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 휠체어 탄 여자가 인터뷰한 휠체어 탄 여자들
김지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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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간과 시간을 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라는 소개가 궁금해졌다.

휠체어를 탄 인터뷰어가 휠체어를 타는 인터뷰이를 만나나누는 이야기라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동그란 바퀴들 사이 틈으로 여러 이야기를 담아낸 책일 것 같다는 기대감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이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었다.

06년생 18살 지민이는 고2년생이고 다니는 휠체어를 타고 칼럼을 쓰는 장애여성청소년이라고 했다.
장애인 여성은 먹이 사슬의 최하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어떻게 간극을 좁혀갈지에 대한 고민과 많은 장애인이 더 편하고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들, 어린 지민의 머릿속에 가득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어른인 내게 참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 한없이 멋진 모습이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모르는 바람과 땅의 사소한 감각에 대한 대화들, 비장애인들과 다른 그들의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과 여성의 몸 그리고 섹슈얼리티에 관한 생각에 대해서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거라고 장담할 만큼 색다른 시선이었고 자기주도적 몸을 가지고 싶은 여성이고 싶은 지민에게 공감하고 싶은 이야기여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95년생 주성희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며 당당히 홀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고 소개한 그녀는, 처음 다쳤을 때 재활로 수영을 시작했다가 대학 때 휠체어 럭비를 시작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스키 캠프를 시작으로 노르딕 스키를 참여했다가 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신인 선수로 뽑혀 선수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성희는 장애인 가족에게 복도 엄마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장애인 탈 시설화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했는데, 휠체어를 타고 자취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어떤 우여 곡절이 있었는지 경험담을 꺼내며 장애여성들도 충분히 자취를 할 수 있음을 독려하고 있었다.

86년생 서윤은 KBS 첫 여성 장애인 아나운서였으며 청년 여성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현장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온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 장애인 관광협회 대표이자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바꾸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었다.
서윤은 특히 장애인으로서 여성성을 이야기했는데 남성으로서의 쾌락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쾌락이 궁금했고, 어디서도 다루지 않음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장애를 외면하지 않고 압도되지 않고 자신을 알아가는 순간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당참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왕 언니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서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79년생 18살 딸을 둔 엄마 박다은은 평범함이 허락되지 않은 특별하게 살아온 모험가이자 도전가였다. 작가의팬이라고 밝히고 가방을 협찬해 주신 인연으로 시작한 두 사람은 처음 볼 때부터 서로의 비슷함을 알아봤다고 했다. 태어나며 장애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다은님은 한 번도 좌절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독기로 전교 1등을 하기도 하고 패기롭기 학교생활도 이어갔다고, 하지만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부딪침의 연속이라고 했다. 불편한 몸에도 영업직으로 오랜 시간 버텨온 비법들과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가방을 만들게 된 계기들이 그녀를 더 빛나 보이게 했다.
그리고 한 번도 자신이 엄마가 되지 못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하며 엄마가 된 이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아이를 키운 후일담을 담담하게 전하며 언니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는데, 이 부분도 장애여성들과 비장애여성들이 함께 보면 좋을 부분이라고 생각된 부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단단한 힘이 되어주는 것이 느껴졌다.
힘들게 견뎌온 것을 다른 이가 겪지 않게 되길 바라는 바도 느껴졌고, 어떻게든 견뎌내어 길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서로에 대한 믿음도 느껴졌다. 장애인 여성은 절대 약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유대감으로 엮인 그들의 힘이 느껴진 책이었고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고 시도하려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멋진 여성들의 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특히 언니가 필요하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깊은 관계가 아니어도 궁금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있기만 해도 좋겠다는 거, 경험을 쌓아 올리는 역할을 서로 해주는 것 같아 책 속에 서로의 연대가 느껴지는 게 참으로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던 게 신기한 기분이었다.

소녀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장애인의 모습과 엄마였을 때의 역할은 일반 여성과 별반 다름이 없었고 오히려 더 용감하고 자신의 옷을 찾아 입은 것처럼 거침없는 모습들이 멋지게 느껴졌다. 편견이라는 시선은 오히려 내 속에 존재했음을 여러 차례 느끼게 했고, 그것을 깨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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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들
정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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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사라졌다. 실종되었다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만 18세 A양이 유정이라는 것은 뉴스를 보자마자 바로 알았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은파 지역 외곽에 있는 부도난 타운 하우스 건설 부지의 폐건물로 인근에 CCTV가 없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했다. 유정의 사인은 질식사라고 되어있었다.

