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꽃이 피었습니다 - 신지균 포토 묵상에세이
신지균 지음 / 킹덤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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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는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흔히 바닷가에서 누릴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동심이 그의 삶의 배경이 되었다. 그림을 즐겨 그렸던 그 소년이 이제는 사진기를 들고 사진으로 삶을 그려내었다.

 

 

 

 

2

사진기에 대한 욕망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사진에 대한 욕망인지, 사진기DSLR에 대한 욕망의 메카니즘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아내를 졸라 기어이 보급형 DSLR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때가 있었다. 나는 부지런하지 못하다. 사진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그들의 사진에는 열정의 광기가 묻어나 있다.

 

작가와 함께 출사를 떠났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임실의 산등성이를 오를 때였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풍경샷을 찍기 위해 그 새벽에는 이미 곳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산등성이 이곳 저곳에 포진해 있었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리고, 고령화시대가 되어 여유가 좀 있는 어르신들이 가장 접하기 쉬운 취미가 또 사진이라, 사진기를 들고 그렇게 출사를 다니신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 1-2시에 이미 올라와 선점하기도 한다고 했다. 날씨는 추웠다. 옷을 여미고, 파카를 입고, 담요까지 챙겨야만 했던 날씨였다. 나도 덩달아 사진을 찍어댔다. 사각형의 프레임frame 안에다 자신의 주제와 생각과 사유를 한 컷으로 담아내는 것이 사진이다. 순간을 포커싱해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순간, 그리고 샷shot!

 

몇 년 후에 나의 사진기는 고장이 났다. 본사에 알아보니 수리비용 보다 차라리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진기를 처음 구입할 때의 마음의 기운이 많이 사그라진 상태라 나는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이제 내 사진기는 그냥 골동품에 불과하다. 공간만 차지하고 아무런 쓰임새도 없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아쉽지만...그런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에 애정을 가지고 달려들다가 버리고 버려지고 내팽개친 것들이 많을까? 인생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하겠지.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사진들을 찍어대고 그리고 그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선별된 몇 장의, 몇십 장의 사진만이 선택되어 사진집에 실리고 사람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진들이 필요 없는 낭비인가? 그렇지도 않다. 삶의 매순간 매순간이 다 소중한 것이다. 박웅현은 삶은 순간의 합이다라고 하지 않았나! 좋은 순간, 좋지 않은 순간, 나쁜 순간, 아찔한 순간, 지우고 싶은 순간...그 모든 순간들이 모이고 모인 합이 이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에는 그 작가의 삶이 녹아나 있고, 그 작가의 철학과 생각과 좌표가 보인다. 사진도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요물인 듯 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바지런해야 하고, 사진에 대한, 사진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닌 듯 했다.

 

 

 

 

3

사진작가가 되려면 자신이 찍은 사진을 현상을 해서 그것을 공모전에 투고를 한다.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심사를 받아 입상이 되어야 한다. 입상이 되면 포인트를 준다고 한다. 그 포인트가 쌓이고 쌓여야, 실적과 경력이 쌓여야 엄연한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처음 그 사실을 알았다. 땀과 수고와 열정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 인정받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4

이 책은 포토묵상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찍은 몇 년 동안의 사진집인 셈이다. 사진도 좋고, 글도 좋다. 사진과 어우러진 글이 마음의 파고를 일으킨다. 신앙인이라면 꼭 한번 읽으면서 묵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추천한다.

 

 

단풍

 

가을 단풍 구경 나온 사람들에게

내 온몸으로 짜낸 것을

선물로 드립니다.

 

푸르름 안고 여름을 보내다

찬바람 세월에

온몸을 물감으로 새겼습니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힘입어

떨어지는 단풍은

내 삶의 추억이자 영광입니다.

 

주님, 당신의 몸에 매였던

십자가도 당신의 삶에 단풍이기에

고이고이 내 삶의 갈피에 끼워봅니다.(193p)

    

    

 

 

5

신약성경 사도행전 16:9에 보면,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이란 구절이 있다. 작가는 목사이다. 작가는 사진작가 이전에 목사이다. 그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본문을 가지고, 자신이 육지에서 사역을 하다가, 제주도로 개척을 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 스토리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그는 아무 연고도 없는 그 낯선 제주도의 허전한 공간, 그 도시에서 개척을 시작했다.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예배당 문을 두드린 한 사람, 임산부 아줌마...문득 포토묵상 에세이를 보다가 보니 작가의 삶의 스토리가 엿보여 여운이 피어났다.

 

 

꿈이 하나 될 때

 

건너편의 한 영혼을 위한

하나님의 꿈에 내 꿈이 실리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나의 남은 인생의 항로는 하나님의 꿈을 담고

건너편을 향해 달려가길 기도해봅니다.(1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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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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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두 가지 편견을 깨다

 

첫째, 김영하는 소설가이다. 소설가가 에세이라니?

둘째, 김영하는 여행가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를 좋아해마지 않을 수 없었고, 그가 여행에서 만나는 뜻밖의 사실을 나도 재발견하게 되었다.

 

 

 

 

2 여행지는 기억과 추억을 소환한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부부가 여행지에 갔는데, 상대가 아닌 다른, 이전에 사귀던 연인과 같이 간 여행지로 다시 가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상대방과 처음으로 가는 곳을 여행지로 삼은 부류가 있었다. 각기 자기들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최선the best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여행 목적지를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전에 다른 연인과 갔던 곳으로 다시 재탕(?)하는 남편에 대한 주위분들의 질문이 집요했다. ‘꼭 그곳을 가야만 하는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지는 장소이고, 그 장소는 추억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일단 경험해 본 최적의 장소로 그곳을 선택했지만, 아내의 입장에선 자존심 상할 수 있다. 근데 괜히 나 자신도 찔린다. !

 

 

여행의 장소는 추억을 소환한다. 추억을 리멤버remember하게 한다. 작가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대학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3‘김영하, 이 양반 에세이 너무 잘 쓰는거 아니야?’

그러면서 나는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희망도서 일빠로 주문했는데, 다른 분도 중복신청했다는. 그런데, 내가 먼저 선점을 했는데, 요즘 독서가 잘 안되서 여행에세이 같은 거 잘 안 읽을 것 같아. 도서관 사서에게 그분(중복신청했다는) 먼저 읽으시라고 양보하려고 했는데, 사서는 ‘2주면 다 읽지 않나요?’그 말에 어쩔 수 없는 권유에 업고 오긴 왔는데.

! 근래에 들어 가장 흥미로운 산문인 듯 싶다. 김연수의 언젠가, 아마도도 흥미로워서 빌려 읽다가 말다가 읽다가 미루다 도저히 안 되서 반납하고 책을 구입했더랬는데. 김영하의 이 작품은 정말 부러울 정도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너무 팔방미인인거 아닌가? 부러우면 안도ㅑ!!!!

