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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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본가에서 저녁을 보내던 중 예전에 읽었던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펴들었습니다. <하악하악> 속에서 작가가 툭툭 던지듯이 독자에게 건넨 말들은 때론 퉁명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웃음짓게도 만들고, 어느 구절에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게 만들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을 웃겼다 울렸다하게 만드는 이러한 힘이 작가의 역량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여러편의 글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은 몇몇 구절과 제 생각을 옮기며 리뷰를 대신해 봅니다.

 

 거리에서 행색이 남루한 사내 하나가 당신을 붙잡고 이틀을 굶었으니 밥 한 끼만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했다. 당신을 그를 불쌍히 여겨 수중에 있던 삼만 원을 모두 털어주었다. 그런데 사내가 그 돈으로 회칼을 구입해서 강도살인을 저질렀다. 당신이 사내에게 베푼 것은 선행일까 악행일까.(p14)

 

 낯선 이가 나에게 다가와 교통비가 떨어졌다며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때론 상습범으로 의심되기도 해 외면할까 생각이 드릭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지갑을 열게 된다. 인정(人情)의 마지노선이랄까. 이런 상황에서도 외면한다면 사람사는 곳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악하악>에서 제시한 상황처럼 내가 준 돈으로 강도살인이 발생했다면...... 그렇게 된 현실이 가슴 아프겠지만, 결과로 인해 내 의도가 왜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그런 기사를 접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지갑을 열지 않을까.  

 

 그리움은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흩날리는 낙엽이고 기다림은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흔들리는 꽃잎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한 아픔으로 새겨지는 젊은 날의 문신들.(p34)

 

 '그리움 -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 '기다림 -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라면 '현재라는 시간의 나무'에는 무엇이 달려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하악하악>의 다른 본문 속에서 찾아본다. '현재라는 시간의 나무'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태양을 받는 나뭇잎이 활짝 열려 있지 않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의 나무에는 과거의 추억이나 미래의 동경보다는 광합성(光合成) 활동에 필요한 잎이 필요할 것이다. 아님 말구.

 

 척박한 땅에 나무를 많이 심는 사람일수록 나무그늘 아래서 쉴 틈이 없다. 정작 나무그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그가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나무를 심을 때 쓸모없는 짓을 한다고 그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다.(p41) 

 

 예술이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카알라일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태양으로는 결코 담배불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p51)

 

 어디 예술만 그럴까. 자신의 삶을 가치없게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태양으로 담배불을 붙이려는 이들은 아닐까. 자신을 아는 것은 예술을 아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과연 얼마나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일까?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만나면 그래, 산에는 소나무만 살지는 않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p181)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해도, 창 밖의 산에 온통 보라색 꽃만피어있다면 아마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했던가. 우리 사회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박사모 꽃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느 중학교 한문시험에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한자말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한 학생이 '백 번 묻는 놈은 개만도 못 하다'라고 답을 적었다. 한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창의력을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반만 맞은 걸로 평가해주었다. 실화다.(p134)

 

 1990년 걸프전(The Gulf War)이 한창일 때 일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국사 시험 중 통일신라시대 군사 편제에 대해 묻는 주관식 문제가 출제되었다. 정답은 9서당 10정. 그런데, 어느 재치있는 친구가 당당하게 '다국적군'이라고 답을 적었다. 채점을 담당했던 아르바이트생은 그 학생의 재치를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정답으로 처리해주었다. 실화다. 거의 30년 전의 일이니 웃으며 넘어갔지, 내신 점수가 중요해진 요즘 일어났다면..... 생각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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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11-10 0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생일 책 택배가 늦어서 툴툴 댔었잖아요. 헌데 그즈음 cj 대한 통운에서 사고가 났더군요. 그걸 이제야 알아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정권도 바뀌었고 조금 안심하며 내 관심사에 집중해도 되겠지 싶어서 뉴스를 뜸하게 봤더니.... 세상은 매일 이리 문제 투성인데 나는 매일 책타령만 하고 있....

