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이어령의 말
저자 이어령
세계사
2025-02-26
에세이 > 한국에세이
자기계발 > 성공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삶과 죽음, 예술, 철학에 대한 이어령의 통찰
-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전하는 책

말이 시대를 넘고 생각이 시간을 초월할 때, 우리는 그 말 속에서 길을 찾게 됩니다.
대학교 때,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점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은 단순한 언어를 넘어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말들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와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철학적 울림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어령의 말』은 그가 생전에 남긴 깊은 통찰과 혜안을 정리한 책입니다.

마음 | 사랑의 근원
마음
마음이야말로 정신의 인덱스인 것이다.
불안
사람들은 어린애들처럼 기쁜 일이 생기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고들 한다. 재물이나 사랑을 얻은 자리에서는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 훔친 물건은 그 현장에서 멀리 떠나야만 완전한 자기 소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체로 뜻밖의 기쁜 일이 닥쳐왔을 때는 그것을 훔친 물건이나 혹은 다시 빼앗기고 말 물건처럼 여긴다.
우리는 그만큼 기쁨에 익숙해 있지 않다. 그러나 슬픔은 대개가 다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자기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행복
어느 곳에 돈이 떨어져 있다면 길이 멀어도 주우러 가면서, 제 발밑에 있는 일거리는 발길로 차버리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 눈을 뜨라! 행복의 열쇠는 어디에나 떨어져 있다.
…… '행복'이란 말은 '모험'의 뜻을 상실했고 '동경'의 뜻을 상실했고 '영원'의 뜻을 상실했다. 사람들은 가까운 곳의 행복만 찾아다니다가 행복이란 말까지 상실해버린 것 같다.
파멸
아담을 파멸시킨 이브의 손, 삼손의 머리를 깎은 델릴라의 칼, 유왕을 망친 '포사'의 웃음, 최고의 사랑은 최악의 파멸이다.
감사
감사하는 마음, 그것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감정이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감사하는 행위, 그것은 벽에다 던지는 공처럼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사랑
창조적인 사랑이란 자아의 영역을 넓히는 것, 쉬운 말로 하면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요.
ㅡ
사랑의 키는 죽음보다 한 치라도 높아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단지 죽기 위해서 태어난 것뿐이니까요.
사랑도 여러 사랑이 있습니다.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생각해보면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저자는 마음을 사랑의 근원으로 보았습니다. 사랑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지요.
즉, 사랑은 인간의 본질이며 모든 관계와 행동의 시작점인 것입니다.
인간 | 나의 얼굴
인간
부름 소리! 짐승들은 다만 포효할 뿐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다.
ㅡ
사람은 '늙다'라고 하지만, 물건은 '낡다'라고 하잖아요.
낡다와 늙다는 같은 말입니다. 모음 하나 차이지요. 오래된 물건을 낡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는 증거지.
이 한마디만으로 난 물건이 아니야, 난 궤짝이 아니야,
난 상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럼 뭐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거야.
가족
가정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어떤 인류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배가 고파 사냥을 해서 토끼를 잡았어요.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토끼를 잡아먹을 거예요. 그런데 배고픔을 참고 자신의 먹잇감을 짊어지고 갑니다. 어디로? 가족이 있는 곳으로. 이게 가족이죠. 먹는 것이 전부고 경제 문제, 출세 문제, 물질 문제만이 중요하다면 짐승들처럼 그 자리에서 잡은 먹이를 먹을 텐데, 왜 불타는 식욕을 잠재우고 그 무거운 것을 끌고서 자식과 아내 있는 곳으로 가는가. 이게 바로 사랑이고, 가족의 출발입니다.
소망
평생을 두고 빌고 빌어도 다 이루지 못할 소망, 비록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해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정체성
'스스로' 속에 진짜 '나'가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숨을 쉰다. 잠을 잘 때에도 눈과 귀는 감기고 닫히지만 코만은 멈추지 않고 숨을 쉰다. 늘 깨어 있는 것이 코이다. 숨통을 막으면 자기는 없어진다. 이 자율성과 지속성 그리고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절로 배어나는 자생력,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성격이나 자존심을 나타내는 말에는 으레 코가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콧대가 세다느니 코가 납작해졌느니 하는 말이 모두 그런 것이다.
자아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만 이 대상도 또한 그 대상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자아라고 부른다.
인간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얼굴에 담긴 진실과 거짓, 내면의 고뇌와 갈등을 탐구합니다.
또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선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언어 | 환상의 도서관
기호
자연 그 자체는 물처럼 연속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멋대로 나누어서 생각하고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언어요, 문화인 것이다.
눈동자
언어는 하나하나가 모두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시인이 하나의 말을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의 시선을 선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 숨겨져 있는 것까지도 들추어내는 눈이다.
말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라집니다. 조금 전만 해도 내 가슴과 머릿속에 있었던 것인데 몸 밖으로 일단 빠져나오면 네발 달린 말보다 더 빠르게 도망칩니다. 어느새 벌판과 냇물을 지나 산등성이의 구름이 되어 흩어집니다. 때로는 뒤쫓아보지만 그것들은 벌써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려 다니다가 사막의 낙타, 바다의 돌고래처럼 나와는 아예 무관한 짐승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말들이 멋대로 새어나갈까 봐 덫을 놓습니다. 그런데 문자의 덫에 걸린 그 순간, 말들은 생기를 잃고 까무러쳐버립니다. 맞아요. 말이 기절한 게 바로 글이지요. 그것들을 깨어나게 하려면 문자의 올가미를 풀어 다시 소리치게 하고 그 갈기가 바람에 날릴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글
의미는 흔적을 통해서 전달된다. 해변의 모래톱에 찍힌 흔적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위에 앉아 있던 물체와 몸을 숨긴 조개들의 작은 드라마를 읽는다. 인간이 만든 글자 역시 이 생명의 해변 위에 찍어놓은 많은 흔적들의 하나인 것이다.
흔적, 말하자면 어떤 자국을 일부러 남기기 위해서는 모래판 같이 부드러운 것 위를 손가락처럼 딱딱하고 뾰족한 것으로 긁어야 한다. 그래서 '글'이라는 말은 '긁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도 있다.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세상을 해석하는 창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런 언어의 창조성과 그 안에 숨겨진 세계를 탐구하였죠.
즉, 언어는 의미에 기준을 부여하고 의미를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며 의미를 저장합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문명, 사물, 종교, 우리, 예술, 창조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삶과 죽음, 예술과 철학, 과거와 미래 ㅡ 이를 잇는 그의 말에서 우리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말을 남긴다는 것의 의미였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말 속에 정신을 담아 후대에 전하고자 하셨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가치와 우리가 간직해야 할 태도에 대해 말이죠.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말을 삶에 새길 수 있을까?
언젠가 내 삶이 끝날 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말을 남길 수 있을까?
더 많이 읽고 더 넓게 바라보고 더 깊이 사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고비 넘어가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고, 푸념같지만 요새 참 힘이 듭니다.
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해도 통제할 수 없는 우울과 불안은 계속해서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들은 참 한결같습니다.
여느 때처럼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며 읽었습니다.
단순한 글 모음집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기에,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 혹은 말의 힘을 믿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들이 당신의 삶에도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어령 선생님의 전작 리뷰 ▼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3396066718
작별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2856220672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2770102276
언어로 세운 집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0495182229
너 어디에서 왔니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1815998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