유정의 사건으로 경찰에서는 대대적 조사를 시작했고 수연 역시 유정의 절친으로 참고인 조사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수연이가 유정이를 만난 건 22일 그리고 학교 밖에서 따로 만난 건 20일 일요일이었다. 둘의 만남에서 특별한 건 없었지만 수연은 유정의 남자친구에 대한 의심스러운 말을 남겼고 거침없는듯한 태도로 유정의 부검을 물어보며 조사는 마쳤다.

다른 한 명의 참고인으로는 유정이 실종 당일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했다는 기사로 세간에 주목을 받는 유정의 담임 교사였는데 8월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크게 떨어진 유정이 성적표를 부모님께 전달하지 못해 고민 상담을 요청했고 종례 후에도 한참이나 상담을 해줬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리고 유정이 실종된 날 선생님의 행적을 위해 함께한 남편이 경찰에 같이 출두를 하고 진술이 끝난 후 선생님의 남편은 자신에게 거짓 진술을 시켰다는 묘한 말을 남긴다.

유정은 이혼한 부모님 중 어머니와 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유정의 도움을 거절한 선생님을 향한 1인 시위 도중 함께 살지도 않다가 아이가 사망하고 나타난 보험금을 노린 파렴치한 부모라는 원색적 비난을 받게 되며 유정의 아버지가 유력 범인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것은 유정의 모도 마찬가지였는데 유정이 죽자마자 보험금 신청을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아이의 몫으로는 상당한 7억이라는 상해보험금을 들어놓은 것에 오히려 유정 부는 자신의 부인을 의심하고 관리소 CCTV 확인을 하게 된다.

유정에게는 승원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둘 사이에는 비밀이 한 가지 존재했는데, 그 비밀을 알아버린 승원 모를 또 다른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며 소설은 더욱더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윤리 교과서를 사람으로 만들면 유정이라고 할 만큼 영특하고 바른 아이가 유정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살해당했다. 온갖 추측으로 인터넷이 도배될 사건의 시작이 왠지 현실적이라 더욱더 몰입되었던 것 같다.
소설이 진행될 수록 인물들 하나하나가 다 의심스럽고 추잡했다. 인간의 끝자락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소름 돋았고 그래서 의심의 화살표가 자꾸 변경되는 느낌이었다. 가장 순수했던 아이가 희생당했고 모두가 그 아이를 죽인 것 같은 결말이 소름 돋았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범인은 한명이었지만 왠지 모두가 상황을 몰아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건 왜 였을까? 몰입도 반전도 기대한만큼 좋았지만 희생당한 아이와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든 다른 아이의 방임에 대한 어른의 책임을 묻고 싶게한 결말이었다.
정해연 작가님의 스타일이 담겨있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완성된 소설인 것 같아 이번에도 역시나 싶었던 스릴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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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양제 - 영양제 먹었니? 아무튼 시리즈 61
오지은 지음 / 위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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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유독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게 되고 증상에 내 몸을 맞춰가며 영양제 목록을 하나둘씩 늘려가곤 하는데 개선하고 싶은 무언가를 항상 머릿말처럼 달아두고 그것을 개선하기위한 영양제를 아이허브에서 고르며 무료배송 5만원을 채워가는 작가님의 취향에 공감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현대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양제는 단연 피로 회복제이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건 어느 기가 막힌 시엠송 덕에 간 영양제가 빠질 수 없다고 했다. 일단 작가님은 간을 일명 간 과장이라고 칭했다. 장기 중 가장 크기에 무게도 1.5 킬로그램 정도 되고 먹은 음식의 독을 해독하는 중요한 장기인 간! 이 간을 달래는 영양소인 밀크시슬(실리마린)에 대한 설명이 간단히 소개하고 있었는데, 밀크시슬은 그리스 시대부터 간 치료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장 큰 효능으로는 간 기능을 개선하며 항염, 항산화 효과와 더불어 뇌기능 저하를 막아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쓰이고 골다공증 치료에도 이용되며 혈당 수치까지 낮춘다고 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약으로 복용되고 있으니 효과는 나 역시 인정이다. 하지만 간 기능에 대한 임상결과는 많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임상결과가 부족한 게 단점이라고 했다.

