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를 부를 땐 입술과 혀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 부르면 발음이 아스러진다. 성(姓)을 떼고 이름만 부르자. 라. 슬. 로.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3월의 세계 문학]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라스트 울프》 (알마, 2021년)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조원규 옮김 《사탄탱고》 (알마, 2018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839번째 책]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옮김 《저항의 멜랑콜리》 (알마, 2019년)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승영 옮김 《벵크하임 남작의 귀환》 (알마, 2024년)
라슬로가 태어난 헝가리 문학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헝가리 문학의 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라슬로의 소설을 선택했다간 책 읽는 뇌가 헝클어진다.
*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옮김 《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 (열린책들, 2022년)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미국 소설』이라는 에세이에서 ‘외국 문학으로의 소풍’은 해외여행과 닮았다고 했다.

여행지에 사는 주민은 주변 풍경이 편하다. 그러나 이곳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자는 풍경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 기분이 들뜬 여행자는 여행지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을 찾아다닌다.

라슬로의 소설은 헝가리 문학을 즐기기 위한 첫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다. 라슬로가 안내하는 헝가리 문학 여행을 한다면, 불길한 종소리가 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농장 마을(《사탄탱고》)에 가보고 싶으신가? 사냥꾼과 도보 여행자들이 피할 정도로 위험한 원시림, 레메테 숲(Remete wood, 《라스트 울프》에 수록된 단편 『헤르먼-사냥터 관리인』)은 여행금지 구역이나 다름없다. 황량한 분위기가 가득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라슬로의 장황한 이야기에 친숙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헝가리 문학을 여행하려면 독자는 어떤 여행지에서 시작해야 할까?
* [절판] 한경민 《헝가리 문학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04년)
우리말로 번역된 헝가리 작가들의 작품 수가 적다. 여행지가 많지 않다. 한참 오래전에 나온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헝가리 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은 한 권뿐인데, 12년 전에 출간되었다.

《헝가리 문학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어를 가르치는 한경민 교수가 썼다. 이 책이 나왔을 때, 한 교수의 직위는 강사였다. 저자가 소속된 대학교 출판사가 만든 책이라서 공공도서관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 [절판] 한경민 엮음 《가난한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1999년)
한 교수가 처음으로 번역한 헝가리 문학 작품은 헝가리 작가들의 단편 선집 《가난한 사람들》이다. 총 9명의 작가, 그들이 쓴 단편 소설 17편이 수록되었다. 한 교수가 처음으로 번역한 헝가리 문학 작품은 헝가리 작가들의 단편 선집 《가난한 사람들》이다. 총 9명의 작가, 그들이 쓴 단편 소설 17편이 수록되었다. 이 중에 모리츠 지그몬드(Moricz Zsigmond)의 단편 소설은 총 5편으로 제일 많다. 단편 선집의 이름으로 정해진 『가난한 사람들』은 모리츠의 작품이다. 코스톨라니 데죄(Kosztolányi Dezső)의 단편 소설은 4편으로 지그몬드 다음으로 많다.

