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앨범을 보다가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이 이렇게 조그마한 때가 있었다니. 그때로 돌아가 작고 귀여운 애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육아에 전념하며 고단하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잠자는 밤이 되는 게 좋았었다. 내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빨리 커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살았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있었던 일이다. 밤에 잠을 안 자고 자꾸 말을 시켜서 그만 자라는 뜻으로 내가 “안녕 잘자.”라는 말로 말하기를 끝내려고 하자 아이가 화가 난 말투로 대답했다. “안녕은 개뿔.”이라고. 그 당시 ‘개뿔’이란 말이 유행이어서 아이가 티브이를 통해 들었나 보다. 그러고 나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엄마 내 꿈 꿔.” 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난 “응.”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맘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루 종일 너한테 시달리느라 피로한데 꿈속에서 또 만나자고? 싫다 싫어.'

 

 

  엄마밖에 모르던 아이였다. 나와 함께 있는 걸 가장 좋아하고 나와 떨어져 있는 걸 가장 싫어했던 그때. 지금 생각하면 그리운 시간이다. 타임머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 시간 속에 있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리운 날들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땐 행복한 줄 몰랐다는 점이다. 지나고 나서야 그게 행복임을 알게 된다.(3.7매)

 

 

 

 

 

 

 

...................................

싱거운 글 하나 썼습니다.
속 시원히 말해 주지 않는 답답한 사람처럼 속 시원히 비가 내리지 않는 장마철 2020년 7월 7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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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7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7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7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07-07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페크님,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7-07 23:05   좋아요 1 | URL
저도 안녕은 개뿔, 이란 표현이 재밌어서 그 당시 친구들에게 많이 얘기해 줬어요.

서니데이 님도 시원한 밤, 잘 주무세요. 어젯밤엔 잘 때 추웠어요.
감사합니다.

잘잘라 2020-07-07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싱겁지 않습니다. 아주 상큼해서 생긋 웃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07-07 23:09   좋아요 0 | URL
싱겁지 않아 다행입니다. ㅋ 화요 단상을 쓰려고 계획했는데 아무래도 매주 화요일마다 글을 올릴 자신이 없어서 그냥 페크의 단상, 이라고 했죠. 화요일마다 쓴 게 3회째네요. 과연 계속 쓸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제 능력을 실험 중입니다.ㅋ

이 글은 쓰고 보니 너무 시시해서 올리지 말까, 하다가 다른 글감은 생각나지 않고 외출은 해야 하고 화요일이라서 그냥 올렸답니다. 상큼하단 표현은 과찬~~!!
감사합니다. 응원으로 알겠습니다.


moonnight 2020-07-07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큰 조카아이가 과묵한 중학생이 되고보니, 왜? 왜 그런 거야? 고모 나 봐봐 이거 같이 하자 하며 재잘재잘 시끄럽게 굴던 때가 너무너무 그리워요ㅜㅜ 그 때 내가 더 잘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도 크고ㅠㅠ 너무 빨리 자라지 말라고 부탁했건만-_-;;
고모도 이런데 엄마 맘은 어떠시겠어요. 토닥토닥 ㅠㅠ;

페크(pek0501) 2020-07-07 23:13   좋아요 0 | URL
조카는 정말 예쁘죠. 어쩌면 친자식보다 더 예쁘다고 느낄 수 있어요. 자식은 늘 옆에 끼고 있어야 해서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보다 힘들다고 느끼며 키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진을 보니 정말 작고 귀엽더라고요. 그 시절로 돌아가 놀아 주고 싶은 거예요. 이젠 키가 훌쩍 커져서 저보다 더 커요.
아이는 정말 빨리 커요. 무럭무럭 자라요. 그런 거 보면 우리 어른이 늙지 않는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0-07-07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은 그때 잘 모르고 시간이 흐르고 그때가 좋았다 하기도 하죠 아니 사람은 다 아주 안 좋은 일 빼고 지난 일은 다 좋게 느끼는 듯도 합니다 그걸 생각하고 지금 좋은 걸 느끼자고 하기도 하지만, 그게 마음먹은대로 안 되기도 합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할 일이 있는 것도 좋은 거죠


희선

페크(pek0501) 2020-07-08 21:2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시간이 마술을 부린다고 하지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거의 일이 다 좋게 여겨지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서요.

