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오후에 초인종 소리가 나서 현관문을 열고 보니 젊은 남자였는데 위층에 산다고 한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우리집의 세탁기 소리가 시끄럽기 때문이란다. 나는 우리집 세탁기 소리가 요란한 것은 맞다며 순순히 인정해 주었는데 그것은 그가 깍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예의 없이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면 나 역시 곱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을지 모른다. 아랫집이 아니고 윗집이고 보면 그 이웃은 아파트 ‘역층간 소음’을 호소하러 온 것이다.



그 이웃은 혼자 사는데 평일에는 회사에 가니 상관없으나 오늘 같이 회사에 가지 않는 일요일에는 세탁기 소리를 참기 어렵다고 한다. 공감이 갔다. 나는 소리에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예민한 부분이 있지 않겠는가. 내가 주말에는 세탁기를 돌리지 않겠다고 답변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에 또 다른 소음은 없냐고 내가 물었다. 그러자 밤늦게 안방 쪽 욕실에서 수돗물 소리가 들려서 잠을 자려고 할 때 방해가 된다고 한다. 둘이 얘기를 하고 보니 짐작이 되는 게 있었다. 내가 밤늦게 안방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하는데 그때 수도가 틀어져 있는 동안 발생하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소리는 위로 올라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밤 10시 이후에는 그 욕실의 수도를 틀지 않겠다고 그에게 약속했다. 10시 안에 샤워를 끝내면 될 일이었다.



그 뒤로 그가 다른 소음으로 또 찾아올까 봐 겁이 나서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필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위층에 이사 와서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 조심해야 하다니. 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가!



그런데 뜻밖에도 두 가지 장점이 생겼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첫 번째 장점은 주말엔 세탁기로 빨래를 할 수 없으니 집안일이 줄어 주말이 한가한 날로 느껴지는 점이었다. 우리집은 남편과 둘째 아이가 매일 땀에 젖은 운동복을 벗어 놓아 빨래가 많은 편이다. 나는 빨래가 다 마르면 먼지를 털고 나서 개어 각각의 옷장에 넣는다. 이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으니 주말이 한가한 날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저녁 식사 뒤 샤워 시간을 미루게 되는데 밤 10시가 넘으면 수도를 틀 수 없으니 일찍 씻는 좋은 습관이 생긴 점이다.



층간 소음을 이유로 다투다가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하니 그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내 경우 소음 문제로 장점이 생겼다고 여길 정도로 끝매듭을 잘 지은 것은 상대방이 내게 역층간 소음을 호소할 때 말투가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잊지 않기로 한다.




.......................................

충청투데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저의 글을 공유합니다. 

이 집으로 이사하기 전의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종이 신문에는 어제 날짜로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 충청투데(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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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리얄리 2026-07-07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올리신 글 보니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페크pek0501 2026-07-09 14:51   좋아요 0 | URL
얄리 님, 잘 지내시죠?
오랜만이라 로그인을 하는데 비번이 잘 생각나지 않아 헤맸어요.
반가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활동을 해야지요. 허리를 삐끗해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어요. 무거운 화분을 들다가 그리 되었어요. 머리가 나쁘면 본인이 고생합니다. 의사가 절대로 무거운 것 들지 말라고 했는데...ㅋ

잉크냄새 2026-07-09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생활 소음은 단독이 아닌 아파트의 숙명이다 하고 살아요. 예전 중국에 살 때 하이힐 신고 춤추던 윗집 여자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ㅎㅎ
 

내가 바쁜 이유가 있다..


재건축 얘기부터 해야겠다. 친정집이 재건축하게 되어 어머니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해 살아야 했다. 이사한 것이 내 기억으로 7~8년 전인 것 같다. 드디어 재건축 아파트를 다 지어서 입주하게 되었다. 참 오래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건축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고, 중간에 건설사가 바뀌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하면서 공사가 지연되어 완공 시기가 자꾸 늦춰져서다. 


