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휴일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오전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와 마찬가지로 연의도 모래놀이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뜻 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모래놀이하지 못하게 되네요. 제가 어른이 되어서일까요. 모래는 예전 그대로인데, 아이가 밖에서 모래를 달고 집에 들어오면 털고 들어오라고 말하는 제 자신을 보면 제가 변한 듯 합니다.

오래전 읽은 「피터 팬」과 「정글북」이 떠오릅니다. 「피터 팬」의 피터는 네버랜드(Neverland)에 살며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살아가지만, 현실로 돌아온 웬디는 어른이 되버리지요. 어른이 된 웬디를 찾아온 피터는 웬디 대신 웬디의 아이와 함께 모험을 간다는 결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모래 놀이를 하면서 웬디가 되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은 아픔과 변화가 따른다는 것은 이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데미안」에서는 이를 껍질을 깨는 아픔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저는 성장과 관련해서는 「정글북」의 마지막을 떠올립니다. 커다란 뱀 ‘카아‘는 사람의 마을로 가려는 모글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거라,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그렇게 저는 카아의 말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된 어느날 이제는 피터팬을 봐도 같이 갈 수가 없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잘 모르겠네요. 분명한 사실은 저 사진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딸 아이와 함께 땅따먹기와 제기차기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며칠 전만큼 화창한 가을 날은 아니지만,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로 여겨지는 꽃) 사진을 올립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한글날 되세요.

ps. 오랫만에 제기차기를 해보니, 최고의 고관절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힘드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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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10-09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거라,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정글북 안에 이렇게 멋진 구절이 있었나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허물앞에 주저앉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두를 위로해주는 글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10-09 20: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제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구절이니 거의 있을 것입니다. 기온이 떨어져 가을이 깊어가네요. 나와같다면님 편안한 밤 되세요!^^:)

2018-10-1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Joseph Goebbels>(이하 <괴벨스>)는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Ralf Georg Reuth, 1592 ~ )가 쓴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 ~ 1945) 평전이다. 독일 제3제국 선전장관으로 나치 선전에 앞장선 괴벨스를 다룬 이 책의 큰 줄기는 그가 히틀러(Adolf Hitler, 1889 ~ 1945)를 선택한 배경과 나치 집권을 위해 사용한 그의 선전 전략이라 생각되기에,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따라가본다. 


 <괴벨스>의 저자는 괴벨스가 어릴 때 갖게 된 '만곡족(彎曲足)'이라는 질병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바라본다. 자신이 가진 신체적 약점으로 그는 열등감에 빠졌고, 이로 인해 한때 성직자를 꿈꾸던 소년이 신(神) 대신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의 '초인(超人)'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구원자를 찾기를 원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소년 괴벨스가 갖게 된 질병이야말로 '비극(悲劇)의 탄생'이라 하겠다.


 소년 자신은 장애와 신앙의 관련성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과 함께, 무엇보다도 어른들의 모욕적이고 동정 어린 시선과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괴벨스는 신체적 장애가 모든 것에 그늘을 드리운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을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리게 되었다.(p23)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하느님은 왜 경멸과 조롱을 받도록 그를 만들었는가? 왜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과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없는가? 왜 사랑하고 싶고 사랑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하고 증오해야 하는가?" 그래서 그는 신을 원망했다. "때때로 그는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믿을 수 없었다."(p27)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괴벨스는 자신의 '현대적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모습을 한 다른 "구원자"를 찾으려했다. 그는 이미 박사논문에서도 '강력한 천재'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한 바 있다.(p106)... 괴벨스는 믿음, 이러한 믿음의 육화(肉化)에 대한 갈망,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생을 통한 자기 구원 등의 요소를 통해 사이비 종교적이고 병리학적인 나치즘 제식의 빈 껍데기 말들을 미리 발견했던 것이다.(p107)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괴벨스의 다른 사상 축이었던 반(反)유대주의 역시 그의 다리 장애와 무관하지 않다. 헤어진 약혼녀와 다투게 된 원인이 다리 장애였다는 사실과 그 약혼녀가 마침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이 그의 반유대주의의 모든 원인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출신 인종주의 이론가 휴스턴 스튜어트 체임벌린(Houston Stewart Chamberlain, 1855 ~ 1927)의 <19세기의 기초> 등의 책을 읽으면서 반유대주의를 강화해 나갔다. 


