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성제(道聖諦)
‘도(道)‘란 열반에 이르는 길이다. 이것은 중도(中道)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양극단(兩極端)을 떠난 중간의 길이다. 즉 지나치게 쾌락적인 생활도 반대로 극단적인 고행생활도 아닌, 몸과 마음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상태의 길‘을 말한다.
「소나경(Sona經​)」은 중도를 거문고 줄의 비유로써 설명하고 있다. 거문고 줄은 지나치게 팽팽해도 그와 반대로 지나치게 느슨해도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다. 거문고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그 줄이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열반을 얻기 위한 수행의 길도 극단적인 고행이나 지나친 쾌락적인 행을 피하고 중도를 실천해야 한다. 이 중도를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 팔정도(八正道)이다.
① 정견(正見) : 바른 견해이다. 4성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즉 고의 발생과 고의 소멸, 그리고 고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바르게 아는 것이다.
② 정사(正思) : 바른 생각, 즉 바른 마음가짐이다. 구체적으로는 탐욕스러운 생각, 성내는 생각,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온화한 마음, 자비스러운 마음, 청정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③ 정어(正語) : 바른 말이다. 거짓말[妄語], 이간시키는 말[兩舌], 욕하는 말[惡口], 꾸며대는 말[綺語]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말, 성실한 말,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다.
④ 정업(正業) : 바른 행위이다. 살생(殺生), 도둑질[偸盜], 음란한 짓[邪淫]을 하지 않고 다른 존재들의 목숨을 구해 주고 보시(布施)하고 청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⑤ 정명(正命) : 바른 생활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의식주를 구하는 것이다. 특히 출가 수행자의 경우에는 재가신도의 바른 신앙에서 우러나는 보시를 받아 생활하는 것이다.
⑥ 정정진(正精進) : 바른 노력이다. 이미 생긴 선(善)은 더욱 자라도록 노력하고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생기도록 노력하고 이미 생긴 악(惡)은 끊도록 노력하고,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⑦ 정념(正念) : 바른 기억이다. 자기 자신이나 그 주변의 것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기억해서 반성하고 바른 의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⑧ 정정(正定) : 바른 정신집중 또는 정신통일이다. 마음을 한 점에 집중하는 것[心一境性]을 말한다. 정(定, samadhi)을 닦는 구체적인 방법이 선(禪, dhyana)이기 때문에 때로는 2가지를 합해서 선정(禪定)이라고도 한다.

8정도는 그 순서대로 실천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견을 닦아야 정사가 생기게 되고 정사를 닦아야 정어를 할 수 있게 된다. 나머지 항목[支]들도 마찬가지다. 8정도의 마지막 목표는 정정(正定)이다. 8항목 가운데서 앞의 7항목은 모두 정정에 이르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정정을 닦아 지혜(prajna)를 얻게 되고, 지혜를 가짐으로써 열반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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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12장 통합, 지혜를 만드는 유기체적 과정(353~399p)
후안 파스쿠알 리온Juan Pascual-Leone, 요크대 심리학과

언젠가 피아제는 그의 스승 클라파레드Claparede가 다음과 같은 의지의 역설을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나쁜 습관을 극복하고 동기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의 유혹을 통제하기 위해 의지가 작동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할 때는 의지가 약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의지가 강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역설은 의지가 적용되는 정신적 혁명의 성격과 그것이 야기하는 학습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동기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체의 고차집행 체계는 잘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주체의 의지는 약하게 나타난다. 집행처리 동안(도형 12.1 참조)에는 의지의 결심이 견고했다가도 첫 행위 처리 단계에서, 다시 말해 유혹적인 일상 경험의 냉엄한 현실에 부딪히자마자 의지가 좌절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유혹적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럴 때면 죄책감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생기곤 하며 주체는 미래를 예견하는 계획에 몰두하고 자신의 실패에 대한 사후 재조사를 통해 자기 통제를 하려고 한다. 이런 재조사는 주체가 이런 종류의 의지 행동에 적합한 고차집행 체계를 조금씩 획득해갈 수 있는 실제 집행학습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기법들은 오늘날 인지치료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집행학습 수단을 통해 중요한 고차집행 체제와 대처 전략이 발달함에 따라 이 의지 활동은 마침내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고차집행 체계와 대처 전략이 의지를 필요로 하는 비슷한 다른 상황에까지 확장되어 일단 자동화되면 주체는 매우 강한 의지를 발휘해 원하는 방향으로 행위를 단호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제 의지 활동(다시 말해 정신적 에너지와 차단능력을 갖추게 된 역동적 또는 창조적 종합)은 훨씬 덜 필요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새로 자동화된 고차집행체계 전략들이 정신적 에너지나 차단 용량을 많이 소모하지 않고도 유혹적인 상황의 혼란과 방해를 회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70

