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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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저자 이어령

세계사

2025-02-26

에세이 > 한국에세이

자기계발 > 성공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삶과 죽음, 예술, 철학에 대한 이어령의 통찰

-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전하는 책





말이 시대를 넘고 생각이 시간을 초월할 때, 우리는 그 말 속에서 길을 찾게 됩니다.

대학교 때,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점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은 단순한 언어를 넘어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말들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와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철학적 울림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어령의 말』은 그가 생전에 남긴 깊은 통찰과 혜안을 정리한 책입니다.





마음 | 사랑의 근원



마음

마음이야말로 정신의 인덱스인 것이다.



불안

사람들은 어린애들처럼 기쁜 일이 생기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고들 한다. 재물이나 사랑을 얻은 자리에서는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 훔친 물건은 그 현장에서 멀리 떠나야만 완전한 자기 소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체로 뜻밖의 기쁜 일이 닥쳐왔을 때는 그것을 훔친 물건이나 혹은 다시 빼앗기고 말 물건처럼 여긴다.

우리는 그만큼 기쁨에 익숙해 있지 않다. 그러나 슬픔은 대개가 다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자기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행복

어느 곳에 돈이 떨어져 있다면 길이 멀어도 주우러 가면서, 제 발밑에 있는 일거리는 발길로 차버리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 눈을 뜨라! 행복의 열쇠는 어디에나 떨어져 있다.

…… '행복'이란 말은 '모험'의 뜻을 상실했고 '동경'의 뜻을 상실했고 '영원'의 뜻을 상실했다. 사람들은 가까운 곳의 행복만 찾아다니다가 행복이란 말까지 상실해버린 것 같다.



파멸

아담을 파멸시킨 이브의 손, 삼손의 머리를 깎은 델릴라의 칼, 유왕을 망친 '포사'의 웃음, 최고의 사랑은 최악의 파멸이다.



감사

감사하는 마음, 그것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감정이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감사하는 행위, 그것은 벽에다 던지는 공처럼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사랑

창조적인 사랑이란 자아의 영역을 넓히는 것, 쉬운 말로 하면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요.

사랑의 키는 죽음보다 한 치라도 높아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단지 죽기 위해서 태어난 것뿐이니까요.



사랑도 여러 사랑이 있습니다.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생각해보면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저자는 마음을 사랑의 근원으로 보았습니다. 사랑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지요.

즉, 사랑은 인간의 본질이며 모든 관계와 행동의 시작점인 것입니다.



인간 | 나의 얼굴



인간

부름 소리! 짐승들은 다만 포효할 뿐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다.

사람은 '늙다'라고 하지만, 물건은 '낡다'라고 하잖아요.

낡다와 늙다는 같은 말입니다. 모음 하나 차이지요. 오래된 물건을 낡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는 증거지.

이 한마디만으로 난 물건이 아니야, 난 궤짝이 아니야,

난 상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럼 뭐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거야.



가족

가정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어떤 인류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배가 고파 사냥을 해서 토끼를 잡았어요.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토끼를 잡아먹을 거예요. 그런데 배고픔을 참고 자신의 먹잇감을 짊어지고 갑니다. 어디로? 가족이 있는 곳으로. 이게 가족이죠. 먹는 것이 전부고 경제 문제, 출세 문제, 물질 문제만이 중요하다면 짐승들처럼 그 자리에서 잡은 먹이를 먹을 텐데, 왜 불타는 식욕을 잠재우고 그 무거운 것을 끌고서 자식과 아내 있는 곳으로 가는가. 이게 바로 사랑이고, 가족의 출발입니다.



소망

평생을 두고 빌고 빌어도 다 이루지 못할 소망, 비록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해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정체성

'스스로' 속에 진짜 '나'가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숨을 쉰다. 잠을 잘 때에도 눈과 귀는 감기고 닫히지만 코만은 멈추지 않고 숨을 쉰다. 늘 깨어 있는 것이 코이다. 숨통을 막으면 자기는 없어진다. 이 자율성과 지속성 그리고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절로 배어나는 자생력,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성격이나 자존심을 나타내는 말에는 으레 코가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콧대가 세다느니 코가 납작해졌느니 하는 말이 모두 그런 것이다.