 1922년에 약혼녀 엘제 얀케는 그의 다리 장애 때문에 일어난 다툼중에 자신의 어머니는 유대인이고 아버지는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러나 괴벨스가 유대인 문제를 자신의 사고에서 중심에 놓기 시작한 것은 은행에서 겪은 '체험'과 '통찰'에 따른 것이었다.(p118)... 이제 괴벨스는 유대인을 물질주의의 화신, 악, '적(敵)그리스도의 화신', 나아가 이 세상의 악덕에 구체적으로 책임이 있는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p120)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괴벨스...>의 작가는 여기에 덧붙여 니체와 슈펭글러(Oswald Spengler, 1880 ~ 1936)의 사상 또한 청년 괴벨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쳤음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여겨진다. 니체가 나치에 영향을 준 부분은 분명하지만, 니체 자신이 반유대주의자나 국수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 니체가 나치주의의 사상적 원류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 여겨진다.(니체사전 '나치스' 항목 참조)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을 읽은 것도 전반적으로 그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니체 모방자가 쓴 역사형태학에서 괴벨스는 모든 문화가 생성과 소멸이라는 존재의 영원한 법칙에 묶여있다는 것을 읽었다. 그는 지금 영혼이 없는 물질의 시대, 산업과 '문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모든 문화가 소멸하기 시작하는 때임을 그 책에서 잀었다. 슈펭글러의 영원한 생성과 소멸의 법칙에 따르면 오로지 강자가 지배해야 하기 때문이다.(p80)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 ~ 1955)도 말하듯이 "니체가 도덕, 인간성, 동정, 그리스도교에 적대한 모든 것, 그리고 아름다운 방탕, 전쟁, 사악에 참여하여 입에 올린 모든 것은 파시즘의 사이비 이데올로기에 자리를 얻었으며, 병든 자를 죽이고 열악한 것을 거세하라고 처방한 니체의 '의사를 위한 도덕', 노예제의 필연성의 인상을 준 교설, 종족 위생상의 선택 도태...... 의 넋두리는 나치스의 실천에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p66) <니체 사전> 中


 이와는 별도로 1930년대에 나치에 의해 전용된 다른 예술가인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 ~ 1883)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니체와 달리 반유대주의자였던 바그너의 사상은 삶을 부정하고 비방하는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생전 니체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제3제국에서 이들의 사상들이 각각 나치즘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서로 대척점에 있던 이들의 사상들이 파시즘 안에서 어떻게 합(合)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고, 이제부터는 괴벨스의 대중선동에 대해 살펴보자.(니체의 바그너 비판은 낭만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지만, 히틀러가 독일음악으로 생각했던 바그너의 음악이 니체로부터는 프랑스 풍(風)으로 비판 받았다는 점은 흥미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나는 바그너 음악을 영혼의 디오니소스적 강대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바그너 음악에서 나는 태곳적부터 봉쇄당해온 삶의 근원력을 마침내 숨쉬게 하는 지진 소리를 들었다고 믿었다... 고통받는 자는 두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디오니소스적 예술을 원하고, 삶에 대한 비극적 통찰과 비극적 개관 또한 원한다 - 또 다른 하나는 삶의 빈곤으로 인해 고통받는 자다.(p530)... 삶에 대한 보복 - 이것은 그런 빈곤한 자에게는 가장 자극적인 도취인 것이다!...... 후자의 이중적 요구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에 걸맞은 것이다. - 이들은 삶을 부정하고, 삶을 비방하며, 그러기에 내 대척자들이다.(p530)... 마지막으로 리하르트 바그너에 관해 말하자면 : 사람들은 바그너의 진정한 기반은 파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그리고 명백히 알고 있다.(p532).... 나는 언제나 독일인이기를 선고받았다......(p538) <니체 대 바그너 Nietzsche contra Wagher> 中

 

 다른 이들 앞에서는 어떤 것을 알고 있는 양 모습을 취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그것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과 두려움이 포함돼 있습니다...나에게는 두 사람이 분명히 나타납니다. 공적인 모임의 대중 앞에서 긴 연설로 위장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나는 봅니다.... 긴 연설을 하는 자는 우리는 무엇이라고 밝힐까요? 정치가인가요, 아니면 대중선동가인가요? 대중선동가입니다.(268 a ~ b) <소피스트 Sophistes> 中


 1926년 나치의 베를린 관구장으로 임명된 괴벨스는 이때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대중 앞에서 대중들이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만을 강조하는 그의 선전술은 오늘날에도 많이 볼 수 있는 마케팅 전술로 현재도 유효하다. 이러한 형식을 가깝게는 K-POP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에게 후크송( 영어로 kitch song)으로 알려진 짧은 구절을 반복하는 노래 형식은 강렬함을 더해주는데, 괴벨스는 이러한 점을 극대화하여 사용했다. 오래되었지만, 2008년 쥬얼리의 <Baby one more Time>이 가장 인상적인 후크송이라 생각되어 올려본다.



