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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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대하여 / 이상국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어느날 다리 하나가 마비되더니
걸핏하면 넘어지는 그를 내다버리며
누군가 고쳐 쓰겠지 하면서도 자꾸 뒤가 켕긴다
아이들이 이마를 맞대고 숙제를 하고
좋은 날이나 언잖은 날이나 둘러앉아 밥을 먹었는데......
남들은 어떻게 살던지,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밥상머리에서 내가 지르는 호통소리에
아이들은 눈물 때문에 숟가락을 들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아내는 공연히 밥알을 줍거나
물을 뜨러 일어서고는 했지
나는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나의 가족들에게, 실은 나 자신을 향하여
어떤 때는 밥상을 두드리고 숟가락을 팽개치기도 했지
여기저기 상처난 몸으로 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끼 밥을 위하여 종일 걸었거나
배를 있는 대로 내밀고 다니다가
또 어떤 날은 속옷 바람에 식구들과 둘러앉아
별일도 아닌 일에 밥알이 튀어나오도록 웃던 일들을
그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그러나 그가 어디 가든 나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언젠가 이 시를 읽다가 울컥하였다.

울컥한 이유는 식탁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모를, 밥상에 대한 정서와 상념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였다.

 

이 책을 읽는데 저 시가 생각났다.

생각을 많이 하는게 싫어,

감상에 빠지고 상념에 젓는게 두려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읽는다.

그런 내게 음식에 관한 얘기만한 것이 없고,

이 책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암튼 재밌게 잘 읽었으나, 나의 의도와는 상반된 책이었다.

박찬일을 닮았으나 박찬일과는 다른 글맛,

정갈하고 깔끔하나 왠지 슬픔이 밀려와서 눈물을 눌러 삼키듯 그리 읽게 되는 글맛을 지녔다.

다 읽고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보니 '셰프의 빨간 노트'라는 책은 내가 가지고 있다.

 

프롤로그를 어린시절 살았던(?) 당구장 얘기로 시작해서 혹시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당구장과 짝을 이루는 음식, 짜장면에 대해서 내밀하게 털어놓는다.

급기야 명동 일품향의 유니짜장을 얘기하며 이렇게 표현한다.

단맛이 얌전한 고양이처럼 조용히 밑에 깔리고 짠맛은 그 위로 슬며시 발길을 올렸다. 고소한 맛이 진득한 질감을 타고 뭉텅이로 전해지면 남는 것은 입기에 까만 흔적뿐이다. 재료를 다듬는 정성이 탄탄한 기술을 만나고 생계라는 추진력에 올라탔을 때, 음식은 세금처럼 늦지않게 또박또박 나요며 종업원들은 경주마처럼 홀을 가로지른다.(79쪽)

난 유니짜장을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성격이 워낙 급한 그는 짜장면을 씹지않고 후루룩 집어 삼켜서 잘 체하곤 했었는데,

재료를 곱게 다진 유니짜장을 먹으면 그나마 덜 체했다.

너무 잘게 좃아놓은 그 느낌을 나는 애정할 수 없었는데, 저자의 글을 보니 저런 철학이 숨어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프로필도 그렇고,

대기업 유통회사를 다녔었고,

오랜 유학 후 다시 다니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글이 계산에 의해 짜 맞춘 것처럼 단정하다.

 

글에 등장하는 음식이나 재료들은 추억을 먹는 것이고 취향이니까 차치하고라도,

그가 그렇게 해외를 떠돌며 사서 고생을 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 편견처럼 여겨지겠지만,

그동안 내가 만나온 서울대 출신들은 남달랐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게 느껴졌고,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할때에는,

머리가 나빠서 몸이 고생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의 거대한 꿈의 청사진에서 비롯된, 미리 계획된 것일데,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힘들게 산듯 여겨져서 하는 말이다.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슬픔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완벽했고,

마음가는대로 쓴 수필 같은 것이라면 그것도 그런대로 좋았다.

