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왜 자기가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해서 항상 그럴듯한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을 대량 체포하는 것을 볼 때는 역시 불합리하게 느껴지지만 애매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저 사람>은 유죄일지도?' 그러나 당신은, 당신만은 틀림없이 무죄일 것이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소련의 강제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Isayevich Solzhenitsyn, 1918 ~ 2008)의 <수용소 군도>. 강제 수용소를 체험한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저술했다는 점에서 빅터 플랭클(Viktor Emil Frankl, 1905 ~ 1997)의 <죽음의 수용소>와 공통점을 갖지만, 후자가 자신과 자신 주변의 인물 심리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수용소 군도>는 1920 ~1930년대 소련의 사회상을 전반적으로 서술했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1권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에 불어닥친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사회와 개인이 무너지는가를 잘 그려낸다.


 혁명 후 첫 10년 동안만 해도 사람들은 아직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도덕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단지 좁은 계급적 의미만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원 노릇을 단호하게 거부했는데, 그 때문에 그들은 모조리 가차 없는 형벌을 받아야 했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수용소 군도 1>에서 체포와 감금을 통해 사회로부터 고립된 개인은 서서히 무너지고, 엄한 법률에 의한 강제는 그렇지 않은 개인을 제거하거나, 교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서운 처벌 앞에서 개인들은 자신 앞에 닥치지 않은 어려움에 대해 외면하면서 분열되고, 고립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분열과 공포. 우리는 <수용소 군도> 안에서 히틀러(Adolf Hitler, 1889 ~ 1945부터 스탈린(Joseph Vissarionovich Stalin, 1878 ~ 1953)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가들이 소수의 세력으로 어떻게 다수를 통제하는가를 배운다. 그리고, 이러한 지배양상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 책을 고전으로, 우리의 현실이 '반복되는 역사'법칙 아래 있음도 함께 일깨운다.


 어디서나 사용하는 공통적인 방법이 있었다. 감방에 짠 음식만 들여보내고 물을 안 주는 방법이다. 금을 내놓는 자는 물을 마실 수 있다! 10루블 금화 한 닢에 맹물 한 잔! 사람들은 금속 때문에 멸망해 간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7년 전만 해도 도시 사람들은 농촌이 무참하게 두들겨 맞는 꼴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이번에는 농촌이 도시가 당하는 그런 꼴을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농촌은 너무나 세상 소식에 어두웠다. 뿐만 아니라 농촌 자신도 지금 마지막 숨통이 눌리고 있는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도시와 농촌, 지식인과 노동자들로 분열된 소련 사회상은 우리에게 먼 남의 일만은 아니다. 1930년대 이루어진 고려인의 강제 이주 사건이 우리 현대사의 큰 비극임을 생각한다면, 소련의 강제 수용소 문제는 우리 현대사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미덕(美德)으로 받아들여지고, 5G, IoT, 드론으로 이어지는 <1984>의 빅브러더와 <멋진 신세계>의 계급화된 사회로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수용소 군도>의 '고립'이라는 주제는 또한 우리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제에 대해 어떤 답(答)을 찾아야 할까. 


극동 지방의 한국인들은 까자흐스딴으로 추방당했다. 이것은 <민족적인 혈통에 따른 >체포의 첫 케이스였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이에 대해서는, <자치통감 資治通鑑>의 저자 사마광(司馬光, 1019 ~ 1086)의 말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진(秦)나라의 강력한 동진(東進)에 대해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하고 병합된 6국에 대한 사마광의 평(評)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눈 앞의 작은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면, 진의 통일도, 스탈린의 독재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며, <수용소 군도 2>로 넘어간다...


 신(臣) 사마광이 말씀드립니다. 종횡(縱橫)의 설은 비록 반복되었고, 백 가지의 실마리가 있엇지만 그러나 대체적인 요점은 함종(合從)이란 것은 6국 - 제(齊), 초(楚), 한(韓), 위(魏), 조(趙), 연(燕) -에게 이익입니다... 가령 6국으로 하여금 능히 신의로써 서로 친하게 할 수 있었다면 진이 비록 강포하다고 하여도 어찌 그들을 망하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삼진(三晉)이 제와 초를 공격한 것은 스스로 그 뿌리를 자르는 것이었고, 제와 초가 삼진을 공격하는 것은 스스로 그 가려주는 울타리를 없애버리는 것이었습니다._사마광, <자치통감 7>中


PS. 겁박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의 종말에 대해서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화상을 입지 않고 물이 뜨겁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 아닐까...


