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
수잔 우드포드 지음, 이상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시그마북스에서 미술 문고본 시리즈가 나왔다. 내게 시그마북스는 심리학 전문 출판사로 각인된 출판사였는데, 여기서 미술 단행본을 냈다니 좀 신기했다.  알고 보니 시그마프레스가 심리학 전문 출판사고 시그마북스는 종합 출판사인듯. 시그마북스, 시그마프레스 너무 헷갈린다. 글자체도 비슷하다.


어쨌거나 이 시리즈 첫 구매 책이 수잔 우드포드의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시그마북스, 2019)이다. 원제는 <ART ESSENTIALS>. 이후 <단숨에 읽는 현대미술><단숨에 읽는 미술사의 결정적 순간>을 차례로 구매했다. 책 자체가 매우 컴팩트하고 예쁘게 만들어져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다

 

그러고 보니 이 시리즈를 전부 컬렉션하고 싶어졌다. 분량은 200페이지 이내의 얇은 책인데, 도판과 편집이 끝내준다. 두 권 읽었는데, 입문자에게 더없이 좋은 내용이다. 특히 수잔 우드포드의 <그림 보는 법>은 그림 감상 초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부제가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이다.

 

주제별 작품 감상에 관한 서양 미술 안내서는 꽤 출간됐다.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이 가장 간결하고 강력한 책일 듯하다. 목차만 봐도 저자가 미술사를 어떻게 13개의 주제로 재구성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본 책의 최대 장점은 각 주제 끝에 수록되어 있는 핵심질문에 있다. 비슷한 주제별 작품 감상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

 

예컨대 5(‘5은 내가 임의로 붙였다) ‘역사와 신화를 보면, 작가가 선택하는 소재가 곧 그림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화가는 과거의 사건을 볼 수 없기에 텍스트로부터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조용한 용기를 묘사한 대화록을 남겼다. <파이돈>이다.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1787년 자크 루이드 다비드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린다. 130× 196cm 정도의 대작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파이돈>을 보면 플라톤이 얼마나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죽음의 장면을 묘사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애쓴 다비드의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여러분 각자가 판단해 보라.” (68)

 

그리고 핵심질문에 이른다

예술가는 역사적 사건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야 하는가?”

예술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다비드의 그림을 보고 우리는 나만의 감상 포인트로 답할 수 있다. 정답이 아닌 인식의 확장으로. (화가는 그림의 시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을 확장시킨다)

 

하나 더 보자. 7장의 주제는 평면에 무늬를 입히다이다. 다른 장과 다르게 7장은 분량이 8페이지로 적다. 많은 장은 16페이지 정도 된다. 적다고 해서 밀도가 낮은 건 아니다. 주제가 무늬이기에 8세기 영국의 채식사(종교적 무늬)14세기 이슬람 채식사뿐만 아니라 현대의 추상미술(알버스, 몬드리안, 데이언 허스트)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이 주제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질문이 이어진다. (107)

- 어떤 깊이나 공간의 흔적도 없이 효과적인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가?

- 장식무늬에서 곡선적인 형태만을, 또는 각진 형태만을 쓰는 것이 중요한가?

- 평면을 장식할 때 얼마나 적은 요소들을 사용해야 여전히 흥미로운 그림을 유지     할 수 있는가?

- 평면의 무늬를 사용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어떤가?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입문자가 저런 질문에 답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평면에 무늬를 입히다는 장을 읽으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과 토리기요노부 1세의 <가부키 배우> 그리고 종교적 용도의 장식 디자인을 지나 데미언 허스트의 <술피속사졸(항균제)>에 이르면 4개의 질문에 답하는 나를 볼 수 있게 된다.

