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를 열고 포스팅을 하면서 처음에 설정했던 프로필 사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엘르 페닝 어릴 적 사진. 난 엘르 페닝 어린 시절 팬이었기에 그걸로 프로필 사진을 정했다. 


근데 아무래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인물이고 이제 성인이 된 엘르 패닝은 전혀 내 관심사가 아니기에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귀찮고 자꾸 까먹었다. 아니, 방치했다는 게 더 적절하다싶다.


최근에 내 작업의 근간이 되는 아주 중요한 주제를 확정했고 스타일도 정했기에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내가 작업했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캔버스에 아크릴과 파스텔로 그린 6호 짜리 그림이다. 제목은 '상상계적 환원으로서의 풍경'이다. 그림을 완성하고 지금까지도 만족하는 구상 계열 3작품 중 하나. 작년에 그린 30 작품 중 하나인데, 일부는 여기 올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요즘 내 작업은 콜라주인데, 이 그림을 축소 내지 확대 복사해서 열심히 사용 중이다. 갑자기 엘르 페닝이 없어지고 이상한(?) 그림이 보이면 그것이 yamoo라고 생각하면 되시겠다.^^



[덧]

1. 아마도 올 하반기 즈음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단체전은 6-7월로 잡혔다. 내 돈 내고 개인전 하기 싫어서(대관하면 최소 500이상 든다) 갤러리들이 신진작가에게 지원하는 공모에 지원해서 선정됐다. 돈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아트페어나 개인전을 할 수 있게 됐다.

2. 개인전 열기 위해서는 20호 이상 그림이 최소 10점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계속 그려야 한다.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도 한 달에 책 2-3권은 꼭 읽으려고 하고 있다. 쉴 때는 주로 드라마를 봐서 책 볼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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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12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프로필 사진을 바꾸셨군요.전 컴치라 프로필 사진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계속 그냥 나두고 있습니다.그나저나 직접 그리신 그림이라니 참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것이 부럽습니다^^

yamoo 2025-04-14 10:37   좋아요 0 | URL
서재관리로 들어가셔서 내 정보에서 바꾸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ㅎㅎ
네, 직접 창작을 하고 보니, 창작물 들이 하나씩 쌓이는 기쁨이 크긴 한데, 너무 많아지니 보관의 문제가 대두되네요..ㅎㅎ
더 많아지면 큰 문제가 될 듯합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5-04-12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그림, 멋진 프로필입니다. 제목은 있어 보입니다.

yamoo 2025-04-14 10: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
저두 저 그림에 만족하여 여러 가지로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ㅎㅎ

니르바나 2025-04-12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 작가님,
그림이 참 인상적입니다. 한번 보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책이야 그 동안 많이 읽었으니까 전시회 작업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취해도 될 것 같습니다.^^

yamoo 2025-04-14 10: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반추상 작품이라, 상상적인 걸 그려서 현실에 저런 곳은 없지요..ㅎㅎ
고맙습니다! 전시회 준비하면 자연스럽게 책읽기는 휴식기로 돌입하는 듯합니다..^^
 
타임 셸터 -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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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를 읽었다. 처음 읽는 불가리아 소설. 불가리아 국민작가라는데, 이런 작가가 있었는지 나는 알 턱이 없었다. 번역되어 나오는 세계문학 전집에 불가리아 작가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으니까. 다소 의외인 건 문학동네에서 자기네 세계문학 시리즈로 펴낸 게 아니라는 거. 왜 그런지 좀처럼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이름도 모르는 작가의 신간을 사서 읽는 건 모험에 가까운데, 일단 알라딘 문학 리뷰의 대가이신 뽈 님이 본 소설에 무려 별을 5개 줬기에 어느 정도 믿음은 있었다. 근데 사실 처음 신선함은 좋았지만, 20여 페이지를 지나 70쪽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 작품을 계속 읽어야할지 아니면 던질지 기로에 섰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치매 치료로 이어지기에, 언젠가 읽었던 메디컬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신선했는데, 갑자기 알츠하미머 치료에 대한 이야기라니,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진 게 사실. 그래서 70쪽에서 고민에 빠졌던 거. 가독성은 좋아서 속는 셈 치고 계속 읽기로 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의 분신과 같은 가우스틴은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알츠하이며 환자들을 위해 옛 시대를 완벽히 재현한 클리닉을 고안한다. 영원한 과거의 노스텔지어의 공간인 타임 셸터를 구축하려는 그의 욕망은 점차 세계로 확대되고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

