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집에서 내가 얻은 것은 오직 귀중한 추억들뿐이었으니, 이는 무릇 사람에겐 부모님의 집에서 보낸 아주 어린 시절보다 더 귀중한 추억들은 없기 때문이요, 또 가정에 손톱만큼의 사랑과 화합이라도 있었다면 거의 언제나 그런 법이니까요. 아니, 아무리 고약한 가정이었다 할지라도 자신의 영혼이 귀중한 것을 찾을 능력만 있다면, 귀중한 추억들은 보존될 수 있습니다. - P29

성경이란 얼마나 놀라운 책이며 이것이 인간에게 준 기적과 힘은 또 얼마나 위대한지요! 꼭 세계와 인간, 인간의 성격들이 오롯이 새겨진 것 같고 모든 것이 영원토록 명명되고 지시된 것 같습니다. - P33

묵은 슬픔은 인간의 삶의 위대한 비밀에 의해 점차적으로 조용하고 감동적인 기쁨으로 바뀝니다. 젊음의 끓는 피 대신에 온순하고 해맑은 늙음이 찾아오지요. - P33

필요한 것은 오직 손톱만큼 작은 씨앗일 따름입니다. 그것을 평민들의 영혼 속에 뿌리면, 그것은 죽지 않고 그들의 마음속에 평생토록 살 것이며, 암흑이나 그들의 죄들의 수렁 속에서도 밝은 점처럼, 위대한 기억처럼 그들의 내부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구구절절이 늘어놓을 필요도, 많이 가르칠 필요도 없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평민들은 모든 것을 곧장 이해할 겁니다. 여러분은 평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P37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생각이 들기는커녕 오로지 복수욕으로 불타올랐던 겁니다. 지금도 이 일이 기억나면 놀라울 따름이지만, 이 복수욕과 나의 분노는 나 자신에게는 극도로 힘겹고 역겨운 것이었으니, 이는 내가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탓에 누구에게든 오랫동안 화를 낼 수 없기 때문인데, 고로, 나 스스로에게 억지로 불을 지펴서 마침내는 추하고 터무니없는 꼬락서니가 됐던 것이지요. - P44

사람이 정녕 이 지경에 이르다니, 사람이 사람을 때리다니! 이런 범죄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꼭 날카로운 바늘이 나의 영혼 전체를 관통한 것 같았습니다. - P46

"주위를, 하느님의 선물들을 둘러보십시오. 맑은 하늘, 신선한 공기, 부드러운 풀, 작은 새들, 자연은 아름답고 죄 없는 것이거늘, 우리, 오직 우리 하나만이 믿음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인생이 천국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 우리가 이해하려고만 들면 당장 천국은 그 아름다움을 십분 발휘할 것이고 우리는 얼싸안고 울 것입니다......." - P50

"그 고립이란 지금 곳곳에 만연해 있고 우리 시대에는 특히 더 그렇지만 이 고립의 시대는 아직 완전한 종말을 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가장 많이 부각시키지 못해 안달하고 자신의 내부에서만 삶의 충만함을 경험하고자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의 결과란 사실 삶의 충만함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한 자살일 따름이기 때문이며, 자기 존재를 완전히 규정짓는 대신 완전한 고립에 빠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개개의 단위로 분리되었고 각자 자신의 동굴 속에 고립되어서 다른 사람에게서 멀어져 몸을 숨기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도 또 숨기고, 그러다 결국에는 자기도 사람들로부터 내쳐지고 또 자기 스스로도 사람들을 내치게 되는 것이지요.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이제 나는 얼마나 강한가, 생활이 얼마나 안정되었는가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더더욱 자살과 같은 무기력에 빠져든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하나에게만 희망을 거는 것에 익숙해진 채 전체로부터 분리되어 개별적 단위가 되었고 사람들의 도움도, 숫제 사람들과 인류도 믿지 못하도록 자신의 영혼을 길들인 탓에 그저 자신의 돈이나 자기가 손에 넣은 권리가 없어질까 봐 벌벌 떨 뿐이지요. 지금의 인류의 지성은 어딜 가나 참다운 인간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고립된 개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통합에 있다는 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비아냥거릴 따름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이 무서운 고립도 때가 되면 종말을 고할 것이며 모든 사람들은 서로서로 분리되었던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일시에 이해할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이 이미 그렇게 될 것이니, 그토록 오랫동안 암흑 속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것에 놀라워할 것입니다. ... (하략) ..." - P59

게다가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건 아무도 몰랐는데, 왜냐면 그는 언제나 말이 없고 비사교적인 성격이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 P64

사회에서는 다들 그의 엄격하고 음울한 성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자선 행위 때문에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지만, 존경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는 점점 더 참을 수 없게 됐습니다. - P68

"사람들에게 널리 공표하십시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진리만이 남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당신의 위대한 결단에 얼마나 많은 관대함이 들어 있었는지 이해할 겁니다." - P69