 

미술 감상 입문자가 주제를 통해 그림을 읽는 방식을 배워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는 말씀. 읽기가 더딜 수 있지만 그래도 하루 2시간이면 2주 내에 완독할 수 있다. 부록을 제외하면 161쪽 밖에 안되는 분량이니까. 줄리언 벨(<회화란 무엇인가>의 저자)의 말마따나 학습과 즐거움(도판 보는 즐거움)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유용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

 

 

[]

책은 읽기 어렵지 않지만 학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밀도가 있긴 한데, 주제의 분량이 들쭉날쭉해서 그게 좀 아쉽다. ‘숨은 의미장은 달랑 4페이지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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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어제 용아맥에서 거금 22,000원을 주고 본 올 개봉 영화 1탄이다. 영화 전문가 중 한 지인이 내게 개봉 전날부터 참을 수 없이 흥분되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찾아보니, <마션> 작가의 영화다. 박평식 형님이 무려 7점을 준 영화.


<마션>은 재밌게 봤기에, 더군다나 주연으로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기에 추천해 기반해 나도 예매했다. 갑자기 그제 뭔 신기가 들렸는지 어제 날짜로 용아맥을 검색해 보니 11시50분 영화에 몇 자리가 남아서 바로 예매할 수 있었다.


나도 기대에 차서 봤다. 2시간 30여분이 휘딱갔다. 헌데 이상하게도 인상적이지가 않았다. <인터스텔라>를 보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경험했던 그 강렬한 기억과 비교하면 참으로 밋밋한 감정이었다.


압도적인 비주얼, 음향, 연기, 연출, 음악, 미장센 등 따로 떼어서 보면 나무랄데가 없다. 자본이 억쑤로 들어간 잘 만든 영화다. 그런데 아이맥스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더 보고픈 마음이 없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인터스텔라> 만큼 서사적 깊이가 부족해서일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주얼 : 9

음향 : 8.5

연기 : 8.5

연출 : 8

미장센 : 9

종합 :7.5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영화는 내게 <브로크 백 마운틴>과 비슷한 류의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잘 만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재미가 없는 뭐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브로크>처럼 재미없지는 않았다!)


여튼 기대가 너무 과했나 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신파를 볼 줄은 몰랐다. 22,000원의 값어치는 못했다는 게 내 주관적인 평의 요체. 원작은 어떨지 원작을 읽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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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22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작소설 자체가 약간 신파 느낌이 나서 그럴 겁니다.주인공 과학 선생님이 뜬금없이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우주 비행사로 나선다는 것 부터 시작해서 외계인 로키와 우정을 나누는 등 마치 오래전 영화 ET와 같은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데 ET와 비교해서 더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어 영화 자체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인터스텔라와 같은 감동을 기대하긴 좀 힘든 영화지요.
다만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 과학적인 추론(특히 외계행성과 외계인관련)을 거친 장면들이 많고 또 실제 현실 우주 비행사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이 영상 속에 녹아 들어 있기에 영화 자체로는 잘 만들었다고 여겨집니다^^

yamoo 2026-03-25 09:19   좋아요 0 | URL
원작 자체가 신파 느낌이 난다는 거죠? 그니까 영화 메인 줄거리는 소설과 같다는 거죠? 흠...재밌다고 하는데...일단 원작을 읽어보고 나서 뭔가 비교점이 생길 듯합니다.

영화 자체는 정말 비주얼이 끝내줍니다! 그 비주얼을 서사가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여튼 원작을 얼른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레이스 2026-03-23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막내는 소설 보고 넘 재밌다고, 아이맥스 영화 예매했던데,,, 보고 와서 감상을 들어봐야겠네요.

yamoo 2026-03-25 09:20   좋아요 1 | URL
원작 소설을 본 분들이 모두 재밌다고 난리라서 영화를 먼저 본 건데....
일단 얼른 원작을 읽어야 겠습니다~
본 다음 리뷰를 작성할 듯합니다...ㅎㅎ 영화와 비교점..^^;;
 

지난 주 토요일, 단체전 <화이위조>가 끝났다. 올해 첫 전시. 작년에 신진작가 개인전을 통해 선발된 선정작가들과 기존 중진 작가들을 모아 갤러리에서 기획전의 형식으로 분기마다 한 번씩 하기로 했다고. 그 첫 스타트다.

