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 노자의 길과 장자의 길 사이에서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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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철학자 강신주(1967 ~ )의 관점에서 노자(老子, BC 604 ? ~ ?) 와 장자(莊子, BC 369 ? ~ BC 286)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던 노장사상(老莊思想)이 아닌 제국주의(帝國主義) 사상의 기본으로 해석된 노자와 타인과 자신의 소통으로 해석된 장자 사상은 신선함과 낯설음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하 리뷰에서는 강신주에 의해 해석된 노자와 장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1. 노자(老子) : 제국-국가의 수탈과 재분배에 대한 이론적 배경


 저자에 따르면 노자 사상은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지향한다. 제국에 이르기 위해 통치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가지고 통치해야 물이 모이듯 제국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제국은 국가와 동일한 작동한 원리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국가의 작동원리를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체계로 해석한다.


 노자 철학에 등장하는 많은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천하(天下)'이다. '천하'는 글자 그대로 '하늘 아래'를 의미한다. 결국 이것은 전국(戰國)의 혼란과 무질서를 '하늘 아래'라는 생각으로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강력한 파시즘으로 무장한 국가의 무력으로는 전국(戰國)을 통일할 수 있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통일된 제국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던 것이다.(p284)


  노자의 해법은 피통치자가 '제국'안에 들어오면 사랑의 원리로, '제국' 바깥에 남으려고 한다면 폭력의 원리에 입각해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자의 '제국' 논리가 역사상 존재했던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제국들'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점은 '제국'이 결코 '국가'와 독립적인 층위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노자 철학의 진정한 고유성을 그가 '제국'으로까지 이어질 '국가'의 작동원리를 발견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p285)


 저자는 '수탈-재분배'라는 교환 체계를 통해 국가를 해석하고, 이러한 체계를 통해 국가 또는 제국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노자의 사상은 '더 얻기 위해 자신을 더 낮추는' 목적이 있는 고도의 정치학으로 해석된다.


 노자에 따르면 국가란 하나의 교환 체계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기구다. 그러나 문제는 노자가 국가를 자명하게 주어진 전제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p285)


 수탈과 재분배라는 고유한 작동 원리가 유지되는 한, 그것이 전자본주의 경제체제든 혹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든 아니면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제체제든 간에, 국가가 그 어떤 생산양식 혹은 생산력이라도 자신의 교환 논리로 선택하고 편입시킨다고 보아야 한다.(p288)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노자 사상을 마르크스 주의(Marxism)적으로 해석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본문을 저자처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노자 후대에 나타난 정치경제구조를 통해 역(易)으로 과거 사상을 해석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수탈과 재분배' 라는 후대의 하부구조의 현상속에 추상적인 노자 사상의 일면이 담길지는 몰라도, 그게 노자 사상의 전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노자 사상을 경제사상으로 한정시키는 순간 그 길은 길이 아닌 것이 되지 않을까.(道可道 非常道)하는 생각을 <노자>편에서 하게 된다.


2. 장자(莊子) : 타자와 소통을 통해 얻게 되는 자유


 이번에는 저자가 해석한 장자 철학을 살펴보자. 장자의 철학은 소통의 철학으로 정리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꿈(자기동일성)에서 깨어나 타인과 직접 부딪혔을 때에 이르러야 우리는 비로소 소통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타인과 자신이 서로 긍정 된다.


 장자의 철학은 전국시대라는 정치적 상황과 제자백가로 상징되는 사상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해 대화와 소통의 결여라는 상황 속에서 그의 철학은 탄생했다.(p614)..  갈등과 대립의 시대에 장자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꿈꾸었던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진정으로 타인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유아론적 꿈에서 깨어나야만(覺)한다.(p615)


 단지 깨어난 상태는 주체가 자신의 유아론적 자기동일성에서 벗어나서 타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깨어남은 주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뿐, 결코 필연적으로 타자와의 소통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소통의 성공 여부는 소통의 양 항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와 타자에 의해 동시에 결정되는 법니다.(p615)... 절대라는 개념 속에서는 주체와 타자는 원리적으로 소멸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반면 무대(無待)가 '매개에 의존하지 않음'으로 이해될 때, 주체와 타자는 실존적으로 긍정될 수 있다.(p616)


