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주를 알 수 있을까? 이 모든 은하, 태양계, 수많은 세계, 위성, 혜성, 존재, 그들의 꿈 등등.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것과 존재할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칼 세이건은 <브로카의 뇌>에서 우리가 소금 한 알이라도 제대로 알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위대한 탐사를 이제 막 시작했다. 생물학자들이 인간 유전체를 지도화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신경 과학자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개인마다 고유한 무언가를 지도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모든 기억, 생각, 두려움, 꿈으로 이뤄진 고유한 배선도인 커넥톰(connectome)이다. 만약 우리가 그 복잡한 것을 이해 낸다면, 그후에는 서로를 어떻게 대하게 될까?... 생각과 꿈의 커넥톰으로 하나로 연결된 코스모스. 그것이 창발성의 궁극적인 실현일까? _ 앤 드루얀,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p205


 앤 드루얀(Ann Druyan, 1949 ~ )의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COSMOS: Possible Worlds>과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 ~ 1996)의 <코스모스 Cosmos>와 차이점과 공통점을 갖는다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전작 <코스모스>에서는 칼 세이건이 자신의 전공인 천문학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관심을 점차 지구로 옮겨오면서 우리의 삶을 살펴본다면,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의 저자 앤 드루얀은 일반적인 삶의 모습으로부터 우주, 우리의 미래로 시선을 옮겨간다는 점을 짚고 십다. 

 

 매크로 코스모스(Macro Cosmos)와 마이크로 코스모스(Micro Cosmos). 두 작품의 출발점은 각각 다르지만, 두 책 모두 결국은 핵전쟁을 우려하고,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를 걱정하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 인류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조언을 건넌다는 점에서 두 책의 주제는 같다고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두 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물론, 작가는 그런 생각이 없었겠지만)고 생각되는 한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 ~ 1520)가 <아테네 학당>에서 손의 위치를 통해 서로 다른 지향점을 표현한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322). 이들의 관심과 방식은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지혜(sophia)를 향한 지향점은 같았다는 점을 이에 비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어렵지 않게 우주와 우리 삶을 연결해 주는 두 작품은 좋은 대중 교양서라 생각된다. 


[그림]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 ~ 1520)의 <The School of Athens>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The_School_of_At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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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1-01-22 09: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두 책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었는데 덕분에 명료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

겨울호랑이 2021-01-22 10:01   좋아요 2 | URL
김민우님께 도움이 되어 저 역시 좋네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초딩 2021-01-22 0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 코스모스를 아테네학당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으로 비유하신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
요즘은 과학책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의심했는데
영자의 세계를 다루는 이론 물리학을 보면 또 회귀하는 것 같아요. 철학으로 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1-22 10:0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말씀처럼 각론이 아닌 거대 담론에서 고전이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에도 유효함을 느낍니다.^^:)

페넬로페 2021-01-22 09: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두 코스모스를 명료하게 설명해주셔서 잘 이해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1-22 10:0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잘잘라 2021-01-22 09: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설명 들으니까 관심이 가요. (표지만 다른, 같은 책인 줄 알았던 1인..😂)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1-01-22 10:13   좋아요 2 | URL
잘잘라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1-22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크로 코스모스(Macro Cosmos)와 마이크로 코스모스(Micro Cosmos)차이점을 겨울 호랑이님 페이퍼를 통해 알게 된 1人어렵지 않게 우주와 서재 이웃님들과 연결시켜 주시는 겨울호랑이님 짱!

겨울호랑이 2021-01-22 10:29   좋아요 3 | URL
에고 아닙니다... 크게 봐서 두 책이 주로 향하는 시선이 그렇게 느껴졌다는 제 주관적인 생각이라 자칫 오해를 가져다 드린 것은 아닌가 싶네요... ㅜㅜ 이웃분들께서 그저 책에 흥미를 가져주시고, ‘겨울호랑이처럼 생각하는 녀석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적당한 것 같아요. scott님 감사합니다^^:)
 

 

 인도의 면공업은 영국에 새로운 기술을 전수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후 영국의 공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인도의 탈공업화 전략을 통해서 그 발전이 억제되었다. 제국주의 팽창 이전에 인도의 면공업은 영국 면공업에 대한 주요 경쟁 관계에 놓여 있었으나 이후 인도의 면공업 종사 노동자는 그 이후 유럽에 대한 값싼 식품과 원재료의 공급자로 전락하고 만다._김영철,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 <산업혁명기의 기술혁신과 대외무역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 p123 