의지의 또 다른 역설은 스키너Skinner가 본의 아니게 언급한 것이다. 스키너는 개인의 마음이 그 사람의 학습 경험에 의해 매우 강력하게 조건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으며 따라서 의지란 환상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역설인 까닭은 끊임없이 복잡하게 발전하는 문화와 결정되지 않은 인류의 역사, 경험적으로 관찰 가능한 인간의 창조성과 실존적 선택 등에 비추어 볼 때 자유와 의지는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역설은 앞 절에서 간단히 언급한 의지종합 모형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 이 해결이 가능한 까닭은 스키너의 주장이 상황의 막대한 힘만을, 즉 행위 도식의 선택과 관련된 정신적 처리의 얕은 수준의 힘만을, 다시 말해 스턴버그가 수행 요소라고 부르는 처리과정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이서Neisser가 전주의 처리preattentive processing라고 부르는 자동적인 정신 처리 수준의 추동력이다. 나는 이것을 자동행위 처리라고 불렀으며 정서 처리, 집행 처리, 노력을 수반하는 행위 처리와 구별하였다(도형 12.1 참조). 이 모형에 따르면 상황(더 정확히 말해 자동행위 단서)은 주체가 노력을 기울여 정신적 에너지와 정신적 차단메커니즘을 이용해 이것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주체의 과거 경험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스키너의 의지 역설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해결의 열쇠는 주체가 고차집행 체계와 집행 수준의 처리를 이용해 동기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포기하고 주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달하도록 부추기는 다른 환경으로 옮겨 가기로 결심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데 있다. 이렇게 환경을 바꾸려는, 그래서 주체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제하려는 주체의 결심은 현대 성격이론들에서도 인정하는 가능성이다. 이런 결심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주체가 의지의 유기체적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 P371

이 글은 철학과 심리학 문헌을 바탕으로 지혜에 독특한 발달적 측면들을 분석하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절에서는 창조성, 지능, 지혜를 비교하였다. 전체적인 결론은 이것들이 마음의 서로 다른 산물이라는 것이다. 지혜는 인지뿐만 아니라 정서와 성격도 포함하는 전체라는 점에서 다른 두 범주와 구별된다. 지혜는 의지의 발달에 힘입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정서적 자기 통제가 출현함과 함께, 그리고 이것을 통해 성격의 변증법적 통합이 진전됨과 함께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통합은 다시 자아 중심적 특성들의 약화로 이어지고 이것은 타인, 자기, 세계, 자연에 대해 똑같이 강한 관심을 보이고 더 큰 공감적 이해와 직관을 얻게 되는 기초로 작용한다. 이것은 지혜의 서술적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볼 때 지혜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함으로써 그러나 소수만이 도달하는 점근적 상태라 하겠다. - P399

이 과정에서 유기체는 단순히 경험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계가 아니라 경험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존재다. 인간은 능동적 유기체로서 환경을 해석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면서 경험을 구성하고 또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아마추어 이론가처럼 작업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위에 맞게 자신의 이론을 계속 수정하는 반면에,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현실에 대한 기존 이론이 아무리 불만족스럽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사회 현실에 대한 특정 가정들을 견지하면서 이것들을 다양한 영역에 효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타인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조언을 주며 사회제도를 가꾸어가고 경험의 의미와 연속성을 찾아가는 아마추어 이론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P401