 그리고, 저자는 타인과 소통을 통해 기존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났을 때 이를 '자유가 실현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장자는 자신이 깨어나 타인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자신으로 올라섰을 때 비로소 자유를 얻게되는 것이다. 저자의 장자 해석은 전형적인 변증법(辯證法) 구조로 정(正)- 반(反) - 합(合)의 과정을 통해 합에 이르렀을 때 이를 자유라고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은 지적인 이해나 또는 정서적 교감과도 구별되어야 한다. 지적인 이해나 정서적 교감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독립된 주체와 타인을 전제하기 마련이다... 소통은 우리가 새로운 주체로 생성되는 비인칭적 수준에서의 관계 맺음으로 정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장자에게 주체의 자유는 주체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주체 형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p618)


 장자에게 소통은 자유(逍遙遊)라는 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직 비인칭적 마음으로 타자와의 소통이 가능했을 때, 자유는 실현될 수 있다. 자유가 실현되었다는 것은 동시에 주체가 새로운 타자와 소통해서 새로운 주체로 변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p619)


 아직 <장자>를 충분히 읽지 않아서 이에 대한 개인 의견은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정리하도록 하고, 먼저 저자의 생각을 요약해 보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동양사상을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본문에서는 데카르트, 들뢰즈 등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노자와 장자 사상을 해석하고 있어 독자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기존 <논어 論語>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만 접하다 오규 소라이(荻生?徠, 1666 ~ 1728)의 <논어징 論語徵>을 대했을 때처럼 우리는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이 책에 따르면 독자들은 노자와 장자에 대한 과거 인식을 버리고 타자(강신주)와 소통하고, 이러한 낯설음을 받아들였을 때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 자신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분좋은 낯설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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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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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8-02-21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은 거의 절판된 도올의 초기 책 <노자철학 이것이다-상>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2.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이 새로우셨다면 도올의 <논어한글역주 1,2,3>을 권합니다. 오규 소라이의 ‘고문사론‘적
주석론이 어떻게 더 뛰어나게 발현되는지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저는 호들갑스런 오규 소라이 평가론에
마루야마 마사오의 의도성을 의심하는 편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2-21 12: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케님 좋은 책소개 감사합니다. 예전에 「노자와 21세기」는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노자철학 이것이다」는 또다른 내용인지 궁금해집니다^^:)

Lomain 2018-02-2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줄곧 강신주 박사의 노자론이 궁금했는데,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궁금증을 풀고 갑니다. 직접 읽어보기도 해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2-22 10: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Lomin님 작은 도움이 되어 저 역시 기쁩니다. 직접 읽으신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sslmo 2018-02-23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오규 소라이‘보니 새롭네요~^^

전 강신주의 ‘노자, 장자‘는 제법 읽은 것 같은데,
그 후로 다른 분들의 노자와 장자를 읽으면서 비교되거나 또렷해지는 느낌이 아니라,
묻혀서 희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왠지 고뇌하는 철학자라기 보다는 퍼포먼서라는 느낌.

강신주 님은 ‘제자백가 시리즈‘가 완전 죽음이었는데,
출판사도 빵빵한데 왜 후속편이 안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겨울호랑이 2018-02-23 14:01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께서는 동양철학, 특히 노자 철학을 많이 좋아하셔서 시중의 많은 저작을 두루 섭렵하셔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큰 흐름 속에 묻힌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이중텐의 「백가쟁명」을 예전에 읽었는데, 양철나무꾼님의 말씀을 들으니「제자백가 시리즈」도 궁금해 지네요. 항상 좋은 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sslmo 2018-02-23 14:08   좋아요 1 | URL
두루 섭렵한 정도는 아니고(삐질~‘‘),
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지도요~^^
예전엔 강신주를 좀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강신주는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아직도 그분의 책이 나오면 꼬박꼬박 챙겨 구입합니다.