스벤 베케트(Sven Beckert)의 <면화의 제국 Empire of cotton>을 관통하는 주제는 자본주의(capitalism)다. 북반구와 남반구 30도 이내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던 면화. <면화의 제국>은 중국과 인도의 면직물에게 밀렸던 유럽의 면직물 산업이 어떻게 경쟁국들을 따돌렸는가를 잘 설명한다. 많은 경우 19세기 유럽 제국주의 침략을 제국주의, 종교, 과학기술, 자본주의의 결합이라고 설명하는데, <면화의 제국>에서는 이들 중 제국주의, 과학기술, 자본주의가 어떻게 제도를 변화시켰는가를 잘 보여준다.

 

 전쟁자본주의는 세계를 '내부'와 '외부'로 가를 수 있는 부유하고 강력한 유럽인들의 역량에 의지했다. '내부'는 모국의 법과 제도와 관습을 포괄했고, 국가가 부과한 질서의 지배를 받았다. 반대로 '외부'를 특징지은 것은 제국의 지배, 방대한 지역의 수탈, 원주민 학살, 자원 약탈, 노예화, 그리고 멀리 떨어진 국가의 효율적인 감시를 벗어난 민간 자본가들의 방대한 토지 지배였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85

 스벤 베커트는 <면화의 제국>에서 유럽의 자본주의를 크게 2종류로 나눈다. 전쟁자본주의와 산업자본주의가 그것으로, 다른 세계에 비해 여러 면에서 부족했던 유럽인들은 무기를 활용한 침략과 식민지 건설을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자본주의로부터 축적된 이윤을 바탕으로 산업자본주의로의 이행(移行). 이것이 스벤 베커트가 바라본 진화된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사진] Florida's Culture of Slavery(출처 : https://floridahumanities.org/floridas-culture-of-slavery/)


 유럽인들은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에 착수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고, 생산에 뛰어든 뒤로는 철저히 노예제에 의지해 부를 창출했다. 제국주의적 팽창과 수탈, 노예제라는 세 동인이 새로운 전 지구적 경제질서를 조성하는데,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세 동인들은 이 새로운 세계의 한 가지 또 다른 요소와 결합했다. 바로 국가였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84


 여전히 규모도 작고 기술적으로도 뒤처진 유럽 면산업의 기반을 잡아준 것은 바로 제국의 팽창, 노예제, 토지 약탈로 요약되는 전쟁자본주의였다. 전쟁자본주의 덕분에 유럽의 면산업은 역동적인 시장을 얻었고, 기술력과 필수 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또한 전쟁자본주의는 자본 형성에도 중요한 추진 장치가 되었다.(p104)... 마지막으로, 전쟁자본주의는 보험, 금융, 운송처럼 영국 면산업의 등장에 매우 중요했던 부문뿐 아니라 국채, 화폐, 국방 같은 공적 제도들까지 부양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105


 그렇다면, 전쟁 자본주의 체제에서 영국이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스벤 베커트는 인류 최초의 그리고 최대의 글로벌 상품인 면화 네트워크를 장악할 수 있는 강한 해군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기 인도 면직물과의 경쟁에서 열위(劣位)에 있을 때는 보호무역 조치로, 산업혁명 이후 산업 경쟁력을 갖춘 이후에는 자유무역주의를 밀어 붙이며 영국은 룰 메이커(rule maker)로서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 지구적 수준에서 보면 영국 노동자들이 생산한 면직물의 양은 극미했고, 영국의 농부들은 아예 면화를 생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영국이 생산을 개조하고 면화로 촉발된 산업혁명의 진원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영국 상인들이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를 장악했던 덕분이다. 산업자본주의는 확실히 혁명적이긴 하지만 앞선 몇 세기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전쟁 자본주의의 산물이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117