"지금이 아니라면, 나중에라도 이해할 것이니, 당신은 진리에, 드높은 진리에 봉사했으니까요, 지상의 것이 아닌 진리에......." - P70

사람이란 의인의 몰락과 그의 치욕을 좋아하니까요. - P79

그들 속에는 과학이 있지만, 과학 속에는 오직 감각에 종속된 것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정신적인 세계, 인간 존재의 드높은 반쪽은 완전히 거부되어 증오마저 깃든 어떤 의기양양함과 함께 추방되어 버렸습니다. - P81

청년이여,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대가 기도를 할 때마다, 만약 그것이 참되다면, 새로운 감정이 솟아날 것이며 거기에는 그대가 이전에는 몰랐지만 새로이 그대의 기운을 북돋아 줄 새로운 생각도 들어 있다. - P92

형제들이여, 사람들의 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가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사랑할지니, 이는 하느님의 사랑과 최대한 닮은 사랑이야말로 지상의 사랑 중 으뜸인 까닭이다.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그 전체를, 모래알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잎사귀 하나, 하느님의 햇살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동물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고 모든 사물을 사랑하라. 모든 사물을 사랑하면 사물 속에 깃든 하느님의 비밀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번 깨닫게 되면 그때는 앞으로 매일매일 끊임없이 그것을 더욱더 많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엔 그때부터 전일적이고 전 세계적인 사랑으로 전 세계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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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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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궁금해할 것 없다. 어제 나는 어떤 끔찍한 생각이 들더구나....... 꼭 어제 그의 시선 속에 그의 운명이 전부 나타난 것 같더구나. 그의 시선 하나가 그토록.......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이 스스로를 위해서 무슨 일을 획책하고 있는지, 순간 내심 경악했단다. 내 평생 한두 번 정도 몇몇 사람들에게서 그와 똑같은 표정을 봤단다....... 꼭 그 사람의 운명을 전부 묘사해 주는 것 같은 표정을, 게다가 그들의 운명은 슬프게도 실현되고야 말았어. - P17

적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너의 그 적들마저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 살다 보면 불행한 일도 많이 겪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너는 또 행복해지기도 할 것이니, 삶을 축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자신의 삶을 축복할 수 있도록 해 주어라―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 - P18

그 당시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지만, 또 그의 장례를 치르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 봤자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어렸던 것이지요, 어린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속에는 모든 것이 지울 수 없는 감정 그대로 남아 침전되었던 것이지요.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되살아나서 부름에 응답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됐습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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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돈 1000루블은 이자 덕분에 이미 2000루블로 불어났지만 예핌 페트로비치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해 놓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정말로 불가피한 온갖 형식적 절차와 수속까지 겹쳐 그 돈을 받는 일이 지연되었고, 이 때문에 젊은이는 대학 생활 첫 이 년간은 항상 자기 힘으로 밥벌이와 생계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공부도 해야 됐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P37

하지만 미우소프가 이 빈정거림에 미처 대거리를 할 겨를도 없이, 다들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졌다. 그는 다소 골이 난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지금도 앞일이 훤히 보인다, 이렇게 골이 났으니 내가 먼저 시비를 걸게 될 거야....... 그러다 보면 혼자 열을 받아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나의 사상에도 먹칠을 하게 되겠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어른거렸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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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말했듯이 한 철학자의 철학은 그 자신의 인격(즉 한 개인의 마음씨, 기질, 경험 등을 총칭) 혹은 개성과 커다란 관계가 있다. 이 점에서 철학은 문학이나 종교와 비슷하다. 모든 철학문제는 과학문제에 비해서 성격이 더욱 광범한지라 아직도 완전히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해결은 주로 철학자들의 주관적인 사고나 "소견(見)"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과학이론은 온 세상이 인정하는 공언(公言)이 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철학은 그저 한 개인의 말일 뿐이다. 윌리엄 제임스에 따르면, 철학자들은 성정과 기질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연한 마음(軟心 : tender-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유연한 만큼 아무래도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차마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해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심론적, 종교적, 자유의지론적, 일원론적이다. 또 하나는 강경한 마음(硬心 : tough-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강경한 만큼 가차 없이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시켜버리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물론적, 비종교적, 결정론적, 다원론적이다(『다원적 우주』). 또 회프딩에 따르면, 철학에서의 여러 문제들은 우리 인식의 한계선상에 위치하여 엄밀한 방법(exact methods)이 미칠 수 없는 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에, 철학자의 인격이 바로 사상의 방향을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철학에서 어떤 문제의 발생은 바로 그 철학자의 인격이 선결조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상은 단지 모종의 심리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또 철학자가 문제해결을 위한 근거로서 인용한 내용 자체도 그의 문제해결에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행할 때에는 그 시대의 정세와 각 방면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철학사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맹자는 "아무개의 시를 읊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느냐? 따라서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규명하는 것이다"고 했다. 송유(宋儒)는 옛 성인의 "기상(氣象)"에 대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다. 그들의 동기는 수양 방면에 있었지만,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할 때는 실로 그 "기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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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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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준다는 교훈을 강조한 메시지를 많이 들어서인지 그동안 1984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재미가 없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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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2-28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그 안의 반전도 좋았다는 기억이 있어요.

베텔게우스 2024-02-29 15:09   좋아요 1 | URL
저에게도 너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문학만이 주는 여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찾아 읽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