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8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 실험 극장 작가 시대

(1018~113)


<갈망>

 

창작19(일구다) & 살판협동조합

· 연출 강현욱

공연 장소: 골목 실험 극장

 

20241019일 오후 7시 공연 관람

 





열쇠가 없어서 열 수 없는 술병 진열대탄탈로스(Tantalus)’라고 한다. 탄탈로스는 그림의 떡과 비슷한 뜻의 관용어다. 열쇠를 잃어버린 술병 진열대의 주인도 탄탈로스로 변한다. 그는 진열대에 보관된 술을 꺼내서 마실 수 없다. 탄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다. 그는 신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술을 훔친 죄로 지옥에서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눈앞에 음식과 물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탄탈로스의 마른 입술이 음식과 물에 닿으려고 하면, 음식과 물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거나 사라진다. 탄탈로스는 영원히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6회 실험극 페스티벌 첫 번째 참가작 <갈망> 탄탈로스의 기갈(飢渴)’과 같이 만남과 대화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인간관계를 음악, , 오브제(무대 소품)로 표현한 작품이다극은 드럼(연주 김재영)과 베이스(연주 강현욱, <갈망> 창작자 겸 연출가)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풍 음악이 흐르면서 시작된다. 음악에 맞춰 무용수(하서정)가 춤을 춘다여자(양지선 분)는 우연히 만난 남자(도윤호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는 남자와 매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질수록 여자의 방에 남자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둘씩 놓인다여자의 방은 한 남자를 위한 갤러리가 된다(이 작품의 다른 제목이 <누구의 갤러리_갈망>이다).


극은 남자와 여자가 남남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단순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남자는 무대 위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두 개의 텔레비전 화면에만 나온다. 여자는 텔레비전에 갇힌 남자와 대화한다. 이때 텔레비전 한 대에 남자가 말하는 영상이 나오고, 다른 텔레비전 화면은 ‘의문의 영상을 보여준다얼굴이 아닌 여성의 상체를 클로즈업한 영상남자의 말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하얀 가면을 쓴 수수께끼 인물의 얼굴도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데,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으로 꾸민 자아로 해석할 수 있다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불길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갈망>에 묘사된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애초부터 어긋난 채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여자의 방에 놓인 남자의 물품 중 하나인 피노키오 인형진실하지 않은 감정 또는 중독에 가까운 성적 욕망을 상징한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수록 그의 코는 커진다. 대화를 많이 해도, 남자가 여자의 방에 자주 들어와 몸으로 섹슈얼한 대화를 해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잘 모른다. 상대방을 알고 싶어서 자주 만나고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못한다반복된 만남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텅텅 비어 있고, 친밀감은 서늘하다.


극 중간에 관객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주는 퍼포먼스가 있다. 관객들에게 제공한 음료 중에 도 있다(이 공연은 만 19세 이상 관객만 볼 수 있다). 아주 짧으면서도 달콤한 인터미션(intermission, 쉬는 시간)일 수 있겠지만, 간식과 음료에 입을 댄 관객들도 무대 밖에 있는 배우가 된다. 몇몇 관객이 간식을 먹은 후에 배가 고프군,’ ‘간식 하나 더 먹고 싶은데라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런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리적인 갈망이다. 갈망의 형태는 다양하. 어떤 사람은 물질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가지며 어떤 이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는데도 계속 성공하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인간관계가 지속되기를 갈망하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갈망이 너무 커지면 원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갈망>은 관객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인간은 지옥에 가지 않고도 탄탈로스가 될 수 있다자꾸만 갈망을 부추기는 이 세상이야말로 지옥이다.