 

 

 

 

4 삶의 안정감, 그리고 삶의 생생한 안정감

작가는 삶의 안정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보통 한 곳에서 정착하여 거기서 익숙해지고 편안해져가는 느낌을 안정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면에 한 곳이 아니라 이곳 저곳으로 여행을 하기를 즐기는 부류의 사람은 안정감이 없다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것을 삶의 생생한 안정감(60p)이라고 표현한다. 김영하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이곳 저곳 원치 않는 강제 전학을 당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 어린시절의 경험이 큰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삶의 배경, 백그라운드가 자신을 여행을 즐기는 이로 성장하게끔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207p)

 

 

 

 

5 여행은 삼십육계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다.

 

이십대, 삼십대에는 일년 짜리 적금을 부어 여행을 다녔다. 때로는 신용카드 할부로 항공권을 구입해서도 나갔다. 그 돈을 모아서 집부터 장만하러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의 부모는 강남에만 열 채가 넘는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선배는 결혼하면서 그 중 하나를 증여받았다. 자기가 번 돈으로 청약저축 한 번 부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충고를 들었을 때도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66-67p)

 

 

그러면서 김영하는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이야길 한다.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이 약할 때 마지막 히든 카드 <패전계>가 바로 삼십육계이다. 김영하는 여행지에서 호텔방의 낯설지만 기분 좋은 침대시트 위로 36계의 여행을 한 셈이다.

 

 

 

 

6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리베카 솔닛은 걷기와 방랑벽에 대한 에세이에서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생각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방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82p)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우아!’이런 감탄사가 나왔다. 김영하!!! 절대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구나! 소설검은꽃을 읽을 때, 있을 법한 이야기를 사료를 참고하여 어우러지게 만든 작가의 솜씨에 혀를 내둘렀는데, 이 표현은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김영하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같이 방콕을 좋아하는 인간이 이 책을 읽을만한 무슨 동기가 있지는 않았는데, 여행에 대한 전방위적인 생각을 하게끔 하는 부분에서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다.

 

 

 

 

7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고 명명했다. 저자가 언급한 BBC 다큐멘터리 인간사냥꾼을 나는 직접 찾아 뒤져서 아이들과 같이 보기도 했다. 다른 모든 동물과는 대별된 인간의 특별한 점은 바로 지구력이다. 그 지구력은 걷고, 움직이고, 이동하는 것이고, 그것은 또한 여행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중에 가장 빠르다고 하는 치타가 120km까지 빠르게 달릴지라도, 계속 달리진 못한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한 번 오른 열은 쉬어주면서 열을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열이 오르면 땀으로 배출시키면서 열을 식혀주는 일종의 자가관리의 신체구조를 가짐으로써 지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원시 인류가 사냥감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쫓아가서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간의 이런 감각 때문이다.

 

 

 

 

8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

작가가 출연한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을 한 사람은 본인인데, 여행한 이야기를 편집하여 방송을 시청할 때의 느낌이 아주 남달랐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1인칭과 3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일본의 한 코미디언이 비싼 포르쉐를 샀지만 막상 운전을 해 보니 자기가 모는 모습이 보이지가 않더라. 그래서 친구더러 운전을 하라고 시키고 자기는 택시를 타고 따라갔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그가 택시 기사에게 저기 가는 저 포르쉐가 자기 차라며 정말 멋지지 않느냐며 자랑을 하자 택시기사가 어이없어하며 그런데 왜 택시를 탔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보 아니세요? 내 차에 타면 내가 안 보이잖아요?”’(102p)

 

 

이 짤막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 하다. 포르쉐를 타고 있는 1인칭은 자신이 얼마나 굉장한 차를 탄 것인지 제3자가 아니라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3인칭으로 접근했다는 에피소드, 어쩌면 우리가 셀카를 찍고 사진을 SNS에서 올리는 이유와도 상관이 있겠다...우리가 한 도시, 예를 들어 피렌체를 여행했다고 치자. 하지만, 피렌체를 다녀왔다고 해서 피렌체를 다 안다고도 할 수 없고, 작가의 말대로과연 그 도시를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피렌체를 수박 겉 핥기를 했는가? 아니면 거기서 영역표시용으로 똥싸기라고 하고 왔는가? 아니면 거기서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살았다는 말인가?

 

 

어떻게 보면, 우리는 끊임없는 여행자가 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한 도시, 한 마을, 한 공간을 안다고 할 때, 여행했다고 할 때,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이것은 마치 우리가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관계를 맺었다고 치지만, 과연 그 사람은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또 다른 측면으로 1인칭인가, 3인칭인가 뭐 이런 질문들까지 해볼 수 있겠다.

 

 

김영하에 대해 내가 놀랍게 발견한 대목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여행이야기라고 하길래 여행 가서 체험하고 경험한 것을 감상 정도를 콤멘트하고 끝날 것이라는 나의 얄팍한 기대는 단숨에 무너지게 만들었다.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자만이 가지는 그 묵직함과 깊이, 철학적인 성찰, 김영하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언젠가 김어준에 대해서 그는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어떻게 그렇게 해박함과 통찰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데, 정확한 출처는 기억 나지 않는다. 아무튼, 김어준은 어릴 적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그 여행감각과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나 역시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출연자들을 통해 한 도시를 간접적으로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분명 그들과 함께 아테네, 진주, 피렌체, 부산 등을 다녀왔지만 내가 다녀온 곳은 그 도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 도시를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마치 금강산 유람을 떠난 조선시대의 양반이 높은 봉우리는 하인을 시켜 다녀오게 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실제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20세기 이전에는 힘든 여행은 아랫사람을 시키고 지체가 높은 이들은 유람의 범위를 벗어나는 모험을 삼가왔다. 21세기의 우리는 남을 시켜 좋은 구경을 하고 오게 하고 나중에 이야기만 전해 들었던 유럽의 귀족이나 조선의 양반을 비웃지만, 과연 우리는 그들과 얼마나 다를까?’(110-111p)

 

 

 

 

9 여행, 비여행, 탈여행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에 대한 이야기를 피에르 바야르의 입을 빌어 김영하는 이렇게 보여준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내내 자신의 선실 안에 머문다는 이 관념은 우리가 어떤 장소에 접근할 때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성찰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자신이 통과하는 나라들에 대해 포그는 그곳을 방문하여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강력하게 바로 그런 활동들에 완전히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113p)

 

포그는 지리학에 통달한 인물이기에 여행지의 디테일에 함몰되지 않고 총체적인 시각을 갖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영어의 ‘armchair traveler’(방구석 여행자)도 여행자라는 이야길 한다. 우리가 몸소 발을 디디고 여행한 것만이 진짜 여행이 아니라 TV프로그램 하나를 보고 남은 강렬한 인상이나 임팩트가 축적되면 오히려 그것이 또 하나의 여행 경험이 되는 셈이라고. 그리하여 여행, 비여행, 탈여행...이 모든 것들이 다 여행인 셈이다.