 초기에 영국의 면제조업자와 상인은 자국산 직물과 인도산 직물을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데에 주력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이런 의존성은 1750년 이후에 뚜렷해졌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메리카가 가장 중요한 시장이어서, 18세기 중반이면 영국 직물 수출의 94%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로 향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103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영국 제국주의 = 간접통치 방식 = 인도주의적인 지배방식'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오늘날 문화제국주의의 전단계 모습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통치방식을 선호했을 뿐이라는 것이 영국제국주의의 본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갤러허(J.Gallagher)와 로빈슨(R.Robinson)은 직접지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도에 걸쳐있는 간접지배도 제국주의로 규정하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정부는 특히 간접지배를 선호했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약식 제국주의(informal imperialism)는 실상 통치비용을 들이지 않는 값싸고 효율적인 지배를 의미한다. 무역을 통한 간접지배를 선호하는 자유무역 제국주의는 영국의 절대적인 공업력 우세와 강력한 해군력이라는 물질적 토대 위에서 생겨나고 유지될 수 있음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_서정훈,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 <빅토리아 후기(1870~1903)의 대외팽창 성격>, p205


 19세기 영국의 자유무역주의는 그 주창자들이 내세우는 만큼 실제로 공평한 무역관계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발달 정도가 다른 산업 사이의 "자유 경쟁"에서 영국 산업이 이익을 우선적으로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가 실제로 수입관세를 점차로 낮추다가 1880년대부터 사실상의 자유무역제를 실시하게 된 것은, 직물업자를 위시한 영국의 자유무역주의자들의 거센 압력 때문이었다._이태숙,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 <토머스 B, 머콜리와 인도>, p274 

 전쟁 자본주의와 산업 자본주의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전쟁 자본주의가 노예제에 기반한 생산구조였다면, 산업 자본주의는 임금(賃金)에 기반한 생산구조였다. 전자가 노동의 양(量)적 착취에 기반했다면, 후자는 노동의 질(質)적 착취에 기반한다. 산업혁명을 통한 기계(자본재)의 공급 확대는 생산량의 증대를 가져왔으나, 동시에 더 많은 노동력의 투입이 요구되었다.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의 <자본론 Das Kapital>의 절대적 잉여가치, 상대적 잉여가치의 개념 이해는 이와 연관시켜 보면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동시에, <자본론1>에서 언급된 여성, 아동들에 대한 노동 착취는 산업 자본주의 이행기의 실상을 상세하게 고발하기에 함께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다시 돌아와서,


 방적과 직포와 채탄 분야의 개량들은 대체로 노동을 절약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것들은 이전까지 다수의 노동자가 이루어 낸 성과를 소수의 노동자가 성취할 수 있게 했고, 예전에는 성인 남녀에게 적합했던 작업을 아동들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생산량은 대폭 늘어나 성인 노동자 대부분의 수입은 증가했다._T. S. 애슈턴, <산업혁명>, p184

 분명 산업혁명은 주로 노동력 절감 기술에 관련된 것이었다. 예컨대 우리는 방적 부문에서 생산성이 수백 배나 향상된 것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력을 절감하는 이런 기계들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역시 노동력이 필요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288


 제조업자들은 이 모든 기계를 가동시키고 공장을 가로질러 면화를 이동시키기 위해 수백 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아동과 여성이었다. 모든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공장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임금을 받고 일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는 산업자본주의가 이룬 또 다른 중요한 제도적 혁신이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128


 임금을 주어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그들의 작업을 감시하며 그들이 기술과 열정을 쏟게 하는 동안 새로운 딜레마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공장을 벗어난 노동자들의 가정과 거주 지역에서 고용주의 권한은 훨씬 더 멀어졌다.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규율을 시행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노동조건이 끔찍했기 때문이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307


 <면화의 제국>에서는 이처럼 전쟁 자본주의에서 산업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통해 유럽 사회가 어떻게 패권을 장악했는가를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쟁 자본주의가 산업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에 신생국 미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바로 미국 남북 전쟁(American Civil War, 1861 ~ 1865)이다.


 미국이 급부상하며 시장을 지배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원면 생산에 투입되는 세 가지 필수 요소, 즉 노동과 토지, 신용의 공급이 유연했다.(p378)... 면화가 중심이 된 미국 남부의 독특한 정치경제가 이제 막 싹튼 북부의 자유노동과 자국의 산업화를 추구하는 정치경제와 충돌했을 때, 미국의 노예제는 그 체제를 통해 이룬 번영을 스스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1861년 4월 남부연합과 북부연방 사이에 발발한 전쟁은 미국 영토의 통합과 그 '특유한 제도'의 미래를 둘러싼 투쟁이었을 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노예노동으로 지탱되고 있던 글로벌 자본주의를 둘러싼 투쟁이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381


