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치과에서 스켈링을 받았습니다. 2015년부터인가요. 건강보험 가입자는 1년에 1회 스켈링을 받을 수 있게 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스켈링과 치아검진을 받는 것 같습니다. 가입자는 서비스가 늘어서, 치과에서는 건강검진을 통해 치과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치과로 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착색치료 2 곳, 충치치료 2곳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히, 충치 치료선고를 받은 2곳은 이미 치료를 받고 2013년에 금니를 한 곳이라 의외라 생각했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높은 비용에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치료 여부를 선택해야겠지요. 그래서, 다음과 같이 의사 결정 모형을 세웠습니다. 이름하여 '겨울호랑이 2017년도 치아 건강 검진에 따른 진료 프로젝트의 가치 평가 모형' 이며, 모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혹시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권위있는 글을 옮겨 봅니다. 여기에는 시장효율성(market efficiency)과 위험 중립적(risk neutral)가격 결정 이론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은 주로 시장 효율성(market efficiency)과 무차익 거래(no arbitrage)라는 경제학의 두 가지 원칙의 응용을 통해 금융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시장 효율성은 금융 시장이 모든 자산에 정확한 가격을 매긴다는 아이디어다. 두 자산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들의 위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p398)... 블랙-숄즈(BS모형) 결과의 신기한 측면은 앞서 언급했듯이, 파생상품의 가격이 주식 가격의 표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위험 중립적 가격 결정이라 불리는 파생상품 가격 결정 이론에 관한 또 다른 방법을 이끌어낸다.(p402)'


'위험중립측도(risk-neutral measure)는 금융공학에서 폭넓게 쓰이는 마팅게일 측도의 하나로, 파생상품의 가격결정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자산가격결정의 기본원리에 따르면 완전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의 가격은 위험중립측도 하에서 계산한 기대가치의 현재가치이며, 따라서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험중립측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성적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므로 자산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해당 자산이 가지는 위험의 크기를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에 큰 가치를 지닐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이라도 위험, 즉 가격변동성이 크거나 투자자들이 위험에 민감하다면 현재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특정 자산의 적정가격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이 가진 위험의 크기와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를 파악하여 이에 맞는 할인율을 적용하여야 한다.'[출처 : 위키백과]


 이 모형은 기본적으로 옵션(option) 가격 결정 모형에 기본한 모델입니다. 

 치료 받을 때 소요 비용을 산출하고 이와 현재 지출 예정비용을 비교해서 어느쪽이 더 적은 비용이 소모되는가를 판단하게 되며, 위험의 크기는 확률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치통(齒痛)은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이가 더 썩어서 통증이 생기면 치과를 가겠지요. 그 경우에는 치과를 가서 치료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 치과 치료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봅니다. 

 치료를 받을 확률을 0.6으로 가정했을 때 2017년 지출 예상 비용은 (180*0.6)+(0*0.4)=108로 나타나게 됩니다. 2017년 108(만원)이 다음 검진 예정일인 2018년에 지출된다면 이를 현재의 가치로 재평가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현재 금리를 통해(대출금리 수준인 2.5%) 105.4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치료 받을 때 지출되는 금액인 180만원보다는 현저하게 적습니다. 위의 모형에서 매년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서 '충치가 옆으로 번지는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제가 설정한 모델이 맞는다고 한다면, 적절한 치료 시기는 2020년과 2021년 어느 시점으로 생각되네요. (이 기간에 180보다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치료를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행동은 '투자론'과 연관해서 생각해 봅니다.

'특전부여 주식들의 선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기본원리를 명시한 이상 우리는 다음으로 이 주식들의 계속적인 보유나 매도와 관련하여 과연 어떤 규칙들을 수립할 수 있겠는지를 묻고자 한다... 채권 소유자는 오히려 보통주가 자신이 취하는 이익을 정당화시킬 만큼 충분히 올랐는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의지하여 보유나 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p744)... 아무리 좋은 전환사채나 우선주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경각심을 갖지 못한 자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p745)'

<증권분석>에서는 채권보유와 주식 보유의 경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치과 치료를 받았느냐 아니면 버티느냐의 경우를 대입해서 해석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와 같은 평가 결과에 의해 저는 지금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다만, 잠시라도 통증이 생길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면서 치과 치료를 다음에 하겠다는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했습니다만, 아내의 반응은...

[사진출처] 영화 실미도 中


 위와 같은 눈빛('사실은 겁나서 치과 안가려는 거지?'라는 의미의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서둘러 자리를 연의 옆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연의에게 치과와 관련된 책을 읽어주었네요. 연의는 이를 안 닦으면 '아빠랑 손잡고 치과가야 한다'는 말에 참 열심히 이를 닦더군요. 마치 '난 커서 아빠처럼 안 될거야!'라는 것처럼요... 책이 좋아서인지 아빠말이 무서워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아빠의 실패비용으로 딸아이가 건강한 치아를 갖게 된다면 가족 전체로는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청명한 가을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가을 오후 되세요.


PS. 위 모형은 단순한 가정 모형입니다. 

충치 발생확률, 추가비용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위의 모형이 일반화되기 어려운 것은 '치료비용'과 '이의 가치'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겠지요. 특히, 앞으로 이를 사용할 기간이 긴 아이의 경우에 '이'의 내용연수 외에도 미(美)적인 부분도 고려해야겠지요. 그래서, 제가 붙인 모형의 이름과는 달리 사실 객관적인 모형이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그럼에도, 위의 모형은 자산가치 평가 모형의 틀을 갖췄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자뻑'같은 자평을 해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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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9-22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내의 눈빛들은 어느 가정이나
비슷하군요 흐흐~
치과치료와 모형, 그리고 동화를
버무려 어떻게 글을 쓰셨는지
늘 부러울 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2 13:15   좋아요 2 | URL
^^: 북프리쿠키님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계획하고 글을 썼다면 좋겠지만, 하다보니 이렇게 되네요.ㅋ 좋은 글이었다면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거서 2017-09-24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의 부인도 현실주의자이면서 가족 박애주의자인 것 같아요. 아무리 그럴 듯한 모형과 논리로 설명해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제 아내도 그러한데 돈이 들더라도 당장 가족이 아프지 않도록 결정을 내리더군요. 겨울호랑이 님, 하루 빨리 치과 치료를 받으시는 편이 맘 편할 겁니다. 모형 같은 것으로 골머리를 썩힐 일도 없어지고요.
그나저나 치과 치료 비용을 논리로 접근한 방법은 참신하여 또 감탄하였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4 15:29   좋아요 1 | URL
^^: 주위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견적을 여러군데서 받아 검진받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아직 살 날도 많은데 말이지요.ㅋ

