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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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시간씩 집 근처 공원을 걷는다. 일정이 많거나 날씨가 너무 궂은 날에만 쉬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무조건 나가서 걷는다. 처음에는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려고 걸었지만 이제는 걷기가 체력 증진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껴서 걷는다. 걷다 보면 실내에만 있을 때에는 몰랐던 날씨의 차이나 계절의 변화도 감각하게 되고,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던 꽃과 나무도 보게 되고, 주변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에도 민감해진다. 운이 좋은 날에는 공원에 상주하는 고양이도 보고, 더욱 운이 좋은 날에는 청설모나 고라니도 본다. 걷지 않았을 때에는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세계다. 


시인 정고요의 산문집 <산책자의 마음>을 읽으며 산책을 즐기는 저자의 마음이 공원에서 걸을 때의 나의 마음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14년 강원도로 이사한 이후의 자신의 산책 풍경을 소개한다. 강원도를 매우 사랑해서 강원도로 이사 온 2014년부터 자신의 나이를 다시 계산해 '열한 살'이라고 말할 정도인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강원도는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지나치게 높은 건물도 별로 없어서 걷기에 아주 좋다. 저자가 특히 애정하는 강릉에는 좋은 카페도 정말 많아서 걷다가 지치면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책에는 저자가 사랑하는 강원도에서, 사랑하는 산책을 즐기는 방법이 여럿 나온다. 해변을 산책하고 나면 저자는 집에 돌아와 목록을 적는다. 모양이 훼손되지 않은 조개껍데기나 볕의 감촉이 남아 있는 돌멩이처럼, 해변을 걸으면서 발견해 주머니에 넣어 가져온 수확물(?)들을 하나씩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가 '곁'을 준 것들은 훗날 저자가 쓰는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언젠가 재킷 주머니에서 발견되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시를 짓는 것은 때로는 해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일과 같다. 무한에서 하잘것없는 유한의 집을 짓는 일, 그리고 다시 무한으로 나아가는 일." (15쪽) 


산책을 하면 번잡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글이 잘 안 풀릴 때 산책을 하면 주위 환기와 생각의 정리에 도움이 된다. 일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낼 때 산책을 하면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벗어나 무위로 돌아가는 데 효과적이다. 산책을 하면서 얼마 전 싹을 틔운 나무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잎이 지고 꽃이 시들고 열매가 떨어져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겸허함과 인내심을 가르친다. "우리는 우리가 걷는 풍경을 닮을 뿐이다."(36쪽) 매일 산책을 하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산책의 의미와 효과를 제대로 알게 해준 이 책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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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쿠니타마 2
앗치 아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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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생 히노 마코토는 형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형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실연을 한 고양이 쿠니타마와 형을 대신해 결혼한다. 마코토는 쿠니타마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가는데, 인간 아이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인간은 아니라서 여전히 고양이의 습성이 남아 있는 쿠니타마를 혼자 두는 것이 불안하다. 쿠니타마 역시 자신의 남편이 된 마코토의 일상이 너무도 궁금하다. 그래서 쿠니타마는 혼자서 학교에 가는 마코토의 뒤를 몰래 따라 가는데, 인간 생활이 아직 서투른 쿠니타마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모험이 된다.


앗치 아이의 만화 <사랑스런 쿠니타마> 2권은 인간이 되고 싶은 고양이 쿠니타마와 갑자기 고양이의 남편이 된 대학생 마코토의 신혼 생활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쿠니타마와 마코토가 서로 좋아하는 설정이라서 그런지 둘을 시기 질투하거나 방해하는 인물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들도 무섭지만, 마코토의 주변 인물들을 시기 질투하는 쿠니타마가 훨씬 무섭다는 것이 반전 ㅋㅋ 쿠니타마의 톡 쏘는 매력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는 쿠니타마를 '표독타마', '은교타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표독은 맞는 것 같지만 은교는 잘 모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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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쿠니타마 1
앗치 아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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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히노 마코토는 오랜만에 본가에 갔다가 뜻밖의 상대와 만난다. 문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상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고양이 쿠니타마. 마코토를 형 스스무로 착각한 쿠니타마는, 언젠가 스스무가 쿠니타마에게 결혼을 약속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한다. 하지만 스스무는 얼마 전 속도위반 결혼을 해서 아내도 아이도 있는 상태. 실망한 쿠니타마를 보다 못한 마코토는 형과 착각할 정도로 얼굴이 닮았다면 동생인 자신이 대신 결혼해 주면 안 되겠느냐는 기상천외한 제안을 한다. '진실한 사랑을 하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쿠니타마는 마코토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데... 