난처한 것은 너무 늦게 입주하게 되어 어머니가 89세가 되다 보니 나의 도움 없이 혼자 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내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지 않은 지 3년이 넘었을 것 같다. 게다가 어머니는 당뇨병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어야 하고, 아침엔 공복 혈당을 재고 저녁엔 그 혈당에 알맞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어머니가 할 수 있긴 한데 내가 말해 줘야 한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쇠퇴로 내가 알려 주지 않으면 깜빡 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4평의 새 아파트에 우리 식구까지 다 들어가 살기엔 공간이 좁아 그럴 수가 없다. 어머니에게 안방을 내 주고 나면 작은방 두 개가 남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더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가서 함께 살 수도 없는 것이 우리 식구들도, 어머니도 함께 사는 것에 반대했다. 나는 난감했다.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두 집의 거리다.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도, 곧 입주할 새 아파트도 우리집에서 버스로 서너 정거장 가야 한다. 그동안 내가 왔다갔다하면서 피로를 느끼고 병이 나기도 해서 아무래도 내가 어머니 집 옆으로 이사를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고 실행하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와 같은 동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11층에 살고 내가 10층에 살게 된 것이다. 동일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니 동선이 짧아 좋고, 마음이 급하면 10층에서 11층으로 한 층만 내가 뛰어올라가면 어머니의 집이니 아주 편리해진다.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의 전세금과 우리집을 전세 놓아 생기는 전세금을 합하면 우리 식구가 살 새 아파트의 전셋값을 마련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이참에 딸애가 독립하겠다며 나섰다. 처음 밝히는 것이지만 큰딸은 이미 결혼해 독립해 살고 있다. 이번에 둘째 딸이 독립하겠다고 해서 처음엔 반대했다가 요즘의 추세를 감안해 동의해 주었다. 둘째 딸은 아직 집을 정하지 못해 나와 함께 여기저기 집 보러 다니고 있다. 그러니까 세 건의 이사를 앞두고 있으니 내가 바쁠 수밖에 없고 서재 활동을 할 수가 없네. 


서재 활동이 뜸해지면 세 집 이사로 바쁘구나, 생각해 주시길 바라며 올리는 글이다.


(라슬로의 사탄탱고를 읽고 있다. 이에 대한 글은 나중에...)





며칠 전에 눈이 와서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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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6-02-06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행복한 고민입니다.

페크pek0501 2026-03-30 11:55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 님, 저도 요즘 행복한 고민이구나 하고 느낍니다. 가족이 가까이 사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요.^^

감은빛 2026-02-07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바쁘실 수 밖에 없네요. 이사하려면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을텐데 부디 무슨 일이든 막힘없이 술술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6-03-30 11:57   좋아요 0 | URL
제기 가사 노동을 덜 하려고 머리를 썼어요. 부엌 일은 거의 어머니집에서만 합니다.
어머니집으로 올라와 다같이 식사를 해요. 이중으로 일을 하지 않으니 시간이 절약되네요. 감은빛 님도 일이 술술 풀리시길 바랍니다.^^

꼬꼬닭 2026-02-07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집 살림은 감히 아무나 하실 수 있는 게 아닌데 존경스럽고 마음씨가 참 착하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언제나 좋은 일이 함께하기를 바랄게요^^!

페크pek0501 2026-03-30 11:59   좋아요 0 | URL
으음... 마음씨가 착하다기보다 부모를 보살필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 하는 겁니다.ㅋㅋ
지금이야 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일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6-02-1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9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0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6-03-31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사 마무리되셨으면 슬슬 서재 마실 다니셔야죠!!!

페크pek0501 2026-04-18 12:34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님, 반갑습니다.
한 달만 쉬려 했는데 시간이 휙휙 지나갑니다.
그래도 이렇게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곧 마실 다닐게요.^^

2026-04-01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4-18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5-06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7-09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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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지만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건 고작 사년뿐이었다. 고작 사년이 아버지의 평생을 옥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었다.(252쪽) 이 소설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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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1-22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추!합니다~♡

페크pek0501 2026-01-25 13:26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 님도 좋게 읽으셨군요.ㅋㅋ^^

얄리얄리 2026-01-22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인연이란... 참... 현대사의 비극에도 사람의 인연은 맺어지고, 또 그렇게 계속 영향을 미치나 봅니다. 저도 인상이 깊게 남아 있는 책이네요.

페크pek0501 2026-01-25 13:27   좋아요 0 | URL
장례식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인상 깊은 소설이었어요.^^

감은빛 2026-01-2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청 재미있게, 다른 일 다 미뤄두고 책에 푹 빠져서 읽었어요. 이거 읽고 나서 오래 전에 읽었던 [빨치산의 딸]을 다시 찾아 읽었어요.