요즘 책에 많이 등장하는 문구 중 하나가 ‘지금, 여기에 충실해라‘ 인 것 같아요. 현재가 가장 중요하고 자신이 있는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나중에 그때가 좋았는데 하지 말자는 뜻도 될 듯하네요.

밤 공기는 시원해서 아직 견딜 만한 여름입니다. 좋은 여름날이 되시길 빌어요.
고맙고요...
 

 

 

 

 


  대구에 사는 친구 둘이 케이티엑스를 타고 서울에 오는 날이 있다. 나처럼 서울에 사는 친구가 있어 우리 둘은 마중을 나가기로 해서 그날 넷이 함께 오전 11시에 서울역에서 만난다. 6개월에 한 번쯤 만나기에 반갑기 그지없어 서로들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우선 음식점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나서 서울 구경을 하는 게 이날 스케줄이다. 저녁 때 친구 둘이 대구에 돌아가야 해서 마음이 바쁘다. 

 


  어느 봄날 넷이서 남산 케이블카를 타 보았다. 너무 오랜만에 타는 거라서 그런지 처음 타는 것처럼 발아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을 내려다보며 나는 감탄하였다. 한편으론 케이블카가 공중에서 고장이라도 나서 멈춰 버릴까 봐 무섭기도 했다. 어느 가을날 한강 유람선을 타 보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보기만 했던 유람선을 실제로 타 보니, 마치 소풍을 온 학생처럼 마음이 들떠 배가 출발하자 나도 모르게 "어머 어머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왜 그동안 이런 걸 타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이 났다. 

 


  또 과천 대공원에 가서 동물원 구경을 했고, 큰 호수 위 높은 곳에서 리프트를 탈 때는 넷 다 고소 공포증이라도 생겼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몸자세를 고치면 호수에 빠질 것만 같아 얼마나 긴장한 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지 리프트에서 내릴 땐 안도의 한숨이 다 나왔다. 모두들 입을 모아 리프트를 타고 있는 동안 밑으로 추락해 물속에 빠지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는 솔직한 고백에 우린 웃음보가 터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내가 대구에 사는 친구들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 준다고만 여겼다. 서울에 사는 친구와 내가 대구 친구들이 고마워할 일을 해 주었다고만 여겼다. 최근에야 알았다. 그 친구들 덕분에 내가 서울 구경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음을.  

 


  서울에 살다 보면 서울을 구경하러 다니게 되지 않는다. 애들이 어릴 땐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재미로 남편과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지만 애들이 크고 나니 그런 외출을 하게 되지 않았다. 또 서울 친구들끼리만 만나면 한곳에서 만나 점심을 사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질 뿐이어서 어디 구경을 다니지 않는다. 

 


  “대구 친구들아, 너희들이 서울에 오지 않았으면 내가 서울 구경을 다닐 기회가 없단다. 내가 20여 년 만에 케이블카도 타고 20여 년 만에 유람선도 타고 즐거웠던 것은 다 너희들 덕분이야. 그러니 내가 너희들에게 베푼 게 아니라 너희가 나에게 베푼 거야. 먼 서울까지 와 줘서 정말 고마워.”

 


  깨달음은 늦을 때가 많다. 그래도 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나만 상대에게 베풀었다는 생각은 인간관계에서 심각한 해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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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6-30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관계네요. 부럽습니다. 6개월에 한번씩 먼 곳에 있던 친구를 만나는 페크님.

그러고보니 서울에 산지 거의 20년인데, 남산 케이블카도, 한강 유람선도, 과천 대공원도 한번도 안 가봤네요. 저는 고향 부산에서 놀러올 친구조차 없어서 그렇게 놀러다닐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0-07-01 14:03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도 그러셨군요. 저도 그 친구들 아니었다면 서울에서 놀러 다닐 생각을 못했을 거예요. 애들이 크고 나니 멀리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 곳으로 놀러 가게 되고 아니면 외국 여행 가자고 조르니, 뭐 케이블카 타러 가자고 할 수도 없고... ㅋ

그런데 저처럼 먼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당일 단거리로 놀러 가는 게 좋더라고요.
케이블카와 유람선을 추천합니다. 동심의 세계로 가 보는 경험, 괜찮습니다.