북다이제스터 2017-10-05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o arbitrage 이론이 맞다면 우린 주식투자, 복권 구입을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10-05 19:28   좋아요 1 | URL
^^: 무수히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차익거래이익을 실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의 단타거래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저는 복권과는 연이 닿질 않네요. 주식은 좋아합니다만 ㅋ

북다이제스터 2017-10-05 19:33   좋아요 1 | URL
무수히 많은 거래에 가능성을 열어 두셨네요. 어려운 문제 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복권과 주식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면 저도 횟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데, 그 둘다 멱함수인 거 같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10-05 19:40   좋아요 1 | URL
^^: 주식투자자, 특히 복권구매자들은 자신이 6시그마의 범위에 드는 거래를 하나만 터트려도 인생 역전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은행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이면 만족합니다만.ㅋ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복권과 주식은 멱함수를 따르고, 주식투자자들의 함수는 롱테일법칙을 따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05 19:57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arbirage 가 절대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주식과 복권 등으로 그걸 조장하는 사회와 국가가 왠지 못 미덥습니다. ㅠㅠ
더구나 arbitrage가 복권과 주식 이외도 만연한데 뻔뻔하게 no arbitrage 를 내세우는 경제학 이론의 눈감고아웅 식의 이론들이 한심합니다. 눈꼴 사납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7-10-05 19:53   좋아요 1 | URL
^^: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사전가정이 너무 많은 것이 사회과학 이론의 한계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을 통해서 ‘모형‘을 만들고, 이 모형에 맞춰 현실을 재단하는 것이 정치, 학계의 권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내용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그것들이 결합해야만 인식이 일어날 수 있다.' - 임마누엘 칸트 -


 '칸트를 가리켜 합리론과 경험론을 비판하고 종합한 철학자라 일컫는 것은, 그가 인식의 형식(또는 능력)은 본래부터 갖고 있지만 인식의 내용(또는 재료)은 경험으로 얻을 수 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경험을 재료(내용)으로 삼되, 경험과는 상관없이 타고난 인식 능력(형식)을 통해 보편적 진리를 알 수 있다.(p171)'


 이번에 백종현 교수의 칸트의 3비판서 특강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의 3대 비판서를 중심으로 칸트의 핵심주제에 대한 강의를 우리나라 칸트 철학의 대가이신 백종현 교수께서 직접 강의를 하시기에 청강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순수이성 비판> , <실천이성 비판>은 특강은 마무리 되었고, <판단력 비판>만 남은 시점입니다. 종강을 향해 가는 지금 간단하게라도 이번 페이퍼를 통해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칸트 철학을 처음 접했기에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은 페이퍼이지만, 개인적인 발제라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의 <순수이성 비판>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순수이성 비판>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를 내용 정리를 통해 생각해봤습니다.


 '칸트는 과학적 방법의 본질과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그는 이 방법이 물리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를 "과학이라는 탄탄대로에 올려놓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의 탐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왜 우리의 세계 경험에 과학적 방법이 통할까?"(p168)'


가.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

 

칸트는 먼저 형이상학(形而上學)에 대한 접근을 시작한다. 과거에 학문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형이상학이 논쟁의 장(場)이 된 것은 과학적 방법이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칸트는 비판한다.


'칸트는 기존 형이상학에 비판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영혼, 자유, 신의 존재에 관하여 다루는 형이상학이 실재에 대한 지식을 확정시켜줄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칸트는 형이상학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은 형이상학에는 과학처럼 확실한 방법이 구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p123)'


나. 칸트의 초월철학


  '칸트는 지식을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세계에 대한 직접적 감성에서 얻어지는 '직관'이고, 다른 하나는 오성에서 간접적으로 비롯하는 '개념'이다. 이런 지식(감성, 오성)의 일부는 경험적 증거에서 비롯하는 반면, 일부는 선험적으로 알려져 있다. 칸트에게 개념이란 일반적 '책'의 개념처럼 사물들을 어떤 사물 유형의 예로서 간접적으로 인식한다. 개념이 없으면 우리는 직관의 대상이 책이라는 점을 알지 못할 것이고, 직관이 없으면 우리는 여기 책이 존재한다는 점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P168)' : <철학의 책>


  칸트는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것과 인식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우리는 '직관'과 '오성'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은 수학이나 자연과학 등과는 달리 영혼, 자유, 신과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성의 한계) 인간은 '감각적 직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은 한계가 있게 된다. 칸트에게 문제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인식의 주체에게 있다. 


 '칸트는 사유 능력 주체인 이성 자신의 능력을 비판하지 않고 이성(理性)을 월권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독단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와 같은 독단론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성이 모든 경험에서 독립하여 이르고자 하는 모든 인식과 관련하여 행하는 이성의 능력에 대한 비판적 탐구"를 엄정하게 수행해야 한다... 칸트가 이성을 비판하는 것은 정신적 실체로서의 이성의 성격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의 순수한 조건들에 관해서 탐구하기 위한 것이며, 이와 같은 탐구를 수행하는 것이 칸트에게는 초월철학이 된다.(p124)'


 '칸트는 수학이나 자연과학의 경우와 관련하여 학문 일반의 자격 조건을 사실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권리적 차원에서 마련하고자 하며, 바로 이 작업을 "초월적 분석론"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와 관련하여 그는 초재적 존재인 영혼, 자유, 신과 같은 것들에 관한 이론적 학문을 구축하는 것은 부당함을 밝히고자 하며, 바로 이 작업을 "초월적 변증론"에서 다루고 있다... 칸트는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사변이성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아가 실천이성의 정당한 길을 제대로 열어주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비판철학을 통하여 자연형이상학에서 도덕형이상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p127)'


  '칸트는 인식의 소재가 "경험"에서 나와야 하고, "인식이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과 함께 시작되어야 하기"때문에 사유 작용만으로는 인식이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의 모든 인식의 객관성은 경험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칸트가 보기에 최소한 우리 인간에게는 생각과 존재를 곧 바로 일치시킬 수 있는 지적 직관이 가능하지 않고 단지 감각적 직관만이 가능하다.(p128)'


