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그 너머로 - 지구와 태양계, 그리고 블랙홀까지 우주를 가로지르는 아찔하고 흥미로운 지적 모험
닐 디그래스 타이슨.린지 닉스 워커 지음,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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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의 주인도, 이 세상의 주인도 아니다. 그러나 지구를 함부로 대하는 버릇은 여전하다돈이 될만한 자원을 찾느라 지구 여기저기 들이쑤신다지구가 아파하자, 위기를 느낀 인간은 건강한 제2의 지구를 찾는다.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인간은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우주 식민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주1] 지구를 떠난 인간은 달이나 화성에 정착하면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다우주를 점령한 우주인은 우주의 주인이다.







우주(宇宙)는 거대한 집(宇宙)이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주에서 온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별의 자녀들이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보는 것은 아득한 집을 구경하는 것이다우주여행은 대기를 뚫고 아득한 집을 방문하는 일이다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우주여행을 해본 부호들이다. 자칭 우주인들은 우주를 개척하려고 한다. 인간은 우주의 주인(우주인)이 될 수 있을까?


대부분 과학자는 우주여행을 주제로 대화하기 시작하면 과학적 회의주의자( Scientific Skeptic)가 된다과학적 회의주의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대중과 언론이 민간 우주여행에 열광하고 있을 때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우주여행 광풍의 이면에 주목한다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과학적 회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천체물리학자다. 그가 생각하는 과학의 목표는 어떤 견해와 무관하게 우주의 진실을 찾는 것이다.[주2] 과학은 증거에 기반한 학문이다. 과학에서 진실을 확인하는 기준은 객관적인 자료다. 과학자도 인간이라서 오류에 빠지며 편견을 피할 수 없다. 열의에 차 있는 과학자의 견해는 검증되어야 한다.









타이슨의 책 무한 그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A Journey of Cosmic Discovery, 2023)우주여행 광풍에 가려진 우주의 진실을 보여준다그는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홍보한 우주여행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대중은 우주선에 탑승해서 지구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우주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경계가 제각각 달라서 우주선을 타고도 우주여행이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지구 대기권의 경계는 미터 단위로 깔끔하게 나눌 수 없다. 편의상 킬로미터를 쓰고 있지만, 대기와 우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았다NASA가 규정한 우주의 경계는 해발 80킬로미터 이상이다. 두 억만장자는 NASA가 공인한 우주의 경계에 도달하지 못해서 우주인이 아니다.


일생에 단 한 번, 우주여행을 할 기회가 없는 대중은 과학소설과 SF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우주를 체험한다하지만 과학소설과 SF 영화 속 우주는 실제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타이슨은 우주를 묘사한 과학소설과 영화에 나온 특정 장면을 언급하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검토한다.


소설 원작의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우주인을 날려 버리는 화성의 모래 폭풍이 나온다. 타이슨은 위력적인 화성의 모래 폭풍이 옥에 티라고 지적한다. 실제 화성의 모래 폭풍은 산들바람 수준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과학적이지 않은 장면을 지적하면서 영화를 보는 방식에 반감을 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학소설에 대한 칼 세이건의 견해를 들어보자. 그는 과학적인 사실이 제대로 반영된 과학소설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하는 데 유용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세이건은 과학 이론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왜곡한 과학소설을 경계한다. 독자들에게 잘못된 과학 지식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기 때문이다. SF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각본가는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을 약간 무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SF 영화에 엉터리 과학이 인상 깊게 나오면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계속 언급되면 사실로 굳어진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과학소설 마니아다. 과학소설이 그들을 과학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과학소설에 나온 어설픈 묘사가 아쉽다고 지적해도 과학소설을 절대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우주여행을 주제로 한 SF 영화는 과학자들에게 자문하면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인터스텔라> 자문을 맡은 S. (Kip S. Thorne)은 절친한 호킹과 함께 블랙홀을 연구한 천체물리학자다이 영화에서 우주인들은 망가진 지구를 대체하는 행성을 찾으러 떠난다. 우주여행은 토성 근처에 열린 웜홀(wormhole)에서 시작된다웜홀이란 서로 다른 두 시공간(우주)을 잇는 가상의 통로다웜홀을 통과하면 멀리 떨어진 항성에 최대한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그렇지만 킵 손의 조언 덕분에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Gargantua)’가 실감나게 묘사되었다.


인간에게 우주는 오래된 별 먼지들이 떠도는 아득한 집(宇)이고, 아늑하지 않은 집(宙)이다. 우주의 미세 먼지는 탐사선의 수명을 닳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인간이 제2의 지구에 정착하려면 미세 먼지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미세 먼지 앞에 힘을 못 쓰는 인간은 우주인이 될 수 없다. 우주의 주인도 아니다. 