자아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만 이 대상도 또한 그 대상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자아라고 부른다.



인간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얼굴에 담긴 진실과 거짓, 내면의 고뇌와 갈등을 탐구합니다.

또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선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언어 | 환상의 도서관



기호

자연 그 자체는 물처럼 연속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멋대로 나누어서 생각하고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언어요, 문화인 것이다.



눈동자

언어는 하나하나가 모두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시인이 하나의 말을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의 시선을 선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 숨겨져 있는 것까지도 들추어내는 눈이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라집니다. 조금 전만 해도 내 가슴과 머릿속에 있었던 것인데 몸 밖으로 일단 빠져나오면 네발 달린 말보다 더 빠르게 도망칩니다. 어느새 벌판과 냇물을 지나 산등성이의 구름이 되어 흩어집니다. 때로는 뒤쫓아보지만 그것들은 벌써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려 다니다가 사막의 낙타, 바다의 돌고래처럼 나와는 아예 무관한 짐승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말들이 멋대로 새어나갈까 봐 덫을 놓습니다. 그런데 문자의 덫에 걸린 그 순간, 말들은 생기를 잃고 까무러쳐버립니다. 맞아요. 말이 기절한 게 바로 글이지요. 그것들을 깨어나게 하려면 문자의 올가미를 풀어 다시 소리치게 하고 그 갈기가 바람에 날릴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의미는 흔적을 통해서 전달된다. 해변의 모래톱에 찍힌 흔적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위에 앉아 있던 물체와 몸을 숨긴 조개들의 작은 드라마를 읽는다. 인간이 만든 글자 역시 이 생명의 해변 위에 찍어놓은 많은 흔적들의 하나인 것이다.

흔적, 말하자면 어떤 자국을 일부러 남기기 위해서는 모래판 같이 부드러운 것 위를 손가락처럼 딱딱하고 뾰족한 것으로 긁어야 한다. 그래서 '글'이라는 말은 '긁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도 있다.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세상을 해석하는 창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런 언어의 창조성과 그 안에 숨겨진 세계를 탐구하였죠.

즉, 언어는 의미에 기준을 부여하고 의미를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며 의미를 저장합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문명, 사물, 종교, 우리, 예술, 창조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삶과 죽음, 예술과 철학, 과거와 미래 ㅡ 이를 잇는 그의 말에서 우리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말을 남긴다는 것의 의미였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말 속에 정신을 담아 후대에 전하고자 하셨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가치와 우리가 간직해야 할 태도에 대해 말이죠.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말을 삶에 새길 수 있을까?

언젠가 내 삶이 끝날 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말을 남길 수 있을까?

더 많이 읽고 더 넓게 바라보고 더 깊이 사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고비 넘어가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고, 푸념같지만 요새 참 힘이 듭니다.

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해도 통제할 수 없는 우울과 불안은 계속해서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들은 참 한결같습니다.

여느 때처럼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며 읽었습니다.

단순한 글 모음집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기에,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 혹은 말의 힘을 믿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들이 당신의 삶에도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어령 선생님의 전작 리뷰 ▼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3396066718


작별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2856220672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2770102276


언어로 세운 집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0495182229


너 어디에서 왔니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1815998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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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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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저자 함혜리

파람북

2025-02-14

여행 > 프랑스여행 > 프랑스여행 가이드북

여행 > 테마여행 > 미술관/박물관/예술기행





- 예술을 통해 만나보는 프랑스

- 도시와 작품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여행의 기록





예술은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를 담아내는 창입니다.

번잡스러운 현실은 잠시 잊고 일탈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면 여행 분야의 책들을 찾아보곤 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발견한 책 한 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단순한 여행서가 아닌 프랑스 곳곳에 스며든 예술의 흔적을 따라가게 해주는 책, 바로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입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에 의한, 예술의 도시



"진귀한 보석을 품은 광산과도 같은 미술관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미술관과 박물관 등 문화자산이 빼곡한 파리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도시다. 가볼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핵심부터 공략하는 것이 방법이다."