파이버 2020-06-30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른이 되고나서 직장때문에 낯선 곳에 자리 잡았는데, 정말 친구 아니면 관광할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휴일이면 침대에 번데기처럼 붙어만 있었죠... 친구들이 놀러오든, 제가 놀러가든 지역관광 시켜주는 것을 한번도 반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페크님의 글을 읽고 머리가 띵 했습니다... 언젠가 친구들이 또 놀러오면 꼭 좋은 한끼 대접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7-01 14:06   좋아요 1 | URL
머리가 띵 하셨다니 파이버 님의 댓글에 힘이 나는군요. 으싸으싸...ㅋ
인간은 언제나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데 익숙해서 저 역시 제가 베풀었다는 생각만 했답니다. 차비 들여서 멀리서 와 주는 것도 상당히 베품인데 말이죠.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20-06-30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곳에 있으면 가깝다는 이유로 잘 가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나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아니면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친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는 것 그리고 깨달음에 대한 내용도 읽으면서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페크님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7-01 14: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까워서 언제나 갈 수 있단 생각에 소홀하게 되지요.
따뜻한 느낌이 드셨다니 좋네요. 다행스럽고요. ㅋ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는 곧 친정에 놀러갑니다. 걸어서 가야죠.
오늘은 걸어도 많이 덥지 않을 날씨네요. 이럴 때 왕창 걸어야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테레사 2020-07-01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훈훈...따뜻...같이 생을 살아내는 동시대의 동료....뭐 그런...분이 있는 페크님은 복을 많이 지으신 분 같아요.

페크(pek0501) 2020-07-01 14:1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복을 이제부터 지으려는 사람입니다.
사실 함께 똑같이 늙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의 존재가 참 고마운 존재인데
표현을 많이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새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테레사 님, 댓글 고맙습니다.

cyrus 2020-07-01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대학생 때 서울에 당일로 놀러간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서울행 기차 첫 차를 타고, 대구행 기차 막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서울 전체를 혼자서 돌아다니고 싶어요. ^^

페크(pek0501) 2020-07-01 14:1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의 출현이십니다. 알라딘에 한 달만인가요? 새 글이 없길래 열독하시나 보다 했습니다.
딸애 친구들 중에 서울에 와서 하루종일 혼자 놀다가 잠만 우리집에서 자고 갔던 친구가 있었어요. 혼자 놀러 다니기도 재밌다고 합니다.
즐거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무얼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못 갈 것이고 아무래도 책에 빠져 지내야 하겠지요. 걷기나 하면서.
댓글, 감사합니다. 반가웠어요...


cyrus 2020-07-01 17:27   좋아요 1 | URL
요즘 북 카페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 재미 들려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어요. ^^

페크(pek0501) 2020-07-02 13:1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도 카페에 책과 노트를 들고 가 본 적이 있어요.
새로운 기분이 들죠. ㅋ

희선 2020-07-02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사는 사람은 서울이 별나고 볼 것이 많다고 느껴도 서울에 사는 사람은 다르겠습니다 이건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습니다 자신이 사는 곳을 잘 다니는 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 거의 다른 데서 오고 좋아하지 않을지... 페크 님은 대구에 사는 친구분이 오셔서 케이블카나 유람선을 타셨군요 친구와 함께여서 더 즐거웠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07-02 13:18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좋아지더군요. 여럿이 어울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죠. ㅋ

희선 님도 저의 좋은 이웃입니당~~~
 

 

 

 


  언제부턴가 내 마음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일을 좋아하다가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하다가 좋아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다가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하다가 좋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내 마음을 신뢰할 수가 없다.

 

 

  또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장소나 환경에 따라 그것의 느낌이 달라지는 걸 경험한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하는 식사가 그렇다. 나는 병실에서는 물론이고 병원 안에 있는 식당에서도 밥 먹기를 힘들어 한다. 평소 내가 맛있게 먹는 밥과 반찬이라 할지라도 병원에서 먹으면 맛이 없어 먹기가 괴롭다. 먹는 장소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는 건 마음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같은 풍경이라도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이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면, 자기 마음이든 타인의 마음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겠다. 우울·불쾌·슬픔·분노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좋은 감정 상태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말이다. 

 

 

  이와 관련해 책 세 권을 뽑아 보았다. 내가 아주 흥미롭게 읽은 책들이다.

 

 


1. 당신은 자기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으로 ‘높은 지위’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며, 지위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불안’이 생기는 점에 주목하였다.