 


단체전 참가 작가 13인 중 교수급 3명, 중진 작가 2명이다. 중진 작가 2명 중 한 분은 한국미협 이사. 어쨌든 모두 10년 이상 아트페어와 다수의 개인전 및 부스전 이력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과 같이 단체전을 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갤러리 관장님이 소속 작가들의 유대감을 높이고자 기획한 전시라 의미 있는 전시였다

 

요즘 입학 시즌이다. 요새 미대 입학하는 분들 중 일부는 40대 이상이신 분들이 있단다. 같이 선발된 작가분 중 한 분이 40대 중반의 나이에 추계예술대 미대를 졸업하고 올해 홍대 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단체전 전시 오프닝 때 같이 전시한 중대 교수분이 요즘 늦게 미대에 입학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다.

 

지난 11, 3 학생이 미대 진학 예정이었나보다. 커뮤니티에 미대에서 대학레벨이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 질문을 올렸다. 그러자 대다수가 대학 레벨은 무시하지 못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작가로 성공한 분들이 꽤 많다. 장욱진 화백도 살아생전에 미술은 가르쳐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였던 분이 말이다.

 

미대 나와서 작가 생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반해, 어제 소개 받은 한 분은 인사동에서 30년 이상 액자집을 운영하다가 3년 전부터 작가로 데뷔해서 한 점에 수백만 원 하는 그림이 전시회에서 10점 이상씩 꾸준히 팔린다고 했다. 물론 미대 출신이 아니다. 미대 가서 배우는 건 우리나라에서 기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미술교육은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걸 가르쳐주기 않기 때문.

 

디자인과 미술에서 학벌보다 중요한 게 실력이다. 실력은 실기 능력에서 오는 게 아니다. 실기 능력은 일종의 기능이자 테크닉이다.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이건 우리나라 미술대학 커리큘럼에 완전히 빠져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대는 그냥 이름 어느 정도 알려진 대학 아무대나 들어가 인문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게 작가로서 성공하는 가장 빠른 길일 듯하다. 실기는 C 학점 정도로 하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역사, 문학, 철학, 미술사 등에 투여하는 거. 그럼 3학년 정도부턴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술이나 디자인에서 실기보다 더 중요한 게 철학과 기획력이기 때문.

 

맨날 미술학원에서 입시 미술만 하는 게 우리나라 미대 입시생의 현실. 학부 때는 교수가 그리라는 대로 그려 학점 따고(교수 말 안들으면 학점 안 줌), 졸업하면 작가적 철학이 부재한, 그림그리는 기능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어떻게 작가 생활을 해 나갈까. 미술대학에서 성공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실기보다 인풋이 중요한데, 이건 각자의 몫이 된다. 학교 커리에 없으니까.

 

인문학적 지식이 깊을수록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그게 디자인과 미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간과되고 있는 실정. 제일 중요한 걸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 현재 우리나라 미대 출신 중 잘 나가는 작가들은 모두 낙제생이었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한국 미술대학 교육의 부실함은 오래전부터 계속 회자되어 온 문제다.

 