[사진] American Civil War(출처 : https://www.history.com/topics/american-civil-war/american-civil-war-history)


 우리에게 링컨(Abraham Lincoln, 1809 ~ 1865)과 노예제 폐지, 톰 아저씨의 오두막으로 유명한 남북전쟁이지만, 그 실상은 남부의 전쟁자본주의와 북부의 산업 자본주의간의 패권 전쟁이자, 글로벌 자본 간의 격돌이었다. 링컨은 해리엇 비처 스토우(Harriet Beecher Stowe,1811 ~ 1896)에게 남북전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말했다지만, 결국 노예제 폐지는 명분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미국 남부에서 면화 재배가 확대되고 영국의 소비자들, 최종적으로는 유럽 대륙의 소비자들이 미국 남부의 면화 공급에 점점 의지하게 되면서 미국 남부와 유럽 사이의 제도적 연결이 점점 더 심화되었다... 이 모든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면화의 흐름과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자본의 흐름이 있었다._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193


 같은 시기에 읽은 <면화의 제국>,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 <산업혁명>등을 종합한다면, 19세기에 만들어진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란 면화로 대표되는 열등한 상품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총칼로 식민지를 만들어 상품공급지와 소비지로 만들어 막대한 이윤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쟁 자본주의에서 산업 자본주의로 이행하며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경제력 우위 수준에 따라 보호주의와 자유주의를 번갈아 사용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과학 기술이 활용되며, 필요에 따라 이데올로기로서 '인권', '자유' 등의 개념이 남발되는 것을 이들의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를 비춰볼 때, 과연 오늘날 서구의 부(富)의 기원이 무엇인지, 그들이 동양에 대해 갖는 편견의 근거는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역사는 순환하는 것이어서,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중국, 인도의 발전을 이제는 경계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잉글랜드를 구출한 것은 지배자들이 아니라, 자신만의 협소한 목적을 추구한 것이 분명하지만 새로운 생산 도구와 새로운 산업 경영 방법을 창안할 만한 지혜와 자질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인도와 중국의 평원에는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남녀들이 낮에는 함께 일하고 밤에는 따로 잠자는 가축들보다 외견상 거의 나을 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같은 아시아의 생활수준과 기계화되지 않은 그런 공포는 산업혁명을 거치지 않고 인구수만 늘리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인 것이다._T. S. 애슈턴, <산업혁명>,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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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아카데미아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과목은 대체로 피타고라스 학파의 전통적 주제들과 같았다. 산술학, 평면 기하학과 입체 기하학, 천문학, 음악학 즉 화성악이 교과 과정의 기본 골격을 이루었다. 피타고라스 학파와의 강한 유대에서 예상되듯 아카데미아의 교육은 수학을 크게 강조하였다. 아카데미아의 교문에는 이런 과목을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는 입학하지 말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_버틀런트 러셀. 「서양의 지혜」, p86

요즘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 재미에 빠진 연의. 얼마 전까지 코로나19로 학원을 다닐 수 없어 아쉬워했는데, 다행히 이번 주부터 갈 수 있게 되어 열심히 다닌다. 얼마 전 연의 놀이공간 블럭 문 앞에 붙은 공문.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은 다리를 찢어야 한다.˝

플라톤을 읽은 것인지, 플라톤의 성향이 연의 안에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재밌게 태권도를 배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난 연의 놀이 공간에는 안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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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1-16 0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절히 들어가고 싶군요, 저 문.. 다리가 안 찢어져 슬픈 1인..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21-01-16 09:09   좋아요 2 | URL
결론은 엄마, 아빠는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깁니다.ㅋㅋ 이거 서러워서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붕붕툐툐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

scott 2021-01-16 1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의 놀이방에 무슨일이 ㅎㅎ 귀요미만 들어가야하나봐요 ^0^

겨울호랑이 2021-01-16 10:17   좋아요 3 | URL
^^:) 자신만의 ‘비밀의 공간‘이라나요.. 슬슬 이렇게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나 봅니다. scott님 건강한 주말 되세요!

