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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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책(2번째)

10월 독일과 체코 여행을 앞두고 체력을 키우고자 시작한 런닝이 점점 습관화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독일여행 새벽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인강을, 뉘른베르크에서는 옛 성곽 주변을,
마인츠에서는 라인강을,
하이델베르크에서는 도심과 대학 주변을 달렸습니다.

체코에서의 3일은 카를교를 8차례나 경유하며 블타바 강을 달렸습니다.

달리고 난 후의 유럽 맥주와 학센, 꼴레뇨는 꿀맛이었죠. 하루 2만보 이상을 걷는 여정에서도 아침에 뛰고 나니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귀국한 후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벽에 달린 유럽의 강변이 제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여행 중 러닝습관 계기로 지금은 평일에는 혼자 또는 와이프와, 주말에는 와이프와 딸과 함께 강변을 달리고 있습니다.

살짝 저의 런린이 템을 공개하자면, 운동화는 아식스 노바블라스트5 와이드(최애), 호카 본디 9와이드이고,
무릎 보호대는 현재 잠스트 일자형입니다. 노바5는 워낙 좋아해서 2켤레나 있다는..아차, 양말은 동료에게 할스타양말 하나 얻어신었는데 쫀쫀함이 너무 좋더군요. 템들이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으면 좋겠지만, 러닝화, 러닝양말, 무릎보호대, 모자, 선글라스, 러닝복 정도 있으면...이것도 너무 많은가..요..ㅎㅎ


예전에 읽었던 하루키의 달리기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땐 제가 러닝의 취미가 없었던 시절이었는데도 그때 기억으로 명작이었습니다만, 지금은 한문장 한문장이 더 가슴속에 와 닿고, 밑줄이 더 많아졌습니다.

조금씩 다시 읽어가면서 러닝의 습관이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욕심부리지 말고 달려야겠습니다.

* 하루키는 40대 후반에 접어들어 주자로서의 정점이 왔고, 그때까지는 풀마라톤을 3시간 30분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하는데...

최근 2025.11.2 JTBC 풀마라톤에 참가한 몇 명의 기록을 말씀드리자면,

- 심으뜸(생애첫) : 3시간 20분대
- 하루삼빵 : 3시간 8분
- 함께 유럽간 동료(이**:생애첫) :4시간 20분대

전 아직 10여년 전에 10키로 3번 정도 뛰고 하프도 못 뛰어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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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밑줄긋기]

오늘의 PICK !!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하와이로 온 이후에도 매일 거르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다.

장편 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일주일에 60킬로, 한 달에 대충 260킬로라는 숫자가, 나에게는 ˝착실하게 달린다˝고 하는 일단의 기준으로 정할 수 있다.

그래도 참고 끝가지 달리고 나면, 몸의 중심에서 모든 걸 깡그리 쥐어짜내 버린 것 같은, 어쩌면 모든 걸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이 거기에 우러난다.

나는 1982년 가을,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23년 가까이 계속 달렸다. 거의 매일같이 조깅을 하고, 매년 적어도 한 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달리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의 인생을 사는 가운데 후천적으로 익혔던 몇 가지 습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익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20 수년간 끝임없이 달리는 것으로서 내 신체와 정신은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강화되고 형성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혹은 프라이드와 비슷한 것)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누가 그런 것을 자랑할 수 있을까?)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은 인간은 아니다. 살아 있는 몸을 통해서만이, 그리고 손에 닿을 수 있는 재료를 통해야만, 사물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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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천문시계 앞 스벅에서
밀란쿤데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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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8 카페 예그리나

프라하 여행을 일주일 정도 앞둔 휴일아침.
밀란쿤데라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은 이후로 2번째 책입니다. 시작부터 기분좋은 출발입니다. 너무 좋은데??



------오늘의 PICK!! 26쪽
˝내 인생을 둘로 가르고 싶지 않다. 내 삶, 내 인생이 처음부터 끌까지 하나이기를 원한다. 루드빅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내 이상이나 취향을 바꿀 필요가 없다. 그는 평범하고 단순하고 분명하다. 바로 이런 것을 나는 언제나 좋아했고 또 지금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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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관심이라 불렀던 것은 실은 원한이었던 것이다. -10쪽



더럽혀진 가치나 가면이 벗겨진 환상은 둘 다 한심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둘은 아주 비슷해서 혼동하기가 아주 쉽지요. -17쪽


이러한 열광과 감동의 와중에서 내가 어떻게 파벨의 손을 잡았는지, 어떻게 파벨 또한 내 손을 꼭 쥐어주었는지 모르겠다. 그 다음 광장이 다시 조용해지고 새로운 연사가 마이크 앞에 섰을 때, 나는 파벨이 내 손을 놓차버릴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우리는 집회가 끝날 때까지 손을 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흩어지고 난 다음까지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꽃이 만발한 프라하의 거리들을 걸어다녔다. - 29쪽