"주방에서 일하는 것 말고 바깥에서는 어떻게 지내?"

대답할 걸가 별로 없었다. 영어 수업을 듣고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에 가본 레스토랑은 어디야?" 라고 다시 묻기에 몇 군데 이야기를 했다. 주방 밖 생활을 묻는 질문을 받았을때 이제껏 느꼈던 공허함과 황량함은 잠시, 예상치 못한 낯선 이의 관심에 마음 위로 가랑비가 내리는 듯했다. 오래 배를 곯다 하얀 밥 한 그릇을 마주한 것차람, 지친 나를 이끄는 두터운 손을 잡은 것처럼, 몸에 따뜻한 피가 돌았다.(223쪽)

그의 글을 두고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레시피에 관한 이런 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쓴 연애편지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레시피의 형태를 취할 것 같다.

프로가 일하는 주방의 레시피는 요소 하나하나를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검증하여 만들어진다. 추론적인 연역법과 경험적인 귀납법의 세계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요리를 넘어 현대 요리의 근간을 만든 요리사 에스코피에가 이룩한 철저한 통제와 체계라는 틀이 이룩한 접근법이다. 덕분에 요리는 손맛이라는 개인의 감을 넘어 학습될 수 있는 기술이 되고 손님은 늘 동일한 질의 '상품'을 맛벌 수 있다. 나는 그 체계 속, 싸구려가 아니라 인치별로, 용도별로 나눈 주물 후라이팬과 300도 이상 되는 열을 뿜는 가스오븐, 1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전기오븐 틈에 있었다. '본토' 김치 부침개 권위자의 의견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아시아계 마란 요리사에게 필요한 것은 말귀를 잘 알아먹는 머리와 하루 열다섯 시간이 넘는 노동에도 끄떡없는 신체, 싼 임금을 불평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전부였다.(263~264쪽)

 

내가 애정해마지않는 박찬일 님은 그를 만나면,

"뭐 그렇게 힘들게 살았어. 대포 한잔해."

라고 한다는데,

웬걸,

내 생각엔 대포가 아니라 작은잔에 담긴 술을 마실 것 같고,

안주도 없이 대충 마시는 대포 한잔이 아니라,

안주와 술의 조합을 과학적(?)으로 따져 마시자고 할 것 같다.

 

그의 글들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먹어본 적 없는 그의 음식에는 한없이 못미칠 것 같다.

글맛에 빠져 읽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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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9-07-30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꾼님 오랜 만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좋은 글을 읽고 행복하셨다니 제가 다 행복해 지네요. 요새는 글을 쓰기 위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 무턱대고 읽는 책이 그립네요.

양철나무꾼 2019-08-01 14:15   좋아요 0 | URL
방학을 하셔서 좀 한가해지셨으려나 했는데,
새로운 책을 내기 위해 여전히 글을 쓰시는군요~^^
저는 여름엔 장편 내지는 장르소설이지...하면서 책을 파는 편이었는데,
저조한 나날들입니다.
다시 무턱대고 읽을 수 있는 날들이 오겠죠.

님도 더운 여름 지치지 않도록 체력안배 잘 하시구요~!^^

북극곰 2019-08-08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꾼 님, 잘 계셨죠?

인용해주신 시가 저도 참 와닿네요.
아빠 때문에 혼나서 운 적은 없는 것 같으나 ㅎ...
밥상에 앉아서 눈물 때문에 숟가락 못 드는 날이 있었던 것 같고.