나 역시 미술 비전공자다. 비전공자로 한계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생각에 있어 자유로움, 이게 창의적 작품활동에 큰 동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나같은 비전공자는 전공의 역할이 작업에서 빛을 발한다. 이게 미술대학 출신들과 차별점이다. 어떻게 보면 미술과 관계없는 전공이 작가 생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보통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능이다. 이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그림 잘 그리는 능력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 활동을 해 보면 안다. 작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재능이 마케팅 능력이란 것을. 이 재능 하나로 작가로서의 성공 여부가 결판난다. 그래서 경영학과 출신 작가들이 큐레이터 보다 홍보를 잘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만 잘 그려서는 작가로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미술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한국 미술대학에서 대학 레벨은 아무 효용이 없다. 미술대학을 정말 가고 싶다면 아무 정규 미술대학 아무 곳이나 가서 문학, 철학, 역사 공부를 가열차게 하시라. 실기는 대충 따라가고 앞의 공부를 찾아 열심히 하면 작가로서 성공할 기회가 훨씬 많아질 거다. 작가로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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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17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말씀에 120% 찬성하지만 학력위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에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아무래도 작품 그 자체보다는 작가의 간판(주도 대학이나 입상경력)에 더 집착하는 것이 사실이지요.물론 재능이 엄청 뛰어난 천재적인 작가라면 굳이 대학 간판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보통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대학에 연연 할 수 밖에 없다고 여겨집니다.이른바 인 서울 상위권 미대라도 나와야 화가로서 큰 명성을 떨치지 못해도 다른 방향으로 자기 밥 벌이는 할 수 있기 떄문이겠죠ㅜ.ㅜ

yamoo 2026-03-17 09:41   좋아요 0 | URL
미대 졸업생들이 대개 비슷비슷하다 보니 학벌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듯합니다. 광고인 이제석의 경우를 보면 실력이 출중해도 학벌 때문에 외국 유학했는데...지금은 과거와는 좀 분위기가 많이 변한 거 같습니다. 기업에서 디자인 졸업생 선발할 때 실력 위주라고 합니다. 작가 중 잘나가는 분들 보면 서울대 홍대 출신 아닌 분들도 많아요. 뭐, 작가가 학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은...^^;;
 
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 - 피카소에서 백남준까지
주자나 파르치 지음, 홍은정 옮김 / 경당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1


순전히 표지 때문에 고른 책이 있다. 주자나 파르치의 <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경당, 2012)이라는 현대미술 안내서. 독일 뮌헨에서 미술사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1952년 생이고 박사이다. 청소년을 위한 미술사 안내서인 <미술의 집>으로 독일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고, 렘프란트, 파울 클레, 구스타프 클림프 등의 책을 통해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다. 물론 알라딘에도 이 책밖에 번역된 저작물이 없다. 그렇지만 책 표지에 오스카어 슐레머의 <바우하우스 계단>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걸 보니 눈길이 확 끌렸다. 현대미술가들 중에서 덜 알려졌지만, 독일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의 회화 작품을 표지로 전면 내세운 책이다 보니 궁금해서 구매를 안할 수가 없었다. 슐레머는 조각가이자 안무가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에. (물론 평면 작가이기도 했지만)

 

그의 대표적 평면 작품인 <바우하우스 계단>은 현재에도 <바우하우스>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오스카 슐레머는 인체 구성과 해부를 여럿 그렸는데(데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바탕으로 유화 작품도 꽤 제작했다. 그 중에서 <바우하우스 계단>이 가장 회화적이고 유명하다.


오스카어 슐레머, <바우하우스 계단>, 1932, 뉴욕현대미술관

 


2


현대미술에 관한 책들을 일단 빠르게 꾸준히 모은 다음 야금야금 읽는 중이다. 그 가운데 표지에 혹해서 읽은 책. 101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알리려는 목적 아래 집필된 현대미술 입문서다. 현대미술을 안내하는 입문서 치고는 도판도 흑백이고 배판도 좀 작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은 책이다.

 

물론 내용은 괜찮다. 여기 등장하는 예술가가 무려 240인이다. 367페이지의 작은 책(A5 정도) 치고는 무척 많은 현대미술가들을 수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 뒤의 부록으로 이들을 색인화하여 소사전을 제공하고 있으니 정보량에서도 알찬 책이다. 문제는 도판에 있다. 흑백이라도 소개해 주면 감사한데 도판 없이 설명만 간략하게 있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느낌이 강하다.

