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지배계급에 대한 절망은 지배계급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그릇된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시대’, 즉 상황이며, ‘대인들’이 올바른 일을 한다고 믿을 수 있는 한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대인들을 믿는 것말고 다른 방도는 없으며, 시대가 좋아지기를 기대해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6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조건은 두 가지가 있다. 포르투나fortuna, 즉 ‘운’이나 순조로운 상황이 결합되어야 하고 필요한 비르투virtu, 즉 이런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술을 갖춘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병적 징후들은 앞선 수십 년간 이루어진 성장과 번영에 연결되어 있다. 대체로 현재의 불만은 환멸, 희망의 상실과 밀접히 관련되며, ‘담대한 희망’ 같은 슬로건으로도 희망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버락 오바마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내세운 뒤 베스트셀러 저서의 제목으로 삼은 이 구절은 시카고의 목사 제러마이어 라이트가 한 설교에서 빌려온 것이다. 라이트는 영국 화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가 그린 〈희망Hope〉(1886)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 속 눈을 가린 여자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공 모양 위에 앉아서 현이 하나뿐인 리라의 희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무 희망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 소리가 그나마 위안이 될지 모른다.

오늘날 ‘국제적인’ 것은 ‘인류’가 아니라 세계화된 시장이다. 그리하여 대기업과 소수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나라끼리 싸움을 붙이는 한편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정부 간섭을 비난하면서 밑바닥을 향한 경쟁을 부추긴다. 각국이 다른 나라에게서 투자를 빼앗아오기 위한 경쟁이다. 마틴 울프가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쓴 것처럼, "자유주의의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이 질서가 우리 사회의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20

오늘날 우리는 그렇게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지옥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라고 여전히 희망을 품는다. 어쨌든 지난 여러 세기 동안 우리의 삶이 좋아졌다면, 그것은 바로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아무리 시대가 병들었어도 계속 끈질기게 싸움을 이어간 사람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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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세균은 항생제에 적응하여 결국 항생제에 듣지 않는 균이 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안다. 그런데 역시 세 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1) 항생제 내성균은 항생제를 썼을 때만 생긴다. 해열제나 감기약을 먹는다고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지는 않는다. 2) 항생제 내성은 인간의 몸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변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주장에 현혹되어 백신을 맞지 않기로 한 부모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아 질병이 유행할 경우 자신의 자녀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왜 백신을 맞으면 질병 자체가 없어질까?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란 현상 때문이다. 한 사회나 국가에서 충분히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 면역을 갖추면 병이 발병해도 걸린 사람만 앓고 끝나기 때문에 전염되지 않는다. 전염되지 않으니 유행할 수 없다. 이런 집단면역이 오랜 기간 유지되면 원인균 자체가 서식지를 잃고 결국 영원히 소멸된다

의학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지금, 뜻밖에도 네 가지 모순적인 현상이 관찰된다고 진단한다. 1) 점점 많은 의사가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2) 대중은 갈수록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고, 3) 의학의 테두리를 벗어난 대체의학의 인기는 점점 더 커지고, 4) 모든 국가에서 의료비 지출액이 끝 간 데 없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 의사, 국가 등 모든 주체가 불만족 상태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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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건들이 덮쳐 올 때, 우리를 얼어붙게 하는 저 눈앞이 아득하고 말문이 막히며 귀가 먹먹한 혼미 상태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불행의 충격이 극에 달했다고 하려면 온 영혼을 뒤흔들어 영혼으로부터 활동의 자유를 앗아 가야 할 것이다.

생생하고 불에 굽듯 최고조의 열광 상태에서는 탄식을 늘어놓고 생각을 펼쳐 놓을 수 없다. 그럴 때는 영혼이 깊은 상념에 짓눌리고, 육신은 사랑으로 녹초가 되어 기운이 쑥 빠져 버린다. 바로 그 때문에 때로 쾌락의 제단 바로 앞 계단에서, 그토록 시의적절치 않게 연인들을 덮치는 뜻밖의 침체가 야기되고, 극도로 뜨거운 열정의 힘이 오히려 그들을 얼어붙게 하는 것이다.

