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엘리자베스 코멘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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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환자여, 당신의 이름은 여성이다.” 




남성 의사들이 만든 병원 정문에 새겨진 말이다. 정문은 열려 있지만, 아픈 여성을 쏘아붙이는 말이 떡하니 문을 막고 서 있다. 말문이 막힌 아픈 여성은 병원 정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 그것이 문제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거린 여성은 고민 끝에 절망적인 결론을 내린다.그래, 건강하지 못한 가 문제였구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진 그녀는 발길을 돌린다.


아픈 몸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여성 환자를 겁쟁이로 만든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쇠약해진 여성의 마음을 누른다. 소심한 여성 환자는 아픈 자신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미안해한다. 주부는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을 느낀다. 집안일을 혼자서 도맡은 주부는 아프면 쉬지 못한다.






병에 걸리면 안 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아픈 여성은 부끄러움 많은나날을 보낸다. 건강하지 못해서 부끄럽고, 노폐물과 진물로 범벅이 된 병든 몸이 부끄럽고, 집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상태가 부끄럽다아픈 여성은 스스로 실격이라고 규정한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여성 환자는 의사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입이 얼어버린 환자는 어디가 아픈지,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한다의사는 진료실 밖에 기다리는 환자들을 신속하게 진료하고 싶어 한다. 진단하기 어려운 여성 환자를 만나면 그럴듯한 병명을 알려주고, 아픔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약을 처방한다. 여성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믿는다. 하지만 부실한 진료와 처방은 여성의 건강을 더 나쁘게 만든다. 남성 의사들은 의대생 시절에 배운 의학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 너무 오래된 교과서에 여전히 털어내지 못한 먼지가 남아 있다. 먼지의 정체는 여성의 몸과 정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이다



여성의 몸은 연약해서 남성보다 질병에 잘 걸린다.’


여성 환자는 건강 관리에 소홀히 한다.’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크기가 작아서 정신 질환에 취약하다.’


여성의 몸은 운동할 수 없는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의학 교과서를 펼치면 나오는 먼지는 지금도 진료실에 하얗게 쌓여 있다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합쳐져서 생긴 오진(汚塵, 더러운 먼지)은 치명적인 오진(誤診)을 유발한다병원 밖으로 나온 먼지는 여성이 주도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미국의 종양내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코멘(Elizabeth Comen)은 환자를 만나면 그들의 몸 상태보다 속마음을 먼저 진찰한다. 그녀는 진료실에서 만난 유방암 환자들이 건강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수치심은 환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를 그냥 지켜볼 수만 없었던 코멘은 환자들을 괴롭힌 의학계의 먼지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어서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을 쓴다


저자는 의학 교과서에 갇힌 의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식이 바뀌지 않은 의학 교과서는 여성 차별적인 성 관념을 재생산한다. 남성 의사들은 여성의 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진단을 내린다. 여성 차별적인 진단과 치료는 아픈 여성을 평생 약에 의존하게 만들거나 삶을 망가뜨린다저자는 아픈 여성을 제대로 진찰하지 못한 남성 의사들의 무능함을 고발하면서도 남성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는 과거의 자신도 의학 교과서에 갇힌 의사였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책은 여성의 성()과 몸을 둘러싼 지식을 중시하지 않는 의학 교육계와 의료계를 되살핀다.


아픈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병원은 몸에 좋은 쓴 약이 아니라 부끄러운 여성의 마음을 더 쓰라리게 만드는 약을 처방한다.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아픈 여성은 자신의 병든 몸 상태를 제대로 이해해 주는 의료인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픈 여성을 친절하게 대하는 좋은 의사가 부작용이 없는 살아 있는 치료제.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전체성과 무한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약함에 도움을 주는행위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아프면, 연인과 가족은 그 사람의 약해진 모습까지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을 듬뿍 주기 전에, 아픈 여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듬어 줘야 한다. 아플수록 점점 변하는 몸과 환자로서 살아가는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다독이고, 아픈 여자의 입에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픈 여자를 제대로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은 계속되는 통증에 지친 삶의 한가운데에 행복이 자라날 수 있게 북돋우는 상비약이다



아픈 여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면 된다.







<책의 문장에 묻은 오탈자 먼지를 털어내는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 서평에 밑줄 친 문장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 햄릿(Hamlet)에 나오는 햄릿의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1. 약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 (21, 28)

병약한 환자여, 당신의 이름은 여성이다.

 


2. 살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1, 100)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 그것이 문제다.

 


3. 내적 반성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며‥… (31, 101)

아픈 몸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여성 환자를 겁쟁이로 만든다.