강신주 님 제자백가 시리즈 2권까지 읽고 공원국 님 ‘춘추전국이야기‘ 읽으니,
그건 또 내용이 선명해 지더라구요~^^

제가 노장을ㅡ 노자 보다는 장자를- 좀 좋아하기는 하는가 봅니다.

sslmo 2018-02-23 14:09   좋아요 1 | URL
아참참~, 연의 어린이 프.사.가 바뀌었네요.
많이 컸네요, 예뻐라~^^

겨울호랑이 2018-02-23 14:15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저는 아직 <장자>를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장자>는 노자 사상과는 또다른 맛이 있는 듯 하여 기대가 됩니다. 사진은 얼마전 눈썰매를 타러 가는 출격 전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타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저도 덕분에 눈구경 한답니다. 항상 예쁘게 연의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록 체인 혁명 Block Chain Revolution」에서 저자 돈 탭스콧과 알렉스 탭스콧은 블록체인이라 불리우는 분산 원장 distributed ledger이 가져다 주는 혁명적인 변화에 주목한다. 분산 저장 기술을 통해 보안, 가치 평가 및 이전/ 대여등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짧게 요약하면 블록체인기술은 정보의 분산 저장으로 ‘투명성‘을 증진시킨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다만, 이러한 블록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유인책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다.

‘사토시는 이렇게 기술했다. ˝관례상, 블록에서의 최초 거래는 블록 창시자가 소유한 새로운 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코인을 처음 사용하는 특별한 거래인 것이다. 이로써 노드에 유인책을 제시해 네트워크를 뒷받침한다. 비트코인은 채굴자로 하여금 블록을 창조하고 이전 블록에 이어지도록 만드는 유인책이다...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활용하는 자체가 블록체인의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p79)‘

비트코인에 대해서 많은 사회적 논의가 최근 이루졌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와 평가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언급되었기에 이 리뷰에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온 비트코인 블록경제가 가져오는 환경오염 문제를 살펴보려 한다.

‘추정컨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는 적을 때는 미국의 700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으며, 많을 때는 사이프러스 섬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다. 약 44억 900만킬로아워 이상이며,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p462)‘

비트코인 블록체인 하나가 이 정도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블록체인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물인터넷과 연결된 미래에도 과연 지속적으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것인가.

블록체인 경제가 활성화되어 거래비용 감소와 사회가 보다 투명해진다고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 소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블록체인 경제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제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성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책에서 이러한 내용이 제시된다.) 그렇지만, 블록체인경제는 가져다줄 수 있는 효용만큼이나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보다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생각하게 한다.

「블록 체인 혁명」속에서는 블록 체인 혁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미래 산업과 블록 체인 기술의 접합점을 설명하고 있기에 기술 전망을 위해서는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 반면, 시스템 이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기에 이부분은 다른 책이나 동영상을 활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도서평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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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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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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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기간 중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습니다. 마침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즐겨보는 책인 「나무집 시리즈」가 눈에 띄어 어떤 내용인가 읽어 봤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가 있다는 시리즈지만, 세대가 달라서인지 제게는 그렇게까지 재밌다거나 유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저만 그런가요? ^^ :) 전체적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레모네이드분수, 식인상어수조, 덩굴그네, 거대새총, 지하비밀실험실 등으로 이루어진 13층 나무집. 아마 이런 설정은 상상만으로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작가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일상을 과장되게 그리는 모습 속에서 마치 ‘무한도전‘등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듯한 느낌도 들게 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이러한 설정을 좋아할 듯 합니다.

나무집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이 계속됩니다. 작품 중 고양이가 카나리아로 변신하는 등 황당한 전개가 이어지고,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 쏟아지기에 따라가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정신없기만 한 것 같은 이 책들을 78층까지 읽고 나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갓도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 저 역시 집 밖에 지하 실험실같은 공간에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수영장안을 탄산음료로 가득 채워 입만 벌리면 사이다를 마시고 싶다는 즐거운(?)꿈을 꾸었던 적도 있었구요. 그런면에서 나무집 시리즈는 우리의 어릴적 꿈을 소환시켜 주거나 깨워줍니다.

그리고 마치, 루이스 캐롤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끝까지 읽도록 끌고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이 성공하여 나무집 시리즈는 서양에서 불길함을 의미하는 ‘13‘의 의미를 유쾌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합니다. (나무집 시리즈는 13의 배수로 계속 출판되고 있습니다.)

조카가 가진 책이 78층까지이기에, 나머지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어지럽고‘ ‘정신없는‘ 혼란스러운 나무집 이야기이지만, 전세계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분명 다른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서로 이해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카오스 속에서 숨쉬는 생명.