다. 형이상학과 선험적 형식


 영혼, 자유, 신과 같은 존재들에 대해 인간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반면, 수학이나 자연과학은 인식할 수 있다. 우리는  '선험적 종합판단'을 통해 우리는 이들로부터 보편성과 필연성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칸트는 탐구과정에서 특수 형이상학의 영역이 이론적 인식의 학문이 되는 것을 배격했다.  즉  그는 특수형이상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영혼, 자유, 신이라고 하는 대상에 관한 인식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구축하려는 주장은 모두 허구를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칸트는 형이상학을 "소질로서의 형이상학"과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누구나 초월적 존재인 신이나 영혼 그리고 내세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을 확립하려고 하는 것으로, 이것은 인간이성에게 자연스로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이 되고자 할 때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p126)'


 '칸트는 인식의 문제에서 방법론적으로 일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는 대상 중심의 인식을 주체 중심의 인식으로 바꾸어놓음으로써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대상에서 아무리 끌어 모아도 학문이 갖추어야 할 보편성과 필연성은 나올 수 없다... 수학의 보편성과 필연성은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 주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칸트는 당대의 제반 과학이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해명하고, 그러한 작업에서 인식 주체 안에 이런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선험적 형식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정립하고자 했다.(p129)'


라. 감각적 직관과 두 개의 세계 : 세계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우리의 육체이고, 하나는 외부의 세계다


 우리는 선험적 종합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상'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인간은 주어진 현상을 단지 '사유', '감각적'으로 받아 들이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유된 세계'를 '주어진 세계'로 동일시 했을 때 허구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철학이 칸트의 초월철학의 내용이 된다.


 '칸트에 따르면 대상이 주관의 선험적 형식에 의하여 구성된다는 전제하에서만 선험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사고 혁명이 전제된 경우에는 대상에 관하여 적어도 우리가 우리의 선험적 형식에 의거하여 구성한 부분만은 선험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 인식은 대상에 관한 인식인 만큼 단순히 개념을 분석하는 형식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p131)'


 '여기에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갖고 있는 이 선험적 형식이 마음대로 대상 자체를 전체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내가 나의 선험적 형식으로 규정한 대상이 곧 대상 자체라고 주장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대상을 선험적으로 규정할 권리를 갖고는 있지만 그것은 다만 주어진 현상 세계에만 국한된다.(p132)... 칸트는 주어진 gegeben 세계와 부관된 aufgegebene 세계를 분명히 구별한다. 전자는 우리에게 나타나 있는 현상의 세계이고 후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이념의 세계이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세계는 주어진 현상 세계뿐이며 주어진 세계 자체, 즉 물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유될 수 있을 뿐이다. 사유된 세계를 주어진 세계를 주어진 세계와 동일시할 때 허구가 생겨나게 된다. 칸트는 이 허구의 논리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초월철학을 정립하고자 했던 것이다.(p133)'


 

이번 <순수이성 비판 서문>을 정리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순수이성 비판>의 깊이 있는 내용(지식의 판단 형식, 초월적 통각, 12개 범주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깊이 있게 정리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는 특강 후 내게 남겨진 과제라 생각된다. 다만, 특강의 주제였던 내용 '<순수이성 비판> :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것을 이번 페이퍼의 목적으로 했을 때, 그 답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내게 주어진 세계에 대해 선험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는 것만 알 수 있다. 내가 인식하는 지식은 내가 감각을 통해 알기 때문에 불완전한 것이며, 내가 감각을 통해 안 사실은 실제 세계와는 다를 수 있다.



2. 용어 정리


가. 선험적 종합판단 先驗的綜合判斷 [synthetisches Urteil a priori]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판단을 분석판단과 종합판단으로 구별한다. 분석판단은 주어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개념을 술어로서 추출해낸 판단으로서 선험적으로 참이지만 지식을 확장시키지는 않는다. 종합판단은 주어 개념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개념을 술어로서 부가시킨 것으로서 지식을 확장시키지만 오로지 후험적으로만 참이다. 이 두 가지 판단에 더하여 칸트는 지식을 확장시키면서도 선험적으로 참일 수 있는 판단을 문제 삼고 있다. 이것이 선험적 종합판단이다.


나. 초월론적 超越論的 [transzendental]


<순수이성비판>에서 가장 중심적인 술어. '선험적'인 인식의 가능성을 묻는다고 하는 이 저작의 근본 짜임새를 나타내는 말로서 그의 주요 부문의 각각의 표제가 이 형용사를 달고 있다. <순수 이성의 비판>은 형이상학의 원천인 순수 이성 그 자체에 관계되지만, 그 자신이 순수 이성의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비판은 순수 이성의 자기인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성립하는 순수 이성의 자기관계야말로 '초월론적'이라는 개념의 핵심을 이룬다.


다. 통각 統覺 [Apperzeption]


 통각이라고 번역되는 독일어 Apperzeption은 라틴어 ad+perception(=An/Zu + Wahrnehmung)에 대응하는 말이다. 따라서 통각은 '지각에 의거하여, 지각에 대해서'라는 식으로 지각과의 관계없이는 통각의 개념 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칸트에서의 통각은 경험적 통각과 순수한 근원적 통각으로 나뉘어진다. 전자는 경험적이고 심리적인 상대적 자기의식이며, 후자는 초월론적 통각으로서 모든 인식 내용으로서의 지각을 통일하면서 자기 자신을 통일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칸트에서의 통각은 '나는 생각한다.(Ich denke)'라는 사유하는 자아의 활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ps. <순수이성비판> 특강 때 필기한 내용을 첨부해 봅니다. 필체가 별로 좋지 않아 알아보시기 어렵겠지만, 관심있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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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20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역자 직강이군요. 저 파란책들은 읽어내지도 못할거면서 어쩐지 너무 탐납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0 22:20   좋아요 0 | URL
^^: 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칸트전집 15주년 기념으로 4권 전집을 알라딘에서 예약판매중이더군요. 만약 syo 님께서 구입하신다면 특별판으로 구매하시는 편이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

오거서 2017-09-21 07:50   좋아요 1 | URL
네~ 저한테도 그림의 떡이군요. 먹고 싶기는 하군요. 늘 식탐이 문제지요.