 




* 48~49

 

 아나이스 닌은 거울에서 또 다른 것을 보았다. 이미 그녀의 발목을 잡는 신체적 결함들, 늙어가면서 그녀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기만 하는 결점들을 본 것이다. 실제로 닌은 두 차례 미용 수술을 받았다. 그녀가 수술을 받았던 1930년대 초중반에 코 성형 수술은 꽤 드물었는데, 닌은 자기 얼굴을 조금 더 예쁘게 만들려다가 얼굴에 영구적인 흠집을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수술이 잘못되면 사람들과 관계를 완전히 끊고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겠다고 일기에 적었다.[주1] 하지만, 깨어나 거울을 본 그녀의 반응은 순수한 환희였다. 거울로 내 코를 보는 순간이 왔다, 피범벅 아래 쭉 뻗은, 그리스 코!”



[1] 에로틱한 소설을 쓴 작가 아나이스 닌(Anais Nin)의 일기 제목은 헨리와 준이다헨리는 닌의 연인이자 미국의 작가 헨리 밀러(Henry Miller)를 가리킨다저자가 인용한 일기의 문장은 헨리와 준번역본 274쪽에 나온다.







 거울 속에서 내 코를 보는 순간이 왔다

피로 얼룩졌지만 그리스인처럼 똑바로 곧은 코였다!  


(274)







* 84~85

 

 1868, 파리의 인류학자이자 외과의사인 폴 브로카는 여성에 관한 연구가 긴급한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여성 인권 운동이 유럽과 북미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는데, 이는 브로카의 관점에서 볼 때 불길한 발전이었다. 의사들과 인류학자들은 여성의 천부적 열등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어리석은 선동을 멈출 것으로 생각했다.

 브로카의 제자들은 즉시 이 대의를 이어받았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이 주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출판했던 1879년으로 시간을 빨리 되감아 보자. 현대의 역사가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근대 과학 문헌에서 여성에 대한 가장 악랄한 공격이라고 불렀던 문헌이다.[주2]



[2]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의 여성 차별적 인류학 문헌을 비판한 내용이 나오는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의 글 제목<여성의 뇌>. 이 글은 판다의 엄지: 자연의 역사 속에 감춰진 진화의 비밀(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에 수록되어 있다.



※ 《판다의 엄지서평

[자연은 순식간에 도약한다]

201747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9264030






* 119





세계 레슬링연맹(WWF) [주3]



[3] WWF‘World Wrestling Federation’의 약자다.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옛 명칭이다. 비영리 자연보전 기관인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약자가 WWF. 2002년에 세계자연기금이 WWF 상표 사용 권리를 얻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WWF가 패소했다. WWF는 당해 5월에 회사명을 ‘WWE’로 바꾼다.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약자.






* 320옮긴이 각주






염즈이 염증이






* 414






쌍동이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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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마농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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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독립선언서』 

공약 3장의 첫 번째 장



 금일 오인(吾人) 의 차거(此擧)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오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逸走)하지 말라.

 



[현대어 풀이]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출처: 나무위키)






소극적인 자유주의자는 남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 만약 타인이 그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간섭한다면 자유를 침범한 것이다. 적극적인 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자유의 두 개념이라는 강연문에서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분류한다. 그는 자유의 두 개념이 얼굴을 마주 보면서 같이 갈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벌린은 소극적 자유주의자를 지지한다. 적극적 자유주의자는 개인의 자기 계발을 돕고 싶어 한다. 그러나 벌린은 적극적인 자유가 과하게 되면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적극적인 자유를 왜곡하거나 악용하면 개인의 자유를 죽이는 전체주의 사회가 등장한다.


벌린은 소극적 자유론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 자유론을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적극적 자유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전 시대에 소극적 자유론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유주의의 근본은 소극적 자유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적극적 자유론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학계와 정계에 진출한 소극적 자유주의자 중 일부는 우파 자유 지상주의자(libertarianism)가 된다. 이들은 전체주의의 등장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마르크스주의자(Marxism)와 사회주의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과거 냉전 시대에 공산주의와 대적한 정부를 찬양하고, 전체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들은 냉전 시대 정부의 전체주의적 행보를 모르는 체한다. 오히려 우리가 공산주의에 점령당하지 않고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살 수 있게 해준 위대한 업적으로 포장한다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견해는 종북 세력과 결탁한 적으로 간주한다이런 그들은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떠벌린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개별성(individuality)을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점점 가면 갈수록 자유의 다양한 의미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우파가 자유를 독점하다시피 틀어쥐고 있으니, 자유의 도 꺼내기 쉽지 않다자유를 마음대로 말할 수 없는 시대일수록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자유론을 곱씹어 읽어야 한다자유론을 꼼꼼하게 읽어 보면, 그의 자유주의에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책의 머리말에서 어떤 사람의 물질적 또는 도덕적 이익을 위한다면서 그 사람을 간섭하는 것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32). 소극적 자유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어서 밀은 개인이 절대적인 자유를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이유자기 자신, 즉 자기의 몸과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가 주권자이기 때문이라고 명시한다(32). 주권자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해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러한 밀의 견해는 적극적 자유로 볼 수 있다자유론을 번역한 서병훈 교수는 밀의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의 기본 원칙을 주장하면서도(소극적 자유), 자기 발전이라는 본원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한다(적극적 자유).