 "이 도시(베를린)는 센세이션(흥분, 사건)을 먹고 산다. 그리고 이를 소홀히 하는 정치 선전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괴벨스의 견해에 따르면, 대중의 시대에 거리는 "현대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훗날 그는 "거리를 정복할 수 있다면 대중을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을 정복하는 자는 국가를 정복한다."라고 회고했다.(p180)... 괴벨스는 '이념'을 모든 선전 활동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 이념을 구구절절이 두꺼운 책에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매우 간명하고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p181)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괴벨스는 선동 연설이나 <공격> 논설에서, 파리에서 '진짜로'일어나고 있는 일은 바로 독일 민족을 노예화하고 결국 서양 전체를 몰락시키려는 '국제 유대주의'의 가공할 음모라고 집요하게 반복 주입하였다.(p229)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괴벨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념'은 이성(理性)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감성(感性)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과학과 이성이 강조된 산업화 사회에서 따뜻한 인간의 감성을 울리는 '감성 마케팅'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과학'을 잘 조합한 괴벨스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나치는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괴벨스는 청중들에게 이른바 '이념'의 숭고한 점을 전달하고 그들을 신자로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나치즘은 그들에게 (머리가 아닌) 심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치즘이 다른 정치 노선보다 탁월해 보일 뿐 아니라, 물질주의적이고 차갑다는 판결을 받은 대도시의 세계에서 확연히 눈에 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괴벨스가 조직한 선전 집회들은 항상 청중들의 감정과 본능에 호소했다.(p187)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괴벨스의 수많은 연설 외에도 포스터가 선거전의 주요 선전도구로 쓰였다. 선거전에 투입된 선전물의 양이 결국 득표 수에 반영된다는 괴벨스의 지론에 따라... 괴벨스는 다른 선전 도구들도 활용했는데, 기술적으로 그 시대의 수준에 걸맞는 것이었다. 그는 축음기용 음반을 하나 제작해 총 5만장을 찍었는데, 음반 하나가 일반 편지 봉투에 넣어 발송할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작았다.(p334)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치의 성공적인 선전 전략은 괴벨스 독창적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가깝게는 <프로파간다 Propaganda>의 버네이즈(Edward Bernays, 1891 ~ 1995)로부터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나 플라톤(Platon, BC 428 ~ 427) 때부터 대중선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대중 선전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괴벨스는 여기에 충실하여 자신의 환경에 맞는 방법을 고안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할까.

 

 청중을 설득하고 훌륭한 조언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모든 정체(政體)를 알고 각 정체의 관습과 제도와 이점을 구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유익한 것에 설득되고, 유익한 것은 정체를 보전하기 때문이다.(1365b 22 ~ 25)... 우월함은 미덕을 암시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연설에 공통된 현상 가운데 '효과의 강화'는 과시용 연설에 가장 적합하고, 예증은 심의용 연설에 가장 적합하며, 생략삼단논법은 법정 연설에 가장 적합하다.(1368a 26 ~ 32) <수사학 Techne Rhetorike> 中


 <괴벨스...>에서는 괴벨스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가 나치에 빠지게 된 배경과 그를 유명하게 된 선전술이 효과적인 감성마케팅 전략의 결과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책 본문에서 놀라운 선전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약속과 실천을 하지 않으면서도 제국 내 2인자의 위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괴벨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플라톤이 <고르기아스>에서 지적했던 연설가(고르기아스)의 허언(虛言)에 대한 비판을 떠올리게 된다.


 연설술은 사실 자체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전혀 없지만, 대신에 설득의 어떤 계책을 찾아내어 모르는 자들 앞에서 아는 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459c)... 연설가는 그것들 자체는 모르지만 즉 좋은 것이 무엇인지, 나쁜 것이 무엇인지, 훌륭한 것이 무엇인지, 부끄러운 것, 정의로운 것, 부정의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모르는 자들 앞에서 모르면서도 아는 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도록 그것들에 관하여 설득할 계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까? <고르기아스 Gorgias> 中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가 패망한지 7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괴벨스의 후예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기 힘든 시대에서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지향하는 파시즘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기록서라 여겨진다.


[사진] Fake news(출처 : BBC.com)


 괴벨스의 가장 강력한 동맹자는 다름 아니라 점차 심화되어 가는 독일의 고난이었다. 실업자 수는 오래전에 3백만 명 상한선을 넘어섰다. 그들은 더 나은 상황으로 급격한 변화를 약속하는 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p279)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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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0-06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벨스에겐 그런 약점이 있었군요 이 책 읽어보고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ㅎㅎ

겨울호랑이 2018-10-06 17:51   좋아요 1 | URL
이번에 <괴벨스...>를 읽다보니, 히틀러도 그렇고 파시스트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둠의 기운(?)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 평안한 주말 되세요!^^:)

syo 2018-10-06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기서 쥬얼리가 나오다니! 당했다..... 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10-06 17:47   좋아요 1 | URL
추억이 돋아 동영상부터 봤다는

겨울호랑이 2018-10-06 17:53   좋아요 1 | URL
^^:) 다소 생뚱맞지만, 일종의 호객행위가 되버렸습니다.ㅋ

카알벨루치 2018-10-06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격이....쎄네요 =333333...55555555ㅋㅋ

겨울호랑이 2018-10-06 17:54   좋아요 1 | URL
네 좀 두께가 되는 책이 되어서 그런지 좀 비싸네요ㅜㅜ

카알벨루치 2018-10-06 17:56   좋아요 1 | URL
지를 때 눈 감고 손가락만 움직이면 됩니다 ㅎ

겨울호랑이 2018-10-06 18:07   좋아요 1 | URL
^^:) 알라딘 마을은 마음이 통하는 분들이 많아 편하고 좋습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18-10-06 18: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지르러 갈까요 =33333333

겨울호랑이 2018-10-06 18:12   좋아요 1 | URL
저는 <괴벨스...>는 이미 구입해서 다음 달에 다른 책으로 하겠습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10-06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퀄리티 페이퍼입니닷 !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18-10-06 18:50   좋아요 0 | URL
^^:) 곰곰발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2018-10-06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6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10-06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영논리니 복잡한 설명 다 필요없습니다 -
현실의 문제를 직격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선동적 문구 하나면 끝납니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대중의 그런 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행에 옮긴 거지요.