 

70쪽을 넘자마자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면서 탄력이 붙었다. 그러다가 3본보기로 선택된 나라에 이르러서 약간 루즈해 졌다. 3장을 읽어내는 데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가 4장을 빠르게 지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작가의 필력에 경탄해 마지않았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타고도 남을 만했다. 플롯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대가의 아우라가 느껴졌다랄까.

 

기억 재현 클리닉을 국가로 확대하고 각 국가가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의 시대를 택한다는 방식은 기상천외했다. 유럽의 역사와 국제정세를 알지 못하면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 구조다. 책 후반부에 작가의 유럽 지도 삽화가 있는데, 각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회귀 연도를 국민투표로 채택해 나타낸 지도. 매우 신선했다. 각 나라가 지향하는 과거의 향수가 있었고, 이는 각 나라의 국제정세와 역사에 해박하지 않으면 설정할 수 없는 내러티브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회귀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언제가 될까 생각해 보았다. 1988? 1994? 2002?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기억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분명히 베르그손의 저작을 읽었던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기억은 수직의 원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


                   [베르그송 <물질과 기억>에 수록된 기억의 원뿔 모형]


베르그손의 주저 <물질과 기억>에 보면, 어떤 특정한 기억은 수직의 원뿔 구조 속에서 아래 위를 오르내리며 현재에 개입한다고 한다. 원뿔의 밑층에 잠재해 있는 기억은 현재에 촉발된 상황으로 인해 현재로 즉시 소환되어 현재의 이미지를 구축한다고. 게오르기는 이 기억의 층을 건물 구조로 구체화시켜 보여준다. 클리닉에서 60년대는 2층이고 40년대는 지하다. 각 층은 닫혀진 게 아니라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이고, 장치들(잡지나 음반)은 과거가 현재에 개입할 수 있도록 중요한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영원한 과거의 노스텔지어 공간인 타임 셸터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늙어감이 아닐까. 아무리 과거를 재현하여 없어지는 기억을 붙잡는다고 해도 인생은 결국 고립되어 죽어간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끔찍한 고립이 찾아오고 있어, 분명해.”(p307) 그래서 이 한 문장의 울림은 컸다.


 “나는 결말을 좋아한 적이 없다. 결말이 기억나는 책이나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 (중략) 나는 오로지 시작만을 기억한다. (중략) 내가 지금 얼굴을 바짝 갖다댄 채 바라보고 있는 장미를 기억한다. 나는 장미 덤불과 키가 똑같다. 어느 전쟁에서 접은 외투를 입고 참호 속에 앉아 짧고 매운 담배를 피우는 나를 기억한다. 나는 52번가의 허름한 술집에서 불확실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앉아 있다.”(p448)

 

그렇다. “나는 이 기억 말고 다른 인생이 없다.” 각자의 고립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만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를 살지만 저 먼 과거의 존재는 현재의 사람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두려움.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이를 담담하게 전한다. 그렇기에 더욱 비애감이 크다.

 