겨울호랑이 2017-09-21 08:08   좋아요 0 | URL
저도 구입은 해놓고 계속 미루게 되더군요. 특강이 없었다면 서문 읽는 것도 뒤로 밀렸을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은 갖춰두면 언젠가는 읽지 않을까요?^^

2017-09-2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1 0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7-09-21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의 비판 시리즈 책이 제 서가에도 있는데 저는 newbie 시절에 해설서 부터 보는 습벽을 들여 놓아서
철학책은 원전보다 주석이나 해설만 봅니다. 문학도 평론을 더 많이 읽는,,,헛똑똑이들의 전형이죠. ㅋ

열심히 공부하시는군요. 저는 음주가무로 밤을 새는데...ㅜ

겨울호랑이 2017-09-21 10:19   좋아요 0 | URL
^^: 알케님 감사합니다. 철학책에서 주석과 해설을 보실 수 있다는 것은 기본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저는 해설만 보면 잘 모르는 수준이 되어 놓아서요... 예전에 많이 놀다보니 기본실력이 부족함을 시간이 지난 다음에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열심히는 아니고 그저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2017-09-21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1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21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는 절대로 혼자 공부하기 힘들고, 혼자 공부하면 낭패 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철학자일 겁니다. 하이데거도 그렇고요.. ^^

겨울호랑이 2017-09-21 13:42   좋아요 0 | URL
cyrus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순수이성비판> 서문만 읽어도 이렇게 어려우니, 본문을 읽기는 더더욱 그렇겠네요. 하이데거는 가늠조차도 못하겠네요.ㅋ

나와같다면 2017-09-21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계적이고 흐름에 따른 노트 필기가 겨울호랑이님의 성품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1 13:44   좋아요 0 | URL
^^: 백종현 교수님의 체계적인 강의였지요. 겨울호랑이의 받아쓰기는 그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구요ㅋ. 나와같다면님 감사합니다.

:Dora 2017-09-21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지가 되어.... 칸트 3권의 파랑책 ㅜㅜ 필체가 아주 근사하십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1 18:30   좋아요 0 | URL
칸트 사상은 어려워 쉽게 손이 가지 않네요. 저도 특강을 계기로 겨우 시작해봅니다^^: Dora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AgalmA 2017-09-22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의 ‘인식주체‘는 불확정성 원리에서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할 수 없는 ‘관찰자‘와 유사한 상황같습니다?
그래서 ˝소질로서의 형이상학˝과 ˝학문으로의 형이상학˝을 나눈 게 참 과학적 합리성으로도 보이네요. 그럼에도 칸트의 ˝선험적 형식˝은 제겐 여전히 동의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개념 느낌이 물씬 난단 말이죠...
이번에 칸트선집 넘 예쁘게 나와서 예전꺼 다 팔고 다시 사고 싶더라고요ㅎㅎ; 있는 거라도 제대로 읽어! 제게 면박줬습니다;;

요즘 겨울호랑이님 글이 뜸하다 했더니 칸트 공부하시느라 그러셨구낭!

겨울호랑이 2017-09-22 07:14   좋아요 1 | URL
^^: 저도 AglamA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칸트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기존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계몽철학을 주장했지만, 아직은 기독교의 영향에서 철학이 온전하게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헤겔 이후 변증법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신->사상(이데올로기)‘로 대체되는 맑스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맑스에게 신이 ‘공산주의‘라고 한다면 이도 온전히 새로운 사상은 못된다는 생각도 거칠게 해봅니다...) 그래서, 서구 문명은 기존 형이상학을 대체하지 못하고 결국은 이를 해체시키는 ‘철학적 철거 작업‘ 중에 있지 않나 생각도 조금 해봤습니다... 막연한 추론입니다만.^^: 칸트 특강은 들었는데, 잘 몰라서 공부라고 하기에는 성과가 많이 없네요.ㅜㅜ 참, 이번 칸트 선집에는 <윤리형이상학 정초>, <형이상학 서설>등이 빠져 있어서요. 이 책들을 가지고 계신다면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AgalmA 2017-09-22 07:20   좋아요 1 | URL
칸트 이후에 대한 겨울호랑이님 해석과 저도 비슷합니다.
서양철학은 신-형이상학에서 벗어나기 정말 어렵죠. 과학 때문에 억지로 왕관 뺏기고 있는 형색인데, 신을 믿는 과학자도 많잖아요ㅎㅎ 창조과학 믿는 장관후보자처럼 ˝소질로서의 과학˝과 ˝신념으로서의 종교˝ 그렇게 말하긴 쉽겠으나 인식틀이라는 게 종합인데 컴퓨터도 아니고 그게 쉽나요. 지금의 불협과 한계도 그게 잘 안 돼서 만들어진 세계인데.

예, 다 있는 선집이 아니라 안 사도 돼 위안삼았죠ㅎㅎ

고은아 2017-09-27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요하던 내용이었는데 깔끔한 정리에 감탄하고 갑니다ㅎㅎ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7 13:46   좋아요 0 | URL
^^: 고은아님께 작은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는 씨알 함석헌(咸錫憲, 1901 ~ 1989) 저작집 중 비폭력운동과 관련한 글들을 모은 글이다. 한국사를 관통하는 일련의 사건 중에서 특히 1960년대 당시 군사정부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반대,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글을 담고 있는 책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중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내용을 이번 페이퍼에서 살펴보자.


1. 1965년 한일 합의에 관하여


'이번에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주권을 우리 손에 꼭 찾아 쥐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을 하기 전에 이것부터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물론 그다음에 올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문제를 해결한 다음의 일이지, 이것을 이루지 못하면 다른 모든 활동 노력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한일회담 같은 것도 민중이 엄중히 삼시할 필요가 있다. 제일 그것을 급히 서둘러서 할 필요가 없다. 정말 나라의 만년대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이 중대한 문제가 있는 이때에 국민 전체의 의사는 들으려 하지도 않고 몇 사람이 서둘러서 하려고 할 리가 없다. 그 서두르는 데가 의심스럽다.(p22)' <사상계> 1963년 8월호 : 한일회담 함부로 하지 말라


 저자가 제기한 '의심스러운 곳'은 시간이 흘러 2004년 말 1965년의 한일 협정 내용이 공개되면서 드러난다. 그들은 왜 그토록 서둘러서 협정을 체결했는가? 그 내용을 우리는 <대한민국사 03>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1965년으로부터 50년이 흐른 시점에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한 대가는 탄핵으로 치루게 되지만 정통성없는 이들이 하는 일의 수준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차례에 걸쳐 확인하게 되었다.


