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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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 어피치, 튜브에 이어 무지가 주인공인 에세이집이 나왔다. 제목은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개인적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에서 어피치와 무지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피치 책이 나왔을 때 마음에 쏙 들어서 무지 책도 얼른 나왔으면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지 책이 나와서 '무지 무지' 행복하다 ㅎㅎㅎ






무지가 토끼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무지는 토끼가 아니라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이다. 어릴 때 콘에게 거두어져 평범한 단무지가 아니라 토끼 옷을 입은 '특별한 단무지'로 거듭났다. 작가 투에고는 이런 무지의 설정을 '단무지인 제 본모습을 토끼옷으로 숨겼다'라고 봤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가면을 만들어 쓴' 자신의 모습을 봤다. 낳아준 사람은 모르고 길러준 사람만 아는 무지. 원래 모습을 숨기고 토끼인 척 살아가는 무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무지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밝고 활기찬 모습 뒤에 이런 어두운 사연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무지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작가 투에고의 이야기 같기도 한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어쩌다 무정한 시선 한 번 받았을 뿐인데 괜히 움츠러들고 내가 뭐 잘못했나 싶을 때가 있다. 무지는 그럴 때마다 뒤집어쓴 토끼옷에 달린 두 귀로 눈을 가린다. 눈을 가리면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으니까.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소란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까. 토끼옷은 남들의 시선을 막아주는 보호막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만약 무지가 토끼옷을 입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식당에 가면 반찬으로 딸려 나오는 단무지와 다른 점이 없었겠지.






이렇게 나의 슬픔과 상처를 가리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 나중에는 나의 개성이 되고 매력이 된다. 그러니 혼자인 나, 외로운 나, 슬픈 나, 괴로운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혼자인 시간, 외로운 시간, 슬픈 시간, 괴로운 시간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즐기기를. 그 시간들을 버티고 살아내기 위해 들었던 음악이나 읽었던 책, 봤던 영화, 만났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나를 빛내고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작가도 믿고 나도 믿는다. 이 밖에도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글로 가득한 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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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교실 - 논리를 쉽게 만화로 풀다
네모토 유키오 지음, 이주관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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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막연하게 한의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나처럼 한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배워보고 싶은 마음만은 있는 독자를 위한 책이 나왔다. 일본의 약학박사 네모토 유키오가 쓴 <한의학 교실>이다. 이 책은 한의학의 기본 개념과 오행의 의미, 한의학의 역사, 한의학이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 한의학이 병을 대하는 방식, 구체적인 치료법,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는 병의 증상별 치료법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의학은 주로 안마, 침구, 약선 등을 이용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한의학이 인간이 본래 지닌 치유력을 높여서 병을 낫게 하고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서양의학은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증상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의학은 서양 의학과 달리 과학적으로 그 원리나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을 통해 병이 낫거나 완화되는 경험을 해온 만큼 단지 서양 의학과 다르고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격할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에 대해서는 '기, 혈, 수'의 이론을 사용한다. 한의학에서 '기'는 주로 정신적인 측면을 의미하고, '혈'은 신체의 활성을 의미하고, '수'는 피부와 관절, 내장 등 신체 각 부분으로 공급되는 수분과 영양분을 의미한다. 기가 부족한 사람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으로 인해 불면, 두통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혈이 부족한 사람은 월경불순이나 월경과다, 불임 같은 부인과 또는 비뇨기과 계통의 질환이 있을 수 있다. 수가 부족한 사람은 피부가 건조하거나 변비, 복부팽만, 식욕부진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유용했던 대목은 병의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방법이 나와 있는 제5장이다. 이 장에는 콧물, 코막힘, 감기, 숙취, 변비, 치질, 어깨 결림, 오십견, 저혈압, 빈혈, 부종, 비만 등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병 또는 질환들을 한의학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감기의 원인을 목, 어깨, 목 부근으로 침입하는 '풍사' 때문이라고 보고, 목 주변을 머플러나 스카프 등으로 감아서 온도를 높이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한다. 목의 점막을 촉촉이 유지하기 위해 무즙, 배, 생강, 칡, 파 등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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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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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하는 것도 즐겁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일할 의욕이 나지 않고 인간관계도 내 마음 같지 않고... 인생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의 저자 하나다 나나코는 책을 택했다.


2013년 1월. 저자는 남편과 별거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시절을 다 바친 직장은 더 이상 저자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별난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친구도 없었다. 절망한 저자의 눈에 'X'라는 만남 사이트가 보였다. 프로필만 등록하면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성 교제가 주목적인 음침한 사이트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이용자 후기를 찾아봤는데 다행히 그런 사이트로 보이지는 않았다. 침체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었던 저자는 바로 X에 가입하고 프로필란에 이렇게 썼다. "특이한 책방의 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만 권이 넘는 기억 데이터 안에서 지금 당신에게 딱 맞는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립니다."


