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 - 삶은 결국 여행으로 향한다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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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마음이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치는 요즘이다. 밤마다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눈에 선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쉽지 않다. 여행 작가 채지형의 에세이집 <여행이 멈춰도 사랑은 남는다>를 읽으니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부풀어 오른다. ​ 너무 추워서 이가 딱딱 부딪히는 네팔의 히말라야도, 커다란 도마뱀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스리랑카의 반얀 캠프도, 200미터 수직 벽에 만들어진 아찔한 높이의 바위 요새 시기리야도, 미리 못 가본 게 아쉽고 먼저 가본 저자가 너무 부럽다.


사랑스러운 무민 가족이 기다리는 핀란드도 좋고, 키 큰 야자수가 줄줄이 늘어선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다니는 남인도도 좋지만, 오늘은 왠지 요코하마와 오차노미즈가 끌린다. ​오늘처럼 구름이 자욱하고 기온이 낮은 날에는 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에서 파는 뜨끈한 라멘이나 오차노미즈 칸다 고서점 거리의 명물 카레가 제격인데... 둘 다 비행기로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고, 팬데믹 전에는 1년에 두세 번씩 다녀왔던 곳인데, 작년에도 못 가보고 올해도 못 가볼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 ​ ​ 


각 나라의 여행지만큼이나 흥미롭고 다채로운 공항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은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 무민, 국민 브랜드 마리메꼬, 이딸라, 아라비아 등으로 뒤덮여 있다. 네팔의 텐징 힐러리 공항은 해발 2,850미터에 자리해 있어 이착륙할 때의 스릴이 엄청나다. ​저자는 여행만큼이나 공항도 무척 좋아해서 일부러 공항 근처로 이사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의식을 행하듯 커피부터 마신다. 예전에는 공항 오가는 게 참 귀찮았는데, 여행이 뜸한 요즘은 공항 특유의 날선 공기조차 그립다.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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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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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들고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쓴 영화감독 이길보라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기억의 전쟁>. 이 책은 저자가 만든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함께 영화를 만든 곽소진, 서새롬, 조소나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영화 촬영 기간은 공식적으로 5년이지만, 영화의 바탕이 되는 기억들이 쌓인 건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이길보라 감독의 할아버지는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이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암 투병까지 했지만, 할아버지는 평생 자신이 참전 용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몇 년 후 저자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군인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할아버지가 베트남 전쟁 당시 뭘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하는 수없이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드렸는데, 그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할아버지가 참전을 택한 이유를 알게 된 저자는 더 이상 베트남 전쟁이 자신과 무관한 역사적 사건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국가에 의한 폭력이, '정상적인 남성'에 의해 가해지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및 혐오와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저자는 베트남으로 직접 가서 베트남 전쟁 피해자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사죄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증오부터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고, 두려워하며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마을에는 베트남 양민을 학살하는 한국 군인의 모습을 담은 동상이 있었고, 어떤 마을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있었다. 그 사이를 잇는 것은 무덤 또 무덤... 한국인들이 덕분에 큰돈을 벌어서 잘 살게 되었다고 말하는 베트남 전쟁의 이면에는, 기억되지 못한 죽음과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모습이 있었다. 


아직 영화를 못 봐서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가까운 시일 내에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을 생각이다. 그때는 이 책에 적힌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더욱 사무치겠지. 사무친 문장들이 역사를 위로하고 현실을 바꾸는 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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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2-2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전 영화만 봤는데 책으나왔군요. 재판에 관한 걸 보니 이 사안도 현재진행형인 것이 분명하구요.
 
문장교실 : 글쓰기는 귀찮지만 잘 쓰고 싶어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김윤경 옮김 / 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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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트위터에 올리는 글을 모아 잘 정리하면 괜찮은 에세이 한 편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실천은 못했는데, 이 책 <문장교실>을 읽고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구체적인 팁을 얻었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다람은 작가가 되고 싶지만 글 쓰는 방법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다람에게 고양이 스노볼이 나타난다. 얼마 전까지 동화 작가와 함께 살아서 웬만한 작가 못지않게 글을 쓴다는 스노볼의 말을 긴가민가 하며 다람은 스노볼에게 일대일로 글쓰기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문장력 키우는 법, 글쓰기 소재 찾는 법,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쓰는 법 등등 글 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줄줄이 나온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팁은 트위터에 쓴 문장을 한 편의 완성된 글로 고치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트위터에 글 쓰는 걸 귀찮아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 말이나 대충 써도 괜찮기 때문이다. "현장 학습 가는 중 ㅋㅋㅋ 선우 얘기 진짜 웃겨 ㅋㅋㅋ" 같은 문장이 트위터에 난무하는 이유다. 이 문장을 한 편의 글로 바꾸면 어떨까. 방법은 간단하다.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생생하게 떠올려서 구체적으로 쓰면 된다. 


결과는 이렇다. "친구 선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갔다. 선우는 내가 모르는 심야 라디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미있어서 나도 한번 들어 보고 싶었다." (29쪽) 이런 식으로 일단 트위터에 인상적인 사건이나 기억해두고 싶은 생각, 감정 등을 짧은 문장으로 기록하고 나중에 그 문장을 한 편의 글로 발전시키는 방법이 이 책에 자세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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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
무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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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같은 비혼 프리랜서 1인 가구 여성으로서 도움이 되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생활의 체계를 정립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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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
무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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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원작 소설을 쓴 무레 요코의 에세이집이다. 혼자 사는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리얼하게 그리는 작가라서, 소설이든 에세이든 무레 요코가 쓴 책이라면 나오는 족족 구입해 읽고 있다.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는 무레 요코가 평생 비혼으로 살면서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 전반의 영역에서 자기만의 패턴 내지는 시스템으로 정립한 것들을 100가지 항목으로 정리한 책이다. 


매사에 규칙을 정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불필요한 고민을 생략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저자의 경우, 프리랜서의 이점을 활용해 웬만하면 외식 대신 집밥을 먹되, 메뉴는 밥과 된장국, 채소무침 정도로 간략하게 정한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것만 따로 사다 먹는다. 너무 피곤해서 식사 준비가 힘든 경우를 대비해 레토르트 식품이나 통조림을 상비해 둔다. 청소는 화장실, 세면대, 욕실, 주방 개수대만 매일 청소하고, 거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루용 와이퍼로 간단히 한 번 닦는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맥시멀리스트이지만, 환갑이 넘은 지금은 물건을 많이 처분했고 구입할 때도 신중하게 결정한다. 이렇게만 보면 절제가 몸에 밴 금욕주의자 같지만,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를 위한 지출은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없이 푸근한 냥집사의 면모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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