정신없이 전개되는 책 내용에는 아마도 어른들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동심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나무집 시리즈를 위와 같이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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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0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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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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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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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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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18 0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나 어른이나 자신만의 비밀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겨울호랑이 2018-02-18 08:31   좋아요 1 | URL
^^: 그렇습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들 때 자신도 모르게 찾아가는 혼자만의 공간이 누구나 있지요. 커가면서 자신만의 술집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ㅋ cyrus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남은 연휴 잘 마무리 하세요^^:)

2018-02-18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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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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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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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2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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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2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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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2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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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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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정녕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보오.


저렇게 까치떼가 우짖고


대밭들이 시시덕거리고


구름송이가 핑핑 날아 가는걸 보면


정녕 내 모를 좋은 일이 오늘 어디메에 있나 보오.(p100)


 설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전까지 낮에도 영하 10도 근처에 머무르는 한파도 물러가고 이제는 봄 기운도 느껴지는 날입니다. 음력 새해인 설날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포근한 봄과 함께 오기 때문이 아닐까요.



겨울과 봄


겨울이 봄을 조롱하며 나무랐다. 봄이 오면 아무도 편히 쉬지 못하고 더러는 풀밭이나 숲으로 가서 백합과 장미 같은 꽃들을 꺾어 눈앞에서 이리저리 돌리다가 머리에 꽃으며 좋아하고, 더러는 배를 타고 때에 따라서는 바다 건너 낯선 사람들을 찾아 간다는 것이었다. 더는 바람이나 홍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하고 겨울이 말했다. "통치자와 독재자를 닮았지.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하늘이 아니라 대지로 향하게 하고, 두려워 떨게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온종일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도록 강요하지." "그러니까" 하고 봄이 말했다. "사람들이 너에게서 벗어나면 기뻐하는 거야. 하지만 내 이름은 듣기만 해도 사람들이 즐거워해. 제우스에 맹세코, 사람들에게 내 이름처럼 즐거운 이름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떠나면 나에 얽힌 추억을 간직하고, 내가 다시 나타나면 좋아서 날뛰는 거야."(p372)


2018년 새해를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봄과 함께 설날을 맞이합니다. 이웃분들께서도 모두 행복한 설연휴 보내시고, 원하시는 바를 많이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


소식


어제 오늘을 오늘 집 굽어 보고


대까치 우짖어 저렇게 야단임은


이따금 산들바람 풍경 건드리는 뜨락에 


이제 첫 세상을 빠쪼롬히


작약 새순 흙 뚫고 나옴을 알림이로고. (p101)



봄의 확신 Frühlingsglaube D.686(Op.20-2)


1820년 9월 작곡. 가사는 울란트(Ludwig Uhland, 1787 ~ 1862)의 작품. 2절의 유절 형식으로 '아주 느리게'라고 지정되어 있다. 이 노래(악보 43)은 3년 후에 <아름다운 물방앗간 집의 아가씨에게>에서 완숙된 슈베르트의 민요조의 대표작품으로 친근한 따뜻함과 포근한 아름다움이 있어 널리 애창되고 있다. 슈베르트의 구김살 없는 평온함이 가장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 자연스러운 조바꿈의 아름다움은 역시 슈베르트의 기교를 엿볼 수 있다.(p379)


[가사 의미] (제1절) 미풍이 눈을 뜨고 낮에도 밤에도 불고 있다. 신선한 향기, 새로운 울림이여. 자, 불쌍한 마음이여, 염려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제2절) 세계는 날로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무엇이 벌어질지 모른다. 꽃은 언제까지나 계속 피고, 멀고 깊은 골짜기에도 피고 있다. 자, 불쌍한 마음이여,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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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15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음력설이 봄기운이 느껴져 따뜻한가봐요~~~겨울호랑이 님도 따뜻한 음력설 가족과 함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2-15 08:49   좋아요 0 | URL
라로님 감사합니다. 비록 멀리계시지만, 라로님께서도 포근한 마음으로 행복한 설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민(愚民)ngs01 2018-02-15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도 설 명절 연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09:47   좋아요 1 | URL
ngs01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설 연휴 되세요!^^:

psyche 2018-02-15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함께 행복한 설날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10:06   좋아요 0 | URL
psyche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북프리쿠키 2018-02-15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한해도 좋은 책 소개부탁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12:35   좋아요 2 | URL
저 역시 올해 잘 부탁드립니다. 북프리쿠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설 연휴 되세요^^!

munsun09 2018-03-01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복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12:36   좋아요 2 | URL
munsun09님도 새해 복 많이 되시고 행복한 연휴 되세요^^!