 

 

 

 

10 여행에서 지극히 중요한 것, <환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스토리는 악마가 주인공 슐레밀에게 행운의 자루를 줄테니 그림자를 자신에게 팔라고 한다. 그림자가 무슨 대수냐 싶어 그는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행운의 자루를 거머쥐지만, 그림자 없는 사람이 당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그는 점점 느끼게 된다. 후에 악마가 그림자를 돌려 줄테니 죽은 뒤의 영혼을 자기에게 팔라고 하지만, 갈등 후에 주인공을 거절한다는 이야기. 김영하는 이 소설 이야기를 하면서 김현경의 책 사람, 장소, 환대라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김현경은 이 그림자라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무엇이라고 해석한다. 그림자가 있는 사람은 사람으로서 환대받을 자격이 있는 성원권을 지닌 셈이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김영하는 여행에서 받는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환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이 상큼하다. ‘환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큰 구도에서 여행자이기에 그 누군가의 환대로 인해 생존해가고 생활해가고 활력을 얻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저와 피더백하며 소통하는 그것 또한 환대인 것이다.

 

 

 

 

11 여행은 노바디Nobody의 삶

우리는 우리 인생의 그 무언가 대단한 존재, ‘섬바디somebody’의 삶을 산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섬바디가 아닌 노바디nobody’의 체험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노바디가 되는 경험, 무명의 경험, 거기서 우연찮게 찾아오는 환대’. 이 모든 것, 그래서 길 위의 날들의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82p)는 이 문구가 더 다가오는 듯 싶다.

 

 

 

 

12 우리는 3인칭으로 보면, 지구의 승객riders, 여행자이다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이란 챕터에서 김영하는 196812, 처음으로 달에 도착한 지구인의 이야기를 한다. 인류 최초로 지구란 행성을 벗어난 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달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은 칼 세이건이 말한 대로 창백하고 푸르른 점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지금 현대인들에겐 익숙한 장면이지만, 당시 지구인들에겐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 작은 구슬 같은 지구에 인류가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다음날 크리스마스에 발행된 뉴욕타임스에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riders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136p)

        -우리는 3인칭으로 보면, 지구의 승객riders, 여행자이다

    

 

 

 

13 우리는 21세기판 오디세우스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그리스어로 우티스Outis, 영어로는 노바디Nobody, 우리말로는 아무도안이라고 답한다고 천병희씨의 글을 작가는 인용한다. 자기 영역을 침범한 오디세우스를 키를롭스가 가장 마지막에 아무도안‘(인 놈을) 잡아먹겠다고 한 대목, 키클롭스가 오디세우스에게 두 눈이 찔린 채로 고통가운데 있을 때 부하들이 달려와 누가 당신을 괴롭혔느냐고 물었다. 키클롭스는 나를 죽이려는 놈은 아무도안이야라고, 영어로 ’Nobody is killing me’라고 번역할 수 있다. 얼마나 재미있는 대목인가! 김영하는 이 고전을 이렇게 연결시킨다.

 

 

그러니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2800여년 전에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한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185p)

 

 

 

14 왜 여행을 꿈꾸는가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쇼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206p)

 

 

 

15 Epilogue...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리뷰하고 글을 쓰는데, 혹은 내가 쓴 글로 인해 작가가 피해보는 일이 없었음 한다. 이미 이 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책이고, 당연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이야길 하느냐? 때로 내가 너무 세세하게 리뷰를 해서 리뷰만 보고 책은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분명 작가에겐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는게 아닌가!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까? 역시 김영하의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베이스볼큐브닷컴에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신인 드래프트 결과, 프로구단에 드래프트된 전에 아마추어 선수는 17,925명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 한 번이라도 뛴 선수는 1,326명에 그쳤다. 이는 약 7.4퍼센트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거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원래 추구하던 것과 다른 것을 얻었다. 그들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대박을 터트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불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인생을 살아냈을 뿐이다. 경기에 출천해 최선을 다했고, 사랑하는 파트너를 만나 가정을 이뤘고, 은퇴한 후에 코치가 되어 후진양성이나 다른 일을 찾았다. ‘어쨌든 살아남지 않았는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고, 남 보기에는 보잘것없을지언정 평생을 들여 이룬 작은 성취가 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24p)

 

 

   우리도 작가처럼 그렇게 고백하길,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82p)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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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21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이저리그 하니 문득 드래프트 픽 생각이 나네요.

드래프트 픽 1순위의 선수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더라는.

마이크 피아자처럼 거의 꼬래비로 픽한 선수들이
명전에 가는 가 하면, 마크 프라이어 같은 선수는
한 시절을 호령할 것 같았는데 혹사로 그만...

김영하 작가는 에세이보다 본업인 소설쓰기에
전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 핫하 !

카알벨루치 2019-05-21 16: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크 프라이어는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2019-05-21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1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5-21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핫한 신간도서를 예약하거나 희망대출도서를 신청했으면 책 오자마자 읽는 게 낫습니다. 그 책을 먼저 읽는 사람이 대출기한을 지키지 않고 연체할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이면 애가 탑니다.. 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5-22 10:44   좋아요 0 | URL
책을 향한 시루스님의 맘이 느껴집니다 ㅎㅎ

뒷북소녀 2019-05-23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게 가장 좋았어요. 여행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꼭 뭔가를 하거나 이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한테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일정을 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
굳이 여행 가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싫었는데,
김작가님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좋았어요.
특히, 계획대로 차곡차곡 진행된 여행은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데...
뭔가 잃어버리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의 여행만 기억에 남아서... 너무 좋았어요.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5-23 14:21   좋아요 1 | URL
아는 지인이 이탈리아에서 지갑 소매치기 당한 사건이 떠오르네요 그것도 신혼여행에서 ㅎㅎ여행마니아 뒷북소녀님이세요~

뒷북소녀 2019-05-23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물건 사고 실수로 카운터에 제 핸폰 두고 나왔는데, 점원이 온 골목을 다 뒤져서 저를 찾아 왔어요.ㅋ 눈 앞에서도 폰 훔쳐 간다는데, 저는 이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ㅋ

카알벨루치 2019-05-23 14:29   좋아요 0 | URL
복이 많으세요 ㅎㅎㅎㅎ
 
미루기의 천재들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에서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미루기의 역사
앤드루 산텔라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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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튜버 김겨울의 책소개를 보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흥미롭다 싶었다.

 

 

   

 

2.

나는 독서를 미루고 있다. 허툰 짓을 하면서 독서를 미루고, 글쓰기를 미루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생산적인지 알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내 지적 축적감을 느끼게 하는 줄 알면서도 나는 비생산적인 대도서관이 말한 쓸데 없는 짓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대도서관은 그래도 자기 인생의 8할이 쓸데 없는 짓인데, 그 쓸데 없는 짓이 자길 먹여 살린다고 했는데, 나는 뭔가? 젠장!

 

 

 

 

3.

이 책은 미루기의 천재들이 모여 있는 책, 말 그대로 미루는 인간들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첫문장이다.

할 일을 미루는 사람도 어딘가에는 시작을 해야 한다(시작을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13p)

 

 

 

 

4.

나는 잘 미룬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무감하다. 무신경하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얼마나 올까? BBC에서 제작한 전쟁드라마? 다큐멘터리? <밴드 어브 브라더스>에 보면 죽은 전우의 장례식에 몇 백명, 몇 천명이 왔다고 하면서 그 전우의 인격과 삶을 칭찬하던데. 지금! 신경쓸 것을 쓰자!