[사진]2015년 위안부 합의(출처 : 불교방송)


 '박정희 찬양론의 핵심은 경제 성장이다. 만약 우리가 경제만 잘 되면 다른 것은 볼 것 없다는 경제지상주의에 기대어 박정희의 군사반란과 헌정질서 파괴, 인권 유린과 정보정치를 용인한다면, 우리는 일본제국주의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p21)... 2004년 말에 공개된 한일 협정 관련 문서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참으로 속이 쓰리다 못해 아리다... 유상, 무상에 차관까지 합한 8억 달러. 박정희는 겨우 그 금액을 받아내면서 왜 그렇게 청구권 문제를 서둘러 포기했을까?(p22)... 정통성 있는 정부를 총칼로 뒤엎고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일단 급전이 필요했다. 조건은 상관없었다. 정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급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민족의 역사도, 피해 당사자인 개인의 권리도 고려사항이 아니었다.(p23)' <대한민국사 3 > : 똑바로 살아라- 변절의 역사, 변질의 역사 


2. 광주민주화항쟁에 관하여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 중 하나인 광주민주화항쟁은 어떠한가. 사건이 발생한지 37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실이 은폐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 민족 전체를 이 폭력주의의 악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는 주된 동기가 광주사건(광주민주화항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잘 알아야한다. 어제 오늘 일어나는 신민당의 분열, 거기에 대한 여당의 하는 꼴, 어디서 누구의 생각으로 되는지 보통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미리 짐작할 수도 벗고 어째서 그런 괴상한 일들이 백주에 일어나게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p317)... 학생 데모가 20년도 더 계속되는 것은 무엇인가? 광주사건 잘못한 것을 솔직히 자백하기를 재촉하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치지 않고 그것을 변명하고 부인만 하면, 그것은 하늘을 업신여김이요, 또 사람을 업신여김이다. 사람을 업신여기면 사람도 그를 업신여기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백하기를 꺼리면 꺼릴수록 양심은 더욱더 약해진다. 숨긴 죄악은 숨긴 시체같이 그 냄새가 갈수록 지독하다. 그러면 전체가 그때문에 썩게 된다. 광주사건은 이제 당시에 저지른 사람들만 아니라 민족의 죄가 됐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이 우주가 그저 물질적인 존재만이 아니고 도덕적, 정신적인 생명체이기 때문이다.(p318)' <기독교 사상> 1987년 5월호 : 정치/사회적 풍토와 폭력


[사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투입된 군 헬기(출처 : 서울신문)


3. 언론장악과 관하여

 

'내가 아는 것은 잘못은 좋은 정부에서나 나쁜 정부에서나 다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판의 자유가 몇몇 사람의 수중에 집중된다면, 행정관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기 쉽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질러진 오류를 기꺼이 그리고 신속하게 시정하는 것이, 그리고 최고의 권위로써,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유혹보다는 솔직한 충고를 존중하는 것이, 여러분의 고귀한 활동에 합당한 미덕입니다.(p119)' 존 밀턴(John Milton, 1608 ~ 1674) <아레오파기티카 Areopagitica, 1644> 


 저자는 민중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선행되어야한다고 말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언론의 자유' 이전에 공정한 '언론'을 요청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퇴보한 언론계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정치는 본래 싸움이다. 다스리고 다스림 받음의 관계다. 다스림이란 말부터 틀린 말이다. 정치라면 민중이 제일이지 남의 다스림을 받을 리가 없다. 이론으로 그렇지만 현실의 정부는 언제나 정직한 대표자가 아니고 사사 야심을 가진 자들이다. 그러므로 민중은 늘 제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p146)... 당초의 잘못은 민중이 깨지 못한 데 있다. 민중 스스로가 제 노릇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됐지. 죽음으로 자유 지키는 민중에 도둑이 어디 들 수 있나. 또 바른 길 말할까. 이것도 다 알면서 못 본 척하는 길이다. 무슨 길? 언론의 자유다. 민중이 깨는 데 언론의 자유 없이 어떻게 되겠나... 한 사람이 걱정해서 천하를 건진다는 생각은 이제는 인생을 망치는 생각이다. 너는 겸손히 민중에게 물어라. 그러기 위해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전체만이 자기 일을 알고 자기 길을 택한다. 신문 잡지를 마비시켜놓고 민정이 무슨 민정이냐.(p147)' <사상계> 1963년 4월호 :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 


 '언론의 자유'에 대해 눈을 뜬 것은 안타깝게도 친일(親日)세력과 결탁한 군부정권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부터 지금의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 시대의 비극은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부정(不正)한 자들이 먼저 눈을 뜬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부일장학회 등 사건은 1962년 당시에 첫손에 꼽히던 재력가인 김지태를 사소한 혐의로 구속시켜놓고 부일장학회 명목으로 그가 소유한 토지 10만 평과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 100퍼센트를 "헌납"받고 풀어준 사건이다.(p138)... 이 사건의 본질은 박정희가 김지태에게서 빼앗아 5.16장학회로 넘긴 재산의 성격을 보면 잘 나타난다. 김지태는 그 당시에 수십억 대의 막대한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김지태가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과정에서 왜 하필이면 언론 3사의 주식을 "헌납"하였는가? 바로 박정희가 언론사를 원했기 때문이다.(p140)' < 대한민국사 4 > : 기억하지 않는 자와 고백하는 자



[사진] 공영방송 파업(출처 : 중앙일보)


4. 사드 배치에 관하여 


  그외에도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에 나오는 많은 구절은 주어와 날짜만 바꿔 오늘날 신문에 사설로 올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1세기 현실 역시 정확하게 통찰하고 있다. 이는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시대가 지금도 1960년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미국 사령관의 허락 없으면 한 방 쏘지도 못하는 그까짓 무기 믿지 말고 네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정신을 믿으려무나. 일본 군벌과 손잡으려는 그런 따위 어리석은 생각 말고 바로 알아만 주면 목숨도 내놓고 오는 우리 민중을 믿으려무나! 돈 생각부터 하지 말고 정신 생각부터 제발 해보려무나! 일본 백성으로 살기보다는 한국 사람으로 죽을 생각을 해보자꾸나! 외교(外交)는 그만두고 내교(內交)부터 해보려무나!... 민중의 신이 나게 해라, 나라가 그 안에 있다. 민중의 신이 나게 하기 위해 대적 앞에서 수그렸던 네 머리를 번쩍 들어라! 알아들어라, 한일회담 이대로 하지마!(p93)'<사상계> 1967년 9월호 : 한일회담을 집어치우라


[사진] 사드 배치(출처 : 주권방송)


5. 한 시대를 마감하며 


 '이명박-박근혜'정권 10년을 마감하는 우리에게, 군사정권 10년을 마감한 저자의 글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역사 속에서 군인정치는 마무리되지 않고 더 악랄한 유신(維新)시대에 접어드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지만.