2018-02-15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5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2-15 1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14: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시고 행복한 연휴 되세요^^!

블랑코 2018-02-15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족분들과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요. ^^

겨울호랑이 2018-02-15 16:56   좋아요 0 | URL
블랑코님 감사합니다^^: 블랑코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보내세요!

bookholic 2018-02-15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도 행복하고 넉넉한 설 명절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2-15 18:55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연휴 되세요

비로그인 2018-02-15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동안 춥더니 따뜻해져서 서서히 봄이 오는게 느껴지네요 ㅎㅎ
겨울호랑이님두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21:21   좋아요 1 | URL
언월님 감사합니다. 언월님께서도 가족분들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깐도리 2018-02-16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설레네요..
겨울호랑이님 설날엔 좋은 일 가득하시구여...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6 01:03   좋아요 0 | URL
깐도리님 행복한 설연휴 되세요^^: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18-02-16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7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2-18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의 확신‘ 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우리는 영하의 추위에서도 봄을 확신하고 기다리죠..
과학인가요? 아뇨 믿음 같은데요^^

겨울호랑이 2018-02-18 15:02   좋아요 0 | URL
^^: 네 해가 뜬다는 것을 아는 것과 봄을 느끼는 것은 삶의 지혜에서 오는 믿음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 열린 마음이 있어야겠지요^^:
 
아... 1987
세대 문제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85
카를 만하임 지음, 이남석 옮김 / 책세상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대 문제 Das Problem der Generationen>는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 1893 ~ 1947)이 저술한 책으로 '세대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기존의 방법론을 종합하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만하임의 '세대론(世代論)'의 특징과 <세대 문제>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책이 씌여진 1920년대 말에는 '실증주의적(positivistschen) 세대론'과 '낭만주의적-역사주의적(romantisch-historitischen) 세대론'이 대표적인 연구 방법론이 었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 두 방법 모두 한계가 있었다. 


 '실증주의적 세대론은 역사가 발전한다는 단선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양적 시간에 천착한 반면, 낭만주의적 세대론은 동시대에 서로 다른 세대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바탕으로 질적 시간에 집중했다. 실증주의적 세대론은 통시적 개념으로 세대에 집중했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당연히 진보이고 나이 든 세대는 보수라는 천편일률적인 개념에 도달했다. 반면 낭만주의적 세대론은 공시적 개념에 집중했기 때문에, 같은 세대가 경험에 따라 진보 또는 보수로 표출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낭만주의는 동일 세대 내에 진보적인 목소리와 보수적인 목소리가 공존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즉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p113)'


 실증주의적 세대론은 '젊은 세대 = 진보' , '나이든 세대 = 보수'라는 획일화된 공식을 제시하여, '젊은 보수'의 개념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낭만주의적 세대론은 동일 세대내의 다른 성향(性向)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성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들의 문제점을 모두 고려하여 만하임은 통합된 시간관을 제시하고 있다. 


 '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자신이 놓인 "사회 내 위치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만하임은 양적시간과 "사회적 위치의 특수성" 그리고 질적 시간과 "사회 위치 관계"를 변증법적으로 통합한 시간관을 제시한다.(p119)'

 

 또한 저자는 세대를 사회운동론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세대의 내용을 '세대위치', '실제세대', '세대단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동일 세대 내에 복수의 세대 단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 세대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세대위치는 같은 시대에 태어나 역사적으로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세대는 같은 시대, 같은 역사를 경험한다는 것만을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세대를 살아가는 공동 운명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p121)... 세대단위는 실제세대보다 훨씬 더 깊이 세대 운동에 관여하는 세대라고 볼 수 있다.(p122)... 세대단위에서 중요한 것은 동일 세대 내에 단 하나의 세대 단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세대 단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바로 만하임의 세대 문제를 바라보는 독자성이자 독특성이다.(p122)'


  '동일한 실제 세대 내에서 이러한 경험을 각각의 서로 다른 방법으로 소화하는 이러한 집단들은 동일한 실제 세대의 범주 내에서 각각의 다양한 "세대단위"들을 구성한다.(p67)'