 조고가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법을 엄격하게 하여 형벌을 혹족하게 시행하고, 죄지은 사람은 서로 연화하게 하여 대신과 종실 사람들을 주멸하고, 그런 다음에 유민을 거두어 임용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천한 사람들을 귀하게 하십시오. 돌아가신 황제의 옛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시고 폐하꼐서 친하다고 여기고 믿는 사람들로 바꾸어 임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음덕이 폐하에게 돌아올 것이며, 해로움이 제거되고 간사한 모의가 막히며, 여러 신하들이 윤택함을 입지 않는 사람이 없고 두터운 덕을 입을 것이니 폐하는 베개를 높이 하고 뜻 먹은 대로 마음대로 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계책 가운데 이보다 뛰어넘는 것은 없습니다." 2세 황제가 그렇다고 여겼다._사마광, <자치통감 7>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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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11 17: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퍼갑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1 17:51   좋아요 3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님. ^^:)

막시무스 2021-01-11 19: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도 수용소군도 시작하신건가요? 이 엄청난 대작을 보시는 알라디너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화이팅입니다! 추운날 즐독, 따독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1-01-11 22:3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오늘은 제법 날이 풀리는 것 같아요. 건강하고 여유있는 월요일 밤 되세요!^^:)

scott 2021-01-11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드디어 솔제니친에 대작 펼쳐드셨군요 응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1 22: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일단 펼쳐봤습니다. 도중에 새지 말아야겠지요...ㅋ

붕붕툐툐 2021-01-12 0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호랑이님 왠지 겨울에 독서 더 많이 하실듯~ 어흥~ㅋㅋㅋ 수용소군도 어렸을 때 읽다 말았던 거 같은데...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뿜뿜!!^^

겨울호랑이 2021-01-12 08: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 이름 따라 겨울에 독서를 더 많이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네요 ㅜㅜ 수용소군도는 인간적인 면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언제든 읽어도 좋을 책 같아요. 붕붕툐툐님께서도 다시 읽으시면 새로운 감동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붕붕툐툐 2021-01-12 09:50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도 겨울에 이불 속에서 책 안 읽고 뭐하는지 늘 겨울엔 독서량이 바닥을 치더라구요;;;; 새로운 감동 기대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2 11:53   좋아요 1 | URL
^^:) 추운 날 실내에 있으면 독서를 해야하는데, 추위에 독서에 대한 열의도 같이 얼어버리는 것 같아요. 붕붕툐툐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이 모든 인간 행위의 근원이라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은 개념적으로나 위치상으로 이 시의 중심을 차지한다. 일곱 가지 사형 죄(흔히 말하는 7대 죄악)는 사랑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잘못 이끌린 사랑, 너무 약하거나 너무 강한 사랑 등 잘못된 사랑이다. 사랑이 잘못 이끌릴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이며, 너무 약한 경우가 한 가지, 너무 강한 경우가 세 가지다. 우리가 보게 되듯, 일곱 테라스가 있는 연옥의 지리학은 이런 분석을 보여준다. 이런 인식과 밀접하게 연관된 질문이 인간 행위에 대해 인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관한 철학적 근본 문제를 제기한다. _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p207


 프루 쇼(Prue Shaw, 1949 ~ )는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Reading Dante>에서 <신곡 神曲, La Divina Commedia>의 여정을 일곱 주제로 정리한다. 우정, 권력, 삶, 사랑, 시간, 수, 낱말. 그 중에서 주제의 중심은 사랑이다.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코린토 1서 13: 13> 中


 <신곡>의 중심에 사랑을 배치한 프루 쇼의 분석은 다분히 사도 바오로(Pahlus, AD 5 ~ AD 67 ?) 서간 중 유명한 사랑의 찬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관점이 단테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1265 ~ 1321)의 의도와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곡>의 선(善)과 악(惡)을 가르는 기준의 많은 부분이 사랑과 관련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프루 쇼의 해설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연옥이 지옥과 다른 것은 바로 시간 때문이다. 연옥은 파도기의 영역, 변화의 영역, 진보의 영역,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나아가는 영역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절박한 영역이다. 연옥의 영혼들은 단테처럼 여행 중이지만, 그 여행이 완견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걸리고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여행의 결과는 보장되어 있다. 회개하는 영혼들에게 보장된 목표는 천국이다. 지상에서의 삶을 여행으로, 또는 천국의 집을 향한 순례로 여길 수 있는 것처럼, 연옥의 산을 올라가는 것은 일종의 순례와 같다.(p270)... 우골리노의 정신 상태는 정확히 신을 부정, 거부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옥행의 본질이다. _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p285