우주가 뭔지 모르는 인간은 

무지하고 유한한 먼지다.









책의 우주를 떠도는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1] 스티븐 호킹, 배지은 옮김,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까치, 2019), 8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2] 닐 디그래스 타이슨, 배지은 옮김,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반니, 2020년, 절판), 126쪽. 






* 13






 이 작은 우주탐사선[보이저 1]에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소리와 노래, 우연히라도 만나게 될 외계 존재에게 건네는 인사말, 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 달라는 인류의 애원을 담은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다[주3]





[주3칼 세이건과 그의 아내 앤 드루얀(Ann Druyan)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개발에 참여했다. 지구의 속삭임(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은 골든 레코드 프로젝트에 합류한 과학자들의 증언과 골든 레코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 43




 

 기상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제임스 글레이셔가 전문 열기구 비행사인 헨리 트레이시 콕스웰과 함께 목숨을 건 항공 실험을 진행했다. [중략] 1871년에 출간한 자신의 책 대기 속 여행[주4]에서 글레이셔는 물었다. “대기라는 바다의 파도. 그것은 이름 없는 해변에서 화학자, 기상학자, 물리학자들의 손으로 찾아낼 수천 가지 발견을 담고 있지 않을까?”



[주4] 대기 속 여행의 번역본은 열기구 조종사: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정탄 옮김, 아라한, 2020)이다. 정탄은 러브크래프트 전집(7, 황금가지, 2009, 2012, 2015)을 번역한 정진영의 필명이다.






* 86




 

 영화 <그래피티>[주5]는 캐슬러 효과라고 부르는 이 참사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물론 잘못 묘사한 점도 있다. 샌드라 블록의 앞머리는 무중력상태인 궤도에서 자유롭게 흩날려야 했는데 영화에서는 눈썹 위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5] 그래비티(Gravity)의 오자.






* 204




 

 아서 코넌 도일의 1913년 작 단편소설 하늘의 공포[주6]에는 우주비행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날아다니는 거대한 해파리가 나온다.



[주6코난 도일(Conan Doyle)의 단편 과학 소설 세 편을 모은 마라코트 심해(이수현 옮김, 행복한책읽기, 2014, 절판)에 수록되어 있다.






* 254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1848에세이 유레카[주7]에서 올베르스의 역설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천문학자들이 그 역설을 풀기 위해 수십 년 간의 축적된 자료가 필요했던 시기에 소설가가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주7번역본: 에드거 앨런 포, 노승영 옮김, 유레카(읻다, 2022)






* 279쪽





에드윈 허블의 책 성운의 왕국[주8]



[주8번역본: 에드윈 허블, 장헌영 옮김, 성운의 왕국(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 371쪽 (더 읽을거리)





Galilei, Galileo, Sidereus Nuncius, 1610.

Dialogus de systemate mundi, 1641. [주9]


Newton, Isaac,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1687.

 [주10]




[주9<Sidereus Nuncius> 번역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장헌영 옮김,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승산, 2009), 구판: 장헌영 옮김,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갈릴레이의 천문 노트(승산, 2004).

 

<Dialogus de systemate mundi> 번역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무현 옮김, 새로운 두 과학: 고체의 강도와 낙하 법칙에 관하여(사이언스북스, 2016).



[주10]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번역본:

아이작 뉴턴, 박병철 옮김, 프린키피아(휴머니스트, 2023).

아이작 뉴턴, 배지은 옮김, 버나드 I. 코헨 해설, 프린키피아: 해설서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승산, 2023).






* 372쪽 (더 읽을거리)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유유, 2020[주11]



[주11번역본 출간 연도는 202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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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 -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우리 과학 이야기
김연희 지음 / 이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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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이 된 공자천명(天命)을 깨달았다. 논어》 위정(爲政) 4에 주석을 단 주희(朱熹)는 천명을 사물의 이치또는 하늘이 내린 사명으로 해석했다. 공자와 고대 중국 사람들은 하늘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그들에게 하늘은 땅 위에 있는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초월적인 존재(천제, 天帝)였다중국의 유학을 공부한 조선의 유학자들도 하늘을 무심코 바라보지 않았다. 하늘의 움직임(기상 현상)은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쓴 중용에 언급된 하늘은 만물을 덮은 우주다. 







今夫天, 斯昭昭之多, 及其無窮也

日月星辰繫焉, 萬物覆焉.

 

 지금 저 하늘은 이처럼 밝은 빛이 많이 모인 것이니, 무궁한 곳에 이르면 해와 달과 별들이 거기에 매여 있고, 만물이 [그것에] 덮여 있다.