그 와중에 훼이크 뉴스의 활용은 정말 탁월
했습니다. 독일 민족이 지금 겪는 모든 고
통과 만악의 근본 원인은 바로 유대인이다.
공격해야 할 소수 희생양까지 점지해 주었
으니...

겨울호랑이 2018-10-06 21:55   좋아요 0 | URL
나치 집권 과정이 완벽하게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레삭매냐님의 지적대로 핵심은 대중 선동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소수 세력이었던 나치가 다른 세력과 연합을 통해 내각을 구성하고 하나하나 적으로 돌리면서 최후의 승자로 남을 때도, 스탈린그라드에서 괴멸적인 패배를 당했을 때조차도 그 원인을 다른 곳에서 돌리면서 대중의 눈을 가리는 모습을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탁월하다 해야할지, 사악하다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2018-10-07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7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글 바로 쓰기 1 우리 글 바로 쓰기 1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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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글이 말과는 다르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글자로 적어놓은 것이 글일 터인데, 글이 말에서 멀어져 말과는 아주 다른 질서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현상이다. 더구나 말을 소리 나는대로 적게 되어 있는 우리 글이 우리 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 있다면 아주 크게 잘못된 일이다.(p38) <우리 글 바로쓰기 1> 中


 이오덕(李五德, 1925 ~ 2003) 선생은 <우리글 바로쓰기 1>에서 우리의 말과 글이바르게 쓰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위와 같이 지적한다. 구술문화의 전달 수단인 '말'과 문자문화의 전달 수단인 '글'이 오늘날 서로 갈라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의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는다.


 후미, 제국, 원위치 같은 말은 일반 사회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이런 말을 쓰는 사회에서는 이런 말 대신에 쉬운 말을 쓰게 되면 곧 사람다운 분위기가 감돌게 되어 그 특수한 사회의 억압구조가 뒤흔들린다. 군대사회고 학교사회고 관료사회고 모든 비민주사회에서는 그 사회의 특수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밖으로 위세를 보이는 중국글자말이나 서양말을 많이 써서 그 반인간체제와 체제의 꼭두각시로 움직이는 사람을 지키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특수사회의 말이 오랜 세월 쓰이는 동안 일반사회에 번져가는데 있다.(p258) <우리 글 바로쓰기 1> 中


 저자에 따르면 우리 말의 오염은 사회구조에서 비롯된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특권층의 언어를 일반에서 받아들여가면서 점차 우리 말과 글이 오염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특수언어가 우리말이 아닌 외국에서 지식과 함께 전해진 외래어라는 점이다.


 우리의 입말에서는 다로 끝나는 말이 극히 드물며, 이런 문체는 20세기 초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일본에 가서 배워온 것이라 나는 알고 있다. 일본말과 일본소설 문장의 끝이 모조리 다(た)로 되어 있다. 글이 말에서 떠나 있는 것이 글의 비민주성이다.(p238) <우리 글 바로쓰기 1> 中


 저자는 외래어가 늘어가면서 우리 말과 글이 분리되는 문제점을 언어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말과 글의 분리문제는 언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로까지 확대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우리 말과 글을 같이 바로 써야함을 <우리글 바로쓰기>에서 강조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무조건 외국것을 배척하는 것만은 아니다. 책 속에서 외국것을 받아들이되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나갈 것을 강조한다. 


 어떤 사람의 어떤 말도 그 생각과 하나로 붙어 있는 것이고, 생각이 말로 나타난 것입니다. 지식인들의 말과 글이 백성들의 말이 아니고 남의 말글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이 남의 것, 즉 백성들 속에 살면서 그 삶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 책에서 얻은 지식이요 관념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관념이고 사상이고, 그런 것이 인간의 훌륭한 지혜와 노력으로 세우고 쌓아놓은 과학인 이상 그것을 배우고 참고하는 일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지식이나 관념만으로 자기의 관점을 세워나갈 때 문제가 일어납니다. 책에서 얻은 사상은 자기의 삶에서 몸으로 가지게 된 생각과 하나로 될 때 비로소 그 사상은 제것으로 되지요. 제것은 없고 지식만 가지고 제것인 양 여긴다면 그것이 문젭니다.(p306) <우리 글 바로쓰기 1> 中


 요약하면, <우리글 바로쓰기 1>에서 저자가 바라본 우리 말의 문제는 외국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들어온 외국어와 일본어, 한자가 권력층에서 사용되고 일반 민중에게 널리 사용되면서 점차 말과 글의 사용이 분리되고 있는 현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고, 지식과 실천이 따로 움직이는 오늘날의 현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의 시작으로 저자는 우리 말과 글을 바로쓰기를 제안한다. 


