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실패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전통 사회와 현대사회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해 놀라운 발견을 했다. 전통 사회의 경우,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생계 수단의 진로가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여겼다. 개인적인 성취에 대한 기대가 적었기 때문에 실패의 순간이 닥쳐도 괴로움의 한계가 정해져 있었다. 좌절이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 전체에 대해 내려지는 평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완벽을 기대하지 않았으며, 불운한 일이 일어나도 자신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무릎을 꿇고 하늘에 애원할 뿐이었다. 하지만 뒤르켐은 현대사회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한 사람들에게 훨씬 더 잔혹한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낙오자들은 더 이상 불운 탓을 할 수 없으며, 내세에서 구원받으리라는 희망도 품을 수 없었다. 마치 책임질 사람은 오로지 한 명뿐이고 적절한 대응도 하나뿐인 듯 말이다. 현대성에 대한 중요한 고발장이라 할 수 있는 책에서 뒤르켐이 밝힌 것처럼, 현대 사회의 자살률은 전통 사회의 열 배에 이른다. 현대인은 성공에 더 많이 열광할 뿐만 아니라 실패할 경우 훨씬 쉽게 목숨을 끊는 경향이 있다. - P15

이론적으로 사람이 세상 모든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는 1450년경이었다. 우리는 정말 많이 알면서도 참으로 적게 이해한다. - P17

6—오두막

현대 지성사를 이끈 수많은 인물이 세상에서 고립된 곳으로 물러나 은둔함으로써 혼돈과 거리를 두었던 것, 그리고 그곳에서 혼돈을 이해하고자 시도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니체는 스위스 알프스의 오두막으로, 비트겐슈타인은 노르웨이 피오르의 오두막으로, 하이데거는 ‘검은 숲‘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쓴 글은 전형적이지 않을지 모르나, 그들 내면의 혼란에는 전형적인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가 오두막에 살 일은 없겠지만, 우리에게도 오두막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날카롭게 감지하고 있다. - P18

7—감성

우리는 계속해서 웃으라는,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즐겁게 지내라는, 휴일에는 환호성을 지르라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런 요구가 없어도 이미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현대는 우리가 가진 근본적인 권리인 울적할 권리를, 비생산적일 권리를, 퉁명스러울 권리를, 혼란스러워할 권리를 박탈했다. 행복이 표준 상태여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현대가 우리에게 저지른 핵심적인 부당 행위다.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현대 미국이 압도적인 악당을 만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가 언급한 치어리더의 우두머리 격인 악당은 바로 월트 디즈니다. - P19

하지만 소비라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인류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정확히 구별하는 데 유난히 서툴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번성하는 데 꼭 필요한 것과 겉보기에는 매혹적이되 사실 알고 보면 자신을 해치거나 손상시킬지 모르는 것 사이의 차이를 제대로 식별하는 데 이례적으로 형편없다는 사실은 소크라테스 이래 철학의 근본 원리였다. - P30

우리는 소비의 주된 문제점을 (흥정에 실패한다거나 하는) 가격의 측면이라는 틀에 넣어 바라보지만, 오류는 더 근본적인 데 있을지 모른다. 성공적인 지출은 우리가 획득한 것과 느끼는 방식 사이의 내밀한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데 달려 있다. 우리가 쓸모없는 제품(이는 에클레어일 수도, 주택이나 신발, 교육일 수도 있다)을 고르는 까닭은 자신의 본성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완전한 소비자로 나아가는 이유는 삶의 다른 많은 영역에서 실수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다. 즉 우리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훈련받지 못한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며, 또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P30

하지만 심오한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가 무엇에 돈을 쓰는가는 중요하다. 수십억 소비자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성격과 삶의 유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더 나은 종류의 수요와 더 나쁜 종류의 수요라는 것이 존재한다. 총기에 대한 수요는 교육에 대한 수요보다 덜 ‘바람직한‘ 것이다. 건강식에 대한 수요는 옥수수시럽을 듬뿍 뿌린 디저트에 대한 수요보다 ‘더 나은‘ 것이다. - P38

사실, 렘브란트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듯, 우리는 결점 많고 연약한 이들을 가장 깊이 사랑하게 된다. - P48

현대 광고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늘 긍정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려고 하고, 슬프거나 우울한 느낌을 주는 광고를 거부하는 것이다.

