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치과에서 스켈링을 받았습니다. 2015년부터인가요. 건강보험 가입자는 1년에 1회 스켈링을 받을 수 있게 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스켈링과 치아검진을 받는 것 같습니다. 가입자는 서비스가 늘어서, 치과에서는 건강검진을 통해 치과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치과로 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착색치료 2 곳, 충치치료 2곳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히, 충치 치료선고를 받은 2곳은 이미 치료를 받고 2013년에 금니를 한 곳이라 의외라 생각했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높은 비용에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치료 여부를 선택해야겠지요. 그래서, 다음과 같이 의사 결정 모형을 세웠습니다. 이름하여 '겨울호랑이 2017년도 치아 건강 검진에 따른 진료 프로젝트의 가치 평가 모형' 이며, 모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혹시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권위있는 글을 옮겨 봅니다. 여기에는 시장효율성(market efficiency)과 위험 중립적(risk neutral)가격 결정 이론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은 주로 시장 효율성(market efficiency)과 무차익 거래(no arbitrage)라는 경제학의 두 가지 원칙의 응용을 통해 금융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시장 효율성은 금융 시장이 모든 자산에 정확한 가격을 매긴다는 아이디어다. 두 자산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들의 위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p398)... 블랙-숄즈(BS모형) 결과의 신기한 측면은 앞서 언급했듯이, 파생상품의 가격이 주식 가격의 표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위험 중립적 가격 결정이라 불리는 파생상품 가격 결정 이론에 관한 또 다른 방법을 이끌어낸다.(p402)'


'위험중립측도(risk-neutral measure)는 금융공학에서 폭넓게 쓰이는 마팅게일 측도의 하나로, 파생상품의 가격결정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자산가격결정의 기본원리에 따르면 완전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의 가격은 위험중립측도 하에서 계산한 기대가치의 현재가치이며, 따라서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험중립측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성적인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므로 자산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해당 자산이 가지는 위험의 크기를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에 큰 가치를 지닐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이라도 위험, 즉 가격변동성이 크거나 투자자들이 위험에 민감하다면 현재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특정 자산의 적정가격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이 가진 위험의 크기와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를 파악하여 이에 맞는 할인율을 적용하여야 한다.'[출처 : 위키백과]


 이 모형은 기본적으로 옵션(option) 가격 결정 모형에 기본한 모델입니다. 

 치료 받을 때 소요 비용을 산출하고 이와 현재 지출 예정비용을 비교해서 어느쪽이 더 적은 비용이 소모되는가를 판단하게 되며, 위험의 크기는 확률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치통(齒痛)은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이가 더 썩어서 통증이 생기면 치과를 가겠지요. 그 경우에는 치과를 가서 치료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 치과 치료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봅니다. 

 치료를 받을 확률을 0.6으로 가정했을 때 2017년 지출 예상 비용은 (180*0.6)+(0*0.4)=108로 나타나게 됩니다. 2017년 108(만원)이 다음 검진 예정일인 2018년에 지출된다면 이를 현재의 가치로 재평가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현재 금리를 통해(대출금리 수준인 2.5%) 105.4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치료 받을 때 지출되는 금액인 180만원보다는 현저하게 적습니다. 위의 모형에서 매년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서 '충치가 옆으로 번지는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제가 설정한 모델이 맞는다고 한다면, 적절한 치료 시기는 2020년과 2021년 어느 시점으로 생각되네요. (이 기간에 180보다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치료를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행동은 '투자론'과 연관해서 생각해 봅니다.

'특전부여 주식들의 선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기본원리를 명시한 이상 우리는 다음으로 이 주식들의 계속적인 보유나 매도와 관련하여 과연 어떤 규칙들을 수립할 수 있겠는지를 묻고자 한다... 채권 소유자는 오히려 보통주가 자신이 취하는 이익을 정당화시킬 만큼 충분히 올랐는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의지하여 보유나 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p744)... 아무리 좋은 전환사채나 우선주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경각심을 갖지 못한 자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p745)'

<증권분석>에서는 채권보유와 주식 보유의 경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치과 치료를 받았느냐 아니면 버티느냐의 경우를 대입해서 해석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와 같은 평가 결과에 의해 저는 지금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다만, 잠시라도 통증이 생길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면서 치과 치료를 다음에 하겠다는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했습니다만, 아내의 반응은...

