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사막 펭귄클래식 124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최율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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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인생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치명적 사건을 일으킨다고, 박사는 생각했다. 사춘기 이래로 그의 사랑의 대상들은 모두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한순간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리는 여자도 있었다. 다른 여자는 좀 덜 잔인하게도, 이 지역을 떠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그녀들은 도시를 떠났고 다시는 편지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은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존시킨다. 그들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래서 죽음은 사랑을 썩지 않게 보존하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로 사랑을 분하시키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삶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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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청춘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레몽도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어렴풋한, 그러나 늘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늘 쉴 새 없이 흐르고, 한 번 지나가면 죽어버리는 시간의 심연을 주시하며, 뭔가 그 흐름 안에 표지가 될 만한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전부터 그는 인생을 마치 무슨 경리장부라도 되는 양 정리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맡았던 모든 존재들을 각기 제자리에 끼워 넣고 정리하는 것을 즐겼다. 각각의 얼굴을 보면서 그 제조 연도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 P14

레몽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 불안은 곧 깊은 고뇌로 바뀌었다. ‘물론 기다릴 수 있어. 그렇지만 그는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그 나이 또래 애들은 따분한 사람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법이니까. 좋아, 이제 단념하자. 모든 게 다 끝났어‘ 이 명백한 예상은, 그러나 얼마나 가혹한가! 레몽은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을것이다. 마리아 크로스는 인생의 마지막 남은 우물을 그만 메워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모래사막뿐이다. - P151

마리아는 여섯 시 전차에서 만났던 사랑스러운 소년을 기억속에서 불러내려고 애썼지만, 이제 그 얼굴은 쉽사리 떠오르지않았다. 지금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어리석을 만큼 소심하고 성욕이 들끓는, 설익은 불한당의 화난 모습뿐이었다. 물론 이 추한 모습 또한, 사랑의 환상에 의해 미화되었던 레몽만큼이나 실제와 달랐지만, 자기가 변형시키고 신성시한 소년의 이미지 앞에서 마리아는 불현듯 혐오감을 느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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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우리를 사랑해 준 사람에 의해 빚어지고 만들어진다. 그들의 사랑이 쉬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그들의 작품인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이 작품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또 그것을 만들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해도. 우리 운명을 가로질렀다가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모든 사랑과 우정은, 영원히 남을 무언가를 우리 속에 만들어낸다. 오늘저녁 뒤포 가의 술집에 앉아 있는 서른다섯 살의 레몽 쿠레주가, 만약 19**년 철학 수업을 받는 학생이었던 무렵 하굣길 전차 안에서 마리아 크로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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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릿 2 비꽃 세계 고전문학 28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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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시끌벅적한 거리로 조용히 내려갔다. 햇살도 비추고 그늘도 어리는 길을 걸어가는 동안, 시끄러운 사람과 열정 가득한 사람, 교만한 사람과 심술궂은 사람과 허영심 가득한 사람이 늘 그렇듯 안달복달하고 시끌벅적하게 부대끼며 살았다. - P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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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릿 2 비꽃 세계 고전문학 28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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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넘은 그게 놀라웠다. 그 현상 자체 때문이 아니라, 더없이 소중하고 다정한 존재가 자신이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현명하게 결정한 게 누구 혹은 무엇 때문인지 확실 - P425

히 모르다, 소용돌이치는 삶의 굴레가 갑자기 멈춘 다음에 비로소 또렷이 깨닫곤 한다. 질병에 걸릴 때나 깊은 슬픔에 빠질 때, 혹은 깊이 사랑하던 사람이 죽을 때 깨닫곤 하니, 쓴 게 약이라는 말은 여기에도 들어맞는다. 클레넘도 깊은 고통 가운데서 그걸 또렷하고 포근하게 떠올렸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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