(중용269, 김원중 옮김)




동양철학자 김충렬 교수는 하늘의 도(天道)를 논한 중용26장에 유가 우주론이 펼쳐져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 우주론은 고대 그리스의 우주론인 코스모스(cosmos)와 비슷하다. 만물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우주


천지인(天地人)은 단순히 하늘과 땅과 사람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 아니다. 하늘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천지인은 하늘과 땅 모두와 짝할 수 있는(配天, 配地, 중용265) 사람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은 한국사 수업 시간에 접하기 힘든 과학 하는 천지인들을 조명한다한국의 전통 과학은 천문학에서 시작되었다고대 천문학은 군주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학문이었다. 군주는 하늘의 명령을 따르는 아들(天子)’이다. 하늘의 아들은 천체의 운동을 알고 있어야 했다. 군주의 곁에는 태양과 달, 별을 매일 관측하고 기록하는 천문학자들이 있었다. 하늘을 읽는 신하들은 홍수와 가뭄, 역병을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해석했다. 일식과 월식은 국가에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로 여겼다질서와 안정을 깨뜨리는 괴이한 현상을 옛말로 재이(災異)라고 한다. 재이가 일어나면 군주는 자신이 알아야 할 천명이 무엇인지 천문학자들의 조언을 받았다. 천명을 깨달은 군주는 부국강병과 민생 안정에 힘썼다.


고대 천문학은 점성술과 기상 관측, 동양철학(‘하늘개념)과 종교가 혼합되어 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고대 천문학을 바라보면 비과학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고대 천문학자들은 태양과 달의 주기(週期)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관측해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여 역서(曆書, 달력)를 만들었다하늘을 관측하는 조선 시대의 유학자들은 관상감(觀象監)’이라는 관청에 들어가 역서 간행, 일식과 월식 예보 등의 업무를 맡았다. 


17세기 이후 조선의 유학자들은 중국에 유입된 서양 천문학, 지리학, 의술을 접했다. 최한기지동설과 뉴턴(Isaac Newton)의 중력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성리학의 틀 안에서 천체 운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말년의 다산 정약용박제가와 함께 청나라의 의학 서적들을 참고하여 천연두의 예방법인 종두법을 연구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유학과 성리학에 가려진 우리나라의 전통 과학을 들여다본 책이다. 우리나라의 과학 지식이 어떻게 수용되어 발전되었는지 알 수 있는 사료와 유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동양 및 한국 고전 속에 숨은 우리나라 과학 문화를 살핀다. 논어하늘을 만물의 근원으로 여기는 고대인들의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삼국유사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를 언급한 문헌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퇴계 이황은 유가 우주론을 깊이 연구했으며 천체 관측 기구인 혼천의(渾天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또 의술을 독학하여 학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이황 사후에 간행된 문집 퇴계전서20여 건의 질환에 대한 이황의 처방법이 적혀 있다.


과학 하는 천지인들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위정 편 11)의 자세로 과학을 공부했다. 그들은 과거의 과학 지식을 깊이 익히면서도 새로운 과학 지식도 배웠다후세 사람들은 과학 하는 천지인들을 모르거나 그들을 여전히 유학자로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 하는 천지인들은 평생 책과 짝하면서 지낸 서생과 다른 삶을 살았다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꼭 책을 읽어야만 배우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논어선진[先進] 편 24)한문으로 된 하늘()을 해석하는 일에만 매달리는 공부는 변화가 없는 좁은 세상을 답습하는 일과 같다. ‘과학 하는 천지인들의 눈은 책 속에 갇힌 하늘만을 향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하고 무한한 하늘이라는 책을 우러러본다.








책과 짝하면서 살아온 

서생 cyurs의 주석




* 191~192







 

 고대 한반도인이 (, 전염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논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기원전 2세기에 편찬된 논어에는 이라는 표현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역귀(疫鬼)를 쫓는 나례(儺禮) 의식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공자가) 마을 사람들이 나례를 행할 때 예복을 입고서 동쪽 섬돌에 서 계셨다라는 대목[주1]이 나온다. 이어서 역은 역귀가 일으키는 것이며, 그것은 쫓아내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이를 위한 의식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엄숙하게 치러져야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또 논어에는 병에 대처하기 위한 기도의 내용도 실려 있다.

[주2] 이는 중병에 걸렸을 때 하늘과 땅에 기원하는 의식이 일반적으로 행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때 사용하는 기도문을 뇌문(誄文)이라 하며, 이러한 의식이 한반도에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1, 2] 논어의 문장을 인용하거나 간접적으로 언급할 땐 논어의 어느 편, 몇 장에 나오는 문장인지 밝혀야 한다. 나례 의식이 언급된 구절은 향당(鄕黨) 10에 있다. 병에 대처하는 기도는 술이(述而) 34에 나온다.







