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너와 : 하 - 완결
Ruu1mm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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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인 슈헤이와 토모야는 고등학교 진학을 계기로 잠깐 헤어졌다가 성인이 된 후에 토모가 살던 집이 없어지면서 룸쉐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도시에 좀비 떼가 출현하면서 두 사람의 안온하고 즐거운 생활은 위기를 맞는다. 오래전 토모야가 자신이 죽으면 자신을 먹어달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 슈헤이는 정말로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결국 슈헤이는 자신의 고민을 토모야에게 털어놓는데, 그 말을 들은 토모야는 슈헤이가 그동안 상상도 못한 진실을 알려준다.


Ruu1mm의 <종말, 너와>는 '성욕'과 '식욕'을 결부시킨 독특한 분위기의 BL 만화다. 토모야는 어릴 때부터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슈헤이를 바라봤고, 슈헤이는 성인이 된 후 토모야와 룸쉐어를 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토모야를 친구 이상으로 여긴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그전부터 슈헤이는 토모야가 만든 음식만 먹을 수 있었고, 여차하면 토모야도 먹을 각오를 했다는 점에서 슈헤이는 무의식적으로 토모야를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사람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것, 어떤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에로틱한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만든 음식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을 먹는 행위는 어떨까. 식인 행위 자체가 인간 사회의 금기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결벽증이 있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이나 그 사람 특유의 냄새 등은 좋아한다는 걸 감안하면 어떤 사람들은 사랑으로 본능적인 거부감을 이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정도의 사랑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하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고... (육식도 줄여야 하는 판에 식인이라니요...) 아무튼 작화도 좋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기분이 멜랑콜리한 밤에 홀린 듯 봤다. 이 작가님 만화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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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너와 : 상
Ruu1mm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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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 사이인 슈헤이와 토모야는 작년 겨울부터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을 대신해 토모야를 돌봐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혼자가 된 슈헤이에게 토모야가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각자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안온하고 즐거운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랐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도쿄에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 떼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서 좀비에게 물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슈헤이는 남몰래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그것은 중학교 졸업식날 토모야가 슈헤이가 한 어떤 말 때문이다. 고교 진학을 계기로 헤어지게 된 슈헤이에게 토모야는 이런 말을 했다. "슈헤이에게 앞으로 소중한 사람이 생기더라도 약속해줄래? 나를 먹어주겠다고." 그 말에 무심히 "응."이라고 대답했던 슈헤이는, 실제로 도시에 좀비 떼가 출현해 토모야가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자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다. 그때 토모야는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정말로 그런 상황이 되면 나는 토모야를 먹어야 할까. 먹을 수 있을까.


Ruu1mm의 <종말, 너와>는 기묘하면서도 야릇한 매력이 있는 만화다. 종말 직전의 세계에 남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는 설정은 <최종병기 그녀>를 떠올리게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은 최진영 작가의 소설 <구의 증명>을 떠올리게 했다. '먹는다'는 행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만화인 만큼 남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위,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행위, 다른 동물의 살을 먹는 육식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좀비 떼가 출현한 세상에 대한 묘사는 팬데믹 시기의 세상과 비슷해서 새삼 그동안 우리가 어떤 시간을 보내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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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스레드 2
노다 사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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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자 피겨 스케이팅 유망주 시라카와 로우는 대회에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영구 추방을 당하고 '광견 왕자'라는 오명을 얻은 채 어머니의 고향인 홋카이도 토마코마이로 간다. 얼음 도시로 불리는 만큼 동계 스포츠 또한 발달한 이곳에서 로우는 동네 중학교 아이스하키 시합에 도우미로 출전하게 된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의 커리어는 끝이 났지만 아이스하키라면 자신의 스케이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로우는 이듬해 아이스하키 명문인 토마코마이 오이노카미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명문고답게 훈련의 강도가 로우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데...


<골든 카무이>의 작가 노다 사토루의 신작 <독스레드>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그린 스포츠 만화다. 개인적으로 2권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로우가 아닌 다른 선수의 에피소드였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아이스 하키 선수 고노헤 야타로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겪은 일을 담은 에피소드인데, 주민의 실제 체험을 반영한 에피소드라서 그런지 당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느낀 공포와 절망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만화 밖의 현실을 가리지 않고 보여주는 점이 노다 사토루 만화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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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못 내는 소녀는 「그녀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 12
야무라 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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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라 이치의 만화 <목소리를 못 내는 소녀는 「그녀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는 심리적인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마시로와 타인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코코사키가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11권에서 마시로가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려면 마시로의 중학교 시절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코사키는 혼자서 신칸센을 타고 마시로의 중학교 시절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 그런데 같은 열차 안에 마시로와 다른 친구들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네 사람이 마시로가 예전에 살던 곳으로 여행을 가는 형태가 되어버린다.


마침내 마시로가 예전에 살던 곳에 도착한 네 사람. 중간에 마시로가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른 세 사람도 흩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코코사키가 우연히 마시로의 중학교 시절 선생님을 발견하고 그를 따라 그의 집까지 가게 된다.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해 선생님의 '본심'을 알게 된 코코사키는 마시로에게 전해주는데, 마시로는 선생님의 본심을 알게 된 것보다 코코사키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화를 내주고 걱정해 주는 것이 더 고맙고 기쁘다. 말 없이도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되면 좋겠는데 다음 권이 최종권이라고. 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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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깃 화살을 쫓아서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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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의 작가 이마 이치코의 단편 걸작선 시리즈 중 한 권인 <흰 깃 화살을 쫓아서>를 읽었다. 이 책에는 표제작 <흰 깃 화살을 쫓아서>와 <유사(流砂)의 사자들> 이렇게 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도 후기에 고백(?)한대로 두 작품의 패턴이 비슷한데, 리뷰를 쓰려고 예전에 읽은 이마 이치코의 책 리뷰를 다시 보다가 <마른 들판의 신부>에 실린 표제작 <마른 들판의 신부>, <추방자의 꼬리>도 패턴이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살아온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 공동체를 벗어났다가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접하고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는 이야기'에 (작가님이) 매력을 느끼시는가 보다 싶다.


<흰 깃 화살을 쫓아서>는 겨울이 와도 푸른 풀이 남아 있는 섬에 가기 위해 호수에 제물을 바치는 관습이 있는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제물을 선택하는 신의 새가 마을로 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새를 찾으러 두 명의 소녀를 보낸다. 소녀들은 각자의 어머니로부터 여차하면 상대를 죽이고 너만 살아서 마을로 돌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데, 길을 떠난 소녀들은 이제까지 살아온 마을과는 너무 다른 문화와 문명에 놀라서 서로에게 크게 의지하게 된다. 작가 후기를 보니 겨울이 와도 푸른 풀이 남아 있는 섬에 가기 위해 호수를 건너야 하는 마을이라는 설정은 작가의 공상이 아니라 실제로 중앙아시아에 존재하는 지역이라고.


<유사(流砂)의 사자들>은 사막 마을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이 마을의 명운이 달려 있는 어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 소년도 길을 나서자마자 이제까지 나고 자란 마을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문명을 접하고 놀라움을 넘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흰 깃 화살을 쫓아서>와 <유사(流砂)의 사자들> 모두 내가 속한 공동체나 사회의 규칙이 정답이 아닐 수 있으며, 길을 떠나본 사람은 평생 같은 곳에 머무른 사람과는 다른 시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되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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