오늘 알쓸신잡에서 실향민과 귀소 본능 얘기가 나왔죠. 유시민은 경주가 고향이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만약 갈 수 없다 생각하면 무척 가고 싶어질 거라고 했죠. 겨울호랑이 님의 저 보라색 꽃 사연 같은 격이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삶의 유격들 속에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겨울호랑이 2018-11-10 05:24   좋아요 2 | URL
현실을 생각한다면 항상 우리가 촛불을 들던 때처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우리를 불행하게도 만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 삶을 이끄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은 꼭 하지말라는 것만 하는 ‘청개구리‘심보일까요 ^^:)

2018-11-10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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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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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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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1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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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7 0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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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7 0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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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어제. 알라딘 이웃분이신 붉은 돼지님께서 뜻하지 않게 길냥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지만, 갑작스럽게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글을 남기고 24시간이 지났 후... 붉은 돼지님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줄은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사연인 즉 아내의 동료 유치원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중 길가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보셨답니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는데, 백미러로 보니 이 녀석이 차를 따라오더랍니다. 마침 근처에 계신 분께 여쭤보니 떠돌이 고양인데 근처 강아지 사료(개밥)을 같이 먹으며 지낸다는 걸 알아내시고 처량해 보여 유치원으로 가져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가 연의 눈에 딱 걸린 것이지요...

사실, 며칠 전부터 연의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단 말을 해왔었기에, 이 고양이는 바로 ‘귀요미‘라는 이름을 받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하루 전 올라온 붉은 돼지님의 글을 참고해서 바로 집장만을 했네요.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의 하나다. 민간에서는 고양이를 악물과 영물의 양면으로 인식하였다. 사람이 학대를 하면 앙갚음이나 해코지를 한다고 해서 경원시 해왔다.(p57)「한국문화상징사전」중

해코지를 안 당하려면 잘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연의는 고양이에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할 계획이라며 설레어 합니다만... ‘고양이 산책‘이라. 인류의 가축 사육사에 획을 그을 업적을 연의가 남길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딸의 꿈을 응원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칩니다.

ps. 이번 주말의 시작은 고양이 예방접종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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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03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겨울호랑이님댁도 고양이 생기셨군요.
저는 강아지처럼 줄을 매고 산책하는 고양이 사진도 본 것 같은데요.
목줄보다는 하네스 같이 생겼는데, 강아지처럼 산책할 때는 줄을 매고 가나봐요.
겨울호랑이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03 00:21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이미 산책하는 고양이가 있었네요. 그럼 공을 던져 물고 오는 훈련을 시켜야겠습니다. ㅋ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가을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8-11-03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여기 또 따님때문에 졸집사되신 분이 계시는군요 ㅎㅎㅎ
저희집 냥이 보다 쪼끔 큰듯도 하네요
어쨋든 날도 점점 추워지는데 길냥이가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ㅎ

겨울호랑이 2018-11-03 00:39   좋아요 1 | URL
^^:) 네 딸 이기는 아빠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딸들과 함께 잘 성장하는 야옹이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AgalmA 2018-11-03 0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같은 고양이과 겨울호랑이님 댁에 입양 갔으니 잘 살겠네요ㅎㅎ 연의도 고양이도 좋겠다옹ฅ^._.^ฅ  오늘 어쩐지 겨울호랑이님께 이 이모티콘 쓰고 싶더라니ㅎㅎ 고양이를 두고, 즐기는 산책과 해코지를 생각하는 부녀 모습에 풉)))

겨울호랑이 2018-11-03 00:41   좋아요 2 | URL
아하! 그렇군요. 참 귀여운 이모티콘이네요. ^^:) 즐거운 추억은 연의 몫이고, 고양이 똥오줌과 털은 아마 제 몫이... ㅜㅜ

만화애니비평 2018-11-03 0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옹, 호랑이를 고양이의 집사로 임명하겠다옹

겨울호랑이 2018-11-03 08:25   좋아요 3 | URL
ㅋㅋ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몸을 타고 올라와 머리 위에서 노네요 ㅋㅋ

북프리쿠키 2018-11-03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고양이가 넘흐 귀엽슴다..ㅎ
예전에 와이프가 혼수로 장만한 강아지를 키웠더랬는데..
보낼때(?)가 겁이나서 이제 못 키우겠어요..ㅠ
고양이는 강아지와 또 다르다는데..연의 친구가 되어 주겠네요..ㅎㅎ

카알벨루치 2018-11-03 09:21   좋아요 2 | URL
저도 총각때 마르티즈 키웠는데 두번 다시 키우진 못할 듯 합니다...도서관에서 빌린 하루키 책을 난도질해버렸다는 ㅎㅎ