서평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논어를 읽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공자의 생애와 논어를 재해석한 두 권의 책 《새롭게 만나는 공자: 결기(), 윤리(), 배움()에 대한 다른 해석》(이음, 2021년)와 금서의 귀환, 논어도 곁들어 참고했다


김 교수공자 철학의 핵심 개념 ()’을 어질고, 온화한 마음가짐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비판한다. 그동안 과거의 논어주석가들은 이 자기 내면의 수양을 중시한 공자의 메시지가 함축된 단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을 왜곡한 과거 주서가들의 해석을 거부한다. 저자가 바라본 진짜 공자의 모습은 위기에 빠진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올바른 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투쟁하라고 가르친 반항적인 지식인이다.





 

* 273, 용어 해설





산해경: 고대 중국과 주변국을 다룬 지리서[주3]








[3] 산해경》은 신화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책에 중국 지도에 없는 지명들이 나온다. 허구적인 지명의 풍속과 그곳에 있는 동식물과 광물이 백과사전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림으로 묘사된 상상 동물의 형태는 괴물에 가깝다.









[주4]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한국 과학사의 일부만 정리한 책이다. 화약과 무기를 만든 최무선의 업적이 언급되지 않았다. 동의보감이 몇 번 언급되지만, 허준이 조선 시대의 의약(醫藥)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나오지 않는다한국 과학기술사의 주요 장면을 소개한 책 한국인의 발명과 혁신1장은 최무선, 2장은 장영실, 3장은 정약용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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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네서점 <책방아이> 책도깨비(독서 모임)

일요 미스터리 책방



4월의 미스터리







아오사키 유고

김은모 옮김

지뢰 글리코

리드비

2025




2026426일 일요일

저녁 6~8

장소: 책방아이








대구에 ‘추리소설(미스터리 소설) 읽기 모임을 하는 서점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서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요. 시간이 많은 주말에 서점을 만나고 싶었지만,  서점은 평일에만 열어 있어요. 그래도 주말에 서점의 문이 열릴 때가 있습니. 다만 손님을 맞이하는 서점의 모습은 아니에요. 주말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매달 마지막 일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서점은 <일요 미스터리 책방>으로 변신합니다.













주말에 드문드문 문 여는 서점의 이름은 <책방아이>(책방i, ibooks)입니다. 2017율하동의 동네 공원에서 태어났습니다서점의 얼굴이 공원의 나무들에 가려져 있어서 동네 주민이 아니면 찾기가 힘들 거예요<책방아이>동네 주민과 후원자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 서점입니다.













이곳은 평일과 주말 독서 모임을 통틀어 책도깨비라고 부릅니다. 평일 책도깨비 이름 중 하나가 <읽어서 세계 속으로>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독서 모임 이름 같죠제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 모임 이름이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약칭 세속’)입니다. <읽어서 세계 속으로><세속>보다 먼저 만들어졌어요. 저는 출근하기 전에 챙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KBS 2TV<걸어서 세계 속으로>입니. 평일 아침에 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재방송입니다. 독서 모임 이름을 세계 여행 방송 프로그램 이름을 변형해서 만들었는데요, <세속> 모임을 석 달 진행하고 난 후에 <읽어서 세계 속으로독서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의도치 않게 제가 <책방아이> 책도깨비 이름을 따라 하고 말았네요. 다음 모임 때 서점 대표님을 만나면 독서 모임 이름을 <세속>으로 정하게 된 계기를 밝히겠습니다.


독서 모임 있는 날이면 최대한 일찍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 편이에요. 율하동은 제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집에서 출발하여 서점에 도착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책방아이>에 일찍 도착했는데, 서점 문이 닫혀 있었어요. 남는 시간에 저녁 식사를 했고, 공원을 산책했어요. 모임 시작 30분 전에 다시 <책방아이>에 가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서점 주변에 한동안 헤매다가 <일요 미스터리 책방>에 꾸준히 참석하는 향기님을 만났습니다! 향기님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세속> 독자입니다. 향기님을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일요 미스터리 책방> 참석자 두 분이 오셨어요. 두 분 역시 향기님 못지않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입니다.








아오사키 유고(青崎有吾)지뢰 글리코(地雷グリコ)탐정과 경찰이 등장하지 않으며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추리소설입니다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옵니다주인공은 머리가 상당히 좋고,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읽는 영악한 여고생입니다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전부 학생들입니다조연으로 나오는 학생들 역시 주인공 못지않게 똑똑합니다









주인공 이모리야 마토인생은 게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써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면 승부에 강한 지능적인 플레이어(player)가 됩니다마토는 수재가 모인 고등학교 학생회가 만든 변형 규칙 게임에 도전합니다.


