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는 길냥이 미미가 작가네 집에 들어와 새끼 일곱 마리를 낳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채 고양이와 함께 하게 된 작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풋풋하게 다가온다. 어미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남은 일곱 마리 중에서도 몇몇은 또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가지만 길냥이들에게 '열린' 급식소로서, 그리고 급양사로서의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는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2> 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직접 고양이들 하나하나의 모든 것을 챙겨주는 집사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고양이들이 바람처럼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마련해 준다. 숨길 좋아하고 혼자 다니고 싶어하는 고양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림 곳곳에 스며들어 흐뭇함을 안겨준다.

 

 <고양이 키쿠>는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길냥이 입양기다. 사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짧은 꼬리 고양이 키쿠는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고양이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은 고양이를 입양하고서 고양이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얼마전 서재 이웃이신 물감님께서 키우시는 고양이 사진들과 함께 고양이 페이퍼를 제안하셨습니다. 때마침 다른 이웃분이신 키치님의 글을 읽고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2> <고양이 키쿠>를 구입했던 차라 책을 읽고 귀요미 이야기를 곁들여 봅니다...


 귀요미가 처음 집에 온 것은 2018년 11월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근무하시던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도중 길가에 벌렁 누워 있는 새끼고양이를 보셨다네요. 차에 치어 죽은 것으로 생각하시고, 묻어 주려고 근처에 가자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선생님 차를 졸졸 따라오더랍니다. 덕분에 차에 태워 학교까지 출근하신 선생님. 원래 아내는 키우려 하지 않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고양이를 키우자는 연의의 주장에 새끼고양이는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귀요미가 되었네요.

처음 귀요미가 유치원에 온 날


귀요미의 첫 바깥 나들이. 애늙은이 같다.


처음 레슬링 놀이.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


이사 후 처음으로 캣타워를 갖고 득의양양한 귀요미


뭘 먹으란 거냥! 먹을 것으로 장난하지 마라냥!!


뭘 찍냥 


 동물병원에 가서 귀요미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나니 생후 2개월된 암컷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미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해서인지 귀요미가 가족 모두와 가까워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야생의 눈빛을 한 '삵'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길냥이 시절의 모습을 찾기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집에 온지 이틀째. 침대가 생겼어요.


연탄 귀요미 선생은 일광욕 중... 


지긋이 뭘 찍냥?


 귀요미의 자랑이라고 한다면.... 네. 아마 세상에서 '간식'이라는 단어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고양일 겁니다. 츄르를 줄때마다 '귀요미, 간식?' 이 질문에 반응속도 0.001초로 대답하는 녀석. 가족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머리맡에 있다가 눈을 뜨면 쫓아다니며 조르는 녀석. 귀요미는 한국어 '간식'을 가장 잘 알아 듣는 고양이임이 분명합니다. 그 외에 집안에 있는 '그리마(일명 돈벌레)'를 참 잘 잡습니다. 새벽에 송충이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에 다리가 뜯겨진 처참한 사체가.... 


빤히 쳐다보기


 사실, 귀요미가 '그리마 킬러'가 된 것도 사연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다른 고양이들은 쥐를 잡아 온다던데, 귀요미 너는 뭘로 보답할래?' 라며 놀리듯 말했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때부터 돈벌레를 잡더군요. 생각보다 고양이들은 사람말을 참 잘 알아듣는 듯합니다.


 아이와 함께 잘 자라던 귀요미를 작년에 이사하면서 잃어버릴 뻔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른 페이퍼에서 자세히 썼기에 그 뒷 이야기를 붙여봅니다. 귀요미는  아주 잘 자랐습니다. 여전히 컴퓨터 작업할 때 무릎에 앉아 잠자기를 좋아하는 녀석, 이제는 제법 무겁기도 하지만, 어릴 때 제 어깨 위에서 놀던 때 기억을 떨치지 못해서인지 몸을 뻗어 날라올 때는 가끔 기겁하기도 합니다.


귀요미 구출 직후. 쳇! 모양 빠지는구만.



 이제 귀요미 나이가 벌써 3살이네요. 고양이 수명이 평균 15년이니 귀요미는 사람으로 치자면 한창인 20대 아가씨가 되겠네요. 이렇게 시간이 가다가 머지않아 제 나이를 추월해서 먼저 할머니 고양이가 되겠지요. 갓난아기에서부터 딸로, 친구 나이로, 나중에는 먼저 늙어 할머니가 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요. 오래 계속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떠나보낸다 생각하면 매 순간이 참 소중해 집니다.