나무꾼 님 늘 계셔주셔서 고마워요~!! (갑자기)




양철나무꾼 2019-08-16 08:18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도 잘 계셨죠?
휴가를 좀 길게 다녀오느라 댓글이 늦었네요.
여름도 막바지네요.
남은 여름을 즐겨보자구요~^^

2019-08-1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9-08-16 08:21   좋아요 1 | URL
휴가를 다녀오느라고 댓글이 늦었네요.
저는 글을 마음가는대로 ‘휘리릭~‘ 쓰는 경향이 있어서,
마음이 꾸무룩 할때는 조심하게 되네요.
이젠 여름 막바지인것 같아요.
오늘 새벽에 바람에서 가을이 느껴지던걸요~^^

2019-09-04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9-11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내일부터 추석연휴인데, 마음은 오늘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명절 인사 왔습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9-09-16 09:24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되셨죠?^^
저는 추석 음식을 많이 먹어 이 아침도 배가 빵빵하다는~, ㅋ~.
 
늑대가 온다 - 늑대를 사랑한 남자의 야생일기
최현명 지음 / 양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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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펀드 광고를 통하여 알게 된 책이다.

적립금은 남아 있으나 중압감이 있는 책을 읽느라 신간을 들이기에 버거워 하던 차에 북펀드 광고를 만났다.

내용이 솔깃하여 동참하였고, 책을 받아 읽었는데,

재밌어도 너무 재밌는 거라.

탁월한 안목이라며 자뻑을 하고 있는 중이다, ㅋ~.

 

사실 최현명 이 분이 누군지 몰랐고,

개인적으로 늑대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늑대는 물론이거니와 개나 고양이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무서워한다, 가 적절한 표현일텐데, 여기서 시시콜콜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늑대를 사랑한 남자의 야생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생물이나 무생물을 의인화해가며 'ㅇㅇ을 사랑한~'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것은 열정이라고 하기엔 흔한 일이라서 별다른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재밌었다.

'2002년 네이멍구를 찾았던 45일간의 기록'이라는데 하루도 안 빼놓고 차근차근 적어내려간 것도 흥미로웠고,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사건(?)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개인 심경의 변화나 내적인 갈등들을, 찌질하게 비춰질 정도로, 솔직히 써내려간 것도 좋았다.

 

내가 무엇보다 감명을 받았던 것은 어린 늑대들을 키우게 되면서 그들의 야성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대목에서 였다.

자신이 먹을 것도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늑대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이상했던 부분이 있는데,

지금까지 본 늑대 중 흰 늑대나 검은 늑대를 본 적 있는가?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 흰색이나 검은색 늑대는 본 적이 없다."(35쪽)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이란 수식어는 보호색 따위와 관련하여 늑대의 털 색깔이 바뀐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은데,

흰색이나 검은색 늑대를 본 적이 없다는데 '계절별로 다르긴 하지만'이란 수식어는 무의미해 보였다.

 

최현명 님의 늑대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글 자체가 재밌었다.

닷새째 씻지 못했다. 마실 물도 얼마 없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닦고 씻는 것도 귀찮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평소에 내가 하루에 쓰는 물이면 이곳 사람들은 열흘뜸은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이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하면 자린고비를 말하는 걸까!(72쪽)

읽다보면 어느새 동화되어 이들과 함께 늑대굴을 찾고 어른 늑대가 나타나길 염원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문장도 인상깊었다.

이게 쓰여진게 2002년의 일이고 보면, 뭐랄까, 글만으로 그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짐작컨대 서른아홉, 마흔 무렵이었을텐데 말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이고 때론 식물들도 저마다 어떤 '기'를 내뿜는 듯하다. 잔뜩 긴장한 나의 몸놀림은 땀 냄새나 카메라 셔터 소리보다 더 동물들을 긴장하게 할 것이다. 여우 오줌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마냥 헤집고 다니는게 능사가 아닌 것이다.(88쪽)

 

그래서일까, 나는 이런 인간적인 성찰들이 좋았다.

전문가는 과장하길 즐기고 일반인은 오인하기 쉽다.(112쪽)

 

집 떠난 지 22일째. 무슨 일을 하든, 그 시작과 끝 사이에는 절정의 시기와 침체기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인 바이오리듬들도 때로 영향을 미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엔 늘 거리가 있다. 단순히 현실이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언제나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기대한 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125~126쪽)

 

그렇다고 인간적인 성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인 성찰은 고뇌의 흔적으로 남아 아름답기까지 하다.