밀의 자유론자유주의 철학의 정석(定石)이면서도 회의주의(skepticism) 철학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는 교본(敎本)이다. 밀은 자유주의자 이전의 회의주의자또는 회의적 자유주의자밀은 영국의 어떤 작가가 말한 확정된 결론은 깊은 잠에 빠진다라는 말을 인용한다(91). 회의주의자는 확정된 결론 앞에서 꾸벅꾸벅 졸지 않는다. 그들은 사실로 확정된 결론을 절대 불변의 진리로 인식하지 않는다. 확정된 결론에 허점이 보이면 검증에 들어간다. 회의주의자 밀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믿는 것일수록 온 세상 앞에서 더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52).


회의주의자는 냉소주의자가 아니다. 냉소주의자는 믿을 만한 진리가 없다는 이유로 숙고와 검토를 포기한다. 그리고 회의주의자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견해를 만나자마자 매정하게 마음을 닫고 배척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발언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경청한다. 밀이 강조한 것처럼 회의주의자는 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 의견이 다른 모든 사람의 생각을 들어본다.” (51밀은 소크라테스(Socrates) 모든 도덕 철학자의 원형으로 평가한다(58). 소크라테스는 검토 없이 사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주1]라고 말한 회의주의 철학의 원형이기도 하다.


전문가의 견해는 다수의 지지를 얻기 쉽다. 여기에 권위까지 실리면 검토하지 않아도 되는 확정된 지식으로 굳어진다. 회의주의자는 전문가가 말했으면 사실이야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회의주의적 독자는 자유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밀은 지적 스승이자 아내인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를 만나면서부터 여성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여성의 참정권을 역설한 여성의 종속을 발표한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어린이와 같은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수많은 남성 지식인은 정신적 ·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남성에 종속되는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밀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게 보는 차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지식인이다


그런데 밀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만 자유의 기본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성년인 어린이를 자유 원칙의 적용 대상에 제외한다(32). 영국 산업혁명 시대에 살았던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탄광이나 공장에서 열 시간 넘게 일했다. 1833년에 어린이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9살 미만의 어린이는 노동을 금지하는 일명 노동법이 만들어진다. 그래도 아동 노동은 여전했다. 밀이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했다면 어린이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 사업주가 어린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을 것이다. 밀은 자유론시민의 자유를 다룬 책이라고 말한다(17쪽)모든 시민은 자유를 누려야 한다그러나 그의 머릿속에 있는 시민에 어린이는 없다


밀은 비유럽권 국가의 발전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아시아를 관습의 전횡이 극에 달한대륙이라고 규정한다(138~139).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밀이 백 세 넘게 장수해서 자유적인 정신을 발휘하는’ 자주적인 민족임을 세계만방에 알린 191931일 조선을 알았다면, 아시아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을까?







냉소주의자는 타인의 의견을 불신한다. 이들과 대면해서 자유로운 토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냉소주의자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할 줄 모른다. 밀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토론의 자유가 이루어지려면 상대방을 향해 인신공격과 언어 폭력을 쓰는 사람을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척하지 않고, 각자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밀의 자유주의 또는 회의주의는 다정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밀은 다정다감한 희망찬 회의주의자. 진보, 보수, 좌우를 떠나서 우리는 희망찬 회의론자가 되어야 한다.







<(밀리터리 덕후가 아닌

cyrus가 쓴 주석과 정오표>




[서평 제목이 있는 배경 사진에 관한 주석]

사진 속 남성은 밀, 

여성은 해리엇 테일러의 친딸이자 밀의 의붓딸

헬렌 테일러(Helen Taylor).

어머니의 외모와 정신을 빼닮은 헬렌은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페미니스트.




[독서 모임 날짜에 관한 주석]

 <고라니 울고>자유론모임은 107주년이 된 3·1절인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했다. 모임 장소는 인더가든이다. 이곳은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모임 장소이기도 하다. <고라니 울고>를 이끄는 분은 김성현 님이다. 작년부터 만난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독자님이다.