 

 

  『우리가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自我像)을 결정하기 때문이다.』(9쪽)

 

 

  『지위로 인한 불안은 비통한 마음을 낳기 쉽다.』(9쪽)

 

 

  그리하여 ‘지위로 인한 불안’을 없애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죽음을 생각하기이다. 『죽음은 지위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던 관심의 덧없음, 나아가 무가치함을 드러낸다.』(297쪽)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생각 옆에 갖다 놓으면 어떤 행동들이 하찮아 보일 수밖에 없다.』(301쪽)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 『(죽음으로 인해) 우리 자신의 유한성을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람의 죽음, 특히 우리가 큰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게 되는 업적을 쌓은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지위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306쪽)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 죽게 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갈망하는 ‘지위’라는 것도 별것 아닌 게 되어 버릴 테니까. 

 

 

  둘째, 폐허를 보는 것이다. 폐허는 『어차피 모든 것은 사라질 운명』(316쪽)이며 『국지적인 승리는 가능하지만, 몇 년 정도 혼돈에 약간의 질서를 부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원시의 용액으로 돌아갈 운명』(316쪽)임을 말해 준다. 이 같이 『영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들 가운데 중요하다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316쪽) 그러므로 폐허를 보고 나면 ‘지위’라는 것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셋째, 광대한 풍경을 보는 것이다. 『광대한 풍경 역시 폐허와 마찬가지로 불안을 다독여 주는 효과가 있다.』(320쪽)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는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다.』(320쪽~321쪽)

 

 

  이를 정리하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또는 폐허나 광대한 풍경을 보게 되면 마음이 움직여서 불안 또는 불행을 없애거나 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큰 불행을 겪은 이가 여행을 하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마음이 움직여서다. 여행을 통해 광대한 풍경을 보는 일만으로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긴 하다.

 

 

 

 

 

 


2. 당신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대조효과’를 이용한 어느 여대생의 편지를 공개한다. 그 여대생은 자신의 나쁜 성적을 부모에게 편지로 알리는데, 부모가 화가 덜 나도록 ‘대조효과’를 이용한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집을 떠나 학교에 온 후로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중략) 저는 지금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이곳 기숙사에 입주하자마자 불이 나서 저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다가 골절상과 뇌진탕의 부상을 입었지만 이제는 거의 다 나아 괜찮습니다. 병원에는 단지 2주일 동안만 입원해 있었어요. 이제는 하루에 한 차례씩 두통에 시달리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다행히 저의 기숙사에 불이 난 것과 제가 불을 피해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을 기숙사 근처의 주유소 직원이 목격을 하고 저를 위해 증언을 해 주어서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화재를 발견하고 소방서에 연락했을 뿐 아니라 구급차를 불러 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답니다.

 

더군다나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를 위문차 찾아와서 기숙사가 불이 나서 갈 데가 없다면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도 좋다고 저를 초대하는 호의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그의 아파트라는 것이 지하실의 단칸방에 불과했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요.

 

그는 매우 훌륭한 청년이어서 우리는 금방 서로 사랑에 빠졌고 장래를 약속했답니다. 아직 구체적인 결혼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있으면 제 배가 더욱 불러져서 보기 싫어지기 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놀라셨죠? 그래요 저는 임신을 했답니다. (중략) 저희가 아직 결혼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이의 질병이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저도 어쩌다 보니까 그 병에 전염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부모님은 그이를 우리 집안의 사위로 환영해 주시리라 믿어요. (중략)
 
하하! 엄마, 아빠 이제 정말로 저의 최근 근황을 말씀드릴게요. 사실은 기숙사에 불이 난 적도 없으며 저는 골절상과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어요. 게다가, 저는 남자 친구도 없으며 동거한 적도 없고 따라서 임신도 하지 않았지요. 물론 질병에 걸리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문제는 제가 미국사 과목에서 ‘D’ 학점을 그리고 화학에서 ‘F’ 학점을 받았다는 거죠(--!!). 매우 유감스러운 성적이지만 제가 건강히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니 별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샤론 드림』(46쪽~47쪽)

 

 

  이 편지는 부모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성적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게 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3. 당신은 상술로 인해 마음이 움직인 적은 없는가

 

 

  에릭 번은 <심리게임>에서 인간의 내면에는 부모, 어른, 아이 등 세 가지의 ‘자아 상태’가 존재한다며 그 특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부모 – 부모 역할을 하는 인물과 닮은 자아 상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자기 부모를 모시고 다닌다.)

 

어른 - 자율적으로 객관적 현실 평가를 지향하는 자아 상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어른이 있다.)