 

<신곡>에 나오는 지옥, 연옥, 천국은 서로 다른 곳이면서도 공통점을 가지며, 통하는 공간들이다. 지옥과 천국은 유한한 시간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상극이면서도 공통점이 있으며, 연옥 영혼들은 천국으로 갈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통하는 바가 있다. 다만, 이러한 공통점과 통하는 바는 최후의 중세인 단테의 상식으로 설명되기에 우리가 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프루 쇼는 <신곡>내에 단테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보다 인간 단테와 그의 사상에 대해 깊이 있게 알 필요가 있다.  단테의 사상, 특히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Bonifacius PP. VIII, 1235 ~ 1303)와의 대립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단테의 다른 작품 <제정론 De Manachia>도 먼저 읽을 필요가 있는데, 이는 별도의 리뷰로 넘기도록 하자.


 정치적 성숙기의 단테는 인류에게 적합한 정부는 인간의 세속 생활과 영적 생활을 각각 책임지는 황제와 교황 두 지도자를 두어야 한다고 믿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종속되지 않는다. 각각의 지도자는 신에게서 직접 권한을 받는다. 바로 이것이 순례자 단테가 여행에서 배운 역사의 교훈이다. _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p259

 실제 있었던 사건과 이 시가 말하는 사건의 관계는 모호하다. 예술은 바로 그 이유로 인해 훨씬 더 강력하다. 거듭해서 <신곡>을 읽을수록, 우리는 단테의 시가 지닌 힘은 강력한 자전적 요소 - 시대, 장소, 상황 속에 굳게 뿌리박은 실제 경험 - 에서 나오는 반면, 그 시인이 살아낸 경험이 상상력과 언어 구사력에 의해 바뀌고 변형된 까닭에, 그 어떤 것도 사실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기가 종종 불가능해지는 그런 역설에 직면한다. 그 문제는 <새로운 삶>에서보다 <신곡>에서 더 복잡해지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두 가지다. <신곡>의 이야기 틀은 나름의 독립적인 논리와 운동량을 가지며 개인적인 것보다 더 크고 포괄적인 목표에 맞춰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 틀은 알레고리의 형태를 띤다. _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p155

 

이러한 직접적인 단테의 정치사상외에도 <신곡>안에 담긴 중세의 우주관(宇宙觀)과 '시간(時間)'을 중심으로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 ~ 430)가 <고백록 Confessiones>에서 말한 시간의 의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로 표현되는 중세 천제관을 작품 내에서 발견하며 현대 사상과 비교하며 읽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조금 더 욕심내어 본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중세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장미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듯 하고...  프루 쇼의 7개 주제 중 '수'와 '낱말' 대한 중세의 알레고리는 움베르트 에코의 <중세의 미학>과  <중세의 사랑과 미술>를 통해 다시 정리하면, <신곡>이라는 거대한 성(城) 외곽의 해자(垓字)는 어느 정도 메워지지 않았을까.  이런 준비 후에 <신곡>을 읽는다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신곡>을 다시 꺼내든다...


 지옥과 천국은 영원하며, 시간의 바깥에 있다. 즉 시간을 초월한다. 지옥과 천국에서 시간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  _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p16


 시간의 성격은 마침내 <천국>에서 설명된다. 그 설명은 철학적이면서도 시적이다. 시간은 우주의 창조와 함께 존재하게 되었는데, 그런 시간 개념이 유일하게 의미를 갖는 창조된 세계에서 단테가 막 나오고 있다. 일시성은 인간 경험이 펼쳐지는 창조된 세계의 한 차원이다... 원동천이란, 열 번째 하늘, 즉 움직이는 천구들 중 가장 밖에 있는 하늘을 말한다. 이 하늘은 가장 빨리 움직이며 그 안의 나머지 모든 천구에 움직임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우리 우주의 가장 바깥을 에워싼 껍질이다. 그 너머에 신과 천국이 있다.  _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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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1-01-04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프루 쇼의 이 좋은 책이 벌써 품절이라니 ㅠ 읽어보려 했더니 안타깝군요.