삶이라는 상태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커다란 슬픔이나 상실을 겪지 않고 보내는 날이 거의 없다. 세상 모든 게 근본적으로 슬픔에 괴로워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아가려면 많은 특권을 누리거나 시야가 좁디좁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광고는 마치 활기, 평온, 낙관주의가 일반적인 상태인 듯, 우리는 항상 오해받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않으며 죽어야 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우리에게 반가이 인사를 건넨다. 광고 작업은 물건 구입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혼의 침체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전제로 한다. 마치 도취한 행복감 외에 다른 마음 상태를 인지하는 게 상업 사회 전체를 한순간에 붕괴시키기라도 하는 듯 군다. 하지만 이런 성마른 감정과 태도는 우리가 슬플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우리의 기분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거나 빠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따위를 느끼지 않고 품위 있는 삶 속에서도 슬픔, 고독, 혼란이 자리 잡을 적법한 자리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크게 감사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 P51

따라서 물질적 대상이 성취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우리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노력과 이해가 중요하다. 안정은 특정 목적지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고 해서 찾아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불안의 희미한 근원을 시간을 들여 끈기 있게 탐구함으로써 얻을 수있다. 마찬가지로, 우정이란 특정 상표의 청량음료에서 마술처럼 출현하지 않는다. 우정은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그 누군가의 주변에 머물며 담대하게 약점을 드러내고, 그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상상력을 동원해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요구한다. 화목한 가족은 새 시계를 획득한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사춘기의 수많은 시련 앞에서 발휘할 수 있는 인내심, 그리고 일시적으로는 긴장과 비난을 수반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적절한 선을 그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 P64

역사에서는 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신중하게 그러모은 최악의 사건에 규칙적으로 노출된 적은 지금껏 없었다. 매일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공포의 강물에 몸을 적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문은 여간해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별난 가능성을 열심히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이 이 행성을 디스토피아적 늪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쳤다. 그곳은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여학생을 유괴하여 토막을 내는 곳이었고, 아기들이 밤마다 납치되는 곳이었으며, 물이 불어난 싸늘한 강에 기차들이 노상 떨어지는 곳이었고, 모든 간호사가 소아성애자이며 모든 정부 관리자가 사기꾼인 곳이었다. 그리하여 신뢰하거나 희망을 품거나 휴식하거나 영감을 얻는 것 따위가 터무니없는 일이 되어버린 장소로 여기도록 가르친 것이다.

신문은 사건을 보다 명확히 살펴볼 계몽의 도구인 척했지만, 결국은 실제 삶의 모습을 모호하게 만들고 말았다. 신문은 대부분 사람이 친절하다는 사실을, 기차는 대부분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정부에서도 감동적이고 훌륭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날들은 조용히 별일 없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대서양 횡단 케이블, 기자회견, 해외 지국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를 사람, 기술, 그리고 정부의 진정한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그리하여 매일 뉴스를 접할 방법은 없었지만 자신의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현실을 그려낼 줄 알았던 중세 시대의 문맹 농부보다도 더 아는 게 적은 상태가 되었다. - P71

신문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가장 현명한 조치가 현대 사회에서는 일어날 확률이 낮을뿐더러 마치 금기처럼 들리는 조치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조치란 바로 귀를 막는 것, 하다못해 좀 덜 듣는 것이다. 온갖 불법행위와 무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재무부 관리들의 사진에다 대고 호응 없는 연설을 계속 해대지 않는 것, 철도 노선의 전화로 인해 다음에 벌어질 일이 무엇일지 자꾸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과 그 외의 다른 수많은 문제들이 중요하긴 할 테다. 하지만 신문이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 이런 문제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정부의 혼란을 정리해야 하고, 경제에 대한 거창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하며, 도로 공사 계획이 지연되는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 운명은 우리에게 다른 모습의 부담을 지운다. 우리의 책임은 덜 칭송받고 덜 돋보이는 곳에 있다. 우리의 책임은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필사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고자 하는 아이, 자신의 역할을 혼란스러워하는 동료, 그리고 불안정하고 좀체 알수 없는 우리의 마음에 있다. 그러므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알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더 중요하면서도 자기 가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문제들이 응당 가져야 할 중요성을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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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집에서 내가 얻은 것은 오직 귀중한 추억들뿐이었으니, 이는 무릇 사람에겐 부모님의 집에서 보낸 아주 어린 시절보다 더 귀중한 추억들은 없기 때문이요, 또 가정에 손톱만큼의 사랑과 화합이라도 있었다면 거의 언제나 그런 법이니까요. 아니, 아무리 고약한 가정이었다 할지라도 자신의 영혼이 귀중한 것을 찾을 능력만 있다면, 귀중한 추억들은 보존될 수 있습니다. - P29

성경이란 얼마나 놀라운 책이며 이것이 인간에게 준 기적과 힘은 또 얼마나 위대한지요! 꼭 세계와 인간, 인간의 성격들이 오롯이 새겨진 것 같고 모든 것이 영원토록 명명되고 지시된 것 같습니다. - P33