변형 규칙 게임이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놀이에 특별한 규칙이 적용된 것을 말합니다소설 표제이자, 제일 먼저 나오는 지뢰 글리코가위바위보를 해서 제일 먼저 계단 꼭대기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글리코 게임에 지뢰가 추가된 게임입니다. 두 명의 플레이어는 계단에 세 개의 지뢰를 설치합니다. 밟으면 폭발하는 지뢰는 아니지만, 상대편 플레이어가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열 계단 내려가는 벌칙이 있습니다. 플레이어 본인이 설치한 지뢰를 밟으면 벌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편 플레이어에게 지뢰의 위치가 탄로 납니다.


작가는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라이트노벨(Light novel) 공모전에 응모했습니다. 라이트노벨은 문장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과 같습니다만화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고, 라이트노벨 속 주인공은 비범한 능력이 있거나 범상치 않은 성격의 학생입니다라이트노벨에 주인공이나 조연 인물들의 모습이 묘사된 애니메이션풍 삽화가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라이트노벨은 만화로 만들어지고, 이 만화 역시 반응이 좋으면 TV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집니다.


지뢰 글리코》에 교사를 포함한 어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로 고등학생들만 나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과 추리물이 결합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블루홀식스, 2020)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다시 비웃는 숙녀(블루홀식스, 2020)

 

* 나카야마 시치리, 문지원 옮김 비웃는 숙녀 두 사람(블루홀식스, 2022)




향기님은 소설에 나오는 학생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학생회 대표들은 상대방이 사소한 행동과 몸짓만 보고, 그 사람의 심리를 간파합니다. 심리전에 능숙한 학생들은 게임에 참여하면 승부사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지배해서 자신이 좀 더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기도 합니다.









향기님은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추리 소설, 나카야마 시치리(中山七里)<비웃는 숙녀> 시리즈를 추천했습니다이 시리즈의 주인공 가모우 미치루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해서 나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범죄자입니다. 주인공의 악행과 주인공에게 쉽게 조종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본 독자들의 머릿속엔 불쾌하면서도 찝찝한 뒷맛이 남습니다.


이런 유형의 추리 소설을 이야미스(イヤミス)’라고 합니다. 이야미스는 싫음’, ‘불쾌한 모양을 뜻하는 일본어 いや 와 미스터리를 합친 말입니다. 이야미스는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는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그래서 암울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미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의 기분은 씁쓸해집니다.


지뢰 글리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작품은 이야미스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학생들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 체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명문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게임을 여러 번 치러야 합니다. 교실에서 만나면 친구이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경쟁자가 됩니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 성적이 저조한 친구들이 서로 만나면 어색해지고, 어울리지 못합니다. 소설에서 명문고로 묘사된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부유하면서도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들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세이에쓰 고등학교는 타산적이고 추악한 자본주의의 축소판이자 약육강식의 엘리트 양성소입니다(214).
















* [절판] 나오키 산주고, 김소연 옮김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북스피어, 2011)




일본의 추리 · 미스터리 문학상들을 휩쓴 《지뢰 글리코171회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오키상은 일본의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를 기리기 위해 1935년에 만들어진 문학상입니다. 나오키상은 대중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데요, 나오키 산주고는 일본 대중 문학의 선구자입니다









추리 소설은 대중 문학에 속합니다. 나오키 산주고는 대중 문학에 과학 소설, 소년 · 소녀 소설, 탐정 소설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중 문학(문예)를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표현이 평이하고, 흥미를 중심으로 하되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또는 거기에 인생에 대한 해설과 인간 생활상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


(나오키 산주고,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중에서, 13)




지뢰 글리코나오키상을 받을 만한 문학 작품입니다. 소설에 나오키 산주고가 정의한 대중 문학의 특징들이 도드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 문학의 선구자가 살아 있다면 자신이 경험한 적이 없는, 학교와 두뇌 게임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 지뢰 글리코를 높이 평가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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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6-06-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모임 저도 가보고 싶네요. 워낙 혼자 읽는 생활이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저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나 요! 이런 모임 저도 가보고 싶네요. 워낙 혼자 읽는 생활이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더욱. 저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갖고 가겠어요.ㅎ

cyrus 2026-06-09 07:07   좋아요 1 | URL
추리 소설 읽기 모임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어서, 본보기로 모임 분위기를 경험하려고 일요 미스터리 책방 모임에 가입하게 됐어요. 제가 가입하기 전까지 모임 회원은 세 명이었어요. 제가 추리 소설 읽기 모임을 만든다면 저 포함한 딱 세 명만 모였으면 좋겠어요. ^^

blanca 2026-06-0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오키상이 대중소설에 주는 건지 몰랐어요. 문학성이 높은 소설에 주는 줄 알았네요. ‘이야미스‘라는 장르가 있군요. 몰랐던 사실들 많이 알아 갑니다.