예술을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종종 프랑스에 가는 친구가 만날 때마다 잔뜩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곤 하는데 얼마나 눈이 호강하는지 모릅니다.

대충 찍었다는데도, 프랑스 곳곳을 담은 사진들이 예술 그 자체이니깐요.

넓디 넓은 광장, 분수, 줄지어져 있는 아름다운 건물들 그리고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까지!

특히 루브르는 사람에 치이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서너번 가도 질리지 않는다고 하니 언제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파리의 면적은 서울특별시의 6분의 1 정도입니다.

동서로 흐르는 센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파리는 센강의 중심에 있는 생루이섬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죠.

행정구역은 생루이섬이 있는 지역에서 시작해 달팽이 모양으로 구획되어 1구-20구까지 나뉩니다.

파리 중심부인 1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원래 왕궁입니다.

13세기에 지어진 루브르궁은 루이 14세가 베르사유궁을 짓고 이전한 이후 왕실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썼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왕실 소유 문화재들이 국가에 귀속되면서 나폴레옹이 공화국 국민의 교양을 위해 루브르궁을 박물관으로 바꾸어 일반에 개방하게 되었지요.

유럽 최초 근대적 박물관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미술 교과서를 마주하고 싶다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는 물론 오랑주리 미술관과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꼭 방문해보세요.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올림픽이었지만, 셀린 디온의 사랑의 찬가는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기엔 충분했습니다.

셀린 디온이 노래를 불렀던 곳, 바로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에펠탑입니다.

개선문과 함께 대표적인 상징물로 주목받는 에펠탑은 사진으로 많이 마주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낮과 밤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지요.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파리!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생제르맹 카페들은 산책자들의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곳에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리노베이션 공사를 위해 12년간 문을 닫았다가 2022년 여름 재개관하였는데 대형 도서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1장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도시인 파리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요 명소는 물론 명소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까지 풀어내고 있고 특히 인상파 화가들의 발길이 닿았던 곳과 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팅까지 살펴볼 수 있어 예술과 교양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항상 어디론가,

어느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자 같아.



빈센트 반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일부입니다.

고흐는 동생 테오가 있는 파리에 와서 파리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작업에 큰 감동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도시의 삶은 마냥 팍팍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떠나기 위해 남프랑스 아를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살,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지 6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아직 북풍이 매섭게 불고 눈까지 쌓여 찬란한 빛을 마주할 순 없었지만 무언가가 그를 사로잡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나타난 빛나는 노란색, 바로 해바라기꽃이었습니다.

성벽 바로 안쪽 호텔에 방 하나를 빌려 옥상을 아틀리에 삼아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고흐의 황금을 머금은 해바라기는 프로방스와 미래를 상징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아를에서만 총 7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완성시킵니다.


'아! 이곳 한여름의 태양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내 화실을 여섯 점의 해바라기 그림으로 꾸밀 생각이네. 원래의 색을 죽인 크롬옐로 장식품들은 다양한 배경에서 불타는 듯 튀어나와 보일 거야.'

_친구 에밀베르나르에게 쓴 편지



2장에서는 남프랑스를 대표하는 명소와 화가들을 연결시켜 예술 여행을 떠나게 해줍니다.

화가를 따라가는 여행을 쭉 하다보니, 작가를 따라가는 여행을 했던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도 줄지어 생각났었습니다.

그만큼 흐름이 좋아 책과 함께 떠나는 예술 여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까운 책장에 꽂아넣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면 여행에세이를 꺼내 들곤 하는데 오래오래 곁에 두고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프랑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자연스레 <미드나잇 인 파리>도 생각나 간밤에 영화까지 보았습니다.

널리 알려진 명소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공간까지 다루고 있을뿐더러 한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 그곳에 깃든 문화와 감성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예술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문화적 풍경을 보고있자니,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예술을 바라보는 프랑스의 태도였습니다.