*사랑을 인간 실존의 중심으로 보는 관점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과 유사하네요. ˝나의 중심은 나의 사랑입니다˝ (고백록 13.9.10, 성염) 여기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겨울호랑이 2021-01-04 20:46   좋아요 0 | URL
김민우님 말씀처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는 2019년에 나와서 출판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아쉽게 되버렸습니다. 찾는 분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전자책으로라도 나왔으면 좋겠네요.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에서 프루 쇼는 단테가 기독교 이전의 가톨릭 교도 임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이는 중세 당시 이교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었기에 세례받지 못한 수많은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교황 보니파키우스8세와는 대척점에 서면서도 가톨릭 신앙 안에 머무는 단테의 입장을 표현한다고 여겨집니다. 세속화된 교황권 이전의 어부 베드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신곡>에 녹아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김민우님 말씀처럼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향 또한 분명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21-01-04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단테의 신곡까지...
진심 넘넘 부럽습니다. 제겐 평생 넘사벽이라고 생각되어 저승에서나 읽자고 한 책이라서요. 넘 부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4 21:01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제가 <신곡>을 쓴 것도 아니고, 읽기만 하는 것인걸요. <신곡>을 온전히 제 것으로 소화하는 것은 저 역시 먼 훗날로 기약해야 할 듯합니다...ㅜㅜ

2021-01-07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07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테의 신곡, 어디선가 신부님의 버전의
신곡이 좋다해서 상권 구해다가 읽기
시작했다가 그만 나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신곡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인데...
존경합니다 겨호님.

겨울호랑이 2021-01-07 14:28   좋아요 0 | URL
에고 아닙니다. 누구나 읽을 수는 있잖아요,..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과는 다른. <미국사 산책>에 대한 압박을 이렇게 복수하시는군요..ㅋㅋ 분량은 17권에 달하는 <미국사 산책>보다 덜하다는 것을 위로로 삼아야 할까요.. 천천히 다른 책과 함께 읽는 중입니다. just reading...^^:)

scott 2021-02-10 15: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에 이 페이퍼 아껴가며 읽고 있었는데 ㅋㅋ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설연휴 가족 모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彡
☆彡。∴。。 ☆彡 ・
 ・゚*。・ 。*・゚
( )_( ) ・ 。・*・゚。  ・
(.•。 .•.)
o_(“)(“)
연의 선물 ^.~

겨울호랑이 2021-02-10 19:24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아껴가며 읽기에는 빈약한 내용이라 쑥스럽네요... scott님께서도 행복한 설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
 

삶의 바글거리는 길들을 헤집고 들어가 밀치고 나가며, 일체의 친근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하는 것, 그거야말로 스크루지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짜릿함‘ 그 자체였다. _찰스 디킨스, 「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 p153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버린 요즘, 크리스마스에 우리 모두는 ‘비자발적 스크루지‘가 되버렸다. 예년과는 달리 텅텅 빈 거리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치 코로나 19로 인해 역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아동학대가 늘어난 것처럼, 누군가의 어려움이 미처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스크루지 선생님, 이렇듯 축제 분위기인 이 절기에는.˝ 신사가 펜을 집어 들며 말했다. ˝우리가 가난하고 곤궁한 이들에게 평소보다 약간의 배려를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입니다. 요사이 매우 고생들이 심하지요. 게다가 기초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천 명씩이나 있고 수만 명이 기본적인 편의를 누리지 못하고 삽니다, 선생님.˝_찰스 디킨스, 「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롤」, p160

어렸을 적 「행복한 왕자」와 「성냥팔이 소녀」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켜는 모습을 행복한 왕자가 봤었다면, 크리스마스에 소녀의 죽음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물론, 동화를 읽으며 했던 어린이의 상상이지만, 어려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있는 존재가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오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웃분들과 주변 모두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넘치는 행복을 함께 나누는 2020년 성탄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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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5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이에게 보여주세요
눈사람ᒄ₍⁽ˆ⁰ˆ⁾₎ᒃ♪♬
연이야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겨울호랑이 2020-12-25 00:16   좋아요 2 | URL
^^:) 연의는 지금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러 잠자리에 갔어요 ㅋㅋ 저녁 무렵 떼를 써서 산타할아버지가 안오실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면서요.. 내일 아침에 선물과 함께 보여주겠습니다. scott님 멋진 선물 감사합니다!