 <우리글 바로쓰기 1>에서는 이러한 진단 위에서 우리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말의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많은 아름다운 우리 말 사용이 소개되지만, 그 중에서도 다음과 같이 '때'를 나타내는 표현 속에서 우리는 민족 전통의 시간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말의 때매김은, 이적(현재), 지난적(과거), 올적(미래)에 다 나아감을 나타내는 때로서 '-고 있다' '-고 있었다' '-고 있겠다'가 있을 뿐이지, "지난적끝남때"(과거완료시)라고 하여 "먹었었다"고 쓰는 말법이 없다. 물론 "가고 있었었다"라는 "지난적나아가기끝남때"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p205)... '지난적' 때로 써야 할 말조차 이적 때로 나타내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들이 말하는 심리인데, 여기에 어찌 "머리를 주물렀었다" "기분이 근사하였었다"란 말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p208) <우리 글 바로쓰기 1> 中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구분하기 보다는 되도록 '현재'에 맞춰서 표현하는 특성 속에서 현재를 중요시했던 선조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말 안에 생각이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이 하도하도 몬 살아서 자속(자식)은 많고 묵고 살 길이 없는 기라. 넘우(남의) 집을 살아 봐도 안 되고, 품팔이를 해봐도 안되고, 나(나이) 많은 부모 있제, 어린 자슥들은 많제. 묵고살 길이 없는 기라.(P208) <우리 글 바로쓰기 1> 中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論語 學而篇 > 中


 위의 글은 <우리글 바로쓰기 1> 속에 소개된 위의 전통설화 중 일부로, 정겹게 느껴지는 표현이다. 반면, 뜻 글자인 한자로 된 아래의 글 속에서는 표현된 기쁨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중국에서 성조(聲調)가 발달한 것은 이러한 표의문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하나의 방편은 아니었을까. 또한, 이러한 차이를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한국음식과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중국음식의 차이에서도 떠올려본다. 


[그림] 중국 4성조(출처 : 위키백과)


 <우리글 바로쓰기 1> 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 말과 글을 바르게 써야하는 이유와 함께 말 속에 담겨진 우리의 전통문화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이번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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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0-05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20대 시절에 읽다가 말았는데~이오덕 선생님 생애를 만화로 본적이 있는데 삶자체가 감동이더군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18-10-05 21:46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카알벨루치님께서는 정말 많은 책을 읽으셨습니다.^^:)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리지만, 카알벨루치님께서도 마음만은 평안한 주말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18-10-05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쩜....ㅎㅎ

겨울호랑이 2018-10-05 21:24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댓글이 참 시적입니다.ㅋㅋ

2018-10-05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6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18-10-06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도 이오덕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0-06 08:05   좋아요 3 | URL
bookholic님께서 좋게 읽어주셔서 저도 기쁩니다. 말에 담긴 이오덕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접하고 보니, 진정한 교육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북프리쿠키 2018-10-06 1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고 두고 봐야할 책이라 생각해요
저도 소장만! 하고 있습니다ㅎㅎ
겨호님께 선수를 뺏겼네요~ㅎ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18-10-06 12:12   좋아요 3 | URL
말씀처럼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제 글을 보면서도 계속 뒤적이게 되더군요. 혹시 잘못된 점은 없는지 마치 거울 같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먼저 읽은 게 중요하겠습니까. 북프리쿠키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활용을 잘 하실 분이라 생각합니다. 비가 많이 오네요. 북프리쿠키님 편안한 독서와 함께 주말 보내세요!^^:)

2018-10-08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지만 굴이나 홍합이 혹시라도 고통을 느낀다면 이들을 먹을 경우 많은 수의 생물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 것이다. 굴이나 홍합 등을 먹지 않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제 나는 그들을 먹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채식이다.(p302) <동물 해방> 中


 핵심은 인간 아닌 동물들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없다는 것, 다시 말해 그들이 먹기 위해 살생하는 것의 옳고 그름을 도덕적으로 고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인간 아닌 동물들이 자신들이 행하는 바에 대해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거나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면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먹기 위해 살생을 하는 문제에 대해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p379) <동물 해방> 中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을 통해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육식(肉食)과 채식(菜食) 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다른 동물들을 생각해서 채식을 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채식을 한다는 것은 음식문화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러한 음식문화의 변화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 또는 윤리의 문제로만 넘길 수 있을까? 이번 페이퍼는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해 본다.


 단백질에 대해 알아야 할 두 번째 사항은 고기가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고기가 비싸다는 정도라는 점이다.(p312)... 서로 다른 종의 식물성 단백질을 동시에 먹을 경우 동물성 단백질과 완전히 같은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단백질 상보효과(protein complementarity) - <동물 해방> 中


 피터 싱어는 위와 같은 내용을 통해 단백질 제공원이 동물인가 식물인가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 ~ 2001)의 관점은 이와 다르다. 인간 수명이 길어진 것이 육식(肉食)에 의한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다 높게 보고, 육식 선호의 문화사(文化史)를 인류의 합리적 결정의 결과물로 판단하고 있다. 