어떤 계층의 전유물도 아닌, 누구나 보고 누릴 수 있는 삶의 일부라는 점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림 실력은 젬병이지만 캔버스를 꺼내 들어 간간히 백드롭 페인팅을 하곤 하는데 곧 봄이 다가오니 노란색 계열 위주로 칠해봐야겠습니다.

저처럼 당장 떠나기 어렵다면 꼭 읽어보세요!

건축, 회화, 조각, 공연 예술까지 다채로운 영역을 아우르고 있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히 예술 속으로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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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저자 장류진

오리지널스

2025-02-19

에세이 > 여행에세이

여행 > 유럽여행 > 북유럽여행





2023년 7월 13일 오후 5시, 나는 새로 장만한 새하얀 캐리어를 끌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인천공항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두 편이나 쓴 이유는, 당연히 핀란드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저 좋아한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하다. 내게 있어 핀란드는 '완벽한 휴양지'라고 말해보고 싶다.

현실의 어려운 문제들로 지쳐 있을 때.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잔뜩 풀 죽어 있을 때. 누군가 내게 주어진 시간 외에 덤으로 일주일의 여가시간을 선물해주겠다고 한다면,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 없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분명 핀란드에 가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다소 의아한 대답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휴양지'와 '핀란드'는 서로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니까.



뾰족한 침엽수 위로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 대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 하늘, 어슴푸레한 달빛만 은은하게 빛나는 극야의 풍경, 설산을 달리는 순록과 두툼하고 빨간 털모자를 쓴 산타 할아버지, 순백의 설원과 가파른 슬로프 위를 누비는 스키어들 같은 추운 북쪽 나라의 감각이 핀란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고, 사실 그마저도 일상에서는 잘 떠올릴 일이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핀란드는 존재감이 미미한 나라다.



떨림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한 편으로는 설레서,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내년에 난생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 살게 될지도 모르는데, 심지어 전 세계가 후보인데 그중 어느 대륙으로 갈지조차 짐작도 못한 채로 '배정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거의 랜덤으로 정해지는 상황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주인공 미도리는 일본에서 핀란드에 갑자기 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심적으로 힘든 일이 생겨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졌고, 세계지도를 무작정 펼치고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짚었더니 그게 핀란드였다고 말이다.



함께 여행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들을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었던 예진이와의 여행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어 하고, 하기로 다짐했던 그 수많은 것들을 과연 다 하고 올 수 있을까? 우리가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열흘이었다.



얼마나 '소유'한 상태로 태어났는지에는 관계없이 이 세상에 나온 순간, 누구나 '기본'적인 것들은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나는 이 '박스'들 역시 누구나 자연을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만인의 권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고 이 숲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어렴풋이 생각했다. 뒤이어 이 숲을 나도 반년이나마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공연한 행복을 느끼곤 했다. 그건 마치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같은 행복이었다. 살갗에 닿아 금방 녹아내릴 테지만 내려오는 동안만큼은 너무나 아름답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잡고 싶어지는 그런 눈송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무형의 작은 공동체가 어느 대륙이든, 어느 나라든, 마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 요원들처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도서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기지 삼아 ‘헤쳐 모여’ 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어찌 됐든 나는 이 작지만 사라지지 않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기쁘게 받아들였다.



오랜 친구는 마치 기억의 외장하드 같다. 분명 내게 일어났던 일이지만 자주 꺼내지 않아 그곳에 있었는지도 잊은 일들을 친구의 입에서 들을 때, 왜인지 부끄러우면서도 든든하다. 내가 잊어도 예진이가 알고 있겠구나. 나의 일부분을 이 친구가 지켜주고 있겠구나.



우리는 뒤돌아 우리가 걸어온 눈밭 위 발자국들을 바라보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았고, 아마도 그래서 호수를 건너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바로 여기 이곳에, 이 드넓은 지구 위에서도 바로 이 특정한 위치에 존재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저곳은 녹아버리고 말 거라는 사실을. 그래서 지금만이 이곳에 이렇게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을.