'이제 우리는 지나온 10년을 돌이켜봐야 하는 자리에 왔다. 사람은 돌이켜볼 줄 아는 물건이다. 길은 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라 이때까지 온 길을 기억하고 이제 갈 길을 미리 생각할 줄 알아야 길이 된다. 앞뒤가 없으면 지금 가는 것은 하나의 헤매임일 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삶도 과거와 미래가 있어야만 삶의 될 수 있다. 그 과거와 미래는 어떻게 생기느냐 하면 기억과 상상에 의해서 된다.(p236)... 10년이 지나고 이제 끄트머리가 차차 내다뵈는 오늘 나는 그 올 것이 왔다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 오늘날도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느냐. 그래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하느냐. 제발 사람이 되고 싶고, 나라를 사랑하고, 잘못을 저지른 그들도 사람으로 건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거든 이제라도 그것은 잘못한 말이었다고 바로잡기를 바란다.(p241)' <씨알의 소리> 제5호(1971년 10월) : 군인정치 10년을 돌아본다.


 비록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의(民意)가 승리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건너야할 많은 산들이 많이 남아있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겠지만, 선거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 우리의 민족적인 콧마루가 꺾어지지 않느냔 말입니다. 한 번 잃으면 다시는 못 찾는 자유의 코를 한두 마디 달콤한 말이나 조그마한 위협 때문에 떼이도록 그냥 두어서는 아니 됩니다. 분명히 알고 다시금 다시금 다짐을 하면서 마지막 한 발걸음을 내켜야 합니다. 이것은 자유냐 종이냐, 사람이냐 짐승이냐의 갈라지는 길목입니다. 짐승으로 살기보다는 사람으로 차라리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운명의 한 표, 이것은 결코 윤과 박의 싸움이 아닙니다. 여당 야당의 다툼만이 아닙니다. 정신과 물질의 싸움입니다. 정의냐 힘이냐 하는 싸움입니다. 우리는 누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 속에 들어오는 악과 싸우는 것입니다.(p131)' <동아일보> 1963년 10월 14일자 : 한 발걸음 바로 앞에서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를 읽으면서 마치 예언서(豫言書)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게는 50년 전, 짧게는 30년 전에 쓰여진 글 속에 우리의 현실과 우리가 바라봐야할 지점이 적시되어 있었다. 뛰어난 사상가인 저자의 통찰력이 글의 생명력을 주는 원천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1960년대 이후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다소 답답해짐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 바로 지금이 20세기 한국의 묵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요즘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는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아간 원로(元老)의 좋은 조언집(助言集)이라 생각된다.


'입법권은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절대적, 자의적(恣意的)으로 다룰 수 있는 권력이 아니며 또 그러한 권력이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입법권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한데 결합시킨 권력을 입법자인 개인이나 집회에 양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그 사람들이 사회에 들어가기 전 자연상태에서 가지고 있다가 공동체에 양도한 것 이상의 권력이 될 수 없다.(p129)'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 <통치론 Two Treatises of Government : The Second Treatise of Government,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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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18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홍구 교수님 팬입니다.^^
친구들이 ‘종북‘이라고 놀리던데
에라이~ㅋ
(아마 한홍구 교수님은 블랙리스트
대마왕쯤^^)

웃긴건 <이슬람><이슬람학교>를 집필한 이희수 교수님도 팬인데요.
‘IS‘ 가입하게?라고 또 주절대던데..

그냥 웃고, 또 웃었습니다.
그냥 웃지요^^;

겨울호랑이 2017-09-18 16:04   좋아요 2 | URL
^^: 북프리쿠키님 친구분들 말씀대로라면 <자본>을 읽으면 원조종북, 리처드 도킨스의 팬이면 ‘무신론자‘가 되겠어요. 그 기준에서 저는 철저한 유물론자+친북이 될 것 같네요.ㅋ

AgalmA 2017-09-18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의 문제뿐 아니라 ‘빠‘니 ‘까‘니 편가르지 않으면서 귀기울이는 지성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 얘길까요ㅎ; 자기 의견을 낼 때도 안하무인적인 모습을 너무 자주 봅니다. 자기 소신을 따르라는 거 밖에 더 되나요. 그런 식의 민중이면 유익한 중론이 모이기 어렵죠.
정치적인 문제에서 사람은 프레임 짜고 소속되길 어찌나 좋아하는지ㅎ;

겨울호랑이 2017-09-18 20:05   좋아요 1 | URL
^^: 단일한 ‘민중‘은 따로 있지 않는 것 같아요. 극우와 극좌 사이에 정규분포(?)처럼 뿌려져있는 서로 다른 의견들의 대립과 수렴 속에서 역사적으로 민중(책에서는 씨알의 소리)를 사후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2017-09-18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9-19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범자들...이거 보니 부아가 제대로 치밀더군요~ 이번에 공중파 방송들 지난 이명박근혜 때 앉은 사장들 모조리 쳐내지 않으면 안 될 듯합니다. 대한축구협회도 그렇고...위안부 합의 문제도 그렇고...걍 열받는 상황만 주구장창 쏟아지는 듯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9-19 21:25   좋아요 0 | URL
「공점자들」보셨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산수의 기초 대우고전총서 8
고트롭 프레게 지음, 최원배 외 옮김 / 아카넷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산수의 기초 Grundlagen der Arithmekik>는 고트롭 프레게(Gottlob Frege, 1848 ~ 1925)가 저술한 수학철학서다. 책 내용은 책 제목처럼 기초적인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만, 수리철학의 기본내용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과 프레게 이전의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수리철학에 대해 사전이해가 없다면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프레게가 결론 부분에서 정리한 요약 내용을 중심으로 <산수의 기초>의 전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1. [1~ 64]의 내용 요약 : 재인식 대상으로서의 수

 

  프레게에 따르면 수()는 독립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파악되는 개념이다. ‘1+2=3’ 이라는 수식(數式)‘I am a boy’와 마찬가지로 언어적인 관계성을 가지며,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수를 재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수()가 사물들의 무더기도 아니며, 무더기의 성질도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수가 심리 과정의 주관적 결과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수 진술은 개념들에 관해 객관적인 것을 서술한다는 것을 확립한 다음, 먼저 개별 수 0,1 등과 수 계열에서 앞에 나옴을 정리하려고 하였다... 산수에서 다루어지는 수는 비자립적인 수식어가 아니라 명사적인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수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고, 단지 공간적인 것도 아니며, 우리가 상상력을 통해 어떤 영상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수는 재인식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인다.(p231)

 

  수에 있어서 재인식(再認識)의 문제는 등식을 통해 제기된다. ‘1+2=3’이라는 수식에서 등식 왼편과 등식 오른편을 대응시키는 것이 수식에 대한 재인식 판단 내용이 된다.