 

 동물성식품이 필수적인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수명이 길어진 것이 완전히 다른 요인들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경솔한 일이 되지 않을까? 동물성식품에 몸에 해롭다고 생각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긴 하지만 동물성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가져온 유리한 결과를 생각할 때 우리는 이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여 그 영양가를 더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p52)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中


 영양과다보다는 영양부족이 더 일차적인 문제인 제3세계에서는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고기와 생선, 닭고기류, 그리고 낙농제품의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유량을 낮추지 않아도 동물성식품이 식물성식품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확실히 유용하다. 따라서 더욱 많은 고기와 생선, 닭고기, 우유에 대한 계속되는 세계의 열망은 인간의 생리와 두 가지 식품의 영양학적 구성과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완전히 합리적인 선호를 보여주는 것이다.(p52)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中


 마빈 해리스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The Sacred Cow and the Abominable Pig : Riddles of Food and Culture>를 통해 서로 다른 자연환경이 다양한 음식문화를 만들었으며 서로 다른 체질(體質)을 형성했음을 보이고 있다. 가령 서유럽에서 개를 먹지 않은 이유는 개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중국인들은 우유를 먹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젖당못견딤증(lactose intolerance 선천적으로 젖당 lactose 을 분해하는 효소 부족 증상)이 많은 체질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해리스에 의하면 전통 음식은 영양분을 공급할 최적의 공급원이 식재료로 활용되고 이로 인한 서로 다른 문명권간 체질 차이도 설명할 수 있다. 해리스에게 서로 다른 환경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서유럽인들은 개가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애완동물이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개가 육식동물로서 비효율적인 고기 공급원이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다. 서유럽인들은 다른 동물성 식품 공급원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개는 그 고기와 송장보다 훨씬 가치있는 많은 서비스를 살아서 제공한다.(p212)... 중부 멕시코에는 폴리네시아처럼 사냥할 만한 큰 육지동물이 실제로 거의 없었다. 멕시코인들은 사냥하기 위해서 개가 필요하지 않았으며 다른 북미 원주민들처럼 가축이라고는 개와 칠면조뿐이었기 때문에 오직 고기를 위해서만 개를 필요로 했다.(p220)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中


 중국인들은 그들이 락토우즈 과민이기 때문에 우유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유를 무시했기 때문에 락토우즈 과민이 되었다... 이는 극동지역의 사람들이 그들의 환경이나 생활방식으로 인해 칼슘이나 혹은 다른 영양소를 얻기 위해 우유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다는 것을 의미한다.(p177)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中


 이러한 다른 환경으로부터 초래된 문화적 차이, 신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피터 싱어는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選澤)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윤리(倫理)의 기준으로 육식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선택권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볼 수 있을까?

 

 식량이 풍부한데도 굶주림이 존재하는 것은 제3세계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로 식량생산 증가분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가장 굶주린 나라들조차도 당장 국민들에게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의 식량을 보유하고 있다. 굶주림이 만연한 나라들에서는 농업 관련 상품의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훨씬 많다. 서구국가들이 주로 식량을 수입하는데, 이들의 수입량은 1992년 전세계 수입식량 총액의 71.2%를 차지한다.(p25) <굶주리는 세계> 中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역설적으로 굶주림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육식과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소위 선진국(先進國)이라고 하는 몇몇 나라의 국민에 한정된 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에 곡물/채소로 전환된 수요는 별다른 문제 없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1990년대 녹색 혁명이 가져온 효과를 보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비료, 농약, 관개시설, 기계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제3세계 국가에서는 녹색혁명으로 발생한 이익이 모두 그 나라를 빠져나간다.(p132)... 제3세계 국가의 농업이 점차 얼마 되지도 않는 외환으로 수입물을 구매하는 데 의존하게 되면서, 농촌의 빈곤은 환율 변동, 달러 보유고, 인플레이션에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녹색혁명은 앞으로도 농민들과 국가 전체를 소수의 기업 공급자들에게 더욱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 분명하다.(p133) <굶주리는 세계> 中


 비록 현재 생산되고 있는 많은 곡물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기에 육식이 줄면 필요 곡물량도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필요곡물량이 한순간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많은 곡물회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곡물을 비롯한 식량생산량을 증대시킬 것이고 여기에 많은 자원이 몰릴 것이다. 그렇다면, 채식이 가져온 사회경제적 불균형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육식이나 채식을 어느 일방의 기준을 적용해서 선(善)과 악(惡)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피터 싱어가 지적한대로 현재 공장제 사육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분명 개선되어야겠지만, 경제적/문화적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흑백논리를 통해 '육식은 나쁜 것'이라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모든 문제는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사진] 태국과 한국의 자연환경과 음식(by 겨울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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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9-30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국 잘 다녀 오셨어요? 태국 음식은 어떠셨어요?^^

겨울호랑이 2018-09-30 20:09   좋아요 2 | URL
^^:) 저는 잡식성이라 태국 음식 잘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 고등어가 그쪽 생선보다는 맛있네요 ㅋ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9-30 20:45   좋아요 2 | URL
전 우리나라 과일이, 특히 배와 사과가 태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9-30 20:49   좋아요 2 | URL
^^:) 저도 한국 사람인지라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동시에, 아마 태국 사람들은 두리안이 우리 나라의 감, 배 등보다 맛있다 여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ㅋ

북다이제스터 2018-09-30 20:52   좋아요 2 | URL
두 군데 모두 산 한국에 사는 태국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고픈 질문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8-09-30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30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9-30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행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마빈해리스3부작 이거. 번역 논란이 많던데 읽기는 어떠셨는지요?

