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사회로서의 조선왕조 사회는 근본적으로 상업에 대한 말업관(내지 천업관(觀)이 고정관념화하고 있었으므로 그것을 해소하고 상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또 종래 전통사회체제 내에서의 천민적(賤民的)이고  유리민적인 상인층에 대신하여 근대적 상인인으로서의  자질 높은 새로운 상인층의 형성을 위해서는 몰락양반층의상업계 투신이 바랄 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 P260

전통사회 해체기 및 근대사회로의 이행기로서의 조선후기 사회의 지방상업계가 당면한 문제는 상설시장의 발달과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상업도시의 형성 문제였다.  - P260

이와 같이 조선후기의 실학자들이 제시하고 전망한 당시 상업계의당면 문제는 그 사회가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요청되는 문제들이었던 한편, 그것이 모두 당시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었다는 점이 아울러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연구작업이 도출한 또 하나의 결론은 앞에서 말한 실학자들이 제시하고 전망한 이 시기 상업계의 문제점 가운데 실제로 상업자본이 집적되었고, 나아가서 그 상업자본이 생산부문에 침투하며 그것을 지배해가고 있었던 사실이다. - P261

이리하여 시전상인 자본 역시 그 매점적이고 관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선후기에 형성된 최대 규모의 토착자본으로 성장하여 생산부문에 침투, 이를  지배해갔으나 개항 후의 자본주의 상품의 공세앞에 심한 타격을 받고 침체, 몰락해갔다. 그러나 한편 개항 이후에 이루어진 근대적 생산기구 속에 흡수되어 산업자본으로 전화(轉化)해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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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인 KT 본사 측의 해명은 현장기2실정과 동떨어져 있다. KT 측은 <시사IN>에 "현재도 2인1조 작업을 원칙으로삼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인원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최낙규씨가 속한 자회사에서는 2인1조규정이 오히려 후퇴했다. 최씨는 "지난해말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승주작업을 2인1조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올해 5월께부터는 이 지침이 더는 내려오지 않았고,
2인1조 작업을 위한 인력 충원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 P12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0조(수의계약대상자의 선정절차 등)를 보면, 계약 담당자는 수의계약 체결을 위해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견적서 등 구체적인 정보들은 ‘공고서 참조‘로 갈음됐지만 공고서는 나라장터에공개되지 않았다.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에 대해 유사 실적, 기술 능력, 경영 상태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사업수행능력평가(PQ심사)는 생략됐다. 실적심사신청서도 ‘없음‘으로 표기됐다. - P16

이번 사태의 본질이 뭐냐는 질문에TK(대구·경북)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가 지독하게 헤어지는 중이다. 대선 기간 벼랑 끝에서 무마되었던윤석열-이준석 1·2차 갈등이 결국 다시터진 거다." 그가 보기에, 갈등의 한 중심축은 ‘장학관(장제원 핵심 관계자)‘ ‘권핵관(권성동 핵심 관계자)‘으로까지 분화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아니다. 갈등의 중심축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놓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 P18

현재 영유아 교육 환경에서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에서 발생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사의 자격, 교육과정, 교육비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교육기관인 유치원은 교육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함으로써모든 영유아가 균일한 교육 환경을 누리게 하려는 시도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윤석열·심상정 후보 모두 유보통합을 공약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유보통합이 영유아 교육격차의 해결 방안으로서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 P22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에도 초동수사는 여전히 군 수사기관이 주도한다. 대신민간 수사기관이 현장 감식 등 초동수사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다양한 수사기관이 검증해 죽음에 의혹을 남기지 말자는취지다. 이번 사건에서도 7월19일 오후에 시작된 현장 감식과 검시 절차에 공군수사단 외에 대전지검 서산지청, 충남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유가족 2인, 군인권센터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초동 단계에서 경찰관이나 검사의역할은 범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군 수사기관이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가 없다고판단하면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아도된다. - P25

최근에 시베리아에 다녀오셨다고요?
시베리아 온도가 과거에 비해 4℃ 올랐어요. 동토가 녹으면서 땅속에 있던 메탄가스가 나오고 있어요. 라이터를 땅에대고 켜면 메탄가스 때문에 불이 붙어요.
심각해요. 이산화탄소보다 메탄가스가훨씬 온난화를 가속화하거든요. 이제는정말 미래를 위한 담판이 시급합니다. 생활방식을 바꾸고, 경제체제를 바꿔야 합니다. - P38