오거서 2021-01-16 1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연의가 잘 자라고 있음을 알겠어요. 자립심을 키우고 있는 것도요. 한참을 미소 짓게 되네요. ㅎㅎ ^^

겨울호랑이 2021-01-16 12:4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애들이 생각보다 참 빨리 자란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바람돌이 2021-01-16 1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구오구 귀여워요.
아직은 그래도 다리 찢으면 들어갈수 있잖아요. ㅎㅎ
좀 더 크면 사지를 다 찢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돼버립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1-01-16 16:49   좋아요 2 | URL
^^:) 아이들이 참 금방 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제법 큰 놀이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좁아졌어요. 저는 블록을 빼야 겨우 안을 들여다볼 수 있네요. 바람돌이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붕붕툐툐 2021-01-16 17: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사지를 찢어도 들어갈 수 없대...ㅋㅋㅋㅋㅋㅋ

cyrus 2021-01-16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연의 나이였을 땐, ‘찢어야 한다’를 ‘찟어야 한다’로 썼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1-16 16:52   좋아요 3 | URL
어렸을 때 쓴 일기를 보면 맞춤법 틀린 문장이 참 많네요. 예전에 쓴 일기를 읽으면 맞춤법에 한 번, 철없는 내용에 두 번 놀랍니다 ㅋ cyrus님 평안한 토요일 보내세요!

mini74 2021-01-16 19: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반만 찢어지는데 반만 들어가보면 안될까요.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만드나봐요. 우리 아인 분명 같은 집에 있는데 밥 먹을 때만 마주칩니다. 낯설어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1-01-16 22:20   좋아요 2 | URL
연의가 아직은 어려서 부모와 지내는 것을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지만, 사춘기를 맞이하고 나면 확실히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 가겠지요... 그렇게 아이들은 독립해 가는 듯 합니다. mini74님 평안한 밤 되세요!^^:)

syo 2021-01-16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윗줄의 글씨들에는 망설임이 느껴지는데, ˝다리를 찢어야 된다˝는 단호한 느낌이랄까요 ㅋㅋ

겨울호랑이 2021-01-16 22:26   좋아요 1 | URL
syo님께서 정확하게 보셨네요. 다리찢기에 대한 태권소녀의 사랑은 일편단심이랍니다 ㅋㅋ syo님 평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1-18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티브이 보면서 잠깐씩 다리 찢기, 하는 1인입니다. 여전히 일자는 안 되지만, 하고 나면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발레할 때 배운 건데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다시 무용을 하러 가야 해서 몸이 굳을까 봐 하는 거예요.
스트레칭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해서 건강을 위해서도 합니다. 몸이 찌뿌듯하면 하고 싶답니다. 찢는 느낌이 좋거든요.
쾌감이 있어요. ㅋ

겨울호랑이 2021-01-18 18:17   좋아요 2 | URL
저는 다리찢기가 잘 되지 않아서 페크님께서 말씀하신 쾌감을 아쉽게도 느끼지 못한답니다.ㅜㅜ 다만, 그렇게 고관절을 잘 활용하시는 분들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갑자기 하면 몸에 무리가 오니 조금씩 깊게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봅니다.^^;)

2021-01-25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5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면화의 제국 -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
스벤 베커트 지음, 김지혜 옮김, 주경철 감수 / 휴머니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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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까지 자본이 국민국가에 보호되는 형태가 더 일반적이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1970년대가 되어서야 산업가들이 특정 국가의 보호라는 오랜 그늘에서 벗어나 해방되기 시작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자본가들은 산업자본주의 기획을 추구하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강력한 국가에 의존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자본의 영토화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면화의 제국은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_ 스벤 베커트, <면화의 제국>, p627

면화(cotton)이라는 상품이 북반구를 면화의 가공지로, 남반구를 면화의 공급지이자 소비지로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면화의 제국>은 살펴본다. 잉글랜드 지역에서 1차 인클로저 운동으로 풍부해진 노동력과 지주(地主)에게 넘어간 경제 권력이, 2차 인클로저 운동을 통해 산업 자본가에게 넘어간 과정, 세계 무역 네트워크에서 정점에 서 있던 잉글랜드의 위상, 최근에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국가를 넘어선 권력의 주체로서 자본(資本)의 역사가 '면화'라는 하나의 상품으로 상세하게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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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3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13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를 읽으면서 면화 산업 그리고 더 나아가 면직물
산업이 어떻게 오늘날의 세계를 만들게 되었는
지에 대해 알게 되었답니다.