겨울호랑이 2018-09-30 20:4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마빈 해리스 3부작을 아직 완전히 읽지는 못해 전체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저는 편안하게 읽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못 읽은 것일까요?ㅜㅜ

만화애니비평 2018-09-30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리스의 책을 보면서 인간의 오만성을 다시 확인합니다.
동물육식 물론 채식이 좋겠지요. 그러나 채식을 하는 순간, 문젠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함유가 문제입니다.
책을 쓰고 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럴 능력이 되나, 일반 대중과 가난한 사람들은
불가능하지요. 인도처럼 소를 키워 우유를 마시면 모르나(아이러니하게 인도의 소숭배와 다르게 소가 불법도축되죠)
저런 대안도 없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좀 마음에 들지 않지요.
저렇게 하려면 자본주의 경제구조보단 농업경제구조로 환원해야 하나, 그렇게 되면 현대적 물질토대가 무너지고.,.,
아무튼 음식이 참 중요하지요. 한국서 개를 먹는건 부족한 단백질 보충인데 현재는 그럴 필요가 없기에
개를 안먹었지요. 먹고 살만하니 그런거지. 그걸 두고 야만인이라 말하는 그들의 오만함이 문제겠죠

겨울호랑이 2018-09-30 20:52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다른 문화를 일방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태도는 바르지 않다는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개도국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책임의 상당 부분이 유럽 문명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그렇다는 식의 유럽중심주의는 경계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서니데이 2018-09-30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아직은 채식만 하시는 분들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밖에서 음식을 드실 때는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원하는 식습관을 선택하는 것도 자유의 영역인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 문제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9-30 22:22   좋아요 2 | URL
네. ^^:) 덕분에요. 서니데이님 말씀처럼 채식을 원하는 분들이 식사하기에 제한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종교별로 금지된 음식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겠지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차차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10월 맞이하세요! 감사합니다.

2018-10-01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0-01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겨호 님의 글은 정보을 매우 정확하게 요점만 골라서 뽑는다는 점에서 읽기 좋습니다... 다행히 저도 위에서 언급한 책 3권 모두 읽은 상태여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0-01 14:56   좋아요 0 | URL
^^: ) 곰곰발님께서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저도 기쁩니다. 늦었지만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늦가을로 가면서 기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곰곰발님, 건강한 하루 되세요!

2018-10-02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물 해방 - 개정완역판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요지는 단순히 한 개체가 어떤 종(種)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그 존재를 차별하는 것이 일종의 편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어떤 인종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개인을 차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부도덕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p409) <동물 해방> 中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 )는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에서 모든 동물이 평등하다는 근거 위에서 우리의 현실(동물 실험, 공장식 농장)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이 책이 다른 책과 구별되는 지점은 감정적 호소보다 이성적 논증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잔혹한 행동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이라 생각되고, 이 부분이 저자에게 높은 명성을 가져다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리뷰에서는 <동물 해방>에 담긴 저자의 현대 문명 비판과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를 개략적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


 "문제는 그들이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또한 그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가도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p346)... 벤담은 고통이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모든 생물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함으로써 무단으로 이익을 배제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적어도 이익(interest)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그러한 능력을 갖는다는 조건은 이익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논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p37) <동물 해방> 中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 1748 ~ 1832)은 이성적 사고나 언어의 관점이 아닌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동물을 바라본 최초의 사상가였다. 그리고, 이 관점을 피어 싱어는 <동물 해방>에서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며, 최근 연구 성과를 통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최근 뇌(腦)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동물 역시 고통을 느끼며, 오히려 간뇌가 발달한 동물이 느끼는 고통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 대뇌 피질이 더욱 잘 발달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뇌 피질은 기본적인 충동이나 정서, 그리고 느낌보다는 사고 기능과 관련이 있다. 충동이나 정서, 그리고 느낌은 간뇌(間腦, diencephalon)가 주로 담당하며, 이러한 부위는 다른 종의 동물들, 특히 포유류와 조류에서도 발달이 두드러진다.(p43)... 동물들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물이 느끼는 고통(또는 쾌락)이 인간이 느끼는 동일한 양의 고통(또는 쾌락)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어떤 경우에도 도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p49) <동물 해방> 中


 그렇다면, 저자에게 동물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저자는 <동물 해방>을 통해 동물의 행동과 신경계통의 유사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고통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비교적 최근 출현한 동물이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나는 인간 아닌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증거를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능력에 대한 두 가지 척도를 제시한 바 있다. 우선 그 생물의 행동이 척도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생물이 움츠린다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고통을 피하려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 고통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생물과 우리의 신경계가 유사한지의 여부가 구획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진화 단계를 거슬러 내려감에 따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증거의 강도가 약해짐을 발견한다.(p297) <동물 해방> 中


  이처럼 동물 역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는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재 동물들이 놓여있는 환경은 어떤가? 동물 실험 도구로 사용되는 토끼, 비좁은 곳에서 사육되는 닭과 돼지, 신속한 도살을 위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소의 모습이 <동물 해방>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근거로 더 이상 육류 소비를 하지 말 것을 독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안은 무엇일까? 


[사진] 공장식 사육 (출처 : http://marathon.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1749870)


 나는 지금까지 이 책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현대 공장식 농장이라는 조건하에서 사육된 가축의 고기나 생산물을 구입하거나 먹지 말아야 할 도덕적인 필연성을 인식했길 바란다. 이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확실하다. 이는 최소한 요건이다.(p295) <동물 해방> 中

 이처럼 동물들에 대한 냉혹한 태도는 '인간(人間)' 중심의 사고와 경제(經濟) 논리에서 비롯되었음을 저자는 <동물 해방>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식(採食)을 주장한다. 스스로 채식주의자(Vegetarian)이기도 한 저자가 독자들에게 요청하는 행동 양식은 구체적이다.