아직까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순수하게 환자(이용자) 처지에서 따져주는 대변자는 공론장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산업 육성전략‘
문건 속 국민(이용자)을 표현하는 단어는 ‘지불 주체‘이다. 지금 비대면 진료를놓고 갈등을 빚는 산업계와 의료계 참여자들도 언젠가는 공동 룰을 정하고 각자의 몫을 배분할 것이다. 그렇게 판이 다짜이고 나서야 일반 국민은 ‘지불 주체‘로서 시장 참여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그 속에 국민 건강권과 의료 공공성이 설자리는 아마 없거나 매우 좁을 것이다. - P42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모두 공통적인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두 제도 모두 일을 할 유인을충분히 유지합니다. 일을 한다고 해서 복지 혜택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문제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죠. 이 점에서는 둘 다기존 소득보장제도의 허점을 극복하는좋은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47

공공기관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평가 기준은 객관성을유지해야 한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언론 얘기를 해보자. 왜 언론은 일반 기업을 평가할 때는 ‘부채비율‘을 쓰면서 공공기관 평가에서는 ‘부채액‘을 쓸까? 최근 정부가 부채비율이 아닌 부채액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관행대로 부채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탁월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이 열흘 만에 재무위험 기관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의문을 갖는 언론까지 기대하면 욕심일까?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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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이란 무엇인가? 피해자가 원하는 해결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사죄는 누가 어떻게 가해 행위를 했는가를 가해국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애매하지 않은 명확한 표현으로 국내 및 세계에 표명하고, 그러한 사죄가 진지한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수반될 때 비로소 피해자들이 진정한 사죄로 받아들일 수 있다. _ 조윤수, <일본군 '위안부'> , p140/250


  2018년 8월 14일부터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어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그렇지만, 요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극우 세력의 움직임은 매우 걱정스럽다.  1993년 고노담화 이후 시간이 갈수록 퇴행되어가는 일본의 역사인식과 이에 편승하는 일본과 한국 극우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맞이한 기념일.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출처] 뉴스타파 : 거리를 뒤덮은 혐오,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사람들 


 고노 관방장관 담화(1993. 8. 4.)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재작년 12월부터 조사를 진행해 왔으나 금번 그 결과가 정리되었기에 발표하기로 했다. 금번 조사 결과 장기적이고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위안소가 설치되었으며, 많은 위안부가 존재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운영되었으며, 위안소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구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 위안부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하였으나 그 경우도 감언·강압 등에 의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위안소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하에서 참혹한 것이었다.


 또한 전지로 이송된 위안부의 출신지에 대해서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반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당시 한반도는 일본국의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모집, 이송, 관리 등도 감언·강압 등에 의해 총체적으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


 어쨌든 본 건은 당시 군의 관여하에 수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시금 출신지 여하를 떠나 소위 종군위안부로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와 반성의 심정을 말씀드린다. 또 그와 같은 마음을 일본국이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서는 지식인들의 의견 등도 구해 앞으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이와 같은 역사의 진실을 피하는 일 없이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들은 역사 연구, 역사 교육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영원히 기억해 똑같은 잘못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번 표명한다. 또한 본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소송이 제기되어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어, 정부로서도 앞으로 민간 연구를 포함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 _ 조윤수, <일본군 '위안부'> , p120/250


 올해 기림의 날에는 조윤수의 <일본군 '위안부' - 역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다>를 읽었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대중교양서로서 알기 쉽게 내용을 정리하면서도 문제점을 명확하게 짚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책 내용 중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몇년 전 논란이 되었던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의 위안부 관련 내용과 반론을 정리한 부분이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두 권의 책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문제의 핵심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이 가진 큰 매력이라 여겨진다.