겨울호랑이 2018-11-03 09:57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저도 어린 시절 강아지를 키웠는데, 가슴 아프게 이별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별 하는 순간도 분명 있고 가슴아프겠지만, 이별과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임을 연의가 배웠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 사실, 저도 카알벨루치님, 붉은 돼지님 말씀처럼 바닥에 깔린 책들이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이것도 운명이라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네요.ㅋ

카알벨루치 2018-11-03 10:26   좋아요 2 | URL
고양인 다를수도 있으니 ㅋㅋ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18-11-03 21:10   좋아요 2 | URL
아직까진 책을 먹이보다는 도움닫기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곳을 좋아해서인지 책상위를 걸어다니며 자판도 누르기에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ㅜㅜ 그 점에선 강아지와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2018-11-03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3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8-11-03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깽이네요^^ 다행이에요, 겨울호랑이님을 만나고 연의를 만나서요.


겨울호랑이 2018-11-03 10: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포스트잇님^^:) 좋긴 한데, 제가 키워본 경험이 없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뭐, 그러면서 서로 맞춰가겠지만요.ㅋ

목나무 2018-11-03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이런 일이....ㅎㅎ 연의 마음에 쏙 든 저 고양이로 겨울호랑이님 댁도 한동안은 고양이로 대동단결 할 것 같습니다. ^^
따님과 산책하는 귀요미의 모습 상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겨울호랑이 2018-11-03 16:46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막상 고양이가 오니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네요. 당분간은 저와 아내가 집사가 되어 친해질 때까지 돌봐줘야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설해목님

잠자냥 2018-11-03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재미나네요. 며칠 새 집사가 되신 분들이 ㅎㅎ 귀요미가 어쩐지 행복한 집에 잘 들어간 것 같네요. 사랑 많이 받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_^

겨울호랑이 2018-11-03 16: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날이 추워지면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떠돌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니 친하게 지내야겠지요.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11-03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양이의 도도한 면이 좋습니다. ˝내 마음을 너희 인간들은 모를 거야, 알려고도 하지마!˝라며 쏘아보는 것 같거든요.

따님을 응원합니다. 고양이와 행복한 시간이 많기를...

겨울호랑이 2018-11-03 16:49   좋아요 0 | URL
^^: 페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귀요미)는 생후 60일 정도된 녀석이어서인지 사람 품을 떠나질 않네요. 상당히 강아지스러운 면이 많은 고양입니다.ㅋㅋ 혹시 ‘고양지‘가 아닐런지 싶네요. ㅋ

cyrus 2018-11-04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이 사람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나봐요. 호랑이가 고양이과 동물이잖아요. 겨울‘호랑이‘, 붉은‘돼지‘. 동물이 좋아할만한 이름이네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8-11-04 19:52   좋아요 1 | URL
cyrus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작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8-11-07 14: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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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7 1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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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1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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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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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9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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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9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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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정원은 하나부터 아홉까지 인공으로 조성되었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 역시 그 점에서 크게 예외가 아니다. 규모뿐 아니라 그 숫자도 결코 적지 않다. 이들에 비추어 우리 전통정원은 인위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으며 그 수도 그리 많지 않다.(p10)... 유럽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정원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정원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영국 같은 경우에 세계적인 명원으로 꼽힐 대규모의 풍경식 정원이 전국에 널려 있다. 독일은 크고 작은 도시들마다 최소한 하나씩 정원이 있다.(p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서 말하고 있는 외국의 정원과 뚜렷이 구별되는 우리나라 정원(庭園)의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처럼 전통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헤르만.F. 폰 퓌클러무스카우(Hermann Furst von Puckler-Muskau, 1785 ~ 1871)의 <풍경식 정원 Andeutungen uber Landschaftsgartnere>속에 그려진 서양 정원(Park, Garten)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함께 살펴보면서 이를 찾아보고자 한다.


1. 계절에 따른 정원의 아름다움 : 조화 VS 설계


 <한국 정원 답사수첩> 속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정원의 예로 창덕궁 부용정(昌德宮 芙蓉亭)을 말하고 있다. 전통 정원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인간이 만든 건축물(정자)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말한다. 반면, <풍경식 정원>의 저자는 자연과의 조화보다는 철저한 조경 설계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게 된다.