 

장단점이 뚜렷한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읽을만하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 물론 101가지 물음에 저자가 짧게 대답하는 형식으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책이다 보니, 체계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101가지의 개별적 물음을 통해 진지하게 더 생각하고 주제를 심화하여 공부해 나갈 수 있다. 질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몇 가지만 살펴보자.

 

4. 현재의 모든 경향을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7. 지금 우리가 동시대의 미술, 현재의 미술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까요?

11. 현대적인 교회미술도 존재할까요?

21. 미술가 단체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27. 앤디 워홀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31. 20세기 최고의 미술가는 누구일까요?

32. 추상주의와 추상표현주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34. 추상, 비구상, 구체라는 용어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37. 현대미술에서 재료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45. 미술은 현대의 미디어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49. 현대미술에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50. 해프닝, 이벤트, 퍼포먼스는 연극과 시각예술이 결합한 것인가요?

60. 공예와 디자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63. 밀라노의 디자인과 동시대 미술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74. 현대건축과 세계화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82. 언제부터 여성이 미술가로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나요?

97. 미술가에게 교육이 필요할까요?

99. 현대미술에는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가요?

 

질문 하나하나가 거의 책 한 권 수준으로 답해야 할 주제들이다. 하지만 대답은 너무 간략하다. 예컨대 45번인 미술은 현대의 미디어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란 물음에 대한 답은 달랑 반쪽 분량이다. 이 책에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제일 짧다. 헌데 짧아도 될 듯싶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세부적인 내용이 풍부하게 검색된다.

 

오늘날의 미술은 다양한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느 매체에서나 미술이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같은 미술과 미디어의 밀접한 관계는 독일 카를스루에에 세워진 예술미디어센터(ZKM)’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요. 그것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강연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박물관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p145)

 

45번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이 짧은 대답의 핵심 키워드는 KZM이다. 예술미디어센터를 처음 들어봐도 괜찮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쭉 뜰 정도로 공히 알려진 정보이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로 바라본 인간과 세계>라는 전시가 있었다. 국현미가 독일 KZM과 공동 기획한 교류전이다. 이 정보만 검색해도 미술과 미디어의 관계를 풍부하게 살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술가 한스 하케를 다룬 80번 질문, “베를린 국회의사당에 설치한 한스 하케의 <국민에게>는 왜 논쟁거리가 되었나요?”에서 저자는 한스 하케를 3페이지 정도를 할애해 설명해 주고 있다. 작품 이미지도 없어 하케가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역시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한스 하케에 대한 정보가 이미지와 함께 주르륵 나온다.


보통 미술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한스 하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이 책을 통해 그 키워드를 탐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빈약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폭넓게 공부할 수 있기에 책을 사전 형식으로 활용하면 아주 좋다. 한스 하케의 <국민에게>라는 작업물도 사진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한스 하케, <국민에게> 


3


특이하게 본 책에만 소개된 미술 작품(미술가)이 있다. 구글 검색으로도 작품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챗 GPT로는 인명 정보는 찾을 수 있지만, 작품 이미지는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예컨대 빌리 볼프. 동독 사회주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1970년 빌리 볼프가 제작한 <레닌>은 최초의 러시아 팝아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본 책에만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다. (검색으로 찾을 수 없음!)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요 작가들이 이 책에 100명 이상 수록되어 있다. 알바르 알토, 크리스 오필리, 다니엘 스포에리, 알렉산더 키놀트, 제프 월, 빌리 지테, 다니 카라반, 아르눌프 라이너, 프란츠 폰 렌바흐, 알베르트 렝거-파치, 더글라스 고든 등. 아마 처음 듣는 작가들이 많을 듯한데, 비디오 아트 예술가, 건축가, 설치미술가 등이 많기 때문.