 그렇다면, 세대문제는 '세대'로 통합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세대단위'별로 구분해서 분석해야하는 대상인가? 만하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세대단위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엔텔레키(enteleechie)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대단위로는 파악될 수 없고, 범주 단위(세대)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세대단위들은 완성된 형상이 결코 아니며, 세대단위들은 때에 따라 고유한 엔텔레키(통일된 의도의 중심, 형성적 원리)를 발산한다. 그러나 이러한 엔텔레키는 그 자체로 파악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조류 엔텔레키들의 범주 내에서만 파악될 수 있다.(p85)'


  '엔텔레키'는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  ~ 1716)의 <모나드론 單子論>에서 언급된 단순한 지각만을 가진 실체다. 세대단위들을 '엔텔레키'로 해석한다면, 세대단위들의 구체적 의사 행위는 보다 상위 개념인 '세대'를 통해 표현된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그림] 라이프니츠( 출처 : 위키백과)


 이것을 보다 쉽게 풀이하자면, '세대단위-유전자(遺傳子)', '세대-개체(個體)'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유전자가 모여서 개체를 이루고, 유전자들의 의도가 개체를 통해 표현되듯 세대단위와 세대의 관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세대 문제>에서는 세대 내의 다양한 목소리 표현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1920년대 씌여진 만하임의 <세대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에서 보듯이 군부 독재를 무너뜨린 80년대 민주화를 이루었던 세대가 시간이 흘러 50 ~ 60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또는 최근 20대의 젊은 층에서 급격하게 우경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세대 문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당시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세대 단위'들과 지금 주도적인 '세대 단위'는 다를 수 있다는 것.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단위들과 현재 대한민국의 50 ~ 60대를 구성한 세대단위들은 동일한 '세대 위치'에 놓여있지만, 이들은 다른 '세대 단위'들이며 다른 성향을 가진 집단들이 아닐까. 마치 유기체에서 보다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전자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세대 내에서 세대 단위들의 역학관계 역시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점을 가볍게 보고 '세대'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는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다.


 일전에 이웃분이신 oren님의 글 <아... 1987>에 이 주제와 관련한 답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답글 속에서 이러한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oren님께서 하신 말씀을 정리하면, 만하임의 <세대 문제>의 결론으로 다가간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oren님과의 대화를 통해 대략적으로 파악했던 문제를 <세대 문제>를 통해 정리하게 되었다.  동시에, 얼마 전 촛불 혁명을 완성시켰던 우리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가 '촛불 세대'라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촛불 세대'가 단순히 동일한 경험을 했던 '세대 위치'의 용어가 될 지 아니면, 주체적으로 변화를 이끈 세대를 일컫는 '세대 단위'의 용어로 남을 지는 향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이러한 점에서 비록 1920년도에 씌여졌지만 지금도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준다는 점에서 <세대 문제> 역시 고전(古典)이라 생각된다.oren님의 글이 이달의 페이퍼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리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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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2-13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ren 님의 <아... 1987>에 남기신 댓글 잘 읽었습니다

- 6.10 민주 항쟁을 주도한 세대가 시간이 흘러 급격하게 우경화 되면서 이명박 박근혜를 지지했는가?

- 시간이 흐르면 시대와 타협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 만일 그렇다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러운 것인가 하는 생각

나와같다면 2018-02-13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늘 생각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이였습니다

얼마전 유시민님의 말을 들으면서 그 마음이 좀 위로가 됐어요

˝사람은 살다보면 한 번 쓰이는 때가 있다˝

˝일정 시기에 옳은 일을 못하고 살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른 시기에 옳은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한 시기에서 옳은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옳은 삶을 산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 말이 겨울호랑이님에게도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겨울호랑이 2018-02-13 21:28   좋아요 1 | URL
^^: 나와같다면님 감사합니다. 1987년 이후 일시적으로 퇴행했었지만, 그 소중했던 경험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 여겨지네요. 앞으로 잘해야겠지요.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일 우리가 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와같다면 2018-02-13 21:35   좋아요 1 | URL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으면서 보호하려고 했던 선배 박종운
박종운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치 행보를 걷지요..

