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과 실망이 은은하게 흐르고 내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을 뿐이다.
내게 아직 삶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턱밑에서 시간이 내뱉는 뜨거운 숨이 느껴진다. 매일 조금 더 강하게.
나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고 싶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것도 너무 늦기 전에.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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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박완서 선생님의 <나목>,<그많은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를 읽고나서 3번째 만나는 작품입니다.


주변에 암환자분들이 너무 많아 이젠 가족력이 무색하다할 정도로 암 가족력은 누구다 하나씩 달고 사는 세상입니다.

(박완서 선생님도 안타깝게도 담낭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가족 중에 암에 걸려 투병하면 평소에 외면했던, 죽고 사는 문제가 우리 현실로 성큼 다가옵니다.

저에게도 어머님의 아픔이 있습니다.

당사자가 된 사람이나 그 가족이나 그 무시무시한 현실이 닥쳤을 때, 허둥지둥 우린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작가의 말을 옮기며 오랜만에 담백한 소설을 꺼내봅니다.


장차 이 소설을 이끌어갈 줄거리는, 환자는 자기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 생명의 시한까지도 - 에 대해 주치의가 알고 있는 것만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와, 가족애를 빙자하여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족과, 그것을 옹호하는 사회적 통념과의 갈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에 대해서이다."

여기까지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면서 뭘 자본주의씩이나, 적나라하게 그냥 돈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에 대해서 말한다는 게 여섬의 현실에 대해 말하는 게 돼버린 것도 독자가 눈여겨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초판 작가 후기


2000년 10월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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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학교 1 - 이슬람의 탄생, 이슬람교 그리고 여성 이슬람 학교 1
이희수 지음 / 청아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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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이희수 교수님.
2018년도에 읽은책

2번째 읽기

* 최애 100권 중 #3,#4번
(#1,#2 는 강신주의 장자수업1,2)

번호는 최애순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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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숨을 거두시던 날, 나는 두 아우와 함께 수의를 입히기 앞서 향 삶은 물로 시신을 깨끗이 정화시켰다.

영혼을 벗어버린 시신은 뻣뻣하게 굳어, 한 토막의 마른 등걸처럼 이미 물질로 돌아가 있음을 실감케 했다.

바싹 말라 뼈가래는 앙상하고 피부는 마른 명태 껍질처럼 광택을 잃고, 골절상을 입었던 아랫도리는 몹시 뒤틀려 있었다.

그 서러운 몸을 향물로 정성껏 닦던 나는 마지막으로 두 가랑이 사이로 손이 갔을 때, 그만 격정에 못 이겨 후둑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난생처음 보는 아버지의 성기, 그 부위를 닦을 때의 감촉과 긴장감은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나의 존재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너무 자명하여 오히려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그것이 그 순간 엄청난 무게의 실감으로 나를 압도했던 것이다.

존재의 한 점 씨앗, 나라는 존재의 우연을 발생시킨 그 곳, 그러나 그 생명의 원천은 이제 폐허로 돌아가 있었다.

그 폐허가 아버지의 죽음, 그의 영원한 부재를 예리한 통증으로 나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조만간에 찾아올 내 죽음의 실체도 함께 느끼게 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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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한병철의 문제적 저작 [고통없는 사회]는 에른스트 융어의 대담한 선언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네가 고통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말하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그러면서 그는 '고통에는 각각의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떤가? 한병철은 '모든 고통스러운 상태가 회피되'는 고통공포로 진단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랑의 고통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된다. 그는 미국의 통증 전문가 데이비드 B.모리스의 이 흥미로운 발언을 가져온다.

"오늘날의 미국인들은 아마도 고통없는 삶을 일종의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처럼 생각하는 지구상 첫 번째 세대에 속할 것이다. 고통은 스캔들이다"

한병철에게 '긍정심리학'은 진통제이며 마취제이다. '오늘날 고통 경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고통이 무의미한 것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다.

'모든 진실은 고통스럽'고 '고통은 결속'이자 '자아의 윤곽을 드러내'며 '고통은 현실'이다.

이 현실의 반대편에는 좋아요의 세계가 있다. 또한 고통이 사라진 '만족의 문화에는 카타르시스의 가능성이 빠져 있다'

문제는 아무리 고통을 회피하려 해도 고통은 반드시 귀환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약물과 긍정심리학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만성통증은 늘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자해하며, 정신적 고통은 극심해졌다.

한병철은 "만성적 고통이 견딜 수 없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사회가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성적 고통은 의미를 상실한 우리 사회를, 우리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시대를 반영한다"고 진단한다.-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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