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건들이 덮쳐 올 때, 우리를 얼어붙게 하는 저 눈앞이 아득하고 말문이 막히며 귀가 먹먹한 혼미 상태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불행의 충격이 극에 달했다고 하려면 온 영혼을 뒤흔들어 영혼으로부터 활동의 자유를 앗아 가야 할 것이다.

생생하고 불에 굽듯 최고조의 열광 상태에서는 탄식을 늘어놓고 생각을 펼쳐 놓을 수 없다. 그럴 때는 영혼이 깊은 상념에 짓눌리고, 육신은 사랑으로 녹초가 되어 기운이 쑥 빠져 버린다. 바로 그 때문에 때로 쾌락의 제단 바로 앞 계단에서, 그토록 시의적절치 않게 연인들을 덮치는 뜻밖의 침체가 야기되고, 극도로 뜨거운 열정의 힘이 오히려 그들을 얼어붙게 하는 것이다.

닥쳐올 일에 대해 우리는 전혀 힘을 쓸 수 없고, 심지어 지난 일에 대해서보다 더 속수무책이니, 사람들이 늘 미래의 일에만 급급한 것을 나무라며, 현재의 복을 붙들어 그것에 만족하라고 가르치는 이들은 인간의 과오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편안하게 제 집에 머무는 적이 없고 늘 저 너머로 나가 있다. 두려움, 욕망, 희망은 우리를 미래로 집어던지며, 지금 있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며 앞으로 올 일, 심지어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의 일에까지 정신을 팔게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과 수단을 넘어서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일의 결과나 이행은 완전히 우리 능력 밖의 것이고, 우리 능력 안에 있는 것은 정녕 우리의 의지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지켜야 할 의무의 모든 원칙들은 의지에 근거를 두고 세워진다.

사람들은 기억력과 이해력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훨씬 더 불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부당하다. 경험에 비춰 보면 오히려 빼어난 기억력이 한심한 판단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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