<면화의 제국>은 좀 더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면화 산업의 이모저모를 파헤친 그런 역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13 23:34   좋아요 1 | URL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안 읽어 봤습니다만, 폭넓은 주제를 다룬 책이라 여겨지네요. 요즘은 거시적으로 세계사를 바라보는 책들도, 미시적으로 세계사를 바라보는 책들도 많이 나와 그야말로 세계적인 관점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요즘입니다.^^:)
 

 

 푸코에 의하면 광기의 경험에는 '거대한 분리선'이 있다. 한편에서 광기는 설명될 수 없는  어두운 미지 세계의 영역이라면, 다른 한편에서 광기는 설명될 수 있는 오류의 한 조건이다. 이러한 분리선에 따라 동일자와 타자, 초월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공포와 통제의 구분이 이뤄진다._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p26, 해제 中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 ~ 1984)는 <광기의 역사 Histoire de la folie l' ge classique>에서 광기(狂氣)의 경험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설명될 수 없는 광기'와 '설명될 수 있는 광기'.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늘 두려움과 공포에 잠겨 있고 자신이 결코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늘 영혼이나 몸이 위험에 처해 있거나 둘 다 위험에 처해 있어서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므로, 안전하게 가둬두지 않으면 어디에 있을지를 알 수 없다." 이들의 마음이 어둡고 혼탁한 원인은 대부분 시커먼 체액에 있었다. 흑답즙, 또는 구워지고 태워진 자극적 황담즙의 찌꺼기가 몸을 부패시킨 탓이었다.(p128)... 이와 동시에, 우울증은 한편으로 교양 있는 계층 사이에서 뭔가 멋져 보이는 이상, 학자와 천재가 특히 잘 걸리는 것처럼 보이는 고통이 되었다._앤드루 스컬, <문명과 광기>,p130

 

 이에 대해서는 앤드루 스컬(Andrew Scull)의 <광기와 문명 Madness in Civilization>이 실마리를 제시한다. 안좋은 체액에서 비롯된 몸과 마음의 질병, 또는 신(神)에 의한 형벌이 '설명될 수 없는 광기'라면,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처럼 하나에 마니아 성향을 보이는 천재들의 광기는 설명될 수 있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종류의 광기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설명될 수 있다'는 말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개념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의 정신과 의들이 저마다, 그리고 분명 독립적으로, 강력한 전류를 사용해 환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가했다. 이들의 증상을 강제로 포기시키려는 카우프만 치유법이 환자들에게 행해졌다. 카우프만 치유법이란 마비된 것으로 보이는 사지에 몹시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을 한 번에 몇 시간 동안 가하면서, 군사훈련을 수행하기 위한 구령들을 외치는 것이었다. 목표는 환자가 굴복해 자신의 증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인간 도살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도록 하는 것이었다._앤드루 스컬, <문명과 광기>,p420


 사회적으로 득(得)이 있기에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 ~ 1890),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의 광기는 인간의 극한까지 밀어붙인 아름다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들의 광기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명에 이바지하는 광기는 숭배까지 받지만, 전쟁에서 포탄 쇼크로 상처받은 광인들은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도록 명령받는다. 정상화(正常化)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본다면, 푸코가 말한 '거대한 분리선'이라는 개념 역시 사회 공동체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이데올로기 - 그것은 사악한 일에 그럴듯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인에게 필요한 장기간에 걸친 강인함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이론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악행을 은폐하게끔 도와주고, 비난과 저주를 듣는 대신 칭찬과 존경을 듣도록 도와준다._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1>


 또한, '광기'의 문제를 '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만이 '설명될 수 있는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가 '설명될 수 없는 광기'를 합법적 권력을 사용하여 '감시와 처벌'을 행한다라는 현실이 설명된다. '정의'의 이름으로 광기어린 악(惡)의 무리에 대항하는 반대편의 광기어린 집단을 우리는 '정의의 사도'라고 부르며, 선(善)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의 근원은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동네마다 한 명씩은 있었던 '사람 좋은 바보 형'들이 오늘날 보이지 않게 된 이유와 함께 '광기 Madness'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함을 느낀다... 

광기의 고전적 인식과 원시적 치료법은 근대적 치료법과 단절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계보학적 연계성을 갖고 있다고 푸코는 설명한다. 광인이 감시와 심판을 받고, 유폐의 대상이 되고 있는 19세기의 과학적 정신의학은 고전주의 시대의 수용소를 대체한 정신병원의 구조를 통해 결국 광인에 대한 새로운 억압형태를 나타낼 뿐이다._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p30, 해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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