ㆍㆍㆍㆍㆍㆍ여우는 정작 나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여우가 있는 쪽에서 나를 향해 불어오는 맞바람도 한몫했을 것이다. 내 바로 앞을 지나쳐가돈 녀석은 셔터 소리를 듣고야 나를 발견한다. 녀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선다. 동그랗게 눈이 커지는 모습이 렌즈를 통해 고스란히 내 눈 안에 들어온다. 녀석의 영혼이 그대로 필름 안에 새겨진다. 나는 카메라를 이용해 사냥을 한 것이다.(194쪽)

 

이런 문장도 좋았다.

나는 속으로 이별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할매는 오히려 점점 더 친아들을 대하듯 한다. 서울에서라면 나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한 뼘도 안 되는 벽 너머에 있는 옆집 사람과 한마디도 하지않고 몇 년이라도 지낼 수 있다. 그만큼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 나 역시 달라진다. 달라져야 버틸 수 있다. 여행을 하게 되면 눈 앞의 것만 보던 좁은 시야가 휠씬 넓어지게 된다.(325쪽)

 

나도 직장에선 수다스럽다고 할 정도로 재잘거리지만,

집에서는, 모처럼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남편이랑은 재스츄어나 눈빛, 숨소리만으로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다.

굳이 말이 필요없다.

 

가장 깊게 와닿았던 것은 이 대목이다.

몽골의 초원이나 숲속을 헤매다보면 대자연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대자연을 낭만적인 눈으로 아름답게만 보는 것은 순진한 태도일 것이다. 저 자연 안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자연 안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곳은 생태계라는 숨 막히는 질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곳, 용서와 배려와 관용 따위는 처음부터 없는 곳이다.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는 것부터 늑대가 사슴을 물어뜯는 것까지, 초 단위 분 단위로 사냥과 죽음이 벌어지는 곳이다.(374쪽)

 

이 대목을 읽고 다시 한번 깨달은 거지만,

우리는 때로 때때로 인간 중심의 가치관에 얽매여 산다.

자연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어쩜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늘 그렇듯 스스로의 운행규칙을 가지고, 그렇게 그렇게 운용되어 가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자연~스럽게 자연 앞에 '大'자 붙는 '대자연'이란 말이 떠오르고,

그런 대자연 속에서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자연~' 겸손해진다.

 

언젠가 읽었던 엘렌그리모 라는 피아니스트의 '특별수업'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엘렌 그리모를 강렬한 타건을 지닌 피아니스트정도로 알고 있던 내겐,

그녀가 키우던 늑대 이야기가 옵션 정도로 여겨졌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늑대는 멸종되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엘렌 그리모의 늑대를 다시 한번 떠올랐는데,

인간 속에서 자라 야성을 잃어버린 그것을 계속 늑대라고 불러도 좋을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주었다.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내겐 웬만한 소설책이나 동물의 왕국보다 재밌었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사진 또한 별책부록이 아닌, 특별 선물 같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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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24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님 오랜만입니다. 글은 늘 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댓글을 달기 위해 글을 여럿 읽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

양철나무꾼 2019-06-25 09:29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Nussbaum님.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제가 언제부턴가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하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일관되게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경향이 농후하였지만서도, ㅋ~.)
점점 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기능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기록적인 면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글을 여러 번 읽으셨다니 민망한 마음이 더 크네요.