기미독립선언서1919년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 처음으로 낭독되었다. 모임이 시작되는 시간과 일치했다. 어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성현 님이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모임 시간을 정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성현 님도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한 시간을 모르고 있었다. 기미독립선언서낭독 시간과 모임이 시작되는 시간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1]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38a, 

강철웅 옮김, 아카넷, 2020






* 33, 옮긴이 주





Akbar, 1524~1605 [주2]



[2] 인도 무굴제국의 제3대 황제 악바르(Akbar) 대제의 출생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그는 1542에 태어났다.





* 113




   

 다른 사람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하도록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의견의 자유도 무제한 허용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곡물 중개상이 가난한 사람들을 배곯게 한다거나 사유재산은 강도질이나 다름없다는 의견[3]을 신문에 발표하는 경우는 누구도 제재해서는 안 된다.



[3] 사유재산을 부정한 프랑스의 아나키스트(Anarchist)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Pierre-Joseph Proudhon)의 견해. 그의 사상이 담긴 책이 소유란 무엇인가(이용재 옮김, 아카넷, 2013, 절판).













[4] 첨밀밀(甜蜜蜜, 달콤하다, 다정하다)’등려군(鄧麗君)이 부른 유명한 노래 제목이자 1996년 홍콩에 개봉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 <첨밀밀>(Comrades: Almost a Love Story)우리나라에 처음 개봉한 날은 19973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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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6-03-0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웬 영화 리뷰인가 했더니 그러면 그렇지.ㅋㅋㅋ
저 영화 보긴 했는데 내용은 기억에 없다. 그런 뜻이었군.
뜻도 모르고 봤네. ㅠ

cyrus 2026-03-08 23:06   좋아요 0 | URL
이번 달 25일에 <첨밀밀> 재개봉한대요. 이 영화, 제가 초딩 3학년 때 나왔어요. 한 번도 안 봤는데, 극장에서 보려고 해요. ^^

마힐 2026-03-03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첩밀밀의 밀의 큰글자를 보고 빵 터졌버렸요. ㅎㅎ 자유를 갇힌 제도안에서 사유의 자유로 끌어올리신 듯합니다. 그러고보니 첨밀밀의 남여 주인공의 엇갈리는 사랑이 마지막에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장만옥의 클로즈업된 얼굴은 아마 지금도 제겐 첨밀밀 최고의 명장면 입니다. 우연이겠지만 이 영화내용도 자유를 찾아 떠난 대륙 젊은이들의 사랑으로 이해했었는데 이제 보니 전부 우연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cyrus 2026-03-08 23:08   좋아요 1 | URL
롯데시네마 극장에서 <첨밀밀>이 재개봉해요. 극장에 가서 보려고 합니다. ^^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교유서가 어제의책
퀜틴 스키너 지음, 조승래 옮김 / 교유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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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무슨 소원을 빌 건지 말해줄게. 우선 모험을 하고 싶다고 할 거야.” 헉(Huck, 허클베리 핀)이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다음에, 네가 나처럼 자유인이 되면 좋겠다고 할 거야.”

 “고마어여.”

 “고맙긴 뭘. 아예 모든 노예가 자유로워지면 좋겠다고 하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인간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 거 아냐?” 헉이 물었다.

 “권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뭐라고?”



(퍼시벌 에버렛, 제임스중에서, 99~100)

 




허클베리 핀(Huckleberry “Huck” finn)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인이다. 그는 순진한 자유인이다. 모든 인간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백인 소년은 절친한 흑인 노예 짐(Jim)도 자유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하지만 짐은 순진하지 않다그는 자유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제임스(James)’. 그는 자유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제임스는 주인인 대처 판사(Judge Thatcher)의 서재에 몰래 들어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서재에서 볼테르(Voltaire)와 몽테스키외(Montesquieu)를 만난다. 두 사상가는 언어와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고 주장했다. 제임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인이라고 강조한 유럽 지식인들의 생각을 가슴속에 깊이 품는다. 자유에 목마른 제임스는 꿈속에서 볼테르를 만난다. 볼테르는 짐을 위로한다. 나는 자네와 같네. 자네는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네.” [주1]