필자의 해석틀에 따르면 상대주의적 사고는 지식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성격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다. 지식은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모든 관찰자가 정확히 똑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모순은 지식에 본질적인 것이다. 게다가 특정 맥락이 다른 맥락보다 더 타당한 지식을 낳는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모순은 화해될 수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맥락에 따라 관점도 바뀌기 때문에 지식은 끊임없는 유동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의 맥락과 현재의 맥락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대주의적 사고는 짜임새가 엉망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태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촉진할 것이다.
상대주의적 사고는 소년기와 청년기에 발달한다는 가설이 있는데, 이것은 페리가 진리의 의미를 묻는 대학생들의 특징으로 제시한 극단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데 상대주의적 사고가 지니는 장점은 개인의 욕구와 우선순위가 서로 충돌할 때조차 이것들을 고려할 수 있게 해주고 문제가 되는 사태의 주변상황을 고려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상대주의적 사고는 다양성을 허용한다. 반면에 상대주의적 사고의 한계는 연속성의 구성이나 선택과 참여를 어렵게 하여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모순의 통합을 가능케 하는 사고 형태를 발전시키는 것은 적응적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리고 변증법적 사고가 바로 이런 해결책을 제공한다. - P415

필자의 해석틀에 따르면 변증법적 사고는 유기체론의 근본 은유에서 비롯하며 모든 지식이 통합되어 있다는 인식을 포함한다. 이것은 발달의 측면에서 상대주의적 사고를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변증법적 ‘아마추어 이론‘에서 지식은 모순과 모순 해결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점 더 통합된 형태로 발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개인의 사고는 모든 사태의 상호 작용적 성격을 변증법적으로 깨달음으로써 가변적인 것들의 상호 의존을 현실의 근본 특성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고양식의 전조는 상대주의에 빠진 것으로 페리가 특징지은 대학생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라보비 비에프가 말하는 자율적 수준의 사고와도 유사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중년기 무렵에 발달한다는 가설을 제시했으며,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발달과정에 대한 증거가 존재한다.
상대주의적 사고와 변증법적 사고는 지식이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두 사고는 짜임새가 엉망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 지혜와 관련된 판단은 일반적으로 짜임새가 엉망인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미첨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지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대다수 심리학 이론들에서 지혜의 개념은 상대주의적 또는 변증법적 사고의 몇몇 측면들을 포함하고 있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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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의 한 풍경, 비대면 마라톤


지금은 비대면 마라톤 시대다. 언택트 레이스, 버추얼 런이라고도 하는 비대면 마라톤은 스마트폰 러닝 앱으로 기록을 측정하여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말만 되면 전국 곳곳에서 열리던 수많은 마라톤 대회들은 팬데믹 선포 이후 일제히 취소•연기되었다. 금세 일상이 회복되리란 기대감이 옅어진 작년 하반기부터는, 대회 취소나 연기보다 비대면 마라톤으로의 전환이 보다 흔한 모습이 됐다. 수천, 수만 명이 정해진 코스를 함께 모여 달리는 진풍경을 볼 수 없게 된 아쉬움도 잠시, 비대면 방식은 마라톤 대회의 뉴 노멀로 자리잡게 되었다. 서울마라톤, 춘천마라톤 등 인지도 높은 대회들 역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며 갑갑한 일상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집 앞 산책로에서 마스크를 쓰고 달리며 당신을 지나치는 저 사람, 어쩌면 마라톤 대회에 참가중일지도 모른다...

<마이런 서울 언택트 레이스 2021>에 참여했다.