모리츠와 코스톨라니는 20세기 헝가리 문학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작가다. 두 사람은 1910년대에 활동했다. 새로운 문학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은 헝가리 국경을 훌쩍 뛰어넘어 ‘서유럽(영국, 프랑스 등) 문학’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리츠와 코스톨라니는 ‘서쪽’을 뜻하는 <뉴거트>(Nyugat)라는 문학잡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때부터 헝가리 문학은 근대에서 현대로 한 걸음 발돋움했다. 외르케니 이스트반(Örkény István)은 1950년대에 활동한 극작가다. 그가 쓴 단편 중 가장 유명한 『일 분짜리 소설』이 수록되었다. 내가 이 세 사람만 콕 집어서 언급한 이유는 현재 그들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688번째 책]
* 임레 케르테스, 유진일 옮김 《운명》 (민음사, 2016년)
* [절판] 임레 케르테스, 박종대 · 모명숙 옮김 《운명》 (다른우리, 2002년)
* 임레 케르테스, 이상동 옮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2022년)
* [절판] 임레 케르테스, 정진석 옮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다른우리, 2003년)
* 임레 케르테스, 한경민 옮김 《좌절》 (민음사, 2018년)
* [절판] 임레 케르테스, 한경민 옮김 《좌절》 (다른우리, 2003년)
한 교수는 200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케르테스 임레(Kertesz Imre)의 소설 《좌절》을 번역했다. 케르테스 임레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다. 헝가리에 정착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Holocaust)를 피하지 못했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운명 3부작’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운명 3부작의 시작점 《운명》은 노벨상의 후광을 받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래 유지했다. 《좌절》은 운명 3부작의 마지막 소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명 3부작은 절판되었고, 케르테스의 다른 소설 《청산》(정진석 옮김, 다른우리, 2005년)을 제외한 운명 3부작 모두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으로 재출간되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409번째 책]
[서재를탐하다 & 읽다익다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102번째 지정 도서 (2022년 3월)]
* 산도르 마라이, 김인순 옮김 《열정》 (솔출판사, 2016년)
케르테스 임레가 노벨 문학상을 받기 일 년 전에, 마라이 샨도르(Márai Sándor)의 소설 《열정》과 《유언》(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01년)이 출간되었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샨도르는 독일어도 쓸 줄 알았다. 민주화와 창작의 자유를 갈망한 그는 헝가리의 사회주의 정권에 실망하여 유럽으로 망명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가 글을 쓰기 위해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모국어는 독일어가 아니라 헝가리어였다. 《열정》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로 샨도르의 장편 소설들이 출간되었으나 현재 살아남은 책은 《열정》과 산문집 《하늘과 땅》(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15년)이다.
* 페퇴피 샨도르, 처코 프렌츠(그림), 한경민 옮김 《용사 야노시》 (알마, 2024년)
* 페퇴피 샨도르, 한경민 옮김 《민족의 노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23년)
이미 지나갔지만, 3월 15일은 헝가리의 국경일이다. 1848년 헝가리 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19세기 초반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서유럽에서 불기 시작한 혁명의 바람은 독립을 염원하는 헝가리 사람들의 가슴에 불꽃을 피우게 했다. 헝가리 지식인과 작가들은 혁명의 필요성을 민중에게 호소했고, 함께 힘을 합쳐서 자유를 찾자고 외쳤다.
페퇴피 샨도르(Petőfi Sándor)는 3월 15일 혁명 시위에 참여한 시인이다.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란 젊은 시인은 애국심을 고취하는 시 『민족의 노래』를 썼다. 3월 15일에 처음으로 낭독된 『민족의 노래』는 민중 집회의 시위 구호가 되었고, 오늘날 헝가리 혁명의 독립선언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교수는 샨도르 탄생 200주년인 2003년에 샨도르의 시 선집 《민족의 노래》를 펴냈다. 이듬해에 서사시 《용사 야노시》를 번역 출간했다. ‘야노시(János)’는 서사시의 주인공인 양치기의 애칭이다. 야노시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모험에 뛰어든다. 《용사 야노시》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서사시다. 번역본의 삽화는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샌드아트(Sand art)의 거장이 만들었다.
[제목에 붙인 cyrus의 주석]
제목을 ‘간략한 안내서(평)’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 내가 모르는 헝가리 작가와 작품들이 많다. 두 번째 이유, 여성 작가를 소개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헝가리 문학사》를 많이 참고했는데, 이 책에 여성 작가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이 없다. 세 번째 이유, 두 명의 헝가리 시인 어디 엔드레(Ady Endre)와 어틸러 요제프(Attila József)를 언급하지 않았다. 두 시인의 작품은 우리말로 번역되었는데, 안 읽은 책은 소개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