대화를 나눈 다음 책을 추천해주겠다는 말은 토크 신청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 쓴 일종의 미끼 문구였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문구에 혹해 토크 신청을 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에게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저자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책을 추천하는 일이 즐거웠다. 이따금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체로 저자와의 대화를 즐거워하고 저자가 추천하는 책에 만족해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점점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곤두박질쳤던 인생 그래프가 점점 위로 향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처럼 서점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만 권의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나 역시 올해로 10년째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수천 권의 책을 읽었기에 공감되는 대목이 많았다. 사람을 많이 만나 봐야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듯이, 책도 많이 읽어 봐야 어떤 책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다. 인생의 고비에 다다랐을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아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결국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책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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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듣습니다.. - 그렇게 말해도 이해할 줄 알았어!
김윤정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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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의 외모만큼이나 말투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굴만 봤을 때는 취향 저격이었던 사람인데 말하는 걸 듣고 호감이 확 식었던 적도 많고, 반대로 얼굴은 내 취향이 아닌데 직접 만나보고 대화를 나눠 보니 목소리도 너무 좋고 말투가 다정해서 호감이 확 생겼던 적도 있다. 상담가 김윤정의 책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듣습니다>에는 말 한마디로 연인, 부부, 가족, 자녀, 친구 관계가 가까워지거나 멀어진 사례가 다수 나온다.


오래 사귄 커플 또는 부부인데도 속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는 대체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가 말다툼이 생겨서 돌이킬 수 없게 되거나 관계가 망가질까 봐 두려워서인 경우가 많다. 저자의 솔루션은 이렇다.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힘든 사이일수록 일부러라도 자리를 마련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 애인이라면 앞으로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부부라면 결혼에 만족하는지 틈틈이 확인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 삶의 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만약 상대의 생각과 가치관, 삶의 방식이 나의 그것과 다르고, 그것을 인정하거나 존중할 수 없다면 그 관계는 재고해보는 것이 좋겠다.


결혼 후 배우자가 변했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배우자에게 속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한 여자의 사례가 나온다. 여자는 남편이 명문대를 나와 회계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천박한 말을 일삼고 무례한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실이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이렇다. 결혼 전 여자의 눈에는 남편의 학력이나 직업만 보이고 단점들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단점들을 보았더라도 못 본 척 넘어갔을 것이다. 이제 결혼을 하고 남편의 학력과 직업이 당연해지니 단점들만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러니 잘못은 배우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말들은 진실이 아니며 현실과도 다르다.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라도 그 사랑을 지속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고, 자식 또한 자신을 길러준 부모를 진심으로 공경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가까운 관계로부터 상처받고 절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상대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쉽고 편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말이다. 이 책은 이 밖에도 관계를 회복하는 바람직한 말 습관을 자세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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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과 신호 - 당신은 어느 흔적에 머물러 사라지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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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정신분석 상담을 하는 사람은 정신분석학 또는 심리학만 제대로 공부하면 되는 줄 알았다. 24년 경력의 정신분석 상담가 윤정의 책 <흔적과 신호>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정신분석 상담가가 정신분석학 또는 심리학만 제대로 공부하면 상담을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철학, 사회학, 윤리학 분야는 물론 물리학, 분자생물학, 세포학, 면역학 등의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정신분석상담가 또한 이러한 변화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29명의 물리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을 성찰하고 이성과 현상이 만나는 지점을 관찰한다. 제1부 '상상의 질서'에서는 아낙시만드로스, 데모크리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테오도시우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단테 같은 사상가 또는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이 활약했던 시기에는 학문의 구분이 없었다. 철학자들이 과학을 연구하고, 과학자들이 철학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들은 특히 우주의 원리와 자연현상을 구성하는 요소에 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원자, 분자 같은 자연과학의 기본 개념이 탄생했고, 지구와 태양의 관계, 시간의 흐름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사상이 발달했다.


제2부 '상징의 질서'에서는 마르틴 루터, 데카르트,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 라이프니츠, 데이비드 흄, 칸트, 헤겔, 마르크스 같은 근대 사상가 또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종교가 만사를 좌우했던 중세의 끝 무렵에는 신이 아닌 인간, 궁극적으로는 자아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답했다. 세상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있어도 지금 여기서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칸트는 인간이 경험을 통해 인식을 하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인간이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므로 경험이 인간 존재를 규정한다.


제3부 '현상의 무질서'에서는 마이클 패러데이, 맥스웰, 니체,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하이데거,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자크 라캉, 존 휠러, 자크 데리다, 스티븐 호킹, 들뢰즈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근대가 의식을 발견한 시대였다면 현대는 무의식을 발견한 시대다. 프로이트는 자아와 대결하는 '초자아'라는 개념을 선보인다. 인간이 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초자아와 대결하며 그 결과로서 사고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학과 철학을 결합하며, 심지어 양자역학과의 관련성도 찾아낸다.


이 책은 서양 문명의 발달 과정을 저자 고유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수많은 학자들의 사상으로부터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고,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자 노력한 저자의 열정이 놀랍다. 인물의 생애나 사상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 스스로 해당 인물의 사상에 대해 고찰하고 여러 방면으로 사유한 과정도 담겨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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