페크pek0501 2026-01-25 13:30   좋아요 0 | URL
오호~~ 저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다른 책을 읽는 것을 멈추고 싶을 정도로 빠져들었죠. 흡인력 백 점, 입니다.
저는 빨치산의 딸, 이 먼저 나와 있기에 그 책을 고쳐 쓴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왠지 그 책이 원형, 일 거라는 저의 자유로운 상상을 해 봤죠.^^

카스피 2026-01-23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엄연히 다른데 전쟁탓에 이후 같은 취급을 받으며 탄압받았지요.근데 빨치산을 사회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네요.

페크pek0501 2026-01-25 13:34   좋아요 0 | URL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뜻을 찾아보면 엄연히 다른데 사람들은 대체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공산주의는 현실에서 없다고 하네요. 사회주의인 거죠.
적을 빨갱이로 몰면 함께 쉽게 뭉쳐지는 현상을 한국에선 익숙하게 봅니다.^^
 

*

“사물들이 눈에 익숙해지면 우리 정신도 그것에 익숙해진다. 늘 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으며 그것의 이유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키케로)

우리가 사물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은 그 크기보다는 새로움 때문이다.(330쪽)


한국 문화의 특성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잘 안다. 한국인은 익숙해져서 새롭지 않아서다. 


예전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음식점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라 한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해서 이상할 게 없으나 그들은 의아한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행히 화장지 대신 냅킨으로 대체되어 요즘은 대부분 음식점에서 화장지를 볼 수 없다. 


무엇에 익숙하면 무엇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마치 처음 보는 듯 낯설게 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또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모두 뛰어가는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에겐 자연스럽게 느껴지나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고 한다. 지하철 역 안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도 뛰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고 한 외국인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한다. 


최근의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롱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패션 문화 현상이란다. 공중 화장실이 깨끗하고 무료인 점도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유럽은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유료이고, 미국은 무료이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단다. 



납득할 수 없다면 적어도 판단을 보류해 두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331쪽)


판단을 빨리한다고 해서 현명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달라지고 상황이 달라지면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관습에 따라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던 나라도 있고, 아버지가 자식을 죽였던 나라도 있다. 언젠가 서로에게 질곡이 될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니, 자연적으로도 하나가 쇠(衰)해야 다른 하나가 흥(興)하게 되어 있다.(338쪽)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다니 이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늙고 쇠약한 사람을 구덩이 속에 산 채로 버려 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사 지냈다는 고려장(高麗葬)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있긴 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민중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온 설화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우리의 고전설화 고려장처럼 오래전 일본의 산간마을의 전통풍습 우바스테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우바스테는 더 이상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노인을 산에 버리는 관습으로 이 연극은 그 전통을 통해 인간의 생존과 희생을 그려낸다.」(매일경제, 2025-10-20) ‘나라야마 부시코’가 한일 합작 연극으로 탄생한다는 신문 기사를 옮겨왔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이혼 전문 판사 정현숙이 출연해 소개했던 사례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일보(2025-05-22) 기사에 따르면 정현숙 판사가, 아내가 시아버지, 시동생과 동시에 불륜을 저지른 사례를 소개했다고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가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어떤 사건이 가장 놀랄 일인 줄 알았는데 더 놀랄 일이 생기고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생기곤 하는 세상이다. 인간 양심의 타락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를 사랑하라, 어느 날엔가는 그를 미워해야 할 것처럼. 그를 미워하라, 어느 날엔가는 그를 사랑해야 할 것처럼.”이라고 킬론은 말하곤 했다.(347쪽)


멋진 시로 읽힌다. 미워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 관심이 없다면 미워하지도 않을 테니.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

시1


갈퀴

                                          이재무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올리는 것이다

눈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갈퀴 깨워

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

슬슬 제 살처럼 긁어주고 있을 것이다

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

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

애틋한 사랑 어디 있을까

갈퀴를 만나 진저리치는 저 살들의 환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


........................

단상) 

누구도, 그 어느 것도 혼자의 힘으로 변화되거나 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더 나은 자신이 된다. 자기 혼자 이루어낸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흙만 그런 게 아니다. 인간도 서로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는다. 서로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다. 그 무엇도 홀로 있지 않는다.














이재무, 「저녁 6시」



시2


뿌리로부터

                                              나희덕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보다는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는 편이다


희박해진다는 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지 끝의 이파리가 위태롭게 파닥이고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뿌리로부터 달아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뿌리로부터 달아나려는 정신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허공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뿌리 대신 뿔이라는 말은 어떤가


가늘고 뾰족해지는 감각의 촉수를 밀어올리면

감히 바람을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소의 뿔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오늘의 일용할 잎과 꽃이

천천히 시들고 마침내 입을 다무는 시간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미 허공에서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


........................

