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정개미 일병의 모험

작은 눈은 번쩍! 번갯불도 못 알아보고

여린 귀는 우르르르 천둥소리도 못 알아듣는다

가는 다리로 더듬더듬 두 개의 더듬이에 의지하여

떡갈잎 배 꽉 잡고 용솟음치는 붉은 내를 건넌다 - P-1

그의 손은 신의 손길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온 비둘기의 마음무지개 아래 제단을 쌓고 기도를 올린 노인이벌거벗은 채 잠이 든 사이돌담 위의 시간을 새파랗게 뒤덮는다 - P-1

전력투구로도 닿을 수 없는노랑 단풍의 세계대빗자루로 쓸어버리지 못한 은행잎 너머로고향 바다가 밤낮으로 철썩거렸다 - P-1

검은 돌과 흰 돌이 소나기를 기다린다 - P-1

천년 깨달음 한 자루가
단돈 이만오천 원이라고 한다
온몸을 하얗게 닦아낸 흰 돌무더기나
새까만 몸뚱어리 반들거리는 검은 돌무더기가
모두 같은 가격에 트렁크에 실린다
백령상회 뒤울안서 선잠 자다가
문득 자루에 담긴 녀석들은
해바라기 그늘에서 나오면서도
어디든 갈 데까지 가보잔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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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기회를 준 은혜를 돈으로 ‘갚진‘ 못한다 - P-1

•갚진 경험이었어요.(x)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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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이신 박기영 형께 이 유고시집을·세상의 시집은 모두 다 유고시집이지요-바칩니다. - P-1

나는 기다린다. 짜증이 곰팡이 피는 오후 한때를
그리하여 잉어 비늘 같은 노을로 가득 처진 어깨를 지고 장석 덜그럭거6리는 대문 앞에 돌아와 주름진 바짓단에묻은몇 점 모래 털어놓으며, 그저 그런 곳이더군 강정이란데는 - P-1

죄 많은 동네에 하나님이 집을 짓는다찬송 없이 여태껏 잘 살아온 이 마을에주의 충실한 종들이 몰려와 성당을 짓는다.
간단한 신축 미사가 끝나고인부들이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들은하나님을 지하실에 묻으려는군구경꾼 몰래 지구가 익혀놓은 금을 캐려는 듯 - P-1

버스는 끊기고 무슨 일, 청년회장은물었고, 세상살이는 융통성이 필요한 것 - P-1

값싼 담배 한 대를 붙여 물고서 다시 화물을 옮긴다 퉤퉤침을땅바닥에 내뱉으면서 이들은 일요일에도 휴식하지 않는다도저히 휴식할 수 없는 것이다 화물이 쉬는 날이라곤없으니까 - P-1

누가 그것을 옮기든 상관없이 화물이 쉬는 법이라곤 없는 것이다 - P-1

나의 직업은 철강 노동자계속 받아쓰십시오. 내 이름은철강 노동자. 뜨거운 태양 아래납 덩이보다 무거운 땀방울을흘리는 철강 노동자 - P-1

도망

도망가서 살고 싶다
정일이는 정어리가 되고
은희 이모는 은어가 되어
깊은 바닷속에 살고 싶다 - P-1

충남 당진 여자 희미한 선술집 전등 아래파리똥이 주근깨처럼 들러붙은 전등 아래 서 있다그러면 네가 버린 게 아니고 내가 버린 것인가아니면 내심으로 서로를 버린 건가 경우는 왜 그렇고1960년산(産) 우리 세대의 인연은 어찌 이 모양일까 - P-1

공습같이 하늘의 피 같은 소낙비가 쏟아진다그러자 민방위 훈련하듯 우산 없는 행인들이마구잡이로 뛰어 달리며 비 그칠 자리를 찾는다 - P-1

그녀는 차차를 춰요
그리고 왈츠를
기분이 좋을 땐 룸바
화가 날 땐 탱고
심심하면 삼바를 추지요 - P-1

벌써 이곳의 어린 소녀들도 유행의 소매끝으로 손등을 덮고 다닌다. 유아기적인 것과가까워지려는 최근의 문화 양식이 이곳계집아이들의 손등을 덮쳐 누르고 있다.
계집의 손등만 아니라, 모든 도시는 서울화.
모든 도시는 <최근의 서울화>인 것. 언제나끊임없이 서울식의 삶을 반추해야 하는 소도시출세를 결심한 자들이 칼을 갈며 떠나간텅 빈 소도시로 서울이 덮고 남은절정 없는 밤이 내려 깔린다. - P-1

하얀 목조 낭하를 따라 나는올라간다 아무데나 입당 원서를 내팽개치고회전반에 판을 건다 그리고sweet sweet sweet love, 노래를듣는다 사랑만 유일한 희망눈물을 나누어 마시며 따라 부르자sweet sweet, 우리는 baby, 마지막세대를 sweet, 물려받았다세계는 텅 빈 껍질에 불과하지 않은가 - P-1

방이 하나면
방이 하나면......
아아 개새끼!
나는 사람도 아니다. - P-1

아무래도 그녀는 미쳤다.
원고지 앞에 멍청히 쭈그리고 앉아 중얼거리는아내는 미쳤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라구할 때마다, 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현실입니다. 제발, 할 때마다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입니다. - P-1

거대한 벌집을 연상케 한다. 그것은여왕벌이 충실한 일벌을 거느리는 것같이 물론 천성에의해서가 아니라교육에 의해 훈련받는다는 그 점이 다르겠지만어쨌든 백화점은 충실한 일벌을 거느린다하얀 와이셔츠와 멋있는 넥타이를 매고서 - P-1

왕관 없는 현대의 왕
그는 결코 지배하지 않는다 - P-1

우리가, 문을 닫아야겠어요> 우리의, <문을 닫아야겠어요>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 - P-1

백화점을 다스리는 자가 필시
국방을 다스리게 되리라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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