하지만 제임스는 신중하다. 지식인들이 말하는 자유의 의미를 회의적으로 숙고한다. 생각하는 제임스는 백인들 앞에서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짐이 아니다. 백인 지식인들을 주인처럼 대하지 않는다유럽 지식인들의 자유론은 순진하다. 노예가 자유인이 되려면 유럽인처럼 교육을 받고, 똑같이 행동하면 된다. 하지만 제임스는 현실에 동떨어진 순진한 자유론을 거부한다. 자유인이 되려고 백인처럼 행동하는 흑인은 절대로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 것이다백인이 흑인을 관대하게 대한다고 해도, 흑인은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제임스는 허클베리 핀의 친구이지만, 다른 백인들 앞에서 굽신거리면서 살아야 하는 노예 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소설가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는 창작과 출판의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온 작가그는 스탈린(Joseph Stalin)이 좋아하는 극작가로 전성기를 누리지만, 소비에트 체제의 모순을 풍자하는 희곡을 쓴 이후로 마음대로 글을 쓰지 못한. 스탈린과 검열관들은 불가코프의 모든 희곡이 극장에 상연하지 못하게 하고, 소설의 출판을 금지한다창작의 자유를 박탈당한 불가코프는 스탈린에게 망명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는 모스크바를 완전히 떠날 생각이 없다. 스탈린이 망명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모스크바에 남을 것이다. 소극적인 불가코프는 망명을 포기한다. 스탈린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불가코프에게 모스크바 예술 극장의 조연출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반 소비에트 작가로 비난받은 불가코프는 숙청과 수용소 생활을 피할 수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창작의 자유를 끝내 되찾지 못한다생전에 출판되지 못한 마지막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와 상연 금지된 희곡들은 불가코프와 스탈린이 죽고 나서야 해금된다.


허클베리 핀에 간섭받지 않는 제임스는 자유로운 인간인가? 스탈린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감시와 검열에 시달린 불가코프는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자유를 누린 작가인가? 두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제임스는 백인들의 자유가 우선되는 미국 사회에, 불가코프는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소비에트 체제에 예속된 상태다 













순진한 자유주의자는 타인으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삶이 진정한 자유라고 주장한다이러한 자유의 형태를 소극적 자유(negative freedom)라고 한다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사야 벌린(Isaiah Berlin) 소극적 자유를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정립한 철학자. 밀은 자유론에서 각자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은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벌린은 자유를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소극적 자유, 또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positive freedom)적극적 자유를 지향하는 개인은 자아실현을 중시하며 공동체적 가치와 평등을 강조한다.









순진한 자유주의자는 소극적 자유만이 진정한 자유라고 말한다. 그들은 적극적 자유를 비판한다. 적극적 자유를 지나치게 허용하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고, 결국 전체주의 사회로 이르게 된다고 우려한다. 소극적인 자유주의자는 허클베리 핀이 생각한 것처럼 인간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스로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려는 의지가 발현되지 못한다면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반쪽짜리 자유.


영국의 정치 철학자 퀜틴 스키너(Quentin Skinner)소극적 자유를 자유주의의 근본으로 추켜세우는 벌린을 비판한다스키너는 허클베리 핀의 친구가 된 제임스와 같이 착한 백인을 만난 노예를 예시로 언급하면서 소극적 자유의 한계를 지적한다허클베리 핀이 제임스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고, 그를 가족처럼 대한다면 제임스는 자유인이 된 것일까? 스키너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른이 된 허클베리 핀이 모든 노예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진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노예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해도 제임스의 우정이 변치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허클베리 핀이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성세대에 공감하고, 그대로 답습한다면 노예제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착한 백인을 주인으로 섬기거나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노예는 다른 노예들에 비하면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지만 주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노예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착했던 주인이 마음이 바뀌어 노예의 삶을 간섭하고, 활용 가치가 떨어진 노예를 팔 수도 있다스키너는 당장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든지 개인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힘을 가진 세력이나 집단이 있으면 완전한 자유인이 나타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노예가 자유를 누리려면 그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고, 더 나아가 사회 또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소극적 자유론의 강점에만 주목한 자유주의의 역사에 도전한 책이다. 스키너는 편향적인 자유주의의 역사를 톺아보면서 소극적 자유론자들이 외면하고 비판한 공화주의적 자유론을 발굴한다스키너가 주목한 자유주의자는 군주정을 폐지하고 의회를 도입하려고 했던 17세기 영국의 공화주의자들이다. 이들의 지적인 뿌리는 고대 로마법에 새긴 공화주의. 군주의 세력을 견제하는 권리를 가진 민중은 공화주의적인 자유인이다.













군주정의 폐단을 막을 수 있는 고대 로마 공화정의 장점을 본격적으로 주목한 사상가가 군주론의 저자로 유명한 마키아벨리(Machiavelli). 그의 또 다른 저서군주론보다 제일 먼저 읽어야 하는 로마사 논고는 영국의 공화주의자들에 영향을 준 책이다스키너는 로마 공화정의 부활을 꿈꾼 공화주의적인 자유론을 가리켜 신 로마적 자유론(Neo-Roman liberty)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보수적인 자유론자들은 공화정의 등장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간섭받거나 억압받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공화주의적 자유론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든 철학자리바이어던의 저자인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홉스는 민중이 주도한 혁명에 반대하고, 간섭받지 않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 공화주의자들의 혁명이 실패로 끝나면서 홉스의 소극적 자유론은 정치 철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공화주의적 자유론은 잊히고, 자유주의는 개인의 사적 자유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국가와 스탈린의 소비에트 정권에 대항하는 무기가 된다.