늘 꿈을 갖고 꿈을 향하여 나아가시는 님 멋져보여요.
응원하겠습니다~!^^

순오기 2019-06-24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양철님, 벌써 읽고 리뷰까지 쓰셨네요. 부지런하셔라~ ^^
최현명 선생님은 또 답사를 가셨는지 오늘 몽골에 함께 있다고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던데요~^^

양철나무꾼 2019-06-25 09:33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이 쓰신 페이퍼는 벌써 봤었지요~^^
최현명 님도 이젠 나이가 좀 되실텐데,
꿈을 향하여 정진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래도 이젠 건강에 신경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순오기 님도 이 더운 여름, 지치지말고 건강하시길~!^^

순오기 2019-06-26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해요. 무슨 일을 하든 건강이 젤 중요하죠!
최현명샘은 아직 젊으신데요~^^

양철나무꾼 2019-06-26 08:19   좋아요 0 | URL
ㅎ,ㅎ...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 댓글이었네요.
책을 읽다보니 최현명 님이 머무르셨던 ‘네이멍구‘라는 곳이 완전 리얼 야생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젠 그런 고생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는데 말예요~^^

순오기 2019-06-27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님~ 오해 아니고, 최현명샘 63년생이니 젊다고 한 건 웃자고 한 말이어요. 하루에 10번은 웃어야 좋대요!♡^^

2019-06-28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7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8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7-25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현명 선생님은 우리나라 포유류 연구자 중에 제일 유명하신 분이지요.
강의를 그림 그려가며 하시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다고 하더라구요.
아쉽게도 저는 아직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네요.

이 책을 장바구니 담아놓고 아직 구매를 못 했네요.
저도 빨리 받아서 읽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9-07-30 16:1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최현명 님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났고,
그전에 어떤 사전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엄청 좋았고...앞으로 그분의 책이 됐던. 강의가 됐던,
기회가 된다면 또 접해볼 의향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엄청 덥습니다.
더위에 지치지 않게 기운 내자구요~^^

2019-07-27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30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30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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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다 읽었다.

새로운 단편집이라고 하지만,

난 중편으로 나왔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를 읽었었고,

그걸 차치하고라도,

다 다른 얘기인것은 분명한데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그렇고,

이 책 '숨'도 그렇고,

하나의 관통된 주제를 누군가는 '인간적 통찰력'이라고 얘기하던데,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퉁찰력이 대단한 것은 확실하다.

 

나도 물론 테드 창의 오랜 팬이고,

오래간만에 나온 그의 이 단편집이 많이 반가웠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주제가 과학적이고, 과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다고는 하지만,

작품으로서의 성취도가 아니라,

작품을 읽었을때 드는 나의 포만감은 조금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매 단편마다 어떤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기는 하지만,

SF소설 특유의 어떤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맛은 없어서 하는 얘기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반전의 매력 또한 없다.

 

오히려 과학적 개연성을 가지고 심도있게 접근한다.

그 깊이가 때론 지나치게 학술적이어서 지루하게 느껴졌고,

반전매력이 없는 것이 하나의 매력이었고,

그게 묘한 깨달음을 주었다.

 

사실 난 김상훈 님의 번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SF소설 번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모르는 척 툴툴거리기만 했었다.

바로 전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때 툴툴거렸던 것이 민망 할만큼 요번 소설집은 훌륭했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경우,

'리멤버'에서 연유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리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등 번역이 우리의 정서와 겉돌지 않아서 좋았다.

 

이 책의 내용이 흥미로웠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황당무개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멀지않은 미래에- 우리주변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고 어느새 확신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SF소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우울러 말과 글의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한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나는 좋았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58쪽)

 

이 문제는 부부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온갖 종류의 인간관계가 용서하고, 잊는 행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288쪽)

 

처음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종이에 적힌 글을 읽는다면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이야기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상상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글은 그런 효과를 내지는 않았다. 코크와가 이야기를 할 때는 단지 단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목소리와 손짓, 눈빛까지 모두 이용했다. 그는 몸 전체로 이야기를 했고, 듣는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이용했다.종이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포착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헐벗은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다.(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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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19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 아끼느라 사두고 아직 안 읽고 있는데 빨리 읽어야겠어요. =33 양철나무꾼 님이 별 다섯 개를 주셨다니!