10. 5. (화) 20:11 - 21:11, 10KM
첫 비대면 마라톤

좋았던 점
ㅇ 대회 기간 중 원하는 시간, 장소를 선택하여 달릴 수 있다.
ㅇ 스스로 미리 정해둔 코스가 있어도 자유롭게 이탈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
ㅇ GPS 측정을 위해 휴대폰을 소지하고 달려야 한다.
ㅇ 참가자 순위가 제공되지 않았다.
ㅇ 대회 현장의 열띤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ㅇ 간식과 음료를 제공받을 수 없다.
ㅇ 완주하기도 전에 완주 메달이 온다.


‘함께 달릴 그날을 위해‘라는 슬로건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기록은 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 .
마지막 사진은 9월 1일 개통된 31번째 한강 다리인 월드컵 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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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 : 운명을 읽다 - 기초편 명리 시리즈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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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책에 푹 빠져 있다. 이 책의 후속작이자 심화편 격인 <명리 : 운명을 조율하다>도 같이 읽는 중이다. 며칠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눌러 앉아서 두 책만 주야장천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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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우리의 행복이 물질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인간은 극히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을 지나면)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돈으로 주변에서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느냐가 정해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아버지가 종종 하시던 말씀이 또 있다. "돈은 우렁찬 갈채다." - P70

그러면 행복의 결정 요인에는 또 무엇이 포함될까? 대부분은 쉽게 예상 가능한 것들이다. 리처드 레이어드는 책에서 7대 요인을 거론한다. "우리의 가족 관계, 우리의 경제 상황, 우리의 일, 우리의 공동체와 친구들, 우리의 건강, 우리의 개인적 자유, 우리의 개인적 가치관. 이 중 건강과 소득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관계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

 행복경제학계의 또 다른 저명 인사 존 F. 헬리웰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헬리웰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 조교"를 자처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행복의 의미와 성취법을 탐구한 탁월한 철학자였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한순간 느끼는 쾌락이나 고통과 인생을 잘 살 때 느끼는 더 깊은 차원의 만족감을 철저히 구별하면서, 실제로 행복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후자라고 설파했다. 그는 이 더 깊은 차원의 만족감이 좋은 기분이 아니라 좋은 행실에서 나온다고 가르쳤다. 여기서 좋은 행실이란, 삶에 균형감을 주면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해 주는 고결한 습관을 기르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혜안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들이 존재한다. 헬리웰과 동료 학자들은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분석한다. 세계 가치관 조사는 150여 개국 국민의 인생 만족도를 조사하고 그 72 밖에 그들의 특징과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헬리웰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처리해 얻은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 중 4분의 3은 다음과 같은 6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ㆍ사회적 지원: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것.

ㆍ아량: 사람들은 관대하게 행동할 때, 그리고 주변에 관대한 사람들이 있을 때 더 행복하다.

ㆍ신뢰: 부정부패는 인생 만족도를 저해한다.

ㆍ자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충분히 느끼는 것.

ㆍ1인당 소득

ㆍ건강 수명(평균 수명에서 아픈 기간을 제외한 수명-옮긴이)

 

 그런데 이 목록에서 6가지 요인 중 4가지가 사회관계와 연관 되어 있다. 6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사회적 지원이다. 이것을 포함해 전문 용어로 ‘관계재relational goods’(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재화-옮긴이)라고 할 사회적 요인이 총 4가지나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계 행복 보고서》 2015년 판을 인용하자면, 인생 만족도와 사회적 유대 73 의 강력한 연관성은 "지리와 시간의 차이를 떠나 인생 만족도 데이터에 대한 실증적 분석에서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리학 실험 역시 동일한 결론이 나온다. 사람들은 건강과 관계 중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몸은 좀 덜 건강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계를 맺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소득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미 살펴본 대로 무조건 중요하게 작용하진 않는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자신과 같은 수준이거나 더 높은 수준일 때 소득의 힘은 감소한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바르톨리니와 프란체스코 사라치노가 27개국(주로 선진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실제로 국민 소득 증가와 함께 인생 만족도가 증가하는 현상은 단기간(2년 정도)에만 나타나고 이후에는 사람들이 소득 증가분에 익숙해졌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성장이 행복에 끼치는 영향은 완전히 소멸된다. 이와 반대로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지거나 그 밖에 여러 형태로 사회적 유대감이 강화되면 단기적으로는 만족감이 조금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증가한다. 이처럼 사회적 유대의 효과는 누적되고 지속된다. 소득으로 만족감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형성하는 등 여러 형태로 사회적 지원을 확보하는 것은 행복을 차곡차곡 저 74 축한다. - P71

