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이신 박기영 형께 이 유고시집을·세상의 시집은 모두 다 유고시집이지요-바칩니다. - P-1
나는 기다린다. 짜증이 곰팡이 피는 오후 한때를 그리하여 잉어 비늘 같은 노을로 가득 처진 어깨를 지고 장석 덜그럭거6리는 대문 앞에 돌아와 주름진 바짓단에묻은몇 점 모래 털어놓으며, 그저 그런 곳이더군 강정이란데는 - P-1
죄 많은 동네에 하나님이 집을 짓는다찬송 없이 여태껏 잘 살아온 이 마을에주의 충실한 종들이 몰려와 성당을 짓는다. 간단한 신축 미사가 끝나고인부들이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들은하나님을 지하실에 묻으려는군구경꾼 몰래 지구가 익혀놓은 금을 캐려는 듯 - P-1
버스는 끊기고 무슨 일, 청년회장은물었고, 세상살이는 융통성이 필요한 것 - P-1
값싼 담배 한 대를 붙여 물고서 다시 화물을 옮긴다 퉤퉤침을땅바닥에 내뱉으면서 이들은 일요일에도 휴식하지 않는다도저히 휴식할 수 없는 것이다 화물이 쉬는 날이라곤없으니까 - P-1
누가 그것을 옮기든 상관없이 화물이 쉬는 법이라곤 없는 것이다 - P-1
나의 직업은 철강 노동자계속 받아쓰십시오. 내 이름은철강 노동자. 뜨거운 태양 아래납 덩이보다 무거운 땀방울을흘리는 철강 노동자 - P-1
도망
도망가서 살고 싶다 정일이는 정어리가 되고 은희 이모는 은어가 되어 깊은 바닷속에 살고 싶다 - P-1
충남 당진 여자 희미한 선술집 전등 아래파리똥이 주근깨처럼 들러붙은 전등 아래 서 있다그러면 네가 버린 게 아니고 내가 버린 것인가아니면 내심으로 서로를 버린 건가 경우는 왜 그렇고1960년산(産) 우리 세대의 인연은 어찌 이 모양일까 - P-1
공습같이 하늘의 피 같은 소낙비가 쏟아진다그러자 민방위 훈련하듯 우산 없는 행인들이마구잡이로 뛰어 달리며 비 그칠 자리를 찾는다 - P-1
그녀는 차차를 춰요 그리고 왈츠를 기분이 좋을 땐 룸바 화가 날 땐 탱고 심심하면 삼바를 추지요 - P-1
벌써 이곳의 어린 소녀들도 유행의 소매끝으로 손등을 덮고 다닌다. 유아기적인 것과가까워지려는 최근의 문화 양식이 이곳계집아이들의 손등을 덮쳐 누르고 있다. 계집의 손등만 아니라, 모든 도시는 서울화. 모든 도시는 <최근의 서울화>인 것. 언제나끊임없이 서울식의 삶을 반추해야 하는 소도시출세를 결심한 자들이 칼을 갈며 떠나간텅 빈 소도시로 서울이 덮고 남은절정 없는 밤이 내려 깔린다. - P-1
하얀 목조 낭하를 따라 나는올라간다 아무데나 입당 원서를 내팽개치고회전반에 판을 건다 그리고sweet sweet sweet love, 노래를듣는다 사랑만 유일한 희망눈물을 나누어 마시며 따라 부르자sweet sweet, 우리는 baby, 마지막세대를 sweet, 물려받았다세계는 텅 빈 껍질에 불과하지 않은가 - P-1
방이 하나면 방이 하나면...... 아아 개새끼! 나는 사람도 아니다. - P-1
아무래도 그녀는 미쳤다. 원고지 앞에 멍청히 쭈그리고 앉아 중얼거리는아내는 미쳤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라구할 때마다, 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현실입니다. 제발, 할 때마다몽상가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입니다. - P-1
거대한 벌집을 연상케 한다. 그것은여왕벌이 충실한 일벌을 거느리는 것같이 물론 천성에의해서가 아니라교육에 의해 훈련받는다는 그 점이 다르겠지만어쨌든 백화점은 충실한 일벌을 거느린다하얀 와이셔츠와 멋있는 넥타이를 매고서 - P-1
왕관 없는 현대의 왕 그는 결코 지배하지 않는다 - P-1
우리가, 문을 닫아야겠어요> 우리의, <문을 닫아야겠어요>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 - P-1
백화점을 다스리는 자가 필시 국방을 다스리게 되리라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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