언니 연의와 함께


2019년. 집사 무릎 침대에서 


집사 무릎 침대에서 2. 오늘 아침 페이퍼 작성 중.... 


 이런 감정이 불멸(不滅)의 삶이 아닌 필멸(必滅)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다소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딸아이 연의와 함께 자라고 있는 귀요미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많이 느낍니다. 굳이 그리마를 잡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보답하고 있음을 귀요미에게 전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합니다... 


Ps. 연의 사진도 몇 년 전 사진인데 지금과는 또 많이 다르네요. 아빠 머리에 느는 흰 머리만큼 세월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다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듯 합니다. 어릴 적 저의 경험처럼 연의에게도 그럴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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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29 10: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예뻐라. 사랑 듬뿍 받는게 느껴집니다. 모자 쓴 연의언니도 무지 귀여워요 ~고양이관련 책들은 그냥 다 좋은거 같아요. ㅎㅎ그리마. ㅎㅎ그래도 고양이가 낫네요 저희 집 개는 벌레만 보면 발벌 떨어요 ㅠㅠ 잡아달라며 ㅎㅎ고양이키쿠 재미있겠어요. 저는 고양이와 할아버지란 만화책 좋아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08-29 11:18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mini님.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어릴 적에 강아지와 함께 자랐는데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든든함은 강아지만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귀요미는 언제나 (간식 먹고 싶을 때만) 함께 하지요... mini님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

scott 2021-08-29 11:1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연의 너무너무 사랑스럽게 크고 있네요
제가 키웠던 냥이는 무려 19년을 살다 갔는데
마지막 전날까지 동네 황제로 살다 갔어요(14살 무렵부터 치아가 빠져서 송곳니 두개만 남음)

귀요미 벌레 잡을 정도면 집중력이 뛰어 난것 같습니다.ㅎㅎ
귀요미 연이랑 오래 오래 행복하게 ~*

겨울호랑이 2021-08-29 11:33   좋아요 5 | URL
아 그렇군요. scott님 냥이는 장수냥이었네요. 오래 잘 산 것을 보면 scott님과 함께 한 날이 분명 행복했으리라 여겨집니다. 귀요미가 먹을 거에는 참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지요... 그러고 보니 연의도...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8-29 11: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귀요미가 벌써 세 살이나 됐군요. 아깽이 시절부터 하나씩 사진 보니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1-08-29 11:34   좋아요 6 | URL
네 저도 이번에 페이퍼 올리면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참 많이 컸구나 싶었습니다.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물감 2021-08-29 11: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끄악 귀요미 너무 이뻐요... 페이퍼 감사드립니다^^ 자세히보니 저희집 둘째처럼 콧가에 카레묻은 비주얼인데요?ㅎㅎㅎ사진만 봐서는 얌전한 쪽 같아보이는데 어떤 성격인지 궁금해요😀

겨울호랑이 2021-08-29 11:35   좋아요 8 | URL
물감님 덕분에 성장하는 귀요미의 모습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평소에는 얌전한데, 츄르 앞에서는.... 투사가 되버립니다. 줄 때까지 울부짖기 등등.... ㅜㅜ

페넬로페 2021-08-29 12: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요미의 모습입니다. 20대 아가씨답게 초롱초롱하고 발랄한 모습도요^^
자라나는 연의에게도 좋은 관계가 될것 같아요~~간식에 빠른 반응을 보이는것도 사랑스러워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연의에게 좋은 동생이지만, 간식에 촉각을 세우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귀요미 매력이기도 합니다만. ^^:)

막시무스 2021-08-29 12: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구출작전 페이퍼 본게 얼마되지 않은것 같은데 그간 많이 크기도하고 더 귀욤귀욤 해진것 같네요!ㅎ 즐건 주말되십시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2   좋아요 3 | URL
그게 작년 11월이니 벌써 10개월 정도 되네요. 참 시간이 빠릅니다. 그 사이 살도 제법 오르고 밝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막시무스님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파이버 2021-08-29 12: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진짜 털이 너무 곱고 예쁩니다ㅎㅎ 가르쳐 주지 않은 돈벌레를 잡는걸 보면 정말 천재냥일지두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4   좋아요 3 | URL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귀요미가 천재냥까지는 못 되도, 호기심 많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노력하면 천재냥도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