인생(과 시간)이란 얼마나 도둑 같은가, ? 얼마나 강도 같은가.. 평화로운 카라반을 매복 공격하는 악랄한 노상강도보다 더 악랄하다. 그런 노상강도들은 돈 가방과 숨겨둔 황금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은 당신이 유순하여 실랑이 없이 재물을 내놓으면 다른 것-목숨, 기억, 심장, 생기-은 빼앗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이나 시간이라는 이 강도는 어느덧 다가와 모든 것-기억, 심장, 청력, 생기-을 앗아간다. 심지어 고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손에 넣는다. 그걸로도 모자라는지 그 와중에 당신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가슴을 축 늘어지게 하고, 엉덩이엔 뼈만 남게 하고, 허리를 굽게 하고, 머리칼을 성긴 백발로 변하게 하고, 귀에서 털이 자라게 하고, 온몸에 점을 뿌려놓고, 손과 얼굴에 검버섯을 돋게 하고, 앞뒤 안 맞는 말을 지껄이지 않으면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게 하고, 모든 말을 빼앗아 아둔하고 망령 든 사람이 되게 한다. 그 개자식은-인생, 시간, 노년 다 똑같다, 똑 같은 쓰레기, 똑 같은 깡패다. 그 개자식은 처음에는 적어도 공손해지려는 노력이라도 한다. 솜씨 좋은 소매치기처럼 일정한 한계 안에서만 도둑질하는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작은 것들을 훔쳐간다-단추 한 개, 양말 한 짝, 가슴 왼쪽 윗부분의 미세하게 찌릿한 통증, 몇 밀리미터쯤 두꺼워진 안경, 앨범 속 사진 세 장, 얼굴들, 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pp169-170)



이 소설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의 불가리아 버전처럼 생각된다. 사람의 나이듦을 막을 수 없고, 시간이라는 존재에 인간은 무력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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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최규석, 연상호 <계시록>

장르: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

러닝타임: 122분

감독: 연상호

주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연상호 감독의 최신 영화 <계시록>을 봤다. 류준열(성민찬)과 신현빈(이연희) 주연의 영화라서 기대가 되었고, 광고도 매우 기대감 있게 떡밥을 던져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계시록, 개봉 3일만에 세계 1위". 그래서 기대감을 갖고 봤는지도 모르겠다. 보고 나서는 괜히 봤다는 생각. 연상호는 더 이상 영화를 연출하지 말자. 어떻게 <부산행>을 넘어서는 작품을 단 하나도 만들지 못할까?


플롯도 그렇고 개연성과 핍진성이 한참 떨어졌다. '계시록' 특유의 상징성도 없었다. 도대체 감독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류준열의 개신교 목사역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뭐랄까, 무대 연극을 보는 느낌이랄까. 배우 이미지 자체가 목사와는 거리가 있는데, 영화 내내 적응할 수 없었던 캐릭터다. 신현빈 역시 마찬가지.


제작이 무려 알폰소 쿠아론이다. 들어간 자본을 생각하면 대망작이지 않을까. 그 어떤 광기도, 호러적 요소도 없는 '계시록'. 타이틀을 '계시록'으로 붙였다면 최소한 두 가지는 보여줘야 했다. '계시'와 '시간의 종말'. 영화는 두 가지 모두를 보여주지 못했다. 신파적 구원은 계시록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걸까. 지난 4.3.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4월 1주차 OTT 신청자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55점을 기록했단다. 이 영화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보긴 했는데, 영화 보고 난 후 호불호가 갈릴 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냥 망작이다. 돈을 때려 부어도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그건 순전히 연출가의 몫이 아닐까.


이 작품을 보는 건 시간 낭비다. 캐릭터, 플롯, 음악, 영상, 주제의 구현 등 그 무엇하나 건질 게 없는 영화. 연상호 감독은 더 이상 영화 찍지 말자. 제발 부탁이다~



영화 한 줄 요약 :  내 122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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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4-05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 없었고, 별로 내용도 없었고,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았고, 녹아들지 못했지요. 이 글 마치 제가 쓴 글이라고 착각할 정도네요. ㅎㅎㅎㅎ 저는 시즌 2까지 나온 지옥도 별로였는데, 지옥은 괜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연상호 감독은 영화나 드라마 감독을 맡지 말았으면 하는 의견에 완전 동의합니다. 초기 컨셉만 잡아주고, 각본과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맡아주면 좋겠어요.

yamoo 2025-04-07 09:29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저하고 똑같이 느끼셨네요..ㅎㅎ 영화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 영화 좋다는 평 못들어 봤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딱 기생수까지에요. 기생수는 재밌게 봤습니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연출이 좋기는 합니다. 헌데, 영화만 찍으면 말아먹어요. 욕심이 항상 과해서 그런가 봅니다. 뭐, 컨셉 잡는 능력하나는 좋은 듯해요. 그래서 감은빛님 말씀마따나 컨셉만 잡아주고 연출은 다름 사람에게 일임하는게 좋을 듯한데...그놈의 시나리오를 연상호가 직접써서 그런 그림은 힘들듯합니다..ㅎㅎ