<Trivia>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연출가가 긴 글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었다. 글 위에 아래의 시를 읽어주세요라는 지시문이 있다. 시는 사라 케인(Sarah Kane)<갈망>(crave)이다. 여기서 케인의 글이 시로 소개되어 있지만, 사라 케인은 시인이 아니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럴드 핀터(Harold Pinter)의 극찬을 받은 동시에, 파격적인 표현과 연출을 선보여서 논란을 일으킨 극작가다. 케인은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총 다섯 편의 희곡과 영화 한 편을 남긴 채 1999년에 자살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28세였다. <갈망>1998년에 초연된 케인의 단막극이다. 종이에 적힌 케인의 글은 <갈망>에 나오는 ‘A’라는 인물의 독백 대사다. 사라 케인 원작의 <갈망>2012년 우리나라에 초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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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 번 연속으로 글머리에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가 나올 줄 이야. 요번 글은 레비나스를 위한 글이 아니다. 연극 공연 일정을 소개한 글이다. 그래도 레비나스가 한 말을 언급하면서 이 글을 시작해야겠다.

















에마뉘엘 레비나스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함께 옮김

전체성과 무한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그린비, 2018)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한 행위다


(레비나스, 전체성과 무한중에서, 342)



레비나스가 말한 작품은 만든 물품이다. 일하면서 나오는 결과물, 즉 제작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 작품과 다르다그렇지만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노동이다. 그림 그리기, 조각품 만들기, 작곡하기. 극장 안에도 예술가가 있다. 그들 모두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 무대를 설치하는 무대 감독과 조명 기사. 만들어진 무대 위에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하면서 연기 연습하는 배우들.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연출가.


연극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연출가와 배우는 무대에 올릴 희곡을 철저히 읽고 분석하면서 희곡에서 드러난 메시지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공연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관객들은 공연이 난해하다고 느끼면 당혹스러워한다. 연출가, 배우, 극작가는 극장에서 실패를 맞닥뜨리는 예술가들이다.


















안톤 체호프강명수 옮김 갈매기》 (지만지드라마, 2019)



 

유명한 연극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는 단막극을 발표하면서 극작가로 성공했다. 그는 야심 차게 장막극 갈매기를 선보였지만, 첫 공연 때 참담한 결과를 눈앞에서 지켜봤다. 이 작품 발표 이후로 체호프는 한동안 장막극을 집필하지 않았고, 갈매기두 번째 공연을 만든 연출가의 제안을 처음에 거부하기도 했다. 그래도 체호프는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꿋꿋하게 갈매기를 썼다그는 실패를 두려워했지만, 실험은 두려워하지 않았다기존 장막극과 다르게 등장인물의 수를 늘렸으며 관객들의 상상력이 펼칠 수 있는 다소 독특한 결말로 극의 마무리를 지었다.








10월은 대구 연극인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달이다. 한 달 동안 대구 대명 공연 거리의 분위기는 뜨겁다. 10월 초에 이미 씨어터 페스티벌 실패주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공연 페스티벌의 표제어는 실험을 뜻하는 엑스페리먼트(experiment).


첫 번째 공연작은 부산에 활동하는 극단 극예술실험집단 초 <20000원 내고 우리 작품 보러 올 바에 차라리 그 돈으로 치킨을 한 마리 사 먹겠다>.








 









* 장태준 《6월 26일》 (지만지드라마, 2019)


* 레오노르 콩피노, 임혜경 옮김 《벨기에 물고기》 (지만지드라마, 2019)




두 번째 공연작은 대구 극단 열혈단<626>이다.

 

세 번째 공연작은 대구 극단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벨기에 물고기>.









10월 중순에 또 다른 공연 페스티벌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실험극장이 개최된다. 페스티벌 표제어는 작가 시대.


10월 중순에 또 다른 공연 페스티벌 6회 실험극 페스티벌 in 골목실험극장이 개최된다. 표제어는 작가 시대.

 

 

첫 번째 공연작은 창작 19살판협동조합이 함께 만든 <갈망>이다.

 

두 번째 공연작은 투드림<백열등: 주광성 벌레들>이다.

