프로폴리스는 어떠 한가 소중한 꿀벌이 만들어준 항생제이자 항균제로 사탕 화장품 농축액으로 마음껏 애용하고 있지만 나처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좋아도 쓰지 못할 수 있는 그림의 떡인 영양제 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열심히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겨울에 주변을 위해 꾸준히 챙기고 있으며 성분 확인하며 챙기는 품목 중 하나라 열심히 읽었던 부분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못 받았다고 한 부분은 조금 놀랬던 포인트였다.

역시 유산균 이야기도 빠질 수 없이 재밌었다.
유산균 춘추전국시대를 거치게 되며 직관적 이름의 파스퇴르사의 쾌변, 유명 박사님 이름을 따온 메치니코프, 이국의 티를 내는 불가리스 등 그리고 위에서 잘 죽는 유산균을 장까지 살아서 가게 한다는 닥터캡슐까지 모든 유산균의 유행을 몸소 겪고 성인기에 다시 영양제로서 유산균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유산균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의 산을 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거기다 유산균은 우울증에도 좋다는 논문이 나왔다는데 그 밖에도 변비에 효능이 없다는 자료를 이 글을 쓰다 찾았다는 정보도 얻게 되어 참으로 별의별 정보를 다 주는 아무튼 시리즈였다. 

수많은 영양제 중에 영업당한 영양제는 단연 액티넘이었다. 사십 대가 된 지금 사막에 들고 가고 싶은 비타민이라는 표현에서 눈이 딱 멈춰졌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아리나민 EX 플러스라고 했다. 일본 현지 최저가가 5만원 정도였고 드러그 스토어에서 다른 제품들에 비해 몇 배나 높은 가격에도 당당히 가운데에 위치해있는 위엄에 꼴랑 비타민B만 들었는데?라는 생각을 바로 고쳐먹게 한 효능이라고 했다. 이러다 딱 죽겠다 싶은 사람들을 위한 비타민, 눈 피로, 어깨결림, 허리 통증 개선 효과까지 보여준다니 이 책을 완독하고 약국으로 달려가 바로 구매각을 서게한 영업글이었다.

난 반려병(편두통)도 있어서 먹는 약도 은근 많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타인의 약도 많이 만지다 보니 약이라면 거절하고 싶은 심정이라 영양제도 많이 챙겨 먹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앞자리가 곧 바뀌려다 보니 주변인들이 하나둘씩 뭔가를 챙겨 먹기 시작하는 걸 보다 보면 나도 이제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곤 했다. 마침 이 시기에 만난 책이라 굉장히 반갑고 눈과 귀가 번뜩였다. 나도 이제 이쯤은 챙겨야 하나? 싶은 이야기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효능과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같이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 좋았고, 개인적 의견이 많이 반영된 재미난 입담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영양제 먹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달 밝은 밤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비는 마음과 같다고 작가님이 표현하셨는데 정말 우리가 비는 마음으로 먹고 건강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노력이 효과로 빛나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영양제 하나쯤은 챙겨야겠다고 마음이 팔랑팔랑 가벼워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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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4-06-05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회사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을 했는데 검사결과에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영양제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는데 이제 좀 챙겨 먹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나 봅니다.~

러블리땡 2024-06-05 08:22   좋아요 1 | URL
현대인은 비타민디 수치 대부분 낮게 나와요 넘 걱정 마세요 ㅎㅎ 약으로 복용하셔도 좋고 근육 주사로 3개월마다 3번정도 맞으면 거의 대부분 정상치로 올라오더라구요 ㅎㅎ 근데 진짜 건강검진 수치를 하나씩 눈여겨 볼 나이가 된다는게 실감되가는거 공감이요 ㅎㅎ
 
입속 지느러미 TURN 1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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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9급 국가직 최종 면접을 마친 저녁이었다. 본가에 당장 내려오라는 엄마의 부름에 KTX를 타고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 끝에 부안에 도착하게 된다. 삼촌은 IMF의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을 당하고 선형이 열두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었다. 그 시절 기억하는 삼촌에 대한 추억은 케이블 영화 채널 취향이 조금 특별한 삼촌이라는 것이었다. 불가사리, 미믹, 아나콘다, 피라냐 등 괴물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생기를 되찾는 그런 사람이었었다는 기억 속 삼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집트로 떠나 소식이 끊겼고, 뒤로도 여러 소문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기에 삼촌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에도 다른 사람들은 놀라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삼촌과 주인공 선형의 접점이라면 선형의 밴드 마지막 공연에 민영 삼촌이 왔다는 것과 살아생전 청계천 근처에 작은 상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부 물품 처리를 조건으로 선형을 지목하여 증여한다는 것이었다. 