[사진출처] 영화 실미도 中


 위와 같은 눈빛('사실은 겁나서 치과 안가려는 거지?'라는 의미의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서둘러 자리를 연의 옆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연의에게 치과와 관련된 책을 읽어주었네요. 연의는 이를 안 닦으면 '아빠랑 손잡고 치과가야 한다'는 말에 참 열심히 이를 닦더군요. 마치 '난 커서 아빠처럼 안 될거야!'라는 것처럼요... 책이 좋아서인지 아빠말이 무서워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아빠의 실패비용으로 딸아이가 건강한 치아를 갖게 된다면 가족 전체로는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청명한 가을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가을 오후 되세요.


PS. 위 모형은 단순한 가정 모형입니다. 

충치 발생확률, 추가비용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위의 모형이 일반화되기 어려운 것은 '치료비용'과 '이의 가치'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겠지요. 특히, 앞으로 이를 사용할 기간이 긴 아이의 경우에 '이'의 내용연수 외에도 미(美)적인 부분도 고려해야겠지요. 그래서, 제가 붙인 모형의 이름과는 달리 사실 객관적인 모형이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그럼에도, 위의 모형은 자산가치 평가 모형의 틀을 갖췄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자뻑'같은 자평을 해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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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2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9-22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내의 눈빛들은 어느 가정이나
비슷하군요 흐흐~
치과치료와 모형, 그리고 동화를
버무려 어떻게 글을 쓰셨는지
늘 부러울 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2 13:15   좋아요 2 | URL
^^: 북프리쿠키님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계획하고 글을 썼다면 좋겠지만, 하다보니 이렇게 되네요.ㅋ 좋은 글이었다면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거서 2017-09-24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의 부인도 현실주의자이면서 가족 박애주의자인 것 같아요. 아무리 그럴 듯한 모형과 논리로 설명해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제 아내도 그러한데 돈이 들더라도 당장 가족이 아프지 않도록 결정을 내리더군요. 겨울호랑이 님, 하루 빨리 치과 치료를 받으시는 편이 맘 편할 겁니다. 모형 같은 것으로 골머리를 썩힐 일도 없어지고요.
그나저나 치과 치료 비용을 논리로 접근한 방법은 참신하여 또 감탄하였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4 15:29   좋아요 1 | URL
^^: 주위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견적을 여러군데서 받아 검진받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아직 살 날도 많은데 말이지요.ㅋ

북다이제스터 2017-10-05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o arbitrage 이론이 맞다면 우린 주식투자, 복권 구입을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10-05 19:28   좋아요 1 | URL
^^: 무수히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차익거래이익을 실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의 단타거래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저는 복권과는 연이 닿질 않네요. 주식은 좋아합니다만 ㅋ

북다이제스터 2017-10-05 19:33   좋아요 1 | URL
무수히 많은 거래에 가능성을 열어 두셨네요. 어려운 문제 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복권과 주식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면 저도 횟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데, 그 둘다 멱함수인 거 같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10-05 19:40   좋아요 1 | URL
^^: 주식투자자, 특히 복권구매자들은 자신이 6시그마의 범위에 드는 거래를 하나만 터트려도 인생 역전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은행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이면 만족합니다만.ㅋ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복권과 주식은 멱함수를 따르고, 주식투자자들의 함수는 롱테일법칙을 따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05 19:57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arbirage 가 절대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주식과 복권 등으로 그걸 조장하는 사회와 국가가 왠지 못 미덥습니다. ㅠㅠ
더구나 arbitrage가 복권과 주식 이외도 만연한데 뻔뻔하게 no arbitrage 를 내세우는 경제학 이론의 눈감고아웅 식의 이론들이 한심합니다. 눈꼴 사납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7-10-05 19:53   좋아요 1 | URL
^^: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사전가정이 너무 많은 것이 사회과학 이론의 한계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을 통해서 ‘모형‘을 만들고, 이 모형에 맞춰 현실을 재단하는 것이 정치, 학계의 권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