 

그래도 검색을 통해 이런 현대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독서 방법일 듯하다. 저자의 빈약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매울 수 있기에 책의 활용도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겠다 싶다. 부록으로 실린 <유럽의 주요 현대미술 전시장> 정보는 끝내준다. 여행 가서 둘러볼 좋은 정보이지 않을까. 여러모로 다채롭게 읽을 수 있는 동시대 미술 안내서라 아니할 수 없다. ()

 

[]

본 책은 동시대 미술 인명 및 서지 가이드로 집필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독일권 동시대 미술가를 이렇게 풍부하게 알려주는 책도 드물기에. 검색해서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빈약한 설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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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6-03-11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현대미술 저도 좀 어려워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절판이네요. 아직 중고로는 있지만.

yamoo 2026-03-12 09:32   좋아요 1 | URL
이 책은 현대미술 책이라기 보다는 동시대미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현대미술에 대한 대부분의 책은 인상주의부터 다룹니다만...이 책은 클래식 모던부터 다룹니다. 클래식 모던은 후기 인상주의자들부터 1980년대 작가들까지 다루고 있는데 핵심은 요제프 보이스처럼 설치 및 퍼포먼스 작가들이 많아요. 건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절판이라는 사실을 몰랐네요. 말씀마따나 중고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처음 들어보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검색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 검색용으로 책을 활용해도 좋은 그런 책입니다..ㅎㅎ

페넬로페 2026-03-11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우하우스 계단> 그림 좋네요.
책도 그렇지만 화가와 그림도 너무 많아요^^

yamoo 2026-03-12 09:35   좋아요 1 | URL
저도 좋아하는 그림입니다!ㅎㅎ 슐레머는 저런 형식의 유화그림을 꽤 그렸는데 색감과 형태가 아주 좋아서 매우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맞아요. 화가와 그림은 정말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지금도 세계 어느 지역 어느 갤러리에서 작가와 작품들이 태어나고 있으니까요..ㅎㅎ 하지만 현대미술에 관한 책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듯해요. 마르크스 저작물 관련 책들보다 적은 듯합니다..ㅎㅎ

카스피 2026-03-12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의 경우 바우하우스 정도면 그래도 감상이 가능한데 너무 추상적인 작품들은 당최 작가가 무스 의도로 그렸는지 해설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위 책은 현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 같아요.

yamoo 2026-03-12 17:18   좋아요 0 | URL
특히 설치나 퍼포먼스가 그렇죠. 모더니즘 회화도 그렇구요..^^

맞아요. 요 책은 길라잡이로 활용하면 아주 좋을 그런 책입니다!ㅎㅎ
 

최근에 6호 그림이 팔렸다. 이전 포스팅에서 팔린 그림을 올려 보았다. 당시 내 그림을 구매하면서 그분이 하신 말씀이 놀라웠다. 그림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감사하다고. 내 그림 가격이 저렴한 건 갤러리 관장님도 인정한 부분이라, 올해부터는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어쨌든, 내 그림을 판 돈으로  아주 큰 그림을 낙찰받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화! 이런 정도의 풍경화를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구입하려면 최소 천 만원 정도가 소요될 듯하다. 엄청난 실력자의 풍경화는 갤러리에서 그만한 가격을 설정하겠지.


일단 어떤 그림을 구매했기에 이런 호들갑인지 구매한 그림을 올려볻다.


[유성, 강변의 가을 정취, 115.5cm×80cm, 캔버스에 유채, 2015]


50호에 가까운 그림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구도의 풍경화. 작가는 북한 공훈예술가. 1963년 출생이니 30년 이상 그림을 그린 중견 북한 화가이다. 공훈예술가이니 말해서 뭣하랴. 우리나라로 치면 미술관에서 관리하는 작가쯤 된다. 


북한 인민예술가나 공훈예술가의 그림은 정말 좋다. 우리나라 굵직한 근대미술가가 그린 풍경화와 비견될 정도로  좋은 그림들이다. 근데 정말 저렴하게 우리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온라인 경매에 간혹 올라오는데, 내 취향의 그림이 올라오면 바로 구매하는 편이다. 이 그림은 내 그림 팔아 구매한 최초의 그림이다! 6호 그림을 보내고 50호 그림을 데려왔으니 이런 횡재도 없을 듯싶다.