* 안톤 체호프, 박현섭 옮김 《상자 속의 사나이》 (문학동네, 2024)


* [절판]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세 번째 공연작은 창작집단 진창극단 골목이 함께 만든 <롯실드의 바이올린>이다. 원작은 체호프의 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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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0-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든 첫번에 성공하는 건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지. 설혹 성공한다고 해도 다음번엔 어쩔거야? 근데 우리의 체홉 아저씨 너무 자신을 과신하셨나 보다. ㅋ
실험극 페스티벌도 하는구나. 난 이해가 안되면 막 화가 나거나 실망하게 되더라. 갖다오면 후기 오려 봐. ㅋ

cyrus 2024-10-20 12:13   좋아요 1 | URL
어젯밤에 <실험극 페스티벌> 첫 번째 참가작 공연을 봤고요, 오늘 오후 3시에 <실패주의 페스티벌> 마지막 참가작 공연을 봐요.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서 어제 공연 감상문 썼어요. ^^

서니데이 2024-10-1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서점도 다녀오시고, 독서모임도 하시고, 공연관람도 하시려면 주말 시간이 많이 바쁘시겠는데요. 그래도 문화생활은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 부럽기도 합니다.
여기는 비가 오면서 기온이 내려가는데, 대구는 조금 덜 차가웠으면 좋겠네요.
cyrus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cyrus 2024-10-20 12:16   좋아요 1 | URL
주말 일정이 많아질수록 쓰는 돈도 많아져요. 교통비, 책 구입비, 공연비 등등.. ㅎㅎㅎ 어제 밤바람이 너무 차가웠어요. 긴 겉옷은 입고 있었는데, 속에 반팔티를 입고 있어서 추웠어요.. ^^;;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문학 작품을 디딤돌로 삼아서 철학을 펼친 철학자다. 레비나스의 문학 작품 해석은 작가의 의도를 밝히는 분석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레비나스는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에 자신의 철학적 목소리를 덧붙인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책에 언급된 문학 작품의 의미는 변하고 뒤집힌다. 정해진 해석과 교훈에 따라 문학을 흡수하는 독자들은 레비나스의 생각이 뒤섞인 문학 작품을 어려워할 수 있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책을 번역하려면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번역자는 레비나스가 참고한 문학 작품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레비나스가 어떤 해석을 부여하면서 문학 작품을 언급했는지 정확히 밝히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레비나스는 작품 제목을 언급하지 않고, 그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 설명할 때도 있다. 결국 번역자는 자신만의 해설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레비나스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8~10월)]

에마뉘엘 레비나스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함께 옮김

전체성과 무한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그린비, 2018)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민음사, 2004)




전체성과 무한에서 레비나스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맥베스를 두 번 언급한다(213, 347). 그는 또 셰익스피어를 언급하는데, 이 문장은 애매모호하다.



* 399


 암시로 가득 찬 마녀들의 셰익스피어적 모임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 있다. 이것은 모든 진지함의 부재인 듯, 말의 모든 가능성의 부재인 듯, 말들의 정숙함 저편에 놓인다. 이 웃음은 양의적 이야기들의 웃음이다



번역자는 암시로 가득 찬 마녀들의 셰익스피어적 모임이라는 표현주석을 달았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경식 옮김 템페스트(문학동네, 2009)




* 옮긴이 주


 셰익스피어가 마법사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는 희곡으로는 폭풍(The Tempest)이 있다.

 



폭풍은 셰익스피어가 쓴 마지막 희곡이며 원래 제목인 템페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이 희곡에 나오는 마법사는 작품 주인공인 프로스페로를 가리킨다. 그런데 본문에 마녀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도 번역자는 주석에 마법사를 언급한다


마녀들이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맥베스. 반란군과의 전쟁을 승리로 끝낸 스코틀랜드 영주 맥베스는 귀환하기 위해 자신의 부관(副官) 뱅코와 함께 황야를 지나간다. 그곳에서 그는 세 명의 마녀를 만난다. 마녀들은 맥베스와 뱅코에게 예언을 들려준다. 맥베스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지만, 뱅코는 왕이 될 수 없고, 그 후손이 왕이 된다는 예언이다예언은 미래를 암시하는 말이다. 따라서 암시로 가득 찬 마녀들템페스트의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아니라 맥베스의 세 마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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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4-10-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구절은 당연히 맥베스를 연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cyrus 2024-10-19 08:41   좋아요 0 | URL
‘셰익스피어적 모임’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낯선 데다가 본문과 주석 내용이 맞지 않아서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었어요.. ㅎㅎㅎ