 [사진] 부용정 (출처 : http://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00961)


 원도방지 圓島方地의 정형성과 부용정 芙蓉亭의 아름다운 자태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용지원은 한국정원의 백미라 할 수 있다.(p54)... 부용정은 어느 철에 가도 좋다. 봄철에 가면 주변 언덕 이곳저곳에 연분홍빛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여름철의 부용정 지원은 싱싱한 아름다움이 있어서 좋다. 부용정 지원의 단풍은 그 맛이 특별하다... 이 곳의 단풍은 사람의 숨결과 잘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겨울, 눈 오는 날, 하얗게 물든 온 천지에는 적막만이 가득하다.(p57)... 부용지는 네모난 형태의 못으로 못 속에는 원형의 섬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천원지방의 음양오행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원도방지인 것이다.(p58)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자연을 끌어들이고, 자연으로 나가고, 자연과 어울려 합일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성은 소쇄원 瀟灑園이나 독락당 獨樂堂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원리는 단지 소쇄원이나 독락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별서정원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것이다.(p32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잘 계획된 풍경식 정원에는 별다른 색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적절히 구성된 형상만으로 사계절 항시 경관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자연의 조화도기대할 수 없는 겨울이라 하더라도 나무와 잔디 그리고 수면이 어우러진 한아름의 경관을 이룰 뿐 아니라 이들이 함께 일구어낸 물가의 산책로며 호안선이 만들어 놓은 수변경관 역시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해 준다.(p38) <풍경식 정원> 中


2. 정원에 담긴 주제 의식 : 철학적 의미 VS 시각적 의미


 <한국 정원 답사 수첩> 속에서는 정원에 담긴 의미가 강조된다. 사찰 정원에 담긴 불교 사상, 민간 정원에 담긴 선비 정신등이 표현된 전통 정원은 거의 같은 구도를 가지고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등의 풍수(風水)사상이 그것이다. 반면, <풍경식 정원>에서는 정원이 가지는 독창성과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면에서 철학적 의미를 강조한 우리 전통 정원과 차이를 보인다.


 송광사의 계담 溪潭은 우리나라 전통사찰에 조성된 몇 안 되는 계담 가운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수면에 비치는 건물의 그림자가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우화각 넘어가는 다리의 홍예가 물에 비쳐 원상을 이루게 되면 그야말로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의 진리를 단박에 깨우치도록 만들어 준다. 이 계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계원 溪園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심미적 장소가 아니라 불교적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신앙공간이다.(p19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사진] 임대정 원림( 출처 : http://hcs.cha.go.kr/korea/heritage/search)


 임대정 臨對亭 정원은 사평천의 동쪽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언덕 위에 지어놓은 임대정이 정원의 중심이 된다. 임대정을 특별히 서북향으로 앉혀 놓은 것은 사평천의 물길이 좌청룡쪽에서부터 우백호 쪽으로 흘러드는 서출동류 西出東流의 형식을 취할 수 있었던 뜻인가 싶다.(p21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라 하더라도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다보면 결국 천편일률적인 인상을 줄 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광경을 제공하고 다른 어떤 것도 능가할만한 다양한 매력요소를 제공하며 웅장한 면과의 조화를 별 무리 없이 확보하려면 풍경식 정원의 규모는 충분히 큰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자연이 주는 세세한 아름다움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넓게 확장시켜 놓은 광활한 것이 작은 것 보다 나을 수 있다.(p32) <풍경식 정원> 中


3. 정원 안의 건축물 : 정자(개방성) VS 저택(폐쇄성)


 우리 나라 정원에서 빠지지 않는 건축물은 '정자(亭子)'다. 정원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서 전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정자는 개방적인 건물이다. 반면, 풍경식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저택(邸宅)'이다. 정원의 주인이 거주하는 이 공간은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건축은 자연과 잘 어울리고 자연에 녹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경에 비해 특별히 건물이 노출되어 음과 양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자는 다르다. 정자는 사방으로 시계가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돌출된 장소에 자리를 잡게 된다. 초간정 草澗亭 역시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조금 도드라지게 보이기는 하지만 자연에 순응해 자기 자신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p415)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사진] 초간정(출처 : http://www.k-heritage.tv/brd/board/275/L/menu/254?brdType=R&bbIdx=5432)


 건축물은 언제나 경관과 함께 하면서 서로 밀접하게 엮여간다는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원의 건축이라 해서 자연과 잘 어우러지거나, 보다 쾌적한 환경이나 전원적인 아름다움이 요구되는 등 별도로 정해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p42)... 아름다운 조화를 논의하는 것은 그 모습으로부터 건축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목적성과 합치되도록 형태를 갖추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p43)...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물론 저택이다.(p45) <풍경식 정원> 中 