소극적 자유론자들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를 강조했으면서도 비유럽인들의 자유를 침해한 제국주의에 침묵했다. 밀은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기 위해 세운 동인도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들의 자유에 무관심했고, 유럽 제국주의를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개인을 위한 자유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진다. 이기심과 집단 이기주의가 뭉쳐진 자유주의는 타인과 다른 공동체를 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자유를 누리는 데 방해가 되는 경쟁 상대로 인식한다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는 자유주의는 삭막하다.


소극적 자유를 잘못 배운 자유주의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꽉 쥐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은 자유의 다양한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면서 토론하는 방법을 모른다. 밀은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있으면 개인의 오류를 스스로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독선을 피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생각과 토론의 자유는 다르게 생각하는 타인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으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하는 독단적인 주도권을 경계한다우리가 진짜로 되찾아야 할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는 민주적인 대화가 익숙한 생각과 토론의 자유.







<마키아벨리와 밀을 좋아하는 cyrus가 쓴 주석>




[서평 제목과 너는 이미 죽어 있다사진에 관한 주석]


 너는 이미 죽어 있다일본 만화 <북두의 권> 주인공 켄시로(ケンシロウ)의 명대사. <북두의 권> TV 만화는 1984년에 방영되기 시작했다. TV 만화 1기 여는 곡(OP)의 제목은 をとりもどせ!!’.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랑을 되찾아라!!’. 서평 제목은 여는 곡 제목에서 따왔다.




[1] 제임스, 71.




[2] 제임스의 꿈에서 나타난 사상가는 볼테르와 존 로크(John Locke). 볼테르와 마찬가지로 제임스는 노예제를 분석한 로크의 관점을 비판한다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개정판에 역자가 쓴 논문 로크의 자유론이 보론으로 추가되었다

 역자는 이 논문에서 로크의 자유론을 소극적 자유론으로 분류하고 비판한 스키너의 견해를 반박한다. 그러면서 로크의 자유론이 자유주의자의 소극적 자유론뿐만 아니라 공화주의자의 적극적 자유론도 맞닿아 있다고 주장한다.

 




* 제임스중에서, 382

 

 “당신은 이 책이 없어져도 아쉬워하지 않을 거예요. 애초에 당신이 이 책을 왜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캉디드. 볼테르가 쓴 또 다른 책, 존 스튜어트 밀의 책[3]이에요.”

 “맙소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진보라고 하시면 돼요.” 내가 말했다.



[3] 제목은 나오지 않지만, 제임스가 대처 판사의 서재에서 읽은 책 중에 밀의 책도 포함되어 있다밀의 아버지는 열 살도 안 된 아들을 엄격하게 교육한 것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제임스 밀(James Mill, 1773~183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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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6-02-24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 오는데, 자유도 일종의 힘이라고 봐도 될까요? 제도권 자유는 힘의 구조에 따라 자유가 분배되는데 힘이 없다면 자유를 누릴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 외적 자유는 힘에 의해 좌우 되지만 내적 자유는 스스로 메이냐 메이지 않느냐는 얽매임의 문제로 넘어 갈 것 같네요. Cyrus님의 좋은 글 감사드리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6-03-02 08:22   좋아요 1 | URL
지금도 ‘자유’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는데, 자유라는 단어가 한두 가지 정의로 설명될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독서와 공부의 끝이 없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야겠어요. 어느덧 3월이네요. 마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교유서가 어제의책
퀜틴 스키너 지음, 조승래 옮김 / 교유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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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재장전: 신자유주의에 갇힌 자유 구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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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가는 칵테일 바가 있어요. 바 이름은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칵테일 바 사장님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 감명 깊게 읽어서 가게 간판에 소설 제목을 새겼습니다. 이곳러시아에서 온 바텐더가 일하고 있습니다. 바텐더의 이름은 율리아입니다. 사장님과 동료 바텐더들은 그녀를 리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리아 님이 저에게 책 한 권을 추천했어요. 이 작가의 책’, 정말 재미있어서 세 번이나 읽었다면서요. 리아 님이 추천한 책은 러시아 작가의 소설이었어요. 이 소설은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문학 전문가들이 걸작으로 손꼽는 작품입니다.