그때 그 돗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 그 시절의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나고 좋은 시절, 내 인생의 황금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앞으로는, 이토록 소소하지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기대할 수는 없을 거라고. 나는 그때의 내게 말하고 싶어졌다. 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 아니야. 훨씬 더 좋은 날이 많이 펼쳐질 거야. 15년 뒤에는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장면들을 품은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여행지로서의 도시를 친구에 비유한다면, 파리, 런던, 뉴욕은 누구나 좋아해 마지않는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화려하고, 아름답고, 오로지 자신만이 뿜어낼 수 있는 고유한 분위기까지 가지고 있어 매력적인 친구. 늘 주변에 친구들이 넘쳐나고, 나 역시 자꾸 힐끔힐끔 올려다보게 되는 그런 친구. 하지만 동시에 저 친구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자꾸만 신경 쓰고 의식하게 만드는 친구. 과연 그 친구는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줄지, 문득 의심 들게 만드는 친구.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친구. 헬싱키는 그와 반대로 긴장을 풀게 만들어주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력적이지만 누구에게나 그 매력이 다 알려지지는 않은 친구. 다만 소리 없이 내 곁에 있어주는 친구. 그렇게 옆에서 가만가만 오래오래 들여다보면 비로소 반짝이는 친구. 내가 이 친구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써본 적 없는 친구. 친구라는 걸 의심하게 만들지 않는 친구. 언제 만나도 편하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대하게 되는 그런 친구.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항상 있어줄 거라는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그야말로 ‘진정한 내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가, 내게는 바로 헬싱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밝히는 내 소설 쓰기의 비밀 하나. 이른바 '조금씩 나가는 상상' 방법론이다. 평소의 나는 MBTI 'N형'답게 쓸데없거나, 쓸데없어 보이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때로는 이런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상상으로부터 소설의 발상을 얻기도 한다. 이 대화에서 다른 대답을 했다면,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들어와 참여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다르게 흘러갔을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의 마음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떻게 변해갈까? 엄청나게 참신한 설정이나 대단한 세계관이 아니라 현실의 상황에서 아주 조금, 딱 한 발짝 나아가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 한 발짝, 한 발짝이 계속 모이면 처음 발상과는 아주 멀어지게 되고 또 달라지게 된다.



나는 ‘그때 참 행복했었지’ 하고 내 행복에 과거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이러면 행복해질 거야’ 하고 내 행복에 뒤돌아 등을 보이지도 않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충만한 행복을 느끼지만 타인에게 내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는 말을 들은 누군가가 갑자기 적대감을 비치며 화내는 걸 보는 게 속상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기 이렇게 적어본다. 알바 알토의 집 처마 밑에서 똑…… 똑…… 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내가 느꼈던 행복에 대해서. 짧은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내가 선택한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느꼈던 벅찬 온기와 무한한 신뢰에 대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스러움'은 '자연'이 아니야. ‘자연’은 그냥 놔두면 되잖아. 거기 이미 존재하니까. 하지만 ‘자연스러움’은 다른 얘기지.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뾰족한 고민이 필요하겠지. 건물 전체가 곡선으로 구부러져 정원을 감싸는 형태의 알토 오피스는 무척 자연스럽고 아름다웠지만, 그런 형태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벽돌 하나부터 딱 원하는 각도로 구부러진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 그 생각이 ‘리얼한 소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더라 ‘리얼’은 그냥 현실 자체잖아. 그냥 어디에나 존재할 뿐인. 하지만 ‘리얼함’은 다른 일이잖아. ‘리얼한 소설’ 그리고 ‘리얼한 문장’을 위해 인물을, 설정을, 대사를, 심지어는 단어 하나의 글자 수나 조사를…… 수많은 요소들을 수도 없이 갈아 끼우고 그만큼 셀 수 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또 돌려야 하잖아. 스르륵, 거침없이 읽히는 문장을 쓸 때는 그렇게 스르륵, 쓸 수가 없으니까. 맨질맨질한 표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친 원재료에 수없이 사포질을 해야 하듯이. 나 같은 애송이를 알토처럼 위대한 예술가에 비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 독자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신 그 이야기는 나 자신조차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내 성격이 해낸 일이겠지. 그러니 그걸 내세우진 못할망정 최소한 미워하지는 말자. 사람의 성격은 그 성격의 주인이 최대한 더 나은 방식으로 생존하게끔 발달한 거겠지.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그래서 나도 내 성격을 더는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려고.