 

아이 - 아동기 초기에 고착되어 지금까지도 활용하는, 미성숙한 아동기 흔적을 대표하는 자아 상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극적인 판매 게임으로, 상술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를 소개한다.

 

 

  『판매원 : “이게 더 낫긴 한데, 고객님한테는 좀 부담스럽죠.”

 

주부 : “이걸로 하겠어요.”』(53쪽)

 

 

  『판매원은 어른으로서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을 언급한다. “이것이 더 낫다.” 그런데 “당신은 이것을 살 형편이 안 된다.” 표면적 혹은 사회적 수준에서 보면 이 진술은 주부의 어른에게 말하고 있으며, 주부의 어른이라면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쯤으로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면, 혹은 심리적 벡터는 노련한 판매원의 어른으로부터 주부의 아이를 향하고 있다. 판매원의 판단이 정확했다는 것은 아이의 대답이 입증하고 있다. 아이는 사실상 “가계부에 구멍이 나든 말든 이 거만한 친구에게 내가 누구보다 훌륭한 고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야 말겠어.”라고 말하는 것이다.』(53쪽)

 

 

  자기 안의 ‘아이’를 잘 지배하지 않으면 남으로부터 지배당하는 일이 생기리라.

 

 

 

 

 

 

 

 

 

 

 

 

 

 

 

 

 

 

 

 


.............................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개정판이 나왔네요.


제가 쓴 위 글에서는 구판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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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6-2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정된 시간이라거나 수량이 있는 판매방식에 약한 것 같아요.
할인쿠폰과 적립금도 그렇고요.
그렇게 필요한 것은 아닌데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 고르신 책처럼 일종의 불안으로 설득하는 심리게임의 방식 같아요.
오늘 페이퍼의 사진이 예뻐요. 글도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28 22:10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어떤 땐 적립금 때문에 책을 구입하다가 한두 권만 사기가 미안해서 책을 더 추가해 삽니다. 배달하시는 분에게 미안하거든요.

사진이 좀 특이한 색상이죠? 재주 조금 부렸어요. ㅋ

서니데이 님도 하루 잘 마감하시고 편안하게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6-29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일단 새 서재로 들어와 글 남깁니다.
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문제가 생각 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북풀 팝업창 없애려다 이게 무슨 봉변인지 모르겠습니다.ㅠ

페크(pek0501) 2020-06-29 22:31   좋아요 0 | URL
헐~~ 아직도에요? 뭐 이런 경우가...

심각할 게 뭐가 있겠나 싶네요. 더디긴 하지만 되겠지요. ^^

희선 2020-06-30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마음 다스리기 무척 힘들지요 어떤 걱정에 빠지면 자꾸 거기에만 마음 쓰고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기도 하죠 그러다 사람은 죽는다 생각하면 걱정 덜할지... 죽음을 생각하다 덧없음에 빠지면 안 될 텐데 싶기도 해요 우주를 생각하면 사람은 아주 작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사람이 살려는 게 대단한 느낌도 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좋을 텐데...

갑자기 사기 치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런 사람은 속을 사람을 잘 알아본다고도 하던데, 무언가를 파는 사람도 비슷해 보이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30 12:12   좋아요 0 | URL
인간은 유혹에 약한 존재지요. 어리석음의 깨달음은 늘 한 박자 늦게 오고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모든 일이 좁쌀만해지긴 해요.

사기꾼 말씀을 하시니까 생각난 것. 사기꾼이 사기 치려고 작정하고 달려들면
누구나 속아넘어간다고 하네요.

어젯밤 빗소리가 요란했어요. 우리 딸은 밤에 빗길 운전을 하고 오느라 엄청 무서웠다고 하네요. 막 퍼붓더랍니다.

희선 님,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두세 시간쯤 되어 눈이 피로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눈 건강을 위해 책을 덮고 일어난다. 이때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눈이 피로하지 않다면 얼마든지 독서를 할 수 있을 텐데 싶어 손해 보는 인생을 사는 듯해서다. 

 


  그 손해란 두 가지다. 첫째, 워낙 독서를 좋아하는데 눈 피로로 중단해야 하니 억울하기 때문이다. 둘째, 책을 읽어 아는 만큼만 글을 쓰는 거라고 믿는 내게 독서를 중단해야 하는 건 글을 잘 쓸 수 없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눈이 피로하지 않다면, 난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을 수 있으니 즐거울 뿐만 아니라 독서량이 많아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루에 몇 시간밖에 독서를 할 수 없다는 게 불행한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좋은 점을 찾아냈다. 긴 시간 동안 책상에 같은 자세로 앉아 독서를 하다 보면 어깨에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눈 피로로 독서를 중단함으로써 어깨뿐만 아니라 몸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장시간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게 건강에 나쁘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므로 눈 피로는 건강을 해치지 않게 몸이 보내는 신호인 셈이다. 