cyrus 2026-06-07 19:35   좋아요 0 | URL
제가 모르는 추리 소설의 하위 장르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어렸을 때 즐겨 읽은 셜록 홈스의 그늘에 벗어나야겠어요. ^^

살리에르 2026-06-0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책방이 호젓하네요. 근데 미스터리 읽기 모임은 만나서 책 읽기만 하나요? 추리 소설은 줄거리를 말하면 김이 새기 때문에 모두 다 읽고 감상평을 나누어야겠네요^^

cyrus 2026-06-13 09:37   좋아요 0 | URL
책 이야기를 하다가 책에서 벗어난 다른 주제로 대화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삼천포를 자주 빠질 정도는 아니고, 다른 주제의 대화가 재미있어요. 추리소설은 결말이 가장 중요해서 결말을 안 읽고, 모임에 참석하면 대화에 끼지 못합니다.. ^^;;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 - 양자 컴퓨터와 초전도체 너머 양자역학의 미래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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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의 시

두 번은 없다중에서 -






물리학자들은 평생 양자역학을 공부해야 한다. 박사 학위를 받은 물리학자도 양자역학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학생이 된다양자역학은 물리학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이상한 학교모든 자연현상을 일정한 인과관계에 따른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꺼린다. 왜냐하면 양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흔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자(Quantum)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다아원자입자는 원자보다 아주 작다우리는 아원자입자를 볼 수 없지만, 입자가 알갱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양자 세계의 아원자입자는 입자(알갱이)이면서도 입자가 아니다양자역학 학교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이중슬릿(double slit) 실험을 해야 한다. 슬릿은 틈새를 뜻한다빛이 두 개의 틈새가 있는 벽을 통과하면 벽 뒤쪽 스크린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스크린에 물결이 흐르는 듯한 무늬가 생겼다영국의 물리학자 토머스 영(Thomas Young)빛이 입자 형태로 되어 있다고 주장한 뉴턴(Isaac Newton)의 견해(입자설)를 반증하기 위해 이중슬릿 실험의 기이한 결과를 제시했다물결 무늬는 빛이 입자가 아니라 파동 형태로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과 그의 지지자들은 파동설을 주장했다. 입자설의 입지가 흔들렸다. 그러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발견한 광전 효과가 알려지면서 입자설이 다시 주목받았다. 아인슈타인은 금속 표면에 빛을 비추면 입자 형태의 광자(光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양자역학 학교는 둘 중 하나의 관점만 선택해서 해석하게 만드는 이분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양자역학 학교에 소속된 교사 중 가장 젊은 루이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을 주장했다. 빛은 동시에 입자와 파동처럼 행동한다이와 같이 입자와 파동의 형태와 특징을 동시에 가진 상태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양자역학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빛이 언제 입자가 되고, 언제 파동이 되는지 관측(측정)할 수 있는가? 고전 역학은 인과관계가 분명한 거시적 세계의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이론이다. 고전 역학에 익숙한 학생들은 측정 불가능한 자연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양자역학 학교의 교감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를 제시했다. 양자 세계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관측할 수 없다양자역학 학교 교사 중에 수학을 잘 아는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파동함수와 파동방정식(슈뢰딩거 방정식)을 내세워 측정 불가능한 양자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다. 양자 세계에서는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오직 확률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기이한 양자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은 낙심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은 낙제생이 아니다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짐 알칼릴리(Jim Al-Khalili)는 양자역학을 어려워하는 과학도와 과학 비전공자들의 호기심이 위축되지 않도록 친절하게 다독여준다그가 쓴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Quantum: A Guide For The Perplexed)양자역학 학교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교재. 저자는 양자 세계가 우리가 몰랐던 자연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의 양자역학 학교 교사들도 양자역학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금도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의 기묘한 특성에 주목하여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양자역학 학교의 교장 닐스 보어(Niels Bohr)측정 불가능한 양자 세계를 해석하는 일은 시간 낭비라고 말한다. 이러한 보어의 관점을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이라고 한다. 짐 알칼릴리코펜하겐 해석을 반대하는 물리학자. 그는 양자 세계에 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질문하지 않고, 오로지 현상의 결과에만 주목하는 코펜하겐 해석의 한계를 비판한다.