 

대상마다 뜻을 지녀야 할 한 가지 종류의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재인식 문장이며, 수의 경우에는 등식이라 불린다... 수 낱말이나 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않고, 수에 관한 등식의 뜻을 고정하는 것, 그 뜻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개념 F 아래 속하는 대상들과 개념 G 아래 속하는 대상들을 양쪽으로 일의적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는 것이 수에 관한 재인식 판단의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p232)

 

2. [65 ~ 69]의 내용 요약 : 수식에서의 개념의 외연


  수식의 왼편과 오른편을 대응시키는 과정을 재인식이라고 할 때, 왼편과 오른편은 약속된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정한 형식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우리는 수식의 참(True)과 거짓(False)을 판별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재인식 판단의 내용을 파악했다고 할 자격이 있는가? 그런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판단에서 그 판단의 진리를 손상하지 않고 탐구 중에 가정된 등식의 왼편의 것을 오른편 것으로 바꾸어 넣을 수 있어야만 한다... 재인식 문장은 언제나 뜻을 지녀야 한다. 등식의 한쪽만이 형식을 가질 경우, 우리는 정의에 따라서 그 등식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

 

개념 F에 귀속되는 기수는 개념 F와 동수인 개념이라는 개념의 외연이다. 여기서 우리는 개념 F와 개념 G를 양쪽으로 일의적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면, 그 두 개념을 동수(同數)라고 한다.(p233)

 

3. [70 ~ 86]의 요약 : 논의의 확장

 

  수식의 대응 관계를 논리적 관계로 바꾸면서 우리는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임의의 수 n 다음에 n+1이 나온다는 사실을 통해서 수학이 논리학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수학적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

 

양쪽의 일의적 대응을 순수 논리적 관계로 환원하였다. 그러고 나서 다음 문장의 증명을 암시하였다. : 개념 F가 개념 G와 동수일 경우, 개념 F에 귀속되는 기수는 개념 G에 귀속되는 기수와 같다. 그 다음 우리는 0, “n은 자연적 수 계열에서 m 바로 다음에 나온다.” 는 표현, 그리고 수 1을 정의하고서, 1이 자연적 수 계열에서 0 바로 다음에 나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자연적 수 계열에서 모든 수 다음에는 어떤 수가 나온다.

 

이를 위해 우리는 “n으로 끝나는 자연적 수 계열에 속하는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서, 그 개념에 귀속되는 기수가 자연적 수 계열에서 n 바로 다음에 나온다는 것을 보이려 했다... 이를 통해 보통 수학의 고유한 추리 방법으로 간주되는 n으로부터 (n+1)로의 추리 방법이 논리학의 보편적인 추리 방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p234)

 

이제 수 계열의 무한성 증명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은 어느 유한한 수도 자연적 수 계열에서 자기 자신 다음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유한 수 및 무한 수 개념에 도달하였다.(p235)

 

4. [87 ~ 105]의 내용 요약 형식주의 비판

 

  이상의 논의(수학의 구조는 언어적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과 재인식을 통한 참, 거짓의 인식, 그리고 수의 개념 확대 등)로부터 우리는 인식론(認識論)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안셀무스(Anselmus Cantuariensis, Anselm of Canterbury, 1033 ~ 1109)의 신 존재 증명의 기본 가정(그것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어떤 것)과 같이 임의의 가정으로부터 도출된 증명은 논리적인 증명이 아님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켄터베리의 안셀무스(출처 : 위키백과)

 

이제 앞의 논의로부터, 산수의 진리들이 분석적이고 선천적인 본성을 지녔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칸트의 견해에 대한 개선을 이루었다.(p235)

 

끝으로 우리는 우리의 결과를 형식주의자들의 음수, 분수, 무리수, 그리고 복소수 이론을 비판하는데 사용하였고, 이런 비판을 통해 그들의 이론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되었다... 형식주의 이론이 상상하는 바에 의하면, 우리는 가정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가정이 충족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들은 마치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말만으로도 창조될 수 있는 신()처럼 행세한다.(p236)

 

<산수의 기초>를 읽고난 후 수학(數學)과 언어학(言語學)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I am a boy’라는 언어적 구조와 ‘1+1=2’라는 수리적 구조가 같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서양 문명에서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조금 더 나가서 여기서 Iboy의 관계(충분조건, 필요조건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생각하게된다. 또한, 내가 여자일 경우에 거짓이 되는 이 문장의 참, 거짓 문제 역시 보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수식과는 차이가 있기에 추가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한편 위의 문장(I am a boy)에서 boyI의 여러 속성을 설명하는 술어 개념이라면 추가적으로 I am rich, I am wise 등과 같이 I를 설명하는 수많은 추가 서술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추가적인 서술이 가능한 문장과 ‘I am Who I am’(이 문장은 자체로 추가적인 서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과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처럼 <산수의 기초>에서 논의된 내용을 통해서 여러 생각들이 들지만, 이들에 대한 고민해결은 다음 과제로 넘겨야할 것 같다.

 

<산수의 기초>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처럼 이미 우리가 약속하고 사용하고 있는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다. 때문에, 독자는 ‘왜 이러한 사항을 다루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원론>에서 저자가 5가지의 정의와 공리를 통해 거대한 기하학의 이론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은 정의가 거대한 논리철학의 구조를 이루는 뼈대가 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논리철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끝까지 정독(精)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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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17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 논고>에서 왜 프레게와 러셀 이론을 공격했는지 이 글을 보니 더 감이 잘 오네요.
‘관계‘와 ‘재인식‘ 체계를 개념으로 도입해 놓고는 ˝산수의 진리들이 분석적이고 선천적인 본성을 지녔을 확률이 높다˝라는 말을 하다니... 비트겐슈타인은 관계 자체를 부정하죠. 그림이론과 게임이론은 바로 허점 공략~
겨울호랑이님이 잠깐 지적하셨듯이 언어로 들어가면 복합문장일 때도 프레게 이론은 유격이 발생합니다.
<논리-철학 논고> 다시 제대로 읽으려고 소쉬르 <일반 언어학 강의> 준비해놨는데 프레게, 러셀까지 섭렵한 겨울호랑이님은 훨씬 수월할 거 같아 부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17 20:55   좋아요 2 | URL
^^: 프레게, 러셀 형님 철학의 윤곽을 어설프게 파악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제 수준이고, 결정적으로 아직 비트겐슈타인까지 이르러면 칸트, 헤겔, 니체등 어마어마한 산들이 남아 있네요.그 사이에 있는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를 타다보면 그전에 낙오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ㅋ 제가 오히려 AgalmA님 덕분에 비트겐슈타인 전에 소쉬르를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을 배웠네요. (항상 많이 배우지만요^^:) 덕분에 다음 읽어야할 책 대기표가 발행되네요.ㅋㅋ