 


  체호프의 작품 중 ‘로실드의 바이올린’이란 단편 소설이 있다. 주인공 야코프는 아내와 둘이 가난하게 사는 노인이다. 관 짜는 일로 돈을 벌고 일거리가 들어오면 바이올린 연주로도 돈을 번다. 야코프는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쉬는 날에 돈을 벌지 못함을 손해로 여겨서다. 계산해 보니 1년 중 돈을 벌지 못하는 날이 200일이나 되는 게 그는 불만스러운 것이다. 

 


  내가 야코프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차피 인생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1년 365일 중 165일이나 돈을 벌 수 있고 200일을 쉴 수 있으니 참 좋다고 여기라고. 바이올린 연주로 부수입이 생기는 날도 있으니 운이 좋은 거라고.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 솜씨를 가져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위안거리인 거라고. 

 


  인간은 두뇌가 우수하여 좋은 일이 생겨도 불만거리를 찾아내듯이 노력하기로 작정한다면 나쁜 일이 생겨도 위안거리를 찾을 줄 안다. 앞으로 나에게 나쁜 일이 생길지라도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고자 한다. 생각이 삶을 이끈다고 믿으므로.(5.8매)

 

 

 

 

 

 

 

 

 

 

* 이 글과 관련된 책 *

 

 

 

 

 

 

 

 

 

 

 

 

 

 

 

 

 

『야코프는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항상 끔찍한 손해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일이나 축일에 일하는 것은 죄가 되니 일을 할 수 없고, 월요일은 힘든 날이니 일할 수 없다. 결국 이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팔짱을 낀 채 쉬어야 하는 날이 200일이나 되는 것이다. 얼마나 큰 손해인가! 또 만일 누군가 도시에서 악단 없이 결혼식을 올리거나, 샤흐케스가 불러 주지 않으면 이 역시 손해였다.

(중략)
특히 밤이 되면 야코프는 손해에 대한 생각에 시달렸다.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으로 기어들 때면 침대 곁에 놓아둔 바이올린 줄을 퉁기곤 했다. 어둠 속에서 바이올린이 소리를 내면,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131쪽, 로실드의 바이올린)
-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에서.

 

 

 

 


오늘 뽑은 글입니다.
찌는 더위 속에서 빗줄기를 기다리며 2020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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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6-23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서 아쉬운 것 같아요.
어떤 좋은 것은 또 다른 아쉬운 것이 되고, 아쉬운 것은 또다른 좋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페크님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많이 더웠어요.
페크님,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24 00:0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는 나이가 들수록 더 알차게 살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젊은 날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좋아서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아마 그땐 늘 젊을 것 같아 시간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 같아요.
서니데이 님은 젊으신 데도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들어 좋습니다.
오늘 저는 저녁 때 나가서 친정어머니가 하시는 걷기 운동에 동참해 걸었어요.
당뇨병이 있으셔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걷기를 한답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하세요. 그래서 병이 있는 사람들이 장수하나 봅니다.

내일은 비가 온다니 기대하며 잠을 청하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그러시길...ㅋ

테레사 2020-06-24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기 산책로인가? 어딘지 따라 걷고 싶어지네요. 지금은 비가 와요,비가..이렇게 계속 순하게 와주면 좋겠지만......순한 것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지는 나이인지라....ㅎㅎ

페크(pek0501) 2020-06-24 15:05   좋아요 0 | URL
테레사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ㅋ
저 사진은 서울 현충원 안이랍니다. 좋은 풍경이 많아요.
아직도 비가 오네요. 오랜만에 비 오는 게 반가운데 장마로 수재민이 발생해선 안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순한 것들이 소중하네요.
반가웠습니당~~~

테레사 2020-06-24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집에는 자주 들락거립니다.ㅎㅎ 맘도 몸도 여유가 없는 생활이지만...서재친구분들 집에는 들르고 있지요. 페크님은 늘 제게 좋은 이웃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0-06-25 14:35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몰랐어요. 한동안 보이시지 않길래 근황이 궁금했어요.
그러다가 북플에서 테레사 님의 글을 보게 되어 반가웠어요. 제가 워낙 로그인을 하지 않는 날이 많은지라...ㅋ

누군가가 제 글을 잊지 않고 봐 준다는 건 응원과 같은 것이지요. 감사드립니다.