저는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상처가 되는거예요

근데 썰전에서 유시민님의 말이 진심 마음에 평안을 가져왔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한 번 쓰이는 때가 있다..

얼마나 인간이 신념을 지키기가 어렵고 나약한 존재인지

겨울호랑이 2018-02-13 22:30   좋아요 1 | URL
정말 인간은 나약한 존재인 것 같아요... 저 역시 한 인간이라 자신의 무기력을 절감하게 되네요... 그저 자신의 나약함을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제 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2018-02-14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4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8-02-25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흥미롭고도 시의적절한 글이네요. 만하임이 ‘세대 문제‘를 연구해서 책으로 펴냈다는 사실도 놀랍고요.

이념적인 성향으로서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에 관해서는, 비단 ‘세대 사이‘에서뿐 아니라 그 어떤 시대나 지역이나 세대를 불문하고 늘상 ‘보편적인 성향상의 차이‘가 언제나 폭넓게 존재해 왔다고 봅니다. 다만, 동일 세대 단위에서의 편차가 다른 세대 단위에 비해 훨씬 더 적을 뿐이었을 테고, 그 또한 사례별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서로 다르게 나타났으리라 여겨지고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물론 과거에도 늘 그래왔겠지만) ‘서로 다른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생각의 차이‘를 아주 극명하게 표출했던 여러 놀라운 사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기성세대‘들이 적잖이 당황해 하는 모습도 자주 엿볼 수 있는 듯합니다. 단적인 예가 이번 ‘평창 올림픽‘ 때문에 유난히 도드라지게 표출된 ‘세대간의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한 젊은 층들의 놀라우리만치 부정적인 여론과 남북 공동 응원이나 북측 인사들의 개폐회식 참석에 대한 과거에 비해 훨씬 싸늘해진 반응들은 일부 기성세대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예상밖의 반응이었을 테니까요.

이것 말고도 최근에 확산일로에 있는 ‘미투 운동‘도 한켠으로는 ‘달라진 세대 간의 인식 차이 문제‘로 살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운동이 지금에서야 갑자기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날로 빠르게 확산되는 데에는 물론 과거와는 아주 다른 여러 요인들이 있을 테지요. 과거 20년 혹은 30년 전에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을 만큼 ‘남녀 성평등 의식‘이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몰라보게 빠르게 확산된 측면도 있겠고, SNS 등 각종 미디어 매체의 발달도 큰 몫을 했을 듯하고요.

그러나 이번 미투 운동에서 발견하는 가장 놀라운 점은 아마도 화석처럼 너무나 단단히 굳어 있는 듯한 일부 기성 세대의 ‘성폭력에 대한 놀랍도록 무신경하고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운 인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생사여탈권이 온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전부 쥐어져 있는 것처럼 실로 오랫동안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누려왔던 추악한 일부 문화 예술계의 권력자들은 마치 ‘괴물‘처럼 똬리를 튼 채 무려 수십 년 동안이나 공공연히 끔찍한 성폭력을 계속 저질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자신의 죄과를 참회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직까지도 거의 없더군요. 심지어는 그런 포악한 권력자에 빌붙어 그 추악한 범죄 행위를 도리어 은폐하거나 두둔하려는 세력들까지도 아직까지 버젓이 활개를 치는 걸 보면 실로 경악스러울 정도고요. 돌멩이처럼 단단하기만 하고 또한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이런 특이한 세대 차이는 도대체 어떻게 깨부셔야 좋을런지요?

겨울호랑이 2018-02-25 19:06   좋아요 1 | URL
저 역시 평창 올림픽 직전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출전에 대한 20~30대의 부정적 여론을 보면서 통일 문제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0년간 통일정책의 부재가 같은 기간에 유소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이질감을 더 느끼게한 측면도 있으리라고도 생각됩니다.

다른 한 편으로 oren님 말씀처럼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미투운동의 목소리 속에서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새로운 기운 또한 느끼게 됩니다.

비록 지금은 혼란스럽고 어지럽지만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여러 생명이 솟아나는 봄처럼 새로운 변화가 오지 않았나 기대해 봅니다. 물론 봄에 오는 꽃샘추위처럼 다시 겨울을 느끼는 순간도 있겠지만, 이런 크고 작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봄에 겨울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세대차이를 느끼는 것이 사람사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