 

  

  

 

 

5.

나하고 별로 안 친한, 찰스 다윈도 미루기의 천재였단다. 그는 종의 기원을 쓰기 위해 다른 모든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 쓸데없어 보이는 따개비 , 지렁이 연구와 같은 일로 인해 정작 중요한 연구와 발표는 연기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쓰잘데기 없는 일에 허투루 쓰인 시간의 물리량이 결국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거름이 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따개비가 있다.’(22p)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 의무의 to do list만을 마구마구 해치워가면서 인생을 살면 참 착실하다고 평가받겠지만, 정말 재미없고 지루한 인생살이가 아닐까? 저자의 말이 그렇다. 수많은 종교와 의무와 질서는 우리에게 미루지 말 것을, 그것은 범죄요, 극혐의 행위임을 주지시킨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런 reasonable한 인간이 아니지 않는가! 심지어 성인 아우구스티누스조차도 순결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옵고.”(29p)

 

 

도덕적이며 윤리적이며 보편적인 룰이 아닌 미루기의 룰을 따르는 이들이 의외에 많음에 미루는 나같은 사람에겐 이 책이 참 위로가 된다. 이 책도 저자가 미루다 미루다 겨우 나온 결과물이다. 저자는 나는 미루는 행위를 사랑하고 또 싫어한다. 일을 미루며 죄책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루기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다.’(34p) 왜냐? 우리는 마치 기계처럼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꿀벌이 아니지 않는가! 하하하

 

 

 

 

6.

모처럼 사촌 형님을 만났다. 우연찮게 대학원을 3년 내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면서 룸메이트로 지냈다. 그 형님과 모처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뭐가 변했을까?

이미 십수년이 흘러버렸네. 대학원 수업을 들어가기 전에 아침에 축구를 하고 샤워를 하고 빵과 커피를 들고 수업에 느지막히 들어가면 교수에게 딱 찍힌다. 그리고서 허기진 배를 채우면 곧 식곤증이 몰려온다. 수업은 웬걸, 졸음수업을 한바탕하고 돌아온다. 여가 시간에는 게임을 한다. 그리고서 레포트가 다가오면 닥치면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형님은 언제나 미리 미리 레포트나 공부를 해치우고 여유를 즐겼다면, 나는 항상 여유를 즐기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성향, 기질, MBTI의 유형별로 원래 선천적으로 그런 유형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위로했다(정확한 팩트체크는 안 된 것으로).

 

그리고서 나는 이성재와 고소영이 주연했던 영화의 한 대사를 내게 날린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7.

내가 리뷰를 적으면서도 참 저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미루는 습관>에 대해 어떻게 역사적으로, 학문적으로 고찰해서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사료도 많고, 등장인물도, 역사적인 재료도 많은 것이 이 책이다. 할 일이 많으니 미루는 건가? 애드거 앨런 포도 열심히 일을 미루는 사람이었다. 제임스 로웰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는 지나치게 나태하고, 그러다 아주 가끔씩 놀라울 정로도 부지런해진다네.”라고 쓰기도 했다(87p). poe도 그러했는데, 나도 그런가? 이러면서...

 

우리 앞에는 재빨리 해치워야 할 일이 있다. 이 일을 미루면 파멸이 닥치리라는 걸 안다. 우리 삶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고, 그 위기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즉각 에너지를 내어 행동하라고 명령한다. 우리는 달아오르고, 작업을 빨리 시작하고 행동하라고 명한다. 우리의 영혼은 영광스러운 결실을 기대하며 온통 불타오른다. 그 일은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하지만 우리는 일을 내일로 미룬다. 어째서? 이 질문에 답은 없다. 우리가 심술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심술을 내고 있다는 말밖에는, 내일은 찾아오고, 그와 함께 의무를 대해야 한다는 불안에 더욱 초조해지지만, 불안이 점점 커지는 동시에 이름 없는, 이해할 수 없기에 더욱 두려운, 일을 미루고픈 갈망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수록 이 열망은 더욱 강렬해진다.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머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안의 격렬한 갈등에, 한계 없는 한계에, 어둠을 지닌 본질에 전율한다. 하지만 지금껏 이어져온 경쟁의 승리자는 어둠이다. 우리는 부질없이 몸부림친다. 시계는 종이 울리고, 종소리는 행복의 끝을 알린다. 또한 종소리는 우리를 그토록 오랫동안 억누른 유령에게 밤의 끝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이기도 하다. 걱정은 날아간다. 사라진다. 우리는 자유다. 예전의 에너지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일할 것이다. 아아, 하지만 너무 늦었다!(88p)

 

 

 

 

8.

미루기의 천재중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다. 그가 완성한 그림은 생전에 20점 뿐이었는데, 그 중에 두 개는 <암굴의 성모Vergine delle Rocce>로 제목이 같다. 1483년 밀라노의 무염수태 성도회가 레오나르도에게 예배당에 걸어놓을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그림을 제작해달라고 부탁했다. 계약직으로 일한 레오나르도는 7개월 안에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했지만, 이 그림이 예배당에 걸린 건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였다(110-111p).

 

푸하하하! 아무나 미루지 않습니다. 천재만이 미루기를 합니다. 하하하! 레오나르도는 참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이였다. 그래서 그는 다방면에 너무나 재주가 많아 고민도 많았고 그러기에 더없는 미루기의 천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잘 미룬다면, 자신의 재능이 너무 많아서인 탓도 있는 것 같다.

 

 

레오나르도는 죽을 때까지 <그란 카발로>를 완성하지 못했다. 1493, 7미터가 넘는 점토 모형을 만들 때까지는 성공했지만 얼마 안 가 궁수들이 말을 대고 활쏘기를 연습하면서 파괴되었다. 스포르차가 프랑스군의 위협을 느껴 기마상 재료인 청동 80톤을 대포 만드는 데 써버린 이후, 초대형 기마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새까맣게 잊혔다. 레오나르도의 디자인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65년 마드리드에서 그의 오래된 수첩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미국의 미술품 수집가인 찰스 덴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읽다가 이 무산된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두 번째 시도를 위해 자금을 모으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덴트가 고용한 조각가 니나 아카무Nina Akamu가 마침내 레오나르도의 기마상은 완성했다. 레오나르도의 디자인과 정확히 똑같지는 않지만 높이는 7.7미터, 무게는 15톤에 달했다. 이 기마상은 레오나르도가 제작한 점토 모형이 파괴된 지 500년이 지난 1999, 밀라노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나는 이 기마상이야말로 미루는 사람이 자기 자신과 벌이는 싸움을 보여주는 기념비라고 생각한다. 참을성을 가질 것, 비록 지금부터 500년이 지난 뒤에라도,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내가 해내지 못할 일을 마무리해줄지도 모르니까.’(117p)

    

-레오나르도는 청동으로 기마상을 만들지 못한 것을 보고 자기 인생이 실패라고 생각하고 '나의 인생은 헛되이 낭비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500년만에 니나 아카무에 의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꿈을 이뤄진다(구체적인 이야기는 뮤럴아트 블로그 https://blog.naver.com/fillart/120163882021에서 흥미로운 다빈치 꿈 이야길 참고하시길!)