이전에도 내 페이퍼에 언급했다시피 북한화가의 사실화는 나름의 희소한 가치가 있다. 60년대 화풍을 현재까지 지속하며 지켜온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기 때문. 어찌보면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헌데 2010년 즈음, 네널란드에서 북한 화가 전시회가 열였을 때 모든 그림이 순식간에 완판됐다고 한다. 50호 유화 그림이면 수천만원에 거래됐다나. 그 이유가 그 촌스러움에 있다고. 세계 어떤 화가도 저런 구식(?)으로 그리지 않기에.


북한의 그림은 조선화라고 해서 장지에 채색을 한 작품이 대다수다. 유화는 그 수량이 적고 30호 이상의 유화는 그 수가 매우 적다고 한다. 통일이 되면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고 하는데, 그건 현재 잘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풍경화라 소장해서 즐겨 보고 있다. 북한 그림은 현재 이상할 정도로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30년 이상 그려온 대가들인데 우리나라 신진작가들의 갤러리 그림보다 훨씬 저렴하니, 구매 안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원화는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대 말이다. 


어쨌거나 이 그림 낙찰받기 전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경쟁이 붙고 시작가가 올라가면 포기 모드라. 헌데 운좋게도 내게 왔다! 액자가 없어 액자를 해야 하지만 액자 비용 포함해도 거져나 다름없다. 얼른 액자해서 방에 걸어놔야 겠다. (끝)


[덧]

최근 변월룡 화백의 그림을 보면서 더욱 북한 그림을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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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2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속적으로 그림이 팔리셨다니 이제 야무님을 화백님 이라고 불러야 될 듯 싶어요.그림판매 축하드립니다^^

yamoo 2026-03-03 16:15   좋아요 0 | URL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만...아직까진 응원의 차원으로 보입니다. 화백이라니...어림도 없어요. 10년차도 미술계에서는 햇병아리입니다.^^;;

그레이스 2026-02-28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근대화가들 중 월북작가들 그림은 좋아합니요. 변월룡 그림도 좋았구요. 소마에서 전시회 할때 접하고 책으로도 접하면서 그들의 그림을 찾아보게 되었죠. 덕수궁에서 중국화가들 그림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그림을 발견하기도 했구요. 북한 그림이 인기가 있다니...유렵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낙찰받으셨다는 그림 멋있네요. 색채나 구도가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말할수 있지만... 훈련되고 뛰어난 기교로 나름 생각을 담아 공들여 그린 그림이란 느낌을 받아요. 실물은 더 멋지겠죠? 암튼 축하드립니다. 그림만 잘 그리시는게 아니라 보는 안목도 높으신듯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알아야 산다> 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yamoo 2026-03-03 16:21   좋아요 1 | URL
그래서 변월용 화사를 다룬 책도 구매하려고 합니다. 현재 2권 나와 있더라구요..ㅎㅎ
그레이스님도 위 그림 좋게보셨군요! 사실화..곧 풍경화나 정물화가 북한화가들이 자신의취향에 맞게 자유로울 수 있는 범주입니다. 제약받지 않는 주제에서 자신의 화풍이 나오죠. 저는 저런 그림을 좋아합니다!^^

알아야 산다..라는 책이 궁금하네요. 사서 봐야겠어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ㅎㅎ

그레이스 2026-03-03 16:43   좋아요 0 | URL

사서 보실 책인가 싶긴 해요
그림경매 관련 책인데,,,, 그 단계는 넘으신듯 합니다.

잉크냄새 2026-02-28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판매 축하드립니다.
북한 미술이 촌스럽고 구식으로 평가받나 보군요. 위 그림만 놓고 보면 전 참 좋아 보입니다.ㅎㅎ

yamoo 2026-03-03 16: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저두 저 그림이 참 좋습니다! 누가 뭐라 그래두..^^;;

2026-03-02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04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