희선 2020-06-25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 때문에 괜찮은 게 있다는 걸 찾는다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일이에요 좋은 일이 일어나도 바로 그것 때문에 언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구나 하는 게 가장 좋겠지요

날마다 일하기보다 쉬는 날이 있는 게 더 좋을 텐데, 야코프는 그건 생각하지 못했네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참 좋은 건데, 그걸로 돈까지 번다니... 바이올린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하는군요 마음속으로는 아는 듯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25 14:39   좋아요 0 | URL
불만을 말하면 주위에서 그러죠. 복에 겨워 그런 거라고.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존재 같아요. 지나고 나면, 아 그때가 좋았구나, 할 때가 있어요.

야코프가 나오는 그 소설은 주제는 다른 데에 있어요. 그냥 제가 주목한 것에 대해 써 봤답니다. 쉬는 날이 적으면 인간은 또 쉬는 날이 적다고 투덜대겠죠. 체호프의 작품을 읽으면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존경스러워요. 시대를 초월합니다.

오늘도 희선 님에게 좋은 하루를 선사합니당~~~
 

 

 


 


1. 탈고 :
코로나19로 연기했던 칼럼집 출간을 무한정 미룰 수가 없었다. 탈고를 하고 출판사에 넘겼더니 속이 시원했다. 책에 실을 글을 뽑고 교정을 보고 수정을 하느라 긴 시간 동안 글자들을 보며 지냈더니, 누구 말대로 머리털이 다 뽑히는 것 같았다. 이제 책 출간은 출판사의 작업 속도에 달렸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는 8월 중순쯤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2. 책 사랑 :

지금까지 28년 동안 책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남들이 지루해 할 책이거나 두꺼운 책이라도 읽어 낼 자신이 있었고 독서가 나의 유일한 재능 같았다. 설령 감옥에 갇히게 되더라도 내가 읽고 싶은 책만 그 안에 제공된다면 그곳에서 몇 년은 지낼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책을 사랑했다. 한 달에 열 권을 읽어 봤고 하루에 한 권을 완독해 봤다. 나의 신기록이었다. 

 

 

 

 

 
3. 글쓰기로 배우다 :
글을 쓰는 시간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다. 쓰고자 하는 무엇에 대해 모든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글이 한 편 완성될 때 내가 안 것들을 쓴 게 아니라 쓰면서 알게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책에서 읽은 대로,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결국 글쓰기를 통해 배우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4. 블로그 :
내가 글쟁이로 사는 데 큰 몫을 한 것은 알라딘의 블로그다. 2009년 1월부터 ‘페크(pek0501)의 서재’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1년째 글을 올리고 있다. 만약 블로그가 없었다면 600편이 넘는 글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시한 글이 많긴 하지만.

 

 

 

 

 

5. 내용과 형식 :
내용만 중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형식도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용이 형식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형식이 내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는 내게 ‘형식’에 해당하고 600편이 넘는 글을 쓴 것은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6. 생각하기 나름 :
곡식이 누렇게 익은 들판 위에 푸른 하늘이 있고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이런 그림을 보고 어떤 이는 들판이 누렇게 익어 평화로워 보인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새 한 마리가 짝이 없어 고독해 보인다고 한다. 같은 그림에 대해서 평화를 보는 이가 있고 고독을 보는 이가 있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나는 믿는 사람이다.  

 

 

 

 

 

7. 가장 쓰고 싶은 글 :

요즘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글은 문학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글이 아니다. 정보와 지식이 빛나는 글도 아니다. 대단한 주제를 다루는 글도 아니다. 깊은 사유로 깨달음을 주는 글을 읽고 싶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8. 독학 :
좋은 칼럼을 읽으며 ‘칼럼 쓰는 방법’을 독학으로 배웠다. 정치나 경제보다는 사회, 문화, 생활과 관련한 글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삶, 문화 등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

 

 

 

 

 

9. 칼럼에 희망을 : 
칼럼 한 편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어떤 희망을 선사한다. 이 같은 칼럼을 좋아한다. 이를 좋아하는 한, 앞으로도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 밑줄을 그은 글 *

 

 

 

 

 

 

 

 

 

 

 

 

 

 

 

 

 

 

 


「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시선이 자신 안의 불행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그의 모든 생각을 춤을 잘 추려는 관심으로 채우면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 블레즈 파스칼, <팡세>, 144쪽.