 박유하는 『제국의 위안부』에서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 군인들과 동지적 관계에 있었으며 군인을 ‘위안’한다는 사실만으로 삶의 긍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에는 일본 군인을 동지나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여성을 전쟁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동원한 일본군과 정부의 책임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는 것은 그것이 전쟁에 기인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고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벌이지고 있는 피해이기 때문이다. 동지적 관계였다는 시점으로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벌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피해에 대해 어떠한 건설적인 대안도 제시할 수 없다. _ 조윤수, <일본군 '위안부'> , p98/250


 독자들은 일본군에 의한 인권 유린 사안을 전장에서 꽃핀 휴머니즘으로 승화시키고 문제의 본질을 (제국주의)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에서 남녀 가부장제의 모순으로만 치환하는 <제국의 위안부> , 반인권 행위를 법적 정당성 문제로 몰아가는 <반일종족주의>의 문제점을 확인하며, 사안의 문제점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영훈은 『반일 종족주의』에서 당시에는 공창제도가 인정되었고, ‘위안부’는 공창제도를 군이 이용한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1920년대부터 공창제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1924년 1월 와세다대학 교수 아베 이소오安部磯雄 등이 제출한 ‘공창제도 폐지 청원서’를 보면 “공창제도는 사실상 전율스런 인신매매와 참담한 노예제도를 동반하는 벗어날 수 없는 나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창제도는 인신매매와 자유구속이라는 2대 죄악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상의 노예제도”라는 것이다. 합법이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공창제하에 놓여 있던 여성들의 대부분은 인신매매에 의해 동원되었고 전차금에 얽매여 업자에게 구속된 사실상의 성노예였다. _ 조윤수, <일본군 '위안부'> , p68/250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얼마 전 읽은 <성모 마리아 찬가> 중 일부를 떠올리게 된다. 제목 그대로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찬미가 중 부부관계 요구를 거절하여 남편에게 폭행당한 여인의 치유와 관련한 시(詩)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군과 위안부의 관계가 작품에서처럼 부부는 아니지만,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진 수많은 폭행은 작품 속 남편의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여러분은 성모 마리아가 소녀를 

어떻게 보호하셨는지 놀라운 일을 듣게 될 겁니다. 

비록 소녀가 남편의 권력 아래에 있었지만

신랑은 그녀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순결한 상태로 남았고

이 일을 이후에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후렴)큰 연민과 자비와 숭고함, 

이 세 가지는 성모 마리아에게 넘칩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일 년을 함께 살았으며

남편은 그 소녀와 부부관계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소녀에게 큰 폭행을 하게 되었고

그녀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일을 말하기 송구스럽지만, 그는 소녀의 몸 가운데

아주 은밀한 부분을 칼로 잔인하게 찔렀습니다.


이 일을 누구도 묘사할 수 없었고

말로 형용하기조차 힘든 행위였으며

피사에 있는 외과 의사들도

그녀가 입은 상처에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소녀는 자신이 당한 학대에 대해 항의를 했습니다.

그후 보니파시오라고 불리는 한 주교가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p447

 

 끔찍한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제대로 호소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작품 속의 소녀와 일본군 피해자의 처지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그들의 아픔에 사회가 무관심했고, 공론화 된 이후에도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는 사회의 현실에서도 작품과 현실은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공통점을 통해 <성모 마리아 찬가>의 도시의 시민들처럼 사건에 괴로워하면서도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너무도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말하기조차 고통스러워 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막았던 것은 아니었는가도 돌아보게 된다.


이 일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에 대해 깊은 연민의 정과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부부간의 문제를 확대하지 않기 위하여

그는 소녀를 남편에게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나의 증인이듯이 그 불한당은

즉시 고열에 시달렸고 심한 증상을 겪었습니다.


도시의 모든 사람이 그 고열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교회로 이주하였습니다. 이곳에 너무 많은 사람이

누워 있기 때문에 그 일부는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시련을 겪었습니다.

이 모든 결과가 그 젋은 남자가 저지른 

악의적인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p448


 오랫동안 침묵했던 이유는 우리 사회에도 있었다. 한 여성이 46년 만에 진실을 털어놓기 전까지 우리 사회는 그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설마 몰라서 그랬을까? 일본 군인과 군속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남성이 3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피해 여성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한몫했다. 예전의 한국 사회 분위기에서 일본군에게 강제로 몸을 더럽혔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피해자들은 몸을 더럽혔다고, 민족의 수치라고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피해자임을 내세우지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소환하여 자신이 당한 피해를 이야기하는 것에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세월이 지나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피해를 밝힌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숨긴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_ 조윤수, <일본군 '위안부'> , p25/250


 <성모 마리아 찬가>에서는 고통당한 소녀의 절규가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규에 대해 우리는 성모 마리아와 같이 귀기울여 들어왔는가. 들으려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소리를 음해하고 오히려 비난하는 현실 속에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남편 때문에 상처를 입은

그 불쌍한 소녀도 나머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소녀는 오른쪽 가슴에 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그녀를 교회로 데려갔는데 회색 빛 모직 천에 싸인 채

살아 있다기보다 죽어가는 상태였습니다. 