막시무스 2020-12-25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냥팔이소녀의 책 표지가 묘한 감성을 일으키네요!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0-12-25 11:35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 올 한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주말 되세요!^^:)

bookholic 2020-12-25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의와 귀요미와 온 식구들 다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시겠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일주일 남은 2020년도 행복한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20-12-25 19:13   좋아요 1 | URL
bookholic님께서도 가족분들과 행복한 시간, 따뜻한 2020년 마지막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0-12-25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날이 너무 좋네요 :>

겨울호랑이 2020-12-25 19:14   좋아요 1 | URL
정말 포근한 겨울날이네요. 레삭매냐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저녁 되세요!^^:)

희선 2020-12-26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에는 뭔가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몇 해 동안은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했네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겠습니다 지금은 더하지 않을까 싶군요 성탄절도 지나고 올해 며칠 남지 않았네요 겨울호랑이 님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겨울호랑이 2020-12-26 09:15   좋아요 1 | URL
희선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mini74 2020-12-26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에도 연 자가 들어가니 더 반갑네여. 원래 연꽃 련 으로 하시려던걸 아버지께서 약주 한 잔 하시고 출생신고 하러 가셨다가 풀 초자를 빠뜨리셔서 이을 연이 되었지요. 또 딸이라니 !!! 뭐 이런 심정 아니셨을까요. ㅎㅎㅎ 어릴 적엔 엄마 보자기 뒤집어 쓰고 성냥 사세요 하다가 청승맞다고 혼났던 기억도 나고.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아이와 보내는 하루하루는 되돌아보니 모두 크리스마스날의 선물 같은 날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집 선물은 폭풍성장해서 포장지를 쥐어뜯고 나와 저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산타를 믿는다고 씨알고 안 먹힐 이야기를 하면서 ㅎㅎ

겨울호랑이 2020-12-27 14:44   좋아요 1 | URL
^^:) 제 여동생도 이름에 연꽃 ‘연‘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인기있는 글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크리스마스 연휴도 끝나가네요. 연말까지 얼마남지 않은 2020년 mini74님께서 잘 마무리하시길 기원합니다!^^:)

AgalmA 2020-12-30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켜는 모습을 행복한 왕자가 봤었다면...˝ 현명하고 좋은 사람들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세상이 왜이리 어려운 것인지.
겨울호랑이 님 만나 저는 참 다행입니다. 늘 좋은 영향 주셔서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20-12-30 21:32   좋아요 0 | URL
세상에 주유와 제갈량을 함께 내었다고 탄식하는 「삼국지연의」에서 주유의 틴식도 있지만, 사람의 인연을 맺는 것, 특히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듯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 저 역시 AgalmA님과 동감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비록 우리의 기력은 쇠약해지겠지만요.. ㅋ
 


 분홍이는 노랑이를 쓰윽 훑어봤어. 그리고 말했어. "누군가 우리를 만들었을거야."(p10)... 노랑이가 물었어. "나나 너처럼 복잡하고 완벽한 걸 누가 만들 수 있겠니?...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우연이란 말이야. 어쩌다 그냥 생겨난 거라고." _윌리엄 스타이그, <노랑이와 분홍이>, p11


 노랑이와 분홍이를 대화를 듣다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바로 감(感)을 잡는다. 윌리엄 스타이그(William Steig, 1907 ~ 2003)의<노랑이와 분홍이>가 진화론과 창조론이야기라는 것을. 마치, 사뮈엘 베게트(Samuel Beckett, 1906 ~ 1989)의 <고도를 기다리며 En attendant Godot >에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알지도 못하는 고도를 기다리듯, 두 인형 - 노랑이와 분홍이 - 는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말한다.


 분홍이가 말했어. "알았어. 우선은 네 말이 옳다고 치자. 그런데 넌 지금 그런 이상한 일드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일어나서 우리 둘이 생겼다고 하는거야?"(p23)... 노랑이가 대답했어. "왜 안돼?  오 초가 아니라 백만 년이면 똑같은 일들이 두 번도 넘게 일어날 수 있어._윌리엄 스타이그, <노랑이와 분홍이>, p24

 

 작가는 책에서 현대 창조론과 진화론 이론을 인형의 입을 통해 말하기에, 우리는 노랑이에게서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 )의  모습을, 분홍이에게서는 윌리엄 페일리(William Paley, 1743 ~ 1805)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오랜 논쟁이 아니다. 보다 인상적인 것은 텁수룩한 아저씨와 그가 한 말이다.