미국의 철학자 제나 히츠(Zena Hitz)는 궁금증이 있는 사람배움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찬란하고 무용한 공부, 226). 하지만 교사가 학문을 잘 가르친다고 해도 학생의 질문을 막으면 그들의 호기심마저 막아버린다. 불친절한 교사는 학생이 알고 싶은 것을 외면하고,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지식을 가르친다.입 닫고 공부나 해.’ 지식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외우라고 다그친다닥치고 암기식으로 양자역학을 공부하면 양자역학의 기묘함을 이해하기는커녕 의혹과 거부감이 생긴다. 양자 세계의 기묘함을 일상적인 사례와 접목해서 설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양자역학 학교의 교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양자역학의 기묘함에 무지한 교사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학생에게 가르친다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양자역학 공부는 정답이 된 지식을 암기하지 않는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지식을 탐구한다.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독자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이 책에 저자 외에 다른 물리학자들이 쓴 기고문이 실려 있다. 1장의 기고문 버키볼과 이중슬릿 실험은 오스트리아의 양자물리학자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가 썼다. 그는 양자 얽힘 현상에 관한 연구로 202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8장의 기고문 음을 강화하기는 과학 저술가로 더 유명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비스(Paul Davies)가 썼다.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의 초판 발행일은 522일이다. 이 책이 나오기 일주일 전에 폴 데이비스의 퀀텀 2.0이 출간되었다짐 알칼릴리가 퀀텀 2.0의 추천사를 썼다.





* 91




 


슈뢰딩거 방정식 다릅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다릅니다.





* 170




 


않는다는 을 비판하는 않는다는 것을 비판하는






* 243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서 서로 다른 시간에서의 파동함수를 구해보면 거기서 나오는 확률이 관찰한 방사선 붕괴 공식에서 나오는 확률과 정확히 일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이함 일치함






* 244




 


원소 비롯해서 원소를 비롯해서






* 271





 더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자면 약한 벡터 보손인데 그냥 W하고, Z로 부르는 게더 쉽겠죠.



Z로 부르는 게더 쉽겠죠. Z로 부르는 게 더 쉽겠죠.






* 278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절대적인 시간과 절대적인 공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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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어야 시를 좋아할 수 있을까? 시시한 질문이 아니다독자들과 친해지고 싶은 시()의 적절한 질문이다시 몇 줄 읽으면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느낀 독자들에게는 시의적절한 질문이다과연 시인은 독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5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히시마]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16)

 

* [리커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문학과지성사, 2021)


[절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이해경 옮김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문학동네, 1997)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몰라, 정말 모르겠다.

마치 구조를 기다리며 난간에 매달리듯

무작정 그것을 꽉 붙들고 있을 뿐.

 

- 쉼보르스카, 어떤 사람들은 시를 좋아한다 부분-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거듭 생각하는 일을 포기한다그래서 어렵다고 느낀 시를 만나면 눈길을 돌린다시구절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시 읽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시를 읽어야 한다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올해는 그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쉼보르스카의 시 선집 끝과 시작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시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이 실려 있다그녀는 연설에서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독자는 호기심이 많다. “나는 이게 뭔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더 알고 싶어져.”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은 독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를 해석한다. 시인이 시를 쓴 의도와 완전히 달라도 된다. 독자의 독자적(獨自的) 해석은 시인도 몰랐던 시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나게 한다.


















[그라디언트 <이 작가의 책미국 근대 문학 읽기’ 2026년 5월의 책, 추천 독자: ‘읽는 인간천성은]

* 월트 휘트먼, 허현숙 옮김 풀잎(열린책들, 2021)

 

* 월트 휘트먼, 김성훈 옮김 사람들은 사람들의 몸을 감싸안는다(파시클, 2025)

 

* 월트 휘트먼, 황유원 옮김 밤의 해변에서 혼자(읻다, 2019)