그녀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울부짖으며 말했습니다.

"성모 마리아님, 제가 당신을 믿었는데

왜 절 도와주시지 않으십니까? 당신이 약속한 것을 

저에게 주시지 않고 고열만 주셨습니다.

그 일이 제게 준 병은 너무 끔찍해서 

내 몸이 부서지고 있습니다."

(후렴)큰 연민과 자비와 숭고함, 

이 세 가지는 성모 마리아에게 넘칩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p449


 오늘은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며, 내일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최근 국가 기념일을 둘러싼 논쟁이 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지지만, 앞으로 나가는 대신 점차 뒤로 밀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비록 현실과 현실 속의 마음은 어두워 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앞선 이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노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아픔을 겪는 모든 이들의 평안함을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청하게 된다... 


그 소녀가 대답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완전히 믿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성모 마리아가 말했습니다. "네 손을 나에게 주어라."

성모 마리아는 소녀를 일어나게 했고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렸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몸이 화상과 위험한 상처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것을 느꼈습니다.

(후렴)큰 연민과 자비와 숭고함, 

이 세 가지는 성모 마리아에게 넘칩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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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4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22-08-14 1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이 가지고 계신. 제대로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들린 발뒤꿈치를 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생각납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4 16:52   좋아요 3 | URL
오래전 페이퍼인데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녀상을 문제삼으며 독일까지 간 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문제해결 방안이 무엇인가를 물어보게 됩니다... 대체 언제까지 사과를 요구하냐고 따지지만, 사과내용에 맞는 역사교육을 하지 않으며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행태를 감싸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5 08:10   좋아요 2 | URL
나와같다면님 말씀을 듣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네요... 늘 눈 앞에 두고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소녀상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어떤 이들은 마치 유(類) 아래 있는 종(種)들처럼 이 거대한 세상을 여럿으로 나누어 분류합니다만, 이 거대한 세상이야말로 올바른 관점으로 우리를 알기 위해 들여다봐야 하는 거울입니다.

어떤 동기가 우리를 움직이는지, 우리 안에 있는 그처럼 다양한 충동의 원인은 무엇인지 말해 줘야 합니다. 아이의 오성을 촉촉히 적셔 줄 첫 번째 가르침은 아이의 행동과 감각을 조절해 주고, 자기 자신을 알게 함과 더불어 잘 죽고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말해 주고 난 뒤에 논리학, 물리학, 기하학, 수사학이 무엇인지 말해 줘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학문을 선택하면, 이미 판단력이 형성되어 있으니 금방 습득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지금 행해지는 교육과는 달리 엄격한 자애(慈愛)로 이끌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글의 세계로 초대하는 대신, 실로 끔찍스럽고 잔인한 모습만 보여 줍니다. 폭력과 강제는 치워 주세요. 내 생각에 좋은 천성을 그보다 더 심하게 퇴화시키고 멍청하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매질을 해서 학문을 잔뜩 우겨 넣은 주머니를 아이들에게 주고 잘 간수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학문이 우리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서는, 그것을 담아 두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것과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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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어릴 때 학대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자기 부모의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이런 통념을 ‘학대의 악순환cycle of abuse’이라 부른다. 아이들은 집에서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학대받던 아이가 자라면 십중팔구 학대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건 A가 결과 B에 선행하면 우리는 A가 B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소급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이 오류를 빈번히 저지른 것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그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발달 과정을 역으로 추적하면 우리는 연관성이 연속적인 것으로 보여 매우 만족스러운 통찰을 얻었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부터 시작해서 그 결과를 예측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한 사건이 그 이전 사건들이 야기하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인상을 받을 수 없다."

독감 백신이 사망률을 50% 정도 줄여준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임이 거의 분명하다. 하지만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거부하기 힘든 증거가 존재한다. 한 실험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 백신의 균주와 일치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96%의 예방률이 나왔다.

크리슬립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독감 백신은 이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을수록 모두에게 더욱 큰 혜택이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할머니를 위해 독감 백신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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