 동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운 요인들 중에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첫째, '인간 우선'이라는 가정과 둘째, 동물에 관한 문제는 그 무엇이건 인간에 관한 문제와 비교할 만큼 중대한 도덕적 또는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없다는 가정이다.(p371) <동물 해방> 中 


 가축에서 온 고기를 식물성 음식으로 대체한다. 구할 수만 있다면 공장식 농장에서 온 계란을 방사한 닭의 계란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계란을 먹지 말라. 우유와 치즈를 두유, 두부, 또는 다른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라. 하지만 유제품이 들어 있는 모든 음식을 피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알아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p305) <동물 해방> 中


[사진] 채식주의 식단(출처 : http://www.chooseveg.in/food-plate-in)


  최종적으로 저자는 <동물 해방>을 통해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종(種)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책에 나오는 많은 동물 학대 사례와 논증은 이를 위한 과정에 불과하지만, 생생한 사례와 함께 제시되는 저자의 논증은 동물 학대가 바르지 않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때문에, <동물 해방>을 통해 비록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현재 육가공 시스템의 문제점과 제약 업계의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다수가 동의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인간 평등의 원리는 인간이 실질적으로 평등하다(이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기술(description)이 아니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prescrition)이다.(p33) <동물 해방> 中


 최근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구제역(口蹄疫, Aphtae epizoot), 조류독감(avian influenza, HPAI)의 문제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공장식 사육 제도'다.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을 사육하는 이 시스템 아래에서 가축들의 면역력도 딸어지며, 질병이 빠르게 퍼진다는 것은 대표적인 공장식 사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고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과 동물에게 지나치게 가혹다는 반대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업계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 속에서 <동물 해방>은  공장식 사육제를 비롯한 동물 문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비판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생산적이다.


 그렇지만, <동물 해방>은 나름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그렇다면, 왜 육식만 금지해야 하고, 채식은 허용되는가?' 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이들을 고통스럽게 죽여서는 안되고, 먹어서도 안된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동물의 고통은 밝혀졌지만, 아직 식물의 고통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고통이 확인된 동물을 먹는 대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식물을 먹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입증(入證)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가 아닐까? 또한, 음식은 우리 인류 역사가 담긴 문화(文化)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각 문화권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온 음식 문화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금지시키거나 강요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육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종 평등' 이라는 이름하에 또다른 획일화 강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장식 사육', '공장식 도축'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만, 다른 측면이 있음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고통을 느끼는 기준이 우리 신경계와의 유사성 때문이라면 그 기준 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기준은 아닌가에 대한 물음도 제시할 수 있겠다. 종(種) 평등을 주장하는 저자지만, 인간에서 멀리 떨어진 종일수록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기준 자체가 종 차별적인 주장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동물 해방>에 담겨진 저자의 주장에 대해 위와 같은 물음이 떠오르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육식(肉食) 위주의 식습관과 경제논리에 입각한 현재 축산업, 제약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동물 해방>은 독자들에게 여러 과제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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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1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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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1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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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2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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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2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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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9-30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닭장 사진을 보면 - 뉴스에서 - 가엾더라고요. 인간 평등을 넘어 종 평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9-30 01:27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말씀처럼 인간과 동물, 자연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고민해야할 때라 생각합니다^^:)

2018-09-30 0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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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08: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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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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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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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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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10-04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뭐든 과하게 표현하는 게 심하잖아요. 사회가 어렵다보니 먹방, 음식 열광도 크게 두드러지는데요. 치킨을 치느님 하며 맥주랑 열심히 즐기는데 그게 단지 맛의 취향만은 아니잖아요. 한우나 삼겹살보다 싸고 구하기도 쉽고 영세한 자영업자들과 프랜차이즈 사업의 결합으로 널리 깔린 치킨 사업 영향도 있는 것이고요.

오래 전이야 고기가 귀했고 그 영양분이 사피엔스 성장에 영향을 줬기에 큰 메리트가 있었다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먹거리, 레시피가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육류 소비는 미식 취향으로 치부하기 어렵죠. 생태적, 환경적, 생명 존중적 성숙한 사고가 필요하고 전반적인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하죠.
일전에 뷔페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과하게 음식을 퍼나르다가 싸움나는 뉴스도 봤는데요. 인종차별로서 말하는 건 아니고 이런 뉴스들 보면 뷔페 정도 갈 사람들이 이런 정도니 사피엔스 종의 정신적인 성숙 길은 참 멀고도 멀구나 싶어요....

겨울호랑이 2018-10-04 17:42   좋아요 1 | URL
현대인들이 과도하게 육식을 한다는 AgalmA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영양 결핍이 아닌 영양 과잉이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육식 뿐 아니라 무엇이든 더 먹고, 더 챙기려는 욕심이 현대 사회의 비극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문제의 뒷면에는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가 있다는 것 또한 씁쓸하기만 합니다. 말씀하신 사피엔스의 정신적인 성숙을 위해서는 개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