양철나무꾼 2019-06-20 14:14   좋아요 1 | URL
님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를 읽으셨나요?
이 책에서 중편인 그걸 빼고 보면 너무 얇아져서 좀, 아니 몹시 아쉬웠지만,
그래도 후회를 시키진 않더라구요.
빨리 읽으시라고 부추길 생각은 없어요.
님도 언젠가는 반드시 읽으실 것이고,
열광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ㅅ!^^

카알벨루치 2019-06-19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이책 저책 왔다갔다 하기만 하는데 읽고픈 충동이...근데 충동이 행동화되길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9-06-20 14:20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이젠 책을 한권을 완전히 끝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게 좋더라구요.
그렇게 된 이유는 기억력과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읽을 당시엔 그래도 경계가 나뉘는데,
시간이 흐로고나면 그 무렵 읽은 책들이 내용이나 등장 인물 따위가 뒤죽박죽 짬뽕이 되더라구요.

님의 충동이 행동으로 연결되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9-06-19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재밌게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9-06-20 14:22   좋아요 1 | URL
벌써 읽으셨군요.
님과 같은 책을 읽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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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ㆍㆍㆍㆍㆍ뜨거운 밥을 퍼서 양념장 해서 입에 딱 넣으면 '나 잘 살았다,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느껴져. 음식이 주는 그런 행복이 있어."

어느 방송에서 이영자가 한 말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을 먹고 '나 잘 살았다,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게 되진 않는다.

그저 '맛있게 잘 먹었다'정도가 내겐 최고의 찬사이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방송 따위를 보면 먹방이 대세다.

먹는 것도 그냥 맛있게 잘 먹기만 해선 부족하고,

'맛있게', '잘'과 더불어 '많이' 먹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선 누가 카메라 앵글 밖에선 먹은 걸 '다 토한다더라' 해가며 이슈 몰이를 하기에 이르렀다.

먹방의 취지는 이영자의 저 말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나 잘 살았다,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 것일텐데,

그런 사람이라면 먹은걸 다 토하는 만행은 저지릴 수 없을 것 같다.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단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를 읽었다.

어디선가 박찬일은 셰프라는 말보다 주방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글을 읽은 것 같다.

그렇다면 원하는대로 '박찬일 주방장의~'라는 수식어가 그럴 듯하지 않았을까 잠시 딴지를 걸어보고 싶었을 뿐이고, ㅋ~.

 

박찬일 님의 요전 책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를 좀 재미없게 읽었다.

어쩜, 여행 안내서 내지는 맛집 안내서 형태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을 가지고.

재미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컬 하지만,

박찬일 님의 글이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없어서 좀 아쉬웠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고,

바로 다음 책이 나와줘서 감사할 일이다.

내용은 뭐 색다를 것이 없다.

박찬일 님의 전작들을 즐겨 읽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접했을 얘기들을,

말로 풀어내도 이렇게까지 맛있었을까 싶은 얘기들을 글로 맛깔스럽게 버무려낸다.

 

11쪽에,

'전국 대합 고교야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전국 '대항'이 아닐까 싶다.

 

내가 박찬일 님의 문장에 혀를 내두르는건 이런 문장 때문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가게별로 주 전공이 있다. 대구를 잘 다루는 '은하네'가 읶고, 문어라면 '진성수산'이요, 고등어라면 눌러만 봐도 뭘 주로 먹고 살았는지 아는 '진성집'이 있으며, 병어 한평생의 '품길상회'도 있다.(72쪽)

가게마다의 전공을 나누는건 오랜 발품을 파는 사람들이라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라고 쳐도,

고등어를 눌러만 봐도 뭘 주로 먹고 살았는지를 안다는 표현은,

고등어가 한가지 먹이만을 먹는 어종이 아니라,

아무거나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라는 걸 안다는 전제 하에서 얘기되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걸 먹는 방법이 좀 그렇다. 불판 위에 그대로 올려 구워버린다. 하긴, 어느 텔레비전 '먹방'을 보니 해물탕에 산낙지를 넣는 장면에서 박수를 쳐대는 출연자도 있지 않았나. 자막에 '산낙지, 산 채로 투하!' 뭐 이런 저렴한 문장을 새겨넣으면서. 인간이 처먹는 거야 본디 대상에 고하가 없지만, 그걸 남에게 보여줄 때는 예의가 있는 법이다.(99쪽)

장어를 얘기하며 등장하는 이런 문장도 편하지는 않았다.