마녀사냥에 희생당한 사람 중에 남성도 있었다고 해요. 그들은 마법사였거나 마법사로 오해를 받은 사람들이었을 거예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와 시인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공통점이 있을까? 이 질문을 만든 내가 생각해 봐도 두 사람을 잇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 에마뉘엘 레비나스, 서동욱 옮김 

존재에서 존재자로(민음사, 2003)

 

[레비나스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8~10월)]

* 에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함께 옮김

전체성과 무한: 외재성에 대한 에세이(그린비, 2018)

   

[레비나스 읽기 모임 첫 번째 도서 (6~8월)]

* 에마뉘엘 레비나스, 강영안 · 강지하 함께 옮김 

시간과 타자(문예출판사, 2024)




레비나스에게 문학은 철학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만든 자양분이다레비나스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 작품을 즐겨 읽었다. 그는 타자를 환대하는 철학도스토옙스키(Dostoevskii)의 소설에서 드러난 사해동포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레비나스가 죽음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 논할 때 자주 인용하는 작가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시간과 타자에서 레비나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분석하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의 주인공 맥베스(Macbeth)가 죽어가면서 내뱉는 말을 인용한다






















* 아르튀르 랭보, 한대균 옮김 나의 방랑(문학과지성사, 2014)

 

* 아르튀르 랭보, 김현 옮김, 황현산 감수 지옥에서 보낸 한 철(민음사, 2016)


* [구판 절판] 아르튀르 랭보, 김현 옮김 지옥에서 보낸 한 철(민음사, 1974)


















* 폴 발레리, 김현 옮김 해변의 묘지(민음사, 2022)

* [구판 절판] 폴 발레리, 김현 옮김 해변의 묘지(민음사, 1973)




존재에서 존재자로1947년에, 전체성과 무한1961년에 발표된 레비나스의 저서다이 두 권의 책에서도 작가와 문학 작품 속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레비나스가 태어난 곳은 과거에 러시아 영토였던 리투아니아다. 그는 독일에서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철학을 만났고, 프랑스로 건너가 후설의 현상학을 소개했다. 문학을 사랑하는 레비나스가 프랑스 문학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존재에서 존재자로전체성과 무한19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프랑스 시인들이 나온다. 보들레르, 랭보(Arthur Rimbaud),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 폴 발레리(Paul Valéry).























샤를 보들레르, 황현산 옮김 악의 꽃》 (난다, 2023)


* 샤를 보들레르, 윤영애 옮김 악의 꽃(문학과지성사, 2003)


[절판] 샤를 보들레르, 박은수 옮김 《보들레르 시 전집》 (민음사, 1995)


* [절판] 샤를 보들레르, 김붕구 옮김 악의 꽃(민음사, 1974)





존재에서 존재자로에 인용된 보들레르의 시는 <여행>, <밭 가는 해골>, <심연>(Le gouffre) 등이다. 작품 출전은 시집 악의 꽃이다. 1857년에 발표된 이 시집은 태어나자마자 집중포화를 맞았다. 법원은 시집에 외설스럽고 부도덕한 표현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워 보들레르를 재판에 서게 했다. 법원은 보들레르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악의 꽃2판은 여섯 편의 시가 삭제된 채 1861년에 출간되었다. 보들레르가 세상을 떠난 후에 악의 꽃3판이 출간되었다.










 






 

 



* 앙투안 콩파뇽, 김병욱 옮김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뮤진트리, 2020)


* 이건수 보들레르: 저주받은 천재 시인(살림, 2006)

 

* [절판] 윤영애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민음사, 2001)


 



레비나스가 보들레르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모습이 내게는 색다르다윤리를 제1철학으로 내세운 레비나스도덕을 경멸한 보들레르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공통점이라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철학자와 시인의 기묘한 만남이다. 레비나스는 인간을 선한 존재로 전제하지만, 보들레르는 원죄에 물든 나쁜 존재로 봤다. 보들레르는 도덕적인 생활이 인간의 악을 감춘다고 생각했다레비나스는 유대인이다. 보들레르는 반유대주의자다.