묵은 슬픔은 인간의 삶의 위대한 비밀에 의해 점차적으로 조용하고 감동적인 기쁨으로 바뀝니다. 젊음의 끓는 피 대신에 온순하고 해맑은 늙음이 찾아오지요. - P33

필요한 것은 오직 손톱만큼 작은 씨앗일 따름입니다. 그것을 평민들의 영혼 속에 뿌리면, 그것은 죽지 않고 그들의 마음속에 평생토록 살 것이며, 암흑이나 그들의 죄들의 수렁 속에서도 밝은 점처럼, 위대한 기억처럼 그들의 내부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구구절절이 늘어놓을 필요도, 많이 가르칠 필요도 없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평민들은 모든 것을 곧장 이해할 겁니다. 여러분은 평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P37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생각이 들기는커녕 오로지 복수욕으로 불타올랐던 겁니다. 지금도 이 일이 기억나면 놀라울 따름이지만, 이 복수욕과 나의 분노는 나 자신에게는 극도로 힘겹고 역겨운 것이었으니, 이는 내가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탓에 누구에게든 오랫동안 화를 낼 수 없기 때문인데, 고로, 나 스스로에게 억지로 불을 지펴서 마침내는 추하고 터무니없는 꼬락서니가 됐던 것이지요. - P44

사람이 정녕 이 지경에 이르다니, 사람이 사람을 때리다니! 이런 범죄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꼭 날카로운 바늘이 나의 영혼 전체를 관통한 것 같았습니다. - P46

"주위를, 하느님의 선물들을 둘러보십시오. 맑은 하늘, 신선한 공기, 부드러운 풀, 작은 새들, 자연은 아름답고 죄 없는 것이거늘, 우리, 오직 우리 하나만이 믿음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인생이 천국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 우리가 이해하려고만 들면 당장 천국은 그 아름다움을 십분 발휘할 것이고 우리는 얼싸안고 울 것입니다......." - P50

"그 고립이란 지금 곳곳에 만연해 있고 우리 시대에는 특히 더 그렇지만 이 고립의 시대는 아직 완전한 종말을 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가장 많이 부각시키지 못해 안달하고 자신의 내부에서만 삶의 충만함을 경험하고자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의 결과란 사실 삶의 충만함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한 자살일 따름이기 때문이며, 자기 존재를 완전히 규정짓는 대신 완전한 고립에 빠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개개의 단위로 분리되었고 각자 자신의 동굴 속에 고립되어서 다른 사람에게서 멀어져 몸을 숨기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도 또 숨기고, 그러다 결국에는 자기도 사람들로부터 내쳐지고 또 자기 스스로도 사람들을 내치게 되는 것이지요.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이제 나는 얼마나 강한가, 생활이 얼마나 안정되었는가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더더욱 자살과 같은 무기력에 빠져든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하나에게만 희망을 거는 것에 익숙해진 채 전체로부터 분리되어 개별적 단위가 되었고 사람들의 도움도, 숫제 사람들과 인류도 믿지 못하도록 자신의 영혼을 길들인 탓에 그저 자신의 돈이나 자기가 손에 넣은 권리가 없어질까 봐 벌벌 떨 뿐이지요. 지금의 인류의 지성은 어딜 가나 참다운 인간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고립된 개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통합에 있다는 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비아냥거릴 따름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이 무서운 고립도 때가 되면 종말을 고할 것이며 모든 사람들은 서로서로 분리되었던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일시에 이해할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이 이미 그렇게 될 것이니, 그토록 오랫동안 암흑 속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것에 놀라워할 것입니다. ... (하략) ..." - P59

게다가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건 아무도 몰랐는데, 왜냐면 그는 언제나 말이 없고 비사교적인 성격이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 P64

사회에서는 다들 그의 엄격하고 음울한 성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자선 행위 때문에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지만, 존경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는 점점 더 참을 수 없게 됐습니다. - P68

"사람들에게 널리 공표하십시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진리만이 남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당신의 위대한 결단에 얼마나 많은 관대함이 들어 있었는지 이해할 겁니다." - P69

"지금이 아니라면, 나중에라도 이해할 것이니, 당신은 진리에, 드높은 진리에 봉사했으니까요, 지상의 것이 아닌 진리에......." - P70

사람이란 의인의 몰락과 그의 치욕을 좋아하니까요. - P79

그들 속에는 과학이 있지만, 과학 속에는 오직 감각에 종속된 것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정신적인 세계, 인간 존재의 드높은 반쪽은 완전히 거부되어 증오마저 깃든 어떤 의기양양함과 함께 추방되어 버렸습니다. - P81