 

 바로 그때 머리가 텁수룩한 어떤 아저씨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왔어.(p30) 아저씨는 분홍이를 집어서 이리저리 훑어봤어. 그리고 노랑이도 집어서 요리조리 훑어봤지. 그러다 말했어. "잘 말랐군."... 노랑이가 분홍이 귀에 대고 속삭였어. "이 사람 누구야?" 하지만 분홍이도 누군지 몰랐대._윌리엄 스타이그, <노랑이와 분홍이>, p32

 

 텁수룩한 어떤 아저씨와 그가 한 말은 분홍이와 노랑이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분홍이에게 그 아저씨는 자신을 만들어 준 이가 될 수 있었고, 노랑이에게는 아저씨의 말이 노랑이가 생각했던 '충분한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 눈 앞에서 조물주(造物主)를 알아보지 못하는 창조론자와 충분하게 축적된 데이터 속에서도 온전한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는 진화론자. 결국 우리 인간들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랫만에 생각하게 만드는 재밌는 동화를 모처럼 읽었다. 정작 책 주인인 연의는 한 번 쳐다보고 던져버렸지만, 언젠가 연의와 함께  아래의 책들을 읽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의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PS. 아저씨와 말에 대한 다른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노랑이에게 아저씨는 자연의 진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분홍이에게 아저씨의 말은 천지창조 후 '보시니 참 좋았다'라는 <창세기>(1:31) 구절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PS 2. <노랑이와 분홍이>에서 많은 부분이 노랑이의 주장으로 채워지는데, 분홍이의 주장은 페일리의 <자연신학> 중 시계공 유추(watchmaker analogy)에서, 이에 대한 분홍이의 반박은 <눈 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의 주장을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텁수룩한 어떤 아저씨는 사실 분홍이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노랑이의 주장은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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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12-16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릴 때 이 책이 어렵다고. 치과의사 드소토나 아이린, 실베스타와 조약돌? 다 좋아하는데 이 책은 좋은데 어렵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림책 중에 은근히 깊이 있는 책이 많은 거 같아요. 저희 아이는 특히 아이린 이란 그림책 좋아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커서는 레드벨벳 아이린도 좋아하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0-12-16 09:14   좋아요 2 | URL
저도 레벨의 아이린이를 좋아하다가...

그만 이번 어른아이 폭로를 알고나서
손절했습니다만, 짭.

적고 보니 쓸데없는 덧글이네요 ㅠ

겨울호랑이 2020-12-16 09:15   좋아요 2 | URL
^^:) 저희 집 아이도 드소토 선생님은 좋아하는데, <노랑이 분홍이>는 별로라네요...ㅋㅋ 그림책 중에는 아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를 위한 책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이 책 역시 그런 주제의 책인듯 합니다... mini74님의 전(前)아이(?)는 꾸준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연의는 거의 매년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뀌어서 종잡을 수가 없는데요..날이 춥네요. mini74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2-19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도를 기다리며. 이걸 연극으로 보고, 뭐 이렇게 시시하나? 생각했어요. 나의 이해 부족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중에 어떤 책에서 이 책의 해설을 해 놓은 걸 읽었는데... 아, 그런 뜻이구나, 하고서도 역시나 시시했어요. ㅋㅋ
스토리가 너무 단순해서 그런가 봐요. 같은 대사의 반복이 많기도 하고요.
만들어진 신, 은 너무 유명해서 내용도 알게 됐고 그래서인지 제가 읽은 걸로 착각하게 되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책 한 권의 두께를 채우는 능력이 뛰어남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저처럼 칼럼이란 작은 조각으로 메시지를 담는 사람에겐 참 어려운 일입니다. 존경스러워요.

겨울호랑이 2020-12-19 20:34   좋아요 2 | URL
^^:) 저는 자신이 가진 작은 조각을 남들 앞에 내놓은 페크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만들어진 신」과 같이 널리 알려진 작품이 담지 못하는 페크님만의 매력이 책에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죄송하게도 아직 못 읽었네요...ㅜㅜ

2020-12-22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2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20-12-24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근하고 따뜻한 하루 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20-12-24 13:10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서니데이 2020-12-24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가족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겨울호랑이 2020-12-24 22:42   좋아요 1 | URL
지난 한 해 꾸준히 서재를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베텔게우스 2020-12-24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마음 따뜻한 성탄절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0-12-24 22:41   좋아요 1 | URL
베텔게우스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이하라 2020-12-24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0-12-24 22:53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레삭매냐 2020-12-25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이르는 병>...
오래 전에 사둔 것 같은데 역시나
읽진 않았네요. 뭐 그런 거죠 ㅋ