 


 

 










* 테오필 고티에, 권유현 옮김 모팽 양(열림원, 2020)

* [구판 절판] 테오필 고티에, 권유현 옮김 모팽 양(열림원, 2006)

 

* 샤를 보들레르 · 테오필 고티에, 임희근 옮김 보들레르와 고티에: 아름다움을 섬긴 두 사제(걷는책, 2020)




레비나스는 존재에서 존재자로테오필 고티에(Theophile Gautier)가 한 말을 사물들을 즐기고자 하는 모든 욕심으로 해석한다

 

 


 나는, 그들을 위하여 외부 세계가 존재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다.” 라는 말로, 테오필 고티에는 사물들을 즐기고자 하는 모든 욕심을 표현한다. 이 욕심이 세계 내 존재를 구성한다.


(존재에서 존재자로》 중에서, 56~57쪽)



여기서 레비나스가 말한 욕심은 타자를 지향하는 욕망과 동일하다레비나스는 전체성과 무한에서 타자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존재가 아닌 무한한 자로 바라보면서 조건 없이 환대하는 욕망을 형이상학적 욕망이라고 표현한다.


고티에는 예술지상주의를 강조한 시인 겸 소설가. 그의 대표작 모팽 양서문예술지상주의 선언문이라 할 수 있다. 고티에는 이 서문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며, 유용한 것은 추하다고 했다. 예술지상주의자 혹은 유미주의자라고 부르는 예술가들의 제1철학은 아름다움이다예술의 유일한 목적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누리는(향유) 이다. 그 밖에 실용적인 사물과 도덕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어서 예술지상주의자에게는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보들레르는 자신의 첫 시집 악의 꽃초판에 고티에에게 보내는 헌사를 남겼다. 실제로 두 사람은 친했으며 서로를 존경했다. 보들레르 사후 1868년에 출간된 악의 꽃3판의 서문은 고티에가 보들레르를 만났던 일을 회상한 <샤를 보들레르>라는 글이다. 보들레르는 1859년에 쓴 <테오필 고티에>에서 모팽 양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라고 평가했으며 정치에 무관심한 예술지상주의자 고티에를 옹호한다.


레비나스의 책을 읽을 때 그가 인용한 문학 작품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레비나스는 철학을 만들기 위해 문학이라는 풍부한 재료를 마음껏 사용한 철학자다물론 몇몇 작품들은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드는 문학적 장식품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문학으로 철학에 접근하면, 처음에 난해하게 느껴진 내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철학자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사랑하는 방식은 무한하다보들레르의 시를 자주 읽은 독자로서 레비나스와 보들레르의 기묘한 관계를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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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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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빌 브라이슨(Bill Bryson)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 겸 칼럼니스트. 2003년에 출간된 그의 대표작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이덕환 옮김, 까치, 초판 2003년 발행, 개역판 2020년 발행)는 과학 비전공자들이 많이 읽은 과학 도서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과학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과 미국에서 여러 개의 상을 받았다







브라이슨의 두 번째 과학 도서 바디: 우리 몸 안내서》(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번역본의 책 뒷날개에 저자 약력이 있다. 브라이슨의 화려한 이력이 소개된 짤막한 소개 글을 한 번 보시라. 이 글에 브라이슨이 데카르트 상(Descartes Prize)’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데카르트 상은 유럽연합(EU)이 만든 상이다. 2000년에 처음 수여되었고 2007년에 중단되었다. 그런데 데카르트 상은 과학적 성과를 이룬 과학 연구팀에게 주었던 상이다. 브라이슨이 받은 상의 정확한 명칭은 The Descartes Prize for Science Communication’이다. 이 상은 과학 전문 작가 또는 과학 관련 미디어(TV 프로그램, 웹사이트 등) 제작자에게 수여했으며 브라이슨은 2005년 수상자다. 과학 해설자(Science Communicator)를 위한 데카르트 상은 2007년에 ‘Science Communication Prize’라는 이름으로 분리되었다.