 

 

 

노벨상을 수상했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미국의 친구에서 보낼 소포를 며칠이 지나도록 부치지 못했다.

“8개월 동안 나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스티글리츠에게 소포 보내는 건 내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8개월 내내 소포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114p).

 

 

자기 합리화와 변명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너무 일을 미룬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자기혐오하지 말기를 바란다. ‘산만함은 천재성의 원천’(149p)일 수도 있다는 사실!

 

문득 책을 읽으면서 미루기가 보통 습관인 사람들의 모임을 책에서처럼 한번 가져볼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서 책의 문구가 나를 웃겼다.

 

미루는 사람들의 모임: 내일로 미뤄졌습니다.”(167p)

 

 

 

 

9.

어떤 면에서 미루기는 일종의 농담이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는 것, 또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지 않는 것. 또는 해야 할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 이건 코미디다. 미루기가 우스운 이유는 장례식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우스운 이유와 같다. 터무니없이 부적절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미루기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웃어버림으로써 그 심각함을 날려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일련의 순간이 다닥다닥 쌓이고 쌓인 것이 인생이며, 그러다 더 이상 순간이랄게 남아 있지 않는 날이 다가오리라는 안다. 이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이 냉혹한 사실에 맞서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미루는 사람들이다. 맞저 싸우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170p)

 

인간의 심성에 <미루기>가 등장하는 것을 파악한 대목인데, 이보다 더 적확하고 냉철한 분석이 있을까 싶다. 인생은 유한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죽음도 미루고 싶다. 죽음은 미루기가 안 되니 일이라도 미루는 것! 저자는 버킷리스트를 싫어한다고 했다. 뭔가 해야 하는 강박, 죽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강박기제로 작용하는 듯 하다. 어쨌든 미루기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탁월하다.

 

 

 

 

10.

일상의 미루기의 천재들인 우리는 일을 미룸으로써,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 그 일이 너무나 능력 밖의 벅찬 일이거나, 너무 어렵거나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가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의 고백이 위안이 된다.

 

당연히 나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미 후회 머신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충분히 체계적이고 이성적으로 살아간다면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상태로 죽을 수 있다고 믿는가? 나는 결코 스스로 원하는 만큼 완벽할 수 없을 것이고, 스스로 원하는 만큼 끝내주게 멋질 수도 없을 것이다. 나에겐 둘 다 필요하다. 해야 하는 일에서 도망가는 것도, 흠잡을 데 없는 착실함도, 후회도, 실천도.

나는 인간이다. 나의 결점은 나의 가장 훌륭한 점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226-227p)

 

 

후회 머신이다이 솔직한 작가의 표현이 너무 좋다. 이 사람 좀 멋있는데, 재치도 있고. ...

 

미루기의 천재들이여, 후회머신의 미루다 미룬 리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보는 것과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미루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좀 미루어도 큰 일나지 않습니다! ㅎㅎ

 

 

*나도 이 리뷰를 쓰다가 삼천포로 빠질 뻔했다. 배그 차량 위치 맵을 찾는 허투룩 짓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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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_Bird 2019-05-16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평써야지 하다가 어느새 영화 예고편을 보고 있었네요ㅋㅋ 좀 미뤘으니까 다시 힘내서 빠샤-

카알벨루치 2019-05-17 09:34   좋아요 1 | URL
미뤄도 까먹지 않음 더 미루어도 ㅎㅎ

레삭매냐 2019-05-16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으름의 미학, 찬양하라 ~~~

리뷰 쓰기 미루면 결국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루슈디의 <피렌체의 여마법사> 리뷰 써야 하는디 -

카알벨루치 2019-05-17 09:34   좋아요 0 | URL
여기서 엄살 부리시면 안됩니다 열정가 레삭님 홧팅!

북프리쿠키 2019-05-17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생산적인 일들 중에서 우리의 행복을 좌우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저도 해변의카프카속 문학작품 포스팅해야 되는데 노트북이 말을 안듣네요 흐

카알벨루치 2019-05-17 09:58   좋아요 1 | URL
그 책 포스팅하시다니...난 오래전에 읽었는데 뭔 내용인지 기억도 안납니다 노트북 안됨 폰으로 ㅎㅎㅎ 불편하지만 저도 응원합니다 쿠키님 짱!

페크(pek0501) 2019-05-17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가들이 하도 기이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의 나쁜 점을 발견하면 내가 예술가적 기질을 가져서 그런 거야, 라고 합리화를 하곤 했죠. 예민한 것도 사교성이 떨어지는 것도 다 예술가를 닮아서라고. 그런데 이게 또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나처럼
둔한 사람이 없고 나처럼 사교적이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 핑계는 핑계일 뿐... 미루는 것 또한 저도 잘하는 편입니다.
화장지가 떨어져서 화장실에 크리넥스로 대체해 사용하길 며칠 지나서야 어제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사서 배달 요청하고
왔답니다. 이 게으름을 사랑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미루기도 사랑하기로... ㅋ

카알벨루치 2019-05-17 14:17   좋아요 0 | URL
우린 신이 아니기에 인간이기에 사랑해야죠 🤣

뒷북소녀 2019-05-23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분야에서는 꽤 천재인 것 같습니다만.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5-23 14:21   좋아요 0 | URL
커뮤니티 만들어야 ㅎㅎㅎ
 

 

 

1.

   태백산맥을 4개월하고 6일 만에 읽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첫째, 나의 게으름 때문이며, 둘째, 나의 문어발식 독서습관 때문이다. 어쨌든 읽었다. 우리 현대사의 줄기를 알 수 있는 소설이다. 수많은 상을 탔고,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김훈이 말 한대로, 태백산맥』은 역사를 가동시키는 이데올로기의 힘을 읽을 수 있다. 조정래가 자신의 아들이 결혼할 며느리감을 데리고 왔을 때, 태백산맥을 필사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조정래의 아들도 필사로, 손자도 필사로 성장한 경우이다. 작가의 자손들은 좀 남다르다. 조정래도 분명히 원고지에 자필로 글을 썼으니. 필사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체감한 장본인이지 않을까!

 

 

조정래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숨쉬면서 생생한 디테일을 전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신은 세부(細部)detail에 깃든다는 말을 했다. 1권과 8, 9, 10권은 따로 필사, 메모를 하지 않아 내용이 휘발되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중요하게 여겨지는 쪽수는 전부 카메라로 찍어 개인카페에 올려놨지만, 과연 그걸 다시 들여다볼지는 의문이다.

 

    

 

2.

   해방이후의 대한민국의 상황, 그리고 6.25전쟁 그리고 휴전까지 구체적인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다. 이전에 언급했지만, 이데올로기는 형 염상진을 공산주의자로, 동생 염상구를 반공주의자로 만들어버렸다. 순전히 개인적인 형에 대한 동생의 콤플렉스로 시작되었지만, 그 정서적인 골은 이데올로기로 화하여 더 많은 비극들을 양산한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10권에서 염상구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장면이 감동적이다.