엄청난 ‘비밀’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버린 기분. 언젠가 몇 번의 눈이 녹고 난 뒤, 어떤 이유로든 핀란드를 다시 방문한다면, 그래서 헬싱키에 그리고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이곳에 입장하면 이곳의 와이파이가 내 휴대폰과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곳과 내가 소리 없이 연결될 것이다. 착, 붙을 것이다. 너무나 닮고 또 다른,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즐긴 열흘간의 차분한 휴식이 따스하고 청량하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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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저자 이동민

갈매나무

2025-01-10

경제경영 > 경제학

역사 > 세계사

역사 > 경제사





자본주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전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제도와 경쟁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 원리에 토대하며, 재화의 생산 및 교환을 통한 자본의 축적과 재축적이 지속해서 일어나는 경제 사조나 체제 또는 이와 관련된 문화 등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그리고 그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물론 유사 이래 인류에게 돈과 재화가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인류가 진기한 재화를 구하고 큰돈을 벌기 위해 무역을 시작했던 때는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와 함께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의 탄생은 15~16세기 오스만제국의 팽창과 이에 따른 실크로드 무역로의 봉쇄와 관계가 깊다. 자본을 투자해 더 큰 이윤을 남기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적 메커니즘이니 무역은 당연히 자본주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데, 무역로 봉쇄가 자본주의 발달로 이어졌다니 어찌 보면 크나큰 역설이다. 유럽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던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육로를 통하는 대륙 동쪽의 무역로가 오스만제국에 가로막히자 서쪽 대양으로 이어지는 신항로를 개척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에스파냐는 식민지 삼은 아메리카대륙에서 막대한 양의 은이 발굴된 덕분에 16세기 세계 해상무역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했다.

자본주의 기축통화의 시초라 할 만하다.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한 인물은 누구일까? 흔히 에스파냐에서 이사벨 1세의 지원을 받아 대서양을 건너 1492년에 산살바도르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1000년 무렵 그린란드에서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 뉴펀들랜드에 상륙한 탐험가 레이프 에이릭손이다.

하지만 뉴펀들랜드에 뿌리내리지도, 대서양 횡단을 역사의 변화로 끌어내지도 못했던 에이릭손과 달리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은 인류 문명사의 극적인 전환점이었다.



에스파냐는 포르투갈과 다른 항로를 찾아야 했다. 그때 마침 대서양을 서쪽으로 가로질러 항해하면 인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 콜럼버스가 나타났고 이사벨 1세는 그를 후원하기로 한다. 당시에는 그의 주장이 허튼소리로 치부되었는데, 에스파냐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니 '속는 셈 치고' 콜럼버스를 후원했다고 할 수 있다.



에스파냐는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져온 은으로 은화 ‘페소 데 오초Peso de Ocho’를 주조했고, 이 은화는 대항해시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은과 은화가 화폐로 중요하게 쓰이던 차에 아메리카대륙에서 고품질의 은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생산되었고, 그것이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무역선을 따라 전 세계에 유통되면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화폐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었다.



네덜란드가 가장 적극적 · 공격적으로 청어잡이와 가공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청어 어획량과 청어 가공품 생산량은 유럽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 덕분에 큰돈을 벌게 된 네덜란드는 유럽 변방의 간척지에서 부강한 산업 중심지로 거듭난다. 훗날 해양 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조선술과 항해술에 관한 지식 역시 이때 축적되었다.



산업혁명은 산업생산성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인류에게 전에 없는 물질적 풍요를 선사했다. 그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와 시장을 실현해 본격적인 근현대 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가 태동할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산업자본주의는 이전의 상업자본주의와 달리 확실한 자본주의, 즉 ‘고전’자본주의로 분명한 지위를 획득한다. 그러니 영국의 산업혁명은 인류사의 대전환점인 동시에 온전한 자본주의를 가져온 자본주의의 대전환점이기도 하다.