 가장 친밀한 형태의 사회적 유대, 많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유대는 결혼이다. 우리의 아내와 남편은 우리가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의사요 간호사요 상담사다. 우리의 배우자는 양육의 동반자이자 인생의 역경에 함께 맞서는 동지다. 결혼을 하면 친족과 지인의 범위가 2배 정도 넓어지고, 모든 형태의 유대 관계 중에서 제일 중요한 관계인 가족이 만들어진다.(이런 이유로 동성애자들은 결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열렬히 투쟁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볼 때 결혼, 특히 초혼이 행복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반대로 이혼은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한 통계 추정치에 따르면 파경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1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 P74

 나는 쉰 살이 되던 2010년에 현재 살고 있는 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자마자 마이클과 결혼했다. 우리는 이미 10년 이상 동거 중이었고 우리의 소중한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정부가 발급하는 종이 쪼가리"(일부 회의론자들이 결혼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당시 미국 내에서도 극히 일부 주에서만 인정된 우리의 결혼이 최소 10만 달러 가치가 있었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결혼을 통해 우리가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가 부부로서 지역 사회에 더 단단히 편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75

 만일 내가 마흔 살에 행복의 역설을 알았더라면 내 인생 이력서의 진가를 인정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는 일로 그토록 혼란스러워하진 않았을 것이다. 스무 살 때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마흔 살의 내가 비교하는 대상은 스무 살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다른 40대 동년배와 나를 비교했다. 그중 많은 이가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대체로 나보다 더 오래), 부를 축적하고(대체로 나보다 더 많이), 직업상 높은 위치에 있었다(대체로 나보다 더 높이). 물론 나는 대다수 살마보다 형편이 나았지만 대다수 사람은 내 비교군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내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다그치던 비판자의 목소리는 유감스럽게도 자꾸만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라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다.

 리처드 레이어드는 이렇게 쓰고 있다. "행복의 비결이 하나 79 있다면 나보다 성공한 사람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비교를 하려면 상향식으로 하지 말고 하향식으로 할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건실한 조언을 따르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우리의 마음가짐만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좌우되는 탓이다. - P78

 당시에는 주관적 요인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오즈월드가 별종으로 취급됐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 시절에 스스로에게 했던 말을 지금도 젊은 학자들에게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내 연구를 좋아하면 그건 내 연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때 난 진짜 보통 고집이 아니었어요. 뭐가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확신했죠." - P92

 블랜치플라워와 오즈월드는 재혼하면서 마음가짐이 바뀐 걸까, 아니면 마음가짐이 바뀌면서 행복한 재혼 생활이 가능해진 걸까? 그들과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니 행복 곡선의 방향 변화가 인생과 선택의 결 변화와 어떤 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나나 당사자인 그들이나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것은 어떤 데이터 세트로도 풀 수 없는 불가사의다. 나는 다만 곡선의 변곡점을 돌아 행복해진 두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앤드루 오즈월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50대 초반이 되니까 만족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러자 돌아온 그의 일성.