단상) 

나는, 우리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그 뿌리로부터 멀리 와 있다.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어머니의 말보다 다른 세상의 말들을 믿는 신도가 되었다. 어머니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오히려 어머니에게 가르치려 든다. 어머니가 똑똑하고 영악해지기를 바라며.


내가 뽑은 구절 :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인생이란 어머니의 그 뱃속으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에 지나지 않는다. 허공에 매달린 위태로운 발걸음들이다. 한때 무한히 넓은 우주로 여겼던 어머니로부터, 우리의 전부였던 어머니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는 말자. 언제든지 되돌아갈 수 있게 가깝게 살자. 물리적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가 가깝도록....


이 시는 삶의 시작점인 과거를 생각하게 하고, 내가 선 지점인 현재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 잘 살고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시를 읽고 내 마음대로 단상을 써 보았다.

단상은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과 무관함을 밝혀 둔다.




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중에 어제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와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자기관리론 + 성공대화론 (합본, 무선)」 등이다.(나는 「카네기 인간관계론」만 갖고 있었다.) 


데일 카네기의 책 세 권을 합본하여 출간된 책이 이렇게 작다니 반전이다. 집에서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많아지는 게 싫어서 백 권 이상 버리기도 했기에, 합본이 크고 두꺼워서 공간을 많이 차지할까 봐 망설이다 구매한 책이다. 책이 작아서 실망하기보다 오히려 반가웠다. 게다가 책 세 권의 가격이 7,920원이라 저렴해서 대만족이다.


책을 펼쳐 보니 이런 글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오래전에 어느 책에서 읽어 본 듯한데 또 읽어도 좋을 문장이다. 


사소한 일로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사소한 일로 부부가 이혼하는 것이 무에 그리 대수인가. 사소한 일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자기관리론 + 성공대화론 (합본, 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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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1-15 0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문화가 다른 나라 사람한테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있겠지요 한국 사람이 다 똑같은 건 아니기도 한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빠른 걸 좋아하는 다른 나라 사람도 있더군요 화장실 무료인 건 좋은 거죠 은행이나 병원에서는 물도 편하게 마실 수 있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6-01-15 10:14   좋아요 0 | URL
각 나라의 국민 특성이나 문화는 국민의 70~80프로 이상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예외는 어떤 경우에도 있는 법.
저도 예전 출근 시간에 지하철 지하도에서 우르르 몰려 오는 사람들 때문에 제가 다칠까 봐 비켜 준 적이 있어요.
며칠 전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검정 패딩을 입은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유니폼인 줄..ㅋㅋ 우리 애들도, 나도 검정 롱패딩을 갖고 있으니 이쯤이면 한국만의 패션 문화라 할 만해요. 외국 여행을 가 보면 한국의 문화나 사회 시스템을 잘 알게 될 듯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6-01-22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재무 시 <갈퀴 >!
넘 좋아요~~

페크pek0501 2026-01-25 13:36   좋아요 1 | URL
그렇죠? 기발하죠?
시인은 천재, 같습니다.^^
 

*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예전에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진정한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싸우지 않는다. 똑똑한 아버지가 그건 몰랐다. 그래서 아버지는 분이 머리끝까지 차 싸움에 임하는 사람을 절대 이기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가 총을 들고 백운산과 지리산을 누빈 역전의 용사라는 게 나는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총을 메고 산이나 뛰어다녔겠거니, 발은 빠르니까,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115쪽) 


단상) 

총을 들고 다녔던 빨치산이었다고 해도 쥐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인간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겁 많은 사람이 그 겁 많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또는 스스로 겁을 없애기 위해 남보다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 중 그 무엇도 한 가지로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     


대학 시절, 한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어릴 때 심한 화상을 입어 오른쪽 검지 한마디가 뭉그러졌다. 군대는 언제 가냐는 아버지 질문에 친구가 화상 입은 손가락을 들여 보였다. 

“좋것네. 군대는 안 가겄그마. 새끼손가락에 화상을 입었으면 워쩔 뻔봤능가? 그랬으면 군대도 가야 했을 판인디……”

친구를 볼 때마다 손가락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나는 아버지 말에 밥을 먹다 말고 사레가 들렸다. 친구는 느닷없이 박장대소했다. 나중에 그 친구가 그랬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한 게 우리 아버지가 처음이라고. 어쩐지 아버지 말에 지금까지의 모든 설움이 씻겨 내리는 것 같았다고.(141쪽)


단상) 

때로는 따뜻한 말을 전하거나 공감해 주기보다 동정하지 않고 다른 이와 똑같이 예사롭게 대해 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소설을 통해 인간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소설의 문학적 가치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다.