시인도 모르는 것이 많고, 호기심도 많은 사람이다쉼보르스카는 진정한 시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한다고 말한. 시인은 한 편의 시든, 한 권의 시집이든 다 쓰고 나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질문을 계속하는 시인은 생각날 때마다 시구절을 매만진다한 번 더, 그리고 여러 번 쓰고, 또 쓴다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평생 질문하고, 성찰하면서 시를 썼다. 그는 학교를 5년 다니다가 그만두고, 독서와 독학으로 지식을 쌓았다. 그래도 휘트먼은 모르는 게 많았고, 호기심이 왕성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들을 관찰했고, 자유와 ‘살아 있음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휘트먼은 1855년에 첫 시집 풀잎을 자비로 출판했다. 초판본에 서문과 열두 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비평가의 반응은 좋지 않았으나 휘트먼은 189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풀잎7번 고쳐 쓰고 새로운 시를 추가했다. 시집의 최종 판본은 휘트먼이 사망하기 직전에 출간돼서 임종판(deathbed ed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휘트먼의 시집은 시작(詩作)의 끝이 아니라 창작을 이어가는 새로운 시작(始作)이다휘트먼은 풀잎초판 서문에 위대한 시인의 특성을 언급한다. 위대한 시인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쓴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위대한 시는 남자나 여자에게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다. 그가 결국 어떤 합당한 권위 아래 앉아 설명에 만족하며 편안해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흡족해하며 충만할 수 있다고 그 누가 상상한 적 있는가? 위대한 시인은 그런 끄트머리에 이르지 않는다. 그는 중단도, 보호받는 비만과 편안함도 가져오지 않는다. 그의 손길은 행동으로 말한다.


(《풀잎》 「서문중에서)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풀잎1855년 초판본을 참고한 번역본이다최종판 풀잎완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풀잎에 실린 시들을 선별해서 엮은 시 선집들은 휘트먼의 풍요로운 시 세계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쉼보르스카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에서 그해 1월에 세상을 떠난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Joseph Brodsky)를 언급했다. 그녀는 자신이 만난 시인 중에 스스로 시인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정도로 긍지를 가진 사람은 오직 브로드스키뿐이었다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브로드스키는 524일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태어났다. 조지프 브로드스키를 러시아어로 읽으면 이오시프 브로츠키. 그가 태어난 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는 날인 531일은 휘트먼의 생일이다. 브로드스키도 휘트먼처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여러 번 직업을 바꾸면서 창작 활동을 했다. 소련 밖에 있는 세계 문학에 호기심을 느낀 브로드스키는 독학으로 영어와 폴란드어를 공부했했다. 그는 소련 당국의 검열을 피해 영국의 시를 번역한 지하 출판물(사미즈다트, самиздат)을 만들었다. 1964, 24세의 브로드스키는 체포되고, 사회의 해로운 기생충이라는 죄명으로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수용소 생활은 길지 않았다. 동료 문화계 인사들의 탄원으로 브로드스키는 이듬해에 석방되었다. 하지만 조국은 그가 자유롭게 문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1972년 소련 당국은 브로드스키를 청소년들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사회주의 이념에 전혀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하면서 추방했다. 브로드스키는 미국으로 건너가 창작 활동을 재개했다.









1986년 미국에서 발표된 하나보다 작은 생(Less Than One: Selected Essays)브로드스키의 폭넓은 문학 편력을 알 수 있는 산문집이다. 미국과 러시아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브로드스키의 견해가 담긴 책이다. 이 책으로 그 해에 브로드스키는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비평가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 for Criticism)을 받았고, 이듬해에 노벨 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 조지프 브로드스키, 이경아 옮김 베네치아의 겨울빛(뮤진트리, 2020)



브로드스키는 하나보다 작은 생에 실린 그림자 예찬이라는 글에서 오래 살아남은 시인들은 하나를 선택해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 전체를 보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189). 하지만 국내 독자들은 오래 살아남은 시인들’, 쉼보르스카, 휘트먼, 브로드스키의 시 작품 전체(시 전집)를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쉼보르스카와 휘트먼은 시 선집이 되었고, 브로드스키는 완전히 잊힌 상태다. 1987년 브로드스키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직후에 시 선집과  하나보다 작은 생》(설영환 옮김, 세종출판공사), 단막 희곡 대리석(이길주 옮김, 한마당)이 출간되었으나 모두 절판되었다. 브로드스키가 매년 겨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무르면서 쓴 산문 베네치아의 겨울빛이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브로드스키는 시와 산문(하나보다 작은 생수록)에서 휘트먼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 읽는 독자들을 치켜세웠다.

 

 





위대한 시는 위대한 독자가 있을 때 가능하다.”




위대한 독자는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이 풍부한 독자를 가리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독자는 시가 뭔지 몰라도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시가 난해하다고 해서 자신의 무지함을 스스로 폄하하지 않고, 난해한 시를 쓴 시인이 형편없다고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위대한 독자의 호기심은 마르지 않는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난다, 2019)



문학 평론가 황현산 선생2014년 트위터에서 시 쓰기는 소통하기 어려운 것을 소통하려는 노력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17쪽). 시 읽기도 마찬가지다. 시 속에 소통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어도 우리 독자는 조금이라도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시를 읽으면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위대한 독자는 정답을 잘 찾는 현자(賢者)가 아니다.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색하고 틀릴 수 있더라도 읽는 모험을 즐기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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