과학 도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과학 해설자와 도서 인플루언서에게 간택을 받아야 베스트셀러가 된다그렇다면 나머지 수많은 과학 도서는? 이 책들은 서점 진열대 어딘가에 머무르면서 독자들의 손길을 가만히 기다린다과학 도서는 애서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분야의 책이 아니다과학 도서를 빙 둘러싼 편견은 독자들의 접근을 막는 벽견(僻見)이다.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벽과학 도서는 과학자나 과학을 전공한 작가만 쓸 수 있다또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과학자가 쓴 과학 도서는 잘 쓴 책이라는 편견이 적혀 있다이 편견에 사로잡힌 과학 비전공 독자들은 과학 전공자가 쓴 책을 어렵고 재미없다고 지레짐작한다. 몇몇 독자는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내고 읽을만한 과학 도서를 찾으러 서점과 도서관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책 인플루언서가 추천한 베스트셀러 과학 도서다대형 서점은 잘 팔리는과학 도서를, 도서관은 대출 횟수가 많은과학 도서를 편애한다.


빌 브라이슨은 독자들이 과학 도서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는 작가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서문에서 어린 시절에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과학 도서를 만난 경험을 언급한다. 그는 이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과학을 엄청나게 재미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브라이슨은 뒤늦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전문가를 직접 만나거나 그들이 쓴 책들을 참고하면서 너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과학 도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브라이슨은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중년이었다바디: 우리 몸 안내서2019년에 출간되었으며 이때 브라이슨의 나이는 60대 후반이다. 나이와 과학 비전공은 과학과 친해지기 어려운 장벽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바디: 우리 몸 안내서는 브라이슨이 혼자 쓴 책이지만여러 명의 작가의 책들이 뭉쳐진 책이기도 하. 우리는 한 권의 과학책을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권의 과학책을 한꺼번에 보고 있는 것이다. 브라이슨이 참고한 책들을 쓴 저자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과학자나 과학 전문 작가다국내에 출간된 번역본이 최소 두 권 이상 번역된 작가들을 언급하자면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80),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11쪽과 280),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 124) 등이 있다. 


브라이슨이 바디: 우리 몸 안내서에서 많이 언급한 대니얼 리버먼(Daniel Lieberman)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권위 있는 진화생물학자다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313)은 요리 행위를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주목한 진화생물학자다. 여담으로, 랭엄의 가르침을 받은 학부생은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이며 베스트셀러 과학 도서를 펴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버네사 우즈 공저, 이민아 옮김, 디플롯, 2021)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


브라이슨은 과학자들의 말과 글을 알기 쉽게 썼다. 우리 몸에 대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을 선별하여 정리했다. 그뿐만 아니라 상식으로 둔갑한 비과학적인 내용들도 언급한다우리 뇌는 평생 10퍼센트만 사용한다는 믿음(93), 다섯 가지 맛을 표시한 혀 지도(145), 하루에 물 8잔씩 마셔야 한다는 의학 전문가들의 주장(325) 등은 건강 도서나 쇼 닥터(show doctor)가 자주 출연하는 방송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는 잘못된 통념이다


바디: 우리 몸 안내서》에 잘못된 통념의 덫에 걸린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노벨 화학상과 노벨 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은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면 암을 포함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속 연구들은 그의 비타민 C 사랑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만, 지금도 비타민 C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있다.