AgalmA 2017-09-17 19:00   좋아요 2 | URL
어설픈 건 제가 더 하죠; 제가 이게 늘 문제지만 진득하니 차근차근 공부하지 않고 서로 연결이 된다 싶으면 갑자기 두더지 땅굴 파듯이 한단 말이죠ㅜㅜ; 겨울호랑이님의 꼼꼼하고 체계적인 공부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_;) 내 멱살을 아무리 흔들어도 잘 안 돼요;
우리 서로 참 달라서 재밌어하며 이웃친구인가봐요. 허허허허))))

겨울호랑이 2017-09-17 18:59   좋아요 2 | URL
^^: 네. AglamA님 덕분에 더 넓게 세상을 보게 되고,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되네요. 그래서 사는게 재밌습니다.^^:ㅋ

오거서 2017-09-20 08:10   좋아요 2 | URL
두 분께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22 16:20   좋아요 1 | URL
^^: 제 경우에는 아직 계획일 뿐이라 갈 길이 아직 머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7-09-22 07:11   좋아요 2 | URL
五車書님~ 저야 겨울호랑이님 학당에 얹혀 더부살이 시늉 정도죠ㅎ;

2017-09-17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7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의 한글 공부 교재로 구입한 책이지만, 교재보다 부록인 한글보드북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한글 교재는 이미 여러 권 있어 내용을 비교해보지만, 내용은 제 눈에는 비슷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내용 평가는 연의 본인에게 맡기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보드북으로 연의와 즐겁게 한글공부를 한 이야기를 몇 자 적어봅니다.

부록으로 제공된 보드북은 수성펜을 이용해서 썼다지웠다를 반복할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연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상 앞에만 앉으면 ‘온몸비틀기‘를 하는 것을 보면 꼭 공부를 싫어하는 녀석의 아빠를 보는 것 같습니다. 책상 앞 연의를 보며 유전자의 힘이 참 무섭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연의와 쓰기 수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연의가 ‘다 져도 아빠한테만 이기면 괜찮아‘하는 아빠경쟁심리가 있어서요. 아빠와 레이스는 무조건 하려하는 녀석의 심리를 거꾸로 이용했지요. ㅋㅋ 아빠와 같이 글을 쓰고 엄마를 심판으로해서 이긴 사람에게 상품 ‘킨더조이‘를 주는 레이스를 3일째 했습니다. 덕분에 3일 연속으로 연의는 킨더조이를 포식했네요. 글쓰기를 즐거워하니 좋긴한데, 초콜렛을 많이 먹게 되어 걱정이 됩니다. 상품은 바꿔야겠습니다.

저도 3일 동안 한글쓰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흰 A4지에 쓴 글씨가 제 글씨입니다. 글씨가 엉망이지요?^^: 왼손으로 썼습니다. 어려서부터 왼손으로도 글씨를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연습하게 되네요. 연의글씨가 느는만큼 제 글씨도 예뻐져야할텐데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ㅋㅋ

보드북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른 하나의 기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한다면 공부도 놀이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수준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 나중에 연의따라 피아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않을까. 은근 기대도 해봅니다^^:

푸른 가을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ps. 공부를 싫어하는 유전자는 ‘우성유전자‘입니다. 이는 저의 집안 임상실험으로 입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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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6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7-09-16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싫어하는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는 킨더조이가 한글을 깨치는 데 특효약인 셈이네요. 상품을 바꾸면 효과가 사라질까 괜히 걱정되네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7-09-16 09:14   좋아요 2 | URL
^^ 네 연의 입장에서는 ‘킨더조이‘가 정답이겠지요. 오거서님 말씀처럼 상품을 바꾸면 부작용도 우려되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른 초콜렛으로 갈아타는 ‘이초제초‘(초콜렛으로 초콜렛을 제압하는)플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카카오 100%로 가면 좀 낫지 않을까요 ? ㅋㅋ

sslmo 2017-09-16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 어린이가 저보다 글씨를 잘 쓴다고 하려고 보니,
겨울호랑이 님 글씨네요~^^
왼손 글씨가 저 정도면 완전 훌륭하신걸요~^^

‘이초제초‘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카카오 100% 진짜 맛없거든요.
근데 맛은 둘째 치고 그만큼 카페인 함량이 높은걸텐데, 괜찮을까요?^^

겨울호랑이 2017-09-16 09:42   좋아요 0 | URL
^^: 앗 그렇군요.. 카페인은 생각 못했군요..ㅜㅜ 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군요. 장난감으로 바꿔야하나요? ‘이초제장‘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ㅋ 글씨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짝퉁 좌수체‘의 길을 용기있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7-09-1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6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6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4학년이었을 때까지 연필을 한 시간 이상 잡고 글을 썼습니다. 그 이후 연필로 글을 써본 적이 없군요. 지금 연필을 글을 쓰면 종이를 지렁이 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16 18:58   좋아요 0 | URL
^^: 막상 왼손으로 쓰려니 그렇지않아도 개발새발이 되네요. 그래도 모처럼 필사(?)의 맛이 있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6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을 연의와 함께 한 선그라스로 읽고는 연의의 멋진 선그라스 착용 샷을 기대했습니다만.. -_-

겨울호랑이 2017-09-16 18:59   좋아요 0 | URL
^^: 본의아니게 제가 낚시를 했군요. 다음에 나들이를 했을 때 선글라스샷을 올리겠습니다 ㅋ

서니데이 2017-09-18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왼손으로도 조금만 연습하시면 글씨 잘 쓰실 것 같아요.
글씨를 처음 배울 때 꿀처럼 달콤한 것으로 시작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연의의 한글공부가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9-18 20:06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연의는 저와 시간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킨더조이가 달콤한 듯합니다. 이대로가면 우량아가 될 것 같아 어제 상품을 변경하는 것으로 ‘연의- 호랑이‘합의를 극적으로 타결했습니다.ㅋㅋ 서니데이님 여유있는 가을 오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