 

요런 **겉은 **덜아, 살아서나 빨갱이제 죽어서도 빨갱이여! 당장에 못 띠내리겄어!....

그려, 그려, 니가 사람이다, 하먼, 느그 성인디. 그제야 마음을 놓은 호산댁은 솟구치는 서러움을 눈물로 쏟아내고 있었다. 워메, 워메, 아즘찬은거, 시동상이 인자 사람이시. 예상이 뒤집히자 죽산댁도 비로소 고마움과 서루움이 범벅된 눈물을 줄줄이 흘리고 있었다.’(10, 344-345p)

 

*망나니같은 염상구, 하는 짓도, 하는 생각도, 외서댁과의 관계나, 결혼도 희한한 방식으로 한 친구이지만, 마지막의 이 장면에 눈물이 핑 돌았다...

 

 

미국 사람 믿지 말고,

   쏘련한테 속지 말고,

   일본놈들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하세.’(2, 292p)

 

  당시 회자되던 노래같은 씨가 되는 문구이다. ‘조선사람 조심하세이 문장은 당시 해방 이후의 어수선한 상황을 드러내 준다. 같은 민족이 오히려 뒷통수를 후려치는 경우가 너무나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3.

식민시대를 그리도 더럽고 치사하게 살아낸 자가 이제 또 똑같은 몸뚱어리, 똑같은 목구멍으로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소리를 지껄여가며 학생들을 교육한다 할 것인가’(3, 25p)

 

  위의 문장은 당시의 교육상황을 대변해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계에 얼마나 많은 친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지는 역사가 대변해준다.

 

이웃님 oren님의 말처럼, 태백산맥에서 특별히 기구한 운명에 처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외서댁이다. 외서댁은 빨치산 강동기의 아내이다. 빨갱이짓하는 남편을 둔 가족들은 늘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무당의 딸이었던 소화는 그러나, 좌익이라는 그 한가지 사실만으로 친근감이 가고,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가난하고 초라한 여자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3, 21p)하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녀는 빨치산 정하섭의 연인이었다.

이런 복잡한 와중에도 이자놀이를 해서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허출세라는 인물도 참 밉상이다. 이름이 '허출세'가 뭔가! 이건 작가의 funny한 위트라고 볼 수 있겠다!

 

 

참말로 썩을 놈에 시상이시. 해방이 되면 배불르고 활개치는 시상이 올 줄 알았등마 갈수록 첩첩산중이랑께. 요리험한 시상일 바에야 일정때가 훨씬 나았제.’(3, 80p)

 

이 말은 200명의 계엄군이 마을에 출연하여 빨갱이 소탕작전을 벌일 때, 마을의 민심을 반영한 대목이다.

 

 

    

 

4.

김범우는 미국 oss요원 출신이었고 박두병 또한 그러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허물어뜨렸다. 특별히 김범우가 전쟁으로 인해 한강다리가 폭파되서 한강을 도하할 때 그를 사모했던 송경희와 함께 동행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김범우의 예상치 못한 동선이었다!!!  

 

    

 

5.

외서댁의 고백이다.

 

아직도 내가 몸 버리고 애까진 밴 줄을 모를까...알아서 날 죽이려들면 의당 그 손에 죽어얒. 이모 말대로 새끼를 낳자 마자 그놈한테 보냐야지. 젓빨려버리면 정 붙어 못 보내게 될테니까 생김부터 볼 필요가 없다. 그놈이 날 망친 원순데 그 새끼 생김은 왜 봐’(5, 231p)

 

 

-사회주의혁명의 극좌 박헌영

-권력장악만을 앞세운 극우의 이승만

-좌우합작을 앞세운 중도적 여운형

-민족자주를 앞세운 포용적 김구

(5, 220p)

        

 

 

6.

죽산댁의 아들 광조가 한 말이다. ‘엄니, 나 소원이 먼지 안가? 찰떡 한 가마니럴 묵는 것이여.’(6, 205p)

 

  공산주의가 탄생한 것도 인민의 배고픔과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백성들은 가난과 배고픔으로 사투를 벌였다. ‘배고픔을 줄이기 위해 똥도 매일 누지 못하게 하는 빈궁 속에서 무껍질을 깎아낸다는 것은 상상도 안 되는 일이었다.(6, 207p)’

 

당연하지, 사람에겐 생계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고. 이데올로기라는 것도 결국 그 해결책이니까.’(7, 148p)

 

 

  결국 이데올로기의 발현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었으나, 오히려 그 이데올로기에 의해 역사가 지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쌀이야 바로 사람 목심이고 소금이야 간 아니냐 그 말이여.’(6, 48p)

 

   부자인 정현동은 200명이 먹을 수 있는 쌀이 나오는 논을 자신의 물욕을 위해 염전으로 바꾸고자 한다. 나라의 정책에 의해 편법을 쓰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배고픔과 가난에 찌들은 소작인은 정현동을 낫으로 살해해 버린다. 정현동의 죽음에 대해 그의 과한 돈 욕심을 꾸짖는 것이었다.(6, 48p)’고 콤멘트를 단다.

 

 

빼앗기며 사는 사람들과 빼앗기지 않고 사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그처럼 현격했던 것이다.’(6, 89p)

 

 

손승호를 고문하던 형사의 고백은 우리나라의 경찰과 공직자들이 얼마나 많이 친일에 가담했는지를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내가 친일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내 한 몸 버려 민족과 나라에 다소나마 이익이 될 수 있다면 나를 희생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나선 것이다. 이런 유명한 이광수 선생의 말씀은 니놈은 듣지도 못했어! 바로 그런 애국자들을 친일파다, 민족반역자다, 하고 물어뜯는 놈들은 다 빨갱이새끼들이야.’

 

 

   빨갱이새* VS 친일파, 라는 그룹핑으로 나라는 더 분열되고 혼돈스런 가운데 6.25전쟁이 터진 것이다. 손승호는 이번 전쟁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민족통일을 달성하려는 세력과 친일민족반역으로도 부족해서 다시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 신식민주의자들과의 싸움이라는 것’(6, 298p)이라고 보는 반면에, 이학송은 이데올로기 대리전쟁이라는 판단이오’(6, 301p)라고 했다.

 

    

 

 

7.

 

6.25전쟁에 대해 이번 전쟁은 귀한 피 VS 천한 피의 싸움, 양반과 상것들과의 싸움이라고도 했고, ‘양효석은 공산당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과는 별개로 사람을 인정사정없이 잡아먹는 전쟁이라는 것 자체에 무서움을 느꼈다.’(7, 37p)

 

 

중국에서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다가 다시 북한군 인민군 고급군관으로 돌아온 김범우의 형, 김범준에게 아버지 김사용을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래, 누가 더 옳은 지는 세월이 지내가봐야 알 일이다. 지금은 서로 총을 맞대 어지러운 세상이다. 사람이 권력을 지녔을 적에 그것을 여러 사람을 위해 쓰면 겸손해지고, 자기를 위해 쓰면 교만해지는 법이니라.’(7, 46p) 고 말했다.