리아 님은 러시아 소설을 아주 좋아해서, 원작을 토대로 만든 드라마도 봤다고 했습니다. 이 작가’를 좋아해서 모스크바에 있는 이 작가’ 박물까지 방문했답니다도스토옙스키(Dostoevskii)와 톨스토이(Tolstoy)가 지루하다면서 이 작가를 추켜세웠어요.


러시아를 가본 적이 없는 저는 내심 러시아에서 이 작가가 정말로 대단한가?’라고 느낄 정도로 믿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작가생전에 글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굴욕적인 삶을 살았거든요. ‘이 작가스탈린(Joseph Stalin) 정권을 풍자하는 희곡을 썼습니다. 스탈린의 검열관들은 그가 쓴 문제의 희곡을 무대에 오르지 못하도록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소설마저 출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탈린에 아부하는 작가와 비평가들은 이 작가의 명예를 난도질하는 수준의 평론을 쓰면서 공격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박탈된 이 작가스탈린에게 직접 전화를 겁니다. 작가는 스탈린에게 망명을 요청했고, 러시아에 남아야 한다면 일자리를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조국을 떠날 결심을 확고히 하지 못한 작가는 망명 요청을 철회했고, 스탈린은 그에게 새 직장을 주선했습니다. 작가는 모스크바 예술 극장의 조감독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은 작가의 작품 해금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했고, ‘소련에 출판할 수 없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이 소설 자신의 마지막 작품임을 직감했던 것일까요? 병마와 싸우고 있던 작가는 죽기 3주 전까지 이 소설을 쓰는 데 열중했습니다. 결국 작가는 이 소설을 완성했고194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출판할 수 없는 소설은 작가가 죽은 지 26년 후에 처음으로 인쇄되었습니다. 1966, 월간 문학 잡지 모스크바 소설의 일부가 실렸습니다. 잡지에 실린 소설은 완전한 원본이 아닌 검열관의 가위질을 심하게 당한 반쪽짜리 글이었습니다. 이랬던 이 작가가 지금은 러시아인들이 즐겨 읽는 작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출판할 수 없는 소설은 러시아 문학 교과서에 실렸고, 연극과 TV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2월의 세계 문학]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609번째 책]

* 미하일 불가코프, 정보라 옮김, 거장과 마르가리타(민음사, 2010)




러시아 출신 바텐더 율리아가 추천한 소설. 출판할 수 없는데도 작가가 죽을 때까지 집필에 전념했던 소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월의 세계 문학 작품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거장과 마르가리타입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두 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시간상으로 간격이 큰 두 개의 장소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는 1930년대 소련의 모스크바, 또 다른 하나는 예수(예슈아 하-노츠리)에게 십자가형을 내리게 되는 빌라도(Pontius Pilate) 총독이 살고 있는 예루살렘(예르샬라임)입니다.


모스크바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작가입니다. 소설 제목의 거장(master)’은 이 익명의 작가를 가리킵니다. 작중의 거장은 예수와 빌라도에 관한 소설을 씁니다. 계속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예루살렘 이야기는 거장이 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예루살렘 이야기는 소설 속의 작은 소설입니다. 거장이 쓴 예루살렘 이야기는 비평가의 혹평을 받고, 실망한 거장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갑니다.


마르가리타(Margarita)는 거장의 연인이자 조력자입니다. 소설 제목만 보면 두 사람의 애정 관계를 묘사한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가코프는 독자들의 예상을 깨고, 이야기에 비현실적인 존재를 등장시킵니악마 볼란드(Woland)와 그를 따르는 수행원들입니다. 소설의 구조가 복잡해졌습니다. 두 개의 이야기(모스크바와 예루살렘), 인간(거장과 마르가리타)-악마(볼란드 일행)-소설 속 인물(빌라도와 예수/예슈아 하-노츠리)’로 이루어진 3중의 작중 인물이 나옵니다.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437번째 책]

괴테, 전영애 옮김《파우스트》 (도서출판 길, 2019)


* 괴테정서웅 옮김《파우스트》 (민음사, 1999)







거장과 마르가리타괴테(Goethe)의 장편 운문 희곡 파우스트를 모티프로 한 소설입니다. 거장은 파우스트(Faust), 마르가리타는 그레트헨(Gretchen), 볼란드는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와 비슷합니다재미있게도 파우스트거장과 마르가리타두 작가가 죽을 때까지 여러 번 고쳐 쓴 필생의 역작입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12월의 세계 문학]

* 보리스 사빈코프, 정보라 옮김, 창백한 말(빛소굴, 2025)

 


* 보리스 사빈코프, 정보라 옮김, 테러리스트의 수기(빛소굴, 2025)