얄라알라 2021-08-29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그저 물끄러미 계속 보게 됩니다. 감동을 뭐라 말해야하나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7   좋아요 3 | URL
예전에 함께 술래잡기도 하고, 동네 탐험을 다니던 친구로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어린 시기에 언제나 함께 하던 친구가 있어 행복했던 기억이 나서 올렸습니다. 북사랑님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1-08-29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처음 귀요미 데려오셨을 때 쓰신 글 본 기억이 나요! 마르고 꼬질했던 아가길냥이가 좋은 집사 만나서 살이 오르고 편안해지는 거 보면 참 좋더라구요. 귀요미도 좋은 묘연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네요. 넘나 사랑스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8-29 22:2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께서 귀요미가 밝아진 것으로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항상 같이 있다보면 크게 변화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연의가 쑥쑥 자라듯, 귀요미도 길냥이에서 함께 하는 가족으로 잘 자라왔음을 사진과 이웃님들 글을 통해 느껴봅니다. 감사합니다! ^^:)

오후즈음 2021-08-29 22: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캣타워에 앉아있는 귀요미 너무 귀엽네요. 행운의 삼색이라니~ 저도 한마리 동거하고 있어서 고양이 나오는 책들은 늘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23   좋아요 4 | URL
귀요미 성격인지 아니면 삼색이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애교도 많고 낯가림도 별로 없어 마치 강아지를 키우는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그런 면에서 행운의 삼색이라는 말이 맞는 듯해요. 오후즈음님께서도 키우신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세요! ^^:)

물감 2021-08-29 23:22   좋아요 3 | URL
오후즈음님도 고양이 페이퍼 써주세요🙂🙂🙂

오후즈음 2021-08-29 23:39   좋아요 3 | URL
저도 고양이 페이퍼 준비해보겠습니다. ㅋㅋ

붕붕툐툐 2021-08-29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겨울호랑이님도 집사님이셨군요! 작년에 북플 활동을 안했어서 귀요미 구출 사건을 못 읽었네요! 그나저나 아가 때가 더 예쁘기 마련인데, 귀요미는 크면서 더 예뻐지네요~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완전 귀족묘 같아요. 귀요미도 연이도 넘 사랑스럽지만, 오늘의 킬포는 맨 아래 동네 최고 미남이 강아지를 강렬한 눈빛으로 제압하는 사진인 거 같습니다!ㅋ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21-08-29 23:24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 어릴 때 귀요미는 야생성이 강해서 나무도 잘 타고 동네 산책도 잘 다녔는데, 함께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아이가 되었네요. 저희 가족도 귀요미가 더 예뻐졌다고 생각하지만, 귀요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귀요미도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하게 느꼈으면 합니다. 맨 아래 사진은 제가 4살 때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세 발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곳곳을 다닐 때 함께 했던 친구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네요.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2021-08-31 2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안뇽?! 네가 소문의 그리마를 잡아오는 천재냥이로구나?? 오래오래 건강하게 자라렴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뽀송해지는 귀요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봄 볕을 닮은 고양이 예요!!

겨울호랑이 2021-09-01 04: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공쟝쟝님 ^^:) 앞으로도 돈벌레 사냥꾼 귀요미와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라로 2021-09-02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지기님들이 자꾸 올려주시니 제 트라우마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귀요미 다시 돌아온 것을 알지만, 이후로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도 되고 보기 좋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느껴져요.^^

겨울호랑이 2021-09-02 13:24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귀요미가 라로님의 트라우마에 작은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귀요미를 잃어버린 시간이 있었지만, 그 기간을 통해 소중함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귀요미도 그렇게 느끼면 좋겟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라로님 감사합니다.^^:)
 

현 정권은 경찰력에 의한 물리적 힘의 행사와 제도언론에 의한 허위 의식의 조작을 권력유지를 위한 두 개의 지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제도언론에 의한 허위 의식 조작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다름 아닌 ‘보도지침‘이다. 다시 말하면 ‘보도지침‘은 단순히 언론정책의 한 가지 사례가 아니라, 일반적인 여러언론통제, 협조요청 등의 수단이 아니라 바로 그 차원을 뛰어넘어 가장 중요한 통치수단의 하나인 것이다. - P56