청년이여,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대가 기도를 할 때마다, 만약 그것이 참되다면, 새로운 감정이 솟아날 것이며 거기에는 그대가 이전에는 몰랐지만 새로이 그대의 기운을 북돋아 줄 새로운 생각도 들어 있다. - P92

형제들이여, 사람들의 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가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사랑할지니, 이는 하느님의 사랑과 최대한 닮은 사랑이야말로 지상의 사랑 중 으뜸인 까닭이다.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그 전체를, 모래알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잎사귀 하나, 하느님의 햇살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동물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고 모든 사물을 사랑하라. 모든 사물을 사랑하면 사물 속에 깃든 하느님의 비밀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번 깨닫게 되면 그때는 앞으로 매일매일 끊임없이 그것을 더욱더 많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엔 그때부터 전일적이고 전 세계적인 사랑으로 전 세계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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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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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궁금해할 것 없다. 어제 나는 어떤 끔찍한 생각이 들더구나....... 꼭 어제 그의 시선 속에 그의 운명이 전부 나타난 것 같더구나. 그의 시선 하나가 그토록.......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이 스스로를 위해서 무슨 일을 획책하고 있는지, 순간 내심 경악했단다. 내 평생 한두 번 정도 몇몇 사람들에게서 그와 똑같은 표정을 봤단다....... 꼭 그 사람의 운명을 전부 묘사해 주는 것 같은 표정을, 게다가 그들의 운명은 슬프게도 실현되고야 말았어. - P17

적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너의 그 적들마저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 살다 보면 불행한 일도 많이 겪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너는 또 행복해지기도 할 것이니, 삶을 축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자신의 삶을 축복할 수 있도록 해 주어라―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 - P18

그 당시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지만, 또 그의 장례를 치르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 봤자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어렸던 것이지요, 어린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속에는 모든 것이 지울 수 없는 감정 그대로 남아 침전되었던 것이지요.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되살아나서 부름에 응답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됐습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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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돈 1000루블은 이자 덕분에 이미 2000루블로 불어났지만 예핌 페트로비치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해 놓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정말로 불가피한 온갖 형식적 절차와 수속까지 겹쳐 그 돈을 받는 일이 지연되었고, 이 때문에 젊은이는 대학 생활 첫 이 년간은 항상 자기 힘으로 밥벌이와 생계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공부도 해야 됐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P37

하지만 미우소프가 이 빈정거림에 미처 대거리를 할 겨를도 없이, 다들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졌다. 그는 다소 골이 난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지금도 앞일이 훤히 보인다, 이렇게 골이 났으니 내가 먼저 시비를 걸게 될 거야....... 그러다 보면 혼자 열을 받아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나의 사상에도 먹칠을 하게 되겠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어른거렸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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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말했듯이 한 철학자의 철학은 그 자신의 인격(즉 한 개인의 마음씨, 기질, 경험 등을 총칭) 혹은 개성과 커다란 관계가 있다. 이 점에서 철학은 문학이나 종교와 비슷하다. 모든 철학문제는 과학문제에 비해서 성격이 더욱 광범한지라 아직도 완전히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해결은 주로 철학자들의 주관적인 사고나 "소견(見)"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과학이론은 온 세상이 인정하는 공언(公言)이 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철학은 그저 한 개인의 말일 뿐이다. 윌리엄 제임스에 따르면, 철학자들은 성정과 기질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연한 마음(軟心 : tender-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유연한 만큼 아무래도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차마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해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심론적, 종교적, 자유의지론적, 일원론적이다. 또 하나는 강경한 마음(硬心 : tough-minded)의 철학자들인데, 마음이 강경한 만큼 가차 없이 우주간에 가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무가치한 것으로 귀납시켜버리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유물론적, 비종교적, 결정론적, 다원론적이다(『다원적 우주』). 또 회프딩에 따르면, 철학에서의 여러 문제들은 우리 인식의 한계선상에 위치하여 엄밀한 방법(exact methods)이 미칠 수 없는 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에, 철학자의 인격이 바로 사상의 방향을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철학에서 어떤 문제의 발생은 바로 그 철학자의 인격이 선결조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상은 단지 모종의 심리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또 철학자가 문제해결을 위한 근거로서 인용한 내용 자체도 그의 문제해결에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행할 때에는 그 시대의 정세와 각 방면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철학사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맹자는 "아무개의 시를 읊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느냐? 따라서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규명하는 것이다"고 했다. 송유(宋儒)는 옛 성인의 "기상(氣象)"에 대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다. 그들의 동기는 수양 방면에 있었지만, 한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역사적 연구를 할 때는 실로 그 "기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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