이 글의 논리대로라면 장어만 그렇겠으며 산낙지만 그렇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먹방'에 대한 경계의 끈을 다잡게 되는데,

먹는 대상은 물론이거니와,

먹는 걸 남에게 보여줄 때에도 예의는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한국의 기후 온난화에 따른 포도생육에 대한 얘기도 유용했고,

선상에서 먹게 되는 갈치회 얘기도 재밌었다.

ㆍㆍㆍㆍㆍㆍ갈치는 선상에서 회가 된다. 선장님이 잘 벼린 칼날로 회를 뜨는데, 족보도 없는 칼솜씨이건만 속도와 효율 하나는 끝내준다. 갈치 살점이 척척 발라져 접시에 오르고, 나는 그저 나무젓가락을 딱, 하고 갈라서 깔아둔 김치를 지분거리며 횟감을 기다리면 된다. 회 맛이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탄탄하게 씹히다가 이내 녹아버리는, 갈치가 먹은 온갖 바다 생물의 맛이 응축된 살점이 혀에 축축하게 젖는다.(191쪽)

 

요즘은 어지간한 음식은 계절에 상관없이 나와서 딱히 제철음식이란 것이 없어졌다.

어떤 재료들은, 이를테면 오징어 따위는 더 이상 잘 잡히지 않아 서민의 식재료라고 할 수가 없다.

(며칠 전, 작은 물오징어 두 마리를 이만원에 구입하였다.)

 

이 책의 글들은 '하퍼스 바자'와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것을 엮은 글이란다.

어디선가 봤던 느낌이 들었던 것은 그런 연유인것 같다.

다시 읽어도 충분히 재밌고 글맛이 좋았다.

다른 책이 나와도 기꺼이 사서 읽을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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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17 1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99쪽 문장을 보니 인간의 음식이 되는 생물들의 최후를 촬영하는 미디어의 시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살아있는 닭의 모가지를 칼로 쳐서 죽이는 방식이 잔인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미디어는 그런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러나 펄펄 끊는 탕에 문어가 산 채로 넣어지는 장면과 살아있는 낙지를 잘게 썰어 낙지회로 만드는 장면은 편집없이 그대로 나와요.

양철나무꾼 2019-06-18 08:44   좋아요 3 | URL
님의 얘길 듣고 보니 더 실감이 나네요~^^
우리는 자꾸 동물이나 어류 따위에 대해서만 언급하는데,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식물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거 같아요.

그나저나 날 더운데 이 여름 잘 지내시나요?
따로 댓글을 달진 않았지만,
가끔 님의 서재에 가서 글을 읽다보면,
님의 독서편력사랄까, 글쓰기 스타일의 변천사 따위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아요.
비슷한 시기에 알라딘 서재를 시작한 동지애 같은거 말예요.

님의 꾸준한 독서생활과 글쓰기생활을 응원하겠습니다~ㅅ!^^

cyrus 2019-06-18 12:17   좋아요 3 | URL
그러고 보니, 내년이면 알라딘 서재에 활동한지 딱 10년이 되네요. ㅎㅎㅎㅎ
10년 전에 알라딘 서재에 활동했던 분들의 닉네임이 뭐 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네요. 우리 20년까지(그때도 알라딘이 있을까요? ㅎㅎㅎ) 쭉 여기서 무탈하게 글을 쓰면서 지내요. ^^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김이율'이었나,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는 제목의 명언집이 있었다.