다시 말하거니와 이 땅에는 두 부류의 언론이 있다. 권력의 ‘탄압‘을 받는 민중언론과 권력의 ‘비호‘를 받는 제도언론이 그것이다. 한쪽은 끊임없는 압수와 연행, 구금의 대상이지만 다른 쪽은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이 오늘의 형세이다. 그러나 한쪽은 성장해 가는 언론이지만 다른 쪽은 사멸의 길에 들어선 언론이다. 민중언론은 진리의 편에서서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에 제도언론은 권력의 편에 서서 진실을 은폐하려고 헛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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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모든 칸트적 모순을 내포하지만, 사랑은 우리 인생을 중독되게 하는 첫 번째 모순이지요.(Love contains all Kant's antinomies, but it is the frist that posions our lives.) 정, 시작이 없다. 반, 시작이 있다. 반, 끝이 없다.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외침에 지쳐서, 나의 사랑은 끝난다. 그 외침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일 따름이다. 즉,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이지요. 탄생과 죽음의 고통은 동시에 외치지요. 인생이란 신비주의자들이 상상하는 것과 같은 신성한 이성적 소산물은 아니지요, 그것은 비이성적 쓰라림이지 단계적이고 질서정연한 하강도 아니지요. 그리고 폭포가 아니라, 여울이거나 소용돌이지요.  _ W.B. 예이츠, <환상록> , p44


 이 페이퍼의 시작은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 ~ 1939) 의 <환상록 A Vision>에 있는 '칸트적 모순 Kant's antinomies'과 관련된 서재 이웃분이신 북다이제스터님과의 문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제 작성한 답글을 고쳐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아 먼 댓글로 작성해 본다. 예이츠가 <환상록>에서 언급한 '칸트적 모순'은 무엇일까?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는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ft >에서 순수이성비판  중 초월적 변증학에서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을 말한다. 우주론적 이념 체계 안에서 초월적 이념으로 순수 이성에 대해 정립(定立)과 반정립(反定立)이 넷째 이율배반에 이르기까지 펼쳐진다. 이 중에서 예이츠의 <환상록>과 관련해서는 첫째 상충이 내용상 관련있어 여기에 옮긴다.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 초월적 이념들의 첫째 상충

 

A426 B454 정립 : 세계는 시간상 시초를 가지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도 한계에 둘러싸여 있다.


 증명 : 왜 그러한가. 세계가 시간상 아무런 시초도 갖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라. 그러면 모든 주어진 시점에 이르기까지 영원이 경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사물들의 연이어 잇따른 상태들의 무한 계열이 흐른 것이다. 그러나 계열의 무한성은 계열이 순차적으로 연이은 종합에 의해서 결코 완결될 수 없는 데에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한히 흐른 세계 계열은 불가능하며, 그러니까 세계의 시초는 세계 현존의 필연적 조건이다. 이것이 우선 증명되었다.


 첫째 상충에서 칸트는 정립에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세계가 한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시간이 '기준 시점으로부터 이어진다'는 특성에 기초해 증명한다. 이어지는 반정립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한계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시간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부터, 옮기지는 않았지만 공간은 '무공간'과의 관계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부터 도출된다. 이로부터 '정, 시작이 없다. 반, 시작이 있다. 반, 끝이 없다.'는 예이츠의 말이 칸트의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 구조와 관련있음이 확인된다. 


A427 B455 반정립 : 세계는 시초나 공간상의 한계를 갖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무한하다.


증명 : 왜 그러한가. 세계가 시초를 갖는다고 가정해보라. 시초란 사물이 있지 않은 시간이 그에 선행한 현존이므로, 세계가 있지 않았던 시간, 다시 말해 빈 시간이 선행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릇 빈 시간에서는 어떠한 사물의 발생도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시간의 어떤 부분도 다른 부분에 앞서 비존재의 조건에 우선해 현존을 구별하는 조건을 그 자체로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_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2>, p641


 이러한 순수이성의 이율배반으로부터 칸트는 무엇을 끌어냈을까. 칸트는 넷째 이율배반까지 정립-반정립을 통해 우리의 이념이 초월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우리의 이념이 경험외적인 영역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으로부터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순수이성비판> 에서의 소결론이다. 


 A565 B593 우리가 우리의 이성개념들을 가지고서 순전히 감성세계에서의 조건들의 전체성과 이와 관련해 이성이 쓰일 수 있는 것만을 대상으로 삼는한, 우리의 이념들은 초월적이되, 그럼에도 우주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조건자를 전적으로 감성세계의 밖에, 그러니까 모든 가능한 경험 바깥에 있는 것에다 세우자마자, 이념들은 초월적인 것이 된다.(p748)...  A566 B594 우리는 우연적인 것을 다름아니라 경험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데, 여기서는 전혀 경험의 대상일 리가 없는 사물들이 화젯거리이므로, 그것들에 대한 지식을 그 자체로 필연적인 것으로부터, 즉 사물들 일반의 순수한 개념들로부터 도출해야만 할 것이다. _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2>, p750


 다시, 예이츠의 <환상록>으로 돌아오면 칸트의 구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칸트의 첫번 째 이율배반에 따르면 '정(正)'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성이, '반(反)'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이 이야기 되는데, <환상록>의 '정'과 '반'은 순서가 반대이며, 칸트에 따르면 '정'의 위치에 들어가야 할 '끝이 없다(공간적 한계)는 '반'에 위치에 놓인다. '끝이 있다'와 공간에 대한 '정'은 이 구조에서 보이지 않는다. '끝이 있다'를 부정하고, 논증을 '끝이 없다'로 마치는 이 구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 시작이 없다. 반, 시작이 있다. 반, 끝이 없다.