      

 

  선임하사 현오봉의 심중생각이다. 한국전쟁에 미군이 개입함으로 공중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것에 대해 상사가 내뱉는 말에 부하인 현오봉이 이런 생각을 한다.

 

선임하사는 예의바른 태도로 취해보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하 드런 놈, 외다리 게다짝 하나 붙였다고 나이도 새파란 ** *같이 놀고 있네. 이 새끼야. 사람 무더기로 죽이자고 폭탄 저리 쏟아붓는 게 뭐가 그리 근사하고 재미난 구경거리냐. 네 놈이 저쪽에 있다고 생각해 봐. 참 근사하기도 하겠다. 그러고 말야. 저 폭탄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게 따지고 보면 다 우리 동포야. 동포. 원 ***, 드러워서 못 참겠네. 그는 되는대로 욕질을 해대고 있었다.’(7, 165-166p)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군의 발언이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가난했고 배고팠고 그러기에 더러울 수 밖에 없었다. ‘똥 냄새와 김치 냄새의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였다. ‘역시 한국에서 쓸만한 건 딱 한가지 뿐이야. 여자의 ** 빼놓으면 너무 미개하고 야만적이라서 정나미가 떨어져.’(7, 361p)

 

 전쟁은 사람은 원초적으로 만들고, 결국 전쟁은 인간의 욕망을 발가벗기게 만드는 듯 하다.

 

 

이런 분위기는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배고팠고 가난했고 비위생적이었기에 선진국의 시선에선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8.9

  작품을 읽어가는데 브레이크가 다소 걸리면서 속도가 떨어졌다. 필사도, 메모도 흔적이 없구나. 빨치산은 지리산에서 나름대로 해방구를 찾아 헤매면서 토벌대와 잦은 전투를 벌인다.

 

 

 

 

10.

죽음이 추상적일 때 두려움은 생기고, 현실의 안위에 집착할 때 그것은 증폭되는 것이었다. 자각한 자의 죽음은 그것 자체가 행동이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각하지 못한 자에게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각을 기피하는 자에게 역사는 과거일 뿐이며, 자각한 자에게는 비로소 역사는 시간의 단위 구분이 필요 없는 생명체인 것이다. 역사는 시간도, 사건도, 기록도 아닌 것이다. 그것은 저 먼 옛날로부터 저 먼 뒷날에 걸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올바른 쪽에 서고자 한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으로 엮어진 생명체, 그래서 역사는 관념도, 추상도, 과거도 아닌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뚜렷한 실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크는 것이다.’(10, 294p)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크는 것이다

 

  커가고 있는 역사인데, 그 역사가운데 서 있는 역사인인 우리는 제대로 잘 커가고 있는 걸까!

 

 

 ...10권의 책을 뒤늦게서야 완독을 했다. 작가 조정래는 1943년에 태어나 1948년에 여순반란사건을 순천에서 겪은 장본인이다. 그리고 충남 논산에서 6.25전쟁을 겪는다. 그리고 1953년 작은 아버지들이 살고 있는 벌교로 이사를 한다. 벌교의 이야기는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가 몸으로 익힌 모든 디테일, 구체성을 작품화시켰다. 우리 민족의 역사, 아픔과 상처의 궤적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 이제 예전에 계획했던 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4)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이웃 시루스Cyrus 박사는 태백산맥을 넘어 시베리아 벌판으로 넘어가는 긴 대장정이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장담은 못 하겠다. 누군가가 쓴 책 제목처럼 나는 미루기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조정래의 작품을 읽으면서,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과 허영만의 ! 한강의 이야기가 많이 생각이 났다! ! 한강은 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현대사를 보여주고 있다. 화가 강토, 그리고 일본인 야스코와의 관계는 참...허영만, 만화라면 사족을 못 쓰니...어쩌다 보니 이 책은 재독을 했구나!

 

 

 

 

 

 

 

 

 

 

 

 

 

 

 

 

 

 

 

 

 

 

 

 

 

 

 

 

 

 

*이 페이퍼는 어제 완성해서 업로드하려니 계속 오류가 나는 것이다. 알라딘의 문제인지, 후에는 내 구린 컴퓨터의 문제인지 그래서 컴퓨터에서 폰으로 옮겨 업로르를 했는데, 이것조차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글의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원색적인 욕설과 원초적인 표현들이 필터링되어 나의 업로드를 금지시킨 듯 하다. 휴...AI 똑똑하네.문득 작가 조정래나 만화가 허영만이나 자신이 낳은 자식같은 작품 때문에 얼마나 숨졸이며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마음의 불', '열정의 다이너마이트'가 있었기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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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5-07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알벨루치님 「태백산맥」완독을 축하드립니다!

카알벨루치 2019-05-07 15: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부끄럽네요 ㅎㅎ

2019-05-0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7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5-07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완독에 성공한 카알벨루치님의 독서 이력을 보면서 저는 확신을 했습니다. <태백산맥>을 정복했으니 <전쟁과 평화>도 수월하게 정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서인으로서 카알벨루치님은 제대로 잘 커가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5-07 15:37   좋아요 0 | URL
시루스박사님의 칭찬이네요 ㅋㅋ후배한테 듣는 칭찬도 과히 나쁘진 않네요 ㅎㅎㅎ

oren 2019-05-0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내 『태백산맥』을 무사히 완주하셨네요. 짙은 감동이 묻어나는 필사 노트와 후기까지도 잘 봤습니다. 이 작품을 완주한 기세를 살려서 곧바로(?)『전쟁과 평화』에 도전한다면 또다른 감동도 느끼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요즘 『로마 제국 쇠망사』를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생각보다는 진도가 술술 잘 나가고, 책 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들과 산과 강과 도시들을 훓고 다니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더군요.(낯선 지명이 나오면 ‘구글 어스‘를 자주 띄웁니다. 옛날 지명은 요즘에 바뀐 지명으로 재검색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번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낱권 한 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도무지 책을 들고 읽기가 너무 힘겹다는 사실이더군요. 궁금해서 이들 세 작품의 사양을 비교해 봤더니, 역시 기번의 책이 다른 작품에 비해 많이 무겁긴 하네요.

『태백산맥』(전10권)이 3,400쪽에 3,700g, 148×210mm.
『전쟁과 평화』(전4권, 민음사판)이 2,988쪽에 3,884g, 132×224mm.
『로마제국쇠망사』(전6권, 민음사판)이 4,150쪽에 6,225g, 152×228mm.