 "예순은 돼 보고 말해요!" - P117

 하지만 잠깐.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다를 공산이 크다. 그들은 소득이 더 많을 수 있고(가난하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구입할 수 없다) 더 건강한 생활 습관(담배를 더 적게 피우고 운동을 더 많이 하는)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더 젊고 학력이 높을 수 있다. 또는 그냥 원래부터 더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처럼 식단과 행복의 관계가 양쪽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 때문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더 행복한가?"가 아니라 "채소 섭취 자체가 행복과 정신 건강과 연관이 있는가?"다. 그리고 그 대답이 "그렇다"인 것이야말로 과일과 채소에 관한 연구에서 도출된 더 흥미로운 결과다. - P131

그런데 이 결과는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는 것 가체가 행복도를 높이는 원인임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랬을 때 더 행복해진다고 한들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을 테지만, 사회과학에서는 본래 인과성causality을 확증하기가 어렵다. 과채의 기울기가 알려 주는 건 순전히 연관성association이다. 두 변수 사이에 앞으로 실체를 설명해야 할 모종의 독립된 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 P132

 그 결과 U자 곡선을 제외한 나머지 형태 중에서 내가 제일 많이, 무척 많이 본 인생 만족도의 궤적은 상승하는 선 모양이었다. 이런 우상향 패턴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대개 성인기 초반에 불행과 격동을 겪은 후 그런 과거와 작별을 고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 P122

 이런 현상은 행복과 나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미국의 내노라하는 심리학자인 마틴 E. P.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은 《진정한 행복: 새로운 긍정심리학으로 지속적 성취를 위한 잠재력 일깨우기》(한국어판: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물푸레, 2014)에서 다음과 같은 행복 공식을 제시한다.

 

H=S+C+V

(H: 지속적인 행복의 수준, S: 이미 설정된 행복위 범위, C: 삶의 상황, V: 자의로 다스릴 수 있는 요소)

 

간명하고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공식은 더 행복해지기 위한 143 길을 모색할 때 일종의 이정표가 된다. 이 중에서 ‘이미 설정된 행복’의 점수는 주로 유전자와 성격에 의해 결정되므로 우리가 어떻게 할 여지가 별로 없다. 반대로 ‘삶의 상황’과 ‘자의로 다스릴 수 있는 요소’인 행동과 감정의 패턴은 노력을 통해 행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좋은 공식이다. 하지만 행복 곡선에 따르면 이 공식에는 빠진 항이 하나 있고 그 항을 추가하면 이렇게 바뀐다.

 

H=S+C+V+T

 

 여기서 T는 ‘시간’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이 듦’을 뜻한다. T는 스물다섯에도, 마흔다섯에도, 예순다섯에도 중요하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 P142

 만약 행복 공식의 이런 요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다 달라진다. 바로 이 때문에 U자의 저류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실제로 각 개인의 사례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내가 수정한 공식을 보자면 총 4개 항 중에서 2개(이미 설정된 행복의 점수와 나이)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 나머지 2개 중 하나(인생과 태도에 대한 자발적 선택)는 전적으로 우리 소관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삶의 상황)는 우리가 145 어쩔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어쩌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삶의 상황을 다스리고 개선하는 일이 우리의 인생 과제 중 하나가 된다. - P144

그렇다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단순한 운명론("행복은 애초에 성격에 각인된 것이니까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어.")이나 극기론("다른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으니 감정과 태도를 잘 다스려야지.")이 아니다.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년에 감정적 위기나 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속설 역시 아니다.

 행복 공식에 담긴 메시지는 내가 볼 때 근본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지만 학계와 사회에서 그에 걸맞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견해며, 이제부터 이 책의 남은 부분에서 논해 보려고 하는 관점이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 P145

 내가 ‘시간이 중요하다’고 할 때나 행복 공식의 T 항목을 언급할 때는 사실 서로 다른 이 두 개념을 뭉뚱그려 말하는 것이다. U자 곡선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 개념인 ‘나이 듦’인가? 아니면 절대적 개념인 ‘시간’인가? 답은 "둘 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 친족에게도 나이와 행복의 관계가 나타난다는 건 시간이,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적 나이가 아닌 연대기적 나이가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침팬지는 육체적으로 나이가 들지만 자신이 몇 살인지는 모르고 생일이나 은퇴를 기념하지도 않는다. 지구상에서 탄생일로부터 흐른 시간을 계산하고 일정한 증가 시점마다 불장난과 건강에 안 좋은 음식으로 축하하며 구획을 짓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