서곡 2025-04-05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볼까말까 하던 중인데 킬링타임으로 정 볼 거 없을 때 걍 비지엠처럼 틀어야겠습니다

yamoo 2025-04-07 09:30   좋아요 1 | URL
정 볼거 없을 때 지비엠처럼 듣는 것도 한 가지 시청 방법이겠네요..ㅎㅎ 근데 다른 좋은 작품 찾아서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요..^^

잉크냄새 2025-04-05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감독님...<부산행>이후 영 아니올시다~~
그나저나 요즘 이곳이 감독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네요.ㅎㅎ

yamoo 2025-04-07 09:31   좋아요 0 | URL
네...맞아요. 영화는 부산행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이 없어요.
그나마 드라마는 영화보단 낫습니다만...

음...뭘랄까, 요즘 넷플 영화들이 거의 폭망 수준이라 볼 게 별루 없어요. 보변 화나고 시간아깝고...하~ 그래서 여기 푸념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려요..ㅎㅎ
 



금새록 주연의 영화 카브리올레(2024)를 봤다물론 넷플을 통해서. 금새록 때문에 찾아보긴 했는데, 이건 영화도 아니다. 도대체 이따위 쓰레기 같은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누군가 찾아보니, <이태원 클라쓰>를 연출한 조광진이다! 조광진의 영화 연출 데뷔작.

 

자신이 쓴 웹툰(이태원 클라쓰)에 드라마 연출을 하고 나니(공동 연출이다) 연출이 쉽게 보였나 보다. 그래서 라이징 스타 금새록을 주연으로 하고 <이태원 클라쓰>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류경수를 서브 주연으로 하여 역시 웹툰 원작의 영화를 찍었다. 헌데 이건 학부 졸업 작품보다 못한 쓰레기다.

 

조광진은 영화 연출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겠지) 플롯은 산으로 가고 개연성과 핍진성은 개나 줘버리는 개작이 탄생한 것. 여기에 금새록은 무슨 죄로 필모에 흑역사를 새기는 건지. 감독이 확실한 캐릭터를 형상화하지 못하니 금새록은 어정쩡하다 못해 우스운 캐릭터가 됐다.

 

고된 직장 생활로 번아웃이 와(갑자기 암이 생겨) 일상을 탈출하는 로드 무비 형식을 택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감독의 변. 작품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더라. 근데 이 말은 변죽을 울리는 꼴이 되었다. 그럴싸한 판타스틱 로드 무비를 만들려다가 호러 개그 막장 장르를 개척하다니. 실소가 절로 난다.

 

이게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장편 부분 초청작이란다. 부천 복사골 가서 이 영화 봤었다면 영화제에 항의하면서 환불받을 뻔했다. 시나리오만 있으면 누가 와도 이 정도는 찍겠다. 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드라마 한 편 떴다고 영화를 연출하다니.

 

<피라냐> 라는 영화가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첫 감독 데뷔작이다. 이게 얼마나 망작이었냐면 카메론이 감독한다고 하면 ~, 그 피라냐 감독~~’이라는 조소가 뒤따랐단다. 이 꼬리표를 없애는 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조광진 역시 , 그 카브리올레 감독~~’라고 회자될 거다.

 

조광진에게 연출을 맡기는 투자자가 없기를 바란다. 나 역시 조광진이 뭘 연출했다고 하면 다시는 안 볼 거다. 영화는 아무나 찍는 게 아니다.