4. 정원의 나무들 : 개체와 전체


 우리 나라에는 이미 많은 나무들이 자생(自生)하고 있기에 몇 그루의 나무만으로도 훌륭하게 경관을 꾸밀 수 있는 반면, 기본적으로 잔디를 배경으로 한 풍경식 정원에서는 나무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전체와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옮겨심거나 심한 경우 베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전통 정원에서 나무는 같이 가는 동반자라면, 풍경식 정원에서는 하나의 도구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집 주위로 소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집안에 나무를 많이 심지 않아도 식생경관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대문 밖 문간마당에 자라고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는 입구성을 부여해주는 훌륭한 상징물이 되고 있다. 은행나무와 회화나무는 오래전부터 학자수로 완상할만한 가치가 있다.(p52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지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나무 개체로는 아름다운 경우라 하더라도 전체 녹지의 조화와 목적에 대립되는 경우라면 희생시켜야 할 수도 있다... 다른 나무들을 대담하게 제거함으로써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큰 아름다움을 취할 수도 있으며, 손실을 감수함으로써 얻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사실로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다.(p66) <풍경식 정원> 中


5. 정원의 물 : 계류 VS 호수


 전통 정원에서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존재다. 인공폭포를 조성하는 경우에도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을 그 안에 담으려 했던 반면, 서양의 풍경식 정원에서 물은 그렇지 않다. 자연스러운 늪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낫다는 <풍경식 정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나라 전통의 연지(蓮池)는 아름다운 못이 아닐 것이다.


 [사진] 강진 백련당(출처 : http://hankukmail.com/newshome/print_paper.php?number=21604)


 계류 溪流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못과는 달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관미를 연출하고 있다.(p393)... 영벽지 影碧池 주변은 자연 암벽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생적인 자연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데, 시에서 읊은 것처럼 물이 흘러들어오는 북쪽 암반의 층단에 수로를 파고 물길을 모아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아마도 이 공간에서 신선의 세계를 연출하고자 했던 모양이다.(p5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풍부한 식생만큼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강이나 호수의 신선하고 맑은 물과 함께 하게 되면 경관의 아름다움은 무한히 상승되고 눈과 귀는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나는 어설픈 모방이라면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물 없이도 아름다운 자연은 있어 주지만 악취 나는 늪은 온 지역을 오염시킨다.(p105)... 하지만 어떤 무엇을 취하려는 간에 인공의 수경관(水景觀)에 자연스로운 모습을 갖추어 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p106) <풍경식 정원> 中


 <한국 정원 답사 수첩>과 <풍경식 정원>에서 말하고 있는 정원의 구성 요소는 이처럼 거의 유사하다. 건축물과 주변의 나무들, 그리고 주변을 흐르는 물 등. 그렇지만, 이러한 같은 요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같은 쪽을 향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모델 삼아 중간적인 방안을 모색해 볼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거센 물살이나 계곡의 물에 의해 충적된 돌무더기 형태로라면 적어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저절로 바위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거나 최소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쉽게 자연을 모방할 수 있다.(p115) <풍경식 정원> 中


 정원에 자연을 담고자 했던 전통 정원과 마찬가지로 <풍경식 정원>에서도 자연의 모방을 말하고 있지만, 자연을 모방(模倣)하는 태도는 양자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파(張法, 1954~ )교수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에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 미학의 '마음으로 조화 본받기'에서 '본받는' 방식은 서구인의 모방과는 다르다. 그것은 '조화'의 성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문화의 조화는 주로 산수 자연에서 구현되어 있다.(p374)... 서구에서 산수의 본질은 우주와 마찬가지로 형식(형상과 색채)과 거기에 내포된 의미에 의해 규정된다. 풍경을 마주하고 그림을 그려야만, 비율/색채/의미 내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해 낼 수 있고 우주의 본질을 가장 전형적으로 반영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우주는 실체적이지도 형식적이지도 않다. 중국 화가는 언제나 "실컷 돌아다니면서 한껏 보고 나서, 그것이 가슴속에 역력하게 새겨지는" 경지를 추구했다.(p375)...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살피는 방식이란 화가가 많은 경험을 하고 충분히 유람하며 충실히 수양을 쌓아 아름다운 산과 강이 "가슴속에 역력해지면", 그것을 우주적 차원에서 그려내는 것이다.(p376)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中


 물론,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에서 동양미학은 대부분 중국을 말하고 있기에, 한국의 정원에 중국 미학 사상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주저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한국의 정원에도 이러한 중국 미학의 태도를 대입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 소개된 고산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가 병자호란 이듬해 보길도에 조성한 원림,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 ~ 1553)이 파직 후 고향에 돌아와 지은 독락당(獨樂堂) 등 많은 정원이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만들어진 것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이들이 추구한 아름다움이 주변과 어우러지는 조화(調和 harmony)로 흘러갔던 것은 낙수(落水)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을까. 