상가 시가가 10억이 넘는다는 엄마의 다소 합리적인 귓속말에 반박할 틈 없이 삼촌이 남긴 열쇠와 엽서를 챙기곤 삼촌의 상가로 향하게 된다. 

선형은 20대를 음악과 경주라는 인물을 사랑하며 보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랑을 하며 살아왔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결국 모든 걸 접고 9급 교육행정 국가직 최종 면접을 앞둔 상태였다. 이 시기에 삼촌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가 남긴 상가 건물로 가게 되면서 생전 괴물을 사랑하던 삼촌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비밀 공간 같은 지하실에서 삼촌의 진짜 비밀인 인어 피니를 만나게 된다. 누구보다 음악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랑하는 선형을 한눈에 알아본 삼촌의 예상처럼 선형은 다시 돌아오던 현실 감각이 사라지고 인어에 몰입하게 된다. 

조예은 표 현대판 세이렌이라니 너무 매력적이라 숨도 안 쉬고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선형이 경주에게 빠진 계기를 보면 인어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걸 12년간 같이 살아온 삼촌은 모를 리가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자신과 가장 비슷한 조카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인어 피니에게 인간에게는 위험하지만 완벽한 노랫소리를 듣고 싶음에 가장 위험한 행동을 각각 다른 행동으로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은 호러 그 자체였지만 이 소설의 제목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마철에 식성이 변하는 것과 귀소본능 이 두 가지는 진짜 읽으면서 가장 짜릿했던 부분이라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던 순간이었다.

누구나 빠지게 된다는 세이렌의 존재, 인간의 욕심으로 품에 가둘 수 있지만 선형은 더 큰 사랑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류에는 위험이 될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로는 열린 결말이 돼버린 것 같아 어디선가 전설처럼 존재할 인어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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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M 위픽
김유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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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걸그룹으로 데뷔했고 배우로 전향해 조연배우로 나름 유명세를 치르던 신지우가 2년 전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 환경보호 활동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집안의 쓰레기를 완벽하게 분리배출하는 모습이 큰화제를 끌면서 그녀는 비건 전도사, 에코 셀럽으로 여러 미디어에서 호명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신지우의 투룸 오피스텔로 일주일에 두 번씩 출근하던 연순은 신지유의 오피스텔 구석구석에 손닿지 않은 곳 없이 쓸고 닦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알길 없이 그 연출된 모습의 신지유에 열광을 했다. 그 결과 각종 친환경 제품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었고 주말 드라마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신지유는 서울숲을 지척에 둔 한강이 보이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연순은 풀타임으로 주5일제 근무로 페이도 원래 받던 것보다 올려 받으며 신지유의 유튜브를 위해 그녀의 집을 쓸고 닦는 일을 전업하게 된다. 그사이 연순의 딸은 간호사를 그만두고 원래 꿈꾸던 가방 디자이너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가짜 명품을 만들어 전국으로 유통한 사실이 적발되며 상표법 위반에 지적재산권 침해에 해당되어 형사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딸의 자취방을 찾아 행방을 헤맸지만 알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신지우의 새로운 남자친구인 이선호의 작업 서류들 사이에서 입주자 신상명세서에 연순의 딸 하나의 증명사진과 신상정보를 보게 되고 그들의 프로젝트인 ' 스페이스 M'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땅덩어리에 내 집하나 없는 서러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페이스 M은 본인 몸을 10분의 1로 줄여주는 기가 막힌 기술력으로 서울 한복판에 내 공간을 효율적인 비용으로 지낼 수 있게 만든 마법같은 신기술을 자랑하는 이야기였다. 이건 몸만 줄인 게 아니라 의식주 모두를 줄여줘서 인류의 모든 걱정거리를 한방에 해결할 만한 기가 막힌 상상력이었다. 일단 남의 눈을 속이며 비건, 에코, 환경보호를 앞장서는 여자친구를 둔 스페이스M의 개발자의 만남이 아이러니 자체였고, 처음엔 스페이스M을 최고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던 하나와 연순의 입장이 바뀐 감정의 변화도 꽤 볼거리였다고 생각한다. 명품을 카피한 비싼 가죽 가방보다 에코백이 비싼 사회, 공간보다 위치가 집의 가격을 정하는 현대 사회를 제대로 비판하는 느낌이라 지금 현재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위픽 시리즈였지만 짧지 않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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