남자는 모두 어느 정도 이기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지키고 여자로서 자신의 사명을 보존하는 것은 여자의 몫이다. -30쪽



난 여자들이 정말 끔찍하게 싫다. 젊음 속에서 잔인한 저 어린 여자애들, 마치 자기들은 언젠가 서른, 서른다섯, 마흔 살이 되지 않을 것처럼,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여자에 대해 일말의 연대감도 없는 그런 여자애들, - 35쪽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의 라이트모티프가 다시 들려왔다. 멀리서 나의 젊음이 내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로 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37쪽



그것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다른 삶을 살겠노라. 삶의 기쁨들을 좀더 누리겠노라 결심해야 할 것이라고-37쪽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많은 세월과 걱정, 슬픈 일들, 수많은 회색빛 껍질들이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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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합본 특별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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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8년에 구입해서
2024년에 읽기 시작해서
2025년 10월에 다 읽었습니다.
(1,022페이지라는..)

오늘로 드디어 무라카미하루키의 장편소설, 단편소설, 에세이를
다 읽어버렸네요

하루키 씨.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에는 신간 장편소설이랑 에세이 하나 꼭 내 주시길.

뭔가 쓰고 계신 거라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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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10-04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님의 장편소설이 나올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북프리쿠키 2025-10-05 11:11   좋아요 1 | URL
하루키씨가 올해 77세네요.
꼭 버트런드 러셀 할부지만큼(97세) 사셔서
꾸준히 책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은 반드시 하루키 신간소설을 읽고 싶습니다!!
 


옴니버스 3번째, 키스와나브라운의 이야기입니다.

흑인의 처지를 바꾸어보려는 딸과,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어머니의 대화로 이루어진 내용입니다.

마치 대한민국 80년대 데모를 하는 대학생과 자녀들이 걱정되는 어머니의 대화 같습니다.

흑인, 그리고 거기서도 흑인 여성의 마음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만.



이 건물에 살고 있는 모든 가구가 가족을 부양하고, 성경을 읽으며, 금요일 밤에 받는 빈약한 급료에서 얼마씩 돈을 각출하여 언젠가는 브루스터플레이스를 희미한 추억거리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142쪽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너도 정신 바짝 차리고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거야.

(....)


엄마와 아빠, 그리고 린든힐스에서 사는 교육받은 흑인들처럼 저도 중산층 건망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게 되겠죠.

(...)


산다는 건 현재를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란다.(...) 넌 네가 아닌 것이 되려고 지나치게 노력했으니까.

(...)


흑인인 것을 창피하게 여기는 백인의 굴종적인 검둥이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단 말이예요! - 156~158쪽



옴니버스 4번째 루시엘리아 루이즈 터너 이야기입니다.

가난으로 인해 둘째 임신한 아기를 낙태시키고, 첫째 딸은 남편과 말다툼할 때 부주의하게 감전사했습니다.

껍데기만 남아 있는 루시엘리아를 다시 살리려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메티"할머니의 구원이

참으로 경건하게 다가옵니다. 눈물을 한없이 흘린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한 달 된 아기와 함께 아픈 몸으로 홀로 보낸 좌절의 시간들. 남편이 없다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듯한 사회 복지사의 눈길에 한마디 반박도 할 수 없었기에 느꼈던 굴욕감. 수없이 많은 날 밤마다 초대하지 않아도 가랑이 사이로 기어드는 그 생경한 욕망의 충동들. 설명이 가능한 증오와 설명이 불가능한 사랑으로 온통 짜 들어간 그물에 글려 '왜, 무엇 때문에' 하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의문들. 그런 것들이 눈앞에서 어찌나 혼란스러운 형태로 계속 선회하던지 그녀는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붙잡아 이 남자에게 대꾸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167쪽


내 분명 약속하겠어. 당신을 증오할 거야. 그리고 당신에 대한 증오를 더 빨리 시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나 자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아기를 구해낼 수 있을 정도로 더 빨리 하지 않은것을. 이 세상에 이럴 수가. 사랑하는 내 아가. - 184쪽

말라비틀어진 과거의 고통에 대한 추억은 이런 상황에서 전혀 위안이 될 수 없었다. 그런 기억들은 뜨거운 다리미 위로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과 같았다. 방안이 다리미에서 나는 냄새로 가득한 가운데 물방울은 지질지질 춤을 추다가 쇳 소리를 내며 사라질 것이다. - 187쪽


매티는 계속해서 시엘을 살살 흔들어 주었고, 시엘은 영혼이 온통 지쳐 버린 유대인 어머니들이 화장실 마룻바닥에서 자기 자녀들의 내장을 닦아내야 했던 독일의 다카우 시로 갔다. 다음으로 두 사람은 세네갈의 어머니들이 노예선 측면의 나무 판때기에다 어린 아기들을 패대기쳐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은 곳을 지나갔다. -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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