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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글쓰기 - ‘좋아하는 마음’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문장 수업
미야케 카호 지음, 신찬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11월
평점 :

싫어하는 것에 관해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음식이라면 맛이 싫다, 식감이 기분 나쁘다, 냄새가 별로다, 생김새가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좋아하는 것에 관해 글쓰기는 훨씬 더 어렵다.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이 압도적으로 더 커서, 상대적으로 그 이유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문예평론가이자 서평가 미야케 카호의 책 <덕후의 글쓰기>를 보고 반가웠다. 이 책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영화, 드라마, 책에 관한 마음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가이드북이다.
저자가 다양한 글쓰기 방식 중에 '덕후의 글쓰기'에 주목한 이유는 저자 자신이 덕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아이돌과 작품의 덕후다. 덕후답게 자신이 최애를 얼마나 좋아하고 최애의 어떤 점이 좋은지 글로 쓰고 싶고 SNS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글쓰기 훈련을 해온 사람인데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SNS에서 보고 공감한 다른 덕후의 글과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덕후들의 글을 보면서 그들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가 정리한 덕후의 글쓰기 기술은 이렇다.
첫째, 자신의 감상을 말한다. 남의 감상을 받아 쓰거나 남이 쓴 표현을 빌려 쓰면 독창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글의 매력이 줄어든다. 둘째, 문장에 공을 들인다. 문장력과 글재주는 별개다. 맞춤법 실수나 무신경한 단어 선택은 글 전체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낮춘다. 반대로 생각하면 맞춤법만 잘 지키고 단어 선택만 잘해도 글의 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망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보통의 글쓰기와 달리 덕후의 글쓰기는 생각의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다. 자유로운 망상은 글쓰는 사람의 창조성을 일깨우고 읽는 사람의 공감을 부른다.
구체적인 방법도 나온다. 첫째, 자신의 감상을 메모한다. 남의 감상을 보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의 리뷰나 SNS를 보지 않고 먼저 메모한다. 둘째, 최대한 구체적으로 쓴다. 그냥 "예뻤다", "멋있었다"라고 쓰기보다는 외모나 의상, 헤어, 안무, 음악, 연출, 멘트의 이런 부분이 어땠다고 쓰면 기억에도 잘 남고 남들의 공감을 부르기에도 좋다. 반대로 별로였던 점, 이해가 안 되거나 불편했던 점에 대해서도 거짓 없이 적어둔다. 셋째, 감정을 언어화한다. 인간은 어떤 대상을 보고 공감했을 때(동질감)에도 "재미있다"라고 하지만, 놀랐을 때(이질감)에도 "재미있다"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재미있다"라고 쓰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왜, 어떻게 재미있었는지 쓴다.
최애에 관해 글을 쓰는 건 감상을 기록하고 다른 덕후들의 공감을 얻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타인의 언어에 영향을 받기 쉬운 시대에는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나 있는 좋아하는 대상, 좋아하는 감정에 관해 글을 쓰다 보면 그 자체로 자기 언어를 익히는 훈련이 된다. "같은 걸 봤지만 느낌은 다르다"라는 경험의 반복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구분, 인지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언어, 가치관이 형성되어 자존감이 높아지고 이는 자기 신뢰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