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곳은 문과 창문입니다. 예전에 병원에서 보호하던 고양이를 입양 보낸 적이 있었는데, 방충망 사이로 하루 만에 사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입양간 집에서는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틈 정도는 안심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새로 온 고양이는 불안감에 그 곳으로 도망쳐버린 것이죠. 문과 창문 전체를 확인하고, 방충망이 튼튼하고 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_ 김효진, <24시간 고양이 육아 대백과>, p87
지난 1일. 이사를 하던 중 귀요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집 안의 물건들이 밖으로 실려나가는 상황과 처음보는 낯선 이들이 오가는 상황이 녀석에게는 불안하게 느껴졌는지 잠시 방문이 열렸을 때 테라스 방충망을 통해 밖으로 사라졌던 것이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이사를 떠나는 집에서 녀석이 집을 나갔기에 후일을 기약할 수도 없었고, 때마침 내린 많은 비는 여러가지로 저희 가족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삿짐 관리감독은 아내에게 맡기고 저는 집 근처를 뒤지며 밤 10시까지 기다렸지만 그날은 결국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최근까지 3주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여놓았고, 또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준다는 고양이 탐정도 고용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테라스 바깥으로 이어지는 산(山)과 고양이가 근처에 숨을 공간이 없는 건물의 특성은 고양이가 근처에 있을 확률을 낮췄고, 때문에 귀요미가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이럴 때는 고양이를 찾기보다 고양이가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고양이 탐정의 조언에 따라, 그 뒤에는 해가 뜰 때와 질 때 움직이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 물과 사료를 준비해 집 주변에서 기다렸습니다. 기약할 수 없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기다림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 큰 추위가 업었다는 것이 저와 귀요미에게는 다행이었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기에 물과 사료를 놓는다는 것이 길냥이들에게 인지되기 시작하자, 제가 가는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점차 눈에 띄였고, 그 중 2~3마리는 여러차례 만나면서 낯을 익혔습니다. 그렇지만, 그들 중 귀요미는 없었습니다. 사료를 두고 돌아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먹는 녀석들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실망감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고양이 탐정의 말에 따르면 집고양이들이 밖으로 나가 숨어 있어도 14일 정도가 되면 탈수와 배고픔이 한계 상황에 이르기 때문에, 결국은 움직인다고 합니다. 다만, 말 그대로 한계상황이라 이 시기를 크게 넘겨서는 안된다는 말에 2주일을 넘어서면서 더 긴장했습니다. 그렇지만, 귀요미는 2주차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잘 못된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스쳤지만, 누구보다도 귀요미를 기다리는 연의를 생각하면서 기다림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갔다 돌아오면 우리 집엔 아무도 없어요.
하루 종일 심심해요.
그렇지만 이젠 괜찮아요.
어느 날 고양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거든요. _ 권윤덕,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中
고양이 유튜브를 보면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더라는 아내의 말에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기다리는 것이라면 당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20일 째인 11월 20일 밤. 귀요미가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습니다. 너무 많이 야위어 처음에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짧은 털의 쫑긋한 귀의 모습은 녀석이 귀요미임을 확신케 했습니다. 녀석을 만나 살아있음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데려와야 합니다. 그리고, 귀요미와 저의 밀당이 시작되었습니다.
귀요미 이름을 부르자 반응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거리를 좁혀 접근을 시도하면 배수로 안으로 숨고, 멀어지면 다시 모습을 보이는 실랑이를 수차례 하면서 귀요미의 움직임이 둔하졌다는 것과 함께 사료에 집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둔해진 움직임과 허기. 이것을 활용해야할 것입니다.
먼저, 사료통을 지나서 멀리가자 귀요미는 사료통으로 황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이동장을 사료통 50cm 뒤에 내려놓고 그 앞에서 귀요미가 좋아하는 츄르를 흔들었습니다. 보다 잘 보이도록 랜턴을 비추면서 흔들자 동요하는 녀석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다만, 자칫 서둘러 덮치려고 한다면 더 경계심을 가질 것이기에 무리하지 않게 가야했습니다. 랜턴으로 츄르를 비추면서 츄르를 뜯으면서 퍼지는 츄르 냄새가 자극되었는지, 귀요미가 성큼성큼 다가 옵니다. 츄르를 줄듯 말듯 츄르를 든 손을 녀석의 입으로 가까이 가져다대자, 녀석은 츄르를 핥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이동장으로 알아채지 못하도록 움직이자 녀석도 놓칠새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귀요미 몸이 이동장 안 절반까지 들어왔을 때, 츄르를 밖으로 던져버리고 이동장 문을 닫았습니다. 이렇게 결국 귀요미의 20일간의 탈주극(?)은 막을 내렸습니다.
바로 24시간 동물병원으로 옮겨 건강 검진을 해보니, 극심한 탈수증상이 있는 것 외에 다행히 다른 외상은 없다고 합니다. 토요일 퇴원 후 집에 왔지만, 아직은 지친 녀석을 보면서 안도감과 함께 안쓰러움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녀석에게도, 아내와 연의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여러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서로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감정과 함께, 귀요미를 기다리는 동안 목격한 길냥이들의 삶을 보면서 안쓰러움도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귀요미는 구조했지만, 추위에 떠는 다른 길냥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새벽에 떠난 집에 가서 사료를 주고 귀요미를 기다리다 출근하고, 퇴근 후 사료를 주며 귀요미를 기다리던 시간을 이제는 더이상 갖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딘지 마음 한 구석에 드는 안타까움은 날이 추워지면서 더해지는 듯 합니다. 일단은 귀요미 회복과 그동안 못했던 독서를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3주간의 시간을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