과학자라고 해서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똑똑한 건 아니다. 그들도 착각한다. 때로는 과학적 검증을 소홀히 한다. 이들은 자신의 견해가 틀렸는데도 끝까지 옳다면서 고집을 부린다. 이런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면 학술 논문과 과학 도서를 완벽하게 잘 쓰는 똑똑한 과학자 이미지가 실제와 다른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허술한 과학자들이 있다고 해서 과학의 가치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이론이라고 부르는 과학 지식은 처음에는 과학자들의 오류와 잠정적인 결론에 가까운 가설로 취급받았다. 과학자들은 오류가 정말로 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혹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반복한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과학을 좋아할 수 있다. 호기심과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이 있으면 과학을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거나 글을 쓸 수 있다칼 세이건(Carl Sagan)은 누구나 과학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그럴듯한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이 타당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지식들과 합치하는지 검토하면서, 또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실험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당신은 과학을 하는 중이다. 이러한 생각 습관을 더 많이 실천할수록 당신은 과학을 더 잘하게 된다. 사물의 핵심을 파고드는 일은 아마도 이 행성 위에 사는 모든 존재들 중 오직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희열을 안겨 준다. 우리는 지적인 종이고 지능의 사용은 우리에게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뇌는 근육과 같다. 생각이 잘될 때,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이해는 일종의 황홀경이다.


(칼 세이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33~34)

 



빌 브라이슨은 훌륭한 작가이지만, 그도 역시 인간이다. 글을 쓰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바디: 우리 몸 안내서가 출간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발견되었다




* 57

 

 세포 수준에서 보면, 균류는 결코 식물과 비슷하지 않다. 광합성을 하지 않으므로, 엽록소가 없으며, 따라서 녹색도 띠지 않는다. 균류는 사실 식물보다는 동물에 더 가깝다. 균류가 별개의 생물임이 인정되고 별도의 생물계로 분류된 것은 1959년이 되어서였다. 균류는 기본적으로 두 집단으로 나뉜다. 곰팡이류와 호모류이다.



곰팡이는 균류에 속한다. 따라서 페니실린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로 알려진 푸른곰팡이는 녹색을 띠는 균류. 그렇다고 모든 푸른곰팡이가 푸른 건 아니다. 푸른곰팡이의 종류가 많아서 여러 가지 색깔을 띠는데, 적갈색을 띠는 것도 있다.




* 113


 다윈이 깨달은 것은 모든 아기가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의 얼굴은 표정이 아주 풍부하며 즉시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것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다른 어떤 모양보다도 얼굴, 아니 얼굴의 일반적인 형태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신생아의 시력은 얼굴의 형태와 색깔을 알아보지 못하는 원시(遠視) 수준이다. 신생아의 후각은 시각보다 더 발달했다. 신생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어머니의 몸과 옷에 밴 체취를 통해 자기 곁에 어머니가 있는지를 확인한다(참고문헌: 요하네스 프라스넬리, 이미옥 옮김, 냄새의 쓸모: 일상에서 뇌과학까지, 에코리브르, 2024). 브라이슨은 자신의 책에 아기는 냄새로 어머니를 식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썼다(131~132). 



* 208

 

 그는 겨우 서른여섯 살이던 1939년에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상을 받으러 갈 수가 없었다. 노벨 평화상이 유대인에게 수여된 뒤로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인의 수상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193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부테난트(Adolf Butenandt). 그는 나치 정권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1949년에 상을 받았다. 193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카를 폰 오시에츠키(Carl von Ossietzky, 1889~1938). 그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반전 운동을 전개한 언론인이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독일을 장악하자 반 나치즘 운동을 펼쳤다. 나치는 폰 오시에츠키를 체포하여 수용소로 보냈다. 폰 오시에츠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1936년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나치 정권은 독일인을 모독한 시상식이라면서 비난했고,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브라이슨은 히틀러를 분노하게 만든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유대인이라고 했는데, 폰 오시에츠키는 유대인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개신교 신자이며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다.




* 350


 창자암은 거의 다 큰창자에서만 생기며, 작은창자에는 암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큰창자는 대장(大腸, large intestine), 작은창자는 소장(小腸, small intestine)이다. 본문에 나온 창자암은 대장암이다. 매우 드물게 소장암이 발생한다.