 


* 보리스 사빈코프, 연진희 옮김, 검은 말(빛소굴, 2025)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번역자소설가 정보라입니다. 정보라 작가는 지금도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을 꾸준히 번역하고 있습니다









2024<세속> 12월의 문학 작품이었던 보리스 사빈코프(Boris Savinkov)창백한 말은 정보라 작가가 번역했습니다. 작년에 표지가 바뀐 창백한 말, 이 소설의 프로토타입으로 알려진 테러리스트의 수기》(국내 초역)가 출간되었고, 절판되었던 검은 말이 복간되었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8월의 세계 문학]

안톤 체호프강명수 옮김 갈매기》 (지만지드라마, 2019)








러시아 희곡 하면 대부분 독자는 체호프(Anton Chekhov)를 먼저 떠올립니다2024년 <세속> 8월의 문학 작품은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였습니다.



















* 미하일 불가코프, 강수경 옮김, 백위군 (희곡)(지만지드라마, 2019)

 

* [절판] 미하일 불가코프, 유승만 옮김, 백위군(열린책들, 1996)



















* 미하일 불가코프, 정막래 옮김, 조이카의 아파트(지만지드라마, 2019)

 

* [절판] 미하일 불가코프, 김혜란 옮김, 조야의 아파트. 질주(책세상, 2005)

 

















* 이현우,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20세기: 고리키에서 나보코프까지(현암사, 2017)

 

* 이현우,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현암사, 2014)

 

* 이현우, 로쟈의 세계 문학 다시 읽기: 세계 명작을 고쳐 읽고 다시 쓰는 즐거움(오월의봄, 2012)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으며 지금도 세계 문학 강의를 하는 서평가 로쟈이현우 님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가 체호프와 불가코프라고 했습니다













불가코프의 희곡 백위군동명의 장편 소설을 개작한 작품입니다. 소설 백위군번역본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고, 희곡 버전의 백위군은 출간되었습니다. 1926년 초연 당시 제목은 <투르빈 가의 나날>이었습니다. 백위군은 스탈린이 열다섯 번이나 봤을 정도로 불가코프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희곡입니다. 그러나 불가코프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조이카의 아파트(조야의 아파트)질주(도망) 공연 이후로 불가코프는 반 소비에트 작가로 비판받기 시작했고, 앞에 언급한 대로 스탈린의 눈밖에 나고 말았습니다.



















* 이현화, 불가불가(지만지드라마, 2019)

 

* 양승국 엮음, 한국 희곡선 2(민음사, 2014)

<불가불가>가 수록되어 있음

 

 


불가불가(不可不可)’라는 독특한 제목이 붙은 국내 희곡이 있어요. ‘불가불가작품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중요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불가불가극중극이 나옵니다. 극중극에 등장하는 왕은 결단력이 부족해서 대신들의 견해에 의존합니다. 왕이 대신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대신들은 불가불가라고 대답합니다왕은 대신들이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불가불가에 혼란스러워합니다.







[배우 2] 

경은 어떠시오?

 

[배우 5] 

, 소신 말씀이오니까?

 

[배우 2] 

경의 의견을 듣고 싶소.

 

[배우 5]

불가불가(不可不可)하온 줄 아뢰옵니다.

 

[배우 4] 

? 무어라하셨소?

 

[배우 5] 

불가불가

 

[배우 3] 

아니, 대감, 불가불, , 아니면 불가, 불가?

 

[배우 5] 

불가불가



(이현화, 불가불가중에서, 14)




극 중 대사 불가불가 쉼표를 어느 위치에 쓰고,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불가불, 가는 어쩔 수 없이 찬성할 수밖에 없다라는 뜻입니다. 불가, 불가는 강한 부정에 가까운 결사반대를 뜻합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처음 접한 <세속> 독자님들의 본심은 불가불, 일까요, 아니면 불가, 불가일까요?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읽기 어려운 소설입니다. 저는 1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적응하기가 쉽지 않군요. 읽었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요.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읽으셨으면 합니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책을 덮고,완독 불가, 불가코프(불가코프의 소설 완독하기 싫다)’를 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야기가 지루하고, 어려워도 완독 불가불, 가코프(어쩔 수 없지만, 불가코프의 소설을 완독해야겠다)’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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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2-17 0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가불가 완독불가
세상에 이런 책이 수두룩하네요.
적어주신, 스탈린에게 전화한 내용의 희곡이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요.

cyrus 2026-02-23 06:52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이 언급한 희곡이 후안 마요르가의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입니다. 이 책도 샀는데,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다 읽지 못한 상황이라서 펼쳐보지도 못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