겨울호랑이 2020-12-25 19:15   좋아요 0 | URL
사둔 책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가정은 하지 말아야하겠지요? ㅋ
 

 사회적, 정치적 폭발의 요소들은 그 얼마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1870년에서 1871년 사이 독일로 인한 국가적 자존심의 곪아터진 상처, 그로 인해 프랑스 군대가 겪은 치욕, 공화파와 왕정파 사이의 오랜 적대감, 그리고 공화국과 교회 간의 그 못지 않은 적대감, 계속되는 경제적 불만, 특히 농업 분야의 부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길한 것은 맹렬한 반유대주의의 부상이었다. _ 메리 매콜리프,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1 ~ 1900>, p405


 메리 매콜리프 (Mary Mcauliffe)는 1871년부터 1929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얽히는 과정을 3권의 책에서 담아냈다. 프로이센 - 프랑스 전쟁(Deutsch-Franzosischer Krieg, 1870 ~ 1871)의 패전과 파리 코뮌(La Commune de Paris, 1871)의 상처를 안은 프랑스는 50억 프랑이라는 막대한 전쟁 부채와 알사스-로렌 지방을 넘겨주면서 큰 위기에 봉착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다.


 정부의 공공사업들이 경제에 미친 부양 효과는 실제적이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1882년 초까지밖에 가지 않았다. 연초가 되자 고공 행진을 하던 상업은행 위니옹 제네랄의 도산과 함께 경제가 극적으로 주저앉았다.(p192)... 주가 폭락의 여파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특히 노동자 계층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현 사태와 뒤따르는 재정적 재난에 대해 정부를 비난했는데, 그 불만에는 좀 더 깊고 악의적인 감정도 섞여 있었으니, 사태의 책임을 유대인 은행가들에게 돌리려는 것이었다... 사실 로트실트가(로스차일드가)와 다른 은행들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자금을 빌려준 터였지만, 프랑스 전역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_ 메리 매콜리프,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1 ~ 1900>, p193 


 프랑스는 공공사업을 통한 재정부양책을 사용하면서 전후 위기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어느 사회나 이러한 경제부양정책으로부터 소외받은 이들과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이들은 있기 마련. 프랑스 내에 경제불평등 문제와 반(反)유대주의는 드레퓌스 사건( L'affaire Dreyfus, 1894 ~ 1906)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 바닥에 남아 있었다. 극심한 경제불평등은 문화를 가난한 이들로부터 분리했고, 결국 이 시기의 예술은 '가진 자'들의 것으로 될 수 밖에 없었고, 반유대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프랑스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벨 에포크 시기의 그림자는 짙었다. 


 졸라가 본 대로, 파리는 이전 해의 재앙들로부터 급속히 회복되고는 있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시의회에 들어간 클레망소도 그 점을 확실히 깨달았다. 몽마르트르의 빈민들을 위해 그의 일은 파리의 광범한 하층계급을 부단한 의제로부터 부각시켰다. 그가 특히 경각심을 느낀 것은 파리 극빈 지역 아동들이 처한 난국이었다. 그런 아동들, 특히 사생아들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보호도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체제하에 번창하는 파리 사람들은 불운한 자들을 위해 시간을 낼 여유가 없었다. _ 메리 매콜리프,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1 ~ 1900>, p74


 이 시기 프랑스는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고,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지로 영광을 누리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현실은 과거와 달랐다. 프로이센과의 전쟁 뿐 아니라 파쇼다 사건(Fashoda Incident, 1898)에서 보듯 해외식민지 확보 경쟁에서는 영국에게 뒤쳐졌던 것이 프랑스가 처한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지도층은 당시 일어난 민족주의 감정을 만국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 등을 통해 고취하길 원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에펠 탑등을 만들어지며 파리의 모습은 적어도 외적으로는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와 함께, 경제적 부흥 노력과 국제 행사 개최를 계기로 유럽 여러지역의 예술가들이 프랑스로 몰려들면서, 프랑스 예술계는 본격적인 부흥을 시작하는데,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1900 ~ 1918>는 이 시기를 잘 묘사한다. 