한줄평 : 이것도 영화라고 만드냐? 본 시간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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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4-02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그 정도인가요? ‘이태원 클라쓰‘ 나름 괜찮게 본 기억이 있는데...
끝이 약간 아쉬웠던가 했던 것 같기도한데 또 그쯤 마무리가 되서 별로 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ㅋ
감독이 뭐 늘 잘하기만 하겠습니까? 세상에 다시없을 유명 감독 흑영화는 있을 겁니다.
가능성 있는 감독이라면 다음엔 좀 잘해라하고 보기를 접는 것도...ㅋ
금새록 저도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yamoo 2025-04-03 09:20   좋아요 1 | URL
이태원 클라쓰.. 저도 무진장 재밌게 봤습니다. 본 영화는 드라마와는 별개입니다. 이클에서 조광진은 공동연출 이었구요. 웹툰의 원작자라 연출가로 참여한 케이스. 자신이 쓴 웹툰이니 캐릭터와 콘티 이런게 확실했기에 각색을 했더라도 자신의 색깔이 있었고 공동연출자와의 호흡으로 멋진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죠.

영화는 다릅니다. 감독이 1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만들어 냅니다. 그런 면에서 조광진은 감독 깜량이 안됩니다. 이 작품으로 가능성이 없다는 걸 증명했죠..ㅎㅎ
금새록이 아깝습니다. 배우 필모에 흑역사가 추가 됐으니..^^;;

카스피 2025-04-02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열혈사제의 열혈 여형사 금새록을 좋아했는데 망작이라고 하시는 영화에 출연했다나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yamoo 2025-04-03 09:21   좋아요 0 | URL
망작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니...당분간 영화 캐스팅에 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조광진 같은 감독을 만났으니...참으로 애석합니다. 다리미 패밀리 이후 디즈니 차기작도 드라마여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어요~ㅎㅎ
 
군주론 - 제4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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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2002, 까치글방)을 다시 완독했다. 2009년 처음 읽을 때 3회독 했으니 모두 4번 읽은 셈이 됐다. 20154판 개역판도 같이 읽었는데, 이것까지 치면 5회독이다. 15년판이 가장 가독성이 좋았다. 전에 읽었던 판본이라 익숙해서 다시 읽었는데 02년판은 확실히 15년판에 비해 가독성도 떨어지고 비문도 많다. 앞으로는 15년판만 읽으려고 한다. <군주론> 번역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한 번 다뤄볼까 한다.

 

37일부터 19일까지 <군주론>을 다시 꼼꼼히 읽었다. 09년에 읽을 때 페이지마다 짧게 필기해 놓은 메모 때문에 당시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 감회가 새로웠고, 책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막빠지에 접어들었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이제 거의 종결되는 분위기다. 우크리아나 대통령인 젤렌스키는 매우 억울하고 비통한 모양새다. 빼앗긴 영토는 둘째치고 미국은 무기 제공 댓가로 우크라이나의 막대한 희토류 개발권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장 무기 지원을 끊으면 아직 끝나지 않은 소규모 전투도 우크라이나는 모두 패전할 수밖에 없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가장 경계한 것은 한 국가의 안보를 용병 및 외국 군대에 맡기는 것이다. 특히 외국 군대의 원조로 전쟁을 수행할 경우, 그 폐악은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사안을 본 책 13장에 명백히 밝혀 놓았다.

 

원군이란 당신이 외부의 강력한 통치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당신을 돕고 방어하려고 파견된 군대인데, (중략) 원군에 의존하는 자에게 거의 항상 유해한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만약 그들이 패배하면 당신을 몰락할 것이고, 그들이 승리하면 당신은 그들의 처분에 맡겨지기 때문이다.”(p94)

 

그러하기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주론>을 읽지 않은 게 분명하다. 마키아벨리가 하지 말라는 걸 젤렌스키는 너무도 당연하게 실천했던 거다. 외국의 원조 무기만 받아서 전쟁을 했다는 자체가 군주 스스로 자신의 무력을 기르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

 

그가 마키아벨리의 지침을 염두에 두었다면, 자신이 처한 불리한 위치에서 전쟁을 감행하는 것보다는 차선책을 간구했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군주(대통령)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하는 결단이다. 순간의 비굴함이야 느끼겠지만 전쟁을 피하고 자신의 힘을 기르는 시간을 벌어야할 때 젤렌스키는 감정에 앞서 전쟁을 선택했고, 결과는 목도하는 대로 처참하게 종결되고 있다.