  



**

시1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단상) 

남들처럼 살 필요가 있을까? 각자의 특성과 취향에 맞게, 각자의 속도대로 살면 된다. 


     

시2


다음에

                                       박소란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

단상) 

이 시를 읽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음, 이란 없어 지금 당장 해야 해, 와 같은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 반대로 나는 다음, 이란 말이 좋다. 


다음, 이라는 말이 기쁨을 유예시키는 말일 수도 있고, 그들 앞에 마지막 만남만이 남아 있다면 이별의 슬픔을 유예시키는 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일지 결과를 몰라도 다음, 이라는 말에 희망을 걸고 사는 삶을 지향하겠다. 우리 삶을 견디게 해 주는 다음, 이라는 말에서 위안을 얻겠다. 때론 마음속에 걸어 놓은 희망만으로도 힘을 얻게 되는 일이 있으므로.


다음, 이 없는 삶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다음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 다음엔 취업이 되겠지, 다음엔 연애가 결혼으로 결실을 맺겠지, 다음엔 물가가 내리겠지 하는 이 '다음'이 없다면 희망이 빠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은 단맛이 빠진 케익과도 같은 것.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다음, 이라는 희망을 걸고 내가 목표로 한 곳을 향해 꾸준히 걷겠다. 뛰지 못하지만 '꾸준히'의 힘을 믿겠다. 가랑비에도 옷은 흠뻑 젖을 테니까



시3


겨울사랑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내가 책 사는 게 사치로 여겨지던 아이엠에프 시대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던 때였다. 그때 책 좋아하던 내게 남편이 오만 원짜리 도서상품권을 주었다. 아마 내 생일이었던 것 같다. 돈으로 주면 생활비로 쓰게 되니 책을 사 보라고 도서상품권을 구매해서 생일 선물로 주었으리라. 


그 당시 책 한 권이 만 원이 안 되던 시절이라 오만 원이면 책 다섯 권 이상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를 충분히 기쁘게 해 주는 선물이었다. 그 선물이 너무 고마워서 삼 년쯤 남편에게 관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에게서 섭섭함이 느껴질 때마다 그 선물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살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섭섭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때를 위해 선심 쓰듯 베풀어야겠다. 그러면 그 상대는 내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나의 베풂을 떠올리며 내 잘못을 눈감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를 버티게 해 줄지 모른다.



시4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위의 '시'와 같은 방식으로 '행복'에 대해 표현해 보았다.)


행복은 집의 큰 평수, 고급 승용차, 명품 핸드백 등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있지 않다. 행복은 가족의 밝은 얼굴과 즐거운 표정 속에 있다.

  


시5 


손금

​                                    박준


색을 두고 왔어. 우리가 둘이서 말도 없이 얼굴 마주하며 보았던 빛깔들. 아마 지금은 한살씩 나이를 더 먹었을 거야. 번지는 게 유일한 일이었던, 오방으로 말갛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곳에 어떤 순서가 있다고 믿었어. 왜 살아보면 알잖아. 과원에 드리워진 안개를 걷어내는 아침의 울림과 해변에 적힌 글자를 지우는 밀물의 운율과 끝을 본 사람들의 젖은 목청들. 모두 한 결이었지. 이 잇달음을 맥(脈)이라 부르며 그리며 짚어보며 우리가 놀았던 것이고.


​이곳에서는 흰 것이 검은 것을 만나. 그러고는 순서도 없이 외연을 잃어버려. 선들이 발을 질질 끌고 지나간 자리마다 어제의 마디가 듬성듬성 그려져. 갖춤 없는 빛이 켜지는 것도 바로 이때야.


​한쪽으로 생각을 몰아넣고 전부인 양 살아갈 거야.


기다리지 않을 거야. 마중도 배웅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들 앞에 서는 그냥 양손을 펴 보일 거야. 하나 숨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눈을 가까이 대고 목숨이니 사랑이니 재물이니 양명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을 필요는 없어. 이제 모두 금이 가고야 만 것들이야.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한쪽으로 생각을 몰아넣고 전부인 양 살아갈 거야.


(나는 이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서 써 봤다.)


