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3 열린책들 세계문학 260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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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분노, 혐오, 경멸 등의 감정에 좌우될 여유가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금에야 깨닫고 있다. 혹시 당신이 누구한테 흥분해서 반박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그의 견해의 체계를 놓치게 된다. 혹은 당신이 혐오감 때문에 사람을 피했다면 당신은 아주 미지의 성격을 놓치게된다. 그런데 그 성격은 장래에 당신에게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나의 시간과 주의를 나에게 관심을 끄는사람들과, 기분이 좋은 사람들과 공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바쳤으며 그것을 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사회를 마치 달을 보듯이, 그 한 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달이 흔들려 움직이며 - 칭동(動) - 그 뒤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처럼, 이 흉물들의 방도, 나에게는미지의 사람들의 일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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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군도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59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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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다. 환영을 찾지 말라. 재물과 명성을 좇으려 하지 말라. 그런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애써 축적된 것이지만 단 하룻밤 만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초연한 태도로 삶을 살아 나가라. 불행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행복으로 가슴 태울 필요도 없다. 그것은 매일반이 아닌가? 괴로움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즐거움도 완전히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다행으로 알라. 등뼈가 부러져 있지 않고 두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두 손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고 두눈과 귀로 듣고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누구를 부러워할 것이 있는가?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러운 생각을 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좀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두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 그리고 당신들을 좋아하고 당신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무엇보다도 높이 평가하라. 결코 그들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욕을 하지 말것이며 그들 누구와도 말다툼 같은 것으로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이것이 체포 전의 당신의 마지막 행위가 될지도 모르며 당신은 그런 식으로 그들의 기억 속에 남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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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사막 펭귄클래식 124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최율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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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인생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치명적 사건을 일으킨다고, 박사는 생각했다. 사춘기 이래로 그의 사랑의 대상들은 모두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한순간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리는 여자도 있었다. 다른 여자는 좀 덜 잔인하게도, 이 지역을 떠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그녀들은 도시를 떠났고 다시는 편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은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존시킨다. 그들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래서 죽음은 사랑을 썩지 않게 보존하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로 사랑을 분하시키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삶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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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청춘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레몽도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어렴풋한, 그러나 늘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늘 쉴 새 없이 흐르고, 한 번 지나가면 죽어버리는 시간의 심연을 주시하며, 뭔가 그 흐름 안에 표지가 될 만한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전부터 그는 인생을 마치 무슨 경리장부라도 되는 양 정리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맡았던 모든 존재들을 각기 제자리에 끼워 넣고 정리하는 것을 즐겼다. 각각의 얼굴을 보면서 그 제조 연도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 P14

레몽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 불안은 곧 깊은 고뇌로 바뀌었다. ‘물론 기다릴 수 있어. 그렇지만 그는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그 나이 또래 애들은 따분한 사람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법이니까. 좋아, 이제 단념하자. 모든 게 다 끝났어‘ 이 명백한 예상은, 그러나 얼마나 가혹한가! 레몽은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을것이다. 마리아 크로스는 인생의 마지막 남은 우물을 그만 메워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모래사막뿐이다. - P151

마리아는 여섯 시 전차에서 만났던 사랑스러운 소년을 기억속에서 불러내려고 애썼지만, 이제 그 얼굴은 쉽사리 떠오르지않았다. 지금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어리석을 만큼 소심하고 성욕이 들끓는, 설익은 불한당의 화난 모습뿐이었다. 물론 이 추한 모습 또한, 사랑의 환상에 의해 미화되었던 레몽만큼이나 실제와 달랐지만, 자기가 변형시키고 신성시한 소년의 이미지 앞에서 마리아는 불현듯 혐오감을 느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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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우리를 사랑해 준 사람에 의해 빚어지고 만들어진다. 그들의 사랑이 쉬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그들의 작품인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이 작품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또 그것을 만들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해도. 우리 운명을 가로질렀다가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모든 사랑과 우정은, 영원히 남을 무언가를 우리 속에 만들어낸다. 오늘저녁 뒤포 가의 술집에 앉아 있는 서른다섯 살의 레몽 쿠레주가, 만약 19**년 철학 수업을 받는 학생이었던 무렵 하굣길 전차 안에서 마리아 크로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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