프랑스대혁명이 남긴 성과는 민주주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혁명에서 말한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절대왕정과 특권층이 독점하던 자본과 경제의 자유와 평등도 함께 의미했다. 그 결과 상공업자들이 신분에 따른 불이익이나 사유재산 침탈에 시달리지 않으며 활동을 보장받을 길, 농민들이 귀족 지주들에 사실상 예속되다시피 한 소작농 신세에서 자영농으로 독립할 길이 열렸다.



제1차 세계대전과 두 차례의 혁명, 그리고 내전까지 겪은 소련의 경제는 큰 폭으로 후퇴했다. 경제체제는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식 계획경제로 노선을 지향했다. 서유럽과 달리 전제적 성격이 다분했던 황실과 강력한 특권을 누리는 귀족층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반쪽짜리’ 자본주의 혁명이 이루어졌던 러시아에서, 제대로 된 시민계급의 성장과 온전한 자유시장경제의 발달이라는 경험 없이 일어난 공산혁명의 결과였다.



1919년에는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탈리아를 세계 최초의 파시즘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이탈리아 역시 독일처럼 수백 년 이상 분열을 이어오다 19세기 후반에 통일을 이룩하고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후발주자로 대두한 터였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달리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지만, 전후 처리 과정에서 영국 · 프랑스 등으로부터 배제되었다. 유럽 제국주의 열강, 자본주의 선진국 간에도 존재했던 지리적 차별성은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였고 오랫동안 분열을 이어온 탓에 통일과 부국강병에 대한 열망도 강했을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큰 손해까지 본 나라에 극단적 사상이 발흥할 밑거름을 뿌린 격이었다.



미시시피강, 미주리강, 오하이오강 등 대평원을 흐르는 유량이 풍부한 대하천은 농업용수 공급원은 물론 미국 각지를 잇는 교통로로 기능했다. 철도와 도로교통이 본격화하기 전에 이미 이들 하천은 새롭게 편입된 루이지애나를 기존 영토와 효과적으로 연결해 주었다. 또한 물자의 효율적인 운송이 가능해지면서 오대호 연안의 철강업과 석탄산업이 크게 발전했으며, 훗날 미국이 병합할 서쪽 땅과의 지리적 연결고리까지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루이지애나 식민지의 중심지였던 항구도시 뉴올리언스는 무역 발달에 큰 도움을 주며 미국이 자본주의 강국으로 대두할 잠재력을 더한층 증대시켰다.



중국은 오랫동안 근현대적 자본주의경제 체제와 거리를 두다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에서 자본주의, 그중에서도 신국제분업 체제로 편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본주의 세계의 지리적 질서가 변하던 흐름에 발맞춰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공산당 일당독재가 금융과 기업마저 공고히 지배하는 중국 스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한 자본주의국가가 되어버렸다.



신국제분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베트남은 세계의 공장 입지를 점하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저렴한 인건비에 치중한 경제성장은 신자유주의와 신국제분업이라는 불평등한 자본주의 경제질서 속에서 베트남 경제는 물론 사회와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조차 위협하고 있다. 자본 축적과 기술 혁신이 부재한 가운데 저임금 노동력 위주로만 이루어진 경제성장에는 뚜렷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베트남은 캄보디아 같은 주변 후진국에 발목 잡히며 ‘먹고살 수는 있는 나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한국식 신자유주의를 오직 IMF의 산물이라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그 기저에는 ‘한강의 기적’이라 은유되는 1960~1980년대 초고속 압축 경제성장기에 대대적인 토목건설 사업이 행해지면서 태동한 토건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토와 자연환경을 착취에 가깝게 이용하고 개발하는 토목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국정과 경제정책이 이루어지는 경제체제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여러 경제적 ·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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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저자 김종원

퍼스트펭귄

2025-01-17

자기계발 > 성공학

에세이 > 한국에세이





당신의 젊은 나날을 온전히 활용하고

배워야 할 때를 놓치지 마세요.