닥쳐올 일에 대해 우리는 전혀 힘을 쓸 수 없고, 심지어 지난 일에 대해서보다 더 속수무책이니, 사람들이 늘 미래의 일에만 급급한 것을 나무라며, 현재의 복을 붙들어 그것에 만족하라고 가르치는 이들은 인간의 과오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편안하게 제 집에 머무는 적이 없고 늘 저 너머로 나가 있다. 두려움, 욕망, 희망은 우리를 미래로 집어던지며, 지금 있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며 앞으로 올 일, 심지어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의 일에까지 정신을 팔게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과 수단을 넘어서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일의 결과나 이행은 완전히 우리 능력 밖의 것이고, 우리 능력 안에 있는 것은 정녕 우리의 의지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지켜야 할 의무의 모든 원칙들은 의지에 근거를 두고 세워진다.

사람들은 기억력과 이해력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훨씬 더 불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부당하다. 경험에 비춰 보면 오히려 빼어난 기억력이 한심한 판단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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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것은 만만하고 유순하며 무른 심정의 탓으로, 여자나 어린애, 그리고 속인들처럼 성품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자들이 빠져든다. 하지만 눈물과 간청을 경멸하고 미덕이 지닌 성스러운 이미지에 대한 경외심으로만 마음을 바꾸는 것은 강력하고 완강한 영혼들이 하는 바로서, 이는 남성적이고 꿋꿋한 힘을 사랑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인간이란 놀라우리만치 헛되고 가지가지이며 물결치듯 변화하는 존재이다. 인간에 대해 변함없이 일관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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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8-05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의 새로운 점에 놀라기도 하는 게 인간이지요.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에 대해 다 알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해요.

겨울호랑이 2022-08-06 04:26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마치 인류가 지구 밖의 우주에 대해 모르는 것만큼 어쩌면 그 이상 잘 알지 못하는 바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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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는 정부의 지원과 일관된 계획으로 짧은 시간에 철도망을 확대할 수 있었다.특히 토지를 내놓기 꺼리는 지주들을 정부가 힘으로 눌렀는데, 영국 등지에서는 이것이 매우 큰 장애가 됐다. 1836년에는 안트베르펜까지 연결하면서 내륙 수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수도 브뤼셀과 안트베르펜 항구 사이를 연결하는 경로를 확보했다. 1843년 철도망의 핵심인 남북과 동서 축의 대부분을 완성해, 고도로 산업화한 벨기에는 나라 크기에 비교해 밀도가 가장 높은 철도망을 갖췄다. 벨기에는 철도로 국가를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1830년) 독립 혁명이 없었으면 철도를 놓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를 놓지 않았다면 혁명은 좌절되고 말았을 것이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철도 개발이 상당히 더뎠는데, 이는 운하가 잘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운하 탓에 철도를 놓기도 어려웠고 이 운화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다. 게다가 산업화가 늦어진 탓도 있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54


 크리스티안 월마 (Christian Wolmar, 1949 ~ )의 <철도의 세계사 Blood, Iron & Gold>는 19세기 출현한 교통혁명 주역 철도의 모순된 역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철도의 역사와 함께 민영화와 국영화, 분권화와 집중화, 민주화와 독재화, 계급과 평등이라는 모순된 특성들을 함께 발견하게 된다. 대립되는 요소들의 공존.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목적지에 데려다 주지만, 철도 객차 안에 존재하는 1등칸과 3등칸의 계급구조. 그것은 철도의 이중적인 성격이자 특성이다.


 철도는 민주화를 이끄는 힘이었다. 이해가 빠른 통치자들은 철도의 군사적 잠재력을 바로 인식했으며 내외부의 적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철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절대군주가 느낀 두려움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p344)...  철도는 대개 버려져 있던 국가의 광대한 지역을 열었음에도 역설적으로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즉 연방 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철도는 민주주의가 태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긴 했으나 그 탄생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철도는 신속하게 병력 이동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지역적인 이해나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려는 집단의 폭동을 분쇄할 수 있었다(p345)...  철도는 어떤 의미에서 계급 체계를 타파하기보다 그것을 반영했다. 철도는 가난한 이들에게 여행할 기회를 처음으로 주긴 했으나, 요금을 낼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른 기준의 편의를 제공하며 기존의 차이를 공고히 했다... 철도는 차별의 새로운 형태를 낳아 계급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 계급의 대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46