앗치 아이의 만화 <사랑스런 쿠니타마>는 제목 그대로 쿠니타마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철철 흐르는 작품이다. 쿠니타마는 인간이 되고 싶은 고양이답게 인간의 말이나 행동을 열심히 따라 하지만 고양이의 본성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한다. 마코토는 그런 쿠니타마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쿠니타마의 마음을 존중해 하루빨리 진정한 사랑을 해서 쿠니타마를 진짜 인간으로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란 뭘까. 그리고 진짜 인간은...? 내용 자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읽을수록 심오하고 여러 가지를 자꾸만 성찰하게 된다. 어서 2권을 읽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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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이트 오브 더 리빙 캣 1
호크만 지음, 메카루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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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 개량으로 태어난 고양이 가운데 특이한 개체가 출현하고 그 고양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에 팬데믹, 아니 '냥데믹'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인간이 고양이에게 조금만 닿아도 고양이로 바뀐다는 것. 문제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고 고양이를 보면 자동적으로 만지고 싶어지는 인간들에게 이 상황은 너무나 괴롭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만지고 고양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충동을 억제하고 고양이를 피해 도망 다닐 것인가. 과연 고양이 LOVER들의 선택은...?


호크맨과 메카루츠의 만화 <냐이트 오브 더 리빙 캣>을 설정도 기발하지만 작화도 대단하다. 다양한 고양이의 생김새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심지어 대량으로 그려서 보고만 있어도 '냥포칼립스'의 충격이 생생히 전해진다. 대표적인 좀비 영화 중 하나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을 패러디한 제목도 재미있다. 이 작품은 202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되었는데 총감독이 무려 미이케 다카시이다. 웨이브(wavve)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언젠가 한 번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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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울어라, 펜 1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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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이 진행 중인 야구 경기장. 투수와 타자의 기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한 남자가 그들에게로 다가간다. 선수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고 심판도 아닌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원작 만화가. 알고 보니 이곳에선 진짜 시합이 아닌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이었고, 영화의 원작을 그린 만화가 '호노오 모유루'가 원작자로서 촬영 현장에 등장해 주연 배우의 연기에 훈수를 두려고 하는 것이다. 원작을 그린 만화가라고 해도 영화에는 초짜이기 때문에 함부로 간섭해선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의성어, 의태어 한 줄도 영혼을 다 바쳐 쓰는 그로서는 자신의 눈앞에서 작품이 훼손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는데...


시마모토 카즈히코의 만화 <신(新) 울어라, 펜>은 여러 의미로 강렬한 만화다. 일단 작화가 강렬하다. 제목도 <'신(新)' 울어라, 펜>인 데다가 작화가 옛날 느낌이 많이 나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같은 작가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연재한 만화 <타올라라, 펜>과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연재한 만화 <울어라, 펜>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화가 90년대 만화 풍이라서 그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작품이 담고 있는 강하고 뜨거운 에너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느꼈다.


내용도 강렬하다. 1권의 주요 에피소드는 주인공인 만화가 호노오 모유루가 원작자로서 실사 영화 촬영 현장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린다. 호노오는 영화 촬영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짧은 내적 갈등 끝에) 간섭을 하고야 만다. 작가 자신이 만화가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직접 겪어봤거나 주변에서 보고 잘 알 것 같아서, 비록 책 띠지에는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사건과는 일절 관계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지만, 묘하게 리얼리티가 느껴졌다. 이렇게 사실적인 업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를 어찌 뜨겁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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