 

책을 읽고 다시금 반추해 보아도 <군주론>은 약 5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그만큼 강력하고도 간결한 지혜의 번뜩임이 도처에 있다. 지극히 간단하지만 역사에서 이미 증명이 되었던 인물들의 행적이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것을 보면 인간의 행태는 과거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듯 보인다. 역사의 교훈을 이 책만큼 실천적으로 담아낸 저작도 없을 듯싶다.

 

그런데 열렬한 공화주의자로 알려진 마키아벨리는 왜 <군주론>과 같은 책을 쓰고 강력한 군주를 염원했을까? 그가 역사를 고찰해 봤을 때, 신생 국가는 군주국이 이상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듯하다. 혼란하고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군주국만큼 빠르게 국가를 형성하는 형태는 없다고 본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국이 치세가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공화주의 국가로 이행하는 게 순리라고 보았다.

 

그래서 본 저작은 15세기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합시킬 군주를 염원하면서 쓴 책이다. 구한말 조선과 비슷한 세태를 겪은 당시의 이탈리아는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 나라가 분할되고 각종 이권을 빼앗기며, 나태와 타락 그리고 분쟁으로 나라가 와해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조국을 통일시켜 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할 군주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

 

마키아벨리는 불안정한 국가의 경우 이전의 정치적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이전의 정치사상가들인 플라톤, 세네카, 키케로 등과 같은 국가통치론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마키아벨리가 바라보는 군주의 덕(virtu)은 앞 세대 사상가들이 말하는 좋은 덕과는 사뭇 다른 지점을 갖는다. 그것은 바로 15세기 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당시 이탈리아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그래서 통일된 이탈리아를 건설하게 될 군주는 이전과는 다른 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것이 여우와 사자로 대변되는 군주의 행위 준칙이다. 군주의 관후하고 윤리적인 덕은 국가 전체로 해로울 수 있고, 군주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면은 오히려 국가 전체에 이로울 수 있다는 상황 논리를 주장한다는 점.

 

요즘 식으로 말하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마키아벨리즘, 즉 출세지향적이고 온갖 계략과 책동인 권모술수를 능란하게 사용하여 목적을 이루는 무뢰한적 태도 말이다. 이런 냉혹하고도 무자비한 술책을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는 군주가 자신의 나라를 가질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마키아벨리는 평가한 것이다.

 

관후함과 미덕, 선정을 베푸는 전통적인 군주상을 마키아벨리가 배격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 즉 혼란하고 불확실한 초반에 자신의 군대로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자비함이 필요하고, 자신의 나라가 안정되면 그때에 비로소 전통적인 덕을 베풀어 인민의 지지를 얻어야 함을 역설한 게 <군주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헌데 마키아벨리즘은 무자비하고 권모술수적인 면만을 부각한다. 상황은 도외시한 채)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책의 전반부(1~11)에서 군주론의 유형을 밝히며 자신의 무력과 능력에 의해서 획득한 새로운 군주국(신생 군주국)을 모범으로 삼았다. 이후 12~14장에서 군주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군대라 보고 군주와 군대와의 관계를 살핀 후 군주가 추구해야 할 행위의 준칙(15~25)을 설파한다. 이로부터 마키아벨리는 야만족으로부터 이탈리아의 해방을 권고(26)하며 마무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인 비르투(역량)’포르투나(행운)’는 항상 상황을 전제에 두고 살펴야 한다. 시라큐스의 왕이 되었던 시칠리아의 아가토클레스는 순전히 자신의 역량으로 일개 시민에서 군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군주가 되어 나라가 안정되었음에도 끔찍하고 잔인한 악행으로 진정한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체사레 보르자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역경을 딛고 발렌티노 공작이 되었고, 자신의 나라를 가지기 직전이었다. 그는 멋진 외모와 강인한 성품을 지녔지만 사자와 여우의 책략을 교묘히 사용할 줄 알았고, 자신의 군대를 통해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가 로마냐 지역을 평정하기까지 보여준 것은 비루트의 모범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병으로 그는 행운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보나롤라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신부는 덕이 있는 예언자였다. 무장하지 않은 그의 말이 비르투였다. 18년간 피렌체의 수장 역할을 했지만, 강직한 덕으로 교황청의 성직 매매와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여 교황 알렉산드르 6세에게 미움을 받아 파문되었고, 그 정치력을 잃고 말았다. 그는 순전히 말에 의한 비루트로 인해 흥했고 쇠락했다. 마키아벨리는 그를 보면서 무장의 필요성을 심대히 자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장 능력이 군주의 핵심 비르투 중 하나로 간주됨)