카알벨루치 2019-05-07 17:24   좋아요 1 | URL
오렌님 진짜 너무 센쓰가 왕입니다! 좋아요 백만개 누릅니다 ㅋㅋ무게까지~ 책이 너무 무거우면 팔목이 아파서 힘들죠 ㅋㅋ긴 댓글 늘 감사드립니다 ‘외서댁’ 대단합니다 ㅎㅎㅎㅎ

bookholic 2019-05-08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완독을 축하합니다. ^^
카알벨루치님의 독서 노트를 보면서 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저런 꼼꼼한 메모가 어찌 가능한 것인지요?
카알벨루치님의 독서 노트들은 귀한 보물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

카알벨루치 2019-05-08 09:00   좋아요 1 | URL
쓰다가 말다가 게을러서 늘 그래요~필사왕이신 분이 그런 얘길하시면 안되지요 저 노트 커피 쏟아서 우들우들(?)해져서 글쓰고싶은 맘이 뚝떨어져버렸네요~<태백산맥>완독은 북홀릭님 덕분이기도 합니다 댓글 감사하고 오늘도 즐거운 일상이 되세요 ^^

북프리쿠키 2019-05-08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묵직한 돌처럼 가슴을 누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책 읽는 모습에 또 한번 저의 허술한 독서를 돌아보게하네요 흐~~
늘 응원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5-08 09:46   좋아요 1 | URL
제가 더 허술합니다에 한 표! 북프리쿠키님 자주 뵈서 너무 좋네요 인제 서재정리같은거 하지 마세용 ㅎㅎㅎㅎ

coolcat329 2019-05-17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멋지세요. 독서노트도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글씨체가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카알벨루치 2019-05-17 09: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과찬의 말씀! 힘이 납니다 덕분에 필사노트 다시 들고왔는데 또 쓸지는....ㅎㅎㅎㅎ

뒷북소녀 2019-05-23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시간이야 얼마나 걸렸든... 완독한게 중요한 거잖아요.
그리고 카알벨루치체... 너무 매력적이에요.
저도 올해 5월까지 토지 완독이 목표였는데... 아무래도 물 건너 간 것 같아요.

카알벨루치 2019-05-23 14:27   좋아요 0 | URL
저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 뒷북소녀님이시군요 전에 <전쟁과 평화>도 완독하시지 않았나요? ~<태백산맥>완독후 며칠동안 책이 잘 안잡히더군요 ㅎㅎ
 
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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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정은이다, 신간이다 싶어 구매했다. <아무도 아닌>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은 좀체 속도가 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내용도 난해하고 그냥 몰입이 잘 안 되었다. 나중에는 빨리 읽어치우자 싶어 읽었다. 왜 그럴까?

 

 

 

 

2

문학이 정치라는 옷을 입었구나. 그래서 더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한나 아렌트가 나오고, 아우슈비츠가 나오고, 스테판 츠바이크가 나오고, 박근혜 탄핵이 나오고, 세월호가 나오고...그냥 너무 많은 것을 얼버무리려 했나? 잘 읽힐 것 같은 예감은 틀렸다. 소설에서 무언가를 인용하거나 발췌할 때는 주를 달아 밑에 분리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다.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지만, 주제의 무게감 때문에 손만 대고 있는데, 소설이 혁명을 다루고, 정치를 다루고...아 복잡해...그래서 싫었다. 황정은이 정치적인 색깔을 입은 지가 좀 되었나?

 

 

 

 

3

문학은 그냥 문학이었음 좋겠다. 순수문학...그대로 아름답고 보기 좋지 않은가! 정치는 정치가나 기자가 하고, 문학은 작가가 하면 안 되나? 언젠가 K시인이 문학의 권력을 입고 휘둘렀던 성추행이나 연예인 J의 죽음을 가지고 해외펀딩까지 해서 책을 내었다고 하는 Y나, 물론 팩트는 추적해보아야 하겠지만...어떤 소재이든, 어떤 주제이든 무기를 삼으면 권력이 되는 게 아닐까! 문학은 순수했음 좋겠다! 그렇다고 황정은 작가가 문학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말은 아니다. 오해는 마시길! 그냥 내 생각이다.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거 쓰겠지만. 황정은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해서 4년 반 정도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냥 이번에는 조금 아닌 듯...단지 내 취향이 아닌 듯 싶다.

 

그냥 정치적인 이야기 하려면

나는 그 작가의 소설은 별로 읽고 싶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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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05-05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100배 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5-05 12:40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이런 댓글 역쉬 북키님🥰

syo 2019-05-05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전 예술가도 정치하고 정치가도 예술하고 막 그랬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잘하는 방식으로요. 정치가만 정치하게 시켜놔서 정치꼴이 이 모양 이 꼴만 같아서요.

카알벨루치 2019-05-05 12:39   좋아요 0 | URL
난 그냥 문학이 너무 그러니 ...싫어요 문학이는 그러는거 시러용 문학이가 그럼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는...제 편견일수도 있고 내가 너무 정치적 감각이 둔해서 일수도 있고 ... 반가워요 우리 쇼군 💕

syo 2019-05-05 12:47   좋아요 1 | URL
편견이나 감각의 문제라기보다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거니까요 ㅎㅎㅎ 저도 반가워요 카알님😊

cyrus 2019-05-06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작가는 ‘순수’ 문학은 추구할 수 있을까요? 정치가가 정치를 해야 하고, 소설가는 소설을 써야 한다는 식으로 역할을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는 순수 문학이라는 단어에서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 없는 문학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syo님 말씀처럼 정치가도 소설을 쓸 수 있고, 소설가도 정치적 이슈를 주제 삼아 소설을 쓸 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에 민감하게 생각하고 확대 해석하기 쉬운 분위기라서 정치가가 소설을 쓴다거나 소설가가 정치적인 주제로 소설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아요. 물론 작가가 어쭙잖은 생각으로 정치적 이슈를 건드려서 어이없는 소설을 쓴다거나 정치가가 자신의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려는 목적으로 소설을 쓰는 건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

카알벨루치 2019-05-10 09:3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제가 황정은 작가 작품을 겨우 2권 읽고서 느낀것이라... 그냥 그 작가에 대한 기대감 같은게 있는데 정치적인 색채가 등장하니 조금 당혹스러웠다고나 할까? 정치적인 색채를 지울 순 없는듯 한데 그냥 갑자기 황작가의 “순수문학”이 더 그리웠다고나 할까요? 4년 반 준비하셨는데 전 한번 읽고 리뷰 이렇게 써도 되나 조심스럽기도 하고 황작가님이 이 리뷰를 보시지 않았음 싶기도 하고...맘 상할 순 있지만 또 볼 필요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일개의 저의 글이 무슨 영향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그래도 써야죠 존버정신! 근데 저 시루스님 땜에 존버 뜻 제대로 알았네요 존버를 저는 zone burrow로 이해했는데 그 영어 뜻도 얼쑤 맞네요 존버정신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 댓글에 이거 달아야하는데 암튼 사통발달 알라딘 ㅋㅋㅋ

뒷북소녀 2019-05-23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만 그랬던게 아닌가 봅니다.
저도 읽다가... 진도가 잘 안나가서... 읽고 또 읽고...
벌써... 3달째 표지만 보고 있는 것 같아요...ㅠㅠ

카알벨루치 2019-05-23 14:25   좋아요 0 | URL
그거 맘 잡고 읽어야 합니다 저랑 비슷하게 느끼셨다면...황정은 작가는 작가의 뚝심어린 책임감과 시대에 대한 작가적 사명을 가지고 쓰신듯한데 ....들추기 싫은 역사의 한 단면이라 피하고 싶은 제 심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