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왜 자기가 희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해서 항상 그럴듯한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을 대량 체포하는 것을 볼 때는 역시 불합리하게 느껴지지만 애매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저 사람>은 유죄일지도?' 그러나 당신은, 당신만은 틀림없이 무죄일 것이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소련의 강제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Isayevich Solzhenitsyn, 1918 ~ 2008)의 <수용소 군도>. 강제 수용소를 체험한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저술했다는 점에서 빅터 플랭클(Viktor Emil Frankl, 1905 ~ 1997)의 <죽음의 수용소>와 공통점을 갖지만, 후자가 자신과 자신 주변의 인물 심리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수용소 군도>는 1920 ~1930년대 소련의 사회상을 전반적으로 서술했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1권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에 불어닥친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사회와 개인이 무너지는가를 잘 그려낸다.


 혁명 후 첫 10년 동안만 해도 사람들은 아직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도덕이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단지 좁은 계급적 의미만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원 노릇을 단호하게 거부했는데, 그 때문에 그들은 모조리 가차 없는 형벌을 받아야 했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수용소 군도 1>에서 체포와 감금을 통해 사회로부터 고립된 개인은 서서히 무너지고, 엄한 법률에 의한 강제는 그렇지 않은 개인을 제거하거나, 교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서운 처벌 앞에서 개인들은 자신 앞에 닥치지 않은 어려움에 대해 외면하면서 분열되고, 고립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분열과 공포. 우리는 <수용소 군도> 안에서 히틀러(Adolf Hitler, 1889 ~ 1945부터 스탈린(Joseph Vissarionovich Stalin, 1878 ~ 1953)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가들이 소수의 세력으로 어떻게 다수를 통제하는가를 배운다. 그리고, 이러한 지배양상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 책을 고전으로, 우리의 현실이 '반복되는 역사'법칙 아래 있음도 함께 일깨운다.


 어디서나 사용하는 공통적인 방법이 있었다. 감방에 짠 음식만 들여보내고 물을 안 주는 방법이다. 금을 내놓는 자는 물을 마실 수 있다! 10루블 금화 한 닢에 맹물 한 잔! 사람들은 금속 때문에 멸망해 간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7년 전만 해도 도시 사람들은 농촌이 무참하게 두들겨 맞는 꼴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이번에는 농촌이 도시가 당하는 그런 꼴을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농촌은 너무나 세상 소식에 어두웠다. 뿐만 아니라 농촌 자신도 지금 마지막 숨통이 눌리고 있는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도시와 농촌, 지식인과 노동자들로 분열된 소련 사회상은 우리에게 먼 남의 일만은 아니다. 1930년대 이루어진 고려인의 강제 이주 사건이 우리 현대사의 큰 비극임을 생각한다면, 소련의 강제 수용소 문제는 우리 현대사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미덕(美德)으로 받아들여지고, 5G, IoT, 드론으로 이어지는 <1984>의 빅브러더와 <멋진 신세계>의 계급화된 사회로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수용소 군도>의 '고립'이라는 주제는 또한 우리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제에 대해 어떤 답(答)을 찾아야 할까. 


극동 지방의 한국인들은 까자흐스딴으로 추방당했다. 이것은 <민족적인 혈통에 따른 >체포의 첫 케이스였다._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 中

 이에 대해서는, <자치통감 資治通鑑>의 저자 사마광(司馬光, 1019 ~ 1086)의 말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진(秦)나라의 강력한 동진(東進)에 대해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하고 병합된 6국에 대한 사마광의 평(評)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눈 앞의 작은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면, 진의 통일도, 스탈린의 독재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며, <수용소 군도 2>로 넘어간다...


 신(臣) 사마광이 말씀드립니다. 종횡(縱橫)의 설은 비록 반복되었고, 백 가지의 실마리가 있엇지만 그러나 대체적인 요점은 함종(合從)이란 것은 6국 - 제(齊), 초(楚), 한(韓), 위(魏), 조(趙), 연(燕) -에게 이익입니다... 가령 6국으로 하여금 능히 신의로써 서로 친하게 할 수 있었다면 진이 비록 강포하다고 하여도 어찌 그들을 망하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삼진(三晉)이 제와 초를 공격한 것은 스스로 그 뿌리를 자르는 것이었고, 제와 초가 삼진을 공격하는 것은 스스로 그 가려주는 울타리를 없애버리는 것이었습니다._사마광, <자치통감 7>中


PS. 겁박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의 종말에 대해서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화상을 입지 않고 물이 뜨겁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 아닐까...


 조고가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법을 엄격하게 하여 형벌을 혹족하게 시행하고, 죄지은 사람은 서로 연화하게 하여 대신과 종실 사람들을 주멸하고, 그런 다음에 유민을 거두어 임용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천한 사람들을 귀하게 하십시오. 돌아가신 황제의 옛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시고 폐하꼐서 친하다고 여기고 믿는 사람들로 바꾸어 임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음덕이 폐하에게 돌아올 것이며, 해로움이 제거되고 간사한 모의가 막히며, 여러 신하들이 윤택함을 입지 않는 사람이 없고 두터운 덕을 입을 것이니 폐하는 베개를 높이 하고 뜻 먹은 대로 마음대로 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계책 가운데 이보다 뛰어넘는 것은 없습니다." 2세 황제가 그렇다고 여겼다._사마광, <자치통감 7>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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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1 17: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퍼갑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1 17:51   좋아요 3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님. ^^:)

막시무스 2021-01-11 19: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도 수용소군도 시작하신건가요? 이 엄청난 대작을 보시는 알라디너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화이팅입니다! 추운날 즐독, 따독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1-01-11 22:3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오늘은 제법 날이 풀리는 것 같아요. 건강하고 여유있는 월요일 밤 되세요!^^:)

scott 2021-01-11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드디어 솔제니친에 대작 펼쳐드셨군요 응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1 22: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일단 펼쳐봤습니다. 도중에 새지 말아야겠지요...ㅋ

붕붕툐툐 2021-01-12 0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호랑이님 왠지 겨울에 독서 더 많이 하실듯~ 어흥~ㅋㅋㅋ 수용소군도 어렸을 때 읽다 말았던 거 같은데...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뿜뿜!!^^

겨울호랑이 2021-01-12 08: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 이름 따라 겨울에 독서를 더 많이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네요 ㅜㅜ 수용소군도는 인간적인 면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언제든 읽어도 좋을 책 같아요. 붕붕툐툐님께서도 다시 읽으시면 새로운 감동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붕붕툐툐 2021-01-12 09:50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도 겨울에 이불 속에서 책 안 읽고 뭐하는지 늘 겨울엔 독서량이 바닥을 치더라구요;;;; 새로운 감동 기대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2 11:53   좋아요 1 | URL
^^:) 추운 날 실내에 있으면 독서를 해야하는데, 추위에 독서에 대한 열의도 같이 얼어버리는 것 같아요. 붕붕툐툐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