 

결국 군주의 비루트는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인 것은 아니다. 비루트가 충분하더라도 보르자처럼 운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아가토클레스처럼 자신의 비르투로 인해 결과적으로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 역량이 좀 부족해도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으면 그는 위대한 군주가 될 수 있는 것이고, 포르투나에 의해 비루트가 완성될 수도 있다. 스페인의 페르니난드처럼 말이다.

 

500년 전의 책이기에 구성이 체계적이지 않아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정치사상사에서 <군주론>은 종교와 윤리에서 정치를 분리해서 논한 최초의 책이자 현실 정치를 근본 테제로 논한(근대정치론의 태동을 알린) 최초의 책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이 500여 년을 검증받아 살아남고 여전히 21세기에 강력한 시사점을 주는 책은 드물지 않을까.

 

나라를 조직으로 축소해도 여전히 시사점이 많은 책이다. 신생 조직에서 리더가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 그 처세의 기본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 중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어(처세술로 편집된 <군주론>도 많음) 널리 읽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듭 생각을 해 봐도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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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주론은 1513년에 탈고하여 1532년에 세상에 나왔다. 탈고한 시점을 기준으로 500년이 넘었다고 판단했다.

2. 내가 주로 읽은 판본은 2002년 판. 김경희 님이 참여한 번역본이 훨씬 읽기 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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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25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5년도 판.
참고하겠습니다.

yamoo 2025-03-27 09:44   좋아요 1 | URL
넵~ 15년판이 가장 가독성이 좋습니다. 다른 판본보다 까치본 강정인 교수가 군주론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엔날 이책을 학부생들과 함께 읽고 어색한 부분들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마지막에는 이탈리어아 전공자인 김경희 교수까지 섭외해서 번역한 책이라 가장 완성도 높은 본이라 생각합니다!ㅎㅎ

transient-guest 2025-03-25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과 명분에 실리까지 하나도 살리지 못한 것이 젤렌스키가 되었네요. 결과론적이지만 일단 힘이 없으면 국제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로 마찬가지 같아요. 상대의 호의와 겸양에 기대는 건 손해로 돌아온다는 걸 이젠 압니다.

yamoo 2025-03-27 09:46   좋아요 1 | URL
힘이 없으면 힘을 기르는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 젤렌스키는 좀 무책임했던 듯합니다.
그리고 전쟁 전에 무수히 러샤가 경고를 거듭했어요. 나토 가입하지 말라고. 그런 위협에 처하면 겉으로는 러샤에 따르는 척이라도 하고 내부 전쟁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러샤와의 전쟁은 젤렌스키의 엄청난 실책이라 보입니다!

transient-guest 2025-03-27 10:17   좋아요 0 | URL
다른 나라의 지원을 믿고 전쟁을 했으니 망하는 각이죠 너무 무모했어요 아마 정치경험이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페크pek0501 2025-03-27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주론을 반쯤은 읽은 것 같아요. 종이책으로 보다가 오디오로 들었죠. 인간 심리를 꿰뚫고 있어 흥미로운 책이에요. 옛 책이지만 아직도 유효한 책이죠.^^

yamoo 2025-03-28 10:41   좋아요 1 | URL
군주론은 끝까지 읽으면...재독 삼독하면 개인적으로 얻는 것이 많이 있는 듯합니다. 저는 읽을수록 좋더라구요. 다시 읽으면서 사보나롤라와 아가토클라쓰에 대해서 좀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요즘 보니 군주론을 자기계발서로 재해석해서 나오는 책들도 꽤 있더라구요...처세술로도 볼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