하나의 생각에 꽂히면 그것이 전부인 양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한다. 그 안에 갇히는 것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 안에 갇혀서 다른 걸 놓쳤다는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서 속이 상하더라도 그 일은 무수한 점들 중 하나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시6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단상) 

내가 뽑은 구절: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살면서 마음이 추운 누구에게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난로 같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당신은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 보았는가? 당신 주위에 난로 같은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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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1-07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지아 소설가는 모르는데 아마도 현대 젊은 작가군의 한 작가인듯합니다. 근데 인용문과 단상의 글쓰기...이거 좋은데요! 저도 이런 글쓰기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6-01-07 18:22   좋아요 0 | URL
정지아 작가의 소설을 강추합니다. 입담이 굉장합니다.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65년생 작가입니다.
오! 야무 님도 시와 단상, 을 써 보시면 제가 읽을 맛이 나겠는 걸요. 기대됩니다.
새해는 시와 친해져 보려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와 관련해 단상을 써 봤어요.
시를 해석하는 건 어려워서요. 내 마음대로 단상, 입니다.

yamoo 2026-01-08 11:09   좋아요 1 | URL
흠...정지아 작가가 65년생이면 젊은 작가는 아니겠네요..
그렇게 상찬하시니 일단 구매리스트에 올려서 구경이라도 해 봐야 겠습니다.

시는 아니구요...발췌문 밑에 단상...요런 스타일 말하는 거에요..ㅎㅎ
저는 시집을 읽는 적도 거의 없고, 시와는 거리가 멀어서...관심도 없고..^^;;

페크pek0501 2026-01-09 12:13   좋아요 0 | URL
화가 님께서 시를 가까이하지 않으시는군요. 왠지 시와 그림은 잘 통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언어로 나타낸 그림이 시, 라면,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시, 가 될 것 같은데요.(이건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 글귀예요.ㅋㅋ)
소설도 단상 쓰기 좋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6-01-07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칠환 시 너무 위트있고, 철학적이네요^^

페크pek0501 2026-01-09 12: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읽고 한눈에 반해 버렸죠.^^

잉크냄새 2026-01-07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이 미움을 받는 건 ‘다음‘의 미래 불확실성에 있나 봅니다. ‘다음‘뒤에 따라올 것들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희망이든 다 좋은데, ‘밥 먹자‘와 붙었을 때 만큼은 신중해야 합니다. 밥 마저 돌아선다면 너무 서글픈 일일테니까요.

페크pek0501 2026-01-09 12:15   좋아요 0 | URL
다음에 밥 먹자, 라고 하면 안 되는 거죠?
불확실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는 건 사실이죠. 어떤 발표를 기다릴 때 그런 걸 느껴요. 떨어져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는..ㅋㅋ

카스피 2026-01-08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2022년에 웬 빨치산 문학인가 싶어서 작가 약력을 확인했더니 65년생 전남 구례출신 작가네요.사실 육이오전쟁 전후로 전라도 지역에서 빨치산들이 많이 활동했기에 작가가 태어날 시기만 하더라도 빨치산의 빨자만 끄내도 바로 잡혀가던 시절이었을 겁니다.하지만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면서 남부군이나 태백산맥같이 빨치산을 다른 문학들이 등장하면서 빨치산도 나름 낭만적으로 포장되었는데 21세기 들어서까지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야심한 밤에 베이글과 거피 사진을 보니 갑자기 배가 무척 고파지네요/

페크pek0501 2026-01-09 12: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공산주의, 자만 들어가도 불온서적이라 취급하고 잡혀 가던 시절이 있었지요.
가사가 조금만 수상하게 여겨져도 금지곡이 되고요.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시대였어요.
커피는 밤에도 마시고 싶죠.^^

감은빛 2026-01-22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늘 느끼지만,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저 위에서 [아버지의 해방 일지]에 대해 댓글 남겼는데, 요기도 또 글이 있군요.
[빨치산의 딸]이랑 비교해서 읽으니, 아버지의 성격이나 세부 디테일이 살짝 다르더라구요.
작가가 젊은 시절에 거의 부모님의 전기처럼 쓴 저 책은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반면에 이 책은 확실히 소설이라고 픽션이 가미되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6-01-25 13:41   좋아요 0 | URL
호호~~ 사진에 대해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추어지만 관심을 갖고 찍으면 점점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요.
빨치산의 딸, 도 읽어 볼 만하겠네요. 정지아 작가는 소설가 말고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입담이 대단해서요.
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 꼭 실화를 옮긴 듯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