 <한국 정원 답사 수첩> 과 <풍경식 정원>에 소개된 동서양 정원의 다른 모습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美)의 다른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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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10-30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는 것만으로 좋습니당

겨울호랑이 2018-10-30 21:58   좋아요 0 | URL
^^:) 만화애니비평님 감사합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요즘 별서정원을 찾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18-10-3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남도로 정자 기행을 다니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선비들이 참으로 좋은 곳에 정자를 지었
구나 싶더군요.

명옥헌에서 바라보는 배롱나무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0-30 22:35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도 레삭매냐님처럼 멋진 경험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다음에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야겠습니다.

2018-10-3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3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go(만권의 추억) 2018-11-02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1-02 15:57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Mango님 좋은 하루 되세요!
 

‘10.26‘이라고 하면 국민들 다수가 1976년‘박정희 전대통령 사망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10.26은 의미있는 날이었다. 많은 이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1909년 10월 26일은 하얼빈 역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조선통감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독재자 박정희가 쓰러졌어도 이 땅의 민주주의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처럼, 한국 근대사의 끝자락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지만 일제에 의한 강제병합은 막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1909년의 10.26의거는 캄캄한 일제 치하에 떠올랐던 찬란한 별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안중근과 동양평화론」은 1909년의 10.26이 단순한 테러가 아닌 평화로 가기 위한 구한말 한 지식인의 고뇌에 찬 결단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10.26을 독재자 사망일로 기억하기보다 더 큰 평화의 길을 가기위한 의거일로 기억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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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7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10-2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억하겠습니다. ~
겨울호랑이님 주말 잘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0-27 11: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께서도 가을 주말을 책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8-10-28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9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10-29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0-29 13:31   좋아요 1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제가 맡은 업무 중 하나로 프로젝트 제안이 있습니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고 했던가요. 때로는 제안이 낙찰되어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다른 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려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사실은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지요.) 이제는 경험도 어느 정도 쌓이다보니, 떨어졌을 경우 아쉬움도 잠시이고, 이내 평정심을 찾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조금은 색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페이퍼는 그 생각을 분석해 보려합니다. 


 얼마 전에도 프로젝트 제안서가 여느 때처럼(?) 떨어졌습니다. 내심 기대했던 프로젝트라 아쉬움이 컸지만, 동시에 평안함이 찾아오더군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몇 가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1. 제안 : 화폐를 통한 사용가치 교환

 

 상품소유자는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용가치를 가진 다른 상품에 대해서만 자신의 상품을 양도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교환은 그에게 그저 개인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상품을 가치로서 실현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제 교환은 그에게 일반적인 사회적 과정이다.(p151)... 사회적 행위만이 어떤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로 만들 수 있다.  즉 다른 모든 상품의 사회적 행동이 어떤 특정한 상품을 따로 떼어내어, 이 상품을 통해 다른 모든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표시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이 상품의 현물형태는 사회적으로 유효한 일반적 등가형태가 된다.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것,  그것이 사회적 과정에서 따로 분리된 이 상품의 특수한 사회적 기능이 된다. 그리하여 그 상품은 화폐가 된다.(p152) <자본 1-1> 中


 제안 요청자와 이에 응해서 제안을 준비하는 자는 '용역'을 통해서 교환관계를 맺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교환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환 참여자 자신들은 기대하는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거래에 참여하겠지요. 거래 참여자의 주관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화폐'라고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는 <자본 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konomie>에서 설명합니다. 제 경우 '프로젝트가 떨어졌다'는 의미는 제가 제시한 가치(주관적 가치)가 상대편에서 생각하는 적정기준(객관적 기준)에 미달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거래는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2. 노예의 도덕 : 실망감