 이는 '끝이 있다'는 존재에 대한 강한 부정이 아닐까. '끝이 있다'를 생략하면서 논증을 끝내지만, 논증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언어적 표현)만으로 '끝이 있다'는 사실이 부정되지는 않기에, '칸트적 모순'이 담긴 외침과 함께 '나의 사랑'은 끝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절절한 영원함에 대한 갈망이 없다면 사랑이 아닌 욕망이고, 이로부터 욕망이 무한하다는 결론이 <환상록>에서 내려진다.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외침에 지쳐서, 나의 사랑은 끝난다. 그 외침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일 따름이다. 즉,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로써 칸트적 모순으로부터 도출된 사랑의 유한성과 욕망의 무한성이 <환상록>에서 어떻게 증명되는가를 알 수 있지만, 이에 대해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은 분명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사랑이 유한하다는 사실이 사랑이 아닌 욕망이 무한하다는 것을 말할 수는 없다는.


 배중률(排中律, Der Satz des ausgeschlossenen Dritten)은 모순을 제거하려고 하는 명제다. 그러나 배중률은 모순을 배제함으로써 모순을 범한다. 이 명제에 의하면 +A는 A거나 불연이면 반드시 -A라고 한다. 그러나 그리함으로써 배중률은 벌써 제3자 즉 +A도 아니요 또 그렇다고 -A도 아닌 A. 그리고 +A도 되고 또 -A도 되는 A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모순개념에 관한 학설에 의하면 예컨대 한 개념은 청(靑)이고 다른 한 개념은 비청(非靑)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다른 한 개념을 긍정적인 것, 예를 들면 황(黃)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다만 추상적, 부정적인 것이라고 고집한다. - 그러나 부정적인 것은 그 자체가 또한 긍정적인 것이다. 이 점은 벌써 한 타자에 대립하는 자는 이 타자의 타자라는 규정에서도 볼 수 있다. - 이른바 모순개념의 대립이란 것은 공허한 것이다. _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논리학> , p338


 모순을 배제함으로써 생겨나는 배중률의 문제점은 헤겔의 체계 내에서는 '부정적인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보다 나은 상태로 나갈 수 있는 있는 '정(正) - 반(反) - 합(合)'이라는 변증법적 구조를 통해 극복되지만, '정립-반정립'의 칸트 체계 내에서는 화합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칸트 체계의 한계이자 모순 문제로 볼 수 있다.  결국, 예이츠가 말한 '칸트적 모순'은 한 문장을 통해 본다면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을, 한 문단을 놓고 본다면 배중율을 기초로 한 칸트 체계의 모순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이상이 어제 북다이제스터님과 문답을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항상 좋은 지적 자극으로 독서를 함께 해주신 북다이제스터님께 감사드리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환상록>의 한 문단과 관련한 긴 페이퍼를 쓰고 보니, 원래 <환상록>을 인용한 토지 챌린지 페이퍼보다 더 길어진 면이 있지만 지적인 도전도 다른 의미에서 챌린지라고 나름 의미를 붙여본다. 다만, 토지 독서챌린지 담당자분께서 이 글들을 보신다면, '겨울호랑이는 독서챌린지를 하는게 아니라, 혼자 무한도전 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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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8-28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ㅠ
역시 칸트는 넘 어려운 것 같습니다. ㅠㅠ
제 소양 부족으로 거의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ㅠ
언젠가 칸트를 이해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여튼, 긴 시간 내어 긴 답변 주신 겨울호랑이 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욕심이긴 하지만 두세 번에 걸쳐 반복해서 이해하도록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혹시 여름 휴가는 다녀 오셨어요?
전 좀 느즈막히 이제 떠나보려고 합니다. ㅎ
즐건 주말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1-08-28 19:08   좋아요 0 | URL
에고 아닙니다. 저 역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추측할 따름입니다. 이번에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개인적으로 더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부족한 글을 다시 읽어주신다니 감사하면서도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드린 듯도 합니다. 코로나로 여름 휴가는 그냥 집에서 보냈습니다. 늦은 여름 휴가 여유있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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