 이러한 철도의 이중적인 성격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는 철도의 발전단계에서 요구되는 특성들이 단계별로 달랐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초기 증기기관차, 레일 등 개발 정착단계에서는 과학의 혁신이, 철로가 깔린 이후 운영단계에서는 관료제의 도입이 요구되었기에 각각 여기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민영화와 국영화가 번갈아 나타났던 것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1830년의 세계는 그 50년 전과 달리 철도와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철도는 증기 기관이 필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도 필요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철도와 증기 기관의 발명과 빠른 확산이 가능했다. 철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혁신, 즉 증기 기관을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 놓는 것은 산업혁명이 촉발한 수많은 기술적인 변화 덕분이다. 이 발명의 단순성은 그 기술을 쉽게 모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초기 철도와 기관차의 다양한 크기와 궤간에서 볼 수 있듯이, 철도는 전례 없는 융통성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력원이라는 형태로 힘을 체계적으로 제공했다. 다른 핵심적인 혁신, 즉 철로 뢴 선로 위를 달리게 해준 플랜지 방식의 바퀴와 증기의 힘으로 끄는 기관차의 조합 덕분에 사람이나 가축이 끄는 것보다 열 배 이상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전례 없이 많은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됐는데, 역마차 수십 대가 필요한 일을 열차 한 대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36


 철도의 다른 특성들은 민영화와 국영화 문제와는 조금 다르다. 전자가 과정상의 특성에서 도출된 결과라면, 집중화와 분산화, 민주화와 독재화는 철도가 변화시킨 세계를 움직이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표현이다. 


 집중화와 분산화 의 경우 대체적으로 집중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KTX로 인한 빨대효과(straw effect)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와 가속화되는 지방소멸 현상으로도 관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통부분에서의 제약조건인 시간(time), 비용(cost)이 철도의 도입으로 사람(교통)과 재화(물류)의 이동을 완화시키면서 규모의 경제(returns to scale)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우리에게 적정 편익이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이같은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철도가 민주화에 미치는 영향보다 독재화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컸음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철도는 역사안에서 제국주의 팽창에 있어 초석(礎石)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일반에게 철도산업은 근대화 과정에서의 적지 않은 역할수행에도 불구하고 '독점적인 거대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후 철도의 운명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철도는 수익과 관계없이 계속 운영해야 하는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는 자동차의 등장과 버스나 항공기 같은 다른 형태의 공공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철도가 필수적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는 호황일 때는 집중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으나 불황기라고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폐쇄할 수도 없는 거대한 고정 자산이었다. 따라서 철도는 경기 변동이나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특히 취약하다. 자동차와 트럭 그 뒤로 항공기 등에 승객과 화물을 뺴앗기기 시작하면서 결국엔 국유화된 것이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186


 <철도의 세계사>는 이러한 철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20세기 중반 이후 철도의 쇠퇴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탄소절감 교통수단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지만, 문전 연결(door to door)이 좋은 자동차와 시간 경쟁력이 뛰어난 항공편, 취급 물량에서 비교가 어려운 해운과의 경쟁에서 철도의 미래가 예전처럼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철도가 다시 교통의 중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거의 쇠퇴한 철도의 역사를 아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어, 혁명의 시대에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을, 제국주의 시대에 군인들을 전장으로 나르며, 근대시기 중요한 획을 그은 철도의 의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오랜 경쟁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철도의 DNA와 그 안의 대립된 이중나선의 특성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독할 하나의 염기서열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철도의 세계사>는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철도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거나 부를 안겨줬기에 독점적인 거대 철도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므로 철도 회사의 독점적인 지위와 부패한 관행에 대중들이 반발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실제로 19세기 말 무렵 전 세계 철도는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철도가 경제적인 생활에 영향력이 큰 것에 대해 대중적인 비판과 정부의 공권력 행사, 경우에 따라서 국유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44


 대부분의 정부는 철도 산업을 구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세기 중반 자동차와의 경쟁과 정부의 냉대가 철도의 쇠퇴를 부추겼다. 그때까지 많은 주요 국가에서 철도를 국유화했지만, 거대한 독점 기업으로 잘나가던 시절에 쌓인 반감이 수십 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철도의 경쟁력은 하루하루 줄었다. 처음에는 자동차가, 그 뒤에는 항공기가, 특히 미국에서 철도산업의 수입을 잠식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440