* 364


 사람의 멜라토닌 생산량은 나이를 먹으면서 크게 줄어든다. 70세에는 20세 때의 4분의 1밖에 만들지 않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우리 뇌 한가운데에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 솔방울샘(pineal gland)이 있다. 솔방울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이 부위의 다른 이름은 송과선이다. 나이가 들수록 솔방울샘의 크기가 줄어들며 석회화가 생긴다. 이와 관련해서 송과선 기능 이상(Pineal gland dysfunction)이라는 정식 의학 용어도 있다(출처: 질병관리청)이러면 솔방울샘의 멜라토닌 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불면증이 일어난다.




* 500~501

 

 맬버른에 있는 플로리 신경과학과 정신건강 연구소는 양을 이용해서 폐경을 연구한다. 양이 우리 외에 폐경을 겪는다고 알려진 거의 유일한 육상동물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이다. 고래는 적어도 2종이 폐경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왜 어떤 동물은 폐경을 겪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밝혀진 폐경하는 고래는 3종이다. 범고래, 들쇠고래, 흑범고래다. 폐경하는 고래는 사회성이 높다. 과학 저널 <동물학 최전선>에 실린 글에 따르면 공동체 생활하는 다른 돌고래 종에도 폐경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출처: <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을 할까?>, 한겨레, 조홍섭, 201873일 입력)

 

미국 연구팀은 아프리카 우간다 서부 키발레 국립공원에 사는 야생 침팬지들을 관찰하면서 폐경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출처: <야생 침팬지 폐경 첫 확인영장류에선 사람 이어 두 번째>, 사이언스타임즈, 20231027일 입력)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 89




 

우겨넣는 욱여넣는





* 146


 1975년에 유명한 복어 중독 사건이 벌어졌다. 유명 배우인 미츠고로 반도[주1]가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무시하고 복어 요리를 네 접시나 먹었다. 딱하게도 그는 4시간 뒤에 질식사했다.

 

[원문]


 In one famous case in 1975, a well-known actor named Bando Mitsugoro ate four helpings of fugu-despite pleadings to stop-and died wretchedly four hours later of asphyxiation.



[1] 미츠고로 반도(坂東 三津五郎)일본 가부키 전문 배우. 가부키는 에도 시대에 시작된 전통 연극이다. 일본에 100여 개가 넘는 가부키 가문이 있다. 이 중에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4대 가문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재벌가 못지않은 명문가로 대우받는다. 가부키 가문에 태어난 자녀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가부키 배우가 된다. 이들은 본명이 아닌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런 이름을 묘세키(名跡)’이라 한다. 미츠고로 반도는 묘세키다. 그래서 미츠고로 반도로 활동한 가부키 배우는 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묘세키는 직계 자손이 물려받는 이름이라서 역대 가부키 배우들을 언급하면 초대, 2, 3, 4식으로 구분해서 표기한다. 복어 중독으로 사망한 미츠고로 반도는 1973년에 일본 정부로부터 인간 국보로 지정받은 ‘8대 미츠고로 반도.





* 159





발렌타인 데이 밸런타인데이





* 225


 유명한 아일랜드의 거인인 찰스 번(Charles Byrne, 1761-1783)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번은 키가 231센티미터로서 유럽에서 가장 컸다. 해부학자이자 수집가인 존 헌터가 그의 뼈대를 몹시 탐냈다. 시신이 해부당할까봐 우려한 번은 자신이 죽으면 관은 멀리 바다고 싣고 가서 깊은 물에 가라앉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헌터는 번이 계약을 맺었던 배의 선장을 매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번의 시시은 런던 얼스코트에 있는 헌터의 집으로 향했다. 헌터는 아직 온기가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시신을 해부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번의 호리호리한 뼈는 런던에 있는 왕립외과대학의 헌터 박물관에 전시되어왔다. 그러다가 2018년에 박물관이 보수 공사를 위해서 3년간 문을 닫기로 하자, 번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켜서 그가 원래 요구한 대로 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주2]



[2] 2023년에 헌터 박물관은 찰스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기로 공식 발표를 했다. 유골이 있었던 자리에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가 그린 찰스 번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 276쪽 원주





 


피브리치우스 파브리치우스 (Fabricius )






* 478




 

맥스 퍼루츠 막스 페루츠(Max Peru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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