 1900년 10월 중순, 파블로 피카소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의 붐비는 새 철도역인 오르세역에 도착했다. 며칠 후 만 열아홉 살이 되는 그는 의기충천해 있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에 그의 그림이 한 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파리에 입장하는 얼마나 근사한 방식인가! (p15)... 이사도라에게 힘을 주는 것은 춤의 근본원리를 발견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녀는 진리가 기술보다 먼저임을 강조했다. "삶이 뿌리이고 예술은 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는 10년 후 모스크바에서 나타나게 될 메소드 연기와도 다소 비슷한 것으로, 그녀는 고전발레의 인위성을 거부하고 정서적 관념들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동작들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녀는 무용의 역사를 바꾸어놓을 발견을 하려는 참이었다._ 메리 매콜리프,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1900 ~ 1918>, p86

 

 20세기 초에는 예술 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유럽은 끝없는 발전을 이루는 듯 보였다. 독일에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1905)하고, 마리 퀴리(Maria Skłodowska-Curie, 1867 ~ 1934)와 피에르 퀴리가 라듐을 발견(1898)하던 시기, 인간 이성(理性)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벨 에포크(Belle Epoque)시대의 즐거움을 프랑스는 누렸다. 그렇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이 빛나는 황금시대는 막을 내린다. 3부작의 마지막 <파리는 언제나 축제, 1918 ~ 1929>에서는 전후(戰後) 프랑스가 떠오른 신흥 대국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면서 상처를 복구했는가가 그려진다. 프랑스 프랑화(貨)의 약세, 미국 금주법 시대(禁酒法時代, Prohibition era, 1919 ~ 1933) 등을 통해 많은 미국 예술가들이 프랑스에 건너오면서 프랑스는 새로운 부흥을 꿈꾼다는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된다.  마지막은 마치 동화책의 결말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안다. 1929년 불어닥친 대공황이 유럽을 다시 한 번 잿더미로 초대했다는 사실과 유럽 사회에 팽배했던 반유대주의가 인간 이성에 대한 낙관을 어떻게 끝냈는지를.


 1920년대 파리는 모든 방면에서 혁신의 온상이었다. 그 시절 이 빛의 도시는 문학, 미술, 건축, 음악, 패션 등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의 문화적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다. 창조성과 함께 관용의 태도가 널리 번졌고, 적어도 어던 집단에서는 그러했다.(p111)... 프랑스라는 나라는 제1차 세계대전을 완전히 극복했고, 비록 값비싼 - 특히 인명에서는 - 대가를 치른 승리였으나 1929년에 프랑스인들은 대체로 번영을 즐기며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_ 메리 매콜리프, <파리는 언제나 축제, 1918 ~ 1929>, p421


 이처럼 메리 매콜리프의 '예술가들의 파리' 시리즈는 19세기 말 ~ 20세기 초의 벨 에포크 시대를 여러 인물들의 교차 편집을 통해 잘 묘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예술가들의 삶과 함께 그들과 분리할 수 없는 시대상을 볼 수 있다. 비록, 작품, 작가를 깊이있게 묘사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은 이 시리즈가 가진 장점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는 결코 분리해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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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2-15 2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프랑스의 역사를 다룬 박물관을 관람한 기분이에요. 벨 에포크 시대에 대해서는 막연히 낭만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마냥 좋은 시절은 아니었군요…

겨울호랑이 2020-12-15 20:54   좋아요 1 | URL
파이버님의 말씀처럼 많은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크게 발전한 시기, 산업화의 혜택으로 문화가 부흥한 시기로 인식된 벨 에포크 시대가 누군가에겐 깊은 고난의 행군시기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어쩌면 소수가 행복한 시기보다 다수가 평온한 시기가 더 좋은 시절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파이버님 감사합니다.^^:)

prothoevero 2020-12-16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에 추가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12-16 13:56   좋아요 0 | URL
즐거운 독서 되세요, prothoevero님 감사합니다.^^:)

2020-12-22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3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12-25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불전쟁에서 참담한 패전...
그리고 이은 파리 코뮌의 실패

그런 시절을 뒤로 하고 벨에포크
시절이 왔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겨울호랑이 2020-12-25 19:17   좋아요 0 | URL
예나 지금이나 어려움은 힘 없는 이들에게서 행복과 경제력을 빼앗아 가진 자에게 나누어주는 불평등의 기폭제가 되는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벨에포크 시대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빛나는 시대였겠지요... 다만, 그런 불안정한 시대는 사상누각에 불과함을 역사는 잘 보여주지 않나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