 그리고, 이를 통해서 저는 먼저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면 '성취감'을 느꼈겠지요. 제가 느꼈던, 그리고 느꼈을 지도 모르는 이러한 감정들은 '프로젝트 제안'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주어지는 외부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는 감정은 여기에서 부가적으로 파생된 것이라고 보면, 우리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 의 <도덕의 계보 Zur Genealogie der Moral)>의 일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도덕에서의 노예 반란은 원한 자체가 창조적이 되고 가치를 낳게 될 때 시작된다 : 이 원한은 실제적인 반응, 행위에 의한 반응을 포기하고, 오로지 상상의 복수를 통해서만 스스로 해가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원한이다. 고귀한 모든 도덕이 자기 자신을 의기양양하게 긍정하는 것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면, 노예 도덕은 처음부터 '밖에 있는 것', '다른 것', '자기가 아닌 것'을 부정한다 : 그리고 이러한 부정이야말로 노예 도덕의 창조적인 행위인 것이다... 노예 도덕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먼저 대립하는 어떤 세계와 외부 세계가 필요하다. 생리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 노예 도덕의 활동은 근본적으로 반작용이다. 고귀한 가치 평가 방식에서 사정은 정반대다 : 그것은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성장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더 감사하고 더 환호하는 긍정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대립물을 찾을 뿐이다.(p368) <도덕의 계보 : 제1논문> 中


 '실망'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성취감'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본다면, 조금 거칠게 '실망'은 '나쁨'으로, '성취감'을 '좋음'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은 외부에 의해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니체에 의한다면 제가 느낀 실망감은 '노예 도덕의 활동'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그 이후 느낀 평정심은 '고귀한 도덕'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 역시 '노예 도덕'의 일부일까요. 그 분류는 '평정심'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귀한 인간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고귀한 인간은 '좋음'이라는 근본 개념을 먼저 자발적으로, 즉 자기 자신에게서 생각해내고, 거기에서 비로소 '나쁨이라는 관념을 만들게 된다.(p371) <도덕의 계보 : 제1논문> 中


3. 고귀한 도덕 또는 진정한 행복


 니체가 말한 '고귀한 도덕'과는 조금은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에피쿠로스(Epikouros, BC 341 ~ BC 271)의 <쾌락>에서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쾌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내적인 평정상태인 '아타락시아 ataraxia'를 추구하기 위해서 외부의 자극을 차단해야한다면, 제가 (비록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계약 수주에 실패해서 느낀 평정심은 에피쿠로스의 '평안'에 가까운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잃어서 오히려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 같습니다. 다소 모순되는 것같지만, '큰 슬픔 뒤에는 작은 기쁨이 따른다'라는 오랜 격언을 생각해 본다면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음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욕망들 epithmia 중 어떤 것은 자연적이고 다른 것은 공허하며, 자연적인 욕망들 중 어떤 것은 필연적이고 다른 것은 단순히 자연적이며, 필연적인 욕망들 중 어떤 것은 행복을 위해 필요하며 어떤 것은 몸의 휴식을 위해 필요하며 다른 것은 삶 자체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피할 때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참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행복한 삶의 목적이므로. 우리는 항상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즉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행동한다. 그리고 일단 이것이 얻어지면 모든 마음의 폭풍우가 사라진다.(p45) <z쾌락> 中 


 제가 느꼈던 평안함이 허탈함일지, 일하기 싫은 게으름일지, 아니면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 모든 것을 얻는다는 문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우리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자본주의(資本主義)'라는 말처럼 '자본=주인'인 체제에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큰 문제의 한 부분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각자 내리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 제안서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좋은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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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19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표지네요 ㅎㅎㅎ 겨울호랑이님도 좋은 오후 되시길^-^

겨울호랑이 2018-10-19 13:12   좋아요 1 | URL
syo님께선 <자본>을 아주 많이 좋아하시지요^^:). 화창한 가을날이네요. syo님께도 화창한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8-10-1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9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1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1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10-29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망감이나 성취는 외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노예의 도덕 감정이 맞겠죠. 그러나 평정심은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니 ‘고귀한 도덕‘ 맞겠는데요^^ 그런데 개념이라는 게 사람마다 달리 쓰는 난점이 있어서 어떤 이들은 정말 동의하기 곤란한 걸 ‘고귀한 도덕‘으로 쓰는 게 문제죠.

겨울호랑이 2018-10-29 23:43   좋아요 1 | URL
^^:) AglamA님 말씀처럼 주관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개념인지라... 그때그때 달라져서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네요. 그것이 ‘수학 세계‘와 ‘현실 세계‘의 차이이겠지만요. 덕분에, 많이 어려우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