 인간만이 유일하게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나이 드는 과정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집요하게 따진다. 그래서 똑같은 50세지만 평균 수명이 80세인 사회보다 60세인 사회에서 훨씬 나이 든 것처럼 느껴지고 사실상 더 나이가 든 것이다. - P148

 어차피 그의 인생 만족도 연구는 별 호응을 못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연구가 내가 박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한 프로젝트였어요. 거시경제학자들 앞에서 발표했다가 말 그대로 비웃음만 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딴 걸 연구할 생각을 하다니 웃긴다는 반응이었죠. 인생 만족도 기대치 같은 것에 도대체 누가 관심을 갖겠냐는 거였어요." - P166

둘째, 젊은 사람들은 항상 미래의 인생 만족도를 과대평가한다. 상당한 수준의 예측 오차가 절대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마치 시애틀 거주자들이 매일 화창한 날씨를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 P168

그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 예측 오차는 생물학적 실수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안에 각인된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를 속이고 때로는 비참하게까지 만들지만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 P179

 사람들을 뇌 스캐너에 들어가게 한 후 동일한 과정을 거치면 뇌에서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처리되는 부위가 서로 181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부정적인 정보가 단순히 긍정적인 정보의 반대라고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샤롯과 동료 학자들은 뇌의 특정한 부위에 자기磁氣 에너지를 쏘면 낙관 편향이 사라지는 것을 포착했다. 긍정적인 정보는 적극 수용하고 부정적인 정보는 차단하는 경향이 정서적 전망을 할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지 기능에 각인되어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예외는 있다. 경미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그들은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만큼 긍정적인 정보를 잘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부정적인 정보 또한 더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다.

- P180

샤롯은 《낙관의 과학》에서 "희망은 우리 정신의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신체 건강을 증진한다. 아마 이것이 낙관성의 가장 놀라운 이점일 것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낙관론자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라며 "낙관성은 단순히 성공과 관련 있는 것을 넘어 성공을 불러온다" - P182

하이트는 이성을 공보관에 비유한다. 우리가 직감 차원에서 한 선택을 합리적 차원에서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도덕심리학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겁니다. ‘직관, 나도 모르게 생기는 육감을 주시하라. 이성은 그냥 따라올 뿐이다’."

 하이트는 이성을 코끼리 등에 탄 사람에 비유한다. 이 설명법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트에 따르면 종래에는 감정과 이성을 말과 기수에 비유 187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기수는 말이 뱀을 보거나 단체로 날뛰는 상황만 아니라면 말을 조종할 수 있다. 이 비유는 하이트가 여러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와 배치되었다. 그중에는 하이트 자신이 피실험자가 된 자연 실험(연구자의 개입 없이 자연히 발생한 상황을 관찰하는 연구법-옮긴이)의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 "총각 시절에 연애할 때 큰 실수를 저지를 때가 종종 있었어요. 내가 실수할 게 뻔히 다 보였는데 말이죠. 대형 사고인 줄 알면서도 사고를 칠 게 다 예상됐어요. 뭐가 올바른 행동인지 알고, 나쁜 짓을 하는 심리 역시 다 알면서 나 자신을 멈출 수가 없었죠."

- P186

 이런 자동적 작용은 의식적 작용과 다르게 임의로 발생한다. 보통은 피곤하다고 해서 둔화되지 않으며, 의지력이나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인지할 수 없고 다만 결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다. "그냥 ‘팍’ 떠오르는 거죠.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이 매력적이란 걸 알기까지 신경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연산이 이뤄진 겁니다." - P188

코끼리는 자연 선택에 따라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략은 타인에게 깊은 인상 주기, 타인의 감탄 자아내기, 자신의 상대적 지위 상승시키기 등이다. 코끼리는 ‘행복’이 아니라 ‘명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무엇이 명망을 높이는 일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타인을 관찰한다. 코끼리는 자신의 진화적 목적을 추구할 뿐, 설령 다른 데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한들 무시한다. 만일 모든 사람이 한정된 분량의 명망을 좇고 있다면 전부 제로섬 게임, 영원한 군비 경쟁, 부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에 갇혀 있는 것이다. - P192