 

→ 잡념을 없애는 데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게 최고다. 춤이든 글쓰기든.

 

 

 

 

 

 

 

 

 

 

 

 

 

 

 

 

 

 

 

 


「현사회의 지배적이고 유용한 가치가 정말 옳은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책임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정말 알고 있으면서 믿는 것인지, 왜 믿는지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성 도덕과 기성 가치관에 추종하며 스스로 ‘점잖은 교사’를 가장하는 것은 작가로서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문학은 무식한 백성들을 훈도(訓導)하여 순치(馴致)시키는 도덕 교과서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 마광수, <자유에의 용기>, 56쪽.

 

→ 문학은 저항 정신이 그 뿌리라고 생각한다. 저항할 것에 대하여, 분노할 것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나 불의는 홀로 완성되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고,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구성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각자의 자기 정당화,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 각자의 선의에 입각한 타협이 각자의 침묵을 만들었다. 이것들이 결합하고 서로 도와야 불의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결코 아니었다고 단언하기에는 내가 속한 준거집단에 나는 긴밀하게 연결된 채 살아왔다.」
-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81쪽.

 

→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자신이 다수 집단에 속하면 안도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 6월 중순이 지날 무렵 오후에 글을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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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2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누가 그런 심한 말을...!ㅋㅋㅋ
그럼 책 몇 권씩 내는 사람은 머리털이 남아있지 않겠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턴 좀 쉬울 텐데 말이죠.ㅠ
언니 마음이 지금 어떨지 알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0-06-20 18:47   좋아요 1 | URL
하하하~~~ 누구겠습니까? 다 아시면서...
과장이 좀 심했나요? 머리털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정을 보면서 내 글을 그만 보고 싶단 생각은 했지요. 왜 그리 고칠 데가 많은지 말이죠. 더 적합한 낱말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중복 낱말이 많거나 해서 손질을 많이 했어요. 그 작업을 하기 전엔 내 글엔 고칠 데가 별로 없는 줄 알았어요. 역쉬~~ 주제 파악을 하는 데엔 책을 내는 게 그만인 것 같습니다.
첫 책이라 힘든 건가요? 점점 쉬어질까요? ㅋㅋ

희선 2020-06-21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이어서 더 힘들고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기도 하군요 올해 책이 나오면 나중에 그때 코로나19 때문에 책을 늦게 냈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다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책 잘 나오기를 바랍니다

페크 님 더위 조심하시고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21 19:33   좋아요 1 | URL
책 출간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겠죠. ㅋ
책에 오타나 실수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희선 님도 더위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을 보내세요.
늘 감사하고요...

서니데이 2020-06-21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탈고가 되었으니, 책이 나오는 날짜가 가까워지겠네요.
올해 여름에는 소식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운 느낌이예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21 19:36   좋아요 1 | URL
주말인 건 좋은데 너무 덥군요. 내일은 더 더울거라고 하니 겁이 나네요.
이젠 더위를 견디는 게 힘드네요. 여름은 분명 여름대로 장점이 있는 건데 말이죠.

책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초라합니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충 끝냈답니다. 예전엔 꼼꼼한 편이었는데 성격도 변하나 봅니다. 대충 대충 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도 남은 휴일 시간 잘 보내세요. 고맙고요...^^

후애(厚愛) 2020-06-22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수고하셨습니다.^^
책이 출간하면 페이퍼에 올려 주실거죠?ㅋ
어떤 책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6-22 14:07   좋아요 0 | URL
후애 님, 이 더위에 잘 지내시나요?

으음... 책이 나오면, 나왔다고 소식을 전하는 페이퍼는 올릴 것 같습니다.ㅋ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군요. 후애 님도 즐거운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후애(厚愛) 2020-06-24 10:34   좋아요 1 | URL
대학병원가는 날만 빼고는 거의 집에만 있어요.
너무 더워서 외출하기도 그렇고 또 마스크 하기가 너무 불편하네요.ㅠㅠ
그래도 오늘부터 비가 온다해서 습기는 있어도 덜 더운 것 같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페크(pek0501) 2020-06-24 11:56   좋아요 0 | URL
예,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사시길 빌겠습니다.
비가 와서 시원한 날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