그리하여 늦기 전에 좀 더 똑똑해져야 합니다.


운명을 결정하는 커다란 저울은

평형을 이루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당신은 그 위에 서든가

아니면 내려가야 합니다.


당신은 이겨서 지배하거나

아니면 복종하면서 빼앗겨야 해요.

승리의 환희를 즐기고 싶은가요.


아니면 패배의 고통을 견디고 싶은가요.

당신은 망치로 살면서 호령하거나

망치의 받침대로 살며 희생해야 합니다.


「코프타의 노래」



모든 삶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젊은 나날이 주어진 이유도 따로 있죠. 하지만 그 삶을 멋지게 활용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복종하며 활용당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태도만 바꾸면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무언가 하나를 선택하고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주는 행복을 즐길 수 있다는 괴테의 조언이 참 아름답습니다. 책 한 권을 수백 번 반복해서 읽고, 하나의 루틴을 10년 넘게 유지하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옵니다.

"너는 지루하지도 않니? 그 지루한 걸 반복하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그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이걸 자각해야 삶의 변화를 꿈꿀 수 있습니다. "그거 지루해서 어떻게 하냐?"라는 말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기 때문이죠.

…… 괴테의 말처럼 이게 핵심입니다. 누군가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해냈다면 그는 그 반복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나의 질문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질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반드시 가장 근사한 답을 줍니다.

세상에 지루한 일은 없습니다.

질문 없는 삶만 있을 뿐이죠.



최고의 인격자는 스스로를 돕는 사람입니다. 자신도 하지 못하는 것들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내며 성장하는 사람을 인격자라고 정의한 것이죠. 멋진 희망이나 목표가 있다면 그렇게 스스로 증명해야 아름답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된다는 건

어제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나를 돕는 사람입니다.

최고의 인격은 스스로 나아져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범이 되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 주어진 순간을 즐기세요.

익숙한 것을 빠르게 해낼 생각은 접고

이 순간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그때그때 맞는 것들을 붙잡아

내면에 차곡차곡 쌓으세요.

그럼 즐기며 성장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질투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위로하며 안아주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잘 아는 지인의 성공과 성장은 쉽게 축하해 주기가 무척 힘듭니다. 질투 때문이죠. 괴테는 바로 그 질투로 인해 일어나는 무서운 결과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보통은 인간관계를 ‘계속해서 넓히는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는 넓히는 게 아니라 반대로 ‘좁히는 것’입니다.



스치는 바람의 이름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별의 이름도 마찬가지죠. 사람도 그렇습니다.

다 알 수도 없고, 다 제어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떠들어도 내가 듣지 않으면 저절로 없어집니다.



결국 방향은 같습니다. 누군가를 바꾸려는 생각, 누군가의 기대를 이루어줘야 한다는 강박은 다 버려야 한다는 말이죠. 타인의 기대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으려면 그냥 모두 다 털어내고,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기대만 허락해야 합니다. --- 나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사는 게 아닙니다. 나는 내 삶의 목표가 말하는 기대에 응답하기 위해 살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 말로만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시작해야 결과를 만날 수 있고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만나야 자신의 실력과 노력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뭐든 하세요. 하는 사람이 가장 강합니다.



'고통의 바람을 스치면 곧 쾌락의 바람이 다가오고, 쾌락의 바람을 스치면 곧 고통의 바람이 찾아온다.'

괴테가 강조한 것처럼 고통과 쾌락은 서로 순서를 바꾸며 우리를 찾아옵니다. 가볍지 않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작은 고통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프다는 건 곧 기쁨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기분 좋은 신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사랑하다 보면 곧 기쁨의 순간이 찾아올 테니까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의(不義)를 발견하는 건 매우 쉬운 일입니다. 누구나 그저 남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죠. 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본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꼭 찾겠다는 의지를 가져야만 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이 공간에서 바로 여러분이 먼저 생각을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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