 혹시 코끼리의 비유가 그의 인생살이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자 하이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요! 이젠 내 인생과 정신을 내 194 가 조작해야 하는 기계라거나 내가 완공해야 하는 건축물이나 도시로 보지 않아요. 그냥 나 자신을 적절한 경험에 적절히 노출하면 나머지는 시간이 알아서 할 거라 생각하죠. 인생에서 중요한 건 코끼리와 탑승자가 사이좋게 협력하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겁니다." - P193

혹시 노년의 사회생활은 ‘시들어 말라 죽음’이 아니라 ‘가지치기’에 가깝지 않을까? 나이 들면서 정서적 우선순위에 변화가 생 237 기는 것 아닐까? 카스텐슨의 설명을 계속 들어 보자. "사람들이 하는 말이 소중한 사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관심이 많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냥 같이 앉아 얘기나 좀 하는 정도인 사람한테는 별 관심이 없거나 젊었을 때보다 훨씬 관심이 덜 간다고 했어요. 이게 바로 선택성 이론이죠. 감정은 그대로지만 감정을 줄 대상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거예요." - P236

저자들은 시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의 대비책으로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지식과 인맥을 증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 때는 사회적 유대, 사회적 지원, 감정의 절제 등 단기적인 목표가 최우선순위에 놓인다. 이런 조건 아래서는 미래에서 현재로 초점이 이동한다. 사람들은 끈끈한 정 240 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파트너를 찾고, 정서적 경험은 한층 큰 복잡성을 띤다." - P239

지금 이 순간을 살기.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241 긍정적인 것을 음미하기. 부정적인 것에 덜 매달리기. 수용하기. 과민 반응하지 않기. 현실적인 목표 설정하기. 소중한 관계 우선시하기.

 모두 현대 심리학과 고대 지혜에서 인생에 만족하기 위한 방법으로 누누이 말하는 비결이다. 그렇다고 청년기나 중년기에 꼭 철저한 현재 지향적 인간이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젊을 때는 야심이 있어야 하고 사회에는 야심 찬 모험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정서적 선택성 이론을 알면 노년에 만족도가 상승하는 의외의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카스텐슨의 이론은 시사한다. "나이가 들면 가치관이 변한다"고.

- P240

정리하자면 이렇다. 간혹 폴처럼 행복 곡선의 밑바닥에서 실존적 위기와 내면의 드라마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 그렇지 269 만 그와 달리 중년의 전환기가 심심하고 은근하게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보통은 본인조차 그런 변화를 뚜렷이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극적인 길이든 점진적인 길이든 간에 방향성은 동일하다.
이 길은 타인을, 그리고 지혜를 향한다.

- P268

그런데 "지혜의 영역들"은 무엇일까? 제스트는 단독으로, 또 공동으로 고대와 현대의 문헌, 동양과 서양의 문헌, 전통과 과학의 274 문헌에서 지혜에 대한 지혜를 샅샅이 뒤졌다.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됐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혜라는 개념이 시대와 지역을 넘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보전되어 왔다는 거요."
 현대 학자들이 내린 지혜의 정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질들이 반복해서 언급된다.
 공익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친사회적 태도와 연민, 실용적인 인생의 지식, 실용적인 지식을 응용해 개인 문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처리하고 다양한 관점을 보는 능력, 정서적 안정성과 감정 통제력, 성찰 능력과 공평무사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
 서양 문헌에 비하면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욕구와 물질적 쾌락을 다스리는 능력을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제스트는 입싯 V. 바히아Ipsit V. Vahia와 2008년 《정신의학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말하는 지혜의 개념을 현대 과학 문헌과 비교하면 인생에 대한 풍부한 지식, 감정 절제력, 공익에 대한 기여(연민/희생), 통찰(겸손을 중심에 둔) 등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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