑, 2023)




마크 트웨인은 작가로 활동하기 전에 증기선을 운전하는 일을 했다. 미시시피강의 삶은 그때 당시의 삶이 반영된 회고록이다. 이 책에서 트웨인은 중세 기사도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묘사한 스콧을 비판한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170번째 책]

마크 트웨인김욱동 옮김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1998)




월터 스콧 호는 에버렛이 《제임스》를 쓰면서 참고한(풍자하고 비튼) 허클베리 핀의 모험 나온다. 망가져서 침몰하기 직전인 월터 스콧 호는 한물간 스콧의 문학을 상징한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에서도 스콧이 잠깐 언급된다(번역본 48). 그리고 소설 주인공은 “great Scott!”이라는 비속어를 자주 말한다. 역자는 “great Scott!”우라질로 번역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6-03-17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에 2천년대 초반 한창 필립 K딕의 영화들이 줄줄이 나올적에 집사재에서 주로 영화화돤 단편들 위주로 4권인지 5권인지 단편집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이 폴라에서 간행된 3편의 단편집에 모두 수록되었는지 궁금해 지네요.

cyrus 2026-03-24 06:40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서 조사해 보려고 합니다. ^^

삽하나 2026-03-17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맥거핀 2026-03-18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도 그렇고 다른 반가운 아이디도 보이고 해서 오랜만에 알라딘 들러 좋아요 하나 남기고 갑니다. 필립 K.딕 전집 사놓고 한 두 권인가 읽었나 싶은 것도 반성하게 되고요. ㅎㅎ 확실히 이렇게 같이 읽으면 여러모로 이야기도 나누고 참 좋을 것 같기는 하네요.

cyrus 2026-03-24 06: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맥거핀님. AI에 관한 대화도 나눴는데 이 대화 내용까지 쓰면 글이 길어져서 결국 못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