그때 그 제목을 보며 서른이란 나이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 1947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 셋의 할머니가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제목의 책을 내셨다.

 

심심할때면,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울할때면,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서 봤다.

지난 가을이 경계가 되어 웃음을 잃어버렸지만,

산 사람은 살아지더라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만 갔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지 할때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를 찾아서 보고 생각 없이 한 번씩 웃기도 했다.

 

언젠가 얘기했었던 것도 같은데,

박막례 할머니 말고 즐겨보는 유튜버는 '리도동동'이다.

이 사람은 영화를 좀 제대로 배운 것 같은데,

홍콩 영화의 아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웃음 코드를 지녔다.

여기선 리도동동의 아버지 켈빈의 활약이 눈부시다.

리도동동의 아버지 켈빈은 박막례 할머니 만큼의 연세는 아니신 것 같지만,

유튜버의 연령대를 올려놓는데 한 몫을 했다.

 

유튜브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난 먹방이라던가, 여행, 젊은 친구들의 브이로그, 라이브 방송 따위로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등장하는 영상이 오히려 편안하게 와 닿는다. 

물론 이런 영상의 촬영, 편집, 업 로드 까지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면 더 좋겠지만,

중간에 손녀나 아들 젊은 감성이 끼어들어 올드함을 중화시키는 것도 같고,

이것들도 고도의 전략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상 속에 보여지는 할머니는 쿨하고 멋져서 부러움의 연속이었는데,

책을 통해서 할머니의 간난신고를 알게 되었다.

할머니가 그동안 편하고 여유로운 삶만을 살았다면,

유튜브 속의 그런 행복한 영상, 긍정적으로 즐기고 누리는 영상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할머니가 이렇게 탄탄한 유튜버가 될 수 있었던 또 한가지 이유는 CJ라는 대형기획사랑 손을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짠하고 마음 아팠던 부분은 독일에서 있었던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의 삼성 행사에  참석한뒤 남긴 글을 보고나서이다.

 

난 진짜 다음 생엔 결혼 안 하고 기계랑 살 거다.

기계가 다 해주더라?

진짜 남편 데리고 살면 손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해줘야 되고 빨래 해줘야 되고 옷 다려줘야 되고 밤에는 좋아하는 드라마 못 보고 스포츠 틀어야 하고ㆍㆍㆍㆍㆍㆍ.

기계하고 살면 그런 일 없겠더라. 걔는 말도 없고 일 다 도와주고 조용하고 바람도 안 피고 좋겠더라.

남자하고 살면 항시 마음이 불안할 때가 있더라.

내 남편도 결국 바람 나가꼬 나갔다. 아주 죽고 없어져버리니까 마음이 편해.

ㆍㆍㆍㆍㆍㆍ(273쪽)

 

책 뒤에 보면 '막례쓰 명언 대찬치'라고 해서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귀신이고 나발이고 난 무서운게 아무것도 없어. 다시 내 인생을 돌아다보기 싫어. 내 인생이 제로 무섭지. 네 인생만치 무서운 게 어디 있어.

*이쁜 것은 눈에 보일 깨 사야 돼요. 내년에는 없어요. 뚱뚱하고 날씬해 뵈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내 맘에 들면 사는 것이니까.

*다이어트면 다이어트지. 다이어트 음식 같은ㆍㆍㆍㆍㆍㆍ놀고있어. 살 빼려면 처먹지를 말어.

*화장품은 웃으면서 바르세요. 주름이 쫙쫙 펴지게.

*꽃은 꺾으면 안 돼. 놓고 봐야제.

*여행 갔다 오고 나면 세상이 확 달라져. 내가 한 10년은 젊어진 것 같고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된 것 같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거야.

*다친 것도 추억이여. 내가 도전하려고 했다가 생긴 상처라 괜찮아.

*여행은 눈으로 하지만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아?

 

뭐, 자서전이나 이런 건 아니어서 그리 심각하진 않았고,

지극히 상업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박막례 할머니만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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