유럽 전역의 많은 지선과 소규모 철도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다양한 폭의 협궤를 놓았지만, 철도가 국경을 넘어 연결되면서 스티븐슨의 표준 궤간이 유럽 철도의 귀중한 자산임이 증명됐다. 유럽의 주요 나라 가운데 철도 시대에 동참하기를 가장 꺼린 나라가 에스파냐였다. 결국 철도를 놓기로 했을 때 에스파냐는 1672밀리미터라는 광궤를 선택했고, 이는 나중에 유럽 다른 나라와 철도망을 연결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 고립주의적인 에스파냐 정부는 군사적인 이유로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다. 국경에서 궤간이 바뀌면 적의 침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P77

유럽 대륙의 철도 체계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 철도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국가가 철도 운영에 있어 일상적인 업무의 지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했다(p164)... 유럽 대륙에서 철도는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때문에 국가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첫째, 철도 용지는 일정한 기간을 빌려 이용한 뒤 정부에 반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철도 회사가 용지를 직접 사들인 영국이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둘째, 유럽 대륙에서는 철도 건설에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해줬으며, 그 밖에 최저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도 보조했다. 국가는 여객 및 화물 요금에 세금을 부과해 그 지원금을 회수하려 했다. - P165

대륙 횡단 철도 건설에는 모든 노선에서 작게는 심각하고 크게는 극단적인 부정부패가 뒤따랐다. 불법적인 이익을 얻는 주된 방법은 첫 대륙 횡단 철도를 놓은 주요 두 철도 회사처럼 독립적인 건설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도 회사가 소유한 건설 회사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이면서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확실하게 돈을 뜯어낼 수 있었다. - P229

철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발명품이 융통성을 폭넓게 발휘했기 때문이다.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화물 운송을 염두에 두고 건설했지만, 화물보다 여객 운송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애초부터 철도는 다양한 목적으로 놓았다. 석탄이나 광석을 항구로 나르는 광산 노선, 승객만을 위해 놓은 교외 노선 그리고 종종 첫 노선으로 수도와 항구를 잇는 철도 등이 있었다. 그 뒤 다양한 다른 목적으로 이곳저곳에 놓은 이 발명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민지나 원주민을 정복하거나 병력을 운송하려고, 항해할 수 없는 강을 돌아가거나 영토를 넓히려고, 그리고 종종 나라를 통합하려고 철도를 놓았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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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08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호랑이님 글 읽고 철덕인 아이친구
생각났어요 ㅎㅎ 저도 찜한 책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3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고, 즐거운 독서 되세요! ^^:)

거리의화가 2022-09-08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철도야말로 근대의 문을 연 발명품 중 하나이죠!

겨울호랑이 2022-09-08 11:45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철도는 시간과 거리를 좁혀 이전과 다른 세계를 만든 공과 함께 전장까지 빠르게 병사들을 수송하면서 참혹한 지옥을 선사한 과를 함께 지닌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님,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9-08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의 역사를 훑고 계신듯요~~^^
축하드려요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진득하게 독서를 해야하는데 마음가는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ㅋㅋ 그레이스님 행복한 추석 연휴 되세요! ^^:)

이하라 2022-09-08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의 품에 철도가 들어설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책 같았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2   좋아요 1 | URL
저 역시 교통수단, 운송수단으로서의 철도만을 평소 생각하다가, 철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2-09-08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

하나의책장 2022-09-12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연휴 마지막 날이라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날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12 15:59   좋아요 2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참 짧게 느껴집니다. 12일 동안 연휴였던 2017년에 비하면 안되겠지만요.ㅋ 남은 오후 잘 보내시고 한 주 시작 잘 하시길 바랍니다! ^^:)

러블리땡 2022-09-14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철도 오...문명의 발전에 참 중요한 물건이었던것 같네요 캬 멋진 발명품 다시 한번 알고 갑니다 ^^

겨울호랑이 2022-09-14 23: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제품들이 알고 보면 시대에 큰 흐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철도의 세계사>를 통해 새삼 실감했습니다. 러블리땡님, 평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